왼손 엄지손가락에 상처가 생겼습니다. 이 상처가 언제 생겼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결과는 있는데 원인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에게도 원인을 모르는 상처가 많습니다. 이 상처들은 어린 시절, 기억이 생기기도 전에 내 안에 쌓여 버린 상실감, 좌절감, 열등감, 죄책감 때문입니다. 왼손가락의 상처를 바라보듯 내 안의 상처도 깊이 들여다봅니다. 그러면 알게 됩니다. 그것은 전혀 내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지만 그것도 내 인생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의 향기는 우리의 상처에서 납니다. -정용철- 월간 좋은생각의 발행인 정용철의 칼럼이다. 요즘 정신분석관련 책을 읽으면서 내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분석하는 신기한 과정을 경험했다. 심리학과 인연을 맺은 지 14년만의 일이다. 이론으로만 접해서였을까? 난 정신분석을 한 번도 내 문제와 결부시켜 보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엉망진창 망가진 자존감으로 괴로워하는 내 속의 어린아이를 발견했다. 그 아이는 주눅 들고 위축되어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보내고 있었다. 알아도 말을 하지 않고 칭찬을 받아도 그…
2014-05-16 11:49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시려올 때가 있다. 나는 그렇게 애틋하게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처음 보았다. 두 분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따금 눈물이 핑 돌곤 했는데. 6년전, 그러니까 내가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너무 어려서 사랑이 뭔지 생각조차 못 했던 시절에도 그랬다. 그러고 보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을 보고 싶어했나 보다. 어느 날 밤, 오브 아저씨가 부엌에 앉아 메이 아줌마의 길고 노란 머리를 땋아 주는 광경을 처음 보았을 때, 숲 속에 가서 행복에 겨워 언제까지나 울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으니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도 그렇게 사랑받았을 것이다.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날 밤 오브 아저씨와 메이 아줌마를 보면서 둘 사이에 흐르던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 엄마는 살아 계셨을 때 윤기 나는 내 머리카락을 빗겨 주고, 존슨즈 베이비 로션을 내 팔에 골고루 발라 주고, 나를 포근하게 감싼 채 밤새도록 안고 또 안아 주었던 게 틀림없다. 엄마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다른 엄마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나를 안아 주었던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 때 받은 넉넉
2014-05-16 11:49누구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선생님이 한두 분은 있으실 겁니다. 옷을 아주 잘 입었던 멋쟁이 선생님이나 유독 자상하고 친절하셨던 선생님. 또는 호랑이처럼 무서웠던 선생님. 이런 여러 선생님들 중에서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역시 무서웠던 선생님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우리학교에서 가장 무서운 선생님으로 악명이 높은 선생님 한 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 선생님은 우리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과학 선생님으로, 외모를 묘사하자면 우선 180cm가 넘는 큰 키에 피부는 구릿빛으로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설상가상으로 양 미간에 굵은 세로줄의 주름이 깊게 패여 있어 인상이 더욱 험악하게 보이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 말로는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그 주름에 오백 원짜리 동전을 꽂았는데 수업 내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물론 과장이겠지만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선생님 말로는 학생부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저절로 생긴 주름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요즘처럼 춘곤증이 맹위를 떨치는 나른한 계절에도 그 선생님의 수업시간에는 절대 조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공포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별명도 조폭입니다. 작년에 저는 마침
2014-05-16 11:49
푸른 오월의 중순이다. 마침 내린 촐촐한 비로 나무는 더 푸르고 윤이 난다. 아까시 나무의 꽃송이가 물을 머금고 축 늘어져 있다. 바람이 건듯 불었는지 누른빛을 띤 보리밭이 쓰러져 있다. 해가 없는 탓에 자주달개비꽃의 아름다운 모습이 오전 내내 보인다. 월요일, 조용헌의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을 읽었다. 짧은 칼럼들을 모아놓은 책이기에 후루룩 국수를 말아먹듯이 잘 읽힌다. 상쾌 통쾌 즐겁다. 조용헌 선생은 조선일보에 조용헌 칼럼을 연재하고 있어, 수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의 박학다식에 강호를 두루 섭렵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그의 책에도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경지에 이른 듯한 표현이 눈에 띈다. 인상 깊은 구절 하나 "마음은 무엇입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몸입니다." "몸은 무엇입니까?" "보이는 마음입니다." 요즘 내가 침잠하는 몸에 대한 생각이 다시 드러나 보여 좋다. 평소 명리학에 관심을 가져서 그가 보여주는 사물의 편린이 즐겁게 그리고 깊게 다가온다. 사대부 집안에서 가장 선호하는 봉우리가 있다. 바로 문필봉이다. 봉우리 모양이 붓처럼 뾰족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가문에 대학자가 나오려면 집앞이나 묏자리에 문필봉이 보여야 한다고
2014-05-15 13:16의존과 독립에의 갈등 둘째 채영이는 성정이 부드럽고 배려심이 많아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고 나를 포함해서 우리 가족 모두도 채영이를 많이 사랑했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는 매사에 친절하고 늘 웃음띤 표정을 잃지 않는 채영이 사랑이 각별하셨다. 그렇게 사랑스럽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말이 없어지고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세상과의 단절을 선언하듯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혼자만의 시공간에 몰입하는 모습은 한번씩 불쑥 불쑥 내뱉는 냉소적인 말들과 함께 예전의 채영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낯설기만 한 것이었다. 난 이미 큰 아이를 키우면서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에 대해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믿었지만 채영이의 낯선 모습 앞에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부드럽고 따뜻한 아이여서 그런 모습이 더 도드라지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청소년기의 발달과업중 하나는 의존과 독립에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아직은 미숙한 단계이므로 부모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서히 자아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심리적 이유기에 접어들게 되고 의존과 독립에의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2014-05-15 13:15존경하는 학부모님께 아름다운 5월을 보내면서도 차마 즐겁지 못한 스승의 날입니다. 아프디 아픈 시간을 보내는 분들과 꽃다운 젊음이 스러진 아픔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등불을 켜야 함을 생각하며 숙연한 스승의 날을 보내는 마음이 착잡합니다. 이 나라의 희망인 우리 아이들이, 우리 반의 착한 천사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세상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성찰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교단에 처음 서던 날의 각오로, 입학식을 치르던 날의 다짐을 다시 생각하며 깊은 숨 몰아쉬며 마음을 다그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학부모님! 부족함 많은 담임이지만 마음으로 낳은 자식을 기르는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더욱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장점을 찾아내서 기를 수 있는 과학자의 눈, 마음의 상처까지 받아주는 의사의 가슴으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부디, 건강하셔서 아이들의 행복을 오래도록 지켜주십시오. 화목한 가정과 우리 아이들의 멋진 장래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힘드신 일은 언제든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2014년 5월 15일 다시 태어나는 스승의 날이기를 다짐하오며 금성초등학교 1학년 담임 장 옥
2014-05-15 13:15제33회 스승의 날 5월 15일은 세월호 침몰 한 달째 되는 날이다. 해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스승의 날이건만, 이번엔 그마저 아예 없는 것 같다. ‘정부, 스승의 날 기념식 32년 만에 취소할 듯’(동아일보, 2014.4.29)에 이은 ‘숨죽인 스승의 날’(서울신문, 2014.5.12) 언론 보도가 그렇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정부 주관의 기념식을 비롯한 교사 사기 진작 열린 음악회, 전국노래자랑, 옛스승 찾아뵙기 등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대한민국스승상’ 시상식도 무기한 연기되었다. 최대 교원단체라 할 한국교총 역시 기념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또한 지난 3월부터 각 시⋅도교육청 추천을 통해 진행한 제33회 스승의 날 훈⋅포장, 대통령 표창 등 유공교원 시상계획조차 그 3일 전까지도 가타부타 공문이 없다. 전국의 해당 교원들이 이미 검증을 거쳐 추천된 대로 표창을 받는지 다른 행사처럼 취소되어버리는 것인지 모를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잠깐 생각해보자. 스승의 날이 논란거리로 등장한 것은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였다. 정년단축이라는 칼에 의해 교원들은 촌지나 받아먹는 부도덕한 집단이
2014-05-15 13:14
고등학교에 다닐무렵 T S 엘리엇이 쓴 `황무지(The Waste Land)`를 암송한 기억이 난다. 그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은 4월의 아픔에 젖어 있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 신록의 계절 5월에 들어섰지만 아픔의 이슬이 머물고 있다.특히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을 지키다 유명을 달리한 교사들 이야기는 현장 교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올해는 스승의 날을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학생과 선생님을 위하여 애도하는 교육 현장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죽음의 순간도 제자들과 함께 한 참 스승의 모습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일상으로 돌아와 보면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존중받는 것이고 차별받지 않는 일이다. 한 선생님이 필자에게 보내온 시를 마음 속에 담으면서 생각하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그냥 좋아요 고종환 예쁜 꽃 미운 꽃 따로 있나요 꽃이 어서 그냥 좋아요 나와 함께 살아가고 옆에 있어 주어서 그냥 좋아요 사랑해야 할 이유가 필요 하나요 사람이 좋아요 나는 당신이 그냥 좋아요
2014-05-15 13:14
충남 서산 서령고(교장 김동민)가 창의적 특색사업의 일환으로 명화감상 시간을 마련해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령고는 학교 특색사업인 서령인 1.2.3 운동과 2014학년도 중점사업인 융합형 미래 인재 육성에 부합하는 창의적 특색활동으로 명화감상 시간을 마련하여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성함양과 더불어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고 성취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하며, 현재 재학생 부모님들이 경험했던 명화를 함께 감상함으로써 세대 간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유익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에 실시된 첫 번째 명화로는 ‘불의 전차’가 선정됐다. 불의 전차는 제4회 파리올림픽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젊은이들의 신념과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재현된 영화이다. 학생들은 영화 감상이 끝난 뒤에는 각자 소감문을 작성하여 제출하고 학년부에서는 이를 수합, 학기별로 1회씩 우수 감상자에게 상장을 수여한다.
2014-05-15 09:14얼마 전 KBS TV ‘세계는 지금’ 프로그램에 미국의 대표 다둥이 19남매를 둔 더거 씨 가족 이야기가 나왔다. 미셀 더거는 1988년 첫째 아들 조슈아를 출산한 이후 매년 한명 꼴로 아이를 낳았다. 이렇게 낳은 자녀는 4살짜리 막내에서 25살짜리 조슈아까지 모두 19남매다. 더거 가족 아침식사 시간이 되면 부엌에 들어온 꼬마가 마이크를 들고 외친다. ‘식사하러 오세요.’ 식사는 반드시 온 가족이 모여서 먹는다. 더거 가족은 세탁기가 4대, 탈수기도 2대나 된다. 아이들의 바깥 활동이 많아 세탁을 하루에도 여러 번 한다. 더거 가족은 교육비가 별로 들지 않는다. 집에서 하는 홈스쿨링, 선생님은 부모님, 주로 어머니가 교과지도를 맡아 한다. 하지만 언니나 오빠도 선생님 역할을 한다. 협동학습, 멘토학습으로 동생 공부를 돕는다.언니, 오빠도 가르침으로 배움을 익힌다. 내용도 다양하다. 책상에서 배우는 공부만으로 끝나지 않아 ‘더거 패밀리 오케스트라단’까지 만들어 발표한다는 것이다. 아버지도 바깥에 나가 노작활동으로 가르친다. 우리나라에서 비싼 돈 들여 배우는 프로젝트 학습보다 훌륭하다. 아버지가 가르치는 것은 재활용품을 살려 쓰는 일이다. 더거씨 주업은 부동산
2014-05-15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