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의 언어 최근 최민자의 수필집 사이에 대하여를 읽다가 ‘모래 울음’이라는 글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결이 하도 고와 시처럼 줄을 바꾸어 보았다. 모여 앉아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말을 섞지도 얼싸안지도 않고 돌아앉아 버석거려본 것들은 안다. 부딪쳐봤자 상처나 주고받을 뿐이라는 것을. 정 붙이면 안 된다고 다시 또 나뉘고 헤어져야 한다고 가슴팍 쪼개가며 배워버린 이별. …(중략)… 모래가 운다. 채송화 한 송이 피워 올리지 못하는 저 쓸쓸한 불임(不姙)의 이름으로 싸륵, 싸륵 버석거리며 운다.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하며, 그녀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poetic prose)”을 써왔다고 평했다.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소설가이기 이전에 시인으로 등단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고도의 상징과 운율이 느껴지는 문장을 구사했다. 최민자의 수필 또한 상당 부분이 시어로 가득 차 있다. 노벨상 수상자 한강의 소설이 ‘시적’이라면 최민자의 수필은 ‘시 그 자체’이다. 우리말은 어휘와
2026-03-05 10:00
지난 호에서는 교원의 휴가에 대한 법적 근거와 개념·종류 등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교원의 휴가 종류 중 연가·병가·공가의 개별 원칙과 운영 방법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교원의 연가 1) 교원의 연가 사용 원칙 수업일* 중에는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제5조에서 정한 제1호부터 제9호까지의 연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학교 업무 및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가를 사용할 수 있다.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에 따른 수업일로서 학교교육과정이 운영되는 출근일을 의미 2) 재직기간별 연가일수 3) 재직기간 ① 재직기간은 「공무원연금법」 제25조 제1항 내지 제3항에서 규정한 재직기간(연금합산 신청 또는 기여금 불입여부에 관계없음)의 연월일수를 적용하며, 휴직·정직·직위해제기간 및 강등처분에 따라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기간은 재직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 다만 육아휴직(복무규정 제15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기간) 및 법령에 의한 의무수행이나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휴직은 재직기간에 산입한다. ※ 시간선택제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재직기간에 합산하여 산정하며, 이 경우 근
2026-03-05 10:00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학은 곧 개인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인생 변수’가 되곤 했다. 고도 경제성장기에 대학 졸업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직장을 잡았다. 그런 과정에서 교육이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한국판 드라마’의 신화가 세계적으로 회자되었다. 한국 교육이 한 편의 ‘드라마’로 표현될 정도로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학교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경제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 경제가 성장하지 못했다면, 교육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학교 문을 나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우성쳤다면,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도, 대한민국에 대한 교육 찬사도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칭송은 이제 드라마 전원일기 같은 추억일 뿐이다. 경제가 침체하고 사회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지만, 학교교육은 별반 바뀌지 않고 고학력자들이 끊임없이 양산된다. 전체 고졸자의 70~80%가 대학에 진학해 미래의 부푼 꿈을 설계하지만, 대학 문을 나서는 순간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4년제 대졸자가 좋은 직장은커녕 전문대 졸업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심지어 고졸자의 일자리마저 위협한다. 교육의 배신이자 교육의 실패다. 찬란한 교육 신화, 부모주의…
2026-03-05 10:00
생각을 멈춘 아이들 “선생님, 뭐라고 써야 하는지 답 보여주시면 안 돼요?” 수업 중 학생이 던진 이 한마디는 교사로서 큰 충격이었다. 40분 동안 질문을 중심으로 수업을 이끌었음에도 학생들은 끝내 ‘정답’만을 요구했다. 이는 단지 한 학생만의 반응이 아니었다. 모두가 간절한 눈빛으로 ‘생각’이 아닌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처럼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현상은 우리 교실 전반의 현실이다. 최근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 ‘Brain rot(뇌 썩음)’은 사고력 저하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숏츠와 밈을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며, 깊이 있는 사고 대신 단편적인 자극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특정 교실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교육이 직면한 보편적인 현실이며, 오늘날 교실에서 ‘생각의 부재’는 심각한 교육적 경고로 작용하고 있다. ‘Chat GPT는 실수할 수 있습니다’ _ ‘선택하는 인간’이 필요한 시대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일부는 인간의 사고를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전히 AI가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영역이 존재한다. 바로 문제상황에서의 ‘선택’과 그에 따른…
2026-03-05 10:00Ⅰ. 미래 교육을 설계하는 힘 급격한 사회 변화와 기술의 발전은 교육 현장에 유례없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대전환’은 맞춤형교육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인프라 격차라는 과제를 남겼고, 교육활동 침해와 악성 민원의 증가는 학교의 본질인 ‘가르침과 배움’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와 복합적 위기를 겪는 학생의 증가는 교육정책이 더 이상 보편적 접근에 머물지 않고, 한 명 한 명을 위한 ‘정교한 설계’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곡점에서 교육행정가와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실질적인 정책 언어로 풀어내는 ‘정책 설계 능력’이다.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교육과정과 지원체제를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현장에 안착 가능한 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이 곧 정책논술의 본질이다. 본고에서는 서울교육이 직면한 5대 핵심 이슈를 실전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존과 상생’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만능틀(범용틀)을 활용한 이슈 정리부터 실제 시험에서 활용 가능한 개요 작성 프로세스 및 모범
2026-03-05 10:00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는 600여 명의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핵심 주인공을 꼽자면 당연히 서희와 길상이고 그중에서도 ‘원픽’을 하라면 서희일 수밖에 없다. 소설은 서희가 다섯 살인 1897년 한가위에서 시작해 1945년 쉰세 살에 해방 소식을 듣고 감격에 겨워 해당화 가지를 잡고 주저앉는 장면으로 끝나고 있다. 서희는 어려서 어머니 별당 아씨가 머슴 구천이와 야반도주하면서 외롭게 자라고, 아버지 최치수마저 재산을 노리는 김평산·귀녀 무리의 음모에 빠져 목 졸려 죽는다. 유일하게 남은 할머니 윤씨 부인도 1902년 호열자가 대유행할 때 세상을 뜬다. 최참판댁에 열 살짜리 여자애 하나만 남은 것이다. 그런 서희를 작가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미인으로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유명희, 유인실, 봉순이도 미인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서희 미모에 대한 묘사가 압도적으로 많고 아름답게 그리기도 했다. 그런 만큼 서희를 꽃에 비유하는 대목도 많다. 대략 추려도 개나리·연꽃·매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서희의 꽃, 개나리·연꽃·매화 서희 미모는 어머니 별당 아씨를 닮았다. 서희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별당 작은 연못에 얼굴을 비추어본다. 이때 서희는 ‘한 송…
2026-03-05 10:00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의 1913년 작품 색채 연구: 동심원이 있는 사각형(Color Study, Squares with Concentric Circles)은 각기 다른 색과 형태가 모여 이루는 조화를 담은 작품이다. 칸마다 담긴 원이 리듬처럼 어우러지며, 우리에게 편안한 울림을 전한다. 3월은 늘 ‘열림’의 설렘과 ‘낯섦’의 긴장을 동시에 준다. ‘추상미술의 아버지’ 바실리 칸딘스키가 1913년 캔버스 위에 수놓은 12개의 동심원은, 저마다 다른 빛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자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생명의 리듬이다. 칸딘스키에게 색채는 단순히 사물의 겉모습을 묘사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는 색을 ‘영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힘’이라 믿었다. 그에게 예술가란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가락이며, 색채는 그 피아노의 건반과 같다. 열두 칸의 사각형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듯한 동심원들은 관람객 마음의 건반을 두드리는 듯하다. 어떤 칸은 잔잔한 쉼표처럼, 어떤 칸은 강렬한 스타카토처럼 연주되면서 내면의 공명을 끌어낸다. 안락한 삶을 덮고 미지의 선율 속으로 칸딘스키의 인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시작’에…
2026-03-05 10:00
프롤로그 멕시코시티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영화 코코(Coco)였다. 화려한 색감 속에서 ‘죽음’마저 삶의 일부로 품어 안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영화는, 죽음을 슬픔이 아닌 기억과 축제로 이어가는 문화를 인상 깊게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를 지닌 멕시코는 과연 어떤 나라일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또 다른 큰 이유는 한국에서도 이미 일상적인 음식이 된 타코였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타코의 맛이 과연 ‘본연의 맛’일까 하는 질문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멕시코시티의 길거리에서 ‘진짜 타코’의 맛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여기에 개인적인 역사적 호기심도 더해졌다.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여러 차례 마주했던 과달루페 성모상은 늘 인상적인 존재였다. 스페인 식민지 확산과 함께 북미 대륙으로 전파된 이 성모상의 기원지이자 기적의 장소를 직접 마주하고 싶다는 바람이 여행 동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 여행을 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세계사 서술 속에서 자주 ‘공백’처럼 다뤄지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문명이었다. 멕시코시티 근교에 위치한 테오티우아칸은 우리가 잊고 지내…
2026-03-05 10:00
최근 한국 교육 현장에서는 사회정서교육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왜, 지금 ‘사회정서교육’인가? 이는 한마디로 우리 학교 현장이 직면하고 있는 학생들의 정서적 불안과 도덕적 행동의 약화라는 복합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학생 10명 중 3명은 일상이 힘들 만큼 우울한 것으로 나타났고(매일경제, 2024. 11. 22.), 학생들의 주관적 행복감 경험률은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외로움 경험률은 증가하고 있다(교육부·질병관리청,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2024. 3.). 또한 자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자살한 학생은 2019년 첫해에는 3%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다가 2023년에는 7배로 폭증한 21%, 즉 5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났다(EBS 뉴스, 마음 건강 심층기획, 학생자살사망보고서 단독 분석, 2024. 11. 12.).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0대 자살률이 40~50대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중앙일보, 2025. 9. 10.). 이와 같이 학생이 겪는 불안·우울, 충동적 공격 행동과 같은 어려움은 정서적 결핍과 감정 조절 실패 그리고 또래 갈등의 심화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몇몇 특별한 학생의…
2026-03-05 10:00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전문대학이 새로운 생존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 중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만난 김영도 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인터뷰 내내 ‘슈퍼 테크니션(고숙련 기술인)’과 ‘직업교육은 복지’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해 대학이 산업 인력을 책임지며 지역 혁신을 이끄는 모델을 직접 확인하고 돌아왔다. 4년제 대학보다 9% 이상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며 실용 교육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는 전문대학. 이제는 단순한 학위 기관을 넘어 인공지능(AI)시대를 선도하고 지방을 살리는 ‘평생 직업교육 플랫폼’으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미국은 우주 산업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동시에 제조 현장의 숙련 기술 인력이 부족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업입니다. 설계 능력은 뛰어나지만 실제 배를 만들 인력이 없어 산업 경쟁력이 무너졌습니다. 반면 애리조나주는 사막이라는 불모지임에도 TSMC(220조 원 투자), LG에너지솔루션(4조 5천 억 원 투자) 등…
2026-03-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