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출근하시나 봐요?” “예... 손주가 벌써 이렇게 컸나요?” “예, ○○아,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아이고, 참 많이 컸구나. 오늘은 보라색 예쁜 공주 옷 입었네!” 아침 9시 조금 지난 시간에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주민과 나누는 인사와 대화다. 요즘은 대부분 주민들 사이에 상호 간에 인사를 나누고 대화하는 분위기가 정착된 것 같다. 이렇게 간단한 인사 예절을 서로 주고받으면 하루의 출발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기본 예의범절의 준수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 때문이라 믿는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우리 ○○이가 좀 늦게 일어났어요!” “어서 오세요, 괜찮습니다. 이리와 ○○야, 아침에 힘들었어? 그럼 다녀오세요~” 올해 초까지 항상 아침에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아이를 품에 꼬~옥 앉아 주면서 달래고 또 상냥하고 친절하게 인사를 나누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주고받던 인사말이다. 3월 초에는 이른바 5세(우리 나이)가 되어 유치원에 진학한 손주는 등하원이 완전 달라진 환경에 적응을 힘들어 한다. 하지만 아침에 유치원 현관에서 맞이하는 선생님들의 다정한 인사를 받고 기분이 한결 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
2024-05-16 14:10오월은 이미 한가운데로 깊숙이 들어서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초록이다. 불두화, 작약, 공조팝나무, 백당나무, 이팝나무, 병꽃나무 등 오월의 꽃들이 곳곳에서 하모니를 맞춰 어우러진다. 나무마다 연둣빛을 덧입고 꽃이 진자리에 초록이 들어앉아 하늘도 땅도 온통 푸르름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에 하얀 밥풀 같은 이팝나무꽃이 바람결에 하늘거린다. 오월은 마음을 동심으로 돌리는 계절이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 참 아름답다. 피천득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 한 것처럼 맑음을 갖게 해 주는 달이다. 어떻게 언어로 이런 표현 할 수 있는지 탄복할 노릇이다. 사람의 소통은 말이다. 우리의 세상에는 저속하고 혐오감을 주는 말도, 아름다운 말도 많다. 특히 오월과 관련된 어린이, 어머니, 선생님, 신록, 꽃내음, 실비단 하늘 등은 참 아름다운 말이다. 이런 말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사랑과 순수함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일 년 내내 감사와 고마움, 배려의 말이 빛을 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월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말은 어머니이다. 영국문화협회가 비영어권 국가 주민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 세계…
2024-05-10 05:314월, 그 화려한 벚꽃이 지더니 온 세상에 철쭉꽃이 만발이다. 봄꽃은 5월에 이어 6월 장미축제까지 이어질 것이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그래서일까? 포크댄스 강사인 필자는 얼마 전 지자체 축제 담당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5월 축제에 포크댄스 공연팀을 초청하고 싶다는 것. 기다렸던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지역이 경상남도다. 출연팀이 그곳까지 가려면 어려움이 많다. 나의 대답은 이성적으로 차갑게 나왔다. “여긴 수원이라 거리가 멀어 가기 어려우니 인근 지역의 포크댄스팀 초청하시지요” 필자는 초청을 왜 거부했을까? 과연 그 이유가 거리 때문일까? 근원적 질문이다. 지자체 축제를 찾은 주민이나 관광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공연 관람일까? 축제를 기획한 담당자는 독일마을의 문화를 알리고자 동아리 포크댄스 공연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목적 달성에 포크댄스 공연이 최선의 답일까? 아니라고 보았다. 국내 지역축제에서 나타나는 축제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가 전시형 프로그램이다. 축제 방문객들의 직접 참여가 허용되지 않고 수동적인 형태로 관람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둘째, 체험형 프로그램. 이것은 축제 방…
2024-04-18 18:28봄의 시작은 매화가 봄의 끝은 철쭉이 알린다고 한다. 흐드러진 유채는 씨알을 맺고 꽃 진 자리에 새잎이 돋아난다. 영산홍과 철쭉의 붉은빛이 연둣빛과 어우러진 사월의 봄날, 산비둘기 구구대는 소리에 모란은 여름을 당겨 고개를 떨군다. 일찍 핀 꽃도 봄이고 늦게 핀 꽃도 봄이다. 봄꽃은 오래 느낄 수 없다. 꽃잎이 떨어지는 건 아쉽지만 그것 또한 자연의 순서이다. 어쩌면 꽃이 영원히 피어있는 게 아니어서 더 귀하게 느낄 수 있다. 떨어졌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꽃의 순간을 즐기고 아름다움을 담으면 된다. 삶 역시 그렇다. 사람에게 있어 일찍 피든 늦게 피든 그 계절은 온전히 자기만의 것이다. 그 순간을 즐기고 사랑을 담으면 된다. 봄꽃의 합창을 보며 사랑을 떠올려 본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언어로 사랑한다는 말과 이해한다는 말은 같다고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깊은 사랑에 빠지면 사랑으로 배불러 가진 것이 없어도 부족함을 못 느낀다. 같이 있는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길거리표 선물을 받아도 감동이다. 서로 손 잡고 완행열차를 타도 구름을 타는 기분이며 지갑이 얇아도 집이 좁아도 마냥 행복하다. 하지
2024-04-15 16:10필자는 올해 교수로 정년퇴임을 하였다. 힘들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고맙고 감사한 세월이었다. 이제 식당에서도 기차에서도 ‘어르신’ 대접을 받는다. 동창들은 여기저기서 들리는 ‘어르신’ 호칭이 반갑지 않다고 한다. 필자그룹은 이 사회의 ‘어르신’으로 분류되는 연령 높은 층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만도 아니다. 신체의 강건함과 정신력의 예리함이 약해졌다. 강도 높은 체력과 정신의 긴장을 요구하는 일들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그릴 수 있게됨은 몹시 다행한 일이다. 얼마전 TV에서 미국과 일본의 실버타운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이 전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 주제였으나 ‘어르신’ 이 귓가에 맴도는 탓인지 자연스레 몰입하여 시청하게 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였다. 100만 명이상 거주한다는 미국의 한 곳은 50세 이상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으며 거주비용은 저렴하고, 모든 취미활동이 다 준비되어 있는 대단위 마을이었다. 일본의 사례는 기차역으로부터 10분 안에 드는 교통 좋은 곳에 있는 단층의 전원주택형이었다. 잔잔한 꽃과 나무들이 풍성한 단지였다. 기력이 약해질수록 할 일을 찾는 것은 중요하며 소소한 용돈은 생의 활기를 더해준다. 이 마을은 주민들이 마
2024-03-25 14:05“장래 희망이 무엇이지?” “공무원이요” “그래? 왜 공무원이 되고 싶어?” “안정적이잖아요. 요즘 세상에 안정된 직업이 최고 아니에요?” “글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그런데 공무원 시험이 어렵지 않아?” “예, 그래서 붙을 때까지 공부해서 꼭 합격할 거예요.” 이는 근래, 필자와 중학교 3학년 학생과 나눈 대화다. 아직은 진로 선택의 기로에 선 이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학생들도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한다. 그 이유는 하나같이 안정적이고 신분이 보장되는 소위 철밥통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교사가 되겠다는 학생도 상당하다. 그 이유 또한 다르지 않다. 최근 몇 년간 교육부에서 조사한 학생들의 희망 직업 순위를 살펴보아도 여전히 공무원과 교사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물론 경제가 어려운 직접적인 영향이기도 하다.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겠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다. 다만 하고 싶은 것이 많을 청소년들에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이 무색하다는 것이다. 꿈을 꾸고 도전할 나이에 단지 안정성이란 이유에만 묻혀 ‘우물 안 개구리’ ‘고인 물’이 되고자 한다. 어느 면에서는 꿈을 포기하고, 또 심지어는 꿈꾸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거
2024-02-27 14:57“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손상 상태가 가장 심했습니다.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따로 부검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는 1년 6개월 전 양부모 폭행으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유아(乳兒)인 정인이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부검의의 말이다. 그뿐이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입양 절차에 대한 관리⋅감독과 지원을 강화하라.” 이는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정 최고 운영자의 안타까운 표명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인이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이 땅에서는 1~2주마다 항시 있는 아동 학대 사망 범죄 중 하나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가해자가 주로 친부모라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입양 절차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아동 학대는 결코 줄이기 어려운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한때 SNS로 퍼져나간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도 불구하고 최근 아동학대 범죄는 크게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아동학대 건수는 2019년 4645건에서 2022년 1만 1970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2023년 1~8월 검거 건수만도 8808건으로 한 달에 1000건 이상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도 왜 이런 잔인한 아동 학대가 끊임없이
2024-02-13 14:11지난 2020년 5월, 코로나19의 위세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팬데믹(Pandemic)의 공포는 너무도 끔찍했다. 중세 유럽에서의 흑사병참극을 연상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강대국이라 불리는 G7을 비롯한 모든 복지 선진국들도 속수무책으로 국가적 명성이 무색하게 외부와의 완전 차단 상태인 봉쇄 및 격리 조치를 실시하였다. 국내에서도 격리 조치에 따라 모든 유⋅초⋅중등학교 및 대학교가 일제히 원격교육의 체제에 돌입해 비대면 수업은 불가피했다. 돌이켜보면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 학교 교육의 완전한 온라인 체제로의 전환은 시작부터 결코 순탄치 못했다. 이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재빠르게 선도적 조치를 취한 학교들은 우왕좌왕하지 않고 빠르게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 자체적인 네트워크 방송 시스템을 갖추어 온라인 수업으로 재빠르게 전환한 선도적(First Mover) 학교들은 명목상 특목고와 자사고를 중심으로 하는 우수한 학생들의 집단이었다. 한편 일반 학교들은 새로운 체제를 설계하고 시설을 갖추며 교사들의 원격수업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연수 등 자체적 조치들에 학교마다 마치 전쟁을 치르듯 혼란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2024-02-08 15:38“얘야, 섣달그믐날 밤에 대문 밖에 나가면 발에 걸리는 것이 귀신이다.” 유년 시절 까치설날 저녁에 들떠 날뛰던 나를 진정시키려던 어머님의 말씀이다. 설을 앞둔 섣달그믐날이면 이 기억은 참 숙연하게 만든다. 먹거리가 많아 신났고 집안 곳곳마다 불을 켜고 밤을 지새우니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기억의 잔상은 섣달그믐과 설날이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언제나 서로 다른 그리움으로 서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날’ 참 정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어릴 적 작은 설날에는 해가 어서 지기를 기다렸다. 밤이면 놋그릇에 쌀 담아 소반 위에 촛불 켜고, 소마구 정짓간에도 구석구석 밝히었다. 또한 촛불마다 이름을 매겨 내 촛불이 작아지고 가물거릴 때 눈물까지 흘렸는가 하면, 조왕신을 모신 부엌의 촛불이 설날 아침 차례 전까지 꺼지지 않도록 돌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섣달은 한 해를 다 보내고 새해 설날을 맞게 된다는 뜻의 ‘설윗달’ 또는‘서웃달’에서 나온 말이다. 또 그믐날의 ‘그믐’은 보름달이 날마다 줄어들어 눈썹같이 가늘게 되다가 마침내 없어진다는, ‘사그라지다’와 같은 뜻의 순우리말 ‘그믈다’의 명사형이다. 한자어로는 제일(除日)이라고도 하는데 제(除)
2024-01-29 13:552024년 갑진년 1월이 지나고 있다. 겨울의 대지는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지만 찬 바람에 하늘거리는 마늘밭을 보며 자연은 조화롭게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2023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1위는 견리망의(見利忘義-이로움을 보면 의로움을 잊는다), 2위는 적반하장(賊反荷杖-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 3위는 남우충수(藍芋充數-무능한 사람이 재능 있는 척한다)였다. 견리망리를 선정한 이유는 각양각색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대의와 가치가 상실되어 각자의 이익 추구로 가치 상실의 시대가 되는 각자도생 사회를, 적반하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남 탓을 하며 기만을 일삼고 반성을 모르는 모습을, 남우충수는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속임수는 결국 자신을 해롭게 함을 꼬집고 있다. 참고로 2022년 1위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교수 신문이 선정한 1위부터 3위까지 사자성어의 공통점은 독선과 고집, 아집으로 가득 찬 지금의 정치 현실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독선은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일이며, 고집은 자신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틴다는 의미로 전국시대…
2024-01-08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