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5월, 코로나19의 위세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팬데믹(Pandemic)의 공포는 너무도 끔찍했다. 중세 유럽에서의 흑사병참극을 연상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강대국이라 불리는 G7을 비롯한 모든 복지 선진국들도 속수무책으로 국가적 명성이 무색하게 외부와의 완전 차단 상태인 봉쇄 및 격리 조치를 실시하였다. 국내에서도 격리 조치에 따라 모든 유⋅초⋅중등학교 및 대학교가 일제히 원격교육의 체제에 돌입해 비대면 수업은 불가피했다. 돌이켜보면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 학교 교육의 완전한 온라인 체제로의 전환은 시작부터 결코 순탄치 못했다. 이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재빠르게 선도적 조치를 취한 학교들은 우왕좌왕하지 않고 빠르게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 자체적인 네트워크 방송 시스템을 갖추어 온라인 수업으로 재빠르게 전환한 선도적(First Mover) 학교들은 명목상 특목고와 자사고를 중심으로 하는 우수한 학생들의 집단이었다. 한편 일반 학교들은 새로운 체제를 설계하고 시설을 갖추며 교사들의 원격수업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연수 등 자체적 조치들에 학교마다 마치 전쟁을 치르듯 혼란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2024-02-08 15:38“얘야, 섣달그믐날 밤에 대문 밖에 나가면 발에 걸리는 것이 귀신이다.” 유년 시절 까치설날 저녁에 들떠 날뛰던 나를 진정시키려던 어머님의 말씀이다. 설을 앞둔 섣달그믐날이면 이 기억은 참 숙연하게 만든다. 먹거리가 많아 신났고 집안 곳곳마다 불을 켜고 밤을 지새우니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기억의 잔상은 섣달그믐과 설날이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언제나 서로 다른 그리움으로 서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날’ 참 정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어릴 적 작은 설날에는 해가 어서 지기를 기다렸다. 밤이면 놋그릇에 쌀 담아 소반 위에 촛불 켜고, 소마구 정짓간에도 구석구석 밝히었다. 또한 촛불마다 이름을 매겨 내 촛불이 작아지고 가물거릴 때 눈물까지 흘렸는가 하면, 조왕신을 모신 부엌의 촛불이 설날 아침 차례 전까지 꺼지지 않도록 돌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섣달은 한 해를 다 보내고 새해 설날을 맞게 된다는 뜻의 ‘설윗달’ 또는‘서웃달’에서 나온 말이다. 또 그믐날의 ‘그믐’은 보름달이 날마다 줄어들어 눈썹같이 가늘게 되다가 마침내 없어진다는, ‘사그라지다’와 같은 뜻의 순우리말 ‘그믈다’의 명사형이다. 한자어로는 제일(除日)이라고도 하는데 제(除)
2024-01-29 13:552024년 갑진년 1월이 지나고 있다. 겨울의 대지는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지만 찬 바람에 하늘거리는 마늘밭을 보며 자연은 조화롭게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2023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1위는 견리망의(見利忘義-이로움을 보면 의로움을 잊는다), 2위는 적반하장(賊反荷杖-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 3위는 남우충수(藍芋充數-무능한 사람이 재능 있는 척한다)였다. 견리망리를 선정한 이유는 각양각색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대의와 가치가 상실되어 각자의 이익 추구로 가치 상실의 시대가 되는 각자도생 사회를, 적반하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남 탓을 하며 기만을 일삼고 반성을 모르는 모습을, 남우충수는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속임수는 결국 자신을 해롭게 함을 꼬집고 있다. 참고로 2022년 1위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교수 신문이 선정한 1위부터 3위까지 사자성어의 공통점은 독선과 고집, 아집으로 가득 찬 지금의 정치 현실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독선은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일이며, 고집은 자신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틴다는 의미로 전국시대…
2024-01-08 10:52최근 장기간의 코로나19로 인해 마음에 상처가 있거나 관계 맺기가 어려운 청소년들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우울증에 빠져 정서적인 극복이 필요한 경우가 갈수록 늘어났기 때문이다. 성장의 과정과 코로나 시기가 겹친 청소년들은 이미 깊어진 상처가 그들 내면의 많은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그 대표적 실례로 요즘 고교생의 자퇴가 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대학진학을 위한 내신 성적에서 불리한 학생이 검정고시를 선택하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는 데에 있다. 따라서 그들의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힘들어하는 부모와 교사들이 갈수록 증가하는 현실이다. 심지어 아이의 자퇴 요구에 시달리던 어느 학부모는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죽어버릴 거야~”를 외치며 협박하는 자녀에게 “더는 시달리고 싶지 않다”거나 “아이가 측은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고 두 손을 들고 자퇴 동의서에 기꺼이 도장을 찍기도 한다. 이처럼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지능력에 관심이 높았다면 이제는 학습의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정,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2023-12-21 10:09지난 2020년 5월, 코로나-19의 위세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팬데믹(Pandemic)의 공포는 너무도 끔찍했다. 세계적으로 강대국이라 불리는 이른바 G7을 비롯한 기타 복지 선진국들도 속수무책으로 코로나의 기습에 당하면서 국가적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외부와의 완전 차단 상태인 봉쇄 및 격리 조치가 있었다.우리의 모든 유⋅초⋅중등학교 및 대학교는 일제히 원격교육의 체제에 돌입하였다. 이는 학교가 문을 닫고 비대면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우 불가피한 조치였다. 돌이켜보면 당시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역사상 초유의 사건은 학교 교육의 완전한 온라인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재빠르게 선도적 조치를 취한 학교들은 냉혹한 현실에서도 빠르게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 그것은 언제부터라 할지 모르게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갖추어 온라인 수업으로 재빠르게 전환한 학교들은 역시 자타가 인정하는 우수한 학생들의 집단인 특목고와 자사고 등이었다. 한편 일반 학교들은 새로운 체제를 설계하고 시설을 갖추며 교사들의 원격수업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에 학교마다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같은 혼란이 날로 점입가경이었다. 그…
2023-12-07 15:36서늘한 기운이 쓰적쓰적 겨드랑이 속살을 간질이며 황금빛 들녘으로 유혹한다. 매년 시월 추수를 앞둔 벼 논의 황금빛 물결은 환한 두근거림으로 눈부시게 한다. 특히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녘은 그 어떤 재료나 기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황금빛 가을 색 그 자체이다. 이 색은 일사량과 태양의 고도, 원근에 따라 농담을 달리한다. 영글어 고개 숙인 벼 이삭의 색과 날렵한 잎새의 가장자리부터 누레지는 벼잎이 어우러져 일렁대는 물결은 파란 하늘에 대비되어 가을 색 선명한 빛이다. 결실의 빛, 생명의 빛, 기다림의 빛이다. 가을 색 황금빛 벼 논의 물결은 멀리서 봐야 한다. 고개 숙여 가까이 보면 조화로움을 느낄 수 없다. 먼 곳을 응시한 채 약간 떨어진 곳에서 소박한 마음으로 봐야 한다. 그러면 색의 오케스트라가 뿜어내는 가을 색 합창을 마주할 수 있다. 이런 거리감 하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달을 사랑해 붉게 변한 토기의 눈과 청마 유치환과 이영도의 20여 년에 걸친 플라토닉한 사랑 이야기다. 토끼 눈이 붉은 이유가 있다. 토끼는 달님을 사랑하여 밤마다 이산 저산 마루에 걸린 달을 찾아다녔다.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자연히 앞다리는 짧아졌다. 그리고 밤을 새워…
2023-10-16 15:26일찍이 인류의 고전 『논어』에서는 무신분립(無信不立)의 교훈을 전한다. 이는 곧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원래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자의 사상이었다. 하지만 신뢰는 현대에 와서도 굳건한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하면서 그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이는 학교 교육에서도 강력한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여론조사 2013’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중·고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니 100점 만점에 49.8점(5점 만점에 2.90점)을 얻어 낙제에 해당하는 점수였다. 가장 최근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에선 고등학생들의 55.9%가 원격수업에 불만을 드러내고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비난했다. 학교가 이렇게 신뢰를 잃어 무능하고 무성의한 것으로 인식이 된다면 그야말로 교육이 설 자리가 없는 것 아닌가? 이는 우리 교육이 '빛 좋은 개살구'란 증거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정확히 보자. 부모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만 실상은 학교교육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교육비는 2021년 21조4000억 원을 넘어섰고 2022년엔26조 원을…
2023-10-11 16:28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인 철학(philosophy)은 일상에서 ‘인생철학’ ‘정치철학’ ‘교육철학’ ‘경영철학’ 등의 말로 자주 인용된다. 원래 철학은 어원적으로는 ‘지식이나 지혜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철학을 ‘보편적인 생각’이자 ‘인생관, 세계관’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과 철학의 관계는 어떠한가? 일찍이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해서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는 말로 교육에서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즉, 생각은 배움의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굳건한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생각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모방과 관행에 의존하려는 청소년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의 중요성은 지식교육보다 더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배움의 형성과정에서 철학과의 만남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은 어떻게 철학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가? 유럽의 엘리트 양성을 담당해 온 교육기관에서는 오래전부터 철학과 역사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쳐 왔다. 정치·경제 분야에 무수히 많은 엘리트를 배출하고 있는
2023-09-22 20:24지난 8월은 여름 날씨 치곤 참 고약했다. 그래도 고추밭엔 붉은 고추를 따는 아낙의 손길이 바빴고, 영감은 참깨를 떠느라 속옷을 적셨다. 9월이 시작되었다. 늦여름과 초가을이 공존하여 가을이라고 하기엔 이르다. 그래도 계절의 시간은 흐른다. 들판엔 조생종 벼 수확이 한창이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추석이다. 추석 하면 모두가 떠올리는 낱말이 고향과 부모님이다. 그러면 고향이란 무엇인가? 사전전적 의미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다. 또한 주관적 이미지의 고향은 시골의 따뜻한 풍경이나 옛 친구의 모습들이 가득하고 조부모의 모습이 떠오르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고향 가는 길을 떠올려 본다. 지금은 승용차가 대중화되고 교통수단이 발달하여 큰 어려움은 없지만 6,70년대 고향 가는 길은 큰 인내가 필요하였다. 그래서 고향 가는 길은 먼 기억의 시간이 곳곳에 매복하고 불가항력적인 그리움의 불꽃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길이었다. 이러한 고향 가는 길의 정감을 요즘 삶의 양식에서 MZ세대에게 이입시키기는 어렵다. 나는 추석 하면 떠오르는 말로 기다림, 기쁨, 즐거움을 꼽는다. 기다림은 무엇을 담고 있을
2023-09-22 10:07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이 시대를 4차 산업혁명이라 지칭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초연결사회’라 말한다. 이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최첨단 문명의 도구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사는 관계로 우리 사회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나쁜 인간성의 결과물이라면 그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근본적인 의식을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나마 뒷북을 치지만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The 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는 인류의 스승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계승하고 있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작금의 많은 사건, 사고는 한 마디로 오직 자기만을 위하고 자기가 속해있는 집단만 챙기는 이기심과 탐욕의 결정체다. 몇 해 전 지방의 건물 붕괴 사고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였다. 불법 다단계 철거업체들이 난무하는 것도 모자라 어떻게 건물 철거를 하면서 중간부터 해체할 수 있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건물주나 사고 관련 당사자나 허가를 내준 국가의…
2023-09-08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