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등산가가 말 했다.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고. 그러나 때로는 자신이 거기 있어 산으로 가기도 한다. 나는 혼자가 좋을 때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이 불편하게 여겨졌다. 마음이 편한 친구 몇이서 다니는 것은 좋다. 아니면 혼자가 더 좋다. 혼자는 쓸쓸한 반면 편안하다. 오늘은 혼자인 나를 일으켜 세워 산으로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무료하여 점심도시락을 준비하여 산으로 갔다. 물론 이름난 산은 아니고 동네에 있는 산이다. 버스를 대절해서 전국의 명산을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다. 산행의 동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산을 만나기 위하여 가는 산행도 있지만 나를 만나기 위하여 산행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오늘 나는 명산의 수려함이나 그 꼭대기를 내 발로 밟아야 한다는 그런 목적은 아니다. 그냥 '산은 다 산이다'라는 소박한 생각으로 내게 가장 편한 친구를 만나게 해준다는 마음으로 나를 데리고 나섰다. 사실 산은 쳐다보지도 않고 길만 따라 그냥 간다.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귀에다가 리시버를 끼우고 음악을 들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간다. 얼마간은 무심(無心)으로 가게 되고 때로는 이런 저런 묵상(黙想)도 하게 된다. 잠시
2007-08-01 16:31
교정에 만개한 목백일홍 장마가 물러간 푸르고 청명한 하늘 아래 배롱나무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배롱나무'란 정식명칭보다 목백일홍이란 속명이 더 친근감이 가는 꽃입니다. 자기를 심어준 사람이 죽으면 삼일 동안 흰꽃을 피워 주인을 조상(弔喪)한다는 의리의 꽃이며, 참을성과 인내심이 강해 메마른 가뭄과 끈적한 장마에도 쉬임 없이 꽃을 피워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기도 합니다. 일찍이 도종환 시인은 '목백일홍'이란 시를 지어 이 나무를 예찬하기도 했습니다.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서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 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올려 목백일홍은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 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권불십년,…
2007-08-01 10:19"오메, 돈 벌어야제 무슨 놈의 공부를 해!중학교에도 갈 수 없는디 공부는 무슨 놈의 공부. 제발 가서 일을 해라. 돈 벌어야제. 오늘도 학교에서 놀고 왔제? 니 분수를 좀 알아야제. 아이고 아무것도 없는 것이 허구헌 날 책만 보면 되냐? 책을 보면 돈이 나오냐, 옷이 나오냐 제발 책 좀 그만 봐라." 아직도 귀에 쟁쟁한 새어머니 목소리입니다. 전깃불도 귀한 시절이라 단칸방에서 밤늦게까지 불을 켜 놓고 학교 공부를 하고 있으면 여지없이 내 책을 문밖으로 내동댕이치던 새어머니.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리던 새어머니는 자신의 병수발을 하느라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던 나를 늘 매몰차게 다그쳤지요. 더구나 나는 무남독녀라서 아버지의 지극한 기대를 받았지만, 비틀어지기 시작한 집안 사정은 공부하고 싶은 나를 그냥 놔두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가난해서 중학교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학교에 다녀온 내 필통을 열고 날마다 연필을 손수 깎아주실 만큼 공부하기 좋아하는 딸을 품어주셨습니다. 나이가 많으셨던 아버지와 살림을 꾸린 새어머니가 알뜰하게 살면서 6년 동안 이룬 살림이 거덜이 나기 시작한 것은 내가 5학년 되던 겨울이었습니다.
2007-07-31 16:14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교정을 걷다보니 "맴맴~" 하며 요란하게 우는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네요. 입추(立秋)가 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성질 급한 매미들이 그만 사고를 친 것 같습니다. 하긴 요즘은 매미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세상이니굳이매미만 탓할 수는 없겠죠. 전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아늑하고 편안해져서 참 좋던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끄러워서 싫답니다. “매미소리가 왜 싫니?” “몰라요, 그냥 시끄럽고싫어요.” 퉁명스럽고 무심하게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며 정서가 점점 삭막해져 가는 것 같아 걱정스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들어 처음으로 매미 우는 소리를 들으니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시원한 감나무 그늘 아래에 설치된 평상에 누워 청량한 매미소리를 벗삼아 읽던 심훈의 소설 ‘상록수’와 옥수수의 달짝지근한 맛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책읽기도 싫증이 나면 하늘을 보고 누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꿈을 꾸던 그 시절이 오늘따라 유난히 그리워집니다. 이처럼 매미소리에는 늘 낭만과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나 가슴이 설레곤 합니다. 사실, 모든 것이 폐쇄된 요즘의 아파트에서 듣는 매미소리는 서정과 낭만이 사라져 소음으로 들릴 때도 있을
2007-07-31 08:56방학을 한 지도 벌써 한 주일이 지나갔다. 날씨는 살인 더위로 방학을 힘들게 만들지만 세월은 그칠 줄 모른다. 아마 우리학교 학생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에어컨이 없어 밤을 설치고 더위와 씨름하며 하루하루를 더위와 전쟁을 치르며 지내고 있을 것이다. 저도 마찬가지다. 집에 에어컨이 없어 더위 때문에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젊었을 때는 더위쯤은 별거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잘 참아냈었지만 지금은 그러하지 못함이 안타깝기도 하다. 삼복 더위 중 초복, 중복이 지나갔으니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끈기가 필요하다. 끈질기게 참고 또 참는 것뿐이다. 그러면 더위도 스스로 꺾이게 되고 말 것 아닌가? 더위가 우리에게 주는 유익이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얼마 전에 방학은 느낌표(!), 방학은 마침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어 방학은 물음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달 남짓한 방학을 방학답게 보내는 것 중의 하나가 자신에게는 물음표(?)가 있는지를 점검해 보는 것이다. 물음표가 많으면 많을수록개학 후에는 생각의 변화, 행동의 변화가 많이 일어나새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2007-07-31 08:54어머니가 입원하고 있는 366호 병실의 환자가 하루에 두 명이나 바뀌었다. 모두 노인환자인데 환자보다 연세가 많은 할아버지들이 간병인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 병실에 들어올 때부터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했다. 남자라고는 달랑 나 혼자만 여자들 틈에서 잠을 자는데 할아버지들 때문에 동료가 늘어났다. 문제는 두 분 모두 간병을 하기에는 연세가 너무 많았다. 연세가 90이라는 할아버지는 있는 듯 없는 듯 할머니를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다른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환자와 간병인들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환자들이 바뀐 후 병실에서의 하룻밤이 정말 힘들었다. 그러잖아도 병원에서는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데 할머니는 병실이 떠나갈 듯 코를 골아대고 할아버지는 그 옆에서 냄새가 진한 방귀를 마구 꾸어댔다. 교대로 끙끙 앓는 소리까지 내 잠이 깬 병실 사람들이 속을 끓였다. 공동생활을 하는 병실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나 아무것도 구속받을 것이 없는 자유인이었다. 신경이 예민한 환자는 ‘아휴’ 소리를 연발하고, 눈을 감고 한참을 뒤척이던 나도 새벽녘에 병실 복도로 나갔다. 어느 자리에 있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아이들
2007-07-30 09:41청주 효성병원 36동 366호. 여자 환자 8명이 누워있고, 그 옆에 보조침대 8개가 놓여있는 8인실 일반병실이다. 척추관협착증과 심한 디스크로 거동을 할 수 없는 어머니가 입원한 게 지난 18일이니 내가 이 병실에서 생활한 것도 오늘이 꼭 열하루째다. 이 병실에서 출근하며 방학을 맞이했고, 그동안 병실의 환자가 여러 명 바뀐 것을 보면 열하루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런데도 환자인 어머니나 간병을 하고 있는 나는 아직 이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머니와 자식같이 가까운 사이가 없지만 남자가 여자를 간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자 병실이다 보니 간병인도 모두 여자들이고, 환자를 치료하거나 간병하는 과정에서 남자가 보지 않아야 할 것도 있다. 이럴 때는 ‘잠깐 피해 달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눈치껏 밖으로 나가야 한다. 수액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링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루가 열흘이다. 병실의 밤은 정말 길고 지루하다. 90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밤새도록 ‘아이고 아파’를 외치고, 옆에 사람이라도 있는 양 밤새도록 혼자 중얼거리는 환자도 있다. 심하게 코를 고는 어머니도 수시로 베개의 위치를 바꿔줘야 편안하게 주무신다. 병실은 여럿
2007-07-28 19:09오늘이 여름 방학을 한 지 겨우 5일째이다. 시계를 보니 2교시 중간쯤이다. 우리 반 꼬맹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기다리는 2교시 끝 시간이 가까워 온다. “선생님, 오늘 놀이 시간 주지요?” “오늘은 몇 모둠이 그네 탈 차례지요? 그렇게도 그네 타기가 좋아요?” “네. 우리 1모둠은 맨날 그네를 못 타는데…….” “아하! 1모둠이 타는 날은 월요일이라 애국주회 시간 때문에 못 타는구나. 그럼 내일 점심시간에 타면 되겠다.” “에이, 점심시간에는 2학년 오빠들이 탄단 말이에요.” 이렇게 날마다 말놀이 하던 아이들 목소리가 매미 소리 저편에서 재잘거린다. 아이들은 2교시 후에 20분쯤 주어지는 중간 놀이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그것도 학교 행사가 있어서 전체 모임이 있거나 체조 연습을 하며 보낸 중간 놀이 시간은 심드렁하게 생각한다. 그러고는 교실에 들어와서는 내게 투덜거린다. “선생님, 왜 놀이 시간 안 주세요?” “어? 금방 체조한 시간이 그건데.” 그것뿐이 아니다. 비라도 오면 아이들은 연신 운동장을 내다보며 궁시렁거린다. “에이, 비가 오잖아. 이따가 나가서 못 놀겠네. 선생님, 비 오니까 오늘은 소꿉놀이 시간 주면 안 돼요?” “알았어요. 오늘 아
2007-07-27 13:173일동안 우리학교에서 교원정보화연수를 실시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모두 함께 연수를 받았다. 물론 정보화연수이기 때문에 배운다는 의미도 포함되었겠지만 그보다는 좀더 다른 부분에 목적이 있다. 교사들이야 연수도 받고 전문성도 신장시키고, 의무연수도 해결하고 여러가지 목적이 함께 묶여있다. 또한 다른학교가 아닌 본교에서 연수를 받음으로써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교장이나 교감의 경우는 배운다는 의미 외에는 특별한 목적이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배운다는 것보다 더 큰 목적이 있다. 학년말이 되면 교장, 교감의 정보화연수 이수실적이 정보교육실적평가에 들어간다. 즉 정화화관련연수기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정보화교육 우수학교로 선정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키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만 가지고 우수학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수학교로 선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목적이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다. 연수라는 것은 전문성신장에 목적이 있다. 그럼에도 정보화연수실적때문에 어쩔수 없이 연수를 참가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볼때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그로 인해서 실제로 연수를 받고
2007-07-27 09:43놀다보면 시간은 잘 가게 되어있다. 여름방학을 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주일이 지났다. 시간만 나면 노는데 열중하는 아이들이 5주의 방학 중 벌써 1주가 지나간다는 것을 생각할리 없다. 어떤 일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생활이 즐겁다. 세상살이 아이들만큼 신나고 즐거울 수 있을까? 그래서 똑같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이 쓰는 시간이 더 알차 보이고, 아이들의 시간은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보지 못해서일까?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이라서 그럴까? 방학 때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것을 익히 경험했으면서 우리 반 아이들의 생활이 궁금해진다. 강명희의 ‘공부벌레보다 차라리 꼴찌로 키워라’에 나오는 아래의 글을 음미하면서 우리 반 아이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아이들에게는 자연이 교과서이다. 원 없이 놀게 하라. 유아기 아이들의 경우 식물농원, 동물원, 각종 생태 자연학습장을 체험하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는 게 좋다. 비록 즉각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어린 나이에 외우고 쓰는 학습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싫증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 맘껏 뛰어놀면서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게 하는 것이
2007-07-26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