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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체면이란


“나는 나의 명예를 걸고 다음의 조목을 지키겠습니다. 첫째 어쩌고저쩌고 둘째, … … .”

매년 5월이면 컵스카우트 선서식에 새로 입단하는 아이들이 하는 선서입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명예’에 대하여 의문을 품습니다. 이름 名자에 기릴 譽자 인데 우리가 지금껏 살면서 명예를 중시했나? 하는 생각에 우렁차게 외치는 아이들의 소리가 공염불 같은 느낌입니다.

대학 때 처음으로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그 당시 인천에서 가장 번화가인 동인천 횡단보도를 폼 나게 건너다가 손에 들은 종이봉투에 들어있던 도시락과 반찬통이 쏟아져 정말 쪽팔려하며 주워 담던 일. 지하차도 계단에서 삐끗해 넘어져 무릎이 다 까졌는데도 아픈 것보다는 지나가던 주변 사람들의 눈치 보기 바빠 당시에는 전혀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하다가 며칠동안 쩔뚝거리며 다니던 일. 그동안 살면서 부끄러웠던 일들을 가만히 되돌아보면 대부분 위와 비슷한 일들 이었습니다. 그와 같은 일들은 다른 사람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았으며, 의도적이고 계획적이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부끄러워했을까? 궁금해 하다가 ‘우리 민족은 예부터 체면을 중시하는 민족’이라는 한 구절의 글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숭늉을 먹어도 이 쑤신다. 양반은 곁불을 쬐지 않는다 등 등 등. ‘내 행동의 정당성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에 있는 체면 중시의 문화가 내 핏줄 속에 꿈틀 꿈틀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나의 인생 삶의 기준은 이것이다. 그동안 마음속으로 수없이 외쳤습니다. ‘제 멋에 흥 겨워 춤추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한 점 없기를!’,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되고 필요한 사람 되기’. 하지만 징그럽게도 지금 이 순간에도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역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체면이며, 앞으로도 이 틀을 벗어날 자신이 없습니다.

또 한 편으로 생각하면 체면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며, 우리나라에 이 체면 중시의 문화도 점차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음식점에서 아이들 사기 죽이지 않는다고 막 뛰게 놔두는 부모들, 태연하게 새치기 하는 사람들, 노인 앞에 두고 뻔뻔하게 고개 들고 앉아가는 젊은이들, 아이들 보는 앞에서 선생님 멱살 잡는 학부모 등 등 등.

가치관의 혼란시대에 교사 노릇하기가 점차 힘들어 집니다.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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