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타 신적이 있으신지요? 승용차 차문을 열고 손을 밖으로 쑤욱 내밀면 부딪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손바닥에 밀려오는 엄청난 바람에 가슴이 조마조마 하면서도 상쾌 통쾌한 느낌이 드실 겁니다. 오토바이를 타면 그 느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자유와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78년 첫 발령지가 보문사라는 절이 있는 강화도 삼산면에 위치하고 있는 섬마을 송광초등학교였습니다. 교통이 불편하였기 때문에 학교에 관용으로 50cc 오토바이가 있었는데, 주로 학교 아저씨가 교육청 출입하기 위하여 사용하였고 애마처럼 애지중지 하였습니다. 자취를 하였는데 아이들 보내고 나면 정말 할 일이 없어 공부가 끝나도 이리 핑계 저리 핑계 대고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려 하였으나, 그 당시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아이들도 학교가 끝나면 집안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그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아저씨의 애마 타기였습니다.
술을 사 주고 갖은 아양을 다 떨어도 아저씨는 고장 난다고 애마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아저씨 승낙 없이 운동장으로 오토바이를 질질 끌고 나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일단 올라타서 부릉 부릉 시동을 켜고 출발하였습니다. 결과는 오토바이 혼자 앞으로 쭉 가서 나뒹굴고 나는 10미터 쯤 붕 떠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집에서 저녁식사하고 숙직하러 오다가 그 모습을 본 아저씨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타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두 무릎이 다 까져서 얻은 빛나는 승리였습니다. 그 이후 교장 교감 선생님 몰래 아저씨에게 뇌물(?) 주면서 저녁이면 저녁노을과 함께 자유와 쾌감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섬 주변을 씨~잉 도는 낙으로 살았습니다.
2년 전 아이들과 같이 경부고속도로에서 집으로 오는데 갑자기 예쁜 노을 때문에 그 옛날 온 몸으로 느꼈던 자유와 쾌감이 생각나, 아이들에게 그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아들아! 2002년 올림픽 응원할 때처럼 자동차 선루프 열고 몸을 밖으로 내밀어 봐. 자유와 쾌감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거야! ” “당신 미쳤어 아이들 다친단 말이야.” “아 글쎄 잠깐만이라도 좋으니까 밖에 내밀어 보란 말이야.”
아빠의 강권에 두 아들 중 그래도 대학생인 큰 아들 놈이 효도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삐죽이 내밀자마자 ‘아이고 아이쿠’ 합니다.. 아 글쎄 이 미련한 놈이 선루프 밖으로 고개를 내밀 때 끼고 있던 안경을 벗어야 하는데 그냥 내밀었으니 얼굴을 조금 올리자마자 세찬 바람에 안경이 휘익 날아가 버린 것 입니다. 그 날 경부고속도로 올라오면서 내내 마누라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난 완전히 새 되었습니다.
집사람에게는 맞을까봐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사고가 많아 ‘과부틀’이라는 오토바이 타는 것을 난 지금도 꿈꿉니다. 온 몸으로 부딪치는 바람을 만끽하며 자유와 쾌감을 느끼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