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에 교직에 발 들여 놓은 후 교실에서는 나는 항상 왕이었다. 교실의 왕으로써 그 때 그때 내 기분과 감정에 따라 수시로 같은 일이 벌어졌어도 결과 처리를 달리했던 것 같다. 하지만 4·50명의 아이들이 나의 눈 빛 · 기분 · 칭찬· 인정 · 질책 · 꾸중에 따라 僖 怒 愛 樂이 갈렸고 그에 따라 교실 분위기가 틀려졌다.
그래도 좋은 교사 되겠다는 열망과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생활하였기 때문에 학년 초 담임 발표 때 항상 아이들의 환호를 받았으며 동료교사 후배 선배 관리자들로부터도 인정과 칭찬을 받았다. 노력도 하였지만 관운도 좋아 누구보다 일찍 승진하는 영광도 얻게 되었다. 가정생활도 정도의 차이가 문제지 사람 누구나 한두 가지 갖고 있는 걱정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따뜻한 눈으로 지지해 주는 예쁜 아내와 똑똑한 아들로 무리 없는 삶을 살았으며 만약 다시 태어나 한 번 더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한 후회는 없고 자긍심이 많았다.
4 · 50년을 늘 칭찬을 받아왔고, 칭찬해주는 위치에 있다보니 나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의 간섭이나 반대의견 특히 질책에 대해서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마음이 싹 텄으며 굳건한 반석이 되었다. 이런 나에게 유일하게 질책하고, 간섭하는 사람은 마누라! 처음에는 서로 많이 싸웠으나 이것도 경륜이 쌓이다보니 적당한 선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요즘 건강했던 마누라가 50줄 가까이 되어서 갱년기 증상인지 자주 아프다. 아프다 보니 잔소리와 질책이 평소보다 더 많아졌다.
어제도 질책 한마디 꿀꺽! 잔소리 두 마디 꿀꺽 꿀꺽 삼기다가 완전히 삐져서 아픈 마누라 무시하기 작전으로 나갔다. 방에 누워 가만히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 야속한 것 같아 넓은 마음의 소유자인 내가져야지 하는 마음으로 마루에 누워있는 마누라 어깨 주물러 주면서 “미안해~~” 몸 납작 엎드리기 작전을 수행하였다. 하지만 몸도 아픈데 남편이란 놈 쳐다보지도 않은 것에 대해 속이 어지간히 상했는지 훌쩍 훌쩍 울면서 ‘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니~~~~’ 어쩌고저쩌고 되풀이 되는 말을 참지 못하고 ‘아니 이 나이에 웬 사랑 타령~’ 훽 일어서고 말았다.
오늘의 화두는 그래서 ‘ 내 마음 그릇 크기는 얼마나 되나?’ ‘제발 제발 대접만한 내 마음 바다 같은 크기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되새길 수 있는 사람 되게 하여 주소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