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그리고 불신시대. 가짜가 판치는 시대, 각박한 시대가 되었다. 이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산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한국전쟁 이후의 혼돈스런 사회를 '불신시대'라 명명했다. 선생의 소설 '불신시대'는 가짜 권위와 배금주의가 결탁하여 빚은 인명 경시, 인간성 상실의 참담한 댕대 현실을 잘 그리고 있다. 필자가 직접 체험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을 보면 거짓은 아닐 것 같아 믿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불신은 결코 막을 내린 것이 아니었다. 몇 해 전 수학 여행길에 오른 학생들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불신주의가 무엇인가를 보여준 확실한 단면이기도 하다. 최소한의 위기 대처 능력과 판단력을 갖지 못한 선장과 선원들은 정신적인 수준에서 자기만 생각하는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가만히 있어라!"는 망언을 따르지만 않았어도 우리 아이들은 삽시간에 경쾌하게 갑판에 올라 어여쁜 목숨을 이었으리라. 권위의 내용을 갖추지 못한 가짜 권위의 상징인 선장은 아이들과 의로운 선생님들의 목숨을 앗은 채 대책 없이 달아나며, 모두를 고통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고 만 것이다. 참담한 이 사건이 미친 파장은 국가, 사회 전반에 걸친…
2024-10-11 22:0610일 오후 8시 경, 일본 NHK웹사이트에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54)이 선정되었다는 생방송을 진행하였다. 내 가슴이 뛰어 아내에게 먼저 이 소식을 전하니 '정말로?'라는 답변이었다. 나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감개무량했다.이 시각,한국에서는 기자는 물론 어느 방송·언론사도 이 사실을 속보로 보도하지 않았고, 작가 자신도 몰랐다는 사실을 후에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 더군다나누가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몇년은 들린 후에 수상자로 선정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이번 문학상 결과는 흔한 낌새도 없었다. 일인당 독서량은 일년에 네권이 안되며, 그나마 베스트셀러는 학생 참고서와 수학 문제집이 차지하고 있는 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은 수상하게 되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그만큼 올해도 노벨상은 우리의 관심 밖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일본은 우리와 조금 달랐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가 혹시나 수상자가 아닌가 하는 관심사가 대단하여 기대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독자 중에는 한강이 쓴 번역서를 들고 자신은 한강이 이번에 수상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였다. 그렇다면 이 독자는 어느 기자보다도, 어떤 도박사보다도 예감력이 아주 높…
2024-10-11 16:46교육은 ‘공공재’이다. 이 말은 역으로 교육이 ‘사유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신자유주의 원리에 따른 교육시장화 정책과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에 따라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위한 ‘공공재’가 아니라 개인의 이익 실현에 기여하는 ‘사유재’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 교육은 시장에서의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구매하고 소비하는 서비스 상품이 되어 빈부 격차만큼 고유의 기능과 효능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오늘날 우리 교육은 자유경쟁의 시장원리처럼 선택되고 소비되는 성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그것은 강력한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려 하고, 교육의 서비스를 누리려 하며, 시장의 상품처럼 소비자가 원치 않는 교육은 퇴출시키려 한다. 그래서 학생⋅학부모는 소위 경쟁을 통한 특목고⋅자사고⋅영재고 등 특권 학교를 선호하며 상대적으로 일반고는 낮은 평가를 받고 외면당하고 있다. 이는 공교육의 공적 가치를 부정하고 교육활동의 공적 의미를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공교육의 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공교육이 무력화되면서 교육을 사유재로 보는 실질적 관점이 널리 확산됨에 따라 공교육의
2024-10-04 04:14최근 국회의 한 야당 의원은 ‘과도한 선행학습 규제법’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 직접적인 배경은 현재 전국적으로 136곳에서 운영되는 것으로 조사된 ‘초등의대반’의 지나친 선행학습을 법으로 규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말로는 부모가 자녀에 대한 진로를 어려서부터 확정하여 준비시키는 ‘자녀사랑’이라 선한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아동들의 꿈과 적성을 무시한 명백한 ‘아동학대’의 잔인하고 야만적인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교육의 자유와 학습권을 빙자한 잘난 어른들의 이기심과 비뚤어진 출세와 성공, 부의 추구를 지향하는 자본주의의 병폐이자 저급한 교육가치의 추구라 할 것이다. 주지하는 바처럼 인간의 학습능력은 적절한 시기에 자연스럽게 해당 역량을 발휘하면서 그 잠재력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1세 아동은 그 시기에 맞게, 2세, 3세, 4세아동은 그 시기에 적합한 역량의 발현이 돋보이며 순차적인 학습의 전이 능력을 보여준다. 이를 무시한 부모나 어른들은 인간은 어려서부터 고도의 학습과정에 노출시키면 이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고 보고 결국 선행학습을 지속시키면 남보다 우수한 능력으로 발현된다고 철석같이 믿고…
2024-10-03 21:20최근 광주, 서울 등 지자체에서 조부모의 손주돌봄수당을 주고 있다. 월 40시간 이상 손주를 돌보면 매월 20여만원을 준다고 한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일이지만 요즈음은 손주를 돌보면 지자체에서 수당을 주는 세상이다. 맞벌이가 늘어나고 집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니 이러한 제도가 생김으로서 출생율에도 기여하고 노인 가계에도 보탬이 되기 위해서일 것이다. 조부모에게 손주돌봄수당을 주는 것처럼 자녀에게도 부모돌봄수당을 주면 어떨까? 매년 노인의 날과 경로의 달을 정하고 기념식과 유공자 표창도 좋지만 현실적인 문제인 노인돌봄에 대해서 구체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필자는 예전 봉사활동을 다닌 적이 있는데 고아원과 양로원 중에서 택하라는 말에 양로원을 택했다. 고아가 된 아이들도 불쌍하지만 훗날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만회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되었건 노인들은 절대약자이지 않는가? 우리가 이들을 방치한다면 세계 10위권에 드는 선진국의 체념이 서지 않는다. 인구절벽에 노인빈곤까지 겹쳐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이 시점에 모른체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초고령화시대를 앞두고 젊은 세대들의 노인을…
2024-10-02 16:25우리의 초중고 교육시스템은 최종 12년 공부의 결과를 한 순간에 의해서 결정하는 것이다.바로 단 한 번의 수학능력시험(수능)의 상대평가를 통한 줄 세우기다. 문제는 이것이 차후 평생의 성패를 결정짓고 학벌체제를 부추기는 강력한 시험능력주의의 실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일생에 걸쳐서 개인적 특성과 환경에 의해 발달과 성장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청소년기의 단 한 차례 수능에 의한 ‘학습능력’이 평생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종국적으로 인간의 학습능력과 무한한 잠재력을 잠재우는 것은 인류 발전에 크게 역행한다. 우리 사회는 한때 공부의 달인, 공부의 신이라 일컫는 엘리트들이 젊어서의 한 순간을 넘어서면서 학습능력이 정체되거나 퇴보하여 의당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역주행을 하는 경우를 흔히 목격한다. 이는 지식정보 사회에서 지속해야 할 평생학습에 대한 의무를 등한시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의 부작용과 후유증이 사회 곳곳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왜냐면 학벌에 기초한 과도한 평가가 후에 부적격 상태나 무지(無知)의 상태로 공동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공인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능력을 발휘해야 할…
2024-10-02 16:17오늘날 디지털 세상은 가히 기적과 같은 문화 대혁명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 사용의 일상화를 보라. 그 누구든 마치 자신의 오장육부 중의 하나인 것처럼 애지중지한다. 그래서 혹자는 스마트폰을 사람의 오장칠부로 승격시켜 호칭하기도 한다. 손안에 담긴 작은 스마트폰은 세상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누가 감히 이 혁명적인 문화의 혜택을 부정할 수 있을까?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간이 그만큼 날로 스마트해지고 있을까?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디지털 문명도 어두운 그늘이 있다. 디지털 세상은 인간의 욕구 중 ‘만족’을 지연시키기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왜냐면 디지털과 통신 기술은 기다림이 필수이던 많은 일들을 실시간 진행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에서 ‘기다림’은 곧 속도 지연이고 이는 중대한 결함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디지털 서비스 대부분은 기다릴 필요 없이 실행 즉시 결과를 남기도록 설계된다. 따라서 최종 결과값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주어질지 상세한 피드백이 제공되지 않는 일들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통신 기술은 전례 없이 빠른데도 3G, 4G, 5G,…
2024-09-04 16:16현재 대한민국의 교감 승진 제도에서 연수 성적 96점 이상은 단순 암기식 문제 풀이로 귀결되고 있으며, 이는 미래의 교육 리더십을 책임질 교감들을 선발하는 데 전혀 적합하지 않다. 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60시간의 연수를 통해 96점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하며, 이를 통해 얻는 가산점은 교감 승진의 필수 요건이다. 그러나 이 연수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교감이 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이 단순히 암기와 문제 풀이에 국한된다면, 과연 우리 교육 현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제도를 통해 교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교육 관리 역량이 전혀 평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다음 중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음식이 아닌 것은? 1) 굴라쉬 2) 퐁듀 3) 구겔후프 4) 나펠슈피즈' 여기서 답은 연수 강사가 말한 것 중 아닌 것을 찾아야 한다.중요한 것은오스트리아 사람도 연수를 듣지 않았다면 이 문제를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스트리아의 대표 음식과 같은 비본질적이고 무의미한 문제들이 변별력을 가리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교육의 본질과 전혀 무관한 평가 방식이다. 승진을 위해 시험에
2024-09-04 13:45최근 한 도시의 중학교에서 계기교육의 일환으로 학생을 대상으로 실행한 영상교육이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2분 28초 분량의 영상의 내용은 "오늘날 한국인 대부분의 인식과는 다르게 총독부가 한반도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일제에 의해 사법제도가 정비되고 개인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일제가) 한반도 주민들을 정신적으로 깨어나게 했다"라는 등 전형적인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을 담은 뉴라이트 진영의 한 보수 유튜버의 영상이었다.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서 이 중학교에서의 1,2,3학년 700명을 대상으로 일제강점기를 미화한 이 영상의 상영으로 인해 논란의 대상자인 60대 교사가 경고 조처에 이어 수업에서 배제됐으며 학교장은 사과문을 냈고, 시교육청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은 학교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권까지 번진 상황이다. 제1야당이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소속 대변인은 17일 서면브리핑에서 "누가 대한민국을 일본의 강제 침탈 미화 교육을 하는 나라로 만들었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학교, 교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면서 이번 사태의 배경에 독립기념관장 논란 등
2024-08-30 10:55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는 실제로 ‘복지부동(伏地不動)’ ‘체념(滯念)’이라는 말과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 그 어느 것이든 이는 부정적인 현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면 당연히 자기의 책임을 기피하거나, 주위 사람 눈치 보는 얍삽한 처신으로 일관하는 매우 소극적인 행위이며 또한 조직의 흐름을 정체시키거나 침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대개 정권 말기나 권력 누수기에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현상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이를 질책하는 국민이 많지만 최근에는 교육계에서조차 교사들 사이에 이 현상이 널리 보편화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교육활동에 경종을 울리면서 미래 세대인 청소년 교육에 심히 우려할만한 일이라 할 것이다. 적어도 공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에서만큼은 교사들이 눈치 보면서 직무를 유기하고 체념하는 업무 태만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이를 마냥 나무라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학부모의 힘이 강해지면서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갑질,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소송, 교권 침해와 추락을 유발하는 과도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를 직면하는 교사들이 오죽하면 마지
2024-08-28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