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면 서울 화단이나 공원에서 온통 홍자색으로 물든 나무를 볼 수 있다. 잎도 나지 않은 가지에 길이 1~2㎝ 정도 꽃이 다닥다닥 피기 때문에 나무 전체가 홍자색으로 물든 것 같다. 박태기나무꽃이다. 박태기나무에 물이 오르면서 딱딱한 나무에서 꽃이 서서히 밀고 올라와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다. 물론 아무 데서나 꽃이 피어나는 것은 아니고 겨우내 꽃눈을 달고 있다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이 화려한 꽃을 볼 때마다 박완서의 단편 친절한 복희씨가 떠오른다. 이 소설만큼 박태기나무꽃의 특징을 잘 잡아내 묘사한 소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설은 지금은 중풍으로 반신불수인 남편을 돌보는 할머니 이야기다. 할머니는 꽃다운 열아홉에 상경해 시장 가게에서 일하다 홀아비 주인아저씨에게 원치 않는 일을 당하고 결혼을 했다. 그런 할머니에게는 결혼 전 가게에서 식모처럼 일할 때, 가게 군식구 중 한 명인 대학생이 자신의 거친 손등을 보고 글리세린을 발라줄 때 느낀 떨림의 기억이 있다. 나는 내 몸이 한 그루의 박태기나무가 된 것 같았다. 봄날 느닷없이 딱딱한 가장귀에서 꽃자루도 없이 직접 진홍색 요요한 꽃을 뿜어내는 박태기나무, 헐벗은 우리 시골 마을…
2025-04-09 10:00
경제 개념이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 경제 단원은 학생들에게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주제다. 일부 학생들은 경제 개념이 흥미롭고 실생활에 유용하다고 느끼지만, 다른 학생들은 복잡한 용어와 개념 때문에 어렵고 따분하게 여긴다. 인플레이션·환율·수출·수입·수요·공급 등 경제와 관련된 용어들은 개념적으로는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는 다소 딱딱하고 추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경제 현상이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현실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고 싶었다. 우리가 사는 물건의 가격이 오르내리는 이유, 환율이 변동할 때 해외여행 비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경제 정책이 우리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흥미로운 사례를 활용하고 싶었다. 과거에는 경제 단원 수행평가를 진행할 때 주로 경제 신문 만들기, 경제 뉴스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경제 현상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더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도록 디지털 AI(인공지능)를 접목시켜 수업을 구상해 보았다. 알파세대 학생들에게는 호흡이 긴 경제 뉴스보다 짧고 간결한
2025-04-09 10:00
지난 호에서는 가상 논제에 관한 컨설팅 요청 사례를 MASA 논술 작성 방식으로 다루어 보았다. MASA 논술 방식은 일반적인 논술 작성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 교육청 근무를 하게 된 교육전문직원 관점에서 더 실질적이고 실천적인 의미가 있으며, 교육논술이 추구하는 의미에서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물론 일반적 논술 방식이나 MASA 논술 방식 모두 단순히 기계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각 논제나 제시된 지문에 따라 사고과정을 통해 사고력·기획력을 습득하고, 교육현장 경험이 녹아난 교육적 통찰력 등의 향상에 더 집중하고 관심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 사고과정을 통해 사고역량을 확대하고, 교육현장 경험이 녹아난 실천력과 교육적 통찰력은 갑자기 나오는 역량이 아니다. 교육적 열정을 갖고 많은 연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논술 작성의 연습과정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논제를 찾고, 그 가상 논제에 따라 다루어야 할 필수적인 내용을 기술하는 과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시도교육청이 공통적인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선정한 과제를 우선순위에 따라 5가지를 논제로 정하고, 각 예상 논제에 관한 개요 작성 연습을 해보고자 한다. 최근 시도교육청이 공통으로 선정한…
2025-04-09 10:00
비행을 저지른 학생과 그 보호자는 조사나 재판을 앞두고 두려움에 빠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 담임교사는 학생 측으로부터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더 난감한 부탁을 받는 교원들도 있다. 학교폭력 피해를 봤는데 증거가 없다며 담임교사에게 자녀가 특정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해달라고 한다. 교직생활을 하며 한 번씩은 들어 봤을 이런 ‘탄원서’와 ‘진술서’에 대한 부탁들. 이번 호에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탄원서’의 의미와 담기는 내용 「형법」은 연령·성행·지능과 환경적인 부분을 비롯하여 범행의 동기나 범행 후의 정황과 같은 요소들을 토대로 범인의 형벌을 정하도록 한다(「형법」 제51조). 「형사소송법」은 위와 같은 요소들을 바탕으로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47조).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나 검사로서는 비행을 저지른 학생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학생을 비교적 장기간 관찰한 교원이 탄원서를 통해 학생의 바람직한 평소 성행, 범행을 저지르게 된 안타까운 환경, 범행 후 반성하는 태도 등의 유리한 부분을 제시해 줄 수 있다. 그…
2025-04-09 10:00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을 청할 때까지, 수많은 감정 변화를 느끼곤 하죠. 감정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요? 흔히 ‘뇌’를 감정을 인지하는 나침반이라고 합니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슬픔과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고, 기쁨과 행복을 맛보기도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전히 감정과 뇌 부위 사이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는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합니다. 현대 과학의 마지막 정복영역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뇌 연구. 이번 호에서는 호르몬에 대한 뇌과학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Q1. 호르몬 하면 뭔가 내 몸이나 기분을 조절하는 느낌이 드는데, 호르몬은 실제로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거죠? 맞습니다. 실제로 UCLA대학교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는데, 남학생들에게 옥시토신이라는 유대감과 애착 형성에 관계된 호르몬을 비강 스프레이로 투여했더니, 놀랍게도 위약(僞藥)을 투여한 그룹보다 평균적으로 80% 더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에서도 위약 그룹보다 56% 더 많은 금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호르몬은 우리의 의지나 기분은 물론 성향까지 바꿔버릴 수 있다는 실험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이 호르…
2025-04-09 10:00
불안의 시대다. 변화는 너무나 빠르고, 우리의 일상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제 정세는 불안정하며, 경제적 격차는 심화되고, 기술 발전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트럼프 2.0시대, 전쟁과 기후위기,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 등 모든 것들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불안 자체가 공동체를 해체하고, 우리가 함께 미래를 상상하는 힘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희망을 품고 있다. 새로운 세대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그런데 유아교육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중심에 두고 교육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가? 유아교육과 돌봄의 관계 유아교육에서 돌봄(care)과 교육(education)은 분리될 수 없다. 기본과정과 방과후과정의 돌봄 분리 주장, 0~2세와 3~5세 연령별 이원화 주장들도 결국 영유아를 제도와 정책에 알맞게 돌봄과 교육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자는 주장이지, 유아교육에서 교육과 돌봄을 무 자르듯이 가르겠다는 편협한 시도라고 보기 어렵다. 유아교육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정체성이 동일시와 분리의 균형 속에서
2025-03-05 10:00
2025년 초반부터 AI 디지털교과서는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AI 디지털교과서의 교육적 효과와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될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등장 배경과 특징 2023년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역량을 기르기 위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을 교육 분야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맞물려 있다(UNESCO, 2020).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학습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 학생의 학습 수준에 맞춘 개별화학습을 지원하는 체계가 더욱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디지털교과서 연구·개발을 지속해 왔고,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학교현장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게 됐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기존 전자책(e-book)의 단순한 디지털화 수준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학습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학습경로를 제시하는 교과서를 말한다(KERIS, 2023). 주된 특징은 다음과 같다.…
2025-03-05 10:00
고교학점제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다. 고교학점제는 2018년 연구·선도학교를 중심으로 도입되었고, 2023년부터는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전국 고등학교에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있어서 지역별·학교별 차이는 있었으나,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학교별 특색있는 교육과정,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고시 외 과목 편성 등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과 학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대비하여 최소 성취수준 미달학생을 위한 보충지도가 마련되어 최소 성취수준 보장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였다. 물론 희망학생 부족으로 적극적인 보충지도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학교현장에 최소 성취수준 보장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고교학점제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교육과정 정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고교학점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와 그 해결방안을 살펴보고자 한…
2025-03-05 10:00
교사자격제도의 다단계화를 통해 교사들의 전문성 개발을 위한 동기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는 논의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급 정교사 자격 취득 이후 전문성 개발을 위한 동기유발 기제가 부족하다는 논의는 교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교사의 자격체제에 대한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화두가 되어 왔다. 교사자격제도의 다층화가 강력한 동기부여로 직결되려면 교사자격제도를 다단계화하는 것이 어떻게 교사들의 전문성 개발을 위한 동기 부여로 직결될 수 있을까? 이는 현재 ‘2급 정교사 → 1급 정교사 → 교감 → 교장’으로 이어지는 승진체계가 승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동기유발이 될 뿐,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동기유발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교사자격제도가 다단계화된다고 하여 그것이 교사들의 전문성 계발을 위한 동기유발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인지는 사실 별개의 문제이다. 교사 스스로 다음 단계의 자격을 취득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교사는 1급 정교사의 자격 수준에서 머물러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교사자격제도의 다층화는 교사 스스로 상위자격의 단계로 나아가고 싶은 강한 자극…
2025-03-05 10:00
나이와 상관없는 여행 욕구 중국의 장광주, 왕중젠 부부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세계 일주를 하며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출발 당시 부부의 나이는 각각 60세와 57세. 부부가 말한다.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여행이 끝나고 나니 세상을 보는 안목이 달라져 있었다.” 일본에는 고령자와 함께 장거리 여행을 하는 전문 인력인 ‘트래블 헬퍼’가 동행하는 ‘배리어 프리 투어리즘’ 상품도 나와 있다. 3주에서 3개월까지 해외 현지에서 어학을 배우면서 문화체험과 관광에 초점을 맞추는 ‘시니어 해외유학’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2015년 tvN의 시니어 해외 배낭여행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화제를 모았다. 출연자는 배우·탤런트 이순재(1935년생), 신구(1936년생), 박근형(1940년생), 백일섭(1944년생). 노화가 진행된다고 해서 여행 욕구까지 감퇴하는 것은 아니다.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노년에 더욱 절실할 수 있다. 시작할 수 있는 용기, “그렇게 하고 싶었으니까요.” 1955년 5월 어느 봄날, 엠마 게이트우드(1887~1973)는 가족에게 “어디 좀 다녀올게”라는 짧은…
2025-03-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