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고2 담임을 맡아 학생들을 데리고 처음으로 설악산 수학 여행을 떠났을 때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끝없이 펼쳐진 쪽빛 동해 바다에 성큼 다가서 있었다. 강릉을 지나 속초 근처 낙산사와 의상대를 둘러보고 오는 길에 건어물 노점상에서 마른 오징어 한 축(20마리)을 덥석 구입했다. 그런데 설악산을 떠나기 전날 여관 주인이 특별히 소개한 행상이 오징어를 가져왔는데 내가 구입했던 것보다 값도 싸고 크기도 훨씬 컸다. 견물생심이라고 나도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오징어 한 축을 더 샀다. 설악산에서 출발하던 날 버스에 오르면서 오징어 한 축을 반장 녀석에게 맡겼다. 내 배낭이 작아서 오징어 두 축이 다 들어가기에는 너무 빡빡했기 때문이다. 수학 여행단 버스가 부산에 가까워 오자 나는 오징어를 챙겼다. 그런데 반장 녀석 대답이 황당했다. "선생님 오징어 없는데요?" "야 이 녀석아, 설악산에서 분명히 맡겼잖아. 그 오징어 어떻게 했니?" "모르겠는데요." "한번 네 배낭을 잘 찾아봐라. 혹 다른 애한테 맡긴 것은 아니냐?" "없는데요. 모르겠는데요" 답답한 나는 학생들한테 각기 자기 배낭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라고 했지만 내 오징어는 온데 간데 없었다. 우리 반
2000-09-18 00:00우리 나라에서는 군복무는 국민의 의무사항으로서 한국의 건장한 남자라면 반드시 그 의무를 다 해야한다. 그러나 이 군복무 기간은 평소에는 교직경력으로 가산되지 않고 호봉승급이나 상급 직위로 승진할 때 을경력으로 가산된다. 다시 말해 하루라도 교직생활을 하고 군복무를 하면 교직경력에 가산되고 평소에도 표시되어진다. 그렇지 않고 ROTC나 일반 병사처럼 먼저 군복무 후 임용된 경우에는 교직경력에 들어가지 않고 표시도 되지 않아 부장교사 임용, 정기 인사 이동 및 각종 연수 등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대학동기 여교사보다 늘 2∼3년 교직경력이 처지게 표시된다. 또한 초등학교 근무만 보더라도 얼마 전에는 교직근무로 군 면제를 받았지만 지금은 군에 가고 교대에도 ROTC 제도가 도입되어 있기에 결국 군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은 이중의 특혜를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형평의 원칙 및 남녀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조항이다. 신성한 국방의무가 남녀, 후배 나아가 동기보다 불리한 교직경력으로 작용한다면 이것은 당연히 시정돼야 하겠다. 오히려 군복무 후 임용을 하면 교육부의 시각에서 볼 때, 교사의 인사 처리 및 능률성, 학생에 대한 교육의 지
2000-09-18 00:00오윤심 서울 신구로초등교 교사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변화되는 새로운 시대에 대처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 학급 과반수 이상이 교육활동에서 소외되고, 고등정신능력에서 취약함을 보이는 우리 나라 교실의 고질적인 병폐를 생각할 때, 제7차 교육과정의 기본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7차 교육과정을 한 학기 경험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매우 부정적인 시각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는데, 하나는 7차 교육과정이 본래 취지에 맞는 교육적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본래 의도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선 방대한 필수 학습 요소로 개별화가 불가능하다. 7차 교육과정의 새로운 교과서에도 각 교과목의 구체적 내용이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게다가 단위 시간에 배워야 할 학습주제도 늘어나고 그 수준도 높아졌다. 그러므로 학생 개개인의 개인차를 고려하기보다는 진도 나가는 일이 더 급하고 교사들은 수업 양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을 한다. 또 복잡하고 다양한 교육과정 영역이 통합교육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7차 교육과정에는 재량활동, 교과활동, 특별활동 영역이 있다. 그리고
2000-09-18 00:00정부는 외국어 교육의 강화를 위해 2000학년도 2학기에도 일선 초·중·고교에 원어민 교사를 초청·배치한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월 평균 180만원의 보수와 소정의 정착금, 숙소와 가재도구를 제공함은 물론,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혜택을 주고 입·귀국시 항공료를 75% 이상 보조해 준다고 한다. 이는 교사경력 10년 이상인 한국인 교사보다 월등히 나은 조건이다. 그러나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시행하는 이 사업이 자칫 자질이 부족한 일부 원어민 때문에 교육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우려된다. 우선 초청 원어민은 해당과목 전공자거나 최소한 교사자격증 소지자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들은 학생 수업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외국어과목 교사 연수도 담당해야 하는데, 문법 지식은 고사하고 문장구조 파악이나 교정 능력도 부족해 한국인 교사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초청 원어민의 자질을 충분히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근무를 희망하는 원어민이 적어 이들을 채용하는데 급급해 검증절차가 미흡한 실정이다. 그래서 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거나 근무태도가 태만한 원어민이 더러 있다. 심지어 한국인 외국어…
2000-09-04 00:00교육부가 지난 61년 이후 유지되어온 3월 신학기제 변경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3월 신학기제는 추운 겨울에 입시 등 새 학년이 준비된다는 점, 겨울방학 후 `노는 2월'로 면학분위기를 해친다는 점, 교원인사를 2월말∼3월초에 해서 새 학년 준비를 제대로 못 한다는 점 등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 이와 달리 외국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9월초에서 12월까지가 1학기이고, 2학기는 1월 또는 2월 중 시작해 5, 6월에 마친다. 영국은 1학기가 9월초에서 12월 크리스마스까지이고 2학기는 1월초에서 7월 중순까지인데, 2학기 중간에 부활절 휴가가 있다. 프랑스는 9월에서부터 6월까지가 전체학기인데 학기 중간에 4번의 짧은 방학이 있고 7월과 8월은 본격적인 방학이다. 호주는 4학기제인데 1학기는 2월 초순에서 3월 하순이고 2학기는 4월 초순에서 6월 하순까지, 3학기는 7월 중순에서 9월 하순까지, 그리고 4학기는 10월 중순에서 12월 하순까지이다. 일본은 4월부터 7월말까지가 1학기이고 2학기는 9월부터 12월까지와 1월초에서 2월 중순까지의 두시기로 운영된다. 중국은 9월부터 1월 중순까지가 1학기, 3
2000-09-04 00:00학사일정을 조정했으면 하는 바람을 교사들은 갖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더위가 한껏 기승을 부리는 7월. 좁은 교실에는 덩치 큰 학생들이 50명씩 앉아 짜증만 부린다. 먼 산을 보거나 잠자거나 잡담하는 학생들로 선생이나 학생이나 모두 힘든 시기에 수업이 이뤄진다. 반면 8월 중순이 되면 더위가 한풀 꺾인다. 처서가 지나자 아침저녁에는 서늘하기까지 하다. 그럴 때면 `학사일정을 10일만 앞당겨도 훨씬 수월 할텐데'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2월이 되면 또 다른 현상이 벌어진다. 난방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초·중등학교가 겨울방학 이전에 이미 진도를 다 마치고 기말시험도 치른 터라 2월 교실은 학생도 선생도 자습하고 가끔 비디오나 보는 시기가 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그러면 되느냐'고 질책한다면 할 말 없지만 이 문제는 개인의 역량보다는 학사일정을 개선해 고쳐야 할 문제다. 올 초 교육과정평가원에서 학사일정 개선안을 내 논 적이 있다. 등교 및 수업일수 220일, 한 학년 두 학기를 골격으로 1학기 시작은 추위가 물러가는 2월 하순, 끝은 혹서기가 오기 직전인 6월 하순으로 하고, 2학기는 18주로 8월 하순에 시작해 12월 하순에 마치고
2000-09-04 00:0030년 이상 수업을 해온 노련한 교사라지만 학생들의 불량한 수업태도 때문에 말씨름을 하다가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내 수업시간을 엉망으로 만드는 놈을 용서할 수 없다"며 심하게 나무라고 수업을 마친 나는 기분이 퍽 언짢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이었다.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려니 의자에 사과 껍데기가 한 움큼 쌓여 있었다. `어떤 놈이지?' 화가 난 내 머리 속에서는 다시 `필경 어제 수업시간에 야단 맞은 놈 중 한 놈이렸다'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 생각에 어제 그 반 교실에 들렀다. 마침 어제 꾸중을 들었던 학생이 주번이라 일찍 학교에 와 있었다. `옳지, 바로 너구나, 이 놈'하고 생각한 나는 그 날 그 반 수업에 들어가 이렇게 얘기했다. "어떤 놈이 선생님 의자에 사과껍데기를 갖다놨더구나. 당장 잡아내야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라며 은연중 압력(?)을 넣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이번에는 의자에 빵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었다. `어라? 이 놈이 겁도 없이…' 하지만 심증만 갖고는 그 학생을 다그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이 생쥐 같은 놈아, 마음이나 고쳐먹어라'라
2000-09-04 00:00이창희 서울 강남중 교사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서울시교육감이 내년부터 서울지역 중학교에서 정규고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무시험 수행평가를 실시한다고 한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교육이 변하여야 한다는 데에 공감을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 표면적으로 무리 없이 실시되고 있다고 해서 중학교까지 같은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 이전에 현장의 여러 여건을 무시한 것으로 오히려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내신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서술식 수행평가만을 가지고 평어를 낼 수 있으며, 그 평어만을 가지고 고등학교 입시에서 어떻게 성적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할 뿐이다. 또 고등학교 진학에 필요한 것이라면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행평가라는 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그 학생의 소질이나 능력이 달리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객관성이 결여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학교생활 대부분을 담임교사와 같이 하고 거의 모든 과목을 담임교사가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능력이나 소질 등을 상대적으로 쉽게 파악해 수행평가에 반영 할 수 있겠지만
2000-09-04 00:00무더위 속에서 진행된 자연과 실험 연수를 무사히 마쳤다. 평소 실험이나 관찰에 흥미가 많았기에 열흘 동안 무더위 속에서도 하나라도 더 배워 학습 지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자연과 강습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아쉬움이 많았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상에 따라 교육과정이 정기적으로 바뀌고 거기에 맞는 교육을 해야 되기에 수시로 재교육을 받는 점은 이해가 간다. 더욱이 자연 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에서 과학 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하지만 이번 연수가 그런 필요성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본다. 먼저 연수 내용의 선정에 관해서다. 초등교의 과학활동에 필요한 내용들을 엄선했겠지만 좀더 피부에 닿게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골랐으면 한다. 이론적 근거를 알고 지도하라는 의도는 알겠지만 중·고생 시절의 과학 내용을 복습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다. 평가에 관해서도 생각할 문제가 많다. 실험 보고서와 학습 지도안 작성은 예고만 하고 그냥 실시했는데, 기왕이면 짧은 시간이라도 강습 내용에 포함시켜 바람직한 보고서나 지도안의 유형을 이 기회에 모두가 배울 수 있도록 했으면 좋았겠다. 실험 실습뿐만 아니
2000-09-04 00:00국민의 정부 들어 다섯번째 교육부장관에 이돈희 전 새교위위원장이 취임했다. 송자 교육부장관이 잇단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취임 23일만에 물러남으로써 불과 2년반만에 교육부장관을 다섯번째 맞이하는 사태는 역대 정부 사상 처음이다. 문민정부 5년 동안에도 교육부장관을 다섯명이나 교체해 교육행정의 난맥상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무성했던 것을 감안하면 국민의 정부는 집권 전반기에 이미 `타이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대선 후보들은 너도나도 문민정부 정책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잦은 장관 교체를 지적하면서 특히 교육부장관의 경우 임기를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새롭다. 물론 이번 송장관의 퇴진은 돌발상황에 가깝지만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명망만으로 선정한데 대해 책임이 없다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장관의 잦은 교체, 특히 교육부장관의 빈번한 교체는 백년대계인 교육의 속성에 비추어 볼 때 부조화의 극치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교총에서 제기하는 대로 인사청문회 대상을 넓혀 고위직 인사에 대한 검증이 미리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런가하면 국민의 정부들어 입각한 교육부장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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