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정부가 합동으로 발표한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대책’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총의 요구를 받아들여 단순·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장이 교육적 차원에서 종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학부모 위원 비중을 줄이고 외부 전문가를 늘리기로 한 것, 학폭위를 외부기관이나 교육지원청으로 옮기는 방안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은 학교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실제로 학폭위 심의건수는 2016년 2만 3673건으로 전년(1만9968건)에 비해 3705건이나 증가했다. 비교적 일반적인 학폭인 폭행이 1만 3068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감금(67건), 협박(1326건), 금품갈취(512건), 약취·유인(457건) 등 학교에서 처리하기 힘든 수준의 강력범죄도 빈발하는 추세다. 이런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그야말로 곤혹을 치른다. 담당교사는 형사사건에 준하는 절차와 처리에 몇 개월을 시달려야 한다. 작은 실수라도 하면 가·피해학생과 학부모 모두 문제 삼아 결국 교원과 학교가 징계, 소송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미 단위학교 학폭위는 한계를 노출하고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의
2017-12-29 15:52지난 6일 한국교총과 대한변협이 학교고문변호사 549명을 위촉했다. 처음 1학교 1고문변호사 제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고문변호사 연결 학교 수는 총 1675교, 전체 초·중·고의 14% 수준이 됐다. 일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교총이 지난 7월, 학교 고문변호사 운영과 관련해 학교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응답한 691개교 중 574개교(83.1%)에서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라는 교육적 공간이 언제부터 이렇게 변호사를 필요로 했는지 씁쓸한 현실이라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실제로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건수는 2006년 179건에서 2016년 572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또 작년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건수는 2만 4761건에 달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처분에 불복해 학교와 교장을 상대로 한 소송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의 추락, 학생에 대한 교사의 생활지도 수단 상실,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처리와 책임을 온전히 학교와 교원에 전가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학교를 법적 공방과 송사에 휘말리게 하고 있다. 학교가 교육주체 간 갈등으로 와해되고, 교원이 법적 분쟁으로…
2017-12-15 15:0312일, 강추위 속에 서울교대에서 다섯 시간 가까이 진행된 ‘대입제도 개편 1차 대입정책포럼’은 그야말로 백가쟁명식 자기주장의 경연장이었다. 충분한 소통을 통해 대입제도를 함께 만들자는 취지에서 열렸지만 합일점을 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8월 수능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상황이 그대로 재연됐다. 수시·정시 비율, 수능의 상대·절대평가 문제, 수능시험범위 등에 대한 이견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포럼을 끝까지 지켜본 상당수 참석자들은 ‘과연 내년 8월까지 대입제도 개편을 확정할 수 있을까?’라는 깊은 회의감 속에 자리를 떴다고 한다. 물론 교육부는 내년 2월 말까지 포럼을 세 차례 더 진행하고, 전문가 자문단과 정책자문위원회를 거쳐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론 없는 민주적 과정에 집착하다 결말을 못 낸데 이어 새 정부 들어 목소리가 커진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중심으로 결정할 경우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는 늦출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는 만큼 대입제도 개편 방향의 원칙이 필요하다. 우선 백가쟁명식 주장의 공통분모화를 이뤄야 한다. 자기와 주장이 다르면 무조건 비판하고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선택’이 반복
2017-12-15 15:02산업체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이민호 군의 영결식이 6일 이 군의 모교에서 제주도교육청장으로 엄수됐다.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교육부는 사회관계장관 회의를 갖고 6개월이던 현장실습 시간을 1개월로 줄이고 노동이 아닌 학습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관련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현장실습 완전 폐지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란과 찬반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산업체 현장실습 자체를 전면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의미의 교육과정과 연계된 현장실습이 정착될 수 있도록 기존의 조기취업형태를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특성화고 학생, 교사의 반발과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폐지한다면 남아날 제도, 정책이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현장실습은 1973년 도입돼 40여년 지속돼 온 제도다. 물론 문제점도 있고, 개선이 시급하다. 학생의 안전과 생명이 가장 소중하다는 점에서 이번만은 반드시 악습을 끊어야 한다. 현장실습이 학생의 인권과 노동력 착취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제도가 40년 넘게 유지되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고 27만여 명에 달
2017-12-08 15:39교육부가 4일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전국적으로 22개 특수학교를 설립하고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을 1250개 증설하며 특수교사도 대폭 확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대로만 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현실을 생각하면 정부의 청사진이 제대로 실현될 지 의문이다. 주민들의 님비현상도 여전하고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 교육청의 안일한 인식과 대증적 대처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주민 토론회에서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학교설립을 눈물로 호소하며 무릎을 꿇었던 사건은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암담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 강원 동해시에서도 주민들의 반대로 설명회가 무산된 바 있다. 이제는 정부의 특수교육 발전 계획이 교육현장에 제대로 안착될 수 있도록 진심어린 관심과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도 수차 계획을 수립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던 것은 지속적이고 강력한 실천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천과정에서의 여러 변수와 어려움은 충분히 예견된다
2017-12-08 15:39교육부가 시범운영을 거쳐 2022년까지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5학년도 대학입시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는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등을 거치며 진로에 대한 방향을 설정한 후, 고교에 입학해 흥미나 적성에 따라 문·이과 구분 없이 수업을 듣게 함으로써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창의 인재 양성을 위해 더 이상 획일화된 학년제, 단위제 교육과정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바탕이다. 또한 대입경쟁에 매몰된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고 공교육 정상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하지만 문제는 2022년까지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만큼 준비가 가능하냐는 점이다. 실제로 고교학점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일부 학교는 교사수급이나 교육활동 공간 등 인프라 문제로 고충이 컸다고 한다. 또 대학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의 쏠림현상과 내신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 일반 교육과정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나타났다. 고교학점제와 유사한 ‘교과 공동교육과정’을 시범 운영한 한 교육청이 교사수급 문제와 학생 이동, 번잡한 행정 업무 등으로…
2017-12-01 16:03최근 부쩍 눈에 띄는 후속조치들이 있다. 지난달 27일 교육부가 지방분권과 교육자치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방교육자치추진단 구성·운영 규정 제정(안)’을 입법예고한데 이어 30일에는 교육청 자체 조직권과 책무성을 확대하기 위해 ‘지방교육행정기관 행정기구·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것이 그것이다. 새 정부의 핵심공약 중의 하나가 초·중등교육 권한의 시도 이양과 ‘교육거버넌스의 개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여기에 시·도교육감협의회는 30일 정기총회를 열고 학교규칙 기재사항 중 두발·복장 등 용모, 소지품 검사 여부, 휴대폰 사용 등 학생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의 삭제를 논의해 논란이다. 시도 권한 이양에 보조를 맞춰 온 교육부와 교육감협의 이 같은 행보를 보면 그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단위학교로의 권한 이양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오히려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입법예고의 골자는 직속기관의 직급을 사실상 가져와 교육청 조직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교육감협의 논의는 학교의 자유로운 학칙 제정권을 사실상 빼앗는 조치다. 이렇게 된
2017-12-01 16:02경북 포항에서 15일 진도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해 수능 하루 전날 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작년 9월 경주에서 5.8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문제는 최근 들어 지진 발생 빈도가 늘고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현장의 학교들은 준비와 대비가 매우 부족하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다른 건물에 비해 학교는 수많은 학생, 교원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만큼 지진에 취약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교육부가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교시설 중 내진설계 비율은 24.3%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경북 지역은 18.4%에 불과하고, 포항도 35%에 그쳤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 할 만하다. 그런데 학교 내진율을 100%까지 높이려면 길게는 20년 가까이 걸린다는 게 정부와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학교의 지진대피 훈련 등도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 언론이 고교생 22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고(89.6%), 비상벨이 울려도 대피하지 않는 것(92.3%)
2017-11-24 14:53포항 지진 발생으로 일주일 연기된 수능이 마무리됐다.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이 상황별 매뉴얼을 신속히 제공하고 시험장 관리요원 및 감독관들도 반복된 업무에 적극 대응하면서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20년 전 IMF 구제금융으로 경제 주권이 흔들릴 때, 온 국민이 단결해 경제를 정상화시킨 것처럼 수험생들의 불안을 다독인 현장 교원들의 노력도 큰 몫을 했다. 수능 마무리와 함께 매년 되풀이되는 학교의 고민은 학생 생활지도다. 올해는 대입 일정이 일주일 미뤄져 예년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학생들도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수시에 지원한 학생들은 면접, 논술고사, 적성고사 등에 참여해야 하고, 정시를 염두에 둔 학생들은 본인의 성적을 면밀히 분석해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문제는 이미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로 교실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동계 방학 전까지는 고3도 정해진 학사일정에 따라 정상수업을 해야 하는데 수시 합격생들이 수업 참여를 꺼리고, 개인적 용무로 인한 결석을 합법적 출결로 인정받기 위해 체험학습을 내는 사례도 있다. 또 예체능에 지원한 학생들은 학원 수강을 위해 수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정상적인…
2017-11-24 14:53내년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고 이중 1470 곳은 ‘자유학년제’로 확대 시행된다. 이렇게 되면 중학교 1년 동안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고교 입시에서도 내신을 반영하지 않게 된다. 체험 중심 진로탐색과 토론방식의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찾아주는 자유학기제는 올해 4년째 시행되고 있다. 2016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자유학기제 만족도 조사결과, 수업에 적극 참여하는 학생의 경우 ‘학교생활 행복감 지수’는 3.96에서 4.10으로, ‘수업참여 지수’는 3.76에서 3.91로 각각 높아졌다. 시험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 진로탐색의 기회를 부여하는 수업방식이 학생들에게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유학년제로 운영기간을 확대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존 자유학기제 운영이 진로탐색 프로그램과 체험처의 부족으로 학생 본인의 흥미 분야와 상관없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꿈은 다양한데 외부강사를 초빙해 전체 학생이 강의를 듣는 방식이 아쉬웠다고 지적한다. 또 개별 맞춤형 체험이 가능하도록 여건 개선에 교육청, 지자체, 민간이 적극 나
2017-11-17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