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해 오던 실업계 고교의 문제점이 드디어 IMF 경제 위기와 함께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 교원들의 대량 퇴출을 계기로 교육 붕괴 현상이 촉진되면서, 실업계 교원들의 불만이 집단시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업계 교원들의 요구나 문제 제기를 단순히 집단이기주위로 몰아 부치는 것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 교육은 인문교육 위주로 대학 진학이 보편화된 상황이다. 이미 대학 졸업자의 60%이상이 노동시장의 요구와 무관하게 과잉 배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삼 정부는 96년 발표를 통하여 "2000년까지 희망하는 모든 고등학교 졸업자에게 전문대학 수준의 직업교육 기회를 보장한다"는 선언을 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제조업 경쟁력 강화대책의 일환으로 일반계고교 대 실업계고교의 비율을 50:50으로 추진해오던 정책을 돌연 포기하고 직업교육의 축을 고등교육 단계로 옮기는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실업계 고교의 취업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대학 진학률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 때부터 실업계 고교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위기 의식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업계 고교가 배출하는 기능인력은 IMF 위기 상황에서도 부족하여 중·소제조업의…
2000-12-18 00:00교원정년 환원은 빠를수록 좋다. 교원정년 65세는 세계적 추세이고 교원은 전문직이며 전문직은 나이가 들수록 존중받는 것이 순리이다. 교원정년 단축은 국민의 정부가 저지른 만행이며 최대 실정으로 학계에서 평가되고 있다. 과거 군사정부도 교원정년을 단축한 후 2년만에 환원했다. 당시 군사정부는 대학교수의 정년도 똑같이 일시에 5년을 삭감했는데 이로 인해 지명도 높은 몇몇 유명교수들이 숱한 무명교사들과 함께 교단을 떠나야 했다. 이름만 대면 전국민이 알만한 유명교수들이 교단을 줄줄이 떠나니 당시 국민들은 교육력의 훼손을 피부로 느끼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는 대학교수들의 정년은 그대로 두어 국민들이 미처 초·중등 원로 무명교사들의 퇴진으로 인한 교육력의 훼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여론 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수와 교사의 정년 차별시책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교수들의 전문성은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고 교사들의 전문성은 나이가 들수록 얕아진다는 가설이 성립해야 한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국민의 정부는 이러한 회괴한 논리를 폈고 언론을 통해 증폭 돼 경제위기 상황에 주눅 든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지금 정부여당은 정년 단축 조치로 불
2000-12-18 00:00이은웅 한국교총 부회장, 충남대학교 교수 2001학년도 수능시험 발표와 더불어 대학마다 특차모집과 정시모집에 들어갔다. 그 동안 수능시험을 놓고 입시학원 및 소수 상위권 대학들은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문제삼아 난이도의 상향조정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도 우리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입시학원이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문제삼는 연유에는 난이도를 상향조정할 경우 그에 따른 반사 이득에 있을 것이다.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낮을 때보다 난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과외수요가 더욱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한편 대학들은 입학전형과정에서 논술과 면접, 실험과 실기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수능시험성적 자료를 전형의 주요 자료로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학들의 현실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통한 전형방법은 없어 보인다. 객관성과 신뢰성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전형방법과 자료를 확보하는 데에는 여전히 문제점과 부담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은 아직도 가능만 하다면 단순하고 편리한
2000-12-18 00:00연말이면 학교마다 작품 전시회, 학예회로 분주하다. 운동회가 끝나면 으레 있는 큰 행사를 치르다보면 2학기가 금세 간다. 작품 전시회에 빠질 수 없는 건 교사들의 작품이나 애틋한 소장품이다. 아이들도, 학부모도 선생님들의 작품에 더 호기심을 갖고 보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하다. 언제 그런 훌륭한 작품을 준비했는지…. 무엇을 낼까. 별 신통한 물건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데 거실 한 구석에 걸려 있는 빛 바랜 꽃다발이 눈에 띄었다. 아! 저 꽃다발. 벌써 3년이 훨씬 지난 얘기다. 이창석. 3월 출석부에 이름만 있고 아이는 없었다. 사유인즉 가출. 방 한 칸에 딸린 부엌, 계모, 이복형제, 아버지는 행방불명.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저는 부모님을 여의고 어린 동생과 함께…" 글자도 다 틀린 구걸 종이를 항상 들고 다니면서 세상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니는 아이. 지하철역에서 어느 파출소에서, 기차역에서…. 데리고 오면 사흘을 못 넘기고 또 어디론가 사라진 아이. 결국 아이는 졸업을 보류한 상태이고 새 학기가 되어 이제 더 이상 담임으로서 할 일도 없었다. 늦은 가을. 단풍이 물들어 아이들은 산으로 들고 현장학습을 떠
2000-12-18 00:00특차지원에 있어 대부분의 대학이 인문계·자연계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교차 지원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마다 제한자격을 인문계·자연계 구분 없이 수능 상위 10%, 15% 이내로 하고 있어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인문계 수능 지원 학생이 총 40만 명이라고 하고 그 중 350점 이상이 4만 명이라고 하면 그들은 10%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자연계 수능 지원 학생이 총20만 명이라고 하고 그 중 350점 이상이 4만 명이라고 하면 그들은 20%에 들어가게 된다. 사실 인문계와 자연계 학생들의 수능 지원 인원을 보면 대략 2대 1이 된다. 그렇다보니 동일한 점수를 받고도 자기 계열의 학생이 적게 보았다는 이유로 %는 배 차이로 떨어지는 불이익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특차 지원 자격도 없어지는 것이다. 왜 같은 점수를 받고도 계열이란 분류 때문에 자연계 학생은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가. 계열이 달라 어쩔 수 없다면 그건 현실을 외면한 말장난일 뿐이다. 자연계열이 인문계열보다 더 어려운 공부를 했으면 했지 그런 불이익을 당할 만큼 엉터리 공부를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학교마다 가상점수를 정해 인문, 자연의 %를 지정하지 말고 점수
2000-12-18 00:00내년부터 서울 4곳 등 전국 33개 초중고교에서 주5일제 수업이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제7차 교육과정이 표명하고 있듯이 정보화·세계화되어 가는 21세기 사회에서는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개성과 창조성을 발휘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기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와 가정에서 학생들이 여유 있는 시간을 갖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주5일제 수업은 그래서 필요하다. 그러나 주5일제 수업을 시행할 충분한 준비가 돼 있는지 되묻고 싶다. 학교 주5일제 수업의 시행은 사회적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된 다음에 단계별로 확대 실시해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일본은 10여 년 동안 주5일 수업을 연구·실험한 끝에 2002년에는 전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며 선진 각국도 이미 오래 전부터 주5일 수업을 실시해 오고 있다. 이에 우리 나라도 내년부터 주5일 수업을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그런데 학교 주5일제는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사회적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시되면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정이나 사회에서 학생들의 여유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 청소년 비행이 늘어나거나 학교
2000-12-18 00:00요즘 정보화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인터넷 교육의 여러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무심코 떠오르는 욕 말, 잘못된 철자법과 띄어쓰기, 어떤 가수의 불륜장면과 채팅으로 인한 청소년 문제, 전자상거래의 폐해 등 정보화, 인터넷으로 인한 윤리가 파괴현상이다. 우리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학교에서 올바른 정보화 윤리교육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학생지도에 나서야 한다. 학생들은 교사의 관심만큼 변하기 때문에 교사가 단계적 인터넷 윤리교육을 한다면 올바른 문화와 가치관을 갖게 될 것이고 그 효과는 차츰 가정과 사회에 더욱 확산될 것이다. 이제는 남을 미워하거나 저주하거나 무시하는 욕 말, 반말을 인터넷에 올리기보다는 대중이 읽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의 말, 정확한 철자법과 띄어쓰기로 상대방이 불쾌감이 들지 않는 언어를 사용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 호기심으로 인한 불륜의 장면, 상거래의 사기사건 등의 피해 사례가 없는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학교가 나서 노력해야 할 때다.
2000-12-18 00:00최근 정부출연연구기관장에 관한 기사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일부기관의 경우이기는 하나, 기관장 선출에서부터 기관운영 행태, 기관장의 자질 등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최근 한 교육연구기관의 경우 기관장으로 정부의 관료가 선출되었다는 점이다. 당해 연구기관의 구성원은 물론 교원단체 등에서도 그 선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불협화음속에서 출발하게되는 기관장의 경우는 기관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 연구기관의 생리를 모르는 인사가 기관장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풍부한 연구수행경험을 소유한 인사가 연구기관장으로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하자면 전문성이 가장 존중되어야 할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외형적인 공모조건에 하자가 없다는 논리 하나로 정부 관리를 연구기관장으로 선출한 인문사회연구회도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연구회 이사 중 정부관계부처의 차관으로 구성된 당연직 이사들이 힘을 합한다면 정부관료출신의 연구기관장 탄생은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교육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육부가 산하단체 및 기관의 장은 물론 주요 보직
2000-12-11 00:00몇 해 전 재직 학교에서 근무 만기가 되어 타 학교로 옮기게 됐다. 25년을 남학교에서만 근무한 나는 희망지를 적어내라는 말에 역시 남학교를 1순위로 선택했다. 그런데 뜻밖에 남녀공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여학생들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적도 없고 가르쳐 본 적도 없는 나는 갑자기 가슴 두근거리는 소년이 돼버렸다. 더욱이 나는 첫 공학으로 갓 들어온 여학생 반을 맡게 되었다. 여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학급운영의 노하우는 무엇인지 알리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원수지지 않으려거든 아이들 앞에서 회초리를 대지 말아야 하며 작은 일에도 신경을 섬세하게 써 주어야 하고 사소한 일에도 감정의 변화가 무쌍해 잘 웃고 잘 운다는 것쯤은 알고 갔으면 좋았으련만, 난 여학생들의 생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한 대쯤 맞아도 돌아서면 시원하게 풀어지고 마는 남학생의 세계에 익숙해 있었던 것이다. 담임을 시작한 지 두어 주일쯤 지났을까. 아이들의 얼굴이 익어가기 시작했을 때 "선생님, 배가 아파요. 조퇴시켜 주세요"하며 죽을상을 하고 배를 움켜쥐는 아이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하루걸러 한 놈씩 배 아프다는 녀석이 늘어나니 여간 신경…
2000-12-11 00:00이학무 대구교련 회장·대구달서공고 교장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는 학자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듣기 싫다고 해서 고귀한 문화유산인 전국의 모든 서책을 모아서 불사르고 수백의 유생들을 구덩이에 묻어 죽이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악행을 저질렀다. 학문과 교육을 경시한 결과는 학자적 양심을 말살시켰고 문화적 단절을 초래하였으며 급기야는 자신의 제국도 멸망을 재촉했던 것이다. 1960년대 중반에 모택동은 자신의 사회주의 혁명에 따른 이념과 사상을 강화하기 위해 15∼16세 미성숙한 청소년들을 앞장 세워 무자비한 지식계급 숙청을 단행하였으며 수많은 문화유산을 파괴했다. 그 결과 중국의 역사발전을 적어도 3∼40년은 뒷걸음질치게 만들었음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이 두 가지 고대와 근세에 일어난 사건에서 알 수 있는 공통점은 지식계급을 탄압하고 학문과 교육을 경시하는 나라는 반드시 망하거나 퇴보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집권 후 IMF를 극복한다는 미명하에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논리를 교육개혁의 바탕으로 삼아 학교를 상품시장으로, 교원을 그 판매자로 전락시켰으며, 한평생 부도 권력도 없이 오로지 자존심과 조국근대화의 역군들을 길러낸다는 자부심으로 살아 온 40만 교육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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