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용인 시골 학교에서 졸업시킨 제자 자근이에게 안부 전화가 왔다. 고생 끝에 어렵사리 의정부에서 카센터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자근이 생각만 하면 지금도 수학여행 때의 기막힌 사연이 떠오른다.
당시 시골학교 수학여행 하면 으레 서울로 갔지만, 내가 6학년을 맡고서는 경주나 부여로 가는 간 큰 모험을 했다. 경주 여관방에서 아이들을 배정하고 하루 지난 이튿날 이른 새벽, 자근이와 같은 방을 쓰던 한 녀석이 헐레벌떡 우리 방물을 두드렸다.
"선생님! 자근이가 오줌이 안 나온대요" "뭐? 오줌이 왜 안 나와?"
황당한 이야기에 부랴부랴 화장실로 향했다. 자근이는 고추를 움켜잡고 아프다며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이것저것 볼 것 없이 얼른 자근이의 팬티를 내렸다. 과연 고추가 터질 듯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이게 뭔 일이다냐…'
그런데 고추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상한 게 보였다. 아이고! "누가 고추를 실로 묶었어?" 그랬다. 고추는 굵은 무명실로 친친 감겨있었다. 오줌이 나와 탱탱 차 있으니 얼마나 아플 것인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자근이의 고추 앞에서 무명실을 풀었다. 그러자 오줌이 내 얼굴로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아닌 밤중에 웬 오줌벼락인가….
틀림없이 그 방 녀석들 소행이었다. 이놈 저놈 수소문한 끝에 평소에는 게집애 같던 문하라는 녀석이 한 짓임이 밝혀졌다. "이 녀석아! 묶을 게 없어서 고추를 묶어?" 따끔하게 야단을 치고 해프닝은 끝났다. 그 날 이후 아이들은 한동안 자근이를 `구××'라고 놀려댔다.
전화를 받은 나는 자근이에게 "너, 구××로구나" 했다. 그랬더니 자근이는 "그걸 아직도 기억하세요?"라며 약주를 대접할 테니 그만 잊어달라고 했다. 그 아이를 졸업시킨 지 어느덧 25년이 지났다. 우리 반에서 가장 키가 작은 땅꼬마였던 그 아이가 지금은 불혹의 문턱에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