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생님은 월급날이 두려웠다. 연말정산 때문이다. 어차피 그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1월 말에 행정실에 서류를 제출하면서 다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혹시 몰라 나이스에 접속했다. 쿵쾅거리는 심장이 선생님의 왼쪽 고막을 때렸다. 김 선생님은 조심스레 조회 버튼을 눌렀다. 짜잔! 월급명세서가 웃으며 말했다. “노트북 한 대 값 토해내세요.” 김 선생님이 읽기를 포기한 이유 김 선생님은 이 수모를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에 ‘연말정산 팁’이라고 검색했다. 그랬더니 연말정산 악당의 부하들이 줄줄이 소시지로 나오는 게 아닌가? 각자 자기 이름표를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1번: 소득공제 -2번: 세액공제 -3번: 과세표준 3초간 침묵이 흘렀다. 그리곤 김 선생님은 조용히 X 버튼을 눌렀다. 김 선생님이 글 읽기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려워서다. 소득공제, 세액공제, 과세표준 같은 낱말은 세금을 주로 다루는 사람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은 1년에 한두 번 접할까 말까다. 당연히 낯선 낱말로 범벅된 글은 읽기 싫다. 이건 누구 잘못일까? 이해 못 한 김 선생님 탓일까? 절대 아니다. 전적으로 글쓴이의 잘못이다.…
2025-02-10 09:00저출산, 참으로 큰일이다. 가임 여성 1명당 0.8명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고령인구가 생산인구를 앞지른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다. 하지만 수도권이나 지역 거점 도시의 학교에서는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아직도 과밀학급, 교실 부족으로 신음하는 도시의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정상적 교육활동 해법 찾아야 전주의 한 초등학교는 교실이 부족해 임시 개조한 복도형 교실에서 수업받는 학생들과 운동장 모듈러 교실로 인해 옆으로 나란히 서 있는 축구 골대 사진이 공개돼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반면 읍‧면 지역이나 구도심으로 눈을 돌리면 정반대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전북 무주군의 경우 10곳 초등학교에 736명의 학생이 있다. 가장 큰 학교인 무주중앙초 학생은 308명이다. 학년 평균 50명꼴이다. 2030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3년생 출생 등록현황은 무주군 전체에서 43명에 불과하다. 2030년이 되면 무주군의 초등학교는 입학생이 0명이거나 1~2명에 불과한 곳도 많을 것이다. 비단 무주군 뿐 아니라 농어촌 지역, 구도심 지역의 학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남, 전북, 강원 지역은 전교생 5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가 50%에 육박
2025-02-03 09:10우리 선생님들은 아직도 많이 아프다. 할 말이 많아 응어리진 그들의 가슴은 답답함과 우울함, 분노로 숨조차 쉬기 어렵다. 가르치는 학생으로부터, 그들의 보호자인 학부모로부터, 그리고 학교 밖 사람들로부터 인격을 침해당하고 상처를 입고 신음하며 아파하고 있다. 상처에 신음하고 아파하는 현장 어느 교사는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폭언을 듣고 수치심과 절망감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자존감과 교사로서의 권위가 종잇장처럼 찢겨졌다. 그 후 해당 교사는 학교에 나오지 않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등지고 말았다. 이런 유사한 일이 지금도 전국 학교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사실 이런 폭언을 쏟아내는 학부모는 ‘감정보복’ 또는 ‘교사 때리기’로 교사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교사들은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실의와 절망에 빠진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여겨 좀비처럼 살아가도록 만드는 작금의 이런 일은 결국 누구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사회학자 엄기호 교수는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에서 오늘날 교무실의 모습을 ‘태평양에 떠 있는 섬들’이라 표현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교사들 사이엔 무수히 많은 섬이 존재하고 관심과 대화와
2025-02-03 09:10지난달 제35회 한·일교육연구발표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20여 명의 교육 대표는 양국의 교육 현황과 문제를 공유하며 서로의 고민을 나눴다. 불현듯 10여 년 전, 귀국학생 특별학급 담임교사로 재직할 당시, 일본 학생과 한국 학생 간 갈등을 경험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특히 ‘독도’ 문제는 아이들 간 정서적 벽을 더욱 두텁게 해 정착 과정에서 힘들었던 아이들에게 지금까지도 미안함이 남는다. 교권 추락 경험 공유 안타까워 역사적 사건에 대한 책임은 중요하지만, 한일 간의 교류는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 교류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발표회는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계기가 됐다. 국가적,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교육 여건과 교원 처우의 실태 및 개선’이라는 주제로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교육자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은 고무적이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교권 추락, 낮은 교원 처우, 업무 과중 등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 발표에서는 2006년 일본 도쿄의 한 초등교사 사망사건과 2023년 서이초 사건을 언급하며 교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교육 현장을 지적했다.
2025-01-20 09:10눈이 내리면 학교 교정은 마치 동화 속 세상처럼 변한다. 하얀 눈으로 덮인 운동장은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고, 아이들끼리 눈싸움이 시작되면 설렘이 더해진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눈을 뭉쳐 던지는 아이들의 모습과 서로의 얼굴에 눈이 튀기면서 다정하게 웃고 있는 광경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러한 아이들의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어려운 이웃들과 나눠보자는 의견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제안하고, 함께 김장 봉사에 나섰다. 서툴지만 정성 담은 김장 만들기 봉사활동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침 일찍 시작됐다. 학교에 모여 각자 준비한 재료와 도구를 갖고 봉사 장소로 향했다. 복지관에 도착하자마자 김장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낯선 고무장갑을 착용하게 하고 배추를 다듬고, 양념을 만들며, 여러 과정을 거치며 협력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매우 서툴렀지만, 점차 손에 익어가면서 능숙해졌다. 서로의 실수를 도와주고, 웃음소리를 나누며 일하는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김장 도중 우리는 어려운 이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반장이 “왜 우리가 이렇게 김치를 담가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웃을 돕는다는 것은 물
2025-01-20 09:10새해를 맞이했다. 똑같은 일상이지만 달력이 바뀌면 마음도 새롭게 다지게 된다. 교사들에게 1월은 재충전과 자기 돌봄을 위한 시기이다.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휴식과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도 한다. 운동 외에도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명상과 호흡, 취미활동, 좋아하는 책 읽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행 가기, 충분한 휴식과 수면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여기에 ‘고마움’을 더해 보면 어떨까?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더 많이 느끼게 돕고 충족감도 증폭시킨다. 내면에 잠재한 힘을 깨우는 법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각자 원하는 것이 있었다. 허수아비는 뇌를 원했고, 양철 나무꾼은 심장을, 사자는 용감해지기를, 소녀 도로시는 집에 돌아가기를 원했다. 마법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이 이미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허수아비나 양철 나무꾼, 사자는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했으면 됐다. 도로시는 집으로 가겠다는 ‘확고한 결심’만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려줘도 그들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냥 마법 의식을 치르는 척한 것이다. 이 마법 의식은 주인공들의…
2025-01-20 09:00제40대 한국교총 회장단이 출범했다. 강주호 회장은 교총 역사상 최연소 회장으로 주목받았다.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학교 현장의 변화와 교총의 적극적인 역할을 바라는 회원들의 열망이 30대 현직 교사 회장 당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같은 30대인 청년 교사로서 ‘현장’을 강조해왔던 새 회장단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응원하며 회장단에게 바라는 점을 전한다. 교육활동에 집중할 환경이 중요 학교는 학생들이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곳으로 이를 위해서는 가르치는 주체인 선생님들이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교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으며 불필요한 행정 업무의 늪에 빠져 교육활동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지난해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2024년 상반기 동안 매일 평균 15건 이상의 교권 침해 사건이 심의됐다. 또한 불필요한 행정 업무로 인해 수업 준비나 학생 지도에 부담을 호소하는 선생님들도 부지기수다. 교총은 선생님을 보호하고 교육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법의 제‧개정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비본질적 행정…
2025-01-13 09:10새 학년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이다. 학생들은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교사는 끝없는 배움과 성장 속에서 자신을 더욱 다져간다. AI 활용한 혁신가 돼야 무엇보다도 겨울방학은 교사 스스로를 돌아보고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장 중’이라는 문구처럼, 우리는 모두 배우고 변화하며 나아가는 존재다. 새 학교에 적응하고, 새로운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며, 새로운 교과서를 분석하고 수업을 준비하는 일은 전혀 가볍지 않은 과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교사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우선 AI 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맞는 맞춤형 학습을 설계해야 한다.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적절한 피드백과 상담을 통해 학생들을 돕는다. 동시에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학습 환경을 개발해 동기가 부족한 학생들이 교육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교사는 기술을 통해 교육의 질을 혁신하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교사는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을 넘어 학생들과 같이 고민하고 성장하며 변화의 중심에서 희망을 전달하는 존재다. AI가 제공할
2025-01-13 09:10학교 현장에서 교육 활동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일들이 펼쳐진다.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이뤄진다면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교장의 승인하에 진행하는 교육 활동 중 교사의 정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학생도 있다. 학생선도위원회에서 지시 불이행으로 처리할지, 교육 활동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교사의 교육 활동을 침해하는 등의 행동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 1. 학칙 확인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학생이나 보호자가 대응하는 방식이 어떠한지 파악해야 한다. 학생선도위원회(학교별 명칭 상이)는 재학 중인 학생에 대해서만 처분할 수 있다. 교사의 지도에 관한 학생의 반응을 지시 불이행으로 보아 학생선도위원회의 학교장 처분으로 지도할 것인지, 교육 활동 침해로 보아 교육장 처분인 지역 교권위원회로 처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사안의 경중을 고려하고, 교사에 대한 학생과 보호자의 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학생선도위원회로 처리하려면 학칙을 확인해야 한다. 학칙은 학교 운영과 관련한 내용을 규정한다. 학칙에는 학생생활지도 고시의
2025-01-13 09:00“탕! 탕!” 두 발의 총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여긴 어디지? 공기마저 얼어붙을 것 같은 하얼빈 역인가? “후루후루” ‘아, 2024년 교실이었구나.’ 작년 대한민국 교실은 탕후루가 휩쓸었다. 학생들은 모두 권총 두 자루를 들고 다녔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총을 쐈다. 한 친구가 ‘탕, 탕’을 외치면 다른 친구가 ‘후루후루’를 외쳤다. 열기는 뜨거웠다. 2018년 iKON의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를 뛰어넘는 열기였다. 화제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그건 바로 ‘탕후루 송’이라고 불리는, 서이브의 마라탕후루라는 노래였다. 인기 노래의 비결 ‘도대체 이 노래가 전국 교실을 휩쓴 비결이 뭘까?’ 담임인 나는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가사를 찬찬히 뜯어봤다. 그럼 제가 선배 맘에 탕 탕 후루후루 탕탕탕 후루루루루 바로 이어폰을 꼈다. 탕후루 송을 10번 들었다.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탔다. 노래를 조금 더 들어봤다. 100번을 채웠다. 이젠 고막까지 후루루루 녹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이 노래가 전국을 강타한 이유를 말이다. “짧게 끊어 쳐서 그렇구나!” 만약 마라탕후루 노래 가사가 짧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예시로 알아보자. ‘타아아
2025-01-13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