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4년차 연구부장으로서 올 한해 본교의 교원능력개발평가(이하 평가)를 실무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고 진행하였다. ‘교원 정년’에 관한 사단 이래 가장 ‘뜨거운’ 교육 현장의 ‘감자’였던 이 평가를 마무리한 시점에서 본 평가가 지니고 있는 한계와 전망을 짚어 보기로 한다. 먼저 평가가 의미 있게 정착하려면, 교육 당국자들은 현장에서 드러난 다음의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귀담아들어야 한다. 우선은 평가 진행의 실무 담당자가 안아야 할 정신적 물리적 부담이 너무도 크다는 점이다. 실행 과도기의 '불가피한 희생(컬래트럴 데미지)'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사안의 심각성이 너무도 컸다. 올 1학기 내내 본 필자는 학생들의 수준별, 선택별 과목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학생과 교사 사이를 매칭하며 숱한 전산상의 오류와 싸워야 했다. ‘패치 이부장’은 교육청으로부터 패치 파일을 받고서야 문제가 해결된 경우가 많았기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담당 부장이 담당 교사 1인과 더불어 보조 인원이나 외부 용역의 도움 없이 이 작업을 수행했다는 그 사실 자체가 기적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학부모 평가와 동료 평가의 실효성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 학부모에게 학생의 수업에 들어오는 개별 선생님에 대한 판
2010-10-04 15:26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초중등 교과담당 교원정원이 내년에도 동결되었다. 2009년과 올해에 이어 3년 연속이다. 중등의 경우 교과담당 교사만 따져볼 때 정원이 작년보다 500명가량 줄어들고, 10월에 확정 발표될 초등 교사 채용 인원도 작년보다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이 크게 치솟고, 아예 선발하지 않은 중등 일부 과목도 있게 되었다. 그 동안 열심히 임용고사를 준비한 예비교사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일 것이다. 임용시험 한 달여를 앞두고 아무런 예고 없이 모집정원 대폭 감소, 모집정원 없음을 접한 예비 교사들의 상실감과 분노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교과부는 이러한 사태의 원인이 저 출산에 따른 학생 수 급감과 정년 및 명예퇴직자 등 자연감소 인원이 적은 데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공무원인 교원의 양성, 임용의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해명이 예비교사와 교직사회에 곱게 들릴 리 없다. 출산율, 취학 학생 수, 교육여건 및 교육의 질 담보 등을 고려해 교‧사대 모집정원, 교직과정이수자를 중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정부가 책임이 전혀 없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저 출산과 학생 수
2010-09-30 15:01교총은 2007년 교섭 합의한 ‘주5일제 2011년 전면 실시’의 명백한 이행촉구를 위해 교과부에 주5일제 수업 실시 교섭을 다시 요구했다. 특히 내년 시행을 위해 수업일수 및 교육과정 개선과 학생 보호대책과 교육적·사회적 프로그램 구축 등의 방안도 조속 마련토록 했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선생님들이 교재연구와 자율연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교단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줄 수 있으며, 여타 공무원과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부문과의 형평성 문제를 봐도 주5일제 수업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정부 일각에서는 모든 사업장에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홀로 학생’ 보호측면에서라도 주5일제 수업 전면 실시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왔다. 하지만 2011년 20명 미만 사업장까지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이 논리는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주5일제 수업을 차일피일 미룰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는 후속 대책을 신속하고도 차분히 준비해야 할 때다. 교총의 요구처럼 수업일수 및 교육과정의 개선조치가 우선 되어야 하며, 주5일제 전면 실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외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 대한
2010-09-30 13:212010년 1월 추운 겨울날이었다. 학교 교정에 서서 ‘자그마치 18년째 교편생활을 하면서 교사로서 학생 교육에 만족하고 있는가?’ 내 자신에게 자문해보았다. 내가 걸어온 학교생활이 교과 지식을 가지고 학생을 인위적으로 줄 세우고 대학 진학을 위하여 학생들을 다그친 세월이 전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키우는 교육을 실천한 교육자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대학에 더 많이 진학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았나? 그리고 교육을 하나의 도구로서 또한 지식의 전수자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반성하게 되었다. 교육 현실이 대학의 입시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점을 감안할 때 뾰족한 대안이 없었고, 학생들을 바른 길로 안내하지 못하는 교육자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크게 다가왔다. 어느 매스컴에서 대학은 입학사정관 전형을 꾀하고 있으며 창의력과 잠재적 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지금까지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에서 성적 위주의 획일적인 평가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단순히 대학이 학생 선발에 대한 방식의 수정이라기보다는 기업체에서 인력 선발, 국가 차원에서 우수 인재 선발 등 광
2010-09-30 10:30
반가운 전화였다. 삼 년 만에 소식을 전해온 범수 씨는 효행 장학금을 받을 아이들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주말에 인근 마을에서 백수연 잔치를 하는데 주인공인 할머니께서 장학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불현듯 삼년 전 범수 씨가 산중(山中)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탈상을 마치면 개심사 골짜기에서 홀로 기거하는 노인을 돌봐드릴 예정입니다.” 당시(2007년)는 무심코 흘려들었던 말이다. 범수 씨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시묘살이의 주인공이다. 그러니까 2002년 가을부터 2007년 봄까지 5년 가까운 세월을 부모님 묘소를 지켰다. 폭풍이 몰아치고 거센 눈발이 휘날리는 추위에도, 살갗이 델 것 같은 뜨거운 무더위에도 그는 언제나 산중의 부모님 묘소 곁에 있었다. 생전(生前)에 잘하지 돌아가신 후에 묘소를 지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입방아 찧는 주변 사람들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냥 자식 노릇을 다할 뿐이라고만 했다. 3년 전 시묘살이를 마친 범수 씨는 산중에서 “효를 가르치는 교육이야말로 진짜 교육이다.”라고 했던 말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효 관련 자료를 모아 책을 집필하고 효 교육을 담당할 기관(서천어버이대학)을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장
2010-09-29 13:45며칠 전 출근길에 동네 구멍가게를 칭찬하자는 방송 프로그램을 들었다. 모 지방 ‘그린마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알다시피, 지금은 농산어촌 구석구석까지도 대기업 슈퍼마켓과 대규모 마트들이 진출해 있다. 동네 구멍가게들은 고사 직전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방송에서 소개된 구멍가게는 그 동네에 없어서는 안 될 일종의 동네 ‘맥가이버’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손님이 산 물건과 손님이 가지고 온 짐을 함께 배달해 주기, 부동산이 없는 동네에서 무료 복덕방 노릇하기, 택배를 대신 맡아 보관해 두었다 주인이 나타나면 택배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노인분이면 집까지 가져다주기,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어떤 대규모 마트보다 더 값싸고 싱싱한 물건을 팔고 있다는 점이었다. 최근 들어 인근에 대형 마트가 개장하였는데, 동네 사람들이 모여 소중한 그린마트가 문을 닫으면 안 된다고 새 마트 불매 운동을 벌여 결국 그 마트가 업종을 변경하기로 하였다는 이야기도 말미에 나왔다. 그린마트 이야기는 현행 우리 학교 교육에 시사한 바가 적지 않다. 한 때 OECD가 미래 학교 시나리오 6가지를 제시한 적이 있다.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현행 관료체제로서 학교가 더 강력하게 유지되거
2010-09-29 13:43지난 6월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축구가 16강에 진출했을 때 온 국민은 환호성을 올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17세 이하 어린 태극소녀들이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연장전 끝에 승부차기로 일본을 격파하고 우승하는 신화를 이루었다. 5000만 국민이 응원하는 가운데 일요일 아침에 우리는 세계 여자축구를 평정한 17세 이하의 새 여왕들을 탄생시킨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제 축구연맹 주최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여 한국 축구사를 새롭게 쓴 것은 1882년 축구가 한국 땅에 선을 보인지 128년만의 쾌거로써 한국 축구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국민의 관심도 없고, 정부의 지원도 부족한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를 심어준 어린 여자 선수들의 선전분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스포츠로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한과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준 것은 아마도 1992년 8월9일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지막 날 마라톤경기에서 선두를 달리던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를 막판에 따돌리고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월계관을 써야 했던 그 민족적 통한을 말끔히 씻어준 황영조의 쾌거가 있고, 또한 지난 2월에 개최된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일본빙상의 희망
2010-09-28 10:50교과부는 6일 2009 개정교육과정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학생 중심의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이면에는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인해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중단 또는 수정하지는 않겠다는 교과부의 단호한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2009 개정교육과정과 관련한 학교 현장의 혼란을 교원의 문제로 치부하는 교과부의 대응 방식은 안일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작년부터 이미 많은 교원 및 전문가들은 국․영․수 편중 심화, 교원 수급 불안 및 전문성 약화 등을 주요 문제로 예측했었다. 실제로 내년도 교육과정 편성․운영계획만 살펴봐도 중학교의 절반 이상이 수학과 영어 시간을 대폭 확대한 반면, 도덕․기술․가정은 30~40%, 음악․미술․체육은 약 15%의 학교가 수업시수를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명백한 영어, 수학 편중 현상에 대해서도 교과부는 기초․기본교육 강화,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인한 시수 조정이라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을 서둘러 적용하다보니 교과 교육과
2010-09-16 15:52유난히 태양이 나를 달뜨게 했던 지난여름 나는 한 마리 짐승이었다. 내 안에 야생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므로 내 몸은 늘 뜨거웠고 현재에 안주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의 조상은 은빛 갈기가 눈부신 늑대였을 것이다. 하늘을 보면 늘 이마가 시렸고 들판을 보면 심장이 뛰었다. 흐르는 강물 소리만 들어도 갈기가 곤두섰다. 푸른 풍경을 찾아가야 하는, 그것은 본능이었다. 숨 가쁘게 달렸다. 죽창과 황토의 땅 전라도를 지나 경상의 끝으로 갔다. 끝에서부터 역류하여 흙속에 깃든 살 냄새를 맡고 싶었다. 이것을 풍경과의 수상한 연애라 해도 좋다. 남쪽으로 이어진 긴 실핏줄 같은 길을 질주하며 싱싱한 바람으로 배를 채웠다. 이제 내 여름의 항로는 통영에서부터이다. 통영에서 하룻밤을 자고 섬진강으로 풍경을 몰면 된다. 통영은 파닥거리는 도시이다. 거기에는 어떤 간절한 목숨이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중앙시장에서 애틋한 몸부림을 본다. 닥지닥지 늘어선 활어노점상이 도마와 함께 뒤척거린다. 잠을 이룰 수 없는, 간이횟집에서 참돔과 광어가 내 앞에서 옷을 벗는 시간은 짧았다. 하얀 살결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 나오고, 소주를 마시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 목숨의 전율. 나는 몇 잔의
2010-09-16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