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변화의 물결을 가속화시키는 중심축은 ‘인터넷’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은 이젠 일상생활의 필수요소로서 현대인의 삶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교육에도 깊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 사용 양태가 과연 교육적으로 유의미하고 바람직한가에 놓여 있다. 인터넷 사용의 교육적 의미에 대한 비판적 자기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그 교육적 수준을 4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 ‘因터넷’으로서의 인터넷이다. 이런 차원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접속해서 그냥 보는 수준의 사람들이다. 인터넷은 본질적으로 네트워크(因)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데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정보는 정보 그 자체로서 독립성 또는 개별성을 띠고 있기도 하지만 그러한 독립적 정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망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다. 이때 인터넷을 검색하는 도중에 발견된 정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부가시키는 과정이 곧 ‘교육적 활동’(학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정보검색 및 접속을 통한 과정에서는 그러한 유의미한 학습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차원에서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사람들은 단지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능력(Know-Where)만을 습득할 수 있을 뿐이다. 정보를 통해서 교육적으로 성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둘째, ‘引터넷’으로서의 인터넷이다. 이런 차원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연계되어 있는 다양한 학습정보 및 자료를 반드시 다운로드(引)해서 특정 폴더에 저장하거나 인쇄한 후 자료를 읽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학습하는 사람들이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학습정보와 자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하이퍼링크화 되어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아나로그식 읽기 방식으로는 디지털식 학습자원을 소화해내기에는 여전히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인 사고와 고뇌의 과정이 병행되어야 하는 교육의 본질적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아날로그식 학습방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忍터넷’으로서의 인터넷이다. 이것은 주로 인터넷의 전송속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인터넷의 대명사인 월드와이드웹(w.w.w)은 인터넷의 전송속도를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전송속도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 교육적 의미를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기반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 전송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 전송속도에 상응하는 인간의 학습속도는 생각만큼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학습활동은 ‘기다릴 줄 아는 여유’(忍)가 필요하다. ‘속도와 양’의 문제가 디지털 기술혁명 시대의 주요 관심사라고 한다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느끼고 생각할 줄 아는 ‘여유와 질’이 주요 관심사인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남보다 먼저 접속, 획득했다고 해서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정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 정보는 네트워크상에 존재한다. 정보를 공공재로 인식할 때 누가 먼저 정보를 접하느냐의 문제에서 정보를 ‘남과 다르게 활용하는 능력’과 활용한 결과를 ‘남과 함께 나누는 능력’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인터넷의 보급 확산으로 인간의 정보처리의 질적 수준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가? 이러한 문제제기는 교육적으로 매우 본질적인 물음에 해당한다. 정보량은 폭증하고, 그 유통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지만 창출된 지식의 내재적 가치와 효용가치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인간의 학습역량으로 승화되느냐가 보다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넷째 ‘認터넷’으로서의 인터넷이다. 이것은 인터넷을 단순히 중요한 정보수집 및 획득 수단으로서뿐만 아니라 지식을 창출하는 중요한 매개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인터넷상의 정보는 인간의 인지과정(학습)을 통해서 비로소 지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인터넷이 認터넷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상에서 빛의 속도로 유통되는 정보를 끌어안고 고뇌하는 교육적 노력이 필요하다.
광속으로 움직이는 인터넷상의 정보를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보면서 해당 정보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를 간파하는 순간적 독해력도 필요하지만, 주어진 정보를 접하면서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자기만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특정한 개념과 원리로 엮어서 의미 있는 학습구성체를 만들어 나가는 교육적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창조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바로 인터넷기반의 학습활동의 정수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은 사용자의 관심과 의식에 따라 인터넷을 서로 다른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이 ‘정보의 보고’라고 하지만 그 사용 수준과 차원에 따라서 ‘쓰레기 창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아날로그 시대와 다른 디지털 시대의 학습능력, 즉 디지털리터러시(digital literacy)의 교육적 수준을 업그레이드시켜 나가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인터넷을 통해 유통, 활용되는 정보는 나 자신의 교육적 성숙이나 발달과는 별로 관계없는 별천지의 미디어 세계에서 존재할 뿐이다. 인터넷기반의 매개된 경험세계 속에서 실존적 자각과 함께 교육적 성찰을 토대로 한 본질적인 학습활동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