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논술형 평가로 가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대가 넓다. 문제는 교육 여건이다. AI 채점이 교사의 채점 부담을 덜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지금 학교가 가진 시간과 인력, 재정으로 그 기대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업무보고가 남긴 과제 지난 8월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가교육위원회는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과 고교 내신·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차정인 위원장은 “오지선다는 남이 쓴 정답을 고르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진단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객관식 중심 평가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논술 사교육이 커질 가능성과 제도 변경이 부를 혼란을 우려했다. 교육부는 평가전문교사 국가인증제를 2027~2028년 시범 운영을 한 뒤 2029년 도입하고, 2030년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교육평가출제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내놓았다.국교위는 10월 말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공개하고 내년 3월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방향에는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교육 여건 때문이다. 여기서 여건은 시간과 인력, 예산, 그리고 교사를 지켜 줄 제도적 울타리를 뜻한다. 네 가지를 갖추지 못한 채…
2026-09-08 10:00
HOPE(감독 나홍진), 스파이더맨: 뉴브랜데이(감독 데스틴 크리튼),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3파전으로 폭염보다 뜨거웠던 2026년 여름 극장가는 가을에도 여전히 열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9월에만 한국 영화 기대작 5편이 개봉하기 때문. 9월 24일부터 시작하는 추석 연휴를 겨냥한 작품도 보인다. 과연 5편의 한국 영화 중 마지막에 웃는 작품은 무엇일까? 9월 극장가를 풍성하게 할 5편의 한국 영화를 알아본다 No.1 _ 톱스타 부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딸을 구해라! 류승룡·하지원의 비광 미쓰백(2018)으로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드라마 클라이맥스(2026)로 연출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이지원 감독이 두 번째 영화 비광에서 한 번 더 찐한 가족 연대기를 그려낸다. 한국 야구의 간판스타 중구(류승룡)와 올타임 레전드 배우 남미(하지원)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톱스타 부부다. 갑자기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가 등장하면서, 차마 딸을 외면할 수 없던 중구와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상처받은 남미는 파경을 맞게 된다. 각자의 삶을 살던 8년 후 어느 날, 우림천 여중생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동주가
2026-09-08 10:00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 ‘어른들이 채점하기 편하려고 아이들을 망가뜨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명쾌하다. 문제의 원인을 축소하고, 진단을 쉽게 내리며, 해결책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교사가 수학여행을 기피하는 이유는 ‘책임 회피’이고, 교육자로서 그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구더기가 무서워도 장을 담가야 한다’는 논리다. 교사와 교육을 바라보는 협소한 시각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객관식 시험을 치는 이유는 교사들의 ‘편리함’ 때문이니, 아이들을 괴롭히는 입시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단순함에 있다. 현상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실타래가 어떻게 엮였는지 들여다보지 않는다.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는 영리한 정치가의 화법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유능한 정책가로서의 세밀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문제는 형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교육당국은 서·논술형 시험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로 AI 시대로의 변화를 내세운다. 주어진 질문에 정확한 정답을 내놓는 일은 AI가 대신할 수 있으니, 정답 맞히기식 교육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인간에게는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2026-09-08 10:00
한겨울인 1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마주한 공기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햇살 아래 거리를 걷는 일이 즐거웠고, 겨울 여행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밝은 햇빛을 머금은 건물과 오렌지나무, 낯선 문양과 색채로 채워진 거리는 화사하면서도 이국적이었다. 그 아름다웠던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정취를 함께 느껴보자. 세비야 _ 오렌지 향으로 가득 찬 안달루시아의 다채로움 세비야에 도착해 처음 마주한 것은 눈부신 햇살이 아니라 세찬 겨울비였다. 그런데 흐린 풍경 속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는 것이 있었다. 거리 곳곳에 줄지어 선 오렌지나무였다. 짙은 초록색 잎 사이로 주렁주렁 매달린 주황빛 열매는 흐린 하늘 아래에서 오히려 더욱 선명해 보였다. 이 낯설고도 화사한 풍경을 마주한 순간, 이것만으로도 세비야 여행은 이미 다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세찬 비바람에 떨어진 오렌지 몇 알은 돌바닥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껍질이 터진 열매에서는 상큼하면서도 쌉싸래한 향이 퍼졌다. 비가 내리는 세비야의 좁은 골목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일도 즐거웠다. 화려한 관광지를 찾아다닌다기보다 비를 피해 처마 아래로 몸을 옮기고, 작은 상점과…
2026-09-08 10:00
다시 떠오른 서·논술형 평가, 15년간 반복된 시도와 좌절 지난 8월 5일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서·논술형 평가가 교육 분야 핵심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여러 정부가 반복적으로 시도했던 정책이라서 서·논술형 평가 도입의 타당성은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초학력·문해력·사고력 신장이라는 도입 취지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없다. 다만 단기간에 준비할 수 없고 면밀한 사전 장치가 많이 필요하다는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서·논술형 평가 전면 전환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초등학교 내신평가는 거의 모든 교육청에서 수행평가 100%로 시행되고 있으며, 서·논술형 평가는 교과목에 따라 수행평가의 한 영역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그 비율을 하나로 정하기 어렵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내신은 수행평가와 정기시험(지필고사)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의 모든 교육청에서 수행평가는 40% 이상, 서·논술형 평가는 정기시험 혹은 학기 총점의 20~50%를 반영한다. 수치와 기준이 교육청별로 달라서 좀 복잡하지만, 서·논술형 평가의 비중은 대략 20~50%라고 할 수 있다. 15년 전에 발표된 당시 교과부의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2011.…
2026-09-08 10:00
교원은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공무로 출장을 다녀오는 경우 여비를 지급받습니다. 여비에는 운임·일비·숙박비·식비 등이 포함됩니다. 각각의 지급 기준 및 금액을 살펴봅니다. 출장의 개념 및 명령 요건 ● 개념 출장이란 정규 근무지 외의 장소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하며, 출장 여부는 출장명령권자인 소속 기관장이 공무 관련성과 학교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명령함. ● 요건 업무 관련성, 출장 내용, 목적 등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장명령권자가 판단함. 출장의 구분 ● 근무지 내 출장 특별시·광역시를 포함한 같은 시 또는 군 안에서의 출장(섬은 별도 기준 적용)이나 여행거리가 12km 미만인 출장. 여행거리가 12km를 초과하더라도 동일한 시·군 및 섬 안에서의 출장은 근무지 내 출장으로 봄. ● 근무지 외 출장 특별시와 광역시를 포함한 같은 시 또는 군 및 섬(제주 제외) 밖으로의 출장으로서 여행거리가 12km 이상인 출장. - 섬은 같은 시·군이라 하더라도 ‘근무지 내’로 보지 않음. 다만 육로와 교량으로 연결된 같은 시·군의 섬은 근무지 내에 해당. - 목적지가 같은 시·군에 위치하더라도 다른 시·군을 경유하는 것이 일반적 경로에…
2026-08-05 10:00
‘딸깍’ AI 시대, 우리에게 ‘질문하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 “선생님, 그래서 정답이 뭐예요?” 교실에서 가장 흔히 들리는 질문 중 하나이다. “정해진 정답은 없으니 자유롭게 생각을 이야기해 보자”고 격려해도, 학생들은 여전히 교사의 입만 바라보며 ‘정해진 답’을 기다린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누구나 손가락 클릭 한 번, 이른바 ‘딸깍’하는 것만으로 AI 광고, AI 뉴스, 심지어 AI 책까지 손쉽게 만들어 내는 환경이 되었다. 이처럼 정보가 범람하는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답을 찾아내고 있다. 하지만 AI가 제공한 정보가 정확한지, 다른 관점은 없는지, 혹은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깊이 고민하는 과정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AI 시대, 이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답을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올바른 정보를 판별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질문하는 연습’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발맞추어 우리 학교는 올해 ‘질문하는 학교’로 선정되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실 안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아몬드와 함께한 비경쟁 독서토
2026-08-05 10:00
변호사라는 직업 때문일까. 매일 같이 교권 침해로 고통받는 교원들의 연락을 받는다. 2023년 교권 5법의 개정이 있었고, 분명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현장이 힘든 건 여전하다. 교권 침해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인 말이 있는데, ‘그간 교사로서 노력과 삶 전체를 부정당한 것 같다’, ‘다시 예전처럼 회복될 수가 없다’라는 것이다.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도 크다. 그럼에도 교원들이 교권 침해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권 침해에 대응하다가 오히려 더 괴롭힘을 당할까 두렵다’, ‘학생이나 보호자와 법적 다툼을 할 용기가 없고, 용기를 내더라도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지도 않지 않냐’라는 이유다. 맞는 말이다. 지난한 교권 침해 처리 절차 끝에 침해 학생과 보호자에게 내려지는 행정적 조치들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보호자에 의한 교권 침해는 재발 방지 서약이나 특별교육, 특별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부과되는 과태료 외에는 없다. 반면 교원은 학교라는 공공기관에 소속되어 있고 해당 학생을 여전히 관리해야 하는 이상 교권 침해 절차 이후 보복성으로 이어지는 민원들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으며, 심지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2026-08-05 10:00
체육관 구석의 목소리에서 시작된 물음 체육교사로서 운동장 라인을 그리고, 공을 챙기며, 아이들과 부대끼는 삶은 늘 역동적이고 보람차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에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는 듯한 부채감이 존재해 왔다. 학기 초가 되면 어김없이 마주하게 되는 체육관 구석의 두려운 눈빛들 때문이다. “선생님, 어차피 운동 신경은 타고나는 거 아닌가요? 전 원래 몸치예요. 체육시간은 잘하는 애들만 신나는 시간인데, 굳이 힘들게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땀을 흘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학생건강체력평가(PAPS)를 측정하는 날이면 고개를 숙인 채 위축되어 있던 아이들, 팀 스포츠 경기가 시작되면 실수하여 팀에 피해를 주지는 않을지, 공이 자기에게 오면 어쩌나 두려움에 눈을 피하던 아이들의 모습은 여전히 한국 체육교육이 기능 중심, 교사 주도의 서열화된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 주는 아픈 단면이다.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확산된 비대면 문화는 아이들에게서 대면 소통과 협력의 기회를 앗아갔고, 이는 고스란히 학교 현장에서 신체 능력 저하와 사회적 고립, 정서적 불안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자기주도성
2026-08-05 10:00
지난 호에서는 산업화 시기 중등교육 기회의 확대와 직업계 고등학교 육성, 그리고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특성화 대학 정책을 살펴보았다. 교육기회의 획기적인 확대는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 발전을 뒷받침할 인적자본을 공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산업화 시기 교육정책이 교육기회의 양적 확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1980년대부터는 교육체제 자체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였다. 1980년대 한국 교육의 거대한 변화는 국가적 차원의 대수술이었던 ‘7·30 교육개혁 조치(1980년)’로부터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 개혁 조치를 기점으로 교육재정과 교육행정, 유아교육과 평생교육 등 오늘날 교육국가의 기본 틀이 본격적으로 마련되기 시작했다. 대체로 1980년대 교육정책은 과외 전면 금지나 대학입시 개편과 같은 정책으로 기억되며, 군사정권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러한 역사적 평가는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교육정책을 유화책이라는 관점만으로 이해하기에는 교육체제 전반에 걸쳐 추진된 제도개혁의 범위와 내용이 매우 폭넓었다. 교육정책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시기에는 교육재정과 교육행정, 유아교
2026-08-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