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산업화 시기 중등교육 기회의 확대와 직업계 고등학교 육성, 그리고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특성화 대학 정책을 살펴보았다. 교육기회의 획기적인 확대는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 발전을 뒷받침할 인적자본을 공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산업화 시기 교육정책이 교육기회의 양적 확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1980년대부터는 교육체제 자체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였다. 1980년대 한국 교육의 거대한 변화는 국가적 차원의 대수술이었던 ‘7·30 교육개혁 조치(1980년)’로부터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 개혁 조치를 기점으로 교육재정과 교육행정, 유아교육과 평생교육 등 오늘날 교육국가의 기본 틀이 본격적으로 마련되기 시작했다. 대체로 1980년대 교육정책은 과외 전면 금지나 대학입시 개편과 같은 정책으로 기억되며, 군사정권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러한 역사적 평가는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교육정책을 유화책이라는 관점만으로 이해하기에는 교육체제 전반에 걸쳐 추진된 제도개혁의 범위와 내용이 매우 폭넓었다. 교육정책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시기에는 교육재정과 교육행정, 유아교
2026-08-05 10:00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거주형태, ‘전세’ 우리나라에는 세 가지 거주 형태가 있다. 바로 매매·전세·월세다. 매매와 월세는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지만, 전세는 매우 드문 형태이며 사실상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독특한 제도다. 외국인들에게 전세 제도를 설명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낯선 개념이지만, 전세는 수십 년 동안 우리 주택시장에 계속 남아있었다. 또한 만기 때 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으니 사회초년생 입장에서는 주거비를 낮추는 동시에 자산 형성의 종잣돈을 모으는 경로로 많이 활용됐다. 이토록 특이한 임차 형태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고도 성장기와 고금리 시절,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은 은행 대출보다 저렴하고 유용한 ‘무이자 사적 금융’이었다. 이를 통해 집주인은 자산을 증식하거나 또 다른 부동산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세입자 역시 매달 생돈이 나가는 월세를 아껴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즉 전세는 집주인도 세입자도 모두 만족한 공생의 산물이다. 전세는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매끄럽게 잇는 윤활유 세입자가 이처럼 매달 나가는 고정 주거비 없이 자산을 축적하는 동안…
2026-08-05 10:00
올여름 전 세계 영화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영화 중 한 편은 누가 뭐라 해도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임에 틀림없다. 고대 그리스신화의 정수이자 현대 문학의 근간이 된 호메로스의 고전 오디세이아에서 트로이 전쟁부터 함락 이후 오디세우스가 10년 동안 미지의 세계를 거쳐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을 웅장하고 장대한 서사시로 스크린에 그려냈다. 이번 ‘시네마 톡톡톡’에서는 천재 감독이라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들과 함께, 그리스신화를 다룬 영화들도 함께 복습해 본다. 609km 분량 IMAX 필름에 담은 이탈리아·스코틀랜드의 광활한 자연 “영화감독으로서 아직 채워지지 않은 영화적 영역,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늘 찾게 된다. 내가 자라면서 봐온 수많은 신화적 영화가 있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예산과 IMAX 스케일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무게감과 진정성으로 구현된 신화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오디세이는 거대한 이야기이고, 정말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놀란 감독이 누구던가! 5분마다 기억을 잃는 남자가 아내의 복…
2026-08-05 10:00
프롤로그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지리 교사로서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였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많은 지리 교과서에 실려 있는 그 사진이었다. 지면을 뚫고 치솟는 거대한 물기둥,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 간헐천의 그 장면은 어린 시절부터 ‘언젠가는 직접 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으로 남아 있었다. 지구가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눈앞에서 체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행의 첫 번째 동기가 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이 장소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1872년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옐로스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보전이라는 철학이 처음으로 법제화된 장소이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연을 개발과 착취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대에 이 땅만큼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결단이 어떤 풍경을 만들어 냈는지, 두 발로 걸으며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을 결정적으로 이끈 것은 아이들을 위한 주니어 레인저(Junior Ranger) 프로그램 워크북의 존재였다. 옐로스톤을 방문하기 전후로 꾸준히 접해 온 이 프로그램은 교육자로서 큰 영감…
2026-08-05 10:00
2010년 교육감 직선제가 전국적으로 도입된 지 16년이 지났다. 당시 제도 도입의 취지는 분명했다. 교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주민들이 직접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함으로써 교육자치와 민주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방자치의 확대와 함께 교육자치 역시 주민의 손으로 완성하자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다섯 번의 선거가 남긴 불편한 질문 실제로 교육감 직선제가 남긴 성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과거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영향력이 강했던 교육행정이 일정 부분 독립성을 확보했고, 주민들이 지역 교육정책에 관심을 갖는 계기도 마련했다. 교육복지·혁신교육·고교학점제·미래교육 등 다양한 정책 실험이 가능했던 배경에도 교육자치의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교육을 국가의 하위 행정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결정하는 자치의 영역으로 인식하게 된 점 역시 직선제가 남긴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는 도입 취지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실제 운영 결과가 중요하다. 다섯 차례의 교육감 선거를 거친 지금,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는가. 아니면 정치적 갈등과 비효율만 키운 채 민주주의라는 명…
2026-07-07 10:00
이번 민선 5기 교육감 선거에서도 여전히 후보자의 정책과 전문성 검증보다는 정치 성향과 선심성 공약 중심의 조직적 선거운동이 당락을 결정했고, 후보들 사이의 고소·고발 등 4년마다 되풀이되는 이념 갈등이 지속됐다. 이번이 역대 가장 비교육적인 교육감 선거라는 평가도 있다.1 특히 이번 교육감 후보자들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믿고 10~100만 원의 현금 등을 지원하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심지어 학부모 부담과 교육청 예산을 매칭해 최대 5,000만 원 펀드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등장했다. 재원조달의 책무 없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전해 주는 재원으로 운영되는 시도교육청의 교육자치를 위해, 추가로 엄청난 선거 비용과 혼탁한 혐오 경쟁으로 유발되는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글은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에 부합하는 교육감을 직선제로 선출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물어보고 개방형 공모제라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육감이 갖춰야 할 덕목 _ 무엇이 우선인가? 가장 먼저 갖춰야 할 덕목은 자주…
2026-07-07 10:00
6월 3일,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언론에서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진보 10명, 보수 6명이 당선됐다고 평가한다. 수도권 3곳을 포함해 진보가 우세했다는 평이다. 현장 교사로서 교육감 선거는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교사는 이 선거의 유권자이면서 정치적 금치산자다. 후보자의 정책에 찬성도, 반대도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없다. 다른 공무직·일반직 노조들이 지지 후보를 공개 선언하며 선거판에 뛰어드는 동안, 교원단체는 후보자와의 간담회 형식으로만 만날 수 있을 뿐이다. 교육감 후보자들이 교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이 없는 현실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발언권 없는 유권자를 진지하게 상대할 정치인은 없다. 교사는 ‘투표는 하지만 목소리는 낼 수 없는’ 존재로, 선거가 끝나면 당선된 교육감의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선 관료이다. 교사는 침묵해야 하는 교육감 선거 교육감 선거는 정당을 표방할 수 없다. 그런데 언론은 선거 내내 진보·보수로 후보를 구분하여 보도한다. 후보들은 파란색·빨간색으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불리하다 싶으면 흰옷으로 갈아입는다. 선거 용지에 정당과 기호가 표기되지 않는 등 깜깜이 선거라 부르지만,…
2026-07-07 10:00
징비록은 과거를 비난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성찰의 기록이다. 교육감 선거를 직접 경험한 지금, 필자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남기는 일 역시 그런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펜을 들었다. 이 글은 누군가의 승패를 평가하거나 특정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오랫동안 교육행정 현장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번 선거를 직접 치른 한 사람으로서 선거 과정에서 확인한 몇 가지 사실을 기록해 두고 싶을 뿐이다. 필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국제교육기구를 오가며 교육정책을 다루어 왔다.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은 믿음은 하나였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에 나서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철학과 정책이라고 믿었다. 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무너진 기초학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선거의 중심이 되리라 기대했다. 지금 돌아보면 정책 경쟁이 선거를 이끌 것이라 믿었지만, 무엇을 알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알려질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
2026-07-07 10:00
들어가며 이번 호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 및 자동 채점 시스템 도입’ 주제로 정책논술 작성의 실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안착과 함께 사고력·역량 중심 평가가 강조되면서, 각 시도교육청은 AI 기반 평가 시스템을 활용한 평가 혁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채점 공정성 문제, 교사의 업무 과중, 평가 전문성 격차 등 다양한 어려움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전문직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현장의 문제를 분석하고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행 역량과 장학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에 본 글에서는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 및 자동 채점 시스템 도입’을 주제로 현황 및 당면 과제, AI 활용 해결 방안, 장학 지원 전략에 대한 출제 의도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득점형 예시 답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문제 최근 주요 시도교육청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서·논술형 평가 및 자동 채점 시스템을 도입하여 ‘역량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안착과 학생의 사고력 함양을 위한 필수적 과제로
2026-07-07 10:00질의응답형 심층면접은 응시자의 발표나 답변을 바탕으로 면접관 또는 다른 응시자가 추가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응시자가 다시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교육 현안에 대한 이해도, 문제 분석력, 정책 판단력, 의사소통 능력, 교육전문직으로서의 태도와 직무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면접 방식이다. 특히 상호 질의응답형 심층면접은 응시자들이 서로의 의견을 듣고 질문하며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단순한 개인 발표 능력을 넘어 경청 능력, 비판적 사고력, 협력적 소통 능력, 정책 융합 능력을 함께 확인한다는 점에서 최근 역량중심 면접의 중요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질의응답형 심층면접의 특징 질의응답형 심층면접은 정해진 질문에 답하고 끝나는 면접이 아니다. 응시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예상되는가”, “교육지원청은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가”, “정책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와 같은 후속 질문이 이어진다. 따라서 이 면접에서는 단순히 많은 정책을 알고 있는 것보다, 제시된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답변을 논리적으로 보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또한 질문받을 때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질문 속에 담긴 현장 우려를 파악
2026-07-0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