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찔레꽃이 밭 언덕을 수놓은 유월이 시작됐다. 유년의 기억에 자리한 유월은 짙어지는 초록빛, 누런 보리밭, 탈곡 후 뒤끝을 태우는 자욱한 연기 가득한 들판으로 남아있다. 요즘은 봄이 실종된 것 같다. 송홧가루 날리는 사월과 신록의 계절인 오월이 언제 곁에 있었는지도 아른한 채 열기를 머금은 여름이 벌써 손을 내민다. 일곱 명이 주인인 교실, 더워지는 날씨로 창문을 자주 연다. 정오를 지나면 먼바다와 섬 이야기를 머금은 해풍이 아이들 곁으로 다가온다. 책상 위 종이가 날리고 환경게시물이 펄럭이고 이름 모르는 새소리가 교실을 머물다 금산 자락으로 빠져나간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줄께 새집 다오.” 음악 시간 전래동요를 익히다 두꺼비가 어떻게 가냐고 묻자 개구리처럼 뛴다는 아이, 엉금엉금 기어간다는 아이 등 의견이 분부하다. 그리고 두꺼비 집 짓는 놀이는 어디서 하냐고 묻자 모두 모래밭에서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5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 모래사장을 찾는다. 비둘기도 울고 까치도 날고 조그만 텃밭에 갈무리 되고 있는 마늘은 매콤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툭 튄 바다와 넓은 모래사장을 보자 약속이나 한 듯 내달린다. 어제까지 비바람과 천둥을
2013-06-03 17:45나에게는 보물1호가 있다. 다이아몬드로 커팅한 억! 소리가 나는 물방울다이아도 아니요, 세계에 단 몇 대 밖에 없다는 삐까번쩍한 수제 자동차도 아니다. 세월에 풍화되어 누렇게 변색되어 가는 한국교육신문 스크랩 철이 바로 그것이다. 서재에 꽂아놓고 생각날 때마다 가끔씩 꺼내보곤 하는 정말 귀한 보물이다. 리포터와 한국교육신문과의 인연은 1998년 1월 14일에 처음 시작됐다. 한국교육신문 모니터 공모에 응모해 충남지역 교직원 대표로 선발된 것이 그 시초이다. 그 후 학교현장의 생생한 희로애락을 기사로 작성해 연재하면서 신문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크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내 글이 신문에 실릴 때마다 받는 소정의 원고료 또한 소소한 재미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글쓰기와 기사작성법 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생겼다. 각종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통해 신문과 관련된 연수를 받으며 내 사유의 세계도 점차 넓어져갔다. 드디어 2002년 8월 24일 리포터가 쓴 ‘선생님, 약 드세요!’란 글이 처음으로 교육신문 지면에 실리던날의 감동과 신기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누구라도 붙잡고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그렇게 신문과…
2013-06-02 16:39올해도 어김없이 5월에는 ‘계절의 여왕’이 왔다고 좋은 날씨가 되면 빛 고운 옷을 입고 교외로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오월이 곧 무채색 슬픔의 계절인 곳이 있었다. 광주(光州), 이름은 ‘빛고을’이다. 히지만 오월 광주엔 빛이 바래 있었다. 곳곳에 피어 있는 꽃들은 시인 김남주가 노래하던 ‘잠자는 피’이다. 72년 광주에서 대학을 다닐 때 위수령이 내려져 대학이 한동안 문을 닫았다. 그 후, 33년 전 한 시골의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경험했던 ‘5·18민주화운동’은 우리 나라 역사에서 중요한 한 획을 그었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후 전두환 소장이 이끄는 신군부는 ‘12·12사태’로 불리는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이듬해 오월엔 날로 거세지는 민주화 요구를 계엄으로 눌렀다. 그러나 누른다고 처리될 성질의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광주는 민주화의 열기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1929년 일제 치하에서 ‘광주학생 항일운동’을 벌였던 광주가 신군부의 횡포를 보고만 있지 않은 건 당연했다. 1980년 5월 14일부터 대학가와 전남도청 일대에서 거리시위가 벌어졌고, 18일엔 계엄군이 대학생들을 구타·연행하면서 시민의 항거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2013-06-02 16:37요즈음 사회가 각박해지고 삶의 질서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인간을 기르는 교육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로 자녀에게 가장 영향력을 가진 학부모님들은 말로는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좋은 점수로 좋은 대학에 진학시킴으로 만족감을 느끼려는 성향을 엿볼 수 있다.인생을 길게 보면 몇 점의 점수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적극적으로 이 세상을 살고자 하는 의지와 기술을 갖추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인생의 토대는 점수가 아닌 가치를 몸에 지니고 있는가이다. 적극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으로 첫째, 먼저 인사하라는 것이다. 잘 모르는 얼굴이라도 웃으며 인사하라. 가벼운 목례도 좋다. 윗사람들은 인사성에 민감하고 당신은 그들을 모르더라도 그들은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 인사성은 곧 평판으로 연결되는 신호이다. 둘째, 눈을 마주쳐라. 우리 나라 사람들이 특히 취약한 부분이 아이 콘택트(eye contact)다. 외국에서는 대화 시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예의다. 상대와 눈을 마주치는 것은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도 습관이 되면 아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거울을 보며 연습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 상대의 이름을 불러 주
2013-06-01 21:35
얼마 전 우리 학교 부장교사와 출근길 동행하기로 되어 있던 날. 아파트 옆에서폐지를 손수레에 가득 싣고 가는 부부를 보았다. 시각을 보니오전 8시,저렇게 가득 채우려면 저 분들은 몇 시에 집에서 나왔을까? 저것 고물상에 갖다 팔면 얼마나 받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본다. 또 지난 달에는안양역 주변에서 우리 부부와 딸이 만나기로 했다. 수리산 가족산행을 하려는 것이다. 도로변에 잠시 정차에 기다리는데시장 옆에 고물상이 보였다. 그 곳을 들락날락 하는 분들을 우연치 않게 보게 됐다. 폐지를 모아 파는 사람은 주로 50대, 60대, 70대 남성들이었고 부부가 힘을 합쳐 폐지를 모아 오는 장면을 보았다. 그들의복장을 보니 대개 남루하다.웃옷 앞자락이나 바지가 때에 절어 있다. 계절에 맞지 않는 두툼한 옷을 입었다.얼굴 표정을 보니 고단한 삶에 찌들어 있다. 그러나 폐지를 팔고 돈을 챙겨가는 걸음걸이는 가볍게 보인다. 노력의 댓가를 받은 보람이 있었으리라. 부부가 힘을 합친 경우, 고물상을 나가는 얼굴 표정은 더욱 밝다. 내일의 꿈이 보인다. 아무리 어려운 경우라도 부부가 힘을 합치면 힘든 줄 모른다. 현재 그들에게 어려움은 어려움이 아니다. 이겨낼 희망이 있어…
2013-05-31 19:39이번 비는 적당한 때에 내린 알맞은 비다. 학교가 산 중턱에 있기에 비가 계속 오지 않았다면 나무들이 살아남기가 힘들어진다. 많은 물이 필요한 때였는데 적당한 때에 적당한 양의 비로 인해 생기를 얻는 걸 보닌 기쁘다. 농작물에도 식수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의 ‘七.이루장구상’의 제2장에서 눈길을 끄는 단어가 ‘표준’이다. “규구(規矩)는 방형과 원형의 표준이며, 성인은 인류의 표준이다.” 선생님의 행동이 표준이고 선생님의 말이 표준이다. 선생님의 생각이 표준이고 선생님의 성품이 표준이다. 그러기에 선생님은 고귀한 분이다. 성인(聖人)과 다름없다. 왕에게는 왕의 표준이 될 만한 분이 있고, 선생님에게는 선생님의 표준이 될 만한 분이 있고, 부모님에게는 부모님의 표준이 될 만한 분이 있다. 이런 표준의 사람이 되면 누구나 존경하고 우러러보고 본을 받는다. 표준의 사람 따라가면 뒤탈이 없다. 안전하다. 부담이 적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무리하지 않는다. 악을 행하지 않는다. 표준의 사람 벗어나면 위험하게 된다. 다치게 되고 넘어지게 되고 흔들리게 되고 망하게 된다. 거울삼아야 할 분이 바로 표준이 될 만한 분
2013-05-31 19:38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FTS) 아세요? 2011년 처음 확인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출혈열로 신증후군출혈열(한탄바이러스 등 감염에 의한 급성발열성 질환)과 유사하나, 매개체인 진드기가 활동적인 봄부터 가을까지 주로 발생하고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며 중증화돼 사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2009년부터 중국에서 발생이 보고되기 시작해 현재 중국은 11개성(랴오닝성, 산둥성, 장쑤성, 안후이성, 허난성, 후베이성, 저장성, 산시성, 장시성, 광시성, 후난성)에서 환자 발생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2013년 3월, 일본에서는 7개현(야마구치현, 에히메현, 미야자키현, 히로시마현, 나가사키현, 고치현, 사가현)에서 8사례가 보됐으며, 이 중 5명이 사망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는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FTS)을 매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가 국내에도 전국적으로 서식하고 있으며 최근 제주도에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의심환자가 사망하고 강원도에서 감염환자가 처음 확인되는 등 추가 환자 발생 우려가 높다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예방법으로는 피부노출을 최소화할 수
2013-05-30 18:41얼마전 교육연구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일본의 산골인 아키타현 히가시나루세교육위원회와 초, 중학교를 방문했다. 학교 현장에서 일본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학습하는가를 관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초등학교 어린 아이들이나 중학생이나 교실을 관리하는데 별로 큰 차이가 없이 너무나 정리정돈이 잘돼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고요함과 소음의 차이만큼 두드러진 것이 깨끗함이다. '우리 가운데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The Poor Who Live Among Us)'이란 책은 "가난한 가족의 집으로 걸어 들어가 보라. 악취가 코를 찌르고 불결함이 눈을 괴롭힐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지저분한 지역에 살고 그렇기 때문에 불결하게 된다고 결과론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저분한 지역에 살아도 의지만 있으면 자신이 사는 집과 집 주변은 깨끗이 할 수 있다. 가난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정리정돈이 잘 돼 있어 정갈한 느낌이 드는 집이 있다. 한국의 옛 가난한 선비들을 생각할 때 연상되는 청빈이 있다. 청빈은 요즘 사회에서는 무시되지만 그래도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기에 완전히 기억에서 지우기는 어려울 것
2013-05-30 18:40
옛날엔 우리 사회에서 스승, 은사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었다. 그 만치 스승 존경 풍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선생님이다. 사제관계를 찾아보기 어렵다.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이 인생의 가르침을 주는 분이 아니다. 소풍 때 선생님 김밥을 당연히 챙기는 학부모도 보기 드물다. 교육경력 36년차인 필자. 교사 시절, 학생들과 소풍도 많이 갔다. 에피소드와 아련한 추억도 많다. 30여년 동안의 교직경험을 바탕으로 소풍 때 학생들이 싸온 선생님 도시락 변천사를 알아본다. ■1977년 용인 ○○초등학교 : 걸어서 소풍을 가는데 학부모들이 함께 따라온다. 주로 어머니들인데 머리에는 짐을 하나 올렸다. 그 당시 소풍은 원족이라고 먼 거리를 걸어서 가는 것이다. 목적지에 가서 자식들과 함께 먹을 음식 보따리다. 물론 교감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 먹을 음식도 포함되어 있다. 집에서 정성들여 만든 음식이다. 학부모가 동행하지 않을 경우, 반장이나 부반장 그리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의 어머니는 자식 김밥 이외에 선생님 김밥을 싸서 보냈다. 대략 한 반 인원이 40명으로 보면 5명 정도가 선생님용으로 김밥을 내어 놓았다. 그 뿐인가? 어린이들은 유리로 된 음료수 한 병을 가져와
2013-05-30 18:39요즘 스마트(smart) 시대라는 말이 대세다. 손바닥 보다 작은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 메일 보내기, 사진 찍기, 동영상 편집 등의 기존 컴퓨터가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대부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습득과 확장에 있어서 정말 신기원을 이룬 혁명적인 사회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항상 빛이 있으면 그늘도 길게 드리워지는 법,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촌지도 진화하는 양상이다. 5월 28일자 대전지역 모 신문에 ‘현금 대신 모바일 상품권... 스마트시대 촌지의 진화(대전일보, 2013.5.28 기사 참조)’라는 기사가 떴다. 대강의 내용을 보면, 과거처럼 학교를 방문하여 담임에게 케이크나 꽃다발 등을 전달하면 남의 이목도 있고 상급관청의 암행감찰에 단속되는 등의 눈치가 보여서 많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물론 순수한 존경의 의미로 전달하는 사례도 많이 있지만 그 선물 속에 촌지를 넣어 보내는 소수의 사례가 항상 말썽이다. 하여튼 이런 고전적인 방법 대신에 요즘은 학부모들이SNS를 이용한 ‘선물하기’ 코너를 이용하여 외식상품권이나 호텔뷔페권을 구매한 뒤 담임에게 보낸다는 것이다. 가격도 1~2만원이면 따뜻한 마음으로 봐주겠지만 십만 원대를 넘어간다고 하니
2013-05-28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