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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5월을 보내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5월에는 ‘계절의 여왕’이 왔다고 좋은 날씨가 되면 빛 고운 옷을 입고 교외로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오월이 곧 무채색 슬픔의 계절인 곳이 있었다. 광주(光州), 이름은 ‘빛고을’이다. 히지만 오월 광주엔 빛이 바래 있었다. 곳곳에 피어 있는 꽃들은 시인 김남주가 노래하던 ‘잠자는 피’이다. 72년 광주에서 대학을 다닐 때 위수령이 내려져 대학이 한동안 문을 닫았다. 그 후, 33년 전 한 시골의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경험했던 ‘5·18민주화운동’은 우리 나라 역사에서 중요한 한 획을 그었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후 전두환 소장이 이끄는 신군부는 ‘12·12사태’로 불리는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이듬해 오월엔 날로 거세지는 민주화 요구를 계엄으로 눌렀다. 그러나 누른다고 처리될 성질의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광주는 민주화의 열기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1929년 일제 치하에서 ‘광주학생 항일운동’을 벌였던 광주가 신군부의 횡포를 보고만 있지 않은 건 당연했다. 1980년 5월 14일부터 대학가와 전남도청 일대에서 거리시위가 벌어졌고, 18일엔 계엄군이 대학생들을 구타·연행하면서 시민의 항거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5월 27일 계엄군이 총으로 일명 ‘광주사태’를 진압할 때까지 그 도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아직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참고: 5·18기념재단 www.518.org)

그 후 광주사태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바뀌었다. 국회 청문회와 검찰 수사로 5·18의 전모가 밝혀졌다. 하지만 시위대에 발포하라고 명령을 내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안다. 그 사람, 지금 무슨 생각 할까. 그는 80년 5월을 어떻게 반추하고 있을까.

그러나 세계가 이를 지켜보았다. 유엔 전문기구 유네스코는 5·18민주화운동이 우리나라와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민주화에 기여한 것을 기리기 위해 2011년 5월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 등재한 것이다. 1929년 11월3일 일제의 4대 명절 중 하나인 명치절에 일제강점기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을 벌였던 광주이다. 그 광주가 반세기 만에 다시 피로 쓴 역사가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인류의 성장통으로 기록된 것이다. 그러나 칭송한다고 슬픔을 지우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라와 세계의 민주화는 중요하지만 그것을 위해 내 아버지, 내 동생, 내 친구가 피 흘리는 건 막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때 그 사건에 연루되어 교직생활을 온전히 하지 못한 친구가 떠오른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광주 밖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광주 시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가신 이들을 추억하고 기릴 수 있게 돕는 것이면 좋겠다. 그들이 술을 따르고 싶어하면 술을 따르고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면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이다. 공식적 추모의 자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싶어하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고 함께 목 놓아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강한 자'들은 살아남은 자신을 과시하면서 그 사실을 거짓으로 포장하면서 과시한다.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을 근거 없이 비웃고 막말을 퍼부었다. 소위 배웠다고 하는 사람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짐승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성경은 이들 허위의 지식인들이 가득찬 세상을 향하여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 하였던가. 자기 성찰이 사라진 뻔뻔함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 시대를 이길 힘은 어디에 있는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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