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배웠으면(學), 익혀야(習)한다. ‘습’의 소리는 무언가를 들이마실 때 나는 소리 ‘스읍’과 비슷하다. 배웠으면 들이마셔야 하는데, 배움이 느린 학생들은 안 그래도 만만치 않은 ‘학’을 ‘학학학’하느라 ‘습’은 시도도 못한다. ‘습’을 하지 못했으니, 오늘 분명 배웠으나 내일 새롭게 모른다. 배움의 환경은 친절해야 學에는 필요한 조건이 있다. 첫째, 궁금함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학습부진학생 대부분은 표면적으로는 딱히 궁금한 것이 없다고 하지만, 깊게 이야기하다보면 호기심이 훼손당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대개는 부모건 교사건 궁금해 했던 순간에 주변에서 보여준 반응이 상처로 기억되면서 궁금함을 감추기 시작한다. 궁금함을 표현할 때 당연한 것을 묻는다고 면박을 받으면 궁금하다는 것이 창피해지고, 한번 숨기기 시작하니 다시 꺼내기가 영 어려워진다. 둘째, 그래서 배움의 환경은 극도로 친절해야 한다. 학습부진학생들에게는‘이렇게까지 하면서 가르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친절함이 필요하다. 초등 6학년생들에게 몇 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은지를 물었더니, 학년은 다양해도 이유는 모두 같다. "그때 선생님이 저한테 친절하셨어요.
2019-11-05 16:47청주에서 제천으로 주말부부 2년째! 초기에는 매주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갔으나 점차 격주로 가며 남편이 임지로 와서 운전을 해 주곤 한다. 얼마 전 담임을 하고 있는 원아의 아빠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퇴근하고 집에 와 보니 딸이 지금 자고 있는데 이마에 부딪힌 흔적이 있네요!” “방과 후 특성화 체육수업 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넘어진 것입니다. 크게 다치지 않아 연고를 바르고 귀가 시 살펴봐달라며 자모님과 통화하였습니다.”라고 답하자 묵직한 반문이 되돌아왔다. “왜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까?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지 않나요? 가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왜 선생님이 합니까? 선생님은 의사가 아니잖아요! …” 긴 병가 끝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받은 전화였기에 당황하며 통화하고 있는데 운전하며 내용을 듣고 있던 남편이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학부모의 불만을 이해해 봐요”라며 조언하였다. 1987년 3월 1일 충북 영동으로 발령받아 올해 유치원교사 31년째! 오랜 세월 크게 내세울 것은 없으나 원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즐겁고 천직이라는 행복감과 자부심으로 지내온 세월이다. 종종 학부모에게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주말에도…
2019-11-01 11:12사교육을 시키면 최소한 손해는 안 본다는 이른바 사교육 불패론에 많은 학부모가 공감하고 있다. 이런 속설이 대물림되면서 그 어떤 정부도 사교육을 잡는 데는 실패를 거듭하였다. 많은 예산을 투입한 후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발표도 있었으나, 이 역시 검증된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 사교육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며 근본 처방 없이는 같은 논란이 지속될 것이다. 심야교습 금지도 실효성 의문 10여 년 전에 제정된 심야교습 금지 조례라는 것이 있다. 밤늦은 시간에는 학원교습을 금하는 조례다. 시·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학원교습이 자정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조례의 주 내용이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위헌 소송까지 거쳤지만 합헌 판결을 받았다. 조례는 살아있지만 심야교습이 중지되지는 않았다. 도리어 음성적으로 심야교습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주기적인 단속도 있지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들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위해 학원 일요휴무제를 추진하고 있다. 공론화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한다. 정책 추진에서 공론화가 만능의 길로 가고 있어 우려스럽긴 하지만 일요일 학원교습 휴무에 대한 종착지는 쉽게
2019-10-31 14:34최근 특정 이념을 가진 일부 교사들의 일탈적 정치편향 수업으로 논란이 뜨겁다. 아직 자아가 미성숙하고 판단력과 의사 결정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특정 이념을 주입하고 사회적 논란 이슈에 대해 정치적 편향을 강요함은 물론 특정 이념 교화(敎化)를 자행했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이 멈추라고 나선 현실 이 같은 특정 이념을 가진 일부 교사들의 정치 선동은 서울 관악구·강남구, 부산 소재 고교 등에서 실상이 드러났다. 이들 학교의 정치편향 교사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뉴스는 모두 ‘가짜뉴스’라고 선동했고, 수업 시간에 ‘조국 옹호’와 ‘조국이 검찰개혁 적임자’라고 주입했다. 또 ‘한국사’ 과목 평가문제에 검찰 비판 글을 지문으로 제시해 학생·학부모 반발과 재시험 시행 등의 논란을 야기했다. 급기야 피해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교사들의 정치편향 일탈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특정 교사들의 정치 선동 실상을 밝혀달라는 감사 청원서를 교육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일부 교사들은 반일감정, 조국 옹호, 검찰개혁, 현 정권 편향 등 사상독재와 정치 선동을 일삼았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특정 이념과 정치 선동의 도구로 삼은 정황도 드러났다. 정치편향…
2019-10-31 14:3217일부터 개정된 교원지위법이 시행됐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교원에 대한 전통적인 존중은 사라지고 노골적이고 악질적인 교권 침해 사건이 크게 늘어도 현장에선 어떤 보호 조치나 안전망 없이 무력하게 방치만 하는 현실이었다. 이에 교권보호 대책을 간절히 바라며 현장에서 고통받는 선생님들께 이 이상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던 좋은 소식도 잘 없을 것이다. 교원지위법 개정 반가운 일 한 사회가 교원을 어떻게 대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과업의 중요함을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는가는 단순히 교사들이 얼마나 편하게 일하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한 나라의 교육제도 전반과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느냐의 문제기도 하다. 부모의 품 안에서만 자라다 처음으로 선생님의 교실에서 비대면의 사람들과 공적인 사회를 이루는 첫 경험이 이뤄지는 곳이 학교다. 교실에서 선생님을 존중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교육 활동을 위한 질서를 따르는 것을 체질화하는데 실패한 학생이 학교 밖을 나가서 좋은 사회 구성원이 될 확률은 거의 없다. 이것은 그 학생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학생의 행복, 제대로 자랄 권리
2019-10-29 18:54직업교육은 ‘일정한 직업에 종사하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정의된다. 취업을 전제로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주로 특성화고에서 이뤄진다. 특성화고에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많이 진학한다. 맹자는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이라 했는데 특성화고 학생들은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일찍이 항산(恒産)의 준비를 시작한 용기 있는 청소년들이다. 용기 있는 특성화고 청소년들 그러므로 그들이 항심(恒心)을 지니고 자기 앞가림하면서 직업교육을 디딤돌 삼아 사회적 이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일은 국가의 주요한 책무라 할 수 있다. 학교 현장의 입장에서 정부의 직업교육정책 및 사업추진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현장실습과 관련하여 ‘학습근로자’ 측면이 강조되면서 고졸 취업률이 바닥을 쳤다. 현장실습의 교육적 기능이 강조되다 보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종전보다 규제와 부담만 가중되어 꺼리게 되는 것이다. 학습근로자 제도는 예비 근로자의 잠재 역량을 개발하여 품격있는 테크니션으로 성장토록 돕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어려운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해 과도한 서류…
2019-10-28 13:31“ 우리 오늘 여기 음식 다 먹어버릴 거예요. 지수야 가자.” “ 선생님은 가만히 계세요. 우리가 가서 맛있는 것 다 골라 올게요. 하하하. ” 지수랑 두 친구들은 3년 전 내가 6학년을 맡았을 때 담임했던 아이들이다. “ 그래, 중3 생활은 어때?” “ 그야 당근 힘들죠. 다 아시면서 뭘 물어보실까? 하하” 쇠똥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는다는 열여섯 살, 세상 그 누가 이보다 행복할까 싶을 정도의 밝은 웃음이다. 지수의 웃음 뒤로 난 3년 전 우리 교실을 떠올려보았다. 교사실에서 개학 첫날 받아둔 자기소개서 뭉치를 꺼내다가 말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수의 소개서에 ‘내 꿈은 자살입니다.’ 라고 적힌 붉고 굵은 글씨를 보았기 때문이다. “ 어머 어머, 우리반 지수라는 애는 꿈이 자살이래. 심상찮은데....... ”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옆반 동기가 열을 내며 10분 넘게 무용담을 들려줬다. “ 그 애 너희 반이구나. 우와! 대박. 그 애 담임하면 다들 병가 내고 들어가더라. ” 지수의 흑역사를 듣고 나니 교실 문을 여는 것이 더 겁이 났다. 억지로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들어서다가 그만 주저앉을 뻔했다.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 지수 옆으로 넘어…
2019-10-25 09:55나라뿐 아니라 개인의 역사도 수많은 도전과 응전으로 전개된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숱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고심하여 마련한 해법이나 기발해 보이는 발상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는 일이 수없이 많다. 기발해 보여도 실패하기 십상 인도에서는 코브라에게 물려 죽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코브라를 잡아 오면 상금을 주는 정책을 폈다.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위험을 무릅쓰고 코브라를 잡아 상금을 받았다. 정책은 성공적이어서 인명피해가 줄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코브라가 줄어들었는데도 코브라를 잡아 와 상금을 받아가는 사람은 오히려 늘어났다. 어처구니없게도 사람들은 곳곳에 코브라농장을 만들어 자신이 기른 코브라로 상금을 받은 것이다.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문제를 더 악화하는 결과를 낳는 현상을 경제용어로 ‘코브라 효과’라고 한다. ‘들쥐 꼬리 효과’라는 것도 있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하던 때, 하노이의 하수구에서 활개 치는 들쥐를 박멸하기 위해 들쥐의 꼬리를 잘라오는 사람들에게 현상금을 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꼬리가 잘린 들쥐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꼬리를 자른 후에 들쥐를 죽이는 대신 하수구에 놓
2019-10-24 13:20한국교총과 교육부가 공동 주최하고, 충북도교육청·한국교원대가 후원한 제50회 전국교육자료전시회가 20일부터 26일까지 교원대 체육관에서 성대하게 개최된 후 시상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전시회는 전국 교원들의 수업 개선 열정이 빚어낸 우수 교육자료 한 마당으로 펼쳐져 큰 호응을 얻었다. 수업개선 열정이 빚어낸 작품 이번 자료전은 2019~2020 현장교육연구운동의 대주제인 ‘따뜻한 마음·새로운 생각·실천하는 교육’ 기조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지향점인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수업·학습의 질 개선’을 기반으로 추진됐다. 시·도 예선을 거쳐 출품된 14개 분야 128개 작품이 전시돼 대통령상·국무총리상을 포함해 교육부장관상인 1등급 43편, 한국교총회장상인 2·3등급 85편이 각각 입상됐다. 1등급 수상자에게는 잘 가르치는 교원의 상징인 푸른기장증도 수여됐다. 전국교육자료전은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 전국초등교육연구대회 등과 함께 교총과 교육부가 공동 주최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교원 연구대회다. 전국교육자료전은 1970년 서울 건국대 낙원분교에서 제1회 대회가 개최된 이래 반세기 동안 교육·수업 자료 개발 및 적용을 통한 한국 교육 발전을 선도해 왔다.…
2019-10-24 13:18그곳은 ‘낯섦’ 자체였다.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브루나이 다루살람에서 개최된 ‘제35회 한·아세안 교육자대회’의 발표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브루나이라는 나라가 어디쯤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발표문과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마치고, 출국을 사흘 정도 앞두고서야 위치와 대략의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다. 한·아세안 국가보고서 발표 인터넷에도 피상적인 정보만 있을 뿐 잘 알 수 없었다. 다섯 시간이 넘는 비행 동안에도 영문 발표에 대한 긴장감으로 계속 원고를 반복해서 살펴보며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브루나이 다루살람(공식 명칭)에 도착해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왔을 때 습하고 뜨거운 공기에 이국임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이슬람 문화 탓에 제약받는 요소가 많아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계획된 행사 일정도 통보 없이 임의대로 바뀌는 등 당황스러운 상황도 연출되었는데, 우리 사무국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에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 빠듯한 일정에 이동 시간이 대부분이었으나 오가는 버스에서 함께 한 대표단 선배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8개 국가에서 모인 1000여 명의 참가자는 큰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한국 대표단이 입장하자 엄지를 치켜
2019-10-17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