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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쉬는 시간] 학교가 버팀목이 되어준다면

오래전 근무하던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가 있었던 날. 교장 선생님의 한 마디에 강당이 조용해졌어요. 

 

“학부모님들, 손가락 있으시지요? 손가락 있으시다고 핸드폰 버튼 막 눌러서 담임 선생님에게 함부로 전화하지 마세요.”

 

민원이 잦은 학교여서 스트레스를 받던 선생님들은 교장 선생님의 한마디는 말 그대로 사이다였어요. 학부모님들은 ‘뭐지?’ 하는 표정으로 교장 선생님을 바라보셨지요. 교장 선생님은 말씀을 이어나가셨어요. 
 

‘선생님들은 아이들 가르치느라 바쁘다. 아이들 가르치랴, 싸움하는 거 말리랴, 거기에 학교 업무까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생님에게 신경질을 내면서 전화까지 하면 그 스트레스는 다 어디로 갈지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 교장 선생님 자신도 선생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아이들에게로 스트레스가 갈까 봐 교장실 밖에는 안 나가려고 노력한다. 교장 선생님 얼굴 보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까. 학교장도 선생님들을 조심스럽게 대하니까 학부모님들도 학기 초에는 선생님들을 믿어 주시면 좋겠다.’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로 민원이 쑥 줄어들더군요. 그리고 아이들 가르치는 것도 왠지 신이 나는 느낌이었어요. 

 

교사들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이 필요해요. 누군가 보호해주고 있다는 느낌. 여기서 밀리면 그래도 비빌 언덕이 있다는 느낌. 그렇게 느낄 때, 어떤 일이든 자신 있게 할 수 있으니까요. <두려움 없는 조직 The Fearless Organization>의 저자인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드슨 Amy C. Edmondson 교수는 심리적 안정감을 ‘인간관계의 위험으로부터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이라고 정의했어요. 조직의 구성원이 동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솔직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느낌이 있을 때 그 조직은 비로소 활기를 띨 수 있다고 역설하면서 말이지요. 심리적 안정감은 학교라는 조직을 지탱해주는 가장 커다란 힘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민원을 맡는 업무의 경우에는 심리적 안정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웬만한 학교에서 생활 인권부장을 맡은 선생님들치고 정신의학과에 한두 번 안 다녀본 분들은 없을 거예요. 그분들이 일이 힘들어서 그럴까요? 물론, 일도 힘들지요. 학교폭력 사안 한 번 터지면 최소 3~4일은 사안 조사하고 보고하느라 야근을 해야 하니까요. 일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힘들어요. 싸움은 아이들이 했는데 학부모님들은 학교폭력 책임 교사에게 원망을 쏟아놓는 것은 다반사. 심지어 학교폭력 건으로 학부모나 학생이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서에서 담당 선생님에게 짜증을 내며 전화하는 때도 종종 있어요. 이런 민원, 저런 민원 다 받아내는 사람들도 심리적 안정감이 필요해요. 누군가의 토닥거림이 절실하거든요. 
 

퇴근 무렵, 학교폭력과 관련한 민원인이 무작정 학교에 찾아와서 “교장 나와!”라고 말하며 무례하게 행동하던 어느 날. 아무나 사장님(?)께 가도록 만들 수는 없었지요. 일단 담당자와 이야기해야 한다고 민원인에게 말하고, 답답한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나니 벌써 해가 져 버렸어요. 집에 가려고 복도를 나서는데 환하게 켜져 있던 교장실의 형광등. 혹시나 해서 교장실에 갔더니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끝났어? 기다리고 있었지. 저녁 시간인데 밥이나 먹고 퇴근하자.”

 

그 한 마디에 울컥하게 되더군요. 힘들게 남의 짜증을 받아주고 난 다음, 누군가의 지지는 상한 마음을 다시 되돌려 주는 특효약이니까요.

거리를 지나치다 보면 가로수의 버팀목을 볼 수 있어요. 흔들리는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은 튼튼하게 나무를 지켜주지요. 학기 초, 업무에 지치고 감정 소모로 마음이 힘들 때에요. 이럴 때일수록 선생님들에게는 버팀목이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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