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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총이 전국 시·도교육청 교원연구비 지급의 직위별·학교급별 차등 해소를 위해 금액의 상향평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6만 원에서 7만5000원까지 차이 나는 상황에서 모두 최대 금액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 교총의 요구다. 교총은 ‘교원연구비 차등 지급 해소 및 상향평준화 요구서’를 5일 17개 시·도교육청에 한국교총 및 17개 시·도교총 공동명의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추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도 같은 내용의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교총은 요구서에 전국 지급 상황을 자체 조사한 결과를 첨부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교원연구비는 직위별·학교급별로 금액이 다르다. 지난해 1월 교육부가 유·초등교사의 교원연구비를 중등 교사 수준으로 인상했음에도 학교급·직위·경력별 연구비 차등 지급은 여전하다. 유·초등의 경우 교장 7만5000원, 교감 6만5000원, 수석교사·보직교사·5년이상 교사 6만 원, 5년 미만 교사 7만5000원이다. 중등은 직급에 상관없이 6만 원이지만, 5년 미만 교사에게는 7만5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총은 “학생 교육을 위한 교원들의 연구 활동이 학교급 등 다른 기준으로 차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며 “모든 교원은 동일한 사명감을 갖고 교육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원연구비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명시된 교원 예우 사항으로 금액에 대해서는 교육부 훈령인 ‘교원연구비 지급에 관한 규정’ 제3조(지급액)를 참고로 각 시·도교육청 예산 범위 내에서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 훈령 및 각 시·도교육청의 교원연구비 지급 기준을 보면 유․초등 및 중등교원 간 지급단가에 차등을 두고 있다. 학교급, 직위·경력에 따라 교원연구비가 다른 이유다. 특히 교육부는 지난해 한 차례 인상했을 당시 관리직 중등교원 등 향후 추가 인상 예정을 밝힌 만큼 교원연구비 지급단가의 상향평준화 추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교총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교원연구비 지급단가를 현행 최고 지급 금액 기준으로 균등하게 인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교총은 “학생 교육을 위한 교원들의 연구 활동은 학교급이나 직위 구분 없이 수행되는 교육 활동이기에 조속한 시일 내로 학교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상향평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 초등 특수교사의 사망 사건 이후 특수교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교총이 정부와 국회를 향해 “특수교사 여건 개선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즉시 보호 입법·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5일 교육부에 ‘특수교육 여건 개선 요구서’를 전달했다. 요구서에는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 전일제 수업이 불가피한 학생이 있을 경우 특수교사 추가 배치 또는 특수교육지원센터 등을 통한 수업지원강사 배치 체제 구축 ▲특수교육법상 학급당 학생 수 기준 위반사례관리 및 과원학급 즉시 해소 ▲시·군·구별 1개 이상의 (소규모)특수학교 신설 등 전일제 운영 특수학급 증가 대책 마련 등이 담겼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군 법정 정원 대비 특수교사 배치율은 90.4%이며, 과밀 특수학급은 2022년 1499학급(8.8%), 2023년 1766학급(9.9%), 올해 1822학급(10.1%)으로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반대로 특수교육 대상자는 2021년 이후 매년 5000~6000명씩 증가하고 있어 특수교사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교총은 또 장애학생의 과잉·공격행동 학생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교총은 “특수교사라는 이름으로 당연시되고 오롯이 혼자 감당하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장애학생의 공격행동 등은 명백한 교권 침해로 인식·조치하고,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은 교육청 차원에서 전문 인력과 조직, 치료기관을 확충해 약물 등의 치료, 행동 중재를 병행해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1일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의원(국민의힘)을 만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정 의원은 교총 의견을 담아 현재 특수학급 설치기준이 유치원 4명, 초·중학교 6명, 고교 7명인 것을 유·초 4명, 중·고 6명으로 감축하는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인천 특수교사의 경우 중증 장애학생 4명을 비롯해 정원을 초과하는 과밀학급 지도로 한계에 내몰렸고, 사망 수개월 전부터 동료와 교육청에 도움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정 교총 교육정책국장은 “현재 특수학급에는 중도중복장애학생이 함께 있는 만큼 특수학급 설치기준을 더 하향해 교사를 적극 보호하고 장애학생의 개별화 교육을 보장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정원, 재정 탓만 하지 말고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총은 4일 인천 특수교사 유족을 만나 확실한 진상 규명과 고인의 명예 회복, 순직 인정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유족은 특수교사가 더 이상 벼랑 끝에 서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특수교육 여건 개선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지방교육재정을 둘러싼 논란 2024년 9월 기획재정부는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방향’을 발표하였다. 올해 국세 수입을 재추계한 결과, 예산(367.3조 원) 대비 29.6조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 여파로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예산(68.9조 원) 대비 5.3조 원(7.7%)가량 감액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감액된 바 있다. 2023년 56.4조 원에 이르는 국세 수입 결손으로 인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당초 예산보다 10.4조 원이나 감액되었다. 이로 인해 시·도교육청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줄어든 살림살이로 인해 마른 수건을 짜야 하는 형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지방교육재정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내 왔다. 최근까지도 ‘교육교부금 향후 4년간 20조 증가 … 지금도 펑펑 쓰고 남는데’, ‘쓸 곳 없어 고민인 교육교부금제도 왜 못 고치나’처럼 다소 선정적인 제목으로 지방교육재정 축소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기사를 연일 보도하였다. 한마디로 학생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에 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므로 교육에 대한 과잉투자를 피하려면 관련 제도를 하루빨리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지방교육재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방교육재정은 시·도교육청이 관할 지역의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재원을 확보·배분·지출·평가하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내용상으로는 유아교육과 초·중등교육을 위한 재정이라 할 수 있으며, ‘시·도교육비특별회계’라는 독립된 회계로 편성·운영되는 시·도교육청의 살림살이를 가리킨다. 2023년 결산을 기준으로 지방교육재정 규모는 98조 9,773억 원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에 따른 전입금과 같은 외부 재원과 교육에 관한 특별부과금, 수수료 및 사용료 등의 자체 재원으로 충당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은 세입의 약 90%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이전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중 일부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방교육재정 세입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국세 수입의 증감에 따라 그 규모가 변동되며, 작년과 올해처럼 세수 감소로 인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감소하면 시·도교육청의 살림살이는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유·초·중등교육의 근간인 지방교육재정이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지방교육재정 구조 개편 논의의 함정 지방교육재정은 현재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지방교육재정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교육재정 규모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선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경제계를 중심으로 지방교육재정 규모의 과도함과 운용의 방만함을 지적하며, 지방교육재정 구조 개편 특히 지방교육재정의 주요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학생수의 지속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계속 증가하였으므로, 현행 내국세의 일정률로 확보하는 산정방식을 폐지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과도한 증가를 방지하는 한편, 확보한 재원을 고령화에 대비한 복지재원 등 더 시급한 사회적 수요에 활용하는 것이 국가재정 전체의 관점에서 더욱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지방교육재정 운용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전망치의 정확성, 교육수요 산정기준으로서 학생수의 적절성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개편 논의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난 9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올해 68.9조 원에서 2028년 88.7조 원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하였다. 불과 4년 만에 30% 가까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을 토대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축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 당국의 전망치가 정확성을 결여하였고, 이로 인해 교육청이 어려움을 겪었음을 최근 세수 결손 사태나 과거 유사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 차원의 새로운 교육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에 소요되는 재정을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수요 감소분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가분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았고, 정부의 부정확한 세수 추계와 재정정책 실패로 인한 재정결손의 책임은 고스란히 시·도교육청에 전가되었다. 학생수 감소에 따라 교육재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재정 수요는 학생수만으로 결정된다기보다는 학교수·학급수·교원수 등에 따라 좌우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학생수가 감소하고는 있으나, 학교수·학급수·교원수의 감소세는 학생수만큼 크지 않다. 여기에 학생수·학급수·학교수·교원수의 변화 정도는 지역별로 차이가 존재한다. 즉 학생수가 급감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인구이동에 따라 학생수가 증가하는 지역도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인구 급감 지역에서 지역소멸 가속화를 막기 위해 소규모학교를 유지해야 하는 수요가 존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도시개발사업 추진 등에 따른 인구이동으로 과밀학급 해소나 학교 신설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수 감소만으로 지방교육재정의 축소를 주장하는 것은 자칫 평균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에 더하여 유보통합, 늘봄학교, AI·디지털교육, 고교학점제, 교육환경 개선 등 산적해 있는 대규모 교육재정 수요도 단순히 학생수만으로는 소요되는 재원 규모를 정확히 추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늘어나는 교육수요, 줄어드는 지방교육재정 지방교육재정이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다양한 교육적 수요에도 불구하고 지방교육재정이 이미 축소되었거나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되던 교육세 세입 중 일부가 지난해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의 재원으로 전환됨에 따라 1.5조 원의 세입이 줄어들었다. 2021년과 2022년 정부 추경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추가로 교부받아 이를 소진하는 과정에서 낭비 지적을 받았던 시·도교육청은 불과 2년 만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감액되는 탓에 재정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과 올해 시·도교육청은 재정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는 한편, 세출 구조조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족분은 기금 적립금을 활용하여 위기를 모면하였다. 하지만 신규 교육사업 추진, 인건비와 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써야 할 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나갈 돈은 많고 들어오는 돈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시·도교육청의 재정 운용과 교육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금까지 적립한 기금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워 과거처럼 지방교육채를 발행하여 부족분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재연될지도 모른다. 내년부터 지방교육재정 재원 중 지방교육세와 고교무상교육 부담금 등 일부 재원이 삭감될 위기에 있어 시·도교육청의 재정 여건 악화가 우려된다. 우선 일반자치단체로부터 전입되는 지방교육세 중 담배소비세분(담배소비세액의 43.99%)의 적용시한이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이다. 올해 안에 국회에서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의 적용시한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는 2023년 결산을 기준으로 약 1.6조 원 규모의 세입 결손이 발생하게 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서 규정한 고교무상교육 비용 분담 비율에 대한 특례 규정도 올해 말로 일몰되어 내년부터 효력을 잃게 된다. 그동안 고교무상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은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47.5%씩,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분담해 왔다. 특례가 이대로 일몰되면 당장 내년부터 고교무상교육 소요 비용 전액을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4년 예산을 기준으로 중앙정부 부담분 9,439억 원, 지방자치단체 부담분 994억 원 등 약 1조 원을 시·도교육청이 추가로 부담해야만 한다. 정부는 이미 2025년 예산안에 특례의 일몰을 전제로 중앙정부 부담금을 책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하여 시·도지사들은 2023년부터 ‘교육재정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함께 지방교육재정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시·도 법정전출금제도를 개편하여 전출액을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적용시한이 연장되었던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도 2025년 12월에 설치기한이 종료되면 현재 국고지원분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으로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 지방교육재정에 대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유·초·중등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지방교육재정을 충분한 규모로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지방교육재정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고, 이러한 노력은 교육기회 확대나 교육여건 개선이라는 성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지속적인 학생수 감소에 따라 지방교육재정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교육계 외부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재정 운용을 위해 지방교육재정 구조 개편을 논의할 때이다. 다만 부정확한 낙관적 전망치에 근거하여 학생수 감소라는 유일한 논리만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얻은 여유 재원을 다른 용처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편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한 지방교육재정 구조 개편 논의는 현재의 교육투자 규모가 과연 적정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제는 학생수 감소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에서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와 이를 위한 ‘교육재정이 충분하게 확보되고 적정하게 쓰이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때 지방교육재정의 확보 논리는 ‘다다익선’을 최선으로 하였으며, 시·도교육청에서는 재원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는 관행을 보여 왔다. 교육계 외부에서 제기되는 지방교육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낭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적정한 교육투자 규모가 얼마인지, 그리고 그 성과가 무엇인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계 내부에서 다양한 교육대상의 교육적 필요의 차이, 미래 교육을 위한 추가적인 정책 수요에 대해 적정성을 기준으로 하여 구체적으로 산정하여 제시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투입 측면에서의 선제적인 노력과 함께 교육활동과 성과를 연계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이를 토대로 교육재정이 낭비적 요인 없이 운용될 때 유·초·중등교육을 위한 지방교육재정은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인구감소 흐름에 봉착해 있다. 한국의 초저출산은 2021년 기준 OECD 국가 중 최저이며, 2002년 합계출산율 1.3 미만을 시작으로 22년간 감소 흐름이 지속되어 왔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의 급격한 감소 흐름은 우리 사회 전 분야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우리 학교교육에서도 인구감소 시대에 대응하는 변화와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합의한 명료한 해법은 없지만, 단기적인 대안으로 학생수가 감소하니 교육규모를 축소하고 교육투자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점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적극적인 교육투자를 매개로 인적자원을 고도화하며 1970년대 이후 매년 8%씩의 경제성장률을 견인하며 성장한 우리나라가 교육재정투자 전략을 급격하게 소극적인 투자로 변경하자는 방안에 대해 걱정과 우려가 크다. 이 글에서 정리하고자 하는 질문과 답변은 간단하다. 인구감소라는 이 거대한 흐름은 한국에서만 제기되는 일인지 확인하고, 인구감소의 위험신호를 받고 있는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교육재정을 학생수 감소에 따라 줄이고 해당 예산을 사회복지 및 타 분야로 재배치하고 있는지, 최대한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확인해 보고자 한다. OECD 2024년 보고서에 나타난 인구감소 추세 가장 최근인 2024년 6월 20일에 발표된 OECD의 2024년 사회지표 보고서(Society at a Glance 2024)의 첫 문장은 ‘지난 60년간 OECD 국가들의 출생률이 절반으로 감소하여 미래 세대에게 심각한 경제적·사회적 도전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시작하고 있다. 또한 2022년 기준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1이 1960년 3.3명에서 2022년 1.5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OECD가 규정한 ‘이민자를 받지 않고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출산율’은 2.1명인데, 38개 회원국 중에서 이스라엘 2.89명을 제외한 나머지 37개 회원국의 출산율은 모두 2.1명에 미치지 못했다. OECD 38개국 중 37개국이 안정적인 인구유지가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평균출산율은 0.72명, 스페인 1.16명, 이탈리아 1.2명, 일본 1.26명 등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고, 평균인 1.5명을 넘어선 OECD 국가는 이스라엘·프랑스·덴마크·체코·아일랜드·미국 등 소수 국가에 불과했다. 프랑스와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하였으며2, 일반적으로 북유럽 국가와 영미권 국가의 출산율이 평균 이상을 상회하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 속도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가파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구감소 추세 흐름은 전 세계 주요 선진국들 역시 동일하게 직면한 과제이며, 모든 국가에게서 저출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정책을 가족정책·노동정책과 연동된 핵심으로 삼고 있다. 경제 선진국들의 교육재정 투자 현황 OECD 회원국의 2022년 평균 출산율(1.5명) 수준이거나 평균 출산율에 이르지 못한 대표적인 국가들은 미국 1.67명(2022년), 영국 1.52명(2021년), 스웨덴 1.52명(2022년), 독일 1.46명(2022년), 일본 1.26명(2022년)이다. 해당 국가들의 초·중등 교육재정 투자 흐름은 어떠할까. ●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교육재정을 전격 투입한 OECD 선진국 2020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미국 의회는 2020년 3월 27일에 「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이하 ‘CARES Act’)를 의결하였다. 이 법률은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연방정부의 지원을 규정하였는데, 초·중등 및 고등교육 지원을 위해 307억 5천만 달러 규모의 교육안정화기금을 연방정부에 배정하였다. 교육안정화기금은 주지사 긴급교육지원금, 초·중등학교 긴급지원금, 고등교육 긴급지원금으로 구분되어 원격수업과 전자기기 지원으로 35개 주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였고, 학습격차 해소에 17개 주가 교육지원금을 편성하였다. 이는 미국의 2022년 교육예산의 전년 대비 41%에 해당되는 약 34조 원의 증액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전국 튜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는데, 총 10억 파운드(한화로 약 1조 5천억 원)를 투자하였다. 일본은 2019년 말에 발표한 ‘GIGA 스쿨’ 사업 종료시기를 2023년에서 2020년으로 앞당겨 추경을 편성하여 유·초·중등교육에 대해 대규모 재정을 추가로 투자하였다. OECD 주요 국가들의 교육재정 투입은 학교 폐쇄 등에 따른 교육결손이 학생들의 평생 소득에 영향을 미쳐 UN은 약 17조 달러의 손실을 예상했고, 이는 현재 세계 GDP의 14%에 해당할 정도의 놀라운 수치이다. 코로나19 교육결손을 집중적으로 적기에 지원하기 위한 교육투자에 주저함이 없었다. ● 미국 _ 지역 간 교육재정 격차 완화를 위해 학교재정 개혁 미국의 공립 초·중등교육의 세원은 주정부가 46.99%, 지방정부가 45.51%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연방정부는 교육재정의 7.49%에 불과하다. 연방정부의 교육재원은 대부분 소득세(income tax)로 경제상황에 따라 변동 폭이 크게 발생하고, 조세 수입의 안정성 측면에서 예측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보인다. 초·중등 교육재정의 92% 상당은 주 정부의 판매세(sales tax)와 지방정부의 재산세(property tax)로 구성되는데, 미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재산세 세율을 결정하는 과세권을 가지고 있어 미국의 50개 주가 공평하게 교육재정을 제공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미국의 교육재정 정책의 지역 간 불균형은 1970년대 초반부터 SFRs(School Finance Reforms)라 불리는 학교재정 개혁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또한 미국의 학교재정개혁은 주 정부에서의 주요한 소송과 판결에 크게 영향을 받았는데, 대표적으로 1971년의 Serrano vs Priest 소송은 캘리포니아주의 교육재정 구조가 학교구별로 불평등하다는 주 대법원의 판결로 마무리되었고, 뉴저지주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학교구의 학생 1인당 평균 교육비 지출액을 기준으로 학교재정을 배분하도록 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와 Abbot vs Burke 소송으로 이어졌는데, Abbott Districts라는 대도시 지역에 소재한 28개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교구에 특별지원금(Abbot Parity Aid)을 지급하라는 주대법원의 명령이 판결로 제출되었다. 이러한 학교재정 개혁은 다섯 가지 교육재정제도로 정리되며([표 4·5]), 1970년대 이후 미국은 교육재정 배분 격차를 완화하는데 적합한 균등화제도와 연동보상제도를 채택한 주 정부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교육재정 균등화제도는 이미 격차가 확인된 지역들을 대상으로 재정을 보완하는 형태인 후발적인 대책이며, 지역 간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재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통해 지역 간 차이가 사실상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 선제적인 조치가 가능하다. 이는 배분방식이 교육청의 수입액이 수요액에 미치지 못하는 교육청에 대해서 교육부가 재정부족액을 기준으로 교부금을 총액 교부하는 방식이며, 교부금 총액은 내국세의 일정비율(20.70%)을 정률 배분받는 방식으로 재원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 프랑스 _ 학생수 감소하지만 교육재정 투자 증가 프랑스의 연간 출생아 수 역시 OECD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줄어들고 있다. 다만 OECD 평균 출산율보다 높으며 20년 이상 출산율을 대체로 완만하게 유지하고 있는 국가이다. 그러나 프랑스 내에서는 2023~2024학년도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1학년에서 9만 명, 2학년에서 1만 명의 학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학생수 감소와 별개로 교사수의 증가와 교사 급여인상 등의 처우개선을 결정하였고, 2023년 프랑스의 교육예산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590억 유로 이상의 예산을 교육청소년부에 편성하였다. 2023년의 이 예산은 교직의 재정적 가치를 증대시키고자 평균 10%의 급여 인상을 반영했기 때문이며, 프랑스 유·초·중등교육을 총괄하는 교육청소년부의 배정 예산은 2017년 대비 2023년에 21%가 증가했다. 그 이전인 2012년 대비 2017년의 증가폭이 11%인 것과 비교한다면, 학생수 감소와 무관하게 교육재정 투자는 오히려 증가하였다. 나가며 짧은 논의를 하며 OECD 국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재정 정보를 정리하였다. 핵심은 인구감소 위기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OECD로 대표되는 주요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당면과제라는 점,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초·중등 교육재정을 줄이기보다는 프랑스처럼 오히려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예산을 증가시키는 나라도 있다는 점,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 앞에 미국·영국·일본 등의 선진국은 교육재정에 집중 투자하는 대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현재 경제계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서 힘을 얻고 있는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감소, 이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은 다른 나라들의 대응 모습과 비교한다면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 여러 대안 중의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초·중등 교육재정 개편에 대해 신중을 기해 결정해야 한다. 교육재정 감소 이후에 올 수 있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이 무엇일지 냉정하게 가늠하고 결정해야 한다.
지난 2018년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이르면 올해 연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될 정도로 고령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1 이에 따라 노인복지지출도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반면에 노인세대를 부양하는 생산연령인구(15~64세)와 미래의 생산가능인구가 될 유소년인구(0~14세) 비중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고령인구(65세 이상)가 총인구의 17.4%(898만 명)인데 비해 생산연령인구가 71.1%(3,674만 명)이고, 유소년인구가 11.5%(595만 명)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2072년에는 생산연령인구의 구성비(45.8%)가 고령인구(47.7%)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유소년인구의 구성비(6.6%)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6~21세의 학령인구(초·중·고·대)도 2022년 750만 명에서 2040년 337만 명으로 감소하고, 2072년 278만 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교육투자가 우리나라의 고도성장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는 점은 국내외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국제적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하지만 급속히 진행되는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지방교육재정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공교육비 규모가 인구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여 적정하게 결정되고 있는가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 구성항목 간 재원 배분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 대비하여 민간재원을 포함한 전체 공교육비 비율2은 2021년 기준 5.2%로서 OECD 평균 수준(4.9%)보다 높았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15,858)3을 보더라도 OECD 평균 수준($14,209)을 상회한다. 하지만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단계에 대한 지출이 OECD 대비 수준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현재 초등교육($14,873)과 중등교육($19,299)에 대한 공교육비가 OECD 평균($11,902와 $13,324)보다 높은 것에 반해 학생 1인당 고등교육의 공교육비 수준($13,573)은 OECD 평균 수준($20,499)보다 약 $7,000 정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초·중등 공교육비용 대비 고등교육 투자 비율을 살펴보면, 영미권 국가인 캐나다(2.00)·영국(1.18)·미국(1.15)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스웨덴(0.93)·덴마크(0.87)와 같은 북유럽 국가도 OECD 평균(0.81)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에서 고등교육 지출의 상대적 비중(0.4)은 비교 대상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다([표 2]). 국가마다 교육수준별 학생 비중과 학교급별 교육연한 등의 차이점을 고려한 1인당 수준으로 비교를 해보아도,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투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더 나아가 정부재원만을 고려한 공교육비 비율을 보면, 전체 교육과정에 대한 지출이 GDP의 4.4%로서 OECD 평균(4.2%)보다 높다. 하지만 초·중등교육에 대한 정부재원 공교육비 비율이 3.5%로 OECD 평균을 0.3%p 상회하는 반면에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재원 공교육비 비율은 0.9%로서 OECD 평균보다 0.1%p가량 낮다. 즉 우리나라에서 초·중·고 학생에 대한 정부 지원이 대학생에 대한 정부 지원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에 대한 공교육 지출 간에 이러한 극단적인 불균형이 나타나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질문을 포함하여 교육재정에 대한 많은 문제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일반지방재정·지방교육재정·고등교육재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 전부를 아울러 우리나라의 교육재정 구조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시대의 변화에 정부가 민첩하게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의 유연성과 책임성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지방교육재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와 별도로 운영되는 교육비특별회계를 통해 조성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별 교육수요에 맞게 자율적인 재정운용을 하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 또한 초·중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동시에 이월액과 불용액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점을 보면, 지방교육재정의 효율적인 집행과 관리를 위해 전체적인 지방재정구조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와 유사하게 고등교육재정의 책임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재정지원이 다양한 보조사업으로 분산되면서 재정운용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므로 대학의 재정책임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교육재정 규모는 전반적으로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나,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의 재정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고, 교육재정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예산 조정이나 증세를 통해 고등교육 재정을 확대하고, 지방교육재정과 일반지방재정 간 연계 및 협력을 강화하며, 전반적인 지방재정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겠다.
기획과 글쓰기 좋은 글은 잘 읽히는 글이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 세상에 없는 강력한 생각을 담아낸 글이라도 잘 읽히지 않으면 소용없다. 잘 읽히기 위해서는 잘 읽히도록 써야 한다. 자기 생각과 느낌을 담아낸 글에서 쓴 사람의 의도나 메시지를 파악할 수 없다면 모호하고 피곤한 글이 되고 만다. 읽는 이가 잘 읽을 수 있도록 쓴 글이 좋은 글이다. 글쓰기는 운동에 비유될 수 있다. 매일 해야 하고, 꾸준히 해야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글쓰기에는 운동처럼 근육이 필요하다. 근육량이 많아지면 기초대사량이 증가하여 운동을 안 하고 있는 휴식상태에서도 칼로리가 소모되고, 지방 사용량도 늘어난다. 글쓰기 근육을 튼튼히 만들어 놓으면 글쓰기가 습관으로 잘 형성되고, 슬럼프에도 잘 빠지지 않는다. 혹시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그 위기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글쓰기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봐야 한다. 글감의 원천인 나의 일상을 꼼꼼하게 시간을 들여 기록하고 메모로 남기면서 내 안의 이야기를 밖으로 드러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매일 하루 10분 이상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 글쓰기를 방해하는 외부요인으로부터 나 자신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하루 10분 몰입 글쓰기 연습’도 필요하다. 세상에 100% 완벽한 글은 없다. 단지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마음만 있다. 완벽한 것을 찾기보다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려는 자세, 그것이 ‘좋은 글’을 쓰게 하는 태도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글은 그저 ‘마감’을 잘 마친 글이다. 하루 종일, 며칠을 붙들고 있다고 해서 글이 완벽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정한 마감 혹은 기타 약속에 맞춰 낸 글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글은 항상 아쉽다. 그 아쉬운 마음이 또 다음 글을 쓰게 한다. 그러므로 너무 완벽한 글에 집착하지 말자. 그냥 하늘 아래 뚝딱 써지는 글은 결코 없다. 그리고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우선 기록과 메모를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글쓰기는 누가 더 오래 쓰느냐가 관건이다. 잘 쓰고 못 쓰고는 그다음이다. 한 번에 뚝딱 잘 쓰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오래 쓰자. 글쓰기가 우리에게 주는 장점은 많다. 조각조각 흩어졌던 생각과 감정을 하나하나 글로 적다보면 어느새 정리가 되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쩌면 글쓰기에서 만날 수 있는 당연한 과정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고,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글로 남겨짐으로써 더욱더 명확해진다. 글쓰기와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독서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읽기 방식에 따라 ‘끌리는 독서’와 ‘목적 독서’로 구분할 수 있다. 끌리는 독서는 내 마음이 끌리는 제목이나 작가의 책을 선택하여 읽는 방법이다. 마음이 끌려야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이 욕구는 독서의 습관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에 목적 독서는 내가 더 알고 싶은 분야나 관심 분야 등에 관련한 책을 읽는 것이다. [PART VIEW] 목적 독서를 통해 내가 알고 있고, 쓰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를 확장하거나 그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법을 익힐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접하게 되는 책 한 권은 아이디어 창고이며, 글쓰기 감옥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피난처이다. 독서는 나를 확장시키는 도구이며, 글쓰기는 나를 집중하게 하는 도구이므로 깊이 읽는 독서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눈으로만 훑어서는 깊이 있는 독서를 하기 어렵다. 우선 눈으로 읽은 글을 마음에 새기고 마음에 새긴 글을 다시 손으로 옮긴다. 마지막으로 손으로 옮긴 문장에 다시 내 생각을 담아낸다. 깊이 읽는 독서를 통해 접하게 되는 한 권의 책 속에서 가끔 내 심장을 강타하는 문장을 만나게 되는데, 그 문장이 내 안에 훅 들어왔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나만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문장은 당장 써먹을 곳이 없다고 여기지 말고, 일단 기록하고 저장해 두자. 기록해야 기억되고, 기억되어야 쓸 수 있다. 공감 받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고, 글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감 받는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어휘나 단어 선택이 중요하다. 글을 쓸 때는 내 생각을 잘 정리하고, 그걸 담아낸 단어를 정확히 선택하여 사용해야 한다.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잘 활용해야 공감 받는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어휘력이다. 비슷한 단어의 반복적 사용, 심한 동어반복은 글의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읽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좋은 기획안 작성 요령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의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라는 말처럼, 기획은 기존의 좋은 작품들을 변주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집어넣어 재창조하는 것이다. 기획은 계획하고 실행하며 평가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총칭한다고 할 수 있다. 기획안을 구조화한다는 의미는 서로 관계있는 항목을 연결하고 순서를 정해서 읽는 사람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구조화하지 않으면 전달력이 떨어진다. 구조화 작업은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첫째, 일정한 흐름에 따라 내용을 전개한다.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서 내용을 배열하는 등 얼개를 만들고 여기에 살을 붙이는 순서로 정리한다. 둘째, 단계를 만들어 내용을 정리한다. 기획안에 담을 내용을 주요 항목과 보충 항목으로 구분한다. 주요 항목을 보충 항목이 설명하는 형식으로 내용을 보여주는 단계를 만든다. 서술어를 생략하는 개조식 표현을 사용하면 문장이 계층을 이루어서 핵심을 파악하기 쉽다. 셋째, 비슷한 내용끼리 분류한다. 주요 항목과 보충 항목으로 분류하여 몇 개의 묶음으로 정리한다. 각각의 묶음을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순서로 배치한다. 전달하는 내용을 적절한 순서로 배치하면 묶음의 첫 문장만 읽어도 대강의 내용을 알 수 있다. 넷째, 시간의 흐름과 진행률·인과관계에 따라 구성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해야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 있고, ‘현황→ 문제점→ 해결책→ 예상 결과’ 식으로 항목의 관계에 따라 구성해야 흐름이 생기는 내용도 있다. 흩어져 있는 내용을 적절한 흐름에 따라 정리하면 핵심이 드러난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시간이나 인과관계에 따라서 정보를 처리한다. 이해하기 쉬운 관계를 찾아서 내용을 구성하면 읽은 사람이 정보를 해석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다섯째, 거버닝(governing)을 사용한다. 거버닝은 도입부에서 전체를 관리하는 구조화 방법이다. 기획안의 주요 항목이 세 가지라면 도입부에서 ‘핵심은 세 가지’라고 밝히고 시작하는 형식이다. 주제를 밝히고 핵심이 세 가지라고 했으므로 의식적으로 세 가지 핵심에 집중하게 된다. 구조화는 흐름에 따라 분류하고, 분류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배치하는 것이다. 기획안의 핵심 메시지는 읽는 사람이 인정하는 아이디어와 실행 가능한 계획이다. 아이디어는 참신해야 하고, 실행계획에는 논리와 구체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읽는 사람을 설득하는 요인은 참신함·논리·근거 세 가지다. 읽는 사람이 누구든, 상황이 어떻든, 기획안 문장에 참신함·논리·근거를 넣어야 설명과 설득을 할 수 있다. 기획자는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놓고 핵심을 배치해야 한다. 핵심 문장 다음에 나오는 사례와 자료, 사실과 주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핵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을 머릿속에 그린 지도에 따라 구조화해서 의미를 부여하면 전달력이 향상된다. 문제해결·인과관계·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내용은 직렬로 정리하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두 개 이상 제시해야 할 경우 병렬로 정리한다. 근거를 제시할 때는 이유·매력·설득으로 나누어 표현하면 효과가 있다. 첫째, 기획이 필요한 이유를 설정한다. 수많은 이유 가운데 수긍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이유 설정이 된다. 기획안의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의 특성을 고려하여 근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기획의 매력이다. 기획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해결책임을 나타내려면 매력이 필요하다. 기획안은 논리적으로 완벽해야 한다. 그렇다고 논리와 근거만 제시하면 건조하고 딱딱한 기획안이 된다. 읽는 사람이 공감하고 확신을 갖게 끌어당기는 것이 매력이다. 셋째, 실행하였을 때 기대되는 결과를 보여주면서 설득한다. 실행한 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인다. 아이디어는 씨앗, 기대효과는 열매로 비유될 수 있다. 열매가 달고 맛있으면 그 열매를 더 많이 수확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듯이, 실행 후의 결과가 유익하다면 설득력은 배가 된다. 기획의 실제 _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교육부의 2024년 진로교육 내실화 지원 계획(안)을 중심으로 진로교육의 필요성 및 추진방안, 세부추진계획 등을 분석해 본다. 디지털 대전환, 코로나19 등 사회 환경 변화로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고 학생들의 희망 직업이 변화함에 따라 진로교육에 대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또한 학령인구 급감 등에 따라, 모든 학생이 본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맞춤형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진로연계교육 도입,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등에 대비하여 어떻게 학교 진로교육를 내실화할 것인가에 대한 핵심개념·단어·내용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소개하는 기획안에서 고딕으로 표기한 단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여 기획안 작성 시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 보자. 2024년 진로교육 내실화 지원 계획(안) Ⅰ. 추진방향 •미래형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학교 진로교육 운영 모델 발굴 및 자료 개발 보급을 통해 단위학교 준비도 제고 •다양한 진로체험 지원을 위해 지역 진로체험 협력체계 구축, 소외계층 및 소외지역 진로교육 지원, 온오프라인 창업체험 등 지속 지원 •학생 맞춤형 진로정보 제공을 위해 지능형 진로교육정보망 구축 기반 조성, 양질의 진로체험기관 발굴 및 진로체험 정보 활용 지원 Ⅱ. 세부추진계획 1. 2022 개정 교육과정 대비 학교 진로교육 내실화 ■ 추진목적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진로연계교육 현장 안착 및 초등단계 교과중심 진로교육 강화를 통해 내실 있는 학교 진로교육 운영 ■ 주요 사업내용 •진로연계교육 적용 모델 발굴을 위한 연구학교 운영 -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과정 중심 진로연계교육 운영 모델 및 학생 맞춤형 진로교육 프로그램 등 개발·적용 - 연구학교의 진로연계교육 운영 모델은 학교급별 진로연계교육 자료에 반영·확산 •학교급별 진로연계교육 자료 개발 보급 - 학교급별 교원 이해도 제고 프로그램(3종)과 현장 안내서(3종) 개발·보급을 통한 진로연계교육의 현장 안착 도모 - 정책의 취지와 방향, 교육과정 설계 및 진로연계교육 모형 등에 대한 학교급별 맞춤형 자료를 제작하여 현장 적합성 제고 2. 지역사회 연계 진로체험 격차 해소 프로그램 지원 ■ 추진목적 •진로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소외지역 학생에게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진로교육 인프라 확대를 지원하여 진로교육의 사각지대 해소 ■ 주요 사업내용 •(프로그램 운영) 공모를 통해 선정된 운영기관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①기관이 학교로 방문하거나 ②학생이 기관으로 방문하는 형태로 진로체험 프로그램 진행 - 학교현장의 수요가 높은 신산업분야 프로그램 개발·운영을 확대하여 소외지역 학생에게 미래 진로·직업분야의 체험 기회 제공 •(인프라 확대) 과학기술진로지원센터(과기부)*와 협업하여 교사·진로체험지원센터 강사 등 대상 신산업분야 진로체험 관련 연수실시 * 과학기술진로지원센터: 초·중등 학생들의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진로정보 제공을 위해 다양한 진로 프로그램과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사업 3. 초·중등 창업체험교육 지원체계 강화 ■ 추진목적 •온오프라인 창업체험 기회 제공 및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통한 도전정신, 혁신적 사고 등 창업가 정신을 갖춘 미래 인재 양성 ■ 주요 사업내용 •창업체험교육 수업 및 동아리 활성화 등 학교 창업체험교육 활동 지원 - (콘텐츠 제공) 온라인 창업체험교육 플랫폼(YEEP)을 통해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과연계 창업체험교육 수업모형 등 수업·동아리용 자료 제공 - (창업경진대회 운영) 학교 창업동아리 활성화 및 초·중등 창업체험교육 인식 확산을 위한 2024년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 운영 •창업 인프라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창업체험교육프로그램 운영 - (오프라인) 중앙 창업체험센터 내 기업·전문가 인력을 활용하여 창업 캠프, 스타트업 견학 프로그램 등 교원·학생 대상 프로그램 운영 - (온라인) YEEP, 원격영상 진로멘토링 등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가상 창업체험활동 및 창업가 멘토링 기회 제공 •초·중등학교·대학·지역 내 창업 인프라 연계 및 지원을 통한 지역사회 창업체험교육 생태계 활성화 - (중점학교·지역센터) 창업체험 수업 및 동아리를 구성·운영·지원하는 중점학교와 지역 창업체험센터를 시·도교육청별 자체운영 - (거점센터) 창업 인프라가 우수한 대학을 권역별 ‘창업체험교육거점센터’로 지정하여 교원·학생 대상 다양한 창업체험교육프로그램 운영 - (중앙지원단) 지역 창업 인프라와 학교 간 연계, 중점학교·지역센터 컨설팅 시행 등 지역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한 중앙지원단 구성 및 운영
들어가며 문해력(文解力)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가정통신문에 ‘중식’을 ‘중국 음식’으로, ‘심심한 사과’를 ‘맛이 싱거운 사과’로 오해한 소동이 있었다고 한다.1 또한 초등 1~2학년 교사 대상 설문에서 어휘 지도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교사가 67%로 나타났다는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서도 문해력 저하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문맥을 알고 문장 속 단어의 의미를 아는 것이다. 전쟁의 어려움을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기저에는 높은 교육열에 힘입은 문해력이 있었다. 문해력은 학업성취도뿐만 아니라 의사소통능력 강화, 직업 및 정보습득능력 등 개인의 성장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개혁 9대 과제 중 교실혁명은 모든 학생이 수업을 통하여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도록 교실수업의 혁명적 변화를 지향한다.2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고, 질문·토론·협력을 통한 ‘개념 탐구수업’으로의 변화에 맞춰 학생의 학습속도와 역량에 맞는 맞춤교육을 제공하고자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학습자의 삶과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의 문해력이 필요하다. 문해력 강화와 더불어 디지털학습이 진행될 때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도 가능하다. 따라서 문해력 강화를 위해 독서인문교육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깊이 있는 디지털 기반 학습을 위한 독서인문교육 내실화 방안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 문해력 저하의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디지털 과몰입의 증가이다. 스마트폰·TV 등 영상매체에 숏폼·유튜브 등 짧은 영상 노출시간이 많아지면서 사용 언어의 양이 적어졌다. 둘째, 독서량이 부족하다. 독서는 어휘력·이해력·사고력 향상에 필수적이지만, 학생들의 독서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문해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셋째, 효율성을 추구한다. 언어사용에 있어서 줄임말·약어 등의 사용과 낱말이나 문장이 아닌 자음만으로 또는 이미지로만 표현하기 등이 늘었다. 넷째, 정보전달 방식의 변화이다. 신문·책 등의 문자 중심이 아닌 영상 중심 정보전달 방식으로의 변화는 긴 글을 회피하려는 경향성을 만들었다. [PART VIEW] 독서인문교육의 의의 및 필요성 가. 독서인문교육의 의의 독서인문교육이란 인문학적인 지식과 독서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종합적인 교양과 인성을 발전시키는 교육방법이다. 교육과정 전반에 걸친 독서교육의 실행 및 일상적 독서문화 정착을 통하여 문학·철학·역사·과학 등 풍부한 인문학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자기표현능력과 창의적 사고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독서인문교육은 문자 중심의 정보전달 시기에 대체 불가능한 수단인 문자를 통해 가정에서부터 중시되었다. 독서의 힘을 잘 아는 부모에 의해 자녀의 독서는 중요한 과제였다. 수천 년 동안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허락된 특수한 행위였던 독서는 종이와 인쇄술의 보급으로 엄청난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학교교육에서 독서인문교육은 인성 함양과 정보습득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독서인문교육의 중점 영역으로 ‘교육과정 재구성 독서교육활성화(42.6%)’와 ‘책 읽는 학교문화조성(39.9%)’을 꼽았다.3 또한 온책읽기 등 느리지만 깊이 있게 읽는 학습을 통하여 꼼꼼하고 깊이 있는 독서경험을 갖도록 운영되고 있다. 학교도서관 활용 독서인문교육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며 변화되고 있다. 모든 학교에 학교도서관을 설치하고, 사서교사 및 사서를 배치함으로써 체계적인 독서인문교육에 내실을 다지고 있다. 사서교사와 교과교사의 협업수업을 통해 교과에서 필요한 지식습득에 독서를 통한 방법을 접목하여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나. 독서인문교육의 필요성 독서인문교육은 디지털 사회에서 문해력 향상을 토대로 깊이 있는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방법이며, 그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정보습득의 깊이는 사고력 크기에 영향을 미치고 사고력의 깊이만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디지털 영상자료에서 담을 수 없는 정보의 깊이는 독서를 통해 가능하다. 둘째, 바른 인성 태도를 기를 수 있다. 독서인문교육은 인성에 기반한 학습 인내심이 요구되는 교육이다. 한 권의 독서도 일정 시간 이상의 시간과 집중이 필요하다. 또한 책 속의 인물을 접함으로써 인성 함양에 좋은 영향을 준다. 셋째, 의사소통능력을 기를 수 있다. 어휘와 문맥에 따른 의미의 이해는 정확한 상황이해로 의사소통능력을 기를 수 있다. 상황은 문맥에 따라 해석된다. 독서토론 및 독후활동 등을 통해 어휘력 향상과 의사소통역량 함양이 가능하다. 넷째, 세상에 대한 이해와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양질의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은 세상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가능하게 하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 기회를 준다. 디지털 사회와 독서인문교육의 상관관계 가. 디지털 사회의 인문학적 특징 알파세대(Generation Alpha)를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한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에 태어난 2010년 이후 출생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미국의 교육학자인 마크 프렌스키(2001)는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온 이들을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고 하였다. 또한 이들과 달리 낯선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전하는 기성세대를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s)라고 하였다. 이러한 대비는 문식 환경에 대한 인식과 적응력의 상이함을 보여준다.4 이러한 디지털 사회의 인문학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원적 세계로 구성된다. 디지털 사회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로 공존한다. 온라인의 가상세계는 개인의 개성과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무한의 세계이다. 또한 현실세계는 가상세계와 상호보완적 역할을 가지고 있다. 둘째, 연결성이 강조된다.5 디지털 사회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의 연결이 강조된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전 세계인이 연결되어 있다. 또한 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의 기술 발달로 생산성 향상 및 새로운 시장을 형성한다. 셋째, 편중과 불평등이 심화된다. 디지털 혁명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습득 불평등은 부의 불평등을 야기한다. 또한 디지털 사회는 개인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정보의 무한 제공으로 편중 가능성이 크다. 나. 디지털 사회와 독서인문교육의 상관관계 디지털 사회가 되면서 많은 유튜버들이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독서교육이 갖는 장점이 디지털 사회를 풍부하게 하고 부작용을 극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지털 사회와 독서인문교육의 상관관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호보완적 역할을 한다. 디지털 사회와 독서인문교육의 특징은 단적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적 특성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사회가 교육의 형식을 담당한다면 독서인문교육은 내용을 담당한다. 디지털기기와 디지털교과서의 보급은 기기에 접근하기까지 아날로그적 방식이 사용된다. 둘째, 독서인문교육은 디지털 사회를 풍부하게 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많은 부분이 전문가 정도의 지식능력과 인문학적 배경을 필요로 한다. 디지털 콘텐츠가 오랫동안 지속되려면 다양한 독서에서 오는 전문적인 지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사회의 부작용은 독서인문교육으로 치유된다. 디지털 사회의 부작용은 시각적·즉흥적 자극과 빠른 속도, 익명성, 중독 등으로 인해 생긴다. 디지털 사회가 주는 삶의 윤택함과 편리성을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독서인문교육을 통해 천천히 상상하고 사색하며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디지털 사회의 독서인문교육 내실화 방안 디지털 사회에서 독서인문교육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미래형 학습방법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독서인문교육이 강화되기 위해서 디지털 방식과 접목이 필요하다. 독서인문교육이 깊이 있는 학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내실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디지털 사회의 이해와 독서인문교육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디지털 사회는 정보사회이다. 성인 독서비율이 낮은 현재 취할 수 있는 첫 번째 방안은 성인 독서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지식은 단편적이고 편향적이며 디지털리터러시가 필요할 만큼의 가짜뉴스도 많다. 따라서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방법보다는 독서를 통한 정보습득의 가치와 방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책은 작가의 철학과 노력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둘째, 가정·학교·지역사회가 연결되는 독서인문교육을 한다. 우리는 도서관을 빠르게 갖추었다. 학교 도서관이 학생들에게 특화된 도서관이라면 지역 도서관은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시설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독서를 생활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학생들의 학습은 호기심을 가지고 깊이 생각하고 반복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가정에서 부모의 독서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며, 학교의 독서인문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 또한 지역 도서관은 플랫폼 역할을 하며 서로 연결된다. 셋째, 교육과정 연계 독서인문교육을 강화한다. 학교는 교육과정으로 학생의 학습능력을 신장시킨다. 교육내용은 학습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책 한권을 천천히 깊이 읽는 온책읽기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독서 경험은 자기주도적 독서활동에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학교교육에 있어 각 교과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 연계 독서인문교육을 반영하여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게 한다. 넷째, 교육방법과 교육내용에 디지털 툴과 독서인문교육을 활용한다. 학습의 대상이 되는 지식에는 위계가 있다. 블룸의 지식의 위계(Bloom’s Texanomy)는 지식을 저수준(지식·이해)과 고수준(적용·분석·종합·평가)으로 분류한다. 독서활동을 도와주는 앱이나 소프트웨어 활용을 통해 독서로 습득한 지식을 이해·적용하여분석·종합·평가에 이르게 하는 콘텐츠를 활용한다. 일상적 학습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디지털 기반 독서인문교육은 학생의 건전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마치며 디지털 사회에서 독서인문교육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미래형 학습방법이다. 디지털 기반 학생맞춤형수업은 앞으로의 교육방향이다. 그러나 디지털 맞춤형학습이 오히려 학습준비도가 약한 학생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만큼 독서인문교육 내실화를 통해 깊이 있는 학습이 필요하다. 디지털사회 독서인문교육 내실화 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디지털 사회의 이해와 독서인문교육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학생의 성장에 필요한 고급 정보는 단편적 디지털 콘텐츠가 아닌 깊이 있는 독서로 이루어진다. 둘째, 가정·학교·지역사회가 연결되는 독서인문교육을 한다. 독서인문교육에 있어 가정에서는 태도를, 학교에서는 방법을, 지역에서는 환경을 만들어 간다. 셋째, 교육과정 연계 독서인문교육을 강화한다. 교육내용에 자기주도적학습에 필요한 독서인문교육 경험은 매우 중요하며 적극적인 교육과정 연계가 필요하다. 넷째, 교육방법과 교육내용에 디지털 툴과 독서인문교육을 활용한다. 지식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독서인문교육에 디지털 툴이 일상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독서인문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디지털 사회는 이미 현실이며, 시나브로 바뀌는 변화를 감지하여 교육에 활용하려는 노력은 교육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할 방향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지난 호에 이어서 공무원의 신분을 부여하여 근무하게 하는 모든 인사활동인 임용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임용은 인사업무의 중요 행위로 신규채용·승진·승급·전직·전보·겸임·파견·강임·휴직·직위해제·정직·강등·복직·면직·해임·파면 등 신분의 발생·변경·소멸의 모든 행위를 말하며, 각 용어에 대한 의미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교육공무원의 임용에 관한 부분 중 지난 호에서 살펴본 내용에 이어서 원로교사의 임용, 시간선택제교사 임용, 직위해제, 퇴직과 면직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교장·교감·수석교사의 임용은 다음 호에서 다루면서 교육공무원의 임용을 마무리한다. 1. 원로교사 임용 가. 원로교사의 임용 - 정년 전에 임기가 끝나는 교장·원장으로서 교사로 근무할 것을 희망하는 사람(교사자격증 소지자)은 수업 담당 능력과 건강 등을 고려하여 교사로 임용할 수 있음. 나. 인사위원회 심의사항 - 신체·정신상의 건강상태 - 기타 교사로서의 부적격한 사유의 유무 다. 원로교사의 배치 - 원로교사의 근무학교를 지정할 때는 가급적 당해 교사의 생활 근거지 또는 근무 희망지를 고려하여야 함. 라. 원로교사의 우대 - 수업시간 경감, 당직근무 면제, 명예퇴직 대상자 선정 시 우선 고려 등 마. 소속 학교장이 요청하는 경우 다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음. - 신규교사 상담, 교내 장학지도, 그밖에 학교운영 자문에 대한 조언 등 2. 시간선택제교사 임용 가. 임용권자는 소속 교사가 원할 때 해당교사를 통상적인 근무시간보다 짧은 시간을 근무하는 교사로 지정할 수 있음. 다만 근무시간은 주당 15시간 이상 25시간 이하의 범위에서 임용권자가 정함. 나. 시간선택제교사 신청 사유 - 만 8세 이하(취학 중인 경우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 양육 - 장기간 요양이 필요한 부모·배우자·자녀 또는 배우자의 부모 간호 -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국내 교육기관에 입학·재학하는 경우 - 그 외 사회적응능력 배양을 위해 필요한 경우 다. 인사자문위원회 자문 및 학교장 추천 → 임용권자가 지정 여부 결정 라. 시간선택제 전환교사는 담임 배정 대상에서 제외하며, 근무시간 내에서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 상담 및 생활지도를 담당하되 학교장이 학교 여건에 따라 업무 범위 및 업무량을 배정함. 마. 근무시간과 유형은 전환사유, 교육과정 운영 등 학교의 사정을 고려하여 1일 최소 3시간 이상의 범위에서 정하되, 격주제 또는 격월제로는 지정하지 않음. [PART VIEW] 3. 직위해제 가.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은 유지하게 하지만 직무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것.1 나. 직위해제 사유 1)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2)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 요구 중인 자 3) 형사사건으로 기소 된 자(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됨) 4) 금품비위·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행위로 인하여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 다. 직위해제는 징계와는 구별되는 성질의 처분이므로 처분 후에 동일한 사유로 징계처분을 하였다고 하여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님. 라. 징계의결 요구 사유로 직위해제된 경우 징계의결이 되거나 징계의결이 취소될 때 직위해제 처분은 그 효력을 상실함(직위해제 사유 소멸 시 임용권자는 지체 없이 직위를 부여하여야 함). 마. 직위해제 기간 중의 보수 4. 퇴직과 면직 가. 퇴직 1) 당연퇴직 가) 교육공무원이 「국가공무원법」 제33조(임용의 결격사유)나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 4에 따른 결격사유에 해당될 때에는 당연퇴직 처리2 나) 당연퇴직 관련 인사처리(※ 별도의 징계 절차나 동의 절차 필요 없음) (1) 공무원 임용 전에 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 - 당초 임용 행위를 소급하여 취소 - 이미 퇴직한 자에 대해서도 당초 임용일자로 소급하여 임용 취소 (2) 공무원으로 재직 중에 결격 사유가 발생한 경우 - 형 확정 일자로 당연퇴직 처리 - 이미 퇴직한 자에 대해서도 당연퇴직 처리하되, 근무기간 중 기지급한 보수는 환수하지 않음(「공무원보수규정」 제25조) 2) 정년퇴직 가) 교육공무원 정년퇴직 연령: 만 62세 나) 정년퇴직일: 정년이 달한 날이 속하는 학기의 말일 다) 정년퇴직자의 신분 유지: 정년퇴직 전일까지 유지 라) 직위해제 중인 자의 정년: 직위해제 기간에도 불구하고 정년퇴직 처리 3) 명예퇴직 가) 퇴직예정일 기준 「공무원연금법」 규정에 따른 재직기간 20년 이상이고, 정년퇴직일 전 1년 이상의 기간 중 자진 퇴직하는 자 나) 정기 명예퇴직 신청기간 준수가 어려운 중증 질병으로 업무수행(근무)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수시 신청 허용. 단, 정기 신청기간 이후 신청자는 다음 회 정기분에 포함하여 심사 진행 다) 명예퇴직 대상 제한 - 징계의결 요구 대상자, 징계처분 요구 중인 자, 형사사건 기소 중인 자, 비위조사 또는 수사 중인 자, 의무 복무 중인 자 등 라) 명예퇴직수당 반납 - 서울특별시교육청 사립학교 재정결함 지원금 지원 계획에 의거 명예퇴직 후 인건비 재정결함지원을 지원받는 사립학교 정규교원으로 임용되는 경우 명예퇴직수당을 반납하고 임용하거나, 반납하지 아니할 경우 퇴직 기간제교원 수준(14호봉 이하)으로 보수를 받는 것 중 택일하여야 함. 바) 특별승진: 제한규정에 해당사항이 없고 특별한 공적이 있는 자에 대해 심사를 거쳐 특별승진 임용 ※ 퇴직 교육공무원의 신분 상실 「교육공무원임용령」 제5조에 의하면 교육공무원은 임용장(임용통지서)에 기재된 일자에 임용된 것으로 봄. 즉 임용장(임용통지서)에 기재된 일자에 임용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함. 따라서 임용 중 면직의 경우에는 면직발령장(면직통지서)에 기재된 일자에 면직의 효과가 발생하여 당일 영시(00:00)부터 공무원 신분을 상실함(대법원 1985.12.24. 선고85누531 판결). 공무담임권이 소멸되는 정년퇴직‧명예퇴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교육공무원은 8월 31일 00:00 또는 2월 말일 00:00에 공무원 신분을 상실한다고 보아야 함. 나. 면직 1) 직권면직 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 처리 나) 임용권자가 직권면직시킬 경우는 미리 관할 징계위원회의 의견을 들어야 함. 다만 「국가공무원법」 제70조 제1항 제5호(직위해제되어 대기 명령을 받은 자가 그 기간 중 능력 또는 근무성적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된 때)의 사유에 의거 면직시킬 경우는 관할 징계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함. 다) 직권면직 사유 (1) 직제와 정원의 개폐, 예산감소 등에 따라 폐직 또는 과원이 되었을 때 (2) 휴직기간이 끝나거나 휴직사유가 소멸된 후에도 직무에 복귀하지 아니하거나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 (3) 전직시험에서 세 번 이상 불합격한 자로서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된 때 (4) 병역판정검사·입영 또는 소집의 명령을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기피하거나 군복무를 위하여 휴직 중에 있는 자가 군복무 중 군무를 이탈하였을 때 (5) 해당 직급·직위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격증의 효력이 없어지거나 면허가 취소되어 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때 (6)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3항(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에 해당되어 3개월의 범위에서 대기)에 따라 대기 명령을 받은 자가 그 기간에 능력 또는 근무성적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된 때 → (1)~(5)의 규정에 따라 면직시킬 때는 미리 징계위원회의 의견을 들어야 함. → 다만 (6)에 따라 면직시킬 경우에는 징계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함. 2) 의원면직 가) 본인의 의사 표시에 의하여 공무원 관계를 소멸시키는 것 나) 의원면직자의 신분 유지: 면직 발령일 전일까지 신분 유지 다) 의원면직의 제한 - 중징계의결 요구(「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제5조)3 라) 임용권자는 재직 중인 공무원이 의원면직을 신청한 경우 해당 공무원이 의원면직 제한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조사 및 수사기관의 장에게 확인하여야 함. 3) 징계면직 -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파면·해임시키는 경우 가) 파면: 공무원 관계로부터 배제(5년간 공무원 임용 제한) 나) 해임: 공무원 관계로부터 배제(3년간 공무원 임용 제한) 4) 사망면직 가) 사망자 면직 일자: 사망 다음 날 나) 사망자의 보고: 사망일로부터 7일 이내에 임용권자에게 보고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도 집단면접 실전 스킬을 살펴본다. 이번 호에서는 집단면접 토의·토론 공통 참고사항, 토론과 토의 2가지 집단면접 방식에 대한 형식, 집단면접 예상 답안 작성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집단면접 실전 스킬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집단면접 형식 연습 가. 토의·토론 공통 참고사항 • 개별 발언시간 초과 시 고지 여부 • 모두 입장 후 1명씩 돌아가며 인사 후 착석 • 필기 가능 여부 • 문제지 펼치며 시간 측정 시작 • 번호 순서대로 찬성/반대(예: 1~3번 찬성/ 4~6번 반대) - 1차 토론 후 입장을 바꿔 재토론 실시 • 찬성 측(혹은 반대 측)부터 발언/ 자연스럽게 시작 • 사회자 및 퍼실리테이터, 정리자(노트북) 유무 위에서 제시한 공통적인 사항 중에서 필기가 가능하다면 키워드 중심으로 간단히 메모하여 활용하면 핵심 내용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발언 순서를 기억해야 자신의 순서가 아닌데 갑자기 끼어든다는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입장을 바꾸어 다시 토론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부분과 함께 상대방의 논리에 대한 장·단점 분석을 간단하게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반대 입장에서 주장을 펼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위의 공통적인 사항을 잘 숙지하여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실제 각 시·도별 평가장에서 제시하는 평가방법과 조건에 따라 연습한 공통적인 사항들을 잘 활용하여 적용하면 효과적이다. 나. 집단면접(토의·토론) 2가지 형식 이제 본격적으로 토론과 토의 2가지 집단면접 방식에 대한 형식을 살펴보자. 6인 1조를 기준으로 진행시간 45분 기준으로 된 토의·토론 형식의 예시이다. [PART VIEW] ● 집단토론 예시① 집단토론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을 예시로 제시했으므로 평소에도 이러한 순서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현안과 문제를 구술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물론 스터디를 통해서 장소와 시간 등을 실제 평가장처럼 꾸며 놓고 연습하는 것은 더욱 좋다. 특히 중간에 입장을 바꾸어서 하는 토론의 경우, 처음 입장을 주장할 때 자신의 생각이 완벽하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게 되면 입장이 바뀌었을 때 자신의 발언 때문에 난처해질 수 있으니 극단적인 표현이나 한쪽의 견해를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발언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는 집단토론 형태의 구체적인 집단면접 방법 예시를 하나 더 살펴보자. 위와 같이 토론하는 방법과 순서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고 실시하는 경우도 있으니 각 시·도별 평가장에서 제시하는 토론방법과 조건을 잘 파악해야 한다. ● 집단토의 예시② 집단토의에서는 앞부분의 기조발언이 중요하다. 기조발언에서 자기주장의 핵심 내용과 간단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최선의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협력적 토의과정을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집단토의 형태의 구체적인 집단면접 형식을 하나 더 살펴보자. 이러한 집단토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위한 검토와 협의를 통해서 문제해결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단면접 절차를 숙지하고,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문제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두루뭉술한 내용으로 논지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면 안 되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문제해결전략이나 현장 적용에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다. 집단면접 예상 답안 작성 방법 1) A5 카드를 활용한다. A4 가로로 작성하고 2쪽 모아찍기로 부착한다. 2) 앞면에는 문제, 뒷면에는 답안을 작성한다. 3) 답안은 자료를 찾아가며 스터디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한다. 4) 일상 속 틈이 나는 시간에 암기한다. 5) 답안은 녹음해서 출퇴근·식사·화장실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다. ● 집단면접 암기카드 작성 양식 암기카드를 작성할 때 처음부터 자세히 적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앞선 9월호에서 언급했던 메모카드를 활용하면 좀 더 쉬울 것이다. 기획·논술 준비를 할 때 공부한 자료를 활용하여 만든 메모카드에서 기조발언과 정리발언을 조금 더 내실 있게 정리하면 훌륭한 집단면접 암기카드가 될 것이다. ● 집단면접 암기카드 작성 예시 혼자서 연습해도 효과가 있겠지만, 스터디를 구성하여 준비과정에서부터 협력적 의사소통을 통해 연습하고 다양한 주제의 집단면접 암기카드를 작성하여 공유하면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집단면접 실전스킬에 대해 살펴봤다. 방학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다양한 토의·토론방법을 실제 상황처럼 장소와 시간 안배 등을 하면서 준비하면 좋다. 그러나 평소에도 동료교사나 가족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협의를 자주 해보자. 어떤 문제에 대한 생각이 다를 때 입장을 바꾸어 이야기하는 것도 꾸준히 한다면 더욱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평가를 위해 일회성으로 포장하여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사람과 평소 삶에서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고 고민했던 사람이 말하는 것은 그 깊이와 전달력이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초등 역사수업 마주하기 교사는 교육과정을 통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수업 중 학생들이 어느 지점에서 머뭇거릴 것인지, 어느 지점에서 학생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쉼을 부여할 것인지, 어느 지점에서 학생들의 배움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할 것인지 등 수업설계 시에는 물론 수업 중에도 끊임없이 고민하며 판단을 내리고 실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힘들지만 외롭지 않다.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상상하다 보면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 5학년 2학기 사회는 역사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즘 초등 역사수업의 어려움 중 하나는 학습량이다. 주어진 시간보다 다루어야 할 내용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초등 역사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5학년 2학기에 이루어지는 역사수업을 한 발 물러나 되돌아보면 압축적인 학습내용 전달에 초점을 맞춘 설명식 강의와 단어풀이식 수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교사들의 전통적인 연대기 중심의 역사교육관이나 교사 자신이 경험적으로 획득한 역사학습의 가장 효율적인 형태를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차원의 태도가 수업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역사교육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는 역사적 사고력 신장이다. 교사의 설명은 역사적 사실의 기억과 암기에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등의 의미 있는 학습을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역사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초등 역사교육은 ‘역사 속의 역사’와 ‘사회 속의 역사’를 동시에 펼쳐야 하며, 세상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하고 자신과는 다른 시대와 다른 장소의 사람들에 대한 경험, 과거와 인류에 대한 흥미, 역사적인 지식 획득 및 변화와 지속성이라는 역사의 기본개념을 터득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편 초등에서는 우리나라 역사를 처음 접하게 되므로 초등학생의 역사인식 발달단계에 맞게 생활사·주제사를 중심으로 학습하도록 하며, 통사로 역사에 접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생의 삶과 연결하는 초등 역사수업’ 만들기 ‘학생의 삶과 연결하는 초등 역사수업’은 초등 5학년 2학기 역사수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필자가 구안하여 적용한 것이다. 수업흐름은 ‘도입단계’에서 학생이 과거의 역사를 만나 역사에 흥미를 가지게 되며, ‘전개단계’는 자신에게 주어진 수행과제를 파악하여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 지식을 탐구하고 역사적 사고력을 기르게 되며, ‘정리단계’는 수행결과를 정리하고 역사를 자신의 삶과 연결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실제 수업에서는 ‘역사 만나기→ 문제 알아보기→ 과제 수행하기→ 결과 정리하기→ 생각 더하기’ 활동으로 등으로 진행된다. [PART VIEW] 수업설계하기 가. 수업개관 나. 학습주제 임진왜란이 일어난 과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볼까요? 다. 수행과제 ※ 왜 종군기자인가? 종군기자는 군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가 전투상황을 보도하는 기자이다. 아군의 편에서 주관적인 기사를 쓰기도 하고, 승리의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때로는 전쟁이라는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여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평화를 위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준다. 학생들은 종군기자가 되어 임진왜란의 전투상황을 옆에서 직접 참관하는 느낌을 최대한 가지게 하고, 교사가 제시한 자료를 기자의 관점에서 살펴보기를 기대하기 위함이다. 라. 수업의 흐름 역사 만나기 역사와 만난 날: / ( ) 이름: 임진왜란이 일어난 과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볼까요? ▶ 역사 만나기 _ 【전체】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이 불법으로 남침하여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미국 신문사의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나는상황임에도 전쟁터 한가운데로 뛰어들었습니다. 종군기자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그들은 왜 전투상황을 보도할까요? * 종군기자: 군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가 전투상황을 보도하는 기자 ※ 한국전쟁의 종군기자 ‘마거리트 하긴스’(영상자료)를 선택한 이유 한국전쟁은 다소 시기적으로 현재와 떨어져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전쟁이라 임진왜란과 공통점이 있고, 종군기자 마거리트 하긴스와 관련된 영상의 내용에 무리가 없으며, 종군기자 역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수업의 도입단계에서 제시하기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문제 알아보기 ▶ 문제 알아보기 _ 【모둠】 여러분은 ○○역사신문사에 근무하는 기자입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여러분은 전쟁상황을 백성들에게 알리고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종군기자에 지원하였습니다. 조선의 백성들은 여러분이 ①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과 일본의 상황을 쉽게 설명해 주고, 군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가 ② 바다와 육지에서 임진왜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전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료를 살펴보고 임진왜란이 일어난 과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취재해 보세요. 과제 수행하기 ▶ 과제 수행하기 1. 교과서 69쪽을 읽고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과 일본의 상황에 대한 기사를 써 보세요. _ 【개인】 ※ 필요할 경우 기사에 그림이나 표를 넣어도 됩니다. 2. 군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가 조선 사람들이 임진왜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기사로 써 보세요. _ 【개인/모둠】 ※ 교과서 70~72쪽을 참고해도 됩니다. ※ 기사문을 잘 쓰고 싶다면?(7:30) 결과 정리하기 ▶ 결과 정리하기 1. 임진왜란을 극복하기 위한 조선 사람들의 노력을 한 낱말로 표현하고 그렇게 생각한 까닭을 설명해 보세요. _ 【개인/모둠/전체】 임진왜란을 극복하기 위한 조선 사람들의 노력은 ( ) 이다. 그렇게 생각한 까닭은 2. 자신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평가해 보세요. _ 【개인】 생각 더하기 ▶ 생각 더하기 1. 자료를 보고 종군기자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요. _ 【개인/모둠/전체】 2. 위의 자료에서 느낀 종군기자의 마음으로 임진왜란에 대한 기사를 쓰거나 다음 전쟁터인 병자호란에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취재할지 이야기해 보세요. _ 【개인/모둠/전체】 ※ ‘카메라 대신 쓰러진 아이를 안은 기자’와 ‘15세 종군기자의 호소’ 영상을 보고 종군기자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수업에 포함한 이유 종군기자는 단순히 전쟁에 대한 사실을 보도하는 것을 넘어 생명에 대한 올바른 생각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생각 더하기’ 활동을 통해 역사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넘어 가치와 태도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수업의 실제 [사회] 종군기자가 되어 임진왜란에 대한 기사를 써 보세요. 안내(선택사항) 1. 자신이 취재한 전투를 기사문의 형식에 맞게 작성해 보세요. (기사는 제목, 취재한 내용, 취재한 기자 이름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2. 기사 제출 마감 시각은 10월 18일 오후 1시 40분까지입니다. (여러분이 제출한 기사는 실시간으로 조선의 백성들에게 전달됩니다.) 스마트기기로 기사문 작성하기 기자가 가지고 다니는 펜·메모장·노트북 또는 크롬북 등을 사용하여 기사문을 작성해 본다. 아직 기사문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기사문 작성 방법 영상자료를 링크로 제시하여 필요한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수·학습 시 유의사항 Q1 _ 종군기자 역할을 실감나게 할 수 있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A1 _ 학생들에게 기자가 가지고 다니는 물건(펜·메모장·노트북 또는 크롬북)을 준비하게 하고, 기사문의 형식이나 특징을 살려 쓰게 하며, 현장감을 위해 현재 시제로 표현하도록 안내한다. 또한 데드라인(기사 제출 마감시간)을 제시하여 학생들이 종군기자가 되어 실시간으로 전쟁상황을 기록하고 신문사로 전송(담임선생님에게 과제 제출)하게 하는 것도 좋다. Q2 _ 기사문 쓰기, 어디까지 지도해야 하는가? A2 _ 2015 개정 교육과정 국어 6학년 2학기 ‘6. 정보와 표현 판단하기’ 단원에서 기사문 쓰기를 다루고 있다. 교육과정으로 볼 때 5학년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기사문을 쓰게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듯하다. 그러나 종군기자가 되어보는 역할에 사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기사문을 쓰도록 하는 정도이다. 기사문 형식이지만, 잘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생들이 기사문을 쓰기 위해 자신이 본 내용을 자세히 써 보려는 태도만 가진다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필요한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기사문 쓰는 방법에 대한 영상을 링크로 제시하였다.
수업열기_ 질문 만들기의 중요성 이해 학년 첫 수업부터 3차시까지 질문의 중요성을 다룬다. 질문 만들기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2016년부터 질문 만들기 수업을 해 보니 과목·학년·학급분위기에 따라 질문을 이해하는 수준과 과정이 약간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해마다 ‘첫 수업 열기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한다. 여고에서 3년을 근무하다가 현재의 중학교에 와서 1학년 환경과목을 맡게 된 2023년에는 다음과 같이 첫 수업을 계획하였다. ‘수업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제시한 뒤 퍼실리테이션 도구와 기법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질문을 만들고 답하기, 중학교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 수업약속과 생활약속 정하기를 한 뒤 교과내용에 대한 질문 만들기를 하면서 교과수업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이렇게 수업을 설계한 까닭은 질문은 교과내용을 이해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개인 삶의 방향, 좋은 공동체 형성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학생들이 경험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년의 과정을 성찰해 보니 학생들의 실제 삶과 질문의 관계를 좀 더 강조하는 것이 질문 만들기의 필요성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올해는 질문과 ‘높은 수준의 사고’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 새로운 생각 만들기의 시작은 질문이다 올해 첫 수업은 철학자 최진석 교수의 동영상 강연 내용을 차용하여 ‘이 세상을 둘로 나누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이어서 ‘세상을 자연과 문명으로 나눈다면 나누는 기준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였다. 그다음 질문은 ‘사람은 무엇으로 문명을 만들었을까?’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사람의 생각’이라고 말하는 학생은 두 반에 한 명 정도 되었다. [PART VIEW] 다시 질문을 하였다. ‘문명을 만든 사람의 생각은 어떤 생각인가? 이 연필을 처음 만든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새로운 생각이라고 답을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학생들은 발견·경험·창의성·발명 등을 대답하였으나 질문이라고 답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것의 시작은 질문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거나 찾아내려면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질문은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목표·목적·과제를 만들고 결국에는 답을 만들어 이 세상을 만들어간다고 설명하였다. ● 생각 수준을 높이는 것이 성장이다 다시 학생들에게 물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린이·청소년·어른으로 구분한다. 이 셋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나이·능력·지식·인정·책임과 하는 일 등의 답을 말하였고, 생각 수준 차이라는 답도 나왔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설명하였다. 여러분이 말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질문의 답이 된다. 이 여러 가지 답 중에 책임과 생각 수준의 차이를 강조하려고 한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된 여러분은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되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차이를 찾아보면 어린이는 보호·감독이 필요하지만 청소년은 자아정체성과 독립성을 추구하고 더 많은 자유와 책임을 갖게 된다. 이러한 차이는 결정적으로 생각 수준의 차이에서 비롯되며 생각 수준을 높이는 것이 성장이다. 중학생 교실에 다툼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 역시 학생들 사이의 생각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교실 바닥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준이 생각 수준이다. 스스로 쓰레기를 줍는 사람, 교사가 ‘쓰레기 주워’라고 시키면 줍는 사람, 내가 버린 쓰레기가 아닌데 내가 왜 줍느냐고 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것이 생각 수준의 차이이다. 사람은 생각한 대로 행동하고, 그 사람이 하는 걸 보면 생각 수준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생각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길 바란다. ● 생각 수준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왜 질문을 해야 할까? 질문이 없다는 것은 삶의 목표와 목적을 스스로 정하지 않고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남을 따라 걷거나, 남이 시키는 대로 걷는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질문으로 스스로의 삶을 가꾸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그래야 청소년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 수준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였다. 생각의 수준을 높이려면 새로운 생각을 하여야 한다. 기존의 생각과 다른, 새로운 생각은 앞에서 말했듯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차드 파이먼은 ‘모든 학습은 질문을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라고 하였고, 미국의 유명한 문화평론가 닐 포스트먼은 ‘우리가 가진 모든 지식은 질문의 결과이다. 질문하기는 인간이 가진 가장 중요한 지적 도구이다. 이 중요한 지적기능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하였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고, 영상자료 EBS 지식채널 위대한 질문을 시청하였다. ‘여러분은 아마도 학교에서 질문하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수업시간에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 질문 만들기를 배워 본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환경수업시간에는 여러분들이 직접 질문 만드는 것을 아주 많이 강조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질문 만들기가 왜 중요한지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질문의 기술이란 책에서는 ‘질문을 바꿔라, 인생이 달라진다. 위대한 결과는 위대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문제를 푸는 최선의 방법은 더 훌륭한 질문을 찾아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질문 만들기는 학습뿐만 아니라 생각의 수준을 높이므로 삶의 수준을 높인다. 학생 여러분은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좋은 질문은 학습을 더 잘할 수 있게 하고 삶의 수준을 결정하는 생각의 수준이 더 높아지도록 이끈다. 생각을 더 넓고 깊게 하도록 이끄는 질문, 답이 정해져 있기보다는 스스로 답을 만들어 가는 질문, 삶을 가꾸어 성장할 수 있는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제 청소년이 된 중학교 1학년 여러분에게는 ‘학교에 왜 오는가?’ ‘수업을 왜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다. 여러분이 어린이였을 때는 당연하게 학교에 가야 하는 것이고, 당연하게 수업은 들어야 하는 것일 수 있다. 청소년으로서 자아정체성·독립성·책임감을 가지려면 하루 중에 가장 중요한 곳인 학교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수업에 대해 좋은 질문을 가지는 게 기본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 왜 오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학생과 학교에 대한 질문이 없는 학생은 학교생활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한 학생과 지속적으로 이런 질문으로 답을 바꾸어가는 학생도 학교생활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질문하여 답을 바꾼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고, 이런 질문을 통한 변화는 대부분 긍정적인 성장이다. 그러므로 질문은 삶의 방향을 결정할 때 기본과정이며, 학생 여러분의 진로와 질문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고교학점제 등을 볼 때 중학교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와 같은 질문으로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 학생이 수업의 주인이 되게 하는 ‘질문 만들기’ 수업에서 질문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다. 수업에 관한 질문을 할 때 가장 먼저 제시하는 질문은 ‘누가 수업을 하는가?’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교사가 수업을 한다고 한다. 그럼 학생들은 무엇을 하는지 물으면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그럼 다시 묻는다. ‘수업의 주인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교사라고 했다가 학생이라고 답을 바꾸는 학생도 있다. 수업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수업을 한다고 생각할 때 진정한 학생 주도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수업의 주인이 되게 하는 방안 중 하나는 수업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 보게 하는 것이다. 수업하기 수업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하고, 이를 유목화하여 공동의 합의된 질문을 만든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하고 다시 이를 유목화하여 공동의 합의된 답을 만들어 봄으로써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의 주인으로서 수업 공동체의 집단 지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였다. 2024년 중1 환경수업 열기에서는 질문의 중요성을 생각의 수준과 삶의 수준, 진로·수업과 관련지어 인식하고 이후 수업에서 질문 만들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과정으로 3차시에 걸쳐 진행되었다. ● 교과서 읽기(학습자료 검토)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배울 단원을 다음과 같은 방법 중 선택해서 읽는다. ① 모둠에서 한 문장씩 돌아가며 읽는다. ② 지명받은 학생이 교과서 한 문장 또는 한 문단씩 소리 내어 읽는다. ③ 소리 내지 않고 개인별로 읽는다. 이 두 방법 중에서 모둠활동이 잘 되고 분위기가 차분한 반에서는 ①의 방법으로, 산만한 학생이 많거나 어수선한 분위기로 모둠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는 ②의 방법으로 읽기를 한다. 과학교과서의 경우 탐구활동이나 보충자료, 그림 설명 등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는 글은 모두 읽는다. ③의 방법은 학습자료 내용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경우에 적용한다. 올해 1학년 환경수업은 대단원 ‘1. 환경과 인간(14쪽~25쪽)’을 수업범위로 설정하여 소리 내지 않고 개인별로 읽기를 하여 학습내용을 파악하도록 하였다. ● 개인 질문 만들기 읽은 교과서의 내용에 대해 개인 질문을 만든다. 처음 질문 만들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몇 개를 만들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에 대해 질문을 만들도록 안내하고 그래도 어려워하는 경우에는 교사가 예상하는 기초 질문과 핵심 질문 수를 합해서 만들도록 안내한다. 과학과목의 경우 소단원의 내용을 읽고 2~3개의 질문을 만든다. 이때 그냥 질문을 만들게 하면 개인의 차이와 분위기에 따라 시간이 늘어지므로 타이머로 질문 만드는 시간을 배정하고 진행상태를 파악하여 가감한다. 올해 1학년 환경수업에서는 범위가 대단원이고 처음이라 반에 따라서 20~30분 정도 진행되었다. ● 모둠 질문 연속체 만들기 질문 연속체에 대한 안내자료를 나누어 주고 기초·핵심·심화질문을 설명한 뒤, 개인 질문을 모아 모둠활동으로 질문 연속체를 만들게 한다. 다음은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질문 연속체 안내자료이다. 질문 연속체란? 학생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류하며, 결론을 도출하고, 그 결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는 탐구활동으로 자신의 생각을 형성하기 위해 만드는 연속 질문이다. 질문 연속체는 학생이 새로운 지식과 상호작용하여 그 지식을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지식탐구를 돕는 강력한 도구이다. 1. 기초질문이란? 학습할 내용에서 새롭게 알아야 할 개념이나 학습을 위해 정리하거나 확인해야 할 내용에 대한 질문 예) 원자란 무엇인가?, 언어폭력이란 무엇인가? 2. 핵심질문이란? 성취기준과 관련된 질문이다. 성취기준이란 학생들이 교과를 통해 배워야 할 내용과 이를 통해 수업 후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능력을 결합하여 나타낸 수업활동 기준이다. 핵심질문은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을 분류·통합하여 교과 단원의 성취기준과 관련된 내용들로 구성한다. 대부분 교과서나 학습자료를 활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질문이다. 예) [9수01-01] 소인수분해의 뜻을 알고 자연수를 소인수분해 할 수 있다. ⇒ 소인수분해란 무엇이며 자연수를 어떻게 소인수분해 할까? [영중9211-2] 학교생활이나 지역사회 활동에 관하여 주요 내용을 묻고 답할 수 있다. ⇒ 학교생활이나 지역사회 활동의 주요 내용은 무엇일까? 3. 심화질문이란? 심화질문은 수업하는 단원의 교과서 내용으로 바로 해결하기 힘든 질문으로 전에 배웠던 내용이나 다른 교과와 연결되거나 사회·미래의 삶과 연결되는 등의 분석·종합·평가와 같은 상위 인지적 사고나 가치화·조직화·성격화 하는 정의적 영역의 활동과 관련된 질문이다. 예) 생물의 6차 대멸종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인공원소는 어떻게 생성되며 어떤 것이 있을까? 4. 성찰이란? 질문과 탐구활동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활동이다. 더 탐구하고 싶은 것, 재미있거나 유익한 것, 깨달은 점, 개선할 점 등에 관한 활동이다. 이를 통해 삶의 학습전이를 할 수 있다. 자료를 보게 한 뒤 기초·핵심·심화질문을 보충 설명한다. 기초질문은 건물을 지을 때 기초와 같다. 건물을 세우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하듯이 학습해야 할 내용의 바탕이 되는 질문이다. 1차 방정식을 배울 때는 방정식을 먼저 알아야 하고, 분수 계산을 할 때 분수란 무엇인지 먼저 정리해야 하는 것과 같다. 핵심질문은 학습에서 꼭 알아야 하는 것,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에 관한 질문이다. 학교 시험에 꼭 나오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목표(성취기준)와 연결되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질문과 핵심질문의 답은 교과서나 교사가 내어준 학습자료에 답이 있다. 심화질문은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교과서 밖에서 더 탐구해야 하는 질문이다. 우리의 삶이나, 사회·미래와 연결되는 질문으로 경험과 다른 교과의 내용으로 범위를 넓혀 평가하고 종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질문이다. 예를 들면 ‘환경오염을 어떻게 줄일까?’라는 질문이 핵심질문이라면, ‘현재 과학자 중에는 6차 대멸종이 시작되었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6차 대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는 심화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둠에서 각자 만든 질문을 발표하고 기초·핵심·심화질문을 모둠토의로 만들도록 한다. ● 유목화로 전체 질문 연속체 만들기 모둠활동으로 만든 질문 연속체(기초-핵심-심화)의 질문 하나를 쪽지 한 장에 써서 칠판에 붙이도록 한다. 질문을 영역별로 유목화(분류하여 제목 붙이기)하여 전체 질문을 정리한다. 질문 만들기 초기에는 학습 범위를 벗어나거나 엉뚱한 질문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유목화에서 제외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 핵심질문을 기초로 하거나 기초질문을 핵심에 붙이는 경우에도 바로 옮겨 붙이며 설명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은 질문 연속체를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다. 핵심질문은 단원의 성취기준(학습목표)과 연계하여 만든다. 질문 만들기 초기에는 핵심 학습내용에 대한 질문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학생들에게 누락된 내용을 찾아 질문을 만들게 하거나 교사가 질문을 수정·보완하여 제시한다. 심화질문의 경우 질문 만들기 초기에는 핵심질문을 심화질문이라고 붙이거나, 학습범위를 벗어난 질문이 대부분이다. 심화질문이 없는 경우 기초와 핵심질문을 정리하여 질문 풀기를 한 후 다시 심화질문 만들기 활동을 하면 심화질문을 좀 더 쉽게 만들기도 한다. 처음 질문 만들기를 하면 학생들이 만든 질문 중에 심화질문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교사가 단원에 적합한 심화질문을 1~2개 준비한다. 이를 제시하여 심화질문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고 이후에 심화질문을 만들 수 있도록 진행한다. 다음 호에서는 기초·핵심·심화질문과 성찰질문을 서로 풀어보고,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1. 기초질문 가.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는 무엇인가? 나. 지각을 이루는 원소는 무엇인가? 다. 광물이란 무엇인가? 라. 규산염 사면체란 무엇인가? 2. 핵심질문 가. 탄소와 규소가 우리 몸과 지각을 이루는 화합물의 중심 원소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 규산염 사면체 구조의 결합 방식은 무엇인가? 다. 규산염 사면체 구조의 종류와 특징은 무엇인가? 라. 규산염 광물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3. 심화질문 가. 산소가 지각과 생명체에서 구성비율이 높은 이유와 지각과 대기를 구성하는 산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나. 지각에서는 규소의 비율이 높고 생명체에서는 탄소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다. 비규산염 광물은 어떻게 결합하는가? 라. 인류는 광물을 과거와 현재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 4. 성찰질문 가. 학습내용은 내게 어떤 가치가 있는가? 나. 학생 스스로 질문을 선택하여 정리하기
음악교사로부터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서양음악사를 주제로 한 도서관 협력수업을 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 즉시 관련 수업사례를 찾아 음악교사와 사서교사의 수업 협의를 시작했다. 도서관 협력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협력’이다. 수업목표 설정부터 차시별 과정 구성, 활동지 제작, 결과물 형식 결정, 수업자료 준비까지 끊임없는 협의가 필요하다.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밀접하게 협력할수록 학생과 교사 모두가 만족하는 수업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의 협의 끝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양음악가 가상 인터뷰’를 수업의 큰 틀로 정했다. 음악교사는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서양음악사 사조의 흐름을 이해하고, 개별 음악가의 생애와 음악적 특징을 사조와 연결하여 깊은 흥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동시에 사서교사는 단행본과 온라인 자료뿐 아니라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비교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정보활용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처음에는 5차시로 이어지도록 기획했으나, 시간표 조정 과정에서 4차시까지는 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최종 발표는 음악교사가 음악실에서 진행하기로 변경했다. 전체 수업 과정을 학생들의 활동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PART VIEW] 수업 차시별 계획서 수업계획이 대략 잡힌 후, 음악교사와 사서교사는 학생 활동지를 함께 검토하고 작성했다. 서양음악사 관련 도서를 준비하고 추가로 구입하기도 했으며, 모둠 구성 등의 세부적인 준비도 함께 진행했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시도하는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점은 바로 교사들 간의 역할 분담이다. 수업은 교사 개인의 철학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전문적이고 내밀한 과정이기에, 이를 다른 교사와 공유하고 함께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려운 일에는 늘 그만큼의 재미도 따르는 법이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서로의 수업 고민을 나누고 수업목표를 함께 다듬어가며 서로에게 기대고 때로는 이끌어주는 이 아름다운 경험은 분명 교사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에게도 큰 배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1단계 _ 단행본, 온라인 자료를 활용하여 서양음악사 사조별 음악가에 관한 자료 수집하기 서양음악사 관련 도서 51권을 사조별로 분류하여 책 바구니에 준비했다. 한 권의 책에 여러 사조의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책 바구니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료를 수집하라고 안내했다. 동시에 학생들의 정보 검색 시간을 절약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하여 정보 길잡이와 온라인 자료 검색 가이드도 함께 제공했다. 교과 연계 도서관 협력수업 경험이 많은 3학년 학생들은 자료 수집에 익숙하지만, 배경지식이 없는 주제는 쉽지 않을 수 있어 활동지에 조사 내용 가이드라인을 상세히 명시했다. 추가로 음악교사가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했고, 사서교사는 이면지를 나눠주고 모둠별로 마인드맵을 그리게 했다. 모둠원이 이미 갖고 있는 서양음악사 주제 관련 배경지식을 활성화하고, 자료 조사를 하며 마인드맵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한 마인드맵에 기록한 핵심어를 다시 자료 조사과정의 검색어로 활용하도록 지도했다. 2단계 _ 1단계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터뷰 질문 만들기 학생들이 만든 질문은 최종 인터뷰 대본 작성과 다음 차시의 챗GPT 활용에도 쓰일 것임을 설명했다. 1단계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좋은 질문을 만드는 방법을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안내했다.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사가 바탕이 되어야 좋은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질문의 질이 인터뷰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학생들이 만든 질문이다. ● 학생들이 제작한 질문 1. 고전주의 당시에 베토벤·모차르트·하이든의 사이는 어땠고, 서로 음악적으로 주고받은 영향에는 무엇이 있어? 2. 베토벤 초기 고전주의와 말기 낭만주의 작품의 차이점이 뭐고, 그 주의들이 대표작이 뭔지 4문장 이하로 알려줘. 3. 드뷔시는 바그너를 동경하여 자신의 음악적 모델로 여겼다는데, 바그너는 어떤 사람이고 드뷔시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려줘. 4. 드뷔시가 ‘목신의 오후 전주곡’에서 ‘말라르메’의 시를 묘사한 이유를 알려줘. 5. 모차르트는 천재라고 불리는 작곡가인데, 왜 천재라고 불리는지 알고 싶어. 6. 조스캥이 1501년부터 2년간 프랑스의 루이 12세의 궁정에 있었다는데 그동안 조스캥은 어떤 음악활동을 했어? 7. 조스캥의 아베마리아는 여러 성부로 노래하는 다성음악이라는데 그러면 조스캥의 아베마리아와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는 무슨 차이점이 있어? 8. 팔레스 트리나가 활동하던 당시의 음악적 특징과 당시 사람들의 음악 취향에 대해 알려줘. 9. 중세에 음악이란 발견은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어? 구체적으로 알려줘. 10. 오케겜이 작곡에 카논 기법을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가? 11. 비발디는 협주곡에 3악장 구조를 정착시켰다는데 다른 구조와 다른 특별한 특징은 뭐야? 12. 비발디가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3. 쇼팽의 시신은 프랑스에, 심장은 폴란드에 묻혔다고 해.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일화를 상세하게 알려줘. 그의 그리움이 잘 드러나는 곡도 추천해 줘. 14. 쇼팽은 리스트와 절친이자 라이벌이었다고 해. 쇼팽과 리스트의 공통점과 차이점, 둘 사이의 관계와 서로에 대한 감정들을 각각 쇼팽의 입장에서 말해줘. 둘의 차이가 잘 드러나는 곡도 추천해 줘. 15. 하이든의 대표곡인 ‘놀람’은 어떻게, 왜 지어진 것인가? 16. 하이든은 왜 영국을 선택하지 않고 오스트리아에 남았나? 17. 슈만이 피아니스트에서 작곡가가 된 이유는 뭐야? 18. 존 케이지의 대표곡 4분 33초는 침묵을 지키는 음악이야. 4분 33초는 왜 4분 33초일까? 19. 불확정성의 음악은 전통적인 음악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근데 거기에 법칙이 있나? 20. 존 케이지의 스승이었던 쇤베르크와 존 케이지의 음악적 차이는 무엇일까? 3단계 _ 질문을 바탕으로 챗GPT를 활용한 자료 수집하기 개인별로 만든 질문을 챗GPT에 입력하고 대화를 나눈 후, 그 내용을 활동지에 정리하도록 했다. 단순히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묻고 답하며 대화를 이어가야 함을 강조했다. 챗GPT를 활용해 얻은 정보는 앞서 수집한 자료와 비교하여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자료 수집을 마친 학생들은 기존 자료 검색과 챗GPT를 활용한 자료 검색 활동의 경험을 분석하여 느낀 점을 작성했다. 많은 학생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료 검색 과정이 더 재밌고 유익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대화하듯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답변이 빨라 검색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다시 물어볼 수 있는 점을 꼽았다. 일부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료 검색 과정의 장점에 공감하지만, 가끔 틀린 정보가 검색될 때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점을 단점으로 언급했다. 반면 책을 활용한 자료 검색은 필요한 내용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목차를 활용하여 직접 정보를 찾는 과정이 학습에는 더욱 도움이 된다는 의견 또한 있었다. 4단계 _ 수집한 자료를 종합하여 서양음악가 가상 인터뷰 대본 작성하기 학생들은 지금까지 수집한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인터뷰 대본을 작성했다. 개인이 수집한 자료를 모둠의 결과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주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각자 수집한 자료를 종합하도록 안내했다. 자료를 공유하고, 적절한 질문을 고르고, 질문 배치 순서를 정하고, 문장을 다듬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끊임없이 협력하고 토론했다. 이를 위해 교사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 대본 작성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첫째, 제시한 요소(해당 음악 사조의 정의, 음악 사조의 특징, 작곡가, 작곡가에 관한 정보, 대표곡, 연주 형태, 감상 느낌, 작품 설명, 기타)가 포함되도록 한다. 둘째, 가상 인터뷰임을 고려하여 음악사적 사실과 가상 창작의 균형을 유지한다. 셋째, 시간, 흥미, 중요도 순을 고려하여 질문의 순서를 배치한다. 인터뷰 발표를 듣는 청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해야 한다. 넷째, 답변 작성 시, 인터뷰 대상(서양음악가)의 말투, 행동, 생각 등이 일관되게 표현되도록 한다. 다섯째, 문장이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지 확인한다. 여섯째, 문장이 정확한 맞춤법과 문법을 따르는지 검토한다.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았다.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협력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음악교사와 사서교사가 협력하고, 학생과 학생이 협력하고, 학생들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과 생성형 AI를 협력하여 활용한다. 도서관 협력수업뿐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협력이 필요하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들이 협력하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협력의 기술을 가르친다. 학생들이 음악과 도서관 협력수업 과정을 통해 서양음악 사조에 관한 교과지식에 더해 정보활용능력과 협력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올해 두 가지 상반된 뉴스에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습니다. 둘 다 AI에 대한 이야기인데 하나는 해외 미디어에 소개된 국내 뉴스, 다른 하나는 국내 미디어에 소개된 외국 뉴스입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을 ‘딥페이크 공화국’이라고 했습니다(2024.3.7.). 딥페이크는 AI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영상물이나 이미지를 사실처럼 창조해 내는 최첨단 기술입니다. 실물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인간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줍니다. 그 첨단 기술을 한국에서는 중·고등학생들마저 척척 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랑스러워하고 자축할 일은 아니지요. 한국이 ‘딥페이크물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로 지목되었다’고 합니다(한겨레21, 2024.10.01.). ‘한국은 전 세계에 확산한 딥페이크 음란물의 약 절반을 공급하는 국가’라며 ‘한국의 딥페이크 음란물 사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짚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의 80% 이상이 10대’라는 통계입니다(여성신문, 2024.10.8.). 즉 한국에서는 그 위력적인 AI 기술을 쉽게 배워서 못된 짓을 하는 후진 사람들이 많다는 참으로 창피한 뉴스입니다. 다른 뉴스는 ‘노벨상 휩쓰는 AI … 화학상에 ‘구글 딥마인드’ 주역들’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입니다(조선일보, 2024.10.9.). 외국 전문가들이 AI 특유의 거대한 정보량을 빠르게 처리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활용해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우리만의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다’는 공로를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뒤진 것은 맞지만, 그나마 한국이 앞서간다는 컴퓨터와 정보화 분야에서마저 밀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하지만 더 큰 아픔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AI 기술을 생산하면서 인류에 혜택을 주는 일을 하고, 다른 누구는 AI 기술을 소비하면서 인류에 해악을 끼치는 일을 합니다. 우리가 선한 일을 하는 선자였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후진 일을 하는 후자라는 사실에 한숨이 나오고, 슬픔이 밀려오고, 화도 솟구칩니다. 타오르는 화에 기름을 붓는 기사가 동일 지면에 실렸습니다. 구글 주역들이 노벨상을 휩쓸었다는 뉴스와 삼성전자를 위기로 내건 요인을 분석한 기사가 한날에 나란히 게재되었습니다. ‘공대 기피, 교육질 저하, 인재 유출 20년간 누적 … 삼성 덮쳤다’라고 합니다(조선일보, 2014.10.9.). 맞습니다. 그 분석이 정확합니다. 딱 20년 전은 제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막 귀국한 시점이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 공대 교수들은 미적분도 모르는 학생들이 공대에 입학하고 있다고 걱정하며, 저하되는 고등학교 교육 수준을 심하게 탓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미국 공대에는 구구단마저 계산기에 두드리는 학생도 있는데 미적분 모르는 게 그리 큰 문제냐고 반문하였습니다. 저는 구글이 설립된 시점에는 미국 공대에 교수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그 당시 미국에서 공대 기피는 이미 고질화된 문제였습니다. 특히 대학원은 외국 유학생이 없으면 운영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공대 인재 유출이 심해서 인재를 해외에서 장학금에 생활비까지 얹어주면서 수입해야 했던 것입니다. 학부생들은 외국인 TA가 하는 영어를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며 하소연을 하고, 심지어 데모까지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구글은 세계 최고 첨단산업을 이루어냈고, 전 세계 대상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심지어 노벨상까지 받는 명예마저 얻었습니다. ‘공대 기피, 인재 유출, 교육질 저하’ 등 삼중고를 극복하고 ‘최고 기업, 최고 수익, 최고 명예’라는 삼관왕의 영광을 이루어냈습니다. 상황 탓하고 남 탓해서 이루어낸 성과가 아닙니다. 세상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누구보다 먼저 보는 혜안이 있었고, 그 무엇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는 도전정신이 있었으며, 그 과정을 즐기는 인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도 남 탓하지 맙시다. ‘공대 기피’는 힘들고 어려운 것을 하지 않으려는 학생들을 탓하는 거고, ‘교육질 저하’는 교육기관을 탓하는 것이며, ‘인재 유출’은 사회적 인적자원 유통 시스템을 탓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남 탓해서 고쳐지는 거 본 적 있나요? 구글처럼 혁신하고 또 혁신해야 되는 것입니다. 저는 혁신(革新)이란 남 탓하고 남을 타도하는 혁명이 아니고, 낡은 관습을 버리는 혁구습(革舊習)과 자신을 새롭게 하는 지신(持身)의 앞뒤 글자 하나씩을 따온 개념으로 풀이합니다. 성공이 빛 좋은 개살구일 때가 있습니다. 정해놓은 목표를 달성만 하면 성공했다고 자부해도 되지만, 목표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 있다면 성공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최근에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명문대 학생들에 대한 뉴스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한국의 교육목표는 명문대 입학이 아니던가요. 명문대에 합격하면 집안의 경사만이 아니라 모교와 동네에서도 현수막을 대문짝만하게 내걸 정도로 자랑하는 대성공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명문대생이 300명씩이나 연합동아리를 구성해서 고급 호텔과 클럽을 돌면서 마약을 투약하고 집단 성관계도 했다고 합니다(YTN, 2024.8.12.). 공부 잘하고 인재로 인정받은 학생들이지만, 이들이 앞으로 무슨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내고 세상에 기여하겠습니까. 그러니 공부 기피하고, 교육질이 낮고, 인재 유출에 절망을 보며, 그 대신 공부 잘하고, 진도 앞서가고, 인재끼리 모인 곳에서 희망을 찾겠다는 발상은 완전히 빗나간 셈입니다. 교육의 목표가 달라져야 ‘딥페이크 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고, 노벨상을 휩쓰는 ‘딥마인드 인재대국’이 될 것입니다. 아, 칼럼을 여기까지 쓰고 하루 밤 자고 나니, 이 모든 어두운 뉴스를 한방에 상쇄하는 속보를 접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한강 작가가 수상했다는 것입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깊은 의미를 담아내는 정신이 돋보였답니다. 한국에도 구글과 버금가는 딥마인드가 있다는 사실에 희망이 느껴집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한강 키즈’들이 쏟아져 나올까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어 오릅니다. 트라우마 후유증에 시달리며 장애를 앓는 현상을 PTSD(Disorder)라고 하지요. 트라우마 시련을 겪으면서 더 큰 존재로 성장하게 될 땐 PTSG(Growth)라고 합니다. 여태껏 우리 사회가 줄 이은 트라우마로 한없이 작아지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면, 드디어 오늘부로 대한민국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딥마인드 인재대국’으로 성장했다고 공표해도 되겠습니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이 시작되었음 알려줍니다. 성장이 이번 한 차례에 멈추지 않고 모멘텀을 잃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제라도 교육의 방향을 제대로 세웁시다. 이제 교육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방법은 우리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입시에서 벗어나야 하고, 인성교육을 해야 하고,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하고, 꿈을 지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 갖고 되겠어”하며 당장 급한 마음에 외면합니다. 하지만 20년 동안 서서히 멀어진 교육의 방향을 하루아침에 바로 잡는 마법 같은 방법은 없습니다. 지금 그거마저 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요원할 것이며, 우리가 원하는 미래에서 점점 멀어질 것입니다. 밑져야 본전이니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는 방법을 제대로 실천해 봅시다. 성심껏 한다면 10년이면 변화가 보일 것입니다. 20년이면 인재대국이 될 것입니다. 내일 또 어떤 낭보를 접할지 마음이 설렙니다.
지난 10월, 교육부는 기존의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폐지하고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로 전환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교육현장에서 오랫동안 비판 받아온 기존 평가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교사들의 자율적인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유익으로 다가올지는 의문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 배경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사들의 교육적 역량을 평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평가가 지나치게 주관적인 요소에 의존해 실제 교사의 역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가 포함된 평가방식은 교사의 인기에 좌우되는 등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교사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 나아가 서술형평가에서 발생한 성희롱 논란은 교사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례로,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 만족도 조사는 학생 인식 조사로,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학교 평가로 대체되었으며, 강제적으로 실시되던 능력향상 연수도 폐지되는 방향으로 개편되었다.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 새로운 시작일까?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는 기존의 평가 중심 방식을 폐지하고,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다. 특히 AI 기반의 맞춤형 연수와 자기역량진단시스템을 도입하여 각 교사가 개인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과연 AI가 교사들의 필요와 요구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 교사가 처한 교육환경, 학생들의 특성, 개별 교사의 교육방식과 요구사항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복잡한 변수들을 AI가 얼마나 정교하게 분석하고 반영할 수 있을까? AI 기반 시스템의 실효성을 뒷받침할 실증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히 기술적인 도구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교사들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성장을 지원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이번 변화가 새로운 시작이 될지, 아니면 단순히 이름만 바뀐 제도가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지점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는 동료교원평가, 학생 인식 조사, 그리고 자기역량진단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하나, 이러한 방식이 교사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교사의 역량을 평가할 신뢰성 높은 데이터 확보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그리고 평가과정이 얼마나 공정하고 일관되게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남는다. 1) 진정한 자율성은 보장될까? 이번 개편의 핵심은 교사의 자율적 성장을 지원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평가에 중점을 두고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동료교원평가, 학생 인식 조사, 자기역량진단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동료교원평가인 다면평가와 학생 인식 조사 결과가 특별연수 선정 기준으로 사용될 경우, 교사들은 자율적 성장이 아닌 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한 형식적 노력을 우선시하게 될 위험이 있다. 즉 자기주도적 성장을 위해 노력한 교원이 보상을 받기보다,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목적 전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는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성장하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가기준에 맞춰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구조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즉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는 교사의 진정한 자율적 성장을 촉진하기보다 형식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타율적인 제도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2) 온정주의와 평가의 주관성 동료교원평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온정주의는 평가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크게 훼손하는 요소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비판적인 평가보다는 서로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받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교사의 실제 역량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 문제는 기존 교원능력개발평가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비판 중 하나였으나 새 제도에서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부족하다. 교사들 간의 관계와 친분에 의해 평가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평가자 교육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체계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역량 진단의 결과가 교사의 역량 개발로 실제 연결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피드백과 후속 지원방안이 필수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3) 형평성의 문제 보상 확대 방침으로 교사들 간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학생과 교사 간의 관계나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이를 근거로 교사의 역량을 판단하는 것은 불완전하다. 특히 학생 인식 조사가 초등학교 4학년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치원 및 초등학교 1~3학년 교사들은 해당 점수를 어떻게 평가하고 반영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로 인해 일부 교사들은 평가에서 제외되거나 평가기준의 모호성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이러한 차이가 교사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보상과 연수 기회로 이어진다면,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아 교사들 간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교사들 간 평가기준이 일관성이 없거나 모호한 상황에서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한다면 교직사회의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 이렇듯 형평성 문제는 교사들의 사기 저하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4) 행정적 부담 증가의 가능성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의 목표 중 하나는 학교현장의 평가 부담을 줄이는 것이지만,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오히려 행정적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동료교원평가나 자기역량진단과 같은 평가가 연중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학교 내에서 이를 처리하고 기록하는 업무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교사들이 교육 외적인 행정업무에 많은 시간을 빼앗길 수 있으며, 수업준비와 연구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들 우려가 크다. 즉 교사들의 행정적 업무부담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제도가 실질적인 교육 질 향상보다 행정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된다면, 교사들의 자율적인 성장을 지원한다는 새로운 제도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교사의 성장을 위한 조건 _ 평가가 아닌 지원 이번 개편안은 교사들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지원하고, 평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시도이다. 그러나 교사의 진정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평가방식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사들이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 없이 전문성을 키울 수 있으려면, 실질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행정업무를 경감하는 등의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새로운 제도는 단지 이름만 바뀐 또 하나의 비효율적인 제도로 끝날 위험이 크다. 진정한 변화는 제도적 개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그들이 교육현장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들이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교사의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진두지휘한다. 이명박 정부 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재등용됐다. 교육부 장관을 두 번 지낸 안병영 전 장관에 이어 역대로 두 번 장관에 오른 이 장관의 정책은 다양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자사고 확대, 입학사정관제 도입, 대입 개편을 주도했다. 현 정부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 AI디지털교과서, 고등교육 자율권 확대, 교육발전특구사업, 글로컬(Glocal)과 라이즈(Rise)사업 같은 정책을 내놨다. 진행 중인 정책의 평가는 신중해야 하지만, 사교육 줄이기 목표가 붙은 교육발전특구 사업을 한번 들여다보자. 전국 지자체의 4분의 1이 교육특구 교육발전특구는 지자체·교육청·대학·기업·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제도다. 각 지역이 자율적으로 교육정책을 마련하면, 정부가 3년 동안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특례를 적용한다. 지자체들은 돈을 따내려고 여러 아이디어를 짜내 ‘명품 교육도시’를 만들겠다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 취지는 좋다. 전국적으로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인구소멸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직접 나서 교육 활로를 연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간 교육에 무관심했던 지자체에 자극을 주는 일 또한 신선하다. 그렇지만 방법이 이상하다. 전국의 지자체 중 4분의 1이 교육특구로 지정됐으니 말이다. 여기서 그치지도 않는다. 앞으로 계속 더 지정하겠단다. 전 국토의 교육특구화를 추구하는 정책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교육부는 1차 공모에서(2024년 2월) 사업을 신청한 전국 40곳 지자체 중 77.5%인 31곳을 교육특구로 선정했다. 3년간 시범운영하는 선도지역은 19곳, 1년 단위로 평가를 받는 곳은 12곳이다. 이들 지역에는 3년간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특례를 적용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애초 구상이었다. 교육부는 2차 공모(2024년 7월)에서도 사업을 신청한 지자체 47곳 중 절반이 넘는 25곳을 특구로 지정했다. 그러다 보니 교육특구에 들어가지 못하면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다. 충북에선 11개 시·군 중 단양군만 들지 못했다. 강원도는 특구로 지정된 지자체가 미지정 지역보다 많다. 특구 모델도 붕어빵이다. 대다수 지역이 자율형 공립고 운영이나 지자체 주도 돌봄시스템 지원 등을 특화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부 설명이 이상하다. “교육발전특구는 특정 지역에 집약적으로 자원을 투입해 개발하는 경제자유구역청 특구와 다르다. 궁극적으론 전국을 100% 교육발전특구화하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다음은 이주호 장관의 설명이다(2024.9.15., 불교방송과의 추석 특집 대담의 스크랩 원본 중). “교육발전특구는 유·초·중·고와 대학까지 포함하는 전체 교육시스템의 변화입니다. 그래서 이제 교육발전특구로 상당히 많이 지금 진행되고 있고요. 이게 소위 확산형 특구라고 해서 일부만 특구로 지정해서 집중 지원하는 게 아니고, 전체 우리나라가 다 각각이 특색이 있잖아요. 그 각각의 특색을 다 살려서,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각각의 특색에 맞는 학교들을 하려면 거기에 맞춘 규제 완화를 해 줘야 하는데, 이게 전체적으로 중앙정부가 그냥 특구 개념 없이 그걸 하려면, 그러면 이제 큰 논쟁이 발생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특정한 지역에 맞는 어떤 규제를 만들어 주는 것은 그 지역단위에서 합의만 이루어지면, 얼마든지 혁신적인, 그런 정부 특례가 있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얼마든지 제안을 하면 정부가 특례도 인정을 해 주고, 또 거기에 맞는 특별교부금도 지원을 해 주겠다는 정책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리송하다. 일부만 특구로 지정해 집중 지원하는 게 아니라 전 지역의 특색을 다 살려서, 거기에 맞게 규제 완화를 해 주겠다는 얘기 같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움켜쥐고 있는 규제야 풀면 되고, 지역별 특례야 사실 지역교육청과 자치단체가 알아서 할 일인데 국민 세금으로 생색을 내려는 게 아닌가. 특히 전국 지자체 4곳 중 1곳이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됐는데 앞으로 계속 지정하겠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특구당 3년간 100억 지원은 空言? 더 중요한 것은 재원 분배다. 특구 한 곳당 3년간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한다는 말에 지자체들은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당초 발표와는 달리 시설 투자는 제외하고 프로그램 운영으로 제한해 지자체가 받을 수 있는 돈은 쪼그라든다. 지방의 한 지자체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 지원하는 돈은 교육부 1억 2,400만 원과 지자체 1억 2,400만 원을 더해 2억 4,800만 원에 불과하다. 당초 연간 기대치 30억 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 사업은 시설보다는 기반 중심의 사업”이라고 말한다. 즉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이어서 학생 지원과 프로그램 구상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3년간 100억 원은 장밋빛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교육발전특구의 또 다른 의문은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과 학교 선정이다. 교육부는 1차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 19곳 중 12곳을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 학원가에는 초등생 의대반까지 생기고,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이 갈수록 심화되고, 의대 반수생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4년 8월 21일 이렇게 발표했다.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사업’은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을 창출하고 지역의 우수한 사교육 경감 모델을 발굴·확산해 나가기 위해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다. 1차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19개 지역 중 14개 지역이 이번 사업에 신청하였으며, 교육정책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지역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컨설팅)단의 검토 결과를 반영하여 12개 지역이 사업 대상 지역으로 최종 선정되었다. 선정된 지역·학교에서는 학생 수준별 맞춤형 학습지원, 기초학력 및 교과 보충 프로그램, 자기주도학습 지원, 지역사회 연계 특색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교육 경감 모델이 추진되며, 이를 위해 지역별로 최대 7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 교육부, 8월 20일 자 보도자료 중 특구에 사교육 부담 없는 학교는 지방 역차별 교육부가 선정한 기초단체는 춘천·원주·구미·울진 등 4곳이다. 광역자치단체는 부산·대구·광주·울산·제주 등 5곳이다. 광역자치단체가 지정한 기초단체는 경남(진주·사천·거제), 전북(익산·남원·완주·무주·부안), 전남(나주·목포·무안)이다. 어떻게 사교육 부담을 없애겠다는 것인지 보도자료의 예를 보자. 춘천시는 초3과 중1·고1을 대상으로 ‘수학 포기자 없는 미래 교육을’, 부산은 중1을 대상으로 ‘사교육 부담 없는 학년’을, 제주는 24개 고교를 대상으로 ‘질문 있는 학습’을 각각 내걸었다. 또한 울진은 ‘한수원과 연계한 진로상담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미는 ‘금오공대와 연계한 방과후학교’를 각각 사교육 부담을 없애는 묘안으로 제시했다.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별로 우수한 사교육 경감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지원 사업의 운영기간은 3년 또는 2년이고, 지역별로 최대 7억 원을 지원한다는 게 교육부 발표 내용이다. 한 지역에 3년 또는 2년 동안 최대 7억 원으로 사교육 부담을 없애는 모델 지역이나 학교를 만들겠다는 발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이고 열심히 궁리해 짜낸 정책이라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사교육비 연간 27조 최고, N수생은 포함도 안 돼 대한민국 전체를 교육특구로 지정한다는 구상부터 그 특구 안에 사교육 부담이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발칙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가 27조 원으로 치솟은 데 이어 2024년에는 의대 열풍 등의 영향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가 2023년 9월 국회에 예산안과 함께 제출한 2024년도 성과계획서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교육부는 초·중·고교 사교육비 목표를 ‘24조 2,000억 원’으로 제시했다. 2022년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대인 26조 원이었는데 그보다 1조 8,000억 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허언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2023년 초·중·고 학생수는 521만 명으로 2022년의 528만 명보다 7만 명가량이 감소했는데도 말이다. ‘교육발전특구’ 지정 남발과 ‘특구 내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선정은 수도권과 지방 간의 교육격차를 더 벌릴 우려가 있다. 한 해 23만 명밖에 태어나지 않는 초저출산 시대에 대체 전국을 조각조각 나누는 교육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특례가 주어지는 ‘교육특구’지만 특구 아닌 곳을 찾아보기 힘들고, 그곳에 사교육 부담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분절화(segmentation) 구상이 초연결(hyper-connectivity) 시대에 적합한 것인지 의문이다.
2024년 10월 10일 저녁 8시경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SNS에는 같은 뉴스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소리 없는 파문은 순식간 일렁이며 크게 퍼졌다. 늦은 저녁 시작된 고요한 소란이 다음 날, 그리고 다음 날도 이어졌다. 모두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대단한 소식에 놀랐다. 한국 작가가 후보에 올랐다고 해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세태에서 김대중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이자,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이다. 문화예술 예산을 삭감하고, 도서관 지원금을 대폭 줄이고, 불온서적과 블랙리스트 목록을 만드는 시국에 반갑고도 감동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2021년, 기다림 끝에 나온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밝힌 한강 작가의 말이다. 이 책으로 또, 그 이전의 책들로 작가는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인용한 작가의 말을 다시 들여다보면 읽는 이들을 향한 당부처럼 들린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로 여겨달라고 한다. 한 작품만이 아닌 모든 작품을 향한 말이면서 대중들에게 기대는 말이기도 하다. #01 _ 아프지만 읽게 되는 힘이 문장에 있다 한강의 소설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누군가는 읽기에 부담스럽다거나 힘들다고도 한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칼끝이 쇠를 긁거나 스치는 소리가 내 안에서 쟁쟁거린다. 고요 속에서 고통이 따른다. 활자로부터 통증이 전이된다. 공감각적 심상을 제대로 겨누며 매번 심장을 조준한다. 고요 속 통증은 멀고 먼 곳에서부터 밀려드는 파도 같다. 가슴속에서 내달려오다 이윽고 목울대로 차올라 와 시큰거리는 코와 눈으로 덮치는 파도. 작가는 어떤 세계와도, 어떤 시간과도 작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내지르듯 그러나 조용하게 낮은 음역대로 읊조리듯 글을 써나간다. 작가의 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극한 사랑에’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헤아려 달라는 듯 조용하면서 단호하다. 결코 작별할 수 없는 사람과 사건, 시대와 그 모든 사랑에 대해 서서히 읊조린다. 작가의 문장들은 끝끝내 맞닿은 좌절과 고통 속에서 흔들리듯 가물거리는 어떤 실체에 다다르려 한다. 아프지만 직시하며 아주 가녀린 희망 같은 것을 우직하게 끌고 간다. 우리가 알고 있지만 글로써 표현하지 않은, 정확하게는 표현할 생각도 못 한 말들을 세세하게 나열한다. 서사 속에서 세밀하게 그리듯 나아간다. 소설 속 화자의 고통은 소설가의 통증이 되어 문장을 끌고 가는 힘이 된다. 이를테면 간병인이 3분마다 주삿바늘을 찌르기 위해 알루미늄 상자를 열 때 “진저리나는 소리”라고 말하며 독자의 눈언저리를 찌푸리게 한다거나, 잘린 손가락에서 본 ‘무서운 아픔’이 작품 전반에 뻗어나간다(작별하지 않는다, p.73, p.75). 가만가만 읊조리듯 나아가는 문장 안에서는 못 할 말이 없다. 세상에 진저리가 난 사람 같아 보이는 주인공, 초췌하고 기운 없고 어디가 아픈 사람 같은데 작가는 그의 삶을 끌고 간다. 소설 속에서 읽는 이와 작별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가 사력을 다해 끌고 가는 것만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듯 문장에 이끌려 끝까지 읽고 만다. 아프지만 읽게 되는 힘이 문장에 있다. #02 _ 개인의 이야기지만 사회의, 국가의, 세계의 이야기다 한강의 소설은 이야기라 하기엔 아프다. 통증이 있다. 쓰는 이도 그러할 것이라 여겨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픔이 읽기를 멈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끝내 작가의 손끝을 따라가며 낮게 읊조리듯 나아가는 이야기를 계속 지켜본다. 개인의 이야기지만 사회의 이야기다. 사회의 이야기지만 국가의 이야기며 세계의 이야기다. 한 개인이 살아가는 시간 안에 상처와 고통은 사회와 떨어질 수 없다. 개인과 사회는 국가를 배제 시킬 수 없다. 국가는 세계를, 개인은 세계를, 세계는 개인을 서로 배제할 수 없다. 개인의 상처는 사회 안에서 온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아픔 안에서 깊어진다. 내면의 깊은 곳에서부터 울부짖는 소리는 간신히 목 떨림을 최소화한 목소리로 뻗어 나온다. 한강의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깊은 고통을 들려준다. 채식주의자에서의 영혜는 사회적 억압 속에서 억눌려 있던 욕망과 고통이 반항과 파괴로 이어진다. 개인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은 우리를 질문의 미로에 들어서게 한다. 작가는 언제나 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며, 언제든 쉽게 배일 수 있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인물의 내면은 외부세계로부터 상처받는다. 희랍어 시간에서처럼 낯선 문화에서의 이질적 상황과 외로움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우리는 절대 고독할 수밖에 없음을 각인시켜 준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는 ‘지극한 사랑’이다. 사랑만이 문학이 가닿을 지향점이기에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로 아픔도 유려하게 잡아끈다. 모든 문장은 끊임없이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에서 시작하며 심리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면서 조이는 듯 밀도 높은 묘사를 향해 간다. 작가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장을 쓰는 태도이다. #03 _ 모든 작품이 차갑고 고요하다 한강의 글 속에는 ‘눈송이’가 자주 등장한다. 눈은 때로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처럼 제목에 가닿고, 이야기 전체의 흐름 속에서 날린다. 눈은 ‘갓 빻은 쌀가루처럼’(소년이 온다, p.98) 가볍게 날리고, 머리에 쌓였다가 물방울로 맺히고, 전조등이 비추는 밤의 허공에서 소금 가루처럼 날리고, 강풍과 함께 휘몰아치며 온 세상을 덮어버릴 듯 날린다. 이야기 속에서 눈송이들은 상처를 보듬는 손길이 되고 때론 추위와 차가움 속을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마치 길을 잃은 행자를 위로하듯 시선을 잡아끌며 지금의 처지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려는 듯. 불덩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잊은 듯 다시 살아내게끔 어딘가로 데려간다. 아름다움의 본연을 말하듯 하지만 하늘에서 지상으로, 어딘가로 흩어지는 본성에도 목숨을 상징한다. “따뜻한 애기 얼굴에 왜 눈이 안 녹고 그대로 있나.”(작별하지 않는다, p.111)라고 한 인선의 엄마처럼 눈송이는 꿈속에서 죽음의 공포로 상징되기도 한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군병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후 얼굴에 내려앉은 눈송이들이 살얼음으로 얇은 막을 쌓아 올려 이룩한 죽음의 상징이다. ‘눈’은 눈송이로 가볍고 부드럽게 표현되기도 하지만 끝도 없이 생산되어 몰려드는 함박눈의 형상으로 공포를 대변하기도 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책 너머의 누군가에게 고요히 항거하는 것만 같다. 죽음으로 내몰려야 했던 시린 뺨들에 입김을 불어 넣기 위한 생의 장치이자 아픈 역사의 항변을 문장 속에서 흩뿌리고 있다. 지극히 고요하고 정교하게 낱낱의 고통을 실어 생생히 들려주려 애쓴다. “이렇게 인간은 나약합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더욱 지켜져야 합니다.” 끊임없이 속삭이듯 문장 속에서 암시하고 어른거리는 혼들을 위로한다.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꼽은 ‘눈’을 인간의 존엄성에 빗대어 상징적 의미로 쓰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한강의 글은 차갑고도 친절하다. 친절한 문장은 세세하게 진술되나 다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마치 본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세밀한 표현으로 그려내지만 밀도 높은 문장은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외와 상처, 고통과 비극, 반항과 견딤의 진행에서 차갑고도 시린 세세함으로 문장을 채운다. 인간의 존재 탐구에서 비롯된 질문은 오밀조밀하게 그려낸 세계 안에서 하얗고 시린 분위기를 연출한다.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자 달려가는 과정일지라도 초췌한 풍경을 그린다. 그러나 실은 인간 본성을 짓밟는 거대한 억압에 억눌린 따스한 본성을 말하고 싶어 한다. 차가운 겨울은 오히려 인간이 얼마나 따뜻한 존재인지를 확인하게 하고, 따스함에 닿는 차가움은 생에서 죽음으로, ‘나’에서 타자로, 개인에서 사회로 이어진다. 눈송이는 세상 어디에나 조용히 내려앉는다. 우리는 가만가만 숨죽여 들여다본다. 볼에 닿는 눈송이처럼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눈송이의 온도가 스민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귀를 더 열게 하고 집중시키는 것처럼 흩뿌린 분위기는 읽는 이를 작가가 세운 질문 안으로 끝없이 내몬다. 마주하는 아픔은 독자의 몫이지만 때론 바람이기도 하고 열매이기도 하고 어떤 빛깔이기도 하다. 모든 작품이 차갑고 고요하다. 무거우면서도 묵직하고 섬세하다. #04 _ 작가는 글로 말하는 자, 그래야만 살 수 있는 자 눈뿐만 아니라 글 속에는 새·혼·흰·어른어른·촛불·꿈 등의 말들이 자주 보인다. 작가의 내밀한 사유 공간 속에 깃든 정서를 유추하게 한다. 과거에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쓴다는 것을, 고통에서 구원으로 향하고 싶다는 것을, 아픔을 공유하며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작가는 여수의 사랑에 나온 “어디로 가든, 나는 그곳으로 가는 거예요”라는 말처럼 그곳으로 간다. 그곳은 제각각 다른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지만 같은 출발점이자 같은 맥락이다. 다른 이름으로 변주될 뿐 끝없이 내리쏟아지는 눈송이처럼 보이지 않는 비명을 들리게 하려 거듭 노력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상처에서 치유로,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미 2018년 광화문 교보에서 열린 낭독회에서 “되돌아 나가기에는 너무 깊이 들어왔다”던 작가의 말대로 깊이 들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그 깊이 안에서 스스로 등불을 켜고 어김없이 한 자 한 자 나아가는 중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빛을 향해, 밝음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 자, 세심하며 고되게 쓰는 자, 대신 목소리를 빌어 말해주는 자이다. 작품 속 인물이 되어 몸을 빌려주고 그 인물이 되어 삶을 말한다. 어느 작품에서든 그러하다. 작가는 글로 말하는 자, 그래야만 살 수 있는 자,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통증을 느끼는 자, 씀으로 인해 마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완성을 꿈꾸는 자이다. 또한 작품으로서 애도하고 추모하고 죄스러워한다.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소설가이지만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그녀의 시집 제목에도 들어간 ‘저녁’이란 단어가 유독 와 닿는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에 표기된 그 말의 의미를, 소설을 읽고 더 잘 알게 되는 이유는 ‘더 이상’이라는 말과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인간의 폭력성 앞에서 그 잔인함 앞에서 나약한 생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일관된 시선과 태도를 본다. 작가는 인간존재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인간에 대한 존엄성으로 귀결시키며 고통에 닿은 구원을 그려낸다. 나약하기에 더 지켜져야 할 인간성. 어떤 글을 쓰든 모든 작품은 이어지고, 쓰는 한은 계속 강조될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고통을 서로 나누는 게 사랑”이라고 말한 것처럼 작가의 바람대로 모두가 사랑이었다. 그 ‘지극한 사랑’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노벨문학상을 축하하는 수많은 물결에 작은 방울 하나 보태 크게 축하한다. 권지영 시인·작가 / 저서로는 아름다워서 슬픈 말들, 누군가 두고 간 슬픔, 푸른 잎 그늘, 너에게 하고픈 말, 천개의 생각 만개의 마음; 그리고 당신, 행복,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달보드레한 맛이 입 안 가득, 전설의 달떡, 팔랑팔랑 코끼리, 하루 15분 초등문해력, 봄, 여름, 가을 등이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초·중·고 교사 3만2000여 명이 정년퇴직 전에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벌써 3300여 명이 교단을 떠났다. 특히 재직기간 20년이 되지 않았는데 본인 의사에 따라 교단을 떠난 초등교사가 급증했다. 교권추락과 학생지도의 어려움, 낮은 처우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만둔 교사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2019년 5937명에서 2020년 6331명, 2021년 6453명, 2022년 6579명, 2023년 7404명으로 늘었다. 교육계에서는 ‘능력 있는 순서대로 교직을 떠난다’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한때 선망의 직업이던 교사, 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를 놓치지 않던 교직이 어쩌다 엑소더스 현장으로 변해 버렸을까. 새교육이 만난 홍지연(사진) 더나은내일교육연구소 대표 역시 경기도에서 초등교사로 근무하다 사표를 던지고 올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인물. 그는 “교직생활 19년 동안 좋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 행복했지만, 그 반대의 경우였다면 극한직업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라며 “열악한 근무여건 탓에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을 볼 때마다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겪는 많은 고충이나 어려움에 비해 보수나 대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직업’으로서의 교사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교사출신으로는 손꼽히는 디지털·에듀테크 전문가이다. 최근 논란이 된 AI디지털교과서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정부가 빠른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부작용 등 놓치는 부분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서두르기보다 성찰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직경력 19년의 중견교사가 이직을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주변의 만류는 없었나. “교직을 그만둔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20대와 30대를 교사로서 충실히 살았고, 그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40대의 나는 또 다른 나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 그동안 교사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SW 교육책과 AI 교육책을 쓰고, 강연이나 토론회에도 나갔다. 코딩 관련 TV 프로그램인 초.코.알(초등학생 코딩 알기)을 진행하는 등 이색적인 경험들도 쌓았다. 그러다 보니 막상 학교를 그만둔다고 할 때 다들 그러려니 했던 거 같다. 가족들의 응원이 제일 큰 힘이 됐다.” 최근 교직을 그만두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교사 이직·창업 컨설팅 업체가 생겼고, ‘탈출 성공기’를 담은 브이로그도 인기라고 한다. 의대 준비 스터디그룹도 있다는 소문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젊고 유능한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는 내부적 요인은 더 이상 ‘교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겪는 많은 고충이나 어려움에 비해 보수나 대우는 그에 따라가지 못하니 ‘직업’으로서의 교사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부적으로는 시대 변화에 따라 직업관·세계관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00세 시대에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지고 있고, N잡러가 등장하며, 커리어하이를 위해 이직을 반복하는 일이 산업계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교직 역시 이 같은 시대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서이초 사건이 탈교직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그렇다. 서이초 사건은 온전한 교육의 장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학교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교사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 순간이다. 공격의 대상으로, 소송의 대상으로, 아동학대범으로 내몰리는 현실에 교사들이 더 이상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한 것 아닐까.” 한때 선망의 직업이던 교직에서 어느 순간 극한직업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극한직업이라는 말에 동의하나. “동의할 수도, 동의 안 할 수도 없는 질문이다. 교직에 있는 동안 힘들기보다는 즐거웠고, 행복했다. 운이 좋게도 그동안 저와 맞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났고, 그래서 큰 어려움 없이 교사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금쪽이’와 ‘악성민원인’들을 만났더라면 상황은 정반대였으리라 생각된다. 극한직업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홍 대표는 디지털-에듀테크 교육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내년 도입되는 AI디지털교과서를 두고 교육감들이 시행 유예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AI디지털교과서의 경우, 방향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변화와 혁신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에서 숙성의 시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부의 AI디지털교과서 정책은 이러한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과를 내기 위해 지나치게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놓치는 부분도 생기고, 부작용도 발생한다. 물론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있는 법이고, 그 시기를 놓치면 발전하고 성장하는 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겠지만, 교육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빠른 속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교실혁명에서 강조하고 있던 핵심가치 중 하나가 바로 ‘성찰’이었던 만큼 지금이야말로 ‘성찰’이 필요한 때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에듀테크 수준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가. “교직에 있는 동안 미국·스페인·핀란드·영국·일본·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SW 교육, AI 교육, 디지털 교육 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직접 가서 보고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어디를 가도 대한민국의 교육 수준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에듀테크 수준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한 가지 핀란드·스페인 등의 선진 유럽국가에 비해 우리나라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디지털 교육문화’였다. 핀란드 등의 유럽 국가들은 디지털 교육을 하는 데 있어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를 ‘배움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언제든 학생들이 꺼내서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 과제를 해결하며 배움의 도구로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었고, 집에 가지고 다니며 스스로 디지털 디바이스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보급하는 디지털 디바이스는 ‘배움의 도구’가 아닌 ‘관리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장부에 기록해 놓고 잃어버리면 안 되고, 고장 나면 안 되는 관리 품목이기 때문에 수업시간, 선생님이 꺼내라고 할 때 10~20분 정도 잠깐 꺼내서 쓰고 다시 충전함 속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디지털 교육을, 도구를 바라보는 관점과 문화의 차이는 디지털 소양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디지털 디바이스를 계속해서 관리의 도구로만 보고, 배움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소양 함양은 이상에 불과할지 모른다.” 더나은내일교육연구소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미래 교육은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Education for Future)이자 새로운 미래상을 상상하고 만들어가는 교육(Future’s Education)이라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미래 교육의 핵심에 현재의 교육에 대한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과 그 중심에 디지털화된 사회의 변화가 있다는 점이다. 더나은내일교육연구소는 이처럼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교육으로써 미래 교육을 연구하고, 실천에 앞장서기 위해 만든 기관이다. 우리의 노력이 계속해서 유지되고, 더 널리 퍼져 모든 학생이 디지털 교육을 충분히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단에 남아 있는 동료와 선후배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교육은 선생님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제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해도 우리 선생님들이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너무나도 귀한 일을 하고 계시는 우리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과 온전하게 행복하게 교육할 수 있는 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비록 지금은 교단을 떠났지만, 밖에서 더 많은 연구와 더 많은 봉사와 더 많은 실천으로 학교가 좀 더 행복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그 영향력을 뻗었던 나라 오스만 튀르크. 대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에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오랜 시간 뒤엉킨 흔적이 남아있다. 고대 로마의 유적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동서양의 문명이 만나는 곳 튀르키예. 특히 실크로드 상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도시였던 이스탄불은 동서양 문물 교류의 중심점이었다. 고대 히타이트부터 시작해 프리지아·우라티아·리디아와 로마문명·기독교·이슬람문명이 녹아든 곳이 바로 튀르키예이다. 그래서일까,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튀르키예를 두고 ‘인류 문명의 살아 있는 옥외박물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이스탄불 이스탄불의 시작은 기원전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통치자 비자스는 오랜 기도 끝에 ‘눈먼 땅에 새 도시를 건설하라’는 델피 신전의 신탁을 받는다. 이 의미를 깨닫기 위해 고심하던 비자스는 보스포루스 해안 맞은편 언덕과 마주친 순간 무릎을 치게 된다. 그곳에는 보스포루스·마르마라해·에게해, 이 세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요새에다 세상의 절경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 누구도 눈이 멀어 미처 보지 못했던 언덕에 비자스의 도시 비잔티움이 태어났다. 이것이 바로 이스탄불의 시작이다. 하지만 도시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서기 330년에 로마의 콘스탄틴 대제가 수도를 로마에서 이곳으로 옮기면서 콘스탄티노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200년에는 십자군의 침략을 받고 다시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초토화된다. 그러다가 1453년 비잔틴 제국이 무너진 후, 술탄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오스만 제국의 수도인 이스탄불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스탄불은 6세기에 이미 인구가 50만 명, 9세기에는 1백만 명이 넘었던 거대도시였다. 지금도 인구가 1,200만 명에 달하며, 해마다 평균 2,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든다. 이런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바로 아야 소피아(Aya Sofia) 성당이다. 세계 4대 교회 건축물 중 하나다. 이 성당이 처음 지어진 것은 4세기인데, 이스탄불이 콘스탄티노플이란 이름으로 동로마(비잔틴 제국)의 수도로 번영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1만 명의 인부가 5년에 걸쳐 지었다는 아야 소피아 성당은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제국에 함락되기 전까지 약 900년 동안 동방정교회의 총본산이었으며, 1593년 성 베드로 대성당이 들어서기 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성당이 건립되었을 당시 이름은 하기아 소피아(Hagia Sofia)인데, 튀르키예 사람들은 아야 소피아라고 부른다. ‘성스러운 지혜’라는 뜻. 현재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 소피아 성당은 532년 반란으로 파괴된 것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다시 지은 것이다. 아야 소피아 성당은 고난이 많은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십자군 전쟁 때는 십자군들의 약탈 대상이 됐고,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이 성당에서 밀려오는 투르크 군을 바라보며 화염 속에 몸을 던져 자결하기도 했다. 메흐메트 2세는 이스탄불을 점령하고도 성당을 파괴하지 않았다. 다만 1453년부터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면서 종·제단 등을 제거했고, 기독교풍의 모자이크는 회반죽으로 덮었다. 이후 튀르키예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케말 파샤(아타튀르크)가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이곳을 박물관으로 바꾸면서 아야 소피아 성당은 고난의 시대를 마감했다. 성당 내부에는 코란의 경전을 새긴 금문자와 최근에 복원한 성화가 있는데, 그것들이 파란만장했던 이스탄불의 역사를 웅변해 줄 뿐이다. 까다로운 보안검색을 거쳐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장엄한 분위기와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한다. 드높은 천장의 화려한 모자이크는 보는 이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중앙 돔의 높이가 자그마치 55m에 지름이 31m다. 돔에는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 성화가 그려져 있고, 양옆에는 커다란 원반에 이슬람을 상징하는 금색 문자가 나란히 걸려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혼재하는 것이다. 2층 회랑에서는 곳곳에 숨어있는 모자이크 성화를 눈여겨보자. 비록 많이 훼손됐지만, 정교함과 화려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야 소피아 성당의 개장식 때 황제가 내부의 화려함을 보고는 “오, 솔로몬이여! 내가 당신을 이겼소!”라고 소리쳤다는 것이 이해되었다. 블루 모스크와 그랜드 바자르 아야 소피아와 마주한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는 오스만 제국의 14대 술탄 아흐메드 1세가 17세기에 세운 이슬람 사원이다. 직경 27.5m의 커다란 중앙 돔과 이 돔을 받치고 있는 작은 돔으로 지붕이 이뤄져 있다. 웅장한 외관에 걸맞게 첨탑 미너렛이 6개 서 있다. 당시 술탄이 모스크의 미너렛을 황금으로 짓도록 했는데, 자금이 부족해지자 건축가가 황금(알튼, altin)과 숫자 6(알트, alti)의 발음이 비슷해 황금 대신 미너렛을 여섯 개 세웠다고 한다. 내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2만 개 이상의 파란색 타일과 260개의 파란 유리창이 푸른빛을 띠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이로 인해 블루 모스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그랜드 바자르다. 바자르는 중앙아시아의 도시마다 있는 시장을 뜻하는데, 이스탄불에 있는 그랜드 바자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자르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하다. 역사는 무려 500년에 달한다. 현재 5,000개의 상점이 몰려있는데, 보석·장신구는 물론 화려한 튀르키예의 그릇·조명·가죽류와 입맛을 유혹하는 튀르키예식 젤리·향신료, 그리고 액세서리 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그랜드 바자르의 모든 입구에는 번호가 쓰여 있다. 만약 내가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고 싶다면 이 번호를 꼭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워낙 큰 시장이다 보니 어느 입구로 나오느냐에 따라 위치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번호를 모르면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지중해기행을 쓴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콘스탄티노플에 가면 꼭 그랜드 바자르를 보고 와야 한다. 이 도시의 심장부가 거기 있다”고 까지 했다. 미식가를 만족시키는 튀르키예 음식 튀르키예 음식은 프랑스·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불린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문화와 비잔틴의 지중해성 문화,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화려한 대제국 문화가 융합되어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달했다. 술탄이 살았던 톱카프궁전 부엌은 요리사만 300여 명에 달했을 정도로 컸다고 한다. 하루 1만 명이 먹을 음식을 만들면서도 술탄의 상에는 똑같은 음식을 내지 않았다니 튀르키예 요리의 다양함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음식은 ‘케밥(Kebab)’이다. ‘구이’라는 뜻으로 물이 풍부하지 않은 유목생활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케밥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긴 쇠꼬챙이에 고기를 꿰어 구워 먹는 요리를 떠올리는데, 사실 육류를 불에 구워내는 것은 모두 케밥이다. 케밥은 지역과 굽는 방식, 그리고 육류에 따라 수없이 분화되었다. 오늘날 튀르키예 케밥의 종류는 200~300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흔히 먹는 케밥은 도너케밥으로 고기를 얇고 넓적하게 썰어 기다란 쇠꼬챙이에 겹겹이 끼워 바깥에서 열을 가해 익힌 것이다. 익은 부분을 잘게 썰어 피데라고 하는 넓적하게 구운 빵 속에 야채와 함께 넣어 먹는다. 아이란(Ayran)은 튀르키예의 국민음료다. 요구르트에 물을 섞어 희석한 것인데 묽은 요구르트라고 보면 된다. 수시로 마시는 차와 커피문화 또한 독특하다. 튀르키예식 커피는 맛이 강하고 색도 짙다. 물에 커피가루를 넣고 그대로 끓이는데, 이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커피 제조법 중의 하나다. 잘 못하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면 가루가 많이 씹힌다. 여행을 하며 가장 짜증이 나는 순간 중 하나가 맛없는 음식을 먹을 때다. 특히 모르는 사람과 마주하는 형식적인 자리에서 ‘형식적인’(모양만 갖춘 맛없는 요리) 코스 요리를 먹다 보면 여행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기분이 들어 화가 날 정도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그런 염려는 접어도 된다. 우리가 흔히 터키쉬 딜라이트라고 부르는 로쿰은, 하나를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그 달콤함으로 모든 여행의 모든 피로와 근심을 잊게 해준다. 모든 일들이 행복한 쪽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호에서는 지구에서 살고 있는 동물의 신비하고 과학적인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장수의 아이콘이자 ‘토끼’와의 달리기 경주에서 이긴 ‘묵묵함’의 대명사인 거북이입니다. 100년, 아니 400년까지도 살기 때문에 집에서 키우려면 손주에게까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죠. 3대에 걸쳐 키운다는 거북이와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1. 거북이는 왜 등껍데기가 있나요? 소라게처럼 알몸으로 태어나서 등껍데기로 쏙 들어가는 거예요? 아닙니다. 거북의 트레이드마크인 등껍데기는 피부가 변형돼 만들어진 다른 동물들과는 아예 격이 다릅니다. 놀랍게도 거북이 등껍데기는 뼈가 변형된 것이랍니다. 척추뼈를 중심으로 양 갈래로 뼈들이 생장하면서 몸 전체를 덮고, 피부밑 조직과 결합해 통처럼 변하면서 껍데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죽은 거북의 등껍데기 내부를 보면 척추를 관찰할 수 있답니다. 거북의 껍데기는 등에만 있지 않습니다. 일명 ‘배딱지’라고 불리는 ‘복갑’은 가슴 쪽 갈비뼈가 확장되면서 마치 등껍데기처럼 변한 후, 결국 등껍데기와 배껍질이 양쪽 끝에서 서로 만나서 융합되면서 만들어지고, 마침내 진정한 갑옷으로 거듭납니다. 그래서 ‘슈퍼마리오’에서 나오는 것처럼 거북이가 껍질만 둔 채 몸만 빠져나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랍니다. 이건 마치 사람이 척추와 갈비뼈를 두고 몸만 빠져나올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Q2. 거북이는 오래 살잖아요? 가장 오래 산 거북이는 어떤 거북이인가요? 거북은 대표적인 장수의 상징이죠. 육지에서 사느냐 바다에서 사느냐에 따라 수명의 차이가 있지만, 육지거북의 수명은 대략 100년 내외, 바다거북은 400년 이상 산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400년 이상 살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1950년대에 잡힌 바다거북의 등에 스페인 사람의 이름과 배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름을 추적해 보니 400년 전 스페인 함대에 소속된 전함 이름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거죠. 그때 살았던 누군가가 거북의 등껍데기에 이름을 적어놓았을 테니 결국 이 바다거북의 수명은 400살이 넘었다는 계산이 나온 거죠. 살아있는 거북이 중에서 가장 오래 산 거북이는 190살의 조나단이라는 거북이예요. 오늘날까지 녀석의 주요 관심사가 뭔지 아세요? 짝짓기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전문가들은 “190살인데도 아직 정정하다. 조나단에게는 여전히 많은 에너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고 하네요. 앞으로 50년은 더 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Q3. 거북이 장수의 비결은 뭔가요? 거북이가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사람과 달리 세포가 노화되지 않는 것일까요?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세포는 레고를 만들 때 설명서를 보고 만드는 것처럼, 염색체 DNA라는 설명서를 토대로 세포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염색체를 보호해 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텔로미어라는 물질인데, 사람은 나이가 들면 텔로미어 길이가 점점 짧아져서 결국 나이를 먹으면 염색체가 파괴되어서 노화가 오고 죽게 됩니다. 그런데 거북이는 닳아 소진된 텔로미어를 다시 복구해 원상태로 만드는 능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즉 사람의 텔로미어는 한 번 닳아 없어지면 끝이지만, 거북이의 텔로미어는 끝내 소진되기는 하지만 가끔 복구되기도 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랍니다. 또한 거북이는 선천적으로 면역력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북이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곰팡이·기생충에 대한 방어가 뛰어납니다. 즉 인간의 표현으로는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도 유독 많이 발견돼 거북이는 암에도 잘 걸리지 않습니다. 작은 질병도 걸리지 않고, 암 같은 큰 병도 피해 가며, 노화도 느리니 오래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Q4. 거북이는 보통 온순한 걸로 아는데, 굉장히 난폭한 거북이도 있다고요? 네, 맞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난폭 거북’은 바로 악어거북이에요. 이 악어거북은 크기도 80cm 넘게 자라고, 무게는 100kg 넘게 성장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무는 힘이 엄청나다는 거예요. 육식동물 중에서 무는 힘이 가장 강한 것은 바로 하이에나인데, 무는 힘은 약 450kg 정도 됩니다. 악어거북의 치악력은 하이에나보다 강합니다. 무려 500kg이 넘는다고 해요. 즉 물리면 사람 손가락도 바로 잘려버립니다. 치악력이 가장 강한 생명체는 악어예요. 무는 힘이 자그마치 약 1,000kg~2,000kg 정도나 된답니다. 과거 멸종한 종까지 포함하면 육지에는 티라노사우루스가 4,500kg 정도의 치악력을, 바다에서는 메갈로돈이 약 15,000kg의 치악력을 가졌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악어거북은 엄청 사납고, 눈앞에 뭔가 나타나면 일단 물고 보는 습성이 있어서 굉장히 위험한 종이에요. Q5. 그럼 악어거북은 사냥을 어떻게 하나요? 악어거북은 살아있는 물고기를 사냥하는데, 물고기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악어거북 근처에도 안 갈 것 아니에요? 그래서 악어거북은 엄청난 전략을 씁니다. 물고기를 유혹하기 위해서 악어거북은 어떤 전략을 쓸 것 같으세요? 정답은 악어거북의 혀 모양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악어거북은 혓바닥이 마치 지렁이처럼 보이게 진화가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입을 크게 벌리고, 혓바닥을 살랑살랑 흔들면 누가 봐도 지렁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요. 이것에 속은 물고기가 지렁이처럼 보이는 혓바닥을 먹으려고 하는 순간 입을 닫아버려서 한 번에 먹이를 사냥해 버린다고 합니다. 한번 물면 절대로 놓치지 않기 때문에 엄청 위험하죠. 일본에서는 악어거북 때문에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해요. 한때 생긴 것 자체가 멋있는 괴수를 닮았다는 이유로 큰 인기를 끌면서 엄청나게 많이 수입했는데, 급격히 성장하는 탓에 금세 사육하기 버거워져서 내다 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일본에서는 가장 심각한 생태계 파괴 종으로 낙인찍혀 있다고 해요. 물가에 놀러 갔다가 손가락 발가락이 절단될 위험성이 아주 커서 더 주의를 요하고 있다고 합니다. Q6. 거북이 다큐를 보면 바다거북 새끼들이 모래 속에서 알을 까고 나와서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달리던데 이건 어떻게 알고 달리는 거예요?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진정한 데스 레이싱을 시작해요. 보통 암컷 한 마리가 50~200개의 알을 낳는데, 거기서 태어나서 살아남는 거북이는 고작 몇 마리밖에 안 됩니다. 알에서 태어난 새끼 중 절반 이상은 바다로 가는 중에 바닷새나 게 등의 먹잇감이 되어 버린다고 해요. 최근엔 인간 때문에 더 생존율이 떨어지고 있지요. 거북이 새끼들이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기어가는 원동력은 사실 바다에 비치는 달빛을 쫓아 움직이는 것인데, 해안마을 주변에서 태어난 경우 가로등 불빛을 바다에 비친 달빛으로 착각해서 엉뚱하게도 바다 대신 도로로 올라오다가 사고로 죽는 새끼들도 매우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모든 바다거북 종류가 IUCN 적색 목록의 멸종위기종에 속해 있습니다. Q7. 거북이하면 또 자라가 생각나는데, 자라랑 차이가 뭔가요? 큰 범주에서 본다면 거북과 자라는 파충류의 거북목에 속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동물은 엄연히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어요. 가장 쉬운 구별법은 등껍데기를 만져보면 알 수 있어요. 거북의 등껍데기는 딱딱하고 자라는 물렁물렁해요. 만져봤을 때 뭔가 물컹한 느낌이 든다면 그건 자라겠지요? 또한 거북이는 등껍데기에 무늬가 있지만, 자라는 무늬가 없거나 밋밋한 특징이 있어요. 그리고 거북이는 이빨이 없는데 자라에게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답니다. 그래서 한국 한정으로 건드렸을 때 무는 자세를 취한다면 자라에요. 악어거북만큼 강하진 않지만, 그래도 자라의 무는 힘도 180kg이 넘어서 쇠젓가락을 가볍게 절단시킨다고 하니, 사람 손가락도 쉽게 절단될 수 있겠죠? 혹시라도 자라에게 물렸을 때는 흔들어서 털지 말고, 물에 넣으면 자라가 스스로 입을 벌린다고 해요. 그 외에도 거북이는 물과 육지를 왕래하고, 자라는 수중에서 생활한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히드라와 원팀이 되어 헤라클레스에 대항한 거대한 괴물게 게자리는 프톨레마이오스의 48개 별자리에 속했고, 현대 천문학에서 정립한 88개 별자리에도 포함된다. 황도 12궁의 넷째 자리로 거해궁이라고도 하며, 늦겨울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황도 12궁 별자리들은 대부분 밝은 별들을 갖고 있지만, 네 번째 별자리인 게자리와 열두 번째 물고기자리는 어두운 별들로만 구성돼 있다. 특히 게자리는 밝고 화려한 별들이 많은 겨울 별자리 속에 있어 더욱 초라하게 빛난다. 가장 밝은 별이 4등성으로 황도 12궁 중에서 제일 어둡기 때문에 동서양 문화권 모두 불길한 별자리로 취급했다. 동양에서는 무덤이라는 뜻의 ‘귀수’ 혹은 상여라는 의미의 ‘여귀’라고 일컬었으며, 서양에서는 ‘암’을 뜻하는 ‘캔서(Cancer)’라고 부른다. 암세포가 게 다리같이 생긴 것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고대 바빌로니아 점성술에서 게자리는 지하세계의 입구를 상징하여 불행과 어둠의 동의어로 불리기도 했다. 게자리는 바다뱀자리인 히드라 옆에 있는데, 이는 그리스신화에서 게가 히드라의 은신처 옆 지하세상의 문을 지키는 것과도 일치한다. 게자리는 어둡고 음침한 별자리지만, 밤하늘에서 아주 유명한 프레세페성단(Praesepe Cluster)이 있다. 이 성단은 벌집성단(Beehive Cluster)이라고도 불리며, 게자리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지구에서 약 59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성단은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산개성단 중 하나다. 면적은 보름달 크기의 3배 정도로, 게자리가 하늘 높이 있을 때 관찰할 수 있다. 갈릴레오가 1609년에 망원경으로 관찰한 최초의 천체 중 하나였는데, 그는 이 성단에서 40개의 별을 발견했다. 황소자리의 플레이아데스성단(Pleiades Cluster)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이 성단은 별들이 촘촘히 모여 있어 갈릴레오는 벌집성단이라고 이름 붙였다. 고대 중국인들은 이 성단을 마차를 타고 있는 유령이나 악마로 상상하기도 했다. 또한 게자리에는 산개성단 M67(Messier 67)도 있다. 우리은하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산개성단 중 하나이며, 그 나이는 약 40억 년으로 추정된다. M67은 게자리의 남쪽 발톱 부분에 있는 별무리와 그를 둘러싼 성운으로, 약 500개의 별이 있는 풍부한 성단이다. 헤라의 저주 이탈리아 고대 도시 파에스툼에서 발견된 도자기에 그려진 아들을 죽이는 헤라클레스 그림은 현재 마드리드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중앙에 광기에 빠진 헤라클레스가 아들들을 죽이는 장면이, 오른쪽에서는 그의 아내 메가라가 공포에 질려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뒷배경에는 헤라클레스의 어머니인 알크메네와 그의 조카 이올라오스가 등장한다. 왼쪽에는 광기를 상징하는 여신 마니아(Manía)가 있다. 메가라는 그리스신화에서 테베의 공주이자 헤라클레스의 첫 번째 아내이다. 테베왕은 외적을 몰아내고 테베를 방어해 준 헤라클레스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의 딸 메가라와 결혼시켰다. 두 사람 사이에는 여러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헤라클레스를 미워한 헤라가 그를 일시적인 광기에 휩싸이도록 만들었고, 제정신이 나간 헤라클레스는 자기 아이들을 화살로 쏘거나 불 속에 던져 죽였다. 헤라는 왜 헤라클레스를 그토록 증오하고 저주했을까? 제우스가 알크메네와 바람을 피워 낳은 자식인 헤라클레스가 영웅적인 능력까지 있다는 사실에 분개했기 때문이다. 사실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보다 제우스의 혼외자식들 능력이나 됨됨이가 훨씬 뛰어났다. 헤파이스토스는 손재주는 뛰어났지만 다리가 불편한 추남이었고, 전쟁의 신 아레스는 불같이 성급한 성격으로 실수가 잦았다. 하지만 제우스와 인간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헤라클레스는 힘이 세고 용맹했으며, 레토 여신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폴론 역시 팔방미인형 ‘엄친아’였고, 메티스 여신의 딸인 전쟁의 신 아테나는 아레스와는 달리 지혜가 있었다. 헤라는 헤라클레스의 양어머니이며, 비록 헤라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헤라클레스는 그녀의 젖도 먹고 자랐다. 제우스는 헤라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아기의 이름도 ‘헤라의 영광’을 뜻하는 헤라클레스라고 지었고, 헤라클레스 역시 헤라를 신으로 모시며 공경했다. 어쨌든 헤라와 헤라클레스는 모자지간인 것이다. 헤라와 헤라클레스, 둘의 관계는 참으로 미묘한 셈이다. 어머니인 헤라가 아들인 헤라클레스에게 가혹한 시련을 주고 끊임없이 괴롭혔다는 점에서, 헤라는 ‘어머니는 어머니이되 파괴적인 어머니’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어머니는 자녀를 양육하고 보살피는 따뜻하고 자애로운 존재이지만, 모든 어머니가 숭고한 모성을 가진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다. 신화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자녀들을 자신의 지배 아래 두려 하고 통제하는 어머니, 자녀를 질식시키고 파괴하는 끔찍한 어머니들이 있지 않은가. 히드라를 물리치는 헤라클레스 자기 아이들을 죽이는 비극을 겪은 헤라클레스는 자책감과 절망에 빠진다. 델포이 신전에서 죄를 씻는 방법에 대해 신탁을 받은 헤라클레스는 에우리스테스 왕 밑에서 노예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에우리스테스의 명을 받아 12가지 과업을 해결해야만 했는데, 그 두 번째 임무가 히드라를 죽이는 것이었다. 이때 헤라는 히드라를 돕기 위해 히드라와 같은 늪지대에 사는 거대한 게 카르키노스(Carcinus)를 보내 헤라클레스의 발뒤꿈치 아킬레스건을 집게발로 물어뜯게 했다. 표면상으로는 가족을 살해한 헤라클레스를 단죄하기 위함이라고 했으나, 사실 그를 미치게 한 것은 바로 헤라 자신이 아니던가. 발꿈치를 물린 헤라클레스는 격분하여 카르키노스의 한쪽 발을 짓밟아 부러뜨리고 죽여 버렸다. 헤라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다 죽은 충성스러운 게를 불쌍히 여겨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주었고, 다리 한쪽을 잃었기에 게자리 역시 다리가 한쪽밖에 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은 그림의 주요 소재로 사용됐는데, 두 번째 과업인 히드라와 싸우는 장면 또한 자주 그려졌다. 헤라클레스는 물뱀 괴수 히드라와 30일 동안이나 사투를 벌였다. 16세기 네덜란드 판화가 코르넬리스 코르트(Cornelis Cort)는 이 장면을 동판화로 남겼는데, 헤라클레스는 계속 새로 돋는 히드라의 머리를 쉴 새 없이 자르는 한편, 왼쪽 발로 게를 밟아 죽이고 있다. 화면 한쪽에서는 이올라우스가 잘려진 히드라의 머리를 불로 지져 새 머리가 자라지 못하게 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17세기 에스파냐의 화가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án)의 그림에서는 헤라클레스가 화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몽둥이를 들고 히드라를 내리치고 있다. 오른발로는 게를 밟아 죽이고 있다. 오른쪽 구석에 횃불을 든 사람은 이올라오스이다. 이올라오스는 헤라클레스의 조카이자 동반자로 그와 함께 수많은 모험을 하며 그를 돕는다. 17세기 볼로냐의 화가 귀도 레니(Guido Reni)의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귀도 레니는 이상적인 고전주의 화풍으로 신화·종교 주제의 그림을 그린 당대의 거장이었다. 레니는 우아하고 이상적인 여성, 온화하고 섬세한 색채,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 등 라파엘로의 고전주의적 양식이었지만, 격렬한 구성과 극적인 명암대비를 특성으로 하는 카라바조의 바로크 회화도 연구하고 받아들였다. 그중 레르네의 히드라를 죽이는 헤라클레스는 만토바 공작 페르디난도 곤차가가 빌라 파보리타의 방을 장식하기 위해 주문한 네 점의 시리즈 중 하나다. 네 개의 그림은 네수스에 의한 데이아네이라의 납치, 장작더미 위에서 타죽는 헤라클레스 등 모두 헤라클라스가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