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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교육시설재난공제회(이하 공제회, 회장 박구병)는 태풍 ‘링링’을 대비해 전직원이 재난대응태세에 돌입해교육시설 재난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교육부는제13호 태풍 ‘링링’이 북상함에 따라 학교 시설물 피해가 발생될 경우 시설물 안전점검을 위해 공제회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점검반을 구성·운영한다. 이에 따라공제회는6일 회장 주재로 각 본부장이 모여 태풍 현황을 분석하고 교육시설 재난발생 시 초동대처에 즉각 투입하기 위한 전문가 인력풀과 예산을 점검했다. 기획조정실, 경영지원본부, 공제사업본부, 교육지원본부, 안전관리본부 등 5개 본부와6개 권역별 지역본부는 24시간 비상상황반을 가동해 1만 5000개교의 교육시설 재난상황을접수하고집계한다. 또학교 사고 발생 시 즉각 현장에 조사반을 파견해수업손실 없이 교육활동이 재개되도록 모든 자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박구병 회장은 “교육연구시설 회원들에게 태풍 ‘링링’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학교 배수로 점검, 수방시설 점검, 학교 주변 저지대 반복 침수지역 점검 등 실질적인 재난예방 정보를 긴급 공유하라”고 지시했다.
아이들 외면받는 천편일률 시설 서울 ‘꿈을 담은…’ 눈여겨 볼만 체력 기르며 모험 즐기게 해야 학교놀이터 공사 교사 참여 필수 세종시 사례는 눈높이 맞춘 것 어릴 적, 학교 운동장에 가면 공을 차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이미 운동장을 독차지 하고 있는 형들 때문에 공을 차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네 경사진 빈 공터에서 두 팀으로 나누어 공을 차곤 했죠. 여름에는 냇가에서 물놀이를, 겨울에는 논에서 썰매타기를 하고 봄‧가을에는 다양한 바닥놀이를 하면서 삶 속에 노는 것이 전부였던 그 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어떨까요. 대부분의 시간을 학력을 높이기 위한 울타리 안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가장 불행한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나오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학교폭력은 날로 증가하고 있고 그 방법도 더욱 교묘해 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범죄도 늘어나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갈수록 삭막한 세상이 되는 것 같아 우울해 지곤 합니다. 이제는 변화해야 합니다. 누군가 지금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린이들이 당당히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어린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어른들이 실천적으로 도와야 할 때입니다. 저는 그 중 하나가 어린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선물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놀 권리에 대한 개념은 영국 국제아동기금단체연합이 1922년 발표한 ‘세계아동헌장’에서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제25조에는 ‘모든 학교는 놀이터를 갖추어 모든 어린이가 방과 후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죠.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일제강점기였던 1923년 방정환 선생의 ‘아동권리 공약’에 어린이의 놀 권리가 포함됐습니다. 또 1957년에는 제33회 어린이날을 맞아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이 공포됐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어서 어린이의 놀 권리가 실질적으로 확보되진 못했습니다. 1989년 11월에는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레크레이션 활동에 참여하고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어린이 권리를 인정한다’(제31조)는 내용이 포함된 유엔 아동권리협약(UNCRC)이 발표됐습니다. 비로소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어린이의 놀 권리를 국가정책으로 다뤄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죠. 우리나라도 2015년 5월 ‘어린이 놀이헌장’을 선포하고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존중해 놀이터와 시간을 제공해 줄 것을 선언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이러한 선언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어린이 교육활동의 중심에 있는 학교에도 비로소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현재의 학교 놀이터를 보면 참담합니다. 천편일률적인 그네, 시소, 미끄럼틀, 철봉 등이 전부고 그나마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교들에 다목적 놀이터가 설치돼 있을 뿐이죠. 하지만 이런 놀이터는 어린이들이 놀면서 성장할 수 있는 요소가 제한적입니다. 체력단련 중심이거나 단순한 활동만을 요구하다보니 어린이들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이런 상황을 반영해 서울시교육청은 ‘꿈을 담은 놀이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37개 초등학교에 놀이터가 완성됐거나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어린이들의 놀 공간을 확보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는 점에서 바람직한 사업이라고 봅니다. 기존의 단순한 놀이터 형태를 과감히 탈피한 점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새로운 놀이시설을 경험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신체를 안전하게 대응하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체력도 기르면서 모험을 즐기고 싶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의 대전환을 이룬 것이죠. 학교 놀이터는 어린이가 다양한 사회관계를 맺는 장소이자 다양하고 풍부한 감각경험은 물론 휴식과 즐거움을 제공해야 하는 장소입니다. 어린이들은 우리 모두가 소중히 여겨야 할 다이아몬드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죠. 사실 전국적으로 보면 교육청보다는 보면 지자체에서 더 많은 놀이터를 창의적으로 짓고 있는 실정입니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가보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놀이터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세종시가의 이러한 예를 잘 보여줍니다. 남윤제 세종도원초 교감은 “세종시는 아파트를 지을 때 수영장 뿐 만 아니라 어린이 놀이시설을 주제가 있는 특색 있는 것으로 만든다”며 “마을 놀이터 외에도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학교와 마을의 어린이 놀이터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어린이들이 참여해 의견을 반영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린이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죠. 한국교총도 어린이 중심의 새로운 학교 놀이터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현재 그 중심에서 한국교총 산하 초등체육교육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초등체육교육연구회(회장 석승하)가 학교놀이터를 왜, 어떻게, 어떤 놀이터로 만들어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10여 명의 교사들이 지난달 12일부터 2박 3일 동안 창의적인 학교놀이터를 찾아 전국의 유명한 놀이시설 20여 곳을 둘러보는 현장연수도 다녀왔습니다. 새롭게 구축된 전국의 놀이시설을 탐방하며 느낀 것은 어린이의 모험심과 즐거움, 창의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학교놀이터를 만드는 일을 학교 외벽공사, 창문교체 공사, 운동장 하수도 공사 등과 같은 건축과 시설보수 수준의 외부업체 손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학교 안에 세워지는 학교놀이터 만큼은 오랜 시간 초등학교 체육과 놀이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교원들이 모여 여러 학교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에 한국교육신문과 한국초등체교육연구회는 대한민국 초등학교의 놀이터가 어린이들의 진정한 친구로 표현되고 건강한 성장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좋은 놀이터의 조건과 기준은 무엇인지,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회의 노하우를 연재를 통해 나누고자 합니다. 좋은 학교놀이터를 만들고자 하는 선생님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는 교육환경을 구축해 나가고 교육의 중심에 어린이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대한민국 교육의 온전한 성장을 더불어 꿈꾸며 달려 나가겠습니다.김갑철(한국교총 부회장, 서울보라매초 교장) 전 서울초등체육교육연구회 회장
신녕초등학교병설유치원(원장 박종욱) 김은영 교사는 경상북도교육청 주관 유치원 유공교원 국외 현장연수를 8월 13일(화)부터 20일(화)까지 6박 8일간 독일 및 영국으로 국외현장 연수를 다녀왔다. 이번 연수의 목적은 선진 유아교육 견학 및 체험을 통해 놀이중심교육과정 운영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함으로 독일의 Regenbogen유치원, Sonnengrarten유치원, Waldhaus 숲 체험장과 영국의 어린이 도서관 등 현지의 교육기관 4곳을 방문하였으며 현지 문화체험도 함께 이루어졌다. 독일의 유아교육은 프뢰벨의 놀이중심 교육과정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철저한 놀이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영국도 마찬가지고 자유로운 환경과 바깥놀이 시설이 매우 잘 갖추어져 있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놀이중심의 개정교육과정 운영을 위해서도 철저히 놀이중심인 그들의 교육 방법을 잘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다. 독일과 영국의 교육철학은 개방과 소통이었고 자유롭지만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가르치고 있었다. 이번 선진교육현장 연수의 소중한 경험이 유치원 교사로서 소명을 다하는데 새로운 디딤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C홀에서 2019 이러닝 코리아가 개최되었다.교육부 미래교육관에서 박백범 교육부차관(오른쪽 첫번째)과 김진표 더불어민주당(왼쪽 첫번째) 의원이 '공룡 AR 체험 및 상상의 세계영어로 표현하기' 활동을함께 체험하고 있다. 5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진행된 '2019 이러닝 코리아'에 참관한 학생들이 4인승 시뮬레이터에 탑승해VR을 활용한 독도 영상을 체험하고 있다.
교육시설재난공제회(이하 공제회, 회장 박구병)는 5일 교육시설공제회관에서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최경숙)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공제회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각종 재난으로부터 장애포괄적 교육시설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장애인 자립기반 조성을 통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협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 기관은 장애포괄적 교육시설 안전관리 강화, 장애인 자립지원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 장애인 관련 정책의 홍보,인식제고 사업 공동 추진 등을 하기로 동의했다. 장애인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공제회가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활성화와 채용 등을 통해 장애인 자립지원을 위한 실제적 업무협력을 이행할 예정이다. 박구병 회장은 “화재 등 교육시설 재난발생 시 장애인 학생에게도 익숙한 이동로와 대피방법을 마련해야 하며 시각, 청각, 지체, 내부기능, 지적, 정신분야별 안전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적극 보급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교육부가 교총이 요구한 교권침해 법률 상담을 위한 법률지원단 설치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3일 이같은 내용의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률지원단 구성·운영을 규정한 개정 교원지위법이 10월 17일 시행되기 때문이다. 법률지원단은 교권 침해 피해 교원에게 법률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교총이 줄기차게 요구해 4월 16일 교원지위법 개정이 완료되면서 도입된 제도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37대회장으로 재선되면서 교권3법개정에 이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정리하고 단위학교에 안착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시행규칙 제정안은 법률지원단을 당연직 2명 등 7명 이내의 단원으로 구성하고, 임기는 2년에 1차에 한해 연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연직 위원은 교육부 교육활동 보호업무 담당국장이 단장을 맡고, 담당 과장이 단원이 된다. 담당 사무관은 지원단 간사 역할을 한다. 위촉직 단원은 변호사 등 관련 업무 법률전문가 중에서 성별을 고려해 위촉한다. 지원단은 학교폭력 사안, 교육활동 관련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해당 교원에 대한 법률 상담과 정당한 교육활동과 관련해 단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규칙으로 구성되는 지원단은 교육부에 설치하고 국립 고교 이하 각급 학교의 사안을 대상으로 한다. 공립학교는 각 시·도교육청에서 시·도 교육규칙으로 규정을 만들어 법률지원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입법예고 기간은 30일까지고, 10월 17일부터 시행된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 씨의 논문에 이어 동양대학 총장상의 위조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자소서의 다른 대목도 허위라는 주장이 나왔다. 5일 고려대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3일 공개된 조 씨의 자기소개서 중 “고대 학생회비 부정 사용에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냈다”는 내용이 허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을 ‘학생회 소속이었던 환생공 10학번 동기’로 소개한 작성자는 당시 조 씨가 환경생명공학부 학생회를 회비 부정사용으로 신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회에서) 통장 입츨금 내역을 밤새가며 증빙해 무고함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이후에 조 씨가 다시 집행부에 “이러한 신고가 있었고 이런저런 절차를 밟아 결국 (사실이) 아님을 증명했다”는 내용을 전 학생을 소집해 발표하라고 요구해 그 요구에 응한 것이었으며 정작 조 씨는 현장에 보이지도 않았다. 조 씨는 자기소개서에 “이후 학생회는 출처 없는 소비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한다는 대자보를 붙였다”고 기술했었다. 아래는 해당 댓글전문.
교권침해 가해자가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를 거부할 경우 부과하는 과태료가 인상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3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을 재입법예고했다. 7월 24일 입법예고했던 내용에서 과태료 관련 내용을 수정해 다시 입법예고한 것이다. 이번 재입법예고로 교권침해 가해학생의 보호자가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거부할 경우 부과하는 과태료가 당초 1회 위반에 50만 원, 2회 위반에 100만 원에서 1회 위반에 100만 원, 2회 위반에 150만 원으로 인상된다. 3회 이상은 동일하게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과태료 금액을 적게 했다가 당초 교육부가 교총과 협의한 안으로 복귀한 것이다. 또 과태료 감면 사유 중 ‘타 기관에서 특별교육·심리치료를 조치일 이후 이수했거나 이수 중인 경우’를 삭제하기로 했다. 과태료는 과할청인 각 시·도교육청에서 부과·징수한다.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한은 9일까지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대입 부정 의혹이 가중되는 가운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부에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작년 말에도 대입 내신과 학생부의 평가 공정성 문제, 수시 '깜깜이 전형' 등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교육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도 특별히 당부했다. 이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폐지나 정·수시 비율 조정 여부 등을 놓고 핵심 쟁점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사실 현행 대학 입시 제도의 근간은 1981년 '대학별 본고사 폐지'와 함께 마련되었다. 그 후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져 소위 '수능 위주의 정시와 내신과 학종 위주의 수시'가 공존하는 지금의 구조가 성립되었다. 물론 그 동안 시시비비가 줄곧 이어져 왔다. 교육이 전문 영역이라고 말하면서 역설적으로 국민 모두가 교육전문가 행세를 해왔지만, 정작 뾰족한 대안을 전무한 상태였다. 갑론을박 논란 속에서 작년 대입 비율 조정의 논란 끝에 2022학년도 대입부터 대부분의 대학이 수시 대 정시 비율을 7 대 3정도로 합의를 봤다. 교육부는 이번 대입 제도 개편의 방향을 '정시 확대'로 잡기보다는 학종 공정성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 대입제도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 씨가 개혁하게 됐다는 항간의 조소에 대한 씁쓰레한 반응인 것이다. 작년 12월 11일 2019 교육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수시 전형 요소인 내신이나 학생부 같은 경우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국민들이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그 공정성투명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고, 나아가 수시 전형 방법이 다양하다 보니 깜깜이 전형, 반칙, 특권, 비리·부정 전형을 의심한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문 대통령은 또 내신이나 학생부에 대한 불신으로 차라리 객관적 점수로 결정되는 수능이 오히려 가장 공정하다며 정시 확대 여론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전형의 공정성, 투명성, 객관성 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대입제도 개혁은 요원하고 나아가 교육 개혁도 공염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사실 우리 교육계에서 대입 전형의 공정성,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줄곧 이어져 왔다. 물론 그동안 대입 등 입시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긴 했지만 학부모들을 비롯한 국민들은 여전히 각급 학교 입시제도가 공평·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교육부는 차제에 수시·정시 비율을 조정하기보다는 수시 전형의 공정성, 투명성 제고에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공장하다고 여기는 정시 확대는 당장 실현이 어려운 데다 대입 정책의 안정성 측면에서 교육 당국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일단 2022학년도 입시는 '수시 70%, 정시 30%' 정도로 교육부와 대학들 간 협의가 조율된 상황이다. 2007년 대입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고 이후 학종으로 발전한 지 10년이 넘었고 그 동안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만 했을 뿐 아직까지 수시의 공정성·투명성·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부는 특히 종합생활기록부(학종) 공정성 강화를 위해 당장 가능한 방안으로는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사항 중 '수상경력' 같은 이른바 '금수저 요소' 폐지가 거론된다. 이 이른바 금수저 요소는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논의 때도 폐지 여부가 논의됐으나, 자기소개서는 분량을 줄이고 수상경력은 학기당 하나만 쓰는 것으로 정리된 바 있다. 대입 전형안 개편안 중 학종 중 저소득층·농어촌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고른기회전형과 지역 인재의 지방거점대학 입학 기회 확대를 위한 지역인재전형 등을 현행 5∼10% 수준에서 10∼20%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성이 있는 안 중 하나다. 대입 제도 전반을 바꾸려면 적어도 시행 4년 전에 공표해야 하도록 규정돼 있어서 올해 하반기에 새로운 대입 제도를 내놓더라도 2024학년도에야 시행 가능하다. 2022학년도 정시 30%에서 2년 만에 이 비율을 대폭 확대한다는 대국민 공표와도 상치된다. 여하튼 문 대통령의 당부, 교육부의 대응 등으로 보아 하반기에 2022학년도 대입 전형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또 대입 제도가 개편될 확률이 농후하다. 교육부는 이미 공표된 2022학년도 개편안과 이른바 '부모의 힘'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또 다른 개편안의 균형의 묘를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학종이 최대한 '깜깜이' 논란에서 벗어나도록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의 대한민국 대입제도가 워낙 미묘하고 난제가 많아 제갈량이 환생하거나 신(神)이 나타나 해도 해결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혹자는 초중고교의 대안학교처럼 수시와 정시 너머의 ‘대안전형방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문 대통령의 당부와 교육부의 대응으로 시도되는 대입 전형 제도 개혁도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다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수시 전형을 비롯한 대입 전형 제도를 바꾸는 단초의 기저에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조국 후보자의 딸 조모 씨가 있다는 비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오늘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치러지는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올해 마지막 모의평가가4일 치러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9월 모의고사는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2,101개 고등학교와 435개 지정 학원에서 치러졌다. 9월 모의고사 수험생은 총 54만 9,224명이다. 이 가운데 재학생은 45만 9,217명, 재수생은 9만7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번 모의고사는 1교시 국어영역, 2교시 수학영역, 3교시 영어영역, 4교시 한국사·탐구영역,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순서로 진행되었다. 모의고사 문제는 시험 당일 중증 시각장애 수험생 기준으로 매 교시 종료 후 공개되고, 정답 확정 발표는 17일이다. 한편 9월 모의고사 성적 통지표는 오는 10월 1일 수험생이 원서를 접수한 곳에서 받을 수 있다.
행정예고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수였음에도 초등 사회를 비롯한 교과서 총 41책의 검정 전환이 확정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이같은 내용의 ‘교과용도서 구분’ 고시를 했다. 전환대상은 초등 3~6학년 사회·수학·과학 교과와 관련된 사회과 부도, 수학익힘, 실험관찰 등 41책과 지도서 24책을 합해 총 65책이다. 적용은 3·4학년 교과서는 2022년 1학기부터, 5·6학년은 2023년 1학기부터다. 그런데 교육부의 행정예고 처리 결과 공표문에 따르면 7월 31일에서 지난달 19일까지 20일 간 시행된 행정예고에 제출된 개인 의견은 찬성이 1건, 반대가 7건이었다. 기타 보완을 요구하는 단체의 의견은 2건이었다. 반대 의견과 보완 의견 하나에 대해서는 ‘수용 불가’, 찬성 의견과 다른 보완 의견에 대해서는 ‘업무 추진 시 참고’하겠다는 검토 결과도 제시했다. 전체 의견 제출이 적기는 했지만 분명히 개인 찬반 의견 중 반대가 87.5%인 상황에서 반대 의견은 수용하지 않고 검정 전환을 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이 대부분 보완 의견에 포함되는 내용이거나 검정 교과서 제작 과정에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논란의 대상인 한국사가 포함된 초등 6학년 사회 교과서에 대해서는 “초등 사회의 한국사는 고교 과정과 달리 논란이 없는 사실 위주의 기술을 한다”면서 “2023년까지 시간이 충분히 있는 만큼 검정 과정을 엄격히 관리해 진행하겠다”고 했다.
경기 고양·파주지역의 미술교사들의 모임 NooN 회원(회장 박영일 중산고 교사)들이 3일부터 16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 갤러리한에서 제19회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박승순 한빛고 교사(오른쪽 첫번째)가 혼합재료를 활용한 푸른색가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19회 NooN전'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 갤러리한에서 3일부터 16일까지전시되고 있다.김성로 저동중 교장(왼쪽 첫번째)이 혼합재료를 활용한 레드08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01 내가 자란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바깥세상 물정조차도 돌아앉은 산골이었다. 그런지라 세상 말도 더디게 배웠다. 6·25전쟁 후 세상은 궁핍으로 가득 채워진 듯했다. 가난 속에서는 ‘듣고 배울 말’도 궁핍했다. TV는 아예 존재하지를 않았고, 라디오 방송도 수신 자체가 불가능했으니, 밖으로부터 들을 말이 없었다. 결핍 속에서는 ‘읽어서 배울 말’도 부족했다. 읽을 책이 없었다. ‘읽어서 배우는 말’이 산골 아이에게는 다가오지를 않았다. 그저 식구들 언어만 접할 뿐이었다. 사정이 그러하니 이른바 사회화된 말, 또는 문화적으로 진화된 말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나에게는 그런 게 내 습득의 마당 안으로 들어오지를 못했다.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중에 대여섯 살짜리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말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말이다. “우리 마을 대식이 아재가 대학에 떨어졌다.” 어린 나는 이 말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학이 높은 수준의 학교라는 것은 대충 알겠는데, 떨어지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아마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데에 있는 학교일 수 있겠지. 그렇게 높은 곳에 있는 학교라면 경사가 심해서 떨어진 것인가. 아니면 대학의 문 앞에는 큰 낭떠러지가 있어서 그걸 떨어지지 않고 기어 올라가야 대학생으로 받아준다는 말인가. 여섯 살짜리 나의 추리는 그런 수준이었다. 표현된 말과 그것이 진짜로 나타내는 뜻 사이의 틈새를 내 소견머리로는 메꿀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말 말로만 들어서는 그게 어떤 사태인지, 어떤 형용인지, 도무지 어림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말을 맹탕 모른다고 할 수도 없었다. 아는 듯하면서도 모르는 말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 말의 현장’을 꼭 내 눈으로 가서 보고 싶었다. 그래야 그 말이 이해될 성싶었다. 여섯 살 나는 ‘떨어지다’라는 말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알고 있다고 믿었다). 나 자신이 마루에서 떨어져 보았고, 나무에서 떨어져 다쳐 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떨어진다는 말을 나처럼 경험해 본 사람도 없을 거라고, 어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떨어지다!’ 이 말을 내가 알고 있음을 나는 굳게 믿었다. 그런데 서울 가서 대학 시험을 치고 떨어져 마을로 돌아온 대식이 아재를 보는 순간 나는 혼돈에 빠졌다. 대식이 아재는 멀쩡했다. 떨어져서 다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걷고 뛰는 것도 정상이었다. 내가 아는 ‘떨어지다’라는 말은 이제 더 나아갈 길을 잃었다. 나는 ‘떨어지다’가 추상화되거나 비유적으로 쓰이는 걸 알지 못하였던 것이었다. 이 말을 내가 확실히 안다고 나를 믿는 순간, 오로지 내가 아는 뜻으로만 이 말을 이해하려 드는 것이다. 이는 유아적 사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확증 편향(確證偏向)’의 징후들이 만연해 있다. 자신의 가치관·신념·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성향이나 사고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의 선입견을 확실히 증명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탐색하려는 경향이 늘어난다. 반대로 자신이 믿는 바에 반하는 정보들에 대해서는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되려 마주하게 되어도 외면한다(위키백과). 가치 갈등이나 이념 갈등이 점점 극단화하면서 생겨나는 닫힌 사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것만 정당하고 확실하다고 믿는 것이다. 내가 모를 수도 있다는 점은 애초에 차단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일말의 용서도 없다. 용서는커녕 마음속으로는 ‘학살 심리’ 비슷한 상태를 견지하는 것이다. 인터넷 안의 시국 이슈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들이 이를 웅변으로 입증한다. ‘대학에 떨어졌다’라는 말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던 대여섯 살 무렵 나의 사고 패턴과 유사하지 않은가. 어떤 말을 이해하거나 사용할 때, 오로지 내가 아는 의미 범주로만 그 말을 이해하려 하고, 그 뜻을 믿으려 하는 태도가 바로 확증 편향 아니겠는가. 확증 편향을 가지고 상대를 무조건 무시하는 사람은 ‘어른’이 아니다. 즉, 성숙한 사람이 아니다. 앎이나 생각이 자라나지 못한 어린아이의 사고와 다를 바 없다. 확증 편향의 사람들을 무시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확증 편향의 일종일까. 그런 딜레마에 우리 사회가 빠져 있다. 02 어린 내가 의문을 품었던 말이 하나 더 있다. 교회에서 자주 쓰는 말이었다. 예배에서 헌금을 드리는 순서가 되면, 목사님은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는 시간입니다”라고 했다. 또 “주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시기”를 기도하곤 했다. “이 헌금이 온전히 하늘나라를 위해 쓰이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섯 살짜리 아이는 이런 말들을 모순 없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일차원의 세계에서 이런 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초월적이고 초능력적인 하나님의 존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는 있어도, 의미의 자물쇠를 풀고, 스스로 의문 없이 온전한 이해를 하기에는 이런 말들이 신비해서 어려웠다. 아니 어려워서 신비했다. 소년의 궁금증은 주로 이런 것이었다. 헌금을 받아 가실 하나님이 교회에 언제 오시는가. 어떤 방법으로 받아 가시는지가 참으로 궁금했다. 헌금을 전달하는 분은 목사님인가. 아니면 하나님 스스로 가져가시는 건가. 기쁘게 받아주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분은 기쁜 마음을 어떻게 표정에 드러내실까. 그리고 이 헌금한 돈은 이 지상에 있지 않고 정말 하늘나라에 보관하는 것일까. 하늘나라로 헌금을 옮길 때는 비행기로 옮기는 것인가. 구름 타고 옮기는 것인가. 하늘나라 어디에 보관하는 것일까. 하늘나라에서 돈 쓸 일은 어떤 일이 있단 말인가. 등등이 나의 관심사이었다. 나의 의문과 관심사는 그 누구도 해결해 주지 못했다. 왠지 이런 질문은 어른들에게 면박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금과 관련해서 교회가 사용하는 말은, 그 말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자면, 상당히 오랜 기간 영성의 수련과 학습을 요구하는 것이다. 교회의 관습과 풍속도 알아야 하고, 신을 언어로 섬기는 제도로서의 언어도 이해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성서적 해석의 오랜 전통과 그것을 개인의 신앙 체계 속에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헌금과 관련된 교회의 언어에 대한 궁금증을 어른들에게 물었을 때, ‘지금 설명해도 아직은 잘 모를 것이다. 차차 너도 자라면서 알게 될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점점 자라나면 자연스레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런 대답을 듣곤 했다. 대답의 공통점은, 말을 이해라는 데는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자라는 동안 무신론자가 된 사람은 이 어릴 적 헌금의 언어들이 말 그대로의 사실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으리라. 어른이 되도록 신앙을 잘 키워 온 사람은 그 헌금의 언어를 이해하는 종교적 합리성을 스스로 찾게 되었으리라. 이 모두는 인간의 삶에서 말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과정들이다. 어느 쪽이 되었든 그런 앎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 안에는 어떤 세계가 있고, 그 세계 안에는 주체의 체험이 빚어내는 의미의 부화가 있었을 것이다. 또 어느 쪽이 되었든, 다른 반대쪽을 확증 편향처럼 무시할 수는 없다. 말은 존재의 집이라고 했던 어느 철인의 말을 굳이 갖다 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말을 안다는 것에는 이런 심오한 인식의 내공이 들어 있는 것이다. 03 ‘하나의 말을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언어기호(記號)로서의 말을 안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말 배우기가 얼마나 만만한 것이겠는가. 어떤 말을 문자 기호로 적을 수 있고, 문자 기호로 된 말을 읽을 수 있고, 그 뜻을 사전에서 찾아서 알 수 있는 것으로, 말 배우기를 다 했다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만만한 과업이겠는가. 말을 배우고 이해하는 일은 만만하지 않다. ‘말을 안다는 것’은 말과 관련된 인간사(人間事) 세상사(世上事)를 안다는 것이다. 인간사 세상사를 한꺼번에 알기가 쉬운 일인가. 한도 끝도 없는 일이다.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배울 수 없다는 말이 바로 그 말이다. 내가 ‘떨어지다’라는 말을 제대로 체득한 것은 내 인생에 몇 번의 낙방(落榜)을 겪고 난 후이다. ‘너희들이 떨어지는 맛을 알아?’ 하는 경지에 들고서야 나는 ‘떨어지다’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정현종 시인은 말한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나란히 병치시켜 본다. “말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말이 거느린 인간사와 세상사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것이 오기 때문이다.” 말 가르치기, 말 수행하기의 중요함을 각성해 본다.
설레는 마음으로 교직에 첫발을 내디뎠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 차가 되어 1급 정교사 자격연수(이하 1정 연수) 대상자가 되었다. 짧은 교직생활동안 시행착오도 많았고, 슬럼프도 겪어보고, 행복하기도 했으며, ‘이게 내 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좌충우돌하며 지냈던 것 같다. 1정 연수에 앞서 지난 3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며,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기도 하고, 그 고민을 가슴에 품고, 일말의 해답이라도 찾기 위해 3주간의 1정 연수를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던 1정 연수 1정 연수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먼저 연수를 받았던 선배 교사들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은근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함께 연수를 받은 동료 교사들에게 부탁해 조사한 설문결과를 근거로 1정 연수에서 만족스러웠던 부분과 아쉬운 점, 그리고 개선방안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만남과 인연이다. 교직생활 중 참여하는 수많은 연수 중 ‘비슷한 교육경력’을 가진 교사들이 ‘오랜 기간 의무적으로 함께 받는’ 집합연수는 흔치 않다. 교사에게 있어 만남을 통해 각자가 가진 경험과 고민을 공유한다는 것은 ‘1+1=2’가 아닌 ‘1+1=∞’의 의미가 있기에 1정 연수에서 나와 비슷한 교육경력의 선생님을 만나서 인연을 만들고,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었다. 둘째, 연수 교육과정과 배움이다. 3주라는 시간 동안 교육철학을 비롯한 새로운 교육동향·수업방식·생활지도 등 그동안 학교업무로 소홀히 했었던 교육이론들을 집중적으로 온전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특히 고득점의 연수점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교사로서 스스로 발전을 위해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동료 교사들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 속에 깊이 남아있다. 셋째, 교육연수원의 지원과 친절함이다. 무더위 속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교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청의 세심한 노력도 감동적이었다. 선생님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커피를 비롯하여 아이스크림·과일 같은 간식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무엇보다도 연수생들의 입장에서 배려하고자 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연수원 직원분들의 친절은 1정 연수를 받는 내내 나름 활력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 그러나 아무리 만족스러운 연수였더라도 아쉬운 점은 역시나 있기 마련이다. 우선 ‘평가’ 문제이다. 1정 연수의 평가는 지필평가(논술형 20점·서술형 50점), 수행평가(개별 10점·분임 10점), 근태(10점)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대평가를 통해 순위를 매긴다. 학교현장에서는 경쟁을 통한 ‘줄 세우기’를 지양하라고 하면서 정작 선생님들에겐 상대평가로 줄 세우는 평가가 존재하는 한, 1정 연수의 의미가 아무리 좋더라도 교사들에겐 ‘필요악’이란 생각이 든다. 더구나 1정 연수 점수가 교감 승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앞으로도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둘째, 일정이 너무 빡빡했다. 총 15일 94시간 36가지의 교과, 그리고 평가와 분임토의까지. 아침 9~10시에 시작해 오후 4~5시에 끝나는 일정은 1학기를 마치고 지쳐있는 선생님들에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빡빡한 일정은 수업을 듣는 선생님들에게도 벅찬 일이지만, 강사들 역시 열정을 가지고 준비한 내용을 온전히 다 전달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었다. 셋째, 일부 강의의 경우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전문성 부족·시간 배분 실패로 강의가 용두사미로 끝나버리거나, ‘연수생의 학급운영 방식이 잘못되었다’라는 전제하에 자신의 강의 내용을 강요하거나 자기 자랑으로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가장 불편했던 것은 정치적 색채를 띤 강의였다. 왜 1정 연수에서 이런 것을 배워야 하는지, 어떤 의도로 이런 강의를 1정 연수 교육과정에 넣었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했다. 꼭 필요했다면 왜 이 강의를 넣었는지 간략한 설명이 있었다면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다. 또한 아동학대 예방교육·교권보호·교원단체의 이해·다문화교육·코딩교육 등 이미 원격연수나 지역교육청별 집합연수로 많이 접했던 내용을 굳이 빠듯한 연수 일정에 넣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넷째, 지켜야만 했던 기본적 에티켓이다. 연수생 대부분은 매우 열정적이고, 매우 우수했으며, 태도 역시 모범적이었다. 하지만 몇몇 연수생들은 자신이 먹은 간식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거나, 강의 내용보다는 시험출제 여부를 캐묻는 등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교사로서 ‘기본적 에티켓’을 지키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1정 연수 첫날, “선생님들께서는 비록 연수생 신분이지만, 학생처럼 행동하기보다 교사라는 마음가짐으로 연수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던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 그렇다면 1정 연수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최근 1정 연수는 두 가지 이슈에 접해있다. 하나는 1정 연수 개선을 촉구하는 대자보이고, 다른 하나는 1정 연수 음담패설 논란이다. 전자가 1정 연수의 변화를 요구하는 연수생의 입장이라면, 후자는 강사의 자질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에 실시되는 1정 연수는 종료 후 연수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뤄진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수년째 비슷한 불만과 개선요구가 이어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개선되거나, 또는 개선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면 앞으로도 제2·제3의 1정 연수 대자보나 음담패설 논란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1정 연수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첫째, 평가방법의 개선이다. 기존의 시험점수에 따른 줄 세우기 식 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 또는 P/F로의 전환이다. 개인적으로는 P/F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굳이 평가해야 한다면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지필평가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평가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1정 연수점수가 교감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 선생님의 요구이기도 하다. 둘째, 연수 일정 및 내용의 간소화이다. 장황한 백화점식 연수에서 탈피, 선택과 집중을 통한 간소화가 필요하다. 교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뭔지를 핵심적으로 다룸으로써 내용은 간소화시키되 양질의 연수를 실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내용 간소화가 어렵다면 선택과목을 다양화함으로써 대학 강의 방식으로 수업을 골라 듣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인다. 또한 모든 내용을 집합연수로 진행하기보다는 일부 교육청의 사례처럼 학기 중 또는 주말을 이용하여 강의를 진행하거나 원격연수로 전환하는 등 연수 일정을 줄여가는 방안을 강구해 봐야 할 것이다. 3주간의 1정 연수를 받고 나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개학을 맞게 되기 때문에 교사의 재충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셋째, 강의의 질과 전문성 있는 강사의 확보이다. 교육은 교육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교육과 연관된 다양한 환경들을 이해하는 것 또한 교사가 더욱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지역과 직업에 관계없이 양질의 강사를 섭외하고, 학교 밖 전문가들도 강사로 섭외한다면 다양한 시선으로 교육을 바라보고, 생각할 기회가 될 것이다. 넷째, 1정 연수 이외의 정기적 연수가 필요하다. 다수의 선생님은 1정 연수 경험이 소중하고, 의미가 깊은 만큼 이러한 연수가 교직생애주기에 정기적으로 제공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 최소한 5년 단위로 1정 연수처럼 진행하되, 강제성 띠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학교현장에서 교사학습공동체와 같은 모임을 통해 끊임없이 전문성을 신장시키는 방법도 있겠지만, 학교상황에 따라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의 희망, 열정 있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누가 뭐래도 1정 연수는 교직생애주기를 통틀어 교사 개인에게 큰 전환점이기도 하고, 이 연수를 통해 교사로서 교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 만큼 큰 의미가 있다. 이미 나 자신은 1정 연수를 들어오기 전에 스스로 고민했던 수많은 것들을 해결하기도 했고, 앞으로도 더 교사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열정이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연수를 통해 열정을 가진 수많은 선생님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1정 연수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1정 연수의 현실이 녹록지는 않지만, 열정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했던 지난 3주간의 시간은 ‘우리 함께 성장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끝으로 이번 1정 연수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열정 넘치는 충남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현장에 돌아가서도 지금의 열정 오래도록 간직하며 힘냈으면 좋겠다. 오늘도 이 땅에서 우리 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모든 선생님 화이팅!
“선생님들은 더 편해지실 겁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더 많은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됩니다. 교사들이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의 자동화·간소화를 통해 편의성을 높여나갈 생각입니다.” 박혜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KERIS)은 새교육과 가진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에서 현재 개발 중인 4세대 나이스와 에듀파인을 설명하면서 ‘분명 달라진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세대 나이스가 현장에 적용되는 2022년 3월부터는 간단한 출결상황은 모바일로 입력이 가능하도록 해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우리 교육이 변환기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능형학습분석, 빅데이터 분석기반 교육현안 지원, 에듀테크 RD 등에 중점을 두고 미래인재양성의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을 통해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학생들의 학습지원은 물론 정서적 어려움까지 고민을 해결해 주는 시스템 개발에 나설 계획도 덧붙였다. AI에 의존한 교육으로 교사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AI의 도움을 받아 교사는 지식촉진자가 아닌 진정한 교육촉진자로 거듭날 것임을 강조했다. 행정가·정치인·교수 등 각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해온 박 원장은 한국 교육이 발전하는데 KERIS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박 원장과 일문일답이다. 취임 100일이 지났다. 소감은? “과학기술이 교육 속으로 들어오면서 우리 교육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더 이상 교육이 전통적 관념에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점에서 KERIS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느끼고 있다. 4세대 나이스 개발·보급과 에듀파인 유치원 확대, AI 맞춤형 학습플랫폼 구축 등 정말 해야 할 일이 많다.” 4세대 나이스가 2022년부터 적용된다. 교사 중에는 “또 바꾸냐”는 지적이 있다. “그런 말씀 하실 수 있다. 그러나 막상 4세대 나이스가 적용되면 교사들의 행정업무가 줄어들고 편의성은 더욱 향상됐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필요한 정보만 입력하면 쉽게 보고서나 도표 등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국정감사 등 외부기관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업무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또 지금까지는 PC로만 나이스 입력이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출결과 같은 간단한 정보는 모바일 입력이 가능해진다. 클라우딩·빅데이터·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신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교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의 활용 편의성을 극대화하려 한다. 무엇보다 사용자인 교사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반영하기 위해 교원단체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에듀파인도 새롭게 보강되는 거 같은데. “사실 우리가 가장 긴장하는 업무는 에듀파인이다. 당초 차세대 에듀파인 개발에 유치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사립유치원 사태를 겪으면서 유치원까지 에듀파인을 확대하게 됐다. 유치원에는 처음 시행하는 것이니만큼 실수가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KERIS의 강점은 우리 교육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데이터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면 굉장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매우 중요한 문제다. KERIS는 많은 데이터 가지고 있는데 그걸 제대로 쓸 수가 없다. 학생에 대한 각종 정보는 법적으로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비식별화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러다 보니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노후 기자재 교체 시기 및 소요비용을 예측, 교육재정 효율화에 기여하고 교육정책이 데이터에 기반해 수립·추진될 수 있게 하겠다. 아울러 기존의 EDS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 축적된 데이터를 이용해 AI 지능형 맞춤형 학습플랫폼 구축을 준비 중이다. 내년 3~4월에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소위 'AI 교사'가 등장하면 기존 교사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건 아닌지. “교사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가르치는 존재’였다면 앞으로는 촉진자 역할이 더 중요하게 된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는 말처럼 교사는 학생을 컨설팅해주고, 학생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촉진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티처’에서 ‘에듀케이터’로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적응해야 한다.” 디지털교과서는 어떻게 되는가?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들어간 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디지털교과서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많다. 지금은 디지털교과서의 진로에 대해 냉정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디지털교과서에 다양한 콘텐츠를 붙이고 AR·VR 같은 시스템을 접합시켜줘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거 같다. 연내 디지털교과서 개발 및 보급을 확대시켜 나갈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생각이다.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 한 발짝 물러서서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할 때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 위기라고 하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령인구 감소는 ‘개별화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KERIS가 운영하는 e학습터·위두랑 서비스 연계를 통해 학습활동 데이터를 수집·분석·결과를 제공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의 교과별 내용 체계·성취기준 등을 분석해 수준별 학습 지원 및 개인별 처방을 위한 디지털학습자원지도(learning map)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에듀테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현재 에듀테크 시장은 사교육 분야에 집중돼 있다. 앞으로 민관산학 협력을 기반으로 교사 수업지원·업무경감·교수학습지원 등 지속가능한 생태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내 에듀테크 관계자들이 학교현장과 소통하는 기회를 확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에듀테크 기업들의 규제 개선을 위한 법령 검토와 함께 에듀테크 스타트업 발굴, 지원을 위한 해커톤 등의 행사를 연내 추진할 예정이다.” 임기가 끝난 3년 뒤 어떤 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원장에 취임한 뒤 놀란 게 하나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이스는 알아도 그것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KERIS는 모르더라. 누구는 학술원으로 부르고 어떤 이는 국정원처럼 정보원장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임기를 마칠 때쯤이면 모든 국민들에게 KERIS란 이름을 확실히 기억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올해가 KERIS 출범 20년이다. 우리 기관의 정체성과 비전도 새롭게 정립해 나갈 생각이다.”
동신대학교가 올해로 개교 32주년을 맞았다. 지난 1987년 포항공대와 함께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사립 공과대학으로 출발한 동신대는 취업에 강한 실용학풍과 연구중심 대학을 통해 전남·나주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최일 동신대학교 총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방대학은 지역과 밀착해서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 지역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를 공급하고 그들이 지역에 안착할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신대가 지역발전을 이끌어 가는 선도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맹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동신대가 위치한 나주는 한국전력공사 이전을 계기로 에너지밸리 조성이 추진되는 전남의 산업 핵심기지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이용, 최 총장은 나주혁신도시 내 16개 공공기관이 2022년까지 신규 채용인원의 30%를 지역인재로 선발해야 하는데 이 중 최소한 5%를 동신대학교가 차지하겠다는 목표로 수준별 취업 특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신대 총장에 취임한 그는 지난 2014년부터 4년간 목포대학교 총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여러 대학에서 영입제의가 있었지만, 지방사립대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열망에서 동신대를 선택했다. 그의 가장 큰 소망은 동신대가 지역에서 사랑받고 인정받는 대학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것. 머지않아 지방대학이란 한계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는 경쟁력 갖춘 명문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총장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꼭 해보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과제를 정했나. “지난 1년, 사립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또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 공급 대학으로 도약하는 시간이었다. 중장기 발전계획인 ‘비전 2030’을 수립해 동신대의 지향점을 모색하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대학교육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대학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학 브랜드가치와 행정·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이 저로 하여금 신나게 일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지역과 함께 세계로 전진하는 교육중심대학’을 강조했다. 추구하는 모델은 무엇인가. “동신대는 중규모의 학부교육 중심대학으로서 지역 밀착대학, 실무형 교육중심대학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국가, 나아가 인류사회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각각의 학생을 실천적 도덕성·융합적 전문성·도전적 창의성을 갖춘 ‘Together형 인재’로 키울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화(글로벌 캠퍼스 구축), ▲연구(지역 전략산업 중심 미래기술 개발), ▲교육(학생 성공을 위한 교육), ▲지역 및 산학협력(상생 발전을 실현하는 열린 대학), ▲경영 및 인프라(대학 브랜드 가치 제고) 분야 핵심 가치 실현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했다.” 학문연구과 교육방법 측면에서 혁신적인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학문분야 특성화는 △에너지 신산업 △천연물 바이오 △사회서비스 분야 등 지역의 산업과 궤를 같이한다.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서 지능형 에너지·스마트 에너지·에너지-ICT·에너지-SW 융합분야를 특화하고 있다. 천연물 바이오분야에서는 한의과대학을 중심으로 한·양방 통합의학을 포함한 통합의료산업과 천연물 소재 의약화 산업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생물산업은 국가 신성장동력 전략산업이자 전라남도의 4대 미래 먹거리산업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고부가가치 천연물 소재를 발굴하고 생물천연물 산업을 이끌어갈 맞춤형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고령화에 대비, 보건복지대학·사회문화대학을 중심으로 건강·안전·문화에 초점을 맞춘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교육방법의 특성화로는 건전한 품성을 가진 지성인을 양성하는 인성교육,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창의융합교육, 기본에 충실한 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한 활동 및 실천중심교육, 글로벌 역량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전공대의 설립이 확정됐다. 지역산업과 대학에 미치는 영향은. “저는 지역과 대학이 동반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전공대는 단순한 대학이 아니라 에너지밸리 활성화를 견인할 RD 기관이다.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나주로 몰려들었을 때 에너지밸리에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들어오고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에너지밸리에서 한전공대가 담당할 역할이 있고 동신대의 역할이 있다. 중견기업들의 산업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인력공급을 동신대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교육부의 PRIME 사업을 수행하며 8개 전공의 에너지융합대학을 신설해 신산업 인력공급을 위한 기초 작업도 완료했다.” 지방대학이 위기라고들 하는데 동신대는 오히려 에너지가 넘친다. “지역 발전이 없으면 대학 발전도 불가능하다. 지방대학은 수도권 대학보다 훨씬 더 혹독하게 노력하며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지역발전 전략과 대학의 특성화 전략이 맞아 떨어지고 있고, 구성원들이 일치단결해 준비하고 있다. 지역에 필요한 인재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안착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동신대를 둘러싼 여건이 좋고 구성원들의 열정과 참여도 높아 두려움이 없다.” 취업률이 70%를 넘는다. 비결이 뭔가. “산업 기반이 취약한 지방대학에서 졸업생 10명 중 7명이 취업한다는 것은 구성원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다. 교육중심대학·취업중심대학을 지향하며 실무·실전 중심, 사회수요·학생 중심으로 교과 개편을 꾸준히 단행해 왔다. 지금은 취업의 질적 수준을 높임으로써 학생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로 손꼽히는 혁신도시 내 16개 공공기관이 2022년까지 신규 채용인원의 30%를 지역인재로 선발해야 하는데 이 중 최소한 5%를 동신대학교가 차지한다는 목표로 수준별 취업 특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학과별로 우수 취준생 800여 명을 선발해 전공 관련 중견 기업 취업과 자격증 취득을 독려해 학생 및 학과경쟁력을 높이고,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 취업 및 공무원 준비생 150명을 선발해 집중 교육한다. 이 가운데 실력이 뛰어난 10명을 대상으로 ‘DS Star 프로그램’을 추진해 글로벌 기업 취업과 7급 지역인재 공무원 준비에 전념하도록 파격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대학의 실용적 학풍과 공기업 이전 등 주변 여건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공기업 이전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가시권 내에 뚜렷한 목표가 생기면서 학생들의 태도와 자신감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건축공학과의 경우 최근 건축기사 2차 시험에 9명이나 합격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대학의 힘이다. 전기공학과도 80명 이상이 한전에 취업했고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취업의 질을 높이면 지방대학으로 향하는 지역 인재들의 물꼬가 트일 것이다. 우리 학교는 지난 1987년 개교 당시 우리나라 동쪽에는 포항공대, 서쪽에는 동신공과대 두 곳이 설립 허가를 받았다. 동신대의 실용적인 학풍은 공과대학에서 출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동신대는 내실에 비해 그동안 저평가됐다는 생각이 든다. “수도권 대학 중심 사회에서 지방대학이 안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고 지역 발전과 연계된 측면도 있다. 대학마다 각자의 역할과 특성이 있다. 특히 지역을 리드해가는 지역 대학은 고유의 역할이 더욱 선명하다. 그런데도 각 대학의 특성을 무시하고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대학들은 지금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이 비전과 성과를 보여주고, 학생 성공시대를 만들어간다면 지방대학의 미래도 밝다.” 대학마다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국립과 사립이 25대 75의 비율로 사립 의존도가 높은데도 사립에 대한 시각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 10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재정적 한계에 봉착했는데도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정부가 예산지원을 통해 대학을 통제하거나 간섭하기보다는 대학이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정지원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 장학금 혜택이 많다고 들었다. “국가재정지원사업을 다수 수행하면서 받은 지원금을 토대로 재학생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장학금을 더욱 확대했다. 재학생 1인당 장학금이 2011년도 170만 원에서 2018년에는 404만 원으로 급증했고,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이 2017년 61.7%에 달해 사실상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 학생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탄탄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자부한다. 2020학년도 신입생도 수능 4개 영역 평균 6등급까지 면학장학금과 학습보조비를 받는다. 4개 영역 평균 3.75등급 이내 학생에게는 4년간 8학기 등록금 전액 감면과 최초합격자 학기당 50만 원 학습보조비를 4학기 동안 지급한다.” 9월부터 2020학년도 수시모집이 시작된다. 올해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2020 수시모집을 통해 전체 모집인원 1,645명 중 1,573명(95.6%) 선발한다. 올해 입시에서는 지역인재전형 비중을 확대해 광주·전남·전북지역 학생들의 입학기회를 확대하고, 면접평가를 실시한다. 지역인재 1·2전형에서는 한의예과·간호학과·물리치료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동신대를 희망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사춘기를 겪으며 한때 방황하고 고민하던 학생들도 대학에서 얼마든지 자신의 길을 찾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 동신대는 성과를 통해 증명해왔다. 어떠한 학생도 졸업할 때는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로 키워내는 게 대학 교육의 힘이다. 동신대는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에도 주력해 진정한 인재를 만들어내는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구태의연한 기준에서 벗어나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 실질적인 교육성과를 보고 선택한다면 후회없는 인생을 찾을 것이다.”
출근길, 서울 성공회성당 화단 등 여기저기에 과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과꽃은 국화과 식물로, 원줄기에서 가지가 갈라져 그 끝마다 한 송이씩 꽃이 핀다. 한여름에 꽃이 피기 시작해 초가을까지 볼 수 있다. 꽃 색도 보라색에서 분홍색, 빨간색, 흰색까지 다양하다. 국화과에 속하는 풀들은 대부분 여러해살이풀인데 과꽃은 독특하게 한해살이풀이다. 누나의 따뜻한 손과 같은 꽃, ‘과꽃’ 과꽃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정감이 가는 꽃이다. 어릴 적 고향에서는 과꽃을 맨드라미·봉선화·채송화·백일홍 등과 함께 화단이나 장독대 옆에 심었다. 과꽃을 보면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라는 가사가 나오는 동요 ‘과꽃’이 떠오른다. 2004년 타계한 아동문학가 어효선이 쓴 동시에 곡을 붙인 노래다. 그래서인지 나태주 시인은 “과꽃 속에는 누나의 숨소리가 들어 있다”고 했고, 누구는 과꽃을 “누나의 따뜻한 손과 같은 꽃”이라고 했다. 동요 ‘과꽃’ 외에도 과꽃이 나오는 문학작품은 많다. 박경리의 토지에서 최참판댁 입구에도 ‘대문간에 이르기까지 길 양편에는 보랏빛, 흰빛, 그리고 분홍빛의 과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양현은 이 과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섬진강에 던지며 죽은 엄마 기화(봉순이)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16권). 봉순이는 서희가 간도로 떠난 후 실의에서 빠져 아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린 딸 양현을 남기고 섬진강에 몸을 던졌다. 과꽃이라는 이름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과부꽃’에서 나왔다는 견해가 있다. 이 꽃이 과부를 지켜 주었다는 꽃 이야기가 전해 오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백두산 근처에 추금이라는 과부가 살았는데, 그 집에는 남편이 생전에 정성스럽게 가꾼 과꽃이 가득했다. 그런데 중매쟁이 할멈이 끊임없이 재혼을 설득하자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즈음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자 과부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과꽃을 소중히 가꾸며 살았다는 이야기다. 과꽃은 원래 북한 함경남도에 있는 부전고원과 백두산·만주 일대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자생지가 옛 고구려·발해 영토와 비슷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몇 년 전 쓴 글에서 “과꽃이 고구려와 발해가 기개를 드높이던 우리 땅에서 자라는 식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자생종 과꽃은 진한 보랏빛이고 홑꽃이라고 한다. 그래서 과꽃의 한자 이름은 벽남국(碧藍菊)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과꽃은 대부분 겹꽃이다. 중국 쪽 백두산 근처에서 자생하는 과꽃을 보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야생화 사진작가 김정명 씨는 “2015년 8월에도 연변 부근에서 지천으로 피어난 토종 과꽃을 보았다”며 “개량종과 달리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것이 꽃 맛이 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토종 과꽃 씨앗을 받아와 심어 보았는데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라 그런지 잘 자라지 않았다”고 했다. 고향으로 되돌아 온 토종꽃, 과꽃·미스김라일락·섬초롱꽃 우리가 흔히 보는 과꽃은 토종 과꽃을 유럽과 일본 등에서 원예종으로 개량한 것이다. 프랑스 신부가 1800년대 초 과꽃을 보고 반해 씨를 유럽에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개량종 과꽃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 다시 고향인 한반도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처럼 과꽃은 우리나라 원산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심고 있는 식물 중 하나다. 화단에 흔한 원예종 꽃 중 거의 유일하게 원래 우리 토종인 꽃이기도 하다. 우리가 관심을 안 두는 사이 외국에 나간 식물은 과꽃만이 아니다. 라일락 중에서 1m 정도의 수형(樹形)에다 진한 향기를 지녀 조경용으로 인기인 나무가 있다. 미스김라일락인데, 1947년 미군정청 소속의 식물채집가 엘윈 미더(Meader)가 북한산 백운대 부근에서 털개회나무 씨를 채집해 가져가 개량한 품종이다. 그는 1954년 이를 조경수로 내놓을 때 한국에서 가장 흔한 성을 따 이름을 지었다. 이 나무는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도 역수입했다. 우리에게 토종 털개회나무가 있는데 미국에서 개량한 미스김라일락을 심는 것이다. 구상나무는 한라산·지리산·속리산·덕유산 등 해발 500m 이상 고지대에서 자라는 상록침엽수다. 잎 뒷면이 흰색에 가까워서 멀리서 보면 나무가 은백색으로 보여 아름답다. 학명(Abies koreana)에도 ‘코리아’가 들어 있고, 영문 이름이 ‘Korean fir(한국 전나무)’인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그런데 1900년대 초 이 나무 종자가 해외로 반출된 이후 서양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 탓에 상당수가 말라 죽으면서 멸종위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자생지인 한라산과 지리산의 구상나무는 이미 25%가 말라 죽고, 남아있는 나무 상당수도 고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상나무의 고사 원인도 기후변화로 추정하고 있을 뿐 아직 명확하게 나온 것도 없다. 울릉도 특산이지만 이제는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섬초롱꽃은 연한 자주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아름다운 꽃이다. 이 섬초롱꽃도 외국에서 개량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냥 초롱꽃은 기다란 종 모양의 꽃이 유백색인데 섬초롱꽃은 분홍색이며 섬초롱꽃은 꽃잎에 짙은 반점이 가득한 것이 차이점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초롱꽃은 줄기에 털이 많은 반면, 섬초롱꽃은 털이 없어 매끈하다는 점이다. 참나리·하늘말나리·털중나리 등 우리 자생 나리들도 서양으로 반출되어 백합을 다양하게 개량하는 데 쓰였다. 우리는 이런 백합 구근(球根)을 많은 돈을 지급하면서 수입하고 있다. 다른 비비추와 달리 꽃대 끝에서 꽃잎이 360도 빙 돌려나는 흑산도비비추도 1980년대 중반 배리 잉거라는 미국인이 흑산도에서 가져가 ‘잉거비비추’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이처럼 수많은 우리 꽃들이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지 화단과 정원에서 피고 지고 있다. 그나마 우리 꽃들이 외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것일까. 이 글을 쓰기 위해 과꽃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보라색·분홍색 혀꽃(설상화)에 노란 중앙부를 가진 꽃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핀 것이 참 예쁘다. ‘꽃 맛’을 느끼게 해 준다는 토종 과꽃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백두산 근처에서 피어나는 토종 과꽃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
전쟁이라면 전쟁이다 경제전쟁. 위기라면 위기고 기회라면 기회다. 일본이 수출을 금지한 반도체 소재 중 상당수는 이미 국내 기업들이 만들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등 우리 대기업들이 마뜩잖아서 믿을 수 있는 일본 기업들의 수입선에 의존해왔을 뿐이다. 우리 소재기업들에게는 이들 첨단 소재를 개발·양산할 절호의 기회다. 이번 일로 우리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들이 근본적으로 흔들릴지, 아니면 우리 중견 소재기업들이 제대로 된 양산의 기회를 갖고 급성장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누구의 경제력이 더 강한가? 이 싸움이 ‘경제전쟁’이라면 두 나라 경제규모를 한번 따져보자. 세계 3번째 경제대국(G3)과 싸움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는지 가늠해 봐야 한다. 전력 분석. 가장 기본적인 지표는 GDP(그 나라 안에서 1년 동안 얼마나 생산됐는가를 알아보는 지표)다. 우리의 1년 GDP는 1조 6천억 달러 정도 된다. 일본은 5조 1천억 달러다(2018년 기준). 우리의 서너 배가 넘는다. 만약 한나라에서 생산하는 재화가 자전거뿐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가 자전거 100대를 만들 때, 일본은 3~400대를 만드는 나라다(그만큼 자전거가 팔린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GDP 1조 6천억 달러’라는 우리 경제력은 어느 정도일까? 학생들에게 우리 GDP와 러시아의 GDP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러시아가 더 높다고 답한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와 러시아·이탈리아·캐나다는 GDP가 비슷한 수준이다(우리가 생산하는 자전거와 그 큰 러시아나 캐나다가 생산하는 자전거 대수가 비슷한 셈이다). 우리는 인구가 5천만 명이 넘고 1인당 GDP가 3만 달러가 넘는 이른바 ‘30-50 클럽’ 국가다. ‘30-50클럽’ 국가는 지구상에 6개 나라밖에 없다. 우리 경제력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심지어 호주나 스페인(1조 3천억 달러)보다 GDP가 높은 나라다. 어찌 보면 우리 경제력은 우리 외교력보다 훨씬 세다(너무 억울해하지는 말자. 북한은 자신들의 경제력에 비해 외교력이 지나치게 높지 않는가). 그러니 ‘외교력으로 안 된다면 경제력으로 한판 해보자’는 청년들의 패기 어린 주장이 꼭 틀린 말은 아니다. 하나 더, 일본은 인구가 1억 2천만 명이 넘는다. 우리 1.2배가 넘는다. 그래서 GDP의 상당수가 내수로 해결이 된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5% 정도밖에 안 된다. 반면 우리는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다(자전거 100대 만들어 일본은 15대를 수출하는데 우리는 50대 가까이 수출한다). 수입까지 합치면 우리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홍콩이나 독일밖에 없다. 이렇게 수출 의존도가 높으면서 농산물에서 의류나 플랜트, 나아가 완성차나 반도체 핸드폰까지 수출하는 기술대국은 지금까지 지구상에 독일과 일본, 그리고 한국밖에 없다. 인구가 적은 나라가 선진국만큼 많이 생산을 하다 보니 당연히 수출밖에는 살길이 없었다. 물론 그 시장에 중국이라는 거대 경제대국(G2)이 바짝 쫓아오고 있지만…. 일본이 수출 대국이라면 우리는? 일본은 70년대 중반 전 세계 수출의 10%를 차지했다. 하지만 해마다 낮아진다. 이제 3.3%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전 세계 수출의 3%를 차지하니, 수출로 보면 우리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무역대국이다(작년 한 해 우리 총 수출액은 6,048억 달러, 일본은 7,384억 달러다). 그런 두 나라가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당연히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이 싸움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오래 가서도 안 된다.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는 매우 독특한 배경을 갖고 있다. 보통의 무역보복은 자국에 대해 지나치게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에 대해 수출장벽을 높인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에게 수출을 더 많이 하는 나라다. 우리처럼 수출을 잘하는 나라가 유일하게 30년 넘게 해마다 무역적자를 보는 나라가 일본이다(기름 잔뜩 수입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빼고, 심지어 사우디보다 일본과의 무역적자가 더 크다). 예를 들어 여행수지도 큰 폭의 적자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것보다, 한국인이 일본을 두 배 이상 찾는다. 이렇게 무역 수지 흑자국가가 ‘보란 듯이’ 무역규제를 시작했다. 장사꾼이 손님에게 성내는 격이다. 누가 봐도 납득이 안 된다. 일본 없는 한국 무역은 가능할까? 그렇다면 일본과 서로 수출을 더 못하도록 규제 장벽을 쌓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수출을 덜 하니, 우리가 유리할까? 우리는 주로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소재 부품 등 중간재와 자본재 등 산업재를 수입한다. 전기절연재 등 수많은 화학제품에 사용되면서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은 99% 일본산이다. 일본 수입품 중에 과거 코끼리 밥솥 같은 소비재는 이제 10%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일본의 중간재 수입이 막히면, 우리는 당장 이걸 가공해 수출하기가 어려워진다. 반면 우리는 일본에 소비재나 산업재를 수출한다. 얼마든지 다른 데서 수입할 수 있는 (가격은 비싸지겠지만) 제품이 많다. 결과적으로 서로 수출 장벽을 높이면 우리가 더 불리해 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두 나라 모두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일본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빠르게 줄고 있다. 20여 년 전 우리는 일본의 최대수출국이었다. 그러니 우리 경제의 급성장이 일본 경제 덕을 크게 봤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엇나간 것이다. 하지만 2007년 중국이 그 자리를 꿰차면서 1970년 전체 수입에서 40%에 달했던 일본산 수입 비중은 지난해 10%까지 떨어졌다. 한국 총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1973년 38.5%에서 지난해 5.0%로 떨어졌다. 우리는 일본보다 베트남에 수출을 더 많이 한다. 그러니 일본은 이제 우리의 ‘절대 지존’ 무역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이 싸움에서 우리가 질 거라는 예측 역시 꼭 맞은 것이 아니다. 아무도 알 수 없다. 누가 이길 것인가? 수치만 놓고 보면 세계 경제 3위와 12위와의 싸움이다. 누가 봐도 빅 매치다. 이 싸움이 빨리 끝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누가 이길 것인가? 예단하기 어렵다. 쉽지 않은 싸움은 분명하다. 19세기 개항 이후 우리와 일본의 격차는 큰 폭으로 벌어졌다. 지금도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 9천 달러, 우리는 3만 1천 달러다. 하지만 일본이 1인당 GDP 3만 달러를 넘어설 때, 우리 GDP는 겨우 8천 달러였다. 무섭게 따라붙었다. 일본이 우리 경제를 견제하려는 속내는 여기서 출발한다. 게다가 한반도 평화시대가 오면 인구 1억에 가까운 거대한 경제대국이 G2 중국과 G3 일본 사이에 만들어진다. 어쩌면 이 싸움은 그 거대한 경제대국으로 가기 위한 변곡점일지 모른다. 정부는 ‘다시는 일본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고삐를 단단히 할 시점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무엇 때문에 과거합격에 매달렸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질문에 관해 관심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답이 뻔하기 때문이다. ‘부귀영화’, ‘입신양명’ 등의 단어는 ‘왜 과거합격을 하려고 했는지’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러한 구태의연한 질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 조선시대 교육을 실제로 굴러가게 만들었던 원동력이 바로 과거시험에 합격하고자 하는 선비들의 열망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시대 교육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한 적확(的確)한 규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조선시대 교육과 지금의 우리 교육 사이에는 상당한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벼슬’ 보다 중요했던 과거합격 콤플렉스 그렇다면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에 합격하려는 이유가 앞서 언급한 부귀영화나 입신양명을 위한 것이었을까? 우선 부귀영화나 입신양명이란 말의 핵심적 의미를 생각해 보면 ‘명예’와 ‘부’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과거에 합격하게 되면 벼슬이 주어지게 되고, 동시에 그 지위에 상응하는 명예와 경제적 혜택을 누리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과연 그랬을까? 먼저, 과거합격에 목을 맨 이유가 벼슬을 얻기 위한 것이었을까?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체로 ‘예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당시 높은 직급의 수령 중에는 흔히 소과라 불렸던 생원·진사시에 응시하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는 것이다. 이미 벼슬에 오른 관리라면 과거시험에 응시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다음과 같은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 어진 이를 구하는 방법을 오로지 과거시험에만 의지하게 되어, 이 길로 출세하지 않으면 인재가 아니라 일컬어 손가락질하고 으레 속된 벼슬아치로 대우합니다. -성종실록 12년 5월 신축 당시 사회는 아무리 높은 관직에 올랐다 하더라도 과거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면 손가락질당할 수밖에 없었던 풍조였다. 결국 과거시험을 통하지 않고 관리가 된 사람 중에서 많은 수가 과거시험, 그것도 소과에라도 응시하려 했던 것은 바로 이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풍조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에 합격하려 했던 이유가 오로지 벼슬을 얻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심지어 벼슬을 얻는 것보다 (설사 나중에 벼슬에 나아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과거합격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관한 단적인 예를 들면, 사면된 죄인에게 왕이 벼슬을 제수할 때는 아무 문제 없다가도 과거응시를 허용할라치면 신하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당시에는 벼슬보다도 과거합격이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과거합격의 중요한 목적이 부를 얻기 위함이었다는 부분을 살펴보자. 조선시대에는 과거에 합격하면 일정한 토지와 함께 곡식 등의 현물을 지급받았다. 토지는 땅 자체를 하사받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의 소출에 대한 일정 비율의 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는 것이었다. 이러한 혜택을 일률적으로 많다 적다 할 수는 없지만, 설사 가난한 선비가 장원급제했다 하더라도 그가 매년 받게 되는 쌀 30~57석과 약간의 곡식들이 팔자를 고칠 만큼은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관리들 녹봉이 박하다’는 중종 때의 기록에서 보듯이 관직에 오른다고 해도 경제적으로는 별 볼 일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과거급제가 곧 커다란 부를 안겨주었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과거합격에 매달렸던 진짜 이유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과거합격이 대단한 명예와 부를 가져다주었던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비들은 어째서 그토록 과거합격에 매달렸을까? 여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가문 유지였다. 여기서 말하는 가문이란 당연히 양반 가문을 의미하는 것이다. 당시 신분제 사회에서 인간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은 양반들뿐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양반 가문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과거시험은 거의 양반들만의 리그였다고 할 수 있는데, 양인들은 법제적으로는 응시자격이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어서 실제로 응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사조(四祖: 친가 쪽 3대 즉, 부·조·증조와 외가 쪽의 외조) 안에 관직자가 있거나, 최소한 소과 합격자(생원 또는 진사)라도 있어야만 그 집안은 양반 가문으로 인정되었다. 다음으로 과거에 합격하려고 했던 중요한 이유는 ‘학생’이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차례나 제사를 지낼 때 ‘학생부군신위’라고 쓴 지방(紙榜)이나 ‘학생이라는 호칭이 적힌 묘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관직이 없거나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면 이름 앞에 ‘학생’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이 관례였다. 이처럼 ‘학생’은 명예롭지 못한 호칭이었다. 따라서 어떻게든 떼어내야만 했고, 관직을 얻거나 과거(소과도 포함)에 합격하게 되면 ‘학생’을 면할 수가 있었다. 소과에 합격하게 되면 ‘학생 홍길동’이 ‘생원(진사) 홍길동’으로, 대과에 합격하면 ‘급제 홍길동’으로 바뀌게 되었다. 과거합격을 해야만 했던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과거합격이 곧 학력(學歷)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경우 학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학교 졸업이 아니라 과거합격 여부였다. 당시 최고학부였던 성균관을 졸업했다 하더라도 학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보다는 대과에 합격함으로써 받는 칭호인 ‘급제’, 소과에 합격해 받은 ‘생원·진사’가 지금의 학력을 상징하는 것이었다(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윤초시댁의 ‘초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학력이 한 개인의 인간됨이나 도덕성을 판단하는 잣대였다. 이는 당시 책들이 대부분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무시당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이유로 선비들은 어떻게든 과거에 합격하려 했던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합격에 매달렸던 이유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또 다른 이유로서 ‘방방(放榜)’과 ‘유가(遊街)’를 들 수가 있다. 방방은 합격자 발표의식으로 대궐에서 왕이 직접 합격자들에게 합격 증서를 하사했던 성대한 행사였다. 이 행사에는 합격자 가족과 친지들의 참석이 허락되었는데, 합격자를 호명하면 부형과 친척들이 따라 들어와 왕에게 절을 하게 되어 있었다. 특히 합격자를 호명할 때는 아버지의 이름을 먼저 부르게 되어 있었다. 또한 유가는 합격자들이 시가 퍼레이드를 펼치는 행사였다. 이때 합격자들은 관복과 함께 머리에 어사화를 꽂고 햇빛가리개를 한 채 나라에서 마련해 준 말을 타고 가족과 친지와 함께 시내를 행진했다. 이처럼 방방과 유가는 합격자 본인이나 부모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영광스러운 행사였다. 이 때문에 당시 부모들의 로망은 장차 자식이 과거에 합격하여 영광을 보는 것이었고, 마찬가지로 자식들 또한 부모가 영광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과거에 합격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요컨대 과거합격은 자식이 부모에게 실천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 방법이었던 것이다. 조선시대와 오늘날의 연결고리, 학력이 곧 ‘인간의 조건’ 결국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합격에 목을 맸던 이유는 관직을 얻음으로써 대단한 명예와 부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인정을 통해 당시 선비들은 비로소 원만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고, 이 점에서 과거합격은 그 시대 인간의 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당시에는 소과에만 합격해도 이러한 조건을 취득하게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양반은 힘든 대과를 포기하고 생원 및 진사로 남으려 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어떤 나라들보다도 대학에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왜 그럴까? 흔히들 대학입학의 이유를 취업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고, 중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그것 때문만은 아님을 알 수 있게 된다. 대학입학 경쟁을 주도하는 집단이 바로 우리나라 최고 부유층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 학부모들이라는 사실, 특히 굳이 취업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부자들도 자식들의 대학입학에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은 곧 대학입학이 취업에서의 효용성 말고도 다른 중요한 이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한 마디로 대학졸업이 이 시대 인간의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조선시대 과거합격에 매달렸던 이유와 오늘날 대학에 목을 매는 이유가 정확하게 겹쳐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희미하게나마 둘 사이에 연결선을 그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구한말에 과거제도가 폐지되자 종전 과거합격이 지녔던 의미를 근대식 학교 입학이 대신하게 되었으며, 그 후로 오늘날까지 진학열이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는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면 그 둘을 연결 짓는 것이 너무 무리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우리나라가 왜 세계에서 대학 진학에 대한 열정이 가장 뜨거운가? 더군다나 대학졸업이 갖는 취업 메리트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열의가 식지 않고 있는가? 이제 이와 같은 궁금증이 다소나마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교사, 프로젝트학습에서 답을 찾다 (정준환 지음, 상상채널 펴냄, 500쪽, 2만 4000원) 교사를 위한 프로젝트학습 방법을 소개한다. 이번에 출간된 1편 ‘THEORY : 아는 만큼 보이는 법!’에는 프로젝트학습의 철학과 여러 모형·변화 등 이론적 내용을 담았다. 적용해볼 수 있는 13개 PBL 프로그램과 개념이해를 위한 부가 설명, FAQ도 제공한다. 추후 ‘설계(Design)’, ‘실천(Action)’편도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