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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2] 교사가 만들어 가는 ‘온라인 교과서’ 시대가 온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인류는 또 한번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사회·경제·문화 곳곳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너나 할 것 없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교육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대면수업과 등·하교 등 평범한 학교생활이 사라지고,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원격수업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고 하더라도, 좌절하거나 정상화될 때까지 교육활동을 미룰 수만은 없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교과서 개념과 기능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

교육의 가장 큰 변화는 교육환경이나 여건이 매우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시대·사회적 변화에 따라 교수·학습방법이 다양화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수업이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교육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교과서 제도와 교과서 내용 역시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교육환경이나 여건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교과서 개념과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학생들이 성장하는데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교과서 제도는 광복 이후 체계적으로 정비되었다. 교과서 내용은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이루어져 왔고, 교과서 제도는 ‘국정’과 ‘검정’의 기본 골격을 토대로 하고 있다. 국정과 검정교과서 제도는 교육의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교육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교육기회를 확장하는데 기여했다. 최근 들어서는 인정 교과서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유발행 적용 인정교과서까지 도입되는 등 교과서 발행 체제를 다양화하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 발행체제의 다양화라는 교과서 제도 운영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내용은 ‘큰 틀’의 변화를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제도 운영방식이 변화하더라도 교과서 내용이 기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제도적 변화는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된다. 특히 최근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식 전달 기능’이라는 전통적인 교과서 기능과 개념에 대한 반성적 고찰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 출현은 시대적 요구

만약 교과서가 시대적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전통적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머무른다면 어떻게 될까? 학생들이 성장하는데 제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는 지식 전달 기능을 탈피하여 기본 개념·원리와 같은 핵심적 사항을 교과서 내용에 제시하되, 이들이 실제 생활에 어떻게 전이되고, 확장되며, 촉진시킬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형태로 만들어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수·학습자료가 동원되어야 한다. 교과서가 기본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교과서 내용이 핵심적 사항 위주로 적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과 원리가 일상생활에 적용될 때, 다른 교과의 개념·원리와 통합적으로 작용하게 되고, 융합적 형태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새로운 교과의 창출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원격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 교육활동이 지식·정보전달에 머무른다면 교육활동을 전개하는 매개체만 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교사는 학생들에게 더욱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만들어 보관하고 필요시 활용하게 되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머물게 될 것이다. 대면수업에서 학생들은 교과서 내용을 배우기도 하지만, 교사의 관점과 태도 역시 배우게 된다. 그래서 원격수업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교육하더라도 학생들은 그러한 교사의 관점을 배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교과서는 더욱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교육활동을 제대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를 정해 놓고 여기에 학생들을 맞추기보다 학생의 소질이나 적성 및 수준에 부합되는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동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과서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축적해 놓기보다는 핵심적 사항을 제시하고, 보다 많은 교수·학습자료가 동원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풍부한 교수·학습자료를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이를 수용하는 의미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교과서 기본 개념과 원리를 실제적 생활모습에 전이를 촉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한 것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온라인 교육시대에 전자매체를 적용하여 보다 많은 교수·학습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오용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키게 되고, 그 결과 학생의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교육활동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교과서는 보다 유연해 질 필요가 있다. 유연한 교과서는 결국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제시하고, 이들이 실제 생활의 맥락에서 경험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원격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시점에서 교과서 활용에 관한 상당한 고충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교과서에 관한 관점을 변화하는 것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교과서는 제도적 측면에서 발행체제를 다양화하고, 내용적 측면에서는 핵심적 사항 위주로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변화에 적응하는 자유발행 체제 필요

교과서 발행체제의 다양화에서 국정과 같은 경우는 지진과 같은 재난상황이나 위기상황에서 표준화된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첨단 분야나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 등을 위해서는 사회적 변화에 대응성을 고려하기 위해 자유발행 체제와 같은 교과서 제도의 도입도 필요한 것이다. 올해 초 교육부에서 기존의 인정교과서 이외에 자유발행 적용 인정 교과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학생 소질과 적성에 따른 교육을 하기 위해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게 되면 학생의 선택 폭이 넓어지게 되고, 그에 따라 교과서 개발과 운영에서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자유발행 교과서 제도는 교육현장의 교육활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게 할 여지를 만드는 작용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원격교육에 따른 다양한 교수·학습자료가 필요한 시기를 고려하더라도 자유발행 체제의 의미가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온라인교육·원격교육·원격수업·이러닝 등 다양하게 활용이 되고 있는 여러 가지 용어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를 내린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만들어 가는 교과서’ 체제의 새로운 시도

최근 교육부에서 온라인 교과서는 기존의 서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e-book·PDF·디지털 교과서 등)를 활용한 온라인 교과서 제작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온라인 교과서는 교육과정 정합성을 충족시키는 넓은 의미의 교수·학습자료를 총칭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올해부터 3년간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범 사업은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의 경험을 적극 활용해 온라인 기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로 교사가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하고, 교수·학습자료 등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만들어 가는 교과서’ 체제의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한 것에 있다. 교과서 자유발행제와 연계하여 추진할 계획을 세움으로써 교과서에 대한 제도적 측면과 내용적 측면에 걸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가 현재의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교과서에 대한 제도 변화의 모색과 더불어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수업에 대한 개념적 지도와 그 정의를 명확하게 제시하기 위한 것에 있다고 생각된다. 교육부의 이러한 정책이 교육현장에서 학생의 특성에 부합하는 내용을 자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함과 더불어 그러한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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