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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시뮬레이션 면접은 응시자가 실제 업무 현장에서 마주하게 될 구체적인 상황이나 과제를 가상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처하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여 역량을 평가하는 면접 방식이다. 이번 호에서는 역량중심 면접 중 시뮬레이션 면접에 관해 자세히 살펴본다. 시뮬레이션 면접의 의미와 평가 초점 시뮬레이션 면접은 단순히 지식을 확인하는 면접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나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 응시자가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분석하고, 타인과 협의하며, 실행 가능한 대안을 구조적으로 제시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면접에서는 ‘무엇을 많이 아는가’보다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조정하며, 어떻게 실행으로 연결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특히 교육전문직 선발에서 시뮬레이션 면접은 현장 대응력과 조정 능력을 확인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 학교 현장의 문제는 한 부서나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학교·교육지원청·교육청·지자체·전문기관·학부모·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하므로, 응시자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뿐 아니라 역할을 조정하고 협력 구조를 설계하는 역량까지 보여 주어야 한다. 면접위원이 실제로 보는 요소 시뮬레이션 면접에서 면접위원은 대체로 네 가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첫째, 문제 인식의 정확성이다. 표면적인 현상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한 문장으로 선명하게 정리하는지를 본다. 둘째, 우선순위 설정 능력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학습·심리·복구·소통 가운데 무엇을 먼저 둘 것인지 판단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셋째, 협업과 조정 능력이다. 학교와 교육지원청, 지자체와 유관기관 간 역할을 구분하고, 누가 총괄하며 누가 실행할 것인지를 구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실행 가능성과 현장 착근성이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대안이 아니라, 실제 학교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대안인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일정, 절차, 담당 주체, 점검 방식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문항❶ 제시문을 읽고 2분간 구상한 뒤, 9분 동안 교육지원청의 지원 방안에 대해 자유 토론하시오. [PART VIEW] ● 제시문 학교에 화재가 발생하였다. 식당·체육관·계단 등 여러 시설과 2층 교무실과 건물 벽면에까지 불이 번져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안전과 학습 공백을 우려하며 불안해하고 있고, 교육지원청은 학교의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장학 사전협의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 이 문항의 핵심은 ‘화재 대응’ 자체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데 있지 않다. 교육지원청의 입장에서 학교가 교육과정을 다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무엇을 먼저 지원하고, 어떤 체계로 연결하며, 어떻게 점검하고 환류할 것인지를 구조적으로 제시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재난 상황에서의 장학 행정 역량과 현장 지원 역량을 확인하는 문항이라고 볼 수 있다. ● 2분 구상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큰 문제점을 한 문장으로 써서 게시한 후, 순서대로 해결 방안 발표(2분) ● 9분 토론 내용 요약 _ 교육지원청 지원 방안 합의 •첫째(안전 조치), 즉시 안전 조치와 운영 통제부터 실시한다. 화재 확산 여부와 2차 사고 위험을 점검하고, 출입 통제, 대피 동선, 안전교육을 즉시 안내한다. 필요시 임시 휴업 또는 단축 수업을 결정하며,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는다. •둘째(교육과정), 교육과정 공백을 최소화할 대체 운영안을 마련한다. 식당·체육관·계단·교무실 등 핵심 공간이 사용 불가하므로, 임시 급식 대책, 체육수업 대체 프로그램, 특별실 및 교실 재배치, 시간표 조정 등으로 수업을 지속할 수 있는 운영안을 지원한다. 온라인·원격 수업이 가능한 학년은 단계적으로 전환한다. •셋째(정서 지원), 심리·정서 지원과 위기학생 보호 체계를 가동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이 큰 만큼, 학교 상담, Wee센터, 지역 정신건강기관을 연계하여 심리 안정 프로그램과 고위험군 상담을 우선 지원한다. 교직원의 트라우마와 피로도도 함께 관리한다. •넷째(통합 창구), 학부모·지역사회 소통을 하나의 창구로 통합한다. 불안은 정보 공백에서 커지므로 교육지원청과 학교의 공동 브리핑 체계를 세우고, 사실 확인과 조치 현황, 향후 일정 및 등교 기준을 정기적으로 안내한다. 민원 폭증에 대비해 담당 창구를 단일화하고 FAQ도 제공한다. •다섯째(시설 복구), 시설 복구와 행정 지원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시설 안전진단, 복구 일정 수립, 예산·보험·계약 절차를 교육지원청이 일괄 지원하고, 학교가 수업 정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부담을 줄인다. 임시 공간 확보도 인근 학교와 공공시설 활용을 포함해 동시에 추진한다. •여섯째(맞춤형 장학), 맞춤형 장학 사전협의회를 통해 역할 분담과 환류 체계를 확정한다. 학교·교육지원청·지자체·소방·시설 전문가가 참여하여 우선순위를 합의하고, 실행 점검표를 공유한다. 일정 단위로 점검하고 보완하며, 사후에는 재난 대응 매뉴얼을 개선하여 재발 방지로 연결한다. ※ 이와 같은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대안을 많이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긴급 대응 단계, 임시 운영 단계, 정상화 단계로 사고를 구조화하고, 각 단계마다 교육지원청이 제공해야 할 지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긴급 대응 단계에서는 안전 확보와 운영 통제가 중심이 되고, 임시 운영 단계에서는 교육과정 공백 최소화와 심리 지원이 핵심이 되며, 정상화 단계에서는 시설 복구, 행정 지원, 사후 매뉴얼 개선이 강조된다. 이러한 단계화는 답변의 논리성을 높이고, 응시자가 단편적 대응이 아니라 체계적 대응을 구상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 토론 종료 후 2분 구상 토론 종료 후 2분간 구상하여, 협의 결과대로 지원했을 때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점을 한 문장으로 제시하고, 해결 방안을 2분간 발표하시오. ※ 토론 이후 다시 2분간 구상하여 ‘가장 큰 문제점’을 한 문장으로 제시하게 하는 이유는, 응시자가 복수의 대안을 들은 뒤에도 핵심 쟁점을 압축해 낼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함이다. 여기에서 좋은 답변은 여러 문제를 나열하는 답변이 아니라, 전체 지원 체계를 흔들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답변이다. 즉 이 단계는 요약 능력, 핵심화 능력, 문제 재구성 능력을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1줄로 제시하기 - 역할 혼선으로 의사결정 지연 - 행정 대응 집중으로 수업 정상화 지체 - 불안 지속으로 민원 확대 - 장기화로 학습 격차 누적 •문제점 예시 - 위기 상황에서 다양한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질 경우, 학교 현장에서는 역할 구분이 불분명해져 의사결정 지연과 업무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 안전·수업·심리·시설 지원이 병행되면서 학교가 조정 주체로 남게 될 경우, 교육과정 정상화보다 행정 대응에 에너지가 소진될 위험이 있다. -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불안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으면,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민원과 불신이 확대될 수 있다. - 임시 운영 체계가 장기화될 경우, 학생 간 학습 격차와 교육과정 이탈이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 -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시설 복구와 교육 정상화 일정이 지연되어 학교 운영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 ※ 한 문장 문제점 진술 요령 가장 큰 문제점을 한 문장으로 쓸 때는 세 가지를 유의하면 좋다. 첫째, 현상보다 원인을 드러낼 것. 예를 들어 ‘복구가 늦어진다’보다 ‘기관 간 역할 혼선으로 복구와 정상화 일정이 지연된다’가 더 적절하다. 둘째, 지원의 부작용이나 병목을 드러낼 것. 예를 들어 ‘지원이 많다’가 아니라 ‘지원이 분산되어 학교의 조정 부담이 커진다’와 같이 써야 한다. 셋째, 해결 가능성이 보이는 문장으로 쓸 것. 너무 추상적인 문제보다 구조 정비, 역할 명확화, 소통 체계 강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 진술이 바람직하다. ● 해결 방안 2분간 발표 해결 방안(교육지원청 지원형)을 2분씩 발표하시오. •의도 - 이 문항은 결국 교육전문직으로서의 ‘지원 설계 역량’을 묻는 것이다. - 따라서 해결 방안 발표에서는 현장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 문제의 원인을 짚고, 구조를 정비하며, 실행 가능한 절차를 제시하고, 이후 점검과 환류 방식까지 설명해야 한다. - 이때 중요한 것은 정답처럼 외운 문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상황에 맞는 우선순위를 두고 교육지원청의 역할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다. •해결 방안 발표 시 응시자가 유의할 점 - 첫째, 학교가 감당해야 할 일을 늘리는 방식으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지원청의 지원 방안을 묻는 문항인 만큼, 학교에 추가 책임을 부과하기보다 교육지원청이 조정하고 덜어 주는 관점이 분명해야 한다. - 둘째, “지원하겠다”는 표현만 반복하지 말고,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구체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통합 창구 운영, 공동 대응 계획 수립, 주 단위 점검 회의, 체크리스트 보급 등 실행 도구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 셋째, 안전과 학습, 심리와 소통, 시설과 행정을 분리해서 보지 말고 연결해서 설명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 영역들이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넷째, 발표의 마무리는 반드시 기대 효과로 닫는 것이 좋다. 그래야 해결 방안이 단순 조치가 아니라 학교 정상화와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보여 줄 수 있다. •해결 방안 2분 발표 예시❶ 1) 한 문장 제시 다양한 지원 방안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학교·교육지원청·유관기관 간 역할과 정보가 분산되어 현장에서는 오히려 혼선과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2) 해결 방안 발표 예시(2분)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했을 때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는, 지원의 양은 많지만 이를 조정하고 연결하는 체계가 부족할 경우 학교 현장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안전, 수업 운영, 심리 지원, 시설 복구가 동시에 진행되면 담당 주체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현장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첫째 교육지원청 중심의 통합 컨트롤타워를 운영하겠습니다. 교육지원청이 모든 지원 정보를 한 창구로 통합 관리하여, 학교에는 단일한 안내와 지시 체계가 전달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학교는 판단과 조정의 부담을 줄이고 실행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지원 영역별 역할 분담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겠습니다. 안전과 학생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교육과정 운영, 심리·정서 지원, 시설 복구는 단계별로 추진하도록 일정과 책임 주체를 사전에 합의하겠습니다. 셋째, 정기적인 점검과 환류 체계를 마련하겠습니다. 맞춤형 장학 사전협의회를 통해 주 단위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학교의 어려움을 즉시 반영해 지원 방안을 조정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작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지원 체계를 운영한다면 학교는 행정 조정의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과정 정상화에 집중할 수 있고, 학생과 학부모도 보다 안정된 정보 속에서 학교를 신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교육지원청의 역할은 단순한 행정 지원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도 학교가 교육의 본질을 지켜낼 수 있도록 현장을 연결하고 뒷받침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결 방안 2분 발표 예시❷ 1) 한 문장 제시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시설 복구와 교육 정상화 일정이 지연되어 학교 운영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 2) 해결 방안 발표 예시(2분) 방금 제시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관기관 간 협력 구조를 사전에 정비하고, 이를 현장에서 즉시 작동시키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교육지원청 중심의 통합 협업 창구를 구축하겠습니다. 시설 복구, 안전 점검, 행정 절차가 각각 다른 기관을 통해 진행될 경우 협의가 지연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교육지원청이 단일 창구가 되어 지자체, 소방서, 시설 관리 부서, 복지·상담 기관과의 협업을 일괄 조정함으로써 학교가 개별적으로 기관을 조율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둘째, 기관별 역할과 일정이 명시된 공동 대응 계획을 즉시 수립하겠습니다. 복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언제, 무엇을 담당하는지’가 명확히 공유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초기 단계에서 기관별 역할 분담표와 단계별 일정표를 공동으로 작성하고, 학교와 학부모에게도 주요 일정을 투명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셋째, 정기 점검과 상황 공유 체계를 운영하겠습니다. 주 단위로 협업 상황을 점검하고, 복구 지연이나 변수 발생 시 즉시 대안을 마련해 일정이 다시 조정되도록 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에는 진행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공유하여 현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을 최소화하겠습니다. 이러한 방식이라면 유관기관 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져 시설 복구와 교육과정 정상화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고, 학교 운영의 불확실성도 단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결 방안 2분 발표 예시❸ 1) 한 문장 제시 단기적인 시설 복구와 행정 처리에 치중할 경우, 학생과 교직원의 누적된 심리적 트라우마 및 교육력 저하라는 보이지 않는 잠재적 위기를 간과할 수 있다. 2) 해결 방안 발표 예시(2분) 화재 상황에서 가시적인 시설 복구에 집중하다 보면, 구성원들의 내면적 상처나 학습권 보장이라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 사항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첫째, 장기적 관점의 교육력 회복 프로젝트를 가동하겠습니다. 화재 복구 이후에도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보충할 수 있는 맞춤형 학습 멘토링과 교직원의 심리 치유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둘째, 민관학 협업 시스템을 통한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습니다. 교육지원청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사회의 전문상담기관·문화예술단체와 연계하여 학교가 일상을 되찾을 때까지 다각적인 지원 체계를 유지하겠습니다. 셋째, 재난 대응 경험의 자산화를 추진하겠습니다. 이번 사례를 백서로 발간하거나 대응 매뉴얼을 고도화하여, 다른 학교에서도 유사한 위기 상황 발생 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지식 공유 시스템을 마련하겠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화재라는 불행한 사건을 교육공동체가 함께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로 만들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해결 방안의 기본 틀(교육지원청 지원형) •해결 방안 _ 문제점 인식 ○○의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의 미비와 □□의 분산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해결 방안❶ _ 구조 정비 첫째, 조정·통합 구조를 마련하겠습니다. → 누가 총괄하는가 / 단일 창구 / 컨트롤타워 명확화 •해결 방안❷ _ 역할·절차 명확화문제점 인식 둘째, 역할 분담과 추진 절차를 명확히 하겠습니다. → 기관별 역할 / 단계별 일정 / 우선순위 설정 •해결 방안❸ _ 실행 지원 셋째, 현장이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 매뉴얼 / 체크리스트 / 찾아가는 지원 / 컨설팅 •해결 방안❹ _ 소통·환류 넷째, 정기 점검과 소통·환류 체계를 운영하겠습니다. → 주기적 점검 / 상황 공유 / 즉각적 보완 •기대 효과 정리 이를 통해 ○○의 지연과 혼선을 줄이고, △△의 안정성과 □□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뮬레이션 면접은 결국 ‘현장을 아는 사람’보다 ‘현장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가려내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를 공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를 보고, 우선순위를 세우며, 협업 체계를 설계하고, 실행과 환류까지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응시자는 개별 사례를 많이 외우기보다, 문제 인식 → 우선순위 설정 → 역할 조정 → 실행 지원 → 점검 환류의 사고 틀을 반복 훈련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뮬레이션 면접에서 가장 강한 답변을 만드는 기본 원리이다.
들어가며 각 시도교육청 교육전문직 정책논술 문제 중 2025년 서울시교육청 초등 교육전문직 전형 정책논술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2025년 서울시교육청 중등 교육전문직 정책논술 문제를 분석해 보며, 정책논술 작성의 실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문제도 ‘2027 하이패스 교육전문직 기출 문제집’에 실린 복기 문제를 바탕으로 출제 의도와 논술 전체 구조를 분석하여 예시 문장을 제시해 본다. 문제 및 제시 자료 ● 문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교육비전인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은 서울교육이 미래를 주도적으로 열어간다는 의미와 교육공동체 안팎의 협력에 바탕을 둔 교육을 실천해 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료를 참고하여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교육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학교자치 활성화 정책 방안을 논술하시오. ※ 유의 사항: 다음 내용을 포함하여 작성할 것 - 자료에서 시사하는 학교자치의 필요성 - 학교자치 실천 시 예상되는 어려움과 발전적 대안 ● 자료❶ _ 교육감 인터뷰 기 자: 교육감님, 학교자치와 학교 자율성 실현 과정에서 단위학교의 협력은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교육감: 교육자치와 학교자치를 위해서는 교육청-교육지원청-학교의 연결고리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협력이 가능한 학교자치 체제를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교육의 3주체라고 하는 교사·학생·학부모의 협력뿐만 아니라 학교와 학교 밖과의 협력도 필요합니다. 교육공동체를 품는 시민사회, 시민사회를 품는 교육공동체가 협력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_ 서울교육 통권 제258호(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2025) 일부 발췌 ● 자료❷ _ ○○학교 운영 사례 - 방침: ‘형식에서 실질로 학교자치 세우기’를 목표로 설정하여 운영 - 구성: 학생 대표 4명, 교직원 대표 4명, 학부모 대표 4명(학부모회 2인, 학운위 2인) - 방식: 분기별 모임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시 임시 회의 개최 - 운영 내용[PART VIEW] ● 자료❸ _ 신문 칼럼 학교는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로써 학교는 단순히 교육을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의 중심이자 학생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학교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업이 필수적이다. 출처 _ △△신문(2025. 5. 7.) 일부 발췌 ● 채점기준 - 논리성 및 체계성: 4점 - 적합성 및 창의성: 23점 - 표현 능력 및 맞춤법: 3점 출제 의도 다음 논술 문제의 출제 의도를 채점 기준과 문항 구조에 맞춰 체계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 출제 의도 이 문항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교육비전인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을 기반으로, 단순한 개념 이해를 넘어 학교자치의 정책적 설계 역량과 실행 가능성을 평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즉 ‘학교자치 = 협력교육을 실현하는 핵심 기제’로 보고 이를 현장 적용 가능한 정책 수준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이다. ● 세부 출제 의도 분석 1) 적합성·창의성(23점) → 핵심 평가 요소 가) 학교자치 필요성에 대한 ‘자료 기반 해석 능력’을 평가한다. - 자료❶ _ 협력의 확장(교육청-학교-지역사회 연결) - 자료❷ _ 실질적 학교자치 운영 구조(형식 → 실질 전환) - 자료❸ _ 지역 연계 교육 필요성 ※ 단순 요약이 아니라 ‘협력교육 실현을 위한 학교자치의 필연성’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 기대 답안 방향: 교육 3주체 협력 → 지역사회 확장 → 교육 생태계 구축 나) ‘문제 인식 + 정책 설계 능력’ 평가 - 문항에서 ‘학교자치 실천 시 예상되는 어려움과 발전적 대안’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학교자치를 이상적으로만 서술하는 답안은 탈락이며 반드시 다음 구조를 요구한다. - 요구하는 역량은 현장 문제 도출 능력, 정책적 해결 방안 설계 능력, 실행 가능성 고려이다. - 예상 문제 요소는 형식적 참여, 교사 업무 과중, 의사결정 갈등, 학생·학부모 참여 역량 부족이며,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문제 → 원인 → 정책 대안’ 구조이다. 다) ‘교육전문직 관점’의 정책 기획력 평가 - 이 문항은 교사 수준이 아니라 교육청/장학사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하여야 하는 것으로 시스템 설계 능력, 지원 체제 구축 능력, 단계별 추진 전략을 평가한다. - 기대 내용 도입-확산-내실화 단계이며, 지원체제는 연수·매뉴얼·협의체 등과 지역 연계 플랫폼 구축이다. 2) 논리성·체계성(4점) 정책 논술 기본 구조 준수 여부를 평가하며 다음 구조를 포함하여야 한다. 가) 서론 _ 협력교육 + 학교자치 연결 나) 본론❶ _ 학교자치 필요성(자료 기반) 다) 본론❷ _ 문제점 분석 라) 본론❸ _ 정책 방안 마) 결론 _ 비전 실현 메시지, 특히 ‘자료 → 해석 → 정책’ 흐름 유지 여부가 핵심 3) 표현 능력 및 맞춤법(3점) 교육전문직으로서의 공문서 작성 역량을 평가하며, 정책 용어 사용 정확성, 문장 간 논리 연결, 맞춤법 및 문장력을 평가한다. ● 문항의 숨은 핵심 포인트 •‘협력교육은 학교자치’로 연결해야 하며, 단순히 학교자치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연결해야 하며, 협력교육 → 학교자치 → 교육생태계의 구조로 표현해야 한다. •‘학교 내부와 외부 협력’을 모두 포함하고, 내부는 학생·교사·학부모, 외부는 지역사회·시민사회를 의미하여 ‘확장된 교육공동체’의 키워드로 표현한다. •‘형식의 실질 전환’ 강조하며, 자료❷의 핵심인 보여주기식 자치 비판,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를 강조한다 •‘지역 연계 교육과정’과 자료❸의 핵심인 학교자치를 교육과정과 연결하는 능력 평가를 포함하여야 한다. ● 출제 의도 핵심 이 문제는 ‘협력교육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학교자치 정책을 자료 기반으로 분석하고, 문제를 진단하며,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설계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제’이다. ● 채점자 관점 핵심 체크리스트 •자료 해석이 단순 요약이 아닌가? •학교자치 필요성이 ‘협력교육’과 연결되는가? •문제 → 원인 → 대안 구조가 있는가? •교육전문직 수준의 정책인가? •지역 연계까지 확장되었는가? ● 핵심 키워드 •필수 개념 키워드 _ 협력교육, 학교자치, 교육공동체, 지역 연계, 교육 거버넌스, 실질적 참여 •정책 키워드 _ 자치 역량 강화, 협력 플랫폼, 의사결정 구조, 단계형 장학, 정책 지원 체제 •교육과정 연결 키워드 _ 2022 개정 교육과정, 학생 주도성, 맞춤형 교육, 삶과 연계 논술 전체 구조 논술 전체 구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서론(기–승–전–결 구조) → 핵심은 ‘협력교육 = 학교자치’ 실현 기제 •기: 협력교육의 시대적 필요성 •승: 서울교육 비전 제시 •전: 학교자치의 한계 문제 제기 •결: 논술 전개 예고 ● 본론❶ _ 학교자치의 필요성(자료 기반 분석) •협력 주체 확장 필요성(자료❶) - 교육청-학교-지역사회 연결 - 교육 3주체 + 시민사회 •형식 → 실질 자치 전환 필요성(자료❷) - 단순 회의 → 의사결정 참여 구조 •지역 연계 교육 필요성(자료❸) - 지역 기반 교육과정 - 학교 = 지역 성장 거점 ● 본론❷ _ 학교자치의 어려움(문제 분석) → 반드시 ‘문제 + 원인’ 구조 •형식적 참여 → 권한 부족 •교사 업무 과중 → 지원 부족 •갈등 증가 → 의사결정 구조 미흡 •학생·학부모 역량 부족 → 참여 한계 ● 본론❸ _ 발전적 정책 방안(핵심) → 교육전문직 관점 + 단계형 정책 •자치 구조 혁신 - 학교자치회 법적·실질 권한 강화 - 의사결정 참여 확대 •협력 플랫폼 구축 - 지역 연계 교육 거버넌스 - 학교-마을-기관 네트워크 •역량 강화 지원 - 교원 연수 - 학생·학부모 참여 교육 •단계별 장학 전략 - 도입-확산-내실화 •기: 핵심 메시지 ● 결론(기–승–전–결 4문장) •승: 의미 확장 •전: 실천 의지 •결: 미래 방향 예시 문장 위의 분석을 바탕으로 부분별 예시 문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서론 예시 오늘날 교육은 단일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으며, 교육공동체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은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형식적 참여에 머무르는 학교자치로 인해 협력교육이 실질적으로 구현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본 논술에서는 학교자치의 필요성을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실천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 본론❶ 예시 학교자치는 협력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제로서 다음과 같은 필요성을 지닌다. 첫째, 교육 주체 간 협력의 확장이 요구된다. 자료❶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교육청-학교-지역사회 간의 연결 구조를 재구성하여 교사·학생·학부모뿐 아니라 시민사회까지 포함하는 협력적 교육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형식적 참여를 넘어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료❷의 사례는 학교자치가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교육활동 계획과 평가에 참여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함을 시사한다. 셋째,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 자료❸은 학교가 지역사회와 협력할 때 학생과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학교자치의 외연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다. ● 본론❷ 예시 그러나 학교자치의 실천 과정에서는 여러 어려움이 발생한다. 첫째, 형식적 참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학교자치 기구의 권한이 제한적이고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둘째, 교사의 업무 부담이 증가한다. 자치 운영과 회의, 협의 과정이 추가되면서 교사의 교육활동 집중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주체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를 조정할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넷째,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역량이 부족하다. 이는 학교자치의 질적 수준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본론❸ 예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자치의 실질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자치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교육활동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지역 연계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 기관을 연결하는 교육 거버넌스를 형성하여 협력교육을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셋째, 교육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교원 연수, 학생 자치교육, 학부모 참여 교육을 통해 자치 역량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넷째, 단계별 장학 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도입 단계에서는 이해 확산, 확산 단계에서는 우수 사례 공유, 내실화 단계에서는 지속적 컨설팅을 통해 학교자치의 질을 높여야 한다. ● 결론 예시 학교자치는 협력교육을 실현하는 핵심 기반이다. 이는 교육주체 간의 실질적 협력을 통해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교육전문직은 학교 현장의 자율성과 협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설계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서울교육은 미래를 주도하는 협력교육의 모범적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종 핵심 전략 이상 살펴본 것을 최종 정리하면 다음 3가지를 기억하면 만점 구조 완성할 수 있다. 협력교육을 학교자치와 연결하고, 문제 → 원인 → 정책 대안 구조로 작성하며 ‘교육전문직 관점에 단계형 장학’을 반드시 포함한다.
역사교육의 대전환 _ 암기에서 ‘디지털 재구성’으로 전통적인 역사수업은 흔히 ‘과거의 사실을 누가 더 많이, 정확히 암기하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사교육의 본질은 박제된 연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현재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고 성찰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쥔 ‘알파 세대’ 학생들에게 역사는 더 이상 교과서 속 평면적인 텍스트로만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인천상륙작전은 6·25 전쟁의 전세를 반전시킨 결정적 사건이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의 기원을 상징하는 역사적 이정표입니다. 본 프로젝트는 이 거대한 역사를 학생들이 직접 탐색하고, 생성형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 등 첨단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다각도로 재구성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학생들이 단순한 학습자를 넘어 지식의 ‘전달자’이자 역사 콘텐츠의 ‘생산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대 효과 _ 통합적 사고와 디지털 역량의 결합 본 프로젝트는 지식의 습득을 넘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함양하는 데 목적을 두었습니다. ● 통합적 사고력의 확장 실감형 VR 체험과 팀별 밀착 조사 활동을 통해 역사적 사건의 전개 과정을 입체적으로 탐색합니다. 학생들은 단편적인 사실을 넘어 사건의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거시적인 안목을 갖추게 됩니다. ● 디지털 전달 능력 함양 카드뉴스 제작부터 영상 편집, AI 챗봇 구현, 메타버스 공간 설계까지 학생들은 스스로 습득한 지식을 가장 효과적인 디지털 매체에 담아 표현하는 능력을 기릅니다. ● 협력적 태도와 민주적 소통 팀 내 역할 분담과 ‘전문가 집단(Jigsaw)’ 협동활동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통합합니다.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민주시민 교육의 장이 됩니다. ● 비판적 성찰과 가치 내면화 결과물을 공유하며 역사적 사실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합니다. 나아가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우리 사회의 ‘보훈’ 가치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PART VIEW] 교육과정의 유기적 재구성 _ 융합으로 넓히는 역사의 지평 본 수업은 단순히 역사시간에만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과의 성취기준을 정교하게 엮어 융합 교육과정으로 기획했습니다. ● 사회 및 국어 6·25 전쟁의 과정과 인천상륙작전의 사회적 영향을 파악합니다. 정보를 선별하여 핵심 내용을 구성하고, 복합양식 매체 자료를 제작하여 공유하는 ‘매체 문해력’을 동시에 기릅니다. ● 수학 및 실과 작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여 다양한 그래프로 나타내고 해석하는 활동을 통해 수학적 추론 능력을 키웁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저작 도구를 사용하여 사이버 공간에 공유하며 실질적인 기기 활용 능력을 습득합니다. ● 인공지능 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토론하고 실천하며, 생성형 AI를 활용한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직접 수행합니다. 수업 전 활동(Flipped Learning) _ 디지털 기초 소양과 배경지식의 확립 본격적인 탐구에 앞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제작과 토론에 몰입할 수 있도록 5일간의 아침 활동 시간(매일 30분)을 활용해 탄탄한 사전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 인공지능 윤리 정립 AI를 도구로 사용하기 전, 발생할 수 있는 정보의 부정확성, 저작권, 개인정보 침해, 편향성 문제를 깊이 있게 학습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급만의 ‘AI 사용 수칙’을 정립했습니다. - 개인정보는 절대 입력하지 않기 - AI가 도출한 결과는 반드시 교과서나 도서 등 다른 자료와 교차 검토하기 - AI가 만든 문장은 그대로 쓰지 않고 반드시 ‘나의 언어’로 다시 쓰기 ● 실감형 VR 체험 및 역사 심층 독서 - 실감형 콘텐츠 _ 에듀넷 VR을 통해 이중섭의 작품 속에 투영된 6·25 전쟁의 아픔을 시각적으로 체험하며 평화의 중요성을 체감했습니다. - 배경지식 확충 _ 인천이야기 전집과 쉽게 읽는 만화 인천사 등을 활용한 독서 활동과 퀴즈를 통해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배경지식을 탄탄히 다졌습니다. ● 디지털 제작 도구 사전 실습 - 메타버스 플랫폼(ZEP)의 기본 사용법을 익히고, 가상 공간에 역사 전시관을 어떻게 구축할지 미리 청사진을 그렸습니다. - 배움노트를 활용해 저작권 유의사항을 정리하며, 단순한 사용자가 아닌 책임감 있는 ‘창작자’로서의 태도를 갖췄습니다. 활동❶ _ AI 기반 주제별 심층 탐구와 전문가 상호작용 본격적인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주도적 탐구 과정을 거칩니다. ● 크루별 주제 조사 및 생성형 AI 활용 학생들은 무작위 미션 카드를 통해 작전 배경, 실행 계획, 국제 협력, 지형적 의미 등 6개 주제 중 하나를 배정받았습니다.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_ 생성형 AI(뤼튼 등)를 활용하되,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도출할 수 있도록 정교한 명령어(프롬프트)를 설계하여 입력했습니다. - 개별 학습 카드 작성 _ 조사한 핵심 정보를 요약하고 이젤 패드에 시각화하여 정보의 구조화를 꾀했습니다. ● 전문가 집단(Jigsaw) 토의·토론 학급 전체가 정보를 유기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호스트’와 ‘게스트’ 역할을 나누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했습니다. - 호스트(Host)의 역할 _ 각 팀의 전문가로서 ‘1일 선생님’이 되어 다른 팀원들에게 자신의 주제를 설명하고 토론을 주도했습니다. - 게스트(Guest)의 역할 _ 여러 팀의 호스트를 방문하며 설명을 경청하고, 개별 학습 카드의 빈칸을 채워 작전의 전체 맥락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활동❷ _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다각적 역사 콘텐츠 제작 ● 인공지능 챗봇의 설계와 구현(Mizou) 학생들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지능형 도구를 구축합니다. - 페르소나 및 인터페이스 설정 _ 챗봇에 역사적 인물이나 가이드의 역할을 부여하고, 친근한 이름과 사진, 환영 메시지를 설정하여 사용자 경험을 설계합니다.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_ 인공지능이 지켜야 할 규칙과 학습할 역사적 사실을 ‘AI Instructions’에 정교하게 입력합니다. - 교차 검증 및 최적화 _ 제작한 챗봇과 직접 대화하며 잘못된 대답(할루시네이션)이 없는지 확인하고, 공유하기 전 알고리즘을 최종적으로 수정합니다. ● 메타버스 전시관 및 디지털 아카이브(ZEP, Padlet) 가상 공간 속에 인천상륙작전의 현장을 재현하고, 다른 크루들의 결과물을 통합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합니다. - 공간 테마 선정 및 배치 _ 주제별로 최적화된 가상 공간을 선택하고, 역사적 사실을 담은 오브젝트를 배치하여 시각적 몰입감을 높입니다. - 체험 요소 설계 _ 단순 전시를 넘어 ‘방 탈출’ 게임 형식을 가미하여, 사용자가 역사적 퀴즈를 풀어야 다음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 포털 연결 _ 카드뉴스팀·영상팀·디지털팀의 각 방을 포털 기능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하나의 거대한 온라인 역사관을 완성합니다. ● 복합양식 매체를 활용한 시각화 및 스토리텔링(Canva, Tooning, CapCut) 학생들이 가장 친숙하게 다루는 시각 매체를 통해 작전의 흐름을 긴박하게 전달합니다. - 카드뉴스 및 웹툰 제작 _ 캔바(Canva)와 투닝(Tooning)을 활용하여 1950년 전쟁의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의 타임라인을 새벽-낮-밤 시간대별로 시각화합니다. - 영상 브리핑 제작 _ 캡컷(CapCut)을 이용해 애니메이션과 발표 영상을 편집하며, 자막과 배경음악을 통해 메시지의 명확성을 높인 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합니다. ● 데이터 맵핑 및 통합 아카이빙(Padlet, Google Sites) 역사적 정보를 시간(연표)과 공간(지도)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 디지털 연표 및 지도 _ 패들렛(Padlet)을 활용해 6·25 전쟁 이전-중-이후의 흐름을 연표로 정리하고, 한반도 지형에 따른 작전 지점과 주요 사건을 핀으로 표시한 디지털 지도를 제작합니다. - 통합 누리집 구축 _ 모든 크루의 산출물(카드뉴스, 영상, 챗봇 링크 등)을 한데 모아 소개할 수 있도록 구글 사이트 도구로 지속 가능한 학습 아카이브를 마련합니다. 수업 후 활동 _ 배움의 확장과 사회적 실천 학습의 결과는 교실 벽을 넘어 지역사회와 공유되었습니다. ● 실시간 화상 수업(Zoom)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산출물을 교재로 삼아 저학년 동생들에게 역사적 가치를 가르쳐주는 ‘온라인 1일 선생님’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 전시 및 소통 학급 복도에 제작물을 전시하고 유튜브 댓글을 통해 전교생 및 학부모와 역사적 성찰을 공유했습니다. ● 체험학습 연계 희망자를 대상으로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현장 체험학습을 실시해 디지털로 배운 내용을 현실에서 확인하며 프로젝트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성과 분석 및 교육적 제언 이번 프로젝트는 AI와 디지털 도구가 역사교육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제적인 모델입니다. 학생들은 단순한 암기에서 벗어나 정보를 선별하고, AI와 대화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주체적인 학습자로 거듭났습니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된 학생들의 주요 성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통합적 사고력 _ 실감형 VR과 탐구활동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단편적 사실이 아닌 입체적 맥락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디지털 창의성 _ AI 챗봇과 메타버스 등 첨단 도구로 지식을 재구성하며 지식 활용 능력을 극대화했습니다. - 책임감 있는 전달자 _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전하는 경험을 통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책임감과 성찰 능력을 함양했습니다. - 보훈 가치 내면화 _ 평화의 가치를 느끼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호국영령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체득했습니다. 결론 _ 미래 교육을 향한 도약, 지식의 수용자에서 평화의 설계자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역사수업을 넘어, 첨단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성찰과 사회적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여정이었습니다. 교실은 이제 지식을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장소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생성형 AI를 통해 데이터를 선별하며, 메타버스와 챗봇으로 자신만의 역사적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과정은 지식을 재구성하고 가치를 생산하는 ‘살아있는 탐구의 장’이 되어야 함을 증명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VR 체험으로 역사의 긴박함을 느끼고, 전문가 토의를 거쳐 배운 내용을 저학년 동생들에게 전하는 ‘전달자’ 역할을 수행한 것은 본 수업의 가장 큰 결실입니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순 암기를 넘어 역사적 사실에 대한 깊은 책임감과 비판적 성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문집 도구(하이러닝 클래스보드, 패들렛) 30년 가까이 국어공책 대신 학생 개인 문집을 만들어 수업하고 있는데, 코로나 시기부터 온라인 문집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2025년까지는 구글 클래스룸에 국어 전용 교실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자기 반 온라인 문집 링크(패들렛)를 통해 들어가는 방법을 사용했다. 교실 태블릿을 가져다 본인 반 문집으로 들어가 글쓰기 활동을 하는 게 학생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었다.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하이러닝에 있는 클래스보드를 활용해 반별 온라인 문집 보드를 운영하고 있다. 클래스보드는 패들렛과 거의 같은 구조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 문집은 교과 단원별 적용 활동을 할 때 주로 사용한다. 활동 방법은 종이 문집과 거의 비슷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만 가능한 확장된 표현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교사로서 글쓰기 교육에 집중하면서 갖게 된 바람은 학생들이 단순히 과제 수행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의무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글과 말로 표현하고 이를 깊이 내면화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온라인 문집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부분이 이러한 내면화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본다. 온라인 문집의 다양성을 도와주는 도구 ● 그리기 앱을 활용한 삽화 그리기 국어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자신이 쓴 글에 직접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글과 더불어 그림은 자기 생각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매우 좋은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박하지만 자신의 글쓰기 의도나 생각을 직접 표현한 그림을 통해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삽화를 완성하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글로 전달하기에 애매한 생각을 직접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학생들도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시간이 아니기에 멋진 그림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실에 비치된 태블릿의 기종에 따라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노트나 그리기 앱들이 있고, 따로 설치해야만 하는 앱들이 있으나 사용 방법은 비슷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쉽게 적응하는 편이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 학생들은 태블릿 전용 펜으로 그리기 앱에 그림을 그려 이미지 파일로 저장해 본인이 쓴 문집 글에 추가하면 된다. [PART VIEW] 이때 글의 종류에 따라 검색을 허용하기도 하고, 금지하기도 한다.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쓴 이야기나 시·수필 등의 삽화는 검색하지 않도록 안내한다. 조금 힘들어도 어디까지나 본인의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생각과 의도를 조금 더 순수하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설명하는 글이나 주장하는 글, 자료 조사 계획서 등에는 검색을 통해 참고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검색 엔진은 글쓰기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많은 학생이 이미지 파일이나 PDF 파일의 차이와 다운로드나 업로드 방법 등에 대해 알고 있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기 때문에 중학교 1학년의 경우 이런 온라인 문집 활동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과제 수행에 대해서도 익힐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학생 대부분이 학기 말에는 다양한 과제 수행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 애니메이션 제작 앱을 활용한 동영상 만들기 글을 읽으면 간접 체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쓰면 그 체험은 더 직접적으로 인식된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 학생들을 모둠으로 나눠서 가상의 ‘무인도 체험기’와 ‘고전소설 속 탐험기’ 등의 협동 글쓰기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둠과 함께 체험했던 그때의 글쓰기 속 생활을 꽤 오래 기억하면서 추억하기도 한다. 시험에 대한 부담감 없이 친구들과 무인도에서 놀던 한때와 고전소설 속 영웅을 구하기 위해 함께 위험을 무릅썼던 때의 무용담을 자랑하기도 한다. 거의 어린 시절 직접 겪었던 일, 즉 경험을 나누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글쓰기 활동을 통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체험의 폭도 넓힐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은 활동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이 창조한 소설 속 인물이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인다면 어떨까? 또는 내가 읽은 소설 속 주인공을 내가 살아 움직이게 한다면 어떨까?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 활동이 애니메이션 앱을 활용한 동영상 제작이다. 활동 이름을 붙이자면 ‘움직이는 삽화 그리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앱이 있지만 중간에 광고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수업시간에 간단하게 활용하기에 적합한 것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영상 제작을 하느라 수업에 부담이 안 가도록, 즉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간단하게 활동하고 짧은 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티드 드로잉스(Animated Drawings)’가 위의 조건에 맞는 적절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계속 사용하고 있다. 검색을 통해 쉽게 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고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다. 참고로 한글로 번역할 경우 가끔 오류가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영문 화면으로 그냥 진행하는 게 좋다. 어린이들도 쓸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영문 상태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제작 과정도 매우 간단한데, 다음과 같다. ① 그리기 앱에 그리고 싶은 인물의 모습을 팔다리 벌린 상태로 그려 저장한다. ② Animated Drawings에서 파일을 불러와 절차에 따라 영역, 관절 위치 등을 정한다. ③ 다양한 동작 중에 적절한 것을 골라 영상으로 저장한다. 본인의 온라인 문집에 영상을 첨가하는 방법은 삽화를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이루어지는 활동이기 때문에 그림이나 영상의 완성도에 중점을 두지는 않는다. 소설 속 인물에 대한 학생들의 해석에 Animated Drawing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입체적 비평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다. 학생의 제작 의도를 간단한 글로 표현하게 할 때 완성도가 더 올라간다. 글과 그림은 생각의 가장 직접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삽화 제작하기 누구나 자신의 작품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듣거나 꼼꼼하게 분석·정리된 내용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학생들도 자신들이 창작한 소설에 대한 인공지능의 수준 높은 평가와 정리를 읽으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기 때문이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본인의 소설을 인공지능 창에 복사해 붙여 넣고 인물·사건·배경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다.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해당 소설에 대한 인물 모습을 그려달라고 한다. 학생들은 주로 귀여운 형태의 모습을 원한다. 다만 인공지능 종류에 따라 만 14세 미만의 학생들은 로그인을 위해 부모님의 인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물론 글로 된 자료 검색이나 대화에는 바로 사용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미지의 생성에는 대부분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로그인을 요구한다. 구글 클래스룸이 아닌 하이러닝을 많이 사용하면서 만 14세 미만 신입생의 경우 구글 주소가 없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그럴 경우에는 가정에서 메일 주소를 생성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런 면이 불편하지만, 인공지능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도구인 것은 확실하다. 여기서도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적절한 활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칫 모든 단원에서 인공지능만 사용하면 디지털 수업을 잘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데, 학습의 기본은 분명히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성을 발휘해서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학생이 주도적으로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진지하게 잘 이루어질 경우, 인공지능도 학생이 그린 그림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모습을 그려준다. 학생들은 자신의 의도가 잘 반영된 그림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온라인 문집 활용 노하우 ● 실명 사용의 당당함(나 뽐내기) 누구나 자신을 뽐내고 싶어 하는 다양한 SNS 시대지만, 한편으로는 익명성의 평화를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도 존재한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마스크를 쓰면서 생활한 몇 년 동안 어린 학생들은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조차 힘들어할 때가 많았다. 간신히 등교 수업이 가능해진 이후의 학생들도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는 매우 소극적이었고, 자꾸 마스크 뒤에 숨으려고만 했다. 처음부터 자신을 당당히 밝히라고 강요하기가 힘들어 학생들의 마음 상태를 가면으로 표현해 써보도록 권유했다. 가면 안쪽에 간단하게 제작 의도를 쓴 후,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발표하게 했다. 조금씩 마음을 열고 수줍게 발표하다가 이왕 만든 김에 모둠별로 기념 촬영을 하자고 할 때는 즐거워하기까지 했다. 이젠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재미있는 학기 말 수업이 되었다. 온라인 문집은 기본적으로 반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반 학생들끼리는 서로의 글을 읽을 수 있다. 학생들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과 창작의 자유로움을 보장해 주기 위한 방법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글의 종류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다. 온라인 문집에 주장하는 글이나 설명하는 글을 쓸 때는 학번과 이름을 밝히고 글을 쓰게 한다. 요약하는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모둠별로 팀을 짜서 토론할 때와 토의 내용을 정리할 때도 실명을 밝히도록 한다. ● 익명의 자유로움(닉네임이라는 마음가면 활용) 학생들의 창작 시나 소설 등의 글은 닉네임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7명 정도씩 묶인 섹션이지만, 닉네임 사용은 학생들의 창의성에 자유로운 날개를 달아줄 때가 많다. 말하자면 닉네임은 또 다른 형태의 마음가면인 셈이다. 이야기 창작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TRPG(Tabletop Role Play Game) 활용 소설 창작은 닉네임이 돋보일 수 있는 매우 적절한 활동이다. 우연히 뽑은 카드들을 연결해 이야기를 창작해야 하는 부담을 닉네임이라는 마음가면이 줄여주고 있다고 본다. 또 완성된 소설에 대한 학급 친구들의 긍정 댓글도 닉네임으로 달도록 하고 있다. 소설 창작이 친구들의 칭찬과 익명의 자유로움을 통한 창의적 글쓰기의 즐거움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물론 학생들의 활동 관찰을 위해 교사는 어떤 작품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야 한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밝히지 않겠다고 학생들과 약속한 후에 명렬표 학번 옆에 닉네임을 따로 적어 놓는다. 어떻게 보면 번거로울 수 있는 방식이지만 실제 활동에서는 생각보다 매우 순조롭다. 글을 마치며 꼼꼼한 준비와 연구로 편하고 즐거운 수업을 하고 싶다. 물론 아직도 많이 힘들고 즐겁지 않은 수업을 할 때가 있지만, 문득문득 즐겁다는 생각이 드는 수업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때가 있다. 교사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언제 그런 경험을 했는지 잘 생각해 보면 수업 연구를 꼼꼼히 했을 때, 하고 싶은 활동을 했을 때, 상상하던 부분을 현실화시켰을 때라고 할 수 있다. 다 비슷한 개념이긴 하다. 또한 내가 하는 수업활동이 교육적 가치와 의의를 지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다. 이벤트나 시간 때우기의 일회성 활동이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거의 30년 가까이 국어 문집을 해온 부분은 나의 교사 생활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젠 온라인 문집으로 확장된 다양한 표현 활동이 교육적인 가치와 의의 위에서 지금처럼 계속 즐겁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보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학교문화 3년 전, 경북 경산시 경산고등학교에 처음 부임하며 마주한 풍경은 대입이라는 목표 아래 쉼 없이 달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 10시 30분까지 학교에 머무는 학생들에게, 정작 학교는 삶의 여백을 채워줄 ‘보고 이야기할 만한 콘텐츠’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도서관을 통해 우리 학생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우선 도서관 자료를 전면 정비하고 RFID 시스템(자가대출반납시스템)을 구축하여 누구나 편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학기 초에는 폐기 도서를 활용한 나눔 행사를 열었고,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대학 전공 서적까지 상호대차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일요일 저녁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가정 연계 행복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건전한 주말 여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문계 고교라는 입시 위주의 환경 속에서도 결실을 보았습니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독서행사가 자리를 잡으며 도서관은 학교문화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도서관으로 달려오는 학생들의 진지한 발걸음이 참으로 기특하였습니다. 작가가 아닌 역자를 초청한 이유 도서관 프로그램 중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은 것은 고전작품 역자(譯者)와의 만남 행사인 ‘인문·자연과학 고전 뽀개기’였습니다. 처음 이 행사를 기획한 목적은 장르물이나 흥미를 자극하는 일본문학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고전이 선사하는 ‘인간다움의 가치’와 ‘사유의 깊이’를 선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인문계 고등학생들에게 대학 입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독서이력(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을 만들어줌으로써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했습니다. [PART VIEW] 고민을 거듭하던 중 출판사에서 보내준 팸플릿과 독서 간행물을 통해 인문고전에 대한 귀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필자의 전공인 고전문학과 경산과학고 사서교사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자연과학 고전까지 그 범위를 넓혀 보았습니다. 그때부터 시공간을 초월한 작품들과 작가들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하며,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안내해야 할까?’,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 대신 누구를 초청해야 할까?’, ‘학생들이 고전을 너무 어렵게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결국 원작가의 목소리를 가장 깊이 있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관련분야 전공자이면서 ‘역자(譯者)’가 그 해답이 되었습니다. 고전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저는 학창시절 제가 읽은 고전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너무 어려운 텍스트로 강연회를 열면 학생들이 지루함을 느끼진 않을까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유치한 내용뿐 아니라 고급 정보와 텍스트도 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했습니다. 설령 내용이 어렵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해서 상상할 것이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하였습니다. 가능한 한 교훈 중심의 고전을 배제하고, 즐겁게 읽으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국어·사회·과학·수학교과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댔습니다. 선생님들과의 협의에서 학생들의 지적 발달 정도와 텍스트의 난이도를 고려하였고, 주요 대학에서 신입생들에게 권장하는 고전목록을 분석하였으며, 진학 계열 적합성에도 신중을 기했습니다. 그 결과 2023학년도 2학기 첫 에피소드는 성장소설과 인문고전의 장점을 모두 가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2024학년도 1학기 두 번째 에피소드는 자연과학 고전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기본 텍스트로 정했습니다. 자연과학고전은 전공자가 역자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감수자를 통해 텍스트 번역의 신뢰성을 검증받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고려하였습니다. 인문·자연과학 고전 역자 초청 강연 목록 디지털 시대의 공백을 채우는 학생들의 ‘Hip’한 질문들 강연회는 역자 선생님 소개와 주제 강연, 독서퀴즈, 학생들과의 대화, 사진촬영, 사인회 순으로 계획하였습니다. 저는 작가 초청 행사에 항상 두 가지 원칙을 고수합니다. 하나는 참여하는 학생 모두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책을 선물 받은 학생들은 책을 읽고 질문지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작가와 작품에 관한 질문, 역자를 통해 알고 싶은 내용들로 구성된 질문지 작성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였지만, 학생들의 높은 관심 속에 온라인 플랫폼에는 수준 높은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 질문❶ _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에 ‘라틴어 학교’가 등장하는데, 유럽에서 ‘라틴어’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 질문❷_ 침묵의 봄에서는 대부분 살충제의 부정적인 부분과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렇다면 현재의 에프킬라와 같은 살충제들은 DDT와 같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합니다. • 질문❸ _ 열하일기는 그때 당시의 글들과는 다르게 어떠한 형식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박지원이 이런 형식으로 글을 썼는지 그 계기와 박지원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질문❹ _ 비글호 항해기에서 곤충이나 식물을 연구할 때 내가 발견한 현상이 특정 식물과 소수의 몇몇 곤충 사이에서만 성립하는 현상인지, 또는 그 특정 식물과 그 과의 모든 곤충 사이에서 성립하는 현상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 질문❺ _ 자본론에서 노동이 모든 가치의 근원이라고 하셨는데, 기계와 인공지능이 노동을 대체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도 이 명제가 유효하다고 보시나요? • 질문❻ _ 자본론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이해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단순한 경제 이론서인지, 사회 비판서로 볼지 방향을 제시해 주세요. 주제 강연은 고전작가와 작품에 대한 재미난 이야깃거리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 역자의 전공과 학생들의 진로 등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였습니다. 데미안은 역자의 전공이었던 독일철학과 문학에 대해, 침묵의 봄은 화학 전문가인 감수자에게 ‘레이첼 카슨’의 대한 내용과 그 당시 인기 도서였던 팩트풀니스에서 침묵의 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함께 다루며 학생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별도로 부탁드렸습니다. 역자와의 만남, 배움의 깊이를 더하다 2025년 5월,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자연과학 전공자들에게 익숙한 찰스 다윈의 남아메리카 탐험 기록인 비글호 항해기를 다뤘습니다. 이 책을 선정하게 된 이유는 이공계 진로 희망자가 많은 남학교 특성을 고려하였고,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텍스트인데,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남아메리카의 지형·지질 및 여러 표본과 사람들의 생활양식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이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강사로는 해당 분야 전문가이면서 책을 번역한 남극 전문가인 장순근 박사님을 초청하였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박사님께서는 학생들에게 남극 세종기지 초대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생생한 극지 체험과 찰스 다윈이 실제 발견한 실물 화석을 보여주시면서, 작품을 이해하고 진화론으로 다가갈 수 있는 여러 가지 힌트들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사회과학 고전인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주제로 사회철학을 전공하신 경북대학교 윤리교육과 손철성 교수님을 역자로 초청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중세 봉건제 이후 등장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통해 현대사회와 비교·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경제·경영 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 고전작품의 역자들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다음 고전이 무엇일지, 어떤 역자가 올지 설레며 기다리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학생 희망 조사를 통해 고전을 선정하거나, 인문고전교육으로 유명한 세인트존스 대학의 세미나 방식을 도입해 더 능동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역자의 안내로 작가의 생애와 고전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잔잔하지만, 강렬한 지적 희열을 선사했습니다. 동서양의 시공간적 장벽을 뛰어넘어 작가와 학생들이 함께 호흡한 역자 초청 강연회는 독서가 즐거움을 넘어 놀라움과 나눔의 가치임을 모두가 확인하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소회를 쓴지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선생님들께는 먼 이야기 같겠지만, 살아보니 30여 년의 교직생활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정년 10년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기 위함이었습니다. 10년은 3652일입니다. 조금 지나니 2천 단위로, 다시 1천 단위로 줄어들더니 금세 손안의 모래처럼 모두 사라졌습니다. 하긴 100년도 겨우 3만6525일에 불과하니 우리의 생 자체가 그리 긴 시간은 아닙니다.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소회와 퇴직 직후에 썼던 짧은 글을 통해 어제를 돌아보며 교육계 선후배들과 함께 내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소회 스승의날을 맞아 세상의 모든 선생님께 축하를 전합니다. 2024년 5월, 제자들이 들고 온 카네이션 향기가 연구실 가득했던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을 기억합니다. 은사님들께도 작은 축하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나와 연을 맺어 함께 했던 수많은 제자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습니다. 부족한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훌륭한 스승 밑에서 훨씬 아름답게 꽃피웠을 제자들도 많습니다. 수업 중에 종종 미안함을 담아 이러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분의 운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을 만나는 제자들은 더 큰 행운을 누리도록 여러분은 더 위대한 스승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인도의 성자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은 “스승은 지혜를 주는 자가 아니라 제자 스스로 깨닫게 인도하는 자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수업 첫 시간이면 “박남기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박남기를 밟고 넘어가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늘 깨어 있는 자세로 제 가르침을 분석·비판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도록 이끌고자 했습니다. 제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자문해봅니다. 대한민국에서 대학교수로 살아온 고마움을 퇴임 후에도 간직하며, 마지막까지 세상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것도 아닌데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연구실에 앉아 행복했던 순간들을 반추하며 다가올 시간을 계획해봅니다. 길면 10년에서 15년 정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생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집필 중인 책과 계획 중인 책 목록을 바라보며 각오를 다져봅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나만이 아니라 주위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는 열정은 자신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열정의 샘이 마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뇌과학에 따르면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기를 관장하는 배외측 전전두엽(dl-PFC)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이를 활성화하는 방법 중에서 최고는 운동이라고 합니다. 운동을 하면 동기 센터가 있는 뇌 부위가 두꺼워진다고 하네요.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무등산 지봉인 군왕봉 꼭대기까지 걷고 달리며 오릅니다. 거기에 가면 밤새 나 모르게 빠져나와 배회하던 내 ‘젊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를 허리춤에 꿰차고 내려오면 하루를 다시 왕성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산 정상에서는 많은 사람의 젊음이 자신의 주인을 기다리다가 아쉬워하며 사라져가곤 합니다. 열정을 가진 우리의 젊음은 산꼭대기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근처의 공원과 강변에서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이 들면 잠을 자는 사이에도 근육이 녹아내린다고 합니다. 몸의 근육만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출근해서 컴퓨터를 켰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늘어납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소진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쳐야 했습니다. 그 출발점은 늘 운동이었습니다. 팔굽혀 펴기를 하고, 연구실에 있는 두어 가지 운동기구를 활용해서 심장박동이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운동을 해왔습니다. 운동은 숯불이 이글거리도록 풀무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내 젊음의 화로에 새로운 숯을 하나 올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리하면 조금씩 의욕이 되살아나며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내 가슴이 불타올라야 생나무 가지 같은 학생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음을 오랜 경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의욕만 넘쳐 참견하는 것은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려면 열정만이 아니라 지혜도 계속 키워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폐기물이 아니라 세월이 흐를수록 존재감이 돋보이는 골동품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지혜, 과감히 떠날 수 있는 용기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임 명예교수의 각오 신임 교수로서의 각오를 다졌던 순간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데, 이제 ‘신임 명예교수’ 가 되어 삶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전임 강사로 발령받았던 시절 저를 소개할 때 신임 전임 강사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명예교수라고 소개해야 합니다. 더이상 현직 교수가 아니라 퇴직한 교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신임’이라는 단어를 덧붙이기로 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 대상 명예교사제도도 도입·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는 정년이 있지만, 명예교수는 대부분 정년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종신직입니다. 따로 의무는 없지만, 대학의 전산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서 역량만 되면 연구 수주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대학과 함께 할 수는 있는 ‘영원히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자리입니다. 이름만 교수인 존재가 아니라, 명예교수라는 호칭에 걸맞은 명예로운 존재가 되어야 주위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 그러한 의무감으로 저를 몰아치지 않아도 아직까지는 읽고 싶은 책, 쓰고 싶은 글, 그리고 세상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AI를 비롯한 교육계의 급류에 올라타 래프팅하듯이 즐기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축복의 시간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까지는 감사하며 세상과 나누고자 합니다. 직업 세계별로 고유의 농담이 있습니다. 교수들 사이에는 “교수가 강의만 없으면 참 좋은 직업”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교직 종사자는 누구나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농담 같습니다. 가르치는 것을 힘들어하고 수업을 최소한으로만 맡으려고 하던 교수 중에 퇴직 후에야 강의 욕심을 내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대학은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을 때 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열정을 쏟는 것이 현명한 삶인 것 같습니다. “하느님 자신이 만든 인간을 바라보면서도 도저히 이해 안 되는 것이 많다. 그중 하나는 걸을 수 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덜 걸으려고 가까운 주차 장소를 찾아 빙빙 돌던 사람이 걸을 수 없게 되면 한 발짝이라도 더 걷겠다고 애를 쓰더라”라는 신부님 세계의 농담이 떠오릅니다. 그리 행동하게 만든 것도 신이라고 핑계를 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다행히 신은 우리 스스로가 가진 그러한 한계를 깨달을 수 있게, 나아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우리 안에 들어있는 프로그램을 이해하며,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오월을 맞이하는 미래의 나에게 제자들에게 늘 했던 이야기로 제 다짐을 새롭게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공부하는 것을 즐길 때까지만 스승일 수 있습니다. 제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며 그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일 수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스승의 모습은 영원한 학생입니다.” 아름다운 오월 스승의날을 맞아 종신직 명예교수로서 영원한 학생이 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87세의 나이에도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Ancora Imparo)”라는 말을 남기며 예술을 향한 끝없는 정진을 보여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용맹정진하다가 깊은 산사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추는 고승처럼, 동이 트면 소리 없이 스러지는 새벽 별처럼 어느 날 그렇게 조용히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방선거의 계절과 교육의 실종 지방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교육계도 들썩인다. 거리마다 화려한 현수막이 걸리고, 저마다 ‘교육혁신’의 적임자라 자처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운 풍경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학생’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감 선거가 사실상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자 부속물로 전락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교육자로서의 철학보다는 특정 진영의 전사(戰士)에 가까운 이들이 태반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을 뜻하는 영어 단어 ‘education’의 어원은 라틴어 ‘에듀케레(educere)’다. 이는 ‘밖으로(e)’+‘이끌어내다(ducere)’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교육의 핵심은 아이의 머릿속에 지식을 억지로 집어넣는 ‘주입(input)’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고유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밖으로 끌어내는 ‘인출(output)’에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교육 현장은 어떤가. 통계청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 1,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 4,000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 교육이 여전히 아이들을 거대한 입시 기계의 부품으로 취급하며, 누가 더 빨리 정답을 외워 넣느냐를 두고 잔혹한 경주를 시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진영 논리에 포로가 된 ‘혁신’의 민낯 교육감 후보들이 외치는 ‘혁신’의 진정성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난제들이 워낙 산적해 있으니, 누군가는 그 척박한 땅을 갈아엎겠다는 열정을 가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열정의 방향이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특정 정당이나 이념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등판한 이들이 과연 교육의 중립성을 지켜낼 수 있겠는가. 지방선거라는 거대한 정치 이벤트와 함께 치러지다 보니, 독자적인 교육철학을 가진 후보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당선이 지상 과제가 된 후보들은 학생이나 학부모보다 자신들을 밀어줄 ‘핵심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놓기에 바쁘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했다. 정권이 바뀌고 진영이 갈릴 때마다 교육정책이 춤을 춰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의 선거판은 진영 논리의 대리전으로 전락해 교육의 본질은 간데없고, 오로지 ‘내 편’의 목소리만 드높다. 그래도 교육감 아닌가. 누군가의 일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수많은 스승을 이끄는 수장이다. 그런 자리를 탐내는 이들이라면 최소한 정치적 셈법보다는 교육의 숭고함을 먼저 앞세워야 한다. 진영을 뛰어넘어 오로지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후보, 우리는 그런 교육자를 갈망한다. ‘4세 고시’와 ‘삭막한 교실’의 비극 이런 척박한 정치적 토양 위에서 우리 아이들은 병들고 있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를 위해 서너 살부터 과외를 받는 ‘4세 고시’는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의 수학을 선행 학습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친구는 함께 성장하는 동료가 아니라 딛고 올라서야 할 경쟁 상대일 뿐이다. 교실은 더 이상 배움의 전당이 아니라 살벌한 전쟁터다. 교육부의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1.9%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심각한 것은 갈등 해결의 방식이다. 교사가 교육적으로 중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달려들어 법리 다툼을 벌이고 합의금을 따지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로펌이 학교폭력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나오는 이 삭막한 교실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지능지수(IQ)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임에도, 선거판에서 인성교육을 핵심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는 찾기 힘들다. 표가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AI 시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시대는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이제 단순히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은 상실된 가치에 가깝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은 미래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꼽았다. 정답은 이미 기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낸다. 앞으로의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가 던져주는 답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력이다. 좋은 질문은 풍부한 상상력과 깊은 사유, 그리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호기심에서 나온다. 이제 교육감은 기계적인 문제 풀이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고, ‘질문이 살아있는 교실’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다운 가치인 창의성과 도덕성이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 AI는 산업을 발전시키게 되고, 그로 인해 결국 사회가 변화한다. 그 사회변혁을 주도하는 주체는 바로 인간이다. 이미 AI는 우리 생활에 친밀하고 깊숙이 스며들어왔다. 현실에서는 AI 교육을 외치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AI 디지털 교재를 사용함으로써 차별 없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할 책무 역시 새로운 시대의 교육감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새로운 교육감이 열어갈 희망의 서사 우리는 교육의 힘을 믿는다. 새롭게 선출될 교육감들이 정치를 넘어 교육의 본질로 돌아간다면, 우리 교육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미래의 교육감들이 집중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맞춤형 개별화 교육’의 실현이다. AI 디지털교과서와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하되, 이를 단순한 학습도구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강점을 발견하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 모든 아이가 같은 정답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다양성 교육’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 둘째, ‘공동체 회복을 위한 감성교육’이다. 학교폭력의 해법을 법정이 아닌 교실 안에서 찾아야 한다. 관계 회복 중심의 생활지도와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아이들이 타인과 협력하고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따뜻한 공동체’로서의 학교를 복원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교육생태계’ 구축이다. 학교의 담장을 낮추고 지역의 문화·예술·산업 자원을 교육과정에 통합해야 한다. 아이들이 마을 전체를 배움터로 삼아 실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행정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교육은 아이들의 등 뒤에서 조용히 밀어주는 바람과 같아야 한다. 교육감은 아이들을 앞세워 자신의 깃발을 꽂으려는 정복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일생에 깊은 영향을 주고, 한 세대의 정신적 토대를 닦는 자리가 바로 교육감이다. 부디 이번 선거만큼은 진영의 옷을 벗어 던지고, 오로지 학생들의 등 뒤를 든든히 지켜줄 진짜 교육자들이 나타나 주길 간절히 바란다. 당장의 성적표 한 줄보다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그런 교육자가 이끄는 새로운 교육의 봄을 우리는 보고 싶다.
AI 시대의 역설 _ 왜 다시 ‘읽기’와 ‘쓰기’인가? AI가 시를 쓰고 코딩하며, 단 0.1초 만에 최적의 정답을 내놓는 첨단시대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교육부는 ‘2026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핵심 과제로 ‘학교 기반 독서·토론·글쓰기 교육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해력 저하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지금, 공교육이 독서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의지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모든 것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시대에 왜 우리는 다시 고전적인 ‘읽기’와 ‘쓰기’에 매달려야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답은 그 ‘첨단’ 속에 있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AI는 대답에 능숙하지만, 질문은 오직 인간의 몫이다. 정답을 찾는 일에 12년을 바치는 교육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알고리즘이 이끄는 영상에 매몰되어 비판적 사고 없이, 순응하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악의 평범성’을 보여준 아이히만처럼, 사유하지 않는 인간은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기 쉽다. 지금의 독서교육은 단순한 성적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인간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공부’로서의 독서는 필패한다 _ 세 학생의 사례가 주는 교훈 입시·사교육·부동산이라는 대한민국의 3대 난제 중, 사교육 문제를 과연 독서로 풀 수 있을까? 필자는 39년의 교육 현장 경험을 통해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독서를 ‘평가’와 ‘스펙’을 위한 ‘공부’로 접근하는 순간, 그 정책은 필패한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지켜본 세 유형의 학생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원에서 내신에만 올인하며, 독서를 멀리한 A 학생은 상급 학년으로 갈수록 문해력의 한계에 부딪혀 성적이 하락한다. 부모의 철저한 계획하에 학원에서 ‘모범답안’ 쓰는 법을 익힌 B 학생은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에 수려한 글을 쓰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 반면 어릴 때부터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탐독한 C 학생은 처음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결국 탁월한 자기주도학습 능력으로 역전하며 자기만의 독창적인 글을 써낸다. ‘날것의 맛’이 살아있는 글이다. 이는 사교육으로 훈련된 기술이 아니라, 독서의 사유에서 우러난 통찰의 산물이다. 독서가 문해력을 높여 성적이 오르는 것은 본질에 충실했을 때, 따라오는 ‘덤’일 뿐이다. 독서를 다시 ‘점수’나 ‘생활기록부’로 박제한다면, 아이들은 책의 즐거움 대신 형식적 읽기의 피로를 먼저 배우게 될 것이다. 독서 조기교육의 본질 _ ‘의도’를 숨긴 ‘놀이’ 많은 이들이 조기교육을 경계하지만, 독서만큼은 조기교육이 필요하며, 효과적이다. 다만 방법이 문제다. ‘4세 고시반’, ‘초등 의대반’ 같은 문제풀이식 교육은 조기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이 부르는 ‘조기 학대’다. 진정한 독서의 조기교육은 부모의 ‘교육적 의도’가 철저히 숨겨져야 한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공부가 아니라 ‘사랑의 교감’이자 ‘놀이’여야 한다. 글자를 짚으며 읽어가는 부모와의 놀이로 아이는 자연스럽게 통글자를 인식하게 된다. 아이가 글자를 깨치는 과정은 과자 봉지의 글자와 책 속의 글자가 일치함을 발견하는 ‘유레카’의 순간이어야지, 강요된 낱글자 학습으로 아이를 질리게 해서는 안 된다. 존 스튜어트 밀의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3세에 그리스어를 시작으로 철학과 논리학 등, 그의 혹독한 천재 교육 뒤에는 ‘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한’ 독서를 통한 아버지의 질문법이 있었다. 비록 지나친 지성 위주의 교육으로 정신적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그 파도를 넘게 해준 든든한 닻 역시, 시(詩)와 소설이라는 문학적 독서였다. 독서의 힘은 인생의 좌절을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의 근원이 된 것이다. 관점의 전환 _ 아이를 바꾸려면 어른이 먼저여야 한다 우리는 흔히 교육의 대상을 ‘학생’으로만 한정 짓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거실에서 스마트폰만 보는 부모, 행정업무에 치여 책 한 권 손에 들지 못하는 교사와 교장의 모습은 모순적이다. 독서교육이 성공하려면 ‘문화’가 먼저다. 교장이 인문학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교사들이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먼저 독서의 즐거움을 나눌 때, 그 철학은 수업과 학급 운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때 학생들은 비로소 독서의 가치를 삶으로 체득하게 된다. 사교육은 공부 기술을 가르치지만, 공교육은 독서를 통해 ‘삶의 지혜’와 알고리즘에 쉽게 종속되지 않는 ‘사유의 근육’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현장의 사례 _ 정답을 넘어, 나만의 색깔을 찾는 ‘사유의 공동체’ 독서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려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같은 리듬으로 움직여야 한다. 가정마다 독서 슬로건을 만들고, 학급마다 개성 있는 독서급훈을 정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4월 과학의 달이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과학도서를 읽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후활동을 즐긴다. 학생 자치로 ‘스마트 프리(Smart-Free)’ 학교를 선언하며, 아침 10분 독서를 정착시킨다. 중앙현관에는 아이들이 읽은 책의 자취를 남기는 ‘사유의 나무’가 자라고, 복도는 아이들의 시(詩)와 작품들로 채워진 인문학 거리가 된다. 이 모든 활동의 밑바탕에는 ‘학교교육의 뿌리는 독서’라는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있다. 특히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와 함께 살아가는 현대는 더욱 필요하다. 다음은 각 교육구성원이 만든 슬로건 사례다. ● 가정 - 거실이 서재가 될 때, 아이의 미래는 숲이 된다. - 질문하는 아이 뒤에는 함께 읽는 부모가 있다. ● 학급 - 아침 10분, 책장과 함께 성장하는 시간! - 스마트폰 사탕보다 달콤한 독서 뿌리를 키우는 교실! ● 학교 - 정답은 AI가 찾지만, 질문은 우리가! - AI가 답하지 못하는 가치, 우리의 책 속에 있다. ● 마을 - 독서, AI를 이기는 가장 인간다운 저항 -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을 자신 삶의 주체로 만든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각종 행사와 시험 주간 슬로건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점심시간에는 스마트폰 대신 다양한 동아리활동과 독서토론을 즐긴다. 특히 고사 3주 전부터 운영되는 ‘멘토-멘티 스터디 주간’은 압권이다. 혼자 외우는 공부를 넘어,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토론하는 스터디그룹은 ‘앎과 삶’이 일치하는 공동체 학습을 실천한다. 이는 106세 현자, 김형석 교수의 가르침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은 독서라고 단언하며, AI에게 답을 얻는 행위를 ‘사탕 하나를 얻어먹는 것’에 비유했다. 잠시는 달콤할지 모르나, 내 몸을 키우는 근육은 되지 못한다. 학원이 요약해 준 지식을 암기하고 모범답안을 써내는 ‘사탕 독서’로는 AI 시대의 파도를 넘어갈 수 없다. 스스로 고통스럽게 읽고 사유하며 얻은 답만이 진짜 지식이 되어 영혼을 키운다. 만약 성장이 멈추는 것이 노화라면, 스스로 읽기를 멈춘 아이는 이미 정신적 노화의 길에 접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책 읽는 전철, 사유하는 시민, 품격 있는 ‘K-독서국가’를 꿈꾸며 필자에게는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이 있다.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모두가 스마트폰에 시선이 박제된 모습 대신, 각자의 손에 책을 들고, 깊은 사유에 잠긴 풍경을 보는 것이다. 시민의 신체 건강을 위해 ‘손목닥터 9988’이 걷기를 장려하듯, 시민의 정신건강과 사유의 근육을 위해 일명 ‘K-독서닥터’를 운영하며 국가 차원에서 읽기를 장려하면 어떨까? 이는 단순히 책을 권하는 것을 넘어, 성숙한 민주시민의 품격을 국가적 자산으로 키워나가는 인문학적 투자이자 장치가 될 것이다. 유치원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별 독서 체계가 구축된 ‘K-독서국가’야말로 스마트폰의 파편을 넘어 인문학의 깊이로 연결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는 겸손과 타인의 맥락을 이해하는 ‘공감의 기술’을 가르치며, 우리 사회의 증오와 혐오를 치유하는 해독제가 된다. 독서라는 요술봉이 단번에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힘’을 돌려주고, 어른들에게 ‘공존의 지혜’를 일깨워준다면, 우리 사회는 사교육의 굴레를 넘어 집단지성이 살아 숨 쉬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손에 문제집 대신 책을 쥐여주는 용기,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책을 펼치는 어른들의 뒷모습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본다. 사유하는 아이는 결코 길을 잃지 않으며, 읽는 학교는 아이들의 가장 밝은 등대가 된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고,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고, 싫은 것도 잘 참아주던 사람. 언제나 학생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저 관심과 사랑으로 학생을 보듬어 주던 참 스승. 나에게는 해마다 스승의날이 다가오면 매번 찾아뵙는, 사랑의 정을 듬뿍 주신 고마우신 선생님이 계신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체격이 왜소하여 다른 학생에 비해 특출나게 잘하는 능력이 아무것도 없었고, 공부도 잘하지 못해 학업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나가도록 모든 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교과성적 및 학교생활에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아 학교생활에 힘겨움을 느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나고 5학년에 올라가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실 4학년까지는 매년 담임선생님이 바뀌었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에 관하여 크게 관심이 없었다. 처음으로 2년 연속으로 같은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되자 내 마음은 설렘과 걱정이 동시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 지나간 4학년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자 나의 학교생활이 정말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보다 운동도 잘하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수업태도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년 연속으로 나를 맡은 담임선생님께 더 이상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새롭게 마음을 고쳐먹고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해나가기로 굳게 다짐하였다. 어떻게 하면 담임선생님께 나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문득 공부는 잘하지 못해도 선생님이 힘들어하는 청소일을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고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를 잘 작성해서 수업시간에 발표만 잘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주번 학생이 칠판을 지우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 칠판을 지우는 일이 많아졌고 이렇게 남이 하기 싫은 일부터 조금씩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청소하는 모습을 담임선생님께서 우연히 지켜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이 “우진이는 주번이 아닌데도 칠판 청소를 이렇게 깨끗하게 해줘서, 정말로 기특하구나. 덕분에 수업이 잘될 것 같아”하고 칭찬해 주셨다. 처음으로 담임선생님께 칭찬받고 집으로 돌아와 기분이 좋아 담임선생님께서 내 주신 ‘속담 조사’에도 열과 성을 다해 노력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저녁 늦게까지 국어사전을 일일이 찾아가면서 평소 말의 중요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속담을 조사했다. 다음 날 수업시간에 다른 학생들이 발표할 때 내가 찾은 속담을 수업시간에 발표하자 친구들이 나에 관해 궁금해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선생님께서는 “우진이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속담을 잘 찾았네. 참 잘했구나”라고 친구들 앞에서 칭찬을 듬뿍 해주셨다. 그 작은 칭찬으로 인해 담임선생님의 수업시간이 늘 지루하지 않았고, 수업시간 내내 기분이 매우 좋아 발표를 할수록 점점 잘하기 시작했다. 느티나무 아래 흐르던 통기타 선율과 소풍의 추억 그 당시에 담임선생님은 늘 학생들에게 작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고, 특히 선생님께서는 항상 동요 책과 통기타를 들고 다니시면서 즐거운 음악시간과 야외 소풍을 갈 때도 아이들에게 좋은 동요와 포크송을 가르쳐 주셨다는 점이다. 따뜻한 봄이 오면 경북 상주시 남장사 주변에 있는 갑장사 계곡으로 소풍을 갔었고, 아름다운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경북 구미시 무을면에 있는 수다사로 소풍을 갔었다. 봄소풍과 가을소풍을 가면서 보물찾기 게임과 수건돌리기 게임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선생님께 즐겁게 노래를 배운 것이 가장 행복했다. 선생님께서는 늘 학교에서 즐거운 음악시간에 학교의 교목인 시원한 느티나무 아래에서 ‘나는 못난이’, ‘조개껍데기’ 노래를 직접 기타로 연주하시면서 노래를 가르쳐주셨고, 소풍에서는 ‘아카시아 이파리 똑똑 따면서’ 노래를 가르쳐 주셨다. 그때 당시에 친구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가위바위보를 외치며 아카시아잎을 똑똑 떨어뜨리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었다. 벌써 30년이 훨씬 지났지만 내게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 배운 동요와 포크송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5학년이 끝나갈 무렵에 담임선생님께서는 경북 김천으로 전근하신다고 말씀하셨다. 이제 담임선생님께 조금씩 칭찬을 받고 학교생활에도 자신감이 붙어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전근 가시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생겼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바로 고개를 넘으면 금방 도착할 정도로 가까운 학교로 옮기기 때문에 언제든지 고민이 있으면 편지를 써도 된다고 말씀하셔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6학년으로 올라가자마자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보냈다. 방학 때는 선생님께 편지를 보내고, 1주일 뒤에 매일 오전 11시 무렵이 되면 앞마당으로 나와 정겨운 집배원 아저씨를 기다리곤 했다. 집배원 아저씨의 익숙한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 쏜살같이 달려 나가 “집배원 아저씨, 오늘 저한테 편지 온 것 없어요?”라고 묻는 것이 학창 시절의 아주 커다란 기쁨이었다. 경북 상주와 김천(금릉)은 아주 가까운 거리였지만 선생님과 이렇게 매년 여러 번 편지와 엽서, 그리고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으로 반가운 소식과 안부를 주고받았다. 학창 시절을 거쳐 대학 생활, 졸업 이후 군 복무까지, 그리고 현재 교단에 서기까지 이 모든 것이 선생님께서 내게 정성스럽게 써 주신 고마운 편지와 반가운 엽서 속에서 베풀어 주신 사랑과 격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15년의 세월, 편지로 이어진 스승과 제자의 시간 선생님께서 15년 동안 정성스럽게 써주신 손 편지의 답장에는 작은 칭찬으로 시작하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격려하는 글이 뚜렷했다. “그러고 보니 옥산 생각이 나는구먼. 우진이가 5학년 때 아주 착실하게 행동했던 행동들이. 우진이를 4학년 때부터 알았는데 정말 4학년 때는 우진이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2년 동안 보니 기특하더군요. 그러나 한가지 흠은 사교성이 문제입니다. 친구들과 사귀는 것, 그것도 큰 재산이에요. 좋은 일 궂은일에도 찾을 수 있는 것은 친구들이랍니다. 마음을 펴고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하세요. 그러면 우진이의 가치가 한층 더 돋보일 것 같답니다. 그리고 그전처럼 열심히 노력도 하고요.” “선생님은 바로 여남재 너머에 있으니 언제든지 어려울 때 편지하거나 전화하세요. 나중에 우진이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대학교 입시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있었을 때는 “편지에 수능시험을 걱정하였는데, 우진이와 같은 나이에 있는 학생이면 모두가 그렇게 걱정이랍니다. 그러나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니 항상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예전처럼 열심히 노력도 하고요. 그러면 가장 멋있는 잔을 높이 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답니다.” 대학교 입학 이후 군 복무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을 때 편지에서 “선생님은 늙지 않는 것 같았는데, 우진이는 벌써 군대를 논하니, 세월은 역시 흐른 모양이구먼. 붙들지 못하는 것이 세월이라 하였던가? ROTC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도 잘했습니다. 어차피 가야 할 ‘군’이라면 장교로 갔다 오는 것도 좋답니다. 단지 그 많은 것을 하려면 남보다 더 많이 뛰어야 한답니다. 여름이 다 지나가도 여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리고 미래를 위해 남은 대학 생활을 열심히 알차게 보내도록 노력하세요. 그저 시간 죽이기식의 대학 생활은 나중에 커다란 후회를 얻게 됩니다. 우진이는 노력형이라 꼭 해낼 수 있다고 믿어요.” 이렇게 늘 학창 시절에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정든 손 편지와 엽서는 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나침반이 되었다. 늘 선생님께서는 편지에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 인생이랍니다. 세상을 적극적이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세요. 아울러 공부함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면 된답니다. 부지런한 농부가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라고 내게 끊임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다. 선생님께 배운 사랑을 다시 아이들에게 전하며 나는 존경하는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것 하나만으로도 학창 시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득 학창 시절에 전근 가신 담임선생님께 처음으로 편지를 썼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담임선생님께 처음으로 편지를 써서 답장이 왔을 때 그 짜릿함은 정말로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쁨이었다. 어릴 적 문방구에서 예쁜 편지지를 사고, 편지 쓰는 방법을 손수 가르쳐 주셨던 자상한 아버지처럼 이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기에 어릴 적 아버지가 자주 편지 쓰는 모습을 생각하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이제는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에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주신 담임선생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매년 담임선생님 댁을 찾아뵙고 안부 인사를 여쭙고 있다. 벌써 30년이 훨씬 지났지만, 지금도 나의 마음속에는 소중한 담임선생님과의 예쁜 추억이 담긴 편지와 엽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갖고 싶으면 모든 것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요즘의 풍요로운 세상이 된 지금에, 손 편지는 내 마음속에 소중하게 간직한 담임선생님과의 멋진 추억이자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향수이다. 그래서 학창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늘 학생을 소중한 인격체로 생각하고 비록 공부는 잘하지 못하더라도 작은 일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에게 작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있다. “참 잘했구나. 열심히 했구나. 장하다. 실수는 누구나 있는 법이야. 괜찮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 열심히 생활하는 네 모습이 참 보기가 좋구나.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단다.” 이렇게 담임선생님께 배운 것을 응용하여 학생들에게 결과보다는 열심히 참여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있다. 학생들에게 작은 칭찬과 격려, 관심을 베푸니까 학생들도 교사인 나를 잘 따라주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표정, 사소한 몸짓과 행동, 그리고 비언어적인 행동일지라도 섬세하게 읽어내는 마음이 넓고 가슴이 따뜻한 교사가 되고 싶다.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다. 가해학생을 대입은 물론 고입까지 반영해 탈락시키는 일이 벌어지지만, 피해학생은 늘어나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지난해 학교폭력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경우 5.1%가 학폭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2.4%, 1.0%로 나타나 학교폭력의 저연령화가 뚜렷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제7기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재명 정부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논의했다. 교육부 학폭대책위에 참여한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전문의는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배경으로 SNS 확산에 따른 폭력의 일상화와 처벌 중심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벌이 아닌 관계 회복과 예방 중심의 교육적 접근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이 이전 정부와 비교해 가장 달라지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화는 ‘처벌 중심’에서 ‘회복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기록과 징계 같은 결과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관계 회복에 방점을 둡니다. ‘관계 회복 숙려제’처럼 갈등을 교육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교사의 역할 변화입니다. ‘전담조사관제’를 통해 교사를 조사 업무에서 분리하고, 피해학생에게는 전담 지원을 연결하는 등 사안 처리보다 맞춤형 지원체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여러 차례 강력한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았지만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선 통계적으로 줄지 않는 이유는 과거보다 은폐가 줄고, 사안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처벌 중심 접근의 한계가 커요. 처벌이 강화될수록 폭력이 사라지기보다 더 교묘해지는 경향 때문이죠. 여기에 SNS 환경의 영향으로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진 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 교사들이 민원과 신고 부담으로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하기 어려워지면서 초기 갈등을 제때 조정하지 못하는 구조도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결국 단순한 처벌보다 공감 능력과 관계 회복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정서나 행동 양식에서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무결점에 대한 강박, 실패를 삭제하고 싶은 완벽주의적 불안이 특징입니다. 과거에는 청소년기가 성장통을 겪으며 단단해지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인생의 오점이 되는 박제와 낙인의 시대입니다. 예전처럼 엎어지고 깨지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 삶보다 어릴 때부터 잘 관리해서 한 점 결점 없이 깨끗하게 살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SNS를 통해 타인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입시와 디지털 기록이 결합되면서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라는 극단적 이분법에 빠집니다. 마찬가지로 사과를 성찰이 아닌 자신의 무결함이 깨지는 패배로 인식하거나, 갈등을 유연하게 풀기보다 끝까지 부인해 새로운 관계 맺기를 포기하는 방어적 무기력으로 이어집니다.” SNS 영향을 지적하셨는데. “요즘 청소년들에게서 알고리즘이 만든 윤리적 마비 현상도 나타납니다. 자극적인 디지털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타인의 고통을 현실이 아닌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숏폼과 알고리즘은 공감 영역을 무디게 만들고, 탈감작 현상이 나타납니다. 일탈 행동이 조회수를 얻기 위한 챌린지로 둔갑하고, 죄책감 대신 ‘좋아요’라는 보상 기제가 작동합니다. 보편적 윤리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만든 비뚤어진 기준을 도덕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입니다. 지금 아이들은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과 고통에 무감각한 디지털 환경 사이에서 정서적 길을 잃었습니다. 결국 정서적 유연성과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절실합니다.” 최근에는 AI와 상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장단점이 있죠. 장점을 꼽으라면 생성형 AI는 공감을 잘해 줍니다. 부모님한테 말하자니 혼날 것 같고 친구한테 털어놓자니 뒷담화로 들릴 수 있고, 또 밤늦은 시간이라면 AI가 최적화된 상담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달리해서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거나 싸우고 싶은 경우라면 AI가 말리기보다 싸우는 법을 알려줄 수도 있는 거죠. 질문 내용에 맞춰 답해주는 AI의 높은 충성도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입니다.” 자살하는 학생이 지난 1~2월 두 달 동안 2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살 예방 정책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존 정책은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로 연계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물론 성과도 있었지만, 낙인감 때문에 도움을 회피하는 문제가 여전했고 고위험군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특정 학생을 선별하는 단계를 넘어, 모든 학생의 정서적 대응 역량을 높이는 ‘생태계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사회정서교육(SEL)을 일상화해 아이들이 갈등을 스스로 다스리는 힘을 키워주고, 교사가 전문가팀과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자살예방은 위험군을 찾는 활동뿐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거죠.”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미국은 정신건강권 보장과 보편적 교육을 중심으로 Mental Health Days를 제도화해 심리적 휴식을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CASEL 기반 사회정서학습을 교육 전반에 통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SOS 발신 교육’을 통해 도움 요청을 능력으로 가르치고, 정신과 전문의가 학교에 직접 개입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영국은 Mental Health Lead를 중심으로 학교와 의료체계를 연결하고, 호주는 Headspace를 통해 학교 밖에서도 통합 지원을 제공합니다. 공통적으로 낙인 제거, 연속적 케어, 보편적 교육이 핵심입니다.”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자칫 교사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독박 현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의 교육적 지도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민원과 신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교사들의 적극적 개입이 어려워지고, 초기 대응 실패로 이어집니다. 또한 책임이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교사는 고립되고 정신건강에 위협을 받습니다. 이는 결국 학생 보호 기능 약화로 이어집니다. 교육청 등 기관 중심의 공동 책임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최근 촉법연령 하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어떤 입장인가요. “강력 범죄의 저연령화로 인한 국민적 불안과 피해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이에 따른 엄중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전문의로서 볼 때 청소년기는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뇌 발달이 아직 미성숙한 시기입니다. 단순히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범죄 억제에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오히려 조기 낙인이 아이들을 범죄 생태계에 고착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연령 하향이라는 제도적 처방보다,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적으로 개입하는 ‘치료적 사법’ 시스템의 구축입니다. 아이들을 교도소로 더 빨리 보내는 것보다, 더 나은 시민으로 회복시켜 사회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우리 공동체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로 보던 도시 국가를 경험하다 말레이반도 최남단, 북위 1.3°의 적도 부근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한국인에게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비행시간이 짧은 편이라 부담이 적고, 일 년 내내 18도 이상의 기온이 유지되는 열대우림 기후 지역이어서 한겨울 추위를 피해 떠나는 겨울방학 최적의 여행지 중 하나이다. 서울보다 조금 더 큰 면적에 불과한 이 작은 섬나라가 어떻게 화려한 도시 경관을 자랑하게 되었을까? 싱가포르 여행은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첫인상, ‘화려하고 깨끗하다’ 6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불과 20분이면 닿는 뛰어난 접근성은 이 도시국가의 효율성을 대변하는 첫인상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발코니에서 마주한 싱가포르의 밤은 왜 이곳이 세계적인 관광지인지 단번에 설명해 주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야경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자 랜드마크이다. 밤이 되면 잔잔한 마리나 베이의 수면은 고층 빌딩들이 내뿜는 다채로운 빛을 반사해 더욱 화려하게 보였다. 특히 마리나 베이 샌즈의 독보적인 실루엣과 두리안을 형상화한 에스플러네이드의 조명은 여행자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준다. 게다가 마리나 베이 샌즈를 한국 국적의 회사(쌍용건설)가 건축했기 때문에 왠지 모를 내적 친밀감도 느껴진다.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화려한 스카이라인은 ‘야간 경관’이라는 무형의 관광 자원이 지닌 가치를 실감 나게 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머라이언 파크와 머라이언 동상 싱가포르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 이곳의 지리적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머라이언을 만났다. 입에서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는 기분 좋은 활력을 불어넣는다. 뒤편으로 보이는 마리나 베이 샌즈의 현대적인 실루엣과 어우러진 이 장면은 왜 싱가포르가 ‘장소 마케팅’의 정수로 불리는지 단번에 실감케 한다. 이곳에 오면 모든 관광객은 머라이언의 물줄기를 활용한 ‘인증샷’을 찍는다. 매력적인 장소의 상징물이 바로 머라이언 동상인 것이다. 잘 만든 랜드마크는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좋고, 이 동상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감동은 머라이언 파크를 중심으로 펼쳐진 보행자 친화적 생태 네트워크에 있었다. 머라이언 파크는 단순히 멀리서 구경만 하는 대상이 아니다. 머라이언 파크에서 에스플러네이드를 거쳐 마리나 베이 샌즈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는 차 한 대 마주치지 않고 온전히 걷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보행자 천국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시티링크였다. 지상으로 나가 머라이언 파크로 가면 너무 더워서 지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지하의 입체적인 보행통로인 시티링크를 이용하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쾌적하게 공원 근처까지 이동할 수 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마주하는 정돈된 도시 경관은 이 도시의 치밀한 설계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또한 이른 아침, 산책로를 힘차게 달리는 로컬 러너들의 활기찬 모습과 길목마다 배치된 ‘수달 주의’ 표지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빌딩 숲 한복판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이 일상을 공유하는 장면을 보며, 싱가포르가 꿈꾸는 ‘자연 속의 도시’는 먼 미래의 이상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숨 쉬고 있는 현재임을 체감했다. 믈라카 해협의 관문 싱가포르 _ 지정학적 요충지에서 세계 물류의 심장으로 싱가포르는 국가의 탄생 기점부터 지정학적 입지가 생존 열쇠였다. 식민 지배를 마치고 말레이 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싱가포르는 지리적 이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세계 물류의 핵심 동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항로인 믈라카 해협 관문에 위치한 덕분에, 동서양을 오가는 선박들은 반드시 이 해역을 통과해야만 한다. 실제로 마리나 베이 샌즈 스파이 파크 전망대에 올라서면 싱가포르 해협 위로 쉼 없이 이동하거나 입항 대기 중인 수많은 선박의 행렬을 목격할 수 있다. 다들 화려한 도시 경관을 감상하느라 관심 갖지 않는 것 같지만 지리교사의 심장은 두근거린다. 이는 세계 물류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경관이다. 싱가포르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서의 이점을 극대화한 항만 시설과 창이공항을 바탕으로 전 세계 물류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오늘날 싱가포르를 독보적인 세계도시로서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공간의 효율적 재배분 _ 천문학적 비용과 정교한 네트워크가 만든 교통 체증 없는 도심 싱가포르 여행에서 인상적이었던 지점 중 하나는 대도시 특유의 교통정체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도심은 텅텅 비어(?) 있고 출퇴근 시간에도 막힘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대도시는 차가 많은 데 참 이상한 경관이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다음과 같았다. 싱가포르는 협소한 영토와 높은 인구 밀도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량 소유를 엄격히 통제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의 1인당 GDP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인구 1,000명당 차량 보유 비율이 현저히 낮다. 그 이유는 바로 차량 취득 권리증 제도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차량을 살 때, 높은 수준의 취득 비용을 부과하여 자가용 숫자를 물리적으로 억제하는 강력한 교통 수요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싼 차량 소유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싱가포르 시민들은 어떻게 이동할까? 자가용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는 것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도심 전역을 연결하는 MRT(지하철)와 버스 체계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다른 물가 대비 매우 저렴하게 책정된 대중교통 요금이다. 이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대중교통을 선택하게 만드는 강력한 경제적 인센티브로 작용하며, 도시의 이동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전략으로 느껴졌다. 한국에서 여행을 계획한다면, 현지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교통카드(트래블로그·트래블월렛 등 컨택리스 카드)를 미리 챙겨가길 강력히 추천한다. 높은 물가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 저렴하고 쾌적한 공공 교통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여행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단순히 이동 수단을 넘어, 세계 최고의 교통 최적화 모델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 또한 지리적 감성을 채우는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콘크리트 틈새의 야생 _ 정원 속의 도시가 완성한 생태 네트워크 싱가포르 여행에서 흥미로웠던 뜻밖의 만남은 고층 빌딩 숲이 아닌, 산책로 발밑에서 이루어졌다. 도심의 녹지를 걷다 보면 콘크리트 바닥 위를 날렵하게 가로지르는 도마뱀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때로는 포트캐닝 공원과 같은 숲에서 거대한 왕도마뱀을, 때로는 머라이언 공원의 인공 구조물 틈새에서 작은 도마뱀을 마주한다. 어른들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사진 속 도마뱀 역시 생물을 사랑하는 어린이가 발견한 것이다. 같은 곳에 있으나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는 고도로 도시화된 공간에서도 파충류와 같은 야생동물이 인간과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싱가포르가 추구하는 ‘정원 속의 도시’ 정책은 단순히 보기 좋은 녹지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도심 전체를 거미줄처럼 잇는 녹지 축이 단순한 조경을 넘어 야생동물의 이동로인 생태 통로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놀라운 생태적 회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국가 전략의 승리라고나 할까? 싱가포르 국립공원위원회가 주도하는 ‘자연 속의 도시(City in Nature)’ 프로젝트는 그 성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적 비전인 싱가포르 그린플랜 2030의 핵심축으로, 단순히 도심에 나무 몇 그루 심는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적 생태계로 통합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후 위기에 똑똑하게 대응하면서도, 빽빽한 빌딩 숲속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고도의 공간 전략이기도 하다. 지리학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조각조각 떨어져 있던 공원들을 하나로 잇는 작업이다. 동식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비오톱 네트워크를 구축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 통로로 만들고 있다. 파편화된 공간을 연결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실현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이제 싱가포르를 단순한 도시국가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정원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싱가포르 여행을 마치며 확인한 것은, 지리적 한계란 결코 극복하지 못할 고정된 벽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좁은 땅과 부족한 자원, 덥고 습한 기후라는 삼중고를 확고한 정책과 기술력으로 이겨낸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사실 싱가포르는 누구나 가는 뻔한 도시 여행지일 수 있다. 하지만 지리의 눈으로 바라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이 작은 도시국가가 어떻게 치열하게 구현되었는지를 목격한 시간은 교사인 나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 단순히 화려한 관광지를 넘어, 인간의 의지가 지표면을 얼마나 가치 있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도시정책이 우리 일상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온몸으로 느낀 여행이었다.
쇼츠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서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부터 2분 이내의 숏폼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책을 읽지 않고,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간간이 터져 나왔던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사치처럼 느껴진다. 이미 우리의 시선은 영상, 그중에서도 짧은 영상들에 잠식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 초·중·고 학생들은 얼마나 영상에 눈을 빼앗기고 있을까? 청소년 하루 평균 온라인 영상 시청 시간은 3시간 20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표한 ‘2025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전국 17개 광역시 초등학교 4~6학년 및 중·고등학생 2,674명 대상) 결과를 보면, 현재 아이들의 미디어 소비가 숏폼 중심으로 얼마나 깊게 자리 잡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의 하루 평균 온라인 영상 시청 시간은 약 3시간 20분에 달했다. 중학생이 3시간 53분으로 가장 길었고, 고등학생 3시간 46분, 초등학생 2시간 23분 순이었다. 중학생의 경우 깨어있는 일과 시간 중 무려 4시간 가까이를 영상 시청에 쓰고 있는 셈이다. 영상의 형식을 들여다보면, ‘롱폼’에서 ‘숏폼’으로의 완벽한 이동이 눈에 띈다. 청소년 10명 중 5명(49.1%)이 ‘숏폼 콘텐츠를 매일 본다’라고 응답했는데, 2022년 조사 당시 숏폼 이용률이 급증하기 시작한 이후, 일상으로 완전히 굳어진 수치로 보인다. 과거에는 긴 길이의 유튜브 영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1분 미만의 숏폼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선호 플랫폼의 변화 양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가장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1위가 ‘인스타그램 릴스(37.2%)’로 나타나면서 부동의 1위였던 유튜브(35.8%)를 2025년 처음으로 추월했다. 그 뒤는 유튜브 쇼츠(16.5%), 틱톡(8.0%) 순으로, 사실상 상위권 대부분이 숏폼 전문 플랫폼이었다. 광고·마케팅 전문 기업 메조미디어가 발표했던 ‘2024 타겟 리포트: 10대’에서도 10대의 전체 동영상 시청 시간 중 ‘순수 숏폼 시청 시간’만 일평균 64분으로 집계됐다. 20대(55분)·30대(35분)·40대(41분) 등 전 연령대 중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긴 시간이다. 초·중·고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를 공부하는 대학생들도 장편영화 한 편을 끝까지 감상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보도도 있다. 미국 매체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학생들이 장편영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이 심해졌다. 아키라 미즈타 리핏 남가주대 영화·미디어 연구교수는 “최근 학생들은 니코틴 중독자처럼 (영화) 상영 중에도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아카데미의 풍토 변화를 전했다. ● 질문: 귀하가 지난 일주일 동안 이용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중 가장 자주 이용한 것은 무엇인가요? 적극적으로 사고하기보다 즉각적으로 주어지는 도파민 통계가 보여주듯, 현재 초·중·고 학생들은 하루 평균 3~4시간의 영상 시청 중 상당 부분을 릴스·쇼츠·틱톡 같은 숏폼을 보는 데 소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두 시간짜리 영화는 지루해하면서, 쇼츠는 몇 시간씩 넋을 잃고 보며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쇼츠에 열광하는 게 아니라 쇼츠라는 시스템에 몰입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뇌과학 측면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영화와 쇼츠는 서사 전략이 완전히 다르다. 영화는 기승전결이 있다. 후반부의 하이라이트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 영화는 천천히 캐릭터들의 서사를 쌓아가고, 배경을 초·중반부에 녹인다. 영화는 선형적인 구조로 2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이 과정을 견뎌낸 관객들은 ‘지연된 보상’을 얻게 된다. 반면 쇼츠는 15초에서 1분 안에 자극의 절정만을 보여준다. 쇼츠 안에는 서사가 없다. 중년 남자가 젊은 여성에게 한눈에 반하고, 합석에 성공하고 나니, 첫사랑의 딸이었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의 영상들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한 번 쓱 넘길 때마다 새롭고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전환된다. 뇌에서는 쾌락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러니까 아이들의 뇌는 힘든 2시간의 기다림 대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즉각적으로 쾌락을 주는 도파민 분비 방식에 강하게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뇌의 작동 방식도 눈길을 끈다. 영화를 보려면 앞의 내용을 기억해야 하고, 주인공과 조연들의 감정선을 유추하며 영화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는 등 뇌가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써야 한다. 반면 쇼츠는 앞서 말했듯 복잡한 맥락이나 서사가 없이, 그저 직관적이고 강렬한 자극만 제공한다. 뇌의 입장에서는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도 큰 자극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쇼츠는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하는 가성비 좋은 오락거리인 셈이다. 쇼츠에 ‘열광’하는 게 아니라, 쇼츠 몰입을 ‘강요’ 당하는 현실 위에서는 뇌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면서 개인의 절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했다면,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판적 사고도 필요해 보인다. 영화는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좋아하는 멜로·액션 장면을 볼 수 있지만, 자신의 취향이 아닌 부분도 견뎌내야 결말을 볼 수 있다. 반면 쇼츠·유튜브 플랫폼은 아이가 해당 영상을 몇 초 동안 보고 넘겼는지, 또 어떤 영상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오로지 아이의 시선을 붙잡을 만한 영상을 맞춤형으로 추천한다. 그래서 쇼츠나 유튜브를 일단 시작하면, 웬만한 자제력 없이는 멈추기가 쉽지 않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에 통제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츠 플랫폼이 말할 수 있다면 “이게 네가 좋아하는 영상이지? 무한대로 제공할 테니, 계속 봐”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1~2초 단위로 화면이 전환되고, 화려한 자막 효과와 쉴 새 없는 효과음이라는 과도한 시청각적 자극을 주는 것이 숏폼 콘텐츠의 전형적인 편집 방식이다. 여기에 자신이 눌렀던 콘텐츠를 즉각적으로 분석해 비슷한 영상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알고리즘 기술까지 결합되면, 사용자는 자신이 선택한 콘텐츠를 보고 있다는 이유로 이 영상을 능동적인 선택을 통해 소비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결국 숏폼 플랫폼은 영화와 지향점이 다르다. 채널을 고정하게 하되, 깊이 감상하면서 생각하거나, 분석하거나, 침잠하게 만들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빨리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것이 릴스·쇼츠·틱톡 등 숏폼 플랫폼이 추구하는 목표다. 무작정 신기술 배척하기보다 잘 활용하는 지혜 필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날 인터넷으로 전 지구가 연결된 사회를 이미 ‘텔레마틱 사회’로 예견한 체코 출신 매체철학자 빌렘 플루서(1920~1991)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간은 ‘마술’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단순히 기술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를 넘어 기술 발달로 인해 유희를 즐길 수 있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아이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학교·학원 뺑뺑이에 지친 아이들은 귀가해 자기만의 휴식 시간을 보내기 원한다. 야근을 끝내고 귀가한 어른 역시 아무도 없는 골방에서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 충전하기를 원한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볼 틈도 없는 고된 하루 뒤의 보상에는 쇼츠만 한 것도 없다.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맥락 없는 서사, 과장된 캐릭터, 화려한 시각 효과와 배경 음악이 끊임없이 제공되는 쇼츠를 보고 ‘큭큭’ 웃음을 터트리며 휴식을 취한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말한 것처럼, 상징계의 대타자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 우리의 육체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충동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행위를 반복하는데 라캉은 이를 ‘주이상스(jouissance)’라고 부른다. 쇼츠를 시청하는 행위도 그렇다. 주이상스를 부정적 개념으로만 인지할 수 없는 것이 쇼츠를 대하는 오늘날의 현실이다. 어른들도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고르다 지쳐서 결국 유튜브 쇼츠를 보는 시대다. 하물며 충동 조절과 깊은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이 아직 덜 발달한 청소년들이 이 강력한 숏폼 플랫폼 시스템을 자제력만으로 이겨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생길 수 있지만, 이토록 치밀하게 설계된 숏폼 시스템이라는 강적 앞에서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속수무책이다. 그러니까 몇 시간째 넋 놓고 쇼츠에 빠진 아이들에게 “너 당장 핸드폰 꺼”, “너 폰 사용 시간 줄일 거야”라고 아무리 다그쳐도 효과는 없을 것 같다. 관계만 나빠질 뿐. 짧은 자극에 길들여진 뇌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 원칙을 정해 부모부터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쇼츠라는 기술의 진보가 주는 정신적 즐거움을 누리되, 쇼츠가 삶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현대인이 기수라고 생각하고, 기술이 경주마(릴스·쇼츠·틱톡 등)라 생각했을 때, 자신에게 잘 맞는 경주마를 타야 잘 달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현대인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시스템이 만들어둔 경주 트랙을 달리고 있다는 인식 아닐까? 그것이 2시간 영화를 견디지 못하는 인간이 다시 긴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얼죽신’은 ‘얼어 죽어도 신축’의 줄임말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주택 선택에서 신축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새 아파트를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특정 시기의 유행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선택 기준에 가깝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새것에 끌린다. 새 차를 좋아하고, 새 가전을 선호하며, 새 옷에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집에서도 유사한 심리가 작동한다. 쾌적하고 깔끔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는 보편적이며, 신축이 주는 만족감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가치이다. 결국 ‘얼죽신’이라는 표현은 새롭게 등장한 유행어일 뿐, 그 이면의 현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새 아파트가 주는 심리적 만족감과 생활의 편의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요소이며, 이러한 경향이 반복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얼죽신’, 얼어 죽어도 신축에 살고 싶은 이유 사람들의 주거에 대한 기대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위치와 면적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과 생활의 편리함까지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재택근무 확산과 여가시간 증가, 생활 반경의 변화 등은 주거 공간의 역할을 더욱 확장시켰고, 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환경에 대한 요구를 자연스럽게 키웠다. 주거는 더 이상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신축 아파트는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키는 직접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넓은 수납공간과 효율적인 평면구조, 충분한 주차공간, 화려한 조경과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등은 구축 아파트에서 쉽게 갖추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건축과 조경 기술의 발달로 상품성의 차이는 점점 뚜렷해지고, 이는 실제 거주 만족도 차이로 이어지면서 신축 선호를 강화한다. 자산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슷한 입지라면 신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 흐름에서 더 빠르게 움직이고, 상승 폭도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흐름을 시장 참여자들이 학습하면서, ‘신축이 살기도 편하고, 자산 가치 상승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여기에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 부족 흐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공사비 상승은 신규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정비사업 규제 역시 신축을 더욱 희소해지게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공급이 줄고 있으니, 선택 가능한 새 아파트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높은 분양가에도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더 높은 가격을 내더라도 신축을 선택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서울 수도권 주요 입지 분양가는 인근 단지의 준신축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도 완판되는 모습을 보인다. 신축만 고집했을 때 빠질 수 있는 함정 신축 선호가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흔한 오류는 입지보다 상품성을 우선하는 판단이다. 새 아파트라는 이유로 생활 인프라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지역이나 수요 기반이 약한 지역, 주요 일자리로의 출퇴근이 어려운 지역 등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부동산의 본질적 가치는 결국 사람이 모이는 위치에서 결정된다. 즉 땅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아파트는 토지와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건물의 가치는 감가상각으로 감소하고 결국 남는 것은 땅의 가치다. 아무리 새 아파트라 하더라도 입지 경쟁력이 부족하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적인 매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지 위계를 간과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다. 가격 측면에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신축 아파트는 이미 높은 기대감이 반영된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향후 상승 가능성까지 현재 가격에 미리 반영되어 있다면, 실제 상승 여력은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시장의 흐름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 있으며, 같은 자금으로 더 나은 입지를 선택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입지 좋은 구축과 입지가 덜 좋은 신축 사이에서 현명하고 균형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게다가 신축 프리미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입주 초기에는 희소성과 새것이라는 장점이 부각되지만, 주변에 신규 공급이 이어지면 경쟁력이 점차 희석된다. 그러면 오히려 입지 좋은 구축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결국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장기적 가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신축 여부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며, 입지와 수요, 가격 수준 등 기본적인 기준 위에서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얼죽신’ 시대의 새로운 투자 공식 ‘얼죽신’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판단 기준이 단순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축 선호가 강해질수록 어떤 신축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축보다 구축을 고르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단순히 신축 여부를 넘어, 입지와 상품성, 가격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신축 여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요가 유지될 수 있는가’이다. ● 첫 번째 공식 _ 상품성보다 입지의 지속성을 고려하라 연식은 상품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신축 아파트는 분명 우수한 상품성을 갖추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준신축이 되고 구축이 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품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는 특성을 가진다. 반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입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 교통·학군·생활 인프라는 물론 일자리 접근성까지 잘 갖춰진 지역은 시간이 지나도 더 많은 수요가 유입되거나,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상품성보다 앞으로도 수요가 유지·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주거 선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위치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일자리 중심지와의 접근성이 우수하거나 교통 편의성이 높은 지역, 생활 편의시설이 밀집된 지역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희소성이 강화된다. 즉 입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라는 뜻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입지가 우수한 구축 아파트가 입지가 상대적으로 열위인 신축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단순히 새 아파트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기보다, 장기적인 수요 기반을 더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얼죽신’의 흐름 속에서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요소는 신축 여부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계속 찾게 될 위치’인가 하는 점이다. ● 두 번째 공식 _ 신축과 구축 사이, ‘준신축’ 구간의 전략적 가치 ‘준신축’이란 일반적으로 입주 후 약 5~10년 사이의 아파트를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 15년 차까지 포함하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신축의 쾌적함이 크게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시장에서 한 차례 가격 평가를 거친 시기를 준신축으로 본다. 이 시기의 아파트는 주차·평면구조·커뮤니티 시설 등 기본적인 상품성이 현재의 주거 기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며, 생활 불편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얼죽신’ 흐름이 강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준신축’의 가치가 부각되기도 한다. 신축에 많은 수요가 집중되면서 신축 가격에는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다. 반면 준신축은 이미 실수요를 통해 가격이 형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도한 기대가 덜 반영된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신축과 준신축 사이에 가격 괴리가 발생하고, 그 틈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얼죽신’ 선호가 강해질수록 신축 가격이 상승할 때 준신축 역시 빠른 속도로 가격 격차를 좁히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신축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 동일 생활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준신축으로 수요가 이동하는데, 이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대했던 가격 메리트가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줄어드는 것이다. 즉 준신축이 항상 ‘저렴한 대안’으로 남아 있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선택의 순간에는 빠르게 판단하는 순발력 또한 중요하다. ● 세 번째 공식 _ 그냥 ‘구축’이 아니라 ‘신축이 될 구축’을 선택하라 신축 가격이 상승하면 그다음 움직이는 것은 준신축,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구축으로 수요가 옮겨간다. 시장은 항상 상대적인 선택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만 구축은 신축이나 준신축에 비해 가격 상승 폭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상품성 차이로 인해 동일한 상승 흐름 속에서도 선호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구축이라는 이유로 접근하기보다, 향후 상품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구축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현재는 구축이지만 장기적으로 신축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산을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도심 내 정비사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노후 주거지를 새로운 주거 환경으로 바꾸는 과정으로, 입지와 상품성이 동시에 개선될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특히 정비사업 대상지는 과거 도심 형성 시기에 개발된 경우가 많아, 교통과 생활 인프라, 업무지구 접근성 측면에서 이미 검증된 입지를 갖춘 경우가 많다. 반면 최근 공급되는 신규 택지는 외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입지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세일 수 있다. 결국 정비사업 대상지는 건물은 낡았지만, 입지는 이미 검증된 상태라는 특징을 가진다. 여기에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신축 주거환경이 더해질 경우, 입지와 상품성이 결합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는 수요와 선호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비사업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하나의 사업에 가깝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사업 속도, 정책 변화, 조합 이슈 등에 따라 일정이 지연되거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략은 기대감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충분한 정보 확인과 신중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신축이 될 구축’을 선택하는 전략일수록, 더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 네 번째 공식 _ 공급 사이클을 고려하는 접근 정비사업과 함께 반드시 살펴볼 요소는 ‘공급의 흐름’이다. 신축의 가치는 단순히 새 아파트라는 점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희소한가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동일 생활권 내에서 향후 얼마나 많은 신축이 추가 공급될 수 있는지는 가격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신규 공급이 꾸준히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특정 단지의 신축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택지 개발이나 대규모 주거지 조성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일정 기간 새 아파트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의 신축이 갖는 희소성이 생각보다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도심의 주요 입지처럼 신규 공급이 제한적인 지역에서는 신축의 희소성이 장기간 유지되기도 한다. 이미 개발이 상당 부분 이루어진 지역일수록 추가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방식이 아니면 대규모 신축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신축의 가치는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서울이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얼죽신’ 시대일수록 단순히 신축 여부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앞으로 주변에 얼마나 많은 신축이 추가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인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같은 신축이라도 추가 공급이 이어지는 지역과 공급이 제한적인 지역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가격 흐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축 선호가 강한 시장일수록 공급의 차이는 곧 희소성의 차이로 이어진다. 아파트 연식이 아니라 아파트의 본질을 보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혼에는 절대 신축에서 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첫 주거 선택이 이후 주거 이동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처음부터 편의성이 높은 새 아파트에 익숙해지면, 이후 더 나은 입지로 이동하기 위해 주거 수준을 조정하는 선택이 심리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가 주는 쾌적함과 편의성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치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꾸준히 선택하는 ‘입지’에서 만들어진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가 만들어내는 결과이며, 이러한 수요는 직주근접, 교통 편의성, 교육 인프라와 같은 입지 요소로 만들어지고, 이는 장기적인 가격 흐름을 결정짓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파트의 연식이 아니라, 그 자산이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이다. ‘얼죽신’의 시대일수록, 그 본질을 놓치지 않는 시각이 필요하다.
학교에게도 스승이 필요하다 (최성조 지음, 깊은나무 펴냄, 272쪽, 2만 원) 고전 논어를 통해 교육의 본질을 묻는 성찰의 기록이다. 과거로 회귀가 아닌, 고전을 통해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다. 책은 ‘교사’, ‘학생’, ‘교육행정가’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교육공동체 전체를 조망한다. 생성형 AI가 학교생활기록부 문장을 대신 써주는 현실 앞에서도 ‘아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결코 대체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완벽한 교육은 없지만,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교육을 다시 숨 쉬게 한다는 것이 중심 메시지다. 이향인 (라미 카민스키 지음, 최지숙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64쪽, 1만 6,900원) 사람의 성격을 내향인과 외향인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이향인(Otrovert)’이라는 새로운 인간 유형을 제시한다. 이향인은 사람을 싫어하지도, 사회성이 부족하지도 않다. 사고의 출발점이 ‘우리’가 아니라 ‘나’인 사람이다. 모두가 옳다고 할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왜 옳은지 묻는 사람, 타인의 박수보다 자기 기준을 더 신뢰하는 사람을 말한다. 집단주의에 지친 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나답게 살아도 된다’는 위로와 함께, 당당히 삶을 꾸려가는 법을 안내한다. 읽는 교실 (조병영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644쪽, 3만 3,000원) 생성형 AI의 등장과 디지털 기기 의존 심화로 위기에 처한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를 다룬다. 문해력의 가치부터 읽기 발달 과정, 구체적인 교실 활동 및 평가 방안까지를 총 5부에 걸쳐 상세히 안내한다. 특히 어휘력 논란과 독서율 저하 등 현장 고충을 반영해, 유창한 읽기, 어휘 학습, 독해 전략, 다문서 읽기, 교과 읽기, 쓰기 활동 등 실질적 수업전략을 풍부하게 담았다. 성향 기반 중학 진로 로드맵 (진승호 지음, 초록비책공방 펴냄, 264쪽, 1만 9,000원) 대입 개편과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마주한 중학생의 진로설계를 돕는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성적만으로 대학을 가는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하며, 진로설계의 출발점을 아이의 ‘성향’ 파악에 둘 것을 강조한다. 흥미나 유행하는 직업을 쫓는 대신, 학생의 사고방식과 몰입 대상을 분석해 적절한 전공과 입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향 분석부터 진로탐색, 몰입 경험 설계, 구체적 전략 수립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101 에코과학 (정종우 지음, 들녘 펴냄, 336쪽, 1만 9,000원) 통합과학 개편에 발맞춰, 생태학적 관점에서 과학적 원리와 인문학적 소양을 연결한 교양서. 수능 비문학 지문이나 대입 논술 면접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는 생태 분야의 맥락을 꿰뚫는 힘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생명과 생물다양성, 진화와 계통 등 기초 원리부터 기후 위기와 인수공통감염병 등 최신 이슈까지 101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기술이 바꾼 일상의 역사 (연유진 지음, 날 펴냄, 264쪽, 1만 7,500원) 수렵채집 시대부터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기술 혁신이 인류의 먹고사는 문제와 일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추적한다. 농경·화폐·항해술·인쇄술 등 인류 역사의 변곡점이 된 핵심 기술의 파급력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기술이 선사한 풍요를 단순히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면의 그림자를 함께 드러내 균형 있는 이해를 돕는다. 5학년 3반 예쁜 말 도둑 (김연희 지음, 이경석 그림, 지구별아이 펴냄, 148쪽, 1만 6,800원) 아이들에게 ‘말을 고르는 힘’을 길러주는 성장 동화다. 교실에서 사라진 ‘다정한 진심’을 찾는 과정을 통해, 무심코 내뱉은 거친 말이 친구 관계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어그러뜨리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사회정서학습(SEL)을 바탕으로 구성된 열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공감과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법을 안내한다. 각 이야기 뒤에 실린 부록 ‘체포하라! 예쁜 말 도둑’은 나를 지키고 상대를 살리는 구체적인 말 연습을 돕는다. 미야옹 마음 분식점 2: 바다거북 구출 대작전 (주미 지음, 안병현 그림, 지구별아이 펴냄, 112쪽, 1만 4,800원) 친구의 배신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바닷가 마을로 이사 온 주인공 해수가 신비한 분식점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동화다. 주인공의 모험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자기 인식과 자기관리 방법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구성했다. 나아가 바다 쓰레기의 심각성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문제와 같은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도록 안내한다.
또다시 스승의날이다. 화려한 꽃다발보다 칠판에 꾹꾹 눌러쓴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글귀와 아침부터 불어 놓은 풍선에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교사는 아이들에게 상처받고, 아이들에게 감동하며, 교직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 역시 선생님들에게 상처받기도 하지만, 한 마디의 격려와 자신을 알아봐 주고 믿어주는 선생님에게 힘을 얻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를 만나기도 한다. 가수 아이유는 인생의 결정적 터닝포인트로 중학교 체육대회를 꼽았다. 수업 중 장난을 치던 아이유에게 벌로 노래를 시켰던 체육 선생님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축제 무대에 설 기회를 건넸고, 조명과 시선의 황홀함을 느끼며 가수의 꿈을 굳혔다. 스티브 잡스 역시 문제아였던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학습의 재미를 알려준 힐 선생님을 만났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었고, 박찬호 또한 그의 재능을 믿어준 지도자가 있었기에 메이저리그라는 불가능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특별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믿어준 특별한 ‘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브룩스(Robert Brooks)는 아이의 삶을 지탱하는 ‘결정적 타인’을 카리스마틱 어른(Charismatic Adult)이라고 불렀다. 특별한 ‘단 한 사람’, 카리스마틱 어른 카리스마틱 어른은 흔히 떠올리는 카리스마, 즉 강한 리더십이나 사람을 휘어잡는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어른,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심리적 안전기지’가 되어주는 어른을 뜻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거칠고 차가운 현실 속에 놓인 주인공에게 버팀목이 되어 줬던 어른처럼 말이다. 이들은 특별한 능력을 갖춘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만,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다. 그리고 바로 그 관계의 방식이 아이의 삶을 지탱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 조건 없는 긍정적 존중 _ 존재와 행동을 구분하는 태도 인본주의 심리학의 거장 칼 로저스(Carl Rogers)가 평생에 걸쳐 강조한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은 카리스마틱 어른의 가장 핵심이다. 이들은 아이의 성취나 결과, 혹은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지와 상관없이 존재 자체를 온전하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흔히 아이가 잘했을 때는 칭찬하고, 기대에 못 미칠 때는 차가운 눈빛을 보낸다. 말을 잘 듣고, 뭔가를 잘할 때만 인정받으며 자란 아이는 ‘나는 잘해야 괜찮은 사람’이라는 위험한 신념을 형성한다. 이 신념은 실패의 순간마다 자기 비난으로 이어지고, 결국 도전을 회피하게 만든다. 반대로 무조건적 존중을 경험한 아이는 ‘나는 실패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준을 갖게 된다. 이 기준은 실패를 자기 부정이 아닌 경험으로 해석하게 만들고,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즉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형성된다. 실패 이후에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네 편’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경험한 관계 속에서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카리스마틱 어른은 단순히 좋은 어른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방식, 즉 ‘자기 인식 구조(Self-structure)’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결정적인 한 사람이다. ● 정서적 가용성 _ 해결사보다 동반자가 필요한 이유 카리스마틱 어른은 문제를 즉각 해결하려 하기보다, 감정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정서적 가용성(Emotional Availability)이라고 부른다. “그때 기분이 어땠어?”라는 질문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나 대화가 아니라, ‘너의 감정은 이해받을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이다. 정서적 가용성이 높은 어른은 아이의 불편한 감정을 서둘러 교정하거나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을 함께 견디며,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 준다. 이 경험이 반복될 때,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다스리는 법, 즉 정서 조절 능력을 터득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제시하는 완벽한 조언이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해결사’가 아니라, 감정이 지나갈 때까지 함께 머물러 줄 ‘동반자’이다. ● 일관성 _ 예측 가능한 관계의 안정감 아이의 내면을 안정시키는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어른의 태도가 상황에 따라 흔들릴 때 아이는 끊임없이 눈치를 보게 된다. 반대로 일관된 관계 안에서는 긴장을 내려놓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카리스마틱 어른은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언제 만나도 비슷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 예측 가능한 관계는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스스로를 탐색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든다. ● 가능성을 보는 시선 _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 카리스마틱 어른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내면에 잠재된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무조건적 따뜻함만 존재하는 관계는 자칫 방임으로 흐르기 쉽고, 성취에 대한 기대만 앞서는 관계는 숨 막히는 압박으로 작용하지만, 카리스마틱 어른은 이 두 가지를 분리하지 않는다. 받아들이되 포기하지 않고, 기대하되 압박하지 않는다. “넌 할 수 있다”는 말은 단순한 낙관적 격려가 아니다.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보내는 시선이다. 아이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거울삼아 자신을 정의한다. 그리고 그 시선이 반복될 때, 비로소 타인의 평가를 넘어 단단한 자기 인식으로 굳어진다. 결국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아이가 스스로를 믿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자극이 된다. ● 관계의 지속성 _ 반복이 빚어내는 내면의 목소리 카리스마틱 어른의 영향력은 단발적인 사건이나 화려한 언변에서 나오지 않는다. 한 번의 위로는 순간의 감정을 달랠 수 있지만, 반복되는 태도는 자기 인식을 바꾼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군가가 오랫동안 자신을 어떻게 대해왔는지를 내면화(Internalization)한 결과에 가깝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저 사람이 나를 그렇게 본다’는 인식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는 그런 사람이다’라는 믿음으로 바뀐다. 이렇게 형성된 내면의 목소리는, 아이가 홀로 서야 하는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붙잡아 주는 기준이자,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상담가 숀이 윌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라고 끊임없이 반복했던 장면은 내면화를 잘 보여준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말이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 비로소 마음에 닿는 순간, 상처는 ‘이해된 경험’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결국 카리스마틱 어른은 아이의 곁을 떠난 뒤에도 아이의 내면에 남아 스스로를 지탱하게 만드는 ‘관계의 이름’이다. 회복탄력성 _ 무너지지 않게 하는 힘의 정체 회복탄력성은 흔히 ‘멘탈이 강한 사람’으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은 혼자 버티는 고립된 힘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심리적 구조에 가깝다. 회복탄력성을 지탱하는 두 가지 핵심 축은 내가 실수해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과 내가 언제든 돌아가 쉴 수 있는 관계가 존재한다는 안정감이다. 이 두 가지 경험이 쌓일 때,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결국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타고난 강인함으로 버틴 것이 아니라, 무너지려 할 때마다 자신을 붙잡아 준 관계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것은 훈련이 아니라, 교사와 부모가 제공하는 흔들리지 않는 관계 그 자체이다. 회복탄력성은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관계가 남긴 흔적이다. 40년 기록이 말해주는 한 사람의 증거 _ 카우아이 연구 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에미 워너(Emmy Werner) 교수의 카우아이 종단 연구이다. 그는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태어난 아이들 833명을 출생부터 성인기까지 40년간 추적했다. 연구 대상 중 상당수는 빈곤과 가정불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했고, 학교 부적응이나 사회적 부적응을 겪을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약 3분의 1의 아이들이 예상을 깨고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관계를 유지하며, 사회적으로 잘 적응된 삶을 살아갔다. 연구진은 이 아이들을 ‘회복탄력성이 높은 집단’으로 분류한 후, 원인을 탐색했다. 연구진이 발견한 원인은 단순했다. 그들에게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카리스마틱 어른이 있었다. 반드시 부모일 필요는 없었다. 어떤 아이에게는 교사였고, 또 어떤 아이에게는 친척이나 이웃이었으며, 때로는 지역사회 구성원이기도 했다. 이처럼 스트레스 상황에서 개인을 보호하는 요인을 심리학에서는 ‘보호요인’이라고 부른다. 그중 사회적 지지는 가장 강력한 보호요인으로 꼽힌다. 사회적 지지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존재 여부가, 누구냐가 아니라 관계맺음 방식이 더 중요하다.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 때, 우울·불안, 충동적 행동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의 존재이다. 카우아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은 위험 환경이 사라거나 문제가 해결되는 환경의 완벽함이 아니라, 그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관계를 유지해 주는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환경이나 수많은 관계가 아니라, ‘끝까지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단 한 사람이 남긴 것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늘 더 많은 것을 하려고 애쓴다. 더 많이 가르치고, 더 많이 지도하고, 더 많이 책임지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화려한 말이 아니며, 아이를 지탱하는 것 또한 완벽한 환경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의 말을 마음속에 반복해서 새기며 자라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한 아이를 절망에서 건져 올리는 데에는 단 한 사람의 진심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그 한 사람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같은 태도로 그 자리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의날을 맞아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쳤는지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았는가이다. 오늘도 그 ‘단 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카리스마틱 어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한 사람의 세계를 지켜내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때로는 외롭고 버거운 길일지라도, 우리가 건네는 진심 어린 시선 하나가 한 아이의 생애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보호요인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며, 오늘도 단단하게 이 자리를 지켜내 보자.
최근 학교에서는 과거에는 경험하지도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장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이 노력한다. 그러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의지할 멘토를 찾기란 쉽지 않다. 선배 학교장들도 지금과 같은 문제는 처음 경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학교장들은 해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쉽게 답을 얻지 못한다. 결국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현실이 학교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이처럼 오늘날 학교장 자리는 난제를 혼자 끌어안은 채 끙끙 앓아야 하는 힘겨운 자리로 변해가고 있다. 물론 시중에는 성공한 CEO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담은 경영서가 많다. AI 시대와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경영인들에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참고서적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교장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참고할 만한 책이 부재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것은 학교장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함을 의미하기에 학교장에게 독서는 더욱 필요하다. 진정한 독서는 감성을 자극하고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잠들어 있던 사유를 일깨우는 강력한 경험이다. 카프카는 책이란 내 안에 있는 얼음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책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내 안의 얼음 바다를 깨뜨릴 용기를 준다. 진정한 독서는 학교장에게 지식뿐만이 아니라 굳어진 사고와 감성을 깨뜨릴 생각의 전환이라는 선물도 선사한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최근 학교는 소위 ‘듣보잡’ 문제들이 자주 발생하지만, 과거 경험의 유용성과 효용성이 한계를 보인다.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얼어붙은 사고방식과 낡은 관습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처럼 혼돈의 환경에 처한 학교경영을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기법이 절실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독서’와 ‘경영’을 접목한 ‘독서 경영’이다. 독서 경영의 정의와 의의 조영탁 휴넷 대표는 독서 경영을 ‘창조성의 기본이 되는 개인의 독서학습이 조직으로 확산·공유되어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경영 기법의 하나’로 정의한다. 독서 경영은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세계적인 리더들에게 성공과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아 왔다. 독서 경영은 조직 구성원의 독서활동을 단순한 개인의 취미나 복지 프로그램 차원이 아니라, 조직의 경영목표와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설계·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책을 읽게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구성원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높이고, 조직의 소통방식과 일하는 문화를 개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독서 경영과 달리 변화의 주체와 대상을 경영자에게 한정하고자 한다. 경영자 스스로 독서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이를 배움과 성찰의 도구로 실천한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와 차별성을 지닌다. 독서 경영의 사례 ● 워런 버핏의 사례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의 성공 비결이 끊임없는 학습과 독서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혹자는 그를 평생에 걸친 학습기계(learning machine)로 평가한다. 버핏은 일과 시간의 80%를 독서에 투자한다고 알려진 소문난 독서가다. 자신이 하루에 500페이지씩 책을 읽을 때도 있다고 말할 만큼, 독서는 그의 삶에 중요한 축을 이루었다. 버핏은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과 함께 집필한 함께 일하는 방법에서 ‘내 직업은 본질적으로 더 많은 사실과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에 불과하며 간혹 이들이 행동으로 연결되는지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 여러 분야의 지식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다학문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독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과거 한 연설에서는 “산발적인 정보만으로는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지식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폭넓은 분야에서 얻어야 하며, 그래야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했다. ● 우리나라 사례 #01 _ 경영인의 독서 사례 초격차의 저자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끊임없는 독서라고 했듯이 독서는 경영자에게 든든한 길잡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경영자 상당수는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권오현 고문은 연평균 100권가량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다독가로 잘 알려진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은 출판사 ‘반니’를 세울 정도로 책에 관한 애정이 깊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저서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에서 자신의 독서법을 소개할 정도로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02_ 행정에서의 독서 경영 성공 사례 우리나라의 독서 경영 성공 사례로 전라남도 장성군을 들 수 있다. 2004년 전에는 장성군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라남도의 작고 평범한 외진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자치나 학습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성’을 떠올린다. 이는 독서를 바탕으로 한 경영을 도입하고 ‘장성아카데미’를 통해 공무원과 군민 모두가 큰 변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10년에 걸친 지속적인 학습과 교육은 공무원 사회에 경영 마인드를 스며들게 했다. 홍길동 캐릭터 제작과 생가 복원 작업을 통한 군 이미지 브랜드화, 문화 자원을 활용한 선진적인 관광사업, 미래를 내다본 환경 농업의 체질화는 다른 어느 지자체보다 앞선 장성군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독서를 통한 경영 마인드 도입은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2004년에만 장성군에 29개의 공장이 들어왔다. 실질적인 부가가치가 공무원에 의해 창출된 것이다. 규율과 원칙의 틀에 갇혀 있던 공무원들이 이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지식근로자’로 거듭난 것이다. 장성군의 변화 과정은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일 뿐 아니라, 성공적인 지방자치의 모습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학교 조직의 특성과 독서 경영 ● 교사의 마음을 이해하는 학교경영 학교는 다른 조직과 구별되는 여러 특성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특징은 교사를 통해서만 학생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학교장이 학교경영을 할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따라서 학교장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교사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학교경영의 핵심은 교사의 마음을 얻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인문학적 통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도 과학과 동양의 지혜는 다르게 해석한다. 과학이 그것을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한다면, 동양의 지혜는 ‘때가 되어 떨어졌다’는 자연의 섭리로 읽어낸다. 이러한 해석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학교장 역시 겉으로 드러난 교사의 욕구를 넘어 마음속 깊은 열망과 가치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인문학적 사고가 학교경영에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이러한 인문학적 통찰을 기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독서다. ● 인간에 대한 이해 최근 학교에서는 헌팅톤(Samuel P. Huntington)이 언급한 문명의 충돌과 유사한 문화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전후세대와 MZ세대 간의 문화충돌로 나타난다. 전후세대의 수직적 문화와 MZ세대의 수평적 문화, 전후세대의 집단 우선의 문화와 MZ세대의 개인 우선의 문화, 전후세대의 양적·질적 중심의 성실 문화와 MZ세대의 효율성 중심의 열심히 문화, 전후세대의 미래 추구형 승진 문화와 MZ세대의 현재 추구형 워라밸 문화 등이 학교 조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충돌하고 있다.3 특히 공정성에 대한 MZ세대의 높은 민감성은 전후세대에게 큰 거부감을 주고 있다. 학교경영의 핵심은 인간 욕망 간의 거친 충돌과 세대 간 가치관의 부딪침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이다. 즉 인간에 대한 이해다. 교육행정학에서는 전통적으로 학교 조직 속의 인간을 이분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종교적 영향 아래 선한 인간과 악한 인간으로 구분하는 것과 유사하다. 교육행정학에서도 이러한 인간 유형을 바탕으로 X 이론과 Y 이론이 발전해 왔다. 이 이론은 인간을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 학교경영에 적용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교장이 나를 ‘선한 인간’으로 보지 않으면, 나는 당연히 ‘악한 인간’이 되고, ‘성실한 인간’으로 보지 않으면, 곧 ‘게으른 인간’이 되고 만다. 이처럼 이분법적 인간관은 학교경영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학교경영에서는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관이 요구된다.이는 독서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탐구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 패러독스 경영과 독서 경영 _ 질문을 통한 설득의 힘 현재의 학교는 패러독스 경영을 요구한다. 조금이라도 수업을 적게 하려는 교사와 양질의 수업을 기대하는 학부모, 모든 학생을 공평하게 대하려는 교사와 내 자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원하는 학부모, 1시간도 수업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교사와 최대한 수업을 공개하라는 학부모의 기대가 첨예하게 맞선다. 이처럼 학교는 상반된 요구들이 공존하며 긴장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교장은 매일 겪는 패러독스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질문은 창의적 사고의 출발점이며, 창의적인 학교경영 또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학교장에게는 독창적이고 다양한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뉴턴은 수많은 사람이 무심히 지나쳤던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며 ‘왜 떨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결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정립했다. 또한 생명의 위협이 상존하던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서 유대인들은 ‘현금 소지의 불안을 없앨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은행과 수표를 창안했다. 질문이 인류문명과 생활방식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하는 힘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질문하는 능력은 이해를 넘어서는 충실한 독서와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길러진다. 최근 다수의 경영인이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 등을 경영에 적용하는 독서 경영을 도입하고 다수의 성공 사례를 다룬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학교장의 독서도 불확실성의 시대, AI 시대를 헤쳐 나갈 경영 해법을 제시하고 학교의 생존과 성장을 돕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생각을 함께하며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장 혼자만의 독서만으로는 충분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장에게 뜻이 있더라도 함께 실행할 교직원들이 같은 방향과 생각을 갖지 않는다면, 학교는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오히려 끌려가는 형국에 놓일 수 있다. 이제 학교도 책을 매개로 생각을 나누고 비전을 함께 세워 가는 ‘독서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다. 최근 학교장들이 힘들어 명퇴를 많이 한다는 보도를 보면서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 듀프레인이 한 대사가 떠올랐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어쩌면 제일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그렇다. ‘독서 경영’은 경영에 지친 학교장에게 절대 사라지지 않는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서울구룡초가 경쟁을 넘어 공감과 치유의 교육을 실천하는 학교로 주목받고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교육 현장 속에서 학업 성취와 경쟁에 지친 학생과 교사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구룡초는 ‘힐링이 있는 학교, 즐거운 학교’를 비전으로 내걸고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김유진 교장이 있다. 그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도전의 공간이어야 하며, 그 안에서의 작은 경험들이 결국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관계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 배움은 성장으로 완성된다” 김 교장은 학교 운영의 방향을 분명히 한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경험을 하는 것이 어떤 성적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구룡초는 성취 중심의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감·배려·관계 맺기를 교육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그는 “경쟁이 아닌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고, 그 안정감이 배움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구룡초의 대표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형아우 프로젝트’다. 입학 후 1주일간 6학년 학생들은 1학년 신입생의 등교를 맞이하며 손을 잡고 교실까지 안내한다. 급식 도우미, 학교 탐방 스탬프 투어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선배와 후배가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다. 이 과정은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을 느끼던 1학년 학생들은 선배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학교를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고, 선배들 역시 동생을 돌보며 배려와 책임의 가치를 몸으로 익히게 된다. 김 교장은 “배려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아우 프로젝트 … 배려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 이러한 관계 중심 교육은 교실 밖 활동에 머물지 않는다. 구룡초에서는 ‘관계 속에서 형성된 안정감’이 배움의 깊이로 이어지는 수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 따뜻한 북소리 시간’이다. 김 교장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급별로 학생들과 둘러앉아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수업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권위를 내려놓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책을 읽어주는 그의 모습은 학생들에게는 든든한 멘토로, 교사들에게는 새로운 교육적 영감을 준다. 김 교장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키워가는 과정”이라며, “아이들이 편안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배움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수평적이고 따뜻한 독서 문화는 학교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공감 능력과 표현력을 키워가고, 교사들은 그 과정에서 교육의 본질을 다시 체감한다. 한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아이들과 호흡하며 함께하시는 모습을 보며 큰 위로와 힘을 얻는다”며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을 함께 보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전했다. 결국 구룡초의 독서교육은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고, 관계 속에서 생각을 키워가는 교육공동체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음의 월급이 두둑한 학교 … 교사가 행복해야 교육이 살아난다” 구룡초에서 말하는 ‘동행’은 학생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교사 역시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의 중요한 축이다. 김 교장은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며 “교사의 마음이 지치지 않아야 교실에서 진짜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구룡초 교사들은 이곳을 ‘출근하고 싶은 학교’로 꼽는다. 그 비결은 거창한 제도보다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에 있다. 신규교사 부임 100일이 되면 선배교사들은 조촐한 축하 자리를 마련해 진심 어린 격려를 전한다. 낯설고 벅찬 교직생활 초기에 동료의 따뜻한 한마디는 큰 힘이 된다. 김 교장은 “교사는 혼자 성장하는 직업이 아니라 함께 버텨내고 성장하는 존재”라며 “서로를 지지하는 문화가 학교의 지속가능성을 만든다”고 말했다. 스승의날 역시 단순한 표창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전 교직원이 함께 모여 동료의 헌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구룡초 교사들의 따뜻한 문화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진다.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교사 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금을 어려운 환경의 축구부 학생들을 위해 사용한다. 이러한 나눔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 교사의 마음이 학생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이다. 김 교장은 “교사의 마음이 따뜻해야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교육도 따뜻해진다”며 “교직원 간의 신뢰와 연대가 결국 학생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서로를 응원하는 문화 속에서 교사들은 말한다. “이곳은 마음의 월급이 두둑한 학교입니다.” “학교의 문턱은 낮추고, 소통은 깊게” 구룡초의 변화는 교문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는 학부모를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교육의 동반자로 바라보며 소통 방식을 바꾸어가고 있다. 김 교장은 “학교의 문턱은 낮출수록 신뢰는 높아진다”며 “학부모와의 진솔한 소통이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룡초의 소통은 아이들의 첫 등교 날, 입학식에서부터 시작된다. 김 교장은 신입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직접 연수를 진행하며, 학교의 교육철학을 진솔하게 전달한다. “학부모의 불안을 덜어드리는 것이 아이의 학교 적응을 돕는 첫걸음입니다”라며 이러한 진정성 있는 첫 만남은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를 단단히 이어주는 출발점이 된다고 했다. 이후에도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학부모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교육활동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구룡초의 ‘교육과정 설명회’다. 기존의 일방적인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담당교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다. 교사들의 생생한 경험과 고민이 자연스럽게 공유되면서 학부모들은 학교교육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공감하게 된다. 이처럼 진정성 있는 소통은 높은 교육 만족도로 이어지며, 학교와 가정이 함께 아이의 성장을 돕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김 교장은 “학교와 학부모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아이는 가장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 동행을 만드는 것이 학교의 역할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구룡초가 던지는 화두 …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다” 구룡초의 사례는 우리 교육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학교의 변화는 복잡한 프로그램이나 첨단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선후배가 서로를 돌보고, 교사는 보람을 되찾으며, 학부모와 신뢰 속에 소통하는 학교. 그 속에서 학생은 즐겁게 배우고 교사는 가르치는 기쁨을 회복한다. 김유진 교장은 말했다. “교육은 결국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관계가 회복될 때 배움도 함께 살아납니다.” 구룡초가 선택한 길은 거창하지 않지만 분명하다. ‘힐링’과 ‘즐거움’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도 구룡초 교문 안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따뜻한 움직임이 공교육 현장에 어떤 희망의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성(性)적인 언행은 사람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여 인류 보편적 유머 코드로 쓰이기도 한다. 특히 성적인 호기심이 많을 나이인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은 음담패설을 소위 ‘섹드립’으로 많이 소비하기도 한다. 교사는 수업 중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며, 재미있는 예시를 사용하거나, 혹은 신체적 접촉 등으로 학생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이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성적인 함의가 담긴 유머나 행동이 사용되는 일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업이라는 것은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에 그 중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생길 수 있고, 농담으로 했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면 교사의 발언 의도와 무관하게 성희롱으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수업 중 성희롱이 문제 된 사례들을 살펴보자. 성희롱은 어떤 범죄가 되나 흔히 성범죄라 하면 강간이나 강제추행과 같은 신체적 접촉을 동반한 심각한 수준의 범죄를 떠올리거나 혹은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이나 최근 자주 발생하는 딥페이크를 통한 사진 합성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실제 성희롱은 형법상 독립된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수업 중 성희롱은 미성년자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므로,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라는 범죄가 성립된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라고 하여 이를 금지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기 때문이다(「아동복지법」 제17조, 제71조). 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역시도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정의에 위 「아동복지법」 위반을 넣어두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특히 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이므로 교사가 행한 아동학대범죄는 그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된다는 문제도 생긴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결국 교원의 수업 중 성희롱은 범죄가 되며,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 관련된 사례들을 찾아보면 본격적으로 ‘스쿨미투’가 전개된 2018년과 2019년 발생한 일들이 다수 확인된다. 수업 중 성적인 농담이나 발언, 수업자료의 선정 관련 사례 1 2018년 중학교 국어 및 한문 과목을 담당하던 교사가 ① 수업 중 상형문자를 설명하면서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니까 허리가 건강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 ② 수업 중 한 학생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칠판에 남성의 성기 모습을 그리며 ‘야한 생각을 해봐라. 남성의 성기 구조는 발기하면 오줌이 잘 안 나온다’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 ③ 수업 중 가슴과 엉덩이의 윤곽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이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치는 내용의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한 부분이 성희롱 등 성적 학대라는 것으로 기소되었다. 해당 교사는 허리 건강의 중요성이나 남성의 신체에 대한 해부학적 설명을 한 것이고, 자전거 안전사고 예방교육 과정에서 영상이 사용된 것으로 발언의 경위나 취지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제1심법원은 피해자인 학생이 중학교 2학년으로 만 13세에 불과하여 성에 민감한 시기로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나이라는 점, 교사의 언행이 상당한 성적불쾌감과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며 유죄로 인정하고 6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교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게 되었다. 제2심법원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 및 피해아동의 의사·성별·연령과 피해아동의 성적 가치관, 판단 능력, 서로의 관계, 경위, 행위의 내용 등을 고려하여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교사의 발언 당시 학생들의 분위기와 해당 또래 학생들의 성적인 지식, 문제 된 영상의 수위와 전체 학생들의 반응 등을 고려해서 성적 학대로 보기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했다. 이렇게 무죄로 판결하면서도 법원은 해당 교사의 발언과 사용된 영상이 학생들의 성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부적절한 것이라고 수차 언급하였고, 결과적으로 본 사안과 관련된 징계를 피할 수는 없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견책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발언 경위에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고, 그 발언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고 보이며,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흥미 유발이라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점에 따르면 통상적인 교육과정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무죄가 선고되어 다행한 일이겠지만, 제1심과 제2심의 판결이 엇갈렸고, 수사나 재판과 같은 과정에서 오랜 시간 고생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활지도와 학생들과의 농담 과정이 문제 된 사례 2 2019년 고등학교 2학년의 담임이자 정치와 법 과목 담당교사가 ① ‘내가 이전 고등학교에 있을 때 어떤 여자애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생리 때문에 빠진 적이 있어서 너희도 그럴까 봐 못 믿겠다. 너희들도 생리로 조퇴하려면 보건실에 가서 확인증을 받아와라’라고 남학생들이 듣고 있는 상황에서 말한 부분, ② 한 학생의 이름에 성(姓)을 바꿔 부르며 ‘내가 성을 바꿔 불렀으니 내가 너 성희롱한 거네. 성폭행했다’라고 말한 부분, ③ 윤리와 사상 과목을 언급하며 ‘윤리와 사상. 아 윤락과 사상. 사상과 윤락 들어라’라고 말했던 부분이 성희롱 등 성적 학대라는 것으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생리’는 여성의 월경을 의미하는 용어로써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라는 점, 생리통으로 인한 조퇴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는 점, ‘성희롱·성폭력’이라는 단어는 성범죄의 유형을 표현하는 단어로 그 단어를 사용하였다고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농담의 취지에서 이루어진 발언이라는 점, ‘윤락’은 일반적으로 성매매의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인데 그와 같은 단어가 만 16세 또는 만 17세 학생들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교사의 발언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요구되는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경솔하고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평가할 수는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담임교사와 소속 학생 사이의 관계가 좋다 보면 서로 간 농담을 할 수도 있고, 선을 넘는 발언 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 교사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마찬가지로 상당한 시간 고생했을 교사를 생각하면 성적인 내용의 농담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신체접촉, 외모에 대한 평가 관련 사례 3 2019년 고등학교에서 3학년 역사 과목을 담당하던 교사가 ① 동아시아사 수업 중 설명을 위한 재연을 하면서 학생에게 ‘후궁 이리와요’라고 하며 손으로 학생의 왼쪽 팔 부위를 잡고 주물렀다는 부분, ② 수업 중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학생에게 ‘자네는 생각이 어때요’라고 말하며 손으로 왼쪽 팔 부위를 잡고 주무른 부분, ③ 수업 중 학생에게 ‘너는 윗입술을 까뒤집어야겠다’라고 한 부분, ④ ‘귀걸이가 예쁘다. 나는 이런 거를 보면 뜯고 싶은 욕구가 듭니다’라고 한 부분, ⑤ ‘졸업생들이 결혼 주례를 부탁하러 오는데 그때 여자애들이 삐쩍 말라서 온다’라고 하며 학생을 가리키며 ‘이런 애들이 삐쩍 말라서 오기도 하고, 삐쩍 마른 애들이 이렇게 되어서 오기도 한다’라고 한 부분이 문제 되었다. 조금 구체적으로 보면 신체적 접촉 관련 부분은 성적 학대로, 나머지 발언 부분은 정서적 학대로 기소된 것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은 ②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교사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②가 무죄 선고된 이유는 해당 부분 신체접촉 대상이 된 피해학생이 만 18세가 넘은 나이였기에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사건 유죄의 주요 근거는 교사의 과거 발언들이었다. 기소된 발언 이외에도 학생들은 해당 교사가 ‘나는 남성우월주의자이므로, 남학생과 여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더라도 이해하라’, ‘남자는 목욕탕에 들어가게 되면 발기가 되는데, 여자들은 어디가 흥분되냐?’, ‘청바지 광고를 보면 모델이 왜 서양 사람인 줄 아냐. 동양 사람들은 바닥에서 자서 엉덩이가 눌려있고, 서양 애들은 침대에서 누워서 자기 때문에 굴곡이 있다’라는 등의 성적 비하나 성차별적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고 하였다. 신체적 접촉에 대하여 교사는 수업 중 ‘전쟁이 났는데 어떤 왕은 여자부터 챙기더라’라고 예시를 들며 발언과 신체적 접촉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이외에도 여러 번의 신체접촉이 있었고, 굳이 민감하지 않은 부위를 두드리는 방식이 아닌 팔뚝을 감싸 쥐어 끌어당기고, 학생이 순순히 응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며, 학생에게 후궁 배역을 맡기면서 다른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있었던 행위의 경위 등에 비추어 유죄로 판단했다.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 문제가 되었다는 부분에서 앞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과 차이가 있다. 또한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에서 교사들의 발언이 대부분 학급 학생 다수에 대해 한 발언이었던 것에 비하여 이 사건에서는 특정 학생을 지목하여 외모를 평가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교원 보수 규정에서 호봉재획정과 호봉정정은 모두 호봉을 다시 계산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사유와 소급 적용 여부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호봉재획정은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거나 적용되는 호봉획정 방법이 변경되는 경우이며, 호봉재획정일 이후부터 새로운 호봉에 따라 급여를 지급합니다. 반면 호봉정정은 호봉의 획정이나 승급이 잘못된 경우, 잘못된 호봉발령일로 소급해 정정하고 그에 따른 급여도 소급 정산하는 절차입니다. 호봉재획정과 호봉정정의 주요 차이 호봉재획정 1. 근거: 「공무원보수규정」 제9조 2. 사유 1) 새로운 경력 합산: 자격이나 학력, 직명의 변동이 있는 경우 포함 2) 초임호봉 획정 시 반영되지 않았던 경력 입증 자료를 나중에 제출한 경우 3) 휴직·정직·직위해제 중인 자가 복직하는 경우 4) 승급제한기간을 승급기간에 산입하는 경우 5) 해당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호봉획정 방법이 변경된 경우: 법령‧지침 개정, 전직일 3. 시기: 사유가 발생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 4. 처리 절차 1) 호봉재획적 요구 접수(호봉재획정 요구서, 경력합산 신청서, 전력조회 및 증빙자료) 2) NEIS 승급처리 기안 및 결과 시행 3) 승급 발령 통보 및 본인 확인 호봉정정 1. 근거: 공무원보수규정 제18조 2. 대상: 호봉 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자 3. 시기: 호봉 획정 또는 승급의 잘못이 발견된 때 4. 절차 및 방법 1) 당초의 잘못된 호봉 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정 2) 호봉정정에 따른 급여 정산도 호봉 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산 3) 호봉정정 후 다음 승급기간에 산입하는 잔여기간을 계산 4) 호봉정정에 따른 보수는 보수지급일 현재의 소속기관에서 정산 QA Q. 국내연수 휴직 후 복직해 호봉재획정을 할 경우 휴직기간을 호봉 승급기간에 산입할 수 있나요? A.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제11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연수휴직기간은 5할을 경력평정기간으로 인정합니다. 또 「공무원보수규정」 제15조에 따라 연수휴직기간은 승급제한기간에 해당합니다. 다만 연수휴직기간 중 상위 학위를 취득했다면 복직 후 ‘학력 경력’에 의한 호봉재획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위취득에 따른 인사기록 등재 신청과 호봉재획정 신청은 별개입니다. 호봉재획정은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다음 달 1일 자로 반영되므로 복직 후 지체 없이 신청해야 불이익이 없습니다. Q. 징계에 따른 승급제한기간 중에 휴직을 한 경우에는 승급제한기간이 어떻게 되나요? A. 징계에 따른 승급제한기간은 실제 근무한 기간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따라서 승급제한기간 중 휴직을 하게 되면 해당 기간은 산입되지 않고 중단됩니다. 이후 복직해 근무를 재개하는 시점부터 남은 승급제한기간이 다시 진행됩니다. Q. 2월에 정교사 1급 자격증을 받았고 3월 1일 자로 호봉재획정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 3월 중순에야 서류를 제출해 4월 1일 자로 호봉재획정이 됐습니다. 3월 1일 자로 정정할 수 있나요? A. 3월 1일 자로 소급하여 정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공무원보수규정,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에 따르면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는 경우 경력합산을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에 호봉이 재획정된다고 규정돼 있을 뿐 소속기관이 이를 안내할 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법령 미숙지나 학교의 안내 미흡을 사유로 경력 합산 신청 시점을 소급하거나 호봉을 정정할 수는 없습니다. Q. 4월 1일 자 정기승급 대상자를 사무 착오로 7월 1일 자로 발령했을 경우 어떻게 되나요? A. ‘호봉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때에는 잘못된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해 호봉을 정정합니다. 따라서 4월 1일자로 소급해 호봉을 정정하고 4월부터 6월까지 과소 지급된 봉급 및 각종 수당의 차액을 계산하여 소급 지급해야 합니다.
교육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달의 우수성과(Best Practice) 직원’을 시상한다. 이번 시상은 지난 2월 ‘특별성과 포상제도’의 우수사례 선정 과정에서 실무자의 작은 혁신인 ‘소확신(소소하지만 확실한 업무혁신)’ 성과에 대한 격려 필요성 제기로 마련됐다. 교육부는 매월 1~2명의 우수 성과자를 선정해 각 30만 원의 격려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는 현장에서 묵묵히 업무 개선을 위해 노력한 실무 직원의 ‘소확신’ 성과를 보상해 근무 의욕을 높인다는 취지다. 4월의 ‘이달의 우수성과 직원’으로는 대입정책과 오명준(사진)사무관이 선정됐다. 오 사무관은 대입의 ‘농어촌 학생 특별전형’ 자격요건과 관련해 그간 반복되던 불합리한 사례에서 학생의 권리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교육부는 ‘이달의 우수성과 직원’ 선정 제도와 ‘특별성과 포상제도’의 동반 운영을 통해 국민의 불편 사항을 속도감 있게 바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홍순 정책기획관은 “현장의 작은 불편함에 귀 기울여 제도를 바꿔 나가는 실무 직원들이야말로 조직 변화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현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소확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열심히 일한 직원이 합당한 보상을 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