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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맑고 깨끗한 봄날 아침이다. 산 중턱이라 그런지 바람은 아직 차다. 하지만 맑고 신선한 공기는 어디다 담아두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커텐을 열고 창문을 열어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아침마다 30분씩 독서를 한다. 쾌적한 환경 속에서 책을 읽으면 깊이 빠질 수 있다. 이런 아침에 함께 잠시나마 독서삼매(讀書三昧)에 빠졌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의 ‘六.등문공장구하’의 제9장을 읽었다. 제9장은 짧은 질문에 긴대답으로 엮어져 있다. 공도자(公都子)의 질문에 맹자의 대답이다. 질문은 이러했다. “바깥사람들이 모두 선생님께서 변론하기를 좋아하신다고 일컫는데, 어째서 그러한지 감히 묻겠습니다.” 여기에 대한 답변은 내가 읽은 책에는 약10쪽 가량 되는 답변이었다. “내 어찌 변론하기를 좋아하겠는가. 나는 부득이하다....” 여기에서 얻는 교훈이 있다. 우선 맹자의 논리적 언변이다. ‘정치적 혼란을 바로잡으려면 사람들이 바로 처신할 수 있도록 바른 도리를 제시하여야 하며, 사람들이 바른 도리를 실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 마음을 바르게 가지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임금, 주공, 공자 등의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했다. 막힘이 없었다. 논리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설득력도 강했다. 이런 논리적 언변은 우리 선생님들이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 배울 점은 맹자께서는 여러 분들을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다시 요약해서 강조했다. 미괄식을 선택했다. 논술, 심층면접을 잘 하려면 맹자에게서 배워야 할 것 같다. 맹자께서는 공부를 많이 했다. 책을 많이 읽었다. 기초적 지식을 배경으로 삼았다. 이런 배경적 지식이 있었기에 달변가가 될 수 있었고 토론, 토의를 잘 할 수 있었다. 이 장에서 또 하나 배울 점은 어려운 문제가 닥쳤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차분하게 지혜를 발휘해서 해결책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문제가 생기면 먼저 누구 탓인지? 부터 먼저 따진다. 이것은 해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춘추시대에 도덕이 문란해짐으로써 또 다시 크게 혼란했을 때 공자께서는 ‘춘추’를 제작해서 혼란을 극복했다. “공자께서 ‘춘추’를 완성하지자 반란을 일으키는 신하와 부모를 해치는 아들이 두려워하였다.”고 하였다. 또 하나 배울 점은 정도(正道)를 가르치는 점이다. 정도(正道)만 가르쳐야 하고 정도(正道)가 아니면 가르치지도 말고 가지도 않도록 한 점이다. 교육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바른 방향 제시가 교육이다. 방향이 바르면 속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향이 틀리면 속도 때문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서경에 이르기를, 우리 후인들을 돕고 계도해 주시되 모두 정도(正道)로써 하고 결함이 없게 하셨다.” 또 하나 배울 점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한 점이다. ‘춘추’라는 역사책은 역사 속의 인물들의 잘잘못을 평가해 놓았으므로 그들에 대한 평가가 ‘춘추’로 말미암아 영원히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잘잘못이 영원히 드러나게 될 것을 염려해서 조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배울 점은 부모님과 지도자에 대한 존경을 보내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부모님을 무시하고 나라의 지도자를 무시하는 것은 금수와 같다”고 했다. 부모님에게, 왕에게, 선생님에게 존경을 보내는 것은 정한 이치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말이 예사로운 말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배울 점은 인(仁)과 의(義)를 지니는 점이다. 인(仁)은 사랑이다. 덕이다. 사랑과 덕이 교육에 밑바탕이 돼야 하고, 의(義)가 교육의 뿌리가 돼야 한다. 의(義)는 바른 것이다. 정직이다. 성실이다. 진실이다. 신뢰를 저버리면 교육이 바로 서지 못한다. 성숙한 선생님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가 싶다.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은 성공자와 실패자의 길에서 왔다갔다 한다. 누구나 인간이라 처음부터 실패하고자 마음 먹은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다보면 노력을 하여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실패가 무엇인가? 국어사전을 보면 '일이 목적과 반대로 된다'는 뜻이다. 대학에 입학하려고 공부했는데 떨어졌으면 목적과 반대됐기에 '대학입시에 실패했다'고 정의할 수 있다. 전쟁의 목표는 승리이다. 졌다면 탈락하면 목적과 반대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라고 말한다. 실패자가 걸리는 병은 세 가지 병이 있다. 첫째, 불평병을 앓고 있다. 무슨 일을 하던지 실패하는 사람은 대개 불평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이다. 불평하고 불만을 하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숨을 쉴 수가 없다. 항상 감사하고 수용적인 사람은 여유가 생기기에 성공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창조적인 아이디어, 반짝이는 지혜가 떠오르게돼 있다. 둘째는 과소평가병 이다. 실패하는 사람들을 보면 문제는 크게 보고, 자기는 작게 보는 과소평가병에 걸려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문제는 작게 보고 자기는 크게 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비상한 능력이 있다. 경찰이 쫓아 올 때 도적은 높은 담을 뛰어 넘어 도망친 줄 안다. 그러나 쫓는 경찰은 담을 넘지 못 한다. 비상능력의 차이이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이 있다. 실패자는 이 능력을 보지 못 한다. 그리고 자기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셋째는 실패한 사람이 걸리기 쉬운 과거병이다.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고 자꾸만 과거를 본다. 미래 지향적이 아니라 과거 지향적이다. 과거 세계를 지배하였던 국가가 대영 제국이다. 온 세상을 다 식민지화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영국 땅에는 해가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지금도 아프리카에는 영국령이 많다. 뉴질랜드, 호주도 영국령이다. 영국에서 기침을 하면 이 곳에서는 감기가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영국의 힘은 그리 크지 않다. 지금 오히려 온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무서운 나라는 일본이다. 한마디로 영국은 과거 지향적이고 일본은 미래 지향적이다. 최근 경제 침체와 지진 피해로 인해 우경화 바람이 부는 것도 강한 일본을 지향하는 아베정부의 정책이 국민들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책방에 가면 널려 있는 책이 '대영 제국 회고, 대영제국의 흥망 성쇠, 대영제국의 절정에서 생긴 일, 18세기 영국" 이런 종류의 책들이다. 과거 지향적인 제목인데 반해 일본 서점에 몇 번 가서 느끼는 것은 사뭇 영국의 서적과는 다르나는 것은 책의 제목인 '21세기 전망, 일본 제국의 미래, 세계 제패 경영 비결, 100살 시대를 살아가는 7가지 습관, 주도권을 잡는 비결, 21세기 경영 마인드' 등 미래지향적 책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일본과 역사 문제, 영토 문제로 얽힌 것이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당당하게 세계 속에서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진짜 역량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는 이겨낼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다시는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이나 무시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함을 거듭 강조해야 할 것이다.
일찍이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줄기차게 선행학습 금지를 공약으로 내결고 강조했다. 이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근절이라는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의지로 읽혀진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교과 과정을 뛰어넘는 시험·입시 출제 금지'를 강조했다. 참고서가 필요없는 이야기형의 '친절한 교과서'개발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인 '교육공약 5대 실행방안' 실천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단순히 언급에 그치지 않고 평가의 중요성까지 강조한 것을 보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게 분명하다. 이 정책이 성공하여 착근하게 되면 사교육비 걱정은 덜게 될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기대한대로 좋은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이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교과서 내 출제는 이론적으로 백 번 옳은 말이다.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선행학습 부분에서 시험 출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니 과외와 개인지도, 학원 수강도 줄어들 것이다. 교과서도 스토리텔링식 등 참고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충실하게 편찬, 발행할 것을 강조한 것을 보면 적어도 겉으로는 입시문제 해결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현행 교육과정 체제 내에서는 교과서만으로는 공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이 초ㆍ중ㆍ고교생을 막론하고 참고서 없이 혼자 공부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교과서 내 출제가 현실화된다면 공교육 정상화에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론은 그럴듯한데, 현실적 문제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 평가는 가능할 지 모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면 달라진다. 변별력 문제가 야기될 우려가 있다. 항상 교과서 내에서 쉽게 내야 한다는 평가의 대명제하에서도 교과서 밖 지문, 교육과정 외의 문제를 출제하는 것도 바로 이 변별력을 담보하기 위해서이다. 또 현재 세계 교육의 트렌드인 창의성 교육, 영재교육을 따르기 위해서는 교과서 내의 문제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학력의 하향 평준화의 우려도 상존한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대입제도하에서는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대학 선택의 폭이 달라진다. 변별력이 떨어지는 수능은 수험생들이 시험결과를 수긍하지 못해 재수·삼수의 원인이 된다. 교과서 내 출제가 자칫 학생들을 재수의 길로 내모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과 학부모는 입시 고통과 재수비용 부담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내 자녀가 이 경우라면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궁극적으로 ‘선행학습 금지’, '교과서 내 출제', '좋은 교과서 개발'은 교육개혁의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입수능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현실을 외면한 공약과 정책은 공허한 것이다. 다만 대입수능을 포함한 입시개혁은 신중해야 한다. 공약실천의 당위성에 얽매여 속도를 내다가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학교현장은 물론 학생, 학부모, 나아가 전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다. 물론 공약(공약)이 공약(공약)이 되지 않으려면 충실하게 이행돼야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 현실에 적합한가에 대한 정책적, 현실적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 아무리 공약 사항이라 하더라도 우리 현실과 유리된 내용은 당연히 수정돼 입안,집행돼야 할 것이다. 며칠 전 공표된 금학년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계획도 마찬가지이다. 중고교는 예전대로 시행하는데, 초등학교는 45년만에 이 평가를 폐지한 것도 국민적 설득력을 담보하지 못한다. 교육과정은 목표, 내용, 방법, 평가가 부단하게 환류하는 시스템이다. 이 네 바퀴가 원만하게 돌아갈 때 교육과정이라는 수레가 잘 굴러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네 바퀴중 ‘평가’를 제외하고 목표, 내용, 방법만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것은 부실한 교육과정 편성ㆍ운영의 우려가 다분한 것이다. 특히 중ㆍ고교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그대로 시행하는데, 유독 초등학교를 제외한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솔직히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의 문제점은 초등학교보다는 중등학교에서 더욱 빈발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만 이 평가를 제외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처사이다. 차라리 초ㆍ중ㆍ고교 모든 학교급의 평가 폐지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은 아무리 대선 공약이라도 현실적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여 정책을 입안, 집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초ㆍ중ㆍ고교 보통교육 체제가 대학입시에 직결돼 있는 상황에서는 교육정책 개선, 수정 등은 아주 신중해야 한다. 공약 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의 안정적 수행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우리 교육이 더욱 발전하고 학부모들의 신뢰 속에서 교원들이 보람과 자긍심을 갖고 가르치고 학생들이 편안하게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에 출품된 연구보고서들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매우 우수했다. 특히, 현장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 외에도 연구에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한국 교육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느꼈다. 제 57회 전국현장연구대회 심사위원장으로 참가하면서 느꼈던 소감과 더 발전하는 전국현장연구대회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현장연구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좀 더 다가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장연구는 교육실천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현장교사가 수행하는 연구다. 따라서 연구주제, 목적, 연구대상 등 연구의 모든 중심은 ‘현장’이며, 최종적으로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이론중심적인 연구나 검증되지 않은 이론에 근거한 연구들이 많이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현장연구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연구들을 종종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전국현장연구대회의 위상에 걸맞게 보고서의 전반적인 질적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보고서의 전반적인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보고서의 모든 구성요소가 우수해야하지만 형식적인 측면과 연구방법론적인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연구보고서의 기본적인 형식과 작성방법이 있는데 이는 일종의 약속이다. 따라서 보고서 작성의 기본적인 형식과 작성방법들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연구자들은 유념해야 한다. 셋째, 연구보고서의 주제가 창의적이고 현장 친화적이어야 한다. 전국현장연구대회가 거듭될수록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존재하는데 보고서의 주제가 과거 대회와 중복되거나 창의성이 부족한 연구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연구보고서의 주제가 창의적이라는 것은 어려운 주제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럴 듯해 보이는 주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용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현장에서 일반화하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연구는 현장연구로서 적절한 연구라고 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우수한 현장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학생들의 수업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현장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자로서의 윤리와 교육자로서의 윤리 모두를 지켜줄 것을 조심스럽게 당부한다. 교육현장은 교육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교육현장에 대한 실제적인 연구를 통해 이론이 만들어지고 이론을 기반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을 만들기 위한 활동들이 일어나는 곳 역시 교육현장이다. 이와 같이 교육현장에 있는 현장교사들의 연구는 국가 교육 발전의 핵심동력이다. 전국현장연구대회를 통해 우수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연구결과가 일반화돼 우리가 꿈꾸는 교육에 한걸음 더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행동하기에 앞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협력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도록 돕고, 협력하는 것이 결국 우리 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해 학생들의 사회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57회 현장교육연구발표대회에서 특수교육분과 ‘멘토링 STAR를 통한 통합학급 아동의 사회성 신장방안’ 연구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민연식 경기 보라초 수석교사(51․사진)는 학생들이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해 통합‧협력하도록 하는 교육을 고민하다 STAR와 멘토링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게 됐다. STAR은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일단 멈추고(Stop), 생각하며(Think), 생각한 결과를 행동한 뒤(Act), 그 결과를 반성하는 것(Review)으로 이를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을 멘토와 멘티로 묶은 뒤 멘토에게 STAR의 단계에 따라 실천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학생이 비장애 학생에게 학예회 준비를 도와달라고 요청했을 때, 멘토가 되는 비장애 학생이 잠시 멈춰,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또 무엇을 할지를 같이 생각해보고, 준비물을 준비하고 연습 한 뒤, 이를 다시 점검해보는 것이 바로 ‘멘토링 STAR’라는 설명이다. 장애 학생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학생들을 위해 특수교사와 협력수업도 실시했다. 장애우를 알아보는 시간, 미디어활용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장애체험 역할극, 발로 글씨쓰기 등 체험활동을 통해 몸으로 장애우 친구들을 이해하는 프로그램도 부가적으로 적용했다. 특히 ‘멘토봉사 선택권’을 통해 멘토가 자신이 하고 싶은 봉사선택권을 작성한 뒤 멘티가 봉사가 필요하면 선택해 요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장애 학생들이 적극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 부분은 사회성 강화라는 연구목적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그램을 초등 4학년 학생들에게 1년간 적용한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장애 친구와 짝꿍이 돼 같이 앉고 싶다’는 물음에 연구반 학생들은 42.9%가 ‘그렇다’고 답해 비교반 7.1%보다 월등히 높았다. 선입견, 무의식적인 거부가 없어진 것. ‘기회가 된다면 장애학생 집에 가서 함께 놀고 싶다’는 질문에도 연구반 학생들 42.9%)가 ‘그렇다’(비교반 17.9%)고 답했다. 민 교사는 “통합학급의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에 대한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고 보완할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며 “프로그램을 좀 더 가다듬어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유해성 우려는 두려움 때문 수업 경험 공유부터 시작하면 돼 “스마트교육은 대한민국이 세계교육을 향해 던진 화두입니다. 현재로서는 미지의 세계지만 분명히 가야 할 길이며, 먼저 가야 할 길입니다.” 20일 스마트교육학회 초대회장에 선출된 천세영(57·사진) 충남대 교육대학원장은 스마트교육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그는 “교사와 학생이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글자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을 통해 소통할 때 새로운 교육생태계가, 세계 최초의 스마트교육 비전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스마트교육으로 인한 중독이나 전자파의 유해성을 걱정하는 목소리에 대해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유해성 문제는 제기됐다”며 우려는 우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도 함께 한다면 개인마다 기기를 갖게 될 날이 멀지 않아 계층 간 격차로 인한 불평등 문제도 없을 것”이라며 “우려만 하느라 준비하지 않고 혼란을 맞게 되면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큰 비용이 소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스마트교육정책이 현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며 “교육정책 중 참고서가 필요 없는 교과서 완결형 학습체제는 정확하게 스마트교육이 지향하고 있는 디지털 교수학습생태계와 비전을 같이 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꿈과 끼가 살아있는 행복한 학교도 스마트교육생태계가 온·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구축될 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스마트교육에 대한 천 회장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학생과 교사가 모두 프로슈머가 돼 교육콘텐츠를 만들어 협업‧공유하고 재창조해나간다면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콘텐츠산업국가가 될 것”이라며 “스마트교육이 곧 창조경제의 핵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스마트교육의 원동력이 교사에게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학계를 중심으로 한 연구 활동이 미진한데 비해 SNS에서는 이미 교사들이 활발한 실험과 논의로 정보를 공유해 온 것이 스마트교육학회 태동의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선생님들의 열기를 담아 학계와 기업 사회를 망라하는 종합적인 토론과 협업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학회를 발족했다”며 “스마트교육학회는 무거운 학술이론을 논하는 곳이 아니라 매일매일 수업의 경험을 공유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교육이 어려운 것은 기술적인 이유보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천 회장은 교사들에게 우선 학생들과 스마트기기를 통한 소통을 시작해보라고 권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오늘 당장 교실에서 매일 대하는 학생들과 카톡, 블로그, 메신저, 페이스북으로 소통해보세요. 그리고 수업시간의 작은 경험 하나라도 글 한 줄, 사진 한 컷, 소리 한 매듭, 동영상 1분짜리라도 학회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해보세요. 스마트교육은 저기 누가 꼭꼭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오늘 수업시간에 고민한 그 안에 있습니다.”
사회‧ 과학‧ 예체능 100% 반영하기도 일부 주“반영비율 결정권도 교사에” “도대체 기준이 뭐야?” 한국에 살다 처음 독일에 와서 아이 성적표를 받아든 학부모라면 한번쯤 들었을 법한 의문이다. 성적표에 기재된 점수의 평가 기준을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어나 영어, 수학 등 몇몇 주요과목은 정기적으로 시험이라도 보니 추측해 볼 수 있겠지만 나머지 예체능과 사회, 과학 과목은 성적표를 받아들기 전까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필기시험을 보는 주요과목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시험성적대로 성적표에 기입되지 않으니 문제다. 수업태도 점수가 필기시험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독일교사들은 학생과 부모가 아무리 성적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아도 자신의 평가기준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수업태도 점수인 문틀리히(Mndliche Note) 평가권이 교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평가권이 막강하다보니 학기말이 되면 성적에 불만을 갖고 선생님을 찾아가는 학부모도 더러 있다. 그러나 대부분 담당교사로부터 ‘당신 아이의 수업태도가 문제 있다’는 충고만 듣고 돌아오게 된다. 노드라인베스트팔랜 주에 사는 한 11학년생이 인터넷 질의응답 사이트에 성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한 학기 독일어 점수를 공개했다. 1점(최고점)부터 6점(최저점)까지의 독일 점수 체계에서 이 학생은 한 학기 동안 3점과 4점, 두 번의 문틀리히 점수를 받았고 필기시험은 한 반에 한 명도 받기 어려운 1⁺라는 최고점을 받았다. 당장에 아비투어(독일 수능시험) 성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점수가 걱정돼 확인차원에서 질문을 한 것 같았다. 이런 경우 성적표에 이 학생의 점수는 몇 점으로 기록될까. 3점과 4점을 합산해서 평균을 내면 이 학생의 문틀리히 점수는 3.5다. 3.5와 1⁺ 점수를 다시 합산해서 평균을 내보면 2점에서 3점사이의 점수가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성적표에 기입되는 점수는 1⁺가 아닌 3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학생은 분명 지식적으로는 과목을 완벽하게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수업참여를 게을리 했을 수도 있고 다른 학생들과의 협동학습에 비협조적이었다든지 우수한 필기성적에 비해 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생이었을 수도 있다. 노드라인베스트팔렌 주는 학교조례에 “성적은 필기시험과 그 밖의 수업참여 점수를 합산해 평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그 밖의 수업참여 점수’가 바로 학습 참여율, 숙제, 수업시간의 개별과제 해결능력, 사회성, 협동심 등이 모두 포함된 문틀리히 평가다. 독일어와 영어 수학 등 중요과목은 50%의 문틀리히 점수를 최종 점수에 반영하도록 돼 있지만, 사회와 과학, 예체능의 경우 교사마다 문틀리히 반영률이 다르다. 이 과목들은 필기시험이 한 학기에 한 번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문틀리히 점수가 100% 성적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슐리스비히홀슈타인 주도 필기시험과 문틀리히 점수를 4:6에서 2:8까지의 비율로 최종 성적을 계산한다. 필기시험보다 수업태도 점수 반영률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주는 문틀리히 반영률을 구체적으로 학교조례나 학교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교사의 자율에 맡긴다는 사실이다. 교사가 자체적으로 담당 과목의 평가 기준을 정하고 정해진 범위 내에서 필기시험과 문틀리히 점수 비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에서는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도 거의 없지만, 설사 했다고 하더라도 수업을 등한시 할 수 없다. 이처럼 수업태도 점수가 필기시험보다 더 큰 비중으로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물론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가 문틀리히 점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을 때 명확한 근거를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개별적인 평가서를 준비하고 있다. 평가서에는 학과지식, 언어능력, 협동심, 판단력, 창의성, 인내력, 사회성 등의 항목들에 대한 점수가 기재된다.
“수업할 만하네.” 화요일 아침. 1교시 1학년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온 김 선생의 말이다. 평준화 시행 이전에는 결코 들어볼 수 없는 말이다. 김 선생은 평준화 이후, 아이들의 지도가 훨씬 더 수월해 졌다며 만족해했다. 그리고 수업시간 아이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재미있게 털어놓았다. 2013학년도 강원도 고교평준화가 시행된 지 2개월이 돼 간다. 시행 후, 표출된 큰 문제는 없으나 평준화 지역(춘천, 원주, 강릉)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시행 전 우려했던 ‘학부모와 학교’, ‘학생과 선생님’, ‘학교와 학교’ 간 불협화음이 들리기도 한다. 평준화 시행 전,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인지도가 낮았던 일부 고등학교는 평준화 이후 학교의 질이 많이 나아졌다며 평준화 제도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반면, 중학교 내신이 좋은 학생들이 선호했던 고등학교의 경우, 아이들의 심한 학력격차로 지도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평준화 세대(1학년)와 비평준화 세대(2·3학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핵심은 쌍방 모두 피해를 본다고 주장해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양극화 현상은 전 학년이 평준화 세대에 접어드는 2015년에 가서야 비로소 없어지리라 본다. 평준화 이전, 인지도가 거의 없었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 ․ 3학년 학생들은 학교의 모든 학사가 1학년 신입생을 위주로 운영되는 것 같다며 학교의 역차별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리고 수업시간 은연중 1학년과 비교하는 선생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반면 1학년인 경우, 2 ․ 3학년과 차별하여 대접받기를 원해 학년 간 위화감 조성이 우려되고 있다. 기존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여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지명도가 높았던 관내 A 고교와 B 여고의 경우, 평준화 세대인 1학년 때문에 학교 명예가 많이 실추됐다며 교명을 바꿔야 하고 동문회 또한 별도로 운영돼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특히 1학년 후배들의 막무가내식 행동으로 위압감을 받을 때가 있다고 하였다. 교사들 또한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로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질 때가 많다며 나름대로 고충을 토로하였다. 평준화 이후, 학부모의 요구사항도 많아졌다. 이것은 평준화로 학교를 불신하는 학부모의 지나친 관심으로 여겨진다. 학교 측은 학부모의 요구사항이 불만사항으로 되기 전에 학부모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 또한 사실을 아닌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사소한 일을 과대 포장해 평준화 그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4월 초 고교평준화제도 시행에 따른 강원도 교육감의 평준화 지역 현장 실사가 있었으나 이것이 한시적으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평준화가 하루 속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도교육청과 학교 간 지속적인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학부모 또한 자녀가 이미 배정된 학교에 무작정 불평을 털어놓기보다 좋은 안건을 제시해 학교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 급 학교는 아이들의 수준을 탓하고 원망하기에 앞서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생활지도와 맞춤식 학습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학교 방침을 세울 때에도 학년 간 지나친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교사 또한 수업시간 평준화 전(前), 후(後) 세대를 비교해 위화감을 조성하는 언행을 삼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모두 명심해야 하는 것은 평준화 시행에 따른 부작용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다름 아닌 우리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정년연장법’을 통과시켜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번 의결로 교직사회의 관심은 교원정년 환원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정책에 쏠릴 수밖에 없다. 1998년에 단행됐던 교원정년 62세 감축 시행 15년이 지나고 있다. IMF 시절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예산절감, 교원임용적체 해소, 교직사회 활성화라는 목표를 내걸고 교원들을 옥죄었던 것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령교사 1명이 나가면 2.5명의 신규교원을 충원할 수 있다는 경제적 논리는 거짓으로 드러날 정치 논리에 불과했고, 공무원 연기금의 고갈로 인해 지방교육청은 천문학적인 지방채 발행으로 아직까지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고,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둔갑시키며 퇴직교원의 1/3이상이 기간제교사로 재임용되는 등 이중삼중의 재정낭비만 초래했다. 이는 교단황폐화, 공교육붕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근원이었고 그 부작용은 아직까지도 교육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사회구조 변화에 맞춰 이제 냉철하게 교원정년 원상회복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때다. 단순히 교원 사기진작이나 잃어버린 자존심 회복 등 교육계 내부의 욕심 채우기 차원을 넘어 학교교육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작금의 학교는 학교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기간제 교사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문성을 가진 우수교원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예비교원의 수가 상당히 많아 청년실업 문제와 저출산에 따른 교원 수요 감소 경향도 고려해야 하며, 교원의 노령화에 대한 학부모의 입장, 60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일반직공무원과의 형평성 등도 종합적으로 함께 검토돼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미 국회에서는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해 10월 민주통합당 유성엽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육공무원 정년 65세 환원 법안’이 그것이다. 새누리당도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권익 추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일정기간의 충분한 연구와 여론수렴과정을 거치고,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을 합리적으로 거치면서 사회적 공감대 만들어 나가는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서울시의회에서 지난 회기에 처리가 무산됐던 서울혁신학교조례가 제246회 임시회 교육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교총과 서울교총(회장 이준순)을 비롯한 22개 교육․시민사회단체가 25일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폐기를 촉구했다. 교총 등은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의회가 주장하는 혁신학교조례는 특정학교 유형, 운영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해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는 대다수 일반보통학교 학생․학부모의 교육평등권과 대치돼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백복순 한국교총 사무총장은 “혁신학교조례는 초중등교육법 등 상위법에 위배되며, 교육정책결정권자인 교육감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등 법적․행정적 혼란을 초래해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순 서울교총 회장도 “혁신학교는 내부 교육구성원 간의 빈번한 마찰과 갈등, 예산의 비효율적 사용과 방만한 운영, 전보로 인한 일부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의 집합소, 비정규직 노조와 갈등 등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조례 제정을 반대했다. 한편 이날 교육위원회는 조례를 두고 두 시간 넘게 회의를 벌였지만 시의회와 교육청 간의 큰 입장차만 확인한 채 합일점을 찾지 못했다.
“어머니, 염려 마세요. 열심히 할게요. 나도 이제 어린 아이는 아니지 않아요. 이모네에서 못난이 노릇을 해서 어머니 입장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게요”하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불안하고 자신감이 서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우리 현식이는 믿어도 될 거야. 어디 가서라도 무엇인들 못하겠어?” 하고 말씀하시며 현식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꼭 쥐어 주었습니다. 현식이도 어머니의 손을 꼭 쥐어서 ‘염려 마세요’하고 응답을 해드렸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현식을 돌아보며 빙긋이 웃음을 보내셨습니다. 40여분을 달려서 교대역에서 내려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역삼역에서 내렸습니다. 역을 나가 잠시 걸어서 이모네가 사시는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이모네에서는 병준이와 함께 방을 쓰도록 준비를 해주었습니다. 침대를 2층 침대로 만들고, 책상을 나란히 놓아서 둘이서 함께 공부하도록 만들어 두었습니다. 현식이는 책가방을 들어다 자기들의 방이 될 공부방으로 옮겨 두고 어머니는 집에서 가져온 몇 가지 농산물을 내어놓았습니다.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앞으로 이곳에서 생활 할 때 지켜야 할 일들을 이야기햇습니다. “여기서는 놀러 나오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서 밖에 나가서 놀 수가 없단다. 그리고 놀이터에는 노는 아이들은 없어. 모두들 학원으로 가고 과외 공부하느라고 5학년만 되면 저녁 11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오거든 그러니 언제 놀러 나갈 틈이 전혀 없는 거야. 그러니까 이곳에 오면 그리 알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할거야.” 이모의 말씀은 들은 현식이는 ‘이제 정말 죽었구나. 숨이 막혀서 어찌 살라고.....’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밤 11시까지 학원으로 과외 공부방으로 다니다가 밤늦게 돌아와서 잠이나 잘 시간이 있겠어?’ 혼자 생각을 해보지만 가슴이 답답해지기만 합니다. 그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어머니는 오후 4시가 돼서 집으로 가시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제 오늘부터 현식이의 서울 생활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현식이의 손을 잡고서 “현식아, 병준이랑도 잘 지내고, 열심히 해야 돼. 알겠지?” 하고 다짐을 합니다. 이 모습을 본 이모는 웃으시며 “어디 이국 땅에서 이별하는가 보다. 뭘 그렇게 못 잊어서 그 야단이야. 어련히 알아서 하려고 말야. 언니 걱정말고 가요. 내가 있는데 무엇이 그리 걱정이에요”하였지만, 어머니는 현식이가 떠나면서 보인 모습이 너무 마음에 걸려 걱정이 가시지 않습니다. 아파트 입 구까지 따라온 현식에게 손을 흔들며 뒤를 돌아다보고 또 돌아다보시면서 어머니는 지하철 입구를 향해 떠나시고 현식이도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이모가 해준 저녁상은 반찬이 너무 맛있고, 늘 집에서 먹던 것과는 많아 달라서 이것저것 많이 먹었습니다. “이모 반찬이 입에 맞을는지 모르겠구나” 이모가 묻자 현식이는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불룩해진 것을 생각하면서 “너무 맛이 있어서 배가 터질 것 같은데요”했더니, 이모가 깔깔거리면서 “얘, 그렇다고 배가 터지면 큰일이게? 그렇게 맛이 있었어?” 하면서 밥을 더 먹으라고 디밀었지만, 현식이는 손사례를 하면서 밥상에서 물러앉았습니다. 병준이는 밥그릇의 반도 못 비운 채 아직도 수저로 밥을 먹는 것인지 끄적거리고 있는 것인지 밥 먹는 모습이 영 시원찮습니다. 이걸 보고 속이 상하시는지 이모가 “병준아, 형 좀 봐. 벌써 한 그릇 뚝딱 해치웠지 않아. 너도 형처럼 잘 먹어야지. 뭐야 그게. 왜 그렇게 밥 먹는 게 시원찮니?” 하자, 병준은 형을 힐끔 돌아다보면서 “형은 5학년이잖아. 난 아직 형만큼 먹고 싶을 때가 아닌데 뭘?” 하고 투정을 한 뒤에도 한 동안을 드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수저를 놓았습니다. 방으로 돌아온 병준은 학원 가방을 열고 학원 숙제를 하느라고 9시가 넘도록 붙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옆에 형이 있으니 물어 보지도 않고 마냥 자기 혼자서 낑낑거리면서 숙제를 마치고서는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맨 먼저 e-mail을 확인 해보고 나서 인터넷게임으로 들어가서 한참 동안 신나게 스타크레프트게임을 했습니다. 한 번 시작한 게임은 벌써 2 시간이 지나서 11시가 넘었습니다. 현식은 자기 책상에 앉아서 책을 펴놓았으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책을 읽지는 못한 채 책만 펴놓으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11시가 조금 넘어서 이모부가 퇴근을 하셔서 돌아 오셨습니다. 약간 술기운이 있는 듯 비틀거리듯이 들어오시는 소리를 듣고 병준이는 얼른 게임을 끄고 숙제를 하는 사이트로 옮겨 놓았습니다. 이모부는 먼저 아이들의 방으로 와서 문을 열자 현식이 얼른 일어서서 “이모부 이제 오셔요” 하고 인사를 하고 병준이도 따라 인사를 했습니다. 이모부는 두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으응, 현식이가 왔다구? 그래 우리 병준이에게는 든든한 형이 생겨서 좋겠구나. 현식이 병준이 좀 가르쳐 주면서 함께 공부해라. 가끔 너무 게임만 하려고 하면 못하게 말리기도 하고. 알았지?” 하고 당부를 하였습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우리 현식이 믿음직 한데....” 하시고 방을 나서셨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11시 30분이 되자 이모가 물그릇을 가지고 들어오셔서“너무 오래 하지말고 12시가 되기 전에 자야 한다”하고, 자리를 한 번 보살펴 주시고선 나가셨습니다. 현식이 먼저 자리에 들어서 푹신한 침대에 눕자 저절로 잠이 왔습니다. 집에서는 11시가 되기 전에 자리에 드는 경우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벌써 잠이 와서 하품을 몇 번이나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자리에 눕기 바쁘게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왔기 때문에 이틀이나 기다리는 동안에 현식이는 벌써 지쳐버렸습니다. 차라리 학교라도 가는 날이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낼 것인데, 학교에 가지도 않고 병준이는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다니느라고 현식이와 학교에도 함께 가보지 못했습니다. 혼자서 학교에 가보았지만, 교실에 들어갈 수도 없고, 그냥 운동장을 빙빙 돌다가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이모가 함께 학교에 가서 전학 수속을 밟아 놓자고 하셨습니다. 현식이 이모를 따라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전학을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내일 개학하는 날 오라고 하시면서, 그냥 돌려보내 버렸습니다. 헛걸음을 하고 돌아온 현식은 병준이 컴퓨터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이 학교를 찾아보았습니다. 어마어마한 학교 규모도 규모지만 무엇이 그리 많은지 한 동안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그만 입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한 학년이 13개 반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학교가 하고 있는 활동들이며, 자랑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현식은 자기가 다니던 장흥의 학교를 찾아보았습니다. 아담한 학교 모습과 정다운 선생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지만, 이곳 학교와는 너무도 다른 것이었습니다. 지루하여 혼자 보낸 시간이 여간 고역스럽지 않았지만, 이모에게 걱정이 될까 봐서 아무소리 하지 않고 방안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하루해가 저물었습니다. 8월 27일 개학하는 날, 현식은 아침에 이모와 함께 다시 교무실에 가서 전학 절차를 밟아서 5학년 12반에 배치가 됐습니다. 한 교실에 5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빼곡이 들어찬 교실에서 아는 아이는 하나도 없이 새로운 생활이 시작 된 것입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새로 온 아이에게 별로 관심도 보이지 않고, 그저 또 하나가 더 늘었구나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현식은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하는 지 살피면서 하루를 조심스럽게 보냈습니다. 누구 하나 말을 붙이는 사람도 없고 옆에 앉은 짝도 별로 말이 없이 그냥 하루가 지났습니다. 물론 공부도 하지 않는 개학식 날이니까 아이들은 과제물을 내고 방학 동안의 이야기를 했지만 현식은 아직 이곳의 생활에 아는 것이 없어서 눈치만 살피고 앉아 있었습니다. 목요일에 개학을 했기 때문에 금새 토요일이 돌아 왔습니다. 그 동안 현식은 아직 친구도 없고 친구를 사귈만한 생각도 없이 보냈습니다.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은 현식은 이모와 병준이와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제 현식이네 집에서 토요일을 보내기로 한 것입니다. 지하철을 타려는데 누가 등뒤에서 툭 치면서 “야 ! 강현식! 너 어디 가는 거니?” 하고 물었습니다. 현식이 깜짝 놀라 돌아다보니 같은 반의 친구인데 그 얘도 별로 말이 없이 앉아만 있던 아이였습니다. “으응, 넌 어디 가니?” 하자, 그 아이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사실은 우리 집이 일산이거든. 그래서 토요일이면 집에 가는 거야. 너는 집이 어디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식은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난, 일영이야. 지금 이모와 함께 집에 가는 거야”하고 말을 하자, 그 아이는 반갑다는 듯이 “그래? 그럴 것 같았어. 나도 지난 7월 달에 전학을 왔거든. 나 민준식이야. 너는 날 잘 모르겠지만, 새로 전학 온 너를 보고 반가웠어. 나도 며칠 안 다니고 방학을 했으니까 너하고 마찬가지야. 아직 아이들을 몰라. 우리 잘 지내자.” 하고 반가워하였습니다. “응, 그래. 나도 아직 서먹하였거든 잘 됐다”하는 동안에 지하철이 다가왔습니다. 서둘러 차에 오른 두 아이는 금새 정다운 친구처럼 반가운 사이가 됐습니다. 3호선으로 갈아타고 구파발에 이르기까지 이모네 식구보다는 민준식이라는 친구와 이야기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제 전학을 와서 친구가 없던 현식이에게 같은 반의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생겼으니 이 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었습니다. 학교 이야기며 아직 사귀지 못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준식이가 들여 주고 현식이는 물어 보는 식으로 이야기는 계속 됐습니다. 이모는 준식이와 현식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 아이의 이야기 속에서 학교에 대한 현식이의 생각이나 준식이가 처한 위치 등을 알아보려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두 아이는 아직 학교와 학급 아이들에 대해서 비교적 모르는 상태이고 시골에서 전학을 와서 우선 그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정도 밖에 특별한 것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구파발에서 준식과 헤어진 현식이 이모와 나란히 차를 내려서 버스를 타는 곳으로 가면서야 비로소 말을 걸었습니다. “새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아직은 서먹했는데, 일단 한 사람은 알게 돼서 기분이 좋아요. 저 아이도 나처럼 친구가 없다니까 잘 지낼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그거 잘 되었구나. 우선 한 사람이라도 친구가 생겨야 외롭지 않을 거니깐.” 이모는 병준이의 손을 잡고 버스 타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주말 오후라서 버스 타는 곳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현식이가 얼른 달려가서 줄을 섰습니다. 이모는 길가의 슈퍼에 들러서 과일을 사느라고 조금 시간이 걸렸고, 벌써 줄은 2-30명이나 길게 늘어서게 됐습니다 따가운 햇볕에 한 동안 줄을 서 있어서야 버스는 도착을 했고, 자리는커녕 이미 설자리도 없을 만큼 만원이 돼 있었습니다. 뒤에서 밀어붙이는 바람에 억지로 버스에 오른 현식이네는 땀 냄새로 가득 찬 버스 안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 간신히 좌석의 손잡이 하나를 붙잡고 서서 더 이상 밀리지 않으려고 진땀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여기에서 타고나면 앞으로는 더 이상 타는 사람보다는 내리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니까 어떻게든지 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버스에서 내릴 때는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에어컨이 돌아가긴 하지만 너무 사람이 많으니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지 정다운 학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운동장에는 현식이네 반의 친구들이 축구를 하느라고 땀을 흘리고 땅바닥에 뒹굴어서 흙먼지가 범벅이돼 가지고 열심히 볼을 쫓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이라면 이런 모습을 보고 그냥 집으로 들어갈 현식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이모가 오시고 계시더라도 아이들을 불러 손을 흔들어 주거나 아니면 당장 달려가서 한데 어울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현식이는 이 학교의 학생이 아니고, 더구나 이 학교의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 사람입니다. 그래서 본 채 만 채 하면서 도리어 아이들과 눈이 마주칠까 봐 외면을 하게 됐습니다. 아무리 이곳을 떠났어도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지만 그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무어라고 할까 어쩐지 낯부끄러울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현식이가 학교 운동장을 외면하듯 지나치는 모습을 본 이모는 마음 속으로 ‘현식이가 얼마나 이곳을 떠나기 싫어했는지 알만 하구나’하고, 가슴이 아파 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아직 어린 내가 이곳을 떠나 있는 것이 몹시 싫은 모양인데 정말 그렇게 싫으면 앞으로 어떻게 생활을 할지 걱정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현식이에게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인지 염려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학교 담장을 끼고 돌아서 일영역을 지나자 현식이네 집이 바라 보였습니다. 한 기슭을 타고 앉아 들판을 바라보는 현식이네는 집은 비록 현대식 멋진 집이 아닐지라도, 그 위치며 주위의 경치나 주변에 나무들이 너무나도 잘 어울려 어느 별장집에 비교할 수가 없을 만큼 시골 정취가 넘쳐흐르는 집입니다. 집 가까이 이르자 현식이가 뛰어가서 “어머니 ! 저 왔어요 ”하고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뒤란에서 소를 돌보시던 할아버지께서 “우리 현식이가 왔구나!"하시면서 나오시고, 방에서는 할머니께서 문을 활짝 열면서 “아이고, 우리 새끼 왔구나” 하시면서 반가워 하셨습니다. 이모가 사립을 들어서실 때쯤에야 부엌에서 어머니가 나오시면서 “어서 오너라. 너도 왔구나. 아이고, 우리 병준이도 왔네?” 반가이 맞아 주셨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씻었습니다. 수돗물보다야 엄청 시원한 지하수를 끼얹어서 씻고 나니 더위는 저절로 달아나 버린 것 같았습니다. 저녁 시간은 아직 멀었고, 우선 집에서 기른 수박과 참외로 간식을 하고 어른들은 이야기를 나누시는 동안에 현식이는 병준이를 데리고 집 둘레에서 여러 가지 풀, 나무 과일들에 대해서 이름을 가르쳐 주고 함께 만지기도 하면서 돌아다녔습니다. 서울에선 병준이가 가르쳐 주고 시골에 오면 현식이가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산기슭을 뛰어 다니면서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보니 벌써 해가 기울어 가고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온 가족이 현식에게 서울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묻고 또 물으면서, 저녁식사 시간이 한 시간으로 길어 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이틀 동안을 지낸 서울에 대해서 물으니 현식이로서는 할 말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현식이게게 묻는 말을 이모와 병준이가 더 많이 대답을 했습니다. 이튿날은 이모와 병준이를 데리고 장흥 유원지에 가서 풀장에서 물놀이도 하고 구경도 하면서 냈습니다. 마친 이 풀장은 현식이와 같은 반 친구인 정준이네 집에서 운영하고 있어서 정준이와 몇 몇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점심때쯤이 돼서 풀장에서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집에서 기르던 닭을 잡아서 푸짐하게 백숙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맛있게 백숙을 먹고 나서 서둘러 준비를 하고서 출발을 하였습니다. 이제 정말 서울 생활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준식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서며 “현식아, 잘 다녀왔니? 재미있게 놀았어?” 하고 물었습니다. 현식이는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으응, 어제는 장흥 유원지에 가서 풀장에서 신나게 헤엄을 쳤지. 사실 난 아직 수영을 제대로 할 줄 모르거든 그러니깐 난 헤엄을 친 거지 뭐” 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준식이는 그런 현식이가 부럽다는 듯이 “재미있었겠다. 난 친구들도 못 만나고 집에서 그냥 혼자 놀다가 돌아 왔어. 사실은 전학을 오고 나니까 친구들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그러니까 동네에 나가고 싶지도 않은 거야. 나도 서먹서먹하고 말야.” “응 사실 나는 며칠이 되지도 않았잖아. 그런데 친구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데 왠지 그기에 낄 수가 없더라? 그래서 그냥 못 본 채 하고 지나 버렸어.” 현식이의 말을 듣고 준식이는 그럴 거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렇지? 나도 그래서 친구들을 만날 수가 없다니까” 이렇게 두 사람은 똑 같은 감정으로 어제 일요일을 보내고 돌아온 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금새 가장 친한 친구가돼 버렸습니다. 비슷한 처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아이들이 친해지는 것은 시간이나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어느새 단짝이 되어서 화장실까지도 함께 따라 다니는 바늘과 실처럼돼 버렸습니다. 현식이는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를 모를 만큼 정신 없이 하루를 보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준식과 함께 나뭇그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수업시간에도 가끔씩 서로 눈을 맞추면서 보낸 하루이었기 때문에 조금도 지루하지도 않았고, 그냥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만큼 빨리 지나가 버렸습니다. 공부가 끝나고 준식과 현식이는 나란히 학교를 나섰습니다. 서울 시내의 학교들은 대부분이 한 동네를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아파트 단지 중의 한 단지를 기준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올림픽타운아파트 단지 내에 학교가 하나, 은마 아파트에 학교가 하나 이런 식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단지의 아이들이 끼어들 수도 없고 멀리 다른 곳을 알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몇 단지의 몇 동 몇 호 인지만 알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만난 두 사람은 이제 단 둘이서만 만나서 놀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날마다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찾아다니느라고 도저히 얼굴을 볼 시간이 없습니다. 밥 11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오는 아이들과 놀고 싶다고 해서 졸 수 있는 방법이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몹시 난처하고 갈 곳이 없던 준식이가 현식이를 만났으니 여간 기분이 좋은 게 아닙니다. 그래서 현식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 현식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 준 것이었습니다. 무어라고 해도 시골에서 온 현식에게 이곳의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오락실이니, PC 방이니 하는 곳에 가보면 쉽게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준식이가 현식이를 데리고 다니는 곳은 바로 이런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는 곳들이었습니다. 오락실에서 나오니까 벌써 밖은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현식이는 속으로 “아차 ! 이모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하고 생각을 하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난번에 지하철을 탈 때 만난 친구라면 이모도 알고 있으니까 큰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집에 들어서자마자 이모의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현식아 ! 너 지금까지 어딨다가 이제 오니? 도대체 넌 이모 애를 태워 죽일 작정이니 첫날부터 이게 무슨 짓이냐? 아직 길도 잘 모르는 네가 제 시간에 안 와서 얼마나 속을 태웠는지 아니?” 이모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시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현식이는 부끄럽고 무서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병준이가 벌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현식이가 병준이를 바라보자 이모는 벌써 ‘병준이가 학원에 안 가고 웬일이에요?’ 하고 묻고 있는 현식이의 마음을 읽고 대답을 하십니다. “네가 안 와서 학원에 전화를 해서 여태 너를 찾게 한 거야.” 이 말을 들은 현식이는 미안하고 부끄러워 점점 더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날 만났던 친구 준식이 하고 같이 있었어요. 아직 친구도 없는데 둘이 만나서 이야기하고 다니다가 그만 너무 늦었어요.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게요.” 하고 사죄를 하자 이모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니 그럼 전화라도 해주었어야 하지 않니? 너 때문에 얼마나 야단이 난 줄 아니?” 하면서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리셨습니다. 현식이가 이모를 붙잡아 일으켜 드리면서 “이렇게 걱정하실 줄은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친구랑 놀다가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하고 말씀드리고 나서 방으로 들어가 책가방을 내던지듯 하고선 시원하게 샤워를 했습니다. 하루 종일 흘린 땀을 씻어내니 기분도 좋아지고 새로운 각오도 생기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서 방으로 돌아오자 병준이도 금새 따라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현식이는 병준이를 붙들고 “병준아, 미안하다. 그렇게 걱정하실 줄은 모르고 친구하고 놀다가 그만......, 너까지 공부를 못하게 만들었구나. 미안하다.” “괜찮아. 날마다 하는 공부 그 핑계에 하루 쉬어서 좋지 뭐?” 하고 의외로 순순하게 쉰 것이 다행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현식이는 병준이를 붙들고 물었습니다. “너도 학원에 다니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다니고 있구나? 그렇지?” 병준이는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면서 현식이를 바라봅니다. “그래, 넌 어머니,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 주어야 하니까 싫더라도 참고 이겨내야지. 그리고 저녁 늦게까지 오락을 하는 것은 안 돼. 이제 그것 그만해야 돼?” “형, 난 하루 종일 공부, 공부에만 매달려 산단 말이야. 숨이 막혀 그래서 저녁 늦게라도 오락을 하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는 거야. 그것도 못하게 하면 숨이 막혀......” 병준이는 울상이 되어서 현식이를 바라봅니다. 지금까지는 아버지, 어머니가 다른 방에서 주무시니까 늦게 오락을 하더라도 괜찮았지만, 이제 같은 방에서 자는 형이 말린 다면 꼼짝없이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병준의 마음을 모를 현식이가 아닙니다. 병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병준아 ! 염려 말아라. 그러나 밤 12시가 넘도록 오락을 하면 잠이 모자라서 안 되는 거야. 적어도 7시간은 자야 하는데 넌 잠을 잘 시간이 없지 않아? 그래서 걱정을 하는 거야.” “응, 알아. 그렇지만 오락을 하다 보면 시간이 가는 것을 몰라. 그래서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나 봐.” “그게 아니야. 사실은 그렇게 마음이 답답할 때는 운동장 같은 곳에 가서 힘껏 뛰고 달리고 해서 운동을 해버리면 가장 좋은데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 걱정이구나” 현식이 말하자 병준은 눈을 반짝이면서 “형, 그런 우리 아침에 운동장에 나가서 뛰어 볼까? 형하고 같이 나간다면 어머니도 좋아 할 거야”하고 제안을 했습니다. 현식이도 그거 좋을 듯 한 생각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그거 좋겠다. 우리 말씀 드려 가지고 내일부터 아침 일찍 학교 운동장에 나가서 뛰기로 할까?” “좋아. 나 혼자는 안 내보내 주셨거든. 이제는 괜찮을 거야.” 두 아이는 기쁜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에 매달립니다. 이튿날 아침 운동을 마치고 학교에 가서 공부시간에도 아침에 뛰던 생각에 운동장이 늘 내다보이고 달리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식이가 가까이 와서 이야기를 붙이자 현식이는 “어제 미안했어. 너무 늦게까지 놀아서 혼나지 않았니?” 하고 물었더니 준식이는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늦었다고 우리 작은 엄마에게 혼났어. 그래서 네 이야기를 했지. 이제 와서 이곳에 친구도 없고 해서 같이 놀다가 늦었노라고 했더니, 이젠 너하고 놀지 말레더라. 그게 말이 되니?단 한 번 처음으로 만나 놀다가 그런 일인데?” 하고 말했지만, 현식이도 사실 별로 좋은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부턴 같이 어울리더라도 시간이 늦지 않게 헤어지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모와의 약속도 있으니 오늘 또 늦게 들어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학교가 끝나지 바로 집으로 돌아가서 장안에 들어 박혀서 책을 읽다가 컴퓨터에서 오락도 좀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나도 가지 않아서 한 나절이 지나기를 기다리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뒹굴다 책을 읽다 그러다가 다시 컴퓨터에 앉았다를 되풀이 하다가 간신히 저녁 시간이 됐습니다. 병준이는 잠시 들러서 저녁을 먹고서는 다시 학원으로 달려가고 다시 혼자가 됐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많은 돈을 들여서 학원에를 다니는 데 학교만 끝나면 집안에 들어 박혀서 지내기가 보통 힘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이곳에 자기가 살던 고장도 아니고 전학을 와서 이곳이 낯설고 힘드는데 갈 곳도 없으니 이만저만 힘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은 현식이도 준식이도 너무 지루하고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다는 생각이 같았기 때문에 다시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식이가 준식이를 따라 준식이네 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준식이네 집에 들어서려다가 준식이 작은 엄마를 만났습니다. “넌 누구냐? 너 혹시 현식이가 아니냐? 그렇지? 너 때문에 전 번에 그렇게 늦게까지 놀았다는 그 아이지? 너희들 어쩌려고 또 만나서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니? 너는 어머니도 안 계시니? 이 동네에서 학생들이 남의 집에 놀러 다니는 아이가 어디 있는가 한 번 돌아다 봐라. 아마도 너희들밖엔 없을 거다.” “부슨 말인지 모르겠니? 너 어서 가란 말이야. 우리 준식이도 공부해야 하고, 넌 공부 안 하니? 학원도 다니는 곳이 없고?” 잇달아 내뱉는 작은 엄마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식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현식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스위치를 눌렀습니다. 그 때 현식이가 무어라고 소릴 지르면서 문을 꽝 소리가 나게 닫으면서 따라 나오고 있었습니다. “현식아, 미안해! 우리 작은 엄마가 너무 했어. 내가 잘 못했으면 나를 나무라야지 왜 너에게 그런 소릴 하는 거야. 난 기분이 나빠서 견딜 수가 없어”하고 현식이를 따라 나올 생각을 한 것 같았습니다. 현식이는 “준식아 ! 넌 나랑 같이 나가면 안 돼! 그러면 너는 영영 나하고 같이 만날 수 없게 되는 거야. 이제 나는 이 집에 다시는 올 수가 없게 되는 거야. 얼른 들어가. 가서 죄송하다고 빌어. 내가 잘 못한 거니까. 얼른....” 현식은 준식을 밀어 버리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어느새 문은 닫히고 있었습니다. 준식이 재빨리 스위치를 눌렀으나, 문은 이미 다 닫힌 상태가 됐습니다. 현식은 그대로 나서서 집으로 돌아와서 오후 내내 준식이를 생각하면서 자기는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 이모님이라도 아마 그렇게 했을 거야. 다행히 그 집으로 갔으니까 그렇지. 만약 내가 데리고 왔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 졌을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 아닌가? 아마 우리 이모는 더 했을는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하니 준식이에게 미안한 생각뿐이었습니다. 이런 일을 당하고 난 현식이는 이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하는 생각을 접어 두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후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학교 공부가 끝나면 모두들 학원으로 달려가고 없는데 현식이는 갈 곳이 없는 것입니다. 아직 어느 학원에도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 가서 시간을 보낼 곳이 없는 것입니다. 그 오후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현식이는 갖은 궁리를 다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어머니와 이모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모르지만 아직 어디 학원엘 보내려고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니 어느 학원엘 가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없고 특별히 배우고 싶은 것도 없는 처지입니다. 학교 공부가 끝나고 집에 돌아 와서 공부를 하다가 너무 심심해서 밖엘 나가 봐도 어느 한 곳에도 자기와 어울려 놀만한 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어느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어느 유치원이나 놀이방의 아이들이 잠시 나와서 놀다가 가는 정도일 뿐 아이들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는 어린이 놀이터가 이곳입니다. 그래서 현식이는 혼자서 그네에 앉아서 한 동안 그네에 맡긴 채 흔들리다가 더 이상 혼자 놀기가 싫어져서 다시 골목길을 나섰습니다. 어디든지 아이들이 노는 곳이 있겠지 싶어서 찾아보았지만 어느 곳이라고 아이들이 노는 곳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 다니던 현식이 찾은 곳은 지난번에 준식이와 함께 갔었던 오락실이었습니다. 호주머니에 든 몇 천원을 가지고 신나게 오락기의 레버를 움직이고 키보드를 두들기다 보니 어느새 돈이 다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시간은 벌써 어둠이 내린 시각이었습니다. 현식이는 ‘아차, 또 늦었구나. 이거 큰일이 났는데......’ 하고 생각을 하며 집으로 내달렸습니다. 땅거미가 내릴 시각이었지만 서울의 거리는 벌써 가로들불이 환히 비추고 있어서 대낮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집에 들어서기 무섭게 이모는 기다리고 있다가 호령이 떨어졌습니다. “강현식 ! 너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엊그제 다신 그런 짓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하시면서 현식이의 어깨를 붙들고 흔들어 대었습니다. 현식이는 마치 뼈가 없는 연체동물처럼 두 팔이 달랑거리며 흔들리도록 이모에게 몸을 맡긴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현식아, 도대체 무엇이 그리 불만이니? 너 이모에게 뭐 할 말이 있을 거 아니냐? 왜 이렇게 집안에 붙어 있지 못하고 밖에만 나가서 돌아다니는지. 그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냔 말이야.” 하고 물으셨습니다. “..........................” 현식은 고개만 숙이고 아무 대답도 라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가 이모가 어깨를 놓아주면서 “아니 이제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렇게 속을 썩히니? 이러다간 이모가 못 견디겠다. 중학교에 입학하도록까지 어떻게 견디겠어 이렇게 해 가지고 말야.” 속이 상해서 못 견디겠다고 속이 상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셨습니다. 현식이는 “이모, 난 지금 여기 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엇을 모르겠다는 거니? 무얼 알고 싶은데?” “다른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모두 어디론가 가버리고 나는 어디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지 않아요? 아이들처럼 학원에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 놀 수 있는 곳도 없고. 또 무얼 어떻게 하라고 일러 주시는 것도 아니고, 날 더러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요. 나 혼자서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지금 헤매고 있는 거예요. 왜 무얼 어떻게 할 수 있게 해주지도 않는지 나야말로 알 수가 없어요.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요?” 현식이가 말을 하자, 이모는 가만히 현식이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 넌 아직 학원도 등록을 안 했고, 친구도 없고, 여긴 친구가 있다고 친구네 집에 가서 놀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네가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구나. 미안하다. 그래 어머니하고 의논을 해서 결정을 해보자”하고 말씀을 하시면서 현식에게 더 이상 꾸지람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현식은 씻지도 않은 채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혼자 생각에 잠겨 봅니다. ‘이제 학원에를 다녀야 할텐데, 과연 무슨 학원에를 보내 달라고 할까? 컴퓨터 학원? 태권도 학원? 음악학원은 취미가 없어서 안 될 것 같은데 무어 할만한 것이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심각한 수준의 청년실업, 중소기업의 인력난, 허리가 휘는 사교육비지출, 저소득층의 교육복지 등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직업교육 활성화에서 찾고자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대를 고등단계 직업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육성하는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 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 하나가 전문대에만 제한된 수업연한을 다양화해 직업교육의 수준을 시대의 요구에 합당하게 끌어 올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가 왜 절대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해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산업구조에 따른 직업의 변화다. 1979년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전문대 제도가 도입될 당시와 지금 지식사회의 직업세계는 너무도 다르다. 과거의 직업은 비교적 단순하며 기능 위주였지만,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직업의 세계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으며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의 수준이 더욱 높아가고 있다. 교육법에서 전문대의 교육목적은 ‘전문직업인’ 양성으로 명시돼 있다. 따라서 산업수요에 맞는 인재양성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제한된 수업연한 제도가 반드시 개선돼야만 한다. 둘째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환경 변화다. 전문대가 시작됐던 1979년의 교육환경은 지금과 매우 다르다. 당시에 4년제 대학은 극소수였으며 전문대가 초급대학의 역할을 담당했다. 4년제 대학은 모두 학술중심의 대학이었고 전문대는 간호 및 공학교육을 중심으로 한 직업중심대학으로 역할분담이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고졸자의 70% 이상이 대학을 진학하는 고등교육보편화 시대를 맞고 있어 초급대학의 필요성도 없어진지 오래다. 또한 대학진학의 목적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취업을 위한 실용교육을 받는 것으로 변모했다. 이러다 보니 4년제 대학들도 전문대학의 실용학과들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안경광학, 피부미용, 애완동물 등은 과거에는 전문대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학과들이다. 이렇게 일반대와 전문대의 교육영역 구분이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전문대만 수업연한을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의 논리에서도 맞지 않다. 셋째는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의 세계화다. 해외의 대부분 국가들에서는 이미 전문대(Non-University)로 분류되는 대학들이 대학원까지 직업교육을 다양한 수준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 자국의 우수한 산업인재양성 뿐만 아니라 많은 유학생 유치에도 성공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 학생들이 놀라운 경제발전을 보며 직업교육을 위한 유학을 많이 희망하고 있지만, 수업연한의 규제로 인해 우리 전문대학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요즘 한식을 비롯한 한류 문화의 세계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한류문화에 대한 교육과 연구는 그동안 전문대에서 지속적으로 해왔다. 많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사, 패션 디자이너, 연예인 등을 전문대에서 배출했다. 지속적으로 한류문화를 세계에 확산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학업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를 전문대가 무작정 4년제 대학이 되려는 것이라는 오해와 대학구조조정에 역행한다는 점 그리고 과연 전문대에서 4년제 학사학위를 위한 교육을 충실히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우려일 뿐이다. 전문대는 철저히 4년제 일반대와 차별화된 직업교육을 행할 것이다. 이미 색깔 없는 4년의 교육은 실업자 양산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구조조정은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와 별개의 문제이며, 지금의 전문대학 입학정원을 수업연한에 맞게 줄이면 대학정원이 늘어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아울러 전문대의 교육역량을 의심할 필요는 더욱 없다. 이미 전문대 교원의 자격이 일반대 교원과 법적으로 단일화 돼 있다. 그리고 전문대도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많은 수의 학사를 배출한 경험이 있으며, 간호 분야에서는 정규 4년제 학과를 정상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 전문대의 수업연한 다양화는 때 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속히 법제화가 이뤄져 전문대에서 수학하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하며, 아울러 전문대가 일반 4년제 대학과 차별화된 고등단계 직업교육의 중심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요즘 기간제 교사의 채용이 늘어나면서 일선 학교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왜 이러나 할 정도로 가득이나 위축된 교사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일이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교사의 일시적인 결원으로 인해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육아휴직, 질병, 연수 등 다양한 휴직교사가 늘면서 기간제 교사들의 크고 작은 교단의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기간제 교사들의 문제가 전체 교원의 자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간제 교사 채용과 관리제도를 정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간제 교사도 엄연한 교사임에도 우리 학교사회는 정규교사와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인식부터가 문제이다. 특히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까지도 기간제 교사를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매년 학년초나 학기초가 되면 관리자들의 최대 고민이 ‘기간제 교사 배치를 어느 학년, 어느 학급에 배치할 것인가.’이다.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라는 사실을 굳이 밝히지 않지만, 학부모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이들을 찾아내어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싫어하는 것이다. 왜 우리 아이의 교사가 ‘기간제’여야 하는 볼멘소리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규 교원 수는 2010년 39만3009명에서 2012년 39만3072명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같은 기간 기간제 교원 수는 2만5806명에서 3만9974명으로 54.9%나 늘었다. 이는 육아 휴직 교사가 많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규 교사 중 육아 휴직자는 2010년 2만5806명에서 2012년엔 3만9974명으로 증가했다. 또 지난해부터 중학교를 중심으로 복수담임제를 시행하면서 늘어난 담임 수요를 기간제 교사가 채우고 있다. 작년 기준 전체 기간제 교사의 45.9%가 담임을 맡았다. 전체 담임교사 가운데 기간제 교사의 비율은 7.6%다. 여기에 2009년 이후 학교가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바뀌면서 각 학교에서 전문교과를 가르칠 교사가 필요해 기간제 교사 채용이 늘어나게 됐다. 문제는 늘어나는 기간제 교사에 대한 채용과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중등의 경우와는 달리 초등의 경우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학기초에는 다소 많은 교사자원 중에서 채용이 가능하지만 2학기부터는 교육수요자가 원하는 젊고 유능한 교사는 눈을 씻고도 찾은 수 없다. 그래서 농산어촌은 정년을 넘기 65세까지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기간제 교사 개개인에 대한 과거 교육이력의 검증 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근무경력만으로 교사의 인성이나 특성은 전혀 평가의 잣대를 델 수 없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또한 한시적으로 특정 학년이나 교과를 맡아줄 교사들 찾다보니 꼼꼼한 검증 절차를 거치기 어렵다. 현행 기간제 교사 채용 절차는 지역교육청에 구직사이트에 일정기간 공고를 하고, 학교에서 심의위원을 조직해 1차로 서류검토 후 복수의 수업시연을 거쳐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하게 되어있다. 나름대로 학교의 채용절차도 그리 녹록치는 않아 업무 담당자인 교감선생의불만도 없지 않지만 채용의 공정성은 어느 정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채용 이후의 관리다. 기간제란 이유로 학교나 학년업무 등의 거부는 물론 책임감까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신규교사들은 그런대로 열심히 배우려고 하지만 경력교사들은 다르다. 걸핏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 등등의 이유로 정규교사들과의 마찰도 없지 않다. 이번에 각종 문제나 사건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신규교사보다는 경력교사들이다. 세상이 바뀌고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의 관행적인 학생지도로 일어나 일들이다. 따라서 기간제 교사의 구조적인 이력관리가 필요하다. 단지 자격증만 가지고 있다고 서류심사에 통과하는 것보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교육과정, 교수방법, 연수실적 등을 서류심사 항목에 추가해 항시 기간제교사로 자질을 평가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조건이 약간 불리하다고 금방 그만두면 된다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은 한 기간제교사의 문제는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즉 기간교사도 정규교사와 못지않은 이력관리의 평가요목을 체계화해야 부적격 교사들이 다시는 교단에 설수 없게 해야 한다. 그리고 우수한 스펙을 가진 교사를 우선 채용하는 제도의 보완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기간제 교사가 정규교사에 준하는 각종수당과 성과상여금까지 지급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사명감이나 책임의식도 정규교사와 같은 수준으로 함께 높여야 한다. 이젠 기간제 교사가 단지 땜질식 학교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라는 인식에서벗어나, 이들의 채용제도와 이력관리의 획기적인 개선으로 우리 교육의 든든한 새로운 동반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 신분에 준하는 만큼 이들 스스로도 교사로서 지녀야할 사명감과 탄탄한 책임의식도 함께 가져야 하는 것이다.
지난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었다. 국제연합의 유네스코(UNESCO)가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즉 세계 책의 날이다. 흔히 생각하는 독서의 계절 가을이 아니라 4월에 책의 날을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4월 23일은 원래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축제일인 '성(聖) 조지의 날(St. George's Day)’에서 유래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래 전부터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며 유네스코는 독서 출판을 장려하고 저작권 제도를 통하여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는 국제적인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책과 저작권 같은 개념이 자칫 남의 일, 여유 있는 자들의 관심사라고 넘겨버리기에는 지금 우리 사회의 정신풍토, 지적수준의 현실은 암담하다. 인성의 황폐로 말미암은 여러 문제가 끊임없이 사회를 거칠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사회적 비행과 일탈 등이 메마른 정신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날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갖가지 책은 쏟아져 나오지만 출판시장은 빙하기에 접어든지 이미 오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는 지역서점, 공들여 펴낸 저작물은 외면당하는 총체적인 출판풍토의 부실, 허약함은 우리 사회 건강지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최근 10년 주기로 동네서점이 10% 정도씩 줄어들고 있다. 국민들의 독서율도 급감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OECD 국가 중 가장 책을 안 읽는 국민이라는 삭막한 통계도 있다. 문을 닫는 출판사도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에 그저 씁쓸할 뿐이다. 학생들에게 ‘책이 지식의 보고이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다.’라는 진부한 이야기가 외면당한지 이미 오래됐다. 분명 독서를 하지 않고 미래를 밝힐 수 없음이 자명한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그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발명한 창의적인 산물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곧 책이 아닌가 한다. 그 어느 동물도 책을 발명하지는 못했다. 책이야말로 인간의 지식, 역사, 교양, 지성 등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보고인 것이다. 책이 가져오는 창조적, 산업적, 정책적, 국내외적 차원의 다양한 부가가치를 증진함에 있어 개인적 독서행위로부터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배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이즈음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서서히 확산되면서 책을 통한 사회순화, 심성계발 그리고 힘들고 지친 심신에 가져오는 힐링(healing), 즉 치유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인정이 메말라가는 이 시대, 마음의 여유와 정신적 안식을 가져올 매체는 무엇인가? 그 중심에 책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출판대국으로 꼽히면서도 실제 국민독서량에 있어서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40여 년 전 출간된 우리나라 입시용 참고서가 전 세계 역대 베스트셀러 40위권에 포함되는 등 참고서와 학습지가 출판량의 거의 대부분을 점하는 기형적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돼야 하는지 착잡할 뿐이다. 세계 책의 날을 외국에서 제정한 그저 그런 기념일로 넘겨버리기에 앞서 독서 생활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독서를 통한 마음의 안정과 치유, 그리고 책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해야 한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각종 행정, 세제상 혜택을 통한 출판 활성화 입법, 고사상태에 빠진 오프라인 서점, 동네 서점들의 회생을 위한 조치, 독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생활밀착형 지원책은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책을 멀리하는 사회의 어두운 미래를 이대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 혹자는 세계화 시대, 디지털 시대에 진부한 종이책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먼 훗날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속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아주 단견이고 짧은 생각이다. 책은 인간의 역사와 수명을 같이 한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전자책과 SNS 등 다양한 전자 매체도 많지만, 이는 간편하기는 해도 종이책이 갖는 장점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종이책과 전자책, 전마 매체 등이 상호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재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주역인 될 동량들이 학문을 탐구하는 대학 도서관에서 인문학 서적은 외면당하고 있다. 책을 일거나 대출받는 학생들에게 각종 상품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학 도서관이 증가하고 있어서 안타깝기만하다. 고작 대출받고 독서하는 책이 강좌에 관련된 책이 대부분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과제와 시험을 대비해 고작 대출과 독서를 하는 우리 대학의 현주소와 대학생들의 독서 실태를 우리 모두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너나없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전자책(e-book)도 있지만 무릇 종이책을 읽어야 한다. 전자책도 좋지만, 아무래도 종이책을 읽어야 숙고와 성찰을 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독서의 국민적 재부흥을 기대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 삭막한 이 시대 국민 모두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매체는 곧 책이고 독서이다. 가정에서의 부모와 모녀가 함께하는 독서, 학교에서의 사제동행 독서가 생활화, 일상화돼야 한다. 한국의 국민적 독서 르네상스의 시작은 나로 이 시각, 바로 나부터라는 점을 명심하고, 실천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과목별 10여종 다 봐야 하나? “핵심 목표만 뽑아 가르쳐라” 이미 너무‘친절한 교과서’? “스토리텔링은 창의‧인성교육” 내년에 교과서 또 바뀐다? “성취 기준‧ 목표 개발하겠다” “교과서 외에는 절대로 (시험에) 출제하지 않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서 한 말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교과서가 한두 개가 아닌데 그럼 모든 교과서를 봐야 하냐는 것이다. 검‧인정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교과서는 과목당 10여 종이 넘는다. 이걸 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으니 ‘교과서 종합반’이라도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교과서가 너무 간단해 전과 등 참고서를 보지 않으면 알아듣기도 어렵다.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충실하고 친절한 교과서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것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지금도 교과서는 학생활동 위주로 과제가 3~4개가 붙어 있어 이미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설명이다. 창의적 활동을 오히려 ‘친절한 교과서’가 막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육부가 내년 2월까지 새 교과서모형을 만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보급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내년에 또 교과서를 바꾸는 것이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과서 내라는 의미는 ‘교육과정 내’ 출제로, 대선공약과 업무보고에서 밝힌 선행학습 금지와 같은 뜻이라고 설명했다. ‘친절한 교과서’로 내년에 당장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개발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현장 보급은 자유학기제, 성취평가제가 고교까지 완성되는 2016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것은 교육정책이 크게 변화될 것 같은데, 어느 것 하나 구체적으로 뚜렷하지 않아 궁금증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지난 정부에 익숙해진 탓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교육정책은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 놓거나 지금까지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정책 밑그림을 그린 곽병선 전 인수위간사는 잘라 말했다. 지난 18일 곽 전 간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친절한 교과서로 요약되는 교과서완결학습체제와 교육과정, 성취평가제와 자유학기제, 대학입시제까지 모두 연결 지어 봐야 한다”면서 “그 정점에서 정책을 완성시키고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는 교사가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 곽병선 전 인수위 교육분과 간사 "교육과정을 중심에 놓고교과서, 학교시험, 수능 등 모든 평가는역량중심으로바뀌어야 한다. 선생님 눈 밖에 났다가는앞길 막힌다 할 정도로 '학생부'가 중요해 질 것. 교원평가도 이 시스템에 맞춰질 것이다.” - 미국 교과서를 보면 굉장히 두껍다. 사회라면 지도와 관련 지리 정보, 문제집 등까지 포함하고 있다. ‘친절한 교과서’는 그런 의미인가. “맞다. 교과서에 참고서 기능까지 담긴 것으로 보면 된다. 초등 1, 2학년을 대상으로 도입한 스토리텔링 수학교과서나 작년에 개발한 인성교과서가 그 예다. 스토리텔링은 학생들에게 보다 더 설득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며, 내 모습과 같다는 일체감을 교과 수업 속에서도 배우고 소통할 수 있다.” - 교사들은 교과서를 다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꺼워 지면 더 부담이 커질 텐데. 교과서가 국정 하나인 것도 아닌데. “교과서에 있는 것을 다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친절한 교과서라는 것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다는 것이지 시시콜콜 전부 가르치라는 것이 아니다. 교과서 개발은 교육과정 개편이라기보다는 중2 수학이라면, 가르쳐야할 기준이 무엇인지를 설정하겠다는 거다. 교과목의 기본이 되는 핵심역량을 뽑아 주고, 성취목표를 중심으로 취사선택해 가르치라는 것이다.” - 교과서를 재구성하라는 뜻인가. “그렇다. 교사가 교과서를 재구성해 가르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다. 양성부터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연수도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그러려면 평가도 바뀌어야 한다. 수업을 핵심역량 중심으로 했으니 평가도 그렇게 해야 한다. 자잘한 지필위주 평가를 하지 말라는 거다.” - 중1부터 성취평가제를 시작했지만, 의식이 그대로다. 자유학기에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이냐는 등 평가에 대한 말도 많다. “자유학기제만 따로 보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다. 큰 방향을 봐야 한다. 박근혜정부 교육공약 38개 중에 자유학기제를 포함해 인성교육, 학교체육 강화, 수업부담 경감, 공교육정상화특별법 등 공교육 관련이 10개가 넘는다. 그 중에 하나일 뿐이다. 지금 중학생들이 대학갈 때는 입시제도와 평가체제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자유학기제에 열심히 참여한 학생이 혜택을 받으면 받았지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부를 믿어 주면 좋겠다.” - 수능 최저학력 기준 설정도 포함된다는 것인가. “그렇다. 수능도 핵심역량 중심으로 갈 거다. 현재의 수능 시험은 지필검사다. 그런 교육으로는 꿈과 끼를 지닌 인재를 기르거나 창의력과 상상력이 넘치는 인간을 기르기 어렵다. 공교육 정상화는 교육과정을 중심에 놓고 교과서, 학교시험, 수능 등이 일관되게 가야 한다. 고교에서 학생들이 교과서 안 보고 수능교재 풀지 않나.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선생님 눈 밖에 났다가는 내 앞길이 막힌다고 할 정도로 고교 학력관리 제도를 바꿔야 한다. 대입제도를 그렇게 바꾸자는 의미에서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이라는 공약이 나온 것이다. 고교만이 아니라 대학에도 분명히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법안이 만들어질 것이다. 3~4년 치밀하게 준비해 대입제도를 완전히 바꿔놓고 인계했으면 좋겠다.” - 교사의 평가권이 강화된다는 의미인가. “당연하다. 미국도 그렇고 특히 교사의 평가권이 강한 독일에서는 학교성적(내신)을 기록한 학교생활기록부를 가장 중시한다. 그것을 만드는 것이 선생님이다. 우리나라는 온정주의 때문에 점수를 올려주고 부풀리고 하지만, 교육부가 핵심 성취기준 정비를 할 것이다. 국어교사들이 ‘수’를 확정 받는 학생들이 갖춰야 할 능력은 이런 것이라고 정하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불협화음도 있겠지만 긴 호흡을 갖고 공정성을 갖도록 합의해 나가야 한다. 적어도 교사가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평가하면, 대학이 그것을 믿고 데려갈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교원평가도 이 시스템에 맞춰질 것이다.” - 입학사정관제 폐지 논란도 있었는데. “입학사정관제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부 기록을 표절하거나 엉터리로 작성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교사, 교장은 교사 자격뿐 아니라 교육계에 있을 자격도 없다. 교육은 정직을 가르치는 것이고, 정직은 인성교육의 기본이다. 추격형 교육에 급급해선 안 된다. 언제까지 모방만 할 건가. 이젠 선도형 교육으로 가야한다. 선생님들이 움직이면 할 수 있다. 100년 후 한국을 내다보고 준비하자는 것이다.”
서울형혁신학교의 교장·교감 애환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모든 것을 교사회에서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대부분의 혁신학교에서 교장·교감이 설 자리는 없었다. 예산·인사 등 모든 학교운영권한은 뺏긴 채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기만을 강요받고, 행여 교사회의 결정에 반대하면 각종 회유와 협박이 뒤따른다. 혁신학교 A고 교장은 스트레스로 지병이 악화돼 1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병원 신세를 지다 결국 명예퇴직 했다. B, C 혁신학교에서도 교장의 명퇴가 이어졌다. 심지어 올해 초 D혁신학교 교장이 별세하자 혁신학교에 와서 극심한 스트레스만 받다가 떠났다는 소문이 흉흉하게 나돌았다. 학교 내 갈등으로 마음고생을 하던 한 혁신학교 교장은 “아파트 꼭대기에서 떨어지고 싶은 심정”이라며 “내가 명퇴해도 전혀 바뀌지 않을 집단”이라고 토로했을 정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행정실장도 마찬가지다. 교사회의 불합리한 계약 강요에 시달리던 E 혁신학교 행정실장의 한 마디는 오죽하면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차라리 징계를 받아서라도 일반 학교로 가고 싶다.” 민주노총 산하 비정규직노조 분회 결성 교육청 지침 넘어선 근로계약일수 요구 전 교원에 “노조 축하”메시지 전송도 서울형 혁신학교의 총제적인 난국을 보여준다는 F 혁신학교. 교장이 부임한 지 6개월 만에 못 견디고 명예퇴직을 했다. 신설학교인데다 영양교사 한 명을 제외하고 전교조 100%인 이 학교는 의전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개교식이 늦어져 시교육청이 학교를 방문, 조율했을 만큼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다. 예산·인사 학교 운영에 관련된 모든 사항은 역시 교사회인 ‘다모임’에서 결정됐고, 다모임의 결정이라면 법과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을 어기는 일도 교장에게 강요하기 일쑤였다. 가장 대표적 사건은 다모임이 학교회계직 10명을 민주노총에 가입하도록 해 비정규직노조분회를 결성하고, 이들의 계약문제까지 관여하고 나선 것. 아예 비정규직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도 뒀다. 학교회계직 근로계약 시 근로계약일수를 시교육청 지침보다 25일 상향해 체결하고(275일을 300일로, 255일을 280일로), 이에 수반되는 인건비, 법정부담금 등 추가 예산은 혁신학교 예산으로 지급하는 안을 작성해 계약체결을 요구했다. 다모임은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사항을 담은 F 혁신학교 인사관리규정까지 만들었다. 인사관리규정에 따르면 학교회계직 근무시간을 교원과 동일하게 8시40분부터 오후 4시 40분으로 명시했다. 8시간 근무이므로, 휴게시간까지 근로시간에 포함시킨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는 근로시간이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도록 되어 있는데 이 규정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이는 타 학교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근무시간 조정으로 오후 4시 40분부터는 초가근무수당이 발생해 추가 예산 확보까지 필요했다. 유급병가일수도 다른 학교는 통상 10일 정도지만, 연간 60일 이내로 정했다. 다모임의 요구로 법 위반과 추가 예산 부담까지 안아야 하는 학교 입장은 난감했다. 시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질의를 통해 혁신학교 예산을 학교회계직원의 복지차원 인건비 집행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절하며, 유급병가·휴게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 등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교육활동이 아닌 정책 문제로 인한 학교 내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민주노총 관계자까지 가세 “학교와 단체교섭하겠다” 경고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 학교도 비정규직 노조분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모두 축하해주세요.” F 혁신학교의 한 교사가 민주노총 산하 F 혁신학교 노조분회가 결성된 후 전교직원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라지. 이 학교 ‘노조’ 문제는 계속됐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설명하기에 지면이 부족할 정도야. 결국 문제는 터졌지. 초등돌봄 전담강사 근무시간(통상 12시~오후 9시)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근로계약을 잘못 체결해 결국 학교에서 필요한 야간 돌봄교실을 운영할 수 없게 된 거야. 이 채용계약서도 다모임이 결정한 것이었지. 이 학교 교감이 근무시간 조정을 요구하다가 민주노총 관계자의 방문까지 받게 됐는데 이 관계자가 학교와 단체교섭을 하겠다고 경고하고 가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어. 학부모가 원한 ‘전교조 탈퇴’ 교사 재초빙 못하도록 교장실 앞 점거도 인사권 침해는 G 혁신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어. 교장 발령이 나 학교에 갔더니 전교조 교사들이 부장교사를 다 임명한 후 업무분장도 짜놓고 도장을 찍으라고 하더래. H 혁신학교는 학부모의 요청으로 5년 임기가 만료된 토의·토론 담당 교사를 재 초빙하려다 학교가 아수라장이 됐지. 휴일도 없이 학생을 지도하고, 민족사관고 등 우수 학교들을 제치고 대회에 입상하게 하는 등 방과후학교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교사였대. 하지만 전교조 교사들이 반대서명운동을 벌이고 학운위에 신상털기 자료를 제공하면서 교장을 협박했어. 급기야는 서류제출 기간에 초빙서류를 내지 못하도록 교장실 앞을 전교조 교사가 지키고 서 있었다지. 반대한 이유는 간단해. 전교조를 탈퇴한 교사였기 때문이었어. 결국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교장은 해당 교사를 다른 학교로 갈 것을 권유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야. 공정하고 투명한 예산 집행? 특정업체 지정 수의계약 강요 원하는 대로 안 되자 검수거부 혁신학교 교사들은 수의계약을 강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계법규와 지침에 의해 입찰, 전자견적 공고를 통해 공정하게 업체를 선정해야 함에도 특정업체와의 계약을 강요하는 것. F 혁신학교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교사들은 개교를 위한 가구 등 내부 비품 구입을 타 혁신학교와 동일하게 구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예산이 6억 원이 넘고, 원하는 물품을 원하는 회사에서 구매하는 것은 분할수의계약이며, 현행 계약관련 법규와 지침 위반이라고 설명하자, 전교조 해당 지역 지부장과 파견교사가 학교 행정실을 찾아와 계약관련 갈등 상황에 대해 질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체육 물품 구매(3000만원 정도) 분할 수의계약을 요구한 것은 더 점입가경이다. 담당교사는 행정실에 일부 물품을 특정업체에 주문하라고 강요했다. 공고를 통해 업체를 선정 중이고, 해당 업체는 제안서도 제출하지 않아 자격이 안 된다고 설명하자 적반하장으로 행정실장이 특정업체와 유착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는 규정대로 전자견적 공고를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납품받기를 강행했다. 하지만 해당 교사는 원하는 업체가 선정되지 않자 납품 물건에 대해 기한이 넘도록 검수를 해주지 않았고, 결국 납품업체 스스로 계약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계약규정 무시, 단체 협박해 구매하고도 “교육감 우리 편이라 감사 안 받아” 자랑 계약문제는 I 혁신학교에서도 불거졌지. 교사들은 이상하게 학교회계지침에서 1000만 원 이하의 수의계약 규정을 모두 입찰로 바꾸자는 당연한 교장의 제안을 극구 반대했어. J혁신학교에서도 계약 시 규정을 무시하는 것을 지적하면 전교조 교사들이 단체로 행정실에 몰려와 소리를 지르고 협박하기 일쑤였다는 군. 오죽하면 혁신학교 A고 교사들은 엉터리로 물품구매를 해도곽노현 교육감이 우리 편이니 감사를 받지 않는다고 자랑하고 다니기도 했다지. 학생 100명 7000만원 예산 펑펑 ‘공짜’학교 소문에 학부모 인기 취재 중 차고 넘치는 혁신학교 예산 사용에 대한 지적도 많았어. 예산이 남아돌다 보니 혁신학교는 수학여행, 간식, 체험활동 등 모든 활동을 학교 예산에서 충당해 그야말로 ‘공짜’로 학교 다니니 학부모들은 너도나도 보내고 싶어 한대. F 혁신학교의 경우 학생 100명에게 7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꼴이고 이라고 하더군. 이런 사정은 K 혁신학교도 마찬가지야. 1억5000만원의 예산을 신설학교 200명의 학생에게 사용하는 것은 펑펑 쓰고도 남을 만한 금액이라는 지적이었어. 시교육청이 미리 사업계획서를 받은 후에 그에 맞게 예산을 배정하거나, 예산 낭비를 하지 못하도록 관련 지침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 학교 예산 관리가 이렇게 엉망이니 해당 학교 교장들은 감사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대. 감사가 나온다면 책임은 고스란히 교장의 몫이 되기 때문이지.
한국교총이 주최한 ‘제57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서 민연식 경기 보라초 교사가 ‘멘토링 STAR를 통한 통합학급 아동의 사회성 신장 방안’(특수교육) 연구로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았다. 민 교사는 특수교육대상자와 일반학급 어린이가 참여하는 ‘멘토링 STAR(Stop-Think- Act-Review)모델’을 통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심사위원들은 연구 내용 중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문제 상황마다 멘토링을 활용하면서 실질적 효과를 거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국무총리상은 김민림 경기 무원초 교사가 차지했다. 김 교사는 ‘SMILE 교수·학습프로그램 구안·적용을 통한 입문기 아동의 기본 생활습관 형성’에 대해 연구했다. 기본 생활습관 형성에 대한 교사의 뛰어난 문제의식과 일반화 가능성이 큰 점이 인정됐다. ‘살아있는 교육, 실천하는 교사, 선생님이 희망입니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1년간 16개 시․도에서1500여 편의 연구물이 출품됐으며 시․도별 대회를 거쳐 280편이 최종심사에 올라 경합을 벌였다. 20일 대덕대에서 열린 현장교육연구발표대회에는 안양옥 교총회장, 나승일 교육부 차관, 김신호 대전시교육감, 홍성표 대덕대 총장을 비롯해 발표 교원 및 참관교원 500여 명이 참석했다. 교총은 1등급 연구 논문 43편을 비롯한 입상작을 교총 홈페이지 교육자료실(lib.kfta.or.kr)에 탑재, 학습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상식은 5월 11일 충남 논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제32회 스승의 날 기념식’과 함께 치러진다.
새누리당이 교원정년 관련법안 발의를 할 것으로 알려져정년 65세 환원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4일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경기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경기도초등교장협의회 전반기 연수회’에 참석, 같은 날 오전새누리당 고위 관계자와의조찬 회동에서 교원정년 환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안 회장은 “1998년 당시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로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일방적으로 단축시켰다”면서 “단축된 정년을 환원하는 법 개정에 새누리당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안 회장은 “새누리당 의원을 중심으로 법안을 발의하고,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처리를 목표로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자, 회관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의 교장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안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하루 전인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정년 연장법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교총은 이날 오후 단축된 교원 정년의 단계적 연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총은 “정년단축 이후 교원수급은 대혼란을 겪었고 교육 경쟁력이 약화됐다”면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교원의 사기진작이나 잃어버린 자존을 회복하자는 주장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단이 흔들리기 시작한 요인이 갑작스런 교원 정년단축에서 비롯됐다는 것. ‘고경력 교원 한 명의 봉급으로 세 명의 젊은 교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의 해답은 기간제‧ 방과후‧영전강 등 각종 기간‧시간제 양산이었으며, 이로 인해 학교회계직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1998년 당시 1% 정도였던 기간제 교원은 2012년 초‧중‧고 평균 10%를 넘어섰다.(시간제 미포함) 교총은 “정년 연장은 학교폭력 대처 등 생활지도에 나타나는 여러 어려움, 기간제 교사 급증, 전문성을 지닌 교원의 안정적 활용 등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정년 연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교원수급 계획을 마련해 예비교원의 교단 진입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수회에 참석한 김성규 성남 양영초 교장은 “65세 정년환원은 당연하다”면서 “교원들이 나서기 전에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경기초등교장협의회 김기연 회장(상인초 교장)은 “협의회도 법안 통과를 위해 힘을 보테겠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년 환원 외에도 협의회는 ▲무자격 교장임용 일몰 법안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의 추진동력 역할을 할 것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건의에 대해 자리를 함께한 교육부 심은석 교육정책실장은 “조속한 정책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유성엽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이미 교원정년 연장을 담은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안을 발의, 상임위에 계류 돼 있어 여․야간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발의 당시 유 의원은 “교원정년을 65세로 환원하면 IMF 구제금융 당시 고통분담 차원에서 정년을 줄였던 교원들의 희생을 일부 보상하고 우수 교원의 경험과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융합인재교육(STEAM), 스마트교육 등 그동안 교육현장이 새로운 변화로 분주할 때마다 특수교육계는 이런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STEAM 연구활동을 통해 장애학생들도 창의인성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3 가족 과학축제’에서 만난 서울 은평대영학교 김찬수(58‧사진) 수석교사의 부스에는 ‘병아리’가 놓여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김 교사는 특수학교 학생들에게 음악과 과학이 융합된 ‘병아리 태교’를 선보였다. ‘병아리 태교’란 병아리가 부화하는 동안에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행복한 병아리가 태어날 수 있다는 것으로 정신지체 학생들에게 사물에 대한 가치인식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김 교사는 현재 교육부 융합인재교육 교사연구회에서 ‘전통과학생활 체험을 통한 정신지체 학생의 창의적 문제해결력 향상’을 주제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180개 교사연구회 중에서 특수교육 분야는 김 교사의 연구회가 유일하다. 그는 “정신지체 학생들은 계란-병아리-닭의 관계를 연결 짓지 못하고 별개의 물체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계획을 ‘병아리 태교’, ‘콩나물 기르기’, ‘두부 만들기’ 등 전통 과학생활 체험 위주로 구성해 개념 이해를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험을 통해 시간, 온도, 길이 등을 측정하면서 과학적 탐구능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력도 향상된다는 설명이다. “일반학교와 특수학교의 교육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연구를 통한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수교육 계통의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다소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경향에서 벗어나 창의적 교육현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수석교사로서 변화에 앞장서겠습니다.”
교과 아닌 역량 중심 교육과정 요구 학년별 → 교사별 평가로 전환 필요 양성부터 ‘수업방법’ 연수 확대해야 한국교육개발원(원장 백순근)은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초중등교육 내용·방법·평가체제 개선방안 탐색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는 현장의 시각에서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개선방안 모색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교원들의 뼈있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명옥 수원영통중 수석교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수업을 잘하는 교사를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교사는 “수업은 ‘교육과정 재구성-교실수업-평가’의 삼위일체 개념이지만 이를 인식하고 있는 교사는 극소수”라며 “정작 교과 내용이 아닌 교사의 생명과도 같은 수업 방법 연수는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업능력이 어떻게 향상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현장교원·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수업방법 연수를 늘리고, 교과협의회·교사동아리 등 학습조직이 자발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호 서울 구현고 교장은 “새로운 정부마다,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변하는 교육정책은 문제가 있다”며 “역점사업은 바뀔지라도 교육지표는 백년 앞을 내다보고 백년이 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전임자의 정책도 존중하고, 그 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정책을 만들어 상호 견제·보완해 나갈 때 진정한 발전이 있다”고 덧붙였다. 교사 중심 평가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병오 서울 문래중 교사(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는 “수업 내용과 방법을 변화시키려면 지금처럼 학년별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 안에서 교사 스스로 기획해 수업하고, 수업한 내용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교사에게 주어질 때, 책무성을 갖고 교사들이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행처럼 학교 주변까지 왔다가 교실현장에는 침투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정책이 대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미순 성남상탑초 교장은 “학문으로 접근해 전문용어로 풀어내는 정책, 공문으로 전달돼 연수로 대신하는 현장 진입 등이 원인”이라며 “역량중심 교육과정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은 국어, 수학 등 교과 중심에서 벗어나 ‘어휘력 신장, 수학적 사고력 신장을 위해’ 등 미래에 활용 가능한 능력을 기르는데 목적을 두고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대학입시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토론자로 나선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선택형 수능은 학교에서 어려운 B형에 대응되는 과목을 충실히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학원에서 맞춤 수업을 받는 학생이 늘어나는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B형 가산점이냐, A형의 높은 표준점수를 받느냐 등 선택형 수능의 난이도와 학생들의 향방에 따라 유형별로 유불리가 달라져 예측 불가능한 카오스 상황이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호 한국교총 전문위원도 “박근혜정부가 대입전형단순화, 3년 전 예고제 등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능·대입전형의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