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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김기섭(교원대 교수/영어교육과) 영어교육정책의 문제점 우리가 말하는 영어교육정책이라는 것은 외국어교육정책의 일환이다. 외국어교육정책이라는 것은 어문정책의 일환이다. 우리 나라에서 영어는 제1외국어로서 자리잡고 있다. 영어 외의 외국어는 제2외국어로 불린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영어교육정책은 제1외국어로서의 교육정책을 말한다. 영어교육정책 중에서 각급 학교와 국민과 학생에게 영향을 주는 관심사는 대학입학과 관련되는 정책 결정이다. 대학 입학시험에서 어떤 과목이 필수 과목이 되며 어떤 과목이 선택과목이 되느냐, 특히 영어가 필수 교과가 되느냐 선택 교과가 되느냐? 그리고 그 비중, 즉 배점은 어느 정도인가? 등에 대한 정책이다. 영어가 필수 교과목으로 자리잡은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이다. 즉, 학력고사에 의하여 대학입학을 가름한 세대부터 영어는 제1외국어로 교육과정에 명시되었다. 또 하나 중요한 영어교육정책은 1997학년도 초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시행된 조기 영어교육이다. 그리고 매 5년마다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영어교육의 방향 결정과 교육과정 개선 작업은 영어교육의 중요한 정책이다. 그리고 영어교육을 담당할 영어교사의 직전교육(Pre-service Education) 및 현직교육 (In-service Education)에 연계되는 영어교사 임용정책과 현직교사의 연수정책은 영어교육정책의 중요한 일환이다. 이와 같이 대학입학시험 정책, 조기영어교육 정책, 교육과정 개편 연구 및 개정 작업, 영어교사의 직전교육과 현직교육 정책 등이 영어교육정책에 속하는 사항이다. 구태의연한 영어교육과 상의하달의 교육정책 대학입학시험 관련 정책, 조기 영어교육 관련 정책, 영어교육과정 관련 정책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되고 때로는 국민의 원성의 대상이 된다. 영어교육의 중요 정책은 때로는 여론에 의하여 지나치게 좌지우지되고, 때로는 지나치게 상의하달식으로(top-down) 정책이 결정되어 왔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급격한 변화에 대한 적응 기간이 부족할 때 반발과 비판이 높게 된다. 정책 수립은 학자, 정책입안자, 관련 당사자와 많은 국민의 공감대를 필요로 한다. 대학입학시험의 과목에 대한 변경과 절차에 대하여는 특히 국민의 관심사로서 졸속적인 인상을 당사자들에게 준다. 조기 영어교육정책과 시행도 마찬가지이다.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열풍이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음에도 우리 나라는 이를 이끌어갈 수 있는 영어교육의 이론과 철학도 갖추지 못했다. 그러므로 동남아와 아프리카는 물론, 일본이나, 대만의 영어교육에 대한 열풍을 구경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열기를 무산시키는 일에 동조하는 영어교육계의 현실이었다. 동남아와 아프리카에서는 1950년대에 일어난 조기 영어교육 바람이 우리 나라에서는 1990년 말에 이르러 나타났다. 조기 영어교육이 논란이 된 1995년 봄만 해도, 조기 영어교육은 초등학교 4, 5학년에서 시작하고, 2년간의 준비를 거친 뒤인 1998년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이런 모든 영어교육정책의 비판여론은 당사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것과 정책담당자들의 영어교육에 대한 철학의 빈곤과 관계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 영어교육학자들의 책임이 크다. 또한 영어교육정책에 대한 연계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미 1950년대 말 미국영어의 중요성을 인식한 조치가 우리 나라에서도 영어 교육과정의 개편으로 이루어졌으며, 1962학년도 중학교 신입생부터 미국영어발음의 중요성이 영어교과서에 나타나는 조치를 취했다. 그것은 이후 만 40여 년 간 유지되어 왔고 생활영어의 강조는 그 때부터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대학입학시험에서 영어문제는 독해위주로 이루어져 항상 실용영어를 우선하는 영어교육과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결과는 정책 및 행정담당자와 함께 대학의 영어교육 담당자들이 져야할 것이다. 영어교육의 전망이 구태의연한 방법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를 맞고 있었음에도 대학에서 영어영문학과 중심의 영어교육은 그 위상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것은 오직 상의하달의 영어교육정책 결정만이 타파할 수 있었고, 따라서 언제나 부작용과 배타적인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PAGE BREAK] 주기적인 교육과정 개선 작업 이와 같은 문제는 영어교육과정에 관련되는 주기적인 개선작업 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나라의 교육과정은 1960년대부터 거의 5년마다 한번씩 개정하고 수정 보완해 왔다. 2001년부터 시행하는 교육과정은 제7차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은 교육학 전공학자들이 연구하고 협의하여 전 교과목에서 기본적인 방향으로 수행해야 할 기본 지향목표와 지도내용과 지도방법과 평가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맞추어 각 교과에서 이를 수행하는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과 방법을 반영한다. 여기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점도 또한 상의하달로 교육과정의 방향과 방법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다음 교육과정이 개정 보완되는 기간이 5년이나 되는 데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지도 않은 채, 모든 교과를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가르치고 있는 교원들이 납득하지 가운데 기본 방향이 하달된다. 심지어 교과별 담당교육과정 수립 연구가인 담당자의 이해, 의사개진, 토론참여 등이 충분치 않은 가운데 하달된다. 그 결과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교육과정 수립에 참여하기는 고사하고 하달된 교육과정의 개정방향 이해에 급급하게 된다. 교사들은 마치 특허나 허가를 받듯 연수까지 받는다. 이것은 영어교육과정 수립에 현직교사들의 참여가 거의 없었거나 있어도 공감대가 조성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교사들이 이와 같은데 하물며 국민들의 새로운 영어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야 오죽하겠는가? 부수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은 새롭게 수립된 교육과정에 의하여 사용될 교과서 편찬의 자율화와 교과서 선정작업의 문제이다. 지역별·수준별·단계별 또는 실용 표현상 문제가 항상 제기된다. 지나친 교과서 편집 지침에 의한 제재가 문제된다. 학년별 영어 단어와 문법적인 구조와 심지어는 단어의 수를 제한하는 세심한(?) 배려까지 필요한가. 우리 나라의 대도시와 중·소 도시의 격차는 물론, 농촌과 어촌의 차이, 지역별·수준별 차이에 의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영어교과서는 하나의 자료로 참고하고 진도에 맞추어 모두 이수해야 할 목표물이 아니다. 영어교사가 교과서를 재편집하는 자료제작과 지역·수준별 연계성 연구를 위한 정책이 없었다. ‘영어로 수업’의 문제 조기영어교육정책과 관련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실험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초등학교에서 영어시간의 ‘영어로’ 수업이다. 영어시간의 영어로 수업은 좋은 정책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좀더 연구와 시범수업과 실험이 필요했다. 한두 사람의 의견제시와 계획 수립으로 이루어질 정책이 아니다. 시·도별로, 각급 학교별로 3~5년간의 실험 수업과 연구와 보고가 있어야 했다. 문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고 더욱이 대학교의 영어교사를 양성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영어교육과에서 시범과 연수가 필요했다. 영어교사 임용 및 연수의 문제점 중등학교 영어교사의 임용 문제 현행 중등학교 영어교사 임용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거나 영어문학과를 졸업하고 영어교사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에게 임용고사를 거쳐 임용한다. 영어교사의 임용 기준은 역시 교원양성대학교의 영어교육과에서 4년간 이수한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각 대학교의 영어교육과에서 또는 영어교육 전공을 4년간 이수한 성적에 대한 비중을 어느 정도 참작할 것인가? 그리고 출신 대학별 졸업생들의 성적 격차를 어떻게 가늠할 것인가? 라는 점에 대한 연구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용고사 준비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어교사가 되기 위하여 정규 대학교의 영어교육학과의 교육과정에 따른 직전 교육을 받는 것 보다 학원에서 임용고사 준비를 하는 풍조는 영어교원 양성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영어교사의 자질은 결코 2~3시간 정도의 필답고사와 3~5분 간의 면접고사로 평가할 수 없다. 기능과 함께 지식과 교육자적 인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 따라서 대학에서 취득한 학점과 성적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어떤 대학에서 어떤 성적을 받았느냐가 매우 중요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4학년 간의 학부 생활에서의 학점 취득과 성취기록이 거의 무시된다는 것은 평가상의 다양성은 물론 심도있는 인물평가가 될 수 없다. 교사가 갖춰야 할 기본 인성문제, 영어교사가 갖춰야 할 지식과 기능에 대한 종합 평가는 다른 과목과 차별성이 없다는 것은 문제이다. [PAGE BREAK]영어교사의 현직교육 연계성 문제 상급자격취득 연수와 직무연수에 일부의 시·도교육청의 연수 교수요목이 상급자격 취득 연수와 같은 과목배열이 되어 있다. 즉, 일반적인 교육학 이론, 교육과정, 교육방법, 교육평가 등의 과목이 일부 배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이 연수의 주안점은 영어를 듣고, 이해하고, 말하고, 읽는 능력을 신장하고, 이를 지도하는 교수법을 연마하는 것이다. 결코 어떤 일반적인 지식이나 이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상급자격 연수와 직무연수는 그 연수 목표가 뚜렷해야 할 것이다. 연수계획은 수혜자의 수요와 전공 분야의 요구가 함께 이루어져 할 것이다. 중등학교 영어교사로서 연수는 국내와 국외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단기연수와 장기연수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국외연수의 기회는 항상 필답시험이나 근무성적이 우수한 영어교사에게 부여한다. 이것은 고려해 볼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성적이 우수하지 못한 자는 해외연수의 기회는 영원히 얻지 못하게 된다. 국내연수에도 문제가 있다. 즉 1급 정교사가 되는 이 연수에서 영어에 대한 가능의 숙련은 더욱 필요하다. 그런데도 영어 원어민과의 영어기능 훈련시간이 형식적으로 몇 시간 포함되어 있을 뿐일 때가 많다. 180시간의 연수시간이 설정된다면 이 시간 과반수 이상 시간을 듣기와 말하기, 쓰기와 읽기 등의 과목에 시간을 배당해야 함에도, 불과 1/10시간 정도를 배당하는 수가 있다. 이것은 전공과목 연수의 목표를 이탈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연수에서는 무엇보다도 현행 영어교과서에 대한 분석과 평가와 활용에 대한 실제의 체험 연구와 연수가 필요하다. 이처럼 영어교사로서 중진급 교사가 되는 이들에게 이런 분야에 관한 경험을 갖게 해 주는 시간 배당이 별로 없다는 것은 문제이다. 연수의 평가방법은 더욱 구태의연하다. 180시간이라는 기간은 현행 대학의 교육과정 편제에 의하면 4학점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전공과목과 교직이론 과목을 각각 1개 과목씩 배정한다 하더라도 2학점을 배정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2학점이 영어교사 양성대학의 영어학과에 개설된 교과학과와 연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연수의 질적 위상을 하락시키는 일이다. 각 시·도의 영어과 교사연수와 그 평가는 시·도교육청의 연수계획이어야 함은 물론, 학구적으로 또한 영어교과교육으로서 교수요목이 영어교사 양성대학의 학부나 교육대학원의 교육과정과 연계가 되어야 한다. 각 시·도의 영어교사 연수가 임의의 계획이고 연구가 없다는 증거이다. 영어교사의 현직교육과 영어교육과의 필수교과와 학점을 연계하는 정책적 연구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영어 원어민 강사의 채용과 활용상의 문제 우리 나라에는 1960년대에 평화봉사단(Peace Corps volunteers)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도운 일이 있다. 그것은 이후 15~16년 지속되다가 1970년대 말에 이르러 큰 성과를 거두어들이지 못한 채 폐지되었다. 이 때에 이와 같은 계획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어들였는지에 대한 평가와 그 활용이 거의 유명무실하게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일부 지역과 학교에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의 이 단원들에게는 미국의 병역의무를 함께 이수하는 혜택을 미국 정부가 부여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의 자격에는 문제가 많았다. 문제는 지금의 영어 원어민 교사의 활용도 평화 봉사단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많은 경우에 영어를 가르치는 교직 전공자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의 제2언어 교육과정(Teaching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이하 TESL)이나 영어의 외국어 교육과정(Teaching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TEFL)을 이수한 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이 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도 실제 교육경험이 극히 짧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현재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자 중에서 TESL, TEFL의 이수자나 석사학위 소지자가 많지 않고 이들의 능력과 효율성에 대한 어떤 검증도 없다는 것은 문제이다. [PAGE BREAK]개선방향 영어교육정책 입안 과정의 개선 대학입학시험과 영어교육정책 우리 나라의 영어 교육은 항상 대학 입학시험을 위시하여 기관 및 기업체의 외국어시험, 특히 영어시험의 출제 방식에 좌우되어 왔다. 우리 나라는 영어가 공용어인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 등과 달리, 영어가 외국어임으로 대학입학시험에서 영어 성적으로 그 교육 효과를 가름하고 영어교육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대학이나 기관 및 기업체에 합격해도 영어의 구사능력 부족으로 다시 실용영어를 숙련하는데 정력과 시간과 경비를 쏟아야 한다. 그러므로 가능한 이런 시험은 기능 위주의 출제와 평가를 행하여야 한다. 필답고사는 최소로 줄이고 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그것은 곧 TEPS, TOIC, ETS, TOEFL 등의 시험 성적으로 대치가 가능하다. 이에 대하여 각 대학과 교육과정평가원의 공동 연구와 협력 작업을 통하여 문제은행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기 영어교육의 연구와 정책 이미 4년간 시행해 온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그 성과를 일부 검증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상의 시행과 결과에 대한 평가와 해결 문제를 연구하고 토의하여 그 총체적 결과와 전망을 발표해야 한다. 그 성과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통하여 개선책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영어교육과 연계하여 그 결과와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각급 대학교와 영어교육 전공이 설정되어 있는 교육대학원과 영어 심화과정을 두고 있는 교육대학교와 국·사립을 막론한 대학교의 영어교육과와 긴밀한 공동연구와 조기영어교육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 이 연구는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여 정책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 여기에서 연구하고 수립해야 할 사항은 외국어 교육의 시작 적령의 적절성, 시간 배당과 시설개선, 교수방법 연구 등에 대한 검증과 연구와 시범 등이다. 영어교육과정 개선과 교과서 제작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의 영어교육과정을 연계시켜 수립하고 개선하여 시행한 기간의 당해 교육과정상의 문제점을, 교육목표·교육내용·교육방법·교육평가별로 실사하고 검증하여 이를 보완한다. 이 교육과정의 개편 작업에는 교육과정 연구가는 물론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담당교원과 연구가를 망라하고, 그 시행도 총체적으로 행하여 검증한다. 새로 개선되는 각급 학교의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편찬은 자율성을 최대로 보장하고 특히 지역간의 차이와 필요에 부응하는 다채로운 교과서를 제시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교과서의 제작에는 반드시 당해 급별 학교의 담당교원들이 참여하도록 한다. 대학교의 영어교육학과 교과과정도 이에 연계하여야 하며, 대학별로 서로 다른 교수요목은 가능한 조절하여 영어교원양성 학과의 모델적인 교과과정을 제시하여 각 대학에서 활용하도록 한다. 영어시간의 ‘영어로 수업’ 영어시간의 영어로 수업은 먼저 영어교사 양성학과가 있는 영어교육과에서 실시하여 예비 영어교사들로 하여금 경험을 쌓는 경험을 갖게 한다. 특히 영어의 네 기능을 위하여 배정된 학점이 배당된 과목은 물론 영어교수법, 영어교육과정, 영어교재론 등의 과목에서는 영어로 수업 하도록 한다. 원어민의 영어수업, 영어교육학과의 영어교수법 및 영어교재 및 과정에 관련 교과부터 영어로 수업을 한다. 그리고 각급 학교의 영어교사에게 직무 연수를 통하여 영어로 수업에 대한 능력을 갖추게 한다. 또한 각 시·도별로 영어 원어민 강사와의 영어로의 수업 시범, 또는 연구수업을 통하여 그 효율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연수한다. 영어교사의 직전교육과 임용정책의 개선 영어교사를 양성하는 각 대학의 영어교육과에서는 전공으로서 영어교육, 복수전공으로서 영어교육, 부전공으로서 영어교육을 위한 교과과정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의 학점은 비슷해야 한다. 영어영문학과에서 이수하는 모든 영어과의 내용학을 이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영어교육학과에서 이수하는 모든 전공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은 비슷하게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교사는 영어교육전공자의 이수과목을 이수했느냐의 여부로부터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교사의 임용은 첫째, 영어교육과의 필수와 선택 교과의 이수 여부, 영어교육과의 비슷한 교과과정과 교수요목의 제정 및 실행, 임용고사제도의 합리성 모색과 제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영어 원어민의 채용과 활용도 이에 따라야 한다. 영어교육 전공·복수전공·부전공제도 개선 한국어로 수업을 하는 타 과목에 소요되는 기간에 이수한 비슷한 학점으로 훌륭한 영어교사가 될 수 있는가? 영어교사는 영어를 잘 듣고, 잘 말하고, 잘 읽고, 잘 쓰는 것만으로 훌륭한 영어교사가 될 수 있는가? 그렇다라고 대답한다면, 우리말을 잘 듣고, 잘 말하고, 잘 읽고, 잘 쓰는 우리 나라 사람은 누구나 훌륭한 국어교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된다. 누구나 영어교육전공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는가? 초·중·고등학교에서 실제로 가르칠 수 있는 영어는 그 정도와 수준이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모든 전공과 복수, 부전공은 급(級: Degree)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초·중등 2급 영어교사(1, 2, 3급)로, 전공, 복수전공, 부전공으로 구분하는 방법과 모든 영어교육 전공자에게는 일괄적으로 초·중등 2급 정교사(3급)로부터 출발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PAGE BREAK] 개선방향 영어교육정책 입안 과정의 개선 대학입학시험과 영어교육정책 우리 나라의 영어 교육은 항상 대학 입학시험을 위시하여 기관 및 기업체의 외국어시험, 특히 영어시험의 출제 방식에 좌우되어 왔다. 우리 나라는 영어가 공용어인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 등과 달리, 영어가 외국어임으로 대학입학시험에서 영어 성적으로 그 교육 효과를 가름하고 영어교육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대학이나 기관 및 기업체에 합격해도 영어의 구사능력 부족으로 다시 실용영어를 숙련하는데 정력과 시간과 경비를 쏟아야 한다. 그러므로 가능한 이런 시험은 기능 위주의 출제와 평가를 행하여야 한다. 필답고사는 최소로 줄이고 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그것은 곧 TEPS, TOIC, ETS, TOEFL 등의 시험 성적으로 대치가 가능하다. 이에 대하여 각 대학과 교육과정평가원의 공동 연구와 협력 작업을 통하여 문제은행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기 영어교육의 연구와 정책 이미 4년간 시행해 온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그 성과를 일부 검증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상의 시행과 결과에 대한 평가와 해결 문제를 연구하고 토의하여 그 총체적 결과와 전망을 발표해야 한다. 그 성과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통하여 개선책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영어교육과 연계하여 그 결과와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각급 대학교와 영어교육 전공이 설정되어 있는 교육대학원과 영어 심화과정을 두고 있는 교육대학교와 국·사립을 막론한 대학교의 영어교육과와 긴밀한 공동연구와 조기영어교육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 이 연구는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여 정책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 여기에서 연구하고 수립해야 할 사항은 외국어 교육의 시작 적령의 적절성, 시간 배당과 시설개선, 교수방법 연구 등에 대한 검증과 연구와 시범 등이다. 영어교육과정 개선과 교과서 제작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의 영어교육과정을 연계시켜 수립하고 개선하여 시행한 기간의 당해 교육과정상의 문제점을, 교육목표·교육내용·교육방법·교육평가별로 실사하고 검증하여 이를 보완한다. 이 교육과정의 개편 작업에는 교육과정 연구가는 물론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담당교원과 연구가를 망라하고, 그 시행도 총체적으로 행하여 검증한다. 새로 개선되는 각급 학교의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편찬은 자율성을 최대로 보장하고 특히 지역간의 차이와 필요에 부응하는 다채로운 교과서를 제시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교과서의 제작에는 반드시 당해 급별 학교의 담당교원들이 참여하도록 한다. 대학교의 영어교육학과 교과과정도 이에 연계하여야 하며, 대학별로 서로 다른 교수요목은 가능한 조절하여 영어교원양성 학과의 모델적인 교과과정을 제시하여 각 대학에서 활용하도록 한다. 영어시간의 ‘영어로 수업’ 영어시간의 영어로 수업은 먼저 영어교사 양성학과가 있는 영어교육과에서 실시하여 예비 영어교사들로 하여금 경험을 쌓는 경험을 갖게 한다. 특히 영어의 네 기능을 위하여 배정된 학점이 배당된 과목은 물론 영어교수법, 영어교육과정, 영어교재론 등의 과목에서는 영어로 수업 하도록 한다. 원어민의 영어수업, 영어교육학과의 영어교수법 및 영어교재 및 과정에 관련 교과부터 영어로 수업을 한다. 그리고 각급 학교의 영어교사에게 직무 연수를 통하여 영어로 수업에 대한 능력을 갖추게 한다. 또한 각 시·도별로 영어 원어민 강사와의 영어로의 수업 시범, 또는 연구수업을 통하여 그 효율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연수한다. 영어교사의 직전교육과 임용정책의 개선 영어교사를 양성하는 각 대학의 영어교육과에서는 전공으로서 영어교육, 복수전공으로서 영어교육, 부전공으로서 영어교육을 위한 교과과정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의 학점은 비슷해야 한다. 영어영문학과에서 이수하는 모든 영어과의 내용학을 이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영어교육학과에서 이수하는 모든 전공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은 비슷하게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교사는 영어교육전공자의 이수과목을 이수했느냐의 여부로부터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교사의 임용은 첫째, 영어교육과의 필수와 선택 교과의 이수 여부, 영어교육과의 비슷한 교과과정과 교수요목의 제정 및 실행, 임용고사제도의 합리성 모색과 제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영어 원어민의 채용과 활용도 이에 따라야 한다. 영어교육 전공·복수전공·부전공제도 개선 한국어로 수업을 하는 타 과목에 소요되는 기간에 이수한 비슷한 학점으로 훌륭한 영어교사가 될 수 있는가? 영어교사는 영어를 잘 듣고, 잘 말하고, 잘 읽고, 잘 쓰는 것만으로 훌륭한 영어교사가 될 수 있는가? 그렇다라고 대답한다면, 우리말을 잘 듣고, 잘 말하고, 잘 읽고, 잘 쓰는 우리 나라 사람은 누구나 훌륭한 국어교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된다. 누구나 영어교육전공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는가? 초·중·고등학교에서 실제로 가르칠 수 있는 영어는 그 정도와 수준이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모든 전공과 복수, 부전공은 급(級: Degree)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초·중등 2급 영어교사(1, 2, 3급)로, 전공, 복수전공, 부전공으로 구분하는 방법과 모든 영어교육 전공자에게는 일괄적으로 초·중등 2급 정교사(3급)로부터 출발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PAGE BREAK] 영어교육과의 교과과정과 교수 요목 연구 영어교육과에서 전공하거나 복수전공을 허거나 부전공을 하는 어떤 사람도 임용고사에서 영어의 기능에 대한 개인적 능력과 지도상의 기술적인 능력과 전공 분야에 대한 전문적 능력이 검증되어야 한다. 이것은 몇 시간의 개인적인 평가로 일부 가능한 것도 있으나 장기간의 수련을 쌓아야 한다. 그러므로 영어교사가 되려는 모든 사람은 적절한 학점의 필수과목과 전공에 관련되는 일정한 선택과목의 이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당국에서는 최소한의 과목과 학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양성대학과 일선 시·도교육청과 학부모들이 공감대를 이루어 도출해야 할 기준 표시과목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번 정한 것으로 언제나 금과옥조처럼 이용될 수만은 없다. 그러므로 적절한 주기로 공동연구와 토의를 거치게 하고, 당국은 이를 바탕으로한 정책을 일반 국민과 각급 학교에 제시해야 한다. 영어교사 임용제도의 개선 교사는 개인적 자질과 기술적 자질, 전문적 자질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하여 영어교육과에 알맞은 교과과정이 설정되어 있다. 이것은 법관이나 의사의 채용과 함께 평생을 좌우하게 할 교육을 담당하는 학과로서 설정한 교과목 편제이다. 그러므로 교사임용은 이 기준에 의한 4년간의 성적을 그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양성 학과마다 그 평가 기준이 다름으로 일정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필답고사의 필요성이 생긴다. 그러나 대학의 학과성적과 필답고사성적과 면답고사 성적 및 실기고사의 성적을 고려한다 해도 개인의 자질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것은 다시 출신학과의 인성 및 기술능력과 전문기능의 평가가 중요하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영어교사임용제도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개선점을 찾아 연구하고 현장학교와의 공감대를 통한 정책입안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대학별·양성학과별 교육과정운영 등의 평가를 통하여 우수대학의 양성학과 졸업생들에 대하여 임용학생의 배당률(quota)을 설정한다. 이때 면접고사나 실기고사를 시·도별로 실시하여 가산할 수 있다. 둘째, 모든 양성대학의 영어교육과 학생들로 하여금 5학기와 7학기에 영어능력과 전공이해 평가를 각 1회 실시하여 이 성적을 각 시·도에서 시행하는 면접성적에 합산하여 평가한다. 셋째, 현재의 임용고사제도의 평가를 강화한다. 평가내용을 더 세분화하고 관련되는 필답고사, 면접, 실기시험 등의 시험 기간을 연장한다. 넷째, 양성대학 영어교육과에서 이수한 성적을 기준으로 각 시·도에서 면접과 실기시험을 대폭 확대하여 그 성적으로 임용한다. 영어 원어민 강사의 채용과 활용개선 현재 각급 학교에서 선발하여 채용하고 있는 영어 원어민 강사를 단순히 영어를 하는 학부 출신만으로 채용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각급 학교는 최소한의 자격과 경력을 가진 자를 영어강사로 임용해야 한다. 최소한의 학력은 대학졸업자로서 TEFL, TESL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또는 대학과 대학원를 수료하고 영어교육에 대한 경력을 1년 이상 갖춘 자로 해야 한다. 다음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모든 학년과 학교에서 영어 원어민을 채용할 수 없을 때에 각급 학교별 영어교육과정 계획 속에 발음·읽기·듣기 지도를 위한 교수요목상의 배정 운영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별도의 연구와 시범 실시와 검증이 필요하다. 이것은 한 사람의 독어나 불어교사가 몇 개의 학교를 담당하는 제도와 수업상의 팀티칭(Team-teaching)을 병용하는 제도이다. 한 사람의 영어 원어민이 한 시간에 두 세 개 반을 순회하면서, 영어교사와 10~20분간의 발음지도와 적절한 분야별 지도를 할 수 있다. 경비 절감과 학습효과 면에서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영어 원어민 교사의 채용에 있어서 개선할 점은 반드시 수업을 실시해서 영어교사로서의 지도능력과 지도의욕을 점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과거 평화봉사단의 채용에서 일부 문제가 된 것은 전혀 교육자적 의무와 가르치고자 하는 교육자적 의욕이 없는 별무 효과의 원어민 투입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영어 원어민 강사를 채용하기 전에 정책적으로 문화적 이질과 이해를 위한 적응교육과 한국생활 적응력 파악을 위한 평가를 충분히 해야 한다. [PAGE BREAK] 영어교사의 현직연수와 연구의 개선 영어교사 연수의 기능별 등급제 현행 현직영어교사 연수는 2급 정교사에서 1급 자격취득을 위한 연수와 직무연수 등이 있다. 전자는 3년 이상의 현직영어교사경력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후자는 직무연수로서 자율적으로 또는 시·도의 선발에 의하여 여름과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각 시·도에 있는 교육연수원에서 180시간 또는 60시간 등의 연수를 받는다. 따라서 모든 영어교사연수는 그 시간에 따라 영어의 기능별 등급제(영어청해 I, II, III 등)로 삼아 현행 대학의 교육과정에 의한 15시간 당 1학점의 이수로 설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이를 교육대학원의 계속 연구에 학점으로 참작하는 방법을 제도화한다. 이것은 계속연구와 연수의 어느 한 쪽에 가산하여 승진이나 교육대학원의 진학시 학점 등으로 가산할 수 있게 한다. 상급자격증취득 시에는 영어교사양성학과의 경우처럼 1급 영어교사자격증(I, II, II급)에서 표시하여 이수과정과 수료등급을 명시할 수 있다. 교육대학원의 교육과정에서도 영어의 기능별 정도에 따라 이수학점을 명시할 수 있게 한다(예: 영어청해 I, II, III). 이와 같은 등급제의 영어교사 연수성적 명시는 해외유학에 버금가는 기준과 자격으로 가름할 수 있다. 국내외 연수 강화 교육부는 물론 모든 시·도교육청에서는 영어교사의 국내외 연수를 통하여 영어교사로 하여금 영어의 네 기능 신장을 위한 연수기회를 제공하는 영어교사 중장기 연수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모든 연수는 해외와 국내의 연수기관을 이용한다. 3년 이상의 영어교사 경력소유자는 우선하여 국외 또는 국내의 장기연수 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5년 이상의 영어교육 경력소지자가 국내외의 일정한 영어교사연수 계획에 참여하여 영어 기능별 등급제에 의한 일정 등급을 획득하지 못한 경우에는 실질적인 영어 기능별 평가제에 의하여 평가를 받도록 한다. 각 시·도는 그 지역 또는 중앙의 어느 양성대학의 영어교육과와 연계하여 지역내의 영어교사 현직교육과 계속연구에 의한 이수학점을 획득할 수 있는 제도상의 기회를 최대로 확보하여 영어교사에게 부여한다(한국교원대학교와 서울대학교의 대학원 특별과정 참고). 교육부와 각 시·도에서는 또한 영어권 연수계획을 수립하여 연수기회를 확대하여 부여하고 국내의 영어교사 장기 연수와 비교하고 그 연수교육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하며, 경비와 기간과 정력의 관점에서 영어교사의 중·장단기 연수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연구와 발표를 통하여 바람직한 연수정책을 계속 연구하도록 한다. 각 시·도에서 별도로 영어과 연수계획을 수립하여 실시하고 그 효율성을 교육부와 각 시·도의 합동 영어교사 연수계획에 의한 연수 실효성과 비교 연구한다. 현직연수 대상자 자격과 연수자 선발 방법 개선 일반적으로 연수는 일정기간의 교육경력을 가지고 있으면 영어교사연수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므로 상급자격 취득연수에 누락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문제는 국내외의 장기 영어교사 연수는 필답시험이나 인사고과표에 의한 근무평정 등으로 선발한다. 특히 각 양성대학의 장기연수는 그 대학원에 의하여 입학시험이라는 절차에 의하여 선발된다. 대학의 고유 권한임으로 이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각 시·도에서 추천하는 국내외의 특별과정연수는 반드시 영어교사들의 고과표나 우수자의 선발로 할 필요는 없다. 항상 우수 영어교사는 더 좋은 연수의 기회를 갖게 되어 결과적으로 정작 연수가 더 필요한 영어교사들에게는 기회가 박탈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우수한 영어교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도의 모든 학생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영어구사능력이 부족한 영어교사에게 더 좋고 더 많은 연수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영어기능을 신장시켜 지역내의 학생들이 그 혜택을 골고루 받는 그런 연수자 선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부경순(청주교대 교수 / 영어교육과) 들어가는 글 오늘날 영어가 국제어 내지는 세계어로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영어교육을 조기에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하여 우리 나라에서도 1997년부터 영어를 초등학교의 정규교과로 도입하고 3학년부터 공식적으로 조기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취학 전에 있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기영어교육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비공식적으로 상당수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에서 실시되어 왔고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을 통해서도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이은영의 연구(1998)는 “취학전 조기영어교육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아동이 74.9%나 될 정도로 이미 상당수의 아동들이 조기영어교육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 신문 기사에서도 보여주듯이 응답자의 반 이상(50.4%)이 “자녀의 영어교육을 위해서라면 비용을 아끼지 않겠다”고 대답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들이 자녀의 영어교육에 걸고 있는 기대와 열의는 앞으로도 더 심해지면 심해지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 만큼 영어교육의 대상이 되는 아동들의 나이도 더 어려지고 그 수도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아영어 교육은 교육부에서 규정한 의무교육이 아니고 학부모의 욕구나 필요에 따른 자의적인 선택을 통한 사교육이라는 이유에서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제대로 된 교육과정이나 지침도 마련되지 않아 사교육기관이나 학습지 출판사, 교사나 부모들의 의지나 의도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유아영어교육이 행해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영어에 과도하게 노출시키는 등 유아들에게 외국어인 영어를 지도할 때 고려해야 할 기본 원리가 간과되기도 하고, 심지어 예전에 부모나 교사가 배웠던 방식대로 유아들을 지도하거나 너무 단시간내에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암기와 문자언어 위주의 구태의연한 교육도 행해지고 있는 등 학습자나 학습환경에 대한 고려없이 유아영어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아동이라도 초등학생과는 달리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아영어교육은 학생들의 나이가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유아들의 발달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성공적인 제2언어 습득을 위한 신경생리학적·인지적·정의적 요인을 고려하여 볼 때, 유아영어교육은 목표설정과 교육의 내용과 방법 면에서 초·중등학생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교육과는 차별화되고 특성화된 접근을 해야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영어교육환경은 제2언어로서의 영어(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가 아닌 외국어로서의 영어(EF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인 환경이라는 점도 고려하여 지도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유아영어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등을 살펴보면서 유아영어교육의 개선방향을 모색해보기로 하겠다. 유아영어교육의 목표·내용·방법 진단 유아영어교육에서는 인지적인 면보다는 정의적인 면을 더 중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아들로 하여금 영어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없이 영어를 배우게 할 때 그들의 영어 구사 능력을 향상시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유아영어교육의 목표는 유아들에게는 영어에 대한 친숙감과 자신감을 심어 주고, 영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유창성과 정확성을 다 유지해야 하지만 유아영어교육에서는 제한된 발화 길이 내에서의 유창성을 목표로 하고, 정확성도 연습중인 요소에 국한시켜 지나친 실수교정으로 학생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사소한 실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을 때 흥미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줄 수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와 학습 태도가 향후 초·중등 영어교육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유아영어교육의 내용은 언어의 네 기능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함양시킬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는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기초적인 영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 교과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바탕이 되는 언어기능 교육, 그 가운데서도 듣기, 말하기를 위한 음성언어 교육이 주가 돼야 한다. 실제 사용되는 의미있는 언어(authentic, meaningful language)를 제공하여 배워서 바로(for right here and now) 쓸 수 있는 영어에 초점을 둔 의사소통 활동이 되어야 한다. 문자언어인 읽기와 쓰기는 음성언어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국어로도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5세 정도까지는 말하기와 듣기를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는데 하물며 외국어인 영어로 읽고 쓰기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직 영어에 익숙하지도 않고 성숙하지도 않은 나이 어린 아동들에게 읽고 쓰기를 요구한다면 영어는 배우기 힘들고 재미없는 과목이 되고 만다. 따라서 아동들이 음성언어로 의사소통을 꽤 잘할 수 있기 전까지는 읽고 쓰기를 가르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손, 눈과 공간적인 조정능력이 적절히 발달되어 있고, 읽는 내용을 이해할 경우 영어 읽기를 빨리 배울 수도 있다. 읽기가 일단 재미있게 되면 더 읽고 싶어질 것이고 추후에 쓰기도 하고 싶어진다. 이미 듣기와 말하기 활동을 통해 경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읽고 쓰는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어재료로서 소재는 일상생활과 친숙한 일반적인 화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 유아들의 흥미, 필요, 인지적 수준을 고려한다면 개인생활, 가정생활과 의식주, 취미와 오락, 동·식물과 날씨 등 자연현상에 관한 내용이 바람직하며 이러한 소재들은 비단 영어시간뿐만 아니라 타 교과 지도 시에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통합적인 영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휘는 학생들의 인지적인 학습과정과 수업시수를 고려하여 적절한 양의 어휘를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40분 단위의 한 차시에 새로 도입하는 단어의 수는 6개 내외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필요시 추가로 더 지도하되 주기적인 반복학습을 통하여 학습된 어휘가 능동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아영어교육에서는 학생들의 연령과 수준을 고려하여 구체어를 먼저 가르치고 추상어는 나중에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어를 지도할 때는 우리말 번역 없이 실물, 사진, 그림이나 행동 등을 통해 보여주면서 지도하도록 한다. 추상어는 사례를 들거나 연상작용(associations)을 통해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자칫 의미의 오해를 초래할 수도 있고 불필요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꼭 지도해야 할 경우에는 번역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발음은 일반적으로 자연적이고 비형식적인 환경인 ESL 환경에서 영어를 배우는 경우 아동들은 원어민과 같은 발음을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동들은 대부분 학교나 학원 등과 같은 형식적인 상황에서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발음습득이 그다지 쉽지 않다. 특히 발음은 외국어 교육시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로 학생들이 단어, 구문, 문법을 잘 안다해도 상대방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발음과 억양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는 어렵다. 이 심각성은 영어와 한국어처럼 음운체계의 차이가 많이 다를수록 더 커지기 때문에 영어의 분절요소인 모음, 자음뿐만 아니라 강세, 리듬, 억양과 같은 초분절적인(suprasegmental) 요소의 지도도 중요하다. 아동들은 보통 분절 요소보다 초분절 요소를 먼저 습득하게 된다. 영어의 초분절 요소는 이해 및 표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분절 요소인 개별음을 정확히 발음하는 것보다 의미 파악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유아들은 영어의 서로 다른 음들을 자연스럽게 들어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될 수 있는 대로 노래와 운문(rhymes)을 많이 듣고 부르며 녹음된 자료를 많이 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법을 보면 아동들은 언어학적인 개념을 묘사하고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위언어(metalanguage)를 확실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문법 용어의 사용을 통한 설명을 피하고, 추상적인 문법규칙을 먼저 제시하거나 암기하게 하기보다는 다양한 문장형태와 예시를 통해 규칙을 스스로 발견해 나가면서 영어의 문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귀납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화지도의 내용은 문화간 이해에 있어서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요소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내용이 어린이 영어교육에서는 주가 된다. 의사소통에 필요한 영어권의 생활양식과 언어적·비언어적 행동양식에 덧붙여 우리 문화와의 차이점도 적절히 도입하여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어권 문화를 적절한 상황에서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문화의 습득이 이루어지게 한다. 유아영어교육의 어려운 점은 내용보다는 방법적인 측면에 있다. 유아영어교육의 방법은 유아들의 영어 구사수준이 처음 영어를 배우는 초급단계에 속하고, 나이도 어리다는 점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접근해야 한다. 유아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유아들에게 말하기, 노래와 동요, 챈트 가르치기, 간단한 게임하기, 미술과 공작활동 제공하기, 간단한 드라마 활동 구성하기, 동화책 읽어주기 등이다. 효과적인 유아영어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방법 면에서 아동의 주요 발달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만 2세에서 7세에 속하는 유아들은 인지 발달 면에서 전조작기 사고(preoperational thought) 단계에 속하는데 유아들은 한 번에 한 가지 요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으며,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전이어서 매우 자기중심적인 경향을 보인다. 신체적으로는 힘이 넘치고 많이 움직여야 하지만 쉽게 피로함을 느끼며, 큰 근육을 사용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 정의적인 면에서 유아들은 매우 불안정하고 불안감을 느낀다. [PAGE BREAK] 유아영어교육의 내용은 언어의 네 기능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함양시킬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는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기초적인 영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 교과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바탕이 되는 언어기능 교육, 그 가운데서도 듣기, 말하기를 위한 음성언어 교육이 주가 돼야 한다. 실제 사용되는 의미있는 언어(authentic, meaningful language)를 제공하여 배워서 바로(for right here and now) 쓸 수 있는 영어에 초점을 둔 의사소통 활동이 되어야 한다. 문자언어인 읽기와 쓰기는 음성언어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국어로도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5세 정도까지는 말하기와 듣기를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는데 하물며 외국어인 영어로 읽고 쓰기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직 영어에 익숙하지도 않고 성숙하지도 않은 나이 어린 아동들에게 읽고 쓰기를 요구한다면 영어는 배우기 힘들고 재미없는 과목이 되고 만다. 따라서 아동들이 음성언어로 의사소통을 꽤 잘할 수 있기 전까지는 읽고 쓰기를 가르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손, 눈과 공간적인 조정능력이 적절히 발달되어 있고, 읽는 내용을 이해할 경우 영어 읽기를 빨리 배울 수도 있다. 읽기가 일단 재미있게 되면 더 읽고 싶어질 것이고 추후에 쓰기도 하고 싶어진다. 이미 듣기와 말하기 활동을 통해 경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읽고 쓰는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어재료로서 소재는 일상생활과 친숙한 일반적인 화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 유아들의 흥미, 필요, 인지적 수준을 고려한다면 개인생활, 가정생활과 의식주, 취미와 오락, 동·식물과 날씨 등 자연현상에 관한 내용이 바람직하며 이러한 소재들은 비단 영어시간뿐만 아니라 타 교과 지도 시에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통합적인 영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휘는 학생들의 인지적인 학습과정과 수업시수를 고려하여 적절한 양의 어휘를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40분 단위의 한 차시에 새로 도입하는 단어의 수는 6개 내외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필요시 추가로 더 지도하되 주기적인 반복학습을 통하여 학습된 어휘가 능동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아영어교육에서는 학생들의 연령과 수준을 고려하여 구체어를 먼저 가르치고 추상어는 나중에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어를 지도할 때는 우리말 번역 없이 실물, 사진, 그림이나 행동 등을 통해 보여주면서 지도하도록 한다. 추상어는 사례를 들거나 연상작용(associations)을 통해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자칫 의미의 오해를 초래할 수도 있고 불필요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꼭 지도해야 할 경우에는 번역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발음은 일반적으로 자연적이고 비형식적인 환경인 ESL 환경에서 영어를 배우는 경우 아동들은 원어민과 같은 발음을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동들은 대부분 학교나 학원 등과 같은 형식적인 상황에서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발음습득이 그다지 쉽지 않다. 특히 발음은 외국어 교육시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로 학생들이 단어, 구문, 문법을 잘 안다해도 상대방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발음과 억양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는 어렵다. 이 심각성은 영어와 한국어처럼 음운체계의 차이가 많이 다를수록 더 커지기 때문에 영어의 분절요소인 모음, 자음뿐만 아니라 강세, 리듬, 억양과 같은 초분절적인(suprasegmental) 요소의 지도도 중요하다. 아동들은 보통 분절 요소보다 초분절 요소를 먼저 습득하게 된다. 영어의 초분절 요소는 이해 및 표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분절 요소인 개별음을 정확히 발음하는 것보다 의미 파악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유아들은 영어의 서로 다른 음들을 자연스럽게 들어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될 수 있는 대로 노래와 운문(rhymes)을 많이 듣고 부르며 녹음된 자료를 많이 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법을 보면 아동들은 언어학적인 개념을 묘사하고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위언어(metalanguage)를 확실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문법 용어의 사용을 통한 설명을 피하고, 추상적인 문법규칙을 먼저 제시하거나 암기하게 하기보다는 다양한 문장형태와 예시를 통해 규칙을 스스로 발견해 나가면서 영어의 문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귀납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화지도의 내용은 문화간 이해에 있어서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요소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내용이 어린이 영어교육에서는 주가 된다. 의사소통에 필요한 영어권의 생활양식과 언어적·비언어적 행동양식에 덧붙여 우리 문화와의 차이점도 적절히 도입하여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어권 문화를 적절한 상황에서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문화의 습득이 이루어지게 한다.[PAGE BREAK] 유아영어교육의 어려운 점은 내용보다는 방법적인 측면에 있다. 유아영어교육의 방법은 유아들의 영어 구사수준이 처음 영어를 배우는 초급단계에 속하고, 나이도 어리다는 점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접근해야 한다. 유아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유아들에게 말하기, 노래와 동요, 챈트 가르치기, 간단한 게임하기, 미술과 공작활동 제공하기, 간단한 드라마 활동 구성하기, 동화책 읽어주기 등이다. 효과적인 유아영어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방법 면에서 아동의 주요 발달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만 2세에서 7세에 속하는 유아들은 인지 발달 면에서 전조작기 사고(preoperational thought) 단계에 속하는데 유아들은 한 번에 한 가지 요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으며,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전이어서 매우 자기중심적인 경향을 보인다. 신체적으로는 힘이 넘치고 많이 움직여야 하지만 쉽게 피로함을 느끼며, 큰 근육을 사용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 정의적인 면에서 유아들은 매우 불안정하고 불안감을 느낀다. 주의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서 즉각적인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활동과 아동들이 지니고 있는 자연스런 호기심을 자극시킬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하되 한 수업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고, 시청각적인 양식 외에 감각적인 입력(sensory input)을 제공하기 위한 활동 및 역할극, 게임, TPR과 같이 신체적인 움직임을 요하는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초보단계의 말하기 지도에서 특히 중요한 사항은 학생들이 사소한 실수를 일일이 지적 당함이 없이 자유롭게 연습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문법과 발음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 부분적으로 고쳐주기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은 실수를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발화가 완벽하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초보 단계에서의 발음지도(음소, 음소형태, 억양, 리듬, 강세)는 매우 중요하다. 발음지도를 소홀히 할 경우 추후 유창성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될 정도의 실수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수정을 자제해야 한다. 잘못 수정을 하게 되면 해당하는 아이들은 자신감, 유창성, 스스로 교정하는 능력 등을 상실하거나 매번 말할 때마다 교사의 수정을 그저 기다릴 수도 있다. 실수를 지적하는 방법도 상황, 난이도, 학생의 능력 등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한다. [PAGE BREAK]영어학습의 초기 단계에서 교사가 사용하는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매우 분명하게 발음을 해야 하고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약간 말의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발음만 분명하다면 초보자라고 너무 느리게 말하거나 더 크게 말할 필요는 없다. 어휘와 구조는 학생수준에 맞거나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범위 내에서 사용함으로써 이해가능한 입력 (comprehensible input)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사가 가르칠 내용을 이미 들어봤던 경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교사는 말할 때 새로운 구조, 시제, 어휘 등을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전에 먼저 사용하는 것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이해한 언어를 실제로 사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 즉 수동적인 언어가 능동적인 언어로 바뀌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교실언어는 실제 사용되면서도 짧고 단순한 교실영어(classroom English)를 중심으로 사용하되, 단어(특히 추상적인)의 의미나 학습활동의 목표를 설명할 때와 이해 정도를 평가할 때와 같은 경우에는 잠깐식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과도하게 우리말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치는 글 이 글에서는 유아영어교육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유아영어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 등에 대해 간단히 고찰해 보았다. 유아영어교육에서는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여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아동들로 하여금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후 다음 단계의 영어교육으로 이어져 시간이 흐르면서 완벽한 영어구사자가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우리 나라에서 유아영어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조기영어교육의 효과를 다각적으로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아영어 교육과정이나 지침 등을 마련하여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 상당수의 아동들이 영어에 대한 선수 학습이 이루어진 상태로 초등학교에 들어와 3학년이 돼서야 공식적인 영어교육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아동들을 공교육 과정과 연결시켜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유아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다양한 교재와 학습방법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 넷째, 유아영어교육은 내용과 방법 면에서뿐만 아니라 아동들을 성공적으로 지도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맞는 고유한 수업 기술과 통찰력을 지닌 교사가 필요하다. 교사가 아무리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좋은 교재·교구·교수 방법이 있다 해도 아동의 특성을 잘 이해하여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한다면 유아영어교육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아를 지도할 영어교사는 전문성 신장을 위해 끊임없이 개인차원에서도 노력해야 하지만 관련기관에서도 체계적인 교사양성 및 연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려하여야 할 사항은 교사의 영어구사 수준이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어린이 영어교사는 유창한 영어사용자는 아니지만 어린 아동들에게 영어를 잘 가르친다. 유아영어교육에서는 아동들로 하여금 영어를 좋아하는 것을 배우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유아들은 앞으로 영어를 완벽하게 배울 수 있는 시간도 많기 때문에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활동들을 통해 영어 배우는 것을 어려서부터 경험하게 해주면 나중에 영어를 잘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영어만 잘하는 원어민 교사를 선호하는 풍조도 개선되어야 한다.
김정렬(교원대 교수 / 영어교육과) 들어가는 말 1997년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최초의 정규교과 영어교육이 시작되어 이미 5년이 지났고, 그 3학년이 2001년에는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5년 동안 초등학교 영어 교육은 영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초등영어가 도입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학교 영어교육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교과는 당장 그 실용성을 알 수는 없지만 막연히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중요 과목으로 인식되던 것이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그래서 영어교육은 당연히 문법과 독해 중심으로 진행되고,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많이 외우고 많이 읽고 쓰는 것이 영어공부의 원칙이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시작되면서 처음부터 구어영어 중심으로 의사소통을 위한 유의적인 활동을 통해서 영어를 익히게 되었고, 초등학생들의 발달 특성상 자기방어라는 심리적 기제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학교 밖에서 외국인에게 수줍음 없이 쓰는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학교 영어교육이 실제 의사소통을 위한 중요한 생활의 도구로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사회의 빠른 개방화와 더불어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영어교육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긍지와 보람의 한편에는 지난 5년 동안 현실적으로 표출된 초등영어 교육의 문제점과 숙제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짧은 글을 통해서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모든 문제를 수박 겉핥기로 훑어보기보다는 다음의 세 가지 문제에 대해서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심도있는 논의를 해봤으면 한다. ①초등학교 영어를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하는가? ②초등학교 영어 수업시수는 이대로 둬도 되는가? ③초등영어 학습자들의 수준차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위의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 우선 초등영어 교육과정의 내용과 더불어 현재 실시되고 있는 초등영어 교육의 특성을 알아보고, 현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본 뒤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초등영어 교육의 방향 1997년에 개정된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하면 영어교육의 목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고 아울러 외국 문화를 올바르게 수용하여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고, 외국에 소개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미 7차 교육과정이 연차적으로 실시되어 2002년에는 초등학교 전학년이 7차 교육과정을 적용받는다. 7차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의 중점사항은 생활 영어 중시, 언어 사용 능력 신장, 활동·과정/과업 중심의 학습 중시, 성취 기준의 명료화 및 상세화, 수준에 맞게 학습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다. 그 중에서 초등학교 영어 교육이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생활 영어 중시 제7차 초등학교 영어과 교육과정은 21세기의 지식·정보화 시대에 대비하여 초등학교 학생들로 하여금 국제 공용어인 영어의 중요함을 알게 하고 영어를 배우는 데 흥미를 느끼고 영어에 대한 친숙감과 자신감을 갖도록 하며, 영어학습 의욕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 수준이나 내용은 일상 생활에서 실제 사용하는 매우 쉽고 간단한 생활 영어를 상황 또는 주제 중심으로 구성하여 학습하도록 하였다. 과거에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실제의 대화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잘 사용하지 못하는 데에는 교과서에 실려 있는 영어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문법을 설명하기에 좋은 예문들은 많이 있었지만, 영어의 원어민들이 항상 쓰는 말들은 매우 기본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하여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영어를 학습하여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영어과 교육과정의 취지이다. 언어 사용 능력 신장 우리 영어교육의 취약점은 문법-번역식 교수 방법에 너무 치중해 온 결과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며, 교육 현장에서도 교사의 구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초등학교에서는 음성 언어 중심의 영어교육을 통하여 영어 사용능력을 길러 주고, 점차적으로 문자언어 교육의 비중을 늘려 가도록 내용이 구성되었다. 학생들이 영어를 들을 수만 있다면 언제나 영어로 말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초보단계에서는 멀티미디어를 활용하거나 교사가 직접 교실 영어를 구사하여 학생에게 가급적 많은 듣기 훈련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교사는 이 점에 유의하여 교수-학습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활동·과정/과업 중심의 학습 중시 학생들이 그룹·체험 활동, 경험, 과업을 통하여 언어 사용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게임, 역할놀이, 노래 등을 많이 도입하였다. 교사의 역할은 그룹 관리 능력이 매우 중요하며, 교수-학습 과정에서 모니터를 통해 학생들의 실수 여부와 학업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감지해야 한다. 또한 자원 공급자로서 학생의 요청이 있을 때 도와주고,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는 어떠한 일을 수행하는 과정을 중요시 여기며, 학습자들이 스스로 활동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에 관한 혹은 언어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 그 자체를 가르치는 것이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수준에 맞게 학습할 수 있는 여건 마련 심화·보충형 교육과정에 수준별 교육과정을 적용함으로써, 우수 학생에게 심화 과정을 제공하여 수월성 교육을 할 수 있고, 학습 부진아에게 보충 과정을 제공하여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능력에 따라 학급을 소집단으로 편성하고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수업 내용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방법이 수준별 교육과정의 요체이다. [PAGE BREAK]학습자 중심의 영어교육 위의 네 가지와 더불어 현재 초등영어 교육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다. 학습자 중심의 영어 교육이란 교육의 중심을 교사의 가르침보다는 학생의 학습 쪽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교육의 방식을 의미한다. 학습자 중심 영어교육에서 교사는 영어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학생들이 놀이나 게임 등을 통해 영어를 실제로 체험해 보도록 하는 조건을 만들어 주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도와주어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영어를 익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은 실생활의 감각과 경험이 사고와 행동에 깊이 작용하고 호기심이 강한 시기에 있다. 그래서 영어의 교수-학습 활동을 전체적으로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감각과 놀이를 중심으로 하고, 발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초등영어 교육은 앞에서 제시하였던 활동·과정/과업 중심의 학습을 통하여 결과 그 자체보다는 학생들이 학습하는 과정에서 하는 경험, 활동, 느낌, 생각 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영어로 하는 경험, 활동, 느낌, 생각 등이 영어 자체에 관한 지식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어 교육의 주된 목적은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의 배양이다. 의사소통이란 본질적으로 그 자체가 과정이다. 의사소통 행위 자체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면,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영어교육은 당연히 결과보다는 과정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즉, 영어교육이 지식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결과 지향적인 교육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초등영어 교육의 문제점 초등학교 영어를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하는가? 초등영어 교육의 목표가 영어의 기초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담당 교사에게 상당한 수준의 영어구사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초등영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기초적인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 주는 데 있지 않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과 목표는 ‘영어 의사소통 능력의 기초적인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의사소통 능력의 기초적인 바탕이란 간단히 말해 최소한 영어를 싫어하지는 않게 하는 것이다. 영어란 것이 어렵고 딱딱하고 지겨운 것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면, 그 학생들은 영어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공부해야 할 시기에 흥미를 잃어 더 이상 영어 공부를 하기 싫어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 영어는 전체 영어교육의 초반의 극히 일부로서, 그 이후의 영어교육과 관계없는 하나의 독립된 교육이 아니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전부는 초등학생들이 영어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도록 해주는 것이다. 즉, 영어란 익숙하고 편안한 것이며 잘 해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영어 담당교사는 자신의 유창한 영어구사력의 발휘보다는 초등학생들과 함께 매우 기초적인 영어를 듣고 따라 하고 또 가지고 놀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발음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교사 자신이 끊임없이 연마해야 할 영어교육의 핵심적 요소이지만 발음이 근본적으로 의미의 전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니다. 발음이 안 좋아도 의미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면 의사소통은 되는 것이다. 한편,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수업의 제안으로 보다 영어 구사력이 뛰어난 영어 전담교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어전담 교사수는 태부족이다. 외국인 전담교사는 차치하고 내국인 전담교사가 확보된 경우는 전체 공립 초등학교의 30%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담임교사가 직접 영어를 지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등영어를 교과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하는지 담임교사가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 제기되어 오고 있다. 우리나라 여건상 현재 초등학교는 한 교사가 전 교과를 담당하는 체제이다. 만약 교과전담제가 실시된다면 이와 더불어 영어교과를 담당할 교사들의 양성교육도 같이 거론되어야 한다. 초등학교의 교과운영이 담임체제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영어를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된다는 논리는 위에 언급한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특성을 간과한 교과중심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어전담교사의 논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초등영어교사를 중등영어과 출신으로 임용하겠다는 논리가 바로 교과중심적 사고의 결과이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약에 필자의 생각과 달리 초등에 영어 전담교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초등영어 전담교사는 초등교사가 되기 위한 소양과 훈련을 받은 전문인력들 가운데 대학원에서 초등영어를 전공한 사람들과 초등영어 심화과정 이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교원대와 교대에서 초등영어 심화과정 및 대학원 초등영어 전공을 통해서 초등영어 전문가들을 키워서 내보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역량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오히려 비전문가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담교사를 임용하겠다고 하면 기존의 초등영어교육 전문가들 가운데 영어교사를 우선 발탁하여 쓰고, 그래도 모자라면 초등영어교육 전문가 양성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해서 교원대와 교대에 있는 기존의 학과체제와 프로그램을 통해서 얼마든지 양성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PAGE BREAK]수업시수의 부족 언어라는 특수성을 외면한 수업시수의 단축은 우리가 안고 있는 초등영어 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이다. 6차 교육과정에서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영어 수업시간이 2시간이었는데, 7차 교육과정에서는 3, 4학년은 1시간, 5, 6학년은 2시간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교육과정에서 영어과에 주어진 주당 1~2시간의 학교교육으로는 영어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태부족이다. 실제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목표어의 학습에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은 약 2,500시간 내외로 나와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과정의 수업시수를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 합해도 겨우 800시간 남짓 되는데, 이는 수업시수의 절대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영어과 수업시수 단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8차 교육과정에서는 최소한 6차교육과정 수준으로 3, 4학년은 환원시키고, 초등 1, 2학년까지 영어교육의 확대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다른 사람들은 만약 시수의 조정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3, 4학년에서 주당 1시간을 가르칠 바에야 이를 폐지하고 5, 6학년에 주당 3시간씩 집중 이수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타 교과와의 시수 조정이 쉽지 않은 일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수학(6차 교육과정 5, 6학년 주당 5시간→4시간), 사회(5, 6학년 주당 4시간→3시간), 과학(4, 5, 6학년 주당 4시간→3시간)이 각각 1시간씩 축소되고 대신 재량시간이 2시간으로 확대되는 등의 조정이 있기 때문에 영어가 3시간으로 확대될 경우 ‘교과별 최소 수업시간수의 조정을 통한 학습부담 경감’이라는 교육과정 개정의 정신에 맞지 않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초등영어는 학교에서 완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 이와같은 교육과정의 교과간 수업시수 조절의 문제는 교과중심적 이해관계 때문에 국가 통치권자가 우리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 어떤 교과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영단을 내리고 끌고 가지 않으면 해결되기 힘든 문제이다. 8차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영어과 수업시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예견할 수 없지만,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수업시수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고질적인 학습시간의 결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해결 방안으로 생각되는 것이 초등학교의 담임체제 속에서 그 대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담임이 영어를 가르친다면 교과간의 통합지도를 통해서 영어과의 학습 결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여러 가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간의 소재, 주제, 방법 및 결과물 등의 통합을 통해서 영어를 재미있고 유의미하게 가르치고 배우면서 다른 교과학습도 함께 하는 영어를 일부 병합해서 타교과의 수업을 하는 모델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습자들의 수준 격차 초등학교 미취학 아동과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이 사교육을 통해서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들에 대한 영어교육은 듣기와 말하기의 실용교육을 강조하고 있어 서점마다 각종 시청각교재들과 그림책, 동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실제로 국내 초등영어 교재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유명 출판사들이 개발한 수십 종의 교재가 나와 있고, 거기다 외국에서 제작한 수입 교재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국내 유아 및 초등영어 교재 시장의 규모는 전체 영어 교재 시장 중 약 30%를 점하고 있으며 대략 2백억 원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교육의 팽창으로 과외를 받는 학생과 받지 못하는 학생들 간의 수준차가 심해져서 이미 초등학교 3학년에서 영어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 상당한 수준차가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영어교육 시작 후에도 영어공부에 투입하는 시간이나 경제적인 차이, 동기의 차이 때문에 초기의 수준차는 누적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1997년 초등영어 교과가 정규과목으로 처음 시행되었을 때 초등영어 교과는 교재를 컬러화 하고 시청각 교수 자료를 도입하여 교단 선진화 및 교수-학습 방법의 질적 제고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 주위의 관심을 초등영어 교육의 긍정적인 지원세력으로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으로 영어를 가르쳤을 때 3~4학년 학생들로부터 영어에 대한 열렬한 참여도와 흥미를 진작시키는 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은 3~4학년과 달리 영어의 교수-학습에 게임, 노래, 챈트, 역할극만으로 동기유발이 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즉, 3학년에 올라와 처음 영어를 배울 때는 모두 재미있어 하고 모두 다 똑같은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1년이 지나 4학년에 올라갈 때에는 개개인의 수준차가 상당히 벌어진다. 이때부터 영어가 ‘재미없다,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습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5학년에 가서는 쓰기 기능까지 포함되다 보니, 어떤 학생들은 굉장히 뒤쳐지기도 하고, 아예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현장 교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놓고 또 하나의 과목에 부진아를 양성했다는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수준차를 조정하기 위해서 수준별 지도를 계획하고 있는데 7차 교육과정의 특징은 수준별 지도라는 것이다. 초등영어는 2001년부터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어 실제로 현장에서 수준별로 편성해서 가르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 나라와 같은 다인수 학급에서 학습자 개개인의 수준을 고려한 영어수업을 실시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더구나 우리 나라와 같은 EFL 상황에서 일주일에 1~2시간 영어를 배우고 나가도 실제 쓰일 데가 없다는 점과 상당히 어려워져 있는 교과서의 내용을 따라 잡기란 쉽지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영어권의 나라에 실제 가서 생활하며 습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비결이겠지만, 비용상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에 보완된 방안으로는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한 구체적 접근방식과 영어 동화책을 많이 구비하여 자주 접할 기회를 마련한다든지 또는 집에서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일상생활 영어를 같이 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제는 영어교육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의 영어구역(English Zone)이라는 개념을 좀 더 다양하게 확장시켜서 학교 홈페이지에 사이버 영어구역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영어채팅이나 영어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각 시·군·구 단위 교육청별로 영어시범학교를 두어서 해당학교에서 한두 개 교과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영어부속수업의 형태를 마련해서 공간적인 영어구역의 개념을 사이버 공간으로, 시간적인 공간으로 다양하게 확산시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학습자들의 수준차는 공교육에서 다양한 영어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므로서 풀어보겠다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PAGE BREAK]영어 교육의 과제 교사 연수에 대한 대책 초등영어 교육실시 이후 영향을 직접적으로 가장 많이 받은 사람들은 당장 가르쳐야 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이다. ’96년부터 시작된 연수는 기본연수, 심화연수, 해외연수, 자율연수, 교내연수 등의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고 국가적인 예산 또한 그 이전의 어느 연수보다 집중적으로 지원이 되어서 많은 교사들이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현재의 담임 배정 원칙으로는 영어 지도를 원하는 교사가 영어를 가르칠 수 없는 현실이다. 초등에서는 일시적으로 많은 수의 교사가 퇴직하는 상황이므로 담임의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로 인해 영어 지도에 유능하고, 영어 전담 교사를 원하는 교사의 경우에도 학교에서는 우선 담임의 수요를 메워야 하므로 담임으로 배정하는 실정에 있다. 초등에도 영어 사용에 능하고 영어 지도에 열심인 선생님들이 많이 있다. 이런 선생님들의 경우 다년간의 초등학교 학생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도한 경험과 교수법에 있어서도 많은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연수받은 적절한 인재를 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국가 재정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초등영어는 초등교사가 책임지고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며 계속 공부를 하는 교사에게 어떤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교사 양성과 채용에 대한 것은 교사연수를 넘어 교원양성 자체의 어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등에서 영어를 실시한 지 벌써 5년째에 접어들었으나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양성기관에 영어 사용능력을 위한 기회가 확대된 것 같지 않다. 입시 위주의 중·고교 영어교육도 그러하지만 졸업 후 당장 영어를 사용하여 지도하길 원하는 초등교사의 경우에도 구어능력 신장을 위한 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교사 채용에서도 어떤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방향은 평가에 의해 가장 빨리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교사 채용시험에서도 다양한 영어 인증제도를 활용하여 노력한 교사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교육환경 개선 및 교재 6차 교육과정에 비해 7차 교육과정에 의한 초등영어 교과서 및 지도서의 내용이 쉬워지기는 하였지만 초등 수준에서 지도하기에 지나치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초등영어 교과서의 수준은 중학교 1학년 수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과정에 어휘와 의사소통기능을 제시하여 난이도를 조절하였다고 하여도 초등의 경우는 말하기와 듣기의 음성언어 위주의 학습이므로 음성언어 수준에서는 꽤 높은 수준의 듣기와 발화 표현을 하게 된다. 더구나 지도서의 경우 단위 시간에 지도하기에는 학습량이 많고, 지도하는 방법에서도 체계적이거나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아 일반 연수만 받은 초등 교사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면이 많다고 여겨진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1997년에 처음으로 초등영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올해(2001)에 중학생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거리로 대두된 것이 초·중등 영어교육의 연계성 부족이라는 것이다. 4년 동안 영어공부를 하고 올라온 학생들이 중학교 교사들의 생각에 읽기와 쓰기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초등영어교육의 실시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초등영어 교육에서 음성언어에 노출하기에도 시간적으로 벅차 읽기·쓰기에 시간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므로 중등에서는 교육과정의 연계 선상에서 초등에서 이미 다 배웠다고 여기고 읽고 쓰기의 수준을 규정하므로 이를 걱정하는 일선 교사도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7차 교육과정에 의한 교과서의 내용도 초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그 연계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초등영어 교육은 지금 초창기이기 때문에 초등영어교수법이 대부분의 교사들에게 생소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7차 교육과정에 의거한 초등영어는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 교사용 CD-ROM, 학생용 CD-ROM, 오디오 자료 등이 함께 공급되고 있다. 교사용 지도서는 특히 교사의 자율연수를 위한 것이다. 가르쳐야 할 내용과 방법이 교사용 지도서에 단계별로 잘 정리되어 있지만 그래도 많은 담당교사들에게는 생소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많다. 영어를 담당교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지도서의 지도 방법과 절차, 구체적 교수 기술 등에 관해서 충분한 토론과 연습을 통해 차시별 지도안을 공동으로 작성하고 공통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초등영어 교육에 좀 더 밝은 교사가 앞장서서 주도적으로 진행하면 그 학교의 같은 학년의 영어수업의 질과 내용은 한결 더 충실해질 수 있을 것이고 반별·교사별로 수업의 질의 차이가 좁혀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담당교사들은 한층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교육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들이 상당히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교육청, 학교장들이 담당교사들의 자율연수 기회를 최대한 확대해 주고 필요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열악한 초등학교의 영어수업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서 초등영어 교육을 위한 갖가지 대안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인터넷이나 PC 통신을 이용한 유아 및 초등영어 사이트들로 알파벳부터 영어 노래·동화·게임 등을 다양하게 학습할 수 있는 국내외 영어교육 사이트, 초등학생용으로 70여 개의 영어 동화책 사이트를 링크시켜 놓은 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맺음말 열악한 교육환경, 교사자질에 대한 논의, 교육인적자원부의 방향을 잃은 임용시책, 영어교사의 해외연수 기회 부족, 영어 원어민 강사의 태부족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지만 교육은 이상적인 이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현실적 여건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교육의 여건이란 세계 어디를 보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런 곳은 없다. 어떤 교육은 필요한 모든 여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질 때까지 시행하지 않고 기다릴 수 없는 것도 있다. 사회의 변화 등으로 인해 꼭 필요해진 것의 교육은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여건만 마련되면 시행을 하면서 여건을 충족시켜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5년을 맞이해서 초등영어 교육에 대한 그 시행 상의 문제점이나 미비점을 끊임없이 보완하고 교육과정, 교과서, 담당교사의 양성 및 연수, 행정 당국의 지원 등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감으로써 더 나은 초등영어 교육의 활성화를 기대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많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제안하고 있는 해결책도 최선의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대안일 뿐이고, 우리 모두 다같이 초등영어 교육이 그 뿌리를 튼튼히 할 때까지 관심과 열정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동주(서울 경동교 교사) 들어가는 글 몇 년 전 초등영어교육을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나라가 시끄럽더니, 1997년부터 영어가 3학년부터 정규 과목으로 실시되어 4년 동안 영어를 배운 녀석들이 벌써 중학교 2학년이 된다. 덕분에 영어 교육·학습 시장은 때아닌 호황을 맞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영어 못하면 바보가 되는 양 영어 배우기 열풍에 휩싸였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는 꼬마들은 물론 초등 학생 녀석들은 무슨 스쿨, 무슨 영어, 이름도 묘연한 각종 학원에 앞다투어 다니느라 진땀을 빼고, 부모들은 IMF 상황에서도 자녀들 학원비 대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또한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영어도 가르쳐야 한다는 때아닌 날벼락에 학기중이건 방학중이건 연수를 받으러 다니랴, 그도 모자라 학원 수강까지 하며 온 힘을 쏟아왔다. 중학교 학생들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등학교 입시가 없어져 입시에 대한 부담은 덜었다지만 자기 동생보다 영어를 못할까 두려워 학교에서의 영어수업도 모자라 집에 오면 영어 학원은 필수로 가야 한다. 또 고등학교 학생들은 대학 입학 수학능력 시험에서 외국어 영역 시험인 영어가 아주 중요하다며 또 학원에 다닌다. 갖은 고생 끝에 대학에 들어간 대학생들도 TOEIC 900점 이상을 받아놓고 졸업해도 취업을 할 수 없다며, 휴학까지 불사하고 미국으로, 캐나다로, 호주로 어학 연수를 간다고 짐을 꾸린다. 그 어려운 취업의 관문을 넘은 직장인들은 언제 퇴출될지 몰라 새벽이나 야간에 학원에 다닌다. 이 어른들은 그간의 고생도 잊은 채 자녀들에게 자기보다 더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야 잘 살 수 있다며 유치원 아이들까지 영어 학원에 보내거나 학습지로나마 영어공부를 시킨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시 중산층 정도 가정의 영어학습 풍속도일 것이다. 문제의 제기 일반적으로 모든 교육이 그러하듯이 영어교육에서도 학습자와 교사, 그리고 학습환경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만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요소가 오늘날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한 가지씩 짚어보기로 하자. 학습자 상황 초등학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주당 2시간씩 4년간 총 272시간 영어공부를 하고 중학생이 된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객관성 있는 결과를 제시하는 연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와야 초등영어교육의 공과에 대한 그간의 논쟁을 해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 고등학교 2학년인 한 학생의 여동생의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되는 그 아이는 학원도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해 왔는데, 오빠와 비교해 볼 때 듣기와 말하기에서 굉장한 자신감과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 오빠가 부러워할 만큼 ‘잘 하더라’는 것이 오빠의 고백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그런 과정이 있었더라면 영어를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말을 들었다. 분명 앞당겨진 영어교육은 영어 자체의 실력 향상이라는 면에서는 분명 성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오빠가 중학교 때 영어를 공부했던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영어를 접했으며, 학교의 영어 수업에서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방과후에는 학원에 다녔는데, 일반적으로 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학원에서는 종합반이라고 하여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보통이라 그도 그런 학원에서 다른 과목과 함께 영어를 공부했다. 수업은 해당 학교의 영어 교과서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미리 예습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내신성적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을 두어 자기도 영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어 상위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신성적에 따라 인문계 고등학교로 와서 현재에 이르렀는데, 영어는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 시간에 충실하고 방과후에는 종합반 학원에 월 30만원씩 내면서 다른 과목과 함께 공부를 한다고 한다. [PAGE BREAK]중학교 때와 비교할 때 학원에서의 수업 방법에 차이가 있다면,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하여 문법과 함께 거의 독해유형 문제풀이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간혹 듣기 문제 풀이 전략을 기르기 위한 연습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신성적 향상도 학원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므로 주변 학교의 최근 몇 년 동안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문제지를 입수하여 기출 문제를 제공하고, 이를 출제한 영어 교사들의 경향을 분석한 예상 문제 서비스도 받아 학교 시험에서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어 선배들이 고생하고 있으므로 자기도 ‘뭔가 더 해야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 친구는 대학에 들어가서 전공에 관한 원서를 잘 읽어내야 하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할 것이며, 취업을 위해 TOEIC이나 TOEFL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영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이 학생이 그간 영어학습에 대해 어떤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공부해 왔는지 알아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는 뚜렷한 자기 스스로의 내적 동기를 가졌다기보다는 부모님께서 얘기하시는 ‘영어를 잘해야 잘 살 수 있다’라는 가르침에 따라 영어를 공부해 왔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학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학교 영어시간에도 충실하였고, 학원에도 열심히 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잘 살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하겠다고 한다. 바로 이 아이가 우리 사회에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그저 보통 학생의 모델이 아닐까 생각된다. 교사 상황 얼마 전 대학원에서 초등영어교육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방 소도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전담하고 있는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5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힘은 들지만 무척 재미있고 아이들이 영어를 공부하려는 열의가 높아 매일매일 학습 자료를 만들고, 영어 교사 동아리에서 토론도 하고, 세미나도 참석한다고 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중학교 때 처음 영어를 공부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아이들의 영어학습에 대한 태도가 무척 적극적이며, 교과서도 재미있고, 멀티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보조 교재를 사용할 수 있어, 자기만 더 노력한다면 정말 효과적인 영어학습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어떤 모임에서 오랜만에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배 교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1학년을 가르쳤는데, 여러 초등학교에서 모인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제각각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왔는지 몰라 어리둥절 두 달 여를 학생들의 영어 학습 정도를 진단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예전의 방법대로 문법도 설명하고 해석도 해 보이며 가르치니 지루해서 45분을 견뎌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아 그게 그거였구나!’ 하면서 알아듣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교과서에 노래도 많이 나오고 박수까지 쳐가며 랩을 하는 것도 있고, 게임도 해야 하고, 또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한다니 무척 괴로웠던 모양이다. 예전보다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통제하기에는 수월하지만 요즘 아이들 심보가 고약해져서 말을 잘 안 듣는다며, 성적이 많이 뒤쳐진 아이들을 돌볼 겨를이 없다고 애석해 했다. 또한 중학교에서 영어 수업 시간이 주당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 그렇지 않아도 요즘 학생들이 정말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해서 실력이 예전만 못한데 어떡하겠다는 거냐고 한탄했다. 이번 방학에는 영어로 하는 영어 수업을 위해 직무 연수를 60시간 받아야 한다며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1학년 녀석들 보면 해석은커녕 영어 교과서를 제대로 읽어내는 학생이 한 반에 몇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교 영어 성적은 잘 나오는 편이란다. 가뜩이나 쉽게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데, 학원에서 족집게처럼 자기가 출제했던 작년도 학교 고사 문제를 분석하여 이번에 내는 문제까지 기가 막히게 예상해낸다고 개탄한다. 수준별 수업이라고 학급을 나누어 놓으니 동료들이 못하는 반에는 수업을 들어가기가 싫다고까지 말한다며 이래서 뭐가 되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PAGE BREAK]급기야 필기 시험에서 주관식과 서술형을 30% 이상 출제하라는 예전의 지침과는 달리 수행평가를 실시해서 반영하는 방법도 있다고 권장하니 태도 점수로 이런 녀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까지 쓰고 있단다. 그 수행평가라는 것도 집에서 하는 과제 형식(take-home paper)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 정말 그 학생이 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한다고 했다. 요즘엔 수행평가까지 책임져주는 학원에 수강생이 많이 몰린다는 말도 한다. 이렇게 썩 마음에 들지 않게 공부한 학생들이 2, 3학년이 되면 그 동안 학원에서 터득한 수능영어 독해유형 공략의 고수가 되었는지 학교 성적도 그런 대로 유지하고, 교과서를 끝내고 부교재로 함께 공부하는 수업 시간에도 곧잘 정답을 맞추어내서 가끔 놀라곤 한단다. 그럭저럭 잘 만들어진 1학년용 공통 영어와 2, 3학년용 영어Ⅰ, Ⅱ 교과서도 이런 학생들의 영어학습의 목적을 충족시킬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수능시험 준비로 영어수업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하면서 이는 대학 입시가 낳은 공교육의 흔들림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어떤 영화의 제목처럼 “Wag the Dog”이라고 하는데, 개가 자기의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그 개의 몸체를 흔든다는 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또 이제는 이런 녀석들 데리고 영어로만 수업을 하라니 차라리 입시가 사라진 중학교로 다시 내려가서 큰 부담 없이 학생들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재미있게 영어수업을 하고 싶다는 친구의 말이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학습 환경 상황 새 천년이 되기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지식·정보화 시대, 세계화 시대에 대비하자는 목소리를 높여 컴퓨터뿐 아니라 영어사용 능력을 기르는 것이 미래에 대비하는 확실한 준비라고 강조해 왔다. 물론 이는 피할 수 없는 세계사적 흐름이므로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국가 수준의 영어과 교육 과정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도 말 한마디 주고받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던 종래의 문법·암기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고 의사소통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영어교육 개혁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실제 학교의 영어수업 현장에서는 날이 바뀌면 영어 교수-학습방법 개선이니, 평가방법 개선이니 하여 각종 시책을 하달하고 있는데, 열린 수업하라, 수준별 수업하라, 수행평가를 하라, 영어로만 수업하라는 것들이 그것들이다. 한 때는 비싼 돈을 들여 영어 원어민을 수입하여 중·고등학교에 배치하고 제대로 된 영어수업을 해보자고 했다가 나라 살림의 어려움으로 계속적으로 실행하지 못해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또한 세계화에 앞장서는 지름길이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라며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시작했고,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영어 교과서의 학습내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학교의 정규 영어 수업 시간 수도 주당 1시간씩 줄인다고 하고 있다. 게다가 중·고등학교에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없애기도 했으며, 고등학교에서는 모의고사도 보지 말라고 하고, 학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특기와 적성에 따라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한다고도 하고, 학생들의 고통을 덜고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며 대학 입학 수능시험 문제를 쉽게 내기도 해보았다. 그러나 어디 그것이 계획대로 쉽게 실현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우리 사회는 미술이나 음악, 또는 사회 등의 과목을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관대한 반면, 영어를 못하면 인생의 실패자가 되는 양 아우성인 사회이다. 그래서 아무리 영어 공부를 하지 말라고 막아도 ‘영어 공부 ∼ 해라’, ‘영어의 ∼에 빠져라’, ‘영어 절대로 ∼마라’ 등 영어 공부에 대한 안내서쯤 되는 책들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며, 경제적 불황 속에서도 영어학습 관련 학원가는 성시를 이루는 그런 사회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해 잘 살 수 없었다는 우리 부모님들로부터 우리들, 이제 우리들의 자식들까지 대물림되는 피할 수 없는 업보인 듯하다.[PAGE BREAK]몇 가지 제언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우리 나라 중등 영어교육에 있어서 학습자, 교사, 그리고 사회적 학습 환경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문제풀이 식 영어공부는 지양하자 앞의 중2 여학생의 예처럼,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주도하는 수업에 따라 그저 듣고 받아 적기만 하고, 학원에서는 학교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해 영어 교과서에 대한 복습과 예습, 기출 문제와 예상 문제 풀기식의 영어공부는 생각하지도 말고 그런 방법에 발을 들여놓지도 말아야 한다. 대신 앞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나 직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관심 있고 싫증나지 않는 방법으로 꾸준히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듣기 공부와 함께 외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만화 영화부터 시작하여 보고 싶은 영화를 한글 자막 없이 반복해서 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또 학교 공부를 위해서는 교과서에 부속된 테이프나 CD를 듣고 따라 하는 공부와 함께 교육방송 프로그램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에 필요한 문법과 어휘, 독해 요령도 공부하고, 생활 영어도 익히는 방법이 좋겠다. 이것은 컴퓨터를 통해서도 할 수 있으며, 외국 친구와 인터넷 메일 주고받기를 통해 영어로 글을 쓰는 능력도 기를 수가 있다. 알고 있는 동화 이야기도 좋고 짧은 단편 소설까지 영어로 된 글을 많이 읽는 것은 독해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학교에서 특별활동이나 방과후 교육 활동으로 영어 연극반이나 영자 신문반, 영어방송반 등에서 활동하는 것은 많은 영어 사용 경험을 얻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한다면 남들이 생각하는 고역스런 영어를 즐기는 영어로 익히게 되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끊임없는 자기연수 필요 이제 나를 포함한 우리 중등 영어 선생님들이 함께 해 나가야 할 일들이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힘든 여건에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영어 공부의 즐거움을 심어주고, 어느 정도 귀와 눈과 입을 열리게 하여 중학교로 온 학생들에게는 최소한 그들의 영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영어공부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중·고등학교에서의 영어공부의 필요성과 함께 적절한 동기와 목적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교육과정에 정통해야 한다. 이전의 학습 단계였던 초등학교에서, 그리고 중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배웠는지 아는 것이 기본이며, 이를 토대로 현 단계의 교육과정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가르쳐야 하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교육과정이 현장 영어교육에 적절하지 못하다면 근거를 가지고 이를 분석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제안하여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교사 상호간에 서로 수업을 관찰하고, 토론 자리를 마련하여 조언과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효과적인 교수-학습방법을 함께 고안하여 적용하며, 유용한 학습 자료 제작과 활용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신평가에서는 평가의 원칙에 입각하여 내용 면에서는 학생의 진정한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타당도가 있는 평가 문항을 만들어야 하며, 신뢰도 있는 채점과 어떤 이의도 제기되지 않도록 객관성을 확보한 결과 처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적절히 병행하여 영어의 4가지 기능을 골고루 측정하여 학생들에게 앞으로 학습할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교에서보다 학원에서 공부해서 학교 점수를 더 잘 받는다는 그간의 우스웠던 모양새를 불식시켜야 한다. 수준별 학습에 있어서도 잘하는 학생들 집단도 중요하지만 학년의 단계가 올라가면서 영어에 대해 좌절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나기 마련이므로 이들에 대한 적절한 학습보충을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별활동이나 방과후 교육 활동에서는 형식적인 활동반을 운영하기보다는 영어수업중에는 다루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다양하고 흥미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영어학습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PAGE BREAK]이렇게 하려면 자기 연수와 연구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는데 승진 점수에 연연한 연수나 현장 연구를 해서는 안되며, 연수나 연구의 성과가 추후에 위와 같은 활동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영어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학회 및 세미나, 실용 영어 능력을 기르기 위한 모임 등에서의 활동으로 최근의 영어교육이론과 실제에 정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항상 노력하는 영어 선생님이라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어 영어학습 촉진자, 안내자로서 우리의 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 수립을 끝으로 영어학습의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정부, 사회, 가정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우리 나라의 영어 교육 상황은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상황이므로 모국어나 제2언어로 영어를 배우는 외국으로부터 아무리 좋은 영어 교육정책이나 방법을 들여와서 그대로 한다고 해도 그들만큼 잘될 수가 없다. 따라서 영어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를 구현하는 각종 시책을 입안할 때에는 우리 실정에 맞는 실행 가능한 것들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영어교육 이렇게 해보자 식의 일회용 캠페인 성격의 정책들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외면까지 당하는 지경에 처한 영어 교사들에게 자신감을 회복하여 꾸준한 연구와 연찬으로 영어교육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을 해야 하고, 현장 영어 교실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예컨대 영어학습자료 제작을 위한 영어교사 전용 교무실 설치, 수준별 수업을 위해서는 영어를 전공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해 고생하는 인력들을 활용하여 보조 교사로 지원하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으며, 영어로 하는 영어 수업을 위해서는 준비가 덜 된 교사들에게 실비로 연수를 지원하는 방법들도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대학입학전형에서도 다소나마 변화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지나친 수능시험 성적 위주의 전형 방법은 더 이상 영어교육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듣기와 독해문제 풀이 중심의 시험이 진정한 영어 능력을 판단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영어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평가한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되어 전형에 반영되어야 공교육을 살릴 수 있으며, 대학별로 공인된 영어능력인증서를 확인하거나, 영어 구두면접과 토론면접, 논술 등을 실시하는 등의 적절한 방법으로 이를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원에서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신성적 올리기 식의 영어교육도 아닌 문제 풀이 요령만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더 이상 운영해서는 안 된다. 이제 대국적인 생각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흥미와 관심을 고려한 스크린 영어, 실생활 영어 회화, 영어 노래, 영어 연극, 영어 독서, 영어 놀이 등 학생들의 진정한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해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는 누구나 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미술이나 음악을 누구나 다 잘 하지 못하듯이 개인적인 관심과 재능에 따라 영어도 못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자녀들의 미래 희망이 무엇인지 알고, 그 희망을 실현시키는 데 필요한 만큼의 영어 능력만 갖추면 되므로 남들 다 하는데 하지 않으면 뒤진다는 부화뇌동을 이젠 없애야 할 것이다. 나오는 글 지금까지 학습자와 교사, 그리고 사회적 환경을 중심으로 우리 나라 영어교육의 현재 모습과 함께 중등 영어교육의 실상을 살펴보고, 두서없이 몇 가지 제언을 해 보았다. 우리 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영어교육에 대해 할 말이 많고, 또 나름대로 문제점에 대한 대안들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의 짧은 생각이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최소한 용기를 잃게 하지 않고, 영어를 가르치는 모든 분들께는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영어교육을 위해 정책을 세우고 지원을 하는 기관에는 조금이나마 현장의 소리를 전하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
남명호(한국교육과정평가원 평가조정위원) 교육부는 지난 1998년에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총점을 폐지하고 1∼9등급으로 나누어 등급을 제공하며, 5개 영역별로는 점수와 그에 따른 백분위점수와 등급을 함께 주기로 하였다. 교육학자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 세미나와 각계각층의 인사를 대상으로 수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마련한 개선안의 내용 가운데, 총점과 총점에 의한 백분위점수(석차)를 폐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은 누구나 다양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잠재력은 모든 교과에 걸쳐 나타나기보다는 개별 교과 또는 특정 교과에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수능 총점에 의한 선발 방식은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계발시키려는 교육과정 운영을 무력화할 뿐더러 학생에게 이것저것 고루 잘하는 만능인이 되도록 요구함으로써 학생의 수험부담이 과중되고 결과적으로 인적자원의 양성에도 고비용 저효율을 가져오게 된다. 지난 12월 4일 발표된 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PISA) 결과는 이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OECD 32개 국가 중 우리 나라 학생의 성취 수준은 과학 1위, 수학 2위, 읽기 6위 등 세계 최상위에 속하지만, 상위 5% 학생들의 점수는 수학 6위, 과학 5위, 읽기 20위로 떨어진다. 특히, 읽기는 OECD 전체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충분히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나라의 교육이 학생에게 모든 과목을 두루 다 잘 하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어느 한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기르는 데는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같은 병폐를 고치기 위해 총점이 아닌 영역별 점수로 학생이 가지고 있는 적성과 특기를 고려하자는 것이 새 입시제도의 취지였던 것이다. 학생들의 과중한 수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관심이 있고 적성에 맞는 과목을 깊이 있게 공부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모든 분야를 두루 잘하는 학생도 필요하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학생에게도 관련 전공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총점주의는 대학간에 상존해 있는 서열을 더욱 고착화하여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통한 대학간의 선의의 경쟁을 사라지게 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의 타파는 더욱 요원하게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총점 석차에 의한 학생 선발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에서도 교육 이념과 설립 목적에 따라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전형자료를 활용한 전형방식의 특성화·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 기록, 비교과 기록, 수능 성적, 수능 등급, 면접, 논술, 실기고사 등 전형자료가 다양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자료의 반영 여부와 그 방법이 대학별 모집단위에 따라 독특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년 전부터 폐지하기로 발표한 총점 석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교육 정책의 공신력을 떨어뜨림은 물론, 모처럼 확대되고 있는 다양한 전형자료를 통한 학생 선발이라는 바람직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 물론, 절반이 넘는 대학이 금학년도 입시에서 5개 영역 전체 성적을 반영하고 있는 현실에서 총점 석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진학지도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불편을 줄 것이다. 하지만, 진학지도를 맡은 선생님들은 조금 힘이 들더라도 총점 석차에 의해 진학 지도를 하기보다는 학생이 수능의 어떤 영역에 강점이 있는지, 그리고 평소 학교 생활에서 나타난 학생의 적성과 소질, 내신 성적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진학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총점 석차에 의해 점수대별로 일렬로 줄세운 대학이나 학부(과)에 학생을 끼워맞추는 방식은 이미 진학지도라고 할 수 없다. 다행히, 일선의 많은 교사들은 금학년도에 총점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해 온 것으로 안다. 총점 석차 정보에 의한 진학지도가 사라져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2003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들은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게 되므로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05학년도에는 새 교육과정의 특성을 반영하여 개편한 수능시험을 보게 된다. 지난 12월 28일 발표된 개편안에 따르면, 학생들은 6개 영역 중 선택에 따라 일부 영역만 응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특히, 사회탐구영역은 11과목 중 4과목, 과학탐구영역은 8과목 중 4과목을 각각 선택하게 되므로 학생마다 각기 다른 과목의 시험 준비를 하게 된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시험 영역과 과목 또한 모집단위별로 다양할 것이므로 총점의 개념은 사실상 무의미하게 된다. 고등학교는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무시한 채 사설 입시 기관이 작성한 대학 및 학과 배치기준표에 의해 학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비교육적인 진학지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며, 여전히 총점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들은 영역별 점수를 고려하는 선발 방식으로 전환해야 2005학년도에 큰 혼란없이 입시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인적자원 이외에 가진 게 별로 없는 우리 나라가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소질과 적성이 다양한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양성하여 각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를 많이 길러내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총점 석차제 폐지는 그 점에서 효율적 인적자원 양성을 위한 첫걸음이다.
황인표(서울 보성고 교사) 평가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변별력 즉, 선발을 위한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성취도 측정을 위한 기능이다. 우리 나라에서 현재의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를 보면, 전자 즉 선발을 위한 평가의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 몇 년간 수학능력시험은 새로운 교육 정책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난이도를 낮추면서, 성취도 중심의 평가로 전환되는 것 같은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1년 너무 쉽게 출제된 수학능력시험으로 인해서 변별력을 상실하더니, 2002년에는 너무 어려워 평균 60~70점 정도의 점수하락을 가져왔다. 학교 현장은 당황했고, 수험생들은 아연하였으며,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수학능력시험이 어렵게 출제된 것을 사과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와 같은 혼란이 일어나게 된 본질은 선발에 있어서 줄 세우기를 차단하고 다양한 선발 방식을 유도한다는 취지에 입각하여, 선발에 결정적 변수인 ‘총점 석차’를 발표하지 않은 데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평가정책(評價政策)과 평가문화(評價文化)의 괴리(乖離)에 있다. 우리 나라에서 수학능력시험은 국가가 어떠한 정책의도로 가든지 선발의 기능을 수행해주기를 기대하는 학부모들과 대학 당국자들의 안이함 때문에, 새로운 평가 문화의 정착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기능을 한꺼번에 확 바꿀 것이 아니라, 대학들로 하여금 다양한 선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기간과 여건을 마련한 후에, 자연스럽게 그 기능이 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유도하면서 국가적 평가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첫째, 안정적이고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시험의 기능은 준비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근거를 삼을 수 있는 준거(準據)를 충실히 제공하여야 한다. 그것이 선발의 기능이든 성취도의 측정 기능이든 평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점수분포를 유도할 수 있는 난이도를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대학들은 특별한 입시 대안을 갖고 있지 않고, 대학 수학능력시험은 입시에 지대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기대의 눈들이 한 해에 70~80만 명, 넓게는 500만 명에 이른다. 그들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둘째, 차제에 수학능력시험이 완전히 성취도를 확인하는 시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선발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도구를 개발하도록 하여야 한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이라는 명칭이 암시하듯, 학생들이 과연 대학교육을 받을 기초 소양을 갖추고 있는가 즉, 학생들이 최소한의 성취를 이룩하였는가를 측정하는 도구로 자리잡도록 그 역할을 변경하여야 한다. 셋째, 출제위원의 구성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현재의 수학능력시험은 출제위원을 대학 교수들로 구성하고, 검토위원을 교사로 구성하고 있다. 수학능력시험 출제의 실제를 보면, 문항 출제는 출제위원의 고유 업무로 하고 있고, 출제 문항에 대한 검토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출제위원 구성은 수학능력시험 문제가 난이도 조절을 실패하는 결정적 요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고, 평가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순한 인적 변화의 차원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인적 구성 절차이다. 안정적인 난이도를 위해서 학생들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일선 교사들이 출제 위원 구성의 중심을 차지하여야 하고, 교수들은 검토위원이나 또는 일부 적은 비중의 출제위원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우리의 교육 당국은 수학능력시험을 하나의 자격 시험으로 역할을 낮추고, 그러한 모양새를 위해서 총점과 석차로 발표하는 것을 금하고, 등급제로 발표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형식적인 약속만을 지키고 실질적인 것을 지키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다. 총점제를 폐지하고 수능석차를 발표하지 않으려면, 그에 맞는 조건을 갖추어 놓고 하여야 한다. 그런데 올해의 입시 현장도 여전히 수학능력시험의 의존도가 막대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외형적인 틀만 바꾸어 놓으면, 골탕을 먹는 것은 바로 학생들이요, 학부모요, 진학지도 교사들이다. 교육은 백년대계이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이다. 그러한 교육을 충분한 준비와 공감대가 없이, 주변 여건의 개선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일이다.
임형칠(광주 정광고 교사) 지난 7월 중순부터 한 달 가까이 (사)대한산악연맹이 주최하고 문화관광부, SBS,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 강원일보, 광주일보,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제주일보가 후원하는 세계 6개 대산맥의 ‘2001 한국 청소년 오지탐사대’중 유럽 카프카스 탐사대장으로 탐사활동을 벌였다. 전국의 대학생들과 함께 지구촌 오지를 찾아 거칠고 황량한 대자연 속에 한국인의 진취적 기상과 불굴의 도전정신을 새기고 돌아왔다. 필자는 처음 기획단계에서부터 준비위원회의 집행위원장으로서 탐사대를 조직하고 훈련하여 지난 여름방학 기간을 통해 등반한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를 비롯한 러시아 카프카스 산맥의 산군들을 등반한 것이다. 올해로 교육에 몸담은 지 21년인 필자로서는 방학 기간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매년 한 차례씩 해외원정 등반을 해온 것이다. 대자연 속에서, 죽음과 삶의 갈등 속에서, 지구촌의 거대 산맥에 큰 산들을 오르내리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내용은 자신은 물론 학교 현장에서도 수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81년 일본 북알프스 등반을 시작으로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Ⅲ봉, 4차례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등반, ’88년 한국 최초 세계 4위의 로체봉(8,516m) 등정, ’99년 KBS가 히말라야 등반 전과정을 TV로 생중계한 캉첸중가(8,586m)의 원정대의 원정대장으로 등반한 것을 비롯하여 20여 회의 히말라야, 유럽 알프스 등 해외원정 등반 및 트래킹을 해왔다. 히말라야 등반 중 3차례에 걸쳐 4명의 동료대원을 잃기도 하였다. 이번 등반은 카스피해에 접해 있는 독립국가연합의 아제르바이젠 공화국 수도 바쿠에서 북서쪽으로 흑해를 향해 1,500km의 길이로 뻗어있는 카프카스산맥이 목적이었고, 이 산맥은 동서양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코카서스산맥이라고도 부르는 이 산맥은 또한 남북으로도 110∼180km에 이르는 넓은 산자락을 펼치고 있어 전체적으로 커다란 산군을 이루고 있다. 이번 등반 중 엘브루즈를 중심으로 센트럴 카프카스 지역의 등반기를 소개한다. 도전 사흘만에 엘브루즈 정복하다 영광의 엘브루즈! 그들의 눈에는 대륙이 담겨 있었다. 엘브루즈 여신이 빚어낸 카프카스 산군의 장엄한 파노라마가 사방으로 너울져나갔다. 구름을 뚫고 홀연 치솟아 오른 봉우리들, 광대한 설원과 초원구릉, 원시림에 둘러싸인 호젓한 산마을. 유럽과 아시아의 모든 것들이 그들의 발 아래 있었다. 지난 7월 중순 세계 6개 대산맥을 향해 대장정에 오른 ‘2001 한국 청소년 오지탐사대’. 그중 유럽 카프카스 탐사대(단장 이병완·대장 임형칠) 대원 12명은 같은 달 28일 낮 11시 50분 유럽 최고봉이자 카프카스 산맥의 제왕인 엘브루즈(Elbrus:해발 5,642m) 정상에 올랐다. 대원들은 만년설 뒤덮인 산정에서 가쁜 숨을 고르며 대등한 적수와 겨루고 난 뒤의 기쁨을 나눠 마셨다. 구름에 잠긴 카프카스의 연봉들은 영웅들의 신화를 속삭이고 있었다. 제우스에 거역하여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가 사슬로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심장을 파먹히는 형벌을 받은 곳. 이아손이 아르고선을 타고 세상의 끝을 지나 마법사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황금 양털을 찾은 곳이 바로 여기라고. 첫 해외원정에서 등정에 성공한 대학생 대원들은 감격의 탄성을 질러댔다.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거쳐 미네랄 보디까지 12시간이 넘는 비행, 박산계곡 상류 테르스콜까지 3시간 가량의 버스여행, 6박 7일간의 아들수 산군(山群) 탐사와 등반 등 지난 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엘브루즈 등정은 고소순응을 위해 고도를 점차 높여가는 방식으로 사흘만에 이뤄졌다. 첫 날인 7월 26일 숙소인 테르스콜에서 아자우역(2,180m)으로 이동, 케이블카와 체어 리프트 구간 3곳을 올라 가라바쉬(3,750m)의 배럴에 도착한 대원들은 좌우 빙하 사이의 설원을 헤쳐나가 ‘프리유트 11’(4,200m)까지 진출했다. 반나절만에 무려 2,000m 가까이 고도를 올리는 모험을 했지만 이상증세가 나타난 대원은 없었다. 현재 은백의 철판 지붕이 얹힌 산장이 있는 ‘프리유트 11’에는 3년 전까지만 해도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텔(산막)이 있었는데 등반객들이 취사도중 불이 나 전소됐다. 해골처럼 남아있는 철골뼈대와 화산석에 매달린 추모판들을 바라보며 대원들은 한 번의 실수가 얼마나 큰 참화를 불러오는지를 절감했다. 날씨가 급변하며 순식간에 빚어진 화이트 아웃(가스나 눈보라로 시계가 하얀색 일색으로 되며 원근감이 없어지는 현상) 속에서 배럴로 하산했다. [PAGE BREAK]다음날에는 4시간만에 파스투코프 락스(4,800m)에 올랐다. 엘브루즈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데 공헌한 19세기말 러시아 군인이자 지형학자인 안드레이 파스투코프(Andrei Pastukhov)의 이름을 딴 이곳에는 각국에서 몰려온 산악인들이 10여 동의 텐트를 치고 야영중이었다. 무수한 별들이 맑은 날씨를 예보해주던 28일 되어 새벽 어둠을 뚫고 마침내 정상 공격이 시작됐다. 새벽 4시, 12명의 대원이 스노우 모빌에 몸을 실었다. 불도저를 응용한 차량인 스노우 모빌은 원래 스키어를 높은 고도까지 운반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으나 대부분의 등반대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이를 이용, 파스투코프 락스 부근까지 올라간 뒤 등반을 시작한다. 우리 팀도 이미 이틀 동안 고소적응을 마친데다 등반성이 떨어지는 구간이어서 스노우 모빌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급경사의 눈밭에서 하차, 1시간만에 파스투코프 락스에 오르자 50∼60도 경사의 광대한 엘브루즈 남면 설원이 펼쳐졌다. 정상인 서봉과 동봉(5,595m) 사이의 콜(col:산정과 산정을 잇는 능선상의 움푹 들어간 곳)까지 이어지는 트래버스(횡단) 구간이다. 등반경험이 풍부한 임 대장의 전략에 따라 대원들은 길고 지루한 설사면을 기차가 지나가듯 흐트러짐 없이 한 줄로 올랐다. 어느새 카프카스의 연봉들 사이로 고개를 내민 해는 천지를 붉게 물들이며 태고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표지목을 따라 3시간 반만에 콜에 오르니 목조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작은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1930년대 산막이 지어졌던 곳이다. 서봉 자락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니 눈평원과 밑에서는 보이지 않던 또 다른 봉우리가 나타났다. 사실 엘브루즈 정상은 뒤에 숨어있어 남면 자락에서는 잘 볼 수가 없다. 따라서 홀로 등반할 경우 다른 지점을 정상으로 착각하거나 등반 도중 길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정부의 눈평원을 헤쳐나가는 동안 이중화의 무게가 천근만근인양 느껴지고 목마름과 거친 호흡으로 가슴이 타들어갈 무렵 전원이 정상에 다다랐다. 산행 시작 7시간 45분만이었다. 3∼4평 남짓한 꼭대기에는 정상임을 알리는 철제표지판 3개가 바위에 부착돼 있었다. 북쪽에는 예상과 다르게 하얀 산 대신 초원구릉지대가 펼쳐졌다. 고산에서는 하산이 고비. 일부 대원들은 다리가 풀려 아이젠 찬 발이 엇갈리고 탈진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끈끈한 연대의식과 동료애로 어깨를 부축해가며 비교적 빠른 속도로, 4시간만에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었다. 베이스 캠프인 배럴에서는 이 단장과 약간의 고소증세가 나타나자 대원들을 위해 과감히 정상 도전을 스스로 포기했던 대원이 눈물까지 흘리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탐사를 마친 대원들은 엘브루즈의 여신을 향해 손을 모았다. 등반 기간 내내 좋은 날씨를 가져다준 데 대한 감사의 기도였다. 엘브루즈는 페르시아어로 ‘눈 덮인 산’을 뜻하는데 현지 주민들은‘행복의 산’이라고도 불렀다. 과연 그랬다. 대원들에게도 엘브루즈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산이었다. 베이스 캠프까지 트레킹 하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지구촌의 오지, 카프카스산맥에 접근하기 위해 대학생 8명과 지도위원으로 나선 전문 산악인, 취재진 등 14명으로 구성된 카프카스 탐사대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남남동쪽 민보디(Mineralnye Vody)까지 비행기로 날아갔다. 창밖으로 아득히 엘브루즈가 보일 무렵 민보디 공항에 내려서니 광활한 초원이 펼쳐졌다. 볼가(Volga)강 하류의 저지에서 이어지는 스텝(steppe) 지역이었다. 연 강수량 250∼500mm사이의 스텝은 우기에 키 작은 풀이 자라나 초원을 이룬다. 민보디에서 중앙 카프카스산맥과 엘브루즈 등반기점인 테르스콜(Terskol)까지 가기 위해서는 한여름이지만 냉방도 되지 않고 창문도 열리지 않는 전세 버스를 타고 4시간 가량 남하해야 했다. 그루지안 하이웨이를 따라 달리는 동안 지평선 끝까지 초원이 이어졌다. 경작지로 개간된 들판에는 감자와 해바라기, 목화, 밀 등이 재배되고 있었는데 특히 드넓게 펼쳐진 노란 해바라기 물결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누렇게 익은 밀은 수확이 한창이었다. 2시간여 만에 소도시 박산(Baksan)에 도착, 계곡으로 접어들자 비로소 삼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문소와 엘브루즈 동·서봉 초등자의 동상이 서있는 카프카스의 관문을 지나 몰리브덴과 텅스텐 광산이 있는 타르나오즈(Tyrnyauz)에 이르렀다. 생필품을 파는 시장은 우리의 옛 5일장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특히 위도가 비슷해서인지 마늘과 감자, 양파 등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이 많아 탐사기간 동안 필요한 신선한 식량을 구입하는 데 용이했다. [PAGE BREAK]엘브루즈 마을을 지나니 고산초원 위로 암릉과 만년설이 드문드문 보였다. 박산계곡 최상류에 이르자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유럽풍의 호텔들이 나타났다. ‘카프카스의 샤모니’로 불리는 해발 2,130m의 테르스콜에 도착한 것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대형 호텔과 소형 개인 호텔, 전통 양고기요리인 샤슬릭(shashlik)을 파는 식당과 카페를 비롯한 우체국, 소방서 등이 있는 관광촌이었다. 목축업과 관광,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주민들은 친절하고 순박하기만 했다. 대원들은 당초 테르스콜을 기점으로 아들수(Adylsu)강 계곡과 돈구조룬(Dongusorun) 계곡의 산군(山群)을 각각 3∼4일 일정으로 탐사·등반할 계획이었으나 그루지야와 접경인 돈구조룬은 대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가이드의 말에 따라 일정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가이드를 포함한 현지인들도 등반에 나섰다가 국경 초소에서 장비와 소지품을 모두 빼앗긴 경우가 왕왕 있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들수 지역 탐사 일정을 6박 7일로 늘리고 돈구조룬은 국경 부근까지 트레킹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테르스콜에서 하루 동안의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대원들은 1주일분의 장비와 식량을 다시 꾸려 아들수 계곡으로 향했다. 거리가 멀어 소형버스를 이용, 아들수강을 따라 가풀막진 산길을 곡예하듯 달리니 커다란 대포가 반대편 산중턱을 향해 놓여 있었다. 인위적으로 눈을 쏟아내려 더 큰 눈사태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이 부근에만 10문이 있다고 했다. 도로는 호텔과 7∼8동의 배럴, 텐트 사이트가 있는 잔투간 알파인 캠프에서 끝났다. 이곳에서 아들수 계곡 탐사의 베이스 캠프로 이용되는 그린 호텔까지는 도보 트레킹 구간. 계곡 왼쪽을 따라 뻗은 등산로 양쪽으로 숲과 야생화 만발한 초원이 번갈아 나타났다. 수정같이 맑고 찬 지류들이 쏟아져 내리는 계곡 좌우의 사면에는 캠핑나온 가족들이 옹기종기 앉아 여름을 만끽하고 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비키니 차림의 아름다운 카프카스 여성들이었다. 테르스콜의 도로에서든, 모스크바 호숫가에서든 수영복만 입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한 달 반도 안되는 짧은 여름동안 햇빛을 가능한 한 많이 받기 위해 그런 차림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태양을 따라 돌며 햇빛을 절실히 그리워하는 그들은 해바라기를 닮은 사람들이었다. 계곡 상류 모레인 지대로 올라갈수록 만년설을 인 봉우리들의 모습이 뚜렷해졌다. 하얀산에 점점이 박힌 암릉들이 대원들을 유혹했다. 고도 2,300∼2,400m를 넘어서면서 삼림이 사라지고 고산초원이 시작됐다. 1시간 50분만에 해발 2,620m의 그린 호텔에 도착했다. 이곳은 실제 호텔 건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싱그러운 초록이 물결치는, 대형 빙하호수 옆의 고산초원 캠프지를 부르는 이름이다. 빙하수를 마시고 자라나 생명의 환희를 전하는 하얗고 노란 빛깔의 보석같은 꽃들은 하상을 유유히 거니는 검은 마소들과 어울려 보는 이를 눈부시게 했다. 특히 진보라의 초롱꽃이 지천에 널려 있었는데 계곡에 구름이라도 깔리면 구름 위의 꽃밭, 천상의 화원이 되곤 했다. 날씨와 해의 방향에 따라 천태만상으로 변화하며 대원들을 흥분케 했다. 그린 호텔 주변에는 러시아 국내와 유럽에서 온 산악인들이 20여 동의 울긋불긋한 텐트를 설치한 채 진을 치고 있었다. 우리는 그린 호텔과 모스크바대 빙하기지 사이에 4동의 텐트를 쳤다. 30여 년 전 지어진 숙소와 식당 등 2동의 검붉은 함석오두막과 기온과 기압 등을 측정하는 백엽상으로 구성된 빙하기지에는 방학을 맞은 10여 명의 모스크바대 학생들이 묵고 있었다. 볼쇼이 카프카스에는 무려 2,200여 개의 빙하가 발달해 있는데 온실효과에 따른 환경재앙으로 지난 100년 동안 절반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기지는 그 빙하들과 눈사태 연구용으로 설치해놓은 것이었다. 대원들은 금새 그들과 친숙해져 밤늦게까지 기타를 치며 러시아 민요와 팝송을 부르거나 축구시합을 통해 긴장을 풀며 내일의 등반을 준비했다. 본격적인 카프카스산맥 탐사에 앞서 대원들은 테르스콜의 구조대 본부를 방문했다. 대원들을맞이한 부대장 자말은 “3개 팀 25명으로 구성돼있으며 24시간 사고에 대비, 대기하거나 순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즌에 80∼100명이 구조대의 도움을 받는데 지난해에는 우쉬바(Ushba:4,700m)에서 8명이 하산도중 얼음 붕괴로 사망했다. 탐사대가 엘브루즈를 등반하는 동안에도 체겟봉 등지에서 5명이 조난사해 구조대를 바쁘게 했다. 탐사대가 `‘2002 한·일 월드컵’을 홍보하며 축구공과 배지를 선물하자 자말은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특히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PAGE BREAK] 구마치는 한국인 최초 등정 “네팔은 너무 대중화됐고 남아메리카는 관광지가 되어버렸으며 알프스는 사람이 많아 혼잡해 보인다구요? 진정한 산악 모험의 마지막 참맛을 찾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동안 러시아와 중앙 아시아가 당신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카프카스를 비롯 러시아의 산들을 소개한 책 ‘금지된 산들(Forbidden Mountains)’은 이렇게 등산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카프카스의 산들은 아직도 상당수가 등정되지 않은 채 남아있고 오염도 되지 않아 매력이 넘치지만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소비에트 제국의 해체는 닫혀 있었던 이들 놀라운 산군들의 문을 한순간에 열어 젖뜨렸다. 엘브루즈에서 보면 동서로 카프카스의 주능선이 장엄하게 달린다. 돈구조룬(Dongusorun:4,468m)과 나크라타우(Nakratau:4,451m)를 필두로 어금니처럼 솟은 우쉬바(Ushba:4,700m)와 스켈다(Shkhelda :4,320m), 바쉬카라(Bashikara:4,241m), 체겟카라(Chegetkara:3,770m) 등 고봉들이 이어진다. 볼쇼이 카프카스에는 5,000m급 봉우리 14개와 4,000m급 12개 등 등반성 높은 봉우리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들의 파노라마는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올라 보고 싶은 열정에 사로잡히게 한다. 그렇지만 엘브루즈와 우쉬바, 체겟봉을 제외하고는 한국인에 의해 등정된 봉우리가 없었다. 탐사대가 아들수 계곡으로 들어온 데는 이러한 우리 산악계의 과제를 풀기 위한 의도도 담겨있었다. 가이드와 상의 끝에 구마치(Gumachi:3,805m)와 처쳇(Chotchat:3,740m), 알프스의 마터호른을 닮은 잔투간(Dzhantugan:4,012m) 등 3개봉을 도전 대상으로 정했다. 7월 19일 새벽 5시40분 첫 대상 봉우리인 구마치를 향해 출발했다. “여러분이 성공하면 한국 초등이다. 최선을 다하되 안전에 주의하기를 바란다”는 단장의 당부를 되새기며 릿지와 설선이 만나는 2,820m 지점을 지나 1시간만에 암설혼합지대에 도착, 이중화에 아이젠을 부착했다. 완만한 눈언덕 2개를 오르니 60도 경사의 설사면이 나타났다. 지그재그로 비탈을 올라서는 동안 어느새 햇살이 눈부시게 들기 시작하면서 구마치봉이 완연히 드러났다. 뒤를 돌아보니 육중한 엘브루즈에도 여명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대원들의 체력이 천차만별인데다 첫 등반이어서 그런지 행렬이 길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더욱이 햇발이 닿자마자 눈이 녹으면서 이중화 바닥에는 스노우볼이 생겨 대원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오전 10시 3,340m 지점의 4번째 눈언덕을 넘어 안부(3,600m)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는 잔투간 피크가 날카롭게 서 있고 릿지 건너편 암릉릿지와 설벽은 U자곡을 형성, 장관을 이뤘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바위릿지 아래서 대열을 재정비했다. 모두 함께 올라서기 위해서였다. 50m의 암릉을 곡예하듯 타고 올라 정상에 다다른 것은 낮 12시 30분. 진행 방향 왼쪽으로 돈구조룬, 오른쪽으로는 또 다른 계곡인 아들수 계곡의 산군들이 펼쳐졌다. 통신·식량을 담당한 막내인 유승규(19) 군은 등정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물 마시고 싶어요.” 아들수 계곡에는 거의 매일 저녁 무렵 소나기가 내렸다가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개곤 했다. 산의 정기는 등반의 피곤함까지 물리쳐 주는 듯 대원들은 휴식일에도 일찍 일어나 산책하거나 식사준비를 하고 폭포 근처로 물을 받으러 달려가곤 했다. “고소에서 건강을 유지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대장의 충고도 대원들을 더욱 분주하게 했다. 대장은 틈나는 대로 고소증세 극복요령과 장비 사용에 대해 교육을 실시했다. 다음 목표는 처쳇봉. 7월 21일 오전 6시 베이스 캠프를 나서 모레인(빙하에 밀려 퇴적된 암석과 토사)과 청빙지대를 통과, 거대한 세락(serac:빙탑) 아래서 아이스 폴(ice fall:빙하지대에 나타나는 크레바스 밀집지대나 급사면)을 우회하기 위해 왼쪽 암석지대로 올라섰다. 끊임없이 돌들이 흘러내리는 불안정한 비탈의 여기 저기에서 “낙석!”을 외치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돌틈 사이로 피어난 앙증맞은 꽃들이 황량함을 덜어주었다. 대형 크레바스를 끼고 반원으로 휜 폭 1m 남짓한 설사면을 오르니 정상을 향한 전망이 트였다. 그곳에선 모스크바에서 온 7명의 젊은이들이 로프를 깔고 오르고 있었다. 대원들을 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러시아 산악인들의 등반장비는 우리의 ’70∼’80년대 수준. 옷 색깔이나 신발, 안전벨트 등은 역사가 오래된 대학산악부 동아리실에 걸려있는 선배들의 빛바랜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항상 조를 이뤄 함께 행동하며 위험한 지점에는 반드시 자일을 설치하는 등반 스타일에서 기본에 충실하려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PAGE BREAK]마지막 피치를 오르는 동안 가벼운 눈사태가 발생, 눈더미가 대원들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70∼80도 급경사를 피켈로 찍고 오르면서 ‘세상이 모두 수직으로 이뤄졌다면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까마귀 한 마리가 유유히 창공을 헤쳐갔다. 정상에는 작은 돌무더기가 쌓여 있었다. 하산할 때는 빙하수가 불어나 모레인 지대를 관통하는 바람에 우회하느라 애를 먹었다. 처쳇과 구마치 오른쪽에 자리잡은 잔투간은 탐사 대상 중 난이도가 가장 높아 보였다. 북벽 아래 모레인 지대를 지나거나 잔투간 패스(3,460m)를 거쳐 동릉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는 데 최소 12시간은 잡아야 했다. 7월 23일 새벽 2시간 동안 눈평원을 거슬러 올라 암석지대 밑에 섰다. 이 구간은 낙석 통로여서 위에서 확보를 봐주며 한 사람씩 자일을 잡고 올라야 했다. 대원들이 모두 통과하는 데는 40분이 걸렸다. 고원을 가로질러 첨봉 아래 3,500m 지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긴급 회의를 했다. 정상 릿지는 푸석푸석한 바위로 이뤄져 위험이 높은데다 시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결국 5명만 오르기로 했고 2시간 35분만에 정상에 도달했다. 하산은 플래토를 거치지 않고 급경사의 사면을 현수하강했다. 등반 도중 3명이나 크레바스에 빠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14명의 대원들은 6박 7일 동안 온갖 역경을 딛고 카프카스 3개 봉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올랐다. 끈기와 협동,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정신의 승리였다. 카레이스키의 애환을 느껴보다 카프카스는 아프리카 동부의 사바나(흑인종), 몽골의 건조한 초원지대(황인종)과 더불어 인류 발상지중 한 곳으로 꼽힌다. 코카서스 인종이라 불리는 백인종의 고향이다. 하지만 여러 방향에 걸친 민족의 이동으로 지금은 문화가 다른 여러 소수 민족이 섞여 있다. 그 중에는 ‘카레이스키’라고 불리는 한인 동포들도 포함돼 있다. 그들은 중국이나 사할린, 블라디보스톡 등 러시아 원동(遠東) 지역에 살고 있는‘조선족’과 구분돼‘고려인’이라 칭해진다. 대다수는 조선말기 심한 기근과 학정(虐政)에 못이겨 러시아 극동으로 옮겨가 살다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당한 사람들의 자손으로 해외동포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유랑의 세월을 보낸 이들이다. 탐사대는 러시아로 떠나면서부터 고려인들의 현황을 알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쉽지 않았다. 심지어 주 러시아 한국대사관에서조차 별다른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다행히도 모스크바행 비행기에서 만난 교포 2세 김영웅씨로부터 북 카프카스 지역에 있는 고려인의 분포와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에 따르면 로스토프에 2만 명, 크라스노다르와 스타브로폴, 엘브루즈가 있는 카바르디노 발카리오에 각각 5천 명, 북오세티야에 3천 명 등 4만∼5만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러시아의 동포들이 연해주에 처음 진출한 것은 1863년으로 현재 5∼6세손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날씨가 따뜻하고 살기 좋은 북 카프카스 지역에는 1950년대 말부터 중앙아시아의 동포들이 이주하기 시작, 특히 소련이 해체되고 난 뒤 많이 몰리고 있어 고려인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원들은 산맥 탐사가 끝난 뒤‘핏줄찾기’에 나섰다. 김씨로부터 소개받은 서 마이세이 니까라이비치(51)씨와 전화로 약속을 한 뒤 엘브루즈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130km)에 있는 카바르디노 발카리오 자치공화국의 수도 날칙(Nalchik)을 찾아갔다. 서씨가 30년 동안 근무해왔다는 날칙 중앙우체국에서 그를 만났다. 갑작스런 방문이었지만 그는 대원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대구 출신인 그의 집안은 러시아 원동에서 태어난 아버지 서 니콜라이(75)씨가 강제 이주 때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가 트럭 운전을 하며 가계를 일구었으며 1964년 이곳까지 흘러들어왔다고 했다.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을 묻자 서씨는 한 신축중인 교회로 대원들을 안내했다. 북 카프카스의 고려인들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가 개방된 이후의 일로 거기에는 기독교 선교단체들의 역할이 컸다. 서울 영등포 당일교회에서 부인과 두 딸 등 일가족과 함께 파송돼 선교활동중이던 김광선(42) 목사는 “1930년대 스탈린에 의해 일본과 내통 혐의로 소금기 많고 척박한 중앙아시아에 강제 이주된 우리 동포들은 17만 명에 달한다”며 “그들은 사실상 `‘집단 고려장’을 당했다고 여기면서도 한국인 특유의 근면함으로 농사를 짓거나 공장·광산노동자로 일하며 뿌리를 내렸다”고 소개했다. 그 후 흐루시초프 때인 1956년 거주 이전의 자유가 부분적으로 허용되자 기름지고 드넓은 카프카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교회에서는 그들을 대상으로 한글교실도 운영하고 있었다. [PAGE BREAK]탐사대는 김 목사와 서씨에게 그동안 고려인들이 살아온 얘기를 들려줄 만한 노인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이일용(83) 옹은 “부모가 지난 1903년 조선에 흉년이 들자 아무르 강 인근으로 건너왔으며 강제이주 후에는 타슈켄트에서 살다 이곳까지 옮겨왔다”고 소개한 뒤 “먼 이국땅에서 청년 학생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며 대원들의 손을 꼭 쥐었다. 대학 2학년때 2차대전이 발발하자 소련군에 입대, 평양과 서울을 오가기도 했다는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렵게 되자 전공인 지질학을 살려 북방지역에서 광산탐사를 해오다 1973년 은퇴, 지금까지 연금생활을 해오고 있다. 노 니콜라이(76)씨 역시 타슈켄트에서 옮겨와 트럭운전 등으로 생계를 꾸려왔으며 맏아들은 현재 부산에서 선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고려인도 많았으나 월급이 적고 몇 달씩 밀리는 바람에 기피하고 있다”며 “가정에서나 친구들끼리 거의 러시아어를 사용하는데 수년 전부터 우리말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함께 나온 서씨의 아버지는 “한국말을 잘못해 미안하다”며 여러 차례 쑥스러워하기도 했다. 카프카스의 고려인들은 김치와 개고기, 장국을 즐겨 먹고 화투놀이를 즐기며, 우리와 같은 성을 갖고 있는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 불모지에 버려졌다 또 다시 낯설고 물설은 카프카스로 들어가 어렵게 뿌리를 내린 인동초들이었다. 대부분 집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밭에서 배추와 수박, 참외, 양파 등 채소와 과일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려가고 있으며 근면하고 인정많은 사람들로 인정받고 있었다. 안타까웠던 것은 탁월한 농사꾼인 그들도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많고 월 10%에 달하는 고율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흔하다는 사실이었다. 8년 전 태권도 보급과 선교를 위해 카프카스로 들어온 박천수(46) 사범은 “그동안 고려인들의 삶을 지켜본 결과 농업부문에 대한 한국 정부나 민간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거창한 행사보다 특수작물 전문가들이 와서 3박 4일 가량 세미나도 하고 농사지도와 함께 자신감을 심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원들은 전통인형과 축구공, 배지 등 2002년 월드컵 기념품을 선물한 뒤 서씨 집을 방문, 아버지 서씨의 발라라이카 연주로 아리랑을 들으며 향수를 달랬다. 서씨는 “우리는 팔자대로 운명대로 러시아로 흘러왔지만 한국은 사랑하는 우리의 모국”이라며 “앞으로 한민족이 국경 없이 살 수 있게 되고, 사랑하는 조국에 갈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대원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눴다.
박성실(대구여중 교사) 3년 전 여름방학 초엽 한국동물보호협회를 방문한 World Society for Protection of Animals의 조사요원 Travor Wheeler와 수의학 관련 자문요원인 Ray Butcher를 만나게 되었다. 일주일의 조사활동 후 하루의 여유가 남은 이들에게 나는 경주를 구경시켜 주었다. 경주 쌈밥 집에서 식사를 하며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영국의 동물보호활동에 대해 견학할 수 있는 기회가 없겠느냐고 물었고, Travor는 견학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Ray는 내게 숙소를 제공해 주기로 하였다. 동물애호가의 나라 영국에 가다 그 해 겨울 영국에 갔다. Travor는 아시아 조사여행을 다시 하게 되었고 공교롭게도 내가 영국에 도착하는 날 한국에 도착하도록 일정이 짜여져 있었다. 그래서 나의 영국 체류에 관한 모든 것은 Ray가 보살펴주게 되었다. 새벽에 눈을 비비며 나를 마중하러 나온 Ray와의 반가운 해후. 서로 공항에서 금방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BBC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과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누워있는 언덕들의 그 푸릇푸릇한 곡선들, 그리고 공기의 양감이 느껴지는 촉촉함. 아 영국이구나 싶었다. 집에 도착하니 Ray의 부인 Moira가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Ray의 동물병원으로 갔다. 수의사 8명, 수의간호사 36명, 임상병리사 1명, 행정요원 5명 정도가 함께 일하는 이 동물병원은 365일 24시간 영업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되어있었고 3만여 명의 Upminster 지역 주민들의 반려동물의 건강관리 및 사고를 당한 배회동물과 야생동물들의 응급처치를 담당하고 있었다. 오전 8시에 도착을 했는데 벌써 큰 수술이 2건 진행되고 있었고, 그 이후 4개의 수술대 위에서는 여러 다양한 수술이 쉼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3개의 진료실에서의 진료도 저녁 8시까지 계속 되었으며 거의 모든 진료의뢰는 예약을 통해 스케줄이 관리되고 있었다. 입원환자를 돌보며 수의사를 보조하는 간호사들의 움직임 또한 분주하며, 쉬지 않고 돌아가는 세탁기, 각종 검사기들의 소리, 가끔씩 외쳐지는 “엑스레이(엑스선 촬영을 곧 할 것이니 조심하라는 뜻)”라는 소리 등…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이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터져 버리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다. 한국에서 동물보호 자원봉사자로서 다친 동물들의 치료를 보조하고자 할 때 갖추어야 할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기 위하여 Ray는 자신의 수술 및 진료 과정에 나를 참관시켜 나를 마치 수의사인양 대하며 작은 사항 하나하나에도 나의 의견을 묻고 또 상세한 설명을 해주며 일을 해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안 일이지만, 병원 사람들은 내가 한국에서 온 수의사인 줄 알았다고 한다. 내가 학교교사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간호사들은 나를 편하게 대하며 자신들의 댄스파티에도 나를 데려가 주었으며 간호사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Ray의 일정에 맞추어 병원실습을 하면서 느낀 것은 수의사라는 직업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참 중노동이라는 것이다. 실지로 영국 수의사들의 잡지책들을 살펴보니 “어떻게 하면 ‘Burn out(다 타버리다. 기력을 탕진하다)’ 되지 않을까”에 대한 기사들이 항상 들어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참관자로서의 나의 기력도 쇠진되고 있다고 느낄 때쯤이면 항상 색다른 견학거리가 주어졌다. 청각장애아의 특수교육 참관 기회도 가져 Moira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어교사로 일하다가 버밍햄 대학원에서 청각장애특수교육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청각장애아동에게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 특수교사이다. 그녀는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와 딸 Gillian이 다녔던 중고등학교에서 내가 참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선을 해주었다. [PAGE BREAK]현재 영국의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통합교육을 행하고 있으며 청각장애아동들은 영문학에 관한 특수교육(음성언어의 아름다움까지 녹아있는 문학을 청각장애학생들이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교과활동이 필요하다고 한다)을 두 시간 정도 받은 후에는 일반아동들과 합류하여 동일한 교과과정을 함께 공부한다. 이때 수화통역보조 및 청각보조장치의 도움이 곁들여지나 대부분의 경우 청각장애아동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의사소통활동에 임하도록 격려 받는다. 어눌하게 들릴 수 있는 그들의 말을 다른 아동들은 별 이상한 느낌을 갖지 않고 끝까지 들으며 장애아동도 어색함이 없는 태도로 질문을 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또한 소리에 관한 과학실험을 하면서 소리파장과 그 변환에 대한 구체적 예로서 청각보조장치의 작동원리를 살펴보는 활동이 있었는데, 이것은 일반아동들이 청각장애아동들과 함께 공부하는 통합교육만이 제공할 수 있는 살아있는 학습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세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편을 가르쳤는데 그리 쉽지는 않았어. 듣기에 영롱한 시어의 아름다움을 그들에게 보여주기가 수월하지는 않구나. 더 공부를 해야겠다. 하…” 마른 한숨을 뱉으며 상기된 표정으로 잠시 하늘을 보는 Moria의 모습을 보며 고민이 사람을 아름답게 할 때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감찰관과 함께 조사활동 나서기도 The 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RSPCA:동물학대예방을 위한 왕립단체)는 동물보호감찰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사람들은 동물보호감찰관을 경찰관직의 일종으로 보고 있고 실제로는 공권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사활동에 적극 협조한다. 동물학대 사안이 발생한 듯하면 이 감찰관에게 신고를 하고 그러면 감찰관이 신고 장소로 출동하여 진상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운다. 업민스터 지역을 담당하는 감찰관을 따라 다니며 활동내용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나를 지도했던 그 감찰관의 성함을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겠으나, 해병대 출신이었으며 제대 후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이 직업을 갖게 되었다고 하셨다. 활기가 넘치는 분이셨는데 한국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고 또 동물보호에 관한 자신의 경험들에 대해 최대한 많이 가르쳐 주시려고 노력하셨다. 일정에도 없던 여러 동물보호소 방문을 주선하시고 직접 태워주시곤 하셨다.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나를 챙겨 함께 출동하였고 조사활동시 주의사항 등을 꼼꼼히 짚어주셨다. 영국은 동물애호가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또 사회의 한편에서는 무지와 방관과 폭력에 찌든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동물학대 행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현장에 갔을 때마다 받는 충격이 상당히 컸는데 그것을 감지한 감찰관은 나에게 동물보호활동을 할 때는 자신의 정신건강에도 유의해야 하며 심리적 충격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긍정적 세계관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을 직시하나 현실에 매몰되지 말며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활동을 하다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다는 것을 목격할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것의 예가 될 사건을 나도 함께 겪은 적이 있다. 추운 겨울에 앵무새를 베란다에 내어놓았다는 어느 제보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니 진짜 아파트 베란다에 앵무새가 있는 것이 보였다. 감찰관과 함께 그 집에 가서 조사협조를 요청하니 집주인이 베란다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랬더니 정말 앵무새와 꼭 같이 생긴 장난감 앵무새가 있지 않은가. 세 명 모두는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장남감 앵무새로 다른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다고 집주인은 사과를 하였다. 앵무새의 안녕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빚어낸 재미있는 사건이었다. 영국에서 지켜보았던 많은 동물보호활동들이 내게 영감을 주면서 그 이후 나의 관심은 항상 그 방향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 이후 해외여행의 목적은 해외동물보호 활동가들을 만나보고 그 활동들을 배우는 것이 되었고 그런 여행을 통해 조금씩 동물보호에 관한 나의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지게 되었다. [PAGE BREAK]특히 비슷한 경제적 수준과 사회적 인식수준을 가진 아시아국가들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나름대로의 활동을 한국에서 시작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아시아의 활동가들은 대부분 다른 생업을 가지면서 자신의 여가시간과 에너지를 동물보호활동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활동의 제약성으로 인한 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생명존중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미 그 실천을 시작한 동물보호교육활동가들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동물사랑정신을 실천으로 옮겨 지난해 클럽활동시간에 동물사랑반을 개설하여 어설프게나마 활동을 시작하였고 2학기부터는 학교 동아리로 정식 등록하여 활동중이다. 동물사랑반 학생들은 대구시 지정 야생동물치료센터이기도 한 대구동인동물병원에서 매주 토요일 동물치료활동에 관한 참관수업을 하였으며 학교 축제인 매화제의 동아리발표회를 통해서 동물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연극과 동물사랑정신을 담은 노래를 수화와 곁들여 공연을 하였다. 그리고 팔공산 도동에서 집없는 개 80여 마리를 돌보는 어느 할머니를 돕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하였다. 사랑의 개집마련 모금운동을 벌여 총39만원을 모아 개집 30채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방학동안 토요일마다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청소노력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에는 생명존중정신을 담은 노래를 5곡 정도 더 만들고 수화도 연습하여 학교 및 일반 행사가 있을 시에 공연하여 동물사랑정신을 전달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그리고 동물원의 동물들에 대한 관람자의 올바른 태도에 대한 계몽활동을 시작해 보려고 구상중에 있다. “깨달은 사람의 수준은 여러 가지입니다. 가령 누군가에 의해 걷어채이는 개를 보았다면, 어느 수준만큼 깨달은 사람은 걷어채이는 고통을 함께 느낍니다. 비록 그가 신체적으로 구타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고통을 느끼는 것입니다. 또 자그마한 벌레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아도 동일한 전율을 느낍니다……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또 점점 상호의존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생명에 대한 보편적 책임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인간 대 인간, 국가 대 국가의 책임 의식뿐만 아니라, 사람 대 생명 사이의 책임의식도 느껴야 합니다.” (달라이 라마) 지난해 여름 경북대학교 생물과의 야생동물구조센터에 학생들과 함께 갔다. 신기한 볼거리에 자지러질 듯 흥분만 하던 학생들은 다친 야생동물 돌보기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 아기 고라니를 보러 한 연구실로 가고 있었다. “야, 고라니 놀랄라. 살살 걸어라.” 서로 발소리 내지 말라는 핀잔을 주며 발꿈치 들고 사뿐사뿐……. 이런 소녀들이 있기에 내일은 오늘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권지은(자유기고가) 오후 2시. 아이들이 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간, 박태훈 선생님(32)을 만나기 위해 서울 미성초등학교를 찾았다. 며칠 있으면 시작되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방학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설레임이 하교길 재잘대는 목소리 속에서 느껴졌다. 아마도 방학은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기다려지는 시간일 것이다. 한 달이나 되는 휴가가 일 년에 두 번이나 있다는 사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일 중독으로 아둥바둥 살아가기 바쁘다고 하지 않나. 그런 일반인들이 단순하게 생각하기에는 방학이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교사라는 직업이 더 없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3학년 8반 교실에서 만난 박태훈 선생님도 사실 그 점이 교직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물론 어릴 때처럼 방학이 마냥 설레기만한 건 아니다. 박태훈 선생님이 처음 교사로 발령을 받은 게 1993년 가을이니 교직에 몸담은 지도 10년이 가까워오는 셈이다. 처음엔 방학 때마다 국내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면서 정말 방학다운(?) 방학을 보냈지만 8년이 지난 지금은 학기중일 때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방학 스케줄은 직무연수 강의로 꽉 채워 솔직하게 ‘방학이 좋아서 교직을 선택했다’는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다면 빽빽한 겨울방학 스케줄이 다소 억울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얼마나 바쁘게 사시는지 인터뷰 시간도 정말 간신히 얻어냈다). 마침 오늘 겨울방학 계획표를 만들어오라고 숙제를 내셨다는 박태훈 선생님께, 그렇다면 선생님의 겨울방학 계획표를 한 번 보여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당장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교원자율연수 15시간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다음 얼마 남지 않은 연말까지는 수료증을 준비하고 연말결과 보고 등 행정적인 업무처리가 잔뜩 기다리고 있었다. 또 1월 10일까지 교육연수 자료 계획서 및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1월 16일부터 25일까지 교원단체총연합회 교원직무연수 60시간을 맡았다. 그러고 나면 방학이 거의 다 끝나가는 거였다. 바쁜 일정 짬짬이 시간을 내서 학교에도 나와야 한다. 이러고 보니 정말 방학이 방학이 아니었다. 방학이 휴가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특히 두 번으로 잡혀 있는 교원연수가 이번 방학 중 박태훈 선생님에게 가장 중요한 스케줄이다. 선생님이 강의하는 건 컴퓨터 사용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 이를테면 글이나 교육용 CD 사용법, 인터넷 자료를 활용에 프리젠테이션 만드는 법 같은 것들이다. 강의를 듣는 학생은 정보화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직도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4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선생님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이들 가르칠 때랑 선생님들 가르칠 때, 언제가 더 어렵냐고 짓궂게 물어 봤더니 웃으며 대답하신다. “물론 선생님들 가르칠 때가 더 어렵죠.(하하) 아무래도 이해력도 아이들보다 떨어지고, 각 클래스 35명 정도를 대상으로 연수를 시키는데 한 사람 한 사람씩 개인차가 많아 진도를 맞추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어려워하면서도 열의를 갖고 열심히 배우고자 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볼 때, 또 나중에 연수받았던 선생님들을 우연히 만나면 연수받았던 내용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고마워 하실 때 열심히 강의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박태훈 선생님은 자신이 맡은 연수를 봉사라고 생각하신다. 사실 우리 나라 교육정보화 수준은 물리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올라서 있다. PC 보급이나 학내망 구축 등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다. 그러나 그런 물적 기반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게 우리 교육계의 현실. 특히 나이가 많은 교사들의 컴퓨터 활용능력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현재 연간 전체 교원의 25%가 방학 때마다 정보화 연수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연수를 더욱 강화하게 되면 훨씬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PAGE BREAK]89학번인 박태훈 선생님도 컴퓨터를 배운 건 대학을 졸업한 후라고 한다. 학원에서, 그리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컴퓨터나 인터넷이 교육에도 적극 도입될 것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찾아 공부했다고. 지금 미성초등학교 교육정보부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제가 가르치는 내용은 컴퓨터에 대한 기본 지식이에요. 간단하게 문서 프로그램 사용하고 인터넷 자료 활용하는 방법 같은 거 말이죠. 연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많이 있어요. 기본 강좌에서 시작해 그래픽도 있고, 홈페이지 과정도 있구요. 저도 지난 여름방학 때 그래픽 30시간 연수를 받았어요. 방학 때마다 강의를 하지만 제가 연수를 받기도 합니다. 다른 강의를 맡고 계신 선생님들과 계속 연락하면서 정보 교환도 하구요.” “방학은 생산적인 교육을 위한 준비기이죠” 박태훈 선생님에게 방학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바로 이때가 교육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점. 처음 혼자서 컴퓨터를 배운 것도, 지금도 꾸준히 연수를 받으며 공부하는 것도 교육자료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학 때마다 준비한 교육자료로 ’99년에는 전국 1등급, 지난 해에는 서울시 2등급 우수자료로 선정됐다고 한다. 그 자료들은 교육용 CD로 제작되어 현재 교육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어떤 자료인지 좀 보여달라고 했다. 현악기에 관한 음악용 교육자료였는데 교과서에 실린 현악기 감상곡들까지 담겨 있어 활용도가 높은 자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치면서 아쉬움을 느껴 직접 공부하고, 자신이 배운 것을 또 다른 교사에게 가르쳐 주면서 스스로의 배움도 한 단계 높아짐을 느낀다는 박태훈 선생님. 그 배움과 가르침을 실천하며 보내는 방학은 선생님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으로 보였다. “저는 교육은 생산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교사는 땅이죠. 영양가 높은 곡물을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 곡식을 심는 그 땅이 얼마나 비옥한가가 정말 중요하죠. 농사지을 때 보통 2~3년 경작하고는 1년을 쉬면 좋다고 하잖아요. 교사에게 있어 방학은 바로 그 휴경기에 해당돼요. 물론 그냥 쉬는 게 아니라 연수도 받고 교육자료도 준비하고 자기 계발도 할 수 있는 시간이죠.” 그러고 보니 교사에게 있어 방학은 ‘쉴’ 휴(休)자의 개념이 아니다. 땅은 그냥 묵히면 되지만, 교사에게는 이 휴경기가 보다 생산적인 교육을 위한 준비기인 셈이다. 박태훈 선생님이 가장 인상깊게 기억하는 방학은 언제였을까? 의외로 대답이 싱겁다. “특별히 기억나는 방학이라기보다 어릴 때 방학하면 한달 내내 신나게 놀았던 기억밖에 없어요. 요즘 애들은 학원 다니느라 바쁘죠. 그래도 방학 끝나고 숙제 낸 걸 보면 시골에도 다녀오고 하더군요.” 만약 컴퓨터 연수하는 거 외에 한 달 방학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면 뭘 하겠냐고 물었더니 가족과 함께 해외 배낭여행을 하고 싶다고 한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엔 이미 배낭여행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80년대 학번인 선생님이 대학 다닐 때만 해도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딸 지원이가 네 살, 아들 성균이가 지난 11월에 태어나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그 계획을 좀더 나중으로 미루고 있지만 언젠가 꼭 아이들 손잡고 다녀오실 거라고 한다. 물론 대학 1년 후배이자 교사 동료인 부인 장민화씨(31, 신정초등학교 교사)도 함께 말이다. 학창시절 방학 때마다 담임 선생님께 꼭 편지를 썼던 기억이 있다. 크리스마스 때는 정성껏 만든 카드를 보냈었고. 요즘 아이들은 N 세대답게 이메일을 이용한다고 한다. 이번 겨울방학 때 메일을 몇 통이나 받을 것 같냐고 질문했더니 ‘글쎄, 10통 정도?’ 하신다. “방학하면 선생님이고 학교고 다 잊어 버려요. 생각보다 많진 않을 거예요.” 아니, 이런 괘씸한 것들! 정성껏 접어 우편함에 넣던 고전적인(?) 편지와 이메일 사이에서 격세지감을 느끼며, 그럼 겨울방학 숙제검사는 홈페이지로 하시냐고 물었더니 홈페이지를 갖고 있지 않으시단다. 아니 홈페이지 만드는 법 강의도 하시면서 정작 본인은 그 흔한 홈페이지도 하나 없다니? “너무 바빠서 홈페이지 만들 시간이 없어요. 예전에 몇 번 만들긴 했는데 도저히 운영할 시간이 없어서 그냥 문을 닫았어요. 아마 교육정보부장 맡고 계신 선생님들 거의 대부분이 그럴 걸요?” 또다시 바쁜 생활을 강조하신다. [PAGE BREAK]어쨌든 이미 컴퓨터 환경에 익숙한 아이들을 가르치려니 요즘 교사들은 이래저래 힘들다. 컴퓨터가 아직 낯설고 두려운 동료 선생님들을 위해 한마디 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현재 교육정보화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학내망과 교단 선진화 기자재를 통한 멀티미디어 학습이 교수-학습 방법의 하나로 도입되고 활용되고 있죠. 그러나 수업의 중심은 그런 인프라를 활용하는 교사와 아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교육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변화에 부응하는 수업을 위해서 교사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도구를 잘 활용하는 교사는 이미 자신이 갖고 있는 교육적 자질과 융화하여 보다 효과적인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 낯설고 두려운 기계 앞에서 고민하는 교사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 교사들은 충분히 이런 어려움을 이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항상 아이들에게 말씀하시듯 처음 단계부터 차근차근 내딛어 보세요.” ‘땅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지난 일 년 농사를 열심히 짓고, 또 다음 농사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박태훈 선생님. 스스로 기름진 농토가 되고자 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그 땅에서 자라날 어린 새싹들의 미래를 그려본다.
김은철(교사출신 탈북자) 안녕하세요! 교사출신 탈북자로서 남한 교사들과 나눔을 나누는 기회가 생겨 정말 좋습니다. 저는 고향이 신의주이고 그곳에서 나서 자라나 신의주 관서대학(당시 신의주 제2사범대학) 물리학부를 5년 졸업하고 고등중학교 물리교사로 파견장을 받고 5년 반 동안 교사로 근무하였습니다. 자유 대한에는 ’99년에 귀순했습니다. 북한 교사들의 겨울 방학생활을 말하기 전에 참고로 저는 일개 고등중학교 교사로서 북한에 대해 다 안다는 것은 어림도 없으니 저의 시각으로 이해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모든 것이 하나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 북한 체제의 구조 시스템 상 학교 교사들의 생활이 뭐 특별히 다른 것은 없겠지만 교사 개개인의 사 생활은 도시와 지방, 농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이해를 바랍니다. 교수강습 및 재교육은 꼭 받아 북한에서 교사들은 방학이 따로 없습니다. 방학기간에도 매일 평시와 같이 정상 출근과 퇴근을 하는 것은 물론 총화나 모든 조직생활도 정상적으로 진행이 됩니다. 다만 교사들의 행정일과 생활은 수업이 없으니 당연히 달라지죠. 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초·중·고가 따로 구분이 되지 않고 고등중학교와 인민학교로 되어 있지만 교사들의 생활은 비슷합니다. 이전에는 인민학교 교사들 경우에 어린 학생들을 맡아 좀 고생한다고 월급을 고등중학교 교사들보다 많이 주었는데 지금은 단일 급수 제도를 도입해 꼭 같이 주고 있습니다. 겨울 방학 기간은 고등중학교 3~6년은 1월 한달이고 인민학교와 고등중학교 1~2년은 2월 중순까지 한 달 반입니다. 그럼 교사들의 겨울방학 생활에 대해 본론 예기에 집중하죠. 우선 방학을 맞으면서 교사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이 교수강습 및 재교육을 꼭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한 표현으로는 연수겠죠? 북한의 모든 도·시·군 들에는 교수 강습소라는 기구가 도·시·군 행정위원회 교육부 안에 별도 기구로 있습니다. 교수 강습소가 하는 업무를 보면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교사들을 대상으로 달라진 교재 내용을 알려주거나 새로 포함되는 내용과 그것을 어떤 범위에서 어떻게 배워줘야 한다는 식으로 교수계획을 주거나 재교육시킵니다. 또한 일 년에 1~3차례 걸쳐 교사들의 급수 시험을 조직해 교사들의 급수를 올려주거나 내리는 그러한 업무도 맡아 합니다. 참고로 교사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5급을 받고 교단에 서게 되는데 5년 정도 지나야 한 계단 높은 급수 시험을 받을 자격을 얻게 되며 제일 정상인 1급까지 가기는 너무 힘들고 보통 교장 정도가 2급으로 보면 됩니다. 급수 시험에서 낙선되면 그 아래 한 급으로 떨어지는데 급수에 따라 월급이 틀리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사들 입장에서는 좀 껄그러운 상급기관이라 그에 따르는 로비도 심해 좀 물 좋은 기관으로 통하죠. 대개 방학이 시작하면 바로 교수 강습을 받아야 하는데 겨울방학인 경우에는 1월 1일~2일은 새해 명절이라 휴식하고 3일부터 대개 강습이 시작되곤 합니다. 강습은 교사라 함은 100% 참가하도록 매일 매시간 출석을 체크하기 때문에 어떤 사정도 통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하게는 그때 참가하지 않으면 달라진 내용을 교사가 몰라 학생들에게 엉터리로 배워주는 중대한 실수를 범할 수 있고 또 강습이 끝나면 그 무서운 교장, 당비서가 검열을 하기 때문에 자각적으로 다 참가하는 편입니다.[PAGE BREAK]’95년인가 친구 결혼식 때문에 강습소 간부에게 외제 담배 한 보루를 찔러주고 강습소 자료 전부와 출석을 약속받아 꼭 한 번 빠진 적이 있을 뿐입니다. 외제 담배 한 보루를 구하자면 내가 받던 월급의 거의 두달 분 돈이 들여야 하니 얼마나 값 나가는지 아시겠죠. 대개 강습은 시·군·단위로 어느 한 곳에 모여서 동시에 진행합니다. 예로 신의주 같은 경우에는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시 교수 강습소로부터 공문서가 시내 각 학교로 내려옵니다. 한 가지 예로 ’95년 1월 ×일부터 신의주 남상고등중학교에서 교수 강습을 소집합니다 등. 보통 강습기간은 4~7일 정도 열리는데 과목에 따라 또 다릅니다. 보통 자연계는 기간이 오래고 사회계는 기간이 짧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학교 교장은 학교 모든 교사들을 모아놓고 교수 강습소 지시를 알려주면서 알아서 잘 받고 오라고 그때부터 며칠간은 자유시간으로 평교사들이 좋아합니다. 당일 강습이 진행된다는 학교를 찾아가면 공시판에 과목별로 학교별로 강습장소가 붙여져 있습니다. 저는 전공이 물리학이라 물리 공시판만을 보는데 강습장소는 4층 6학년 5반 교실을 확인하고 들어가면 거기 출석명단에 내가 들어있는 거죠. 그런데 사실 교실 하나만으로는 시 전체의 물리 선생이 다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이때는 또 신의주 련상고등중학교, 신원고등중학교, 동상고등중학교,남상고등중학교는 6학년 1반 등으로 학교별로 나뉘어 강습장소를 배정받습니다. 강습이 좋은 이유는 여기에 가면 같은 대학 동창들과 선후배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이 같은 대학 출신 교사들끼리 앉는 것이 보통인데 이 때문에 출신 대학별 기싸움이 좀 심합니다. 강사는 보통 교수 강습소에서 어느 학교 선생들을 지적해 미리 준비시켜 하는 것이 보통인데 대개 강습장소지의 학교 교사들을 이용한다고 보면 정확합니다. 강습장소는 시내 학교별로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우리 학교가 강습장소로 지정대면 시 교수 강습소에서 며칠 전부터 학교에 내려와 우리 교사들을 대상으로 미리 교육시키죠. 참고로 평양은 워낙 대도시라 구역별로 나뉘어 받고 있습니다. 교수안은 방학 때 매번 새로 써 강습이 끝나면 바로 정상 출퇴근을 하는 등 방학 행정업무계획에 맞춰 자기 교수 사업을 준비합니다. 우선은 교수 강습소에서 받은 자료대로 다음 학기 수업진도표와 내용을 수정하고 그에 따르는 수업교수안을 새로 다 써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한 번 작성한 교수안을 다음해에는 사용할 수가 없고 무조건 새롭게 쓰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담을 대부분 방학기간에 준비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방학기간 교사 행정업무 일과표를 보면 오전 8시 출근, 8시~8시 30분까지 교장, 부교장의 참석하에 독보 및 그날 하루 사업계획 포치, 8시 30분~10시 교원 자체 교수안작성 및 교편물, 실험기구 제작, 10시~오후 4시까지 학생들의 방학간 학습 및 생활지도, 4시~5시 30분까지 그날 교사들의 하루 교수안 및 교편물 제작, 학생생활지도 정형 검열, 5시 30분~6시 하루 일과 총화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 학교의 기준이고 아무래도 방학기간은 평상시 때와는 다르게 모든 일과 흐름이 좀 느리고 대강 지나는 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의 일과생활을 간단히 설명하면 교수안 작성 및 교편물 실험기구제작 시간대에는 다음 학기에 해야 할 수업 교수안을 교수강습소에서 받은 대로 새로 작성하고 필요한 교편물을 제작하는 것인데 매일 하루 얼마나 했는가 교장, 부교장이 체크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편이죠. 또 방학기간에 많이 해 놓으면 정상 수업이 시작될 때 그만큼 부담이 적으므로 대부분 방학기간에 다음 학기 하게 될 교수안을 많이 작성하는 편입니다. 제일 좋아하고 자유로운 시간은 10시 이후부터 오후 4시까지 주어지는 담임학급 학생 방학간 학습, 생활지도 시간인데 이때는 학교를 벗어나 학생들 집을 찾아 다니면서 그들이 방학숙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방학간 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등등을 지도합니다. 북한 학생들은 방학기간 학교에서 내준 방학숙제를 일별로 수행해야 하는데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지역 근처의 가까운 학생들을 몇 명씩 묶어 학습반을 조직해주고 모두 집을 돌아가며 학습반 장소로 이용하게 합니다.[PAGE BREAK]대개 한 학급에 6~10개 정도의 학습반이 조직되는데 담임교사는 매일 그 학습반을 돌면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검열하는 것인데 책임있고 열성적인 교사들은 제대로 하지만 대부분 그 시간대를 자기 사적 용무일을 보는 데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예로 가정일을 한다든가 요즘은 돈을 버는 장사를 한다든가, 저와 같이 젊은 교사들 같은 경우에는 몰려 놀러다니던가, 아무튼 자유시간으로 봐야죠. 그렇다고 학생 생활지도를 전혀 안 한다는 건 아니고 형식이 많다는 것이죠. 재미있는 것은 학생 생활지도 차 학생 집을 찾아가면 부모들이 오랜만에 집을 방문하셨다고 잘 대접해주는 것이 보통이라 솔직히 학생 집 방문하는 것도 일종의 즐거운 일입니다. 방학이 끝나면 교사들의 얼굴에 기름기가 돌고 몸이 나는 특이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돈 버는 장사에도 관심과 시간 쏟아 다음으로 방학기간에 교사들은 휴가를 많이 받아 가사일을 보거나 장사를 한다든가 아니면 여행을 많이 가는 편입니다. 북한에서는 수업이 시작하면 휴가를 잘 내 주지 않고 방학기간에 휴가를 가라고 거의 강제적으로 휴가를 많이 강요하는 편입니다. 정기 휴가는 14일인데 저 같은 경우 여름방학, 겨울방학 한 주일씩 나뉘어 받곤 했습니다. 물론 방학기간도 정상 월급이 지급됩니다. 행정업무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기에 월급도 평시와 같이 나옵니다. 휴가를 받으면 대부분 교사들이 여러 곳을 다니면서 쌀 등을 구입하거나 남자 교사들 경우 처갓집에 놀러 가거나 여교사들 경우 집일을 많이 하거나 놀러 다니는 게 보통의 현상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휴가기간에 이전 대학 동창들을 찾아가거나 지방에 있는 여자 친구와 약속을 하고 꼭 같이 휴가를 얻어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놀곤 하였습니다. 물론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돈을 버는 장사도 게을리 하지 않았죠. 제가 하는 장사는 주로 친구들이 하는 장사에 같이 중간상 정도로 끼였지 직접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학생들에게 들키면 교권 내지 품위가 떨어지는 것을 철저히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학교마다 틀리기는 하겠지만 우리 학교 교사들 경우에는 주로 장사를 하거나 노는 데 많이 생각을 집착하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하도 사회가 어려우니 학생들도 부모따라 장사에 나서거나 여러 가지 가정형편상 방학간 학습을 잘 하지 않고 집을 나가는 현상이 많은데 사회형편상을 이해하는 교사들이라 굳이 학생지도는 많이 학생을 이해해 주고 자기 사적 용무일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보통의 현상입니다. 여름방학도 겨울방학과 비슷하게 교수 강습도 있고 꼭 같은 방학생활지도가 있지만 취미생활에서 약간 차이나는 것은 아무래도 여름이니 활동 범위가 더 넓어지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여름방학 기간 몇몇 남녀 교사들과 약속하고 휴가를 얻어 고기 잡으러 많이 다녔습니다. 그때 잡은 고기는 말려 겨울철 반찬거리로 많이 이용하거나 명절날 찬거리로 적당했습니다. 남녀 교사들이 고기 잡으려 몰려 다니는 것이 좀 의아해 할 수 있지만 혼자서 나가면 약간의 부끄러움이 있지만 같이 몰려다니면 그런 게 많이 해소되기에 평범한 일입니다. 북한 여성들 경우에 생활력이 강하고 북한의 현실에서 누구나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다 의식해야 하기에 고기 잡으러 나간다고 해서 부끄럽지 않은 이해되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서로 어울려 많이 다녔고 또 놀러도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 학교 젊은 남녀 교사들이 특이하게 똘똘 뭉쳐 놀러도 많이 다녔고 서로를 많이 위해 주고 도와도 주었습니다. 이상 북한 교사들의 겨울 방학생활을 간단히 적어 보았습니다. 그래도 교사 때가 제일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꼭 교사생활을 다시 하고 싶습니다. 남북이 통일되어 남북한 교사들이 어울려 같이 덕담도 나누고 놀러도 다니는 그러한 내일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남북한 교사들 모두 파이팅을 외칩니다.
옛날 영동땅에 효자가 살고 있었다. 늙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식음을 전폐하고는 보름을 내리울며 지새더니 2월 초하루 어머니를 따라 저 세상으로 갔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기구하게 죽은 효자의 원혼은 바람신[風神]이 되어 해마다 2월 초하루면 꽃샘바람으로 찾아온다고 한다. 영동할미 전설이 깃든 민주지산은 추풍령과 덕유산 사이에 자리잡은 충북 영동의 지붕이다. 삼도(충북, 전북, 경북)가 만나는 위치에 있어서 '두루[周] 굽어보는[岷] 산'이라고 했다. 고산준봉에 금강의 발원지 해발이 1242미터나 되지만, 민주지산에서 석기봉에 이르는 능선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가 부드러운 육산(흙산)이다. 다른 산들에 비해 생태계가 튼실한 편이다. 이번 기행은 겨울의 긴 잠에서 봄꿈을 꾸고 있는 민주지산 물한리 산간마을을 찾아나선다. 오는 2월 4일은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 봄은 이미 땅 속에서 시작되고 있다. 황간을 돌아 상촌에 이르면 한천이 민주지산 물한계곡으로부터 내려온다. 상촌 아래쪽으로는 초강천이라고 부른다. 금강의 발원지이기도 한 물한계곡은 상촌에서 삼도봉까지 20킬로미터 가까이 거슬러올라간다. 봄눈이 아직 쌓였는데도 계곡에는 제법 수량이 많다. 한천을 따라 난 길을 달리다보면 차창 밖 멀리 삼도봉(1176m)-석기봉(1200m)-민주지산(1242m)-각호산(1204m)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들이 펼쳐진다. 모두들 하얗게 눈을 이고 있다. 2월이면 물한계곡 아래쪽 양지부터 눈이 녹기 시작한다. 따사한 햇살에 얼굴을 씻고 서서히 버들가지도 움트기 시작한다. 물한계곡은 옛부터 물이 맑고 차서 한천계곡이라고 불렀다. 고산준봉들이 빙 둘러 있어서 계곡에 수량이 비교적 많다. 보가 막힌 곳은 호수처럼 넓은 곳도 있다. 거기 청둥오리와 쇠오리들이 얼음물 속에 모여있다. 오리류들은 발에 신경이 없어 서 얼음물 속에서도 발이 시린 줄을 모른다. 쇠오리는 글자 그대로 덩치가 작아서 저네들끼리 저만큼 떨어져서 모여있다. 먹이는 식물의 열매, 작은 연체동물, 수초, 무척추동물 등을 즐겨먹는다. 지나가는 버스 소리에 원앙 한 쌍이 소스라치게 놀라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 마을 원앙은 모심기철이면 올챙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개울논으로 몰려들어 곧잘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어린 모의 잎을 볼썽사납게 뜯어놓는다. [PAGE BREAK]건강한 숲·튼실한 생태계 간직 길을 따라 들어가면 고만고만한 마을들이 좁고 긴 계곡 좌우로 발달해있고, 마을의 역사와 함께 한 당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당나무는 키보다 덩치가 좋다. 당나무의 덩치가 좋은 것은 주위에 경쟁수가 없기 때문이다.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도 여러 나무들과 함께 있으면 덩치보다 키가 커진다. 당나무는 마을의 우주수(宇宙樹)로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문화의 상징이다. 당나무는 나무나 숲을 물질로만 보지 않았다는 우리 조상의 수목관(樹木觀)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그래서 당나무가 서 있는 마을은 웬지 여유가 있어 보이고 평화로워 보이는 것이 아닐까. 마을 들머리부터 아름드리 호두나무들이 병정들처럼 사열해 있다. 이곳 특산품은 알이 고르고 튼실한 호두와 달고 빛깔 좋은 곶감이다. 호두가 익을 때면 마을사람들은 청설모와 전쟁을 벌인다. 청설모는 식물은 물론 버섯 종류와 새 알까지 먹는 잡식성이다. 이곳 청설모는 특히 호두를 즐겨 먹는다. 앞발가락이 길어서 호두를 까먹기 좋게 되어 있다. 겨울에는 귀 끝에 붓처럼 생긴 붓털이 생긴다. 먹이를 바위 구멍이나 땅 속에 저장해두고 먹는 습성이 있다. 청설모와 사촌인 하늘다람쥐도 가을이면 호두를 훔쳐먹기 위해 산에서 마을로 내려온다 버스 종점인 물한리에 내려 10분 거리에 황룡사가 있다. 대개는 황룡사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그러나 굳이 등산객들을 헐레벌떡 따라갈 필요는 없다. 물한계곡에서 가장 긴 삼도봉 골짜기 주변을 살펴보고, 내려와서는 마을 뒷산 주변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알맞다. 민주지산 일대는 일제시대와 1950년대 숯 생산을 위한 남벌로 숲이 많이 파괴되었으나 지금은 거의 회복된 상태이다. 숲은 수종이 다양할수록 건강하다. 숲이 건강해야 조류와 야생동물들이 튼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 키 큰 나무 아래로 조릿대들이 등에 눈을 잔뜩 짊어지고 있다. 조릿대는 전국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키 작은 대나무이다. 그걸 잘라서 복조리를 만든다고 해서 조릿대라는 이름을 붙였다.[PAGE BREAK] 삿갓을 만든다고 한자로는 '입죽(笠竹)'이라고도 하지만, 시인들은 즐겨 '산죽(山竹)'이라는 이름을 쓴다. 조릿대는 여러해살이식물로 분류하지만, 수명은 5년이다. 다른 대나무와 마찬가지로 일생을 통해 딱 한 번 꽃을 피우고는 죽는다. 계곡의 물푸레나무들도 봄꿈을 꾸고 있다.‘겨울내내 쉬고 있던 농기구들이 하품을 하고 / 아버지는 먼 산에서 해온 물푸레나무 자루를 다듬어 / 건너마을에 쟁기를 벼르러 간다 / 아버지는 조율사처럼 / 호미자루며 도끼자루 괭이자루를 다시 갈아 끼운다 / 농기구들은 아버지의 건반이 되어 사계가 시작된다' 이은옥의 에서 말한 물푸레나무처럼, 이 나무는 목질이 단단하여 도끼자루나 기타 여러 가지 농기구로 많이 만들어 썼다고 한다. 민주지산에는 43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따금 눈에 띄는 솔개, 밤사냥을 잘 하는 올빼미, 떼를 지어 다니는 까치와 까마귀… 그리고, 딱새·딱따구리·어치·굴뚝새·할미새 등등이 모두 민주지산의 새 가족들이다. 새들은 해당지역의 생태계의 건강상태를 가장 상징적이고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종이다. 새들이 살 수 없는 곳에는 야생동물들도 살아갈 수 없다. 이곳에 솔개와 새매 종류가 살고 있다는 것은 생태계 피라미드의 구조가 아직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고비 한 쌍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따라나선다. 산새들을 관찰하는 요령 가운데 하나는 관찰 대상인 새가 나무 타기를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동고비는 딱따구리처럼 나무 줄기에 달라붙어 오르내리는 기술이 뛰어나다. 서커스 재주꾼들처럼 나무줄기에 거꾸로 매달리기도 하는 재주꾼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아서 친근하다. 잎 떨어진 낙엽송 위에 붉은배 새매의 빈 집이 외롭다. 주로 작은 새들과 들쥐·개구리를 사냥하는 붉은배 새매는 크기가 30센티 안팎이며, 가슴이 붉은 황토색을 띄고 있다. 진달래가 필 때쯤 남쪽에서 날아왔다가 단풍이 지면 남쪽으로 내려가는 여름철새다. 유명한 멧돼지 사냥터… 지금은 수렵 금지 민주지산은 유명 관광지도 아니고 인근에 대도시들도 없어서 백주대간 여러 산 가운데서 비교적 야생동물이 가장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는 산 가운데 하나이다. 낙엽진 다음의 겨울 숲속에는 온갖 동물들의 길이 드러난다. 시골사람들은 숲속에나 있는 동물들의 길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족제비 길인지, 토끼 길인지를 안다. 눈이 내리면 말할 것도 없다. 일명 산토끼로 불리는 멧토끼는 겨울철에 싸리와 칡넝쿨을 먹고 자란다. 여름털은 짧고 거칠지만, 겨울털은 길고 부드럽다. 지금은 수렵이 일체 금지되어 있지만, 한때 이곳에서도 철사줄로 덫을 놓아서 잡았 다. 토끼는 옛부터 산간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겨울철 단백질 공급원이었다.[PAGE BREAK] 이따금 고라니들이 과수원 묵밭으로 내려온다. 심지어는 사람들이 멀찌감치 일하고 있는 논둑에 배를 깔고 누워있는 놈도 있다. 족제비와 토끼가 사투를 벌인 눈밭을 비껴 노루 한 마리가 지난 밤에 계곡을 건너간 자국도 있다. 이곳은 멧돼지가 유난히 많다. 여러해 전만 해도 엽사들이 들어와 멧돼지 사냥을 하곤 했다. 요즘은 야생조수보호 정책 때문에 마을사람들도 멧돼지를 함부로 잡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천적이 없는 멧돼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마을 뒷산까지 내려와 애써 키운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들곤 한다. 멧돼지는 암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수컷을 거느리는 흔치 않은 모계사회를 이루는 동물이다. 겨울에 짝짓기해서 5월에 10마리 내외의 새끼를 낳는다. 이따금 마을 사람들이 새끼를 주워 와서 사육하기도 한다. 멧돼지를 보려면 바람이 없고 햇살이 잘 드는 높은 산 양지쪽을 찾아야 한다. 민주지산의 야생동물의 주민등록표를 보면, 족제비·너구리·오소리·삵 등등의 육식동물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강한 적응력과 풍부한 먹이로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식육류 가운데 가장 작은 족제비는 다리와 꼬리가 짧고 주둥이는 뾰족하다. 겨울철에 암갈색 털로 바뀌는 족제비는 진달래가 필 때쯤이면 발정을 해서 다섯 마리 내외의 새끼를 낳는다. 마을에까지 내려와 닭을 습격하는 고약한 놈이다. 밤이면 산간마을은 그대로가 야생동물원이 된다. 깊은 겨울밤이면 먹을 것을 찾아 마을로 내려온 삵을 만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삵은 얼룩무늬 고양이 모습이지만, 덩치가 훨씬 크고 사납다. 삵은 고양이과 육식동물로, 무리를 짓지 않고 단독생활을 한다. 원래는 야행성이지만, 이곳에서는 낮에도 돌아다니며 토끼 등을 사냥한다. 삵은 아직까지 전국 전역에 걸쳐 많은 개체수가 살고 있나, 제주도와 대마도의 삵은 거의 멸종 상태이다. 특히 대마도에서는 멸종 위기의 삵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돈과 정성을 쏟고 있다. 삵 박물관을 짓는가 하면, 버스마다 삵 광고를 대문짝만하게 달고, 가게마다 삵의 캐릭터를 팔고 있다. 늑대와 여우는 환경부에서 고시한 '멸종 위기종'이지만, 몇 해 전만 해도 이곳에서는 심심찮게 목격되었다고 한다. 또,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표범이 사람들 눈에 자주 띄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시라소니라고도 말한다. 마을사람이 산에서 표범이 먹다 남은 노루를 가져다 구워먹었는데, 표범이 밤중에 그것을 찾으러 마을로 내려와 설쳐대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고 산에서 만난 한 주민이 신나게 들려주는데, 믿어야 할 지 믿지 말아야 할 지…
“우렁차게 吐하는 汽笛소리에/ 南大門을 등지고 떠나가서/ 빨리부는 바람의 形勢같으니/ 날개가진 새라도 못따르겠네”(최남선의 ‘경부철도가’. 1908년) 육당 최남선은 경부선이 개통(1905년)되고 3년이 지난 1908년 창가 ‘경부철도가’를 지었다. 창가의 내용은 경부선의 시작인 남대문역에서 종착지인 부산역까지의 연변의 도시들을 차례로 열거하면서 그 도시의 풍물과 인정·사실·서구문화의 충격 등을 서술하는 것이었다. 당시의 기관차모형은 모갈탱크형이나 터우형으로, 모갈탱크형기관차는 최고 속도가 시속 55킬로미터 평균속도 20~22킬로미터에 불과했으나, 최남선은 날개 가진 새보다 빠른 바람에 비유했다. 2004년에 개통될 시속 300킬로미터의 고속전철을 봤다면 최남선은 무엇에 비유했을지 궁금해진다. 이때는 우리 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노량진`~제물포)이 개통된 지 9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미카3기관차, 전쟁중 딘 소장 구출작전에 동원 가장 대표적인 서구문명 중의 하나인 기차가 우리 나라에 도입(1899년)된 지도 103년이 되었다. 기차의 역사는 교통뿐만 아니라 통신의 발달사이기도 하다. 교통·통신의 발달사를 한 눈에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경기도 의왕시 부곡역 곁에 있는 철도박물관(관장 이송식)이다. 서울역에도 철도박물관이 있지만 부곡관의 규모가 4배 정도 크다. 실내박물관과 옥외차량전시장으로 구성돼 있는 부곡관은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좌우편에 전시돼 있는 실물기차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정문 오른편에 전시돼 있는 기차 중에는 시커먼 색깔로 듬직한 위용을 자랑하는 미카3 기관차가 가장 눈에 띈다. 미카3기관차는 6·25전쟁중 북한군에 포위된 윌리엄 F.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 동원되기도 했다. 전쟁중 전세가 불리해진 국군은 대전지구 방어선을 대구로 이동했다. 딘 소장은 부대를 대구로 이동시켜 놓고, 자신은 끝까지 대전을 사수하려고 남아 있다가 북한군에 포위당하고 말았다. 1950년 7월 19일 딘 사단장을 구출하기 위해 미군 특공대 33명을 태운 미카3-129기관차를 몰고 김재현 기관사가 대전역으로 돌진했으나, 매복중인 북한군에 의해 특공대원 전원과 김기관사는 함께 숨을 거두었다. 철도인으로는 처음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된 김재현 기관사의 유품은 부곡관에 전시돼 있다.[PAGE BREAK] 모형철도파노라마·공작교실 등은 체험학습장소 실내박물관은 역사실과 차량실, 모형철도파노라마실, 시설·보선실, 전기·신호·통신실, 미래철도실, 상설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역사실은 한국철도의 발자취와 증기기관차 모형, 한국 최초의 레일 등 역사자료가 전시돼 있고, 차량실에서는 세 계 기관차의 발달과 객·화차의 변천, 새마을호 객차 절개 부분 등을 볼 수 있다. 전기 ·신호·통신실에는 전기설비 발달사, 신호기의 종류, 전력통신시설의 변천 등을 볼 수 있다. 시설·보선실에서는 철도건설의 변천사와 장비를, 운수·운전실에서는 철도승무원의 제복 변천, 승무원 휴대품 등을 갖춰 놓고 있다. 미래철도실은 우리 나라와 세계의 고속철도를 비교하고 꿈의 열차라는 자기부상열차, 무인열차, 경전철 등에 관한 자료를 사진과 모형으로 구경할 수 있다. 모형철도파노라마실은 실물 기차를 87분의 1로 축소 제작한 모형기차를 서울역을 중심으로 운행되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로 차량운행체험실과 우주관광열차, 기차만들기공작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열차운전실험실은 어린이들이 직접 열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상의 열차운전연습장으로 첨단 시설인 시뮬레이터가 마련되어 있어 실제 운전과 속도감을 느낄 수 있게 돼 있다. 우주관광열차는 실물기차를 개조하여 음향과 조명시설 등으로 실제 우주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줄 수 있게 한 것으로 유아와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기관차 만들기 공작교실은 우리 나라 최초의 기관차인 모갈형탱크기관차와 협궤열차, 세계 최초의 실용기관차인 로코모션 호, 거북선, 전투기 등을 온 가족이 둘러앉아 조립할 수 있게 객차를 개조해 놓았다. 1981년 서울 용산에서 철도기념관으로 출발한 철도박물관은 1988년 1월 26일 의왕시 부곡동으로 이전했고, 1997년 4월에는 서울역관을 개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신광영(중앙대 교수 / 사회학) 요즈음 대한민국 공교육 위기와 교육 이민 이야기는 이미 진부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학원과 과외가 번창하면서, 학교는 단지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 할 수 없이 다니는 곳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돈있는 집은 자녀 교육을 위해서 외국으로 이민 가는 일도 너무 흔해졌다. 또한 사교육에 종사하는 사람과 사교육에 투입되는 돈은 한국 경제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학원과 과외가 사라지면, 실업자가 수만 명이 더 늘어날 정도로 사교육은 고용의 한 부문을 구성하고 있고, 사교육에 투자되는 돈은 정부의 교육예산에 육박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에 의해서 수많은 교육개혁이 시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은 계속 위축되고 있고, 사교육은 계속해서 번창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교육개혁이 초점을 비켜났기 때문이다. 공교육의 위기는 입시제도를 바꿔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학벌로서 기능하고 있는 대학의 기능을 바꿔야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시 경쟁은 학벌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다.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가 한 개인의 경제적인 부와 사회적인 명예를 결정짓기 때문에, 입시경쟁은 한 개인의 일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일로 인식되었다. 그 결과, 유치원 원아부터 고등학교 학생에 이르기까지 교육은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배울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학벌사회를 떠받치는 있는 핵심적인 교육제도이다. 서열지어져 있는 대학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최고 교육기관의 기능보다는 졸업생들에게 간판을 달아주는 학벌 수여 기능을 더 잘 수행하고 있다. 기업체들은 대학에서 공부한 전공 영역과 무관하게 출신학교를 중심으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출신학교가 한 사람의 능력을 말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회에서나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대학에서 배운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출신대학이다. 학생, 학부모, 대학, 기업체, 정부 등 모두가 한국의 대학들이 학벌사회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하고 있고, 사회가 학벌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신입생들은 대학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전공을 공부할 시기에 입시의 후유증으로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있다. 학부모들과 대학은 신입생들의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단지 대학의 위계서열에서 낮은 서열의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만이 서열을 높이기 위하여 편입이나 재수를 꿈꾸고 있다. 단적으로 학벌사회는 공교육의 황폐화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무엇을 개혁할 것인가? 먼저 학벌사회를 학력사회로 바꾸는 개혁이 필요하다. 학벌로서의 기능을 해온 대학의 기능을 전환시키는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벌사회 자체를 개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학의 기능을 전환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은 대학 위계를 타파하는 정책을 통해서 가능하다. 한국의 대학 위계는 교수들의 연구 업적이나 능력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입생들이 수능시험에서 받은 점수에 기초하고 있다. 이미 형성된 대학의 위계에 따라 대학의 정원이 수능시험 점수대로 차례차례 채워지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대학 현실이다. 그리고 매년 입시를 통하여 대학 서열을 확인해주고 있다. 대학의 위계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 입시와 무관하게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모두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대학체제와 일정한 학점을 이수하면 전공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한 학생들에게 대학 학력을 인정하는 국가학사제도가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학생들은 자유롭게 대학을 옮겨다니면서 자신이 선택한 전공의 지식을 쌓는다. 그리고 일정수의 전공과목을 이수한 학생들이 시험을 통하여 전공능력을 평가받는다. 대학생들은 특정한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로부터 특정한 전공분야의 지식과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전공의 지식을 어느 정도 쌓았느냐 하는 것이다. 대학의 간판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대학의 기능이 교육과 연구로 전환될 수밖에 없게 된다. 공교육의 위기와 대학교육의 황폐화는 대학이 학벌로서 기능하고 있고, 대학입시가 학벌 경쟁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교육의 정상화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위계적인 대학 서열을 타파하여, 대학이 학벌로서 기능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대학이 교육과 연구 기능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학생들은 대학에서 배운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바탕으로 사회에 진출하고, 기업은 학생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토대로 채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이 조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나라, 대학생들이 가장 공부 안 하는 나라, 사회 전체가 대학입시에 목을 매는 나라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대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 근본적인 대학개혁이 필요하다.
강인수(수원대 교수) 머리말 수업중에 학생들은 가끔 교과내용과 다른 교사의 체험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교사들을 조르기도 한다. 이 경우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업분위기를 진작시키려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가능한 교과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거나 자기의 학생시절의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학생들의 면학태도를 바로 해 주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수업시간중에는 그 교육내용과 방법을 선택할 권리는 교사 자신의 교육권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을 교육하고 지도할 권리는 학생에게 가장 적절한 교육내용과 교수방법을 선택할 권리를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교육과정에서 정하고 있는 교과서의 내용의 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선택할 권리이다. 그러나 그 방법선택에도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의무라는 법적도덕적 제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교사 개인의 주관적 판단으로 수업중에 사회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이론이나, 보편적이지 않은 내용을 가르칠 수 없다. 그리고 학생의 수업분위기를 진작한다는 명분으로 교과내용과 관계가 없는 학교비리를 말하거나, 반윤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 교육기본법 제14조에서는 교원은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업시간중에 교과내용과 관련이 없는 학교비리를 말한 사건과 음담패설을 한 사건에서 교사의 법적 책임이 어떠한가를 실제 사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수업시간에 교과지도와 무관한 학교비리를 말한 행위(사건 1, 재심위 96-20) 문제의 소재 고등학교 학생의 연령은 정의감이 강한 청소년기이다. 주위의 비리나 불법한 문제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비판하며 이를 반대하려는 행동도 할 수 있는 나이이다. 교원의 경우도 사회의 비리나 부정으로부터 사회정의를 지켜야 한다는 순수한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학교교육활동 중에 교과내용과 관련된 정치나 경제문제를 다루면서 가치중립적 입장에서 비판할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교과와 관계가 없는 내용을 말하거나, 교과서 내용과는 다른 내용을 가르칠 수는 없다. 그런데 교사가 수업시간중에 교과내용과 관계가 없는 학교 재단법인과 학교장의 비리를 말한 것이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의 위배에 해당하는가가 문제이다. 사건의 경위 김영수(가명) 교사는 10여년간 ??사립고등학교에 재직하는 중 수업시간에 수업내용과 관련이 없는 학교와 학교장의 비리를 발언한 점에 대하여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나, 학교법인의 비리 문제가 수년 전부터 학생들이 유인물을 만들어 학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였고, 특별감사를 받는다는 것을 학생들이 미리 알고 수차례에 걸쳐 학교비리에 대한 질문을 하였지만 이를 회피하여 오다가 감추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여 수업시간중에 학교비리와 특별감사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였다. 학교법인은 김교사가 2년에 걸쳐 수업시간에 교과지도와 무관하게 학교와 학교법인에 큰 비리가 있는 듯 오도하는 말을 자주하여 학생소요 의사를 형성케 한 것은 교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명감인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 하여(사립학교법 제55조에 의거하여 준용되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제57조, 제60조, 제63조, 제66조에 위반하였다 하여) 파면처분을 하였다. 이에 김교사는 수업시간에 교육청으로부터 특별감사를 받은 내용에 대하여 학생들에게 말한 것은 사실이나 학생소요사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하여 파면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재심청구를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하였다. [PAGE BREAK]재심위원회의 결정 김교사는 교육법 제150조에의 규정에 의거하여 소정의 교육과정을 수업하여야 하는 수업시간에 교육과정과 관계없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함으로써 교원의 직무를 이탈한 행위를 하였음이 인정되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감사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면 학교장과 협의하여 책임있는 자로 하여금 해명케 해야 했음에도 사실 확인 없이 자의로 이야기하였으며, 여러 반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한 점이 인정되므로 고의성이 없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수업시간에 확인되지 않은 학교비리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발언한 것은 학교법인의 주장대로 학생소요 의사를 간접적으로 주동한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지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비리 운운의 발언을 한 것은 수업에 전념해야 할 교원으로서의 직무를 태만히 하였다고 여겨지는 바, 이는 교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음이 인정되므로 그에 대한 책임은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징계사유에 비추어 볼 때 파면의 원처분은 너무 과중하므로 이를 해임으로 변경한다(교원재심위원회 결정 96-20, 결정문집 1996, pp.118~121). 수업시간중에 반윤리적 이야기를 한 교사의 행위(사건2, 재심위 96-84) 문제의 소재 판단능력이 미숙한 학생들은 종종 수업시간에 교과와 다른 교사의 체험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학생들의 요청을 너무 무시하기가 어렵고, 때로는 분위기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 학생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담이나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윤리에 반하거나 비도덕적인 이야기는 그 상황과 방법 여하를 막론하고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러한 경우 어떠한 법적 판단으로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사건의 경위 김철수(가명) 교사는 ??여자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수업시간중에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는 학생들에게 교실의 커튼을 내리고 조명등을 끈 후 이야기의 내용이 해당교과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써 근친상간의 음담패설을 한 이유로 성실의무 위배(국가공무원법 제56조) 및 품위유지의무(국가공무원법 제63조) 위배로 해임처분을 받았다. 재심위원회의 결정 교사는 항상 사표가 되어야 할 품성과 자질의 향상에 힘쓰며 학문의 연찬과 교육의 원리와 방법을 연마하는 데 전심전력하여야 하며(구 교육법 제74조), 학생을 직접 지도·교육하는 교사의 책무는 그 교육대상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다. 교사가 수업시간중에 근친상간의 음담패설을 한 것은 감수성이 민감하고 사리판단능력이 미숙한 여학생들을 직접 교육·지도하는 스승으로서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규범성이 요구되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교사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행위임이 명백하므로 이를 기각한다고 결정하여 해임처분 그대로 인정되었다(재심위 결정 96-84, 결정문집, 1966, pp.142~145). 맺는 말 학생들은 하루 7,8시간이나 계속되는 수업시간을 지루해 하기 일쑤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과거의 경험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고등학생의 나이에는 사회부정과 비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에 대한 비판의식을 기를 때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교과수업을 하면서 수업분위기를 진지하게 지켜나가는 일이 교사의 직무이다. 그러나 때로는 학생들의 요청을 너무 무시하기가 어렵고, 수업분위기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교육적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교사는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윤리적 사명과 법률적 책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기본법에서도 교원은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에서는 법률준수 및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령이 아니라도 교육의 본질에 따라 교육해야 하는 것은 교원의 윤리적·도덕적 책무라 할 수 있다.
김태훈(일본국립교육정책연구소) 몇 달 전 일본 사회를 경악시킨 교사가 관련된 두 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건은 중학교의 현직 영어 교사가 메일토모(mail 友)라는 명목으로 여중생과 교류를 해오다가, 뒷처리가 무서워지자 여중생에게 수갑을 채운 채 고속도로의 달리는 차안에서 던져 죽게 한 사건이고, 다른 한 건은 현직 고교 교사가 역시 메일토모로 알게 된 여자와의 금전관계로 살해당한 사건이다. 메일토모라 함은 메일 교환, 주로 휴대전화를 통하여 메일을 주고 받는 친구 관계란 사이이다. 이러한 현직 교원들에 의한 불상사는 이전의 폭력 등에 의한 사건, 사고와는 달리, 청소년들을 원조교제 등 성적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청소년 건전 육성 조례」 등에 위반되어 형사처벌을 받는 교사들이 1999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문부성에 의하면 1999년 한 해 동안 성적 외설행위로 징계면직을 받은 교원은 115명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제자들에 대한 외설 행위 뿐만 아니라, 테레쿠라(전화방), 원조교제, 메일을 이용한 청소년들과의 성적 접촉, 성범죄 및 살인 사건을 일으키는 등 교사들의 범죄 행위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일으켜 면직이 되었다든가 처벌을 받은 많은 전직 교사들이 “애정이 있다면 성적 관계를 가져도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청소년들에 대한 성적 폭력행위를 행하는 교원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있는가, 지켜야 할 선을 왜 못지키고 있는가, 그것은 관리직의 지도 부족 또는 교사 채용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교사들에 의한 성범죄가 급증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9년 교원의 채용·연수의 개선에 관하여 검토한 ‘교육직원양성심의회’는, 같은 해 12월 10일 당시의 나카소네 문부대신에게 제출한 답신에서, 학력보다는 사회인으로서의 경험 등 인물을 중요시하는 다면적인 채용방법을 제안하면서, 적성이 없는 교원은 엄격하게 지도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전직을 시키든가 ‘분권 면직’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분권 면직이란, 징계면직 외에 지방공무원법에 의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될 경우 할 수 있는 면직처분이다. 그 후로 교원들의 문제 행동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문부과학성에서는 2000년 12월 발표된 교육개혁국민회의의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2001년 3월에 교육개혁 신생 플랜을 발표했다. 이 신생 플랜에 의하면 21세기 일본 교육이 해결해야 할 중점 과제를 7가지로 제안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교사의 의욕과 노력이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학교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교육개혁국민회의는, 내각총리대신의 사적 기관으로 2000년 3월 당시 총리였던 오부치의 제안에 의해 발족되었으며, 1947년 3월 31일 공포 시행된 이후, 53년간 시행되어 온 교육법의 개정과 21세기 일본 교육의 지표를 정하는 것이 임무였다. 동회의는 2000년 11월 최종보고서를 작성, 동년 12월 최종심의회에서 총리대신에게 ‘교육을 변화시킬 17가지 제안’을 보고하고 해산되었다(새교육, 2001년 6월호 참조). 문부과학성이 밝힌 ‘교육개혁 신생 플랜’에 의하면, 교사의 의욕과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는 평가체를 만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정책을 실시한다고 하고 있다. ①우수한 교사를 인사 이동함에 있어서 배려를 하며, 표창을 한다. ②효과적인 수업을 못하는 교사를 다른 직종에 배치할 수 있게 하며, 면직을 가능하게 한다. ③교사의 장기간에 걸친 사회체험 연수 기회를 충실히 시행한다. ④교원의 고용형태와 채용방법을 다양화한다. ⑤면허 갱신제도의 도입를 검토한다. ⑥교원의 자질 능력을 향상시킨다.[PAGE BREAK]문부과학성에서는 이러한 정책과 함께 다음과 같은 구체안을 내놓고 있다. 2002년까지 우수한 교원에 대한 표창제도를 실시하도록 하며 그와 관련된 특별 승급제도를 실시한다. ‘지방교육행정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지도력이 부족하거나 충분한 적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교원을 교직 이외의 직종으로 원만히 전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2001년도에 교원으로서 부적격한 자에 대한 인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1억 엔을 투자한다. 교원의 사회체험 연수 기회의 확대를 위한 보조금으로 2001년도에 2억엔을 투자한다. 각 도도부현(都·道·府·懸)의 교육위원회에 위탁하여 교원의 채용방법을 다양화한다. ‘공립의무교육 각급학교의 학급 편제 및 교직원 정수의 표준에 관한 법률’ 등을 국회에 제출, 개정하며, 교원정수를 활용한 비상근(시간) 강사, 재임용 단시간 근무 직원을 임용한다. 2001년도에 2억 엔을 예산에 반영하여, 특별 비상근 강사 제도를 확대한다. 면허갱신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중앙교육심의회의 심의를 통하여, 2001년도 중에 정한다. 2001년도에 교원연수센터를 설립하여 국가가 실시하는 교원 연수 사업의 일원적 사업을 실시한다. 2001년도부터 현직교사들이 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원 수학 휴업제도를 실시하여, 교원의 자주적·주체적 연수 활동을 장려, 지원한다. 이 외에도 교원 인사 등에 관하여 교장의 재량권을 확대한다는 내용으로, 이러한 정책 과제는 꾸준히 추진되어 2001년 1월에 새롭게 중앙교육심의회가 발족되어 심의가 추진중이다. 10월 30일 실시된 교원양성부회의 제10차 회의에 의하면, 불상사 등으로 인하여 징계 면직이 된 모든 교원으로부터 교원면허증을 취소시킬 수 있는 등 지방공무원법에 의해 엄격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안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교원을 민간 기업에서 연수를 받게 하며, 대학원 등에서 자발적인 연수를 받을 수 있는 휴가제도를 국가적 차원에서 수립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교원 면허 제도는 교원으로서의 적격성이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해서 면허를 주는 제도는 아니다. 한국처럼 대학에서의 학점과 4주 정도의 실습으로 면허를 딸 수 있다. 교원으로서의 적격성은 채용시 고용자, 즉 공립학교라면 지방 자치제의 교육위원회가 판단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문제를 일으켜 학교에서 사직 처분을 받았다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교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근의 교원들의 불상사에 대하여 교육 전문가들은, 적격성이 높은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실습을 1년 정도로 하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양호학교 특수학교 등 각급학교에서 교사 경험을 쌓게 하여, 모든 예비 교원들에게 자신들이 교육자로서 적격성을 확인할 수 있게끔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그리고 교생들을 받는 실습학교측도 교육의 장래를 생각하여 실습생을 형식적인 지도가 아닌 엄격한 지도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습에 중점을 두기 위해서는 현재의 4년제 대학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교원양성은 대학원의 석사 과정과 연결되는 일관성 있는 제도를 도입함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놓고 볼 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지메, 테레쿠라, 원조교제 등 일본에서 성행했고, 사회 문제가 된 것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한국에 직수입된다. 물론 메일을 통한 만남으로 인한 문제로 한국사회를 경악시킨 사건도 벌써 일어나고 있다. 그러한 문제를 일으킨 상대가 교원일 경우, 사회에 끼치는 여파는 상당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