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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학교도서관이 '일회용'인가

8181개 학교에 '일용잡급직' 사서 880명
사서연합회 "기간제 사서교사 확충" 주장


광주 A초등교 도서실에서 사서로 근무하는 이 모(30)씨는 지난 6월 급여로 48만원을 받았다. 주5일 근무로 일당 2만 5000원을 쳐주는 날 수가 23일. 여기서 연금, 의료보험료를 제하니 실제 받은 돈은 50만원도 안 된다. 대학원까지 나온 그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 대가다.

경기 K고 사서인 N 모(26)씨는 이번 여름방학 동안 보습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인건비를 지불할 돈이 없다며 학교측이 출근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4년제 문헌정보학과를 나와 사서교사 자격증까지 있는 이들이 이런 푸대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일용직' 사서라는 꼬리표 때문이다. 전국 1만 172개 초중고교 중 도서관이 설치된 8181개 학교에 배치된 일용직 사서 수는 경기, 광주 지역에 880여명. 현재 전국에 배치된 도서관 전문인력이 전담사서교사 149명, 겸임사서교사 265명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학교 도서관은 '일용직' 사서가 이끌어 가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 7000여개 학교는 학교 업무분장에 의해 형식적인 '도서관 담당교사'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용직 사서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도서관 활성화는커녕 정상적 운영도 어려운 상태다.

현재 경기도는 '학교도서관 정보화사업'의 일환으로 약 400여 개 학교에 채용된 일용직 사서에게 일당 3만 600원(학교에 따라 더 적게 주는 곳도 있다), 연 7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많은 학교가 700만원의 지원비로만 일용직 사서를 쓰려고 주5일 근무와 방학중 휴무, 심지어 시험기간까지 도서관의 문을 닫고 있는 형편이다.

'독서의 생활화 교육'을 특수시책으로 추진 중인 광주시교육청도 현재 '학교도서관 사서 대체직'이란 명칭으로 130여명의 일용직 사서를 활용하고 있다. 일용직인 이들은 사서자격증이 없어도 되는 행정사무보조의 인건비인 일당 2만 5000원을 받고 있어 월 급여가 보통 75만원에 불과하다.

국정공휴일이나 임시공휴일이 있어 쉬게 되면 주차, 월차수당까지 깎여 그 달 월급봉투는 더 얄팍해진다. 퇴직금을 안 주려고 1년 미만으로 계약하는 학교도 많고 재계약도 드문 편이다. 하지만 학교측에 불만을 제기하기라도 하면 "일할 사람 줄섰다"는 말만 들을 뿐이다. 일당 2만 9000원을 받던 경기 S초 사서 K씨는 얼마 전 "다른 학교처럼 3만600원으로 해달라"고 건의했다가 그만둔 케이스다. 이 학교는 곧 3만 600원에 다른 일용직 사서를 채용했다.

'일용잡급'으로 취급되다보니 사서업무와는 무관한 일까지 강요받는다. 광주학교도서관사서회는 "아직도 12시에 출근해 방과후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맡는 일용직 사서들이 여럿 있다"고 밝혔다. 또 일용직 사서들의 모임인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연합회도 "손님 접대, 교무실 행정실 사무보조원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고 이를 거부하다 권고사직을 당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들 단체는 "최소한 일당제가 아닌 월급제로 급여체계를 개선하고 일용직 사서보다는 기간제 사서교사나 계약직연봉제 사서로 전환해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바람은 도서관 업무까지 떠맡은 도서관 담당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의 유주형(중대부중 교사) 대표는 "시간과 전문성도 부족한 데다 전보까지 가야하는 일반교사가 사서교사 일까지 겸하는 것은 지금처럼 많은 시간 도서관 문을 닫겠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도서자료 선정·구입·분류·자료 입력·라벨작업을 포함한 전산화 작업과 도서 대출·반납 업무, 장서관리, 도서실 이용지도, 도서부 운영, 어머니 자원봉사자 관리, 도서실 교내행사, 독서신문 발행, 방학중 독서교실 운영, 독서퀴즈대회 개최 등 문화공간, 첨단 학습지원정보센터로서의 도서관을
만들려면 전문 사서교사의 확충이 절대적이라는 지적이다.

유 교사는 "서울외국인학교에는 비디오, 문헌 등을 따로 맡는 사서교사가 4명이나 있는데 이는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사서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며 "초등학교부터 정규나 기간제 사서교사를 점차 배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7월 26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방안'에는 '최소 1명 이상의 관리인력을 배치하되 교육청 단위로 전담교사를 뽑아 배치하거나 겸임교사·계약제사서·순회사서·학부모 봉사자 등을 활용한다'고만 밝혀 전문인력 배치는 사실상 소원한 상태다.

7·20 교실여건개선사업으로 교사가 크게 부족해질 상황에서 사서교사를 늘리기는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경기도교육청 담당자는 "공무원 총 정원에 묶여있는 데다 담임마저 부족한 상황에 기간제나 정규 사서교사 배치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라며 "처우도 일용직을 벗어나지 않는 한 영양사급 기준으로 급여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전문인력을 배치할 의지가 없다면 학습지원센터로서의 도서관 육성은 공염불일 뿐"이라며 "전문사서교사 배치를 의무화하도록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의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이희수 연구위원도 "자격을 갖춘 정식 사서교사의 채용을 위해 정원 외로 인원을 확충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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