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대학교가 발표한 두 가지 입시 관련 보도에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요점은 서울대가 2005학년도 입시부터 논술시험을 부활하겠다는 것과 비록 총장의 사견이기는 하지만 빠르면 2004년부터 '지역할당제'의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두 가지 사안은 국민들의 깊은 관심 속에 활발한 찬반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대의 논술 시험 부활은 특기와 적성을 중시하는 7차 교육과정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또 다른 입시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학생 선발에 대한 대학의 권한은 자율적인 것이므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리고 '지역할당제' 도입에 대해서는 교육의 형평성을 무시한 처사로 공정한 경쟁의 원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서울대 입학생의 대도시 편중을 완화하고 지방 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그 동안 서울대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대부분의 우수 학생이 지원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울대를 지원할 만한 우수 학생들이 서울대를 외면하고 다른 대학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곧바로 외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는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우수 학생을 싹쓸이하다시피 데려간 서울대의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21세기는 세계화 시대이다. 지구촌이라는 말처럼 세계는 지금 모든 분야에서 무한 경쟁의 체제로 들어선 지 오래다. 물론 대학의 교육적 자질도 예외의 대상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만 안주하고,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이제 그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화의 시대에 서울대의 권위와 학벌이 언제까지나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의 교육력은 우수 학생을 선발하여 얼마만큼 잘 가르쳐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양성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대에 재학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보다는 고시 공부에 주력하고 있다는 보도는 서울대 교육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신입생 선발시 성적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전공에 흥미를 갖고, 그 분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해야 할 것이다.
강남의 우수한 교육적 환경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입시에 유리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시골에서 과외는커녕 학원 한 번 다녀보지 못하고 학교 공부에만 전념한 학생들은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에서 밀려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의 성장 배경과 학습 환경은 입시에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그것은 사회 통합적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비록 수치화된 점수는 낮더라도 그 학생이 처한 환경과 가능성을 보고 선발하는 것은 외국의 유명대학에서도 그 사례를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하바드같은 세계 일류 대학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장애인이나 소수 민족 등 사회적으로 소외 받는 계층에 일정 비율을 배당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가 전형 방법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중등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실 전국의 대다수 고등학교가 서울대 입학에 사활을 걸고있는 현실이라면 더 이상 서울대 입시로 인해 중등교육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2005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서울대의 논술 부활이 중등교육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즉, 정형화된 틀을 공부하는 학생보다 학교교육에 충실한 학생이 유리하도록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 후 세부 계획을 발표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의 모든 결정은 자기 정체성의 분명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즉, 서울대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그 혈세는 대도시의 몇몇 사람만이 낸 세금이 아니라 대한 민국 방방곡곡에 있는 많은 국민들이 정당하게 낸 세금이기에 서울대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국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대 입시는 일부 계층의 기득권을 대물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교육적 가치와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서울대는 국민의 대학이라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