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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기획과 글쓰기(서술 방법과 개요 작성) 모든 글은 문단들의 연결로 이루어지며, 하나의 문단은 하나의 중심 생각을 갖는다. 문단은 하나의 중심 생각, 즉 소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연결된 문장들의 단위다. 하나의 문단은 하나의 소주제문과 뒷받침 문장으로 구성된다. 소주제문은 한 문단의 중심 생각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각 문단의 소주제가 모여 글 전체의 주제를 구성한다. 핵심어(Key word)로 소주제를 간략하고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다. 소주제문의 위치에 따라 두괄식·미괄식·양괄식·중괄식 문단이 된다. 뒷받침 문장은 소주제문 내용을 뒷받침하여 전개하는 문장이다. 풍부하고 정확한 뒷받침 문장을 써야 하는데, 뒷받침 문장은 ▲상술(소주제문이 추상적일 때 뒷받침 문장에서 근거를 들거나 상세히 서술하여 구체화함), ▲이유(소주제문이 주장이나 결과를 드러낼 때 그 이유와 원인을 밝힘), ▲예시(소주제문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예시를 들어 서술함)의 방식으로 서술한다. 문단은 통일성·완결성·긴밀성을 가져야 한다. 뒷받침 문장은 ▲소주제와 관련 있는 내용을 서술해야 하고(통일성), ▲소주제를 충분히 전개해 하나의 문단을 완결해야 하며(완결성), ▲문단을 구성하는 문장들은 논리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긴밀성). 각 문단은 반드시 첫 칸을 들여쓰기한다. 글을 본격적으로 서술할 때는 설명·논증·묘사·서사의 진술 방식을 활용하여 내용을 전개한다. 글의 종류·주제·내용에 따라 효과적인 진술 방식을 택하여 서술한다. 설명은 사실 정보와 지식을 전개하는 서술 방식이다. 예시와 인용, 비교와 대조, 정의, 구분과 분류, 분석 등의 방식이 있다. 비교는 대상 사이의 비슷한 점을 근거로 설명하는 방식이고, 대조는 대상 사이의 차이점을 근거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정의는 개념과 뜻을 서술하는 방식이며, 기본적이고 객관적인 개념인 ‘사전적 정의’와 사회 문화적으로 변화된 개념인 ‘확장된 정의’가 있다. 구분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전체를 몇 개로 갈라 나누는 것이고, 분류는 종류에 따라 가르는 것을 의미한다. 구분은 상위개념(유개념)에서 하위개념(종개념)으로 나누어 가는 반면, 분류는 그 반대로 서술된다. 분석은 사물과 현상을 여러 부분이나 요소로 나누어 서술하고 이를 종합하는 방식이다. 논증은 주장·판단·관점·신념 등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서술 방식으로 논증하는 글에는 명제·논거·추론이 필요하다. 명제는 필자의 주장·판단·관점·신념을 드러내는 문장으로 ▲사실명제(사실 내용을 서술하는 명제), ▲정책명제(설득력 있는 주장을 전개하는 명제), ▲가치명제(윤리·사상·예술작품 등의 가치판단을 표현하는 명제) 등이 있다. 논거는 명제를 전개하기 위해 필요한 논리적 근거로서 ▲사실논거(객관적인 사실, 통계자료와 수치, 관련 규정, 대표적 사례 등), ▲소견근거(전문가나 권위자의 소견이나 의견, 경험자의 증언 등)가 있다. 추론은 이미 승인된 사실을 근거로 다른 생각을 도출하는 논리적 사고과정이다. 그중 연역논증은 전제가 참이면 결론이 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닌 논증이고, 귀납논증은 전제가 참이라도 결론이 거짓일 수도 있는 논증이다. 묘사는 형상·이미지·행위·인상 등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서술 방식이다. 대상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객관적 묘사’와 주관적 인상과 느낌을 서술하는 ‘주관적 묘사’가 있다. 서사는 사건이나 행위를 시간 순서에 따라 서술하는 방식이다. 글의 화제와 주제가 정해지고, 자료수집과 정리가 끝났다 하더라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은 것은 글을 쓰기 위한 구체적인 설계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떤 내용으로 전개하고, 어떻게 끝맺을 것인가에 대한 계획 없이 글을 쓴다면(설계도가 없다면), 글은 논지에서 벗어나기 쉽고, 불필요한 내용을 중복하거나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빠지는 등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개요는 글의 내용과 구조를 조직하기 위한 설계도다. 개요를 작성하면 좋은 점은 다음과 같다. [PART VIEW] 첫째,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주제가 명확할지라도 내용들이 논리적으로 잘 조직되어 있지 않으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 설계도 없이 글쓰기에 몰입하다 보면 내용이 의도하는 것과 다른 곳으로 흐르는 경우가 있는데, 개요는 이를 방지할 수 있다. 둘째,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거나 중복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초고를 쓰다 보면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거나 중복된 내용을 써서 글의 통일성과 논리성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할 때가 있다. 미리 개요를 작성하면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명확해져서 내용을 빠뜨리거나 필요 없는 내용을 쓰지 않게 된다. 셋째, 글을 쓸 때 사용할 자료를 미리 정할 수 있다. 개요를 작성하면 어느 부분에 어떤 자료를 사용할 수 있는지 미리 정할 수 있어서 자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부족한 자료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어 자료를 보충해서 더 좋은 글을 쓸 수도 있다. 넷째, 글의 각 부분 분량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다. 개요를 작성하지 않고 글을 쓰면 글의 앞부분은 자세하게 쓰지만, 글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내용이 부실해지는 경우가 있거나, 중간 혹은 본론의 일부분이 부실할 수 있다. 개요를 작성하면 문단 간의 분량이 적절한지 점검할 수 있으며, 적절하게 분량을 배분할 수 있다. 알찬 기획안 작성 관점 언어는 항상 변화한다. 시간의 흐름, 시대 상황, 기술 변화와 문화 흐름의 빠른 변화 등이 그 이유이다.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그 단어들의 뜻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단어를 선택하여 쓸 것이냐는 그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고 기회이다. 재능 있는 기획자들에게 언어는 감정의 표현과 미묘함과 멋들어진 글 쓰기를 위한 무한한 도구상자이다. 기획안의 목적은 특정한 사람으로 하여금 특정한 종류의 실행과정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획안은 시간이 매우 귀한 독자들이 기안자의 시각을 통해 프로젝트를 볼 수 있도록 꾸며야 하며, 구체적인 실행과정을 설명한다. 기획안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 혹은 프로젝트를 둘러싼 모든 객관적 사실과 추론·상황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기획안은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므로 설득력 있는 언어를 사용하되, 간결하고 정확해야 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활용한 문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기획안의 제목은 기획 주제를 가장 간단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읽는 사람에게 기획안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즉시 알려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 제목은 완전한 문장이 될 필요는 없다. 제목이 두 줄이면 간결성을 떨어뜨리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므로 가급적 한 줄로 표현한다. 제목의 글자 포인트는 글자의 수에 따라 10~12포인트가 적당하며, 기획안의 본문 포인트와 차별화되어야 한다. 제목은 설명하는 기능이 아니라 제안하려는 주제를 알려주는 상표기능을 하므로, 얕은수를 쓰거나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독자를 매혹시키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 기획안에서 목표는 기획안의 의도를 밝히는 부분이다. 스티븐 코비는 목표를 ‘끝을 가지고 시작하기’라고 했다. 어디에서 끝낼지 모른다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가장 좋은 목표는 기획자와 독자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개요를 그리는 것이다. 목적을 나타내고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목표’ 부분은 의도라고 해도 무방하다. 명백한 언어로 기획안이 성취하려는 바를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안을 접한 사람들의 질문인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이 기획안을 통해서 어떤 일을 성취시키고자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목표에 표현되어야 한다. 실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무엇이든 목적은 거의 한 가지 이상일 것이다. 목적이나 장점을 나열하는 것은 축적된 효과를 가져온다. 기획안에서 중요한 논리적 근거는 주장과 설득이다. 기획자가 누구이며, 어떤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알게 하며, 기획안의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절한 근거와 상황을 제시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호소하고자 하는 바의 기초를 세우고 기획안의 내용이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기획안의 문체는 단순성·직접성·명확성을 받쳐 주어야 한다. 제안하고자 하는 바를 설득력 있게 말하고 오해의 여지가 없는 문장으로 명확히 제안해야 한다. 명확성은 같은 단어의 반복 사용을 피할 때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강 근처에서 건축물을 짓는 것은 이점이 있다. 첫 번째 이점은 강 근처에서 건물을 짓는 것으로 얻어지는 경제성으로 고려된다’란 문장은 ‘강 근처의 건물은 건축의 경제성을 제공한다’로 표현하면 그 뜻이 명확해진다. ‘건축물의 한쪽 옆에 부속 건물이 세워질 것이다. 그리고 이 부속 건물은 컴퓨터실로 쓰이게 될 것이다’는 문장은 ‘부속 건물이 세워져 컴퓨터실로 쓰일 것이다’로 표현하는 게 낫다. 동의어의 반복적 사용도 지양한다. ‘오늘날 현대 산업의 문제점’에서 ‘오늘날’은 삭제하고, ‘위에서 지적했던 요점을 다시 반복한다면’에서 ‘다시’는 삭제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세심한 단어 선택은 단어 수를 줄이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정확성이다. 생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명사·동사·형용사를 선택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한 개의 단어가 여러 개의 단어를 대신하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도록 한다. 기획의 실제 _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2024학년도 학교도서관 진흥 시행계획’을 분석해 본다. 학교도서관이 미래 사회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따른 교육과정·교육방법·환경 등에 얼마만큼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어떻게 교육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것인지, 디지털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을 독서교육을 통해 어떻게 체득시킬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 본다. 소개하는 기획안에서 강조하는 핵심개념·단어·내용 중 고딕으로 표기한 단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여 기획안 작성 시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 보자. 학교도서관 진흥 시행계획 Ⅰ. 추진배경 •(변화와 도전에 직면) 미래 사회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따른 교육과정·교육방법·환경 등의 변화로 학교도서관에서 본연의 기능인 학생과 교원의 교수·학습활동을 능동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 •(독서교육의 중요성 부각) 디지털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을 기르고, 소통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독서교육의 중요성 부각 •(질적성장을 위한 기반 조성) 도서관의 관리 운영에 집중하기보다 교육적 가치와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 필요, 교육현장을 중심으로 학교도서관 진흥과 독서교육이 통합적 관점에서 발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기반 정비 Ⅱ. 추진내용 1. 학교교육에 집중하는 학교도서관 1) 수업지원 서비스 체계화 •‘학교도서관 운영계획’ 등에 학교도서관의 교수·학습지원에 관한 사항을 반영하여 체계적 지원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장서 등을 교과교사 등과 협력하여 개발하고,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교수·학습 정보매체 수집 확대 •교육과정 운영 및 수업활동 등에 필요한 교수·학습자료의 전문성·시의성·편의성 확보 - 학교여건에 따라 수행평가·수업 등 교육과정 지원 자료로 긴급을 요할 경우 일정 절차를 거쳐 적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서관리 기준 마련, 운영규정에 포함 2) 학교 내 수업방법 개선을 위한 연수 운영 지원 •학교도서관 활용(협력)수업에 대한 학교구성원의 이해도를 제고하고, 학교 내 확산을 위하여 교직원연수 개최 및 수업사례 공유 - ‘함께하는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자료지원, 협력수업 등 사례 공유 - 2024 독서·토론·쓰기수업 및 활동 실천사례집 도서관 협력수업 실천사례 공모 및 우수사례 공유 2.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독서교육 1) 교육과정 기반 독서교육 체계화 •‘한 학기 한 권 읽기’ 등 교과 독서수업이 학생 독서활동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교과 기반 독서교육을 학교교육과정 운영계획에 반영 - 교과시간·창의적체험활동·학교자율시간 등과 연계하여 독서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다양한 독서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아침 책 산책 프로젝트’ 등 학생 주도형 자율 독서의 여건을 조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독서역량 및 창의융합역량 제고를 위하여 학교급을 고려한 서울형 독서·토론 기반 프로젝트 수업 및 서울형 심층·쟁점 독서·토론 프로그램 활동 지원 2) 학습자 특성을 고려한 독서교육 지원 •학습자 성장단계를 고려한 서울 학생 첫 책 활동 제공 - 서울 학생 첫 책 만나기-쓰기-되기: 초·중·고 학생 성장단계에 따라 책이랑 놀고, 책을 쓰고, 사람책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독서·인문 교육과정을 체계화해 책 속으로,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독서·인문 교육 구현 3) 디지털 미디어 문해 역량 강화 지원 •학교 밖 미디어 교육시설 등과 교류·협력을 강화하여 학생들의 독서·문화콘텐츠 창작활동 지원 ※ 학생들이 허위정보·사이버 역기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 발굴·안내 •학생들이 다양한 매체를 학습과 성장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전자책 무료 구독 지원
학교에서 행해지는 많은 업무는 다양한 법령·규정·지침에 의거하여 실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과거의 관행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인사관련 규정과 지침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매달 안내하는 임용·복무·휴직·복직·호봉 등의 모든 내용이 결국 각종 법령과 규정 지침에 의거하여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규정과 지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종류의 규정과 지침이 있는지 알아두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달에는 법의 개념, 주요 교육관련 법규, 규정과 지침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1. 법의 개념 가. 법·법령·법규의 개념 1) 법: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그 이행이 강제되는 규범 2) 법률: 국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서명 공포한 법 3) 법령: 보통 법률과 명령(대통령령·총리령·부령) 4) 법규: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계된 법 규범 5) 교육법규: 교육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모든 법 규범 나. 법의 연원 1) 성문법 가) 개념: 문자로 표현되고 문서의 형식을 갖춘 법으로 불문법(不文法)과 대립되는 개념 나) 법의 위계: 제정권자에 따라 다음과 같이 상하의 위계가 존재 2) 불문법 가) 개념: 문장의 형식을 취하지 않은 법으로 성문법(成文法)에 대응하는 개념 나) 종류: 관습법·판례법·조리 등 다. 학교에서 법적지위를 갖는 기타의 규정 1) 종류: 학칙, 학교규정, 학교법인 정관, 법령의 위임사항을 정한 고시 등 2) 학교규칙 제·개정 절차 [PART VIEW] 라. 행정규칙(행정명령) 1) 개념: 행정기관이 그 하급기관이나 소속 직원에 대하여 일정한 사항을 지시하기 위해 발령하는 행정명령 ※ 행정조직 내부에서 상급행정기관이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그 조직이나 업무처리 절차기준 등에 관하여 발하는 일반적·추상적인 규정 2) 종류: 조직규칙(사무분장규정·사무관리규정), 근무규칙(훈령·지시·예규·일일명령), 영조물규칙 등 3) 행정규칙의 규정범위와 한계 가) 행정규칙은 원칙적으로 행정내부에 관한 사항만 규정 나) 법령의 위임사항을 규정하는 경우, 반드시 위임 범위 내에서만 규정 다) 지도·감독권에 속하는 사항을 규정하면서 각 기관의 본질적 권한에 속하는 법령의 위임 없이 규정하는 것은 금해야 하며, 단순 절차규정에서 사실상 국민의 권리·의무를 제한하는 규정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마. 법 적용과 해석 1) 법 적용의 우선순위 가) 상위법 우선의 원칙 나) 특별법 우선의 원칙: 특별법에 일반법과 다른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당해 특별법이 적용되고, 그 외의 경우 일반법을 적용 다) 신법 우선의 원칙: 신·구법이 상충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신법이 적용 2) 법 적용·해석상 논란 시 처리 방법 가) 기존의 관련 질의·회신 및 선례를 검토 나) 교육청·교육과학기술부 등의 관련 부서에 질의 다) 유권해석을 의뢰(지도·감독기관 경우) 라) 불합리한 법령에 대한 정비를 요구 바. 교육법규의 특징과 현황 1) 교육법규의 특징 가) 조장성: 교육법규는 교육활동의 조성·조장을 주된 목적으로 함. 나) 수단성: 교육법규는 주로 교육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적 수단을 제시함. 다) 윤리성: 교육은 인격적 활동으로 교육법규에도 이러한 성격이 나타남. 2) 분야별 교육법규의 현황 •교육제도 관련 법규: 「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외 •교육과정 관련 법규: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외 •학업성취도·기관평가 관련 법규: 「초·중등교육법」, 「사립학교법 시행령」 외 •학교의 설립·경영 관련 법규: 「초·중등교육법」, 「사립학교법」 외 •학사실무 관련 법규: 「초·중등교육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외 •인사·복무 관련 법규: 「교육공무원법」, 「국가공무원법」 외 •사무관리 관련 법규: 「사무관리규정」, 「사무관리규정 시행규칙」 외 •학교회계 관련 법규: 「초·중등교육법」, 「평생교육법 시행령」 외 •장학실무 관련 법규: 「초·중등교육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외 •교육관계자 관련 법규: 「교육기본법」, 「사립학교법」 외 2. 주요 교육 법규 가. 「헌법」 _ 제31조(교육조항) 1)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2)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 3)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4)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5)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 6)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나. 「교육기본법」 _ 법률 제20251호. 시행 2024.8.14. 1) 총칙 가) 목적(제1조): 이 법은 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 및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교육제도와 그 운영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나) 교육이념(제2조):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인격도야, 자주적 생활능력,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어 인간다운 삶, 민주국가의 발전,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게 한다. 다) 학습권(제3조):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라) 교육의 기회균등(제4조): 모든 국민은 성별·종교·신념·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 마) 교육의 중립성(제6조): 교육의 정치적·종교적 중립 원칙을 말한다. 바) 의무교육(제8조):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이 있다. 사) 학교교육(제9조): 학교교육의 단계, 학교의 공공성, 문화의 유지·발전과 평생교육에 대한 학교의 책무, 창의력 개발, 인성의 함양 등 전인적 교육을 중시한다. 2) 교육 당사자(제12조∼제17조): 학습자·보호자·교원·교원단체·학교 등의 설립·경영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를 규정하고 있다. 3) 교육의 진흥(제17조∼제29조) 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양성평등정신을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제17조의 2). 나) 특수교육·영재교육·유아교육·직업교육·과학기술교육·기후변화환경교육·학교체육, 교육의 정보화를 진흥한다. 다) 학술문화를 진흥하고, 사학을 육성하며,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복지시책 및 장학제도를 수립·실시한다. 라) 국제화교육에 노력한다. 다. 「초·중등교육법」 _ 법률 제19740호. 시행 2024.4.25. 1) 총칙 및 의무교육 가) 학교의 종류(제2조) •초등학교 •중학교·고등공민학교 •고등학교·고등기술학교 •특수학교 •각종학교 나) 국·공·사립학교의 구분(제3조) 다) 지도·감독(제6조): 국립학교는 교육부장관의 지도·감독을 받으며, 공·사립학교는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는다. 라) 의무교육(제12조) (1) 국가는 의무교육을 실시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 한다. (2) 지방자치단체는 그 관할구역 안의 의무교육대상자 전원을 취학시키는 데 필요한 초·중학교 및 초·중학교의 과정을 교육하는 특수학교를 설립·경영하여야 한다. (3) 의무교육대상자의 교육을 위탁받은 사립학교의 설립·경영자는 의무교육을 받는 사람으로부터 비용을 받을 수 없다. 마) 취학의무(제13조∼제15조) (1) 모든 국민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니게 하여야 한다. (2) 질병·발육상태 등 부득이한 사유로 취학이 불가능한 의무교육대상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3조에 따른 취학 의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할 수 있다. (3) 의무교육대상자를 고용하는 자는 그 대상자가 의무교육을 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2) 교직원의 임무(제20조) 가) 교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 한다. 나)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다만 교감이 없는 학교에서는 교장이 미리 지명한 교사(수석교사를 포함한다)가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다) 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수·연구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라)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마) 행정직원 등 직원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한다. 라. 「국가공무원법」 _ 법률 제19341호. 시행 2023.10.12. 1) 공무원의 구분(제2조) 가) 구분 기준: 임용 자격, 담당 직무의 성격, 신분 보장, 보수 등에 따라 구분 나) 공무원의 구분: 경력직 공무원과 특수경력직 공무원으로 구분 (1) 경력직 공무원(실적과 자격에 의하여 임용되고 그 신분이 보장되며 평생토록 공무원으로 근무할 것이 예정되는 공무원): 일반직 공무원, 특정직 공무원, 기능직 공무원으로 구분 (2) 특수경력직 공무원(경력직 공무원 외의 공무원, 신분보장 적용 배제): 정무직 공무원, 별정직 공무원, 계약직 공무원, 고용직 공무원이 있다. 다) 교육공무원의 법적 위치 마. 「교육공무원법」 _ 법률 제20377호. 시행 2024.3.19. 1) 목적(제1조): 교육공무원의 자격, 임용, 보수, 연수, 신분보장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다. 2) 규정상 특이사항 가) 교장의 임용(제29조의 2) (1)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 (2) 임기: 4년, 1차에 한하여 중임이 가능하다. (3) 임기가 학기 도중에 만료되는 경우: 임기가 만료되는 날이 3월에서 8월 사이에 있는 경우는 8월 31일을, 9월부터 다음 해 2월 사이에 있는 경우에는 다음 해 2월 말일을 임기의 만료일로 한다. 나) 교감·교사·장학사 등의 임용(제30조): 제24조·제25조·제26조 및 제29조의 2에 규정된 자를 제외한 교원과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에 근무하는 장학사·교육연구사는 교육부장관이 임용한다. 다) 초빙교원(제31조) (1) 교원으로 초빙하고자 하는 경우: 각급학교의 장은 교사자격증을 가진 사람 중에서 해당 학교에 특별히 필요한 사람을 교사로 초빙하려는 경우에는 임용권자에게 초빙교사로 임용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2) 초빙교원의 임용·보수·복무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라) 기간제교원의 임용(제32조): 다음에 해당하는 경우에 예산의 범위 안에서 교원의 자격증을 가진 자 중에서 기간을 정하여 임용한다. 바. 교육제도 관련 법규 1) 국가 교육제도의 기본: 「헌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등 2) 학교교육제도 (가) 학교의 종류(「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제2조) (나) 국·공·사립의 구분(「초·중등교육법」 제3조) (다) 평생교육법(「교육기본법」 제10조) (라) 직업교육(「교육기본법」 제21조) (마) 국제교육(「교육기본법」 제29조) 3) 교육과정 (가) 교육과정의 운영(「초·중등교육법」 제23조 제1항) (나) 교육과정의 설정 및 운영 •교육부장관: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의 기본적인 사항을 지정 •교육감: 교육부 지정 범위 내에서 지역 실정에 적합한 기준·내용 설정 •학교: 당해 학교의 교육과정을 작성·직접 운영 4) 평가 관련 (가) 평가 및 인증제도(「교육기본법」 제26조) (1) 국가는 국민의 학습성과 등이 공정하게 평가되어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학력평가와 능력인증에 관한 제도를 수립·실시할 수 있다. (2) 제1항에 따른 평가 및 인증제도는 학교의 교육과정 등 교육제도와 상호연계되어야 한다. (나) 학생·기관·학교 평가(「초·중등교육법」 제9조) (1) 교육부장관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할 수 있다. (2) 교육부장관은 교육행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 교육청과 그 관할하는 학교를 평가할 수 있다. (3) 교육감은 교육행정의 효율적 수행 및 학교 교육능력 향상을 위하여 그 관할하는 교육행정기관과 학교를 평가할 수 있다. (4)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평가의 대상·기준·절차 및 평가 결과의 공개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5) 평가 대상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평가를 받아야 한다. 사. 학교의 설립·경영 1) 학교 등의 설립(「교육기본법」 제11조) 2) 학교의 설립(「초·중등교육법」 제4조) 3) 학교운영위원회(「초·중등교육법」 제31조∼제34조) ※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사항 - 학교헌장과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 - 학교의 예산안과 결산 - 학교교육과정의 운영방법 - 교과용 도서와 교육자료의 선정 - 교복·체육복·졸업앨범 등 학부모 경비 부담 사항 - 정규학습시간 종료 후 또는 방학기간 중의 교육활동 및 수련활동 -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3 제8항에 따른 공모교장의 공모 방법, 임용, 평가 등 - 「교육공무원법」 제31조 제2항에 따른 초빙교사의 추천 - 학교운영지원비의 조성·운용 및 사용 - 학교급식 - 대학입학 특별전형 중 학교장 추천 - 학교운동부의 구성·운영 - 학교운영에 대한 제안 및 건의 사항 - 그밖에 대통령령이나 시·도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 - 학교발전기금의 조성·운용 및 사용에 관한 사항 4) 학생 자치 활동의 보장(「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0조) 5) 학생 징계(「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아. 학사실무 1) 학교 교과의 법정주의(「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3조) 2) 학년도(「초·중등교육법」 제24조), 학기(「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4조), 수업일수(「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 휴업일(「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 임시휴업(「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 3) 학습부진아 등에 대한 교육(「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4조) 4) 교과용도서의 사용(「초·중등교육법」 제29조) 자. 인사복무 1) 「교육공무원법」: 교육공무원의 자격·임용·보수·연수 및 신분 보장 등에 관하여 교육공무원에게 적용할 특례는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서 규정 2) 교육공무원승진규정 가) 교육공무원의 경력, 근무성적 및 연수성적의 평정 등에 관한 사항 규정 나) 승진후보자명부의 작성에 관한 사항을 규정 3) 교육공무원 인사기록 및 인사사무 처리규칙 가) 교육공무원의 인사기록 및 인사사무처리에 관한 절차와 서식을 규정하여 인사관리의 합리화 나) 적용범위: 교육공무원의 인사기록과 인사사무처리에 관하여는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 이외에는 이 영이 정하는 바에 의함. 차. 행정업무관리 1)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舊 사무관리규정) 가) 목적: 행정업무의 간소화·표준화 및 과학화·정보화 도모 및 행정기관 간 협업을 촉진하여 행정의 효율 향상 나) 내용: 공문서 관리, 행정업무의 효율적 수행, 행정업무 관리 등 2)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가) 의의: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에서 위임된 사항과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 나) 내용: 규칙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 업무의 인계·인수, 공문서관리, 관인관리, 보고사무, 서식관리, 직무편람 등 3)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법률 제20309호, 2024.5.17.) 가) 의의: 공공기관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 구현과 공공기록물의 안전한 보존 및 효율적 활용을 위하여 공공기록물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함. 나) 내용: 기록물관리, 기록물관리의 표준화, 전문화, 벌칙 등 카. 학교회계 1) 「초·중등교육법」(제30조의 2, 3) 가) 설치 (1) 국·공립 초·중·고등학교 및 특수학교에 학교회계를 설치 (2) 학교회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 국립학교의 경우에는 교육부령,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시·도의 교육규칙으로 정한다. 나) 세입 (1) 국가 일반회계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교육비 특별회계 전입금 (2) 학교운영지원비 (3) 학교발전기금으로부터의 전입금 (4) 수업료 기타 납부금 및 학교운영지원비 외에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부모가 부담하는 경비 (5)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및 지원금 (6) 사용료 및 수수료, 이월금, 물품매각대금 및 기타수입 다) 세출: 학교운영 및 시설의 설치 등을 위해 필요한 일체의 경비 2) 공립 초·중등학교 회계규칙: 학교회계의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 규정 타. 장학실무 1) 지도·감독(「초·중등교육법」 제6조): 국립학교는 교육부장관, 공·사립학교는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는다. 2) 장학지도(「초·중등교육법」 제7조):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은 학교에 대하여 교육과정 운영 및 교수·학습방법 등에 대한 장학지도를 실시할 수 있다. 3) 대상·절차·항목·방법 및 결과 처리(「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조):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은 「초·중등교육법」 제7조의 규정에 의한 장학지도를 실시함에 있어서 매 학년도 장학지도의 대상·절차·항목·방법 및 결과 처리 등에 관한 세부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장학지도 대상학교에 미리 통보한다. 3. 규정과 지침 가. 인사관리규정 - 교육공무원 임용령 및 교육공무원승진규정의 시행에 관한 사항 규정 - 신규임용, 승진임용, 전직임용, 전보임용, 휴직 및 복직, 인사위원회, 인사자문위원회, 시간선택제 근무 관련 1) 제387호(2021.8.31., 일부개정): 체계적인 휴직자 실태 관리를 위해 휴직자 실태 보고시기 및 기록·관리의 근거를 명확히 하고 보고 서식을 신설(제26조) 2) 서울시교육청 [인사관리원칙] - 교육지원청 [인사관리지침] : 교장 임용 및 제청, 교감·수석교사·교사·장학관(교육연구관)·장학사(교육연구사) 임용, 국·공립학교 간 교원 교류, 사립교사 특별 채용 3) 시·도교육청 [전보원칙]: 교사 전보관련 원칙 안내(정기전보, 비정기전보 등) 4) 시·도교육청 [초빙교사 임용 업무처리 지침]: 합리적인 초빙교사 임용 업무처리 기준 제시(공정성·투명성 제고) 나. 교육공무원승진규정 - 교육공무원의 경력, 근무성적 및 연수성적 등의 평정과 승진후보자명부의 작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승진임용에 있어서의 인사행정의 공정을 기함을 목적으로 함. 1) 제27704호(2016.12.30., 일부개정, 2022.4.1. 시행) : 승진후보자명부작성권자가 부여하는 가산점이 승진후보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하여 2023년 3월 31일 기준의 승진후보자명부 작성부터는 교육부장관 지정 연구학교에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에 따른 가산점의 총합계를 최대 1.25점에서 1점으로, 재외국민교육기관에 교육공무원으로 파견 근무한 경력에 따른 가산점의 총합계를 최대 0.75점에서 0.5점으로 축소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 2) 제30495호(2020.2.28., 일부개정, 2020.3.1. 시행) : 교감·원감·장학사·교육연구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실적평정의 경우에는 해당 평정이 도입된 본래 취지를 벗어나 연구실적의 취득만을 위하여 직무 관련성이 부족한 연구대회에 참여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는바,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교감·원감·장학사·교육연구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실적평정은 연수성적평정에서 제외 3) 제33528호(2023.6.13., 일부개정, 2024.3.1. 시행) : 금품비위·성범죄 등의 비위행위에 대한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의 조사나 수사로 인하여 직위해제처분을 받은 사람이 징계처분을 받지 않거나 받은 징계처분이 무효·취소된 경우에 해당하고 이에 더하여 조사·수사 결과가 형사사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 형사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기소유예 외의 불기소처분을 하거나 법원의 판결에 따라 무죄로 확정된 경우에는 해당 직위해제기간을 경력평정의 평정기간에 산입하도록 하는 한편, 교사에 대한 다면평가 시 다면평가자의 수를 종전에는 일괄하여 3명으로 하던 것을 평가대상자의 수에 따라 달리 정하여 다면평가 결과의 신뢰도를 제고 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 국가공무원의 복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 1) 제32310호(2021.12.31., 일부개정, 2022.1.1. 시행) : 공무원의 출산을 장려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하여 난임치료시술휴가의 일수를 확대하고, 조산(早産)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출산휴가를 미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특별휴가제도를 개선하며,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공가를 사용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 2) 제31118호(2020.10.20., 일부개정, 2020.10.20. 시행) : 재해구호휴가를 10일까지 부여, 자녀돌봄휴가의 대상 및 일수를 확대하여 공무원의 자녀를 비롯한 조부모·외조부모·부모·배우자·손자녀 등 가족을 돌봐야 하는 경우에도 연간 10일까지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 3)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계 예규 : 예규란 법규문서 이외의 문서로서 행정사무의 통일을 기하기 위하여 반복적 행정사무의 처리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발하는 명령 - 예규는 훈령과 마찬가지로 행정규칙의 일종 - 근무사항 관리, 근무일과 공휴일, 유연근무제, 당직 및 비상근무, 출장, 공무국외출장, 휴가, 영리업무(겸직), 징계관련 4) 복무 관련 지침 -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관련 교원 복무관리 지침(2022.8.31.) -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교원 복무관리 지침 - 설 연휴 교육공무원 특별 복무관리 지침 - 교원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지침(2022.1.1. 시행) - 교원 병가 사용 관련 규정 - 겸직 및 외부관리 규정 라. 교육과정, 장학관련 규정 1) 주요업무(학년도별): 시·도교육청 교육방향과 정책방향 2) 초등교육관련 장학자료(학기별) - 매 학기별로 시·도교육청 장학담당 부서에서 자료 제작 배부 - 법정위원회, 비치장부, 단위학교 각종 위원회 통합운영 안내 등 마. 학교회계 예산편성 기본지침 - 예산과 관련한 사항 확인 - 운영비(210), 여비(220), 업무추진비(230) 등 - 예산편성지침 기준경비: 위원회 참석수당, 심사수당, 교육 강사수당, 원고료 등 바. 교육부 질의·회신집 - 규정과 지침에 나타나지 않는 사례의 경우 질의·회신집 유사 사례 확인 - 특정 상황을 전제로 처리한 사례로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 유권해석 또는 각종 신고 및 불복청구 등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
프로젝트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유연한 사고를 키우고, 지식이 삶에 전이되는 과정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프로젝트 수업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긴 호흡의 설계와 집중을 요구하며, 협력 환경이 잘 갖춰지지 않은 학교에서는 실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작은 학교나 동료교사와 협업이 힘든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수업은 없을까? 이 질문 속에서 나는 탐구학습에 주목하게 되었다. 탐구학습은 수업모형에 익숙해지면 1년 내내 지속적인 실천이 가능하며, 동료와 협력하지 않아도 혼자서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특히 대구교대 조용기 교수님의 ‘포괄적 문제해결학습’을 접하며 탐구학습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수업은 과학과가 중심이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탐구와 발견학습을 경험시키기 위해 수업을 재구성하여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수업의 철학은 듀이가 말한 발견학습의 개념이다. 듀이는 자신의 저서 민주주의와 교육 12장에서 학교 환경이 주입식 학습이 아니라 발견학습에 적합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발견학습이 교사의 가르치는 스트레스를 덜어주거나 학생들이 지적 창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학교 환경에 적합한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어떤 생각이나 아이디어도 아이디어로서는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식이 전달되면 전달받는 사람에게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또 하나의 사실에 불과하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개념이라도 교사가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순간, 그것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정보에 불과해질 위험이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통해 몰입하고 탐구하며 개념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수업의 철학이다. 올해 3학년을 맡으며 과학교과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을 위해 탐구학습을 재구성해 보았다. 과거 프로젝트와 포괄적 문제해결학습을 지속적으로 실천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저학년 학생들에게 적합한 탐구수업모형을 설계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이곳에서 나누고자 한다. [PART VIEW] 탐구수업, 왜 질문으로 시작해야 하나? 우선 탐구학습의 정의를 알아보자. 탐구기반학습(Inquiry-based_learning)은 교육자료에서 정보를 암기하는 것을 중시하던 전통적인 교육형태에 대한 대응으로 개발된 교육학적 방법을 말한다. 박성익(1997)2은 탐구학습을 ‘학생들이 교수·학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여 학생들에게 지식·정보를 획득하고 조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근본 취지를 두고 있는 교수·학습활동’이라고 밝혔고, 이홍우3 외(1995)는 탐구학습을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그 사실의 의미를 보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학생들이 탐구를 시작한다는 것은 탐구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을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의 주도권을 학생이 갖고 몰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지점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다. 탐구수업을 설계하고자 하는 교사는 그 지점을 찾기 위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학생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질문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사는 탐구의 지점을 발견하고, 학습의 주도권을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넘겨줄 수 있다. 탐구수업, 어떻게 진행하는가? 가. 탐구주제와 관계 맺기 3학년은 과학교과를 처음 접하는 학년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질문을 만들게 하거나 교사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다. 그래서 고학년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우리 반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니, 아이들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알거나 경험한 부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아이들이 과학단원에 들어가기 전에 관련 주제와 관계를 맺도록 해줘야겠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배경지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방법은 어떤 것이라도 괜찮다. 교사가 자신 있는 방법으로 아이들과 즐겁게 ‘관계 맺기’를 하면 된다. 나는 평소 아침활동으로 아이들에게 15분 동안 ‘책 읽어주기’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책 목록을 과학단원과 관련된 책으로 구성하였다. 관련 도서를 찾기 힘든 단원은 실물 자료와 디지털 자료를 활용했다. 나. 탐구질문으로 수업 열기 이렇게 주제와 ‘관계 맺기’를 하고 나면 아이들은 탐구주제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겨나며, 이를 놓치지 않도록 종이에 적게 한 뒤, 교실에 전시하였다. 아이들의 질문은 매우 귀중하다. 특히 강요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질문은 더욱 가치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포스트잇에 적어 교실 한쪽 벽에 붙이도록 했다. 교실 벽면에 붙인 이유는 친구들의 질문을 함께 보고 공유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생각은 눈에 보일수록 효과적이다. 서로의 생각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있으며, 포스트잇에 적는 과정에서 생각이 구체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질문 중에는 수업 중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도 있지만,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도 있다. 아이들이 많이 궁금해하거나 탐구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질문은 탐구질문으로 선정해 2~3차시를 집중적으로 활용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 친구와 함께 탐구하기 탐구학습은 반드시 협동학습을 전제로 한다. 저학년은 집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1학기에는 짝 활동으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모둠활동으로 확장했다. 본격적인 탐구가 이루어지는 이 시점에서 교사가 할 일은 잘 듣고, 질문하며, 적절한 추가자료를 제시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잘 듣는다는 것은 모둠을 순회하며 학생들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들어야 학생들의 사고 흐름을 이해하고,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학생들이 토론하는 동안에는 섣불리 끼어들기보다는 조용히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묵묵히 듣다 보면 교사가 반드시 교정해야 할 오개념이나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때 교사의 역할은 질문을 통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개념을 알려주는 것은 학생들의 탐구 동기를 꺾을 수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발견하고 깨닫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교사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며 적절한 질문으로 사고의 흐름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가설을 세우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진과 같은 자료를 여러 장 준비해 각 모둠의 수준과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모든 모둠에 동일한 자료를 제공하기보다는, 각 모둠의 탐구단계에 맞춰 적절한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어떤 모둠은 기초적인 자료가 필요할 수 있지만, 다른 모둠은 자료가 거의 필요 없거나 최소한의 도움만으로도 탐구를 이어갈 수 있다. 이처럼 교사는 글보다는 사진·그림자료를 활용해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각 모둠에 필요한 자료를 적시에 제공하여 탐구를 지원한다. 라. 개념 발견하고 공유하기 발표시간에는 학생들이 탐구를 통해 찾은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한다. 이때 교사는 발표하는 학생들의 답을 먼저 인정하며, 듣는 친구들에게는 “참 좋은 생각입니다”라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안내한 뒤, 궁금한 점을 질문하게 한다. 비록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학생들은 자신만의 탐구결과를 발표하는 과정 자체를 즐거워한다. 또한 다양한 답이 나오는 발표를 들으며 서로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사가 탐구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했을 때, 수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이 얼마나 더 많은 질문을 생성하는가를 성공의 주요 지표로 삼는다. 탐구수업이 즐겁고 그 안에서 성장이 이루어졌다면,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질문들이 생겨난다. 이처럼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은 탐구수업의 핵심이자 성공적인 학습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탐구수업을 처음 시작해 보고자 하는 선생님들에게 미래 사회는 ‘생각의 힘’이 중요한 시대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교사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처음에는 실패해도 괜찮고, 미흡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아이들을 믿고, 아이들이 스스로 발견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교사의 믿음을 느끼고, 스스로 성장해 나간다. 탐구수업을 처음 시작하는 선생님께 몇 가지 실천 팁을 제안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탐구질문은 간단하면서도 흥미롭게 만든다. 탐구질문은 학생들에게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로 선택한다. 예를 들어 “이 모자의 주인은 누구일까?”와 같은 질문은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둘째, 주제와 관계 맺기 활동을 설계한다. 과학교과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는 주제와 친숙해지는 과정을 먼저 만든다. 책 읽어주기, 놀이자료 활용, 디지털 자료 탐색 등 교사가 자신 있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셋째, 학생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기다린다.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오개념이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사는 이를 바로잡기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질문을 통해 사고를 유도한다. 넷째, 실천에서 오는 성장을 믿는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자체를 가치 있게 여긴다. 실패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 모두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믿는 만큼 자라는 것이 아이들’이라는 말처럼, 교사가 아이들을 믿고 도전하면 아이들은 그 믿음 속에서 성장해 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시작해 본 경험 자체이다. 오늘도 교사로서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선생님을 응원한다.
수업설계의 필요성 2023년 2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보면 학교현장의 많은 변화를 볼 수 있다. 특히 교사의 역할이 코치의 역할, 학습 디자이너의 역할로 변모하였으며, 수업은 강의 중심의 수업에서 토론·프로젝트·거꾸로학습으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이라는 대전환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수업은 지식 전달이 아닌 토론·프로젝트·거꾸로학습으로 변모하였고, 이런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에듀테크를 수업에 접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2025학년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도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확대하여 교과서에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아울러 교육부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여 2025년까지 학교현장에 도입하겠다고 하였고, 교실혁명 선도교사단를 구성하여 역량을 갖춘 교원양성을 위한 집중 연수로 수업의 변화를 주고 있다. 이에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필요한 디지털 수업혁신을 위한 인프라 확충, 디지털기기 보급, 수업혁신 개발자료 등 디지털로 향하는 청사진을 발표하였다. 또한 고등학교 3학년 수업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에는 학생과 교사 모두 목표를 상실한 상태에서 수업이 이루어지기 일쑤이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은 이미 진학할 대학교 학과를 선택하여 전형해 놓은 상태지만, 과연 선택한 학과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고, 대학교 졸업 후 어떤 직종으로 직업군이 형성되어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여 자신이 선택한 학과의 자료를 찾아보는 활동을 해 본다면 자기 진로에 맞춰 인생의 목표를 다시금 설정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리가본 학과 탐방’ 수업은 자신이 선택한 학과에서 배워야 할 교과내용은 무엇인지, 졸업 후 자신의 꿈을 펼칠 직업군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탐구해보는 수업으로 구상하였다. 수업설계의 의도 ‘미리가본 학과 탐방’ 수업은 자신이 입학하게 될 대학의 학과를 미리 탐방하여 학과가 추구하는 목표·방향·과목 등을 알아봄으로써 자신의 진로에 대한 지식 확장의 기회를 갖는 수업이다. 과학교과의 핵심역량인 과학적 의사소통능력과 과학적 사고력, 과학적 참여와 평생학습 능력을 기르도록 하며, 자신의 학과를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하며, 발표자료를 만들어 설명해 봄으로써 자기 생각을 공동체에 공유하고 타인을 이해해 나가도록 설계하였다. 또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여 구상지와 발표자료를 만듦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가 구현되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구상하였다. 더불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연관된 지식을 탐구하고, 확장할 기회를 넓히며, 과학적 지식을 실질적인 진로탐색과 연결하여 과학 학습의 중요성과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자신이 선택한 학과를 주제로 선정하고, 인터넷을 통해 학과를 탐구하여 발표함으로써 대학교 입학 전 자신의 진로와 연계하여 학습할 수 있다. 또 발표와 토론을 통해 동료들과 소통하는 의사소통능력이 배양되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공동체적 학습을 촉진할 수 있으며, 능동적 사고력과 참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PART VIEW] 수업의 흐름 ● 수업목표 1) 주제발표(학과 탐방)의 구상지를 통해 발표자료를 구성할 수 있다. 2) 진학할 학과에서 배우게 될 내용과 졸업 후 직업군 조사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설명할 수 있다. ● 수업 안내 •주제발표 _ 미리가본 학과 탐방 -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발표자료 작성 •사용할 에듀테크 소개 - 구글 슬라이드(협력·소통·공유) - 검색 엔진: 생성형 AI(chatGPT·Gemini), 학과 홈페이지 •동기유발하기 _ 그림으로 나의 미래 설계하기 - 동기유발 단계에서 여러 직업군 그림 속에 학생의 진로 학과와 연관지어 선택하고 그 직업군 그림을 토대로 자신의 미래를 모둠원에게 소개를 모둠별로 진행하도록 한다. ● 발표자료 만들기 •4명씩 모둠을 형성하여 각 모둠별로 구글 슬라이드의 주소로 들어가도록 하여 자신의 진로와 연관 지어진 학과 탐방에 대한 구상지인 발표자료를 작성하도록 한다. •학생의 발표자료에 있어야 할 필수 내용은 각 학생이 지원한 학과에 대한 소개, 지원한 학과에서 배워야 할 교과목, 지원한 학과를 졸업한 후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지 등이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발표자료는 필수 내용이 들어가야 하고,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서 작성할 수 있음을 안내한다. - 생성형 AI(chatGPT·Gemini)를 이용하여 자기 학과를 검색하여 발표자료를 작성한다. - 생성형 AI(chatGPT·Gemini)를 이용하여 발표자료 구상과 발표 대본을 작성한다. •발표 ppt 자료는 발표시간이 2분이면 ppt는 표지 포함 4장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안내한다. 대본을 이용하여 발표할 수 있으며, 대본은 생성형 AI를 이용하여 구성 가능하다. •발표 ppt 자료는 교사 메일로 제출하되 마감시간 전까지 제출하도록 안내한다. ● 발표하기 •수업은 발표자료를 구상하고 구글 슬라이드에서 발표자료를 완성하여 각 모둠에서 모둠원끼리 발표를 하고 모둠원의 발표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모둠이 모둠을 대표하여 발표한다. •발표를 경청하고 발표한 학생에게 모둠별로 질문을 하여 좀 더 목표가 있는 대학교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면서 정리한다. ● 평가하기 •평가의 관점은 자료의 신선함, 준비성, 내용 이해도, 전달력으로 평가한다. •동료평가는 경청한 후 발표자 중 상위 2명을 선정한다(동료평가지). ● 교수·학습과정안 학생 수업 후기 사실 대학교의 진학할 학과를 선택하긴 했지만 진학할 학과에서 상세히 알아보거나 어떤 교과목을 배워야 하는지, 졸업 후 어떤 직업군을 선택해야 할지 상세히 알아본 적이 없고, 대학 생활에 대해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수업을 하면서 나의 진로학과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대학교 생활의 비젼이나 계획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수업에 대한 목적의식이 없었는데 이제는 구체적인 대학교 생활 계획을 세워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되겠다고 생각하였다.
IB 프로그램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 IBO2에서 개발하여 운영하는 국제 인증 학교교육 프로그램으로, 초등학교(PYP)·중학교(MYP)·고등학교(DP)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2024학년도 IB DP Year 1에 해당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Extended Essay(소논문) 수업을 진행하였다. ‘Extended Essay’는 IB 디플로마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Core)로 자신이 이수하고 있는 IB 과목 중 1개를 선정하고, 그 과목에서 정하는 영역 내에서 연구주제를 정하여 심층 연구를 진행하며, 소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이다. 소논문 작성은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자기주도적 개별 프로젝트에 해당한다. 장기간에 걸쳐 작성이 필요한 과정인만큼 연구역량과 학술적 글쓰기를 위한 기초연구소양교육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소논문 지원에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자원은 학교도서관이며, 소논문 작성을 지원하기 위한 기본적인 연구 및 정보활용기능을 가르치는 전문가는 사서교사이다. 따라서 소논문 과정과 연구개념을 가르칠 수 있는 전공지식을 가진 사서교사를 소논문 코디네이터로 지정할 수 있다(IBO 소논문 가이드, 2022). 사서교사이자 소논문 코디네이터는 학교도서관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자료 및 참고정보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참고서비스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IB DP 교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심화 확장하여 소논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논문쓰기에 필요한 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즉 학생들이 IB DP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소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사서교사이자 소논문 코디네이터는 학생들이 사용할 학술적 참고문헌 표기방법을 공식화하고, 지도교사와 학생들에게 과목별 소논문 작성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소논문 수업을 통해 학술적 글쓰기에 관한 학술정보 리터러시 교육과 같은 기초소양교육을 진행한다. 소논문 작성에 필요한 학술적 글쓰기의 기초소양을 기를 수 있는 Extended Essay(소논문) 수업은 총 12차시로 진행되었으며, 매주 2차시가 연달아 붙어있는 연강 형태의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PART VIEW] 수업 차시별 계획서 전체 수업과정을 학생들의 활동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본 수업을 설계하기 위해 소논문 가이드와 학교의 공식 소논문 작성 일정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무엇일지 고려했다. 사서교사이자 소논문 코디네이터는 단독 수업의 형태로 소논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가감하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이 연구자로서의 태도와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과정을 뒷받침하면서 연구의 방향을 잘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소논문 수업은 정보전문가인 사서교사에게도, 소논문을 완성하며 성취감을 얻게 되는 학생에게도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학생들이 연구주제를 선정하기 위해 참고정보원을 활용해 논문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보원을 평가하는 방법을 배운 뒤, 선행연구를 분석하고, 연구주제에 적합한 연구방법을 적용해보고, 자신의 연구질문을 포함한 연구 제안서를 작성하는 흐름으로 수업을 구성하였다. 학술정보 리터러시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위 단계에 따라 소논문 수업을 진행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 1단계 _ 연구주제 탐색을 위한 참고정보원 활용 논문 검색하기 논증적 글쓰기의 최상위 수준인 논문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연구주제 선정이다. 학생들은 단번에 연구주제를 설정할 수 없다. 사서교사는 이전에 논문을 작성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연구주제가 무엇인지, 연구주제의 틀을 설명하고 연구주제를 정하기 위한 다양한 질문을 제시한다. 학생들은 ‘연구 대상’에 초점을 두어 명확하고 총괄적이며 자신의 핵심 연구 내용이 드러날 수 있는 연구주제를 탐색하기 위해 다양한 참고정보원을 활용하도록 지도했다. 소논문 작성에서 자료수집은 주제의 구체화 및 목차 작성, 본격적인 연구진행과 논문작성 과정에서도 수시로 이루어지는 매우 필수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무턱대고 포털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자료수집이 필요하다. 정보검색전략을 잘 수립해 필요한 정보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요령이 필요하며, 연구주제에 적합한 자료를 발견해야 연구의 질과 방향이 뚜렷한 완성도 높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영역 내에서 연구주제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키워드를 가지고 자료조사를 하며,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에 대한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 2단계 _ 1단계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보 평가하기 학생들이 앞서 참고정보원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바탕으로 적절한 정보가 맞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자료의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과 질문을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안내했다. 정보 판별 기준은 CRAAP5과 IB 소논문 가이드에서 제시하고 있는 정보원 확인하기의 내용을 활용하였으며, 두 기준의 공통점과 차이점도 함께 비교해 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정보의 저자, 대상자의 타당성, 정보의 신뢰성과 저자의 신빙성·정확성·객관성, 정보의 최신성을 적합한 자료인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 실제로 1차시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보를 평가해 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 3단계 _ 연구의 기본이 되는 선행연구 분석하기 소논문을 쓰기 위해서 가장 꾸준히 해야 할 일은 매일 또는 2~3일 간격으로 선행연구와 연구일지를 작성하는 것임을 설명했다. 선행연구 분석하기를 통해 자신이 쓰고자 하는 주제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고, 소논문의 틀을 갖추어 가는데 도움받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학생들은 주체적인 연구자로서의 태도를 갖추기 위해 선행연구를 통해 찾아본 문헌은 반드시 연구일지로 기록해 두어야 추후 참고문헌 작성 또는 연구과정·성찰과정에 활용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연구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선행연구 분석하기에서는 논문명, 저자명, 학술지명, 목차, 초록, 주제어, 연구목적, 연구방법, 이론적 배경, 핵심 내용, 결론, 시사점, 기대효과, 한계점 등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선행연구 분석을 마친 학생들은 자료 검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 내용을 시스템적 사고와 같이 체계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역량을 기르게 되었다. ● 4단계_ 연구주제에 적합한 연구방법 적용하기 학생들은 많은 선행연구를 살펴보며 연구자들이 연구주제에 따라 어떠한 연구방법을 사용했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연구주제에 적합하지 않은 연구방법의 선택과 적용은 연구결과도 질문을 해결해주는 유용한 해답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됨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교사는 연구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대표적인 연구방법의 종류와 특징을 설명하며 연구방법은 연구자가 연구주제나 연구질문에 적합한 것을 합리적으로 선택하여 적용하는 것임을 안내했다.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제시된 연구질문 예시에 적합한 연구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연구방법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연구질문을 작성해 이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를 통해 각자 자신의 연구질문에 적합한 연구방법을 고려하였는지에 대해 서로에게 피드백을 제시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 5단계 _ 연구질문의 특징과 논문의 구조에 대해 파악한 후 연구 제안서 작성하기 연구주제를 선정했다면 소논문 연구와 작성 과정에서 답변할 질문 형태로 표현되는 연구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교사는 연구질문이 갖추어야 할 요건과 연구질문을 만드는 5단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한 모호하고 초점이 불분명하며 논의의 여지가 없는 연구질문의 예시와 깊이 있는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명확하고 초점이 분명하고 구체적인 연구질문을 상호 비교하고, 과목별 연구질문의 예시를 함께 살펴보며, 자신의 연구질문을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논문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문장 기술방법과 소논문의 하위 부분(제목, 목차, 이론적 배경, 연구방법, 서론, 본론, 결론)과 각 부분에 들어갈 내용을 설명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소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제안서를 작성하였다. 선택 가능 과목을 안내하고, 과목과 주제, 예비 연구질문, 주제를 선택한 근거와 해당 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절한 출처 목록을 첨부할 수 있도록 하였다. IB DP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Year 1에서 Year 2 과정까지 1년 6개월에서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약 40시간을 할애하여 하나의 소논문을 완성하게 된다. 소논문 수업을 바탕으로 자신의 연구를 설계하고 지도교사와의 계속적 지도와 피드백을 통해 연구의 방향을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연구주제와 연구질문을 선정하며 연구의 방향을 수립하고 공식 성찰세션을 통해 자신의 연구과정을 성찰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해 나가면서 일정 진행 상황 점검, 논지의 전개과정, 마주한 어려움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고등학생의 수준에서 소논문을 작성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학술적 글쓰기의 기초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며, 일반 교육과정에서 경험할 기회가 없는 수업이다. 사서교사이자 소논문 코디네이터는 학생들이 연구자로서의 윤리인 학문적 정직성을 갖추고 정보 분석 평가하기, 책임감 있는 정보 인용하기, 정보 종합하기 등의 정보활용 및 연구에 필요한 기초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정보문해력을 가르친다. 이러한 IB 소논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가지고 주제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을 접하며 자신의 연구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며 독립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 중계방송을 시청하였습니다. 남의 나라 일이어서 우두커니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너무나 부러운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이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니어서 슬펐습니다.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나란히 앉아 있는데, 분명 수십 년간 정적이고 앙숙으로 서로 대립하며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던 사이지만, 이날만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깨가 맞닿도록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심지어 최근 대선에서 서로 강한 비판을 날렸던 오바마와 트럼프 대통령이 친구처럼 다정하고 환하게 웃으면서 환담을 나누는 모습이 여러 번 화면에 잡혔습니다. 전현직 대통령들이 시시비비를 따지는 법정이 아니라, 영성을 만나는 성당에 모인 것만도 부러운 데, 정파를 떠난 정다운 모습에 그만 눈물이 나왔던 것입니다. 언제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의연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더 놀랍고 경이로운 모습은 수천 명이 모인 대규모였고 거의 4시간이 넘게 장시간 진행된 국가적 행사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사회자의 말 한마디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총 6명의 추모자가 등장했지만, 소개하는 사회자나 방송 하나 없었습니다. 그 대신 지팡이를 든 집사가 무언으로 근엄하게 일반 좌석에 앉아 있는 추모자를 한 명씩 단상으로 안내하였습니다. 심지어 추모자 중 한 명이 현직 대통령 바이든이지만, 조금도 달리 대하지 않았습니다. 장례식은 오로지 망자에게 집중하였습니다. 안내 멘트 하나 없지만, 절도가 있고 질서가 있는 진행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미국인, 총기사건과 범죄가 넘치는 미국 도시, 다양한 인종과 다문화가 공존하는 미국 사회가 아니던가요. 우리가 아는 혼란스러운 미국 안에 또 다른 질서정연한 미국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쯤 우리나라에도 자유와 자율이 공존하는 날이 올까요. 하나가 더 부러웠습니다. 비록 사랑하거나 존경하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픈 날이지만, 그래서 추모객은 다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고 있고 얼굴에 비장함과 엄숙함이 묻어 있지만, 행사 중간중간에 웃음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추모사가 유머러스했기 때문입니다. 망자의 드높은 인격을 회상하고, 그가 남긴 거대한 업적을 기리는 중간에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도 언급했고,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유머는 그냥 웃기는 말이 아닙니다. 유머는 슬픔과 고통에서 순간적으로 초월하게 하는 힘입니다. 부정성에 매몰되기 쉬울 때 유머는 잠시나마 여유를 찾고 긍정성을 만나게 해주는 회복탄력성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유머감(sense of humor)은 정의감(sense of justice)과 쌍벽을 이루어야 하는 능력입니다. 유머감이 있어야 함께 불의와 고난을 이겨내고 갈등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머는 리더가 필시 지녀야 하는 최고의 덕목 중 하나입니다. 리더는 남의 슬픔과 고통을 이용하고 확대하는 게 아니라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어 포용하고 치유해 주어야 합니다. 리더는 힘들어도 시민 앞에서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반대로 환상적 시나리오로 진실을 호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고통을 묵묵히 견디어내는 게 아니고, 초월해 내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절망적이 순간이더라도 희망을 선물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언제쯤 우리나라 리더에게 유머감과 공감력을 기대할 수 있을지요. 공과 사를 구별하고, 자유를 누리되 자율을 실천하고, 진중함과 유머감에 조화를 이룬 리더는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리는 게 아닙니다. 리더십은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교육의 결과입니다. 어릴 때부터 시작한 훈육과 초·중·고 시절 다져진 기본교육으로 양성되는 것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이러한 교육이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모습을 뚜렷이 목격했습니다. 미리 확실하게 말씀드립니다. 저는 미국을 찬양하지 않습니다. 장례식에 모인 대통령 5명과 부통령 3명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모습도 보였고, 서로 눈길을 주고받지 않는 사이도 있었습니다. 최고위층에 유색인도 몇 있고 추모사를 낭독한 6명 중에 흑인 인사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초대받은 추모객의 압도적인 대다수가 백인인 점에서 미국이 인종 사이에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도 뚜렷했습니다. 평소에 은행이나 상점에서 직원을 보면 너무나 느려 터져서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병원에 가면 전쟁터가 따로 없습니다. 길거리에 노숙자와 마약중독자가 넘치고, 총기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빈부격차가 한국보다 훨씬 심합니다. 저는 미국교육도 찬양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평균 교육은 우리보다 훨씬 뒤처져 있기 때문입니다. 공립학교는 시설만 낙후된 게 아니라 실력 없는 교사가 허다합니다. 그냥 느낌이 아니라 팩트입니다. 3년마다 전 세계 교육을 비교하는 PISA 연구는 미국 교사의 역량은 미국 성인의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학생 학업성취도 역시 미국 학생이 한국 학생보다 월등하게 낮습니다. 하지만 상위 15% 학생들만 따지면 미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보다 더 우수합니다. 미국이 수많은 사회문제를 안고도 세계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는 힘은 리더 그룹이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발전하는 이유는 평균이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이 힘든 것은 사회 리더 그룹이 허약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인재상 수상자, 삼성전자 미래인재상 수상자,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교의 영재들을 두루 만났습니다. 저는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수상자와 영재도 만났습니다. 지적 우수함에는 둘 다 비슷하겠지만, 극명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생기의 정도입니다. 사회·정서적역량 면에는 너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영재들은 생기발랄합니다. 우쭐거리는 것도 없지만, 우물거리는 것도 없습니다. 그들이 보이는 호기심과 도전정신과 당돌함에 오히려 제가 멈칫하게 됩니다. 그들과 말하다 보면 왠지 제가 초라해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영재들은 뭔가 소심하고 주눅 들어있어 보였습니다. 스트레스에 찌든 모습도 역력하였습니다. 그들과 대화해보면 미래에 대한 설계가 아니라 공부에 대한 하소연과 주변 어른에 대한 불평을 듣게 됩니다. 그들이 뿜어내는 어두운 기운에 제 마음마저 무거워집니다. 국가 리더들도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똑똑함과 다부짐과 추진력에는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비전의 폭과 마음의 깊이에 차이가 보입니다. 국익과 공익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에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도 리더 그룹에 대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험한 풍파 속에 믿고 기댈 수 있는 선장과 선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교육이 바로 서야 하겠습니다. 학교와 집에서 아이들에게 맞고 틀리는 것에 앞서 옳고 그른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지식과 함께 지혜도 전달해 주어야 합니다. 주어진 미션에 성공하는 방법과 더불어 원대한 비전을 갖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미국은 혼란스러운 사회를 엘리트 리더 그룹이 잘 이끌어가고 있는 것 같고, 한국은 정반대로 일반 시민이 혼란스러운 리더 그룹을 잘 버텨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한국 리더 그룹도 최소한 시민의 수준에 맞추도록 교육받아야 하겠습니다.
신규교사의 교직적응, 교사 정체성 형성에 영향 신규교사 적응을 돕기 위해 실습학기제·수습교사제 등의 지원방안이 학교현장에서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낯선 근무환경에 새롭게 진입하는 구성원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은 비단 교직사회에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신규교사의 적응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양성교육에서 습득한 이론과 학교현장의 실제 간 간극이 언제나 존재하지만, 교사를 위한 체계적인 입문 과정이나 사회화 과정이 부재하다는 점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신규교사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첫날부터 경력교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불공정한 처지에 놓여 있어, ‘현실충격’이라고 표현될 만큼 학생에서 교사로 급격한 역할 전환이 이루어진다. 그동안 교직적응의 과업은 교사 개인의 시행착오와 경험의 축적에 맡겨져서 신규교사에게 과도한 개인적 비용과 책무가 지워졌다. 고립된 교실에서 ‘가라앉거나 혹은 헤엄치면서’1 홀로 고군분투하지만, 동료교사들의 도움이나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교직사회의 관행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답습하거나, 무조건적으로 동화되지 않고 자신의 교직활동을 성찰하며 적응 방식을 찾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은 그 과정에서 직업적 좌절이나 회의감을 가질 수도 있으나, 학교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동력이자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교직 초기의 적응 경험은 향후 어떤 교사로 성장할 것인가, 즉 교사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며, 궁극적으로 학생의 학업성취 향상과 학교 혁신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2는 점에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신규교사의 교직적응 양상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고, 이들의 교직적응을 지원하는 정책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고군분투형·무난순탄형·내적고심형 … 신규교사 교직적응의 다양한 양상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은 ‘불안 → 탐색 → 조정 → 정립’의 네 단계를 거쳐 연구하고 적용해 보는 반복의 과정에서 교육실천 방향을 정립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각각의 단계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거나 길어짐에 따라 교직적응의 유형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행정업무 부담이 매우 과중하나 학교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 홀로 고군분투하는 유형, 수업에 대한 막막함과 행정업무 부담 그리고 생소한 조직문화에 대한 불편감을 느끼면서 문제상황을 최소화하거나 회피하는 내적고심형, 학교의 자체적인 배려로 부담이 적은 업무를 맡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여 교육활동을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 무난순탄형 등으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신규교사를 대상으로 한 초점집단면접에서 나타난 교직적응의 유형은 양적자료(TALIS 2018)를 활용한 분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교수·학습, ▲학급경영 효능감, ▲교사협력, ▲교직만족, ▲직무스트레스의 다섯 가지 기준으로 잠재 프로파일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부적응형, ▲성장형, ▲무난순탄형, ▲고군분투형의 4개 유형이 도출되었다. 먼저 부적응형은 교수·학습 효능감, 학급경영 효능감, 교사협력, 교직만족에 있어 모두 평균보다 낮으나 직무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두 번째로 성장형은 부적응형과 반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교수·학습 및 학급경영 효능감과 교직만족도가 높으며, 동료교사와의 협력활동의 빈도도 높았지만 직무스트레스는 낮았다. 무난순탄형은 교수·학습 및 학급경영 효능감, 동료교사와의 협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대체로 평균에 가깝고, 평균적인 수준에서 높은 교직만족과 낮은 직무스트레스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고군분투형은 상대적으로 높은 교수·학습 및 학급경영 효능감을 보여 직무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지만 교직만족 정도가 낮고, 직무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났다. 신규교사 대상의 인식조사 결과와 면담 결과는 모두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교직수행 중에 당면한 문제의 정도와 수준,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의 다양성, 그리고 학교 내외의 지원 정도에 따라서 교직적응은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교사 개인이 처한 상황과 맥락,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여 적응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 신규교사 교직적응 지원을 위한 정책방안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은 교사가 되어 가는 첫 번째 단계이자 가르치는 것을 배우는, 즉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교직적응이 기존 교직사회의 관행과 규범에 순응하는 통과의례에 머무르지 않고, 긍정적인 경험을 축적하여 교육전문가이자 학교 혁신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긍정적 교사 정체성 형성을 위한 신규교사 지원 파이프라인 구축’을 정책적 지원방안으로 제안한다. 지원 파이프라인은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예비교사가 입직 초기의 3년을 보낸 이후에 긍정적인 교사 정체성을 형성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원활한 경로를 설정하는 데 초점이 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상황과 맥락에서 상이한 방식으로 적응하고 있는 신규교사에게 맞춤형으로, 적시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지향한다. 신규교사 지원 파이프라인은 예비교사에서 입직 후 경력 3년의 현직교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고 있다. 가르치는 방법을 이론적·기술적으로 배우는 교사양성교육의 단계, 교사로 임용되어 학교에 배치받기 이전까지 적응을 지원하는 입직적응 단계, 1년간의 학사운영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입직 이후부터 1년까지의 단계, 그리고 낯선 교직환경에 적응하고 긍정적 경험을 축적하면서 교사 정체성을 형성하는 경력 3년까지의 단계로 구성된다. 신규교사는 각 단계를 통과하면서 체계적으로 교직사회에 적응할 수 있으며, 교사를 둘러싼 학교 내외의 다양한 체제로부터 총체적인 지원을 받아 교직에 적응한다. 그리고 제도적·정책적인 지원 기제는 파이프라인을 거치는 신규교사가 하나의 단계에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고 원활하게 통과하여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압력을 주어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교사양성교육의 단계는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 및 전문성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입직적응의 단계에서는 개별 신규교사의 특징과 요구를 체계적으로 진단하여 개별화된 맞춤형 적응활동을 지원한다. 입직 후부터 1년까지의 단계에서는 처음으로 학년의 시작과 끝을 경험하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며, 학교 내외 구성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지원한다. 이후 경력 3년까지의 단계에서는 입직 전·후로 수행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축적한 지식을 학교에서 실천하고 체득하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은 단계를 거쳐 교직에 적응한 교사는 궁극적으로 ‘긍정적 교사 정체성을 형성한 교사’로서, 학생의 성장에 기여하고 교직사회 및 학교조직의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등 교육현장의 디지털 도구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디지털 도구로 인해 기초학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딥페이크나 사이버 폭력 등 디지털 윤리 측면에서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디지털 도구와 디지털 윤리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학생들의 디지털 윤리 현주소를 바탕으로 교육현장에서의 디지털 윤리교육 과제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윤리교육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학생들의 디지털 윤리 현주소 한국 학생들이 남보다 빠르게 성취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계속 이어지던 현상이다. 사회는 점차 불안정성이 강해지고 있고, 수많은 정보 속에서 학생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해결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와 불안감 같은 역기능적 정서를 디지털 안에서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디지털 윤리의 현주소를 대략 확인할 수 있다. ● 첫째, 디지털 과몰입이다. 예를 들어 다수의 짧은 영상을 장시간 시청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즉각적으로 해소하려는 행동을 들 수 있다. 디지털 세계에 대한 몰입이 지나치면 현실 윤리를 벗어난 역기능적 디지털 정체성 형성, 디지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둘째, 역기능적 디지털 정체성 형성이다. 여기에서의 정체성은 현실 세계의 정체성과 괴리가 있는 정체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진이나 영상 필터 앱 등을 통해 SNS로 타인이 선호할 수 있는 모습만 드러내면서 현실 세계에서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행동을 들 수 있다. ● 셋째, 디지털 폭력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특정인을 혐오하는 발언을 하면서 현실 세계에서의 스트레스와 불안 등이 특정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논리로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특정인에게 전가하려는 행동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경향들이 모여 딥페이크 성범죄와 같은 디지털 범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세계에 과몰입한 이들이 현실 세계에서는 수용될 수 없는 디지털 정체성을 형성하고, 딥페이크 기술과 같이 발전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일종의 놀이이자 문화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따라서 교육현장에 도입되는 디지털 도구는 기초학력 향상뿐 아니라 디지털 윤리 측면에서의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교육현장에서의 디지털 윤리교육 과제 디지털 도구를 통한 맞춤형 학습은 기초학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학생들의 스트레스나 불안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나 불안의 감소가 학생 스스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도구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상적인 디지털 도구는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고,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제공하며, 문제를 맞혔는지 등에 따라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학습에 에너지를 집중하며 교사나 동료들과 상호작용하는 수업에 비해 사회적·정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모습의 이면에는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디지털 시대 윤리교육의 과제를 확인할 수 있다. ● 첫째, 문해력 저하이다. 학생들이 학습 시 디지털 도구에 의존하는 상황은 삶의 문제에 대응해 다양한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문해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학생들이 디지털 도구가 제공하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면 이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제공된 맞춤형 콘텐츠까지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디지털 과몰입이나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반향실 효과에 기반한 허위 정보 유포로 이어질 수 있다. ● 둘째, 윤리성 저하이다. 디지털에 기반해 새롭게 형성되는 정체성은 교실 안에서도 유효하다. 생성형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빠르게 다양한 지식을 생산해 낼 수 있고, 나아가 다양한 지식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학생들이 디지털 기술 활용과정에서 필요한 정직성·투명성의 가치를 망각한다면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디지털 기술을 윤리적으로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윤리적 침식에 기반한 역기능적 디지털 정체성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셋째, 공감력 저하이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의사소통은 대면 의사소통에 비해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므로 더 높은 주의력이 요구된다. 학생들이 대면 의사소통 기술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교사의 관리를 벗어난 디지털 의사소통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디지털 폭력을 일종의 유희로 여기는 문화를 재현함으로써 디지털 의사소통 상황에서 서로가 자신이 피해자고 상대가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갈등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이러한 원인을 자기 자신과 관련짓지 못하고 디지털 기술만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 자신이 마주한 문제에 대한 책임감이 저하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육현장에 도입되는 디지털 도구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윤리교육과 균형을 이루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정서역량’을 키우는 디지털 윤리교육 방안 디지털상에서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임시의 정체성을 형성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않고 타인에 대한 공감 없는 의사소통 등 책임감 없는 행위를 한 후, 해당 정체성을 폐기하고 또 다른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 윤리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디지털상에서 바람직한 정체성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사회정서역량’이다. 이는 개인이 삶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역량으로 자신에 대한 인식과 관리를 바탕으로 타인에게 공감하고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체성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사회정서역량이 대면 상황뿐만 아니라 디지털상에서도 효과적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디지털 윤리교육을 지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첫째, 디지털 안전의식과 연계한 디지털 윤리교육이다. 디지털 윤리교육이 디지털상에서 윤리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에티켓 준수와 저작권 보호 등의 주제를 다룬다면, 디지털 안전의식은 디지털 과의존 예방, 개인정보 보호, 그와 관련된 디지털 범죄 예방 등의 주제를 다룬다. 안전의식과 윤리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디지털상에서 자신과 타인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않으면 윤리적으로 소통하는 데에 한계가 발생할 수 있고, 디지털상에서 윤리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자신과 타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 역시 한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 자신의 디지털 안전의식과 연계한 디지털 윤리에 대해 인식하고, 디지털상에서 자신의 행동을 관리하는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 둘째, 인공지능 윤리교육을 강조하는 디지털 윤리교육이다. 인공지능 윤리교육의 초점 중 하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과 그에 대한 성찰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디지털 안전의식 및 윤리에 새로운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우리가 디지털에 과의존하게 하고, 허위정보를 생산해 타인과 윤리적으로 소통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를 누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 인공지능 기술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공감하고, 타인과 협력적으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 셋째, 학생이 주도해 기술과 융합하며 문화를 조성하는 디지털 윤리교육이다. 교육현장에서의 디지털 윤리교육은 ‘학생이 문제를 일으킬 만한 행동을 할 경우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므로 문제를 일으킬 만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학생이 문제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계속 이어질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 나가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생들이 학습한 디지털 윤리를 자신의 언어로 변환해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공유하고, 디지털 기술에 적용하며, 디지털 시대의 윤리적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내면화하는 교육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소양교육에 대한 교육적 관심을 바탕으로 많은 교원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각 연수 커리큘럼에 있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수업, 개별화 교육, 업무 노하우’ 등과 같은 키워드 속에서 ‘디지털 윤리’를 찾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리’라는 키워드가 매력적이지도, 혁신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데다 ‘디지털’과 연계되면서 더 복잡해지기만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각 연수에서 디지털 소양교육의 출발점이 디지털 윤리교육임을 강조하고,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 학생들은 여건만 된다면 학교 밖 교육기관을 통해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문제해결역량을 높일 수 있지만, 각 교육기관의 경제적 이익과 관련성이 적은 디지털 윤리의식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오직 학교에서만 디지털 윤리교육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디지털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윤리성을 가진 존재로서 살아가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하지만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혼돈의 정치 상황 때문에 암울하다. 무력감에 시달린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 분노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전 국민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일까? ‘기본을 바로 세우고, 교육을 통해 예방하자.’ 이는 사회 변화의 변곡점을 맞을 때마다 우리가 되뇌었던 기본 전제이다. 과연 실천되었을까? 기본이 바로 세워지고, 교육이 그 역할을 감당했을까? ‘기본이 바로 선 나라, 대한민국’은 요원한 꿈일까? 기본에서 이탈된 고난의 시간이 닥쳐도, 우리는 희망을 노래하며 고난을 극복해 왔다. 그 중심에는 항상 국민이 있었다. 학교가 혼자 무소의 뿔처럼 나아갈 수는 없다. 학교·정부·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초등교육이 바로 서야 우리나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위해 학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예방적 차원의 교육을 위해 정부, 즉 교육부와 교육청은 어떤 교육정책으로 학교현장을 지원해야 할까? 학부모를 포함하는 사회구성원은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학교의 교육적 실천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학교, 특히 초등학교는 국가 구성원 모두의 전인교육을 담당하는 장(場)이다. 인성교육·정체성 교육은 물론 국가관·역사관 등을 포함하여 학생의 전인적 성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다. 창의성과 사고력 신장이 결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초등교육이 국가의 근간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초등교육의 중요성이 얼마나 국가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독일 ‘기억의 문화’ 교육이 대표적인 예이다. 초등교육과정부터 나치 시절의 역사를 은폐하지 않고 직면하게 한다.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정체성 교육과 시민교육을 병행하여 실천한다.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책임감 증진을 돕는다(김동조, 2020). 핀란드는 더 적극적이다. 초등교육의 중요성이 국가 차원의 홍보 캠페인과 정기적 학부모교육 워크숍을 통해 논의되고 있다(이은주, 2023). 우리는 어떠한가? 기본을 바로 세우기 위한 초등학교의 교육적 실천은 이대로 충분할까? 현재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방향은 초등교육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을까? 사회구성원은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까? 사회와 학부모에게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질문을 직시하자. 충분히 잘하고 있다면 박수를 보내고, 부족하다면 더 힘을 쏟고 노력하면 된다. 대부분의 난제가 그러하듯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초등교육이 바로 서야 우리나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독일처럼 부끄러운 역사라 할지라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핀란드처럼 초등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을 사회와 학부모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자. 이를 위해서는 교육정책의 방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등교육정책이 교육현장에서 환영받기 위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첫째, 전인교육 실천의 장(場)으로서 초등학교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인간의 근간을 이루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교육에 있어 결정적 시기이다.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중요성은 그 본연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학교의 목적과 평가에 관한 인식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학교는 학생을 줄 세우고, 선발하는 곳인가? 학생이 성장하는 곳인가? 이상적으로는 ‘학생의 성장’이 거론되지만, ‘줄 세우기와 선발’이라는 현실적 요구와 충돌하면서, 평가는 학생을 줄 세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는지도 모른다. 자녀가 줄의 어디쯤 위치하는지 알 수 없는 평가 결과를 통지하는 초등학교는 학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무시당하기 시작했다. ‘학생의 성장 가능성에 방점으로 두고, 부정적인 언급은 삼가라’는 교육부의 지침이 그 출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교사의 평가권은 교직 전문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교직 전문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런 식의 교육정책이나 지침이 더 이상 현장에 제시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강국으로 불리는 핀란드와 독일이 어떤 방식으로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전인교육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있는지, 어떻게 초등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학부모와 사회에 알리는지 참고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의 공익광고·교육포럼 그리고 전문가 강연 등 적극적 홍보방식이 필요하다. 초등교육정책은 탁상공론이 아니어야 한다. 초등학교를 적극적으로 부양해야 한다. 둘째, 정치적 영향이 배제되고, 균형 잡힌 정책이 절실하다. 초등의 경우 늘봄과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이하 AIDT)에 예산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다른 영역의 교육지원은 고갈되고 있다. 교육을 위한 백년대계는 어려울지라도 꾸준한 예산지원과 관심은 전인교육을 위한 기본이다. 일본의 초등교육정책은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특징이다(한국교육개발원, 2024). 전통문화 체험과 독서교육을 중요시한다. 기초학습·예술·체육·감성교육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예산을 편성한다. 특히 IB 교육의 경우,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교육이 힘을 잃지 않도록,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교육정책도 학습의 다차원적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 지원이 요구된다. 초등학교의 설립 목적은 교육이다. 돌봄이 아니다. 특정 기술과 장비 도입에 예산을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교육영역에 공정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초등교육의 근본 가치를 실현하는 길은 멀지 않다. 교육정책 수립과정에서 정치는 배제되어야 한다. 셋째, AIDT가 학생의 포괄적 참여를 보장하는 확실한 대안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자들은 게임에 은유하여 수업을 설명한다. 상대방 행위자에 의해 유의미한 파트너로 인정을 받을 때 게임은 시작된다. 게임이 지속되려면 특정 규칙 속에서 게임 파트너 간의 상호존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교육학자들은 수업이라는 게임에서 학생이 존중받고 참여하는, 유의미한 파트너로 인정받는 경험이 교육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수업이라는 게임 속에서 존중·참여·인정 없이 소외된 채, 게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학생이 있다. 교사의 난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AIDT가 대안임을 내세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과연 그러할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교육 선진국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학습방식을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결과는 나빴다. 학생들의 학업동기가 감소하고, 디지털 학습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교육기회의 불평등은 더 심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학습이 학생 간 학습격차 심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양준석, 2024).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은 경험을 했다. 세계 최초 AIDT 도입 국가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AIDT가 아니라, 학습동기이며, 교실의 질서와 문화를 다시 세우는 방식의 수업설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사이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교실에서 어떤 정체성을 부여받고 있는지, 수업이 학생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든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기능해야 하는지, 교사와 함께 논의하고 방법을 찾는 교육정책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넷째, 교사는 누구인가? 교사의 정체성이 재구성되도록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학생은 세대 계약의 결과에 따라 교육적 모라토리엄(Moratorium) 상태이다(성열관, 2018). 사회로부터 교육받는 기간 동안 일정한 의무를 담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예를 받은 상태를 의미한다(전상진, 2004). 이는 교사의 인식에 따라 계몽주의적 모라토리엄과 낭만주의적 모라토리엄으로 구분된다. 이 구분은 학생을 바라보는 인식과 관련한다. 계몽주의적 모라토리엄은 사회화의 대상으로, 낭만주의적 모라토리엄은 능동적 존재로 학생을 인식한다(성열관, 2018). 계몽주의적 교사의 인식과 태도는 억압·통제·훈육·표준화를 지향한다. 하지만 청소년은 정보통신혁명의 영향을 받아 자율·성장·개별화를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계몽주의적 모라토리엄을 관철시키려는 교사와 낭만주의적 모라토리엄을 지향하는 학생은 교실에서 충돌한다. 양자 간 패러다임 충돌은 교실붕괴를 낳았다(전상진, 2004; 조한혜정, 2002). 교실붕괴는 실추된 교권을 회복할 계기를 만들어 주는 사건이 아니라, 학교가 학생 중심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함을 알리는 신호이다. 교사와 학생 간의 상이한 인식으로 인한 통제권과 주도권의 각축에 관한 관점과 논의가 없다면, 교실에서의 교권 회복은 교사의 이기심으로 치부될 뿐 여전히 요원하다. 교사는 더 이상 계몽적 모라토리엄에 근거하여 ‘말 잘 듣는 모범생’을 기대하면 안 된다. 수업에서 소외당하는 학생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문제시해야 한다. 학생과 함께 교실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교사 정체성의 재구성이다. 교사는 과연 누구인가? 교사는 ‘단지 가르치는 사람’인가? 가르치는 것은 뇌를 변화시키는 기술이며, 21세기 교사는 뇌를 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새롭게 정의되기도 한다(이찬승, 2024). 혹은 협력적으로 교실문화를 학생과 함께 설계해 나가는 사람일 수도 있다. 우선 교사 스스로 자신의 업(業)에 대해 재정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 정체성에 관한 재구성 결과가 사회구성원에게 적극적으로 공유되는 방법이 포함되어, 교육정책 방향이 설계되어야 한다. 다섯째, 교사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는 교육정책이 제안되어야 한다. 객관주의에서 구성주의로의 교육 패러다임 변화는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교육분권화를 불러왔다(조영달, 2001).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교사는 권한과 자율의 증대와 더불어 더 큰 책임도 부여받았다(Sahlberg, 2011). 교육체제 분권화는 ‘교육의 주체는 교사다’라는 명제에 관한 교사 자신의 확신이 요구된다. 이때 우리는 질문에 봉착한다. 교사는 과연 주체적 존재인가? 교사는 수업의 혁신을 이야기할 때 늘 비판 속에서 대상화되었고, 교육적 논의에서 소외되었다. 교사만 소외된 것은 아니다. 교사는 교육혁신의 과정에 수동적 존재로 소외되었고, 학생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면서 소외되었다. 관리자 또한 교사와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거나, 공허한 목소리를 가진 존재로 현장에서 소외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 조직 문화, 역사적 맥락, 시대적 요구, 사회 풍토 등 다양한 측면과 관련이 있다. 교사의 노력만으로 극복 가능하지 않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자율화와 분권화를 기본 슬로건으로 한다. 2025학년도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실천이 3·4학년까지 확대되는 해이다. 올해는 교사가 교육정책 속에서 통제나 변혁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교육실천가인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 있기를 바란다. 탁상공론! 교육정책을 향한 흔한 비판 중 하나이다. 교육정책이 탁상공론이라고 희화화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교육실천가인 교사에게 길을 열어주고, 교육실천에 날개를 달아주며, 실천을 위한 날갯짓이 더 씩씩해져서 날아오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제발 2025학년도 초등교육정책은 탁상공론을 벗어던지고, 정치에 휘둘리지 않으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교직을 그만두겠다는 신규 선생님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요. 학교에서 배운 것과 유아교육 현실이 너무 다른 거죠. 교사가 본연의 활동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 경감 등 지원시스템 마련이 절실합니다.” 이경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에도 신규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후배교사 두세 명으로부터 ‘교직을 그만두고 싶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어렵기로 소문난 임용시험을 뚫고 꿈에 그리던 교사가 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교직을 떠나고 싶어 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 이 회장은 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쏟아지는 학부모 민원과 행정업무에 치이는 등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현실에 많은 신규교사가 힘들어하고 좌절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가르치는 일 이외의 행정업무나 민원처리를 당연히 교사가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 풍토를 젊은 MZ 교사들은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것 같다”면서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대학에서도 예비교사들을 양성할 때 학부모 민원 대응이나 행정업무에 대한 현실을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직에 들어와 다양한 연수를 통해 업무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필요한 역량을 기르지 않은 상태에서 교직에 들어왔을 때 부적응 위험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연구하는 것이 전부인 양 알고 교직에 들어온 교사들이 막상 주어진 현실을 너무 버거워한다”고 지적하고 “이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또 학부모들의 인식도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유치원에 요구할 때 “내 아이만 봐주세요”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해 주세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자녀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사·학생·학부모가 삼위일체 됐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이 회장은 “교사의 관점과 학부모의 관점이 서로 일치한 가운데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해 나갈 때 제대로 된 성장과 발달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죠. 그것처럼 유치원과 가정이 아이의 성장을 같이 공유해야 해요. 그래야 교육적 효과도 높고 아이의 행복감도 높아지는 것이죠.” 그래서일까. 이 회장이 원장으로 있는 경기 고양장항유치원의 교육목표는 행복한 유치원이다. “교사만 행복해도, 학생만 행복해도, 학부모만 행복해서도 안 돼요. 모두 다 함께 느껴야 진정 행복한 것이죠.” ‘우리 유치원 정말 좋아요’라는 말이 아이들 입에서 나올 때 제일 행복하다는 그는 교육과정과 시설 그리고 교사 전문성 등 모든 면에서 최고를 놓치지 않는 그런 유치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올해 교직 35년 차를 맞는 그에게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 회장은 유보통합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제발 아이들을 최우선에 두고 현장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교육당국에서야 좋은 취지로 정책을 마련한 것이겠지만, 항상 보면 위에서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려보내는 게 너무 많아요. 현장에서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장을 바라보고,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줬으면 하는 소망이 제일 큽니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원은 대략 8000여 명, 유보통합이 추진되면서 유아교육계 입장을 대변하는 첨병으로, 또 우리나라 영·유아교육 발전을 위한 중추세력으로,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중해성 기후를 만끽할 수 있는 산토리니, 고대 문명의 정수인 아테네, 자연경관과 신비로운 종교적 성지가 조화를 이룬 메테오라까지 그리스는 지리교사와 역사교사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최고의 신혼여행지였다. 푸르렀던 에게해와 푸른 돔과 하얀 외벽, 단순히 돌덩이들이 아니었던 세계문화유산 1호,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웠던 수도원 여행 속으로 초대합니다. 푸른 돔과 하얀 외벽, 로맨틱한 분위기 그 자체 … 산토리니 이아 마을. 경유시간까지 포함하여 30시간에 걸친 장기간 비행 끝에 도착한 곳은 그리스의 산토리니였다. 교과서 속 지중해성 기후와 관련된 사진은 항상 그리스의 산토리니였기에 지리교사인 내가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은 항상 이곳이었다. 산토리니의 관광지는 크게 피라(Pira) 마을과 이아(Oia) 마을로 나뉜다. 이아 마을은 청량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일본 음료 브랜드 포카리스웨트의 촬영지. 이아 마을의 하얀 벽과 파란 지붕 그리고 에게해를 배경으로 한 맑은 하늘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도착과 동시에 ‘라라라라라라라~’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오는 곳이다. 이아 마을의 상징적인 하얀 벽은 지중해성 기후의 특징인 여름철 강한 햇빛을 반사하여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해서이며, 파란 지붕은 전통적인 그리스 정교회 건축양식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 파란 돔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윗부분에 십자가가 존재해 예배당이나 교회의 지붕임을 알 수 있다. 이아 마을은 공항으로부터 안쪽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지 않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숙소 값이 피라 마을에 비해 2배 이상이다. 하지만 전 세계 여행객들은 ‘이아 마을에서의 1박’을 꿈꾼다. 그 이유는 이아 마을 숙소들은 대부분 동굴 호텔로 산토리니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숙박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아 마을은 화산 폭발로 형성된 산토리니섬의 칼데라 경사지에 위치한 독특한 마을인데, 마을의 기반암이 화산재가 굳어진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연적으로 동굴 형태의 공간을 만들기에 적합했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아늑한 환경을 제공해 지중해성 기후조건에 적합한 주거형태였기 때문이다. 동굴 호텔의 뷰는 100% 에게해 뷰로 로맨틱한 산토리니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도 1년 전에 겨우 예약한 파란 지붕 아래 하얀 외벽의 동굴 호텔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근처 식당으로 이동해 산토리니 야경을 만끽하며, 그리스 전통음식인 무사카와 그릭샐러드 그리고 로컬 와인인 아틀란티스를 시켰다. 무사카는 고기와 감자 그리고 가지를 층층이 쌓고 페타치즈를 얹은 후 베사멜소스를 뿌려 굽는 그리스 전통음식이었는데, 한국에서 맛보지 못한 그리스의 맛은 색달랐다. 로컬 와인 한잔에 산토리니 야경을 눈에 담는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한 장면일 것이다. 매일 아침 이아 마을의 일출과 매일 저녁 이아 마을의 일몰은 윈도우 배경화면에 나올법한 모습들이 펼쳐졌고, 작은 골목길 곳곳의 기념품 상점들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았던 피라 마을까지 여유롭게 마을과 그 속의 풍경을 만끽하며, 지리교사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는 일정이었다. 이아 마을로 가는 택시에서 택시기사의 “이아는 유니크한 곳이에요”라는 말처럼, 만약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소성’을 느끼고 싶다면 단연코 이아 마을로 떠나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가 있는 곳, 아테네 어렸을 적부터 역사를 좋아했던 나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으며 ‘도시 자체가 역사박물관인 아테네를 언제 가볼 수 있을까? 교과서 속 아고라는 언제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살았던 것 같다. 역사교사인 남편도 마찬가지란다. 산토리니에서 아테네까지는 비행기로 40분 거리. 작은 비행기를 타고 잠깐 눈만 감았다 뜨면 아테네에 도착한다. 페리를 타고 이동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짧은 신혼여행 일정상 비행기를 선택했다. 아테네를 조금 더 편하고 저렴하게 둘러보는 방법은 ‘아테네 통합권’이다. 통합권을 구매하면 7가지 유적지(아크로폴리스·제우스신전·고대 아고라·로만 아고라·아리스토텔레스 학교·하드리아누스 도서관·케라메이코스)를 성수기에 줄을 기다리지 않고 통합권의 혜택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도시 한복판에 이렇게 소중한 유적지가 있을 수 있는 것일까? 하며 한참을 ‘대박! 대박! 대박!’을 외치며 나를 서 있게 만들었던 하드리아누스 도서관은 돌덩어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웅장하고 멋있었다. 그리스 일부 유적들은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 때문에 예전의 도서관 모습을 혼자 상상하는 재미가 컸다. 고대 로마시대 시민들의 생활 중심지였던 곳으로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가 세운 ‘로만 아고라’, 1896년에 세운 최초의 현대적인 올림픽 경기장인 ‘파나티나이코 올림픽 경기장’, 고대 그리스인들이 실제로 생활했던 공간이었던 ‘고대 아고라’ 등 너무나도 볼거리가 가득해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아테네 핵심인 아크로폴리스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그 설렘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엠블럼에도 파르테논 신전이 있다는 사실! 그 장소에 내가 오다니! 아크로폴리스는 ‘높은 도시’라는 의미의 그리스어로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방어와 종교적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고지대 지역이다. 도시의 정치·종교·문화적 중심지로 기능했기에 상징적인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161년에 세운 극장이자 공연장인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은 현재도 공연장으로 사용됨에 있어 손색이 없는 극장이기에 어떻게 그 시대에 만들 수 있었을까 상상하며 역사 앞에 겸손해지는 현장이었다. 최초의 석조극장으로 반원형 형태를 띠는 ‘디오니소스 극장’, 나이키의 상징이 되었던 ‘아테네 니케 신전’, 이오니아 양식의 작은 신전이지만 6명 소녀상의 정교함을 엿볼 수 있는 ‘에렉테이온 신전’, 아테네의 강대함을 그리스 전역에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황금비율 그 자체 ‘파르테논 신전’까지 아크로폴리스는 단순히 유적지를 넘어서 고대 문명의 정수로, 다층적인 의미를 갖는 공간으로, 현대인들을 만나가고 있었다. 타임캡슐을 타고 역사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바로 아테네로 떠나야 한다! 아테네에서는 그 니즈가 충족될 테니까! 그리스의 하이라이트 메테오라 메테오라는 ‘공중에 떠 있다’라는 그리스어이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류의 종교적 헌신이 어우러진 독특한 장소로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 평원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암석들과 그 위에 세워진 수도원들로 유명한 지역이다. 메테오라를 처음 만난 느낌은 중국의 계림을 떠올리게도 하고, 스페인의 몬세라트 수도원을 연상하게 하는 곳이었다. 메테오라를 만나기 위해서는 아테네 라리사역에서 기차로 왕복 8시간의 대여정이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경관을 보여주는 곳이다. 메테오라에는 한때 24개의 수도원이 있었으며, 현재는 6개의 수도원이 남아 있고, 이들은 모두 암벽 위에 세워져 있다. 수도승들이 세속적 유혹에서 벗어나 고요한 종교생활을 추구하기 위해 암석 위에 수도원을 건립했다고 한다. 지금은 계단과 다리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암벽 위에 수도원을 세우는 것은 물론 수도승들의 이동에도 로프·사다리·바구니 등을 사용했다고 한다. 수도원마다 휴무일이 있어서 휴무가 아닌 수도원을 들러야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우리는 총 3개의 수도원을 다녀왔다. 수도원마다 개성이 있다고 가이드분께서 설명해 주셨는데 수도원마다 뚜렷한 개성이 드러났다. 수도원 중 가장 낮은 곳에 있어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둘러볼 수 있는 수도원인 ‘성 니콜라스 아나파프사스 수도원’은 가장 낮은 곳이라고 하지만 계단은 상당히 가팔랐다. 수도승들의 짐을 옮길 때 사용했던 도르래가 곳곳에 보였고, 수도원 내부에는 프레스코화와 그리스 정교의 모습이 가득한 ‘찐하고 쨍한’ 예수상들이 많이 보였다. 메테오라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수도원인 ‘대 메테오라 수도원’도 가볼 수 있었다. 14세기에 성 아타나시우스 수도사가 세운 이 수도원을 보며 종교가 없는 나에게 ‘종교의 힘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잠기게 하였다. 가장 접근하기 힘든 ‘트리니티 수도원’은 영화 007의 배경으로 등장하여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높은 위치에 있어 접근하기 힘든 것은 물론 13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입장 자체가 가능하다. 그 말은 트리니티 수도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떤 풍경과도 비교 불가라는 말이다. 메테오라는 단순히 자연의 경이로운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종교적 신념과 자연과의 공존을 보여주는 정말 독특한 장소였던 것 같다. 메테오라는 수도승의 생활방식과 신앙의 지속성을 보여주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정교회의 정체성과 전통을 이어 나가는 잊지 못할 장소였다. 5박 7일 동안의 그리스 여행은 지리교사와 역사교사의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여행이었다. 교사들의 여행은 단순히 나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간접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수업자료 수집의 장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신혼여행을 알차게 즐기면서 동시에 각자 휴대폰으로 수업자료를 담기에 전념이 없었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그리스에서는 지리와 역사적으로 많은 수업자료를 담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중한 경험을 우리 학생들에게 나눠줄 생각에 설레었던 여행이기도 했다.
새해가 밝으면, 항상 이런저런 결심을 하곤 하죠. 그중 ‘건강’은 빼먹지 않는 결심 중 하나입니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게 모두의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저속노화의 과학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아플 틈도 없다는 대한민국 선생님들이 2025년에는 ‘조금 더 젊고, 조금 더 건강’해지시길 기원합니다. Q1. 저속노화의 핵심은 ‘혈당 관리’라고요? 혈당과 노화? 둘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 거예요? 혈당은 보통 당뇨 환자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네, 예전에는 ‘혈당은 당뇨환자분들만 세심하게 관리하면 된다’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혈당이 만병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전 세계 연구를 통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혈당 관리는 저속노화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혈당과 노화는 생각보다 아주 큰 연관이 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 들어보셨죠? 혈당 스파이크라는 개념부터 설명드리자면, 평소 우리 인간은 포도당이라는 에너지원이 필요합니다. 보통 혈당이라고 표현합니다. 혈당에는 혈액 내 포도당들이 일정 농도, 즉 100mg/dL 정도 존재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혈액 내에 포도당 농도를 100 정도로 유지해 줘야 해요. 그런데 소위 말하는 ‘혈당 스파이크’는 무언가를 섭취했을 때, 너무 빠르게 혈액 내에 포도당 농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혈당 스파이크 증상, 즉 우리 몸에서 혈당이 보통 100 정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혈당이 너무 올라가서 200이 되면 우리 몸에서는 필요한 100만 남기고, 잉여분의 혈당인 100은 필요 없다고 여기고 전부 지방으로 바꿔버려요. 결국 같은 음식을 먹어도 혈당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면 살이 쉽게 잘 찌는 체질이 되어 버리는 거죠. Q2. 잉여 혈당이 지방으로 전환되는군요! 이것 말고 혈당 스파이크가 우리 몸에 미치는 악영향이 또 있나요? 혈당 스파이크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가면 우리 피부에서 탄력을 만들어 주는 콜라겐이나 엘라스틴 단백질에 들러붙어 버립니다. 소위 말하는 ‘글라이코실레이션’, 즉 당화라고 불리는 이 과정을 거쳐서 분자 사이에 비정상적인 결합을 만들어 이들 단백질을 딱딱하게 만들어요. 이러한 변화로 인해 피부의 탄력이 감소하고 주름이 생기기 쉬워집니다. Q3. 피부관리한다고 비싼 화장품을 바르곤 했는데, 이것보다 혈당 관리가 급선무였네요. 그리고 또 혈당스파이크가 가속노화를 불러온다고요? 네, 맞습니다. 우리 세포는 정해진 시간에 세포가 분열하거든요? 그런데 세포가 무한히 분열할 수는 없어요. 무한히 분열하면 이게 바로 암세포거든요! 세포는 60번 정도 분열하면 죽는데, 이를 ‘헤이플릭 한계’라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헤이플릭이라는 과학자 이름을 딴 용어입니다. 그럼 세포가 너무 빨리 분열하면 안 되겠죠? 평생에 걸쳐 천천히 분열해야 하는데, 너무 빨리 분열하면 사람이 금방 늙어버리겠죠? 그런데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면 간에서 IGF-1이라는 분자가 방출되기 시작하는데, 이 분자는 세포를 분열시키는 버튼을 계속 누릅니다. 이 버튼을 ‘엠토르’라고 하는데, 아무튼 세포는 정해진 시간이 아닌데도, 계속 누군가가 자기를 억지로 분열하게 만드는 분열버튼, 즉 엠토르를 누르니까 빠르게 분열하게 되고 결국 가속노화가 진행되는 거죠. Q4. 생각보다 혈당 스파이크가 사람 몸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거 같은데, 그럼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는, 즉 혈당을 너무 가파르게 오르게 하는 음식들은 뭐가 있고, 우리가 이런 음식을 아예 안 먹을 순 없을 테니, 과학적으로 좀 몸에 덜 나쁘게 먹는 방법도 있을까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혈당스파이크 유발 음식’을 정리해 볼까요? 우선 흰쌀밥이 있고, 과자·초콜릿·라면은 물론 편의점에 파는 과일 음료 등이 있습니다. 보통 정제곡물·초가공식품을 일컫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정제곡물·초가공식품은 사실 안 먹는 것이 베스트이지만, 아예 안 먹을 순 없죠. 하지만 음식 먹는 순서만 바꾸어도 혈당 스파이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빈속에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하기 때문에 안주를 많이 먹고 술 마시는 걸 추천하는 것처럼, 소화가 천천히 되는 음식을 먼저 먹고 그 뒤에 가공식품을 먹으면 훨씬 혈당이 천천히 오릅니다. 예를 들어 라면과 달걀이 있다면, 라면을 먼저 먹고 나중에 달걀을 먹으면 혈당이 굉장히 빠르게 올라갑니다. 하지만 달걀을 먼저 먹으면 달걀에는 단백질이 많아서 천천히 분해됩니다. 그 후에 라면을 먹으면 라면이 천천히 분해되기 때문에 혈당 스파이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즉 같은 음식 조합을 먹더라도 먹는 순서에 따라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채소나 달걀을 먼저 먹고, 그 뒤에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다면 평소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했던 식습관보다는 훨씬 노화를 늦출 수 있을 거예요. 사진 속 혈당 체크 그래프를 보면 점심을 먹기 전 식전 혈당이 105, 식후 혈당이 122인데, 이렇게 완만한 그래프를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 전에 달걀 1~2개를 미리 먹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맛있는 가공식품을 아예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먹더라도 순서를 바꾸거나 소화가 천천히 되는 채소·달걀을 먼저 먹은 후 섭취한다면 혈당 스파이크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Q5. 공복 유산소 운동이 유행이라던데, 공복 유산소 운동도 마냥 좋은 건 아니라고요? 네, 맞습니다. 오른쪽 그래프처럼 공복에 유산소 운동을 하면 혈당 스파이크(혈당수치 174)가 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즉, 한 번쯤은 연속 혈당 측정기를 구매하여 자신의 혈당 패턴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체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공복 유산소 운동을 할 때 혈당 스파이크가 온다면, 운동 전에 달걀 1개 정도를 먹고 운동하면 이것도 같은 원리로 혈당 스파이크를 막아줄 수 있습니다.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는 탈북자 로기완의 사투를 그린 소설이다. 방송작가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탈북자의 일기를 바탕으로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 줄거리인데, 여기에 얼굴에 거대한 종양을 가져 수술을 앞둔 여고생 윤주와 윤주를 도우려다 오히려 절망에 빠뜨려 현실에서 도망치는 방송작가 이야기가 교차하고 있다. 로기완이 어릴 때 북한은 대홍수와 태풍 등으로 대기근에 시달리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었다.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태어난 로는 10대 후반에 어머니와 함께 두만강을 건넜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살아남는 것이었다. 로는 연길에서 그늘진 골방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젊은 남자는 공안의 눈을 피할 수 없어 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대신 로의 어머니가 목욕탕·노래방에서 하루 종일 일해야 했다. 2007년 9월 어느 날 노래방으로 출근한 로의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중국 당국이 대대적으로 탈북자 수색을 하는 기간이라 로는 병원에 가볼 수도 없었다. 로는 어머니 시신을 판 돈으로 유럽행 자금을 마련한다. 브로커에게 위조 여권과 비행기 티켓 비용을 주고 이런저런 다른 비용들을 제하고 남은 돈 650유로, 이것이 로의 전부였다. 로기완의 절망이 최고조일 때 만난 전나무 스무 살 로기완이 도착한 브뤼셀은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땅이었다. 한국 대사관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대사관 직원은 사무적인 어투로 로가 북한에서 온 증거가 없기 때문에 난민 신청을 도울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로는 길거리 쓰레기통을 뒤져 샌드위치 조각으로 허기를 달랬고, 브뤼셀 남역의 간이 벤치에서 잠을 청하다 다른 노숙자들에게 쫓겨나야 했다. 로가 브뤼셀에서 가장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때, 그러니까 로의 절망이 가장 바닥에 다다랐을 때 이를 지켜본 나무가 있었다. 전나무였다. 로는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걸을 했다. 트론 지하철역 ‘예술의 길’ 방향 계단에서였다. 로는 모자를 벗은 후 무릎을 꿇고 앉아 상체를 구부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의 자세를 취했다. (…중략…) 가로수는 거리 초입부터 띄엄띄엄 이어지다가 거리 한가운데 자리한 키 큰 전나무에서 모인다. 전나무는 갖가지 트리로 장식되어 있다. 주머니 안에는 땀에 젖은 돈이 들어 있었지만, 로는 식당으로 들어가는 대신 그 전나무 아래에 놓인 벤치에 앉았다. 온몸이 느슨해지면서 도저히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졸음이 밀려왔다. (…중략…) 다음 날 아침 로가 깨어난 곳은 경찰서였다. 이후 로는 난민신청국에서 벨기에 시민권을 가진 퇴직 의사 ‘박’을 만났다. 그는 평양 출신이어서 진짜 북한 사람인지 아닌지 판별하기에 제격이었다. 로는 박의 도움으로 난민 지위를 얻어 안정적 삶을 찾았지만,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난민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영국으로 향하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2011년 나왔고, 2013년 신동엽문학상을 받았지만,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필자도 이 소설을 몰랐다가 2021년 KBS가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공동 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 50’ 중 하나로 이 소설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 이 소설은 또 2024년 3월 영화로 만들어졌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로기완에서 송중기가 로기완 역을 맡았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영화를 보니 소설과 뼈대만 같고 상당히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었다. 소설에선 라이카라는 필리핀 여성이 로기완의 상대인데, 영화에서는 벨기에 국적을 가진 한국인 여성 마리가 등장했다. 영화엔 방송작가가 윤주 사건을 계기로 로기완의 행적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부 빠져 있었다. 어떻든 2011년 나온 이 소설이 영화 제작에 힘입어 새롭게 조명을 받는 것은 소설에 나오는 탈북자들의 절박함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나무·구상나무·주목 차이는? 전나무는 높은 산에서 자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침엽수 중 하나다. 오대산·설악산 등 북부지방에 주로 분포하고 있지만, 남부지방에서도 높은 산에 가면 볼 수 있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이 유명하지만, 광릉 국립수목원 입구, 내소사 입구 전나무길도 위용이 대단하다. 전나무의 특징은 30~40m까지 굽지 않고 아주 곧게 자라는 것이다. 소설에서 로기완 고향인 온성 숲에도 전나무가 많았을 것이다. 로가 더 이상 벨기에 전나무 아래에서처럼 절대적인 절망을 느낄 일이 없기를, 그의 앞날이 전나무처럼 쭉쭉 뻗어가기를 바랐다. 우리 주변엔 전나무가 비교적 많다. 수형이 좋아서 공원이나 화단에 한두 그루씩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전나무는 젓나무라고도 부르는데, 줄기에서 젖처럼 하얀 액체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슷하게 생긴 구상나무도 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한라산·지리산 등에 많고 경복궁·홍릉숲 등에 가도 아주 근사한 구상나무를 볼 수 있다. 비슷하게 생긴 전나무와 구상나무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잎을 보는 것이다. 전나무잎은 구상나무잎에 비해 길고 아주 뾰족하다. 그래서 찔리면 아플 정도다. 반면 구상나무잎은 끝이 얕게 갈라져 있어서 찔려도 아프지 않다. 그리고 구상나무는 잎 뒷면에 흰 줄이 있어서 멀리서 보면 희끗희끗하게 보인다. 이 잎 뒷면 은녹색 부분은 기공선(숨구멍줄)이다. 구상나무는 우리가 관심을 덜 갖는 사이 1907년 유럽에 전해진 후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를 끌고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전나무와 형제나무여서 영어 이름은 ‘Korean fir’, 즉 한국 전나무이고, 학명도 ‘Abies koreana’로 한국의 나무임을 확실히 하고 있다. 구상나무를 신종으로 등록한 학자는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식물원 소속 어니스트 윌슨 박사였다. 그는 1917년 직접 한라산에 올라 구상나무를 확인했다. 이 한라산 탐사에는 당시 한반도에서 활발하게 연구하던 일본인 학자 나카이도 동행했다. 그런데 나중에 나카이는 윌슨이 구상나무를 신종으로 등록한 것을 알고, 자신이 구상나무를 눈여겨보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주목도 전나무와 구상나무와 헷갈릴 수 있는데, 주목은 이름 자체가 줄기 색깔이 붉은 나무라는 뜻이라 줄기만 봐도 금방 구분할 수 있다. 잎을 보면 더 확실하게 차이를 알 수 있다. 주목잎도 뾰족하긴 하지만 전나무보다는 덜 뾰족하고, 무엇보다 잎 뒷면 기공선이 연초록색이라 구분하기 쉽다.
충무로가 또 한 명의 매력 넘치는 여배우를 얻었다. 바로 박지현 배우 이야기다. 2017년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로 데뷔한 후 이듬해 공포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의 주연을 꿰차며, 제39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에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이후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을 비롯해 재벌집 막내아들 등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래도 대중들에게는 뚜렷한 한 방이 느껴지지 않는 20대 여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런 박지현 배우를 대한민국에 각인시킨 작품은 작년 11월 개봉해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였다. 조여정 배우와의 투 샷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고, 송승헌 배우와의 파격적인 베드씬으로 내내 화제가 됐다.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박지현 배우는 “노출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나리오가 너무 탄탄해 어떡하면 나만의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을지가 너무 설렜다”고 대답했다.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른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감독 이종석)로 돌아왔다. 동화 작가를 꿈꾸지만, 낮에는 음란물 단속 공무원으로, 밤에는 성인 웹소설 작가로 이중생활을 하는 MZ세대 ‘윤단비’ 역할을 맡았다. 코미디 연기의 대가 성동일 배우와 멋짐과 망가짐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최시원 배우가 합을 맞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섹시’를 벗고 ‘코미디’로 풀 장착한, 늘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박지현 배우는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진정으로 원해서 하는 일인지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솔직담백했던 박지현 배우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일단 철판을 깔았습니다. 배우 박지현도, 영화 속 캐릭터 윤단비도 그렇게 사람들이 얼굴을 붉힐 만한 말들은 들어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단비는 부끄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부끄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이건 내가 아니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뻔뻔함을 탑재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웃음)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에서 성인 웹소설 작가로 분한 박지현 배우는 영화 속에서 쉴 새 없이 야한 대사를 쏟아낸다. 퇴근 후 늦은 밤, 혼자 야한 상상을 할 때도 박지현 배우는 외설적인 단어를 독백으로 해야 했고, 귀엽게 인사를 건네던 동물 캐릭터들은 검은 그림자 CG로 처리되면서 신음소리를 낸다. 특히 공무원 선배 역할로 나온 최시원 배우와 포장마차 장면을 찍을 때는, 그를 둘러싼 수많은 조연 배우들 사이에서 민망한 단어를 쉴 새 없이 뱉어내며, 술에 취한 연기를 해야 했다. 촬영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뻔뻔함을 장착할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왜 글재주가 이런 데 터지냐고!” 영화 속 윤단비는 신춘문예 대상을 받고 동화 작가로 데뷔한 아버지에 이어, 동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청년이다. 하지만 데뷔까지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이 된다. 출근 첫날 그의 업무가 불법 음란물 단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좌절한다. 성인 웹소설 회사 황 대표(성동일)의 클래식카를 ‘박살’ 내고 수리비 1억 원이 부족해 성인 웹소설을 쓰기로 ‘악마의 계약’을 맺게 되면서 단비의 이중생활이 펼쳐진다. 힘들어하던 단비에게 친구들과 공무원 선배가 도움을 주고, 어느덧 그는 몰랐던 ‘성스러운 재능’에 눈뜬다. 설정이나 플롯이 어디선가 본 듯하기도 하고, 성동일·최시원이라는 코미디 전문 배우가 나오니 그냥저냥 볼만한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영화 재밌다. 윤단비 역을 맡은 박지현 배우가 털털하면서도 순수하고, 매력적으로 톡톡하게 살려내는 연기의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데뷔 초부터 인터뷰 때마다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혀왔다는 박지현 배우는 평소 애드리브를 치거나 개그를 짜서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데 진심이다. 코미디의 첫 번째는 자신감이요, 둘째는 뻔뻔함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는, 하지만 다소 차가워 보이고 도회적인 외모 때문에 코미디 장르에 캐스팅된 적이 없었다. 2025년을 여는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로 생애 첫 코미디 배역에 도전한 박지연 배우는 왜 그렇게 코미디 연기에 목말랐을까? 이번 작품으로 코미디 연기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됐을까?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는 ‘웃음’이에요. 물론 감동이나 다른 감정들도 중요하지만, 웃음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잖아요. 그만큼 타인을 웃게 만드는 연기는 더 힘들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제가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을 웃기려는 욕심이 좀 많아요. 웃기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요. 코미디 연기에 대한 열정은 강했는데, 제 이미지가 그렇지 않다 보니 그런 작품을 만나지 못했어요. ‘어디 한 작품만 들어와 봐라’하고 벼르던 차에 이번 영화를 만난 겁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 코미디 쪽으로 길이 좀 열리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죠. 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아직 많이 남았거든요!”(웃음) “배우는 천직 …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파”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에서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단비는 신춘문예에 탈락하고 고향집으로 간다. 꿈에서 만난 과거의 아버지는 단비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머니한테서 들은 비밀 하나. 신춘문예 대상을 받으며, 동화 작가로 등단한 아버지의 꿈은 동화 작가가 아닌 야설 작가! “동화를 쓰는 아빠가 제일 멋있어! 나도 커서 동화 작가가 될 거야!”라고 말하는 어린 단비의 말에, 아버지 역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던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꿈속의 아버지와 화해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단비처럼, 과연 박지현 배우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저는 정말 운이 좋게도, 제가 커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어렸을 때, 남들보다 좀 더 일찍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 꿈을 실행할 용기도 있었던 거 같고요. 운 좋게 지금까지 연기로 먹고살 수 있게 된 것이 저는 진짜 천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요즘 굉장히 행복해요. 문제는 이 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느냐는 거겠죠. 최대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겠지만, 죽을 때까지요!”(웃음) 그러면서 박지현 배우가 관객에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의 단비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동화 작가라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어요. 수입이 불안정할 테니 등단할 때까지만 공무원을 하겠다고 해서 청소년 보호팀에서 일하게 됐고요. 거기서 만난 선배가 단비를 지켜본 후 단비는 성인 웹소설을 쓸 때 더 즐거워 보이고, 재능도 뛰어난 거 같다고 조언해 주죠. 동화 작가는 아버지의 꿈이었다고 하면서요. 영화를 보실 관객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또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2017년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얼굴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드디어 지난해 영화 히든페이스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배우가 됐다. 아직 연기 인생이 채 10년을 지나지 않았지만, 박지현 배우는 자신에게 배우란 ‘천직’이란 걸 오래전부터 알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역할극 놀이를 너무 좋아했어요. 제 방에서는 정말 온갖 소리가 다 들려와요. 언니가 제발 조용히 하라고 할 정도로요. 제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배우들을 따라 하거든요. 최근에는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한 시리즈 디스클레이머를 정말 몰입해서 봤어요. 당연히 연기를 따라 했고요. 지금도 저는 그게 너무 재밌어요. 아무래도 천직을 택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데뷔 8년 차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연기하기를 바란다. 모든 배우가 다른 답을 주겠지만, 박지현 배우만의 오래도록 연기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사람보다 한참 더 지혜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발이 지면에 단단히 고정된 느낌으로. “배우는 항상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대중의 선택은 당연하거니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배우·연출자·제작자 등 관계자들에게도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니 좋은 연기를 해서 관객들에게 선택받는 건 물론이고요. 그보다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요. 네, 저는 늘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차기작은 넷플릭스에서 천만 배우 김고은과 투톱!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어느덧 충무로 대세 배우가 된 박지현의 차기작은 올 상반기에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감독 조영민)이다. 파묘(감독 장재현)로 천만 배우로 등극한 김고은 배우와 투톱을 맡아 동경과 질투, 애정과 증오로 얽힌 두 친구로 분해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선보일 예정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로 만났던 인연이 다시 이어진 작품으로도 눈길을 끈다. “조영민 감독님이 같이 또 작품 하자는 말에 보람을 느꼈어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촬영할 때 감독님이 저보고 ‘너는 나중에 꼭 코미디를 해야 해!’라고 말씀하셔서 코미디 작품에 불러주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진지한 작품에 캐스팅하셨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이 작품을 찍으면서 삶을 대하는 가치관이 달라졌을 정도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사진 ● 동화지만 청불입니다_ (주) 미디어캔 / 히든페이스 _ 스튜디오앤뉴·쏠레어파트너스(유)·NEW
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 (나민애 지음, 페이지2북스 펴냄, 320쪽, 1만 9,800원) 문해력 저하는 성인도 예외가 아니다. 시험에 메어 학창 시절 진짜 국어 공부를 놓쳤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어른들에게 독서와 친해지고, 국어를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문학의 아름다움과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추천작 수십 편을 수록했다. 서울대 학생들에게 최고의 강의로 평가받은 글쓰기 수업도 만나보자. 철학의 은유들 (페드로 알칼데·멀린 알칼데 지음, 기욤 티오 그림, 주하선 번역, 단추 펴냄, 60쪽, 2만 5,000원) 고대부터 현대까지 24명의 철학자가 은유를 통해 철학적 통찰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탐구하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철학자들이 세계를 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응축한 은유를 통해 철학자의 핵심 사상을 조망하며 철학의 흐름을 짚는다. 독창적인 색감과 감성을 담은 그림이 더욱 깊고 감각적인 이해를 돕는다. 미라클 모먼트 (이노우에 히로유키 지음, 오정화 번역, 동양북스 펴냄, 192쪽, 1만 6,800원) 마음먹기에 따라 뭐든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기계발서. 자신이 가진 약점을 억지로 강점으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장점을 찾아낼 것을 권한다. 예컨대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안정적이고 친근하다는 장점이 있듯 약점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대체 불가능한 ‘나다움’을 가꿀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의 탄생 (차병직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824쪽, 2만 8,000원) 헌법정신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는 영국의 대헌장, 인간의 권리를 명시한 프랑스 인권선언, 헌법 제정과 동시에 탄생한 최초의 국가인 미국의 독립선언 과정, 대한민국과 북한, 라틴아메리카와 이슬람 문화권 등 세계 곳곳의 헌법 탄생 과정을 다룬다.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을 통해 인간의 권리와 국가의 탄생 과정을 전개하며, 현대의 모습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보여준다. 나는 꽤 괜찮은 내가 될 거야 (이승욱 지음, 생각학교 펴냄, 240쪽, 1만 5,000원) 10대의 눈높이에서 자기이해란 무엇인지 소개하고, ‘괜찮은 내’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세상이 정해놓은 가치나 완벽한 만족감을 맹목적으로 쫓기보다는 부족함에 나의 노력을 보태 만족을 만들어 갈 것을 권하며, 그 과정에서 포기하거나 실패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응원한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여러분은 괜찮을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지붕 뚫고 홈런 스포츠 과학 (고호관 지음, 곰곰 펴냄, 212쪽, 1만 6,700원) 과학의 시선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을 제안한다. 돔구장의 지붕에서는 트러스 구조를, 농구 골대의 백보드에서는 압축력과 인장력으로 깨지지 않는 강화유리의 원리를, 수영장 레인에서는 물 위에 잘 뜨게 해 주는 인체 중심의 특징을 알려준다. 가상의 스포츠센터를 설계한 건축가가 방문객들과 센터 곳곳을 탐방한다는 설정으로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왜 미래가 불안할까? (호소카와 텐텐 지음, 황진희 번역, 위즈덤하우스 펴냄, 40쪽, 1만 7,000원)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미래를 구체적으로 개념화하고, 미래를 대하는 긍정적 자세와 불안을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그림과 만화식 구성, 다정하지만 두루뭉술하지 않은 문답 글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살아가면서 경험이 쌓일수록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첫 겨울 (토베 얀손 원작, 이유진 번역,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40쪽, 1만 2,000원) 매년 겨울잠이 들면 이듬해 4월까지 일어나지 않던 무민이 잠에서 깨어버렸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잠든 상황, 다시 잠들지 못하는 무민 앞에는 겪어보지 못한 추위와 처음 보는 눈이 가득하다. 이제껏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아 가는 무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인생의 단계를 나누어 생각했다.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 이야기에는 괴물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수수께끼를 내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아침에는 네 발로, 점심에는 두 발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인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답은 ‘사람’이다. 유아 시절 네 발로 기어다니다가, 성장하면 두 발로 걷고, 늙으면 지팡이를 짚고 세 발로 걷는다는 것. 이 이야기에서 인생은 유아기-소·청·장년기-노년기로 나눠진다. 오늘날 가장 일반적인 인생단계는 유아-소년-청년-장년-노년기 5단계다. 에릭 에릭슨, “인생 각 단계에는 위기와 성취과제가 있다” 논어에도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고(志學), 서른에는 생각이나 사회생활 측면에서 자립하고(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으며(不惑), 쉰 살에 하늘의 뜻을 알고(知天命), 예순에 듣는 귀가 순해지며(耳順), 일흔에는 하고자 하는 바대로 해도 바른길에서 어긋남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 가운데 불혹·지천명·이순 같은 표현은 오늘날에도 예컨대 40대에 들어선 사람을 가리켜 ‘불혹의 나이가 됐다’고 하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자주 쓰인다. 현대 심리학에도 발달심리학이 있다. 그 가운데 에릭 에릭슨의 8단계 발달이론이 유명하다. 각 단계마다 극복해야 할 위기와 성취해야 할 과제, 즉 신뢰감-불신감(유아기), 자율성-수치감(초기 아동기), 주도성-죄책감(학령전기), 근면성-열등감(학령기), 자아정체성-역할 혼돈(청소년), 친밀감-고립감(초기 성인기), 생산성-침체감(중년기), 자아통합-절망감(노년기)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노년기 과제인 자아통합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인생을 있는 그대로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능력, 그러니까 일종의 원숙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아통합을 성취하지 못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절망감이 커진다. 에릭슨의 발달이론은 개인의 노력만 강조한다는 점이 비판받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이 발달을 좌우한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희망적인 메시지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60대는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시기’ 미국의 성인 발달 전문가 프레데릭 M. 허드슨은 인생은 어떻게 작동되는가(김경숙 옮김, 사이)에서 성인 이후 인생의 각 단계들을 살펴보고, 성숙한 성인으로 살기 위한 관점과 자세를 조언한다. 허드슨은 성인기인 20세부터 100세까지의 삶을 10년 단위로 나눈다. 혼란과 실험의 시기인 20대, 적응과 갈등의 시기인 30대, 대전환기인 40대, 인생의 화해기인 50대, 인생을 재설계하는 60대, 이런 식이다. 20~30대는 성인기 인생의 시작, 40~50대는 한 가운데, 60~70대는 후반기, 80~90대는 마무리 시기다. 구체적으로 보면 30대는 인생에서 ‘가장 복잡한 시기’다. 성공과 출세에 시간을 바치면서 보상과 인정에 대한 욕망이 가장 강한 시기다. 이렇게 30대를 부지런히 달리다가 도달하는 40대는 인생의 가장 큰 전환기다. 40대에 접어들면 삶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면서 쫓기는 심정이 들고, 젊을 때 했던 선택에 발목 잡힌 기분이 든다. 지금 가는 길이 맞나 의구심도 커진다. 그러면서 인생의 전망·가치·목표에 큰 변화가 일어나거나 이른바 중년의 위기를 겪기도 한다. 허드슨은 이 시기를 특히 ‘인생의 재고 조사를 하는 시기’라고 표현한다. 인생에서 힘들지 않은 시기가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시기가 가장 좋을까? 허드슨은 50대를 든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편안해지고 야망이나 소유의 껍데기에서 자유로워질 줄 알게 된다는 것. 그래서 경제적 불안감이 크지 않다면, 50대는 대체로 편안한 10년이 될 수 있다. 삶에 대한 균형 감각이 생기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억지로 애쓰는 태도도 약해진다. 반면 60대는 인생의 주류에서 소외된다는 두려움에 상처받기 쉽다. 허드슨은 60대에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면서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생의 작동방식은 ‘직선형’이 아니라 ‘순환형’ 허드슨은 우리가 인생을 직선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사회가 정한 시간표에 따라서 일직선으로 쭉 나아가는 게 인생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많은 성인이 좌절감과 무기력을 느낀다. ‘사람들이 다 가는 한 방향 일직선에서 나는 뒤처져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내렸던 결정에 갇혀버린 느낌이 드는가? 사회적 시간표에 따라 살아왔더니 남은 인생에 대한 해답이 보이지 않는가? 성공에 대한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초조함에 조급해지는가? 때때로 패배감이나 무력감이 어깨를 짓누르는가? 이런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은 인생의 작동방식을 직선형으로만 생각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살다 보면 굴곡도 있고, 갈림길도 나오고, 장애물이 나타날 때도 많다. 그럴 땐 돌아가기도 해야 하고, 쉬어갈 필요도 있다. 그래서 허드슨은 인생이 순환형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생에는 오르내림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나오고, 끝나는가 싶으면 또 새롭게 시작되며, 좋을 때가 있으면 궂을 때가 있다. 한 마디로 인생사에 일직선은 없다. 고대 인도에서는 배우고 익히는 학생기, 일하고 결혼하여 부모 역할을 하는 가주기(家住期), 숲으로 들어가 유유자적 성찰하는 임주기(林住期), 순례길에 나서는 유행기(遊行期)로 인생 단계를 나누었다. 사실 인생 자체가 하나의 순례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했으며, 삶의 역할도 계속 이어지기 마련인 데다가, 성찰은 어느 시기에나 필요하다. 그러니 인생 단계를 충분히 감안하되 단계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을 필요도 있다. 허드슨의 다음 조언에 밑줄을 그어본다. “성숙한 성인이란 모든 단계와 상황에서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고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다.” 허드슨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우리는 인생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대부분 성인은 20대에서 100세까지 자신들 앞에 펼쳐진 광대한 영토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일부는 젊은 시절에 내렸던 결정이나 선택에 발목 잡힌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이 전혀 연습 되지 않은, 인생이라는 긴 여행 도중에 길을 잃어버린다. 그 긴 여정 동안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성인으로서 우리의 삶은 더더욱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들어가며 탄핵 사태가 지속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끝 모를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모두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바른길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나타나는 모습은 극한의 갈등과 대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더 밝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교육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 생각하는 해결책이 극단으로 나뉘는 이유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대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이를 위해 교육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호와 다음 호 2회에 걸쳐 우리가 갇혀있는 ‘순진한 실재론(naive realism)’의 관점에서 그 대안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정치적 견해 차이에 대한 해석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024년 12월 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즉시 하야 혹은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74.8%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40대(83.9%)와 30대(85.2%)에서 즉시 하야·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80%를 넘었다. 50대(78.1%), 만 18∼29세(73.9%), 60대(71.2%), 70세 이상(52.8%) 순이었다(이동인, 2024). 이를 바탕으로 어떤 교수는 고령층의 정치문해력이 낮다고 결론짓고 있다. 나아가 ‘한국의 평생학습 참여율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올리지 않는다면, 특히 중고령층의 정치문해력 저하로 인한 정치분열을 지속적으로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국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주기 결과 우리나라 성인(16~65세)의 언어능력 평균점수가 OECD 평균보다 낮고, 특히 중고령층(1958~1968년생) 언어능력 점수가 낮은 것을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한숭희, 2024).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연령이 아닌 이념과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그의 해석에 동의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념 성향별로는 정치적 이념을 진보로 밝힌 응답자 안에서는 92.0%가 즉시 하야·탄핵에 찬성했고, 중도층은 83.0%, 보수층은 43.0%였으므로 보수층의 정치문해력은 아주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라 지역민(즉시 하야·탄핵 83.9%, 질서 있는 퇴진 10.5%)의 정치문해력이 가장 높고, 대구·경북 지역민(즉시 하야·탄핵 73.2%, 질서 있는 퇴진 17.4%)과 부산·울산·경남 지역민(즉시 하야·탄핵 60.1%, 질서 있는 퇴진 23.8%)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낮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고령집단과 보수집단 및 특정 지역의 하야와 탄핵 반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가 정치문해력 탓이 아니라 신념체계가 달라서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우리 모두 애국자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데 양측 모두 자기 진영에 유리한 논리만 앞세우며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솔로몬의 재판에서는 다행히 친모가 있어서 아기를 살릴 수 있었으나, 지금의 여당과 야당의 싸움을 보면 어느 쪽도 친모가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탄핵에 찬성하는 다수는 이러한 주장을 양비론으로 치부하고, 그래서 당신의 입장은 무엇이냐며 몰아붙일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우선 죽음에 직면한 아기를 살리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막강한 힘으로 다른 쪽을 제압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여 아이를 살려내길 바란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의 깨어있는 의식, 자신과 타인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기 위해 노력하는 열린 마음이다. 나만이 아니라 상대방도 국가의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고, 후손들에게 더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싶어 한다는 점을 서로 믿기 바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6월 30일,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라크전쟁에 반대한 사람들도 애국자이고, 이라크전쟁을 지지한 사람들도 애국자이다”라는 말을 했다(cbs news).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애국심이 깔려있음을 믿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열린 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서로 상대를 파멸시키려 할 것이고, 그 결과는 공멸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목적은 아이를 살리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대를 어떻게 해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를 먼저 돌아보고, 이어 우리가 갇혀있는 ‘순진한 실재론(naive realism)’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양 정당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길 간절히 소망하며 내 생각을 나눈다. 이를 선도적으로 할 수 있는 집단이 교육자 집단일 것이다. 교육자들이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과 연을 맺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학생들을 통해 그 부모들도 열린 마음을 갖게 된다면 우리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 돌아보기: 중립적 제3자 지향 대학 시절을 제외하고는 특정 이념집단이나 정치집단에 속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는 멀리에서 현상을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학자의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역할을 자임해왔다. 내가 가진 편견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를 의식하며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왔다. 다행히 내가 활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독재정부가 들어서지 않았기에 대한민국과 세계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부든 도움을 요청할 때 기꺼이 내 시간과 노력을 나누었다. 그리고 국립대 교수로서 내 소임에도 최선을 다했다. 개개인이 자기 소임을 다할 때, 그리고 정부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사람들이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며 정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때, 대한민국호의 미래가 더 밝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정치집단이 서로 싸우며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야당이 여당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며 실패하도록 하려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행태이다. 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하에서 이러한 행태는 반복되었다. 야당 입장에서는 현 정권이 실패해야만 자신들의 집권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제 역할을 해 주어야 국가의 미래가 밝고, 국민도 행복해질 수 있다. 정치집단의 이전투구로 인해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제반 부분이 무너져가고 있는데 정당의 패싸움에 끼어들어 국민들까지 어느 한편에 서서 싸운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암울해질 것이다. 국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면서도 정치집단의 싸움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바른 판단을 해 주어야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향유하고, 후손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싸우며 국가를 위기로 몰아가는 야당이 아니라, 잘못된 집권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할 때 야당의 차기 집권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면, 야당도 당연히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정당은 지역분열, 세대분열, 성 간의 분열 등 각종 분열을 조장하는 손쉬운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렇게 분열시켜 놓아야 제3당이 훌륭한 후보를 내더라도 그를 찍지 않고 양당의 하나를 찍게 된다. 싫어하는 쪽이 당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지하는 정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도록 하기 위해, 지지하는 정당이 내세운 후보가 설령 무능하고 문제가 많더라도 찍게 될 것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당 내에서의 권력 암투가 정당 간의 싸움보다 더 비열하고 잔인하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정치권의 편 가르기에 놀아나지 않는 깨어있는 국민들이 늘어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이것이 교육이 미래의 희망인 이유이기도 하다. 애석하게도 우리 사회를 비롯하여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에서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1969)가 말한 ‘중립적 제3자’, 혹은 공정한 관찰자의 비율 급감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 대신 중립적 제3자를 가장한 어느 한쪽 사람들, 아니면 매수된 ‘가짜 중립적 제3자’가 늘어나고 있다. 드러내놓고 세 싸움을 하는 사회에서는 중립적 제3자는 양쪽으로부터 매도당하기 때문에 설 자리가 없어서 아예 목소리를 내지 않거나 결국 어느 한쪽에 속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비극은 이처럼 공정한 관찰자가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데에서도 비롯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중립적 제3자로 살아가는 것은 힘들고 외로운 일이 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이를 막을 수 있을까?(다음 호 계속)
들어가기 ● 질문=발광체, 인공지능=반사체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질문만 잘하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질문은 사람의 능력을 나타내는 도구(척도)로 발전하였다. 필자 역시 최근에 어느 소도시의 평생교육 축제에서, 지금은 질문의 시대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중학생들이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실체가 궁금하던 차에 체험을 신청했다. 중학생이 “어떤 그림을 그려 드릴까요?” 묻길래 이렇게 말했다. “뿔난 고양이를 그려주세요.” 오래 기다리지 않아 몇 장의 사진이 화면에 떴다. 사진을 보자마자 필자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어, 이게 아닌데”, 이렇게 내뱉었다. 그러자 중학생은 당황하면서, “이게 아니에요?”라고 되물었다. 그래서 필자는 다시 고쳐 물었다. “두 개의 뿔이 난 고양이를 그려주세요.” 그러자 인공지능은 필자가 원한 ‘뿔(corn)이 달린’ 그림을 그려주었다. 인공지능은 필자의 처음 요구(질문)에서 ‘뿔난’의 의미를 ‘화(anger)가 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여기서 인공지능이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정보도 사람이 제대로 질문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란 걸 체험하였다. 결국 사람의 질문이 발광체이고, 인공지능은 반사체에 불과하다. ● 질문하는 능력, 질문이 직업이 되는 세상 해가 바뀔 즈음에 새해의 소비경향을 분석하여 제시하는 김난도 교수팀은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를 맨 앞자리에 놓았다. 호모 프롬프트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Homo)와 사용자의 지시와 명령어를 뜻하는 프롬프트(Promptus)를 합친 말로,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능숙하게 부릴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을 강조하는 신조어다. 즉 인간이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에 따라 AI가 내놓는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인간의 능력이 더 중요함을 나타낸다. 한편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각 분야에서 이를 도입하기 시작하자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us engineer)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생겨났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란 AI 조련사라 부르기도 하는데, 인공지능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다양한 목적의 프롬프트를 제작하고, 테스트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그 일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 한다. 학습자의 생각 끌어내기 ● ‘나’를 끌어내는/ ‘내’가 끌고 가는 학습을 위한 수업 인공지능 시대가 되기 전부터 점수 따기 경쟁, 성적 중심의 학생 평가에서 벗어나자고 외쳐댔지만, 경쟁 중심의 교육상황에서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주도적으로 헤쳐 나가는 힘을 기르도록 하려면, 이제 밀어 넣는(push) 학습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인공지능의 시대에 맞는, 스스로 끌어내는(끌고 가는, pull) 학습을 촉진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나’를 끌어내는(내가 끌고 가는) 학습은 내 생각을 키우고, 학습방법을 스스로 찾아내어 실천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이 이렇게 학습하는 가장 적확(的確)한 방법은 질문하면서 학습(공부)하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이 학습과 수업에서 주체적 행위자(agent)가 되고, 삶의 과정에서 주도성을 실천할 수가 있다. 이것들의 원동력은 교사의 발문(發問)이다. ● 과정 처리 발문과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발문이다. 분명 교사는 발문의 전문가이다(이어야 한다). 학생의 생각을 끌어내는 발문(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묻는 것)은 늘 강조되어 왔다. 때문에 이 글에서는 그것의 중요성이나 일반적인 원리·기법을 생략하겠다. 그 대신에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의 원리에 비추어, 과정 처리 발문기법을 중심으로 학습자의 주도성을 키우기 위한 수업전략을 제안하겠다. 과정 처리 발문이란 ‘교사의 핵심 발문(첫 질문)에 대한 학생의 반응을 보완하고 개선하기 위한 발문(재반응)’을 말한다. 깊이 파고 들어간다고 해서 탐색 발문(probing)이라고도 한다. 핵심 발문은 발문의 내용과 사고 기능을 확인시켜 주는 최초의 교사 발문이다. 어느 수업의 한 장면 ❶에서, 교사가 “부패한 우유를 고르는 방법(질문 내용)을 말해볼까요(사고 기능)?”라고 한 것이 핵심 발문이다. 교사의 핵심 발문에 학생①이 “우유팩이 부풀어 오른 것은 먹으면 안 됩니다”라고 대답(반응)하였다. 그리고 수업장면❶에서 학생②가 질문한(밑줄 친) 내용으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다시 발문했다면(수업장면❷-교사), 그것이 바로 과정 처리 발문이다. 앞서 필자가 체험한 ‘뿔난 고양이 그리기’와 대칭시켜 과정 처리 발문의 의미를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다. 과정 처리 발문 전략 ● 부추기기(고쳐 묻기) 교사의 핵심 발문에 학생이 “잘 모르겠다”고 말하거나 그런 신호를 할 때, 다시 묻는 것이 부추기기(고쳐 묻기, prompting)다. 호모 프롬프트에서 ‘프롬프트’가 여기서도 쓰였다. 고쳐 묻기를 잘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 기대되는 사고 수준(반응)을 자극할 수 있도록 분명한 용어와 내용으로 고쳐 묻는다. • 정답이나 적절한 응답의 단서가 되는 어구나 표현을 추가한다. • 하나의 질문을 두 개의 질문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 명료화 명료화(clarification)는 핵심 발문에 대한 학생 반응이 부정확한 경우보다 정확하게 답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때는 힌트나 단서를 주어서는 안 된다. 학생이 스스로 정보를 보충하거나 의미를 추가하도록 한다. 명료화는 어휘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며, 핵심 발문이나 재발문에도 적용할 수 있다. ● 정교화 정교화(elaboration)는 핵심 발문에 답하였지만 너무 단순한 경우, 더 자세하게 응답하거나 예를 들게 재질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상위수준에서 사고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정교화와 명료화가 잘 구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명료화는 정확하지 않게 대답했을 때 재발문하는 것이고, 정교화는 대답을 맞게 하기는 했으나, 빈약하거나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재발문이다. ● 방향 다지기 방향 다지기(redirecting)는 하나의 핵심 발문에 대해 여러 학생이 돌아가면서 한 가지씩 서로 다른 대답을 하면서 함께 학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학습방향을 향해 함께 갈 수 있고, 다양한 관점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핵심 발문: 일제가 우리나라를 동화시키려고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한 가지씩 말해볼까요? 유건 반응: 우리나라 말(조선어)을 못 쓰게 했어요. 광수 반응: 우리 이름을 못 쓰게 하고, 일본 이름으로 바꾸라 했어요. 영석 반응: 남자들에게 단발령을 내렸습니다. 매듭짓기 교사가 수업과정에서 자주 과정 처리 발문을 하면, 학생들은 높은 수준에서 사고하고, 메타인지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그리고 시험문제를 예상하면서 학습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이에 덧붙여 학생들이 서로 짝이 되어 과정 처리 발문을 실천하도록 수업을 설계하면 협력적 주도성(co-agency)을 기르는 효과가 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는 하나의 정답만을 쫓아 살아갈 수는 없다. 지금 학생들이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 인공지능 네이티브의 삶을 잘 살려면 질문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생각을 끌어내는 학습을 하는 것이 ‘학습과 삶을 스스로 이끄는 주도성’을 키우는 첩경이자 인공지능 시대의 생존전략이다. 과정 처리 발문을 중심에 두는 수업이 중요한 이유다.
학생들이 마우스를 움직이자, 책상에 놓인 럭비공만 한 조명기기가 교실 천장을 오색 빛으로 수놓는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색깔도 방향도 마음대로 가능하다. 13명의 학생이 강사의 지시에 따라 각자 조명을 천장으로 쏘아 올리자 화려한 쇼가 금방이라도 열릴 듯하다. 지난 1월 15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경기공유학교 무대연출 수업시간. 성남지역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수업은 무대공연에 필요한 조명·음향·연출 등을 배운다. 단순히 배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안무도 짜고, 연출도 하면서 실제적 체험을 한다. 총 16시간으로 진행되는데 오늘이 세 번째 시간. 모든 수업이 끝나면 지역에서 밴드활동을 하는 동아리를 초청해 실제 연출도 보여줄 예정이다. 장래 꿈이 방송국 PD라고 밝힌 정여령 학생(불정초·6)은 “5학년 때 학교 방송반 모집에서 떨어져 아쉬움이 컸다”며 “중학교에서는 반드시 방송반에 들어가고 싶어 공유학교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조명이나 음향기기를 직접 만져 보는 기회가 많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경기공유학교는 지역사회와 협력을 기반으로 학생 맞춤교육과 다양한 학습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 밖 학습프로그램. 학생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교육요구를 학교가 모두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역사회 다양한 전문가를 활용, 학생들에게 필요한 맞춤형교육을 하는 시스템이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에서 지역실정과 학생 수요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로컬리티에 기반한 지역 학생 맞춤교육이다 보니 교육내용은 물론 이름도 다 다르다. 예컨대 안성은 ‘안성맞춤 공유학교’, 파주는 ‘파주미파솔 공유학교’, 시흥은 ‘시작부터 흥미진진 시흥 공유학교’ 등 지역 특성을 살렸다. 또 레저산업이 발달한 가평은 여름이면 수상레저학교가 열린다. 만화의 도시 부천은 웹툰 작가들이 참여한 웹툰 공유학교가, 하남과 광주 등 지역 오케스트라 문화가 발달한 지역에서는 오케스트라 공유학교가 운영되는 식이다. 느린학습자나 다문화학생을 위한 공유학교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 학교교육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을 보완해 준다. 공유학교 프로그램 중에는 고등학교 학점으로 인정되거나 공유학교 과목이 고등학교 교과목으로 편성이 되는 사례가 있을 정도다. 이와 더불어 공원형 공유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이 올해부터 적극 추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현재 이천에서는 SK에서 반도체 공유학교를 공원형으로 운영해서 연구원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도 용인에 반도체 공유학교를 공원형으로 운영한다. 올해는 기업이나 단체가 공원형 공유학교에 적극 참여하도록 확대한다는 게 경기도교육청 복안이다. 공유학교의 또 다른 강점은 소규모학교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용인 백암면의 경우 학생수가 적어 축구수업을 하고 싶어도 11명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들이 제법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거점학교를 만들어 인근 5개 학교 학생이 방과후에 모여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제는 축구는 물론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가능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 지역이 넓어 학생들이 통학에 어려움을 겪자, 지역 택시기사들이 나서 학생들을 실어 날랐다. 일종의 공유택시인 셈이다. 한 관계자는 “지자체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지역 아이들에게 좋은 프로그램들을 제공해 준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지난해 경기공유학교에 참여한 학생만 무려 6만여 명. 운영된 프로그램 수는 3,241개에 달한다. 참여 학생들의 프로그램 만족도는 95.2%에 이른다. 공유학교 프로그램이 학생과 학부모 등 지역사회 수요에 기반해 마련되는 데다 일회성 체험형이 아닌 12차시 이상의 깊이 있는 학습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교 수업에서 하기 어려운 과학실험 등도 공유학교에서 실시돼 교사들의 호응도 매우 높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경감에 경기공유학교가 큰 도움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드론수업의 경우 신청이 1분 만에 마감되는가 하면, 영어나 수학수업에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는 과목이 개설되기 무섭게 모집정원을 넘긴다. 학부모들은 공유학교가 학생들의 공부습관을 길러주고 부족한 교과목을 보완해 줄 뿐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자녀를 공유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셋이다 보니 학원비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유학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공유학교와 늘봄학교를 통합해서 학교 안과 밖으로 연결되는 촘촘한 교육돌봄시스템, 즉 늘봄공유학교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이는 지역 내 유휴교실을 활용해 인근 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늘봄프로그램과 돌봄교실을 함께 이용하는 새로운 늘봄학교 모델이다. 대표적 케이스가 성남오리초등학교에 마련된 경기형 늘봄공유학교다. 이곳에서는 과학마술·골프·사물놀이·리듬체조·뮤지컬·프라모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인근 26개 초등학교 259명이 10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995년 개교한 오리초는 한때 26학급 규모의 제법 큰 학교였으나, 지금은 학생수 감소로 단 6학급만 운영하는 소규모학교가 됐다. 5층 건물에 교실만 40여 개에 이르고 있지만, 텅 빈 교실이 많아 아예 한 개 층은 통째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관리에 어려움이 컸지만, 무엇보다 학생수가 적어 방과후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수강인원이 적다 보니 좋은 프로그램들이 폐강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늘봄공유학교가 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학교시설은 깨끗하게 새 단장됐고 AI 학습코칭, 요리, 뮤지컬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비롯 쾌적한 학부모 대기실까지 마련됐다. 공유학교가 되면서 외부에서 학생들이 몰려오고 학교에 활기가 넘쳤다. 100명이던 전교생 수가 공유학교 이후 늘봄학교 참여 인원을 포함 360여 명으로 늘었다. 김기범 교장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자연스레 교류가 확대되다 보니 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했을 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등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늘봄공유학교 운영을 통해 오리초는 물론 인근 학교들도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진 것 같다”며 “정규 교육과정은 물론 돌봄기능까지 강화돼 우리 공교육이 좀 더 새로워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과거부터 학교에서 진행되던 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에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당시 교육지원청에 근무했던 필자가 스스로 업무량을 늘려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었고, 당연히 동료들에게도 눈치가 보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줄곧 이관을 주장한 이유는 학교현장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봐왔고, 해결을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단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이 필자뿐만은 아니었는지 2024년 3월 28일 시행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에서 교권보호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을 현실화하였다. 현재는 지역교권보호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곧 첫돌을 맞이한다. 이번 호에서는 지역교권보호위원회의 1년을 주제로 이야기해 본다. 심의 건수가 늘어나야 정상이다. 더 늘어야 할 필요가 있다 2024년 10월에 있던 국정감사 과정에서 나타난 통계에 따르면 교권보호위원회 이관이 교권침해 사안의 감소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취지의 보도를 봤다. 전국적으로 매일 평균 15건 이상이 심의되었으며, 오히려 학교에서 진행하던 때에 비해 산술적으로 늘어났다는 내용이다. 혹자는 이러한 통계를 보며 교권보호위원회 이관이 실패한 제도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교사는 교육활동 침해 피해가 있어도 이를 공식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워한다. 학생이나 보호자가 학교에 대해 민원을 퍼붓거나 소송을 예고하는 등으로 압박하는 일도 있고, 교권보호위원회 결과에 수긍하지 못해 하는 것도 빈번하다. 학교로서는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이후 학생이나 보호자에게 아무런 긍정적 변화가 없음에도 적법한 절차를 위해 온갖 행정력을 쏟아부어야 했고, 피해교원도 이러한 학교의 어려움을 알았다. 더 나아가 피해교원은 학생과 보호자에게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다는 것에 대한 보복을 걱정해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피해를 보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일들이 많았던 것이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이와 같은 현장의 어려움에 대한 보완책으로 나온 제도다. 교권보호위원회와 관련된 행정과 결과에 대한 불복과 민원을 교육지원청이 책임지도록 한다. ‘교육청’이라는 기관이 침해학생이나 보호자에게 주는 인상도 학교와 다르다. 교원들과 학교가 부담 없이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따라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실효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간 어려움이 있어도 참고 지내던 피해교원이 있다면 꼭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도움 구하기를 바란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심의 건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나야 할 것이다. 침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과거보다 솜방망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직 명확한 통계자료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침해학생에 대한 조치들이 과거에 비해 솜방망이라는 의견들도 들었다. 학생 수가 많은 학교라고 하더라도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연간 10건 안에서 개최되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인사이동 등으로 인한 위원의 변경도 있을 것이고, 기본적으로 위원들의 경험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같은 학교 내에서 일어난 비슷한 사안일지라도 학생에 따라 조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지나치게 높을 수 있었다. 특히 담임교사나 주요 과목의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라면, 학교로서는 분리를 통한 소속 교원의 보호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학생에 대한 학급교체와 같은 높은 수준의 처분이 비교적 쉽게 내려지기도 했다. 반면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해당 교육지원청 관할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 침해 사안들을 다루고, 고정된 위원들이 임기 내에서 사안을 다수 접하게 되었으며, 인적 구성에서도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유사한 사안에 대한 침해학생 조치들이 비슷한 수위로 형성되고, 그런 과정에서 침해학생 조치의 결정이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 비해 사안의 특수성이나 학교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된다. 사실 이는 현행 규정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있다. 침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점수제 판단이 이루어진다. 이런 점수제 판단 형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감경이나 가중의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위 고시에서는 ‘교육활동 침해학생이 장애가 있는 경우’를 감경 사유로, ‘피해교원이 임신하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를 가중 사유로 한정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권보호위원회 위원들이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결정을 내리기가 곤란하다. 조금 더 유연한 결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고시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분쟁조정이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교원 중에는 교사로서 지도하는 학생을 교육청에 신고하고 불이익을 입힌다는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다. 보호자 중에서도 자녀의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사가 이럴 수 있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침해학생이나 침해보호자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여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을 주로 하는 기구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서 교육활동 관련 분쟁조정 역시 가능하기 때문이다(「교원지위법」 제18조 제2항 제4호 참조). 학교폭력에 관해서도 이런 분쟁조정 절차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무상 잘 사용되지 않는다. 분쟁조정은 분쟁당사자 사이에 의견이 합치되어야 가능한 것인데, 학교폭력 사안은 학생들 사이 갈등의 골이 깊고 학교폭력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서로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피해학생 입장에서는 가해학생이 커다란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견 합치가 사실상 어렵다. 반면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서는 교원과 학생이 사제지간이고 교육활동 침해 사건의 특징상 다수의 목격자가 있는 등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가 뚜렷한 편이다. 피해교원들도 학생에 대한 처벌보다는 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교육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때가 많다. 이런 이유로 분쟁조정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분쟁조정의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들은 학생의 보호자들도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 안심하고 화해와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필자도 실제 조정절차에 참여해 학생에게 교원의 권한에 관해 설명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거나 보호자에게 학생에 대한 구체적 지도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조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미 학교에서도 충분히 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이라는 공간에서 엄정한 절차와 엄숙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니 학생과 보호자 역시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다행히 그날은 조정이 성립되어 해당 장소에서 학생이 재발 방지 서약문을 작성하고 피해교원 앞에서 읽게 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학생과 보호자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이렇게 사과와 반성, 재발 방지라는 교육적 목적에 더욱 부합할 수 있는 분쟁조정 시스템이 있고, 활성화될 여지가 있다. 특히 경미한 수준의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서 학생 지도를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본다. 학교의 부담을 줄여주는 운영이 되었으면 한다 교육활동 침해와 관련된 매뉴얼이나 관련 서적들은 주로 ‘어떠한 행동이 교육활동 침해인지’에 대해 큰 비중을 두고 설명한다. 물론 이 역시 중요한 부분이지만 교육활동 침해 해당 여부는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서 결정하므로, 사실 학교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한 조사와 보고서 작성이다. 이때 교육활동 침해행위자가 학생이라면 확인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면 된다. 그런데 교육활동 침해행위자가 보호자일 때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현행 매뉴얼 등에서는 사안 발생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침해보호자의 의견서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보호자 본인이 직접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했을 정도라면 사안 조사에도 협조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보호자는 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도 아니기에 의견을 묻는 방법도 제한적이고, 조사 과정에서 다른 마찰을 발생시킬 가능성도 상당하다. 「교원지위법」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보호자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기 전에는 보호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는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는 정하지 않고 있다(「교원지위법」 제26조 제3항). 따라서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될 때 보호자에게 참석안내문을 발송하고, 참석하여 발언할 수 있다는 권리를 설명하는 것으로도 사실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기에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있어서 학교가 침해보호자의 미협조로 의견 청취에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이를 위해 지나치게 고생해야 할 필요는 없다. 또한 학교를 대신하여 교육지원청에서 침해보호자에게 의견서 서식을 보내는 등으로 절차를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행 매뉴얼 등이 교육지원청 이관의 취지에 적합한지, 실무상 학교현장의 어려움이 어떠한지를 점검하고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