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8,682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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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가정의 출근 시간대 돌봄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영유아를 위한 돌봄 지원을 강화한다. 7일 교육부에 따르면 기관별 운영 상황과 여건을 고려해 유치원에는 돌봄 인력을, 어린이집에는 담당 교사 인건비를 각각 지원하고 있다. 유치원에는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유아 돌봄 특화형 노인일자리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올해 3월부터 희망하는 곳을 대상으로 ‘시니어돌봄사’ 지원을 통해 5월 기준 전국 245개 유치원에서 408명의 유치원 시니어돌봄사가 활동하고 있다. 유치원 시니어돌봄사는 유아 돌봄 및 현장 이해 관련 특화교육을 사전에 이수하고 유치원에서 등‧하원 지도와 아침‧저녁 돌봄을 지원한다. 또한 어린이집에는 2026년부터 ‘아침돌봄 담당교사 수당(최대 2학급)’을 신규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어린이집은 정규보육시간(오전 9시)이 시작되기 전인 ‘아침돌봄’에 대한 지원이 없어 이른 아침 시간에는 돌봄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 지원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아침돌봄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아침돌봄을 이용한 누적 영유아 수는 169만2000여 명으로 전년 같은 시기 대비 29%가 증가했다. 교육부는 관계부처와 협력해 유치원 시니어돌봄사 지원을 확대하고, 어린이집의 아침돌봄 운영 상황을 살펴 개선과 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시니어돌봄사 관련 2027년 배치 수요도 검토 중이다. 김정연 교육부 영유아지원관은 “안정적이고 충분한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담당 인력에 대한 인력 보강과 예산 지원이 중요한 과제”라며 “유치원 시니어돌봄사 배치와 어린이집 아침돌봄 교사의 수당 지원을 통해 틈새돌봄을 촘촘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 협의체’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현행 만 14세로 유지하기로 한 권고안을 최종 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이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검토를 지시한 지 65일 만에 없던 일이 된 것이다. 이에 한국교총은 7일 입장을 내고 “범죄의 저연령화와 흉포화로 우리 사회와 학교 현장이 교육적 지도의 한계를 넘어선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국민과 교직 사회의 압도적인 목소리와 국민 정서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결정에 아쉽다”고 성토했다. 특히 교총은 여론과 동떨어진 결과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교총이 이날 공개한 전국 교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6.4%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했다.(조사 기간: 4월 27일~5월 5일, 응답자: 8900명,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신뢰도 ±1.04%) 찬성 이유는 ‘범죄의 흉포화 대응’ 51.75%, ‘법적 한계를 악용하는 행위 근절’ 36.25% 등이었다. 교총은 “현재의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더 낮아질 필요성에 대해 해당 연령대의 학생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원이 체감하는 위기의식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서는 교원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도 바라고 있다. 지난 3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전국 성인 대상 조사에서도 찬성이 81%에 달했다. 국민의 찬성 여론을 반영하지 않을 거면 왜 협의체를 구성했는지 의심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교총은 “협의체가 낙인 효과나 국제 인권 규범 등을 근거로 현행 유지를 결정한 배경은 이해하나, 이는 실제 사회와 교실에서 집단 폭행, 성범죄, 불법 촬영·유포, 온라인 괴롭힘, 교사에 대한 폭언과 협박 등의 범죄가 반발하고 있는 현실은 외면한 결정”이라며 “무엇보다 ‘나는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며 법을 조롱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까지 서슴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 경찰과 교사들의 현실과는 너무나 큰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결정이 자칫 학생들에게 잘못을 저질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면서 나아가 가해자가 법을 조롱해도 무력한 사회라는 신호를 주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학생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해결방안 마련도 촉구했다. 교총은 “정부는 이번 결정을 단순히 논의의 종결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학생에 의한 폭행과 성관련 범죄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교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 등 법적 보완책 마련으로 확장돼야 한다”며 “‘중대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한 학생부 기재’와 같은 책임 있는 조치와 함께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악성민원 맞고소제’를 제도화해 교원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교육부는 교사를 향한 폭행, 상해, 성관련 범죄로 학급교체 이상의 중대한 처분을 받은 경우에 한해서라도 학생부에 기재하자는 제안조차 신중 검토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선생님이 안전해야 아이들의 배움도 지켜진다는 상식의 수준에서 촉법소년 제도의 맹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ChatGPT가 공개된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우리 사회의 일하는 방식과 의사소통 방식, 그리고 지식 생산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정보를 찾고, 문서를 작성하고, 아이디어를 정리하며, 코드를 생성하는 일까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교육은 인공지능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영역 중 하나이다. 지식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며, 학습 수준에 따라 자료를 제시하는 일은 언뜻 보기에 AI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시대에 교사는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자극적 물음이 아니라, 오늘의 학교가 반드시 정면으로 다루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AI는 교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교육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부정적 영향과 대응 방안에 관한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특히 인공지능이 교사의 역할과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다소 과장된 우려는 생성형 AI의 발전과 함께 더욱 확대되었으며, 이는 교육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교육의 의미를 지식 전달로 제한할 경우, AI는 기존 교사의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어 보인다. 특정 지식을 학습자의 수준에 맞추어 설명하고,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며, 필요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능은 AI가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이미 도입된 다양한 AI 코스웨어와 정부가 정책적으로 시도하였던 AI디지털교과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부분적으로 구현하였으며, 생성형 AI의 발전에 따라 이와 같은 기능은 앞으로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의 의미를 지식 전달 이상으로 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래된 관점이기는 하지만, 교육이 전인적 발전을 목표로 하거나 지식 이상의 정서 및 도덕의 변화를 지향할 때, 그리고 최근 더욱 중요하게 주목받고 있는 고차적 사고 능력과 같은 역량의 발전을 목표로 할 때 인공지능의 역할과 기능은 다분히 제한적이다. 학생이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타인과 협력하고, 삶과 사회의 문제를 성찰하는 과정은 단순한 정보 제공만으로는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며,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가 지식 전달의 일부를 담당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학생의 성장을 해석하며, 학습의 의미를 심화시키는 일은 여전히 교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 AI 시대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는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모한 유일한 국가인 한국의 경우, 향후 인공지능 시대에 교사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다른 나라에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은 이미 미래 교육을 국가적 수준에서 구현해 가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학생 1인 1디바이스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었고, AI디지털교과서의 개발과 적용도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실제 정책과 학교 현장 속에서 구체화되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는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실천하려는 시도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더 이상 일부 연구자나 개발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실제 교실 수업의 변화와 연결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교사 전문성 개발 차원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5년 전부터 전국의 교육대학원에 AI 융합교육 관련 석사과정이 설치·운영되면서 해마다 상당수의 현직 교원이 관련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개발해 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교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AI·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로 3년 차에 이르는 ‘인공지능 활용 선도교사 연수’ 또한 많은 현직 교원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기간에 집중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지난 2년간의 교육혁신 연수 참여 인원까지 합하면 3만 명 정도 규모의 교원이 이러한 연수 경험을 갖게 된다. 또한 2022년 이후 지속되어 온 AIEDAP(AI EDucation Alliance Policy Lab) 사업은 단순한 AI 도구 활용을 넘어, AI 융합교육을 실제 수업에서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마스터 교원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현재 시점까지 4천 명의 마스터 교원을 육성하였으며, 올해도 신규 마스터 교원 3천 명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이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의 인공지능 이해와 활용 역량을 갖춘 교사를 포함하여 전체 40만 교원 가운데 대략 10% 정도가 이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전달자를 넘어, 설계자로서의 교사 이처럼 AI 활용과 AI 융합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교원의 전문성 개발은 궁극적으로 학생의 고차적 사고력과 사회정서 역량의 발달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AI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이를 단순히 지식 전달의 도구나 매체로 사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AI를 활용하여 학생의 문제해결력과 같은 고차적 사고를 촉진하고, 주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업을 설계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교사는 더 이상 전달자가 아니라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학습촉진자)로서의 설계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국가교육과정에 따른 일정한 교육 내용을 전달하는 기능을 여전히 수행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 기능은 제한된 수준에 머물게 되며,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을 목표로 하는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의 주도성·자기조절·자기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학습 환경을 창의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교사의 전문적 설계 활동과 수업 실행은 기존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교육적 활동과 목표를 더욱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다. AI 기반 교육활동에서 교사의 전문성이 구현될 수 있는 측면은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를 포함하며,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수 있다. 첫째, 맞춤형 교육의 설계에서 교사의 전문성이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학교·교과·학급 단위로 이루어지는 교육 실제에서 교사들은 AI가 제공하는 수많은 학생의 학업 관련 데이터와 분석 결과에 노출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방식의 맞춤형 교육을 제시할 것인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다. Human-in-the-loop의 관점에서 볼 때, 인공지능의 자동화된 과정 속 결정적인 지점에 교사의 판단을 결합하는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면 교사의 전문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 교사는 인공지능의 판단 체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것을 검증하고 조율하는 전문성을 함께 갖출 필요가 있다. 둘째, 사회정서교육을 위한 교사의 역할 역시 여전히 중요하다. 사회정서교육은 전인교육의 새로운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교육에서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온 가치와 맞닿아 있다. 다만 오늘날에는 코로나19의 경험과 AI 기술의 확산으로 인해 약화된 자기주도성·자기관리·공감·의사소통과 같은 역량을 교육 장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AI로 대변되는 기술 문명의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립, 관계의 단절, 정서적 위축과 같은 문제에 대응하는 최일선의 사회적 노력은 결국 학교 현장의 인간 교사에 의해 구현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AI 관련 문제들을 학교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논의하고, 그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 방향을 모색하도록 돕는 역할 역시 교사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는 AI의 기술적 기능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그것이 지니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이해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셋째, 융합교육의 설계와 실행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은 매우 결정적이다. 현재까지 지배적인 교육패러다임은 여전히 교과 단위의 교육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국어·영어·수학·과학·음악·체육 등 각 교과 수준의 수업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STEM이나 STEAM과 같은 융합교육이 시도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부분적인 실천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I가 하나의 교육 내용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AI 융합교육은 새로운 교육적 실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AI가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기존의 데이터 과학 중심의 논의를 넘어 AI가 교육의 핵심 내용으로 부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는 초·중등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대부분의 교과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 내용을 AI 관련 내용과 어떻게 융합하여 가르칠 것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AI 융합교육 관련 대학원 과정의 설치와 AIEDAP 사업은 이러한 요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교사는 개별 교과의 내용을 AI 지식과 사회적 맥락에 비추어 새롭게 해석하고 가르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AI 시대에 교사의 생존은 단순히 피할 수 없는 위기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AI가 교육과 우리 사회에 던져 놓은 가능성과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교사에게는 새로운 전문성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전문성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사가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지식이자 도구가 될 것이다. 결국 AI 시대에 교사의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교육의 의미 속에서 교사가 자신의 역할과 전문성을 어떻게 새롭게 구성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AI·디지털 교육 역량 _ 이제는 교사의 필수 역량 범주에서 논해야 한다 ‘교사들이 왜 AI·디지털 교육 역량을 함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반복적으로 되묻기에는 너무 소모적이다. AI·디지털이 일상화된 지금 그것은 교육의 환경을 넘어 교육의 내용이자 방법 자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는 다음 항목이 있다. “디지털 교육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미래형 교수·학습방법과 평가체제 구축을 위해 교원의 에듀테크 활용 역량 함양을 지원한다”(교육부, 2022:51) 해당 내용은 교사의 AI·디지털 교육 역량이 교원의 선택적 역량이 아닌 필수 역량임을 보여주며, 국가적 차원의 추진 필요성 또한 시사한다. 최근 몇 년간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대규모 재원이 마련되고 전국 단위의 연수가 추진되어 온 것은 이 역량이 우리 교육에서 더 이상 주변부 의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더 의미 있게 이 역량을 함양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고민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몇 년간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우리는 국가 수준의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체계 개발, 전국 단위 연수 운영 경험, 선도교사 네트워크 형성 등 자산을 축적했다(교육부, 2023). 국가 수준에서 방향성을 수립하고 역량 함양 여건을 제공하는 우리의 접근을 타 국가 교육자들이 주목할 만큼, 이 과정이 남긴 자산은 가볍지 않다. 이제는 그 강점을 유지하고 드러난 한계는 극복하며,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를 더 체계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과제와 어려움을 직시해야 한다. 현장교사 역량 강화 _ 한계를 넘어 지속가능한 역량 강화로 현장 교사들의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와 관련하여 우리가 현재 맞이하고 있는 큰 과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는 2023년부터 지금까지 교원의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 관련 정책 참여 및 관련 연수 강의를 수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 의견임을 밝힌다. 첫째, 연수 피로도다. 교육부·시도교육청·지역교육청 세 채널에서 각기 연수가 쏟아지면서 연수를 듣기도 전에 피로도가 쌓이고, 연수 간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었다. AI·디지털을 비롯해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이 압박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둘째, AI·디지털 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특정 도구 및 빠른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연수가 강조되면서 교사들은 쫓기듯 따라가야 하는 압박을 느꼈고, AI·디지털 교육의 효과가 실제 검증보다 기대에 의존한 채 전달되면서 현장의 의구심도 깊어졌다. 이 역량의 중요도가 더 높아지고 있는 바로 이 시기에, 관련 논의 자체가 피로감을 일으키는 주제가 되어버린 것은 분명한 역설이다. 셋째, 연수 운영의 완성도 문제다. 대규모 연수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강사 수급과 질 관리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했고, 때론 이미 깊은 전문성을 가진 교사들이 기초적인 도구 소개 수준의 연수를 이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술이 아닌 수업에 초점을 두고자 했던 연수의 의도가 현장에서 충분히 체감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이러한 한계들이 경험과 개선의 노력을 통해 극복되고 있는 바로 이 시점에 그 추진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수 간 중복 최소화, 수업에 중심을 둔 강사 자원 확보, 역량체계의 재정비 등 개선의 흐름은 분명히 감지된다. 2026년 새롭게 발표된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체계는 국내외 역량체계 분석과 현장 교사들의 실제 요구, 그간 연수를 통해 확인된 한계와 개선 방향이 반영된 결과다. 위에서 설계해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를 다듬어온 접근 자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한다. 이러한 방향 위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부의 명확한 정책 방향성과 역할 분담이다. 교육부·시도교육청·지역교육청 각 기관이 자신의 특성과 강점에 따라 역할을 분명히 분담하고, 그 역할에 맞춰 차별성 있는 연수과정이 기획 및 운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장에서 유사한 연수가 세 채널로 반복되는 문제는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정책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으면 각 기관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 혼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은 고스란히 교사들에게 돌아간다. 연수 방식의 변화도 이 맥락에서 짚어야 한다. 수업영상 나눔, 동료 수업 참관, 전문적학습공동체, 멘토링 등의 활동을 연수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지난 정부 시기에 발표된 바 있다(교육부, 2024). 그러나 이것이 정책 문서 속에 선언되었던 것처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책의 발표와 실질적 실행 사이의 간극은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 정책에서 반복되어 온 문제다. 뻔하게 들릴 수 있지만, (연수시간 충족을 위해) 들어야만 하는 연수가 아니라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구조, 교사들이 이미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전문성 개발 활동을 제도적으로 실제 인정하는 경험이 쌓이는 것, 이것이 역량 강화의 필수적인 환경 조성이다.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에서 교사들에게 시간적·심리적 여유를 제공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정책의 책무다. 그간의 역량 강화 노력을 통해 축적된 자산은 분명하다. AI·디지털 교육을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산을 소진하지 않고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의 면밀한 준비, 일관된 방향 제시, 기관 간 명확한 역할 분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말한 한계를 극복하고 정책과 현장이 함께하는 역량 강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비교사 역량 강화 _ AI·디지털 교육의 사각지대 지금까지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의 노력은 현장 교사를 향하고 있었다. 예비교사의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현장 교사 대상 연수보다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접근은 교원양성 단계에서 이 역량을 충분히 함양시켜 현장으로 보내는 것이다. AI·디지털 교육 역량이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은 지금, 이 문제를 더 이상 부차적 과제로 미룰 수 없다. 2023년 ‘디지털 교육’이 교직 이수 필수과목으로 새롭게 편성된 것은 제도적 첫걸음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체감되는 변화는 교직과목 한 개 추가가 전부이다. 그 과목을 어느 학과가 담당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뜨겁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과목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체계적 고민과 안내는 부족하다. 달리 말해 예비교사의 AI·디지털 교육 역량이 해당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자의 전문성에 좌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대와 사대 모두 이미 촘촘하게 구성된 교직 이수 교육과정 체계에 과목 하나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예비교사들의 AI·디지털 교육 역량이 충분히 함양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25년 11월 발표된 ‘AI for All: 모두를 위한 AI 인재양성방안’(교육부, 2025)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예비교원 대상 AI 관련 표준 교육과정 개발 및 기존 교과 개편·보완·신규 교과 개발을 명시하고 있으며, 2023년 교직과목에 편성된 ‘디지털 교육’을 AI 교육 중심으로 정비하고 이수를 의무화하도록 개편하는 방안, 교·사대 등 교원양성과정 교직과목에 AI 기본소양교육을 포함하는 방향도 추진 중이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해당 정책이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보면,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과 그 안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예비교사의 AI·디지털 교육 역량은 교직과목 한 개로 함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과 전문성을 함양하는 수업에서도, 교육방법론 수업에서도 AI·디지털은 유기적으로 녹아들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모든 교과에서 학생들의 디지털 기초 소양 함양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모든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AI 소양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는 교원양성 단계부터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원양성대학 교수자들의 노력과 변화도 요구된다. 교원양성대학 교수자들이 자신의 수업에 AI·디지털을 의미 있게 결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고, 모든 교수자가 당장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미래 교사를 육성하는 대학이라면, 미래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기준으로 자신의 교육과정을 점검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 추진 속에서 현장 교사 대상 연수는 넘쳐나지만, 교원을 양성하는 교수자에 대한 국가 수준의 지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정책 추진의 빈틈이다. 교원양성대학의 AI·디지털 교육 전문성 강화는 각 대학의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을 존중하되, 교원양성 기관의 교육과정을 통해 예비교사들이 함양해야 할 AI·디지털 교육 역량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 수준 안내와 방향성 제시가 뒤따라야 한다. AI·디지털 교육! ‘전환’에서 ‘일상’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디지털과 교육의 관계를 설명할 때 ‘전환’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그 표현 안에는 기존과 다른 무언가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2023년 이후 3년을 그 전환의 시간으로 보내며 우리는 기대와 실망, 경험과 한계를 함께 만들어왔다. 전환이 일정한 시간을 지나면 일상이 된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곳은 AI·디지털 교육이 특별한 노력의 대상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일상이다. 2026년은 그 일상을 향한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이다. 새롭게 정비된 역량체계, 예비교사 정책의 구체화, 연수체계의 재정비 등 여러 변화가 동시에 맞물려 있는 이 시기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앞으로의 방향을 상당 부분 결정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산을 발판 삼아 현장 교사와 예비교사 모두를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AI·디지털 교육 역량 함양 구조를 진지하게 설계해야 할 때다. AI 시대 교육 경쟁력은 결국 교사에게 달려 있다. 그만큼 2026년, 이 새로운 시작점을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
최근 사회는 AX·AI 인재 양성 등의 워딩을 바탕으로 불확실성의 미래에 내던져진 인류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다. 그렇다면 교육은 어떨까? 아마도 대다수는 ‘교육의 변화가 항상 느리다’는 말을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일반적으로 교육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변화하는 후행성을 지니기 때문에, 변화에 있어 시차가 존재함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느리게’ 변화한다는 이야기에는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 사회는 교육이 느리게 변화할 시간마저도 주고 있지 않으며, 교육계에서는 이미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AI 인재양성’과 관련된 근본적이고 비약적인 교육정책들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추상적인 이야기까지 굳이 가지 않아도 일반 교원들은 AI라는 강력한 인지 분산 또는 외주화 도구가 들어옴으로 인해 이미 다양한 고민거리를 토로하고 있다. “요즘 과제를 보면 AI가 해준 티가 나는 과제들이 많아요. 그런데 평가기준에 관련 내용을 적시하지 않았으니, 별도의 제재를 가할 수도 없어요. 그리고 학생들이 아니라고 우겨버리면 그만이에요.” “AI가 학생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AI에게 문제만 던져서 엔터키를 쳐버리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와 같이 최근 현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교수법과 평가의 딜레마가 오는 지점에 대해 고찰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AI로 인해 발생하는 교육 딜레마들의 유형은 다양해 보이지만, 결국 그 근원적 이유는 모두 AI가 강력한 인지 도구라는 점으로 귀결된다. AI는 글쓰기, 코드 작성하기, 그림 그리기, 음악 만들기 등 인류의 전유물이었던 지적 노동과 창작을 점점 대체해 가고 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학교는 스스로 지적 노동을 할 수 있는 인간을 양성하는 공간이다. 스스로 사유하고 창작할 힘을 키워야 할 곳에서 이를 대체해 가고 있는 도구를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자기모순적인 발언이 아닐까? 교육의 본질은 완벽하고 매끈한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물에 도달하기 위해 지식을 탐색하고, 논리를 구성하며, 때로는 실패를 겪는 인지적 고군분투 과정 자체에 있다. 하지만 치열한 사유의 과정이 생략된 채 AI가 즉각적으로 내놓은 결과물은 교사로 하여금 ‘내가 지금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결과물을 만들어 준 AI의 성능을 평가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회의감에 빠지게 만든다. 또한 우리는 ‘AI 도구가 정말 학습격차를 해소해 줄까?’, ‘오히려 학습격차가 AI 사용 능력으로 전이돼더 큰 격차를 만들지는 않을까?’ 등과 같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대화형 AI 도구를 활용해수업하는 교사들에게서 ‘학생과 AI 챗봇과의 대화 내용을 보면, 원래 문해력이 좋고 주도적인 학생은 사용하는 프롬프트 문장이 짜임새가 있고 구체적인데, 그렇지 않은 학생은 AI에게 묻는 질문 자체가 두루뭉술하다’는 후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기존에 존재하던 학습격차가 AI 사용 과정에서 더욱 잘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파로크니아(Farrokhnia) 외(2026)의 연구에서는 생성형 AI 기반의 피드백 품질이 학습자의 초기 글쓰기 성과물(AI를 사용하지 않은 본연의 실력) 품질에 의해 유의미한 차이가 났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즉, 좋은 글쓰기를 하는 학습자에게는 좋은 품질의 피드백이, 그렇지 않은 학습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품질의 피드백이 산출되었다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들은 AI 도구가 오히려 교육적 마태 효과(Matthew Effect), 즉 인지 능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소가 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시대, 사고를 지키기 위한 세 가지 전환 이상의 문제를 요약하자면 AI로 인한 ‘인지적 외주화 현상’, 그리고 ‘학습격차가 AI 사용 격차로 전이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치한다면, AI는 교실 속에서 학생의 지능을 확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사고의 퇴화를 부추기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AI 도입 자체를 막아버리기에는 이미 AI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하게 들어와 버렸고, 이는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오히려 분별력 있는 도구 사용의 기회를 앗아가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단순히 ‘AI를 수업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라는 기술적 차원의 고민을 넘어, ‘AI가 결합된 환경에서 예상되는 딜레마와 부작용을 줄여나가기 위해 인간의 사고 과정과 성장을 어떻게 설계하고 평가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교육학적 질문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수업과 평가에서 어떻게 AI를 교수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교수·학습을 설계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에 대해 우선 세 가지의 관점 전환을 제시하고자 한다. ● 첫째, 사고의 내재화 관점이다. 이제는 더 이상 ‘AI를 사용했더니 효과적이더라’가 아니라 ‘AI의 도움을 점진적으로 소거했더니 학습자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게 되더라’라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분산인지이론을 연구한 살로몬(Salomon, 1990)은 이를 ‘인지적 잔여물(Cognitive Residue)’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이는 학습자가 AI와 적극적인 인지적 상호작용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AI에 의해 그럴듯하게 나온 결과물을 진짜 성과로 착각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이 키워졌는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 둘째, AI 사용 과정의 투명성 관점이다. AI와 학습자 간 상호작용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평가를 설계하는 것이다. 교육부(2025)에서는 최근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 활용 관리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그 원칙 및 운영 기준 중 하나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학생이 자료 탐색 등을 위해 AI를 활용한 경우, 수행평가 결과물에 AI 활용 범위와 내용, 출처를 표기하도록 안내’ ‘사용한 AI 종류, 입력한 질문(프롬프트), 결과물에 반영한 방식 및 부분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필요시 제출 내용에 대한 구술 설명 요구’ 이상과 같은 지침은 평가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종 결과물에 기반한 평가가 여전히 주를 이루었던 현장에 ‘AI·디지털 기반 아카이빙 과정에 근거한 평가’를 주문한 셈이다. 학습 결과가 도출된 궤적을 투명하게 살펴봄으로써 교사는 AI에 대한 단순 의존과 인지 증강에 의한 협력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 셋째, 메타인지적 성찰의 관점이다. 학습자가 AI 산출물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도록 비판적·분석적 시각을 기르고 AI 활용 과정 전반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이 평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앞서 제기한 교육적 마태 효과의 원인 중 하나도 메타인지 역량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메타인지가 뒷받침되어야 도구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고 피드백을 주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를 설계하는 수업, 격차를 줄이는 평가 이상과 같은 관점 변환에 근거해서 시도해 봄직한 교수 혹은 평가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바람직한 어려움을 교수·학습전략에 도입하는 것이다. 비요크(Bjork, 1994)는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학습자에게 도전적이고 인지적 어려움을 주는 과업이 장기적으로는 학습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제시하였다. 더불어 바람직한 어려움의 구체적 유형을 제시하였는데, 그중 하나로 학습자에 대한 피드백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거나 점진적으로 감소시키는 전략이 있다. 구체적으로 학습자의 학습상황에 따라 AI에게 의도적으로 피드백을 소거시키는 프롬프트를 제공하는 방식이 있다. 혹은 수행평가 과제 속에 학습자의 산출물에 반대하는 AI 챗봇을 설계하여 설득시키는 활동을 수행하는 것 역시 맥락적 간섭 제공으로서의 바람직한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둘째, 시스템 프롬프트(System Prompt)의 교육적 설계이다. 학습자의 인지적 잔여물을 남기기 위해서는 프롬프트에 교육적 원리가 충분히 들어가야 하며 학습자의 메타인지와 고차원적 사고를 자극하는 훌륭한 비계(Scaffolding)로 작동해야 한다(Felsa et al., 2026). 예를 들어 논쟁적인 사회 문제나 글쓰기 수업에서 AI를 단순히 글을 대신 써주는 도구가 아니라, 나의 논리에 반론을 제기하는 지적 스파링 파트너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위에서 제시한 바람직한 어려움 전략이 잘 통하지 않는 학습자에게는 더욱 기초적인 영역의 비계를 제공할 수 있는 맞춤형 피드백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그 일례로 박병준과 이영주(2026)는 메릴(Merrill)의 교수 제1원리(First Principles of Instruction) 사이클, 사회과 교육에서 제시하는 논쟁 문제 학습, 그리고 형성적 피드백과 관련한 주요 이론가들의 원리를 융합하여 논쟁적 글쓰기를 촉진하는 챗봇 프롬프트를 개발하고 타당화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챗봇 프롬프트를 적용한 AI 챗봇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글쓰기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논쟁 주제를 바탕으로 글쓰기 교육을 수행한 결과, 학습자들은 주도적인 글쓰기를 수행할 수 있었고 스스로 사고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인지적 파트너로서 작용했다는 유의미한 응답을 남겼다. 셋째, 피드백 리터러시(Feedback Literacy) 교육의 병행이다. 아무리 시스템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짜고 과정 중심 평가를 도입하더라도, 학생이 AI 도구가 제공해 주는 피드백을 수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마태 효과를 막을 수 없다. 칼리스와 부드(Carless Boud, 2018)가 강조한 피드백 리터러시란 단순히 피드백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그 의미를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학습 결과를 개선해 내는 학습자의 주도적 역량이다. 아무리 생성형 AI가 정교한 피드백을 주더라도,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수정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면 결국 무의미한 복사-붙여넣기로 전락한다. 따라서 교사는 평가 과정에서 이 피드백 리터러시의 구성 요소들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도구 기반의 피드백이 곁들여진 서·논술형 글쓰기 과업에서 수정본 글만 제출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AI 기반 피드백을 학습자가 수용하는지에 대한 여부 및 개선 과정 전반이 드러나는 AI 피드백 수용 일지를 함께 제출하도록 수업을 설계할 수 있다. 학생은 수용 일지 작성 활동을 통해 AI의 반론이나 피드백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대신 성장을 위한 도구로 수용하고, AI의 피드백 중 어떤 점이 타당하며 어떤 부분에 오류가 있는지를 주도적으로 판단하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나아가 AI의 피드백 중 받아들일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명확히 설정, 자신의 원래 생각과 융합하여 어떻게 글을 수정했는지 그 구체적인 근거를 명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AI 기반 피드백을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소비하고 생산하는 메커니즘 전반을 평가의 핵심 요소로 삼을 때, 학생들은 비로소 AI에 의한 격차의 골짜기를 넘어 진정한 자기주도적 학습자로 거듭날 수 있다. 물론 이상의 대안들 역시 AI 기반 교수법과 평가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다 보니 구체적인 전략을 중심으로 다뤄졌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교사의 교실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이다. AI가 제공하는 피드백이 학습자의 수준에 맞지 않거나 학습동기가 결여되어 있는 학습자의 경우 등에 대해서도 기술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은 과도한 기술 결정론의 시각이다. AI가 교실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기술의 맹점과 사각지대를 짚어내고 학생을 읽어내는 인간 교사의 뾰족한 감식안은 여전히 대체 불가한 가치를 지닌다. 학교에서 AI를 다루는 것은 결코 자기모순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지적 노동의 결과를 즉각적으로 산출해 내는 이 시대야말로 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도구와 교감하며 치열하게 가치를 판단하는 인간 고유의 사유과정을 가장 깐깐하게 가르쳐야 할 때다. AI 도구가 만들어내는 매끄러움의 함정과 마태 효과의 늪 속에서,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인지적 잔여물을 남겨주고 투명한 성찰을 끌어내는 것은 오직 인간 교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다. 기계의 맹점을 짚어내고 도구의 편향과 격차를 교사의 세심한 학생 감식안과 평가설계로 보완하는 교육이 불확실성의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우리가 쥐여주어야 할 진짜 힘이다.
기대와 현실 사이 AI 디지털교과서(AIDT)가 2025년 3월, 영어·수학·정보교과에 도입되었다. 76종이 검정을 통과했고, 15만 명의 교원연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은 달랐다. 감사원 점검 결과, AIDT 자율 선정 학교에서 단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학생이 평균 60%, 평균 활용률은 8.1%에 그쳤다.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수업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교사가 기대하는 기능과 실제 서비스 사이에도 적지 않은 간극이 있었다. 인터랙션과 학생의 수준에 맞춘 개별화 역시 기대만큼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AI 기술이 교육에 맞지 않아서 생긴 문제일까. AI 기술 자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개별 학습자에 맞춘 진단과 피드백이 가능한 수준까지 와 있다. 다만 기술이 존재하는 것과 그 기술이 30명의 교실에서 수업도구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은 서비스 설계의 영역이다. 왜 서비스가 현장에 맞지 않았는가. AI 코스웨어 시장이 그동안 사교육의 입시 효율성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시장이 거기에 있었기에 대부분의 업체도 그 기준에 맞춰 서비스를 만들었다. 공교육 현장의 수업 맥락과 교수학적 설계에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된 것은 최근 3년이다.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 설계와 시장 구조의 문제라면 개선의 문은 열려 있다. 이미 시작된 변화 종이 숙제를 걷어 일일이 채점하고 생활기록부를 한명 한명 처음부터 작성하고,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개별 지도를 받는 학생도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학습진단이 자동화되었고, 채점이 자동화되었으며, 학생이 궁금한 것은 생성형 AI에게 바로 물어보는 시대가 되었다. 과학이나 사회교과의 시청각 자료도 비교할 수 없이 풍부해졌다. 이런 변화들은 거창한 이름 없이 조용히 교실에 스며들었다. 5년 전의 에듀테크와 지금의 에듀테크는 수준 자체가 다르다. 과거에는 문제집보다 못한 콘텐츠와 일방향 전달만 가능한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콘텐츠의 질과 개별화 수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모두 올라갔다. AI를 통한 양방향 인터랙션과 서술형 피드백까지 가능해졌다. 이 속도를 다시 5년 뒤로 연장해 보면 어떤 그림이 될까. ‘못 한다’의 유통기한 AI에 대해 반복되어 온 패턴이 있다. AI는 창의적인 건 못 한다고 했다. 그런데 글쓰기와 그림 분야에서 AI의 활용 범위는 예상보다 빠르게 넓어졌다. AI는 수학을 못 한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수능 만점에 이를 만큼 고난도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금은 정서적 인터랙션을 못 한다고 한다. 맞다. 현재는 어색하다. 그러나 영화 Her에서 주인공이 AI의 음성만으로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그 영화의 배경이 2025년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못 한다’의 유통기한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인터랙션의 한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술 변화의 속도 자체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낙관론자가 5년을 말하면 실제로 20년이 걸리는 세상이었다. 지금은 낙관론자의 5년이 2년 만에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산업 구조 또한 바뀌었다. 과거에는 에듀테크 회사마다 자체 콘텐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경쟁이었다면 지금은 구글과 OpenAI 같은 빅테크의 AI를 API1로 탑재하는 구조로 전환되었다. AI 엔진이 한 단계 진화하면 그 위에 올라간 모든 코스웨어의 품질이 동시에 올라간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현장 실증이 축적되면서, 교사들의 목소리와 학생들의 실제 사용 패턴에 대한 학습도 이루어졌다. 한때 사용하기 어렵던 AI 코스웨어에서 이제 말이 되는 서비스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국면이다. 오늘의 AI 코스웨어는 앞으로 나올 AI 코스웨어 중에서 가장 아쉬운 버전이다. 블룸의 40년 된 질문에 답할 시간 1984년 교육심리학자 벤자민 블룸(Bloom)은 1대 1 튜터링을 받은 학생이 일반 학급 수업을 받은 학생보다 성적 표준편차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50등이 2등이 될 수 있다는 결과였다. 그러나 블룸 자신도 인정했듯이, 모든 학생에게 개인 교사를 붙이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어떻게 1대 1 개별 지도의 효과를 30명의 교실에서 재현할 수 있을까?’ 40년간 이 질문에 대한 현실적 답은 없었다. 평균에 맞춘 교육에서 뒤처지는 학생은 계속 뒤처지고, 앞서가는 학생은 멈춰 선다. AI는 이 오래된 숙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춘 진단, 문제 제시, 피드백을 30명에게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AI의 큰 가능성 중 하나다. 그리고 이는 더 이상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데이터로도 확인되기 시작했다. 2025년 글로벌 메타분석(Meta-Analysis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Education, PRISMA 적용)에서도 AI의 교육 효과는 ‘매우 큰 수준’으로 확인되었으며, 특히 생성형 AI와 챗봇을 활용한 양방향 학습은 기존 단순 온라인학습보다 효과가 약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이 40년 전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교사의 일은 점점 줄어들게 될까? 기술이 발전하고 개별화 교육이 강조될수록, 교사의 일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더 복잡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종이를 인쇄해 나눠주고, 한 장 한 장 채점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상태를 수기로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지금은 이런 반복적 작업의 상당 부분을 기술이 가져갔다. 그 대신 교사는 학습 데이터를 보면서 개별 학생에게 필요한 피드백을 주고, 한 명 한 명 불러서 상담하고, 뒤처지는 학생에게 맞춤 과제를 설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었다. 업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무게중심이 달라진 것이다. 앞으로도 AI가 진단, 채점, 반복 설명 같은 영역을 더 가져갈수록 교사는 학생의 동기를 살피고, 관계를 맺고, 학습전략을 함께 세우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역할의 축소가 아니라 교육의 확장이다. 교사는 말로 설명하고, 그려주고, 학생의 표정을 읽고, 학생들을 관리하고, 사회성과 윤리의 기준을 세운다. 이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수행한다. 기술의 언어를 빌리면 ‘멀티모달 인터랙션’이다. 이것을 이 수준으로 해내는 직업은 거의 없다. 교사는 모든 직업 가운데에서도 AI로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직업이라고 본다. 그래도 사람이 필요한 이유 이상하리만큼, 기술이 발전할수록 교육에서 사람의 역할은 더 선명해진다. 아무리 정교한 AI 코스웨어가 있어도 태블릿 앞에 학생을 앉히고,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우게 할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학습 동기가 없는 아이에게 AI가 아무리 맞춤형 문제를 제시해도 의미가 없다. “오늘 이걸 해보자”라고 말해주는 사람, 포기하려는 순간에 “한 번만 더 해보자”라고 붙잡아주는 사람, 잘했을 때 눈을 보며 “잘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것은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AI는 도구다. 그 도구를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결국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다. AI 교육의 끝에 있는 것은 기술이 교사를 대체한 교실이 아니라 기술 덕분에 교사가 더 교사다운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교실이다. 10년 후의 교실을 상상해 본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수학 포기자가 없다. 교사는 채점과 행정이 아니라 학생과의 인간적 연결에 집중한다. 사고력과 서술형 중심의 학습이 자연스럽고,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1대 1 개별 지도 이상의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다. 물론 이렇게 장밋빛 미래만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향에 가까워지는 길에는 AI가 있다고 본다. 현재의 에듀테크 수준과 부작용으로 미래의 가능성까지 닫아서는 안 된다.
글쓰기와 개요 중요성 글쓰기는 생각을 나누기 위한 도구 이상으로 우리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다듬을 수 있게 하는 도구다. 정연한 글쓰기가 수반될 때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글을 쓰면서 업무를 처리하면 일한 흔적을 남길 수 있어 업무 과정과 결과를 축적하여 조직의 자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 조직의 리더는 생각할 줄 알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조직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며, 이를 위해 글쓰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글은 좋은 생각에서 시작된다. 좋은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글쓰기의 개요다. 개요를 잘 활용하면 전반적인 글의 구조를 염두에 두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배치할 수 있다. 서론의 첫 문장부터 시작하는 대신 쓰고 싶은 내용이나 쓸 수 있는 내용부터 먼저 작성하고 이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래프와 버킨스타인(Gerald Graff Cathy Birkenstein)이 추천한 개요 양식을 활용하면 좋은 아이디어와 내용을 체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그래프와 버킨스타인이 제시한 개요는 논리적 글을 처음 쓰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을 정도로 유용하고 구체적이다. 글의 구조는 대체로 기승전결의 구조와 서론-본론-결론의 구조가 일반적이다. 특히 논리적 글쓰기에는 서론-본론-결론의 구조가 매우 유용하다. 각 부분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각 부분을 쓸 때 유의해야 할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서론 - 탐구 주제의 중요성과 필요성 소개하기 - 주제와 관련된 특정 문제 소개하기 - 주제 관련 선행 주장과 내용을 요약하고 반응하기 - 반응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새로운 주장하기 ● 본론 - 새로운 주장을 지지하는 다양한 근거 제시하기 - 논리적·개념적 분석 - 사례·반례 제시 - 기존 주장의 근거를 새 주장으로 재해석하기 - 새 주장에 대하여 가능한 비판을 제시하고 반박하기 - 기존 주장에 비해 새 주장의 우수성과 차별성 강조하기 ● 결론 - 서론에서 제기된 문제를 환기시키기 -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새로운 주장과 근거를 요약하기 - 새 주장이 기여한 부분 강조하기 - 새 주장의 한계점 언급하기 [PART VIEW] 기획 고수의 3단계 사고 기획의 고수들은 어떻게 사고할까? 그들은 모든 현상이나 문제에 대해 3단계 사고 구조(현상 → 원인 → 대안)를 활용한다. 기획의 고수들은 문제에 대한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자 ‘왜(why)’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던져 본다. 이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게 되면 그 원인에 대하여 맞고 쉬우면서 명확한 대안도 도출할 수 있다. 3단계 사고방식이 아닌 ‘현상 → 대안’ 식의 2단계 사고를 하면 아이디어 수준의 막연한 대안이 도출될 수밖에 없다. 3단계 사고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러한 사고 방법을 이용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역사적 사례를 소개해 본다. 고려 4대 왕 광종이 왕위에 올랐을 때 고려는 창업 공신인 호족 세력이 지나치게 커져서 왕의 입장에서 나라를 일관된 방향으로 이끌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구나 모든 이익이 호족 세력에게 집중되다 보니 국가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도 힘들었다. 광종 역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 이유를 ‘호족 세력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왕의 권력보다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 근본 원인을 이렇게 판단하였다. ‘호족 세력이 많은 노비를 거느리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자제들이 중앙 정계의 대부분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을 기준으로 광종은 ‘호족의 노비 수를 줄이고, 호족 자제 이외의 유학을 배운 충성스러운 신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에 따라 광종이 낸 묘책이 바로 ‘노비안검법’과 ‘과거제’였다. 노비안검법은 삼국통일 과정에서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노비가 된 사람들을 일반 백성으로 만들어 주는 법이고, 과거제는 시험(능력)으로 관료를 선발하는 제도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노비안검법의 시행으로 노비가 줄고 일반 백성이 늘어 세수가 확보됨으로써 국가 재정은 강화되었고, 호족의 힘을 약화했으며, 과거제를 통해 다양한 계층의 인재들을 관료로 선발함으로써 국가정책을 보다 올바르게 이끌 수 있게 된 것이다. 기획의 실제 _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2026 서울교육 주요업무 중 ‘특수교육 대상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지원’방안을 분석해 본다. 본 계획안은 장애유형·특성에 적합한 교육과정 및 관련 서비스 제공으로 특수교육대상학생 역량을 개발하며, 통합교육 활성화를 위한 일반·특수교사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장애공감 문화를 확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본 시행방안은 특수교육 대상학생을 위한 정책안이나 프로그램 등을 기획할 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리된 자료에서 강조하는 핵심 개념, 단어, 내용 중 밑줄로 표기한 단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여 유사 주제와 관련한 기획안을 작성할 때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 보자. ● 특수교육 대상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지원 ■ 학생 맞춤형 교실 수업 성장 지원 - 개별 맞춤형 교육 실행을 위한 개별화교육계획 운영 내실화 지원 - 교실 수업 성장을 위한 교사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 전문성 강화 연수 운영 - 협력적 수업 성장을 위한 특수학교 수업 성장 네트워크 및 수업나눔교사단 운영 - 진로·직업 체험 교육활동 및 자격증 취득 기회 지원 - 맞춤형 진로 설계를 위한 대학생활체험 프로그램 및 진로·진학상담지원단 운영 ■ 협력적 통합교육 활성화 지원 - 개정된 통합교육 법령을 반영한 ‘제2차 통합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 일반·특수교사의 협력 기반 더공감교실* 선정·운영 및 협력교수 매뉴얼 개발·보급 * 더공감교실: 특수교사 추가 배치로 일반·특수교사가 협력하여 특수교육대상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의 배움이 활발해지도록 지원하는 서울형 통합교육 중점학교 - 교육지원청 연계 현장 맞춤형 통합교육지원단 운영 - 장애영유아 통합교육 지원을 위한 통합교육 거점기관 운영 - 일상 속 장애공감문화 확산을 위한 찾아가는 장애이해교실 및 학생주도 장애공감 프로젝트 활동 운영(초·중·고) - 서울긍정적행동지원(서울PBS) 전문가* 체제를 통한 학교차원 긍정적행동지원(SWPBS)** 운영 * 서울PBS 전문가: 행동중재전문관, 행동중재전문교사(일반·특수교사), 긍정적행동지원가(퇴직교원) ** 학교차원 긍정적행동지원(SWPBS): 긍정적행동지원의 적용을 개별 학생이 아닌 학교 전체로 확장하여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문제행동을 체계적으로 예방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지속·강화하는 학교 단위 긍정적 행동지원 운영 방식 - 개별학생 행동중재지원단(외부전문가 포함)을 통한 현장 밀착형 행동중재 지원 ■ 장애유형별 맞춤형 학생 지원 강화 - 지체장애 특수학교 의료기기 의존 중도장애학생 맞춤형 의료적 지원 - 지체장애 특수학교의 중도장애학생 특성에 맞춘 재활의학적 건강관리 지원 - 특수교육대상학생의 장애교정, 장애경감, 2차 장애예방을 위한 치료지원비 지원 - 학습 참여활동 강화를 위해 장애특성 및 장애정도에 적합한 학습보조기·보조공학기기 지원 - 특수학교(급) 맞춤형 프로그램·방과후학교·돌봄교실 운영 지원 - 지역기관 및 학교 밖 공공기관(키움센터 등) 연계형 방과후·돌봄 프로그램 확대 발굴 및 운영 ■ 특수교육 여건 개선 - 중증장애학생 담당 특수교사를 위한 통합교육 수업부담 경감 지원* * 중증장애학생 담당 특수교사 통합교육 수업부담 경감 지원: 통합학급 수업에 주 5시간 미만으로 참여하는 중증장애학생이 배치된 특수학급 담당 특수교사의 수업부담 경감을 위한 교육활동 강사비 지원(주 5시간) - 유치원 특수학급의 통합교육 운영 내실화를 위해 모든 특수학급 설치 유치원에 수업부담 경감을 위한 교육활동 강사비 지원(주 5시간) - 노후 교수·학습자료 교체 및 교실 환경개선을 위한 특수학급 이전 및 환경개선비 지원 - 신·증설 특수학급 교구 구입, 교실 환경 구축을 위한 예산 지원 - 각급학교 장애학생 교육활동 지원을 위한 특수교육실무사 단계적 확충 - 학생의 안정적인 교육활동 참여를 위한 시간제 보조인력 인건비 지원 ■ 특수교육지원센터 전문성 강화 -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운영으로 지역 중심의 맞춤형 특수교육 지원 강화 -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장애유형별 특성화 사업 확대 - 장애학생의 조기 발견, 교육지원을 위한 전문적 진단평가 실시 -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실무중심 맞춤형 연수 운영(연 4회) - 특수교육대상학생 진학수요조사를 기반으로 교육적 요구를 고려한 학생 선정·배치 ● 시사점 •물이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처럼 기획안의 문맥과 단어가 적정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면, 기획안을 보면서 호흡이 끊이지 않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음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기획안은 손으로 쓰는 것이지만, 좋은 기획안은 편안하게 눈으로 보면서 머리로 정리할 때 그 내용이 쉽게 이해됨을 느낄 수 있다. 평소에 알찬 기획안을 반복적으로 독해·분석하는 습관을 갖게 되면, 피카소의 말대로 모방과 훔침(copy steal)’ 통해 좋은 기획안을 벤치마킹하는 요령을 터득하게 된다. •알찬 기획안 작성의 노하우(know-how)나 비법(recipe)은 쉽게 터득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기획안을 분석할 때 기획안의 문제의식을 들여다보고, 기획안의 맥락을 이해하며, 기획안의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아웃라인(outline)해 보는 노력을 부단히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독수리의 눈과 같은 프레임의 시각으로 위에 제시된 기획안을 분석하고 핵심 개념 등을 자기 나름대로 재조정·수정하는 작업 등을 시도해 보자. •기획안은 결국 아이디어를 어떤 개념과 단어들로 연계시켜 글로 풀어 작성하는 과정의 결정체이다. 마치 강이나 바다의 모래사장에서 보석같이 소중한 어떤 것(special something)을 찾아내는 어린아이처럼, 기획안의 핵심 아이템을 스스로 탐색해 보자. 예시된 기획안의 밑줄로 표시된 단어들은 기획안을 구상·작성할 때 적극 활용 가능한 교육행정적 개념 내지 단어(실탄)들이다. 교육부나 교육청 등 교육 유관기관에서 작성한 기획안에 자주 대두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 좋은 기획안은 쓸모있는 실탄들을 무한정 장전해 두고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을 때 탄생하게 된다. •특수교육대상학생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특수교육생태계 구축 방안을 구상한다고 할 때, 정책 추진의 자생력·안정성 확보를 위한 지속가능한 연계 기반의 틀을 전체적으로 아웃라인(outline)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은 결국 수업과 맞물려 있기에, 기획안에서도 학생 맞춤형 교실 수업 성장 지원을 강조하고 협력적 통합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특수교육 여건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들어가며 각 시도교육청 교육전문직 정책논술 문제 중 2025년 서울시교육청 초등 교육전문직 전형 정책논술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2025년 서울시교육청 중등 교육전문직 정책논술 문제를 분석해 보며, 정책논술 작성의 실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문제도 ‘2027 하이패스 교육전문직 기출 문제집’에 실린 복기 문제를 바탕으로 출제 의도와 논술 전체 구조를 분석하여 예시 문장을 제시해 본다. 문제 및 제시 자료 ● 문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교육비전인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은 서울교육이 미래를 주도적으로 열어간다는 의미와 교육공동체 안팎의 협력에 바탕을 둔 교육을 실천해 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료를 참고하여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교육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학교자치 활성화 정책 방안을 논술하시오. ※ 유의 사항: 다음 내용을 포함하여 작성할 것 - 자료에서 시사하는 학교자치의 필요성 - 학교자치 실천 시 예상되는 어려움과 발전적 대안 ● 자료❶ _ 교육감 인터뷰 기 자: 교육감님, 학교자치와 학교 자율성 실현 과정에서 단위학교의 협력은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교육감: 교육자치와 학교자치를 위해서는 교육청-교육지원청-학교의 연결고리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협력이 가능한 학교자치 체제를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교육의 3주체라고 하는 교사·학생·학부모의 협력뿐만 아니라 학교와 학교 밖과의 협력도 필요합니다. 교육공동체를 품는 시민사회, 시민사회를 품는 교육공동체가 협력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_ 서울교육 통권 제258호(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2025) 일부 발췌 ● 자료❷ _ ○○학교 운영 사례 - 방침: ‘형식에서 실질로 학교자치 세우기’를 목표로 설정하여 운영 - 구성: 학생 대표 4명, 교직원 대표 4명, 학부모 대표 4명(학부모회 2인, 학운위 2인) - 방식: 분기별 모임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시 임시 회의 개최 - 운영 내용[PART VIEW] ● 자료❸ _ 신문 칼럼 학교는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로써 학교는 단순히 교육을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의 중심이자 학생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학교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업이 필수적이다. 출처 _ △△신문(2025. 5. 7.) 일부 발췌 ● 채점기준 - 논리성 및 체계성: 4점 - 적합성 및 창의성: 23점 - 표현 능력 및 맞춤법: 3점 출제 의도 다음 논술 문제의 출제 의도를 채점 기준과 문항 구조에 맞춰 체계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 출제 의도 이 문항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교육비전인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을 기반으로, 단순한 개념 이해를 넘어 학교자치의 정책적 설계 역량과 실행 가능성을 평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즉 ‘학교자치 = 협력교육을 실현하는 핵심 기제’로 보고 이를 현장 적용 가능한 정책 수준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이다. ● 세부 출제 의도 분석 1) 적합성·창의성(23점) → 핵심 평가 요소 가) 학교자치 필요성에 대한 ‘자료 기반 해석 능력’을 평가한다. - 자료❶ _ 협력의 확장(교육청-학교-지역사회 연결) - 자료❷ _ 실질적 학교자치 운영 구조(형식 → 실질 전환) - 자료❸ _ 지역 연계 교육 필요성 ※ 단순 요약이 아니라 ‘협력교육 실현을 위한 학교자치의 필연성’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 기대 답안 방향: 교육 3주체 협력 → 지역사회 확장 → 교육 생태계 구축 나) ‘문제 인식 + 정책 설계 능력’ 평가 - 문항에서 ‘학교자치 실천 시 예상되는 어려움과 발전적 대안’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학교자치를 이상적으로만 서술하는 답안은 탈락이며 반드시 다음 구조를 요구한다. - 요구하는 역량은 현장 문제 도출 능력, 정책적 해결 방안 설계 능력, 실행 가능성 고려이다. - 예상 문제 요소는 형식적 참여, 교사 업무 과중, 의사결정 갈등, 학생·학부모 참여 역량 부족이며,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문제 → 원인 → 정책 대안’ 구조이다. 다) ‘교육전문직 관점’의 정책 기획력 평가 - 이 문항은 교사 수준이 아니라 교육청/장학사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하여야 하는 것으로 시스템 설계 능력, 지원 체제 구축 능력, 단계별 추진 전략을 평가한다. - 기대 내용 도입-확산-내실화 단계이며, 지원체제는 연수·매뉴얼·협의체 등과 지역 연계 플랫폼 구축이다. 2) 논리성·체계성(4점) 정책 논술 기본 구조 준수 여부를 평가하며 다음 구조를 포함하여야 한다. 가) 서론 _ 협력교육 + 학교자치 연결 나) 본론❶ _ 학교자치 필요성(자료 기반) 다) 본론❷ _ 문제점 분석 라) 본론❸ _ 정책 방안 마) 결론 _ 비전 실현 메시지, 특히 ‘자료 → 해석 → 정책’ 흐름 유지 여부가 핵심 3) 표현 능력 및 맞춤법(3점) 교육전문직으로서의 공문서 작성 역량을 평가하며, 정책 용어 사용 정확성, 문장 간 논리 연결, 맞춤법 및 문장력을 평가한다. ● 문항의 숨은 핵심 포인트 •‘협력교육은 학교자치’로 연결해야 하며, 단순히 학교자치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연결해야 하며, 협력교육 → 학교자치 → 교육생태계의 구조로 표현해야 한다. •‘학교 내부와 외부 협력’을 모두 포함하고, 내부는 학생·교사·학부모, 외부는 지역사회·시민사회를 의미하여 ‘확장된 교육공동체’의 키워드로 표현한다. •‘형식의 실질 전환’ 강조하며, 자료❷의 핵심인 보여주기식 자치 비판,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를 강조한다 •‘지역 연계 교육과정’과 자료❸의 핵심인 학교자치를 교육과정과 연결하는 능력 평가를 포함하여야 한다. ● 출제 의도 핵심 이 문제는 ‘협력교육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학교자치 정책을 자료 기반으로 분석하고, 문제를 진단하며,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설계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제’이다. ● 채점자 관점 핵심 체크리스트 •자료 해석이 단순 요약이 아닌가? •학교자치 필요성이 ‘협력교육’과 연결되는가? •문제 → 원인 → 대안 구조가 있는가? •교육전문직 수준의 정책인가? •지역 연계까지 확장되었는가? ● 핵심 키워드 •필수 개념 키워드 _ 협력교육, 학교자치, 교육공동체, 지역 연계, 교육 거버넌스, 실질적 참여 •정책 키워드 _ 자치 역량 강화, 협력 플랫폼, 의사결정 구조, 단계형 장학, 정책 지원 체제 •교육과정 연결 키워드 _ 2022 개정 교육과정, 학생 주도성, 맞춤형 교육, 삶과 연계 논술 전체 구조 논술 전체 구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서론(기–승–전–결 구조) → 핵심은 ‘협력교육 = 학교자치’ 실현 기제 •기: 협력교육의 시대적 필요성 •승: 서울교육 비전 제시 •전: 학교자치의 한계 문제 제기 •결: 논술 전개 예고 ● 본론❶ _ 학교자치의 필요성(자료 기반 분석) •협력 주체 확장 필요성(자료❶) - 교육청-학교-지역사회 연결 - 교육 3주체 + 시민사회 •형식 → 실질 자치 전환 필요성(자료❷) - 단순 회의 → 의사결정 참여 구조 •지역 연계 교육 필요성(자료❸) - 지역 기반 교육과정 - 학교 = 지역 성장 거점 ● 본론❷ _ 학교자치의 어려움(문제 분석) → 반드시 ‘문제 + 원인’ 구조 •형식적 참여 → 권한 부족 •교사 업무 과중 → 지원 부족 •갈등 증가 → 의사결정 구조 미흡 •학생·학부모 역량 부족 → 참여 한계 ● 본론❸ _ 발전적 정책 방안(핵심) → 교육전문직 관점 + 단계형 정책 •자치 구조 혁신 - 학교자치회 법적·실질 권한 강화 - 의사결정 참여 확대 •협력 플랫폼 구축 - 지역 연계 교육 거버넌스 - 학교-마을-기관 네트워크 •역량 강화 지원 - 교원 연수 - 학생·학부모 참여 교육 •단계별 장학 전략 - 도입-확산-내실화 •기: 핵심 메시지 ● 결론(기–승–전–결 4문장) •승: 의미 확장 •전: 실천 의지 •결: 미래 방향 예시 문장 위의 분석을 바탕으로 부분별 예시 문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서론 예시 오늘날 교육은 단일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으며, 교육공동체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은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형식적 참여에 머무르는 학교자치로 인해 협력교육이 실질적으로 구현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본 논술에서는 학교자치의 필요성을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실천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 본론❶ 예시 학교자치는 협력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제로서 다음과 같은 필요성을 지닌다. 첫째, 교육 주체 간 협력의 확장이 요구된다. 자료❶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교육청-학교-지역사회 간의 연결 구조를 재구성하여 교사·학생·학부모뿐 아니라 시민사회까지 포함하는 협력적 교육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형식적 참여를 넘어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료❷의 사례는 학교자치가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교육활동 계획과 평가에 참여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함을 시사한다. 셋째,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 자료❸은 학교가 지역사회와 협력할 때 학생과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학교자치의 외연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다. ● 본론❷ 예시 그러나 학교자치의 실천 과정에서는 여러 어려움이 발생한다. 첫째, 형식적 참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학교자치 기구의 권한이 제한적이고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둘째, 교사의 업무 부담이 증가한다. 자치 운영과 회의, 협의 과정이 추가되면서 교사의 교육활동 집중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주체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를 조정할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넷째,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역량이 부족하다. 이는 학교자치의 질적 수준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본론❸ 예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자치의 실질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자치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교육활동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지역 연계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 기관을 연결하는 교육 거버넌스를 형성하여 협력교육을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셋째, 교육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교원 연수, 학생 자치교육, 학부모 참여 교육을 통해 자치 역량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넷째, 단계별 장학 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도입 단계에서는 이해 확산, 확산 단계에서는 우수 사례 공유, 내실화 단계에서는 지속적 컨설팅을 통해 학교자치의 질을 높여야 한다. ● 결론 예시 학교자치는 협력교육을 실현하는 핵심 기반이다. 이는 교육주체 간의 실질적 협력을 통해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교육전문직은 학교 현장의 자율성과 협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설계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서울교육은 미래를 주도하는 협력교육의 모범적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종 핵심 전략 이상 살펴본 것을 최종 정리하면 다음 3가지를 기억하면 만점 구조 완성할 수 있다. 협력교육을 학교자치와 연결하고, 문제 → 원인 → 정책 대안 구조로 작성하며 ‘교육전문직 관점에 단계형 장학’을 반드시 포함한다.
역사교육의 대전환 _ 암기에서 ‘디지털 재구성’으로 전통적인 역사수업은 흔히 ‘과거의 사실을 누가 더 많이, 정확히 암기하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사교육의 본질은 박제된 연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현재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고 성찰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쥔 ‘알파 세대’ 학생들에게 역사는 더 이상 교과서 속 평면적인 텍스트로만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인천상륙작전은 6·25 전쟁의 전세를 반전시킨 결정적 사건이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의 기원을 상징하는 역사적 이정표입니다. 본 프로젝트는 이 거대한 역사를 학생들이 직접 탐색하고, 생성형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 등 첨단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다각도로 재구성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학생들이 단순한 학습자를 넘어 지식의 ‘전달자’이자 역사 콘텐츠의 ‘생산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대 효과 _ 통합적 사고와 디지털 역량의 결합 본 프로젝트는 지식의 습득을 넘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함양하는 데 목적을 두었습니다. ● 통합적 사고력의 확장 실감형 VR 체험과 팀별 밀착 조사 활동을 통해 역사적 사건의 전개 과정을 입체적으로 탐색합니다. 학생들은 단편적인 사실을 넘어 사건의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거시적인 안목을 갖추게 됩니다. ● 디지털 전달 능력 함양 카드뉴스 제작부터 영상 편집, AI 챗봇 구현, 메타버스 공간 설계까지 학생들은 스스로 습득한 지식을 가장 효과적인 디지털 매체에 담아 표현하는 능력을 기릅니다. ● 협력적 태도와 민주적 소통 팀 내 역할 분담과 ‘전문가 집단(Jigsaw)’ 협동활동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통합합니다.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민주시민 교육의 장이 됩니다. ● 비판적 성찰과 가치 내면화 결과물을 공유하며 역사적 사실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합니다. 나아가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우리 사회의 ‘보훈’ 가치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PART VIEW] 교육과정의 유기적 재구성 _ 융합으로 넓히는 역사의 지평 본 수업은 단순히 역사시간에만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과의 성취기준을 정교하게 엮어 융합 교육과정으로 기획했습니다. ● 사회 및 국어 6·25 전쟁의 과정과 인천상륙작전의 사회적 영향을 파악합니다. 정보를 선별하여 핵심 내용을 구성하고, 복합양식 매체 자료를 제작하여 공유하는 ‘매체 문해력’을 동시에 기릅니다. ● 수학 및 실과 작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여 다양한 그래프로 나타내고 해석하는 활동을 통해 수학적 추론 능력을 키웁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저작 도구를 사용하여 사이버 공간에 공유하며 실질적인 기기 활용 능력을 습득합니다. ● 인공지능 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토론하고 실천하며, 생성형 AI를 활용한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직접 수행합니다. 수업 전 활동(Flipped Learning) _ 디지털 기초 소양과 배경지식의 확립 본격적인 탐구에 앞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제작과 토론에 몰입할 수 있도록 5일간의 아침 활동 시간(매일 30분)을 활용해 탄탄한 사전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 인공지능 윤리 정립 AI를 도구로 사용하기 전, 발생할 수 있는 정보의 부정확성, 저작권, 개인정보 침해, 편향성 문제를 깊이 있게 학습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급만의 ‘AI 사용 수칙’을 정립했습니다. - 개인정보는 절대 입력하지 않기 - AI가 도출한 결과는 반드시 교과서나 도서 등 다른 자료와 교차 검토하기 - AI가 만든 문장은 그대로 쓰지 않고 반드시 ‘나의 언어’로 다시 쓰기 ● 실감형 VR 체험 및 역사 심층 독서 - 실감형 콘텐츠 _ 에듀넷 VR을 통해 이중섭의 작품 속에 투영된 6·25 전쟁의 아픔을 시각적으로 체험하며 평화의 중요성을 체감했습니다. - 배경지식 확충 _ 인천이야기 전집과 쉽게 읽는 만화 인천사 등을 활용한 독서 활동과 퀴즈를 통해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배경지식을 탄탄히 다졌습니다. ● 디지털 제작 도구 사전 실습 - 메타버스 플랫폼(ZEP)의 기본 사용법을 익히고, 가상 공간에 역사 전시관을 어떻게 구축할지 미리 청사진을 그렸습니다. - 배움노트를 활용해 저작권 유의사항을 정리하며, 단순한 사용자가 아닌 책임감 있는 ‘창작자’로서의 태도를 갖췄습니다. 활동❶ _ AI 기반 주제별 심층 탐구와 전문가 상호작용 본격적인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주도적 탐구 과정을 거칩니다. ● 크루별 주제 조사 및 생성형 AI 활용 학생들은 무작위 미션 카드를 통해 작전 배경, 실행 계획, 국제 협력, 지형적 의미 등 6개 주제 중 하나를 배정받았습니다.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_ 생성형 AI(뤼튼 등)를 활용하되,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도출할 수 있도록 정교한 명령어(프롬프트)를 설계하여 입력했습니다. - 개별 학습 카드 작성 _ 조사한 핵심 정보를 요약하고 이젤 패드에 시각화하여 정보의 구조화를 꾀했습니다. ● 전문가 집단(Jigsaw) 토의·토론 학급 전체가 정보를 유기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호스트’와 ‘게스트’ 역할을 나누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했습니다. - 호스트(Host)의 역할 _ 각 팀의 전문가로서 ‘1일 선생님’이 되어 다른 팀원들에게 자신의 주제를 설명하고 토론을 주도했습니다. - 게스트(Guest)의 역할 _ 여러 팀의 호스트를 방문하며 설명을 경청하고, 개별 학습 카드의 빈칸을 채워 작전의 전체 맥락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활동❷ _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다각적 역사 콘텐츠 제작 ● 인공지능 챗봇의 설계와 구현(Mizou) 학생들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지능형 도구를 구축합니다. - 페르소나 및 인터페이스 설정 _ 챗봇에 역사적 인물이나 가이드의 역할을 부여하고, 친근한 이름과 사진, 환영 메시지를 설정하여 사용자 경험을 설계합니다.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_ 인공지능이 지켜야 할 규칙과 학습할 역사적 사실을 ‘AI Instructions’에 정교하게 입력합니다. - 교차 검증 및 최적화 _ 제작한 챗봇과 직접 대화하며 잘못된 대답(할루시네이션)이 없는지 확인하고, 공유하기 전 알고리즘을 최종적으로 수정합니다. ● 메타버스 전시관 및 디지털 아카이브(ZEP, Padlet) 가상 공간 속에 인천상륙작전의 현장을 재현하고, 다른 크루들의 결과물을 통합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합니다. - 공간 테마 선정 및 배치 _ 주제별로 최적화된 가상 공간을 선택하고, 역사적 사실을 담은 오브젝트를 배치하여 시각적 몰입감을 높입니다. - 체험 요소 설계 _ 단순 전시를 넘어 ‘방 탈출’ 게임 형식을 가미하여, 사용자가 역사적 퀴즈를 풀어야 다음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 포털 연결 _ 카드뉴스팀·영상팀·디지털팀의 각 방을 포털 기능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하나의 거대한 온라인 역사관을 완성합니다. ● 복합양식 매체를 활용한 시각화 및 스토리텔링(Canva, Tooning, CapCut) 학생들이 가장 친숙하게 다루는 시각 매체를 통해 작전의 흐름을 긴박하게 전달합니다. - 카드뉴스 및 웹툰 제작 _ 캔바(Canva)와 투닝(Tooning)을 활용하여 1950년 전쟁의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의 타임라인을 새벽-낮-밤 시간대별로 시각화합니다. - 영상 브리핑 제작 _ 캡컷(CapCut)을 이용해 애니메이션과 발표 영상을 편집하며, 자막과 배경음악을 통해 메시지의 명확성을 높인 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합니다. ● 데이터 맵핑 및 통합 아카이빙(Padlet, Google Sites) 역사적 정보를 시간(연표)과 공간(지도)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 디지털 연표 및 지도 _ 패들렛(Padlet)을 활용해 6·25 전쟁 이전-중-이후의 흐름을 연표로 정리하고, 한반도 지형에 따른 작전 지점과 주요 사건을 핀으로 표시한 디지털 지도를 제작합니다. - 통합 누리집 구축 _ 모든 크루의 산출물(카드뉴스, 영상, 챗봇 링크 등)을 한데 모아 소개할 수 있도록 구글 사이트 도구로 지속 가능한 학습 아카이브를 마련합니다. 수업 후 활동 _ 배움의 확장과 사회적 실천 학습의 결과는 교실 벽을 넘어 지역사회와 공유되었습니다. ● 실시간 화상 수업(Zoom)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산출물을 교재로 삼아 저학년 동생들에게 역사적 가치를 가르쳐주는 ‘온라인 1일 선생님’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 전시 및 소통 학급 복도에 제작물을 전시하고 유튜브 댓글을 통해 전교생 및 학부모와 역사적 성찰을 공유했습니다. ● 체험학습 연계 희망자를 대상으로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현장 체험학습을 실시해 디지털로 배운 내용을 현실에서 확인하며 프로젝트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성과 분석 및 교육적 제언 이번 프로젝트는 AI와 디지털 도구가 역사교육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제적인 모델입니다. 학생들은 단순한 암기에서 벗어나 정보를 선별하고, AI와 대화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주체적인 학습자로 거듭났습니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된 학생들의 주요 성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통합적 사고력 _ 실감형 VR과 탐구활동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단편적 사실이 아닌 입체적 맥락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디지털 창의성 _ AI 챗봇과 메타버스 등 첨단 도구로 지식을 재구성하며 지식 활용 능력을 극대화했습니다. - 책임감 있는 전달자 _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전하는 경험을 통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책임감과 성찰 능력을 함양했습니다. - 보훈 가치 내면화 _ 평화의 가치를 느끼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호국영령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체득했습니다. 결론 _ 미래 교육을 향한 도약, 지식의 수용자에서 평화의 설계자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역사수업을 넘어, 첨단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성찰과 사회적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여정이었습니다. 교실은 이제 지식을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장소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생성형 AI를 통해 데이터를 선별하며, 메타버스와 챗봇으로 자신만의 역사적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과정은 지식을 재구성하고 가치를 생산하는 ‘살아있는 탐구의 장’이 되어야 함을 증명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VR 체험으로 역사의 긴박함을 느끼고, 전문가 토의를 거쳐 배운 내용을 저학년 동생들에게 전하는 ‘전달자’ 역할을 수행한 것은 본 수업의 가장 큰 결실입니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순 암기를 넘어 역사적 사실에 대한 깊은 책임감과 비판적 성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문집 도구(하이러닝 클래스보드, 패들렛) 30년 가까이 국어공책 대신 학생 개인 문집을 만들어 수업하고 있는데, 코로나 시기부터 온라인 문집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2025년까지는 구글 클래스룸에 국어 전용 교실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자기 반 온라인 문집 링크(패들렛)를 통해 들어가는 방법을 사용했다. 교실 태블릿을 가져다 본인 반 문집으로 들어가 글쓰기 활동을 하는 게 학생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었다.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하이러닝에 있는 클래스보드를 활용해 반별 온라인 문집 보드를 운영하고 있다. 클래스보드는 패들렛과 거의 같은 구조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 문집은 교과 단원별 적용 활동을 할 때 주로 사용한다. 활동 방법은 종이 문집과 거의 비슷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만 가능한 확장된 표현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교사로서 글쓰기 교육에 집중하면서 갖게 된 바람은 학생들이 단순히 과제 수행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의무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글과 말로 표현하고 이를 깊이 내면화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온라인 문집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부분이 이러한 내면화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본다. 온라인 문집의 다양성을 도와주는 도구 ● 그리기 앱을 활용한 삽화 그리기 국어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자신이 쓴 글에 직접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글과 더불어 그림은 자기 생각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매우 좋은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박하지만 자신의 글쓰기 의도나 생각을 직접 표현한 그림을 통해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삽화를 완성하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글로 전달하기에 애매한 생각을 직접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학생들도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시간이 아니기에 멋진 그림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실에 비치된 태블릿의 기종에 따라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노트나 그리기 앱들이 있고, 따로 설치해야만 하는 앱들이 있으나 사용 방법은 비슷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쉽게 적응하는 편이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 학생들은 태블릿 전용 펜으로 그리기 앱에 그림을 그려 이미지 파일로 저장해 본인이 쓴 문집 글에 추가하면 된다. [PART VIEW] 이때 글의 종류에 따라 검색을 허용하기도 하고, 금지하기도 한다.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쓴 이야기나 시·수필 등의 삽화는 검색하지 않도록 안내한다. 조금 힘들어도 어디까지나 본인의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생각과 의도를 조금 더 순수하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설명하는 글이나 주장하는 글, 자료 조사 계획서 등에는 검색을 통해 참고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검색 엔진은 글쓰기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많은 학생이 이미지 파일이나 PDF 파일의 차이와 다운로드나 업로드 방법 등에 대해 알고 있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기 때문에 중학교 1학년의 경우 이런 온라인 문집 활동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과제 수행에 대해서도 익힐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학생 대부분이 학기 말에는 다양한 과제 수행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 애니메이션 제작 앱을 활용한 동영상 만들기 글을 읽으면 간접 체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쓰면 그 체험은 더 직접적으로 인식된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 학생들을 모둠으로 나눠서 가상의 ‘무인도 체험기’와 ‘고전소설 속 탐험기’ 등의 협동 글쓰기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둠과 함께 체험했던 그때의 글쓰기 속 생활을 꽤 오래 기억하면서 추억하기도 한다. 시험에 대한 부담감 없이 친구들과 무인도에서 놀던 한때와 고전소설 속 영웅을 구하기 위해 함께 위험을 무릅썼던 때의 무용담을 자랑하기도 한다. 거의 어린 시절 직접 겪었던 일, 즉 경험을 나누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글쓰기 활동을 통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체험의 폭도 넓힐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은 활동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이 창조한 소설 속 인물이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인다면 어떨까? 또는 내가 읽은 소설 속 주인공을 내가 살아 움직이게 한다면 어떨까?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 활동이 애니메이션 앱을 활용한 동영상 제작이다. 활동 이름을 붙이자면 ‘움직이는 삽화 그리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앱이 있지만 중간에 광고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수업시간에 간단하게 활용하기에 적합한 것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영상 제작을 하느라 수업에 부담이 안 가도록, 즉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간단하게 활동하고 짧은 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티드 드로잉스(Animated Drawings)’가 위의 조건에 맞는 적절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계속 사용하고 있다. 검색을 통해 쉽게 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고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다. 참고로 한글로 번역할 경우 가끔 오류가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영문 화면으로 그냥 진행하는 게 좋다. 어린이들도 쓸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영문 상태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제작 과정도 매우 간단한데, 다음과 같다. ① 그리기 앱에 그리고 싶은 인물의 모습을 팔다리 벌린 상태로 그려 저장한다. ② Animated Drawings에서 파일을 불러와 절차에 따라 영역, 관절 위치 등을 정한다. ③ 다양한 동작 중에 적절한 것을 골라 영상으로 저장한다. 본인의 온라인 문집에 영상을 첨가하는 방법은 삽화를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이루어지는 활동이기 때문에 그림이나 영상의 완성도에 중점을 두지는 않는다. 소설 속 인물에 대한 학생들의 해석에 Animated Drawing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입체적 비평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다. 학생의 제작 의도를 간단한 글로 표현하게 할 때 완성도가 더 올라간다. 글과 그림은 생각의 가장 직접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삽화 제작하기 누구나 자신의 작품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듣거나 꼼꼼하게 분석·정리된 내용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학생들도 자신들이 창작한 소설에 대한 인공지능의 수준 높은 평가와 정리를 읽으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기 때문이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본인의 소설을 인공지능 창에 복사해 붙여 넣고 인물·사건·배경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다.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해당 소설에 대한 인물 모습을 그려달라고 한다. 학생들은 주로 귀여운 형태의 모습을 원한다. 다만 인공지능 종류에 따라 만 14세 미만의 학생들은 로그인을 위해 부모님의 인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물론 글로 된 자료 검색이나 대화에는 바로 사용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미지의 생성에는 대부분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로그인을 요구한다. 구글 클래스룸이 아닌 하이러닝을 많이 사용하면서 만 14세 미만 신입생의 경우 구글 주소가 없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그럴 경우에는 가정에서 메일 주소를 생성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런 면이 불편하지만, 인공지능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도구인 것은 확실하다. 여기서도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적절한 활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칫 모든 단원에서 인공지능만 사용하면 디지털 수업을 잘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데, 학습의 기본은 분명히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성을 발휘해서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학생이 주도적으로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진지하게 잘 이루어질 경우, 인공지능도 학생이 그린 그림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모습을 그려준다. 학생들은 자신의 의도가 잘 반영된 그림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온라인 문집 활용 노하우 ● 실명 사용의 당당함(나 뽐내기) 누구나 자신을 뽐내고 싶어 하는 다양한 SNS 시대지만, 한편으로는 익명성의 평화를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도 존재한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마스크를 쓰면서 생활한 몇 년 동안 어린 학생들은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조차 힘들어할 때가 많았다. 간신히 등교 수업이 가능해진 이후의 학생들도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는 매우 소극적이었고, 자꾸 마스크 뒤에 숨으려고만 했다. 처음부터 자신을 당당히 밝히라고 강요하기가 힘들어 학생들의 마음 상태를 가면으로 표현해 써보도록 권유했다. 가면 안쪽에 간단하게 제작 의도를 쓴 후,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발표하게 했다. 조금씩 마음을 열고 수줍게 발표하다가 이왕 만든 김에 모둠별로 기념 촬영을 하자고 할 때는 즐거워하기까지 했다. 이젠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재미있는 학기 말 수업이 되었다. 온라인 문집은 기본적으로 반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반 학생들끼리는 서로의 글을 읽을 수 있다. 학생들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과 창작의 자유로움을 보장해 주기 위한 방법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글의 종류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다. 온라인 문집에 주장하는 글이나 설명하는 글을 쓸 때는 학번과 이름을 밝히고 글을 쓰게 한다. 요약하는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모둠별로 팀을 짜서 토론할 때와 토의 내용을 정리할 때도 실명을 밝히도록 한다. ● 익명의 자유로움(닉네임이라는 마음가면 활용) 학생들의 창작 시나 소설 등의 글은 닉네임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7명 정도씩 묶인 섹션이지만, 닉네임 사용은 학생들의 창의성에 자유로운 날개를 달아줄 때가 많다. 말하자면 닉네임은 또 다른 형태의 마음가면인 셈이다. 이야기 창작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TRPG(Tabletop Role Play Game) 활용 소설 창작은 닉네임이 돋보일 수 있는 매우 적절한 활동이다. 우연히 뽑은 카드들을 연결해 이야기를 창작해야 하는 부담을 닉네임이라는 마음가면이 줄여주고 있다고 본다. 또 완성된 소설에 대한 학급 친구들의 긍정 댓글도 닉네임으로 달도록 하고 있다. 소설 창작이 친구들의 칭찬과 익명의 자유로움을 통한 창의적 글쓰기의 즐거움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물론 학생들의 활동 관찰을 위해 교사는 어떤 작품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야 한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밝히지 않겠다고 학생들과 약속한 후에 명렬표 학번 옆에 닉네임을 따로 적어 놓는다. 어떻게 보면 번거로울 수 있는 방식이지만 실제 활동에서는 생각보다 매우 순조롭다. 글을 마치며 꼼꼼한 준비와 연구로 편하고 즐거운 수업을 하고 싶다. 물론 아직도 많이 힘들고 즐겁지 않은 수업을 할 때가 있지만, 문득문득 즐겁다는 생각이 드는 수업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때가 있다. 교사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언제 그런 경험을 했는지 잘 생각해 보면 수업 연구를 꼼꼼히 했을 때, 하고 싶은 활동을 했을 때, 상상하던 부분을 현실화시켰을 때라고 할 수 있다. 다 비슷한 개념이긴 하다. 또한 내가 하는 수업활동이 교육적 가치와 의의를 지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다. 이벤트나 시간 때우기의 일회성 활동이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거의 30년 가까이 국어 문집을 해온 부분은 나의 교사 생활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젠 온라인 문집으로 확장된 다양한 표현 활동이 교육적인 가치와 의의 위에서 지금처럼 계속 즐겁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보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학교문화 3년 전, 경북 경산시 경산고등학교에 처음 부임하며 마주한 풍경은 대입이라는 목표 아래 쉼 없이 달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 10시 30분까지 학교에 머무는 학생들에게, 정작 학교는 삶의 여백을 채워줄 ‘보고 이야기할 만한 콘텐츠’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도서관을 통해 우리 학생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우선 도서관 자료를 전면 정비하고 RFID 시스템(자가대출반납시스템)을 구축하여 누구나 편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학기 초에는 폐기 도서를 활용한 나눔 행사를 열었고,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대학 전공 서적까지 상호대차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일요일 저녁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가정 연계 행복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건전한 주말 여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문계 고교라는 입시 위주의 환경 속에서도 결실을 보았습니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독서행사가 자리를 잡으며 도서관은 학교문화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도서관으로 달려오는 학생들의 진지한 발걸음이 참으로 기특하였습니다. 작가가 아닌 역자를 초청한 이유 도서관 프로그램 중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은 것은 고전작품 역자(譯者)와의 만남 행사인 ‘인문·자연과학 고전 뽀개기’였습니다. 처음 이 행사를 기획한 목적은 장르물이나 흥미를 자극하는 일본문학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고전이 선사하는 ‘인간다움의 가치’와 ‘사유의 깊이’를 선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인문계 고등학생들에게 대학 입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독서이력(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을 만들어줌으로써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했습니다. [PART VIEW] 고민을 거듭하던 중 출판사에서 보내준 팸플릿과 독서 간행물을 통해 인문고전에 대한 귀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필자의 전공인 고전문학과 경산과학고 사서교사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자연과학 고전까지 그 범위를 넓혀 보았습니다. 그때부터 시공간을 초월한 작품들과 작가들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하며,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안내해야 할까?’,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 대신 누구를 초청해야 할까?’, ‘학생들이 고전을 너무 어렵게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결국 원작가의 목소리를 가장 깊이 있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관련분야 전공자이면서 ‘역자(譯者)’가 그 해답이 되었습니다. 고전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저는 학창시절 제가 읽은 고전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너무 어려운 텍스트로 강연회를 열면 학생들이 지루함을 느끼진 않을까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유치한 내용뿐 아니라 고급 정보와 텍스트도 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했습니다. 설령 내용이 어렵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해서 상상할 것이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하였습니다. 가능한 한 교훈 중심의 고전을 배제하고, 즐겁게 읽으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국어·사회·과학·수학교과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댔습니다. 선생님들과의 협의에서 학생들의 지적 발달 정도와 텍스트의 난이도를 고려하였고, 주요 대학에서 신입생들에게 권장하는 고전목록을 분석하였으며, 진학 계열 적합성에도 신중을 기했습니다. 그 결과 2023학년도 2학기 첫 에피소드는 성장소설과 인문고전의 장점을 모두 가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2024학년도 1학기 두 번째 에피소드는 자연과학 고전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기본 텍스트로 정했습니다. 자연과학고전은 전공자가 역자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감수자를 통해 텍스트 번역의 신뢰성을 검증받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고려하였습니다. 인문·자연과학 고전 역자 초청 강연 목록 디지털 시대의 공백을 채우는 학생들의 ‘Hip’한 질문들 강연회는 역자 선생님 소개와 주제 강연, 독서퀴즈, 학생들과의 대화, 사진촬영, 사인회 순으로 계획하였습니다. 저는 작가 초청 행사에 항상 두 가지 원칙을 고수합니다. 하나는 참여하는 학생 모두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책을 선물 받은 학생들은 책을 읽고 질문지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작가와 작품에 관한 질문, 역자를 통해 알고 싶은 내용들로 구성된 질문지 작성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였지만, 학생들의 높은 관심 속에 온라인 플랫폼에는 수준 높은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 질문❶ _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에 ‘라틴어 학교’가 등장하는데, 유럽에서 ‘라틴어’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 질문❷_ 침묵의 봄에서는 대부분 살충제의 부정적인 부분과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렇다면 현재의 에프킬라와 같은 살충제들은 DDT와 같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합니다. • 질문❸ _ 열하일기는 그때 당시의 글들과는 다르게 어떠한 형식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박지원이 이런 형식으로 글을 썼는지 그 계기와 박지원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질문❹ _ 비글호 항해기에서 곤충이나 식물을 연구할 때 내가 발견한 현상이 특정 식물과 소수의 몇몇 곤충 사이에서만 성립하는 현상인지, 또는 그 특정 식물과 그 과의 모든 곤충 사이에서 성립하는 현상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 질문❺ _ 자본론에서 노동이 모든 가치의 근원이라고 하셨는데, 기계와 인공지능이 노동을 대체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도 이 명제가 유효하다고 보시나요? • 질문❻ _ 자본론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이해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단순한 경제 이론서인지, 사회 비판서로 볼지 방향을 제시해 주세요. 주제 강연은 고전작가와 작품에 대한 재미난 이야깃거리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 역자의 전공과 학생들의 진로 등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였습니다. 데미안은 역자의 전공이었던 독일철학과 문학에 대해, 침묵의 봄은 화학 전문가인 감수자에게 ‘레이첼 카슨’의 대한 내용과 그 당시 인기 도서였던 팩트풀니스에서 침묵의 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함께 다루며 학생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별도로 부탁드렸습니다. 역자와의 만남, 배움의 깊이를 더하다 2025년 5월,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자연과학 전공자들에게 익숙한 찰스 다윈의 남아메리카 탐험 기록인 비글호 항해기를 다뤘습니다. 이 책을 선정하게 된 이유는 이공계 진로 희망자가 많은 남학교 특성을 고려하였고,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텍스트인데,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남아메리카의 지형·지질 및 여러 표본과 사람들의 생활양식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이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강사로는 해당 분야 전문가이면서 책을 번역한 남극 전문가인 장순근 박사님을 초청하였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박사님께서는 학생들에게 남극 세종기지 초대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생생한 극지 체험과 찰스 다윈이 실제 발견한 실물 화석을 보여주시면서, 작품을 이해하고 진화론으로 다가갈 수 있는 여러 가지 힌트들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사회과학 고전인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주제로 사회철학을 전공하신 경북대학교 윤리교육과 손철성 교수님을 역자로 초청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중세 봉건제 이후 등장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통해 현대사회와 비교·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경제·경영 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 고전작품의 역자들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다음 고전이 무엇일지, 어떤 역자가 올지 설레며 기다리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학생 희망 조사를 통해 고전을 선정하거나, 인문고전교육으로 유명한 세인트존스 대학의 세미나 방식을 도입해 더 능동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역자의 안내로 작가의 생애와 고전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잔잔하지만, 강렬한 지적 희열을 선사했습니다. 동서양의 시공간적 장벽을 뛰어넘어 작가와 학생들이 함께 호흡한 역자 초청 강연회는 독서가 즐거움을 넘어 놀라움과 나눔의 가치임을 모두가 확인하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소회를 쓴지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선생님들께는 먼 이야기 같겠지만, 살아보니 30여 년의 교직생활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정년 10년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기 위함이었습니다. 10년은 3652일입니다. 조금 지나니 2천 단위로, 다시 1천 단위로 줄어들더니 금세 손안의 모래처럼 모두 사라졌습니다. 하긴 100년도 겨우 3만6525일에 불과하니 우리의 생 자체가 그리 긴 시간은 아닙니다.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소회와 퇴직 직후에 썼던 짧은 글을 통해 어제를 돌아보며 교육계 선후배들과 함께 내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소회 스승의날을 맞아 세상의 모든 선생님께 축하를 전합니다. 2024년 5월, 제자들이 들고 온 카네이션 향기가 연구실 가득했던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을 기억합니다. 은사님들께도 작은 축하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나와 연을 맺어 함께 했던 수많은 제자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습니다. 부족한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훌륭한 스승 밑에서 훨씬 아름답게 꽃피웠을 제자들도 많습니다. 수업 중에 종종 미안함을 담아 이러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분의 운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을 만나는 제자들은 더 큰 행운을 누리도록 여러분은 더 위대한 스승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인도의 성자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은 “스승은 지혜를 주는 자가 아니라 제자 스스로 깨닫게 인도하는 자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수업 첫 시간이면 “박남기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박남기를 밟고 넘어가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늘 깨어 있는 자세로 제 가르침을 분석·비판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도록 이끌고자 했습니다. 제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자문해봅니다. 대한민국에서 대학교수로 살아온 고마움을 퇴임 후에도 간직하며, 마지막까지 세상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것도 아닌데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연구실에 앉아 행복했던 순간들을 반추하며 다가올 시간을 계획해봅니다. 길면 10년에서 15년 정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생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집필 중인 책과 계획 중인 책 목록을 바라보며 각오를 다져봅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나만이 아니라 주위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는 열정은 자신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열정의 샘이 마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뇌과학에 따르면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기를 관장하는 배외측 전전두엽(dl-PFC)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이를 활성화하는 방법 중에서 최고는 운동이라고 합니다. 운동을 하면 동기 센터가 있는 뇌 부위가 두꺼워진다고 하네요.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무등산 지봉인 군왕봉 꼭대기까지 걷고 달리며 오릅니다. 거기에 가면 밤새 나 모르게 빠져나와 배회하던 내 ‘젊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를 허리춤에 꿰차고 내려오면 하루를 다시 왕성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산 정상에서는 많은 사람의 젊음이 자신의 주인을 기다리다가 아쉬워하며 사라져가곤 합니다. 열정을 가진 우리의 젊음은 산꼭대기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근처의 공원과 강변에서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이 들면 잠을 자는 사이에도 근육이 녹아내린다고 합니다. 몸의 근육만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출근해서 컴퓨터를 켰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늘어납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소진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쳐야 했습니다. 그 출발점은 늘 운동이었습니다. 팔굽혀 펴기를 하고, 연구실에 있는 두어 가지 운동기구를 활용해서 심장박동이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운동을 해왔습니다. 운동은 숯불이 이글거리도록 풀무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내 젊음의 화로에 새로운 숯을 하나 올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리하면 조금씩 의욕이 되살아나며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내 가슴이 불타올라야 생나무 가지 같은 학생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음을 오랜 경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의욕만 넘쳐 참견하는 것은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려면 열정만이 아니라 지혜도 계속 키워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폐기물이 아니라 세월이 흐를수록 존재감이 돋보이는 골동품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지혜, 과감히 떠날 수 있는 용기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임 명예교수의 각오 신임 교수로서의 각오를 다졌던 순간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데, 이제 ‘신임 명예교수’ 가 되어 삶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전임 강사로 발령받았던 시절 저를 소개할 때 신임 전임 강사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명예교수라고 소개해야 합니다. 더이상 현직 교수가 아니라 퇴직한 교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신임’이라는 단어를 덧붙이기로 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 대상 명예교사제도도 도입·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는 정년이 있지만, 명예교수는 대부분 정년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종신직입니다. 따로 의무는 없지만, 대학의 전산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서 역량만 되면 연구 수주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대학과 함께 할 수는 있는 ‘영원히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자리입니다. 이름만 교수인 존재가 아니라, 명예교수라는 호칭에 걸맞은 명예로운 존재가 되어야 주위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 그러한 의무감으로 저를 몰아치지 않아도 아직까지는 읽고 싶은 책, 쓰고 싶은 글, 그리고 세상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AI를 비롯한 교육계의 급류에 올라타 래프팅하듯이 즐기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축복의 시간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까지는 감사하며 세상과 나누고자 합니다. 직업 세계별로 고유의 농담이 있습니다. 교수들 사이에는 “교수가 강의만 없으면 참 좋은 직업”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교직 종사자는 누구나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농담 같습니다. 가르치는 것을 힘들어하고 수업을 최소한으로만 맡으려고 하던 교수 중에 퇴직 후에야 강의 욕심을 내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대학은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을 때 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열정을 쏟는 것이 현명한 삶인 것 같습니다. “하느님 자신이 만든 인간을 바라보면서도 도저히 이해 안 되는 것이 많다. 그중 하나는 걸을 수 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덜 걸으려고 가까운 주차 장소를 찾아 빙빙 돌던 사람이 걸을 수 없게 되면 한 발짝이라도 더 걷겠다고 애를 쓰더라”라는 신부님 세계의 농담이 떠오릅니다. 그리 행동하게 만든 것도 신이라고 핑계를 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다행히 신은 우리 스스로가 가진 그러한 한계를 깨달을 수 있게, 나아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우리 안에 들어있는 프로그램을 이해하며,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오월을 맞이하는 미래의 나에게 제자들에게 늘 했던 이야기로 제 다짐을 새롭게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공부하는 것을 즐길 때까지만 스승일 수 있습니다. 제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며 그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일 수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스승의 모습은 영원한 학생입니다.” 아름다운 오월 스승의날을 맞아 종신직 명예교수로서 영원한 학생이 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87세의 나이에도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Ancora Imparo)”라는 말을 남기며 예술을 향한 끝없는 정진을 보여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용맹정진하다가 깊은 산사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추는 고승처럼, 동이 트면 소리 없이 스러지는 새벽 별처럼 어느 날 그렇게 조용히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방선거의 계절과 교육의 실종 지방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교육계도 들썩인다. 거리마다 화려한 현수막이 걸리고, 저마다 ‘교육혁신’의 적임자라 자처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운 풍경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학생’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감 선거가 사실상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자 부속물로 전락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교육자로서의 철학보다는 특정 진영의 전사(戰士)에 가까운 이들이 태반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을 뜻하는 영어 단어 ‘education’의 어원은 라틴어 ‘에듀케레(educere)’다. 이는 ‘밖으로(e)’+‘이끌어내다(ducere)’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교육의 핵심은 아이의 머릿속에 지식을 억지로 집어넣는 ‘주입(input)’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고유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밖으로 끌어내는 ‘인출(output)’에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교육 현장은 어떤가. 통계청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 1,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 4,000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 교육이 여전히 아이들을 거대한 입시 기계의 부품으로 취급하며, 누가 더 빨리 정답을 외워 넣느냐를 두고 잔혹한 경주를 시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진영 논리에 포로가 된 ‘혁신’의 민낯 교육감 후보들이 외치는 ‘혁신’의 진정성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난제들이 워낙 산적해 있으니, 누군가는 그 척박한 땅을 갈아엎겠다는 열정을 가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열정의 방향이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특정 정당이나 이념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등판한 이들이 과연 교육의 중립성을 지켜낼 수 있겠는가. 지방선거라는 거대한 정치 이벤트와 함께 치러지다 보니, 독자적인 교육철학을 가진 후보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당선이 지상 과제가 된 후보들은 학생이나 학부모보다 자신들을 밀어줄 ‘핵심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놓기에 바쁘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했다. 정권이 바뀌고 진영이 갈릴 때마다 교육정책이 춤을 춰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의 선거판은 진영 논리의 대리전으로 전락해 교육의 본질은 간데없고, 오로지 ‘내 편’의 목소리만 드높다. 그래도 교육감 아닌가. 누군가의 일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수많은 스승을 이끄는 수장이다. 그런 자리를 탐내는 이들이라면 최소한 정치적 셈법보다는 교육의 숭고함을 먼저 앞세워야 한다. 진영을 뛰어넘어 오로지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후보, 우리는 그런 교육자를 갈망한다. ‘4세 고시’와 ‘삭막한 교실’의 비극 이런 척박한 정치적 토양 위에서 우리 아이들은 병들고 있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를 위해 서너 살부터 과외를 받는 ‘4세 고시’는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의 수학을 선행 학습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친구는 함께 성장하는 동료가 아니라 딛고 올라서야 할 경쟁 상대일 뿐이다. 교실은 더 이상 배움의 전당이 아니라 살벌한 전쟁터다. 교육부의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1.9%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심각한 것은 갈등 해결의 방식이다. 교사가 교육적으로 중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달려들어 법리 다툼을 벌이고 합의금을 따지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로펌이 학교폭력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나오는 이 삭막한 교실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지능지수(IQ)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임에도, 선거판에서 인성교육을 핵심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는 찾기 힘들다. 표가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AI 시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시대는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이제 단순히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은 상실된 가치에 가깝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은 미래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꼽았다. 정답은 이미 기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낸다. 앞으로의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가 던져주는 답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력이다. 좋은 질문은 풍부한 상상력과 깊은 사유, 그리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호기심에서 나온다. 이제 교육감은 기계적인 문제 풀이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고, ‘질문이 살아있는 교실’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다운 가치인 창의성과 도덕성이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 AI는 산업을 발전시키게 되고, 그로 인해 결국 사회가 변화한다. 그 사회변혁을 주도하는 주체는 바로 인간이다. 이미 AI는 우리 생활에 친밀하고 깊숙이 스며들어왔다. 현실에서는 AI 교육을 외치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AI 디지털 교재를 사용함으로써 차별 없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할 책무 역시 새로운 시대의 교육감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새로운 교육감이 열어갈 희망의 서사 우리는 교육의 힘을 믿는다. 새롭게 선출될 교육감들이 정치를 넘어 교육의 본질로 돌아간다면, 우리 교육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미래의 교육감들이 집중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맞춤형 개별화 교육’의 실현이다. AI 디지털교과서와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하되, 이를 단순한 학습도구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강점을 발견하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 모든 아이가 같은 정답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다양성 교육’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 둘째, ‘공동체 회복을 위한 감성교육’이다. 학교폭력의 해법을 법정이 아닌 교실 안에서 찾아야 한다. 관계 회복 중심의 생활지도와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아이들이 타인과 협력하고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따뜻한 공동체’로서의 학교를 복원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교육생태계’ 구축이다. 학교의 담장을 낮추고 지역의 문화·예술·산업 자원을 교육과정에 통합해야 한다. 아이들이 마을 전체를 배움터로 삼아 실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행정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교육은 아이들의 등 뒤에서 조용히 밀어주는 바람과 같아야 한다. 교육감은 아이들을 앞세워 자신의 깃발을 꽂으려는 정복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일생에 깊은 영향을 주고, 한 세대의 정신적 토대를 닦는 자리가 바로 교육감이다. 부디 이번 선거만큼은 진영의 옷을 벗어 던지고, 오로지 학생들의 등 뒤를 든든히 지켜줄 진짜 교육자들이 나타나 주길 간절히 바란다. 당장의 성적표 한 줄보다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그런 교육자가 이끄는 새로운 교육의 봄을 우리는 보고 싶다.
AI 시대의 역설 _ 왜 다시 ‘읽기’와 ‘쓰기’인가? AI가 시를 쓰고 코딩하며, 단 0.1초 만에 최적의 정답을 내놓는 첨단시대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교육부는 ‘2026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핵심 과제로 ‘학교 기반 독서·토론·글쓰기 교육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해력 저하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지금, 공교육이 독서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의지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모든 것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시대에 왜 우리는 다시 고전적인 ‘읽기’와 ‘쓰기’에 매달려야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답은 그 ‘첨단’ 속에 있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AI는 대답에 능숙하지만, 질문은 오직 인간의 몫이다. 정답을 찾는 일에 12년을 바치는 교육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알고리즘이 이끄는 영상에 매몰되어 비판적 사고 없이, 순응하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악의 평범성’을 보여준 아이히만처럼, 사유하지 않는 인간은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기 쉽다. 지금의 독서교육은 단순한 성적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인간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공부’로서의 독서는 필패한다 _ 세 학생의 사례가 주는 교훈 입시·사교육·부동산이라는 대한민국의 3대 난제 중, 사교육 문제를 과연 독서로 풀 수 있을까? 필자는 39년의 교육 현장 경험을 통해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독서를 ‘평가’와 ‘스펙’을 위한 ‘공부’로 접근하는 순간, 그 정책은 필패한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지켜본 세 유형의 학생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원에서 내신에만 올인하며, 독서를 멀리한 A 학생은 상급 학년으로 갈수록 문해력의 한계에 부딪혀 성적이 하락한다. 부모의 철저한 계획하에 학원에서 ‘모범답안’ 쓰는 법을 익힌 B 학생은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에 수려한 글을 쓰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 반면 어릴 때부터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탐독한 C 학생은 처음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결국 탁월한 자기주도학습 능력으로 역전하며 자기만의 독창적인 글을 써낸다. ‘날것의 맛’이 살아있는 글이다. 이는 사교육으로 훈련된 기술이 아니라, 독서의 사유에서 우러난 통찰의 산물이다. 독서가 문해력을 높여 성적이 오르는 것은 본질에 충실했을 때, 따라오는 ‘덤’일 뿐이다. 독서를 다시 ‘점수’나 ‘생활기록부’로 박제한다면, 아이들은 책의 즐거움 대신 형식적 읽기의 피로를 먼저 배우게 될 것이다. 독서 조기교육의 본질 _ ‘의도’를 숨긴 ‘놀이’ 많은 이들이 조기교육을 경계하지만, 독서만큼은 조기교육이 필요하며, 효과적이다. 다만 방법이 문제다. ‘4세 고시반’, ‘초등 의대반’ 같은 문제풀이식 교육은 조기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이 부르는 ‘조기 학대’다. 진정한 독서의 조기교육은 부모의 ‘교육적 의도’가 철저히 숨겨져야 한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공부가 아니라 ‘사랑의 교감’이자 ‘놀이’여야 한다. 글자를 짚으며 읽어가는 부모와의 놀이로 아이는 자연스럽게 통글자를 인식하게 된다. 아이가 글자를 깨치는 과정은 과자 봉지의 글자와 책 속의 글자가 일치함을 발견하는 ‘유레카’의 순간이어야지, 강요된 낱글자 학습으로 아이를 질리게 해서는 안 된다. 존 스튜어트 밀의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3세에 그리스어를 시작으로 철학과 논리학 등, 그의 혹독한 천재 교육 뒤에는 ‘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한’ 독서를 통한 아버지의 질문법이 있었다. 비록 지나친 지성 위주의 교육으로 정신적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그 파도를 넘게 해준 든든한 닻 역시, 시(詩)와 소설이라는 문학적 독서였다. 독서의 힘은 인생의 좌절을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의 근원이 된 것이다. 관점의 전환 _ 아이를 바꾸려면 어른이 먼저여야 한다 우리는 흔히 교육의 대상을 ‘학생’으로만 한정 짓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거실에서 스마트폰만 보는 부모, 행정업무에 치여 책 한 권 손에 들지 못하는 교사와 교장의 모습은 모순적이다. 독서교육이 성공하려면 ‘문화’가 먼저다. 교장이 인문학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교사들이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먼저 독서의 즐거움을 나눌 때, 그 철학은 수업과 학급 운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때 학생들은 비로소 독서의 가치를 삶으로 체득하게 된다. 사교육은 공부 기술을 가르치지만, 공교육은 독서를 통해 ‘삶의 지혜’와 알고리즘에 쉽게 종속되지 않는 ‘사유의 근육’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현장의 사례 _ 정답을 넘어, 나만의 색깔을 찾는 ‘사유의 공동체’ 독서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려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같은 리듬으로 움직여야 한다. 가정마다 독서 슬로건을 만들고, 학급마다 개성 있는 독서급훈을 정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4월 과학의 달이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과학도서를 읽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후활동을 즐긴다. 학생 자치로 ‘스마트 프리(Smart-Free)’ 학교를 선언하며, 아침 10분 독서를 정착시킨다. 중앙현관에는 아이들이 읽은 책의 자취를 남기는 ‘사유의 나무’가 자라고, 복도는 아이들의 시(詩)와 작품들로 채워진 인문학 거리가 된다. 이 모든 활동의 밑바탕에는 ‘학교교육의 뿌리는 독서’라는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있다. 특히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와 함께 살아가는 현대는 더욱 필요하다. 다음은 각 교육구성원이 만든 슬로건 사례다. ● 가정 - 거실이 서재가 될 때, 아이의 미래는 숲이 된다. - 질문하는 아이 뒤에는 함께 읽는 부모가 있다. ● 학급 - 아침 10분, 책장과 함께 성장하는 시간! - 스마트폰 사탕보다 달콤한 독서 뿌리를 키우는 교실! ● 학교 - 정답은 AI가 찾지만, 질문은 우리가! - AI가 답하지 못하는 가치, 우리의 책 속에 있다. ● 마을 - 독서, AI를 이기는 가장 인간다운 저항 -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을 자신 삶의 주체로 만든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각종 행사와 시험 주간 슬로건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점심시간에는 스마트폰 대신 다양한 동아리활동과 독서토론을 즐긴다. 특히 고사 3주 전부터 운영되는 ‘멘토-멘티 스터디 주간’은 압권이다. 혼자 외우는 공부를 넘어,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토론하는 스터디그룹은 ‘앎과 삶’이 일치하는 공동체 학습을 실천한다. 이는 106세 현자, 김형석 교수의 가르침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은 독서라고 단언하며, AI에게 답을 얻는 행위를 ‘사탕 하나를 얻어먹는 것’에 비유했다. 잠시는 달콤할지 모르나, 내 몸을 키우는 근육은 되지 못한다. 학원이 요약해 준 지식을 암기하고 모범답안을 써내는 ‘사탕 독서’로는 AI 시대의 파도를 넘어갈 수 없다. 스스로 고통스럽게 읽고 사유하며 얻은 답만이 진짜 지식이 되어 영혼을 키운다. 만약 성장이 멈추는 것이 노화라면, 스스로 읽기를 멈춘 아이는 이미 정신적 노화의 길에 접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책 읽는 전철, 사유하는 시민, 품격 있는 ‘K-독서국가’를 꿈꾸며 필자에게는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이 있다.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모두가 스마트폰에 시선이 박제된 모습 대신, 각자의 손에 책을 들고, 깊은 사유에 잠긴 풍경을 보는 것이다. 시민의 신체 건강을 위해 ‘손목닥터 9988’이 걷기를 장려하듯, 시민의 정신건강과 사유의 근육을 위해 일명 ‘K-독서닥터’를 운영하며 국가 차원에서 읽기를 장려하면 어떨까? 이는 단순히 책을 권하는 것을 넘어, 성숙한 민주시민의 품격을 국가적 자산으로 키워나가는 인문학적 투자이자 장치가 될 것이다. 유치원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별 독서 체계가 구축된 ‘K-독서국가’야말로 스마트폰의 파편을 넘어 인문학의 깊이로 연결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는 겸손과 타인의 맥락을 이해하는 ‘공감의 기술’을 가르치며, 우리 사회의 증오와 혐오를 치유하는 해독제가 된다. 독서라는 요술봉이 단번에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힘’을 돌려주고, 어른들에게 ‘공존의 지혜’를 일깨워준다면, 우리 사회는 사교육의 굴레를 넘어 집단지성이 살아 숨 쉬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손에 문제집 대신 책을 쥐여주는 용기,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책을 펼치는 어른들의 뒷모습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본다. 사유하는 아이는 결코 길을 잃지 않으며, 읽는 학교는 아이들의 가장 밝은 등대가 된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고,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고, 싫은 것도 잘 참아주던 사람. 언제나 학생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저 관심과 사랑으로 학생을 보듬어 주던 참 스승. 나에게는 해마다 스승의날이 다가오면 매번 찾아뵙는, 사랑의 정을 듬뿍 주신 고마우신 선생님이 계신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체격이 왜소하여 다른 학생에 비해 특출나게 잘하는 능력이 아무것도 없었고, 공부도 잘하지 못해 학업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나가도록 모든 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교과성적 및 학교생활에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아 학교생활에 힘겨움을 느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나고 5학년에 올라가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실 4학년까지는 매년 담임선생님이 바뀌었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에 관하여 크게 관심이 없었다. 처음으로 2년 연속으로 같은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되자 내 마음은 설렘과 걱정이 동시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 지나간 4학년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자 나의 학교생활이 정말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보다 운동도 잘하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수업태도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년 연속으로 나를 맡은 담임선생님께 더 이상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새롭게 마음을 고쳐먹고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해나가기로 굳게 다짐하였다. 어떻게 하면 담임선생님께 나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문득 공부는 잘하지 못해도 선생님이 힘들어하는 청소일을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고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를 잘 작성해서 수업시간에 발표만 잘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주번 학생이 칠판을 지우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 칠판을 지우는 일이 많아졌고 이렇게 남이 하기 싫은 일부터 조금씩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청소하는 모습을 담임선생님께서 우연히 지켜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이 “우진이는 주번이 아닌데도 칠판 청소를 이렇게 깨끗하게 해줘서, 정말로 기특하구나. 덕분에 수업이 잘될 것 같아”하고 칭찬해 주셨다. 처음으로 담임선생님께 칭찬받고 집으로 돌아와 기분이 좋아 담임선생님께서 내 주신 ‘속담 조사’에도 열과 성을 다해 노력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저녁 늦게까지 국어사전을 일일이 찾아가면서 평소 말의 중요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속담을 조사했다. 다음 날 수업시간에 다른 학생들이 발표할 때 내가 찾은 속담을 수업시간에 발표하자 친구들이 나에 관해 궁금해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선생님께서는 “우진이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속담을 잘 찾았네. 참 잘했구나”라고 친구들 앞에서 칭찬을 듬뿍 해주셨다. 그 작은 칭찬으로 인해 담임선생님의 수업시간이 늘 지루하지 않았고, 수업시간 내내 기분이 매우 좋아 발표를 할수록 점점 잘하기 시작했다. 느티나무 아래 흐르던 통기타 선율과 소풍의 추억 그 당시에 담임선생님은 늘 학생들에게 작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고, 특히 선생님께서는 항상 동요 책과 통기타를 들고 다니시면서 즐거운 음악시간과 야외 소풍을 갈 때도 아이들에게 좋은 동요와 포크송을 가르쳐 주셨다는 점이다. 따뜻한 봄이 오면 경북 상주시 남장사 주변에 있는 갑장사 계곡으로 소풍을 갔었고, 아름다운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경북 구미시 무을면에 있는 수다사로 소풍을 갔었다. 봄소풍과 가을소풍을 가면서 보물찾기 게임과 수건돌리기 게임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선생님께 즐겁게 노래를 배운 것이 가장 행복했다. 선생님께서는 늘 학교에서 즐거운 음악시간에 학교의 교목인 시원한 느티나무 아래에서 ‘나는 못난이’, ‘조개껍데기’ 노래를 직접 기타로 연주하시면서 노래를 가르쳐주셨고, 소풍에서는 ‘아카시아 이파리 똑똑 따면서’ 노래를 가르쳐 주셨다. 그때 당시에 친구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가위바위보를 외치며 아카시아잎을 똑똑 떨어뜨리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었다. 벌써 30년이 훨씬 지났지만 내게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 배운 동요와 포크송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5학년이 끝나갈 무렵에 담임선생님께서는 경북 김천으로 전근하신다고 말씀하셨다. 이제 담임선생님께 조금씩 칭찬을 받고 학교생활에도 자신감이 붙어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전근 가시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생겼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바로 고개를 넘으면 금방 도착할 정도로 가까운 학교로 옮기기 때문에 언제든지 고민이 있으면 편지를 써도 된다고 말씀하셔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6학년으로 올라가자마자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보냈다. 방학 때는 선생님께 편지를 보내고, 1주일 뒤에 매일 오전 11시 무렵이 되면 앞마당으로 나와 정겨운 집배원 아저씨를 기다리곤 했다. 집배원 아저씨의 익숙한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 쏜살같이 달려 나가 “집배원 아저씨, 오늘 저한테 편지 온 것 없어요?”라고 묻는 것이 학창 시절의 아주 커다란 기쁨이었다. 경북 상주와 김천(금릉)은 아주 가까운 거리였지만 선생님과 이렇게 매년 여러 번 편지와 엽서, 그리고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으로 반가운 소식과 안부를 주고받았다. 학창 시절을 거쳐 대학 생활, 졸업 이후 군 복무까지, 그리고 현재 교단에 서기까지 이 모든 것이 선생님께서 내게 정성스럽게 써 주신 고마운 편지와 반가운 엽서 속에서 베풀어 주신 사랑과 격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15년의 세월, 편지로 이어진 스승과 제자의 시간 선생님께서 15년 동안 정성스럽게 써주신 손 편지의 답장에는 작은 칭찬으로 시작하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격려하는 글이 뚜렷했다. “그러고 보니 옥산 생각이 나는구먼. 우진이가 5학년 때 아주 착실하게 행동했던 행동들이. 우진이를 4학년 때부터 알았는데 정말 4학년 때는 우진이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2년 동안 보니 기특하더군요. 그러나 한가지 흠은 사교성이 문제입니다. 친구들과 사귀는 것, 그것도 큰 재산이에요. 좋은 일 궂은일에도 찾을 수 있는 것은 친구들이랍니다. 마음을 펴고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하세요. 그러면 우진이의 가치가 한층 더 돋보일 것 같답니다. 그리고 그전처럼 열심히 노력도 하고요.” “선생님은 바로 여남재 너머에 있으니 언제든지 어려울 때 편지하거나 전화하세요. 나중에 우진이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대학교 입시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있었을 때는 “편지에 수능시험을 걱정하였는데, 우진이와 같은 나이에 있는 학생이면 모두가 그렇게 걱정이랍니다. 그러나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니 항상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예전처럼 열심히 노력도 하고요. 그러면 가장 멋있는 잔을 높이 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답니다.” 대학교 입학 이후 군 복무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을 때 편지에서 “선생님은 늙지 않는 것 같았는데, 우진이는 벌써 군대를 논하니, 세월은 역시 흐른 모양이구먼. 붙들지 못하는 것이 세월이라 하였던가? ROTC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도 잘했습니다. 어차피 가야 할 ‘군’이라면 장교로 갔다 오는 것도 좋답니다. 단지 그 많은 것을 하려면 남보다 더 많이 뛰어야 한답니다. 여름이 다 지나가도 여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리고 미래를 위해 남은 대학 생활을 열심히 알차게 보내도록 노력하세요. 그저 시간 죽이기식의 대학 생활은 나중에 커다란 후회를 얻게 됩니다. 우진이는 노력형이라 꼭 해낼 수 있다고 믿어요.” 이렇게 늘 학창 시절에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정든 손 편지와 엽서는 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나침반이 되었다. 늘 선생님께서는 편지에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 인생이랍니다. 세상을 적극적이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세요. 아울러 공부함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면 된답니다. 부지런한 농부가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라고 내게 끊임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다. 선생님께 배운 사랑을 다시 아이들에게 전하며 나는 존경하는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것 하나만으로도 학창 시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득 학창 시절에 전근 가신 담임선생님께 처음으로 편지를 썼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담임선생님께 처음으로 편지를 써서 답장이 왔을 때 그 짜릿함은 정말로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쁨이었다. 어릴 적 문방구에서 예쁜 편지지를 사고, 편지 쓰는 방법을 손수 가르쳐 주셨던 자상한 아버지처럼 이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기에 어릴 적 아버지가 자주 편지 쓰는 모습을 생각하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이제는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에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주신 담임선생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매년 담임선생님 댁을 찾아뵙고 안부 인사를 여쭙고 있다. 벌써 30년이 훨씬 지났지만, 지금도 나의 마음속에는 소중한 담임선생님과의 예쁜 추억이 담긴 편지와 엽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갖고 싶으면 모든 것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요즘의 풍요로운 세상이 된 지금에, 손 편지는 내 마음속에 소중하게 간직한 담임선생님과의 멋진 추억이자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향수이다. 그래서 학창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늘 학생을 소중한 인격체로 생각하고 비록 공부는 잘하지 못하더라도 작은 일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에게 작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있다. “참 잘했구나. 열심히 했구나. 장하다. 실수는 누구나 있는 법이야. 괜찮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 열심히 생활하는 네 모습이 참 보기가 좋구나.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단다.” 이렇게 담임선생님께 배운 것을 응용하여 학생들에게 결과보다는 열심히 참여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있다. 학생들에게 작은 칭찬과 격려, 관심을 베푸니까 학생들도 교사인 나를 잘 따라주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표정, 사소한 몸짓과 행동, 그리고 비언어적인 행동일지라도 섬세하게 읽어내는 마음이 넓고 가슴이 따뜻한 교사가 되고 싶다.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다. 가해학생을 대입은 물론 고입까지 반영해 탈락시키는 일이 벌어지지만, 피해학생은 늘어나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지난해 학교폭력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경우 5.1%가 학폭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2.4%, 1.0%로 나타나 학교폭력의 저연령화가 뚜렷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제7기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재명 정부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논의했다. 교육부 학폭대책위에 참여한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전문의는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배경으로 SNS 확산에 따른 폭력의 일상화와 처벌 중심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벌이 아닌 관계 회복과 예방 중심의 교육적 접근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이 이전 정부와 비교해 가장 달라지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화는 ‘처벌 중심’에서 ‘회복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기록과 징계 같은 결과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관계 회복에 방점을 둡니다. ‘관계 회복 숙려제’처럼 갈등을 교육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교사의 역할 변화입니다. ‘전담조사관제’를 통해 교사를 조사 업무에서 분리하고, 피해학생에게는 전담 지원을 연결하는 등 사안 처리보다 맞춤형 지원체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여러 차례 강력한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았지만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선 통계적으로 줄지 않는 이유는 과거보다 은폐가 줄고, 사안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처벌 중심 접근의 한계가 커요. 처벌이 강화될수록 폭력이 사라지기보다 더 교묘해지는 경향 때문이죠. 여기에 SNS 환경의 영향으로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진 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 교사들이 민원과 신고 부담으로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하기 어려워지면서 초기 갈등을 제때 조정하지 못하는 구조도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결국 단순한 처벌보다 공감 능력과 관계 회복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정서나 행동 양식에서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무결점에 대한 강박, 실패를 삭제하고 싶은 완벽주의적 불안이 특징입니다. 과거에는 청소년기가 성장통을 겪으며 단단해지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인생의 오점이 되는 박제와 낙인의 시대입니다. 예전처럼 엎어지고 깨지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 삶보다 어릴 때부터 잘 관리해서 한 점 결점 없이 깨끗하게 살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SNS를 통해 타인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입시와 디지털 기록이 결합되면서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라는 극단적 이분법에 빠집니다. 마찬가지로 사과를 성찰이 아닌 자신의 무결함이 깨지는 패배로 인식하거나, 갈등을 유연하게 풀기보다 끝까지 부인해 새로운 관계 맺기를 포기하는 방어적 무기력으로 이어집니다.” SNS 영향을 지적하셨는데. “요즘 청소년들에게서 알고리즘이 만든 윤리적 마비 현상도 나타납니다. 자극적인 디지털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타인의 고통을 현실이 아닌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숏폼과 알고리즘은 공감 영역을 무디게 만들고, 탈감작 현상이 나타납니다. 일탈 행동이 조회수를 얻기 위한 챌린지로 둔갑하고, 죄책감 대신 ‘좋아요’라는 보상 기제가 작동합니다. 보편적 윤리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만든 비뚤어진 기준을 도덕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입니다. 지금 아이들은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과 고통에 무감각한 디지털 환경 사이에서 정서적 길을 잃었습니다. 결국 정서적 유연성과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절실합니다.” 최근에는 AI와 상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장단점이 있죠. 장점을 꼽으라면 생성형 AI는 공감을 잘해 줍니다. 부모님한테 말하자니 혼날 것 같고 친구한테 털어놓자니 뒷담화로 들릴 수 있고, 또 밤늦은 시간이라면 AI가 최적화된 상담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달리해서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거나 싸우고 싶은 경우라면 AI가 말리기보다 싸우는 법을 알려줄 수도 있는 거죠. 질문 내용에 맞춰 답해주는 AI의 높은 충성도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입니다.” 자살하는 학생이 지난 1~2월 두 달 동안 2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살 예방 정책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존 정책은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로 연계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물론 성과도 있었지만, 낙인감 때문에 도움을 회피하는 문제가 여전했고 고위험군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특정 학생을 선별하는 단계를 넘어, 모든 학생의 정서적 대응 역량을 높이는 ‘생태계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사회정서교육(SEL)을 일상화해 아이들이 갈등을 스스로 다스리는 힘을 키워주고, 교사가 전문가팀과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자살예방은 위험군을 찾는 활동뿐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거죠.”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미국은 정신건강권 보장과 보편적 교육을 중심으로 Mental Health Days를 제도화해 심리적 휴식을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CASEL 기반 사회정서학습을 교육 전반에 통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SOS 발신 교육’을 통해 도움 요청을 능력으로 가르치고, 정신과 전문의가 학교에 직접 개입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영국은 Mental Health Lead를 중심으로 학교와 의료체계를 연결하고, 호주는 Headspace를 통해 학교 밖에서도 통합 지원을 제공합니다. 공통적으로 낙인 제거, 연속적 케어, 보편적 교육이 핵심입니다.”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자칫 교사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독박 현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의 교육적 지도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민원과 신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교사들의 적극적 개입이 어려워지고, 초기 대응 실패로 이어집니다. 또한 책임이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교사는 고립되고 정신건강에 위협을 받습니다. 이는 결국 학생 보호 기능 약화로 이어집니다. 교육청 등 기관 중심의 공동 책임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최근 촉법연령 하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어떤 입장인가요. “강력 범죄의 저연령화로 인한 국민적 불안과 피해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이에 따른 엄중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전문의로서 볼 때 청소년기는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뇌 발달이 아직 미성숙한 시기입니다. 단순히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범죄 억제에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오히려 조기 낙인이 아이들을 범죄 생태계에 고착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연령 하향이라는 제도적 처방보다,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적으로 개입하는 ‘치료적 사법’ 시스템의 구축입니다. 아이들을 교도소로 더 빨리 보내는 것보다, 더 나은 시민으로 회복시켜 사회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우리 공동체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로 보던 도시 국가를 경험하다 말레이반도 최남단, 북위 1.3°의 적도 부근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한국인에게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비행시간이 짧은 편이라 부담이 적고, 일 년 내내 18도 이상의 기온이 유지되는 열대우림 기후 지역이어서 한겨울 추위를 피해 떠나는 겨울방학 최적의 여행지 중 하나이다. 서울보다 조금 더 큰 면적에 불과한 이 작은 섬나라가 어떻게 화려한 도시 경관을 자랑하게 되었을까? 싱가포르 여행은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첫인상, ‘화려하고 깨끗하다’ 6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불과 20분이면 닿는 뛰어난 접근성은 이 도시국가의 효율성을 대변하는 첫인상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발코니에서 마주한 싱가포르의 밤은 왜 이곳이 세계적인 관광지인지 단번에 설명해 주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야경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자 랜드마크이다. 밤이 되면 잔잔한 마리나 베이의 수면은 고층 빌딩들이 내뿜는 다채로운 빛을 반사해 더욱 화려하게 보였다. 특히 마리나 베이 샌즈의 독보적인 실루엣과 두리안을 형상화한 에스플러네이드의 조명은 여행자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준다. 게다가 마리나 베이 샌즈를 한국 국적의 회사(쌍용건설)가 건축했기 때문에 왠지 모를 내적 친밀감도 느껴진다.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화려한 스카이라인은 ‘야간 경관’이라는 무형의 관광 자원이 지닌 가치를 실감 나게 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머라이언 파크와 머라이언 동상 싱가포르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 이곳의 지리적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머라이언을 만났다. 입에서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는 기분 좋은 활력을 불어넣는다. 뒤편으로 보이는 마리나 베이 샌즈의 현대적인 실루엣과 어우러진 이 장면은 왜 싱가포르가 ‘장소 마케팅’의 정수로 불리는지 단번에 실감케 한다. 이곳에 오면 모든 관광객은 머라이언의 물줄기를 활용한 ‘인증샷’을 찍는다. 매력적인 장소의 상징물이 바로 머라이언 동상인 것이다. 잘 만든 랜드마크는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좋고, 이 동상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감동은 머라이언 파크를 중심으로 펼쳐진 보행자 친화적 생태 네트워크에 있었다. 머라이언 파크는 단순히 멀리서 구경만 하는 대상이 아니다. 머라이언 파크에서 에스플러네이드를 거쳐 마리나 베이 샌즈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는 차 한 대 마주치지 않고 온전히 걷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보행자 천국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시티링크였다. 지상으로 나가 머라이언 파크로 가면 너무 더워서 지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지하의 입체적인 보행통로인 시티링크를 이용하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쾌적하게 공원 근처까지 이동할 수 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마주하는 정돈된 도시 경관은 이 도시의 치밀한 설계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또한 이른 아침, 산책로를 힘차게 달리는 로컬 러너들의 활기찬 모습과 길목마다 배치된 ‘수달 주의’ 표지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빌딩 숲 한복판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이 일상을 공유하는 장면을 보며, 싱가포르가 꿈꾸는 ‘자연 속의 도시’는 먼 미래의 이상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숨 쉬고 있는 현재임을 체감했다. 믈라카 해협의 관문 싱가포르 _ 지정학적 요충지에서 세계 물류의 심장으로 싱가포르는 국가의 탄생 기점부터 지정학적 입지가 생존 열쇠였다. 식민 지배를 마치고 말레이 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싱가포르는 지리적 이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세계 물류의 핵심 동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항로인 믈라카 해협 관문에 위치한 덕분에, 동서양을 오가는 선박들은 반드시 이 해역을 통과해야만 한다. 실제로 마리나 베이 샌즈 스파이 파크 전망대에 올라서면 싱가포르 해협 위로 쉼 없이 이동하거나 입항 대기 중인 수많은 선박의 행렬을 목격할 수 있다. 다들 화려한 도시 경관을 감상하느라 관심 갖지 않는 것 같지만 지리교사의 심장은 두근거린다. 이는 세계 물류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경관이다. 싱가포르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서의 이점을 극대화한 항만 시설과 창이공항을 바탕으로 전 세계 물류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오늘날 싱가포르를 독보적인 세계도시로서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공간의 효율적 재배분 _ 천문학적 비용과 정교한 네트워크가 만든 교통 체증 없는 도심 싱가포르 여행에서 인상적이었던 지점 중 하나는 대도시 특유의 교통정체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도심은 텅텅 비어(?) 있고 출퇴근 시간에도 막힘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대도시는 차가 많은 데 참 이상한 경관이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다음과 같았다. 싱가포르는 협소한 영토와 높은 인구 밀도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량 소유를 엄격히 통제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의 1인당 GDP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인구 1,000명당 차량 보유 비율이 현저히 낮다. 그 이유는 바로 차량 취득 권리증 제도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차량을 살 때, 높은 수준의 취득 비용을 부과하여 자가용 숫자를 물리적으로 억제하는 강력한 교통 수요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싼 차량 소유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싱가포르 시민들은 어떻게 이동할까? 자가용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는 것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도심 전역을 연결하는 MRT(지하철)와 버스 체계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다른 물가 대비 매우 저렴하게 책정된 대중교통 요금이다. 이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대중교통을 선택하게 만드는 강력한 경제적 인센티브로 작용하며, 도시의 이동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전략으로 느껴졌다. 한국에서 여행을 계획한다면, 현지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교통카드(트래블로그·트래블월렛 등 컨택리스 카드)를 미리 챙겨가길 강력히 추천한다. 높은 물가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 저렴하고 쾌적한 공공 교통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여행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단순히 이동 수단을 넘어, 세계 최고의 교통 최적화 모델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 또한 지리적 감성을 채우는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콘크리트 틈새의 야생 _ 정원 속의 도시가 완성한 생태 네트워크 싱가포르 여행에서 흥미로웠던 뜻밖의 만남은 고층 빌딩 숲이 아닌, 산책로 발밑에서 이루어졌다. 도심의 녹지를 걷다 보면 콘크리트 바닥 위를 날렵하게 가로지르는 도마뱀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때로는 포트캐닝 공원과 같은 숲에서 거대한 왕도마뱀을, 때로는 머라이언 공원의 인공 구조물 틈새에서 작은 도마뱀을 마주한다. 어른들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사진 속 도마뱀 역시 생물을 사랑하는 어린이가 발견한 것이다. 같은 곳에 있으나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는 고도로 도시화된 공간에서도 파충류와 같은 야생동물이 인간과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싱가포르가 추구하는 ‘정원 속의 도시’ 정책은 단순히 보기 좋은 녹지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도심 전체를 거미줄처럼 잇는 녹지 축이 단순한 조경을 넘어 야생동물의 이동로인 생태 통로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놀라운 생태적 회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국가 전략의 승리라고나 할까? 싱가포르 국립공원위원회가 주도하는 ‘자연 속의 도시(City in Nature)’ 프로젝트는 그 성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적 비전인 싱가포르 그린플랜 2030의 핵심축으로, 단순히 도심에 나무 몇 그루 심는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적 생태계로 통합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후 위기에 똑똑하게 대응하면서도, 빽빽한 빌딩 숲속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고도의 공간 전략이기도 하다. 지리학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조각조각 떨어져 있던 공원들을 하나로 잇는 작업이다. 동식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비오톱 네트워크를 구축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 통로로 만들고 있다. 파편화된 공간을 연결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실현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이제 싱가포르를 단순한 도시국가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정원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싱가포르 여행을 마치며 확인한 것은, 지리적 한계란 결코 극복하지 못할 고정된 벽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좁은 땅과 부족한 자원, 덥고 습한 기후라는 삼중고를 확고한 정책과 기술력으로 이겨낸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사실 싱가포르는 누구나 가는 뻔한 도시 여행지일 수 있다. 하지만 지리의 눈으로 바라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이 작은 도시국가가 어떻게 치열하게 구현되었는지를 목격한 시간은 교사인 나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 단순히 화려한 관광지를 넘어, 인간의 의지가 지표면을 얼마나 가치 있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도시정책이 우리 일상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온몸으로 느낀 여행이었다.
‘얼죽신’은 ‘얼어 죽어도 신축’의 줄임말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주택 선택에서 신축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새 아파트를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특정 시기의 유행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선택 기준에 가깝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새것에 끌린다. 새 차를 좋아하고, 새 가전을 선호하며, 새 옷에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집에서도 유사한 심리가 작동한다. 쾌적하고 깔끔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는 보편적이며, 신축이 주는 만족감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가치이다. 결국 ‘얼죽신’이라는 표현은 새롭게 등장한 유행어일 뿐, 그 이면의 현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새 아파트가 주는 심리적 만족감과 생활의 편의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요소이며, 이러한 경향이 반복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얼죽신’, 얼어 죽어도 신축에 살고 싶은 이유 사람들의 주거에 대한 기대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위치와 면적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과 생활의 편리함까지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재택근무 확산과 여가시간 증가, 생활 반경의 변화 등은 주거 공간의 역할을 더욱 확장시켰고, 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환경에 대한 요구를 자연스럽게 키웠다. 주거는 더 이상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신축 아파트는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키는 직접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넓은 수납공간과 효율적인 평면구조, 충분한 주차공간, 화려한 조경과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등은 구축 아파트에서 쉽게 갖추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건축과 조경 기술의 발달로 상품성의 차이는 점점 뚜렷해지고, 이는 실제 거주 만족도 차이로 이어지면서 신축 선호를 강화한다. 자산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슷한 입지라면 신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 흐름에서 더 빠르게 움직이고, 상승 폭도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흐름을 시장 참여자들이 학습하면서, ‘신축이 살기도 편하고, 자산 가치 상승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여기에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 부족 흐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공사비 상승은 신규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정비사업 규제 역시 신축을 더욱 희소해지게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공급이 줄고 있으니, 선택 가능한 새 아파트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높은 분양가에도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더 높은 가격을 내더라도 신축을 선택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서울 수도권 주요 입지 분양가는 인근 단지의 준신축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도 완판되는 모습을 보인다. 신축만 고집했을 때 빠질 수 있는 함정 신축 선호가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흔한 오류는 입지보다 상품성을 우선하는 판단이다. 새 아파트라는 이유로 생활 인프라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지역이나 수요 기반이 약한 지역, 주요 일자리로의 출퇴근이 어려운 지역 등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부동산의 본질적 가치는 결국 사람이 모이는 위치에서 결정된다. 즉 땅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아파트는 토지와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건물의 가치는 감가상각으로 감소하고 결국 남는 것은 땅의 가치다. 아무리 새 아파트라 하더라도 입지 경쟁력이 부족하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적인 매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지 위계를 간과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다. 가격 측면에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신축 아파트는 이미 높은 기대감이 반영된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향후 상승 가능성까지 현재 가격에 미리 반영되어 있다면, 실제 상승 여력은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시장의 흐름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 있으며, 같은 자금으로 더 나은 입지를 선택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입지 좋은 구축과 입지가 덜 좋은 신축 사이에서 현명하고 균형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게다가 신축 프리미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입주 초기에는 희소성과 새것이라는 장점이 부각되지만, 주변에 신규 공급이 이어지면 경쟁력이 점차 희석된다. 그러면 오히려 입지 좋은 구축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결국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장기적 가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신축 여부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며, 입지와 수요, 가격 수준 등 기본적인 기준 위에서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얼죽신’ 시대의 새로운 투자 공식 ‘얼죽신’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판단 기준이 단순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축 선호가 강해질수록 어떤 신축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축보다 구축을 고르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단순히 신축 여부를 넘어, 입지와 상품성, 가격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신축 여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요가 유지될 수 있는가’이다. ● 첫 번째 공식 _ 상품성보다 입지의 지속성을 고려하라 연식은 상품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신축 아파트는 분명 우수한 상품성을 갖추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준신축이 되고 구축이 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품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는 특성을 가진다. 반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입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 교통·학군·생활 인프라는 물론 일자리 접근성까지 잘 갖춰진 지역은 시간이 지나도 더 많은 수요가 유입되거나,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상품성보다 앞으로도 수요가 유지·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주거 선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위치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일자리 중심지와의 접근성이 우수하거나 교통 편의성이 높은 지역, 생활 편의시설이 밀집된 지역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희소성이 강화된다. 즉 입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라는 뜻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입지가 우수한 구축 아파트가 입지가 상대적으로 열위인 신축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단순히 새 아파트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기보다, 장기적인 수요 기반을 더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얼죽신’의 흐름 속에서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요소는 신축 여부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계속 찾게 될 위치’인가 하는 점이다. ● 두 번째 공식 _ 신축과 구축 사이, ‘준신축’ 구간의 전략적 가치 ‘준신축’이란 일반적으로 입주 후 약 5~10년 사이의 아파트를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 15년 차까지 포함하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신축의 쾌적함이 크게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시장에서 한 차례 가격 평가를 거친 시기를 준신축으로 본다. 이 시기의 아파트는 주차·평면구조·커뮤니티 시설 등 기본적인 상품성이 현재의 주거 기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며, 생활 불편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얼죽신’ 흐름이 강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준신축’의 가치가 부각되기도 한다. 신축에 많은 수요가 집중되면서 신축 가격에는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다. 반면 준신축은 이미 실수요를 통해 가격이 형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도한 기대가 덜 반영된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신축과 준신축 사이에 가격 괴리가 발생하고, 그 틈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얼죽신’ 선호가 강해질수록 신축 가격이 상승할 때 준신축 역시 빠른 속도로 가격 격차를 좁히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신축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 동일 생활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준신축으로 수요가 이동하는데, 이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대했던 가격 메리트가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줄어드는 것이다. 즉 준신축이 항상 ‘저렴한 대안’으로 남아 있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선택의 순간에는 빠르게 판단하는 순발력 또한 중요하다. ● 세 번째 공식 _ 그냥 ‘구축’이 아니라 ‘신축이 될 구축’을 선택하라 신축 가격이 상승하면 그다음 움직이는 것은 준신축,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구축으로 수요가 옮겨간다. 시장은 항상 상대적인 선택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만 구축은 신축이나 준신축에 비해 가격 상승 폭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상품성 차이로 인해 동일한 상승 흐름 속에서도 선호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구축이라는 이유로 접근하기보다, 향후 상품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구축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현재는 구축이지만 장기적으로 신축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산을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도심 내 정비사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노후 주거지를 새로운 주거 환경으로 바꾸는 과정으로, 입지와 상품성이 동시에 개선될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특히 정비사업 대상지는 과거 도심 형성 시기에 개발된 경우가 많아, 교통과 생활 인프라, 업무지구 접근성 측면에서 이미 검증된 입지를 갖춘 경우가 많다. 반면 최근 공급되는 신규 택지는 외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입지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세일 수 있다. 결국 정비사업 대상지는 건물은 낡았지만, 입지는 이미 검증된 상태라는 특징을 가진다. 여기에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신축 주거환경이 더해질 경우, 입지와 상품성이 결합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는 수요와 선호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비사업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하나의 사업에 가깝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사업 속도, 정책 변화, 조합 이슈 등에 따라 일정이 지연되거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략은 기대감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충분한 정보 확인과 신중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신축이 될 구축’을 선택하는 전략일수록, 더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 네 번째 공식 _ 공급 사이클을 고려하는 접근 정비사업과 함께 반드시 살펴볼 요소는 ‘공급의 흐름’이다. 신축의 가치는 단순히 새 아파트라는 점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희소한가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동일 생활권 내에서 향후 얼마나 많은 신축이 추가 공급될 수 있는지는 가격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신규 공급이 꾸준히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특정 단지의 신축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택지 개발이나 대규모 주거지 조성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일정 기간 새 아파트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의 신축이 갖는 희소성이 생각보다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도심의 주요 입지처럼 신규 공급이 제한적인 지역에서는 신축의 희소성이 장기간 유지되기도 한다. 이미 개발이 상당 부분 이루어진 지역일수록 추가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방식이 아니면 대규모 신축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신축의 가치는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서울이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얼죽신’ 시대일수록 단순히 신축 여부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앞으로 주변에 얼마나 많은 신축이 추가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인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같은 신축이라도 추가 공급이 이어지는 지역과 공급이 제한적인 지역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가격 흐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축 선호가 강한 시장일수록 공급의 차이는 곧 희소성의 차이로 이어진다. 아파트 연식이 아니라 아파트의 본질을 보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혼에는 절대 신축에서 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첫 주거 선택이 이후 주거 이동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처음부터 편의성이 높은 새 아파트에 익숙해지면, 이후 더 나은 입지로 이동하기 위해 주거 수준을 조정하는 선택이 심리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가 주는 쾌적함과 편의성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치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꾸준히 선택하는 ‘입지’에서 만들어진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가 만들어내는 결과이며, 이러한 수요는 직주근접, 교통 편의성, 교육 인프라와 같은 입지 요소로 만들어지고, 이는 장기적인 가격 흐름을 결정짓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파트의 연식이 아니라, 그 자산이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이다. ‘얼죽신’의 시대일수록, 그 본질을 놓치지 않는 시각이 필요하다.
학교에게도 스승이 필요하다 (최성조 지음, 깊은나무 펴냄, 272쪽, 2만 원) 고전 논어를 통해 교육의 본질을 묻는 성찰의 기록이다. 과거로 회귀가 아닌, 고전을 통해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다. 책은 ‘교사’, ‘학생’, ‘교육행정가’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교육공동체 전체를 조망한다. 생성형 AI가 학교생활기록부 문장을 대신 써주는 현실 앞에서도 ‘아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결코 대체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완벽한 교육은 없지만,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교육을 다시 숨 쉬게 한다는 것이 중심 메시지다. 이향인 (라미 카민스키 지음, 최지숙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64쪽, 1만 6,900원) 사람의 성격을 내향인과 외향인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이향인(Otrovert)’이라는 새로운 인간 유형을 제시한다. 이향인은 사람을 싫어하지도, 사회성이 부족하지도 않다. 사고의 출발점이 ‘우리’가 아니라 ‘나’인 사람이다. 모두가 옳다고 할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왜 옳은지 묻는 사람, 타인의 박수보다 자기 기준을 더 신뢰하는 사람을 말한다. 집단주의에 지친 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나답게 살아도 된다’는 위로와 함께, 당당히 삶을 꾸려가는 법을 안내한다. 읽는 교실 (조병영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644쪽, 3만 3,000원) 생성형 AI의 등장과 디지털 기기 의존 심화로 위기에 처한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를 다룬다. 문해력의 가치부터 읽기 발달 과정, 구체적인 교실 활동 및 평가 방안까지를 총 5부에 걸쳐 상세히 안내한다. 특히 어휘력 논란과 독서율 저하 등 현장 고충을 반영해, 유창한 읽기, 어휘 학습, 독해 전략, 다문서 읽기, 교과 읽기, 쓰기 활동 등 실질적 수업전략을 풍부하게 담았다. 성향 기반 중학 진로 로드맵 (진승호 지음, 초록비책공방 펴냄, 264쪽, 1만 9,000원) 대입 개편과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마주한 중학생의 진로설계를 돕는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성적만으로 대학을 가는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하며, 진로설계의 출발점을 아이의 ‘성향’ 파악에 둘 것을 강조한다. 흥미나 유행하는 직업을 쫓는 대신, 학생의 사고방식과 몰입 대상을 분석해 적절한 전공과 입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향 분석부터 진로탐색, 몰입 경험 설계, 구체적 전략 수립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101 에코과학 (정종우 지음, 들녘 펴냄, 336쪽, 1만 9,000원) 통합과학 개편에 발맞춰, 생태학적 관점에서 과학적 원리와 인문학적 소양을 연결한 교양서. 수능 비문학 지문이나 대입 논술 면접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는 생태 분야의 맥락을 꿰뚫는 힘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생명과 생물다양성, 진화와 계통 등 기초 원리부터 기후 위기와 인수공통감염병 등 최신 이슈까지 101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기술이 바꾼 일상의 역사 (연유진 지음, 날 펴냄, 264쪽, 1만 7,500원) 수렵채집 시대부터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기술 혁신이 인류의 먹고사는 문제와 일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추적한다. 농경·화폐·항해술·인쇄술 등 인류 역사의 변곡점이 된 핵심 기술의 파급력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기술이 선사한 풍요를 단순히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면의 그림자를 함께 드러내 균형 있는 이해를 돕는다. 5학년 3반 예쁜 말 도둑 (김연희 지음, 이경석 그림, 지구별아이 펴냄, 148쪽, 1만 6,800원) 아이들에게 ‘말을 고르는 힘’을 길러주는 성장 동화다. 교실에서 사라진 ‘다정한 진심’을 찾는 과정을 통해, 무심코 내뱉은 거친 말이 친구 관계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어그러뜨리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사회정서학습(SEL)을 바탕으로 구성된 열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공감과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법을 안내한다. 각 이야기 뒤에 실린 부록 ‘체포하라! 예쁜 말 도둑’은 나를 지키고 상대를 살리는 구체적인 말 연습을 돕는다. 미야옹 마음 분식점 2: 바다거북 구출 대작전 (주미 지음, 안병현 그림, 지구별아이 펴냄, 112쪽, 1만 4,800원) 친구의 배신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바닷가 마을로 이사 온 주인공 해수가 신비한 분식점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동화다. 주인공의 모험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자기 인식과 자기관리 방법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구성했다. 나아가 바다 쓰레기의 심각성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문제와 같은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도록 안내한다.
또다시 스승의날이다. 화려한 꽃다발보다 칠판에 꾹꾹 눌러쓴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글귀와 아침부터 불어 놓은 풍선에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교사는 아이들에게 상처받고, 아이들에게 감동하며, 교직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 역시 선생님들에게 상처받기도 하지만, 한 마디의 격려와 자신을 알아봐 주고 믿어주는 선생님에게 힘을 얻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를 만나기도 한다. 가수 아이유는 인생의 결정적 터닝포인트로 중학교 체육대회를 꼽았다. 수업 중 장난을 치던 아이유에게 벌로 노래를 시켰던 체육 선생님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축제 무대에 설 기회를 건넸고, 조명과 시선의 황홀함을 느끼며 가수의 꿈을 굳혔다. 스티브 잡스 역시 문제아였던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학습의 재미를 알려준 힐 선생님을 만났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었고, 박찬호 또한 그의 재능을 믿어준 지도자가 있었기에 메이저리그라는 불가능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특별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믿어준 특별한 ‘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브룩스(Robert Brooks)는 아이의 삶을 지탱하는 ‘결정적 타인’을 카리스마틱 어른(Charismatic Adult)이라고 불렀다. 특별한 ‘단 한 사람’, 카리스마틱 어른 카리스마틱 어른은 흔히 떠올리는 카리스마, 즉 강한 리더십이나 사람을 휘어잡는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어른,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심리적 안전기지’가 되어주는 어른을 뜻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거칠고 차가운 현실 속에 놓인 주인공에게 버팀목이 되어 줬던 어른처럼 말이다. 이들은 특별한 능력을 갖춘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만,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다. 그리고 바로 그 관계의 방식이 아이의 삶을 지탱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 조건 없는 긍정적 존중 _ 존재와 행동을 구분하는 태도 인본주의 심리학의 거장 칼 로저스(Carl Rogers)가 평생에 걸쳐 강조한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은 카리스마틱 어른의 가장 핵심이다. 이들은 아이의 성취나 결과, 혹은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지와 상관없이 존재 자체를 온전하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흔히 아이가 잘했을 때는 칭찬하고, 기대에 못 미칠 때는 차가운 눈빛을 보낸다. 말을 잘 듣고, 뭔가를 잘할 때만 인정받으며 자란 아이는 ‘나는 잘해야 괜찮은 사람’이라는 위험한 신념을 형성한다. 이 신념은 실패의 순간마다 자기 비난으로 이어지고, 결국 도전을 회피하게 만든다. 반대로 무조건적 존중을 경험한 아이는 ‘나는 실패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준을 갖게 된다. 이 기준은 실패를 자기 부정이 아닌 경험으로 해석하게 만들고,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즉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형성된다. 실패 이후에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네 편’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경험한 관계 속에서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카리스마틱 어른은 단순히 좋은 어른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방식, 즉 ‘자기 인식 구조(Self-structure)’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결정적인 한 사람이다. ● 정서적 가용성 _ 해결사보다 동반자가 필요한 이유 카리스마틱 어른은 문제를 즉각 해결하려 하기보다, 감정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정서적 가용성(Emotional Availability)이라고 부른다. “그때 기분이 어땠어?”라는 질문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나 대화가 아니라, ‘너의 감정은 이해받을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이다. 정서적 가용성이 높은 어른은 아이의 불편한 감정을 서둘러 교정하거나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을 함께 견디며,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 준다. 이 경험이 반복될 때,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다스리는 법, 즉 정서 조절 능력을 터득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제시하는 완벽한 조언이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해결사’가 아니라, 감정이 지나갈 때까지 함께 머물러 줄 ‘동반자’이다. ● 일관성 _ 예측 가능한 관계의 안정감 아이의 내면을 안정시키는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어른의 태도가 상황에 따라 흔들릴 때 아이는 끊임없이 눈치를 보게 된다. 반대로 일관된 관계 안에서는 긴장을 내려놓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카리스마틱 어른은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언제 만나도 비슷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 예측 가능한 관계는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스스로를 탐색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든다. ● 가능성을 보는 시선 _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 카리스마틱 어른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내면에 잠재된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무조건적 따뜻함만 존재하는 관계는 자칫 방임으로 흐르기 쉽고, 성취에 대한 기대만 앞서는 관계는 숨 막히는 압박으로 작용하지만, 카리스마틱 어른은 이 두 가지를 분리하지 않는다. 받아들이되 포기하지 않고, 기대하되 압박하지 않는다. “넌 할 수 있다”는 말은 단순한 낙관적 격려가 아니다.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보내는 시선이다. 아이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거울삼아 자신을 정의한다. 그리고 그 시선이 반복될 때, 비로소 타인의 평가를 넘어 단단한 자기 인식으로 굳어진다. 결국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아이가 스스로를 믿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자극이 된다. ● 관계의 지속성 _ 반복이 빚어내는 내면의 목소리 카리스마틱 어른의 영향력은 단발적인 사건이나 화려한 언변에서 나오지 않는다. 한 번의 위로는 순간의 감정을 달랠 수 있지만, 반복되는 태도는 자기 인식을 바꾼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군가가 오랫동안 자신을 어떻게 대해왔는지를 내면화(Internalization)한 결과에 가깝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저 사람이 나를 그렇게 본다’는 인식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는 그런 사람이다’라는 믿음으로 바뀐다. 이렇게 형성된 내면의 목소리는, 아이가 홀로 서야 하는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붙잡아 주는 기준이자,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상담가 숀이 윌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라고 끊임없이 반복했던 장면은 내면화를 잘 보여준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말이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 비로소 마음에 닿는 순간, 상처는 ‘이해된 경험’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결국 카리스마틱 어른은 아이의 곁을 떠난 뒤에도 아이의 내면에 남아 스스로를 지탱하게 만드는 ‘관계의 이름’이다. 회복탄력성 _ 무너지지 않게 하는 힘의 정체 회복탄력성은 흔히 ‘멘탈이 강한 사람’으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은 혼자 버티는 고립된 힘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심리적 구조에 가깝다. 회복탄력성을 지탱하는 두 가지 핵심 축은 내가 실수해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과 내가 언제든 돌아가 쉴 수 있는 관계가 존재한다는 안정감이다. 이 두 가지 경험이 쌓일 때,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결국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타고난 강인함으로 버틴 것이 아니라, 무너지려 할 때마다 자신을 붙잡아 준 관계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것은 훈련이 아니라, 교사와 부모가 제공하는 흔들리지 않는 관계 그 자체이다. 회복탄력성은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관계가 남긴 흔적이다. 40년 기록이 말해주는 한 사람의 증거 _ 카우아이 연구 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에미 워너(Emmy Werner) 교수의 카우아이 종단 연구이다. 그는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태어난 아이들 833명을 출생부터 성인기까지 40년간 추적했다. 연구 대상 중 상당수는 빈곤과 가정불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했고, 학교 부적응이나 사회적 부적응을 겪을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약 3분의 1의 아이들이 예상을 깨고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관계를 유지하며, 사회적으로 잘 적응된 삶을 살아갔다. 연구진은 이 아이들을 ‘회복탄력성이 높은 집단’으로 분류한 후, 원인을 탐색했다. 연구진이 발견한 원인은 단순했다. 그들에게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카리스마틱 어른이 있었다. 반드시 부모일 필요는 없었다. 어떤 아이에게는 교사였고, 또 어떤 아이에게는 친척이나 이웃이었으며, 때로는 지역사회 구성원이기도 했다. 이처럼 스트레스 상황에서 개인을 보호하는 요인을 심리학에서는 ‘보호요인’이라고 부른다. 그중 사회적 지지는 가장 강력한 보호요인으로 꼽힌다. 사회적 지지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존재 여부가, 누구냐가 아니라 관계맺음 방식이 더 중요하다.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 때, 우울·불안, 충동적 행동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의 존재이다. 카우아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은 위험 환경이 사라거나 문제가 해결되는 환경의 완벽함이 아니라, 그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관계를 유지해 주는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환경이나 수많은 관계가 아니라, ‘끝까지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단 한 사람이 남긴 것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늘 더 많은 것을 하려고 애쓴다. 더 많이 가르치고, 더 많이 지도하고, 더 많이 책임지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화려한 말이 아니며, 아이를 지탱하는 것 또한 완벽한 환경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의 말을 마음속에 반복해서 새기며 자라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한 아이를 절망에서 건져 올리는 데에는 단 한 사람의 진심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그 한 사람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같은 태도로 그 자리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의날을 맞아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쳤는지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았는가이다. 오늘도 그 ‘단 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카리스마틱 어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한 사람의 세계를 지켜내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때로는 외롭고 버거운 길일지라도, 우리가 건네는 진심 어린 시선 하나가 한 아이의 생애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보호요인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며, 오늘도 단단하게 이 자리를 지켜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