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7,558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수업의 출발 “선생님, 우리가 왜 환경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어야 하나요?” 한 학생의 질문이 생태 미디어 교육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정보는 넘치지만, 공감은 줄어든 시대. 디지털 정보 과잉 속에서 학생들은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있을까요? 국어교사로서 저는 ‘읽기’와 ‘표현’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한 명의 시민으로서 세상을 읽는 힘과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생태 감수성’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수업을, 기술과 사람 사이에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일반 중학교에서 함께 도전하는 수업혁신 ● 동료교사들과 함께 실천한 ‘지구 공동체 프로젝트-나비효과’ 이 수업은 국어과 동료교사 세 명, 중학교 2학년 320여 명이 함께 마음을 맞추어 진행한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여러 다양한 수업 경험 중 어느 수업 이야기를 쓸지 고민했습니다. 세상에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수업사례들이 많지만, 대규모 과밀 중학교에서 세 명의 국어교사가 함께 수업을 운영하며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은 많은 교사의 수업 상처를 감싸안는 반창고 밴드 같은 역할을 해주리라 생각하며 이 글을 씁니다. ‘지구 공동체 프로젝트-나비효과’라는 제목과 ‘나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읽는 힘’을 기르고,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가?’라는 탐구질문으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중학교 국어과 성취기준과 연계하여 매체의 종류와 특성 이해하기, 매체 자료의 효과 판단하며 듣기, 표현 방법과 의도를 판단하고 평가하며 읽기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설계했습니다. 기초 단계에서 기본 내용을 학습하고, 심화 단계에서 책과 연계하여 매체 자료를 비판적으로 읽었습니다. 전이 단계에서는 활동 과정을 바탕으로 배우고 느낀 점을 기반으로 카드뉴스 매체를 제작했습니다. [PART VIEW] ● 비문학 읽기, 여섯 개의 키워드를 통한 몰입 어떤 책을 선택할지 고민 끝에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기로 결정했습니다. 책 선택의 기준은 네 가지였습니다. 첫째, 200쪽 내외의 분량일 것. 둘째, 읽기 쉬운 어휘와 내용일 것. 셋째, 학생들에게 가치 있는 주제일 것. 넷째, 매체 읽기와 연계할 수 있는 책일 것. 여름방학 동안 같은 학년 국어교사들과 여러 권의 책을 후보에 올리고, 서로 읽고 검토하며,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학생의 눈으로 비교적 진입장벽 낮게 흡수할 수 있도록 스토리가 있는 문학작품을 읽을까 생각했는데, 매체 읽기와 연결하여 활동을 진행하기에 생태환경을 주제로 하는 비문학 제재도 괜찮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타일러의 책을 선택한 이유는 분량이나 난도가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읽기에 적합하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정하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매체 읽기 수업과 연결하려고 하니, 특정 주제별로 챕터가 나누어지기보다 짧은 글이 연결된 책이어서 어떤 방식으로 활동 주제와 연결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책에 담긴 내용 중에서 가장 중심 주제로 강조되고 있는 내용들을 키워드 중심으로 구분해 보았습니다. 키워드는 ‘시간·종이·단어·질병·음식·소비’로 정하고, 키워드와 연결되는 글들을 묶어서 읽고, 주제와 관련된 매체 자료들(카드뉴스, 뉴스 영상, 강연 영상,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을 비판적으로 읽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 전자책과 종이책, 디지털 학습지와 종이 학습지, 당신의 선택은? 이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읽을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을지, 활동지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읽기로 선택한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에서도 종이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 책은 FSC 인증을 받은 종이를 사용하고, 친환경 콩기름 잉크 인쇄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전자책 도서관을 활용해 단말기와 전자책으로 읽기, 디지털 학습지로 수업하기 등의 방식을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에서 가장 학급 수가 많은 과밀 중학교인 우리 학교는 한 학년에 국어교사가 세 명이었고, 그중 둘은 주로 고등학교에서 근무했기에 중학교 활동 수업에는 익숙하지 않아, 아이북(경상남도교육청에서 제공하는 학생용 단말기)을 활용한 수업을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우리는 고민 끝에 책을 30권 준비하고, 서로 수업 시간표를 확인해 책을 돌려 읽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전자책을 활용하고 싶은 학생들이 있다면, 아이톡톡 전자도서관에 접속해 전자책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활동지는 FSC 인증을 받은 복사용지를 사용해 1/2 크기로 모아찍기, 양면인쇄한 미니북으로 제작해 수업에 활용했습니다. 이때 표지에 QR 코드를 심어 수업과정에서 활용하는 매체 자료를 차시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패들렛을 링크했습니다. 학생들은 “책을 읽으면서 종이에 대해 생각해 본 건 처음”이라고 반응했습니다. FSC 인증 종이와 콩기름 인쇄라는 표현을 읽고, FSC 인증 복사용지로 제작한 활동지를 쓰면서 어떤 학생은 “그럼 우리 교과서도 친환경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어떤 학생은 첫 수업을 한 날, 방과 후에 곧바로 편의점에 가서 FSC 인증을 받은 패키지로 된 음료 사진을 쓰레기 줄이기 챌린지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과 행동이 책이 지닌 물성과 생태 감수성을 연결하는 시작 단추가 되었습니다. 수업 활용 Tip 프로젝트 수업과정에서 필요한 뉴스나 예능 영상을 짧게 편집해 패들렛에 올려두면 학생들의 접근성과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또한 함께 수업하는 동료교사들과의 협업에 용이합니다. 깊이 있는 배움, 감수성의 씨앗을 뿌리다 프로젝트는 16차시에 걸쳐 체계적으로 운영해 나갔습니다. 수업의 호흡이 길기 때문에 짧은 지면에 모두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에피소드 중심으로 과정의 일부를 적어 봅니다. ● 고래를 보는 두 시선 _ 미디어 비판적 읽기 기초 단계 중 매체 비판적으로 읽기 활동으로 ‘고래 관광’에 관련된 뉴스 영상 두 편을 살펴보았습니다. A 영상은 ‘고래 관광’의 인기를 보도한 뉴스이고, B 영상은 ‘고래 관광’이 인기를 끌면서 가이드라인을 어기고 고래 가까이 근접하는 배와 제트스키로 인해 고래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생태계 파괴 현상을 보도한 뉴스입니다. 같은 소재를 다루는 서로 다른 관점의 뉴스 영상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과정을 통해 균형 잡힌 시각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하였습니다. 뉴스 두 편에 이어 드라마 클립을 통해 ‘좁은 수족관에 갇혀 지느러미가 기형으로 휘어진 범고래’의 모습을 CG로 표현한 이유에 관해 대화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디어에 표현된 사람들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읽어보기 위한 활동이었습니다. ● 예능 속 단어 재해석 _ 단어의 힘 느끼기 프로젝트 심화 단계 중 하나인 ‘만약 내가 예능 PD라면?’ 활동에서 학생들은 예능 속 언어가 지닌 힘을 탐색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기후위기’라는 세 개의 환경 용어들이 지니는 심각성의 차이를 비교해 본 다음,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팜유형제’, ‘탕진잼’ 같은 표현을 분석하며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를 찾아보았습니다. “예능에서 재미를 위해 만든 단어가 사실은 생태 파괴를 긍정하는 느낌”이라고 한 학생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학생들은 ‘비건 챌린지’, ‘어스(Earth and Us) 게임’, ‘친환경 골목식당’ 등의 제목으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획했습니다. 방송 언어에 담긴 가치관을 비판적으로 성찰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 카드뉴스로 표현하는 생태적 시선 학생들이 읽고 공감한 생태 이슈를 ‘표현’으로 연결하는 마지막 전이 단계는 카드뉴스 제작이었습니다. 어떤 모둠은 ‘제로웨이스트 도시 만들기’를, 또 다른 모둠은 ‘동물권과 채식 문화’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카드뉴스 제작 이후 전자책을 만들어 전교생과 선생님, 학부모님과 공유하고, 학교 축제 국어과 부스 운영을 통해 게시했습니다. ‘우리 가족도 무라벨 생수를 고르기 시작했어요’, ‘우리 가족은 주 1회 채식데이를 운영해요’, ‘이번 가족 모임 때에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기로 했어요’ 등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공감은 수업에서 시작해 일상으로 흘러갔습니다. 수업 활용 Tip 카드뉴스 제작 도구로 미리캔버스를 활용하면 학생들의 편집 역량 차이를 줄이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평가 루브릭에서 국어과 성취기준 중심으로 평가를 설계하고, 국어과 성취기준과 무관한 ‘심미적 요소’를 평가 요소로 제시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챌린지로 실천하는 공감의 확장 ‘다했어요’ 앱을 활용한 ‘쓰레기 줄이기 챌린지’에서는 학생들이 하루에 하나씩 실천 내용을 인증했습니다. 쿠키 포인트 부여와 선생님의 실시간 피드백이 학생들의 흥미와 참여도를 높여 주었습니다. 5단계로 디지털 배지를 구분 설정해 일정량의 쿠키 포인트가 모이면 단계가 올라가도록 했고, 쿠키 40개 이상인 최종 단계를 ‘명예의 전당’으로 설정했습니다. 특별한 외적 보상보다도 참여 자체의 흥미를 유도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시스템이 학생들에게 즐겁게 다가갔습니다. 20층 높이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학생,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 활동지로 수업하는 것이 뿌듯하다며 활동지를 인증하는 학생, 하루 동안 전기 안 쓰기, 급식 잔반 남기지 않기, 텀블러 사용하기 등 변화의 물결은 작게 출발해서 점차 커지고 있었습니다. 동료교사들도 이 챌린지 활동이 정말 좋았다고 반응하셨습니다. “강의식 수업을 할 때 느껴보지 못했던 학생들과의 소통을 이루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등장하면서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참여가 높아지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라고 대화하며 선생님들도 함께 챌린지 활동에 동참했습니다. 한 달간 우리는 3천 개가 넘는 쿠키를 수집했습니다. 작은 실천이 모여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드는 경험이 우리에게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수업 활용 Tip ‘다했어요’ 앱으로 실천하는 챌린지, 선생님의 실시간 피드백이 흥미와 참여율을 높입니다. • 1일 1회 실천 → 인증 → 쿠키 포인트 누적으로 동기 부여! • 실천 예시: 계단 이용하기, 텀블러 쓰기, 급식 잔반 남기지 않기 등 • 팁: 5단계 배지 시스템 최종 단계 ‘명예의 전당’ 설정 교사의 시선: 감수성은 길러지는 것 “환경을 소비로만 보던 시선이 바뀌었다.” “생태 위기를 해결하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행동하고 싶어졌다.” 프로젝트 수업의 마무리 단계에서 학생들이 쓴 배움일기에 이런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문장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책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어떤 감정이입은 배워야만 하고, 그다음에 상상해야만 한다. 감정이입은 다른 이의 고통을 감지하고 그것을 본인이 겪었던 고통과 비교해 해석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그들과 함께 아파하는 일이다’라는 표현입니다. 학생들이 생태 감수성을 확장해 나가는 일은 배움과 상상을 통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수업은 단순한 환경수업이 아니었습니다. 국어시간에 텍스트와 매체를 비판적으로 읽고, 매체를 통해 표현하고, 일상의 실천으로 연결하는 공감의 반경 확장 프로젝트였습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질문했고, 표현했고, 연결하고, 실천했습니다. 비문학 읽기와 연계해서 읽은 정세랑 작가님의 단편소설 7교시 독서토론 활동에서 학생들이 했던 대화의 일부를 옮겨 봅니다. 프로젝트 첫 도입 수업, 고래 관광에 관한 뉴스 영상을 보면서 별다른 고민 없이 “여행 가고 싶다, 나도 고래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라고 쓰던 학생들이 이제는 매체를 접할 때 허투루 보지 않는 게 느껴집니다. 처음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도전했던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작은 실천이 의미 있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은 많습니다. 지금도 수업은 도전과 실패, 보완과 재도전을 거듭하며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AI 기반 콘텐츠 추천 시스템, 카드뉴스와 같이 배움의 증거가 되는 활동 과정 결과물을 생성한 후에 AI 피드백 받기 등을 도입해 활동을 더욱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교실수업이 실제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공감교육과 에듀테크 기반 시민성 교육이 계속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수업을 흥미롭게 만들고, 감수성은 수업을 사람답게 만듭니다. 두 지점의 교차점이 곧 미래 교실의 모습이라 생각하며, 국어수업이 삶과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수업을 설계합니다. 문해력에서 생태 감수성으로, 생태 감수성에서 삶을 위한 실천으로 이어지는 교육의 힘을 믿으며, 어디선가 함께 도전하고 계실 동료 선생님들의 교실을 응원합니다.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은 예전과 달리 더 이상 생소한 말이 아니다. 이미 교육현장에서는 학교도서관 공간을 이용하는 수업이 널리 시행되고 있고, 더 나아가 교과수업과 연계한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여러 현장에서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공동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시행하며, 평가까지 함께하는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이 이루어지는 추세이다. 이는 학교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서, 정보활용능력·비판적사고력·창의력·문제해결능력 등의 고등사고능력을 기르는 ‘배움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학교도서관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학생 주도성’, ‘핵심역량기반 교육’, ‘정보활용능력’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교육공간이다. 또한 요즘 강조되는 디지털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등 각종 리터러시로 불리는 ‘정보문해력’을 기르는 데 최적화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각종 자료와 지식의 보고인 도서관을 활용해서 수업 때 배운 지식을 확장시키고, 실제 삶과 연결하며, 교과 간 경계를 넘는 융합적 학습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사와의 협력수업 다음은 교생실습 때 실제로 했던 수업을 소개해 볼까 한다. 누구나 교육실습 때는 교사가 되겠다는 꿈과 열정이 깊은 시기이다. 교사가 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열정과 아이디어는 덜 정제되고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에 가깝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굽히지 않은 채 설계하고 펼쳐볼 수 있었던 수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 교과교사와 협의하여 협력수업을 계획하였다. 먼저 계획 초안을 작성한 후 교과교사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시시각각 변동하는 교육현장의 상황에 따라 수정하여 적용하였다. 처음에는 조선 초기의 정세에 관한 수업을 계획하여 조선 초기 왕의 업적, 왕권과 신권, 대외관계, 주요 인물과 정치세력에 대한 그래픽 조직자 활동지를 제작하였으나, 한국사 교과 진도에 맞추어서 고려와 조선의 역사 비교로 변경하였다. [PART VIEW] ● n차시 _ 교과교사 수업 먼저 교과교사의 수업을 진행하였다. 한국사라는 교과의 특성상 강의식 직접교수법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고, 해당 지식을 바탕으로 학생이 직접 자료를 찾아보면서 지식을 확장해 나가는 방법으로 파지와 전이를 높이고자 하였다. 따라서 한국사 교과의 진도에 맞게 먼저 교과교사가 n차시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주요 내용을 강조해 주었다. ● 1차시 _ 사서교사 수업 선행된 교과수업에서 강조된 주요 내용에 대해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함께 협의하여,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해당 자료를 찾아보며 모둠별 산출물을 창조해 낼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였다. 먼저 학생들을 4개의 모둠으로 나누고, 모둠활동에 대한 설명을 한 후, 각 모둠에 ‘고려와 조선 왕들의 업적’, ‘고려와 조선의 통치제도’, ‘고려와 조선의 대외관계’, ‘고려와 조선의 사회사’라는 각기 다른 4가지 주제를 선정하도록 하였다. 이때 학생들에게 관련 내용에 대한 읽기 자료와 우리 학교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참고도서 목록을 배부하여 모둠 산출물 제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 읽기 자료 ● 참고도서 목록 처음에는 그래픽 조직자 모둠 산출물을 계획했었으나, 학생들의 자기주도성과 창의성 신장을 위해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1교시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제작해야 해서 학생들에게 PPT로 예시 틀을 보여주었다. 이때 그래픽 조직자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형된 산출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자유 형식이란 말에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학생들이 서로 토의하며 협의하기 시작했고, 의견을 조율한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제작에 나서기 시작했다. 책상이 좁은지 너도나도 바닥으로 자리를 옮겨서 자유롭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지만, 학생들은 예상을 뛰어넘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단순한 그래픽 조직자를 기대했던 처음 설계와 달리, 학생들은 훨씬 다양하고 멋진 작품을 산출해 냈다. 어쩌면 아이들 능력의 한계를 한정하는 것은 교사가 아닐까? 학생들에게 도리어 배우는 기분이었다. 이처럼 교생실습시기에 시행했던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현재 사서교사가 되어 교육현장에 나와보니, 체계적인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요인들이 많이 있다. 학생수가 많은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학급수가 많다 보니 한 학년당 2~3차시 정도 수업을 한다. 또한 수업시간이 연속적이지 않아서 연결된 수업을 계획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수업시수를 늘리기에는 학교도서관 관리, 인문독서교육담당 등 업무가 많아서 업무부담이 가중된다. 혼자서 업무와 수업을 둘 다 할 수는 없기에, 과밀학교에는 2명의 사서교사 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지만,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은 학생들에게 주는 이점이 매우 많다. 학생들은 도서관 활용수업을 통해서 스스로 주제를 설정하고, 다양한 자료를 탐색하며, 협업을 통해 배움을 확장해 나간다. 학교도서관은 정보의 집합처이자 탐구 중심 수업의 장으로 기능하고, 학생들은 교과수업을 넘어서 자기 경험과 실제 삶과 연결하며 지식을 확장한다. 자연스럽게 지식의 파지와 전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학생 중심의 자기주도학습’, ‘융합적 사고력 함양’, ‘정보문해력 신장’을 자연스럽게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수업을 확산하기 위해서 학교 안에서는 교과교사와 사서교사의 협력이 더욱 끈끈해질 필요가 있고, 학교 밖에서의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다. 학교도서관은 더 이상 학습의 보조적 공간이 아닌, 학생 성장의 중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글 요청하는 인간’으로의 변화 강연을 마치자 연로한 여교수께서, “이미 말만 하면 내가 원하는 자수를 놓아주는 기계가 나왔는데, 그걸 모른 채 돋보기를 쓰고 한땀 한땀 수를 놓고 있었네요”라고 소감을 밝히셨다. ‘글 쓰는 인간’에서 ‘글 요청하는 인간’으로 변한 시대 앞에서 혼란을 겪는 교사가 많다. 생성 AI를 사용할 때면, 계속 사용할 경우 내 사고력과 글쓰기 역량을 비롯한 업무처리역량이 점차 퇴화하지는 않을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생긴다. 그러면서도 사용의 편리함에 빠져든다. 이산 몰릭(Ethan Mollick)의 듀얼 브레인(신동숙 역, 2025)은 이러한 불안감을 줄이고, AI를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몰릭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Wharton School) 경영학과 교수로, 혁신·기업가정신·인공지능(AI)이 업무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는 학자이다. 그가 제시한 것은 인간의 고유한 지능과 AI의 기계적 지능을 결합하는 협력지능(Co-Intelligence) 전략이다. 1956년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할 때 함께 제안된 개념의 하나가 ‘지능 증폭(IA, Intelligence Augmentation 또는 Amplification)’이었다. 널리 활용되고 있는 LLM 기반의 AI(ChatGPT 등)는 본질적으로 ‘인간을 대체하는 AI’가 아니라, ‘인간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IA’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몰릭이 제안한 협력지능은 초창기 IA 개념의 본래 의미를 되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아이언맨 슈트를 착용하면 평범한 사람도 초능력자가 되듯이, 올바른 방식으로 AI라고 불리는 ‘역량 증폭기(IA)’를 활용하면 일반 사람들도 전문가 못지않은, 때로는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듀얼 브레인은 우리가 IA를 통해 ‘증폭된 인간(augmented human)’이 되기 위해 실천해야 할 4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한다. 이 글에서 제안하는 ‘증강교사(AI-Augmented Teacher)’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교육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교사를 의미한다. 몰릭의 제안을 바탕으로 증강교사가 되기 위한 방법을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제반 교육 준비 활동에 AI ‘초대’ 몰릭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외계 지성’이자 협력자로 생각하도록 조언한다. AI를 단순히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시작 단계부터 AI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도록 권장하고 있다. AI를 제대로 사용하면 우리의 두 번째 뇌, 즉 ‘지능 증폭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교원 대상 AI 활용 연수를 하다 보면 AI 활용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관점에 서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AI를 활용하지 말라고 하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자신은 사용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AI가 학생에게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AI 활용에 대한 부정적인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학생에게 사용을 자제하거나 제대로 사용하도록 요청하는 이유는 학습에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AI 도구에 과도하게 의존할수록 학업성취도(GPA)가 낮아지고, 자기효능감이 감소하며, 무기력감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Dollan, 2025). 하지만 모르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해 AI의 도움을 받을 때는 오히려 학습에 보탬이 된다. 숙제를 해주는 가정교사는 아이를 망치지만, 학생의 공부를 돕는 가정교사는 아이의 지적 성장에 보탬이 되는 것과 같다. 이처럼 AI 활용 목적과 방법에 따라 효과와 부작용의 정도가 달라진다. 교사가 업무처리를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수업준비 및 진행, 학생 평가, 학급경영 활동, 제반 행정업무에서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AI 사용을 망설이는 교사는 특별히 제공된 보조인력이 미덥지 않아 모든 일을 자기 혼자서 처리하는 교사와 같다. 만일 새로운 모형의 수업안 작성 역량 강화를 위해 연수를 하면서 부과된 과제를 AI에게 시킨다면 이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학생이 AI에게 숙제를 시키는 것과 같다. 교사가 수행하는 제반 활동은 업무역량을 기르기 위함이 아니다. 업무 수행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으면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성과물의 질도 향상된다. 그 과정에 자신의 업무처리역량도 향상될 수 있다. 명문대학에서는 교수에게 박사과정 학생을 수업조교로 배치해 준다. 학과에는 행정조교가 있어서 제반 행정업무를 지원한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원들은 수업조교나 행정조교 없이 혼자서 거의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악조건에 놓여 있는 교사들에게 AI는 유능한 조교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수업안 작성, 차시별 동기 유발 아이디어, 수업 중에 활용할 퀴즈문제 제작, 수업자료 제작, 필요한 동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수업자료 찾기, 학생 맞춤형 지도방안 작성 등 수업 준비와 관련된 제반 업무를 도와준다. AI 조교의 도움을 받으면 적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여 학생 평가 및 개인 맞춤형 피드백까지 제공할 수 있다. 생활지도·학부모상담을 비롯한 제반 학급경영 활동에 있어서도 박사 수준의 전문적 조언을 제공해 주고 필요한 자료를 제작해 준다. 교육활동과 관련한 제반 업무를 지속적으로 AI에게만 의존하여 처리한다면 당연히 교사의 교육역량은 저하할 것이다. AI는 교육활동을 돕는 조교에 불과함을 명심하며, 자신의 업무수행 역량을 지속적으로 연마해 가야 이 문제를 줄일 수 있다. AI시대에도 자신이 수업안을 만들고 필요한 자료를 제작한 후에 AI의 도움을 받아 보완하는 ‘선수행 후활용’ 방식을 종종 시도해야 하는 이유이다. AI에게 명확한 역할 부여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AI에게 구체적인 역할이나 페르소나(성격·직책 등)를 명확히 설정해 주는 것이 좋다. 명시적으로 역할이나 페르소나를 규정하지 않더라도 명령의 내용과 목적에 암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AI가 이를 유추해 답을 해준다. 하지만 ‘네가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이고, 반 학생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다음 질문에 답을 해줘’라고 역할과 특성 등을 명시하면 AI는 더 정확하고 우리의 기대에 부합하는 유용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 내가 제시하는 공동체 활성화 방안에 대해, 너는 학교장으로서 반대 견해에 서서 비판해 줘’ 등 명확한 역할을 지정하면 AI의 답변 품질은 크게 향상된다. AI는 사용자의 질문기법에 따라 페르소나를 조금씩 조절하기 때문에, AI에게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시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중요하다. 몰릭은 “AI에 감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AI의 주체성과 지능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까지 이야기한다. 그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AI는 확률에 의해 어떤 단어 뒤에 나올 가장 바람직한 단어를 찾아 제시할 뿐이지, 스스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더 보편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AI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페르소나를 명확히 해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 AI의 가능성과 한계 파악 몰릭은 “AI는 당신의 두 번째 뇌다. 하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짐’이 될 수도, ‘지능 증폭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같은 주제라도 다양한 질문법과 모델로 결과를 비교해 가면서 AI의 한계와 가능성을 파악해야 한다. 다양한 프롬프트와 과제를 지속적으로 시도해 보며 체득해야 한다. 교사의 업무, 특히 근무 중인 학교에서 자신이 담당하는 학급과 교과 및 업무와 관련해서는 AI 활용 방법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는 바로 여러분이어야 한다. 실험을 통해 근무 중인 학교와 학급, 학생과 학부모의 특성을 포함한 상황에 적합한 활용법을 정립해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의해야 할 것은 AI의 가짜정보생성(hallucination) 문제이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생성하므로 제공하는 자료에 오류나 허위 정보가 섞일 수 있다. 교사의 검증과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메츠와 카렌(Metz and Karen, 2025)에 따르면 AI가 보다 강력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짜정보생성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최종 판단과 결정, 그리고 사용에 따른 책임은 교사의 몫이다. AI가 제공한 자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인간의 가치와 윤리에 기반하여 수정·보완한 후 활용해야 한다.
“다산콜센터로 연결됩니다.” 공공기관에 업무와 관련된 문의를 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분명히 공공기관 담당부서로 번호를 눌렀건만, 서울 다산콜센터로 연결되었다. ‘아, 공공기관은 이렇게 직접 민원전화를 받지 않는구나,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개인 핸드폰으로 민원전화를 응대하고 있을까?’ 순간, 교사는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왔다. 교사 개인에게 직접 연락하는 민원방식에 대한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되었지만,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학 부모들은 자녀의 출결·체험학습·급식·교복·학교방침에 대한 의견까지 모두 담임교사 개인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로 전달한다. 이미 학생에게 자세히 안내한 내용도, 다시 개별적으로 문의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담임교사는 학부모들의 반복적인 개별 문의부터, 학교방침에 불편한 사항까지, 모든 민원의 창구가 되어 있다. 특히 출결과 관련해서는 아침부터 전쟁을 겪는 일도 많다. 누군가는 아프다고, 누군가는 늦잠을 잤다고, 누군가는 오늘 생리결석을 쓰겠다고 연락이 온다. 출석을 제대로 안 하는 학생이 학급에 1~2명만 있어도 교사의 평화로운 아침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담임교사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출근길에, 혹은 교무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개인 핸드폰으로 걸려 오는 전화를 받다가 조회를 들어가고, 수업을 시작한다. 출근시간 전부터 퇴근시간까지, 또는 퇴근 후까지 교사는 자신을 돌볼 틈 없이 하루를 살아간다. 학생 등교하지 않은 원인 … 모두 학교와 교사 탓 ‘오늘 ○○이가 아파서 등교가 어렵습니다.’ 몇 년 전 일이다. 상습적으로 결석하거나, 조퇴하던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문자가 왔다. 전날 조퇴하며 “내일부터는 열심히 다니겠다”라고 약속했던 학생이었다. 혹시 어떤 사정이 있는지 알아보려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학생에게 연락해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 ○○이 많이 아픈가요? 통화 가능하실 때, 연락해 주세요’라고 문자를 남기고, 하루를 허겁지겁 보냈다. “학교 가면, 선생님들이 혼내서 가기 싫대요.” 오후가 돼서야 통화가 되었을 때, 기운이 빠지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학부모는 선생님들이 ○○이를 생활지도 한 것을 항의하였다. 그리고 학생이 등교하지 않은 원인을 교사에게 돌리고 있었다. 담임교사의 마음과 지도한 교사들의 마음을 전해도, 여전히 학교 탓을 하며 화를 내기만 하였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력감’ 그 자체였다. ○○이는 등교하면 ‘잘 하겠다’라고 약속했지만, 번번이 약속을 어겼다. 계속 상담하고, 간식도 챙겨주며 격려도 했지만, 출결문제는 반복되었다. 그때마다 학부모의 비슷한 항의도 계속 들어야 했다. 학생을 끝까지 지도하고, 책임지려고 노력했던 것은 결국 소진으로 돌아왔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오로지 내가 감당하고, 버텨야 하는 일이었다. 또 한 명의 교사가 세상을 떠났다 2025년 5월, 제주에서 또 한 명의 교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기 전 겪었던 고통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학생지도 중 겪은 어려움, 학부모의 반복된 학교와 교사 탓, 카톡으로 주고받은 대화들. 그 어떤 것도 특별하지 않았다.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고, 지금도 누군가는 겪고 있을 일상이었다. 나는 너무 두려웠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상이 만든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말 한마디가 있었다면, 한 교사를 지킬 수 있었을까? 떠나간 이들이 홀로 감당했던 아픔들을 남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함께 하지 못했다. 그저, ‘우리는 언제까지 동료를 잃어야 합니까?’라는 자조적인 질문을 반복할 뿐이다. 교사들은 또 한 명의 동료를 지켜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또 반복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있다. 하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기관은 제삼자처럼 머물러 있다. 민원대응체계를 점검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공식적인 사과도, 책임 있는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 동료의 죽음 앞에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교사뿐이다. 결국 동료교사를 떠나보낸 슬픔도 개별 교사가 감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는 좁지만, 교사는 외롭다 교사 개인이 모든 것을 떠안는 시스템은 교사들의 단절을 가져왔다. 학교에 가면 교사들은 서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모른다. 학교는 좁지만, 교사는 외롭다. 수많은 업무와 학생생활지도가 교사 개인에게 부과되어 있고, 그것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교사들은 서로의 짐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나 역시, 내가 짊어지고 있어야 할 무게를 감당하느라, 옆 교실에서, 교무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혹시라도 내 짐을 나누면, 다른 선생님에게 폐가 될까 봐 점점 더 철저히 개인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동료교사로서 용기를 내 먼저 다가가더라도, 동료교사가 힘들어하는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없는 무력한 상황과 짐을 덜어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할 뿐이다. 결국 교사들은 침묵과 단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평소 이렇게 살아가다 보니 힘든 일이 생긴다고 한들, 누구에게 손을 내밀 수가 있을까. 교사에게 생긴 어려움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해결해 줄 수 있는 학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교의 민원대응체계를 점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먼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학교는 민원을 처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교육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교사들은 민원을 나눠서 처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교육에 집중하고 싶다는 것을. 제주 선생님이 부장교사로서 감당했던 무게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교사의 업무는 이미 과포화 상태이지만, 새로운 정책이 생겨날 때마다 교사들의 업무는 늘어날 뿐이다. 교무실은 이제 조용한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각자에게 맡겨진 업무를 하느라, 서로의 얼굴을 볼 시간도 없이, 안부인사 하나 전할 시간도 없이 모니터만 보고 있다. 그래서 단위학교 자체가 책임을 지는 시스템 점검은 결국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말로만 들린다. 교사들은 또 한 명의 동료를 잃었다. 그리고 동료를 잃게 한 고통은 여전히 누군가가 살아내고 있는 오늘이기도 하다. 이런 오늘이 달라지지 않기에 나는 기도라도 간절히 해본다. “선생님 괜찮으세요?”라는 안부라도 전할 수 있는 학교가 되기를 제주에서 떠난 선생님의 죽음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내가 무너지지 않기를. 또 어떤 교사도 무너지지 않기를.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모 학원의 기숙형 프로그램 홍보물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음과 같은 주요 홍보 문구 때문이다. ‘독재자’(독학·재수·자기주도학습) ▲소수 정예 스카이 캐슬형 관리 ▲최상위권 학생 대상 장학 제도 운영 ▲의대/SKY 재학 ○○○○ 출신 조교 25명! ▲1대 1 멘토 관리 체계적 학습 세부내용을 보니 일정 벌점 초과 시 프로그램상 출입 코드가 삭제되어 출입이 통제되는 벌점 제도도 있다. 벌점 항목으로는 결석(10점), 조퇴(5점), 지각(5점), 외출(3점), 강제동원 미준수(3점), 졸음(1점), 핸드폰 미제출(10점), 열람실 내 전자기기 사용(10점), 학습 외 사이트 접속(5점), 쉬는 시간 외 화장실·카페테리아 이용(1점), 독재자 내 학생 간 필담(1점), 오후 10시 이후 무단 외출(강제 퇴실) 등이다. 그리고 홍보 팸플릿 속에 끼워진 간지 한 장에 다음과 같은 최후의 격문이 나부끼고 있다. ‘기숙학원보다 더 강력한 몰입! ○○ 독재자 선착순’ 교장실로 들어와 이러한 격문들을 읽어가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 비판과 한탄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기가 막힐 뿐이다. 아무리 학원 홍보를 위해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독재자 교육이라니! 독재자를 선착순으로 모집하고 있다니! 맹목적 공부가 아닌 성적을 올리는 순공 시간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책꽂이에 있는 세 개의 자료를 꺼내 들었다.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사범대 진학 후 지금까지 교직생활에서 힘들거나 지칠 때마다 응원봉처럼 찾아보는 자료다. 첫 번째는 사범대 신입생으로 들어가 처음으로 맞이한 교육학 개론이다. 두 번째는 사범대 4학년 때 모 중학교에 나가 교생실습의 과정을 기록한 교생실습록이다. 세 번째는 군복무를 마치고 드디어 교직에 첫발을 디딘 해(1989년)에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도서판(2003년 한국어 번역본)이다. 먼저,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사범대 신입생 때 만난 교육학 개론(한○○ 著)에는 교육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교육(敎育)이란 인간이 인간발달을 의도적으로 지도(指導)하며, 향도(嚮導)하는 과정(過程)이다.’ 요즘의 교육학 관련 책에서는 보기 힘든 향도(嚮導)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향도의 의미를 여기서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지도(指導)라는 단어보다는 왠지 더 깊이 있고 더 진한 교육적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다음, 사범대 4학년 교생실습 기간 중 하루의 일과와 소감을 정리하는 교생실습록의 어느 날 소감문은 다음과 같이 끝나고 있다. 학생들 앞에서 종례(終禮)를 해봤다. 나의 말에 학생들의 움직임이 결정되고 나의 말에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두렵기까지 했다. 학생들이 어떤 행동을 하건 어떤 태도를 보이든 간에 종례하는 그 시점에서 모든 것들은 나의 책임이다. 그 책임이라는 것이 물건을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놓는 것도 아니고 빚진 사람이 빚을 갚을 책임과 같은 것도 아닌, 바로 인간 자체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했을 때 나는 사뭇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교육에서 요구되는 많은 가치가 있지만, 교생으로서 나는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책임을 말하고 있다. 과연 지금의 나는 그 젊은 날의 책임 의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을까? 끝으로, 내가 실제 학교현장에 발령받은 해에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교직에 대한 사명감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던 나는, 소위 요선도 학생(?) 몇 명을 데리고 학교에서 가까운 영화관으로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 속 학생들이 각자의 책상 위에 서서 떠나는 키팅 선생님에게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나와 학생들 모두 눈물을 훔치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리고 이 영화 이후로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던진 다음과 같은 한마디는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유명한 구절이 되었다. “카르페 디엠(오늘을 즐겨라)” 키팅 선생님의 요청을 지금 나는 실천하고 있다. 학생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고 말한다. 입학식 축사에서도 신입생들에게 대학입시를 위해 ‘3년간 고생하라’가 아니라 ‘3년간 행복하라’고 말했다. 내일을 위해 기죽어 있지 말고 지금 하루하루 자기 자신을 흔들어 살아있음을 보여주자고 떠든다. 교육도 아닌 것이 교육이라는 이름을 걸고 서성이는 요즘 교육에 대한 정의(定義)는 교육자만큼이나 많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교육은 방식으로서는 향도(嚮導)요, 교육자의 자세로서는 학생들에 대한 책임이요, 학생들에게는 오늘을 즐김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학원에서 홍보하는 독재자 과정은 결코 교육이 아니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교육이라고 이름할 수 없다. 교육이라 할 수 없기에 비난거리조차도 되지 못한다. 하지만 현실은 큰 걱정이다. 학부모들은 거리낌 없이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독재자 양성과정에 지원하고 있으니. 지금 우리의 머리 위에는 수많은 교육 애드벌룬이 떠다닌다.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 UNESCO 교육의 미래 2050, 교육개혁-모두를 위한 맞춤교육(교육부),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서울시교육청) 등…. 하지만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애드벌룬의 화려한 색상과 문구들은 구경거리나 쓴웃음의 대상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비정상이 넘친다. 무엇보다도 정치가 극도의 비정상으로 전개되다 보니 뒤따라오는 다른 분야의 비정상적 상황들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드러내놓고 독재자를 키우겠다고 홍보하는데 별 저항이 없다. 오히려 소리 없이 거기에 호응하는 현실만이 존재한다. 정상으로의 회복을 위해 근본적인 새출발이 요구되는 지금, 우리 교육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교육과 교육이 아닌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새로운 교육정책도 필요하고, 학교현장에서의 지속적인 실천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론과 실천에서 제시하는 ‘~교육’이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교육도 아닌 것이 교육이라는 이름을 걸고 우리 주변에 난무하기 때문이다. 독재자를 키우는 프로그램이 사교육이라는 가면을 쓰고 교문 앞에서 서성거리는데도 우리는 무감각하기 때문이다. 신록의 7월. 진정한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만의 기준을 심어보는 계절이 되자. 정치적·사회적·복지적 관점의 교육이 아니라 교육적 관점의 교육을.
그저 한 번쯤은, 끝에 다다르고 싶었다. 목표는 유라시아 대륙의 끝이었지만, 끝을 향하는 길목마다 더 큰 낭만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 낭만의 이름은 리스본, 그리고 신트라였다. 이베리아반도(스페인·포르투갈)를 여행하게 된다면 포르투갈의 수도이자 대표 도시인 리스본(Lisbon)은 반드시 고려하는 여행 목적지 중 하나일 것이다. 리스본 여행은 대개 구시가지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출발했던 유라시아의 동쪽과는 다른 경관에 취해 반쯤 넋을 잃고 걷다 보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지만 정말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리스본 외곽에 위치한 신트라(Sintra)는 리스본에 가려진 고요한 낭만이다. 유라시아 끝자락에서 마주한 낭만, 리스본과 신트라에 취해보자. 테주강을 따라 걷는 리스본의 시작 1월 중순,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예상보다 따뜻한 공기였다. 책에서만 배웠던 지중해성 기후가 이런 느낌이란 것을 몸소 느끼며, 리스본에서 여정은 산뜻하게 시작되었다. 리스본을 여행한다면 바이샤(Baixa) 지구는 여행의 출발지로 손색이 없다. 이곳은 리스본의 중심부이면서 최대 번화가이다. 1755년 대지진 이후 체계적으로 재건된 이 지역은 다른 오래된 유럽 도시들과는 다르게 정돈된 격자형 거리가 특징이다. 바이샤 지구의 호시우 광장(Praça do Rossio)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아우구스타 거리(Rua Augusta)에는 카페·상점·식당이 이어져 있어 가볍게 산책하며 리스본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다. 걷다가 도착한 거리 끝에는 웅장한 아우구스타 개선문(Arco da Rua Augusta)이 자리하고 있다. 개선문을 지나면 탁 트인 코메르시우 광장(Praca do Comercio)과 바다처럼 보이는 테주강(Rio Tejo)을 마주할 수 있다. 코메르시우 광장은 과거 왕궁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넓은 광장으로, 테주강과 맞닿아 있다. 강을 제외한 나머지 삼면이 노란색의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정면으로는 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광장 주변에는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잠시 앉아 여유를 즐기기에도 좋다. 노을이 질 무렵이면 하늘과 강이 붉은빛과 주황빛으로 천천히 물들어 간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 아래에서 코메르시우 광장과 강이 하나로 이어지는 풍경은 리스본을 기억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다. 이때 시선을 조금만 옮기면 멀리 ‘4월 25일 다리(Ponte 25 de Abril)’가 테주강 위를 길게 가로지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저녁노을에 물든 다리의 실루엣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리스본의 낭만적인 저녁을 완성한다. 역사와 맛이 공존하는 벨렝지구 벨렝(Belem)은 리스본 서쪽에 위치한 해안 지구로, 대항해 시대의 흔적과 지역 고유의 미식이 어우러진 장소다. 시내 중심부에서 전철이나 트램을 타고 약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리스본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onimos)이다. 16세기 초, 바스쿠 다 가마의 항해 성공을 기념해 지어진 이 수도원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마누엘 양식의 걸작이다. 입구부터 화려한 조각과 섬세한 아치 구조가 시선을 압도하며, 내부 회랑은 차분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와 바스쿠 다 가마의 석관이 있어 역사적 의미도 크다. 수도원 인근에는 에그타르트의 원조로 알려진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eis de Belem)’이 위치해 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전해졌다는 레시피를 유지하며 1837년부터 운영되어 온 이 전문점의 갓 구운 에그타르트는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이 조화를 이루며, 여기에 계핏가루를 뿌려 먹는 방식이 현지식이다. 테이크아웃도 가능하지만, 여유 있게 앉아 먹는 경험이 더 기억에 남는다. 달콤한 휴식을 마친 후에는 테주강 강가에 위치한 벨렝탑(Torre de Belem)으로 향했다. 벨렝탑은 16세기 초, 항구 방어와 등대 기능을 위해 지어진 석조 요새이다. 마누엘 양식 특유의 장식과 해양 상징이 곳곳에 새겨져 있으며, 대항해 시대의 상징물로서 상징성과 건축미를 동시에 지닌다. 내부 관람이 가능하지만, 입장 대기 시간이 다소 길 수 있어 시간 여유를 두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매력적인 교통수단, 트램과 푸니쿨라 리스본은 언덕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걷는 길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러한 지형 덕분에 독특한 교통수단들이 발달했는데 그중 하나가 푸니쿨라(Funicular)다. 탑승했던 비카 푸니쿨라(Bica Funicular)는 테주강변의 카이스 두 소드레(Cais do Sodré)와 구시가지 언덕을 잇는 짧고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운행된다. 푸니쿨라는 천천히 오르며 양옆으로는 리스본 특유의 낡은 건물과 골목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좁은 골목 사이를 느리게 올라가는 그 시간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선사한다. 도착 지점에 내리면 그 장면은 절정을 맞는다. 노란 푸니쿨라 차량과 리스본 특유의 좁은 골목, 그리고 저 멀리 펼쳐진 테주강의 반짝이는 수면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은 그 자체로 리스본을 응축한 ‘한 컷’처럼 느껴진다. 짧은 탑승 시간이지만,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비카 푸니쿨라를 경험할 이유는 충분하다. 리스본을 대표하는 교통수단인 트램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28번 트램(Eléctrico 28)은 알파마·바이샤 등 리스본의 구시가지와 언덕 마을을 연결하며,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가장 밀도 있게 담아낸다. 12번 트램(Eléctrico 12)은 알파마 지역을 짧게 운행하지만, 클래식한 골목 풍경을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은 노선이다. 좁은 골목 사이를 달리는 트램이 자동차와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스쳐 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인상 깊다. 운전석 옆에 서서 기사들의 조작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트램 노선과 시간표는 구글 지도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초보 여행자도 큰 어려움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천천히 도시를 관통하며 달리는 트램에 앉아 있으면, 마치 또 다른 영화의 한 장면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창밖으로 흐르는 리스본의 골목·풍경·사람들까지 모두가 하나의 장면이 되어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리스본을 한눈에, 상조르즈 성과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 구시가지의 중심에서 트램을 타고 알파마(Alfama) 지구에서 내리면, 상조르즈 성(Castelo de Sao Jorge)으로 향하는 언덕길이 시작된다. 성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남짓 오르막길이 이어지지만, 그 길조차 리스본 특유의 고즈넉한 골목과 상가들이 이어져 있어 걷는 시간마저 즐겁다. 언덕 위에 자리한 상조르즈 성은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성이다. 고대 페니키아인부터 서고트족·무슬림·기독교 등 1,500여 년 동안 리스본의 지배세력이 바뀔 때에도 이용되었던 역사적인 장소다. 성 내부에서는 특별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다.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공작들이 이 요새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해 준다. 고요한 성곽, 초록의 나무 그늘, 그리고 천천히 걸어 다니는 공작의 조합은 현실과 동화의 경계를 허문다. 성벽 위에 오르면 붉은 지붕으로 가득한 구시가지와 푸른 테주강, 그리고 멀리 펼쳐지는 언덕 도시 리스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노을이 도시를 붉게 물들일 때 상조르즈 성에 머물고 있다면, 그 장면은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풍경이 된다. 이곳이야말로 리스본이 지닌 낭만과 역사, 그리고 도시의 형태를 가장 완벽하게 드러내는 장소다.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Elevador de Santa Justa)는 바이샤 지구 중심의 아우구스타 거리 중간에서 마치 타워처럼 솟아 있는 독특한 구조물을 하고 있다. 1902년에 완공된 이 엘리베이터는 네오고딕 양식의 철제 구조물로,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였던 라울 메스니에르 두 퐁사르가 설계했다. 엘리베이터는 도심 속 수직 이동 수단으로, 저지대인 바이샤와 고지대인 시아두(Chiado)를 직접 연결해 준다. 현재는 전망대 관람을 위한 주요 관광 루트로 더 많이 이용된다.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구시가지와 테주강, 멀리 보이는 상조르즈 성의 모습까지 조망할 수 있다. 상조르즈 성과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는 각기 다른 높이와 방식으로 리스본을 조망하게 하지만, 두 장소 모두 리스본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깊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천천히 걷고, 느리게 오르며 마주한 이 도시의 전경은, 여행자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신트라에서 마주한 유라시아의 끝 신트라는 리스본 교외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경관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리스본과는 또 다른 고요한 정취가 흐르고, 골목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동화 속 마을에 들어선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여행지처럼 느껴진다. 리스본을 방문한다면 하루쯤 시간을 내어 꼭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 리스본 중심의 호시우(Rossio)역에서 신트라행 열차를 타면 환승 없이 약 50분 후 도착하게 된다. 도착과 동시에 리스본과는 확연히 다른 공기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신트라에는 신트라 왕궁, 페나 성, 무어인의 성터 등 볼거리가 풍부해 하루 만에 모두 둘러보기는 어렵다. 그중에서 내가 찾은 곳은 헤갈레이라 별장(Quinta da Regaleira)이었다. 헤갈레이라 별장은 20세기 초 포르투갈의 한 부자가 지은 저택과 정원으로, 마치 미로처럼 설계된 건축물과 상징적인 공간들이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이니시에이션 웰(InitiationWell)은 가장 독특한 구조물이다. 우물은 깊이가 27m에 달하며, 나선형 계단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차분히 걸어 내려가는 동안 돌벽에 스치는 습기와 어둠, 그리고 점점 좁아지는 공간은 단순한 관람이 아닌 하나의 체험처럼 느껴졌다. 여정의 마지막 지점은 호카곶(Cabo da Roca)이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서쪽 끝’으로 알려진 이곳의 십자가 탑에는 포르투갈 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의 말인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가 적혀 있다. 신트라에서 버스를 타고 산길을 굽이굽이 30분이나 넘게 달려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푸른 대서양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풍경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장소였고, 실제로 그 기대를 넘어서는 감동이 있었다. 유라시아의 동쪽 끝에서 출발해 서쪽 끝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작은 관광 안내소에서는 호카곶을 방문했다는 증명서도 유료로 발급받을 수 있었는데, 그 종이 한 장이 이번 여행의 의미를 상징처럼 담아주는 기념이 되었다. 리스본과 신트라를 걷고, 경관을 바라보면서 낯선 공간이 주는 익숙한 위로를 받았다. 걷고, 바라보고, 감탄하는 그 모든 순간이 삶의 리듬을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유라시아의 끝에서 마주한 낭만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내 마음속을 천천히 비추고 있다.
교사를 위한 학급운영 마인드셋 (트레버 뮤어·존 스펜서 지음, 허성심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36쪽, 1만 8,000원) 교사들이 학급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며 안정적인 교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침을 제공한다. 학급 관리와 문제행동 지도, 자율적인 학급을 위한 의례, 교실 공간 구성, 시스템화된 교실 운영 방식 등에 관한 구체적 실무 팁과 다양한 교수법을 담았다. 교사의 번 아웃과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감정 관리법, 에너지 분배법 등 ‘자기 돌봄’ 기술도 수록했다. 수업에 바로 써먹는 AI시대 문해력 도구 30 (전보라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80쪽, 2만 1,000원) 생성형 AI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학생들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법을 소개한다. 실제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AI 문해력을 차근차근 높이며,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주얼 리터러시 등으로 확장하는 수업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수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30가지 문해력 도구와 수업 예시를 제공하며, 수업 유의사항과 활동지 양식, 참고 자료를 수록해 교사가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부의 재발견 (박주용 지음, 사회평론 펴냄, 264쪽, 1만 7,800원) 인지심리학 전문가가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쓴 공부법 지침서. 강의 형식을 빌려 공부법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파헤치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소개한다. 필자는 ‘공부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며, 실제로 진행한 글쓰기 강의 내용과 실험적으로 도입한 과제 평가방식 등 13년간 서울대 학생들을 가르쳐온 수업 노하우를 알려준다. 우린 좋은 어른이 될 거야 (점프 엮음, 강승민 인터뷰, 옐로브릭 펴냄, 224쪽, 1만 8,000원) 기회 격차와 교육 불평등 문제에 맞서 학교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셜벤처 점프의 여정을 담았다. 청소년과 청년, 멘토들의 목소리를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를 돌볼 차례가 되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 불평등의 현실과 소외된 아이들, 그리고 성장과정에서의 고민과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다. 이런 캠퍼스 투어는 처음이야! (최재희 지음, 북트리거 펴냄, 300쪽, 1만 8,000원) 서울 소재 대학 캠퍼스의 자연조건과 문화적 배경을 알려주는 탐방 가이드. 캠퍼스의 지리적 특징과 역사성을 짜임새 있게 알려준다. 번화가와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한 건대·연대·경희대, 서울의 도시화 과정과 깊게 연결된 서울교대·한국체대 이야기 등 단순한 대학 탐방을 넘어 도시 발전 과정에 대한 이해도 넓혀준다. 해외 유명 대학 8곳도 부록으로 실었다. 여기 다 큰 교사가 울고 있어요 (홍지이 지음, 다반 펴냄, 264쪽, 1만 7,500원) 기간제교사, 공립과 사립 그리고 정교사. 10여 년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쓴 퇴직교사의 학교 에세이다. 선생님이 된 제자가 더 좋은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솔직한 이야기와 조언을 담았다. 학교를 나와서야 비로소 마주하게 된 학교에서의 기억을 편지처럼 풀어냈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모두 담담하고 솔직하게 표현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소년병과 들국화 (남미영 글, 이형진 그림, 예림당 펴냄, 72쪽, 1만 3,000원) 고 신세호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전쟁의 참혹함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적 동질감을 그렸다. 느티나무가 있는 언덕을 경계로 인민군과 대치하고 있던 어느 날, 남아 있던 단 한 발의 총알을 장전하고 정찰에 나선 소년병이 인민군 병사와 맞닥뜨리는 사건을 통해 전쟁의 속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반전 있는 조선 역사 (문부일 글, 신병근 그림, 마음이음 펴냄, 156쪽, 1만 5,000원) 조선 시대 역사 이면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바라보도록 안내한다.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렸던 이순신 장군, 수라간에서 일했던 남자 주방장, 귀걸이를 한 조선 시대 남성 등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또한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으로 불리게 된 사연, 성균관의 학교폭력, 과거 급제에 대한 집착 등 오늘날과 비슷한 사회 모습도 보여준다.
들어가는 말 최근 많은 학교장을 만나보면, 다수의 학교장이 학교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현재와 같이 구성원 간의 각기 다른 요구와 욕망이 충돌하는 패러독스 상황에서는, 조금은 떨어져 긴 호흡으로 멀리 보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하는 학교장에게 필요한 역량은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다. 이를 위해 학교장은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비전 실현을 위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어야 한다. 또한 그들이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우리 학교교육’이 크게 변화했음을 체감하게 해야만 한다. ‘한 사람의 꿈은 꿈으로 남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라는 어느 유목민의 속담이 있다.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군대의 병사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돌격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꿈을 향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나아가는 조직’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학교장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 모두가 같은 꿈을 공유하고, 그 꿈을 향해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전의 의의와 우수 비전의 조건 ● 비전의 의의 1) 협의의 비전 비전(vision)은 외래어로서 우리말에 딱 들어맞는 단어가 없어 대부분 원어 그대로 사용한다. 또한 비전은 개념적 속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 비전은 조직이 지향하는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뜻한다. 학교 비전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도달하고자 하는 학교의 위상을 미리 정해 놓은 것이다. 즉 학교 비전이란 ‘학교교육을 통해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오늘의 모습에서 벗어나, 미래의 어떤 시점에 교육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2) 비전과 미션 비전은 일반적으로 미션(mission)과 구분 없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학문적으로는 두 개념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미션은 조직의 존재 이유로서 변하지 않는 목적이다. 반면 비전은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의미하며, 비교적 오랜 기간 유지되나 정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개념이다. 3) 비전 실현을 위한 전략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교육목표와 함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영역별 추진과제 등이 필요하다. 전략은 비전과 현재 모습 사이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실행 방안이며, 이러한 전략이 잘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이다. 이들은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만일 당신이 ‘학생 식당을 짓겠다.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하겠다’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비전이라기보다는 목표에 해당한다. 목표를 이루게 되면, 비전을 향해 또 새로운 목표를 세워 도전해야 한다. 비전은 학교장이 재임하는 4년여 동안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 우수 비전의 조건 모든 학교에는 비전이 있다. 그러나 보통은 비전이 액자 속이나 교육과정 속에만 존재하여 학교교육의 방향이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죽은 비전’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비전’이 있는 학교는 성장하고 발전한다. 이렇게 살아 있는 우수한 비전을 지닌 학교의 교육은 성공한다. 고로 학교교육에서 살아 있는 비전, 우수한 비전은 매우 중요하다. 우수 비전의 특성을 몇 가지만 살펴보면, (1)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명료하게 표현되며, (2) 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 관리 인자(Value Driver)가 가시화되어 있고, (3) 실제 학교역량이 집중되어야 하는 과제와 연계되어 있으며, (4) 비전에 미래 목표치를 내재화하고 있고, (5) 비전과 경영계획이 연계되어 있으며, (6) 비전 달성을 위한 역량과 긴밀하게 연계가 되어 있다. 지면 관계상 본 고에서는 첫 번째 특성만 살펴보고자 한다. 즉 비전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명료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비전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단어로 표현되면 그 비전의 내용과 의미를 구성원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공유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용어로 간단명료하게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비전은 ‘A computer on every desk and in every home(모든 책상과 집에 컴퓨터를)’으로 매우 쉽고 명쾌하다. 학교 비전 수립의 전략 ● 구성원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하게 하자 비전을 공유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학교의 비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면 그 조직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비전 공유의 출발점은 수립 과정에서부터 집단 지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부장과 교육과정부장 등 소수의 사람이 비전 수립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가능하면 모든 부장이 비전 수립 초기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야 한다. 종종 연구부장·교육과정부장이 비전을 수립하고 다른 부장들은 그 결과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런 경우 구성원들이 비전에 공감하고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 학생 교육을 최우선 가치로 두되, 교직원의 욕망도 고려하자 비전에는 교육목표와 함께 교직원들의 직장 내 목표도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 교직원들에게 직장목표는 매우 중요하므로 복지·근무환경·사기진작 방안 등을 담은 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학교 비전을 수립할 때 일반적으로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이를 학생 교육에만 국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경우 학교 비전에 대해 교직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또한 비전의 구현을 위한 교직원들의 노력은 필수이자 전제 조건이나,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도 어렵다. 고로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학교경영의 출발은 내부 교직원의 만족감 증진과 행복감 증진이 되어야 한다. 학교 비전 수립의 방법 ● 사전 준비 회의 등을 통해 자료를 치밀하게 준비하자. 학교 비전을 수립하는 일은 개인의 입장으로 보면 삶의 목표를 세우는 것과 같다. 따라서 학교 비전을 수립하는 일은 학교교육의 방향과 운영의 원칙을 세우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즉 학교 비전을 수립하는 것은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교문화·교육과정·수업을 변화시키는 기준점이자, 출발점이며, 이러한 작업은 필수적으로 기존 학교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이처럼 중요한 일의 추진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 확보와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이다. 그 절차와 내용 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25년 교육과정 평가회를 각 부서별(학년부 포함)로 먼저 실시하여야 한다. 11월경부터 각 부서별로 특수부장·학년부장을 중심으로 올해 한 일, 개선해야 할 점, 잘된 점, 2026년에 새로 추가해야 할 점 등을 토의하고, 그 결과를 간단한 문서로 작성한다. 특히 학교장이 새로 부임한 경우, 학교 비전 수립을 위한 내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 학교의 핵심 교육, 핵심 사업, 미래 교육은 무엇인가?’, ‘2026년까지 교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 요인들은 무엇인지?’, ‘2026년 교육의 핵심 내용은 어떻게 펼쳐지게 될 것인가? 등의 질문이 포함될 수 있다. 둘째, 각 부서별로 논의되고, 토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기획(부장)회의에서 여러 주에 걸쳐 2026년 학교교육 방향을 충분히 논의한다. 특히 신규 교장의 경우에는 학교 비전을 수립할 때 다음 사항의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학부모상, 학생들이 바라는 교사상, 우리가 바라는 학생상, 모두가 바라는 학교의 모습, 학교교육 목표, 학교장 경영관 등’. 셋째, 2025년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학생·학부모·교직원을 대상으로 비교적 상세한 내용으로 설문을 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 비전 관련 사항도 포함하도록 한다. 넷째,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부장) 회의에서 비전 수립, 2026년 학교교육과정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한다. 다섯째, 학교 비전 수립 시 꼭 해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래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부의 2026년 교육정책 방향, 2026년 ○○교육청의 시책 방향, 2026년 교육지원청의 장학 방향 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런 일련의 작업은 조직 전체의 시선을 미래로 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효과를 발휘한다. 다른 하나는, 2026년 예산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행정실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2026년 예산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 학교 비전 수립을 위한 워크숍 진행 화법은 ‘Yes And’ 화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라는 케이(Alan Kay)의 말처럼,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미래를 가장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은 구성원들과 함께 공통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즉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그리는 미래 비전은 교육목표만이 아닌, 내가 속한 조직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그 성장을 어떻게 함께 이루어 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포함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1박 2일로 진행되는 학교 비전 수립 워크숍은 단순한 회의를 넘어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회의 원칙 중 하나는 참석자들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픽사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에드 캣멀은 픽사의 창의성은 회사의 독특한 문화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가 쓴 책 창의성을 지휘하라에는 그가 어떻게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어떻게 유지해 왔는지 담겨있다. 지면 관계상 그중 한 가지만 소개하면 ‘플러싱(plusing) 피드백’이다. 회의 중 발언할 때는 누가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다른 구성원의 의견을 비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 but, ……”이 아닌 “Yes And, ……” 화법으로 하는 것이다. 나가는 말 _ 오늘은 교감에게 위임하고 학교장은 미래를 고민하자 학교장은 교직원들에게 행복을 직접 선물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겨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교직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최소한 1년 앞을 내다보는 학교경영을 해야 한다. 학교장은 기획(부장)회의에서 현재의 문제보다 최소한 1개월 앞, 6개월 앞, 1년 앞을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중장기적 문제에 대한 화두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의 문제는 과감하게 교감에게 위임하고, 학교장은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최소한 1개월 후, 6개월 후, 1년 후의 교육방향을 미리 고민하고 대비하는 미래 경영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협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염경중학교(교장 박형준) 시청각실. 지난 5월 9일 학생·학부모·교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름하여 ‘2025 염경교육공동체 약속’ 협약식. 염경중이 지향하는 ‘공동체로서의 학교’ 철학이 응축된 순간이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교육공동체 구성원이 참석했다. 학생·학부모·교사 대표가 무대에 올라 협약서에 서명하고, ‘존중·배려·협력’이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약속을 공식화했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이 약속이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문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염경중은 두 달에 걸쳐 세 차례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차 서술형 설문에서는 학생·교사·학부모가 ‘서로에게 바라는 모습’을 자유롭게 작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약속 문안을 구성한 뒤 3차 선택형 설문을 통해 최종 약속을 확정했다. 약속의 내용보다 과정이 더 큰 교육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1차 설문에 참여한 한 교사는 “누군가에게 바라는 걸 말하기 전에, 나는 어떤 교사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실천 가능성과 공감력을 갖춘 약속이 교육공동체 스스로의 고민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깊다. 공동체의 약속 이날 협약식에서는 학생·학부모·교사 각 주체가 실천을 다짐하는 ‘공동체의 약속’도 함께 발표됐다. 구성원 각각이 직접 만든 약속 문구에는 서로를 향한 신뢰와 존중, 그리고 교육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겼다. 먼저 학생들은 모든 사람에게 예의를 지키며,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떠한 일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태도를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또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친구들의 생각과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사이좋고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학부모들도 함께했다. 결과보다 자녀의 노력과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따뜻하게 응원하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자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믿으며, 자율성과 주도성을 존중하겠다고 다짐했다. 학교와 교사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며,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항상 간직하겠다는 학부모들. 그들은 특히 선생님을 자녀의 또 다른 보호자로 여기며, 신뢰와 존중의 마음으로 함께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교사들은 화답했다. 학생들의 작은 성장에도 따뜻한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학생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학부모와 소통하며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즐겁고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열정을 가지고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할 것이며, 학생의 인성과 학업 두 측면에서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 협력하여 지도해 나가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이처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다짐은 인성교육을 말이 아닌 행동과 공감의 실천으로 이끌어내려는 염경중의 교육철학을 잘 보여준다. 염경중은 이번 협약식을 단순한 이벤트로 끝내지 않을 계획이다. ‘신뢰의 서약’이 교실과 복도, 일상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후속 프로그램과 실천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예컨대 약속을 실천한 사례를 공유하는 ‘신뢰의 시간’ 운영, 교사-학생 간 관계회복을 위한 대화 프로그램 등이 준비 중이다. 염경중학교는 인성교육을 교육의 중심에 놓고 있다. 그리고 그 인성교육은 말이 아닌 행동과 실천, 그리고 공감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박형준 교장은 “선생님들은 열정을 갖고 수업하고, 학생들은 꿈을 위해 노력하며, 학부모는 아이들의 인성과 성장을 위해 헌신하는 교육 3주체가 하나 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에서 꼭 필요한 가치는 협력과 소통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의 탄생 배경 아동학대에 대하여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은 「아동복지법」이다. 「아동복지법」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아동학대라고 정의한다(「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또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 신체적 학대행위,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규정 역시 두고 있다(「아동복지법」 제17조 및 제71조). 2013년 흔히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있었다. 8세였던 의붓딸을 장기간 학대하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비슷한 시기 ‘울산 계모 살인사건’도 있었다. 소풍을 보내달라는 아이를 폭행해 사망하게 한 사건으로, 이 역시 장기간의 학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들에 대하여 국민적 관심과 공분이 쏟아졌고, 결국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고 한다)이 2014년 제정되었다. 「아동복지법」이 존재함에도 별도로 「아동학대처벌법」을 제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상향하는 것, 그리고 학교를 포함하여 아동복지시설 등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해 보호자의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 이를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또 「아동학대처벌법」에서는 학교나 아동복지시설 등 관련 시설에서 종사하는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를 한 경우에는 이를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도 두었다. 아동을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아동학대를 했다면 이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교원의 학생 아동학대 문제 이렇게 신고의무가 생겨난 배경은 기존에 발생했던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보호자의 장기간 학대에서 비롯되었고, 피해아동의 입장에서 직접 보호자를 신고하기는 어려운 일이므로 아동의 보육과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학대 징후를 발견하여 대신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따라서 그 취지에 맞게 「아동학대처벌법」에서의 신고의무도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 범위가 제한된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신고의무에 관하여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라고 하고, ‘아동학대범죄’란 일반 아동학대와 달리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 한정된다(「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및 제2조 제4호). 그렇기에 예를 들어 A의 부모가 피해아동 B에게 다가가 폭언을 가하는 행동을 하고, 이를 학교가 알았다고 하더라도 B의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는 아니므로 학교의 신고의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보호자’에 교사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보호자의 범위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에 따르게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보호자란 친권자·후견인,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러한 의무가 있는 자 또는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제2호, 「아동복지법」 제3조 제 3호). 즉 교원의 학생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학대가 문제 되었다면 이는 아동학대범죄가 되고, 학교의 다른 교원이나 관리자가 이를 알게 되었다면 그들에게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가 발생한다. 결국 학교가 발 벗고 나서서 학교에 소속된 동료를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 법제를 찾을 수 없는 신고의무 규정의 특이성 「아동학대처벌법」에서는 신고의무의 발생 시점을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의심만으로 신고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은 신고의무에 관한 유사 법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다. 가정폭력에 관해 규정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서는 ‘가정폭력범죄를 알게 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4에서는 ‘장애인학대 및 장애인 대상 성범죄를 알게 된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4조에서는 ‘성범죄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 신고의무가 발생한다. 즉 의심만으로 신고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동학대범죄가 유일하다. 아동학대범죄가 주로 가정에서 일어나기에 발견이 어렵고, 지속적이거나 재발된다는 특성,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아동에 대한 고려 등 필요성에 따라 주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취지로 보인다. 문제는 막상 이런 규정에 대한 유탄을 교원들과 학교가 맞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학부모가 담임교사의 자녀에 대한 거친 언행에 불만이 있어서 학교를 찾아와 교장과 상담하게 되었다고 해보자. 문제 된 언행의 수위도 낮고 그런 언행을 하게 된 주요한 이유가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다면 어떨까. 해당 학부모가 과거부터 담임교사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사람이었다면, 나아가 본인은 무고죄가 될 수 있으니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는 않겠지만, 학교는 신고의무가 있으니 아동학대로 신고하라고 요구한다면 타당한 것일까. 거친 언행은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는 행동이고, 교사는 보호자의 범위에 속한다. 부모의 진술로 교원이 아동학대를 했다는 의심이 생긴 것이니 규정의 해석상으로는 신고를 안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신고의무 미이행에 대한 불이익 신고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하지 않은 사람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아동학대처벌법」 제63조).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아동학대 여부 판단이 모호하거나, 피해아동과 보호자의 신고를 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에 대한 존중이 포함될 여지가 있겠지만, 그것이 실제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태료는 행정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사람에게 행정기관이 부과하는 금전적 제재이다. 신고의무를 위반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형사적 처리 절차인 경찰 수사 등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벌금처럼 전과로 남지 않는다. 과태료의 액수는 「아동학대처벌법 시행령」에 따라 1차 위반의 경우 300만 원, 2차 위반 500만 원, 3차 위반 1,000만 원의 기준을 두고 있다(「아동학대처벌법」 시행령 제8조). 신호위반이나 과속에 대한 과태료처럼 신고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 교원의 신분에 특별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태료와 별개로 국가공무원인 교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법령을 준수하여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성실의무가 있고,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성실의무 위반이 되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비록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일지라도 징계 대상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발생시킨다. 이렇게 의심만으로도 신고하도록 한 규정, 신고를 하지 않은 불이익은 결국 ‘애매하면 신고’, ‘기계적 신고’로 귀결된다. 한편 이런 신고를 당한 교원은 아동학대가 아니더라도 교육청(교육감 의견서 작성 과정), 경찰(수사 과정), 검찰(아동학대 사건의 의무적 검찰 송치)의 과정을 거치며 장기간 고통을 받아야 한다. 관련 사례에 대한 검토 학부모의 민원으로 학교 소속 교사 A의 아동학대(언어폭력)를 학교장이 인지하게 되었다. 학교장은 이를 즉시 신고하지 않았고, 다음날 교육지원청의 신고 권고를 받고 신고하였다. 이후 학교 소속 교사 B가 아동학대(체벌)를 하였는데, 학교장은 학부모가 문제 삼지 않기로 하여 신고하지 않았다. 이런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 미이행 등을 이유로 학교장이 견책의 징계를 받게 된 사례이다. 해당 사례에서 학교장은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했고, 그 과정에서 위 교사 A를 신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위 교사 B를 신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되었고, 견책 징계가 유지되었다. 학교장은 이에 대해서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광주지방법원 2017. 9. 28. 선고 2017구합11435 판결 참조). 문제 된 교사 B의 행동은 학생의 목덜미를 때려 체벌하였다는 것이었다. 법원에서는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체벌의 정도와 경위에 비추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그밖에 B가 아동학대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현저히 부족하다. 따라서 원고가 B의 위와 같은 행위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 결과 원고의 신고의무 불이행을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라고 판단하였다. 이를 해석해 보자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만으로 신고의무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실제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신고의무자가 검토해 볼 여지가 있고, 신고에 대한 피해아동 측의 입장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만약 이렇게 학교가 신고하지 않았는데, 학부모나 제삼자가 교원을 신고해서 아동학대가 인정되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신고하지 않은 게 잘못인 것이 명백하게 되니 신고의무 위반이 아닐까. 법원은 이에 대해서 ‘사후에 감독기관 등이 위법한 체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를 신고의무 불이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했다. 교원의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의무가 ‘애매하면 신고’, ‘기계적 신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숨통을 열어주는 판례이며 참고가 될 만하다. 다만 한편으로는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며, 유사한 사례라고 무조건 같게 판단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학교공동체 파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나 ‘동료를 고통 속으로 빠뜨려야 네가 살 수 있다’라는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는 너무 지나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가 보호자의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가 곤란한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왜 멀쩡히 해당 아동의 보호자가 직접 신고하여도 될 사안도 교사가 대행해 줘야 하는 걸까. 다수의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생활하는 열린 공간인 학교에서의 아동학대는 은폐된 가정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아동학대와 그 성격이 다르다. 왜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걸까. 학교공동체를 파괴하는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교육기본법 제14조와 교육공무원법 제34조,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3조는 교원 처우 개선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에 규정됐지만, 현실은 쉽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는 학부모의 요구와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과중한 업무가 더해지고 있다. 교원 업무는 교수·학습지도를 기본 활동으로 돌봄, 학생 안전, 생활지도, 진로지도, 학교폭력 사안 처리, 환경위생관리, 학생상담 및 학부모 상담, 기초학력 지도까지 도맡을 정도로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또 각종 교권 침해 등으로 인한 교권 추락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직 기피 및 이탈의 심각한 징후들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작년 교대 수시·정시에서는 내신 6·7등급도 합격했다. 2024년도 입시에서도 전국 10개 교대가 수시 미달 사태를 빚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작년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교직 경력 5년 미만인 저연차 초등교사 중 교직 이탈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가 59.1%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교직 사회의 사기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지난 3년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매년 교원 보수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이렇게 낮은 급여와 처우로 인해 저경력 교사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교원 사기 진작을 위해 무엇보다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교원 기본급 10% 인상, 수당 현실화 등 교원 처우 개선 방안을 담은 교육정책을 발표·실행해야 한다. 또 공무원보수위원회에 교원단체 참여를 보장하고, 교직 특수성에 맞게 보수·처우 개선을 논의할 수 있는 교원보수위원회를 별도 설치해야 한다. 그 길이 바로 교원의 사기를 진작시켜 대한민국을 다시 교육 선진국으로 끌어올릴 디딤돌이 될 것이다.
교육계에 큰 아픔을 안겨주었던 제주 ○○중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총은 지난 5월 27일 기자 회견을 갖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고인의 명예회복, 교권보호 대책을 촉구했다. 또 6월 14일엔 뜻을 같이하는 교원단체·노조 등이 함께한 전국 교원집회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소리 높여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이 별다른 행동에 나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사건 발생 한 달이 넘은 지난달 30일 제주교육청이 진상조사단을 꾸렸다는 발표만 있었다. 그마저도 교육청 중심의 조사단 구성으로 독립적 기구인 진상조사위원회를 요구하는 현장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9일 고인의 49재를 앞두고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고인이 왜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과 학생들 곁을 떠나야 했는지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중3 담임이었던 고인이 어떤 이유로 지속적이고 부적절한 민원에 시달렸는지 의문이 남는다. 유족들도 모든 사정을 밝히고, 고인의 명예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올 1월 제주교총이 수여하는 ‘2040 모범교사상’을 받을 정도로 누구보다 학생 교육에 열정적이었던 고인에 대한 명예 회복의 출발점이 진상규명이다. 신속한 순직 인정도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돼야 유족과 교육계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당한 교육활동이 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교사가 아동학대로 내몰리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학교의 민원 대응 시스템을 대폭 개선하고, 무고성 신고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고, 좀 더 나은 교육환경과 학교가 되기 위해서 하루빨리 진상이 규명되길 바란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의미다. 물은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되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낮은 곳으로 흐르며, 다툼 없이 평온하게 세상을 적신다. 이러한 물의 덕목은 오늘날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평생 성장할 수 있는 기본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움, 경쟁보다는 공존, 억지보다는 유연함이 더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노자는 물의 일곱 가지 덕(德)인 겸손, 지혜, 포용력, 융통성, 인내, 용기, 대의(大義)를 ‘수유칠덕’이라 불렀다. 그중에서 특히 ‘인내-끊임없이, 부드럽게 흘러가면서도 결국 단단한 바위를 뚫는 힘’은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가치다. 현대 사회는 빠른 결과와 즉각적인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실력과 내공은 오랜 시간, 꾸준한 습관을 통해 형성된다. 물이 바위를 뚫는 것은 한 번의 힘이 아니라 반복되는 부드러운 흐름 때문이다. 학습 또한 마찬가지다. 하루 10분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학습한다면, 뇌는 ‘이 시간엔 공부한다’고 인식하게 된다. 좋은 습관은 단발적인 집중력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니며, 결국 삶 전체를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이를 위해선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단어 20개 외우기’, ‘수학 문제 3쪽 풀기’처럼 명확한 목표는 반복을 가능케 하고, 뇌를 훈련시킨다. 여기에 복습까지 더하면 학습효과는 커진다. 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의지도 무의미하다. 스마트폰 등의 방해 요소를 차단하고, 학습 전용 공간에서 규칙적으로 공부하면 짧은 시간에도 강한 집중을 경험할 수 있다. 동기부여는 불쏘시개일 뿐, 중요한 것은 꺼지지 않는 불꽃, 즉 꾸준함이다. 이제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학생들의 인성과 삶의 태도를 길러주는 곳이 돼야 한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성품과 습관은 평생을 좌우한다. 겸손하고 유연하며, 끈기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 그것이 오늘날 교육의 본질이어야 한다. 반복된 습관 길러줘야 위대한 교육은 ‘상선약수’의 철학처럼, 부드러움 속에 굳건한 힘을 담는 인재를 키운다. 높은 곳에 머물지 않고 낮은 곳에서 사람을 품어내는 성품으로, 답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으로, 하루 10분 반복 학습은 평생의 자원이 되는 성장의 힘이 될 것이다. 물은 스스로 내세우지 않지만, 결국 강을 이루고 바다로 나아간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흐르는 학습의 흐름을 만드는 작용이 필요하다. 물처럼 조용하지만 강물처럼 끊임없이 흘러가는 교육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우리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진짜 교육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부당한 교권 침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교권 침해로 인한 교원의 특별휴가 사용 건수가 최근 3년간 무려 1664회로 집계됐다. 이는 교권 침해가 우리 사회에서 아주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음을 나타내는 지표이자 반증이다. 특히 교직 경험이 부족한 신규교사 및 저연차 교사를 대상으로 학부모가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교육자인 교사의 말꼬리를 잡고 사사건건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아 곤혹스럽게 한다. 신규·저연차 교사 어려움 심해 무분별한 교권 침해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초동 조치가 중요하다. 작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사태를 키우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봤다. 따라서 교사가 교권 침해 초기부터 제대로 된 법률적인 지원을 받아야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원단체에 가입해 도움을 받는 것은 권한다. 예를 들어 교총은 유일하게 교권 옹호 기금을 운용한다. 교총은 1975년 이 제도를 도입해 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에게 심급별 최대 500만 원, 3심 시 최대 1500만 원을 지원한다. 행정절차는 200만 원 이내이며, 다수 교원이 침해받는 중대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는 무제한이다. 또한 교육활동 침해 사건(형사)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교총 회원에게는 사건 당 변호사 동행 보조금 30만 원을, 동일인·동일 사건에 대해 최대 3회까지 지원한다. 몇 년 전 같이 근무하던 학교의 신규교사가 다른 학교 순회수업 중 한 고등학생이 무시하거나 심한 장난을 쳐서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한 학기 동안 선배 교사와 이런저런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잘 버텨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힘들어하는 후배 교사에게 교원단체 가입을 권유했고, 그는 교총에 가입했다. 최근 학교를 옮기고 나서 안부 인사 겸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부장님, 저도 최근에 교총에 가입했어요. 교직에 있으니까 역시 제가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너무 절실하더라고요. 늘 관심 가져 주시고, 가입 권유를 해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반가운 메시지를 전해왔다. 교원단체 가입 권유한 이유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 교원단체 가입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신규교사도 있다. 그래서 교직 생활 초기에 힘들고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을 갖고 있는 신규교사나 저연차 교사에게 교원단체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아직 교원단체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면 교총 등 교원단체에 가입하길 바란다. 특히 교총은 매년 소송비 지원 규모를 크게 확대하고, 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학교생활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면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또 교권 침해는 언제든 누구에게도 닥칠 수 있는 만큼 이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소련 국가이자 북유럽 발트해 연안에 자리한 인구 140만 명의 소국 에스토니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여러 분야의 1위 자리를 차지하며 교육 최강국으로 떠오르자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에스토니아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한 교육 정책을 통해 이룬 성과를 주목했다. 2022년 PISA에서 에스토니아는 수학과 과학, 창의적 사고 분야에서 유럽 1위를 기록했으며, 독해 분야에서는 아일랜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인구와 예산이 훨씬 많은 다른 선진국들을 제치고 이룬 성과의 배경으로는 에스토니아 교육 당국이 수십 년 동안 적극 펼친 디지털 포용 정책이 꼽힌다. 특히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반면, 에스토니아는 스마트폰을 학습 도구로 쓸 것을 적극 장려하며 각 학교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12~13세 미만의 어린 학생들에 대해서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교육 포럼에 참석한 크리스티나 칼라스 에스토니아 교육연구부 장관은 "대부분의 학교는 쉬는 시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수업 중에는 교사의 지도에 따라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과제나 활동을 수행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칼라스 장관은 "이러한 스마트폰 활용과 관련해 아직 어떠한 문제도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에스토니아 사회는 디지털 도구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에 훨씬 더 열려 있다"고 말했다. 사실 에스토니아는 이전부터 교육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 개방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때부터 전국의 컴퓨터 및 네트워크 기반 시설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열풍에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학생들이 AI를 활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에스토니아 당국은 AI 학습 관련 가이드라인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스토니아 당국은 오는 9월 16∼17세 학생들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학생 5만8000명과 교사 5000여 명에게 AI 도구 접근권한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이와 관련한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교육부가 2일 발표한 ‘중·고교 수행평가 부담 해소방안’에 대해 교총은 4일 “지금과 같은 수행평가 횟수, 시기 집중이 나타난 것은 교육부, 시·도교육청의 정책과 지침에 의했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에 대한 해소방안없이 마치 학교 현장에서 수행평가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도 지키지 않은 것처럼 호도한 데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교육부에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알고 개선하려 한다면 과목별 수행평가 현황과 세부 개선방안, 학사일정 상 적정한 수행 및 지필평가 방안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과 현장 소통을 먼저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총이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각 시·도교육청은 학기 단위 성적의 40% 내외를 수행평가로 반영토록 하고, 수행평가 한 영역의 비율이 30%를 넘는 경우 적어도 2개 이상의 세부 영역으로 구분해 시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과목 당 2~3차례 수행평가를 치러야 한다. 또 과목 진도, 각종 학교행사, 지필고사 기간 등을 피하려면 수행평가가 일정 기간에 몰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교총은 교육부가 ‘과제형 수행평가’와 ‘과도한 준비가 필요한 암기식 수행평가’ 등을 지양토록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탐구활동, 발표, 토론 등을 통해 학습 과정과 실천적 적용 등을 확인하는 수행평가를 단지 부담을 이유로 준비조차 못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일정 부분 필요한 암기의 영역을 배제하는 것은 평가를 학습 도구로 사용하고자 하는 수행평가의 취지를 왜곡하고, 외우는 것을 무조건 배척하는 형태의 평가를 구안하느라 애를 먹는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강주호 교총회장은 “수행평가를 개선하고 싶다면 평가를 직접 실시하는 현장교사의 의견과 시행 실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마려 “고교학점제의 최소성취수준보장제 등 수행평가를 조장·왜곡하는 정책까지 모두 살펴 교사·학생의 부담은 줄이고 교육적 의미는 더하는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리학의 영향으로 사회 모든 분야에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뿌리내린 우리나라에서는 쉽사리 여학교를 설립하기 어려워 기독교 선교사들이 먼저 이 땅의 여성 교육을 시작했다. 1885년에 미국인 스크랜턴 여사가 의사이자 선교사에 임명된 아들 윌리엄 스크랜턴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 그녀는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서는 “일본에서의 생활은 즐거우며 선교사들의 생활 조건도 훌륭하나, 나는 내 민족(한국인)에게 가서 그들 속에서 살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 그녀는 한국인 교육에 관심을 갖고 최초로 여성들에게 학교 교육을 시작했다. 1885년 학교를 설립하려 했으나 여성 교육을 기피하는 전통적인 관념과 서양인에 대한 배타성 때문에 학생 확보가 어려웠다. 1886년 5월 31일, 단 한 명의 여성이 첫 학생으로 입학했다. 한 명의 학생으로 시작하였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의 영문 교명에서 여성을 복수형이 아닌 단수형 Womans university를 사용하고 있다. 이후 학부모들의 관심과 스크랜턴 여사의 노력으로 이듬해 학생 수가 일곱 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명성황후가 ‘배꽃같이 순결하며 아름답고 향기로운 열매를 맺으라’는 뜻의 ‘이화학당(梨花學堂)’이라는 교명을 내려 오늘날의 이화학교가 됐다. 이때부터 서서히 여성 교육 기관이 생겨났는데, 순헌황귀비(영친왕의 어머니인 엄귀비)가 세운 진명학교와 숙명학교, 미국 선교사 애니 앨러스(Annie J. Ellers)가 세운 정신여학교, 미국 여성 선교사 조세핀 필 캠벨(Josephine Eaton Peel Campbell) 여사가 세운 배화학교가 대표적이다. 이때도 남자와 여자는 엄격히 분리되어 남녀 공학은 한 곳도 없었다. ‘남녀칠세부동석’의 여성교육 우리나라 여성은 신분과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유교 사상에 의해 피해를 받아 매우 차별적 교육을 받았다. 모든 결정이 남성에 의해 이루어져 여성은 부지런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며 남편과 아이들을 잘 봉양하면 됐고 삼종지도(三從之道)를 강요한 까닭에 여성 교육은 늘 뒷전이었다. 처음으로 여성 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학교를 세웠지만,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던 스크랜튼 여사. 그녀의 끈임없는 노력으로 여학생이 늘어나긴 했지만 문제가 생겼다.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 하여 남녀의 구별을 엄격히 하던 시절로 남자 선생님이 가르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한문과 체육이 문제였다. 교실에 칸막이를 하거나 휘장을 치고 가르쳤다. 또, 기침과 같은 신호에 의해 학생들이 움직였다. 예를 들면 교실에 들어오기 전 ‘교실에 들어간다’는 신호로 기침을 하면 학생들이 얼굴을 책상이나 운동장 쪽을 바라보게 하고, 선생님이 ‘칠판에 판서를 한다’는 신호로 기침을 하면 학생들은 칠판을 바라보며 수업을 받았다. 다시 한번 선생님이 기침을 하면 학생들이 얼굴을 돌렸고 선생님은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갔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서 대면(對面)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교감이 없었다. 한국을 사랑한 스크랜턴 여사 스크랜턴 여사는 1905년 이후 이화학당 교장직을 후배인 룰프 푸라이 단장에게 물려준 후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권유에도 “조선 땅에서 죽겠다”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이어갔다. 결국 미국으로 가지 않고 평생 지방을 돌아다니며 선교를 했고 수원의 삼일소학당(현재의 매향중‧고)을 설립하는 등의 교육 활동을 펼쳤다. 1909년 10월 8일, 스크렌턴 여사는 25년 가까이 몸 바친 한국 땅에서 눈을 감았다. 평소 그녀가 입버릇처럼 ‘한국에 묻히고 싶다’고 했던 말에 따라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묻혔다.
저는 중1 딸을 둔 40대 중반의 중학교 교사입니다. 교사로서 점점 교육하기 힘들어지는 학생들을 보며 ‘내 아이는 바르게 잘 키워야지’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제 딸이 어릴 땐 제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 왔습니다. 학교에서도 늘 선생님들께 좋은 평가를 받았고 저 역시 교사로서 교사 마음을 잘 알기에 되도록 선생님께 무리한 연락을 하거나 부담드리지 않으려 신경도 많이 썼습니다. 남편은 일반 회사를 다니며 아이랑 놀아주거나 다른 걸 함께 해주고 교육은 주로 제가 맡아서 했어요. 저는 딸에게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거나 완벽해야 한다고 요구한 건 아니지만 제가 학교에서 늘 학생들을 접하다 보니 적어도 평균적인 중학생들 수준만큼은 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긴 합니다. 또는 적어도 저런 행동은 하면 안 된다 정도지요. 그래서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늘 미리 행동거지를 고쳐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사춘기가 됐는지 중학교 들어가서부터 아이와 갈등이 심해졌어요. 얼마 전엔 저보고 “엄마는 내가 그렇게 다 맘에 안드냐?”라고 소리를 질러서 정말 놀랐어요. 제 눈에야 예쁘지만 그래도 밖에 나가서 혹여라도 흠잡히는 일이 없도록 미리 주의를 준 것 뿐인데 말이죠. 어릴 때는 공부도 시키는 대로 잘 따라오더니 중학생이 되고는 제가 공부 이야기 밖에 안 한다고 불만을 쏟아내는데 저는 그저 기본만 잘 하라고 강조했던터라 답답합니다. 이러다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될까 걱정입니다. (사연자: 박선정(가명) 교사) 선생님의 사연을 읽으며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도 자녀를 잘 키우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해오신 선생님 입장에서는 정작 자녀가 중학생이 되니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 많이 당황스럽고 속도 상하실 것 같습니다.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일반적인 부모님들께서 자녀를 양육하실 때 막연한 기준을 염두에 두고 자녀에게 잘할 것을 기대한다면, 교사인 부모님들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실 속 아이들의 ‘평균적인’ 수행 수준을 알고 계시다 보니 내가 자녀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선생님의 사연에서도 보면 특별히 높은 기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지만 ‘기본만큼은 해야한다’, ‘적어도 저런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말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자녀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하거나 통제를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엄마는 내가 그렇게 다 맘에 안드냐?”는 말은 단순한 사춘기의 짜증이라기 보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쌓아온 의문일 수 있습니다. ‘나는 엄마에게 늘 부족한 사람인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 말이죠. 아이가 어릴 때부터 미리 행동거지를 고쳐주려고 하셨다는 말씀과 밖에 나가서 혹여라도 흠 잡히는 일이 없도록 미리 주의를 주었다는 말씀 속에서 아이는 엄마에게서 인정받는 말보다는 늘 무언가를 더 고쳐야 한다거나 지금의 상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수 있습니다. 아동기는 관계지향적 시기 아이가 어릴 때 부모님을 잘 따랐던 이유는 자신의 주 양육자이자 태어나서 처음 만난 존재인 엄마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본능적인 욕구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동기의 뇌는 기본적으로 관계지향적입니다. 진화적으로 인간은 생존을 위해 타인과의 관계를 잘 맺어야 했고 특히 아동기는 주 양육자와의 애착(attachment) 관계 안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이 시기 부모의 표정, 말투, 반응을 민감하게 읽고 이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조정합니다. 즉, 부모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내 행동에 어떤 피드백을 주는지가 아이의 신경망과 정서조절 체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관계적 피드백은 단순히 성격형성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발달과도 밀접하게 연결이 됩니다. 충동조절, 인지적 유연성, 감정조절, 자기통제력을 담당하는 뇌의 핵심 영역인 전전두엽은 안정된 관계 속에서 긍정적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할 때 발달이 촉진되지만, 지속적으로 긴장, 통제, 평가 속에 놓이면 불안, 회피, 혹은 반항을 보일 수 있습니다. 즉, 아이가 어릴 때 선생님의 지시와 요구를 잘 따랐던 것은 본능적으로 ‘안전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나서 처음 만난 엄마를 만족시키고 엄마에게서 인정을 받는 것은 아이에게 중요한 일이니까요. 감정표현이 폭발하는 사춘기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들의 뇌는 두 번째 폭발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시기의 뇌는 전전두엽 피질과 변연계(limbic system)간의 재조정이 활발히 이루어지는데 특히 정서와 충동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성숙하는 속도가 전전두엽 피질보다 앞서기 때문에 이 시기 아이들은 감정적인 반응을 크게 보이고, 충동적이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늘어나게 됩니다. 동시에 정체성 탐색과 심리적 독립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부모와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하게 됩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아이의 이런 변화가 지시에 대한 반항이나 이전과 다른 낯선 모습으로 여겨져 걱정도 되고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오히려 건강한 것으로 봅니다. 잘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선생님께서 주신 사연을 보면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오셨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때로 관계란 불편함과 갈등을 경험하고 실수를 하며 그 과정을 잘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개인을 성장시키기도 합니다. 짧은 사연글에 다 담지 못한 선생님의 노력과 일상 속 경험들이 훨씬 많겠지만 그래도 조심스레 조언을 드려봅니다. ‘어떻게 하면 아무런 흠결없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것인가?’가 아닌 ‘우리 아이가 나와 건강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잘 살아나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인가?’라는 목표를 세워보시면 어떨까요?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봐야 높은 기준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지만, 학교에서 오랜 시간 아이들을 만나면서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 혹은 보였으면 좋은 행동,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지’ 등과 같은 무의식적인 기준점 때문에 어쩌면 스스로도 모르게 모든 면에서 부족함 없는 아이로 키우려고 많은 것을 요구했을 수 있습니다. 공부나 성적, 친구 관계와 같은 주제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질문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그동안 어떤 방식의 칭찬과 피드백을 줬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는 행동 수정을 위한 조건형 칭찬이 주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잘했어, 그런데 다음엔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 내지는 잘한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이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한 피드백만 주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평가와 조건이 없는 인정, 존재 자체에 대한 칭찬과 피드백을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는 너가 그냥 좋아”와 같은 말들 말이죠. 어쩌면 그동안 사랑을 많이 표현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붙는 말들과 사랑을 표현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그 조건을 충족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쏟으신 관심과 애정을 이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달해 보면 어떨까요? 중학교에서 많은 제자를 만나오면서 선생님 마음 안에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고 있던 불안을 잠시 내려놓고, 중요한 발달 시기에 놓인 아이와 새로운 관계 맺기를 해보실 때입니다. 자녀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되, 자녀의 실수를 미리 고쳐주기보다는 실수한 자녀가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옆에서 함께 있어 주는 그런 엄마 말이죠.
학교 현장에서 교사, 학생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장체험학습은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학교의 현장 체험학습 안전 지도 및 사고 대응 방안 사례가 소개돼 눈길을 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는 최근, 해외 교육 동향 기획 기사 6월호 ‘현장체험학습 안전 지도와 사고 대응 방안’을 발간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등 8개국 해외 통신원이 각 나라의 현장체험학습 안전 관리 체계와 운영 방식, 사고 대응 매뉴얼 등을 소개했다. 미국의 현장체험학습 관련 매뉴얼은 학생이 이용할 교통수단부터 숙박할 호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 특징이다. 미시간 주 미드랜드 독립 학군의 사례를 살펴보면, 현장체험학습 시 학생 숙소는 1층보다 높은 층에 위치하고 외부나 발코니에서 출입할 수 없는 밀폐된 복도 내에 있는 곳을 권장한다. 또 여행 전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려야 하고, 나이가 2살 이상 차이 나는 학생을 같은 방에 배정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비상운영계획’ 수립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대응 시스템으로, 학교뿐 아니라 학군, 지역 외부 기관이 함께 다양한 응급·위급 상황에 함께 대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캐나다의 교육 시스템은 주마다 자율성 있게 운영되지만, 학생 안전에 대한 기본 원칙은 일관적이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세부 지침과 절차를 마련하는데, 이는 한국과 비슷하다. 캐나다 동·서부를 대표하는 토론토 교육청과 밴쿠버 교육청은 철저한 계획과 엄격한 안전 기준 준수, 그리고 사고 위험 예방을 위해 자격을 갖춘 인력 확보를 중요시한다. 현장체험학습을 담당하는 책임 교사나 감독자는 안전한 현장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갖춰야 한다. 필요할 경우 외부 기관과 협력하고, 고위험 활동은 공인 인명구조원이나 유사한 훈련을 받은 사람이 감독하게 한다. 학생의 책임도 강조한다. 학생들을 학생 행동 강령과 교육청의 행정 절차에 따르고 활동에 필요한 준비물 구비, 감독교사를 따를 책임이 있다. 또 사전에 신체 기술과 자기 조절력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현장체험학습의 유형을 위험도에 따라 분류하고, 유형에 따라 최소 인솔교사 대비 학생 비율을 정해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숙박하거나 지역 밖으로 벗어나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할 경우, 유치원~초3 기준 학생 8명당 감독자 1명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초4부터 중1은 학생 10명당 감독자 1명, 중1부터 고3은 학생 15명당 감독자 1명을 배치해야 한다. 캐나다도 외부 기관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특히 위험성이 높은 현장체험학습 진행 시 외부 기관과의 협력이 절차에 명시돼 있다. 영국은 교육부의 명확한 지침, 전문 기관들의 체계적인 지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실용적인 평가 도구 등을 통해 현장체험학습 안전을 관리한다. 특히 위험 수준에 따라 활동을 분류해 관리하고, 모든 학교에 ‘현장체험학습 조정관’을 임명하게 한다. 조정관은 야외 교육 자문관과 협력해 위험 평가와 관리는 돕는 역할을 한다. 현장체험학습 안전 관리는 학교와 전문 기관의 협력을 통해 이뤄진다. 보건안전청, 야외 학습 및 교육 방문 자문관 협회, 교실 밖 학습 위원회 등이 대표적이다. 보건안전청은 직장보건안전 국가 규제기관으로, 현장체험학습 안전 관리의 법적 토대를 제공한다. 교육 부문을 중점 규제 분야로 지정해 학교와 교육기관의 보건 안전을 전담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야외 학습 및 교육 방문 자문관 협회는 야외 학습 및 교육 방문과 관련한 지도, 조언, 교육을 주도하는 전문 기관이다. 약 120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포괄적인 국가 지침을 개발하고 제공한다. 교실 밖 학습 위원회는 교실 밖 학습을 제공하는 기관에 대한 품질 인증을 담당하는 전문 기관으로, 위험 관리 능력 등을 평가해 품질 배지를 부여한다. 이 배지는 교육부가 공식 인정한다. 교육부의 현장체험학습 보건 안전 지침에도 학교가 외부 기관을 선정할 때 이 배지 확인을 권장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멘토링 꿈장학 사업을 안 후 매해 멘토링 교사로 신청했어요. 그렇게 여러 해 활동한 결과가 쌓여 큰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멘토를 하면서 교사로서 매우 큰 성장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기에 다른 선생님들과 이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요.” 다년간의 멘토링과 과학 교육 프로젝트로 높은 평가를 받아 삼성꿈장학재단이 주관하는 ‘제1회 꿈장학 교육상’을 받은 서정숙(사진) 대전고 교사. 그는 그간의 활동을 통해 자신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는 감사의 말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서 교사가 이 일에 나선 계기는 약 10년 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한 여학생과의 만남이었다. 이후 매년 멘토로 활동하며 학생들이 꿈을 잃지 않고 진로에 맞는 학업을 수행하도록 세심하게 지도했다. 이제는 대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희망교실, 사제동행 멘토링 등 다른 교육 복지 프로그램까지 활동폭을 넓혔다. 기억에 남는 멘티는 부모 모두 장애가 있어 돌봄까지 짊어져야 했던 제자다. 간호사를 꿈꿨지만, 가정 형편이 워낙 좋지 않아 정서적으로 어둡고 학교생활을 어려워했다. 서 교사는 그 학생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학업 지도에 힘썼고, 거기에 삼성꿈장학재단의 경제적 지원이 더해졌다. 이제 그 제자는 치위생학과에 진학해 치과 간호사의 꿈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서 교사는 “이렇게 어렵고 그늘졌던 학생이 자신의 꿈을 찾아 밝은 모습으로 성장하는 걸 보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라고 말했다. 서 교사는 전공인 과학 교육에서도 공로를 인정받았다. 교육청 지원을 받아 운영한 ‘노벨과학동아리’를 통해 학생들이 평소 경험하기 힘든 실험과 체험 중심의 과학 교육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는 “교사 개인의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활동이지만, 교육청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언론사 기자 출신인 한 서 교사는 과거 교육 분야를 취재하며 교직의 가치를 발견했다고 한다. “교장 선생님들을 인터뷰하면서 요즘 학교 교육 시스템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교사의 꿈을 품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교직에 입문한 그는 “다년간 교직 생활을 해보니 어려움도 있지만 교사로서의 보람과 기쁨이 훨씬 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앞으로는 사회정서교육과 긍정심리학을 적용한 창의적 교육 실천 프로젝트를 실천할 계획이다. 학생들을 다그쳐서 잘하게 하기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학생 스스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도록 유도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교사가 행복한 마음을 갖고 학생들을 자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인성 교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사는 “학생 한명 한명이 미래 사회 구성원으로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생활하게 하는 것이 저의 교육 목표”라며 “앞으로 남은 교직 생활 동안에도 불우한 환경 때문에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교육 복지 혜택을 받도록 멘토링에 적극 참여하고 전공인 과학 교육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