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77,189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1일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가운데 교총이 관련 개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법안은 교육감이 3년마다 적정 학생 수 유지계획을 세우고 학급당 적정 학생 수 유지를 위한 종합계획을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교총은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원에게 건의서를 제출하고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변경 법률 개정안의 조속 심의·통과’를 촉구했다. 지난해 9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학급당 학생 수 적정 수준을 20인 이하로 하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한 이후 같은 당 정일영, 이은주 정의당 의원까지 현재 국회에 발의된 비슷한 법안만 4건이 있는 상황이다. 교총은 “해당 개정안들을 하루빨리 심의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미래세대 교육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에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학교의 보건안전을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모델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기초학력 보장 등을 위해서도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규정과 이에 맞는 교원 배치기준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현행 학급당 학생 수 24.5명, 교사 평균 수업시수 15.1시간으로 산정할 경우 비교과 과목 교원 수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학급당 학생 수 14명, 교사 평균 수업시수 12시간으로 산정 할 경우에는 전 과목에서 교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갈수록 낮아지는 기초학력의 정부 차원 보장을 위해서라도 적정한 학급당 학생 수 보장에 따른 개별화 교육, 학력 신장 지원 및 피드백 기능이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직 고위공무원 ▲산학협력정책관 김일수 ▲평생교육국장 정병익 ◎부이사관 ▲미래교육추진담당관 이강복 ▲산학협력일자리정책과장 장미란 ▲전문대학정책과장 정윤경 ▲전문대학지원과장 김 석 ▲교육복지정책과장 이상돈 ▲교육기회보장과장 조재익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 행정본부장 오성배 ◎서기관 ▲인재양성정책과장 이지선 ▲지방교육재정과장 최기혁 ▲평생학습정책과장 이혜진 ▲직업교육정책과장 김새봄 ▲진로교육정책과장 김성근 ▲이러닝과장 고영훈 ▲미래교육전략팀장 이상범 ▲대학교원지원팀장 정봉출 ▲동북아교육대책팀장 황지혜 ▲학원정책팀장 이현미 ▲교육정보시스템운영팀장 유성석 ◎장학관 ▲그린스마트미래학교팀장 이진우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강은희(사진 왼쪽 두 번째) 대구시교육감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오는 7일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 행사에 참석했다. 강 교육감은 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과 함께 참전용사였던 故구연주 유족 자택을 방문해 명패를 달고 직접 준비한 위문품을 전달했다. 강 교육감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책무”라며 “교육청은 그 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미래 세대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공자의 손자인 구민승 군(경신고 1학년)은 보훈스토리 공모전 ‘자랑스러운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에 할아버지의 다부동 전투 사연을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대를 잇는 애국활동에 참석한 이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보훈스토리 공모전은 대구지방보훈청이 주관하고 대구시교육청이 후원하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한국교총 유튜브 채널 ‘샘TV’가 이번 주부터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먼저, 학교안전공제중앙회와 함께 하는 ‘학교 안전사고 이것만은!’ 영상을 업로드할 예정이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 설립한 법정 기관으로, 학생과 교직원 등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안전사고 예방·공제사업을 운영한다. ‘학교 안전사고 이것만은!’ 영상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로부터 교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구제를 위해 교총과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학교에서 흔히 발생하는 안전사고 사례를 중심으로 현장 교사들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표석환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예방사업부장은 “학교 안전사고는 학생들 간의 장난, 게임 등에서 비롯해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처리가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초기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일선 학교에서는 사고 발생 경위를 정확하게 파악해 육하원칙에 따라 기록하고 사고 현장 사진과 증인 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학교 안전사고의 처리는 시·도 교육청 법무 담당 부서와 시·도 학교안전공제회 또는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콜센터(1688-4900)를 통해 법률 자문을 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젊은 세대의 관심사는 단연 재테크다. 부동산과 주식, 코인까지, 재테크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일 공개 예정인 ‘선생님을 위한 재테크’는 젊은 선생님들의 재테크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기획한 콘텐츠다. 43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경제 분야 인기 유튜버 전인구 전인구경제연구소장을 특별 게스트로 초청했다. 학생 경제교육의 방향과 사회 초년생 재테크 팁, 주식 투자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 등에 대해 다룬다. 특히 교사라는 직업에 특화한 알짜 정보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전인구 소장은 “경제교육의 기회가 많아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소비·관리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쉽기도 하다”면서 “생산과 소비에 대한 교육도 균형 있게 이뤄져야 왜 돈을 아껴 써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재테크를 할 때는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형태는 지양해야 한다”며 “좋은 것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공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샘TV’는 생생한 학교 현장 이야기와 선생님들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이상미 기자] 교육계 백신접종(7일)을 불과 3일 앞둔 4일 오후 관계부처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으로 바꾸면서 접종이 연기돼 학교현장이 다시 한 번 일대 혼란에 빠졌다. 교육당국은 지난 4월에도 혈전문제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하루 전날 저녁에 언론을 통해 전격 연기를 발표해 학교현장의 혼란을 가져온 바 있다. 4일 관계부처 합동 발표에 따르면 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될 접동 계획을 여름방학으로 늦추고 백신도 아스트라제네카에서 화이자와 모더나로 변경된다. 1~2차 접종 간격이 11~12주(2~3개월)로 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화이자 백신(3주), 모더나 백신(4주)이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아 항체형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항체가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6월 7일에 접종할 경우 9월 중순 이후에나 항체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돼 전면 등교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현장은 2학기 전면 등교를 앞두고 백신접종을 완료하기 위해 백신을 바꾼 것은 이해하지만 매번 학교 입장과 학사일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접종에 임박해 결정사항을 언론을 통해 알게 하는 방식은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에는 7일 접종을 3일 앞둔 4일 오후 2시 발표했다. 날짜로는 3일이지만 금요일 오후에 발표하고 월요일 접종을 연기한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1~2학년 교사 6명, 돌봄교사 2명이 7일부터 잇달아 백신 접종이 예약돼 있어 시간강사 계약을 한 상태에서 금요일 오전 언론보도를 통해 백신접종 연기 가능성 소식을 접했다. 금요일 오후 다음주 수업준비까지 했을 시간강사에게 백신접종이 연기됐다고 통보하고 학사일정 조정과 공가 취소 등으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 학교 교장은 “학교의 학사일정은 신뢰의 문제”라며 “돌봄이나 수업 변동사항을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월요일 연기 상황을 공식 공문이 아닌 금요일에 언론을 통해 접해서 알게 되는 상황은 말이 안 된다”며 “교육의 특성이나 학교 학사일정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우영혜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도 “월요일 접종 변경사항을 금요일에 통보해주면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공문을 보내 현장에서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현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도 “백신 교체는 필요하지만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현장교원의 불만이 높았던 ‘선 언론 발표, 후 공문 시행’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도 단위학교에서 대체인력 투입, 학사일정 조정 등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알려줘 유감”이라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차후 이런 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당국이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 경력평정점수(20년) : 기본경력(15년)+초과경력(기본경력 전 5년) 2. 근무성적평정 : 근무성적평정점(60)+다면평가점(40)을 분포비율에 맞춰 합산 가. 근무성적평정점 : 60점(평정자 40점 + 확인자 20점) 나. 다면평가점 : 40점(정성평가 32점 + 정량평가 8점) * 평정자(교감), 확인자(교장) 3. 연수성적평정 : 교육성적평정 + 연구실적평정 가. 교육성적평정 : 직무연수성적+자격연수성적 * 절대평가로 전환 나. 연구실적평정 : 연구대회 입상실적, 학위취득 실적 4. 가산점 : 공통가산점(전국 동일), 선택가산점(시·도마다 다르게 적용) 가. 공통가산점 나. 선택가산점: 각 시·도교육청마다 상이하므로 해당 교육청지침 참고 선생님들의 QA Q. 2022.4.1부터 시행되는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중 ‘교육부장관이 지정한 연구학교(시범·실험학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은 월 0.018점(1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일 0.0006점). 이 경우 가산점의 총합계는 1점을 초과할 수 없다.’로 나와 있던데 이전에 취득한 점수는 어떻게 적용받게 되나요? A. 해당 규정은 선생님께서 근무하신 시기의 기준이 아닌 승진후보자명부를 제출하시는 날을 기준으로 적용이 됩니다. 따라서 선생님께서 2022년 4월 1일 이후로 승진후보자명부를 제출하시게 되면 근무시기와는 상관없이 월 0.018점을 적용받게 됩니다. Q. 1급 정교사 자격연수가 2020년부터 P/F로 바뀌었는데, 이전에 자격연수성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승진후보자 명부 신청 시 어떻게 적용되나요? A. 2020년부터 자격연수점수가 P/F 바뀐 건 맞습니다. 하지만 P/F 점수를 받으신 분들의 점수가 어느 시점부터 적용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상대평가로 점수를 받으신 분들은 해당과정을 수료한 것(P)으로 보게 됩니다. Q. 자격연수에 육아휴직기간이 산정되지 않나요? 또한 육아휴직 중 1급 정교사자격연수를 받을 수 있나요? A. 육아휴직기간에 대해 호봉승급 1년과 전 기간이 경력에 대하여 인정이 되지만, 자격연수나 원로수당지급 등에 요구되는 교육경력에는 육아휴직을 포함, 휴직기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1급 정교사 자격연수 대상자는 1급 (정)교사 과정의 연수를 받지 않은 2급 (정)교사로 근무한 교육경력이 3년 이상(또는 교육청에서 신청 시 안내한 기준일)인 현 재직교사로 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중에 자격연수 시 주간에 상당기간 연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는 육아휴직 본래 목적에 맞지 않다고도 판단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안은 해당교육청에 문의해보셔야 합니다. Q. 임용 전 취득한 국가기술자격증을 승진가산점 명부를 작성할 때 사용할 수 있나요? A. 자격증 소지에 대한 가산점은 당해 직위에서 취득한 교원에게 부여되는 가산점으로 임용 전 취득한 자격증은 승진명부에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안녕하세요. ○○이 아빠입니다. 얼마 전에 실시한 과학전람회 대회에서 우리 아이가 왜 상을 못 받았는지 알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제가 보기엔 우리 애가 잘한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 애들이 상을 받는 건가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 엄마입니다. 우리 애가 선생님 과목을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중간고사 볼 때 긴장을 했는지 잘 못 봤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많이 힘들어해서 그런데 기말고사는 조금 쉽게 출제해 주세요.” “이번 선택과목 조사에서 아이가 물리학Ⅱ를 신청했더라고요. 신청기간이 끝난 것은 알지만, 아이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지금 전학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생명과학Ⅱ로 바꿔주세요.” “아이가 과학 경시대회를 깜빡하고 신청하지 못했다네요. 저희 애 신청 좀 해주세요.” “아가씨, 우리 손자가 그 학교 졸업생인데 외국 유학을 가서 너무 보고 싶은데 혹시 졸업앨범을 구매할 수 있나요?” 작년 한 해 내가 받은 학부모들의 전화 중 일부이다. 작년은 코로나로 인해 개학 연기·온라인수업·학사일정 조정 등으로 교사·학부모·학생 모두 처음 겪는 일들이 많았고, 예년보다 더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학년 초에는 온라인수업과 관련한 문의가 많았고, 내가 담당한 교육과정 업무 때문에 선택과목 관련 문의나 요청도 끊임이 없었다. 내내 전화를 받느라 아무 일을 할 수 없는 날도 있었고,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홈페이지에 자세히 안내되어 있음에도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 전화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정중했으나, 다짜고짜 화부터 내거나 막무가내로 우기는 사람도 있었다. 말꼬투리를 잡아서 협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작년 1학기에 1학년 학생들의 2학기 선택과목을 조사하던 중이었다. 1학년 2학기 선택과목의 경우 입학하기 전 신입생 예비소집에서 조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교원채용 여부를 결정하고, 교과서 주문도 할 수 있으니까(「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30조에 따르면 매 학기에 사용할 교과용 도서를 해당 학기 시작 4개월 전까지 주문하여야 한다). 하지만 입학도 하지 않은 학생들, 특히 개학이 연기되어 등교는커녕 고등학교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1학년 학생들에게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5월에 등교수업이 이루어진 뒤에 학생과 학부모 대상 설명회를 실시하고, 5월부터 6월 말까지 신청을 받았다. 학생들을 위한 배려였다. 그러다 보니 부득이하게 인원 제한을 할 수밖에 없었다. 1학년 2학기에 신청이 몰린 특정과목에 대해서는 2학년 1학기에 동일한 과목을 편성했으니 2학기에 신청을 하지 못해도 무리가 없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1학년 학부모인데요. 이번 선택과목 조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선택과목을 인원을 정해놓고 받는 것이 어디 있나요?” “똑같은 과목이 2학년 1학기에도 개설되어 있으니 이번에 수강을 못 하면 다음 학기에 수강하시면 됩니다. 교원수급 때문에 이번 학기만 그렇게 하고 다음 학기에는 수강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어요. 이런 내용을 학생과 학부모 대상 설명회에서 모두 안내해드렸는데요.” “아니 자사고가 교원수급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리고 교원수급이 안되면 한 학급에 40~50명씩 놓고 수업하면 되지 않나요? 자사고면 당연히 그 정도 공간이 있는 거 아닌가요?” “학교에 40~50명씩 놓고 강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있더라도 40~50명씩 놓고 수업을 하게 되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인원 제한을 설정한 것이고, ‘인원 제한을 하겠다’는 사전 공지에 따라 다른 선택과목을 신청한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번복할 수 없습니다.” “아니 어떤 학교가 이런 식으로 인원 제한을 두고 선택을 받나요? 공부 잘하는 애들 내신 잘 받게 해주려고 그러는 거 아닌가요?” “아버님, 저는 누가 성적이 좋은 학생인지도 모르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어떤 과목에 몰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저희가 내년 선택과목 조사라면 인원 제한을 두지 않고 조사결과를 내년도 교원수급계획에 반영하면 되겠지만, 당장 두 달 뒤 실시할 2학기 수업을 지금 계획하고 있는 거라서 지금 교사를 더 채용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선생님은 자녀가 있나요? 애가 안 그래도 중간고사 성적이 안 나와서 가뜩이나 풀이 죽어 있는데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지 못해서 더 기죽어 있어요. 그런 아이를 보는 부모 마음을 이해는 하시나요? 아니 도대체 선택과목을 왜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겁니까? 자사고라서 당연히 될 줄 알고 학교 선택을 했는데 이게 뭡니까? 너무 실망스러워요. 개선이 되지 않으면 교육청에 정식으로 민원을 신청하겠습니다.” 점점 언성이 높아졌고, 대화가 한 시간가량 이어졌다. 알고 보니 이 학부모는 인근 학교 교사였다. 나한테만 전화한 것이 아니고 담임교사에게도 전화해서 항의했다고 한다. 사전에 모두 공지하고 몇 번씩 강조한 사항인데도 자신의 아이가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지 못했다는 민원전화였다. 이런 전화를 받고 나면 일주일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잘못 운영해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내가 부족했던 것일까? 뭘 더 어떻게 했어야 하는 것일까? 자책·후회·자괴감 등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혔다. 학교는 동네 주민센터가 아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민원인은 행정기관에 대하여 질의·건의 등을 할 수 있으며, 행정기관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도 포함된다. 학부모 또는 누구라도 학교에 질의나 건의를 할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고 학교도 행정기관으로서 민원인의 요청을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를 주민센터나 시청과 같은 일반 행정기관이라 인식하지만, 교사들이 인식하는 학교는 일반 행정기관과 같이 학교 밖의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집중해야 할 공간인 것이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민원 해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접 아이들을 상대하고 그 과정에서 수행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학부모들의 민원을 듣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학교의 의무이긴 하지만 학부모 민원을 처리하느라 교사가 해야 할 수업준비를 못 하거나 학생지도를 못 하게 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학부모도 교육의 주체 중 하나라고들 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민원전화를 받아보면 우리 교육의 건설적 변화를 위한 요구가 아닌, 대부분 본인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개인적인 요구사항을 말하는 것이다. 작년 9월 중순부터 2021학년도 선택과목 조사 작업을 시작했다. 안내자료를 제작하고 설명회를 실시했다. 일회성으로 하면 못 들었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 동영상을 제작하여 언제든 볼 수 있게 게시해 두었다. 진로가 수시로 바뀌는 학생들이 있어 신중히 선택할 수 있도록 기한을 충분히 주고자 12월 말까지 3차에 걸쳐 조사했다. 선택과목 조사가 늦어지자 교원수급, 교과서 주문 일정도 빠듯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지만, 학생들을 위한 배려 조치였다. 선택과목 조사기간에도 과목선택 문의와 관련한 수많은 전화를 받았고, 선택과목 조사가 마감된 뒤에는 바꿔 달라는 전화에 방학 내내 시달려야 했다. 바꿔 달라는 전화를 받으면 일단 대화를 나눠봐야 했다. 왜 바꾸기를 원하냐, 아이의 진로가 뭐냐 등등. 내신에 불리할 것 같아서, 내신이 나오지 않아서 수시보다는 정시 준비에 주력해야 할 것 같아서, 애들이 선택을 많이 하지 않아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너무 몰려서 등등. 너무 힘들었다. 올해는 교무기획업무를 하지 않기를 희망했으나 올해도 맡게 되었다. 학교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올해도 이 작업을 해야 하는데 선택과목 조사 시즌이 오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2021학년도가 시작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올해도 온갖 민원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온라인수업을 하면 등교수업을 해달라고, 등교수업을 하면 온라인수업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교육청에 우리 학교에 대한 민원을 넣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심지어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는 돌아가며 한 통씩 민원전화를 하자는 단체 행동까지 있었다. 학교에 민원전화를 받는 직원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학생지도를 하는 교사들이 그 시간을 할애해 민원전화도 받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이와 같은 행동이 학생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오로지 순간의 문제만 중요한 것일까. 학교에서 어떤 정책 결정을 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학부모 민원이 주는 엄청난 스트레스 학부모들의 민원이 교사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이고, 그로 인해 직무만족도가 저하된다는 기사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교육부에서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학부모들의 건의사항이 우리 교육환경을 더 낫게 만들어가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소통하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꿈꾸고, 열정적으로 교직에 임하려던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면 옳은 것일까?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이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학교의 상황을 모른 채 요구하면 무조건 들어 달라는 식의 전화를 받으면 진이 빠지곤 한다. 우스갯소리로 교원평가만 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평가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교사도 있다. 학부모들로부터 민원전화가 자주 오는 것은 학교교육에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학교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신뢰를 주었다면 아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일일이 전화하는 일은 없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민원전화가 많이 올수록 학교는 더 발전하기보다는 위축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행사 하나를 기획하더라도 민원 소지가 없는지 신경을 쓰게 되고, 교육적 가치보다 학교가 곤란해지지는 않을지를 우선으로 고려하게 된다. 교육청에서도 늘 학교에 당부한다. 민원 소지가 없도록 해달라고. 학교가 정말 행정기관이 된다면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질 것이고 그럼 학교는 점점 법적으로 해야 할 최소한의 것만 이행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부모·학생·교사 중 누구도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교사도 당연히 신뢰회복을 위해 아이들의 입장에서 신경쓰고 소외되거나 피해보는 학생이 없는지 챙겨야겠지만 학부모들도 민원인이 아닌 교육의 주체로서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 내 자식만을 위한 학교가 아닌 모든 아이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학교로 발전하기 위한 학부모의 역할과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4학년 1학기 수학 1단원에서 아이들은 억·조 단위의 큰 수를 배운다. 단원평가에서 ‘1억이 들어간 문장을 만드시오’라는 문제가 있었다. 한 아이가 이렇게 적었다. “1억 가지고 좋은 집 못 사.” 세상에! 이마를 탁 쳤다. ‘무슨 애가 이런 되바라진 말을 써?’가 아니라 ‘이렇게 똑똑할 수가!’하고 감탄했기 때문이다. 아빠와 엄마가 집값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들은 걸까? “1억 가지고 좋은 집 못 사”라고 아이에게 직접 말하는 부모 모습이 상상됐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발령받았던 십여 년 전만 해도 이런 문장을 아이가 썼다면 ‘애가 벌써부터’라는 (꼰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제공한 ‘전국 평균 아파트값 추이’ 그래프에 따르면 2010년 5억 4천만 원 수준이었던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2021년에는 10억 9천만 원까지 올라갔다. 집값이 5억 원 넘게 오르는 동안 내 월급은? 벼락부자와 벼락거지 벼락부자는 옛날부터 있었다. 벼락거지는 별안간에 생겼다. 벼락거지는 소득에는 변화가 크게 없는데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말하는 신조어다. 주택청약을 포기한 사람을 말하는 일명 ‘청포족’은 청약을 하느냐 마느냐라는 행위에 달려 있으니 해당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벼락거지’는 사람 자체를 말해 더 서글프다. ‘금리가 낮아도 집 있으면 하우스푸어, 집 없으면 모두 벼락거지다’라고 말하는 현실은 돈 앞에 자유로운 삶이 가능한 것이냐 묻게 한다. 요즘 벼락부자와 벼락거지가 있다면, 예전에는 두 종류(?)의 아빠가 있었다. 중학생 때 비디오 책 대여점에 가면 월간 대여 1위에 한참 동안 올라있었던 책이 있었다. 바로 2000년에 발간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이었다. 책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에게는 두 명의 아버지가 있었다. 한 분은 박사 학위까지 받고 교육자의 삶을 산 친부로 저자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을 구하고 돈은 안전하게 사용하며 위험을 피해라’고 가르쳤다. 가난한 아버지였다. 다른 한 분은 자신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친구의 아버지로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분이었다. 그분은 저자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를 차리고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라’고 가르쳤다. 부자 아버지였다. 20년 전 ‘가난한 아버지’가 지금껏 살았다면 그는 벼락거지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그때 그 책이 내 기억에도 아주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다. 그럼 그 책을 읽었던 아버지들은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어떤 아버지가 되었는가?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쳤고 무엇을 물려주었는가? 벼락거지라는 말이 생긴 현실이 말해준다. 책을 읽었으나 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교육도 그러했다. 경제교육 말고 돈 공부가 필요하다 몇 년 전 신문에서 금융전문가가 쓴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저명한 금융전문가로, 한 학교로부터 아이들에게 현실감 있는 경제교육을 해 달라고 초빙을 받았다. 그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실제적인 경제교육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강연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실망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학생들에게 자본주의를 가르치는 수업에 반대한다’는 어른들의 의견으로 인해 초빙 강연이 취소된 것이다. 아쉬움이 깊이 묻어나는 칼럼을 읽으며 그가 하려던 강연은 어떤 강연이었을까 궁금했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사회탐구과목으로 경제를 선택했다. 경제과목에서 배운 것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으로 흘러가는 사회의 큰 움직임이었다.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경제를 배웠다고 해서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택 가능한 수많은 금융상품과 자산 후보들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배운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초임 시절 첫 월급을 쪼개 적금을 넣고, 대출이라면 덜덜 떨었다. TV에서 나오는 대출상품 광고는 선량한 서민을 빚의 악순환에 몰아넣는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생각했다. 가정을 이룬 후 20대가 자력으로 내 집 마련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감하고 나서야, 나의 부가 자식의 부로 이어지는 이 사회의 생리를 절감하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온갖 재테크 방법들을 직접 경험하고 꽤 많은 돈을 날리면서 깨달았다. ‘이 나이 먹도록 돈 공부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구나!’ 돈을 본격적으로 벌기 시작해서야 돈 공부를 하니 기회비용도 컸다. 부채와 자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요즘 경제교육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지 경제교육 전문가라고 하는 강사들의 홈페이지, 여러 은행들의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 대부분 시간은 은행이 하는 일, 화폐 이야기, 시장경제원리를 아는 데 할당되었다. 시장경제원리에서는 시장과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가르쳐준다. 교육과정을 보니 여전히 상당수가 ‘성실히 일해야 하며, 저축은 필수고 투자는 선택’이라고 가르치나 보다. 돈 활용법을 모르는 사람을 시장이 어떻게 착취하고 새 계급이 생기는지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것이 요즘 말로 ‘찐’ 시장경제원리이다. 필요한 것은 경제라는 거대하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손이 아니라 돈을 굴리는 내 손에 대한 지식이다. 우리 아빠 차는 1억짜리다 1억 가지고 좋은 집 못 산다는 문장을 쓴 아이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알지도 모른다. 월급을 모아서는 집을 살 수 없고, 몇 개월 사이에 집값이 수억씩 뛰는 세태를 아이는 알고 있을 것 같다. 어떤 아이는 ‘우리 아빠 차는 1억짜리 OOO이다’라고 썼다. 보통 자동차의 가격대는 얼마인지, 좀 ‘좋다’고 평가되는 신기술이 적용된 차는 얼마쯤인지 아는 아이들은 안다. 이것은 일종의 감각이다. 물가 변동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대비하려고 하는 욕구,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 그 욕구를 인정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감각은 자본주의를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지혜다. 수학을 잘하려면 수감각이 있어야 하듯 가계 경제 운용을 잘 하려면 금융감각이 있어야 한다. 알아야 스스로를 보호하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수요와 공급이 남 얘기인 듯 멀게만 가르치는 경제교육은 새롭게 다시 태어나야 한다. 부채를 활용해 수십억 자산을 늘려가는 사람들은 이미 다른 세계에 가 있다. 부채 없이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집을 살 수 없는 사회에서 부채를 어떻게 지혜롭게 활용할 것인가를 가르쳐야 한다. 정말 두려워할 것은 빚에 허덕이는 미래가 아니라 빚을 활용할 줄 모르는 무지, 순수와 성실의 신화로 둘러싸여 新계급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맹목이다. 아이들을 언제까지 그런 몽매에 갇혀있게 할 것인가. 어른들은 벼락거지가 되고서도 깨닫지 못한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말했다. “오늘날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주는 가장 위험한 조언은 이런 것입니다. ‘학교 가서 공부 잘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거라.’ 그것이 나쁜 조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살려면 낡은 규칙을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낡은 규칙들은 너무도 위험한 것입니다.” 우리는 위험한 그 낡은 규칙들을 아직도 가르치고 있다.
고래가 된 아빠 (안도현 지음, 상상, 116쪽, 1만3000원) 안도현 시인이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요즘 아이들의 눈에 맞춰 새롭게 구성한 동화다.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던 아빠가 폭풍우 치던 밤 돌아오지 않게 되자 주인공 푸른이는 여우의 휴대폰을 들고 아빠를 찾아 나선다. 거미 여인과 여우, 삼신할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성장해 가는 푸른이의 하룻밤 동안의 모험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 무엇이든 다 있어 (요릭 홀데베크 글, 이보너 라세트 그림, 시금치. 48쪽, 1만5000원) 마당 한구석에 치워둔 볼품없는 낙엽 더미에 관심을 쏟는 아이가 수없이 많은 것들을 상상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낙엽·이파리·열매껍질·꽃잎들은 높고 뾰족한 산이 되기도,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로 변신하기도 한다. 신비한 물고기, 반짝이는 별, 풀꽃 자동차가 되기도 한다. 자연은 아이들에게 상상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열세 살 말 공부 (임영주 지음, 메이트북스, 248쪽, 1만5000원) 최근 학창시절 잘못된 말과 행동으로 영광의 자리에서 한순간에 추락하는 유명인들을 볼 수 있다. 사회는 철없던 어린 시절이라고 마냥 이해하지 않는다. 말이 미래의 성공에 장애물이 되지 않고,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10대 청소년을 위한 소통법을 담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오해 없이 잘 듣고,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말의 중요성, 청소년들이 자주 겪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의 대화법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사 추리반 (송병건 지음, 아트북스, 296쪽, 1만7000원) ‘웅장한 대리석 건물 계단에 벌거벗은 차림의 아이들이 앉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누구일까요?’ 한 장의 그림에 얽힌 수수께끼 같은 질문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저자는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계사를 다룰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20개의 사건을 담은 그림을 놓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지루한 암기식 역사공부 대신 풍부한 시각자료를 통해 사건을 추리·상상·예측하는 ‘탐정놀이’를 시작해보자.
한 문장도 어려워하던 아이가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정재영 지음, 김영사, 412쪽, 1만5800원) 30년간 글쓰기를 가르쳤던 저자는 글쓰기가 어렵기만 한 아이들이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즐거운 글쓰기 방법을 소개한다. 직접 가르쳤던 초등학생들의 글을 예문으로 싣고, 글쓰기 교육을 통해 달라진 과정과 유의해야 할 점 등을 담았다. 아이용 연습문제와 해설서를 별도의 분권화시켜 글쓰기 교육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용감한 육아 (에스터 워지츠키 지음, 반비, 372쪽, 1만7500원) 세 딸을 유튜브 CEO, 소아과 의사, 스타트업 ‘23앤드미’의 CEO로 키운 어머니이자 30여년 경력의 고등학교 교사로서 미디어아트 프로그램을 만든 저자가 성공적인 사람을 길러내는 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신뢰(trust)·존중(respect)·자립(independence)·협력(collaboration)·친절(kindness)의 머리글자를 딴 트릭(TRICK)을 양육원칙으로 강조하며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적용방법을 전달한다.
21세기 한국교육 희망을 말하다 (김주성·박은종 외 지음, 사색의나무, 636쪽, 3만5000원) 교육 석학·교육전문가·현장 교원 등 30명이 우리 교육의 현실과 미래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공동 집필한 교육전문도서다. 한국인의 교육의식과 새로운 패러다임, 인공지능시대의 미래교육, 한국교육의 개혁·혁신과 제안 등 시대상에 따른 교육의 가치를 비롯해 교육의 본질인 인성과 생각하는 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한 19개국의 자녀교육의 모습을 통해 우리 교육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교사를 위한 법률 가이드 (임이랑 지음, 따비, 248쪽, 1만6000원) 막무가내식 민원, 학생·학부모가 제기하는 예상치 못한 민·형사소송과 행정쟁송에 힘든 요즘 선생님. 동료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뺨을 맞고도 도움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변호사가 된 저자는 이런 선생님들이 억울하게 당하지 않도록 대처방법을 안내한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전담 변호사로 근무하며 상담했던 실제 학교 분쟁사례를 통해 법률조항 및 절차 등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잘하는 것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할까요?” 이 오래된 질문만큼 학생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최근 고등학교 현장(교사·학생·학부모 모두)의 뜨거운 감자는 고교학점제2일 것이다. 2015년 진로교육법이 제정되었고, 2016년부터 자유학기제 전면 도입, 진로진학상담교사 1교 1배치 등 짧은 시간 동안 진로교육과 관련된 많은 정책과 제도가 쏟아졌다. 이것에 더해 일반계 고등학교의 경우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됨에 따라 자신의 진로 찾기가 강조되고 있다. 생각보다 복잡한 덴마크 교육 블록 장난감 레고와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덴마크는 늘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높은 세금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다수가 행복하다는 나라.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교육’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보는 필자에게 덴마크 교육은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보였다. 특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과정과 성인이 되어서도 배우는 것을 즐긴다는 점에서 덴마크 교육은 주목할 만하다. 본고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찾아가는지를 통해 우리의 고교학점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덴마크의 공식적 교육제도는 생각보다 상당히 복잡하다(그림 참조). 기본교육(Grundskole)은 우리나라의 초·중학교에 해당하며, 의무교육이고 9학년까지이다. 7세에 0학년이라 불리는 취학 전 학교과정(Bornehaveklasse)을 시작하며, 0학년과 10학년은 의무교육이 아니다. 다만 정부는 10년간 교육하는 것을 시민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 10년 교육의 의무에는 공식적 교육제도 이외 비공식적 교육기관의 기간도 포함된다. 기본교육을 마친 청(소)년을 위한 교육(Young People)은 크게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Secondary Upper Education(중등교육, Gymnasiale uddannelser), Vocational eucation(직업교육, Erhvervtaglige uddannelser mv), Preparatory basic education(FGU), Combined Youth Education, Production schools, Vocational basic education, 특수교육으로 구분되며 대략 2~5년으로 다양하다. 공식 교육과 비공식 교육의 조화 학생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다양한 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점이지만, 무엇보다 덴마크 교육을 이채롭게 하는 것은 바로 공식적 교육과 비공식적 교육의 조화에 있다. 앞의 그림에 나타난 공식적 교육제도 이외 덴마크에는 ‘자유학교(Free school)’라 불리는 비공식적 교육제도3가 있다. 학교의 형태이고, 디플로마(이수증)를 받을 수 있지만, 평가나 성적이 없고 대학 진학에 필요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비공식적 교육이라 칭한다.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되는데 프리스콜레(friskole, free school), 애프터스콜레(efterskole, after school),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 folk high school)가 그것이다. Free school4의 토대를 만든 것은 사상가이자 시인·언어학자였던 그룬트비(N.F.S Grundtvig, 1783~1872)와 실천적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콜드(C.M. Kold, 1816~1870)였다. 프리스콜레는 1~9/10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애프터스콜레는 8~10학년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며, 폴케호이스콜레5는 18세 이상의 청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학생들은 의무교육 기간 중에도 공립학교와 자유학교(프리스콜레, 애프터스콜레, 청소년 대상 폴케호이스콜레)를 넘나들며 공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초·중학교에 해당하는 9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은 고등학교(김나지움)에 진학하기도 하지만 덴마크의 독특한 10학년을 보내기도 한다. 10학년의 경우 같은 학교에서 부족한 과목을 1년 더 듣거나, 애프터스콜레를 다니거나 10학년 스쿨을 다니는 방법이 있다. 10학년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 혹은 자유학년제와 가장 유사한 형태를 띠는 애프터스콜레이다. 14~18세 청소년이 1년 동안 공부하며 인생을 설계하는 기숙형 학교6로서 외국어·음악·미술·디자인·연극·영화·스포츠·종교·국제 등 다양한 과정이 설치되어 있다. 어느 분야로 진출할지 결정하지 못했거나 바로 중등과정(김나지움)이나 직업교육으로 입학하기 힘들 때,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등 다양한 이유로 애프터스콜레를 선택하며, 40% 이상 학생들이 선택하고 있다. 전공 관련 공부나 기술을 익히고 싶은 학생은 지자체에 설치된 10학년 학교/센터를 선택하기도 한다. 주로 성인 대상인 폴케호이스콜레 중에도 16~19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들이 있다. 애프터스콜레와 마찬가지로 스포츠·예술 중심의 과정이 다수를 이루지만 디자인·국제학 등 개성이 뚜렷한 학교가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덴마크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기 전 1·2년의 유예기간(gap year)을 갖기도 한다. 대학 입학을 1년 유예한 학생은 2018년 85%에 달했으며, 2년 유예한 학생도 50%를 넘는다. 특히 직업교육보다 김나지움 출신의 학생들이 더 긴 유예기간을 가지는 특징을 보인다. 대학 입학 전 1~2년 유예기간 갖는 학생들 대학에 입학하기 전 학생들은 다양한 형태의 학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하고 배운다. 프리스콜레·애프터스콜레·10학년 학교/센터·폴케호이스콜레 등의 다양한 과정이 공교육과의 경계 없이 운영되고 있어 언제든 선택할 수 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1~2년의 유예기간을 통해 충분히 자신을 돌아본 후 대학에 입학한다. 필자가 인터뷰 한 학생 중 한 명은 현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폴케호이스콜레에 2년째 재학 중인데,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있어 14살 때 첫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후 4년 동안 꽤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하였다. 이 학교에서 만난 학생 중 다수는 2년째 같은 학교에서 생활하며,7 사진·공예·운동 등 다양한 예술수업을 통해 자신의 관심을 확장하고 있었다. 필자가 방문했던 오르후스 인근의 폴케호이스콜레 학생들은 늘 웃는 모습이었다. 한 학급이 15~16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수업 중 자신이 원하는 과목으로 시간표를 구성하는데 보통 오전에 1개, 오후에 1개의 수업을 듣는다. 요일별로 활동 수업이 다르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다른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오전 9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10시부터 1시까지 오전수업, 1시부터 점심식사, 2시부터 4시까지 오후수업을 하고 이후는 자유시간이다. 날씨가 좋을 때는 해변이나 공원으로 산책을 하러 간다. 나무에 해먹을 달아 햇볕을 쬐거나 아예 매트리스를 마당에 깔고 누워 책을 보기도 한다. 기숙사 청소 및 관리는 자신들이 직접하고, 요리는 직원이 하지만 설거지와 뒷정리는 모두 학생들의 몫이다. 개설된 과목은 환경(녹색활동)·시민의식(공통)·영화·사진·정치학·철학·심리학·스포츠·디자인·요가·음악·예술·e스포츠·공예·드라마 등이다. 학기에 따라 개설과목이 다르다고 했다. 그중 학생들이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공예수업을 보았는데 우리나라 중학교 학생들의 방과후수업과 매우 흡사해 보였다. 만들고 싶은 디자인을 찾고, 자유롭게 스케치하고, 재료를 가공하고, 만드는 활동이었다. 사진수업에서는 필름 카메라를 조작하는 것부터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교사는 도움을 청하는 학생들을 도와줄 뿐 기본적인 지식 이외에는 가르치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배웠거나 잘하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한 학생이 그린 일러스트는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 수준으로 보여 놀라기도 했다. 마치 중학교 방과후수업을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결과물은 대단히 창의적이고 수준급이었다. 덴마크에서 만난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게 다양한 학교와 과정을 선택하고 있었다. 또한 학교생활을 통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고, 공동체정신을 경험하고 실천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삶에 대한 가치와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단순히 진로를 찾는 일에 우선하는 듯 보였다. 진로를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살아가야 할 내일에 대한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덴마크 교육을 보며 다시금 배웠다.
싱아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선 풀일까 나무일까. 열매를 먹는 걸까, 잎이나 줄기를 먹는 걸까. ‘싱아’라는 말에서 시큼한 맛이 날 것 같긴 한데 어떤 맛이 날까.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초판을 낸 후 이 같은 궁금증이 많았는지 개정판 표지 다음에 싱아 그림과 함께 다음과 같은 설명을 붙여 놓았다.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1m 정도로 줄기가 곧으며, 6~8월에 흰 꽃이 핀다. 산기슭에서 흔히 자라고 어린잎과 줄기를 생으로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나서 예전에는 시골 아이들이 즐겨 먹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코흘리개 시절부터 스무 살 대학생으로 6·25를 겪기까지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일제 강점기, 해방 후 혼란기, 6·25 발발과 1·4후퇴에 걸쳐 있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이런 글을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써 보았다”고 할 정도로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글이다. 작가가 고향 경기 개풍군 박적골에서 보낸 유년 시절은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세 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 등 대가족의 사랑을 담뿍 받은 데다 무엇보다 대자연과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여덟 살 때 교육열에 불타는 엄마 손에 이끌려 상경해 국민학교에 입학한다. 고향에서 마음껏 뛰놀던 소녀가 갑자기 서울 현저동 산동네에 틀어박혀 살아야 하니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덟 살 소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는 것이 ‘싱아’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끊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 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언제나 젊고 싱싱한 내 기억 속 ‘싱아’의 맛 싱아는 메밀·여뀌·소리쟁이·수영 등과 함께 마디풀과 식물이다. 마디풀과 식물은 줄기에 마디가 있고 탁엽(잎자루가 줄기와 붙어 있는 곳에 달린 비늘 같은 잎)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영도 싱아와 마찬가지로 줄기에 물기가 많고 신맛이 나서 시골 아이들이 즐겨 먹었다. 요즘에도 싱아는 쉽게 찾기 어려운 식물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김민하 연구관은 “옛날에는 싱아가 밭 주변이나 하천가 같은 곳에 많았는데, 그런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요즘에는 산에 가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는 소설 배경지 주변에 싱아가 있었지만, 꼬마 박완서가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완서가 헤맨 산은 인왕산인데, 인왕산 둘레길에 지금도 싱아 군락이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도 싱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는 사람이 있으면 인왕산 둘레길로 데려가 싱아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있으니 그 당시에도 싱아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어린 박완서가 찾지 못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싱아 줄기의 새콤달콤한 맛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기회가 잘 오지 않았다. 싱아 줄기를 먹을 수 있는 기간, 그러니까 찔레꽃 필 무렵 싱아를 보는 것도 쉽지 않았고, 보더라도 몇 그루 있지도 않은데 줄기를 꺾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몇 년 전 경기도의 한 섬에서 싱아 군락지를 발견하고 줄기를 꺾어 맛볼 수 있었다. 생각만큼 시큼하지는 않았고, 약간 떫은맛이 나면서도 물기가 많아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약간 덜 익은 자두를 깨무는 느낌이라고 할까. 작가는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요즘도 싱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다는 독자편지를 받으면 내 입 안 가득 싱아의 맛이 떠오른다”며 “그 기억의 맛은 언제나 젊고 싱싱하다”고 했다. 정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작가는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서 “책 중에 싱아란 소리는 네 번 밖에 안 나오는데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또 싱아가 어떻게 생긴 먹거리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싱아가 중요한 건 아니다. 싱아는 내가 시골의 산야에서 스스로 먹을 수 있었던 풍부한 먹거리 중의 하나였을 뿐 산딸기나 칡뿌리, 새금풀(괭이밥)로 바꿔 놓아도 무방하다”며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내 어린 날의 가장 큰 사건이었던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에서 거스르고 투쟁하는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받은 문화적인 충격이랄까 이질감에 대해서다. 나는 아직도 그런 이질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이렇게 성장소설, 세태소설 같은 분위기를 띠는 소설은 6·25가 발발하면서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때부터는 6·25라는 전쟁이 가져온 비극을 차근차근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6·25는 작가의 숙부와 유일한 형제인 오빠를 앗아갔다. 작가도 인민군이 진주했다가 서울 수복으로 이어지고, 다시 1·4후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때 좌익활동을 한 오빠 때문에 빨갱이 가족으로 ‘벌레’ 취급을 받는 수난을 당했다. 작가는 모두가 피난을 떠나 텅 빈 서울에서 홀로 남았다는 공포를 느끼다 ‘문득 막다른 골목까지 쫓긴 도망자가 휙 돌아서는 것처럼 찰나적으로 사고의 전환’을 맞는다. ‘벌레의 시간’을 증언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도 갖는다. 박완서를 소설의 길로 이끈, 박완서 문학의 결정적 순간임을 밝히는 것이다. 1992년 처음 나온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2002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15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작가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이 소설의 속편 격으로, 작가가 오빠의 죽음으로 대학을 포기하고 미군부대에 취업하는 등 결혼하기 직전까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철화 전 중앙대교수(문학평론가)는 한 기고문에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통해 비로소 우리 현대사의 한 시기가 살아 있는 영혼을 얻게 됐다”며 “박완서는 뛰어난 작가이자 위대한 역사가”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과 안전에 철저한 학교, 대면수업과 온라인학습 병행 등 교육과정 재구성으로 내실 있는 학교, 교원학습공동체와 같은 교과협의회가 활발하고 행정과 담임업무를 분리,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하는 학교. K-에듀의 모범답안이 있다면 꼭 들어맞는 학교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구암중학교. 한마디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마다 빈 교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이곳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학급수가 늘어나고 교실마다 학생들이 빽빽하다. 학생 수만 1,200여 명. 과대학교에 과밀학급이다. 교육여건이 좋다고 할 수 없는데도 학생들이 몰려온다. 지난 2019년 신입생은 그해 졸업생보다 100명이 더 많았다. 지난해에도 신입생이 40명가량 넘쳤다. 찾아오는 학생들을 막을 재간이 없는 학교로서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학생뿐 아니다. 교사들 역시 너도나도 근무를 지원한다. 전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선호학교로 지정됐다. 코로나19 대응 철저... 학부모들 “학교를 믿는다” 서울 관악구 고갯마루에 위치한 구암중학교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첫 번째 키워드는 안전이다. 지난해 학생·학부모·교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학교교육활동 평가에서 각 구성원으로부터 고루 최상위 점수를 받은 항목은 ‘코로나19 대응’이었다. 철저한 방역관리와 예방수칙 적용, 그리고 열화상기와 마스크·체온계·교실소독 등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학교를 믿고 안심한 학부모들은 등교수업 확대를 요구했다. 지금 당장 전교생 등교수업을 한다고 해도 거뜬한 학교다. 능동적 교육과정 운영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일찌감치 대책 마련에 착수, 혼란 없이 교육과정을 운영한 학교가 구암중이다. 교사들을 주축으로 코로나 TF를 구성하고 네이버 카페를 이용해 학년별·반별 온라인교실 플랫폼을 구축했다. 2학기에는 구글 클래스룸 및 줌을 활용한 쌍방향수업을 무리 없이 진행했다. 교육부조차 원격수업 준비가 안 돼 허둥댔던 것과 달리 쌍방향 대면 화상수업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학교구성원들의 발 빠른 대응과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조화시킨 블렌디드러닝으로 가장 앞서가는 학교가 됐다. 이뿐 아니다. 수업혁신을 통한 프로젝트 융합수업과 풍성한 삶을 위한 진로교육, 깊이 있는 생각과 글쓰기 등 학생중심교육과정 운영은 이 학교만의 자랑이다. 방과후학교도 정규교육과정 못지않게 강점을 보인다. 중복지원이지만 1,200명 학생 중 800여 명이 방과후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아침 7시 20분부터 축구·배구·농구·배드민턴·탁구 등 스포츠 활동이 실시되고 오후에는 주요 교과 방과후학교가 진행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1~2개월 동안 운영되는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끝날 때까지 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김미원 연구부장은 “방과후 담당교사와 서울 시내에서 유일한 방과후학교 매니저의 숨은 노력이 일등공신”이라고 귀띔했다. 우수한 강사진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 양질의 수업이 제공되다 보니 학부모들은 강좌를 늘리고 방과후학교 정원도 늘리라고 성화다. 학생 자치활동 활발... 민주시민교육으로 승화 세 번째 키워드는 참여와 자치의 교육활동이다. 학생들이 직접 선출한 학생회는 코로나19로 등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양한 온·오프라인 소통창구를 마련해 즐거운 학교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다. 교내 건의함과 페이스북·에스크 등 SNS 계정과 단체 대화방·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학생들의 눈과 귀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학교 측 역시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한 학기에 한번 학생들이 원하는 메뉴로만 구성된 급식을 먹는 ‘G-스토랑’을 비롯 동아리 날 자유복 등교와 교내 슬리퍼 착용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뤄졌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자치활동은 스스로 참여하고 배우는 민주시민교육으로 이어졌다. 세월호 추모행사, 독도의 날 행사, 학생의 날 행사, 블루리본 금연 캠페인 등 의미 있는 활동들을 기획하고 실천했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돕는 모금행사를 벌인 것도 학생들이다. 네 번째 키워드를 꼽는다면 소통과 합리적 운영이다. 구암중은 학년중심제 학교다. 또 행정업무와 담임업무를 나눈 이원분리체제로 운영되는 학교다. 서울시교육청 학교업무정상화 정책에 따라 담임을 맡은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크게 줄였다. 학년중심제를 통해 사소한 업무들은 각 학년부에서 처리한다. 생활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학년부 운영은 교사들 간 원활한 소통으로 일처리가 빠르고 효율적이다. 학교생활기록부나 출결 업무도 학년부 교사가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교무·연구·기획·생활지도 담당교사들의 업무부담 상대적으로 줄어 모두가 환영하고 있다. 담임배정 할 때도 교사들의 희망을 최대한 수용해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조인기 교감은 “2년간 담임을 맡았으면 다음 2년은 행정업무를 맡는다는 순환 근무 원칙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며 “업무의 균등 배분과 합리적 순환, 민주적 의사결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불가능 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목고 진학 실적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마지막 키워드는 등교지기 교장이다. 류지헌 교장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는 것이 있다. 매일 아침 일과처럼 하는 등교맞이가 그것이다. 혹시 열나는 학생은 없는지,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다치지는 않는지, 학생 한 명 한 명을 자식처럼, 손주처럼 반겨준다. 눈이라도 내릴라치면 제일 먼저 출근해 언덕길을 쓴다. 염화칼슘을 뿌리면 되지만 성에 차지 않아 직접 빗자루를 든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등교지기. 등교맞이는 표영수 교감과 생활안전부장, 배움터지킴이 등 4명이 늘 같이한다. 류 교장이 매일 빠짐없이 챙기는 또 다른 하나는화장실이다. 틈나는 대로 학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을 둘러보고 변기 물은 제대로 내렸는지, 화장지는 부족하지 않는지,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직접 화장실 청소를 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래서일까? 구암중 화장실은 청결하기로 소문났다. 외부 손님들이 화장실을 둘러보고선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이 청결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제일 불편하죠. 사용 못 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표 교감은 “한창 민감할 나이인 사춘기 학생들을 배려하는 의미에서 교장선생님이 화장실 청결만큼은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화장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성적에 따른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 과학고·영재고·외고 등 진학 실적은 철저히 비공개로 한다. 실적이 없어서가 아니다. 구암중의 학업성취도는 서울시내 톱클래스 성적이다. 그럼에도 후기고나 특성화고 진학 내용만 간단하게 공개하고 있다. 또 하나, 흔히 교장실을 방문할 때면 행정실을 거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구암중은 ‘하이패스’이다.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수시로 들락거리며 마음속 이야기를 다 꺼내놓는 교장실은 일종의 ‘소통의 광장’인 셈이다. 간혹 민원이 있는 학부모들이 불쑥 들이 닥칠 땐 놀랍고 난감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게 류 교장의 지론이다. 한때 ‘힘든 학교’로 소문났던 구암중을 단단한 반석위에 올려놓은 그는 내년이면 정년이다. 과학교사로 출발해 37년 정든 교단을 떠난다. 이른 감이 있지만 소회가 궁금했다. “아이들이 좋고 함께 생활하는 선생님들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긴세월, 만난(萬難)과 신산(辛酸)이 없을 리 만무했겠지만 늘 겸손하고 긍정적인 심성으로 모든 것을 품은 관록이 느껴졌다. 구암중은 올해 서울시로부터 재활용 활성화 우수기관 표창을 받았다. 환경과 생태교육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해는 학생자치활동 우수학교 교육감 표창을, 그 전해엔 자유학기제 우수학교로 선정돼 교육부총리 표창을 받았다. 명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는게 아니다.
국내 대표적 자율형사립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오는 2025년 모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민사고는 일반고로 전환되면 폐교밖에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은 현재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다. 여기서 정부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꼼짝없이 일반고로 가야 한다. 문제는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민사고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는 점이다. 우선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진다. 강원도 내에서만 학생을 모집할 경우 정원 채우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또 막대한 학교운영비를 감당하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 민사고는 학생수 460여 명에 교원은 70여 명. 학생 7명당 교사는 1명 수준이다. 학생 1인당 기숙사비와 수업료 등 학비는 연간 2천8백만 원 정도이며 전액 수익자부담으로 운영된다. 사정이 이러니 일반고의 무상교육 재정지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민족주체성 교육 등 건학이념도 유지할 수 없다. 사실상 존립의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민사고는 파스퇴르 우유가 젖줄이었다. 최명재(94)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이 1996년 설립한 민사고는 전북 상산고, 부산 해운대고, 울산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와 함께 자사고의 전신인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했다. 영국의 이튼 스쿨(Eton School), 미국의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Phillips Academy Andover), 초트 로즈메리 홀 스쿨(Choate Rosemary-Hall School) 고교 같은 세계적 사립학교를 지향하며 ‘토종 명문사학’을 꿈꿨다. 민족주체성 교육과 영재교육,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삼았다. 3·1절에 맞춰 3월 1일 개교한 것도, 학생들에게 한복을 입고 수업을 듣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윤정일 전 서울대 교수는 이를 두고 “세계 명문 20대 고교에 포함된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최명재 설립자는 사재를 포함해 이 학교에 1,000억 원을 쏟아부었다. IMF로 모기업 경영이 어려워지자 2004년 민사고는 파스퇴르유업에서 완전 분리됐다. 국가 부도 위기도 견뎌낸 민사고지만, 자사고 폐지라는 칼날 앞에서는 버틸 여력이 없다. 1996년 개교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민사고. 한만위 교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육이 정치 논리에 철저하게 무너지고 있다.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민사고가 폐교를 추진한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정부가 2025년 모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우리가) 폐교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폐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일반고로 전환되면 지금과 같은 민사고를 운영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일반고 전환=폐교’라는 등식은 어떻게 성립되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지금까지 민사고는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했다. 그런데 일반고가 되면 강원도 내에서만 학생을 모집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우리학교는 강원도 횡성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학령인구는 줄어드는 데 교통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반고가 된 민사고를 찾아올 학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당장 내년 신입생 모집부터 어려워진다. 또 민사고는 외견상 고비용 저효율학교다. 교사 1인당 학생수가 7명 정도 된다. 이런 여건에서 최고의 교육을 해왔다. 그런데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일반고가 되면 지금과 같은 교육여건을 유지할 수 없다. 민사고의 건학이념도 구현할 수도 없게 된다. 폐교 외에 무슨 선택이 있나.” 교육청이 자사고 지정 취소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하고 있다. 해운대고를 비롯 지금까지 서울과 부산교육청이 내리 네 번 졌다. 그럼에도 정부가 자사고 폐지를 고집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정치적인 이유가 크다. 교육은 평등해야 한다는 강한 집착의 결과물이다. 돈 있고 똑똑한 아이들만 모여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싫은 것 같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런 평등교육을 주창하면서도 정작 정부는 과학고·영재고·체육고 등 특목고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공립은 되고 사립은 안 된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권이 이렇게 무시돼도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평등교육도 좋지만, 좋은 교육과 좋은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주어져야 한다. 정부가 내세우는 고교학점제도 자율적인 선택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런 자율적인 선택을 강조하면서 유독 자사고는 안된다고 한다. 이율배반이요 내로남불이다. 꼭 이래야만 하는 건지, 답답하고 안타깝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자사고로 인해 일반고가 우수학생 유치 등에서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 아닌가. “이명박 정부 당시 자사고 설립을 추진할 때 이야기다. 당시 정부는 자사고에 재정지원을 안 하는 대신에 그 재원으로 일반고 살리기 즉, 일반고 역량강화에 쏟아 붓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자사고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사고가 일반고를 황폐화했다느니 교육생태계를 파괴했다느니 책임을 뒤집어 씌운다. 사실 생태계는 다양성이 있어야 건강하다. 한 가지 종만 존재한다면 쉽게 도태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1,000억 원이 넘은 재산을 투자한 설립자로서는 지금 상황이 참담할 것 같다. “설립자인 최명재 전 이사장은 ‘교육은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다. 교육사업을 사업으로 생각하는 순간 사업만 남고 교육은 실종된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사업은 기울어도 민사고만큼은 있는 힘껏 쏟아부었다. 그런데 이젠 모든 것이 물거품이 돼 간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참담한데 그 심경이 오죽할까 싶다. 한때는 사재 털어 학교 설립하라고 종용하더니 이제 와선 너희 때문에 우리 뜻대로 교육이 안 되니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억울하고 분통 터질 노릇이다.” 민족사관고에서 민족주체고로 교명을 바꾼다고 하던데. “설립자가 원래 생각했던 학교명은 민족주체고등학교다. 개념상으로 보면 사관보다 주체가 더 크다. 그런데 주체라는 용어가 당시 남북대치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따라 결국 민족사관고로 교명을 정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설립자의 뜻을 받들어 민족주체고로 바꿔 역사에 마지막 이름을 남기고 싶다.” 일반고로 전환되면 교사들 신분은 어떻게 되나. “힘든 시간이 오겠지…. 많은 분이 학교를 떠날 것이다. 자사고를 없애려는 정부 입장에서는 하찮은 일일지 몰라도 우리는 피눈물을 쏟을 일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일단 헌법소원 결과를 지켜 볼 생각이다. 유일하게 기댈 곳은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이다. 다만 그 기간 동안 신입생 모집 등에 차질을 빚을까 봐 걱정이다. 대안학교나 영재학교, 또는 특성화고 전환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섣불리 말하기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