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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리만족 나이 40을 목전에 둔 솔로 선배가 얼마 전 통화 중 꺼낸 얘기. “얘~ 나 요즘 ‘우리 결혼했어요’보는 낙으로 산다. 내가 못한 결혼, 걔들이 대신해서 살아주지 않니. 걔들이 내 유일한 기쁨이야~.” 사실 저는 그때까지 ‘우리 결혼했어요’가 TV프로그램인 줄도 몰랐습니다. 선배와의 통화 이후부터는 챙겨보게 됐지만요. 선배는 가수인 솔비-앤디 커플의 티격태격, 알콩달콩 부부행세가 너무 귀엽다고 말합니다. 앤디가 음식이 묻은 솔비의 입가를 닦아 준다던지, 남편행세 하겠다며 집안 꾸미고 정리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확률적으로 본인에게는 그런 일이 생길 수는 없으니, 대리만족을 실컷 하고 있답니다. 위로의 말이라도 건넨다고 “언니, 왜 그래~ 어디선가 인연이 나타날 거야. 기다려봐”라고 읊었습니다만, 전혀 위로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죠. 헌데 이 결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역할놀이를 통해 노처녀들뿐만 아니라 한참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도 ‘결혼 로망’을 꿈꾸게 됐다니, 이거 좀 문제긴 문제네요. 결혼의 신성함은 어디로? 결혼 전에는 절대 각방을 쓰고, 이혼하면 집안의 씻지 못할 오명을 남기는 자식으로 묘사하던 가족, 연애 드라마도 이젠 현 세태를 반영하듯 다양하게 변모해왔죠. 결혼 전에 동거를 하기도 하고, 이제는 이혼녀나 미혼모가 역경을 딛고 재기에 성공하는 스토리가 식상해질 정도니까요. 실제로 혼전에 아이를 가진 연예인들도 감추기보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하고요. 물론 감추고 쉬쉬하느니 오픈하는 것이 거짓궤변을 늘어놓는 것보다 나아 보입니다. 이런 세태를 현실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는 건 어느 정도 필요한 과정이라 보입니다. 그러나 인정의 범주를 넘어서,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사랑의 결실이라 일컬어지는 결혼, 사랑을 하며 상대방에 대해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가는 결혼생활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닐지 말입니다. 롤플레잉은 역할놀이일 뿐, 오해하지 말자 자장라면 한 가닥 서로 입에 물고 닿을 듯 말 듯 장난하는 그들의 연애행각은 설정된 연출을 통해 연애와 결혼생활을 이벤트성으로 풀어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일 뿐, 실제의 결혼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계시죠? 요즘 가부장 마초 콘셉트로 네티즌으로부터 무시무시한 질타를 받고 있다는 코미디언 정형돈씨 역시 이 설정 때문에 안티가 늘고 있다나요? 어찌됐든 아무도 건드려주지 않았던 결혼과 관련된 리얼 버라이어티쇼 덕분에 ‘결혼하고 싶다’는 처녀, 총각이 늘어난 건 고무적인 현상인 듯합니다. 후배 N양은 결혼한 친구들로부터 ‘절대 결혼하지 말아라’, ‘결혼하면 여자는 희생만 하게 된다’, ‘육아와 사회생활 병행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해봐야 알지’등등 그간 좋지 않은 소리만 잔뜩 들어 결혼에 대한 환상이 이미 다 깨져버린 찰나, ‘우리 결혼했어요’를 시청하고 ‘결혼하면 이런 장점도 있겠구나!’라는 걸 살포시 깨달았답니다. 그러고 보면 주변의 기혼자들은 결혼의 좋은 점보다는 단점 위주로 싱글들에게 넋두리를 전파하는 듯합니다. N양은 기혼자가 누리기 힘들어진 미혼 때의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으로 싱글인 본인에게 ‘결혼무용론’을 말하는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전하긴 했습니다만, 설마 결혼이 무용하면 이 땅의 가족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서로를 보듬고 살겠습니까? 싱글은 커플을 부러워하고 기혼자는 미혼일 때를 그리워하며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애틋함을 품는 정도이겠지요. 따가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이 성큼 다가왔네요. 싱글 선생님 여러분들도 이글거리는 더위 아래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열정적으로 연애하는 여름이 되시기를 바래봅니다. | 자유기고가
토론을 한눈에 알아볼 자료 준비 첫 토론 준비시간에 아래 내용을 이것을 한 장에 정리하여 나누어 주었더니 준비 시간이 절약되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하다보면 준비한 내용이 몇 장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 양식은 저절로 필요 없게 되지요. 두 세 번이면 될 것입니다. ● 오늘 우리가 토론할 주제는 ( ) 입니다. ● 이 주제에 대해 저는 ‘찬성(반대)’합니다. ● 왜냐하면 ( )이기 때문입니다. ● 그것은 ( ) 것이고, ( )이며, ( )입니다. ● 물론,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 )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왜냐하면 ( )이고 ( )겠지요. 그렇지만 ( )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라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만약, ( )할 수 있다면 ( ) 것입니다. 이제 토론하기 좋은 장소와 좌석 배치를 알아볼까요? 일반적으로 교실에서 의자만 옮겨 배치해 놓고 토론하는 경우와 별도의 토론실이 마련 된 경우, 도서관에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는 일반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별도의 토론실이 마련되어 있으면 토론에 적합한 좌석을 미리 배치 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겠지요. 영상장치가 준비되어 있다면 논제의 제시나 제한 시간 안내 등을 시각적으로 보여 줄 수 있어 효과는 있어 보일 것입니다. 교실에서 토론을 진행 할 경우는 토론 모형에 따라 적절하게 좌석을 배치해야 효과적으로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적절한 좌석 배치와 토론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열정이지 근사한 토론실이나 영상 기기의 유무는 아닐 것입니다. 잘 차려진 토론장에 갔을 때 아이들이나 저나 시간을 재는 기계음이 규칙적으로 들리는 경직된 분위기에 주눅 들었던 어색함이 지금 생각해도 유쾌하지 않습니다.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그럴듯해 보였을까요? 그보다는 오히려 아이들이 소박하게 준비한 시간 안내 표지와 부담주지 않는 친절한 제시가 토론 분위기를 더 좋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찬반 토론자가 마주보지 않는 좌석 배치가 중요 찬·반 토론의 좌석 배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찬성 측과 반대 측의 토론자가 정면으로 마주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각 또는 정면을 향하도록 배치하여 토론자들이 상대방이 아니라 논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토론자나 질문자는 방청석을 향해 주장을 전개하고 필요할 때만 상대방을 잠깐씩 보도록 합니다. 그리고 판정인과 계시원은 사회자와 토론자들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반대쪽에 정하면 되겠지요. 때때로 사회자와 게시원은 나란히 같은 위치에 두기도 하는데 이것은 꼭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배치 상 편리한 곳에 두면 되겠습니다. 이제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토론 순서는 ● 교사와 아이들이 미리 제시한 안건을 다시 한 번 챙기는 것으로 수업의 도입 ● 안건 제시(칠판에 써서 제시하거나 미리 준비해 둔 게시물을 붙입니다) ● 준비 상태 확인하기 ● 맡은 역할에 따라 각자 지정된 곳으로 이동(토론자, 사회자, 게시원, 판정인) ●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수업 진행 ● 토론자 소개 ● 판정인의 판정 기준 발표(판정 기준 내용은 새교육 3월호에 제시) ● 1회전, 2회전, 3회전, 작전시간, 정해진 순서대로 토론 ● 부심사관의 심사 결과 집계 ● 본심사관의 심사평과 결과 발표 ● 사회자의 토론 진행 마무리 ● 교사의 수업 마무리와 차시 예고 토론 수업 진행 할 때 꼭 지켜야 할 규칙과 유의 할 점이 몇 가지 있는데요. 이 점은 토론 첫 시간부터 지켜야 합니다. 보통 때는 지키지 않다가 토론대회에서 지키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토론 규칙 제시는 간단 명료하게 다음은 처음 토론에 참여하는 친구들을 위한 규칙입니다. 규칙이 많으면 지키기 어렵고 공연히 주눅 들게 되지요. 간단명료하게 제시하여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토론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할 수 있게. ● 규칙 1 : 찬성이든 반대든 토론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펼 때 6단계까지 고려한 자신만의 의견을 준비합니다. ● 규칙 2 : 토론에서는 반드시 찬성 쪽이 제시하는 이유를 반대쪽이 집중적으로 비판해야 합니다. ● 규칙 3 : 발표는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 진 순서대로 구두로 합니다. ● 규칙 4 : 이 토론의 심사는 찬성 쪽과 반대쪽의 점수 차를 최소한 1점 이상 나게 하여 반드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합니다. ● 규칙 5 : 상대의 발표 내용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유의할 점은 ● 가능하면 다소 엄격한 절차에 따라 군더더기 없이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 규칙을 잘 설명하고 가능하면 꼭 지키도록 강조하며 어겼을 때는 감점요인이 됨을 알려야 합니다(시간, 예의 지키기, 준비 상태 확인하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등). ● 특히 사회자는 어느 팀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토론의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하며 가능하면 사회자 진행 원고를 미리 준비하여 원고대로 하면 좋겠습니다. ● 심사관은 토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곤란합니다. 가능하면 표정도 바뀌지 않도록 냉정을 유지하고 경청하는 것이 좋으며 중간에 끼어들어 조정하거나 토론의 진행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 부심사관들도 규정을 잘 알아 특정한 몸짓을 하거나 잡담, 딴 짓하기 등으로 토론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보신 선생님들께서 고민이라 하십니다. ‘사회자는 누가 하지? 담임이나 지도자가 해야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을 텐데….’ 과연 그럴까요?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문학 요즘 취미가 독서인 아이들은 예전보다 적다. 그만큼 다른 재미난 취미가 많은 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다. 그래도 책은 인간 정신의 응집된 사고의 표현이며 인격 성장과 정서 함양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 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으로 둘러싸인 학교 안에서 순수한 문학을 함께 공부하며 살아있는 글쓰기를 한다는 자긍심으로 어린이문학교실은 운영되고 있다. 사실 순수 아동 문학을 공부한다고 생각해보면 굉장히 딱딱한 느낌이 든다. 문학을 공부하는 교실의 수업 장면을 떠올려보면 인쇄된 책을 가지고 공책에 뭔가를 쓰고 있는, 그리고 강의식 수업이 한창인 텁텁한 교실, 하품하는 학생과 분필을 든 교사의 모습과 쌓여있는 학습지 등이 그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문학도 변화하고 있다. 종이와 글자로 된, 작가의 상상력과 창조력의 산물이라고 생각되던 문학 작품도 디지털 영상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숙제를 할 때 공책과 연필로만 하지 않는다. 워드프로세서를 쓰기도 하고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발표하기도 한다. 두꺼운 백과사전을 찾아보던 숙제는 인터넷 사전 클릭으로 쉽게 끝낸다. 연필대신 키보드가 그 자리를 점령해 가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 읽고 쓴다는 것에는 컴퓨터와 인터넷 등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 문자 위주의 작품이 아닌 디지털 영상과 결합하는 형태의 작품과 같은-이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독서교육, 문학교육의 교수-학습의 방법에 있어서도 다양하고 폭넓은 시각으로 그 변화 양상을 수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어린이문학교실’에서도 ICT 활용 교육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어린이문학교실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역사를 이끌어 온 인물을 찾아보고 연표로 구성하는 학습주제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수업의 학습 목표는 다음과 같다. - 우리나라 역사 속의 위인에 관한 책을 읽고 인물의 업적과 삶을 이해할 수 있다. - 연표로 재구성하며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연표 작성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 책과 인터넷, 사전 등의 자료로 위인을 찾으며 우리나라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 위인들의 삶을 알고, 나아가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도입부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인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이 UCC로 제작된 자료가 있어 신나게 부르고, 곧이어 PPT로 준비한 위인 퀴즈와 플래시 퀴즈를 풀어보았다. PPT와 플래시 같은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면 아이들이 수업에 대한 집중력이 훨씬 높아져 효과적인 독서수업을 전개할 수 있다. 특히 퀴즈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인터넷으로 위인을 검색하는 시간을 주었더니 더 의욕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역시 다매체시대 학습자들은 컴퓨터를 통해 텍스트 읽기, 영화나 드라마 형태로 각색된 문학 작품 보기, 텍스트를 독자가 수정하고 해석하기 등의 방법으로 작품을 수용하고 있기에, 아이들에게 보다 책에 흥미를 가지고 읽게 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컴퓨터와 결부하여 지도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시청각자료 활용 흥미 유발 위인들의 연표가 담긴 미니북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 검색이나 백과사전, 인물사전으로 위인을 찾아 활동지를 작성하였으며, 수업을 정리하면서 활동과 연관된 참고도서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독서 활동 후에 참고도서를 훑어보는 활동을 하는데, 보통은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지만 인터넷서점을 통해서 찾아보기도 했다. 인터넷서점 중에 내용 미리보기가 가능한 사이트에서는 다양한 관련 서적을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화나 동시를 소개하고 감상하는 수업에서는 인터넷을 자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정해진 수업시간과 장소에서 벗어나 교실 밖에서도 얼마든지 가정과 학교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교수-학습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책을 읽은 후 작가와 직접 마주보지 않아도 이메일을 통해서 손쉽게 책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읽은 책에 대한 다른 친구들의 다양한 생각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쉽게 접하며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수 있다. 그림책을 만드는 일은 연필로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키보드와 마우스로 더 잘 만들 수 있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는 자유로운 생각과 그 생각에 대한 댓글이 넘친다. 자유로운 글쓰기와 읽기는 도서관의 책을 벗어나 컴퓨터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룡이 나오는 작품을 학습할 때는 인터넷 사이트 ‘고성 사이버 공룡테마파크’를 방문하여 아이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인터넷 사이버 박물관에서는 가상으로 수업과 관련된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규모 박물관들도 사이버 박물관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워낙 많은 박물관이 있고 각각의 사이트마다 설치 프로그램과 정보 제공 방법에 차이가 있으므로 사전에 교사가 사이트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막연하게 커다란 악어 같은 공룡을 떠올리는 아이들에게 ‘고성 사이버 공룡테마파크’의 동영상은 궁금해 하던 공룡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실감나는 화면을 통한 체험은 책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져 학습 효과를 높여준다. 자유로운 글쓰기와 읽기 TV 뉴스 자료를 녹화하여 수업에 활용하기도 한다. 온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하여 동시를 쓰기 전에 미리 뉴스 영상을 보여주고 사고 사진 자료를 모니터를 통해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러한 활동은 쓰고자하는 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추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사진과 글의 잔잔한 영상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교육방송의 프로그램인 지식채널e는 간단한 토론에 효과적이다. ‘e’를 키워드로 자연(nature), 과학(science), 사회(society), 인물(people)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이 프로그램은 5분 동안 전해지는 강렬한 메시지와 영상이 인상적이다. 소재와 주제도 다양하여 누구나 보고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단순한 동기유발 차원을 넘어서 사고력 확장까지 활용이 가능하여,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능력을 기르는데 효과적이다. 이제 독서는 인쇄된 책을 읽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시대적 대세는 이미 영상의 시대, 또는 멀티미디어 시대로 들어섰다. 비디오테이프, DVD 등을 활용한 보는 독서 교육은 아이들에게 같은 내용을 매체를 다르게 감상하고 해석하는 즐거운 기회를 제공하며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반지의 제왕이 동화 호비트의 모험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해리포터나 우주 전쟁같은 인기 영화도 책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려주면 새롭게 책을 대할 것이다. 마틸다, 윌리 왕카와 초코렛 공장, 제임스와 슈퍼복숭아같은 로알드 달의 작품은 고학년에게 추천할만한 좋은 DVD작품이다. 책으로 유명한 샬롯의 거미줄, 공원 지기 퍼시 아저씨(EBS 교육방송), 매들 라인(극영화, 만화 영화), 너는 특별하단다, 작은 아씨들, 크리스마스 캐롤, 보물섬, 소공녀, 비밀의 화원, 네버앤딩 스토리, 강아지 똥, 나무를 심는 사람 등은 비디오테이프로 감상할 수 있다. 문학 수업에서 텍스트에 대한 몰입과 감정 이입이 중요하다고 볼 때, 이와 같은 영상자료의 적절한 활용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조이북, 키즈토피아, 푸름이동사모, 부키의 동화나라 등과 같은 인터넷 동화책 사이트를 활용하면 그림책을 움직이는 화면으로 감상하면서 음성을 들을 수 있어서 색다른 흥미와 재미를 준다. 이렇게 컴퓨터를 활용하면 읽기와 쓰기 활동의 폭이 한없이 넓어진다. ‘어린이문학교실’수업이 특정 학생이 아닌 학교 전체의 문학수업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학교도서관 홈페이지가 필요하다. 학생들은 학교도서관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학습과 연관된 각종 교육 자료를 신속하게 접근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 학급이 동시에 원활히 활용 자료 활용 수업을 전개할 수 있는 독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또, 독서교육과 교과지도가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학습모형이 제시될 수 있으며, 학생들에게 정보 자료의 활용 기회를 확산시켜 줌과 동시에 정보자료를 이용하고자 하는 능동적 태도를 형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사색하기 책이나 글을 읽게 하고 그 활동의 결과로 필요한 정보를 얻고, 지식을 습득하여 슬기로운 생활인이 되도록 하는 독서 활동은 어린 학생들에게 반드시 행해져야 할 중요한 교육 활동 중의 하나이다. 더불어 풍부한 정서와 교양을 쌓고 사색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하는데 있어 독서교육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의 마음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인터넷의 세계로 가버렸고 시대적 대세 역시 문학을 외면한다고 하지만 문자 언어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영역과 문학 교육의 본질은 예전과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때문에 독서 교육의 경계가 가끔은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On-line과 log-in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독서 활동을 보다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매체를 활용하는 것은 발전적인 독서교육의 방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500자 추천평 향후 독서교육의 방향 제시 문화관광부의 2007년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한 학기 독서량은 초등학생 22.4권, 중학생 10.7권, 고등학생 7.4권에 불과하며,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다양한 매체의 보급으로 인해 학생들의 책에 대한 흥미가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ICT 활용과 독서교육을 접목한 이 사례는 향후 독서교육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례에서는 전자 텍스트 읽기,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된 작품 감상, 작가와의 이메일 교환 등을 통해 학생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온라인 토론, 그림책 만들기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게 유도하였다. 이는 학생들의 다양한 참여를 유도하고, 능동적인 독서습관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올바른 독서습관 함양을 위해서는 전자매체 뿐만 아니라, 서지형 도서를 학생들에게 읽히게 하려는 노력이 가미되었으면 한다. 또한 다양한 정보의 습득을 위한 보다 다양한 콘텐츠의 활용과 체험학습과 연계된 활동 프로그램이 가미되면 보다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시준 KERIS 정책연구평가팀 책임연구원
프로젝트를 실행하기에 앞서 실태분석과 사전설문을 실시했다. 참여하고자 한 36명 학생들이 집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전원 보유함으로써 학습에 무리가 없음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학생별 인터넷능력이나 학습정보, 요구사항 등 기타 정보도 주요 수집대상이었다. 또한, 안내문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배부하고, 사이버가정학습의 학습방법과 정보통신윤리교육을 일차적으로 수행하였다. 운영 중간중간에는 학생들에 대한 면담과 참여관찰일지를 작성하고 무기명 쪽지설문을 수시로 실시하여 학생들의 생각과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 세부계획은 교실-사이버-실생활이 서로 연계되어 피드백이 되도록 수업이 전개되어야 했기 때문에 교실 수업 차시별로 꼼꼼한 수업지도안을 짰고, 이에 연계되는 사이버학습 아이템을 구성하였다. 또 실생활에서의 실천아이템을 구성하는 한편, 관련된 외부정보를 탐색하였다. 이에 따라 울산사이버가정학습 사이트 내에서 '환경사랑방'이라는 사이버학급을 개설하였다. 사이버가정학습을 운영함에 있어, 교사는 보조자, 조언자의 역할만을 할 뿐 모든 학습은 학생들이 이끌어가도록 하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위해서 본인은 학생들에게 사이버학습을 강요하지 않는 것을 우선시하였다. 강요는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빼앗고 피동적인 학습이 되게 하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사이버학습 아이템을 즐겁고 재미있게 구성해서 학생들 스스로 접속하고 싶어 하게끔 하였다. 이러한 교사의 노력은 사이버학습의 활성화를 가져왔다. 만약, 학생들이 교실수업만 했다면 아나바다는 듣고 잊어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사이버학급에서 일 년 내내 ‘아나바다 게시판’으로 나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아나바다’이라는 수업이론이 학생들에게 정착된 것은 물론, 구청의 ‘아나바다장터’ 참여 같은 실생활 실천과정에서도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쉽게 실생활화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환경사랑방' 프로젝트는 무엇보다도 교실수업이론이 실제생활에 뿌리내리는 완벽한 통합학습이 이루어지는데 중점을 두었다. 짧은 교실수업시간에는 주로 교과서이론이 교사의 주입식수업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지만,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지닌 사이버에서는 누구나 참여하고 학습을 이끌 수 있으므로, 교실수업이 더 확장되고 발전되어진다. ‘오래 쓴 물건 자랑하기’ 역시 교실수업시간이 한정되어 모든 학생이 발표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이버게시판 ‘오래 쓴 물건 자랑하기’에서 마음껏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실제 집 안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잊고 있었던, 엄마가 만들어 준 지갑,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기신 화초, 아빠의 오래 쓴 만년필을 보며 오래 사시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는 사연 등 사소하지만 소중한 물건들에 대해서 사연을 소개하고 사진을 올리며 애정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피드백이 있는 활동에 중점 한편 전통적인 교실수업이 교사 1명에 학생 36명인 것과는 다르게 사이버에서는 다양한 학습방법을 적용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교실수업내용을 풍부하게 할 수 있었다. 교사 1명에 학생 1명인 ‘환경NIE’라는 일대일 학습을 하기도 했고, 학생 36명이 모두 교사역할과 학생역할을 하는 ‘환경퀴즈왕’을 하기도 했다. 또, ‘환경글짓기’처럼 개별적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환경신문’ 같은 경우는 그룹으로 참여하였다. 사회참여의 일환으로 ‘환경부대 군인아저씨에게 편지쓰기’나 ‘수돗물이름공모전’에 응모를 하기도 하였다.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교사가 바로 편애하는 교사라고 한다. 즉, 학생들은 누구나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중학교 교사로서 학생들을 마주할 시간은 조회, 종례, 수업시간 뿐인데, 그마저도 조회시간엔 영어방송수업을, 수업시간엔 진도를, 종례 후에는 학원에 가야 한다는 아이들이라서 더 붙잡고 얘기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고민을 항상 가슴에 품던 중에 사이버가정학습은 하나의 해결책이 되어 줄 것 같았다.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학원보다 사이버교실에서 아이들 하나하나를 보듬고 얘기할 수 있고, 이는 사교육인 학원에서는 절대 넘보지 못할 인성교육과 사제간의 정을 돈독하게 할 수 있는 멋진 계기라고 생각되었다. 이러한 기대는 어긋나지 않아서 적극적인 애정과 관심으로 ‘쪽지’를 교환하는 동안에 학생 한 명 한 명과 속깊은 이야기를 터놓기도 하고, 재미로 시작된 쪽지가 A4 3장이 넘는 고민쪽지로 오면서 밤을 새기도 하였다. 학급에서 약한 친구들을 막 대하는 학생들 몇 몇은 ‘춤추는 고래들’게시판을 통해서 많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에서 따온 것으로 친구들끼리 서로 칭찬해주는 게시판인데, 사이버에서 칭찬을 받으려고 교실에서 서로 서로 잘 대해주는 모습으로 발전함을 볼 수 있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이 오히려 사이버에서는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고, 교사의 독려와 애정이 더해지자 실제 교실에서도 점차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조용해서 눈에 보이지 않던 우리반 꼴찌는 이제 교사인 본인에게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펼치는가 하면, 환경기말고사에서 뛰어난 성적향상을 보이기도 했다. 필자는 이것이 사이버가정학습의 엄청난 잠재력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사이버학급상담실’을 이용해서 성적문제, 이성친구, 왕따, 학교폭력에 대한 문제들을 늦지 않게 해결해 줄 수도 있었다. 필요시에는 학부모와 연계지도를 하였다. 이로써 인성교육을 필수로 하는 공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었다. 아주 특별한 학생들을 얻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이버가정학습에서 중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은 학생들의 학습이 자기주도적으로 될 수 있도록 재미있게 구성하는 것과, 학생과의 유대강화로 인성교육을 도움으로써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운영 효과를 정리하자면, 이론과 실천이 조화를 이루는 통합교육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학교폭력, 왕따, 성적, 친구 등 여러 고민을 사이버에서 해결하면서 웃음이 넘치는 교실이 되어 공교육이 내실화라는 목적과 함께 학부모에게서 감사편지를 받기도 했다. 또한, 재미있는 사이버학급의 학습아이템으로 인하여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신장됐다. 자연히 학교 성적이 상승된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참여와 학습을 보여준 결과로 35명의 학생 중 25장의 최우수학생상장을 받았으며 최우수학급에도 연속 선정되는 성과를 보였다. 필자가 수행한 수업은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완벽한 학습으로 이끄는 데 많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이런 수업모형을 수행하시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투자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교실수업 한 시간이면 되는 것을 사이버수업은 그 몇 배로 교사를 혹사시킨다. 잠도 못자고, 추가월급도 없다. 그럼에도 이같은 수업활동을 권해드리는 것은, 필자가 그랬듯이 이러한 수업활동 수행을 통해 선생님 또한 아주 특별한 학생들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왕자가 얻게 되는 여우처럼 말이다. 500자 추천평 세단계 ‘피드백’교육의 효율적인 성과 ICT활용 수업의 장점으로는 다양한 교수학습자원의 활용과 학생들의 능동적인 학습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실문제와 연계된 주제에 대한 ICT 활용수업은 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환경문제는 향후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을 성과를 주목해볼 만하다. 이 사례는 환경문제를 실생활에서 인식하게 하고 이를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고, 토론하게 함으로써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활동을 토대로 교실수업을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학급운영에 접목하였다는 점 또한 좋은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프로그램의 목적과 세부활동이 명확하게 기술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이 있다. 사이버학급의 명칭인 '환경사랑방'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환경 문제에 대해 다양하고 특화된 활동들을 전개한다면,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보다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시준 KERIS 정책연구평가팀 책임연구원
사진 좋아하시나요? 찍히는 것이 아닌 찍는 것. 집집마다 '디카' 한 대씩은 있다고 하니 아마 익숙하실 듯합니다. 그 사진 이야기 한번 할까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사진을 얘기하는 예술, 인생 이야기지요. 대학 사진교육의 1세대인 한정식 교수가 쓴 사진, 예술로 가는 길은 제목 그대로 사진과 예술에 대해 쓴 글입니다. 그러나 백주 대낮에 수백만원짜리 기계로 무장한 채, 예쁜 모델을 동반해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원할 만한 내용은 없으니 기대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소개글은 실기를 중심으로 꾸몄다고 하지만 그 실기는 조작법이 아닙니다. 플래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구도를 어찌해야 하는지는 당연히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진에 초보라도 예술을 체험하고 싶다면, 진지한 삶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누구나 책 어느 곳을 뽑아 읽어도 그만입니다. 삶이 진지해야 진지한 사진이 나온다 저자가 말하는 사진기술은 카메라기교가 아닌 사고, 태도, 행동입니다. 저자는 사진가의 태도부터 문제삼고 나옵니다. "같은 느낌, 같은 생각을 되풀이해서 찍고, 발표하고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사진가의 삶이 진지해야 진지한 사진이 나오는 것이지, 사진을 오래해야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말, 듣기 좋은 말이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보고 또 보아도 물리지 않는 사진은 기법이 신기한 사진이 아니라 내용이 깊은 사진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새롭게 보고, 느끼고 깨달아야 좋은 작품이 나오고 음미할 수 있는 인생을 일구는 법.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좋다는 소재와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도 헛수고입니다. "새로운 사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흔한 사물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작업, 이것이 예술로서의 사진 작업"이라고 규정합니다. 더 나아가 사물이 가진 의미를 찾으려 애쓰기보다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느껴졌는가를 찾아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내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지 사물이 가진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지요. 디지털 사진에 대한 우려도 그에게는 기우일 뿐입니다. "디지털 기술로 해서 사진은 그 앞날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고 변화할 것"이지만 "사진 기술이 어떻게 바뀌든 진지한 사진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입니다. 감동이 없으면 한 장의 값싼 인화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의 '결정적 순간'은 사진 초보자에도 익숙한 용어입니다. 그 결정적 순간이 내게는 언제 올까 조바심을 내기도 하겠지만 저자의 대답은 "그런 순간은 없다"입니다. "내게 어떤 느낌이 느껴질 때, 그때가 바로 '결정적 순간'이다. 정물을 찍은 사진도 결정적 순간일 수 있고, 아무리 기막힌 한 순간을 잡았어도 별 의미가 없으면 그것은 결정적 순간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내가 좋아서 찍으면 그것이 결정적 순간이지 결정적 순간이 따로 있어서 그것을 기다렸다가 찍는 것이 아니다." 결정적 순간은 사랑하는 순간일 수도, 행복을 느끼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임금을 받고 명예를 가진다 해도 감동이 없다면 행복도 사랑도 없습니다. 어느날 문득 올드보이처럼 "누구냐? 넌"하고 스스로 반문하게 되겠지요. "이게 기념사진이지 무슨 작품이야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진이 좋으면 저절로 예술작품이 되는 것이지 예술작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기념으로 찍었어도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아름다움을 전해 주면 그게 작품이 되는 것이고 예술적 목적으로 찍었어도 아무런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반짝거리는 한 장의 값싼 인화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 책 사진책이 맞기는 한 것일까요? 사진이라는 단어에 삶, 예술, 사랑 등만 대입해도 훌륭한 잠언집이 될 듯합니다. "정강이를 흐르는 빛을 볼 때마다, 빛을 이용해서 발을 찍은 것이 아니라, 발을 이용해 빛을 찍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거나 "인생은 등산하는 것과 달라서 목표를 미리 정하고 그에 따라 사는 경우란 거의 없다"는 고백들은 그냥 흘리기에 너무 무겁습니다. 나른한 오후 여러분은 감흥을 일으키는 사진(삶, 사랑, 행복) 한 장 인화하고 싶은 생각 없으신지요? 追伸 몇 달 전 이호성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왕년의 홈런왕이자 이호성의 선배였던 김봉연 씨가 신문 인터뷰에서 스포츠 지도자들의 책임을 거론하면서 “지도자들 탓이 크다. 선수들을 똑똑하게 키우면 자기 자리를 차지할까봐 은근히 겁나서 공부를 안 시킨다. 정보를 차단해 선수들을 다루기 쉬운 ‘운동쟁이’로 만든다. 공부를 하면 합리적 주장이나 항의도 할 테니 통제도 어렵고 승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걱정에 무조건 때려잡는다"고 했습니다. 중학교 국어교사로도 근무했던 저자도 비슷한 한마디 하셨더군요. "선생이라는 사람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 배우는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선생이지, 자기 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선생은 아니다. 배우는 사람 스스로가 제 길을 찾아내려 노력해야지 선생에게 기대서는 절대로 자립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눈빛. 1만 2000원 사진과 관련됐지만 함께 읽고 보면 좋을 책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故 김영갑의 사진 에세이집. 그를 사로잡아버린 제주도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된 사진가의 절망, 그 속에 지워지지 않는 희망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그의 사진 주제인 '외로움과 평화'가 가장 잘 표현된 사진 70여 컷이 수록되어 있다. 휴먼앤북스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사진작가 김기찬은 지난 30여 년 동안 서울의 골목 안 풍경을 고집스레 프레임에 담아 왔고, 글을 쓴 시인 황인숙 역시 서울에서 태어나 남산 언저리 골목 동네에 터를 잡고 시력을 다듬어 왔다. 지금은 사라져 구경조차 할 수 없지만 가슴을 덥혀주기에 충분한 골목길에 대한 애틋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샘터
“소련의 서기장 흐루시초프, 미국 대통령 케네디의 요구를 일축하고 쿠바에 미사일 기지 건설을 포기하지 않다.” 소련이 미국의 코앞이나 다름없는 쿠바에 핵탄두 발사가 가능한 미사일기지 건설을 강행했을 경우 인류세계는 존재할 수 있었을까? 역사는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할 만큼 스쳐 지나가 버림직한 일들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대사건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물론 그 역으로 세상이 숨을 죽이고 귀추를 주목하며 긴장하는 대결이나 갈등이 극적으로 해소되는 사례를 간간이 기록하고 있지만 ‘쿠바사태’야말로 세계를 극도로 긴장시킨 사건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철의 장막’ 안쪽의 공산주의 진영과 서방의 자유진영으로 나뉘어 냉전을 벌여온 세계는 하마터면 냉전이 아닌 열전으로, 그것도 인류역사의 종말을 의미하는 핵전쟁으로 빠져들 뻔 했다. 바로 쿠바미사일위기였다. 1960년대 서양의 내로라하는 군사평론가들은 동․서 양진영이 보유한 핵무기가 지구의 생명체 모두를 여섯 번 내지 일곱 번 깡그리 몰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지하듯이 2차 대전 후의 그 냉전체제에서 미국은 명실공히 자유민주세계를 이끄는 국가였다. 터키와 그리스의 공산화를 막은 1947년의 트루먼선언, 총 120억불을 투여하여 전후의 서유럽을 부흥시킨 머셜플랜, ‘미주공동방어조약’(1949)․‘북대서양조약기구(NATO)'(1949)․‘미주기구(OAS)‘(1951)․'동남아시아조약기구’(1954) 등의 결성, 미군 전사자만 2만5000명을 기록한 한국전쟁, 1948년이래 봉쇄․장벽․공수(空輸)로 점철된 베를린사태 등등은 모두 미-소 대립체제에서 미국이 주도하거나 적극적으로 개입한 일들이었다.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 한편 쿠바에서는 1959년에 바티스타의독재체제를 타도하는데 성공한 공산혁명이 일어났다. 혁명을 주도한 피델 카스트로는 토지개혁으로 대지주의 토지를 몰수하고 산업의 국유화를 단행하는 한편 소련과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 친소반미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쿠바 내의 미국인 재산도 몰수했다. 쿠바의 미국과의 교역이 위협받고 급기야 미국은 쿠바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했다(1961년 초). 쿠바는 그로 인해 거의 유일한 수출상품인 설탕의 최대 고객 미국을 잃어 경제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소련이 쿠바 산 설탕의 새로운 고객이 되었으나 미국시장의 상실을 제대로 보전해주지 못했다. 바로 코앞에서 반미기치를 높이 들고 공산주의 소련을 끌어들이는 쿠바를 미국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1961년 4월 15일에 쿠바공군 비행장을 폭격한 미국은 그 이틀 뒤에 비밀리에 훈련시켜 온 망명 쿠바인 수천 명을 피그스만을 비롯해 쿠바의 여러 지역에 상륙시켰으나[피그스만작전] 쿠바군에 의해 격퇴되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쿠바침공이 실패한 이후 카스트로의 반미친소정책은 보다 강화되었다. 이후 소련과의 밀월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중에 쿠바는 소련으로부터 무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그 무렵 쿠바는(미국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소련의 미사일[유도탄]기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자국의 공산체제에 비해 의회의 강력한 견제 아래 있는 미국 행정부의 비효율적(?) 정책결정을 계산에 넣었을 뿐 아니라 케네디를 우유부단한 인물로 오판한 흐루시초프는 피그스만사건을 쿠바에서 소련 군사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했고, 그것은 1962년 10월의 쿠바미사일위기로 나타났다. 1960년 5월에 쿠바를 보호해주기로 약속한 바 있는 소련 공산당 서기장 겸 수상 니키타 흐루시초프는 쿠바에 42기의 중거리 탄도유도탄 등을 배치해 미국에 뒤진 전략핵무기 부문을 상쇄하려 했다. 소련이 쿠바에 배치하려던 탄도미사일은 쿠바에서 핵탄두를 발사할 경우 미국의 대부분을 수분 안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었다. 소련의 미사일배치로 위기 고조 흐루시초프는 미국이 핵전쟁이 될 3차 대전도 불사할 의지로 소련의 쿠바 탄도미사일기지 건설을 방해하는 어떤 조처도 취할 수 없을 것으로 예단했다. 그는 쿠바의 소련 핵미사일은 ‘독일의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나아가 그것은 또한 핵무기개발을 기도하던 중국으로 하여금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게 하는데도 유익할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은 1962년 6월에 소련이 쿠바로 갈 미사일을 선적한 사실을 결국 인지했다. 그리고 동년 8월 29일에 이르러 쿠바 상공을 비행하던 U-2 정찰기는 쿠바에 새로운 군사기지가 건설되고 있고 소련의 군사기술자들이 쿠바에 들어와 있는 사진을 찍어 보고했으며, 이어 10월 14일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대가 건설되고 있음을 보고했다. 그로부터 미국과 소련은 13일 간 초긴장상태에서 숨막히는 외교전을 벌였다. 케네디 대통령이 10월 16일에 소집한 ‘비밀위기관리위원회’는 전략공군기를 동원한 쿠바 미사일기지폭파 쪽으로 기울었다. 케네디는 즉각적 쿠바침공․공군기에 의한 미사일기지폭파․쿠바 해상봉쇄․외교적 해결 등의 대책을 면밀히 검토했다. 결국 소련 미사일이 쿠바로 운송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군에 의한(소련선박에 대한) 해상봉쇄, 곧 ‘정선검색(quarantine)'을 단행하기로 했다. 케네디와 그의 핵심 참모들은 결국 핵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되 미사일기지 제거가 가능한 방책을 택했던 것이다. 케네디는 소련이 쿠바에 넘겨주려는 ’공격 무기와 관련한 물자‘를 미군이 빼앗을 것임을 선언하고 기지폐쇄와 미사일철수를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소련에 보냈다. 케네디는 나아가 쿠바에 대한 전면침공 태세를 취해 흐루시초프에게 자신의 최후통첩이 헛말이 아님을 인지시키려 했다. 세상의 보통사람들 대부분은 적어도 10월 22일까지는 핵대전인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지도 모를 위기의 문턱에 처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지만 각국 정부의 수뇌들을 비롯한 정보관계자들은 숨을 죽이며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했다. 10월 18일에 백악관을 찾아온 미국 주재 소련 대사 안드레이 그로미코는 케네디에게 소련은 쿠바사태와 관련해 미국에 어떤 공격을 가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그 후에도 두 초강대국의 대통령과 수상은 최후통첩적 메시지들을 주고받았다. 10월 22일. 케네디는 국민에게 위기상황을 알리고 흐루시초프에게 세계평화에 대한 ‘비밀스럽고, 무모하고, 도발적인 위협’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10월 24일. 쿠바로 향하던 소련의 배들이 ‘정선검색’을 피해 결국 항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틀 후인 26일. 흐루시초프는 미국이 쿠바를 침공 않을 것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쿠바의 미사일 철수를 제의하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냈다. 하지만 하루 뒤인 27일. 흐루시초프는 터키에 있는 미국 미사일의 철거를 요구하는 더 강경한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은 스푸트니크 소동 후 이미 터키에 배치한 자국의 낡은 주피터미사일의 철거를 검토해왔지만 케네디는 소련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으로 수용될 터키 배치 미사일의 철거를 거부했다. 미국의 강공에 발뺀 소련 미국이 소련의 새로운 요구에 대한 대응책을 찾아 부심하던 중 법무장관 R. 켸네디가 한 방책을 제시했다. 즉 흐루시초프의 두 번째 메시지를 접수하지 못한 것으로 하고 첫 번째 메시지, 곧 ‘미국의 쿠바 불침공 조건하에 소련 미사일 철거’ 제의에 답하는 방안이었다. 28일. 미국의 전략을 모를 리 없었겠지만 흐루시초프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미국이 쿠바 불침공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거하는 것에 동의했다. 케네디 또한 미국이 수년 전에 터키에 배치한 핵미사일을 철거할 것을 흐루시초프에게 비밀리에 약속했다. 미국은 수개월 후에 조용히 터키로부터 미사일을 철거했다. 당시 쿠바의 카스트로는 미국의 협박에 굴해 미사일을 철거하는 소련에 분노했지만 행동에 나설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했음에랴. 다음 수주일 동인 두 강대국은 약속을 이행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쿠바 발(發) 미사일위기는 1962년 11월말에 이르러 완전히 종식되었다. 미국과 소련, 특히 미국이 진심으로 핵전쟁도 불사하려 했는지 단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쿠바미사일사태는 핵전쟁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언제든지 열릴 수 있음을 경고해주었다. 사실 그것은 인류가 핵전쟁에 제일 가까이 나아간 사건이기도 했다. 케네디와 미국은 쿠바 미사일위기에서 당시로서는 분명히 승리한 것으로 보였고, 미국의 핵무기에서의 우세가 승리의 주된 요인으로 인식되었다. 소련은 당시 핵전쟁을 벌일 수 없던 것으로 평가되는데 그것은 미국이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해군력과 공군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도 완전한 승리를 구가한 것은 아니었다. 터키에서 핵탄두를 철거했을 뿐만 아니라 쿠바 불침공을 약속했는데 이는 소련으로부터 매년 3억 달러를 원조받던 쿠바가 도발해오더라도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용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쿠바사태 냉전 완화계기로 한편 쿠바 미사일위기가 자국의 패배로 종결된 후 소련은 군사적 열세로 인한 굴욕을 더 이상 당하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흐루시초프와 그의 후계자들은 평화시로서는 역사상 최대에 이를 만큼 군비를 강화하려 했고, 그리하여 1970년대에 이르러 소련은 핵무기와 대양에서의 해군력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더불어 미‧소 양국의 화해가 서서히 추진되고 1963년에는 ‘부분핵실험금지조약’이 체결됨으로써 쿠바위기는 냉전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흐루시초프는 ‘독일평화조약’을 체결을 위한 노력 및 독일과 중국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서 결국 실패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각했는데(1964)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소련이 쿠바에서 당한 굴욕적 패배가 그로 하여금 1964년 10월에 실각하게 한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 영화 13일은 백악관․카리브해․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중심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지만, 미국이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쿠바의 소련 미사일기지를 파괴하는 등 보다 강경한 방책을 택했거나 소련이 공해에서의 ‘정선검색’을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맞섰을 경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핵전쟁이 벌어졌어도 인류사는 지속되어 왔을까? 우리는 지금까지 주로 일부 중대한 사건들이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을 경우 인류가 부딪쳐야 했을 어두운 사태를 이야기해왔지만, 쿠바 미사일위기만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을 경우 엄청난 재앙을 인류에게 준 사건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쿠바 발(發) 미사일위기는 ‘핵균형’을 일종의 안전핀으로 믿지만 그것이 얼마나 순진한 발상인지를 깨닫게 했다.
# 오전 10시 꼬불꼬불 산길을 달려 도착한 곳.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초등학교. 장 담그는 ‘특별’한 학교라더니, 학교 입구도 ‘특별’하다. 군 검문소 바로 앞이 교문과 이어진다. 이곳이 강원도 산골이 맞기는 맞는 모양이다. 급식을 담당하는 최현옥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또박또박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흐른다. “일찍 도착하셨네요. 운동장이 많이 질어요. 축구 골대 옆으로 지나서 언덕을 올라오시면 관사가 있고, 그 옆으로 주차하시면 되요. 교무실은 다시 앞으로 돌아 나오시면 되고요.” 유치원을 포함해 전교생 37명인 작은 학교의 교무실로 들어서니 “별로 대단한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데 먼 길을 오셨네”라며 최현옥 선생님이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장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하지 않냐”고 하니 “요즘은 집에서도 잘 담그지 않으니, 그런가요?”라며 급식실로 안내한다. 직사각형의 긴 테이블 세 개가 전부인 조그만 급식실. 테이블에는 안으로 접어 넣을 수 있는 동그란 의자가 달려있다. 37명이 앉으면 가득 찰 이 작은 급식실 안에 어떤 ‘특별’함이 감춰져 있을 지 자못 궁금해진다. # 오전 10시 30분 “장을 직접 담그신다고요?” 아이들 점심 준비로 분주한 김순옥 조리사가 칼질을 잠시 멈춘다. 급식을 시작한 이래 광덕초등교의 교사도, 교장도, 영영사도 3~4번 바뀌었지만, 10년째 급식실을 지키고 있는 그녀가 손으로 창밖을 가리킨다. 작은 텃밭에 키 작은 장독 셋이 나란히 놓여있다. “매년 3월 어머니들이 모여 같이 장을 담죠. 학교가 작으니까 한 독이면 일 년은 충분하답니다.” 고추장에 된장, 간장까지. 나란히 놓인 장독 삼형제에 ‘학부모’의 자식 사랑이 가득 담겨있는 듯 느껴진다. 광덕 학부모들의 ‘특별’한 자식 사랑은 장 담그기에서 끝이 아니다. 더 좋은 것, 더 깨끗한 것을 먹이고자 하는 마음은 친환경급식으로 이어졌다. 2003년 3월 시작한 친환경 급식이 올해로 5년째. “직접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다 보니 친환경 농산물이 좋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시죠. 학부모님들의 적극 협조가 없었다면 친환경 급식은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라고 최현옥 교사가 이야기한다. 오히려 농촌이라 쉬웠다는 것이다. “저는 처음엔 좀 힘들었어요. 조미료를 안 쓰니 맛이 안 나더라고요. 이젠 화학조미료 없이도 맛을 내거나 삶고 찌는 요리엔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지만…”이라며 김옥순 조리사가 은근히 자랑을 한다. 5년째 친환경 급식을 해온 학교의 식단은 어떻게 다를 지 호기심이 일었다. # 오전 11시 월: 차조밥/ 소고기 미역국/임연수 카레구이/배추김치/우유, 화: 보리밥/해물동태찌개/사태떡찜/깍두기/우유/호박죽, 수:카레 라이스/콩나물된장국/단호박 핫케익/배추김치/우유/사과, 목: 검정콩밥/청국장찌개/돈육불고기, 상추쌈/감자채볶음/배추김치/우유/바나나, 금: 찰밥/ 수삼닭죽/ 참나물장떡/오징어젓무침/깍두기/우유 식단에서 눈에 띄는 것은 우선 매일매일 바뀌는 잡곡밥. 그리고 식용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햄이나 어묵, 튀기는 요리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렇게 작은 학교에서, 매일, 매주 어떻게 식단도 매번 다르게, 그것도 친환경으로 급식을 5년이나 지속할 수 있었을까. 상주하는 영양교사도 없는데…. 인근 실내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1주일에 한 번 광덕초등교에 공동 관리를 나온다는 고봉순 영양교사는 ‘학부모와 함께 만드는 식탁’에 그 비결이 있다고 설명한다. 학부모들이 장뿐만 아니라 직접 재배한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오는 등 식자재를 가져오거나, 값싸게 공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배추 농사를 지으신 분이 재료를 가져오시면, 어머니들이 김치를 담가요. 그렇게 1년에 두 번, 김장을 하면 김치 걱정은 사라진답니다. 그 외에 소소한 고추, 상추, 고구마 같은 채소는 텃밭에서 아이들과 선생님, 조리사가 같이 가꿔 조달하기도 하죠.” 학부모 부담 1780원에 도서벽지 보조금 300원. 2000원이 조금 넘는 급식비로 규모도 작은 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재료 구입에서 조리사 도우미까지 교대로 담당하고 때때로 장 담고, 김치 담고, 겨울엔 만두 빚고, 봄엔 화전도 함께 부치는 광덕초등교의 학부모는 그야말로 ‘특별한 친환경 급식의 주체’ 그 자체였다. # 오전 12시 유치원 학생 3명과 1학년 학생 4명이 교사와 함께 조잘조잘 데며 급식실로 들어온다. 오늘의 메뉴는 검정콩밥에 청국장찌개, 돈육불고기, 상추쌈, 감자채볶음, 배추김치 그리고 바나나. 어린 아이들에게는 좀 맵지 않을까, 아이들의 식단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잠시, 식판을 받아든 아이들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니 그 생각이 무색하다. “하나도 안 매워요. 집에 밥보다 더 맛있어요. 선생님, 저 고기 더 주세요.”라며 한 입 가득 쌈을 입에 무는 1학년 김서현 양. 작은 입을 오물오물 암팡지게 다물었다 폈다하며 쌈을 맛있게도 먹는다. 1학년 담임이기도 한 최현옥 선생님은 아이들 옆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콩도 다 먹어야지, 밥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먹고, 다 먹은 사람은 양치질 꼭 하세요”라며 급식지도도 꼼꼼하게 하신다. 2~6학년 아이들이 들이닥치니 급식실은 금세 활기가 넘친다. “조금만 더 주세요. 바나나 하나 더 먹으면 안돼요?” 왁자지껄 떠들며 쌈 한 입 가득 채운 아이들의 얼굴은 ‘부모님의 애정 담긴 급식’인지 모두 다 아는 양 행복해 보인다. # 오후 1시30분 아이들이 빠져나간 급식실엔 영영사와 조리사 그리고 학부모 도우미만 남겨졌다. 김희경 학부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한 달에 한 번 도우미를 하는 일이 쉽진 않지만 아이들이 맛있게 잘 먹는 걸 보니 오늘도 도우미를 나온 보람이 있네요.”라며 웃는다. 그녀의 한 마디에서도 광덕초등교 학부모들의 급식에 대한 관심과 참여,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교무실로 돌아오니 교장선생님과 몇 분 선생님들이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올 3월 전근을 오신 원영희 교장선생님이 “어때요? 저희 학교 급식이 맛이 괜찮았나요? 이곳에 오고 선생님들이 2~3kg은 늘었다고 불평 아닌 불평들을 한다”며 “저도 살이 찔까 걱정”이라며 자랑 섞인 농담을 건네신다. “이 지역은 아무래도 빈곤층이 많은 만큼 학교에서라도 한 끼는 균형 잡힌 영양식을 먹여야한다고 생각해요. 친환경급식 덕에 아토피를 앓는 아이 하나 없이 건강한 건 덤이겠죠.”라며 “계속 친환경 급식을 유지해 나가고 싶지만 걱정이 하나 있다”고 말씀하신다. 점점 학생 수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만해도 60명이었던 학생이 올해 37명으로 줄었고, 유치원에 7살 아이들이 없어 내년엔 그나마 더 줄어들 거 같다는 것이다. “학생 수가 줄면 학부모로부터 친환경농산물을 조달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질 테고. 다들 이 학교 졸업생이시고 하니 지역민들이 도와주시긴 하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네요.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급식은 생존 문제와 직결되니까요.” # 오후 2시 30분 선생님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나서는 길에 장독대 옆 작은 텃밭으로 저절로 눈이 간다. 이제 좀 있으면 고구마, 땅콩, 근대, 상추, 고추가 자랄 텃밭 옆에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교사, 학부모, 조리사의 노력으로 어렵게 일구어 온 저 아이들의 건강한 미소가 끊어지지 않기를…. 교장선생님의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고, 밥상위에 행복한 웃음꽃이 계속 피어나기를 기원해 본다.
안전교육은 일회적인 교육이 아니고, 전시적인 교육이 아니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자”는 식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유괴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과 유괴가 왜 발생하는지, 각각의 유인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안전한지, 자신의 몸에서 알려주는 위험신호를 어떻게 감지하는지 등 유괴 및 범죄와 관련해서 커리큘럼화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박초롱초롱빛나리양의 유괴사건에 이어 2002년 10월 이 모군의 유괴사건과 11년 동안 생사가 불분명했던 대구 성서초등학생(일명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2007년 혜진, 예슬 양의 죽음으로 다시한번 어린이 유괴 및 미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어린이 미아 및 유괴에 대한 대책은 아직 사후 약방문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예방대책을 세우기보다는 발생한 미아를 찾는 데 집중되어 있다. 인간의 게놈(유전자지도)을 해석하고 지문이나 얼굴과 같은 생체정보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지만, 정부의 어린이유괴예방사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고, 답답할 뿐이다. 더욱이 오늘날을 사는 어린이들은 과거와는 달리 도시의 복잡성과 교통 혼잡의 증가 등으로 어린이의 생활에 많은 위험이 내재되고 있기 때문에 각종 사고가 증가하고 있고, 이미 우리사회에서 어린이들의 사고사는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자녀 보호에 부모들은 과거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발달적으로 자기 주변세계에 호기심이 강하고, 자기 의사대로 행동하려는 어린이들은 이런 발달 특징으로 주변 상황에 쉽게 관심을 보이며 충동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특히 주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부족하고 욕구 조절 능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위험상황에 직면하거나 사고에 희생되기 쉬운 존재이기에 범죄사고의 발생가능성이 높다. 어린이 신변을 위협하는 성폭력과 유괴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법률 강화, 안전한 환경 조성, 안전교육 등 여러 예방 대책이 있지만 어린이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고 자기 보호 기술을 습득하여 대처능력을 형성할 수 있는 안전교육 강화는 가장 기본적인 예방책이다. 그러나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항상 사건이 터져야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체계적인 안전교육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학교의 현실이다. 학교는 교과교육에 충실하다보면 안전교육을 할 시간이 없으며, 각종 재량활동에는 안전교육뿐만 아니라, 저작권교육, 환경 교육 등 국가가 요구하는 30여 개의 교육을 해야 하기에 안전교육만 할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답할 뿐이다. 참 답답한 일이다. 안전교육은 어린이가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보호하고, 위험한 상황을 잘 판단하여 안전한 방법으로 행동하여 사고발생을 최소화하려는 방법과 기술을 알려주는 생존과 관련된 기본 교육이다. 어린이안전 선진국인 스웨덴에서는 어린이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개인의 위험유발 행동과 안전을 무시하는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안전교육(Education)정책’을 강조했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자녀들의 안전교육을 할 수 있도록 부모들에게 3세~6세까지 6개월에 한번씩 6권의 안전교육 교재를 집으로 보내주는 ‘어린이교통클럽(traffic club)’제도를 도입하여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혁신적인 공헌을 했고, 이런 정책은 영국과 일본에도 전파되었다. 특히 독일의 경우, 과학교과에 교통안전교육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안전교육에 대한 별도 교과서를 개발하여 교육과정에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도 6차 교육과정에 비해 7차 교육과정에서는 각 교과목에 안전에 대한 내용의 비중을 확대해왔지만 매우 미비한 수준이며, 교육부차원에서 안전교육을 30시간 정도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학교보건법, 아동복지법에서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작년에 제정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는 제8조에서 학교안전교육실시조항을 만들어서 학교장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게도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학교에서 안전교육 실시는 이제 의무사항이다. 안전교육은 일회성 교육이 아니고, 전시적인 교육이 아니다. 이번 유괴범죄사건이 발생한 이후 학교에서는 유괴와 관련된 안전교육이 실시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체계적이지 못하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자”는 식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유괴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과 유괴가 왜 발생하는지, 각각의 유인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안전한지, 자신의 몸에서 알려주는 위험신호를 어떻게 감지하는지 등 유괴 및 범죄와 관련하여서 커리큘럼화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우선 교육과학부 당국에서 어린이의 발달 수준에 적합한 안전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각급학교로 보급하고, 또 개발된 안전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교사들에게 연수를 실시하여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교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이런 교육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경찰청, 소방방재청 등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정부부처와 기관에서 각 분야에 적합한 맞춤형 안전교육 교재를 개발하여 각 학급에 지원해줌과 동시에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어린이유괴예방인형극, 찾아가는 안전교육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여 어린이들이 안전에 대한 정보를 체득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 못지않게 아동을 돌보는 부모 및 보호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스스로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부모들에게 다양한 안전에 대한 정보를 여러 기관에서 제공해주고,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히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은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라나는 우리의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실천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위험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안전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노래방에서 더러 불러보는 흘러간 옛 가요 중에 ‘번지 없는 주막’과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가 있다. 대중가요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서 가요로서는 가히 고전의 범주에 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곡조에 담긴 애환의 분위기도 아련하려니와 가사의 매력이 웬만한 서정시는 저리 가라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옛날 노래들이 다소 칙칙하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나도 젊을 때는 그러했으므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중년 고개를 넘어가는 무렵 어디쯤서 아주 자연스럽게 친숙해지는 노래로 다가오게 된다. 노래 어딘가에 숨어 있는 한국적 정서의 원형이 있기 때문에 그러하리라 여겨진다. 이들 두 노래에는 우연히도 ‘맹세’의 장면이 가사로 표현되어 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맹세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맹세 이미지에 겹쳐서 슬픔과 그리움의 정조(情調)가 나붓하게 드리워진다. 아주까리 초롱 밑에 마주 앉아서 따르는 이별주는 불같은 정이었소 귀밑머리 쓰다듬어 맹세는 길어도 못 믿겠소 못 믿겠소 울던 사람아 ‘번지 없는 주막’ 2절 가사 ‘번지 없는 주막’에 나오는 맹세는 기약할 수 없는 맹세이다. 기약이 보이지 않는 맹세는 매달리는 맹세가 되기 십상이다. 맹세다운 맹세는 본래 짧고 단호한 법이다. 맹세가 길수록 맹세의 앞길이 어두운 것은, 맹세의 말이 지니는 아이러니이다. 동시에 말로 살아가는 인생의 아이러니이다. 맹세가 부질없음을 예견하는 이별이란 얼마나 가슴 아픈가. 맹세를 가로막는 그들의 운명을 예감하기 때문에, ‘번지 없는 주막’의 맹세는 아쉽고 애잔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입에 물고 청 제비 넘나드는 서낭당 길을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1절 가사 ‘봄날은 간다’에 나타나는 맹세는 소박하다. 상대방과 상관없이 혼자 마음으로 하는 맹세일 수도 있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자던 정도의 맹세이니 말이다. 혼자 마음으로 하는 맹세라면 깨어질 까닭도 없다. 이렇듯 소박한 맹세는 스스로 따뜻한 자긍심과 그리움을 만들어 낸다. ‘알뜰한 그 맹세’의 힘으로 지금의 심경을 봄날처럼 아름답게 우아하게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맹세를 곱게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그 맹세의 추억만으로도 봄날 같은 온기를 가슴에 지닌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노래는 한국인이 회갑이나 칠순 잔치에서 가장 애창하는 노래라 한다. 그러나 세상의 현실적 맹세들은 혼자 마음으로 하자고 하는 맹세가 아니다. 한 존재가 다른 한 존재를 향하여, 삶의 구체적 결속을 두고, 매우 중대한 사항을 굳게 약속하는 것이 맹세다. 맹세를 사회적으로 공인 받기 위하여 법원에 공증을 해두기도 하고, 심지어는 보험을 들어 두기도 한단다. 그런들 맹세의 본질이 달라지기야 할 것인가. 한용운 시인이 말하는 맹세에 대한 시적 예지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한용운‘님의 침묵’중에서 맹세(盟誓)는 지키기 위해서 생겨난다. 하지만 그것은 맹세가 인간사에서 존재하는 일면만을 본 것이다. 맹세는 지켜지는 경우보다는 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날카롭고 굳은 맹세일지라도 세월과 더불어 무디고 무심해지기 일쑤이다. “아, 그렇지! 그런 맹세가 있었었지”하고, 맹세의 실체를 피부에 와 닿게 알아차리는 것은 맹세가 깨어질 때이다. 그러므로 맹세는 깨어지기 위해서 존재하기도 한다. 사들 사이의 믿음이 깨어지지 않고,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다면 굳이 맹세라는 말이 생기기나 했겠는가. 각서(覺書) 또한 마찬가지이다. 반드시 지킬 것을 다짐받고 상대에게 각서를 요구하지만, 각서를 받아두었다고 철석같은 믿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안은 더 커진다. 각서를 쓰겠다고 자청하는 쪽은 또 어떤가. 다급하고 경황없는 장면을 어떻게 해서든 모면해 보려고 “각서를 쓰겠으니 한번만 봐 달라”고 간청한다. 그런데 그렇게 각서를 쓰는 사람은 그 다음에도 똑같은 각서를 또 쓴다. 술로 실수를 하여 아내에게 책을 잡히는 남편, 닦달을 하는 아내 앞에서, 다시는 술 마시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각서를 쓴다. 각서 쓰고 술 끊었다는 사람을 보기는 어려워도, 무수히 각서를 써오면서도 여태 술 못 끊었다는 이야기는 쉽사리 듣는다. 맹세든 각서든 부질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맹세는 말로써 한다. ‘맹세(盟誓)’의 ‘맹(盟)’자나 ‘세(誓, 일반적으로 ‘서’라고 읽으나 ‘맹세’라고 할 때는 ‘세’로 읽는다)’자는 모두 ‘맹세하다’의 뜻을 가진 한자이다. 그런데 ‘誓’자를 자세히 보면, 이 한자 안에 ‘말씀 언(言)’자가 들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 예로부터 맹세는 말로써 이루어져 왔고 지금도 대체로 그러하다. 아무런 담보물도 없는 말, 그 말로써 맹세를 삼아, 그것을 믿고 지킨다는 것이 허술하다고 생각했을까. 사람들은 말 이외의 방식으로 맹세의 의식(儀式)을 가진다. 격하게 맹세의 의미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피를 내어 혈서를 씀으로서 맹세를 부각한다. 신체에 문신을 해 넣는 방식으로 맹세의 의식을 가지는 조직폭력배의 무리도 있다. 일부러 조직 전원이 몸에 상처를 내는 식으로 맹세를 집단 각인하는 데에 이르면, 맹세는 가히 위협에 가까운 억압이 된다. 그런 맹세조차도 지켜지는 쪽보다 깨어지는 쪽이 많다. 맹세가 말의 행위로 이루어지는 오랜 문화적 기원을 가지고 있는데도, 굳이 말로 하는 맹세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자본주의적 가치가 모든 신용을 물적 담보로 만 입증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맹세가 빛나는 것은 어떤 담보도 없이 오로지 말로써 지켜진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그 말이란 것이 바로 마음과 정신일 터인데, 맹세는 유물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유심론의 영역에 두는 것이 맞다. 맹세조차도 물적 가치로 환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맹세의 가는 길을 누가 알 수 있을까만, 맹세란 것도 결국은 인간 마음이 가는 길에 놓인 것 아닐까. 인간 마음이 가는 길이란 얼마나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는가. 한 번 앉았다 일어서는 데에도 아홉 번도 더 변하는 게 사람 마음이라는데. 그렇기 때문에 맹세 또한 변화무쌍이라 해야 할 것이다. 쇠와 돌처럼 굳은 맹세[金石之盟]라고 하지만, 그것은 맹세가 그러하기를 바라는 인간의 불안한 심사를 반영한 말일 수 있다. 세상 만물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에 있으랴. 그 중에 인간의 마음처럼 변하기 쉬운 것이 어디 있으며, 그 마음 가운데도 남녀 사랑의 마음만큼 고정되기 힘든 것이 또 어디에 있으랴. 더구나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시대의 애정 법칙을 가지고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사랑을 맹세에 붙들어 매는 것이 얼마나 쿨(cool)하지 않아 보일 것인가. 한동안 선거의 계절이었다. 선거의 계절 동안 부표처럼 떠도는 맹세의 구호들을 보았다. 낙엽처럼 추락하는 맹세들을 보기도 하였다. 선거의 계절에는 맹세가 인플레이션을 겪는다. 인플레이션 된 만큼 맹세에 대한 불신이 번지기도 한다. 맹세 안 하고도 맹세한 것처럼 살 수는 없을까. 어쨌든 ‘맹세는 없다’는 생각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오월이면 봄기운이 한창이다. 선남선녀들의 결혼 소식이 여기저기 전해 온다. 나는 젊은 제자들의 혼인 주례를 맡아서 그들의 혼인 맹세를 확인한다. 유감스럽게도 예식장에서 신랑 신부는 맹세의 말을 직접 하지 않는다. 주례가 읽어주는 맹세의 말을 듣고 그냥 “예” 하고 답할 뿐이다. 나는 이들이 각자의 맹세를 자기 자신의 말로 직접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이다음에 살아가면서는 ‘맹세의 말’을 넘어서기를 바란다. 맹세의 말을 소홀히도 말아야 하겠지만, 맹세의 말에 너무 집착하지도 말았으면 한다. 맹세의 말에 집착하면, 상대의 실제 마음을 이해해 주기 어렵다.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사람이라면 마음도 변하고 가치도 변하고 정서도 변한다. 그 변화가 없다면 성숙은 어디서 기대할 수 있겠는가. 혹시라도 맹세의 벽에 갇혀서 ‘변하지 않는 당신’만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불행을 불러 올 것이다. 맹세란 깨지기 위해서 있다는 것을 너그럽게 인정해 주라. 있는 그대로의 당신, 변하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할 수 있으면, 그것은 어떤 맹세보다도 크고 넉넉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맹세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본다. 맹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