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은 일회적인 교육이 아니고, 전시적인 교육이 아니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자”는 식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유괴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과 유괴가 왜 발생하는지, 각각의 유인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안전한지, 자신의 몸에서 알려주는 위험신호를 어떻게 감지하는지 등 유괴 및 범죄와 관련해서 커리큘럼화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박초롱초롱빛나리양의 유괴사건에 이어 2002년 10월 이 모군의 유괴사건과 11년 동안 생사가 불분명했던 대구 성서초등학생(일명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2007년 혜진, 예슬 양의 죽음으로 다시한번 어린이 유괴 및 미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어린이 미아 및 유괴에 대한 대책은 아직 사후 약방문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예방대책을 세우기보다는 발생한 미아를 찾는 데 집중되어 있다. 인간의 게놈(유전자지도)을 해석하고 지문이나 얼굴과 같은 생체정보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지만, 정부의 어린이유괴예방사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고, 답답할 뿐이다.
더욱이 오늘날을 사는 어린이들은 과거와는 달리 도시의 복잡성과 교통 혼잡의 증가 등으로 어린이의 생활에 많은 위험이 내재되고 있기 때문에 각종 사고가 증가하고 있고, 이미 우리사회에서 어린이들의 사고사는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자녀 보호에 부모들은 과거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발달적으로 자기 주변세계에 호기심이 강하고, 자기 의사대로 행동하려는 어린이들은 이런 발달 특징으로 주변 상황에 쉽게 관심을 보이며 충동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특히 주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부족하고 욕구 조절 능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위험상황에 직면하거나 사고에 희생되기 쉬운 존재이기에 범죄사고의 발생가능성이 높다.
어린이 신변을 위협하는 성폭력과 유괴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법률 강화, 안전한 환경 조성, 안전교육 등 여러 예방 대책이 있지만 어린이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고 자기 보호 기술을 습득하여 대처능력을 형성할 수 있는 안전교육 강화는 가장 기본적인 예방책이다. 그러나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항상 사건이 터져야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체계적인 안전교육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학교의 현실이다.
학교는 교과교육에 충실하다보면 안전교육을 할 시간이 없으며, 각종 재량활동에는 안전교육뿐만 아니라, 저작권교육, 환경 교육 등 국가가 요구하는 30여 개의 교육을 해야 하기에 안전교육만 할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답할 뿐이다. 참 답답한 일이다. 안전교육은 어린이가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보호하고, 위험한 상황을 잘 판단하여 안전한 방법으로 행동하여 사고발생을 최소화하려는 방법과 기술을 알려주는 생존과 관련된 기본 교육이다.
어린이안전 선진국인 스웨덴에서는 어린이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개인의 위험유발 행동과 안전을 무시하는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안전교육(Education)정책’을 강조했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자녀들의 안전교육을 할 수 있도록 부모들에게 3세~6세까지 6개월에 한번씩 6권의 안전교육 교재를 집으로 보내주는 ‘어린이교통클럽(traffic club)’제도를 도입하여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혁신적인 공헌을 했고, 이런 정책은 영국과 일본에도 전파되었다.
특히 독일의 경우, 과학교과에 교통안전교육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안전교육에 대한 별도 교과서를 개발하여 교육과정에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도 6차 교육과정에 비해 7차 교육과정에서는 각 교과목에 안전에 대한 내용의 비중을 확대해왔지만 매우 미비한 수준이며, 교육부차원에서 안전교육을 30시간 정도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학교보건법, 아동복지법에서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작년에 제정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는 제8조에서 학교안전교육실시조항을 만들어서 학교장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게도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학교에서 안전교육 실시는 이제 의무사항이다.
안전교육은 일회성 교육이 아니고, 전시적인 교육이 아니다. 이번 유괴범죄사건이 발생한 이후 학교에서는 유괴와 관련된 안전교육이 실시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체계적이지 못하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자”는 식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유괴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과 유괴가 왜 발생하는지, 각각의 유인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안전한지, 자신의 몸에서 알려주는 위험신호를 어떻게 감지하는지 등 유괴 및 범죄와 관련하여서 커리큘럼화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우선 교육과학부 당국에서 어린이의 발달 수준에 적합한 안전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각급학교로 보급하고, 또 개발된 안전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교사들에게 연수를 실시하여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교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이런 교육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경찰청, 소방방재청 등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정부부처와 기관에서 각 분야에 적합한 맞춤형 안전교육 교재를 개발하여 각 학급에 지원해줌과 동시에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어린이유괴예방인형극, 찾아가는 안전교육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여 어린이들이 안전에 대한 정보를 체득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 못지않게 아동을 돌보는 부모 및 보호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스스로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부모들에게 다양한 안전에 대한 정보를 여러 기관에서 제공해주고,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히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은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라나는 우리의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실천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위험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안전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