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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는 글로벌 무한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많은 국가는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한 인재 양성 교육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진국들은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하여 ‘수월성’ 제고를 토대로 하는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수월성 교육은 교육 수요자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함으로써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키고, 국가는 이러한 교육으로 사회·문화·경제·복지 등의 다양한 혜택을 다수가 누릴 수 있게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독일의 ‘모든 학생을’ 지향하는 수월성 교육 사례인 ‘공동 프로젝트 ‘(학업)성취가 학교를 만든다’(Gemeinsame Initiative ‘Leistung Macht Schule’(이하 LemaS)’를 소개하고, 독일의 보편적 수월성 교육정책과 그 실천 사례가 우리나라 교육의 수월성 제고에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의 보편적 수월성 제고 교육개혁 프로그램 독일은 2001년 수월성 교육의 방향을 영재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기회균등의 원칙에 기초한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교육은 학생들의 소질과 능력을 최대한 발현시켜주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박성익, 2015, 61). 소수의 영재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평범하게 보이는 아동이라도 스스로의 노력과 외부의 지원 하에서 영재(소질 향상) 지원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포용 교육’이 독일교육의 철학이자 이념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독일의 16개 주의 문화부장관협의회(Kultusministerkonferenz, 이하 KMK로 약칭)와 독일연방교육·연구부(Bundesministerium für Bildung und Forschung, 이하 BMBF 약칭)는 2016년에 학업성취 육성계획인 LemaS를 최종 합의하였다(BMBF KMK, 2016). LemaS 프로젝트는 ‘모든 학생에게 최적의 학습환경과 교육적 성공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편적 수월성 제고 교육개혁 프로그램으로 초·중·고등학생(1학년~10학년)의 학업성취 향상을 위해 독일 정부가 대학 연구자들 및 학교 실무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는 독일 연방 차원의 교육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8년도에 독일 전역 16개 주에서 총 10년 동안 5년 단위의 2단계 과정으로 시작되었으며, 2025년도 현재 2단계가 진행 중이다. Lemas 1단계(2018년~2023년 6월)에서는 ‘영재 학생’뿐만 아니라, ‘개별적 맞춤 지원을 통해 잠재 능력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지원하는 방안을 대규모의 파일럿 프로그램 형식으로 연구하였다. 실질적으로 모든 학생이 개별적 진단을 통해 가장 최적의 맞춤형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모듈식 구조인 LemaS에는 ‘성취 향상 및 협력적 네트워크망 구축에 중점을 둔 학교 모형 개발’과 ‘정규수업에서 도전 및 지원’이라는 수업모형 개발 등 두 개의 필수 핵심 모듈이 주축을 이룬다. 1단계에 참여한 300개의 모든 학교가 이 두 핵심 모델에 필수적으로 참여하였다. 특히 ‘정규수업에서의 도전 및 지원’ 모듈은 교과목과 직접 연관성이 있는 연구과제로, 대상 교과목은 수학과 같은 자연 과학 등으로 이루어진 STEM 교과목 및 독일어(작문과 논증의 언어능력)와 외국어(영어)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에 더하여 사회·정서적 잠재력과 예술·창의적 잠재력, 체육 잠재력도 연구 대상 영역이다. 핵심 모듈 2 ‘정규수업에서의 도전 및 지원’의 구체적인 연구과제를 도표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Benölken et al. 2019, 오혜림. 2020, 재인용). 핵심 연구 모듈 2: 하위 연구과제 4 ~ 하위 연구과제 연구과제 4~6에서는 성취에 강한 학생 및 성취가 기대에 못 미치는 학생에게 자기주도적 학습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개별적 맞춤 진단과 지원 도구’의 개발이 이루어졌다. 특히 연구과제 4는 초등학생(1학년∼4학년)과 중학생(5학년∼8학년)의 흥미·소질·학습성취능력을 진단·검토하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별 맞춤형 진단 도구를 개발하기 위하여 진단 영역과 학습주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였으며, 검토 후 선택된 영역과 학습주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일련의 평가과정이 포함된 결과를 문서화하였다. 연구과제 4에서 학생들의 개별적인 지원 필요를 확인하였다면, 연구과제 5는 이를 토대로 한 집중 훈련 활동 단계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과제는 정규수업에 필수적인 학습자 동기부여 방식과 초인지 학습능력 촉진 전략을 개발하였다. 연구과제 6은 동기 결함, 자기조절, 신체 또는 정서적 문제, 이민자 배경 등의 이유로 사회적 제약을 받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와 동일하게 진단 및 지원 전략을 검증하였다. 연구과제 21에서는 기존의 학내 멘토링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전문화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무엇보다도 특정 과목에 학업성취가 강한 영재들에게 전문가들이 집중 1:1 멘토링을 제공하였다. 이 과제에서도 일차적으로 집중 진단을 통해 개별 학생을 위한 학습 경로를 계획하여 실행하고, 전문가 집단이 적어도 1년 이상에 걸쳐 다각도로 조정을 하면서 이 과정에 관여하였다. 특히 ‘사이버멘토플러스 CyberMentor Plus’ 프로그램은 STEM 과목에서 우수한 학업성취를 보이는 여학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5학년부터 12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내에서 교사 지도하에 ‘STEM 방과후활동’과 더불어 STEM 분야(학계 혹은 경제활동)에서 현재 활동 중이거나, 이 분야에 재학 중인 여대생 멘토가 짝을 이루어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동의 STEM 프로젝트 활동을 수행하였다. LemaS 2단계(2023년 7월~ 2027년)는 1단계의 결과를 학교 현장에 확산해서 적용하는 단계이며, 1단계에서 성공적 검증 및 평가가 이루어진 구상과 전략이 독일 전 연방에서 광범위하게 확산 적용 중이다. 특히 1단계에 참여하였던 학교 중 적어도 하나의 학교가 주축이 되어서 1단계에 참여하지 않은 최대 10개의 학교가 하나의 학교 네트워크망으로 구성되었다. 현재 100개의 학교네트워크망에 독일 전역에서 대략 850여 개의 초·중·고등학교가 2단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기관인 ‘LemaS 연구연합’은 다학제적 프로젝트 집단이다. 이 연구연합은 심리학 분야(심리학적 진단과 평가 연구, 중재, 연구 방법), 교과 교육 분야(수학·화학·생물·정보학 등의 교과 과목), 교육학 분야(인류학과 교육이론, 교육연구, 교육학적 진단, 학교 지도, 학교 발달, 학교 연계망 구성), 교육공학 분야(수업 연구 및 수업 개발, 학교 연구, 교육제도에서 능률 연구)의 교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LemaS의 다양한 연구 과제는 각각 설정한 구체적 목표는 다를지라도 학교와 수업에서 (잠재적으로) 성취가 강한 학생을 육성하기 위한 적응 전략, 구상, 방안 및 자료(LemaS-산물)의 개발과 구현을 목표로 하면서 전반적으로 유사한 접근 방법을 취하였다. 우선 ‘Lemas 연구연합’은 개개 학교와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 개개 학교의 출발 상황을 조사하고 현장의 요구를 정밀 분석하면서 개별 학교에 적합한 맞춤형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였다. 학교 현황의 파악 및 진단 후에는 전문가 집단의 투입과 지도를 통해 교사의 재교육과 전문화 교육을 수행하였다. 이어 진단 도구와 교수 자료를 개발하고 이를 검증하여 최적화 단계를 거치면서 그에 따른 성공 조건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인식에 기반한 전략풀과 자료풀은 학교 현장에 적용되고 교사의 재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방법론과 자료는 Lemas 2단계에 참여하게 된 학교들에 확산 및 전파되고 있다. 이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학교의 기존 상황을 최대한 연계하여 각 프로젝트 참여 학교의 필요에 부합하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학교의 현황을 면밀히 조사·검토하면서 학계와 학교 현장이 공동으로 협력하여 하위 연구 과제의 고유한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콘셉트를 개발·테스트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최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이러한 독일의 수월성 교육 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우리나라 교육에의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독일은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 가치 달성 정도에 기준한 교육체계의 이분법적인 구분보다는 교육의 형평성 원리에 입각한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은 모든 학생을 중심으로 교육 대상의 범위를 확장하고, 나아가 심화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서 대폭 확대 실시하는 등 개별 맞춤식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LemaS의 사이버멘토링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지역 단위별로 일반 중·고등학교를 클러스터화하고 이를 대학과 연계하여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성장하고 있는 우수한 지역 인재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격차를 일정 정도 해소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독일은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에서 소외된 교육계층, 특히 이민 배경의 계층을 아우르면서 잠재적 능력을 지닌 대상을 포용하려는 파일럿 연구를 광범위하게 실시하고 있다. 독일은 초·중·고등학교의 아동과 청소년 모두에게 개인별 맞춤 교육이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적의 교육체계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려 한국 사회에도 이민자가 급증하고 있으므로, 이민 배경 아동 청소년의 잠재 능력을 계발하고 신장시키는 것은 향후 중요한 국가 과제의 하나에 속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면한 우리나라의 인력 양성 문제를 풀어낼 정책을 구성하는 하나의 축으로 초석을 다질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어쩌다 리더가 된 당신에게 (최재천 지음, 창비 펴냄, 100쪽, 1만 3,000원)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발달장애,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와 학교에 적응이 힘든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노력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섣부른 응원이나 무분별한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그들 개개인이 처한 복잡한 환경과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의욕과 동기를 끌어낼 구체적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 (최준영 지음, 교보문고 펴냄, 304쪽, 1만 8,800원) ‘경제·주택·에너지·인구·기후’ 5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리적 조건이 국가의 운명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관적인 데이터와 스토리텔링으로 소개한다. ‘경제·주택’ 편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주택 가격 안정 비결과 최저임금·퇴직금·상속세가 없는 스웨덴의 사례 등을, ‘에너지’ 편에서는 수소·셰일·희토류 등 핵심 자원을 둘러싼 국제 관계를, ‘인구·기후’ 편에서는 인도·카자흐스탄·플로리다의 인구정책과 중국·호주의 기후 위기 사례를 살핀다. 머리 좋은 아이는 이렇게 키웁니다 (에일린 케네디 무어·마크 S. 뢰벤탈 지음, 박미경 번역, 레디투다이브 펴냄, 436쪽, 1만 8,900원) 40년 경력의 세계적 아동 심리학자가 자녀의 특별한 재능을 어떻게 지키고 키울 수 있는지 분석한다. 핵심은 ‘남들처럼 키우면 남다르던 아이도 남들과 같아진다’는 경고다. 중요한 것은 섬세한 균형감이다. 영재성은 그대로 두면 금방 사라지지만, 발달을 재촉한다고 더 빨리 자라지도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요즘처럼 ‘아이를 잘 키우는 공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기에 부모가 더욱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육아포비아를 넘어서 (이미지 지음, 동아시아 펴냄, 300쪽, 1만 7,500원) 17년간 사회부 기자로 일하며 네 자녀를 기른 저자가 취재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출산·육아의 위기를 ‘육아포비아’로 규정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높은 집값과 양육 비용 증가 등 사회·경제적 이유보다는 육아 자체에 대한 공포를 살피는 것이 저출산 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진단한다. 단순히 하기 어려운 선택이 아닌 무섭고 피하고 싶은 일이 되어버린 이유를 찾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I시대, 10대를 위한 디지털 트렌드 영단어 교양 (서지예 지음, 알파미디어 펴냄, 264쪽, 1만 8,800원) AI, 클라우드, 디지털 디톡스 등 첨단 기술과 미래 사회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를 살피면서, 필수 영어 교양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구성한 학습서다. 단순한 단어 암기를 넘어, 각 개념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과 미래 전망을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AI와 클라우드가 왜 중요한지, 그린테크가 앞으로 산업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가다 보면 어느새 영어 실력이 늘어 있을 것이다. 맛에 진심이라면, 교양 한 그릇 (박찬일 지음, 북트리거 펴냄, 232쪽, 1만 6,800원) 우리에게 익숙한 18가지 음식을 통해 한국인의 식탁이 지닌 문화적 깊이를 탐색한 에세이다. 음식은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삶과 긴밀히 맞닿아 있고, 나아가서는 그 자체로 문화가 된다. 이제는 어엿한 한국 음식 대접을 받는 짜장면과 치킨이 자리 잡는 과정이나 파스타와 스파게티의 차이 같은 이야기는 우리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진실한 동물도감 (최형선 글, 차야다 그림, 북스그라운드 펴냄, 152쪽, 1만 6,800원) 동물도감과 관용 표현을 엮어 과학적 사고력과 국어적 상상력을 함께 기르도록 구성했다. ‘고래고래’처럼 의성어·의태어를 활용한 표현부터, ‘뿔이 나다’ 등 우리말 속 동물 관련 관용구를 소개하고, 동물의 생태와 특징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알려준다. 오래된 속담뿐 아니라 캥거루족 같은 시사용어까지 연결해 사회 상식까지 기를 수 있게 했다. 사춘기 소녀들을 위한 안내서 (이지현 글, 김푸른 그림, 주니어김영사 펴냄, 104쪽, 1만 4,000원) 사춘기 소녀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몸과 마음, 관계의 변화를 섬세하게 다룬 성장 안내서다. 책은 크게 ‘마음의 변화’, ‘몸의 변화’, ‘관계의 변화’, ‘세상과 나’ 4개 장으로 이뤄져 있다. 20년 넘게 보건교사로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감정 다루기, 감정 근육 키우기, 유방 변화, 월경 용품 선택과 같은 실질적 팁을 전한다. 또한 타인과 적절한 경계를 세워 의사소통하는 방법,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성찰까지 폭넓게 다룬다.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백석고등학교는 1992년 개교했다. 일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고등학교다. 2000년대 초반 ‘비평준화’ 체제 속에서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문고로 꼽혔다. 한 반에 절반 이상이 소위 SKY 대학에 합격할 정도로 대학 입시 성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한 일간지가 주관한 전국연합 학력경시대회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은 지금도 회자되는 기록이다. 당시 백석고에서 평교사로 근무했던 김영인 교장은 그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교무실 앞에는 선생님에게 질문하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희미한 복도 불빛에 의지해 책을 펴고 있었다”며 “특히 국어·영어·수학·과학 같은 주요 과목 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지금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백석고는 여전히 지역의 대표적인 명문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달 백석고는 전국에서 단 25개교만 선정된 자율형공립고 2.0(이하 자공고)에 이름을 올렸다. 자공고는 학교가 지자체·대학·기업 등과 협약을 맺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자율적인 교육모델을 운영하는 제도다. 자공고 지정은 백석고가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이어간다’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의 교육혁신을 이끌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실제 백석고는 자공고가 되면서 AI 교육에 특화된 학교로 탈바꿈한다. 교과수업은 물론, 동아리와 방과후활동까지 AI를 활용한 교육이 이뤄진다. 한국항공대, 경기 북부 AI 캠퍼스 등과 손잡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AI 활용교육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사실상 국내 유일의 ‘AI 특목고’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 교장은 “AI는 이미 학생들의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10년, 20년 뒤 사회는 지금과 전혀 다를 것”이라며 “공교육 안에서 AI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AI는 특정 전공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백석고는 자공고에 선정되면서 인근 초·중·고교와 연계·협력을 통해 경기 서북부 지역의 AI 교육 거점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지역 내 학교들과 교육과정을 공유하고,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교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나아가 학술제와 세미나를 공동 개최해 학생들이 함께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 교장은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이라며 “학생들이 프로젝트와 협업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경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학습터이자 삶터 … 지금이 행복해야 미래도 행복 지난 2020년 9월 백석고 교장으로 부임한 김 교장은 평교사 시절 고3 담임과 학년부장을 전담하다시피 한 진학전문가로 명성을 날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출제와 검토를 2005년부터 2009까지 5년 동안 했고,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위원·컨설팅위원·출제팀장을 역임했다. EBS 교재 등 각종 학습서를 집필했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전국 사회과 교사 평가 전문성 연수를 도맡다시피 했다. 아울러 교원임용고시 출제 및 채점, 교육전문직원 선발 평가위원, 교육장 평가위원, 경기도교육청 서·논술형 평가 출제위원, 경기도교육청 교사논술동아리 회장 등 수업과 평가 분야에서 독보적인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백석고 교장으로 부임한 직후 학교구성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학교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뒤 협조를 구했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학교상의 핵심은 네 가지였다. 첫째, ‘집보다 좋은 학교’다. 학교가 단순한 학습의 공간이 아니라 집처럼 편안하고 안전하며 친밀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둘째,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부모와 같은 교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심리와 정서까지 돌봐주는 역할을 포함해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내 자녀처럼 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학부모는 단순히 자녀만 챙기는 존재가 아니라 ‘스승과 같은 학부모’로서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길 바랐다.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직접 시도하고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길 원했다. 즉 학교는 학생들의 요구와 참여 속에서 진정한 학습이 이루어지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비전이었다. 김 교장은 이러한 철학을 교사뿐 아니라 행정실과 급식실 직원들에게도 동일하게 강조했다. “행정실 직원도 행정으로 아이들을 돕는 교사이며, 급식실 직원도 학생을 위해 헌신하는 교육자”라며, 학교구성원 모두가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교사들에게는 학교가 단순히 학습공간으로만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각별히 주문했다. “학교는 아이들의 학습터이면서 동시에 삶터이다. 아이들이 지금 행복을 경험해야 미래에도 행복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학생들에게는 학습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 교사와 직원들에게는 삶과 배움이 함께 이루어지는 터전으로 학교가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악성 민원, 백석 하이패스로 해결 … 학부모 목소리 존중해야 그래서일까. 김 교장의 학교운영은 남다르다. 특히 교육현장의 최대 현안인 민원 대응 정책은 일품이다. 백석고는 지난 2020년부터 ‘백석 하이패스’라는 민원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백석 하이패스’는 교장·교감·교무부장·행정실장 네 사람으로 구성된 민원 대응 전담팀을 일컫는다.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김 교장이 주도해 만들었다. 그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교육받으려면 교사가 안전해야 한다”며 “교사들이 긴장과 불안 없이 출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장의 책임”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백석 하이패스는 민원의 경중에 따라 처리 방식도 달리한다. 단순한 안내는 교무부장이나 행정실장이 맡고, 좀 더 복잡한 사안은 교감이 담당하며, 원한다면 교장에게 직접 말할 수 있도록 열어 두었다. 실제로 김 교장은 매년 수차례 학부모와 학생들의 민원을 직접 듣고 해결해 왔다.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학교 차원의 적극적이고 공정한 대응으로 문제를 풀어 나간다. 악성 민원이 발생하면 해당 교사는 민원 대응의 최전선에서 제외한다. 대신 학교에 구성된 관련 위원회에서 조사와 응대를 맡는다. 예를 들어 체험학습 관련 민원은 ‘현장체험학습 활성화 위원회’가 맡아 처리하고, 모든 과정은 사실 중심으로 기록해 교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당사자가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서 벗어나고, 편견과 억측 없이 객관적인 절차가 유지된다. 더 나아가 학교는 모든 민원 처리 과정을 문서화하고, 필요하면 학부모회 대표나 학생회 임원까지 참여시키며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교사의 교육 활동권을 철저히 보장하되 동시에 학부모의 목소리도 존중하는 균형을 통해 교육공동체가 신뢰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학교가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교직원 간의 문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교장은 교사들에게 “곁의 동료가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은지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의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방치하는 학교문화가 아닌 서로 손을 잡아주고 곁을 내어주는 동료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석고는 학생들도 남다르다. 이 학교는 2021년부터 ‘학생리더제’를 통해 학생 주도 프로젝트를 교육과정의 핵심으로 삼아 운영하고 있다. 보통은 각 교과별로 담당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수업하지만, 백석고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이 돼 교과주제를 정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생 주도형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수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정해 교육과정부에 제안하고, 학습목표와 차시별 계획, 기대되는 학습효과까지 발표한다. 이후 담당교사의 심사를 거쳐 보완점을 반영하면 정규교과시간에 해당 내용으로 수업할 수 있다. 강좌를 개설한 학생은 홍보물을 직접 제작해 복도에 부착하고, 다른 학생들은 이를 보고 수업을 선택한다. 학년 구분이 없는 무학년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 실제 1학년 학생이 교사가 돼 2·3학년 학생이 수업을 듣는 경우도 흔하다. 글쓰기· 낭독교육 활발 … 교사들 열정에 학부모들 감사의 눈물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함께 책 읽고, 함께 글쓰기’ 프로그램이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전쟁과 평화 또는 일리아드 오디세이 같은 장편 고전을 읽고 토론하며, 이후 글을 쓰는 과정을 정례화했다. 단순히 학생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교장까지 함께 참여한다. 이렇게 집필된 글은 매년 두 권씩 책으로 묶여 ‘하얀섬돌’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고 있다. 시·소설·에세이 등 장르의 제약 없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창작한다. 글만 쓰는 게 아니라 낭독도 강조한다. 김 교장은 “생각은 말로 나오는 것이다. 듣는 아이로 만들지 말고, 말하는 아이들로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글쓰기와 낭독회·토론회를 통해 말하기와 사고를 강조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학문적 성장을 돕는다. 백석고는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다. 지난 2021년부터 3학년의 경우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21시까지 도서관 자기주도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 중에도 원하는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17시까지 자기주도학습을 하도록 도서관을 개방한다. 올해는 특히 오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얼리버드학습반도 운영하고 있다. 1~2학년 학생 100여 명이 매일 도서관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등 향학열을 불태운다. 학교 측의 열정에 학부모들은 깊은 신뢰를 보낸다. 일부 학부모들은 눈물을 흘리며 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한다. 백석고가 전통의 명문으로 불리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 마지막 시험 무대인 9월 모의평가(모평)에서 과학탐구(과탐) 상위권 성적 인원이 전년 대비 3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탐구의 경우 약 10% 늘었다. 자연계 학생이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 과목으로 갈아타는 ‘사탐런’ 현상의 여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9일 공개한 ‘2026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에서 이같은 경향이 파악됐다. 영역별 등급구분 표준점수를 살펴보면 과탐 1·2등급 인원은 작년 9월 모평 대비 1만7626명(35.1%) 감소했지만, 사탐의 1·2등급 인원은 5883명(9.9%)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이번 대입에서 선택과목을 열어둔 학교들이 늘어나면서 ‘사탐런’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오는 11월 13일 본수능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탐, 사탐 영역 내 선택과목별 차이도 커 다양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9월 모평에서 과탐 응시생은 전년 대비 25% 감소했지만, 사탐 응시생은 32% 증가했다. 사탐 응시율은 68.2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은 4.50%로 6월 모평 때의 19%와 큰 차이를 보였다. 널뛰기 양상으로 수험생 혼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작년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6.22%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3점으로, 작년 수능(139점) 대비 4점 상승했다.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우면 상승하고, 쉬우면 하락한다. 특히 최고점자(만점)는 80명으로, 작년 수능(1055명)과 올해 6월 모의평가(1926명) 대비 감소 폭이 컸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작년 수능과 같은 140점으로, 6월 모평 때 최고점인 143점보다는 다소 쉬웠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자는 1189명으로 6월 모평 때의 356명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작년 수능의 1522명과 비교하면 소폭 줄어든 수준이다.
9월 27일부터 10월 4일까지 제62회 수원화성문화제가 열리는 축제현장. 제2일째(28일) 오후 2시, 수원전통문화관을 찾았다. 잔디마당 한옥놀이터 마당플(Play)에서 파란색 단체복장으로 손님맞이를 비롯해 외국인 관광을 돕고 있는 글로벌 관광메이트 ‘글링이’를 만났다. ‘글링이’가 있어서 그런지 축제의 현장에는 외국인의 모습이 작년보다 확 늘었다는 느낌이다. ‘글링이(Glingy)’는 ‘Global Link Interpreter’의 줄임말로, 수원화성문화제 기간 동안 외국인 방문객의 원활한 축제 관람을 돕는 글로벌 자원봉사단이다. 이들의 임무는 축제 현장에서 언어 통역은 물론, 행사 안내, 문화해설, 참여 유도 등 다양한 소통 활동을 해 수원화성문화제를 글로벌 축제, K축제로의 도약에 일조하는 것이다. 맨 먼저 만난 글링이는 Nouha(30, 모로코), 김아영(21, 한국), 김채유(22, 한국). 이들과 인탸뷰를 진행했다. 글링이 80명은 9월 4일부터 25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4회 사전교육을 받았다.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 일본어, 불어, 독일어, 베트남어, 아랍어, 러시아어 등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전교육 내용이 좋았다. 친구를 만드는 소중한 기회였다. 목적이 같으니까 상호소통이 잘 되었다”고 했다. 김아영 씨는“수원화성문화제를 외국인에게 알리려고 글링이에 지원했는데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어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고 했다. 김채유 씨는“오늘은 외국인 티켓 안내와 잔여석 파악, ‘우리술 클래스 주랑주랑’에서 활동했다”고 했다. 글링이 Joel Guenter(31, 독일) 씨는 “지금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말하기 실력보다 듣기 실력이 우수하다”고 자평하며 “통역자로서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활동하니 함께 하는 시간이 재미있고 행복하다”고 했다. 수원전통문화관을 찾은 수원특례시 이재준 시장은 인터뷰에서 “수원화성문화제는 올해 62회를 맞아 장수축제의 하나요,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가 되었다”며 “축제의 낮에는 체험을 즐기고 밤에는 공연과 쇼를 즐기면 된다. 가을을 만끽하며 수원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 가을은 수원이다”고 했다. 한옥놀이터에선 우리의 전통놀이가 펼쳐지고 있었다. 딱지치기, 공기놀이, 투호, 윷놀이, 장기, 팽이 돌리기, 링 던지기, 제기차기 등이 바로 그것. 관람객은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놀이를 할 수 있었다. 제기차기를 하는 베트남 관광객 남녀 각각 1명을 만났다. 제기 차는 모습이 우리와는 다르게 발등으로 차는데 10회 이상을 곧잘 차며 즐기고 있었다. 베트남에서도 이와 비슷한 놀이가 있다고 한다. 필자는 글링이 멜리사 첼릭(24. 튀르키에) 씨를만나 6.25 때 우리나라를 도와 준 터어키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친선 투호놀이 게임을 했다. 결과는 되었을까? 멜리사가 승리했다. 그는 “마치 영화속의 주인공처럼 외국인이 한복 입는 것 도와주기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 자리에선 시민기자로 활동했던 조정현(68) 글링이를 만났다. 그는 영어와 인도네시아어 통역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사전교육에서 조별 역할극, 상황극을 한 것이 실제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덴마크에서 온 관광객이 문화유산 스탬프를 받을 수 있도록 수원화성박물관까지 안내해 주었더니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수원문화재단 전지선 담당 매니저는 “사전교육에서 외국인이 도움을 요청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기를 강조했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며 “전통놀이, 홍재마루 차 한잔, 떡 만들기, 우리술 클래스에서 글링이가 능동적 적극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가슴 뿌듯함을 이야기했다. 이후 필자는 ‘2025년 정조대왕 화성능행차’를 장안문 일대에서 관람하였다. 혜경궁 홍씨도 보았고 정조대왕도 보았다. 취재를 맡아 보도했던 수원남창초 어린이 취타대의 시가행진을 보니 교육자로서 흐뭇하기만 하다. 이밖에 어린이 태권도단, 어린이 줄넘기단 대규모 시가행진을 보니 수원화성문화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각계각층에서 수원시민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특히 올해는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손님을 웃으며 맞이하며 언어로 세계인을 이어주는 글링이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새 정부의 첫 정기국회가 1일 시작되면서 10월 국정감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권 교체에 따른 교육 정책 변화에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가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주요 관심사에 대해 정리한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최근 발간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관련 사항을 미리 살펴본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교원의 교육활동보호와 악성민원에 대한 대책 마련은 중요한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 이후 교권보호 5법 제정으로 교원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개정된 교원지위법 시행령이 일선 학교에서 적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교권침해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장 정서다. 최근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학부모의 전화 민원에 시달렸던 교사가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비극의 반복에 따라 한국교총 등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상 정서적 학대 범주의 모호함을 해소하기 위한 법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악성민원 고의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 학교민원 처리 시스템의 교육활동 보호 실효성 여부, 학교별 민원대응팀에 대한 제도 개선, 학부모 교육 확대 등 현장 밀착형 대책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전국 모든 고교에 전면 도입돼 운영되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문제와 대책 마련도 주요 관심사다. 학생들이 대학처럼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3년간 192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로 운영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다과목 지도, 출결처리,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최소성취수준보장지도(최성보) 및 미이수제 등 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면서 교총 등 교원단체는 제도의 전면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강사채용 및 인력풀 운영, 학교밖 교육 지원 강화, 성취수준 보장 프로그램 및 미이수학생 관리 등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총 등은 교원의 수업 및 업무부담 해소와 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서 교원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원들은 제도 운영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는 질의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성보의 교사 책임 완화, 교원 증원, 고교학점제와 연계한 대입시 제도 개선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8월 14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교과용 도서에서 교육자료로 지위가 변경된 AI 디지털교과서(AIDT)의 활용 방안에 대한 관심도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3,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과목에 AIDT를 도입하고 2028년까지 도입 대상과 교과를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법 개정으로 전면 중단된 상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AIDT 선정학교 비율이 낮았던 이유, 도입 과정에서 시범운영 기간 또는 학교 선정 재량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 AIDT의 명칭 정리, 디지털 대체 수단 요구에 대한 지침 마련 등에 대해 의원들의 질문과 자료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역할과 전문성 강화에 대한 효율적 대책, 초등돌봄체계의 내실화 우선순위,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 지원 등에 대한 이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느 길로 갈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한 사람에게나 국가에게나 중대한 질문일 것이다. 역사의 거울 앞에 설 때 우리는 늘 자만의 자세보다는 성찰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수천 년의 우리 역사에서 20세기 후반기는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분단은 수십 년간 도덕적 국위 손상은 물론 정치 경제적으로 엄청난 국력을 낭비시키고, 사람들의 심리 깊숙이 스며들어 전 민족의 사회 문화를 피폐케 하였다." ~ 작가의 책머리에서~ 이러한 고민을 안고 35년을 외교관으로 산 권태면 작가(전 코스타리카 대사)가 우연히 재미 독립운동가인 김용중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가지 못한 길'(출판사 논형)을 세상에 내어 12일 출판기념회를하였다. 이 책의 핵심은재미 독립운동가이자통일운동가이며 민주화 운동가인김용준(1898년 금산 출생)의 스토리를 소설방식으로 담았다. 선생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16년 신혼 후, 상해로 망명했다.여운형의 도움으로 1917년 도미, 캘리포니아에서 10여 년간 막노동을 하며늦깎이로 영어중고교를 다닌 후 청과물 도매회사를 설립했다. 사업성공으로 백만장자가 되어 하버드 입학, 동포사회 내 재력가이자 지식인으로서 1937년 중일전쟁 이래 한인 사회 내 지도부로 활동하였다. 태평양전쟁기에는 워싱턴에 파견되어 이승만을 도와 활동하고, 1943년부터는 워싱턴에 한국문제연구소를 만들어 40여 년간 언론 외교 활동에 매진하였다. 선생은 미군정과 국무부 등에게 가장 인정받는 재미인사로서 1947년 남북분단이 걱정되어 귀국,여운형의 외교 보좌, 재망명 후 1975년 서거시까지 30여 년간 중립을 통한 통일 노력, 반 독재 및 민주화 투쟁을 하였다. 이후 1998년에야 유해 송환이 이뤄졌으며, 건국훈장 애족장 서훈도 받았다. 선생의 유언은 "내 뼛가루를 38선에 뿌려달라!"였다. 김용중 전기소설을 쓰게 된 동기와 의미 김용중의 생애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통일과 독립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곧 외교관이 고민해야 할 잇슈라는 점에서 외교관 생활 중 쓴 것인데, 전문 작가나 연구자가 아닌데다 일반 독자의 쉬운 이해를 위해 위인전이나 평전이 아닌 팩션 방식으로 쓰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우리가 교과서나 역사서에서 배우는 독립운동가는 대부분 무력 투쟁가, 정치 지도자들인데, 국제정치 분야에초점을 둔 김용중 같은 독립 통일 운동가도 있다는 것을 일반 국민에게 알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선생의 주장은 무엇인가? 선생은 통일이 아닌 분단은 전쟁을 가져오고, 전후에도 분단은 민족의 영원한 족쇄가 될 것이라는 통찰을 하게 되어 분단 극복에 평생을 바쳤다. 또 좌우 강국에 치우치지 않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것이 독립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방법으로는 중립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한 점이다. 일시적으로중립을 제기한 분들로는 김규식, 안재홍, 조봉암, 조용수, 이병주, 맨스필드 등이 있다. 특히 외교 언론 활동가라 할 수 있는 선생이 국가도, 국가기관도 제대로 없던 시기인 1943~1961년까지 무려 18년이나 혼자 발간해 낸 월간 영문지 Voice of Korea는 재평가해야 할 업적이라 하겠다.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동맹 수립 후 70여 년이 흘러 문제의 재인식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이나, 완충국인 한반도에 중립의 길은 과거의 주장만이 아니라 현재도 미래에도 민족의 생존 번영에 영원한 화두가 될 것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목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스위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처럼 중립의 지혜를 갖지 못하고 국내 갈등과 통합을 이루지 못해 온 점일 것이다. 작가 권태면은 "나침반 이론에 따라 영세 중립인 12시가 아니더라도 11시에서 1시사이의 중립의 길이다. 책 제목은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 착안하여 우리가 갈 수 있었으나 가지 않았던 길, 가지 못한 길,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에서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약력 1979년에 외무고시 13회 수석합격으로 외교관이 되어 칠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스페인, 뉴욕의 유엔대표부, 폴란드에서 중년을 보냈다. 외교부 북한과장, 통일부 국장 등 상당 기간 북한에 관한 일을 하였다. 나이가 들어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기로 한 다자기구인 KEDO(한반도에너지개 발기구)의 북한 주재 대표로 2003년부터 함경도에서 2년을 살고, 2006년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총영사, 2009년부터는 코스타리카에서 대사로 일했다. 공직에 있던 기간 중 지은 책으로 한국의 사회문화에 관해 쓴 밖에서 바라본 한국, 북한에 살면서 그곳을 보며 쓴 북한에서 바라본 북한, 신라 이래 우리 역사에서 외교활동을 한 분들의 이야기를 쓴 〈우리 역사 속의 외교관, 어려서부터 써 온 아마추어 시들을 묶어 펴낸 시집으로 구별연습이 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탐구영역 중 사회탐구(사탐)를 선택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사탐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사탐런은 자연 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이 수능에서 과학탐구(과탐) 대신 사탐 과목을 선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수학영역에서는 ‘미적분’ 과목 대신 ‘확률과통계(확통)’ 선택 비율이 급증하는 ‘확통런’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는 11월 13일 치러지는 2026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8월 21일 ~ 9월 5일) 결과 총 55만4174명이 지원해 전년 대비 3만1504명(6.0%) 늘었다고 8일 밝혔다. 선택 영역별 지원 인원은 국어 54만8376명(99.0%), 수학 52만1194명(94.0%), 영어 54만1256명(97.7%), 필수 과목인 한국사 55만4174명(100%), 탐구 53만6875명(96.9%), 제2외국어·한문 영역 10만2502명(18.5%)이다. 올해 수능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탐구영역에서 사탐영역만 선택한 지원자는 32만4405명(61.0%)으로, 전년 대비 24.1% 늘었다. 사탐 1개 과목과 과학탐구(과탐) 1개 과목을 선택한 지원자는 8만6854명(16.3%)이며, 이는 전년 대비 66.4% 오른 수치다. 전체 탐구영역 지원자의 77.3%가 사탐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해 작년 수능(62.1%)보다 15.2%포인트(p) 증가했다. 2018년 사탐 9과목 체제가 도입된 이후 최고치다. 반면 과탐만 선택한 사람은 12만692명(22.7%)으로 역대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선택 과목별 현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이어졌다. 수학영역에서 확통은 29만7726명(57.1%)으로 미적분 20만7791명(39.9%)과 기하 15만677명(3.0%)보다 많았다. 전년 대비 27.7% 늘어난 수치로 미적분에서 확통으로 갈아탄 ‘확통런’ 현상으로 보인다. 국어영역에서는 ‘화법과작문’이 37만5359명(68.4%), ‘언어와매체’가 17만3017명(31.6%)이다. 사탐 9과목 중 응시생 절반에 가까운 26만3047명(49.4%)이 ‘사회·문화’를 택했다. 8개 과목의 과탐에서는 ‘지구과학Ⅰ’이 11만5000여 명으로 가장 많았다. 자격별 현황에서는 재학생 37만1897명(67.1%), 졸업생 15만9922명(28.9%), 검정고시 등 출신 2만2355명(4.0%)으로 집계됐다. 검정고시 등 출신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하며 1995학년도 수능 이후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학생 수험생은 9.1% 증가한 반면 졸업생은 1.2% 감소했다. 재학생이 늘어난 이유는 올해 고3이 2007년 황금돼지해(정해년) 출신이기 때문이다. 당시 황금돼지해 태어난 신생아의 출생운이 좋다고 여긴 가정에서 출생률을 반짝 끌어올렸다. 졸업생 감소에 대해서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 회귀한 이유로 추정된다. 작년 졸업생 지원자는 의대 정원 증원 여파로 21년 만에 최다를 기록한 바 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기후위기가 삶의 방식을 바꾸며, 인간관계마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따뜻함과 다정함, 그리고 그로 인해 세상을 살기 좋게 바꾸는 힘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묻고 고민해야 할 것은 “교육은 어떤 사람을 길러내야 하는가?”이다. 성적이 높은 사람? 명문대에 진학하는 사람? 대기업에 입사하는 사람? 아니다. 교육이 궁극적으로 길러내야 할 사람은 단 하나,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개인주의와 내 새끼 지상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사람을 길러낼 수 있을까? 지식이 아니라 공감을 가르쳐야 한다 지식은 정보의 조각이다. 그러나 공감은 사람을 움직이는 진심이다.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어느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과제를 주었다. “이웃 중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가보세요.” 아이 중 한 명은 이웃집 노부부에게 갔다. 그들은 오랫동안 외롭게 살고 있었고, 아이는 매일 그들을 찾아가 말을 걸고, 그림을 그려드렸다. 몇 달 뒤, 그 노부부는 학교에 편지를 보냈다. “당신의 학생 덕분에 우린 다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이 아이가 배운 것은 수학, 영어를 넘어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법이었다. 이처럼 교육은 문제를 푸는 방법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을 함께 가르쳐야 한다. 교실에선 '함께하기', '경청하기', '도와주기' 같은 생활 교육이 지식 교육만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왜냐면 공감은 배려로 이어지고, 배려는 곧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경쟁이 아니라 책임감을 심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교육은 여전히 경쟁 중심이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더 높은 점수를 위해, 즉 출세와 성공을 위한 교육 가치에 매몰되어 있다. 그런 경쟁 속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은 사라지기 쉽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는 꿈이 뭐니?”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너는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니?”라야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 고(故) 이호진 군의 일기가 알려졌다. 그는 생전에 이렇게 썼다. “나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위험한 곳에서도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호진 군은 실제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꿈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고귀했다. 그는 ‘자신만을 위한 성공’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책임감을 품은 아이였다. 교육은 ‘성공하는 법’뿐 아니라 ‘책임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학급에서 친구들과 함께 규칙을 만들고 지켜가는 과정,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해보는 프로젝트 학습,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 캠페인 등은 아이들에게 ‘내가 이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결과만을 칭찬한다. “1등 했구나!”, “상을 받았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힘은, 늘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핀란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시험보다 ‘실패일기’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학생들은 매일 자신이 실수한 경험을 기록하고, 그것을 반성하고 어떻게 극복할지를 함께 나눈다. 어느 선생님은 말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실패에 강한 어른으로 자라길 바랍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이다. 교육은 ‘틀리지 않게 하는 법’이 아니라, ‘틀려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교육의 최종 목표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도 우리의 수많은 교실에서는 수학 공식, 영어 단어, 역사 연도들을 반복해서 학습하고 있다. 물론 그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그 사람이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세상에 배출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은 '더 나은 사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더 나은 사람은, 더 좋은 교육에서 태어난다. "세상을 밝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에 우리가 보다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학교생활 속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존중’과 ‘배려’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존중과 배려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이 존중과 배려가 ‘무엇’이며,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해 볼 시간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활동이 바로, 학교자율과정시간을 활용한 도서관 협력 인성교육 ‘다정한 마음 나눔, 존중·배려 사전 만들기’이다. 이 활동은 전교생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형 프로젝트로, 학생들이 존중과 배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며, 실천 방법을 계획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단어를 통해 마음 들여다보기 첫 시간은 ‘사전’이라는 도구에 주목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학생들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국어사전·영어사전·백과사전뿐만 아니라 인물사전·지리사전·주제사전 등 다양한 형태의 사전들을 함께 살펴보게 된다. 특히 그거 사전(홍성윤), 여름어 사전(아침달 편집부), 아름다운 가치사전(채인선 글, 김은정 그림)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단어를 재미있고 특별하게 풀어낸 주제사전을 살펴보며 단어를 정의하는 여러 방식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이어 존중·배려와 관련된 단어를 각자 선택하여 그 의미를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해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존중과 관련된 단어로 ‘경청’과 ‘신뢰’를, 배려와 관련된 단어로 ‘눈맞춤’과 ‘양보’의 단어를 고르고, 그 단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또는 그 단어를 설명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경험을 글로 풀어보았다. 단순한 사전적 정의가 아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생활 밀착형 단어 풀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PART VIEW] 말뿐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두 번째 시간에는 각자가 선택한 단어에 대한 ‘실천 약속’을 적어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우정, 친구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감사함을 표현하겠다”, “따뜻함, 쉬는 시간에 친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내겠다”, “눈맞춤, 상대방과 대화할 때 오해하지 않도록 눈맞춤을 하겠다” 등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약속을 정성껏 써 내려갔다. 완성된 사전은 교실과 도서관에 게시하여 친구들 간의 감정 교류와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다. 2학기, ‘실천 인증’으로 이어지는 지속적 활동 존중·배려 사전 만들기 활동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2학기에는 학생들이 작성한 ‘실천 약속’을 바탕으로 직접 실천한 내용을 인증하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4가지 실천 약속을 모두 인증한 학생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보상을 넘어 스스로의 다짐을 실천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존중과 배려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무리하며 이번 활동은 필자에게 학생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되었다. 평소에는 소극적이던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고, 장난기 많던 아이에게서 따뜻하고 깊은 마음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활동에서 소개한 주제사전들을 도서관에서 찾아보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학교 수업 속에 책을 녹여내고,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소개하는 것이 학생들의 독서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확신했다. 학생들에게 존중과 배려를 추상적으로 강조하기보다는, 단어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보고 그것을 ‘생활 속 언어’로 풀어내며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다정한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제안해 본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감독 메기 강·크리스 애펄헌즈, 넷플릭스, 2025, 이하 ‘케데헌’)의 열풍이 거세다. 케데헌은 K팝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가 악귀를 물리치는 전사가 되어 노래로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내용이다.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41개국에서 애니메이션 1위를 차지했고, 공개 6주 차에만 누적 시청 시간 2,630만 뷰를 기록했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케데헌이 역대 가장 인기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로 등극했다”라고 밝혔다. 시청 시간만으로 인기를 평가하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주제곡 1위는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 2014)의 ‘Let it go’가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는데, 2025년 7월 드디어 케데헌의 삽입곡 ‘Golden’으로 1위가 바뀌었다.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 따르면 케데헌 OST 수록곡 중 8곡이 차트에 올랐는데, ‘골든’은 2위를 유지했다. 사자보이즈의 ‘Your idol’은 9위, ‘Soda pop’은 16위를 기록했다. 케데헌 OST 앨범은 ‘빌보드 200’에서 2위를 차지했고, 메인 트랙 ‘Golden’은 ‘글로벌 200’과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모두 정상을 지켰다. ‘Golden’ 흥행 이유? 실제 스토리가 감정 이입 더해 빌보드 차트 1위라니!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속된 말로 ‘국뽕’이 차오를 것처럼 기분이 두둥실 날아오른다. 케데헌의 인기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확실히 피부에 와닿는다. 어떤 노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척도 중 하나는 커버 영상이다. ‘Golden’의 경우 국내에서는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안유진부터 실력파 가수인 바다·에일리 등등이 커버 영상을 올리며 순식간에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대거 커버 영상을 올렸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통상 커버 영상은 기존 가수들이 하는 데 비해, ‘Golden’은 일반인이 참여하는 커버 영상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일본·미국 등 전 세계 국가를 막론하고 어마어마한 수로 양산되고 있다. 여기에 ‘Golden’을 부른 가수 ‘이재’의 실제 사연이 케데헌의 흥행을 더욱 부추겼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재’는 아이돌을 꿈꾸며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으로 10여 년을 보냈다. 소녀시대와 함께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데뷔가 무산되기를 여러 번 반복했고, 이후 미국에서 심리학과 음악산업을 전공하며 기본기를 다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적지 않은 나이로 결국 아이돌 가수라는 꿈을 접고, 2009년 레드벨벳의 타이틀곡 ‘Psycho(사이코)’를 만들면서 동경하던 K-pop 무대에 작곡가로 서게 된다. 하지만 결국 이재는 매기 강 감독의 귀를 사로잡는 목소리로 케데헌의 주인공 루미의 목소리와 노래를 맡게 됐다. 이재는 연습생 시절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콤플렉스를 숨겨야 했던 마음을 ‘Golden’ 가사에 녹여냈다. ‘난 유령이었고, 외로웠지. 어두워진 앞길 속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 …(중략)… 이제 더는 숨지 않아. 난 원래 빛나도록 태어난 사람이니까. 이제 우리의 순간이야. 우린 점점 올라가고 있어. 함께할 때 더 빛나. 우린 ‘골든’하게 될 거야’라는 가사는 애니메이션 속 루미의 이야기와 현실 속 이재의 경계를 묘하게 지운다. 실제로 이재는 ‘Golden’을 녹음할 때 울면서 불렀던 기억을 떠올리며 “루미를 통해 자신 또한 치유받았다”라고 고백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구매 행렬? 고맙긴 하지만…. 매기 강 감독은 K-pop과 한국의 전통을 결합시킨 과정에 대해 “케데헌은 최대한 한국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리서치를 위해 디자인 팀원 10명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해 북촌의 골목이 얼마나 가파른지, 명동 거리의 벽돌이나 길 디자인은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확인했고, 이런 디테일들을 모든 장면에 한국적인 요소로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감독의 전략은 확실히 통했다. 전술한 기록들만 봐도 전 세계가 열광했으니, 아니 여전히 열광하고 있을 테니. 산업적 측면에서 케데헌 성공의 이면을 조금 살펴보자. K-pop은 물론 해치·저승사자·갓 등 한국 전통문화를 모티브로 삼은 케데헌의 제작사는 일본이 미국에 설립한 소니픽처스다. K-문화를 전 세계에 가장 잘 알린 애니메이션이 외국자본으로 기획됐다는 이야기다. 감독인 매기 강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부모님이 캐나다에서 일하게 되며 이민자가 돼 드림웍스 등 쟁쟁한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실력을 키웠다. 한국어 더빙판에서는 배우 이병헌·김윤진·안효섭 등을 섭외해 작품의 완성도와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을 폈는데, 이는 넷플릭스의 한국 영화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의미다. 케데헌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넷플릭스는 발 빠르게 다음 행보에 나섰다. 속편 제작을 비롯해 뮤지컬, 실사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아울러 7월 22일에는 케데헌 관련 상표권까지 출원했다. 주인공인 헌트릭스 멤버 루미·미라·조이뿐만 아니라 호랑이·까치 등이 그려진 티셔츠·텀블러·수영복·장난감들을 판매할 예정이다. 그동안 구독료와 광고비에 의존했던 수익을 다각화한다는 그야말로 야심 찬 계획이다. 20세기에 디즈니 왕국이 누렸던 영광을, 넷플릭스가 21세기에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넷플릭스의 상표권 등록에 앞서 국내에서는 케데헌의 인기에 힘입어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구매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는 뉴스들이 연일 보도됐다. 케데헌 속 캐릭터와 똑같지는 않지만, 호랑이와 까치를 그려 넣은 ‘호작도’는 2030 세대와 외국인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미 스낵을 출시하면서 오프라인 시장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넷플릭스 공식 케데헌 굿즈는 아마도 OTT 세계에서 넷플릭스 일극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지도 모른다. 케데헌의 제작비를 받은 후 공개부터 추후 캐릭터·장난감 등에 대한 모든 판권을 넷플릭스에 넘긴 소니픽처스는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넷플릭스 독주와 케데헌 성공에 대해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한국 영화는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그러나 한국 영화인 스스로 그 판을 바꾸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 왔다. 그러다 코로나19라는 치명상을 입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결정타는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달리는 최근의 케데헌에서 나왔다. 한국과 K-POP의 글로벌 인기가 매일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한국의 영화제작 산업이 나락으로 치닫고 있는 모순적 현실을 급속하게 노정하고 만 것이다. 한국 영화계가 정신적·정서적 분열증의 경기를 일으키게 된 셈이다”라고 평했다. “5세대 한류부터 해외 회사가 한국 문화로 장사하는 등 양상 바뀐다” 케데헌의 세계 애니메이션 1위 제패와 OST ‘Golden’의 1위 등극 그리고 넷플릭스의 선구안과 후속 대응 칭찬은 여기까지다.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케데헌을 한류 범위에 넣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외국자본으로 만들어진 케데헌은 어떤 특징을 가지는가?’, ‘앞으로 한류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될 것인가?’ 이성민 방송대 교수(미디어영상학과)에 따르면 한류는 크게 4개 시기로 구분한다. 드라마와 일부 아이돌 음악이 중심이 됐던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가 1세대 한류이고, 2000년대 중반까지 겨울연가(연출 윤석호, 각본 윤은경 외, KBS, 2002) 같은 드라마와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2003) 등 영화 분야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2세대 한류, 2010년대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파리 SM 콘서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확장이 중심이 된 3세대 한류, 그리고 2020년대 기생충(감독 봉준호, 2019)과 오징어게임(연출 황동혁, 넷플릭스, 2021~2025)으로 대표되는 영상산업의 글로벌 도약이 중심이 되는 4세대 한류이다. 2022년 이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세대 한류는 웹툰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며, “지금까지의 한류는 한국 문화와 콘텐츠가 함께 붙어서 인기가 있었다. 5세대로 가면 외국 회사가 한국 문화로 장사하고, 한국 회사는 오히려 한국 색채가 없는 걸로 장사를 할 것이다. 디즈니에서 쿵푸팬더를 만들어 시장을 점유하는 것처럼, 완전한 분리는 아니지만, 더 다양하고 복잡할 양상을 띨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케데헌의 사례와 무섭도록 딱 맞아떨어진다. 일회성이 아니다. 케데헌의 흥행에 OTT 플랫폼 애플TV+는 더욱 노골적으로 K-pop을 가져가 8월 29일 예능 프로그램 ‘KPOPPED’(케이팝드)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 프로그램 제목인 ‘KPOPPED’부터 충격적이다. 장르 중 하나였던 K-pop이라는 명사가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뜻하는 동사로,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에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도 놀랍다. ‘KPOPPED’는 이른바 미국판 ‘나는 가수다’로 K-POP 아이돌 그룹과 글로벌 레전드 팝스타들이 컬래버로 서로의 대표곡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이고 경연하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K-Pop을 세계에 알린 싸이와 세 차례 그래미상을 수상한 슈퍼스타 메건 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이 출연한다. 경연에 참여한 팝 가수들 명단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의 멤버 멜라니 B(Mel B)와 엠마 번튼(Emma Bunton)이 ITZY와, TLC와 보이 조지(Boy George)가 스테이씨와, 전설의 아카펠라 그룹 ‘보이즈 투 맨(Boyz II Men)’은 블랙스완과 환상적인 컬래버 무대를 꾸린다. ‘Savage’, ‘Wannabe’, ‘Ice Ice Baby’, ‘Lady Marmalade’, ‘Can’t Get You Out of My Head’, ‘Motown Philly’, ‘Waterfalls’ 등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을 K-pop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무대는 한국 관객에게 그 자체로 비현실적인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1950~60년대 일본영화는 유수의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동양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1980년대에는 홍콩영화가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차지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한류는 한 세대로 구분되는 30년을 넘어서 그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아마 지금도 어느 OTT 기획팀에서는 통일신라 시대 선덕여왕, 고조선의 치우천황, 당나라 침입을 수차례 막아냈던 고구려 등 한국 역사를 들추며 새로운 영화와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 전통문화가 외국자본으로 알려지는 중에 고사해 가는 한국 영화계, 지적 재산권과(IP)과 이를 통한 수익 구조 확보, 해외 공동 제작 등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진 제공 정보 ● 케이팝 데몬 헌스터 _ 넷플릭스 / KPOPPED _ 애플 티비+, 예고편 캡쳐
노력이 재능이라면 (미야구치 코지 지음, 송지현 번역, 또다른우주 펴냄, 196쪽, 1만 6,800원)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발달장애,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와 학교에 적응이 힘든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노력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섣부른 응원이나 무분별한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그들 개개인이 처한 복잡한 환경과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의욕과 동기를 끌어낼 구체적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지음, 유영미 번역, 지베르니 펴냄, 316쪽, 2만 2,000원) 인간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야기’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소비하거나 재생산하는 행위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행위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부정적이기만 한 이야기’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무력감에 빠져든다며, 부정과 절망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이수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312쪽, 1만 8,000원) 발달장애를 가진 두 아이의 부모이자 중학교 영어교사인 저자가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목소리를 기반으로, 진정한 배움과 공존을 위한 교실을 말한다. 그는 특수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의 가치를 강조한다. 장애학생을 분리해서 가르치는 교육방식으로는 교육의 본질인 다양성과 사회 통합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수와 학교 내 협력 구조, 제도적 지원의 확충을 통합교육의 필수 조건으로 제안한다. 인생 복리의 법칙 (정석원 지음, 트러스트북스 펴냄, 쪽, 1만 8,000원) 꾸준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경험이 어느 순간에 폭발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복리 효과’로 설명한다. 진짜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요약되지 않지만, 단서는 있다. 그것은 바로 ‘OO을 하다 보니’다. 느려 보이지만, 삶의 원금에 꾸준하게 이자를 붙여가는 게 가장 확실한 성공 방법이다. 자신만의 인생 복리 법칙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생각 도구를 소개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슬람 이야기 (이수정 지음, 주니어태학 펴냄, 224쪽, 1만 7,500원) 히잡을 착용한 여성을 신기하게 보거나, 중동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연결하는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세계 3대 종교인 이슬람과 이를 믿는 무슬림에 대한 편견 없는 이해는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양이다. 근거 없는 소문과 오해, 착각을 짚으며, 이슬람 역사부터 문화·경제·정치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진짜 호르몬 때문일까? (박승준 지음, 다른 펴냄, 240쪽, 1만 5,000원) 우리는 왜 단것을 먹으면 힘이 나고, 밤만 되면 감성이 폭발할까? 호르몬의 핵심 개념을 일상 사례와 연결해 알기 쉽게 풀어냈다. 도파민·멜라토닌·코르티솔 등 대표 호르몬의 특성과 역할에 대한 설명에 더해 ‘호르몬 패치로 기분을 조절한다면?’, ‘성호르몬으로 남녀를 나눠도 될까?’ 같은 틈새 토론으로 윤리적 성찰도 유도한다. 그래서 이런 직업이 생겼대요 (우리누리 글, 송진욱 그림, 길벗스쿨 펴냄, 164쪽, 1만 5,000원) 의사·교사·경찰 등 전통적 직업부터 로봇 엔지니어와 빅데이터 전문가 등 미래 유망 직업까지 다양한 직업의 탄생 배경과 의미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 직업이 단순히 사회적 필요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사회 변화 그리고 문화 트렌드 등 다양한 맥락 속에서 발생한 결과임을 알려준다. 직업 자체보다, 그 직업이 탄생한 배경에 초점을 맞췄다. 직업의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그 직업을 갖는 데 필요한 능력과 자질도 알려준다. 할머니랑 나랑 수수께끼 장바구니 (이시즈 치히로·나카자와 쿠미코 지음, 김지예 번역, 초록귤 펴냄, 32쪽, 1만 3,000원) 시장 골목에서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장을 보는 따뜻한 분위기의 그림책. 문방구·과일가게·제과점·옷가게 등 다양한 상점을 구경하며 50가지 물건들을 수수께끼로 풀도록 구성했다. 특별한 스토리는 없지만, 수수께끼와 정겨운 그림을 통해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고 관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이수중학교가 창의적이고 균형 잡힌 교육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창단 43년 만의 전국야구대회 첫 우승과 미국 NASA 스페이스 캠프 참가, 다양한 진로·창의융합 프로그램 운영은 이수중이 ‘스포츠와 학업을 아우르는 미래형 교육’에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야구대회 첫 우승 … “팀워크가 만든 역사” 이수중학교 야구부가 창단 43년 만에 전국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6월 13일 제72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영남중학교를 상대로 5:1로 뒤지던 경기를 8:6으로 뒤집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는 전국 67개 팀 약 2,300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경주베이스볼파크 등에서 조별 리그와 결선을 치렀다. 이수중 야구부의 우승은 팀워크와 정신력이 만들어낸 값진 승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선수들은 승리가 확정된 순간 마운드에 모여 교가를 제창했다. 이 그라운드의 주인공이 ‘이수중’이란 사실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야구부의 주장을 맡고 있는 3학년 박민찬 군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 전국 제패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친구들은 웃었지만, 끝내 해냈다”며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그러면서 목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오는 9월 구미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서 우승해 2관왕에 도전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박 군은 “야구를 잘했다는 말보다, 야구를 잘 이해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수중 야구부의 우승에는 강력한 투수진의 힘이 컸다. 투수를 맡고 있는 홍예성 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갈고닦은 커브를 주무기로 전국대회 6경기 모두 등판해 6승을 기록했다. “결승전에서는 ‘아파도 던진다,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뿐 이었다”며 투혼을 전했다. 류현진처럼 훌륭한 선수가 돼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홍 군이 선발로 나가면 마무리는 엄지우 군이 맡았다. 엄 군은 몸쪽 직구가 강점으로 상대를 꼼짝 못 하게 한다. “야구는 내 인생의 전부”라며 “원팀 정신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포수인 고지범 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해 늦은 출발에도 불구, 이번 대회에서 타율 4할과 홈런을 기록한 강타자다. LG트윈스 박동원 선수가 롤모델. 경기력이 떨어지면 훈련으로 극복하는 연습벌레로 하루 6시간 훈련을 거뜬히 소화한다. 좌익수로 활약하고 있는 배지환 군은 차분하면서도 의젓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야구는 여자친구 같다. 좋아하지만, 가끔 화도 난다”고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배 군은 팀워크를 이수중 야구부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으며, 좌우명으로 ‘대기만성’을 들었다. “비결은 기본기와 인성” 감독·코치진의 철학 강창수 감독은 우승 비결로 기본기와 인성을 꼽았다. “중학생은 실수할 수 있다. 실수는 혼내지 않지만, 성실하지 않으면 엄격히 지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생활을 잘해야 야구도 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치진도 “화려한 기술보다 기본기, 그리고 학생다운 야구를 가르치려 했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은 야구부를 믿고 지원해 준 학교 측에 대한 감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들은 “박재선 교장선생님, 전장원 체육부장님,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특히 주장 박민찬 군은 “학교 측의 아낌없는 지원과 세심한 배려가 있었기에 우승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우주로 향한 도전, NASA 스페이스 캠프 이수중은 올해 과학 분야에서도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2학년 학생 박건우와 노규민, 김재환, 정태준 군 등 4명은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열린 NASA 스페이스 캠프에 참가, 글로벌 STEM 교육을 체험했다. 국내에서는 이수중이 유일하게 참가했다. 지난 3월 취임한 박 교장이 우연한 기회에 NASA 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재빨리 신청한 덕에 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참가 학생들은 학교에서 진행된 영어 면접과 과학 지식 평가를 통과해 최종 선발됐다. 박 군은 “예전부터 항공우주에 관심이 많아 나로우주센터 등 관련 기관을 방문했는데, 교장 선생님 덕분에 기회를 얻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외교관이 꿈인 노군은 “글로벌 경험을 쌓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다양한 우주 체험활동에 참여했다. 특히 우주 비행 시뮬레이션은 학생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겼다. 박 군은 로켓 내부 엔지니어 역할을 맡아 “로켓 시스템 이상을 수리하는 임무를 수행했다”며 “실제 발사 절차와 비슷해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느꼈다”고 전했다. 노 군은 지상 관제센터에서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팀원들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값졌다”고 했다. 캠프에는 7개국 학생 400여 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일본 학생들과 ‘369 게임’을 하며 친밀감을 쌓았고, 박 군은 미리 준비해 간 마술을 선보여 인기몰이를 했다. 그는 중력 가속도 체험을 할 때 ‘오징어 게임’ OST 중 ‘둥글게 둥글게’가 흘러나오자, 외국 학생들이 따라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노 군은 400명 중에서 개인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박 군이 속한 팀은 최우수 팀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수업 중 다리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완성을 못했지만, 선생님이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 인상 깊었다”며 “협력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교육방식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창의력과 탐구심 키우는 다양한 교내 활동 이 외에 이수중은 과학대회, 발명품 경진대회, 과학토론 페어 등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융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 과학전람회 본선 장려상, 발명품 경진대회 금상, 과학토론 페어 금상 등 풍부한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체험, 목공예·캔들 제작, 신문기자 직업 체험 등 진로 탐색 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된다. ‘한·중 청소년 스포츠 문화교류’ 행사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축구부 학생들은 중국 청소년들과 농구·축구·계주·줄다리기를 즐기며 우정을 쌓고, 역사 문화 탐방을 통해 글로벌 감각을 키웠다. 이 외에 두드림 방과후학습 지원과 학습 튜터제로 학습부진 예방에 힘쓰며, 학교폭력 예방 토론형 수업, 스승의 날 감사 편지쓰기, 학생회 주관 스포츠 리그, 바자회 개최 등 학생 주도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43년 만의 야구부 전국 우승, NASA 캠프 참가, 창의적 프로그램까지, 이수중은 스포츠와 학업, 인성, 글로벌 감각을 함께 키우는 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재선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키며 정직하고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가는 교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국 유아 대상 영어학원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유치원 명칭 부당사용, 사교육 조장 행위, 법령 위반 등을 대규모로 적발했다. 특히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건수 집중으로 특별 대책이 요구된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지난 5~7월 전국 유아 대상 영어학원 728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이들은 260개 학원 384건의 법령 위반사항을 적발해 교습정지 14건, 과태료 부과 70건(총 400만 원), 벌점·시정명령 248건, 행정지도 101건 등 총 433건을 처분했다. 이번 점검에서의 중점 사항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유치원 명칭 부당 사용 및 사전 등급시험(레벨테스트)을 통한 교습생 선발 행위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 명칭 부당 사용으로 과태료 등 조치는 15곳, 레벨테스트 시행 학원으로 행정지도 대상은 23곳으로 조사됐다. 교육 당국은 레벨테스트 대신 상담 또는 추첨으로 선발 방식을 변경하도록 했다. 지역별 상황을 보면 경기에서 가장 많은 위반 사례가 나왔다. 244개 학원 중 적발 학원 수(111)는 물론 건수(183) 모두 유일하게 3자리를 넘겼다. 조치결과 역시 219건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이번 조치 중 가장 강도 높은 처분인 교습정지 비율이 71.4%(10건)에 달한다. 단순히 ‘가장 넓은 지역에 가장 많은 학원 수’라고 하기에는 비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학원 수를 보유한 서울과 비교하면 대부분 항목에서 2배 이상 차이다. 향후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협조해 레벨테스트 시행 변경 지도, 이를 유지하는 곳에 대해 집중 점검을 이어가는 한편, ‘7세 고시’ 등 부작용 근절을 위해 필요한 입법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영유아 교육, 학원 법제 전문가, 수도권 교육청 담당과(팀)장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를 갖고 관련 의원입법(‘학원법’,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안 논의 과정에 참여·소통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교육부는 학원의 위법·부당한 운영에 대한 신고포상금 지급 제도를 적극 활용해 ‘불법사교육신고센터(clean-hakwon.moe.go.kr)’를 통해 접수되는 민원, 제보에 대해 계속 현장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이번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인 지도·감독을 시행하여 법령을 위반하는 사교육 폐해를 방지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건강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9모)’ 관련 온라인 설문에서 수험생 85% 정도가 체감난이도에 대해 ‘어려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EBS(사장 김유열)은 9모 종료 후 EBS 고교강의(EBSi) 홈페이지(www.ebsi.co.kr)를 통해 고3 모의평가 체감난이도 설문조사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4318명(3일 19시 기준) 중 ‘약간 어려웠다’는 48.3%, ‘매우 어려웠다’는 36.4%로 각각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총 5개 항목 중 ‘어려웠다’에 해당하는 2개 선택지의합계는 84.7%다. 주요 3영역 중에서는 국어가 가장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다음 영어, 수학 순으로 나타났다. 집계 결과 국어는 ‘매우 어려웠다’가 40.6%, ‘약간 어려웠다’가 38.4%였다. 영어 에서는 ‘약간 어려웠다’가 39.0%로32.1%의 ‘매우 어려웠다’보다 높았다. 수학의 경우 ‘매우 어려웠다’는 24.7%, ‘약간 어려웠다’는 32.1%로 ‘어렵다’ 응답률이 3영역 중 가장 낮았다. 오히려 ‘보통’이 30.7%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3영역 중 수학이 유일하다. EBSi에서 집계된 고3 예상 등급컷 중 1등급의 경우 국어는 ‘화법과 작문’ 92점, ‘언어와 매체’ 87점으로 드러났다. 수학은 ‘확률과 통계’ 85점, ‘미적분’ 81점, ‘기하’ 84점이다. 이번 대학입시에서 일부 대학들이 자연계열 전형에 과학탐구영역(과탐)과 사회탐구영역(사탐)을 함께 열어두면서, 이에 대한 진로를 희망하는 수험생 중 난이도가 더 쉽다고 여겨지는 사탐 응시율 증가로 이어지는 ‘사탐런’ 현상도 두드러졌다. 미응시 응답률에서 과탐은 56.0%로 20.2%에 그친 사탐을 크게 웃돈 것이다. 사탐에 대한 난이도 조절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번 9모 설문 결과 수험생들은 대체로 어렵다고 응답했다. 미응시율 20.2%를 제외한 상황에서 ‘매우 어려웠다’는 35.5%, ‘약간 어려웠다’는 27.1%로 각각 조사됐다. 과탐의 경우 미응시율 50.0%를 제외한 상황에서 ‘매우 어려웠다’는 22.4%, ‘약간 어려웠다’는 12.3%다.
교육부는 2025년 자기주도 학습센터 공모 결과 14개 시·도교육청에서 총 50개 센터(학교 안 25개, 학교 밖 25개)를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자기주도 학습센터는 오는 12월부터 순차적으로 개소한다. ‘자기주도 학습센터’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교육·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올해 처음 시행됐다. 센터는 개별 열람실, 모둠 학습공간, 휴게실 등 학습공간으로 구성된다. 학습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EBS 연계 학습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EBS 교재, 강의, 인공지능 단추 서비스(진단평가+학습추천)를 활용한 학습 수준 진단, 학습 진도 관리, 맞춤형 콘텐츠 추천 등 개인별 학습 관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학생 연계 화상 지도(튜터링)를 통해 주요 교과목(영어, 수학) 질의응답 및 학습상담도 지원된다. 학교 안에 설치되는 센터는 재학생 또는 인근 학교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밖 센터는 지역에 거주하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자체 기준에 따른 희망자 선발을 통해 각각 운영될 예정이다. 김천홍 책임교육정책관은 “2025년 자기주도 학습센터 공모에 선정된 50개 센터를 통해 중·고생들의 자기주도 학습을 지원하는 우수모델을 만들고, 다른 지역과 학교에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글 코딩은 블록 코딩보다 확장성이 높고, 영어 텍스트 코딩에서와 같은 언어 장벽도 없습니다. 그래서 코딩을 처음 하거나, 블록 코딩에서 텍스트 코딩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유용합니다.” 유도희(사진) 호랑에듀 대표는 한글 코딩교육 서비스 ‘호랑’의 차별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연어에 가까운 한글 언어를 쓰므로,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문해력만 있으면 코드의 구조와 실행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랑은 단순한 코딩 프로그램이 아닌 교육 서비스다. 코딩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도 부담 없이 수업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편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모든 것이 웹 기반이므로 별도로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 강의 화면은 PPT에 코딩 프로그램을 녹여놓은 듯한 구성이다. 화면을 띄워 놓고 슬라이드를 넘기듯 흐름을 따라가면 1차시에 40~45분 정도의 수업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이론 설명과 실습, 형성 평가가 그 안에 다 이뤄지며, 학생들의 답안 제출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학생의 딴짓을 방지하는 ‘집중 모드’는 수업 집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교사가 이를 활성화하면 학생들의 화면이 교사의 화면과 동기화되고, 학생이 임의로 다른 페이지나 앱을 열면 교사에게 바로 이탈 신호가 전달되는 구조다. 커리큘럼은 총 15차시의 기본 문법 콘텐츠 외에도 아두이노나 마이크로비트 같은 피지컬 컴퓨팅 교구 연계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과정이 있다. 교사의 수업 준비 부담을 덜기 위해 커리큘럼별로 수업지도안, 학습지, 활동자료, 학교자율시간 운영 계획 자료를 탑재했으며, 강사를 파견하는 올인원 패키지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도입된 학교자율시간 맞춤형 과정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국어, 역사, 수학, 과학 등 다양한 교과와 연계해 ‘디지털 소양’을 기르는 커리큘럼으로 학교 고민을 덜겠다는 포부다. 아이스크림 판매량 예측하기, 경품 확률 구하기, 관용표현 퀴즈 만들기, 간지력 알아내기 등을 이미 공개했으며, 앞으로도 흥미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호랑에는 학생 혼자서도 코딩 연습을 할 수 있게 돕는 AI 도우미가 들어 있다. 코딩 용어나 문법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잘못된 코드를 수정해 준다. 챗봇 형태여서 학생들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조만간 반복 학습을 위한 문제 은행도 내놓을 계획이다. LMS 대시보드는 간결하게 구성했다. 학생별 출석 현황, 학습 정보, 총학습 시간, 컴퓨팅 사고력 역량 등 꼭 필요한 정보만 일목요연하게 보여줘 시각적 부담이 적다. 학생들의 과제 수행 여부를 확인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과제 관리 기능도 갖췄다. 유 대표는 “별다른 준비 없이도 수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컴맹에 가까운 선생님도 편하게 쓸 수 있는 수업 도구를 만들어, 컴퓨팅 사고력 증진이라는 코딩 교육의 목적을 손쉽게 달성하시도록 돕는 게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31년 일간지 기자 생활 대부분을 교육 담당으로 지내다, 현재는 교육 현장에 몸 담고 있는 양영유 단국대 커뮤티케이션학부 교수가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다룬 ‘대한민국 교육의 불편한 진실-이제는 그 실체를 말한다’(단국대출판부)를 최근 출간했다. 저서에는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교육부 장관, 요동치는 입시와 기승을 부리는 사교육, 첨예한 이념 갈등의 현장과 오만한 교육부, 나태한 대학 등 학생의 마음을 다독이고 공감기사를 쓰겠다고 다짐했던 교육기자 시절 목도했던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또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따뜻한 저널리스트’를 지향했던 초심이 현실에 묻히고, 고등교육에 대한 호기심이 정점에 다다랐을 때 제2의 인생을 시작했던 대학은 중세의 요새처럼 작은 강의실에 갇혀 글로벌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모습도 그렸다. 3인칭 관찰자에서 1인칭 관찰자로 시점을 넘나들며 초·중·고 교육과 대학 교육의 부조화, 사교육계의 은밀한 마케팅, 대학입시의 두 얼굴, 교육 관료의 보신주의, 대학의 고민,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와 의대 정원파동까지 다양한 주제로 48개 이야기를 풀어냈다. 옛날 신문을 뒤적이는 느낌으로 읽다보면, 당시 언론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만나는 재미와 함께 다양한 통계자료, 도표 등으로 객관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취재의 큰 짐을 내려놓으니 현장이 더 잘 보였다”는 저자의 말처럼 예리한 문제 제기는 학생 정책 중심의 정책을 주문하며,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의 재정비 등 7대 원칙을 새 정부에 제안했다. 저자는 고려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앙일보에서 교육부장, 정책사회부장, 사회1부장, 사회부국장, 중앙SUNDAY 편집국장 대리, 행정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처음 ‘학생맞춤통합지원’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땐, 왠지 익숙한 듯 멀게만 느껴졌다. 나와 같은 저연차 교사라면 막막함이 먼저 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연차 교사로서 복잡한 어려움을 지닌 학생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막막했던 순간, 가장 큰 도움이 되어준 것은 다름 아닌 ‘학생맞춤통합지원’이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선생님들께, 같은 상황을 겪었던 동료 교사로서, 실제 겪은 사례와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그리고 성장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한 아이를 위해 온 마을이 돕는 학생맞춤통합지원 A를 처음 본 날은 1학년 입학식 날이었다. 분홍 머리띠를 하고 발랄하게 질문을 많이 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학기가 진행되면서 활발했던 처음의 모습과 달리 지각이 잦아졌고, 수업시간 대부분을 엎드려 있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 관찰되었고, 교복을 갖춰 입지 못하는 날들이 자주 이어졌으며, 복장 상태나 개인 위생 관리가 되지 않았다. 더욱 우려스러웠던 점은 인터넷으로 알게 된 성인과 깊은 유대감을 가진 점이었다. 의지할 곳이 마땅히 없던 A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성인과 실제 만남까지 이어지고 이로 인한 보호자와의 갈등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즉시 학년부장·교무부장·교감께 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A의 학교생활과 우려되는 상황을 알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통합사례회의(위기관리위원회+교육복지심의위원회 통합 운영)’가 개최되었다. 교감·전문상담교사·보건교사·지역사회전문가·인성교육부장·담임교사·학년부장·진로상담부장 등 다양한 인력이 함께 참여하여 A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 논의하였다. A는 초등학교 때 드림스타트 지원을 받았으나,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지원이 중단됐고, 보호자(부)로부터 기초적인 돌봄이 충분히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보호자(부)와의 소통에 거부감 및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초학력 진단 결과 국어·영어·수학 모든 교과에서 미달이 되어 학업 지원도 필요하였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미술에 대한 흥미가 있으며,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는 점이었다. 이후 ‘통합사례회의(위기관리위원회+교육복지심의위원회 통합 운영)’를 통해 담임교사로서 A와의 개인상담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훨씬 전문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특히 담임교사로서 관찰했던 것뿐만 아니라, 각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A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교감선생님은 다양한 지원방법을 함께 모색해 주셨고,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A의 가정상황을 주민센터 및 졸업한 초등학교와 연계해 큰 도움을 줬다. 전문상담교사 역시 학생의 심리적·정서적 상황을 전문적으로 공유해 주는 등 A를 위한 통합 진단 및 지원방안 도출에 힘을 모았다. 회의 결과 다음과 같이 A를 위한 지원방안이 수립되었다. 우선 기초학력 신장을 위해 교과교사들이 운영하는 기초학력 책임지도반에서 A가 수강하도록 했다. 심리·정서지원을 위해 학교 내 Wee클래스에서 전문상담교사와 지속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것과 더불어 키다리샘과 서울희망교실을 운영하기로 하였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가정방문을 통해 A가 처한 상황을 보다 자세히 파악하고, 주민센터와 연계해지속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도록 신경 써주었다. 뿐만아니라 A가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을 지원하고, 교육 후견인 제도를 통해 대학생 멘토 언니와 연결되어 주말에 같이 쇼핑도 하고, 대화도 나누며,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자 하였다. 만약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없었다면 만약 통합사례회의를 통한 진단과 맞춤 지원이 없었다면 혼자서는 위와 같이 전문적인 개입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A에게 제공해 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2년 차 교사였기에 A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정말 컸지만, 실질적인 방법을 전문적으로 알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내 다양한 전문가 선생님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혼자였다면 막막했을 상황들을 A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풀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첫 번째 어려움은 가정과의 소통이었다. A는 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보호자인 아버지와 연락해야 했다. 그런데 보호자의 나이가 많고, 소통 방식 또한 일방적인 경우가 많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전화를 끊거나, 상처가 되는 말씀을 하기도 하셨다. 교육 전문가로서 신뢰와 존중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속상한 적도 많았다. 그럴 때면 동료교사들이 격려하고 힘을 불어넣어 주었고, 그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 특히 학부모와 소통 경험이 많은 지역사회교육전문가께서 A의 보호자와 주로 연락을 맡아주셨고, 나 역시 전화 대신 문자를 활용하는 등 함께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문제는 A의 변화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사실 A에게 마음을 많이 쓰고, 다양한 지원을 모색하며,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듯하다가도 다시금 지각과 무기력한 행동을 반복했다. 그런 A를 보며 마음이 아프고, 또 가끔은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야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학생맞춤통합지원’이 필요한 학생 대부분은 가정과 학교에서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당장 눈에 보이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우리의 마음도 조금은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를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서 얻게 된 것들이 더욱 많다. 첫 번째는 학교 안에서의 유대감과 결속력이다. 한 학생을 돕기 위해 많은 교사와 협력하고, 공동의 목표 의식을 가지고 여러 차례 회의를 하며 같은 고민을 하고, 가끔은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며 묵묵히,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고 함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료의식이 생겨났고, 유대감이 깊어졌다. 또 각자가 가진 전문성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의견을 나누고,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학생맞춤통합지원’이 가진 큰 강점이라고 느꼈다. 두 번째는 ‘성장’이다. A의 변화가 즉각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A는 분명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담임교사로서 A와 지속적인 상담을 했지만,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키다리샘과 희망교실 활동의 일환으로 A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기도 했고, 미술을 좋아하는 A를 위해 미술 원데이클래스에도 함께 참여했다. 같이 밥을 먹으며, 미래의 꿈을 위해 가고 싶은 고등학교 얘기도 했다. 어떤 때는 A가 파스텔로 그림을 그려 나에게 선물해 준 적도 있다. A와 여러 활동을 하며 그 당시엔 어떤 마음이었는지 사실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학기 말에 A가 편지 한 통을 건넸다. ‘선생님 1년 동안 이야기 들어주시고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항상 해결책을 제시해 주셔서 존경스럽고 죄송한 마음도 들어요, 저랑 쌤이랑 데이트했을 때 진짜 좋았어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편지 한 통으로 1년 동안 A에게 기울였던 모든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A는 분명 변화하고 있고,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A는 지금도 Wee클래스에서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고 있으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술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의 힘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분명 많은 선생님의 시간과 노력, 협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선생님들께서 기울이는 모든 노력이 학생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따뜻한 온기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온기가 학생의 삶에 커다란 등불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학생의 삶에 조그마한 행운이 되어준다면, 학생은 배려하고 배려받는 경험을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모두의 진심이 모여 한 학생의 마음과 생활 속에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사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그동안 우리가 학교에서 해왔던 노력을 시스템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낯설고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 대신 나와 학생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인식과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위한 문화가 확산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생님, 번역기에 AI까지, 기술이 발전했는데 우리는 왜 영어를 배워야 해요?” 영어를 수업하는 교실에서는 요즘 많이 들을 수 있는 질문입니다. 기술이 모든 것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시대에, 언어를 배우는 일의 본질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영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서, 세상을 이해하고 나를 표현하는 창이라는 것을 수업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깨달았으면 했습니다. 시험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 사회에 살아가기 위해서 나의 삶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라는 것을, 그리고 영어학습이 그 역량을 신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학생들이 깨닫기를 원했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의 중심이 되어, 협력하고 탐구하며,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소통능력, 문화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기술과 사람 사이, 언어와 세계 사이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AI 디지털교과서와 IB MYP(국제 바칼로레아 중등 프로그램)를 기반으로 영어수업을 새롭게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학생 중심의 탐구학습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신장시키고, 단순한 언어 습득을 넘어 세계시민으로서의 기초를 다지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AI가 번역을 대신해 줄 수 있어도, 스스로 사고하고 소통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영역입니다. 영어교육은 바로 그 영역을 키워나가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시작된 수업혁신 ● IB를 묻고, 함께 답하다 올해 우리 학교는 IB 탐색학교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변화에 발맞춰, 수업뿐만 아니라 평가에서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선생님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IB 프로그램을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매월 교수학습공동체 회원들이 모여 IB MYP 교육과정에 대해 함께 탐구하며, 개념 기반 탐구학습이란 무엇인지, IB에서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무엇인지, 또 수업계획에 따라 교과 간 융합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교과를 넘어 서로 협력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IB의 교육철학을 함께 읽고 나눈 후, 많은 선생님이 ‘IB 프로그램은 전 세계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공감할 줄 알며,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평생 학습자가 될 것을 장려합니다’라는 부분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배움을 이어가는 것. 우리는 이런 평생 학습자의 길을 향해 학생들이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PART VIEW] ● 수업의 무게 중심을 학생에게로 … AIDT로 구현한 참여 중심 수업설계 수업은 더 이상 교사가 중심이 되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모든 교사가 동의합니다. 학생 참여형 수업을 설계하기 위해 AIDT를 적극 활용하였습니다. AIDT 기반의 수업설계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수준에 맞춘 개별 맞춤형 학습환경을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AIDT 플랫폼의 학습진단도구(형성평가)와 대시보드 기능은 학생들의 이해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진도에서 앞서 나간 학생에게는 확장 활동을 제시하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는 보충 자료와 개별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수업의 밀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학생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함께 배우는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멘토-멘티 활동을 도입하여, 빠르게 이해한 학생이 느린 학습자를 자연스럽게 도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멘토가 된 학생은 설명을 통해 자신의 이해를 더욱 공고히 하고, 멘티는 또래의 언어로 개념을 다시 들으며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조력자로서 각 팀의 활동을 관찰하며 필요할 때 적절한 개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술과 협력의 결합은 교실 분위기를 바꾸었습니다. 학생들은 더 이상 ‘가르침을 받는 존재’가 아닌, 배움의 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완성해 가는 주체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의 무게 중심이 교사에서 학생으로 옮겨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업 활용 Tip 빠른 학습자에게는 AIDT 기능을 활용한 AI 맞춤 과제 부여를 통해 느린 학습자들이 충분히 단원의 필수 개념을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고 빠른 학습자는 학습한 개념을 바탕으로 심화학습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는 빠른 학습자를 또래 코칭의 멘토로 활용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또래 코칭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하면서 메타인지를 자극하고, 이에 대한 수업 상점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멘토-멘티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 개념으로 묻고, 삶으로 답하다 … 영어수업, 교과서를 넘어 삶과 연결되다 AIDT는 수업의 여러 순간에서 교사를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수업의 전체적인 설계와 교육과정 재구성의 주체는 여전히 교사입니다. 학생의 삶과 연결된 수업, 그리고 학생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성장시키는 수업을 고민하며, 저는 IB MYP에서 제시하는 ‘개념’을 수업의 중심에 두고자 했습니다. IB MYP의 개념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사고의 틀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수업에 ‘의사소통(Communication)’과 ‘구조(Structure)’라는 개념을 적용하면서, 학생들은 글의 형식이 어떻게 독자와의 소통방식에 영향을 주는지, 글의 구조가 메시지 전달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단지 영어 지문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즉 언어를 통한 소통의 본질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글의 구조를 분석하고 의도된 메시지를 파악하는 활동은 자연스럽게 국어수업의 읽기·쓰기 활동과도 연결되었습니다. 영어수업에서의 개념 탐구가 다른 교과로의 전이와 융합을 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IB 개념 중심 수업은 학습내용을 영어에 국한하지 않고, 학생들이 다양한 교과 속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삶의 맥락에서 지식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깊이 있는 배움을 경험하는 순간은, 교과서를 넘어 삶과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순간임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학생이 움직이고, 교실이 반응하다 – 수업 속 이야기 1학기에 진행했던 수업 중에 가장 호흡이 길었던 11차시에 걸쳐 진행된 프로젝트 일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IB MYP 프로그램의 개념을 반영했던 쓰기 수업(Writing) 위주로 소개하겠습니다. ● 우리가 만드는 작은 변화 _ 나도 우리 학교의 그레타 툰베리 6월, 환경의 날을 맞아 수업의 문을 연 건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사진을 본 학생들은 “이 학생은 왜 혼자 저러고 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라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질문은 시작되었고, 그 질문은 곧 수업의 방향이 되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우리 학교의 그레타 툰베리라면, 어떤 문제를 알리고 싶은가요?” 그날 수업의 주제는 ‘우리 학교의 환경문제를 발견하고, 그린챌린지에 함께 동참할 것을 설득하는 글쓰기’였습니다. 단순히 환경 관련 전달식 수업이 아닌 학생 각자가 학교 안의 작은 운동가·실천가로서 역할을 맡아보고 주인공이 되어 글을 쓰는 활동이었습니다. 학생들은 함께 ‘내가 시작하는 작은 변화, 그린 챌린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 활동은 학생들의 몰입을 자연스럽게 끌어냈고, 수업 속 탐구와 실천이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어떤 글이 더 설득력 있을까? _ 글의 구조를 비교하며 설득의 힘을 탐구하다 그린챌린지 주제에 대한 관심과 몰입이 형성된 후, 학생들은 본격적인 글쓰기 전에 두 개의 예시 글을 함께 읽고 비교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하나는 주장과 근거가 명확하게 구조화된 글, 다른 하나는 그린챌린지를 설명하는 설명문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영어로 된 두 글을 비교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중심으로 탐구했습니다. •어떤 글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가? •왜 그렇게 느꼈는가? •두 글의 구조는 어떻게 다른가?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글의 구조(Structure)’가 독자와의 의사소통(Communication)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학생은 “글을 쓸 때 어떻게 써야 더 잘 읽힐 수 있는지 처음으로 생각해 봤어요”라고 말하며, 글쓰기의 목적과 방식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학생들이 국어수업시간에 배운 설득 글쓰기 구조를 떠올리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국어시간에 배운 논설문인 것 같은데? 주장-근거 순서로 나와 있잖아.” 이러한 반응은 학생들이 교과 간 개념을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언어를 넘나드는 전이적 학습경험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활동은 단지 좋은 글을 고르는 것을 넘어, 의견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타인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글쓰기의 본질을 탐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이제 글쓰기를 ‘나의 생각을 구조화해 전달하는 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 지금,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글을 쓴다면 _ Writing GRASPS로 실천과 연결되는 글쓰기 앞선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실천의지를 키우고, 설득력 있는 글의 구조를 분석하며 글쓰기의 원리를 탐구했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실제 독자와 목적을 설정하고, 학교 안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담은 글을 GRASPS 수행과제 형식으로 직접 작성해 보는 단계로 나아갔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조직하고, 구체적인 독자를 설정하며, 실제 사회적 상황과 연결되는 글쓰기를 경험했습니다. 단순히 쓰기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언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또한 어렵게만 생각했던 영어 글쓰기 구조를 기반으로 진행하면서 한층 더 쉽게 접근하였습니다. ● 번역기는 잠시 멈춤 _ 내 힘으로 쓰고, AI와 함께 다듬기 학생들이 GRASPS 과제에 따라 자신의 주장과 실천방안을 구상한 뒤, 본격적으로 글쓰기 초안 작성에 들어갔습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하나였습니다. ‘번역기에 맡기지 말고, 나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표현해 보자.’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기의 도움 없이 영어사전과 AIDT의 AI Writing 교정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문장을 스스로 한 줄 한 줄 구성하며 영어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서툴더라도 문장을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을 통해, 글쓰기의 본질은 정확함보다 진정성에 있다는 것, 그리고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능력은 연습을 통해 길러진다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AI Writing 기능을 활용해 맞춤법과 문법을 점검하고,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AI가 제시한 수정 제안 내용을 스스로 판단하면서, 단순한 ‘자동 수정’이 아닌 비판적 사고와 자기 주도적 글쓰기 역량을 함께 길렀습니다. 이 활동은 AI가 전부 대신해 주는 시대 속에서도, 언어는 곧 나의 생각이고, 글은 곧 나의 목소리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습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생각의 중심에는 언제나 ‘나’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수업 활용 Tip AIDT의 교육과정 재구성 기능을 활용하면, 교사는 자신의 의도에 맞게 교과서에 제시된 활동 내용을 수정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Writing 활동의 경우에도 종이를 활용해 진행할 수도 있지만, 학습지를 그대로 AIDT에 탑재해 디지털 방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배움의 가능성은 교실 안에서 자란다 … 학생의 성찰에서 찾은 변화의 힘 수업을 마친 후, 학생들과 함께 나눈 성찰시간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배움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처음엔 영어 글쓰기에 자신 없어 하던 모습을 돌아보며, “처음엔 막막했는데, 하나씩 내가 쓴 문장이 쌓일 때마다 뿌듯했어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기계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말을 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라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교사인 저 역시 이번 수업을 통해 ‘학생의 잠재력은 교사가 수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배움의 주체로 학생을 진심으로 믿고 수업의 중심에 세울 때,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갑니다. 기술은 진화하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학생의 가능성을 믿고 수업을 설계하는 교사의 마음만큼은 교육의 본질로 남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수업을 통해 저 역시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면서, 함께 배우는 사람임을 다시금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수업 활용 Tip 성찰일지 작성 시에는 주로 패들렛을 활용하는데, 이때 '고급 설정'의 ‘게시물 필드’ 기능을 이용하면 교사가 학생들에게 제시할 질문을 미리 입력하고, 모든 항목을 필수로 지정하여 학생들이 빠짐없이 답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게시물 형식을 통일할 수 있으며, 학생들이 모든 성찰 질문에 충실히 답하도록 유도하여 보다 깊이 있는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