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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3월 새 학기, 교사들에겐 가장 부담스러운 시기다. 입학식을 필두로 이어지는 각종 행사와 쏟아지는 행정업무, 아이들과의 관계 맺기부터 크고 작은 다툼에 학부모들과의 상담까지 어느 것 하나 녹녹한 게 없다. 한 손엔 교과서를 한 손엔 휴대폰을 움켜쥐고 발걸음을 재촉했던 일상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경험이다. 그래서일까? 교사들은 개학이 다가올수록 밤잠을 설치는 등 불안한 심리상태를 겪는다. 경력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어 보인다. 심지어 개학 첫날부터 모든 일이 엉망으로 꼬여버리는 악몽에 시달린다는 교사들도 있다. 이번 호는 새 학기, 교사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적 과제를 살펴보고 그 원인과 대책을 모색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풍부한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전현직 교사들의 축적된 경험치에서 비롯된 노하우를 통해 교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를 실증적으로 들여다보고 정확한 진단과 정책적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대강의 주제는 학생들과 관계맺기, 학교폭력 대응, 교육과정 구성과 평가, 학부모 상담하기, 그리고 교권침해 대응으로 잡았다. 3월, 교사와 학생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1년 학급 분위기가 좌우된다. 올해부터 학교폭력업무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됨에 따라 교사들의 업무도 달라진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 뜻하지 않은 실수를 낳을 수도 있다. 학부모와의 첫 대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경력이 적은 교사들에게는 가장 힘든 관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자칫 갈등이 불거지고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것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교육당국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해 본다. 봄방학이라고 부르던 2월이 교사에게 가장 바쁘고 중요한 달로 바뀌었다. 3월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2월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새 학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지내느냐가 1년 교육을 좌우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이런 흐름에 따라 대부분 시·도교육청에서는 2월 중 1주를 ‘새 학년 준비기’로 편성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새 학년 준비기인 2월, 교사는 새로 담당하게 된 학년과 업무를 배정받고, 학생 맞이 준비를 위해 교실 환경구성, 학급 세우기 활동, 새 학년도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새 학년을 준비하는데 1주일의 시간은 길지 않다 보니 늘 부족함을 느낀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우리가 2월에 꼭 해야 할 일은 1년 동안 교육과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동학년 선생님과의 논의이다. 과거 학년 부장 업무로서 교육과정을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동학년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교육과정 논의가 이루어져야 효과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새 학년을 준비하면서 학년 선생님과 함께 교육과정 협의할 때 고민했으면 하는 사항을 몇 가지 나누고자 한다. 교육과정 재구성의 목적을 잊지 말자 10년 전부터 학교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용어가 강조되고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 초기에는 주제 중심이 대세였다. 학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과 비전을 바탕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이 주제에 어울리는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매칭하고, 수업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30차시 이상이 기본이었다. 초창기, 역량 있는 교사들의 교육과정 재구성 모범사례가 주변에 알려지면서 교육과정 운영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런 이유로 교육과정 재구성이 유행처럼 학교에 퍼지게 되었다. 선도학교에서 교육과정 운영 우수사례가 학교현장에 일반화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실제 운영했던 선생님의 역량과 학교 환경은 함께 가져오지 못하고 프로그램 내용만 가져와서 운영하는 바람에 본래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고 교육과정이 무늬만 재구성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연구부장이 “학년별로 한 학기에 1개 주제를 선정하여 30차시 분량의 교육과정 재구성 계획을 마련, 학기 초에 1개 이상 꼭 운영해야 한다”는 지침을 만든 경우도 있었다. 학년 및 교사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하라’는 식으로 다른 학교의 프로그램을 복사해 적용하다 보니 실제로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교가 많았다. 교육과정 재구성 형식화의 끝판왕이다. 연수에서 만난 선생님들이 왜 교육과정 재구성을 해야 하는지, 우리가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회의감 섞인 질문을 많이 받은 것이 그 반증이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왜 하는가의 본질적인 고민 없이 교육의 유행처럼 운영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단순히 몇 차시 이상, 교과 간 통합 등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함께 가르쳤을 때 학생들의 배움에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교육과정 재구성의 본질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학생들이 잘 배울 수 있도록 학생들의 환경과 교사의 전문역량에 맞게 수업을 설계하는 것’이다. 즉, 교과서대로 가르치는 것보다 우리 학생들이 처한 환경(지역적·학력 수준)과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 역량을 고려하여 수업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학생들의 배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현장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장시간의 프로젝트로만 국한하지 않고, 차시 통합·차시 축소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분위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과정 재구성의 형식에서 벗어나 본질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교육과정 운영은 평가계획서에서 시작된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평가계획서를 작성한다. 최근 훈령 및 나이스 개정으로 학년 단위에서 학급 단위로 평가계획서를 운영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교육과정 운영에서 평가계획서는 어떤 의미일까? 평가계획서가 확정되는 절차를 살펴보면 엄청나게 중요한 문서임이 확실하다. 학교에서 평가계획서의 확정 절차는 동학년(교과)에서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분석하여 평가계획서를 작성한 후,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 결재를 받아 정보공시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또한 교육청에 따라서는 평가계획서를 모든 학생에게 배부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 평가계획서가 행정적인 절차에 따른 형식적 문서로만 존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평가계획서는 교육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교사에게 평가계획서는 한 학기 동안 전체 교육과정 운영의 설계도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평가하는 방법·시기·내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배우는 목표·순서를 명료화하는 교육활동 설계도인 것이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한 학기 동안의 학습 안내서 역할을 한다. 학기 초에 가정으로 배송되는 ‘배워야 할 학습의 목표·방법·순서 안내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런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평가계획서가 많다. 평가계획서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다음 사항을 살펴야 한다. 첫째, 가르치고 있는 내용을 반영하고 있는가? 교사가 학생에게 가르치고 있는 내용이 누락되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과거에 교과 영역별로 한 개씩만 한다는 관행과 수행평가에 적합한 성취기준만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가르치는 순서대로 제시되고 있는가? 평가계획서는 단순히 평가의 안내만이 아니라 학습 안내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교과서 영역의 순서가 아니라 실제 학습하는 순서대로 안내되어야 한다. 셋째, 학년군 단위로 평가계획을 수립하고 있는가?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교육과정 성취기준이 학년군으로 제시되고 있다. 국정 교과는 교육과정 성취기준이 명료하게 제시되어 누락되는 경우가 없다. 하지만 검인정 교과인 경우에는 학년군이 서로 협의하여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협의하지 않으면 중복 및 누락되는 경우가 생긴다. 중복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으나 누락되는 것은 문제가 된다. 따라서 학년군 단위의 학생평가계획서를 수립해야 한다. 넷째, 평가계획 외에 평가기준안과 평가지는 학기 중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평가계획서를 제출할 때 평가기준안과 평가지를 함께 제출해 결재를 받아 운영했다. 아직 교육과정 운영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데 평가문항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만든 문항도 실제 교육과정을 운영했을 때 활용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과정과 친해지자 필자가 교육과정을 제대로 마주한 것은 교대 4학년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였다. 제6차 교육과정을 다룬 3권의 해설서를 외워야 했다. 교직에 들어와서 교육과정을 다시 살펴본 것은 서·논술형 평가문항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평가문항을 개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분석하여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추출한 후 내용별로 문항을 개발하는 것이다. 평가문항의 고민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어떤 내용을 배워야 할까?’로 이동하였고, 수업형태도 바뀌게 되었다. 되새겨 보니 요즘 말하고 있는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었다. 평가에서 시작되었지만 수업의 변화와 교육과정 재구성으로 확장된 것이다.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교사의 교육과정 기획력을 강조하고 있다. 교사가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운영하여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목표에 도달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교사는 교육과정 문해력을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 교육과정과 친숙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교사는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라볼까? 교실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들의 운영 방식은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교과서 중심형이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이다. 둘째, 교육과정 기반형이다.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교과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수자료를 찾고, 개발하여 수업을 운영하는 교사이다. 셋째, 교육과정 확장형이다. 교육과정을 교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내용을 수정 및 확장하는 교사이다. 넷째, 교육과정 무용론이다. 교육과정 자체가 학생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어 교육내용으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교육과정 내용을 새롭게 만들어 운영하는 교사이다.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 형태가 교과서 중심형에서 탈피하여 교육과정 기반형과 확장형의 관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교사의 역할이 교육과정 운영 주체로 변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다만 일부에서 제기하는 교육과정 무용론은 경계해야 한다. 필자가 속한 연구회에서는 평가를 중심으로 연구하다 보니 교사가 성취기준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교사 옆에 교육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현실은 교과서만 있고, 교육과정은 많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교수평 카드’를 개발하여 교사의 교육과정 문해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학생 평가 신뢰성 확보 방안을 고민해보자. 학교에서 교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피드백을 통해 성장시키고 있다. 과정중심평가가 강조되면서 교사는 학생 성장에 도움이 되는 평가를 위해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평가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고 한다. 교사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신뢰성을 확보할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생 평가 신뢰성 확보를 위한 몇 가지 실천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평가전에 명료한 수행과제와 평가기준을 안내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평가를 위해 평가기준안(성취기준·수행과제·채점기준·평가기준)을 사전에 제시하여 학생들이 평가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채점기준은 학생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며, 교사에게는 학생들의 평가결과를 기록하는 동시에 피드백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정교화된 채점기준은 교사에게는 수업연구를 활성화시켜 주고, 학생에게는 학습과 평가의 안내서 역할을 한다. 둘째, 객관성보다는 타당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학생 평가결과에 대한 민원 때문에 평가의 타당도보다 객관성·공정성을 우선하는 평가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농구 평가는 드리블·패스·자세·참여도를 평가해야 하는데 타당성보다는 객관성에 비중을 두다 보니 자유투 몇 개 중에 몇 개, 레이업 슛 몇 개 중에 몇 개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평가의 교육적 기능을 확보할 수 없다. 앞으로는 객관성보다는 타당성에 무게를 둔 정확한 채점기준을 학생에게 설명하고, 평가과정에서 발견된 필요한 요소들을 통해 적절히 피드백함으로써 학생 평가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더 유의미한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모둠활동 시 ‘무임승차 효과’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협력이 핵심역량으로 떠오르면서 모둠평가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모둠평가는 학생 상호 간의 협력을 통해 상생 가치를 내면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교사의 의도와 다르게 모둠 구성원에 따라서는 활동에 참여하지 않거나 다른 모둠원에게 미루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잘하는 친구 한 명이 수행과제를 완성하고 평가받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평가가 가진 본연의 목적인 성취 정도를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평가과정에서 불공정함을 가르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행과제에 모둠과제와 개인과제를 융합하여 제시하면 ‘무임승차 효과’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사보고서 형태의 평가를 할 때 조사보고서 제작까지는 모둠원이 함께하고, 발표문 쓰기를 통해 개인 평가를 하게 되면 실제 모둠활동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발표문을 쓰기 어렵게 되므로 모든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넷째, 일회성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번의 평가로 학생 성취정도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당일 학생의 컨디션이 평가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실기평가인 경우는 더하다. 따라서 일회성 평가에서 벗어나 평가횟수를 늘려 줘야 한다. 최근 들어 현장에 포트폴리오 평가가 확산되는 것도 학생의 성취정도를 보다 면밀하게 살피고, 피드백하기 위해서이다. 1차 평가에서 부족한 부분을 피드백해야만 2차와 3차에서 보다 나은 성취를 얻을 수 있다. 평가가 학습동기를 부여할 수 있고, 또 평가가 운에 따라 결정된다는 부정적 인식도 줄일 수 있다. 이는 재학습과 재평가의 선순환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사는 교육과정 운영 전문가이다. 학기 초 작성하는 형식화된 교육과정 재구성에서 벗어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내실화해야 한다. 관행적으로 만들어져 온 평가계획서를 교사·학생·학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문서로 변화시켜야 한다. 교사가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서는 교육과정 문해력을 갖춰야 하며, 교육과정과 친해져야 한다. 평가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신뢰받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3월 새 학기, 교사들에겐 가장 부담스러운 시기다. 입학식을 필두로 이어지는 각종 행사와 쏟아지는 행정업무, 아이들과의 관계 맺기부터 크고 작은 다툼에 학부모들과의 상담까지 어느 것 하나 녹녹한 게 없다. 한 손엔 교과서를 한 손엔 휴대폰을 움켜쥐고 발걸음을 재촉했던 일상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경험이다. 그래서일까? 교사들은 개학이 다가올수록 밤잠을 설치는 등 불안한 심리상태를 겪는다. 경력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어 보인다. 심지어 개학 첫날부터 모든 일이 엉망으로 꼬여버리는 악몽에 시달린다는 교사들도 있다. 이번 호는 새 학기, 교사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적 과제를 살펴보고 그 원인과 대책을 모색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풍부한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전현직 교사들의 축적된 경험치에서 비롯된 노하우를 통해 교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를 실증적으로 들여다보고 정확한 진단과 정책적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대강의 주제는 학생들과 관계맺기, 학교폭력 대응, 교육과정 구성과 평가, 학부모 상담하기, 그리고 교권침해 대응으로 잡았다. 3월, 교사와 학생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1년 학급 분위기가 좌우된다. 올해부터 학교폭력업무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됨에 따라 교사들의 업무도 달라진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 뜻하지 않은 실수를 낳을 수도 있다. 학부모와의 첫 대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경력이 적은 교사들에게는 가장 힘든 관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자칫 갈등이 불거지고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것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교육당국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해 본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 도입과 강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일진의 집단 구타나 지속적인 신체학대, 조직적인 금품갈취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민원소송의 폭발적인 증가와 피해 회복의 저해, 더 교묘하고 새로운 양상으로의 변질 등 갖가지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별일 없겠지’ 하고 방심하면 한 번씩 터져서 큰 어려움을 주는 것이 학교폭력 사안이다. 경쟁적 사회 분위기가 지속되고, 한편에서는 가정이 붕괴하였으며, 곳곳에 스트레스가 만연해 있는 현실이니 학교폭력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정도가 약하도록 예방해야 하고, 발생했다면 초기 대처부터 잘해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정 법률을 이해하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논하고자 한다. 학폭위 지원청 이관 및 자체 종결제 시행 2020년 3월부터 단위학교 자치위원회를 지원청의 심의위원회로 이관하여 조치를 결정한다. 이전에는 수업과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에게 고도의 법적·행정적 절차를 맡기니 양쪽 다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단위학교 자치위원회의 절차상 하자나 결정에 대한 민원과 소송이 극심하여, 보다 전문적인 관리가 가능한 지원청으로 조치 결정권을 넘긴 것이다. 단위학교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심각한 사안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수월해 졌으며 학폭 사안 처리의 전문성과 일관성 등에 장점이 있다. 하지만 초기 대처와 조사를 해야 하는 학교의 부담은 여전하다. 그야말로 지원청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한 지원청 관내의 자치위원회 심의 건수가 연간 수백 건이었던 곳이 부지기수라서 큰 혼란이 예상된다. 경미한 폭력, 단위학교 자체해결로 지원청의 부담 줄여야 힘의 우위에 따라 강자가 약자를 집단적이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심각한 폭력이 학폭법 강화의 주된 대상이었다. 그런데 학교폭력 사안의 상당수는 대등한 관계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하거나, 쌍방 가해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따라서 갈등 예방 및 해결방법을 교육하고, 경미한 사안은 회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골절 등 심각한 상해나 보복이 아니면서, 우발적 사안에 신속한 보상이 이루어졌다면 자체해결을 권한다. 기존에는 자체해결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었고, 자체해결 이후에도 자치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면 반드시 개최해야 했다. 이제는 피해보상 약속이 어겨지거나, 새로운 폭력 사실이 밝혀지는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체종결 이후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어 학폭위 개최를 요구할 수 없게 되었다. 제1~3호 조치사항을 이행한 가해학생 생활기록부 입력 유보 1호(서면 사과), 2호(접촉·협박·보복 금지), 3호(교내봉사)의 경미한 조치를 이행한 가해학생에 대해서는 1회에 한하여 생활기록부 입력을 유보한다. 다만 동일 학교급에서(초등은 3년 이내) 다시 다른 학교폭력으로 가해학생 조치를 받은 경우, 이전에 입력이 유보된 조치사항을 포함하여 모두 입력한다(출처 : 2020년 교육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 생기부 기재는 자사고·특목고·학생부종합전형 등 일부 입시전형이나 졸업 직후 취업 시 생기부를 요구하는 특수한 경우 이외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입학 후에는 이전 학교의 생기부조차 상급 학교에서는 볼 수가 없고, 2년 후에는 모두 삭제한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마치 전과기록이 생기는 것처럼 두려워 해 반성과 화해보다는 수많은 민원을 야기해 왔다. 이번 개정으로 인해 1~3호 처분 수준의 비교적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런 부작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활동 침해 예방 교육과 학교폭력예방 교육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교사를 보호하는 체계가 확립되어야 교사가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다. 학교폭력과 교권침해는 관련된 법령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교육하여 예방할 것을 권한다. 폭행·상해·협박·명예훼손·모욕·손괴·성폭력·불법정보유통 등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학생을 향하면 학교폭력이 된다. 또한 성인이 되어서도 부당한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법교육을 사전에 실시해야 한다. 개정 교원지위법에 따른 교육활동 침해 예방 교육자료(교육부 2020)에서는 기존의 학교폭력예방 교육자료보다 훨씬 상세하게 폭력 관련 법령을 안내하고 있다. 물론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줌으로써 폭력을 예방하는 것은 도덕성 발달에 따른 최선의 방안이 아니다. 따라서 어울림 프로그램(http://doran.edunet.net) 등을 활용하여 ‘공감·의사소통·갈등해결·감정조절·자기존중감·폭력인식 및 대처’ 역량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개의 학교에서는 충분히 교육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많은 폭력사안은 그것이 폭력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개념 부족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필수 개념이라도 정확히 안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사자 뒤에서 험담을 하거나(명예훼손·모욕), 전송받거나 들은 정보를 공유만 했다든지(불법정보유통), 때리려는 시늉만 한 것(폭행)도 불법행위로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학생들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워,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촉법 연령인하, 중 1부터 형사처벌 추진 2019년 9월,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이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노래방에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구타하는 동영상이 유포되었다.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루 만에 20만 명이 서명하고 교육부 장관이 직접 답변(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2785) 하면서 각종 법개정에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12월에는 가족에 대한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동급생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만14세 미만의 형사사건 미성년자는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교내 징계는 출석정지 10일이며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의 경우에만 강제전학이 최대의 조치였다. 소년법에 따라 재판을 받으면 전과기록이 남지 않으며 비밀이 보장된다. 대개는 보호관찰대상이 되거나 보호시설에 위탁되는 정도였다. 영악한 아이들은 이를 알고 악용하여 오히려 강력범죄를 방조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교사들은 그 이상의 조치를 할 수 없어 교육을 포기하게 되고, 교육활동 침해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또한 묵인되는 사태가 심각해지곤 했다. 따라서 심각한 범죄에 대해서는 중1부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소년원 송치는 마치 대안학교처럼 기숙형 위탁교육기관 형태로 운영되는데, 최대 2년이며, 중학생이 송치되는 일은 흔치 않다. 대안학교 위탁과 마찬가지로, 기존 소속 학교에 학적이 남아 졸업할 수 있다. 하지만 소년원에 송치되면 오히려 범죄를 학습하여 나온다는 우려가 컸다. 그래서 경찰에서는 최대한 학교에서 감당하기를 원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소년범 감호 인프라 대폭 확충하고 지원해야 그런 학생들을 학교에서 최대한 지도할 방법을 연구해야 하지만, 범죄 수준의 심각한 행위를 학교에서 계속 보호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교사의 부담은 둘째 치더라도, 다른 학생들의 피해가 너무 컸다. 교사의 지도가 매우 어려운 학생이라면, 보다 전문적인 기관을 통해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프라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소년원에서 질병 관리가 어려워 암이 악화되거나 실명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6호 소년보호시설 지도사가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강제추행하여 충격을 주었다. 우리나라는 보호관찰관 1인당 114명을 담당하는데, 이는 해외 주요 국가의 4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장관은 국민청원 답변에서 적극적으로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소년원의 수용률도 130% 정도로 높고 교육환경이 열악하다. 그러니 ‘교화와 보호’라는 원래의 목적에 충실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통학형·기숙형 보호 교육기관이 더욱 확충돼야 할 상황이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등은 성인 강력범죄자 예방을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여러 매체를 통해 강조해 왔다. 하지만 혐오시설이라는 선입견과 인력·인프라 부족으로 인하여 갈 길이 멀다. 교사의 작은 관심이 큰 사고 예방한다 특히 3월은 새로 맺게 된 관계 속에서 서로를 파악하며 긴장하는 시기이다. 그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루기도 한다. 크게 싸우지 않으면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센 척’을 하거나, 자신이 따돌림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약해 보이는 학생을 먼저 은근히 따돌리는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한다. 이런 갈등의 씨앗이 나중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까지 번지기도 한다. 뻔한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것 같아도 다양한 예방 교육자료를 교실에 게시해 놓고, 종종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사안 발생 시 교사의 주의 감독 의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도 상당 부분을 구제받을 수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말 한마디 더 건네며 상담기록을 남기자. 그러면서 교사가 학교폭력에 많이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종종 드러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학급회장 선거만 하더라도 단순히 인기투표로 할 것이 아니라, 후보자들의 공약에 학교폭력예방과 갈등 중재 방안이 포함되도록 한다면 학교폭력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정욕구가 강한 학생들이 그릇된 방법을 사용하기 전에, 바람직한 역할을 부여하고 격려해 주면서 학급의 기여자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힘 좋은 아이를 학급 경호부장으로 임명한다든지, 특정 아이를 지켜주는 역할을 맡긴다든지 하는 방법이다. 물론 교사의 도움을 악용하지는 않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작은 관심으로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학교폭력 대응 체계의 발전을 기원하며 교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심각한 사안은 학교폭력심의위원회·경찰서·법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하지만 절대다수의 사안은 교육적 접근으로 학생들끼리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교사의 예방활동과 초기 감지 및 대처가 중요하다. 행정적 성과 및 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진학 실적과 폭력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우선인가. 우리나라는 전 분야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는 한편에 많은 부작용이 있어 왔다. 이번 법 개정으로 생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발전을 향하고 있기를 기원한다.
3월 새 학기, 교사들에겐 가장 부담스러운 시기다. 입학식을 필두로 이어지는 각종 행사와 쏟아지는 행정업무, 아이들과의 관계 맺기부터 크고 작은 다툼에 학부모들과의 상담까지 어느 것 하나 녹녹한 게 없다. 한 손엔 교과서를 한 손엔 휴대폰을 움켜쥐고 발걸음을 재촉했던 일상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경험이다. 그래서일까? 교사들은 개학이 다가올수록 밤잠을 설치는 등 불안한 심리상태를 겪는다. 경력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어 보인다. 심지어 개학 첫날부터 모든 일이 엉망으로 꼬여버리는 악몽에 시달린다는 교사들도 있다. 이번 호는 새 학기, 교사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적 과제를 살펴보고 그 원인과 대책을 모색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풍부한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전현직 교사들의 축적된 경험치에서 비롯된 노하우를 통해 교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를 실증적으로 들여다보고 정확한 진단과 정책적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대강의 주제는 학생들과 관계맺기, 학교폭력 대응, 교육과정 구성과 평가, 학부모 상담하기, 그리고 교권침해 대응으로 잡았다. 3월, 교사와 학생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1년 학급 분위기가 좌우된다. 올해부터 학교폭력업무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됨에 따라 교사들의 업무도 달라진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 뜻하지 않은 실수를 낳을 수도 있다. 학부모와의 첫 대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경력이 적은 교사들에게는 가장 힘든 관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자칫 갈등이 불거지고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것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교육당국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해 본다. 최근 언론에서 교원들의 명예퇴직 희망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자료에 따르면 명예퇴직교원수가 퇴직교원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평생직장이라 여겼던 교직을 정년 이전에 떠나는 숫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도 선호하는 직업이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장이다. 이들이 교단을 떠나고자 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교권 추락과 더불어 힘들어진 교육현장,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를 들고 있다. 교권침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것 같다. 교권침해 또한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의 하나로도 보인다. 우리의 교육현장이 왜 힘들어 지고 있을까? 흔히들 오늘날을 4차 산업혁명시대 혹은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한다. 컴퓨터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의 활용이 확대되고 일상생활에서 첨단장비나 시스템, 인터넷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 가정의 형태도 대가족에서 핵가족, 아니 1인 세대 가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들은 교육분야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과수업 외 돌봄과 급식, 방과후교육 등 복지 및 보육 관련 일들이 상당부분 학교 교육의 한 영역이 되었으며, 그에 따라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내로 들어오게 되었다. 학교나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역할, 기대치 또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최근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보면 교과교육 관련 교육활동에 대한 불만보다 오히려 보육과 돌봄, 급식 등 복지영역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불만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초임교사가 충분한 예비지식과 대처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상처받고 무너지고 있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게 한다. 경력교사 역시 달라진 학생·학부모와의 관계,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충분한 대처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힘들어하고 있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가려졌던 사회정의와 전통·윤리의식에 대한 교육의 소홀은 개인주의 팽배와 더불어 학생의 일탈된 행동,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활동 관여, 이해와 배려 없이 권리만을 주장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간관계의 출발점인 가정의 구성과 생활 모습 변화는 마땅히 가정에서 이뤄져야 할 기본적인 인성교육조차 학교 교육에 미루고 의존하는 기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교권’이란 용어 사용은 적절한가? 대구시교육청에서는 ‘교권’이란 용어 대신 ‘교육권’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교육권’은 교사의 존엄성과 학생 교육에 관한 권리, 학생의 인권과 학습 받을 권리, 학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책무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교육여건과 환경 변화는 교사의 권위를 의미하는 ‘교권’만을 요구하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권에 대한 용어 사용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권’이 왜 중요한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도 않는다’는 말은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믿음은 교사를 위한 권위이기 이전에 교육이 이뤄지기 위한 토대요 근간’임을 뜻한다. 교육권은 선생님과 학생·학부모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믿음의 표시이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의 권위가 무너진다는 말은 교육을 지탱하는 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물론 과오를 저지른 교사는 학생·학부모의 비난을 받고, 필요하면 처벌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공유해야 할 교육권만은 지켜져야 한다. 교육권 침해 원인과 그 대책은? 개정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2019.10.17. 시행) 제15조에서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상해와 폭행·협박·모욕·명예훼손·손괴,「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2조 제1항에 의한 성범죄,「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4조의7 제1항에 따른 불법정보유통 행위, 그 밖에 교육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행위로서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 등을 들고 있다. 교권침해 유형별 업무처리 매뉴얼과 대응책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보급한 자료에 잘 안내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법률적·행정적 관점에서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유형과 대책보다 학교현장에서 교사가 힘들어하는 내용을 교육공동체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 학생과 교사가 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까? 학생이 교사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학생은 자기 행동에 대한 교사의 이해 부족과 제재·차별 대우·자기에게 주어지는 불이익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교사는 교육적 차원에서 지도하고 질책하는 행위를 간섭과 통제로 받아들이고, 반항하며, 거부하는 행동들을 힘들어 한다. 교육활동 주체인 교사와 학생의 만남은 눈높이를 맞추는 공감대 형성과 소통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 주도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조건을 갖추고 교육에 임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먼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한 후 스승으로서 진실된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인내하고 노력한다면 대부분의 갈등상황은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 학부모는 왜 민원을 제기할까? 교육권을 침해하는 일부 학부모는 대부분 자기 자녀의 문제점은 접어두고 학교(교사)의 대응이나 결정을 문제 삼고 있다. 문제 상황에 대한 객관적 판단 없이 권익만 주장하고, 직접 연관성도 없는 교사의 과거 사소한 문제까지 끌어와 괴롭히는 경우, 개인적인 갈등문제를 학교와 교사를 대상으로 해소하려 하는 경우, 사안을 빌미로 교사나 학교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 학부모 간 야기된 문제에 학교와 교사를 끌어들이는 경우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교육권 침해 관련 갈등상황은 이성적인 면보다 감성적인 면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문제상황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학부모는 무엇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해당사자나 학교 관계자가 직접 학부모를 만나 대화할 필요가 있고, 주장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라면 적극 수용해 주어야 한다. 요구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부당하다면 그 부당함과 수용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도록 하고 왜곡된 주장만을 끝까지 고집했을 때 어떤 결과가 얻어지는가를 인지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부모가 신뢰하고 납득할 수 있는 사람 즉, 학부모와 친분이 있는 사람, 직접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퇴직교원이나 변호사·경찰·관련 분야 전문가를 통해 불합리한 점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교권보호위원회나 학생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등 법과 행정 절차에 명시된 사안 처리과정을 엄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원에 대한 협박성 전화나 방문·폭언·폭력적 행위 등의 교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행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증거자료의 확보가 사안 처리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참고로 학부모들이 교원을 대상으로 민원을 제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하고 있는 법령이 「아동학대처벌법」과「성폭력 관련 법령」이다. ● 교사는 과연 반성할 부분이 없을까? 일부 교육권 침해 사안을 보면 교사의 평소 안이하고 습관적인 행동과 태도가 교육권 침해를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학생을 대하는 태도, 평소 혹은 수업 중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잘못된 언행, 학생들에게 군림하려는 권위적인 모습, 사랑과 소명의식이 배제된 직업의식, 교육적인 문제를 학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책임 전가하려는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또 관리자나 동료 간 협조나 배려 없이 자신의 권익만을 챙기려는 사례, 동료 간 소통하지 못하고 업무적으로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도 교육권 침해와 직무관련 스트레스의 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권 보호와 침해 예방을 위한 골든타임은 언제일까? 표 1은 2019학년도 대구의 교권침해 상담 현황이다. 특이한 점은 학기 초인 3월에는 전화상담이 집중되나 학기 중인 5~6월과 10~11월에는 대면상담이 많다는 것이다. 방학 중에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대면상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학기 초가 교육권 보호를 위한 노력의 중요한 시점을 암시해 준다. 만약 교사·학생·학부모가 첫 대면을 하는 학년 초에 어떤 문제성이 감지되었다면 덮어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학기 초에 감지되었던 문제점들이 결국 심각한 사안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간헐적 폭발장애(분노조절장애)·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학생 등 특별한 경우에는 학년 초 적극적인 상담을 통해 문제점과 지도방안을 학부모와 공유하고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교육적·행정적 지원대책을 강구한다면 추후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충분히 예방하고 해소해 갈 수 있다. 학생지도에서 예견되는 사안의 사전 예방과 극복은 교사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하지만, 사안 발생 이후에는 깊은 상처와 사후 조치만 남길 뿐이다. 교육권 보호를 위해 추진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교육권은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교(교사)와 학부모가 각각의 역할을 인지하고 공감대가 형성될 때 지켜질 수 있다. 학교현장의 어려움과 교육권 보호의 중요성이 심각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교육권 보호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나 교육청의 주도적인 노력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교사는 확고한 교직관과 자존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교사로서의 소명의식과 내성(?)을 키워야 한다. ●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감화시키고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교육력을 키워야 한다. ● 갈등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능동적인 상황대처역량을 가져야 한다. 둘째, 국가와 교육청은 교육현장의 위기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능동적인 교육행정을 펴나가야 한다. ● 교육권과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책무성과 더불어 범사회적인 인식 개선 시책이 필요하다. ● 상처받은 교원을 즉시 치유하고 정상 복귀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화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가장 가까이서 직접 피해교원을 보호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관리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 전문성을 갖춘 학교 단위 교육권 보호 전담자 지정이 필요하다 ● 교사가 믿고 도움을 받으며 의지할 수 있는 관리자와 동료가 필요하다. 넷째, 교육현장과 연계된 교사 양성제도의 개선과 체계적이고 자생적인 교육권 보호 역량 강화 노력이 중요하다.
[문제] 다음은 학생들의 교육문제와 효과적 지도방안에 대한 논의다. 1) 문제학생의 실태파악을 위해 제시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표집방법의 종류를 설명하고, 2) 학생들이 학교문화에 저항하는 원인을 윌리스(Willis)의 저항이론에 근거하여 설명하고, 해결방안을 엘리스(Eillis)의 REBT 상담이론에 근거하여 논하시오. 3) 마샤(J. Marcia)의 정체감 지위이론과 크롬볼츠(Krumboltz)의 진로발달이론을 설명하고, 4) 학생지도 전문가로서 교사의 총체적 질관리(TQM) 방안을 논하시오. 【총 20점】 [제시문] (가) 집단따돌림은 다수의 학생이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2주 이상 심리적·언어적·신체적 폭력, 금품갈취 등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A 교육청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의 실태파악을 위해 전수조사 대신 표집 분석을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교육청 내 초·중·고 학교수와 남녀 비율을 파악한 후, 학교급별로 5개 학교씩 임의로 선정했고, 학교 내에서 학년마다 1개 학급을 선정한 다음, 학급당 5명씩 선정하여 설문조사와 면접을 하였다. 실태조사 결과 초등학교 10개, 중학교 10개, 고등학교 10개가 있었고, 남녀비율은 60 : 40의 비율이었다. 설문조사 대상자 선정 시 학교종류와 남녀비율을 고려하였고, 학교·학급·학생을 선정할 때는 제비뽑기 방식으로 선정하였다. (나) 제시문(가)와 같이 집단따돌림 가해자들은 대부분 학교와 교사 요구에 반하는 언행을 하게 된다. 윌리스(Willis)는 이같이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 ‘사나이들은 학교에서 약속하는 성공과 지위상승이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학교문화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자신들의 노동계급 문화를 고수하려는 자세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또한 거친 복장과 음주·흡연 등 금지된 행위를 함으로써 남성 우월성을 입증하려 하며, 내적 결속을 중시하며 수업을 방해하고 학습활동을 시시하게 만들거나 교사의 교수활동을 웃음거리로 만든다. 그들은 정신노동을 경멸하고 육체노동을 선호하며 그것의 가치를 실제 이상으로 평가절상한다. (다) 이러한 학생들의 효과적인 학교생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 성취와 진지한 고민을 통한 진로발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우리나라 학생들은 정체성 탐색을 위한 고민이나 노력 없이 인간자본론이나 지위경쟁이론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 부모님의 코치에 따라 자신의 미래나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나 학년제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진로발달을 돕고자 한다. (라) 총체적 질관리(TQM) 방안은 조직구조 변화를 통해 조직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관리시스템으로 모든 부서, 모든 활동, 모든 레벨의 구성원들을 조직화하고 참여시키는 방법(J.S. Oakland)이다. TQM의 궁극적 목적인 고객만족과 관리개선을 위해 고객지향적 서비스품질에 초점을 두며, 전 직원의 참여를 통해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을 도모하는 통합관리체계이다. 이를 학교에 적용하여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한다. 01 배점 ● 논술의 체계(총 5점) ● 논술의 내용(총 15점) - 문제학생의 실태파악을 위해 제시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표집방법 종류 3가지 설명 [3점] - 윌리스(Willis)의 저항이론에 근거한 원인 분석과 엘리스(Eillis)의 REBT 상담이론에 의한 대안 [4점] - 마샤(J. Marcia)의 정체감 지위이론과 크롬볼츠(Krumboltz)의 진로발달이론 설명 [4점] - 학생지도 전문가로서의 교사의 총체적 질관리(TQM) 방안 4가지 [4점][PART VIEW] 02 모범답안 1. 서론 교육은 학습자의 성장과 발달과정이다.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의 문제원인과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여 그에 적합한 지도와 안내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교육은 교과서에 치중한 지식전달교육으로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는 다양한 학습이론을 이해하여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총체적 질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2. 본론 1) 문제학생의 실태파악을 위해 제시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표집방법 종류 3가지 설명 [3점] 표집방법은 확률적 표집과 비확률적 표집이 있다. 제시문의 내용은 첫째, 유층표집법이 활용되었다. 설문조사 대상자 선정 시 학교종류와 남녀비율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둘째, 다단계(단계적)표집법이 이루어졌다. 교육청 내에 있는 대상자를 표집하기 위해 학교단위에서 학급단위로, 그리고 학교 내 학생으로 단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셋째, 단순무선표집이 이루어졌다. 제비뽑기 방식으로 학교·학급·학생 중 해당하는 대상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2) 윌리스(Willis)의 저항이론에 근거한 원인 분석과 엘리스(Eillis)의 REBT 상담이론에 의한 대안 [4점] 저항이론은 학교가 자본주의 사회를 재생산한다는 입장을 수용한다. 하지만 학교 교육이 사회계급 구조의 불평등을 그대로 보존·반영하는 단순한 반영물이 아니라, 각자의 생각과 주장을 가지고 저항과 대항문화를 만들어내는 곳임을 강조했다. 그 이유는 첫째 학습자가 일상적인 삶의 경험 속에서 스스로 체득한 세계관을 통해 지배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둘째, 학교에서의 저항을 ‘간파’와 ‘제약’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간파는 노동계급 학생들은 이미 부모와 친척 등에게 직업세계의 정보와 경험이 학교 교육내용과 다르다는 것을 터득함으로써 그들이 속하게 될 직업위치를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제약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구분이 존재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은 노동자 계급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그들의 사회적·경제적 성공에는 한계가 있듯이 학교 교육을 통한 사회이동도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사는 엘리스(Eillis)의 REBT이론에 따라 문제학생이 가지고 있는 비합리적 신념체계나 사고를 변화시킨다. 엘리스의 상담기법인 A(선행사건) → B(신념체계) → C(결과) → D(논박) → E(평가)를 통해 내담자에게 왜곡된 지각과 비합리적인 생각에 기인한 심리적 문제를 인지시키고, 합리적·현실적·논리적 생각으로 재조직하도록 도움을 준다. 3) 마샤(J. Marcia)의 정체감 지위이론과 크롬볼츠(Krumboltz)의 진로발달이론 설명 [4점] 마샤(J. Marcia)는 성숙한 정체성 성취에는 두 가지 본질적 요인 즉, 위기(고민/탐색노력)와 수행(몰입/결정)요인이 있다고 강조한다. 위기는 ‘자기 스스로 인생의 대안 중에서 심각하게 고민해보았는가’의 측면이고, 수행은 ‘인생의 대안 중에서 자신이 의사결정을 내렸는가’의 측면이다. 이중 정체성 성취는 일정기간 갈등 후 방향을 결정한 상태, 정체성 혼미는 선택하기 힘든 혼란한 상태, 정체성 폐쇄 또는 유실은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선택하는 것, 정체성 유예는 고민은 했으나 결정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다음으로 크롬볼츠(Krumboltz)의 진로발달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4요인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인 선천적 능력과 환경적 요인, 개인의 생각과 감정으로 결정될 수 있는 영역인 심리적 요인이 있다. 심리적 요인에는 학습경험과 과제접근기술이 있다. 이중 진로발달에 중요한 요인은 첫째, 도구적 경험(조작적 조건화)이다. 어떤 사람이 행동의 결과로 긍정적 경험을 했는가, 또는 부정적 경험을 했는가에 따라 그 일에 대한 호감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연합적 학습경험(고전적 조건화)으로 이전에는 중립적이던 자극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 자극과 짝지어 경험되면서 중립적 자극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 자극의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다. 그밖에 대리경험이나 간접경험도 연합학습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셋째, 과제접근기술은 문제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나 경향 및 문제해결능력·습관·인지적 과정 등을 말한다. 따라서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실험·실습·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하고, 진로탐색활동 강화와 함께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므로 정체성 탐색과 진로발달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4) 학생지도 전문가로서 교사의 총체적 질관리(TQM) 방안 4가지 [4점] 교사의 총체적 질관리 방법은 첫째, 수업평가제도이다. 수업효과를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하여 수업개선을 위한 객관적 자료를 수집한다. 매시간 수업 후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1분 에세이(one minute essay)’나 학생대표 그룹(focus group)을 조직하여 정기적 만남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둘째, 멘토링이다. 커플장학 등을 통해 경력교사가 신규교사에게 수업경험을 전수한다. 커플장학은 경력 2년 미만의 초임교사와 경력교사가 짝이 되어 초임교사가 교직 초기단계에서 자기정체성을 효율적으로 확립하고,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력하는 협력적 장학형태이다. 셋째, 벤치마킹이다. 국내외의 이상적 수업모형과 자신들의 수업을 비교하여 장점을 탐구하고, 수준을 향상한다. 넷째, 수업에 대한 보상을 통해 교사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3. 결론 청소년은 우리의 희망이고 국가의 인적자원이다. 청소년의 문제행동이 지식중심교육에 의한 획일적 평가와 청소년 지도에 대한 무관심에 있는 만큼 교사는 전인교육 실천과 건전한 정서를 함양하고, 인지적 상담이론에 근거하여 청소년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건전한 사회풍토 조성과 성인들의 솔선수범이 요청될 것이다. [참고자료] _ 확률적 표집방법 1. 확률적 표집방법의 의미 확률적 표집이란 모집단을 구성하는 개별요소가 표본에 포함될 확률이 동일하도록 설계하여 표본하는 방법을 말한다. 따라서 모집단의 성격과 규모가 정확히 규정되어 있어야 확률적 표집을 할 수 있다. 확률적 표집방법에는 단순무선표집, 체계적표집, 유층표집, 군집표집 등이 있다. 2. 단순무선표집 1) 특징 : 단순무선표집은 제비를 뽑을 때처럼 특별한 선정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무선(무작위 또는 추첨식)으로 표집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표본을 무선으로 추출하여 모집단에 속해 있는 모든 개체가 선택될 기회를 같게 하려는 방법으로 표본을 무작위로 추출하기 때문에 확률적 표집방법 중 조사자의 주관을 가장 잘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2) 추출방법 : 단순무선표집을 이용하여 표집할 때는 모집단의 전체 사례 하나하나에 일련의 번호를 붙인 다음, 추첨기 또는 난수표를 이용하여 뽑는다. 3) 장단점 : 이 방법은 전집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거기에서 얻어진 자료의 분석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층표집법 등에 비해 표집오차가 크며, 전집이 확실하지 않을 경우에는 모든 사례에 번호를 붙이기 어렵다. 3. 체계적표집 1) 특징 : 이는 모집단의 전체 사례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일정한 간격에 따라 표본을 추출하는 방법으로 ‘동간격표준법’이라고도 한다. 예컨대 어떤 잡지회사가 구독자 의견을 조사하기 위해 총 5,000명 중 1,000명을 표집한다고 하자. 우선 총 5,000명에게 일련번호를 배당할 때, 처음 50번 내에서 난수표 등을 활용해 무선적으로 사례 하나를 뽑고, 그다음부터 50번째 사례를 계속 표집해 나가는 방법이다. 2) 체계적표집 절차 : 우선 모집단 각 개체에 일련번호를 붙인다. 다음으로 표집간격을 정한다. 그런 다음 난수표로 출발점을 정하고, 출발점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표본을 추출한다. 3) 장단점 : 아주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무선표집보다 표집오차가 더 적고, 능률적인 표집방법이다. 하지만 때로는 의식하지 못한 편파적 요인이 체계적으로 개입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4. 군집표집 1) 의미 : 군집표집(cluster sampling)은 표집 단위가 개인이나 요소가 아니라 집단이다. 군집표집은 의견을 조사할 때 개인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묻는 것으로 집단을 추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군집표집을 집락표집 혹은 덩어리표집이라고 한다. 2) 방법 : 모집단을 군집으로 나눈 다음 무선표집에 의해 군집을 추출한다. 군집표집은 표집틀 사용이 어려울 경우 연구대상이 되는 요소들로 구성된 집단을 추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들의 체형변화에 관심이 있어서 체중을 추정하고자 할 때 학생들을 표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서울시에 소재한 각 학교를 군집으로 설정하고 단순무선표집으로 학교를 추출하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표하는 표본이 추출된다. 이와 같이 한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군집표집을 1단계 군집표집(one stage cluster sampling)이라고 한다. 위의 표집에서 해당 학교 3학년 학생을 모두 표집하지 않고 많은 학교에서 한 학급씩을 추출한다면 이는 군집이 두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첫 단계는 학교이고, 다음 단계는 학급이다. 이를 2단계 군집표집(two stages cluster sampling)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여러 단계에 걸친 군집표집을 다단계 군집표집(multi-stage cluster sampling)이라고 한다. 3) 장단점 : 군집표집의 장점은 첫째, 표집목록 사용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도 실시가 용이하다. 둘째, 표집단위가 집단이므로 쉽게 표본을 만들 수 있어서 시간과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 셋째, 모집단 특성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을 때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넷째, 표집오차 계산에 용이하다. 단점은 군집표집에서 소수의 군집을 추출할 경우 표집오차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집표집을 실시할 경우 모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을 얻으려면 많은 수의 군집을 표집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군집의 크기를 작게 하거나 다단계 군집표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유층표집 유층표집은 모집단을 속성에 따라 계층으로 구분하고, 각 계층에서 단순무선표집을 하는 방법으로 비례와 비비례 유층표집이 있다. 비례유층표집은 유층으로 나뉜 각 집단에서 같은 비율로 표집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전집의 10%를 표집한다면 우선 유층을 나누고, 유층별로 각각 10%씩 단순무선으로 표집하는 방법이다. 반면에 비비례유층표집은 연구목적에 따라 의도적으로 표본의 수를 정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초등학교 남녀교사에 대한 비교연구에서여교사 대 남교사 비율이 8:2일 경우, 남교사의 수가 너무 작아 통계상의 문제를 가져올 경우필요한 만큼 적당한 수를 표집하는 방법이 된다.
기획안 연재를 시작하며 교육전문직원이라는 꿈을 향해 정진하는 여러 선생님을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먼저 진심으로 반갑고 환영하는 마음을 담아 인사를 올립니다. 한 가지 꿈을 향해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은 교육경력을 포함한 개개인의 삶의 흔적이 모두 다를 것입니다. ‘다른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처럼 여러분들께서 힘을 모아, 한 걸음씩 나아가신다면, 가까운 시일 내 많은 분이 좋은 결과를 얻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이미 훌륭한 분이십니다. 올해 또는 내년 합격이 지금은 ‘벽’처럼 느껴지시겠지만, 결국 ‘문’이 되어 열릴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시고, 연구하셔서 교육전문직원 선발 전형시험을 대비하는 힘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교육전문직 선발 기획안 작성에 대한 이해 본격적인 기획안 작성 공부에 앞서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스스로 체크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아래의 질문을 작성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질문은 교육전문직원 선발 기획안을 작성하기에 앞서서 반드시 사전에 생각해봐야 하는 내용입니다. 오늘 작성하신 내용은 나중에 구체화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 _ 예비 교육전문직원으로서 현재 본인 소속의 시·도교육청 교육정책을 비평하여 보시오. 제가 교육전문직원 시험을 보기 이전에 들었던 많은 조언 중 하나가 바로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 경험’이었습니다. 교육전문직원이 되기 이전에, 우리나라 교육제도 전반을 포함하여 본인이 속한 시·도교육청의 교육에 관해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교사로 근무하면서 인식한 좋은 정책은 무엇인지, 반복적으로 겪었던 애로사항을 장학사로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꼭 해보고 싶은 정책방안이 3가지 정도는 머릿속에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고민과 성찰의 흔적은 수업장학·논술·기획·면접 등의 시험 전형과정에서 그 깊이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위에서 교육정책을 비평하신 분께서는 정책 아이디어의 깊이를 심화시켜서 기획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쉽게 지금 작성하지 못하신 분께서는 지금부터라도 꼭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경기도 장학사분들이 쓴 글을 모은 교육전문직의 모든 것이라는 책과 학자·교육부 서기관·장학사 출신 교감선생님이 모여 쓴 정책 기획 보고서 작성법이라는 2권의 책을 참고한다면 교육전문직원의 기획안 작성 이해에 대한 개념 형성이 어느 정도 가능하실 것입니다.[PART VIEW] 교육전문직원 기획안 관련 역량 강화 기획 연습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가. 최근 방송·신문을 통해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문제는 무엇인가? 나. 본인이 응시하고자 하는 작년 기출문제 내용과 형식은 어떠하였는가?(기획 시험 출제내용은 무엇이었는가? 기획 작성방법은 무엇이었는가? 등) 다. 본청에서 잘 만든 계획 공문을 손이나 컴퓨터로 따라 써본다(컴퓨터로 시험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컴퓨터로 많이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라. 논술에서 다뤘던 주제를 가지고 동일하게 기획 연습을 해본다(그렇다면 같은 주제에서의 논술과 기획의 차이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마. 기획에서의 기본 틀을 익힌다(배경-근거-목적-방침-세부 추진계획-예산-…). 바. 논술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소주제별로 기획 연습을 많이 해볼 필요가 있다(최소한 20회 이상 연습이 되어야 시험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사. 내가 연습으로 작성한 계획 공문이 실제로 실현 가능한지 판단해본다. 아. 가급적 정해진 작성시간(예: 서울의 경우 90분)을 지켜서 연습하되, 처음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료를 참고하여 정성껏 제대로 작성해보는 습관을 갖는다. 자. 분량은 매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작년에 출제되었던 분량(예: 서울의 경우, A4 3쪽)으로만 연습하지 말고, 다양한 분량과 형태로 연습하여 상황대처능력을 향상시킨다. 차. 기획에서 사용할 기본 문서 틀을 빠르게 만드는 연습을 한다. 카. 연습한 계획서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기획 시험과정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가. 문제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 엉뚱한 계획을 하지 않는다. 나. 내가 만든 계획서를 가지고 다른 장학사가 보고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다(추진 일정, 추진 사업내용, 예산 등을 구체적으로 친절하게 작성한다). 다. 기존의 교육청 사업 이외에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반영한다(평소 교육정책에 대한 고민이 여기서 드러날 수 있으며, 점수 차이를 만든다). 라. 개요짜기는 가급적 손보다는 컴퓨터를 활용한다. → 손이 타자보다 훨씬 느리다. 마. 기존의 장학사들이 만든 문서와 비교했을 때 이질감이 없어야 한다. →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기존 공문의 필사 단계로 다시 돌아가서 연습한다. 바. 시험시간이 짧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 힘을 줘서 공략할 것인지 결정한다. → 예산 틀, 행정 사항, 기대 효과 등은 시간 허비하지 않고 빠르게 작성한다. 기획 시험과정의 검토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가. 오타나 줄 간격 오류가 없는지 확인한다. 나. 기획안 문서를 검토하면서 되도록 가독성을 높이도록 편집한다. 다. 문제를 다시 한 번 읽고, 꼭 작성해야 하는 내용이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교육전문직원 기획안 시험 대비 모의 테스트 좋은 기획안을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직접 기획안을 많이 작성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아래 모의시험 문제를 잘 읽어보고, 자신의 답안과 예시답안을 잘 비교해 보세요. 또한 예시답안에서 잘된 점과 부족한 점을 찾아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문제 조건을 살펴보고, 답안을 작성해 보시기 바랍니다. 2020 사업 기획안 전형 실전 답안 수험번호 ( ) 응시자 ( ) 문제 : 기존의 학교 공간을 재구조화하여 보다 창의적인 교육공간을 구성하여, 미래 시대를 대비하여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지원청 교육공간재구조화 사업 담당장학사로서 50억의 예산으로 관내 유·초·중등학교 학교를 지원하는 계획을 세워보시오. (작성 시간: 90분, 작성 분량: A4 4쪽 내외) ‘3혁신’ 이란, ‘구성원 의견 반영’ 혁신, ‘환경 개선’ 혁신, ‘미래형 공간’ 혁신을 의미한다. 3가지 혁신을 통해 서울 학교의 교육공간 재구조화의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 Ⅰ. 사업 배경 ● 혁신미래교육 실현을 위한 학교 공간 재구조화에 대한 필요성 대두 ●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 공간 조성을 통한 학교 교육의 실현 필요 ● 미래형 학교 공간 조성을 통한 창의적인 학생 역량 함양 요구 Ⅱ. 사업 목적 ● 학교 교육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된 학교 공간의 재창출 ●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시설 환경 개선을 통한 학교 교육 실현 ● 새로운 미래형 교육공간을 통해 창의적인 학교 교육문화 확산 Ⅲ. 사업 방침 ● 공모를 통해 유·초·중등학교 소규모학교의 공간 재활용 사업을 추진함. - 총 12개교 : 단설 유치원 1원, 초등학교 5개교, 중·고등학교 6개교 - 심사 기준 : 예산의 효율성, 공모사업의 교육과정 운영 기여도 등 ● 학교 선정을 위한 공모사업 선정·심사위원회를 사전 구성함. - 총 9명 내외 : 교육청 관계자(2명), 학부모위원(2명), 외부전문가(5명) ● 예산은 총 50억 이내로 활용하며, 학교별 규모에 따라 차등 분배함. - 단위학교별 3천만 원 이상 ~ 1억 원 이하로 활용 가능 Ⅳ. 사업 개요 Ⅴ. 세부 사업 계획 사업1. 학교구성원의 공간 혁신 ● 학교구성원(학생·교사·학부모) 의견 반영 ○ 공모 시행 전 학교구성원 대상 설문조사 실시 - 찬성율 50% 이상일 경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신청 확정 ○ 학교구성원이 함께하는 공모계획서 작성 - 기존의 교직원 주도의 공모계획서 작성을 지양 - 학생·교사·학부모 의견이 반영된 공모계획서를 작성 ● 학교·지역·구성원 특색 반영한 학교 공간 혁신 ○ 학교 특색을 반영한 학교 공간 혁신 - 기존의 학교 공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학교 공간을 혁신함. ○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학교 공간 혁신 - 마을의 장점과 연계하여 학교 공간을 혁신함. ○ 구성원의 특색을 반영한 학교 공간 혁신 - 학교구성원이 희망하는 요구와 의견을 반영하여 학교 공간을 혁신함. ● 학교 자치(학생회·교직원회·학부모회)의 활성화 ○ (학생참여 선순환 체제) 교실에서부터 학생 희망과 의견을 반영함. ○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 교육과정 운영 관련 공간 재구조화 의견 제출 ○ (학부모회) 학부모의 입장에서 공간 혁신 희망에 대한 의견 제시 사업2. 환경 개선 공간 혁신 ● 학교 건축 연도 고려하여 노후 환경 개선 ○ 공모 선정 시, 학교의 건축 연도 및 노후 정도를 함. - 재건축 대상 학교를 제외하여, 노후 학교 공모를 실시함. ○ 노후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 실시 - 선정 학교를 대상으로, 건축 관련 전문가를 통해 노후 환경 파악 - 우선순위에 의해 개선이 시급한 공간부터 공사 실시 ● 재난 위험 등 고려한 공간 안전성 검토 ○ 화재 위험 대비한 안전한 학교 실현 - 기존의 학교 공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학교 공간을 혁신함. ○ 석면 해체 제거 - 석면 검출 검사 실시를 통해 과다 검출 공간에 대한 제거 작업 실시 - 학교 수업이 없는 휴일 및 방학을 이용하여 실시 사업3. 미래형 공간 혁신 ● 꿈을 담은 교실․꿈을 담은 놀이터 등 활성화 ○ 꿈을 담은 교실 내실화 - 학생 의견을 반영하여, 게시판·놀이공간·휴게 장소 등을 설치 - 복도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하여 안전하게 학생들의 심신을 단련할 수 있는 기구(암벽등반·미끄럼틀 등)를 설치 ○ 꿈을 담은 놀이터 활성화 - 교육과정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꿈꾸는 놀이터’ 수업 실시 - 학생 공모에서 선정된 놀이터를 업체와 협의하여 구축 ○ 다양한 휴게 공간 마련 - 학교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휴식 공간을 제공 - 원형 테이블·매트리스 등을 통해서 편안한 자세로 대화·토론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교육효과 발현 ● 서울형 메이커 교육 도입 ○ 서울형 메이커 교실 구축 - 3D 프린터·태블릿 PC 등 메이커 교실을 구축하여 수업시간에 활용 - 인근 학교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유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함. Ⅵ. 기대 효과 ● 학교 교육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된 학교 공간의 재창출 가능성 확산 ●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시설 환경 개선을 통한 학교 교육의 발전 ● 새로운 미래형 교육공간을 통해 창의적인 학교 교육문화 전파 Ⅶ. 홍보 Ⅷ. 행정 사항 ● 소규모학교(17학급) 중 공모를 희망하는 학교는 첨부된 신청서를 5. 24.(금)까지 작성하여 아래 부서로 업무관리시스템을 통해 제출함. -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 교육지원청 유·초·중등교육지원과 - 고등학교 : 본청 중등교육과 ● 공모 결과는 6. 7.(금)에 선정된 해당 학교에 개별 유선 연락. 공문 시행 예정 예시 답안 피드백 답안을 작성해보셨나요? 처음 작성하신 분들은 시간이 꽤 걸리고, 기획안 작성이 쉽지 않음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반대로 이미 연습을 많이 하신 분들께서는 시간 내에 예시 답안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기획안을 작성하셨을 것입니다. 위의 예시 답안의 장점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3공간 혁신’으로 의도적으로 구분하여 분야별로 성격에 따른 공간혁신 기획을 추구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 간단하게나마 어떤 사례가 ‘우수사례’인지 소개하여, 공간혁신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교육공간 혁신학교에 해당하는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알 수 있게 하였습니다. 셋째, 홍보계획을 세워, 교육지원청의 담당장학사로서 실시한 사업이 널리 전파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예시 답안의 아쉬운 점은 시간 순서에 따라 이 사업안이 어떻게 추진이 될 것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 없는 점이 부족해 보입니다. 표를 이용해서 ‘추진 일정’을 세워 제시한다면 더 좋은 답안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기획안 실습에 참여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기획안 작성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명확한 정답이나 방법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합격한 교육전문직원 분들이 제시한 내용을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실천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지 않고 성실하게 하루하루 공부하며 기획안을 작성하다 보면, 어느새 부쩍 실력이 향상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시험 대비 실력이 향상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결과와 관계없이 공부 자체가 즐겁고 신나는 날이 많아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획안을 함께 작성하여 검토하는 스터디가 있으시다면, 절대 스터디에 결석하지 마십시오. 모의시험 공부를 안 했더라도, 과제를 하지 않은 민망함에 스터디 참여를주저하고, 빠지기 시작한다면 결국 합격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의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일단 모의시험을 보는 행위 자체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나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깨닫고, 더 열심히 공부하든지 일찌감치 공부를 정리하든지 판단이 설 것입니다. 같은 시험을 두 번 보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후회 없이 공부하십시오.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공부하셨다면, 이미 합격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입니다. ‘내가 이만큼 공부해서 떨어진다면, 이것은 나와 맞지 않는 시험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해진 기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공부하십시오. 이 시험을 그 정도로 공부한 분이 서울 전역에 많기 때문에 그러한 상태에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험입니다. 그런데 취미생활 또는 동아리활동처럼 대강 공부하신 분은 예상 결과에 대해서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 의심하지 마십시오. 내가 나를 믿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믿어주겠습니까? 물론 합격에 이르기까지 내가 갖춘 실력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 것입니다. 좋은 기획안을 작성하기 위해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이렇게 답을 쓰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이러한 고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이 쌓이고 쌓여, 각자 나름대로 최선의 답안이 나오는 것입니다. 쉬운 길, 편안한 길로 가려고 하지 마십시오. 정석대로 공부하고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선생님들 사이에서 기획안 작성에 선두권을 형성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
3월! 새로운 출발 싱그러운 봄의 시작과 함께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설렘으로 시작하는 3월. 요즘 학교에선 ‘책 읽는 입학식’, ‘인형 탈 쓴 선생님’ 등 독서 친화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채로운 입학식 풍경들이 그려지고 있다. 기분 좋은 설렘과 함께 새로운 환경으로의 두려움과 낯섦도 함께 공존하는 3월. ‘선생님과 함께 만나는 재미난 그림책이 있다면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 우리는 어느새 하나가 되어 있지 않을까?’, ‘봄볕처럼 행복하고 따사로운 학교생활이 자연스럽게 꿈꾸어지진 않을까?’ 함께 더(THE) 행복한 독서교육 속으로 ‘인공지능’, ‘드론’, ‘4차 산업혁명’….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요즘. 그동안 인간이 해왔던 일들이 로봇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상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독서교육이 한층 강화되었다. 바로 ‘한 학기 한 권 읽기’라는 독서교육이 교육과정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그동안 이루어지던 과제학습이나 가정학습의 단순 책읽기 혹은 소극적 독서교육이 아니다. 학생이 주체가 되어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통합적 의미의 독서교육을 말한다. 함께 읽으면서 더 소통하고(Talk), 더 나누고(Help), 더 즐기는(Enjoy) 가운데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고, 이러한 배움으로 모두가 더 행복한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적극적 독서교육이다. 따라서 교사중심수업이 아닌 학생중심의 배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책 속 이야기가 생활 속 이야기로 연결되어 ‘배움이 삶’이 되고, ‘삶이 곧 배움’이 되는 독서교육이다. 현장에서 실시되고 있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독서교육을 돌아보며,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한 작은 성장 이야기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달에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모형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다음 달에는 실제 수업에 적용하여 운영한 사례를 살펴본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춘기 5학년 친구들과 함께한 이야기들 속에서 3월의 설렘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교실마다 행복을 꿈꾸는 작은 동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함께 읽고, 더 소통하고(Talk), 더 나누고(Help), 더 즐기는(Enjoy)’ 한 학기 한 권 읽기 GO![PART VIEW] ‘한 학기 한 권 읽기’ 운영사례 ● ‘한 학기 한 권 읽기’ 운영을 위한 물리적 여건 조성 1) 시간 확보 - 성취기준에 따라 교과 간, 교과 내, 주제별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시수 확보 - 수업과 연계한 독서교육으로 창의적체험활동 등 다른 수업과 연계 운영 가능 - 아침 독서시간과 수업 시작 10분 활용을 통한 매일 15분 책 읽기 등도 가능 2) 도서 마련 - 구입 예산 확보 : 도서관 예산 및 마을 연계 구청 지원 예산 확보 등 - 학부모 도움 : 가정통신문, 학부모 상담 등을 통한 독서교육 취지 안내 - 그림책·시집·영화·동화책 등 다양한 장르 모두 가능 - 1인 1책, 같은 책 읽기가 효과적이나 사정에 따라 모둠별 운영도 가능 ● ‘한 학기 한 권 읽기’ 운영 단계 1) ‘한 학기 한 권 읽기’ 운영 시 유의점 - 긴 호흡으로 끝까지 읽기(완독·정독) : 성공적 독서 경험, 읽기의 가치, 즐거움, 완독에 대한 자신감 등 긍정적 정서 함양 및 평생 독자 만들기에 방점 두기 2) ‘한 학기 한 권 읽기’ 각 단계별 지도 내용 (1) 독서 준비단계(읽기 전) (2) 독서 단계(읽기 중) (3) 독서 후 단계(읽기 후) ●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다양한 학습운영 전략(예시) 1) 포토스탠딩(PHOTO STANDING) - 토론 주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사진·그림·광고지 등의 자료를 활용하여 자기소개를 하거나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한 토론 - 기초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거나 의견 모으기 등에 활용하는 예비 토론 형태 - 방법 : 여러 장의 사진 중 토론 주제에 맞는 사진을 골라 그 의미와 고른 이유를 제시하며 토론하기, 생각을 이미지와 통합하여 표현하는 방법 2) 핫시팅 - 인물의 마음을 탐색해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교육연극 기법 중 하나 - 이야기 쟁점이 되는 인물을 불러 실제상황인 듯 생생하게 알아볼 수 있음 - 인물이 된 학생은 의자에 앉고 다른 학생들이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서 이야기 속 인물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거치게 됨 3) 선풍기 토론(물레방아 토론) - 두 개의 큰 원으로 이중 원을 만들어 안쪽 원과 바깥 원에 선 학생이 일정 시간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눔. 이후 바깥쪽 학생만 자리를 옮겨 새로 만난 친구와 이야기 나누는 활동을 전개하면서 여러 친구와 다양한 생각을 나누며 소통 기회 제공(원을 만드는 대신 좌석을 마주하고 앉아서도 운영 가능) 4) 가치수직선토론 - 가치에 대한 개인별 의사표시를 수직선 위에 함으로써 가치판단 경험을 하고, 그것의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토론방식으로 가치에 대한 판단이 사람마다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음. 5) 바나나카드 생각 나누기 토론 - 책을 읽고 난 느낌이나 생각을 바나나 모양의 카드에 적힌 독서 질문에 적용하여 이야기 나누는 활동 - 바나나카드로 질문 주고받기와 생각 나누기 방법 ① 바나나카드로 느낌 말하기 : 바나나 카드의 질문 보고 생각을 정리한 후 교실을 돌아다니며 만난 친구와 이야기 나누기, 나랑 같은 질문에 짝을 이뤄 대답하기 등 ② 바나나카드 짝과 교환하여 질문 주고받기도 가능 ③ 기타 : 바나나카드는 인터넷 구입 및 다양한 내용으로 자체 제작 활용 가능 ④ 바나나카드 질문 내용(예) 6) 월드카페 토론 - 주어진 주제에 대해 4~5명 단위로 모둠을 구성하여 대화 후, 구성원들이 서로 교차하여 다시 대화를 이어나가는 방법 - 각 모둠별 진행자(퍼실리테이터)는 이동하지 않고 토론 진행. 새로운 구성원들에게 모둠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정리·발표한 후 관련 내용으로 토론 진행 - 많은 사람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 7) 질문이 있는 서울형토론 - 질문이 있는 서울형토론모형의 단계(80분/40분씩 1·2차시로 운영 가능) 8) 협력적 글쓰기 - 주어진 글이나 문제 상황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갖고, 함께 토론하고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만나며,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함께 공유하는 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질문’과 ‘생각’이 중심이 되는 협력기반 글쓰기 - 협력적 글쓰기 단계별 과정 ● ‘한 학기 한 권 읽기’ 5학년 국어과 위주 교육과정 재구성(예시) - 학년별 독서 주제에 맞는 교과 연계 독서수업 실시를 위한 교육과정 재구성 1) 1학기 _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차시별 운영 계획(안) 2) 2학기 _ 빨강 연필 차시별 운영 계획(안)
우리 학교 학생들은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보다 운동장에 나가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한다. 인구절벽 위기에 처해 있는 지방 소도시에 자리하고 있는 학교이다 보니 자기주도적 학습역량이 부족한 학생이 많았으며, ‘나는 공부해도 안 돼’라는 학습된 무기력감에 빠진 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이렇게 학습된 무기력감과 자기주도적 학습역량이 낮은 우리 학생들을 어떻게 수업에 끌어 들어야 할까?’ 거듭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하나씩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그 해답들을 하나하나 찾아가게 되었다. 3월 새 학기 시작과 함께 필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필자가 학생들과 진행한 ‘Breaking History’ 수업사례를 소개한다. 이번 호에서는 수업설계를 하게 된 배경과 교육과정 재구성에 관해, 다음 호에서는 실제 수업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대화와 상호작용이 활발한 수업모형을 만들기 위한 질문 ● 첫 번째 질문 _ 우리 학생들에게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고 있을까? 2018년 일주일에 두 시간, 2019년 일주일에 한 시간. 작년과 올해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고2 학생들의 한국사 수업 시수이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이다 보니 많은 양의 역사적 사건들을 가르치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이 부족했다. 늘 수업진도를 신경 써야 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많은 양의 지식 전달이 가능한 강의식 수업이 위주가 되었다. 다시 말해 교사와 학생들 간의 대화와 상호작용이 전혀 일어나고 있지 않은 ‘교사가 질문하고 대답하는’ 수업이 반복되었다.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면, 수업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는 말이 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나의 수업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간 대화와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배움책을 제작하고, 대화와 상호작용 수업을 ‘한국사 수업시간’에 도입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PART VIEW] ● 두 번째 질문 _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역량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역사교과의 핵심역량으로 ▲역사 사실 이해, ▲역사자료 분석과 해석, ▲역사정보 활용 및 의사소통, ▲역사적 판단력과 문제해결능력, ▲정체성과 상호존중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사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핵심역량을 심어주고,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로 길러내기 위해 연탐상판 활동을 도입한 수업을 계획하였다. ● 세 번째 질문 _ 많은 학습량 때문에 역사수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선생님 역사는 외워야 할 사실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그래서 포기하려고요.’ 역사교사로서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많은 학습량과 두꺼운 교과서를 보며 학생들은 지레 겁을 먹고, 교육과정의 모든 내용을 전부 학습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되며, 역사라는 과목을 포기한다. 이러한 현상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한국사 성취기준에 따른 교육과정 재구성을 계획하였다. ● 마지막 질문 _ 기존 평가방법이 학습 지원과 학생 성장에 도움이 될까? 학습 이후, 단순한 지식 습득이나 수행정도를 측정하는 일회성 짙은 기존의 평가방식은 학생들의 다양한 특징과 성격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학생의 학습과정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는 평가도구 개발이 필요하다. 그래서 과정중심평가를 이용하여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고, 그 모든 과정을 학교생활기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반영하기로 하였다. ‘연탐상판 활동을 통한 Breaking History’ 수업모형의 용어 설명 먼저 ‘연탐상판 활동을 통한 Breaking History’라는 수업모형에는 ‘연탐상판’, ‘Breaking History’, ‘대화와 상호작용의 수업 모형’, ‘역사화’와 같은 용어들이 자주 언급된다. 이 용어들의 정의와 해설은 다음과 같다. ● 연탐상판 활동 역사적 사고는 역사교육 담론의 중심에 있으며,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모든 연구와 현장에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역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암기식 수업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적 사고에는 ‘연대기 파악력, 역사적 탐구력, 역사적 상상력, 역사적 판단력’이라고 불리는 4가지 하위범주가 존재한다. 이 하위범주의 명칭과 역사과 핵심역량을 고려하여 개발한 수업단계가 바로 ‘연탐상판’ 수업단계이다. 한국사 매 수업시간마다 실시했던 연탐상판 활동은 오늘 배울 주제의 연대기를 파악하는 ‘연’, 다양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탐구하는 ‘탐’, 당시 역사적 인물이나 상황들을 상상하는 ‘상’, 최종적으로 자기 관점에서 역사적 판단을 내리는 ‘판’의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 Breaking History ‘Breaking History’란 ‘학생들이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는 동시에 좀 더 사고의 틀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뜻을 지닌 역사수업의 실천과제이다. 이 과정은 대화와 상호작용의 수업모형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수업모형은 아래 표에 지시된 학생활동중심 수업모형이다. 특히 대화와 상호작용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토의·토론수업에 기반을 두고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 디베이트(Debate) 학생들은 역사적 사건 또는 인물들의 행위를 서로 다른 입장에서 판단해 보고, 상호 간에 의견을 나누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또한 좀 더 나아가 기존의 입장변화가 있는지도 여부도 확인하게 된다. ○ 직소(Jigsaw-Ⅱ) 과제분담 협동학습 모형이다. 학생들은 모집단 및 전문가 집단활동을 통해 같은 모둠뿐만 아니라 다른 모둠 구성원들의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하나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 갤러리워크(Gallery-Walk) 몇 가지 주제를 모둠별로 나누어 주고, 그에 따른 자료들을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정리하여 하나의 전시물을 완성한다. 이것을 교실 뒤쪽에 전시하고 모든 학생이 돌아가며 감상을 진행한다. 감상이 종료된 직후에는 상호 간에 의견을 나누고, 질문을 주고받으며 자기 생각들을 정리한다. 이 모든 활동이 끝나고 난 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공유하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역사적 사실을 파악하는 기회를 가진다. ○ 하브루타(Havruta) 두 명의 학생이 짝을 지어 서로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 수업모형이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변형된 하브루타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돌아가며 ‘일일교사’ 역할을 맡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의 행위에 대해 다른 학생들에게 설명하며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또한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듣는 학생들도 ‘일일교사’ 학생에게 자신의 의견(생각)을 이야기하면서 논쟁을 이어 가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수업모형이다. ● 대화와 상호작용의 수업모형 ‘대화와 상호작용의 수업모형’이란 앞서 언급했듯이 필자의 수업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 줄 뿐만 아니라, ‘Breaking History’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수업모형들은 여러 가지(디베이트·직소-Ⅱ·갤러리 워크·하브루타)가 존재하지만, 주로 디베이트 활동을 기초로 한 수업모형이 적용·운영되었다. ● 역사화 ‘역사화’란 모든 종류의 과거에 대한 진술을 그 역사적 맥락에 위치시키는 것이며, 또한 모든 역사 서술과 연구가 그렇게 수행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관심과 선입관을 반영하고 그 정도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 활동을 한국사 수업에 자연스럽게 녹여 학생들이 역사적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역사수업에 대한 학생 실태조사 2015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근거한 교육과정 재구성 작업에 들어가기 전, 본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수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는 크게 일반적인 설문지 법과 학생들에 대한 관찰 및 면담으로 진행되었다. ● 학생 관찰 및 면담 내용 분석 ● 역사수업 관련 설문조사 연탐상판 활동을 통한 Breaking History를 준비하기 위와 같은 실태 분석을 완료하고 학생들의 학습량을 줄이기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근거한 교육과정 재구성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자세로 위험에 맞서는 지배층의 움직임’.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상황에 대응한 국가와 정부의 움직임’,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의지로 다시 일어선 민중들의 움직임’ 이렇게 크게 3가지 주제를 설정하여 각각 큰 주제 아래 비슷한 성격의 작은 주제가 포함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다음은 이를 반영한 교육과정 재구성 자료이다. ● 주제 중심으로 재구성된 교육과정 ● 수업개선을 위한 3가지 실천과제 및 수업 주제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수천 년 전 공자님의 말씀이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학교의 현실을 곰곰이 따져 보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문장이다. 배우는 자의 본분과 소명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학생으로서 배움이 당연한 것 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의 공부가, 수업시간에 학습이, 친구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마냥 즐겁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동안 학교에서의 수업목표는 학생들의 지적 능력 향상에 치우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우수한 대학이나 직업,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많은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성적이라는 엄격한 서열 안에서 자신이 얻은 성과에 만족하는 학생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끊임없이 반복되는 학습과 평가과정에서 많은 학생이 즐겁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공자님 말씀과 같이 ‘배움을 즐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종합 성적 상위 몇 %만이 느끼는 기쁨이 아닌, 한 교실의 모든 학생이 배움을 기뻐하는 순간은 만날 수 있을까?’, ‘건강한 배움을 실천으로 옮기고 그 과정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라는 의문은 대한민국 교사가 함께 고민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독서교육 역시 같은 맥락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청소년기에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교양을 쌓고 인격을 형성하기 위해, 언어능력·집중력·창의성 향상을 위해, 마음의 안정과 치유를 위해…. 하지만 정작 이러한 이유만으로 책을 펼쳐 들고 탐독하는 학생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앞서 언급했듯 치열한 경쟁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학생에게 자발적인 독서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그들은 너무도 바쁘고 또 지쳐 있다. 하지만 수업 요소요소에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 준다면 어떨까? 단순히 기계적인 문해능력에 집중하지 않고, 독서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 준다면 배움의 과정에서 학생들은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다음과 같은 독서수업을 구상해 보았다.[PART VIEW] 인문독서활동 수업의 전개 구체적인 독서수업 구상에 앞서 도서관에서 학생과 사서교사의 만남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따져 보았다. 순수하고 자발적인 호기심으로 읽고 싶은 책을 찾으러 오는 경우, 수업시간에 읽어야 할 책이 필요해서 오는 경우, 그저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친구와의 만남이 즐거워서, 마땅히 시간을 때울 장소가 없어서 등등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의 의도는 저마다 다양하다. 다행스럽게도 도서관은 여타의 특별실과 다르게 이용자의 자발성이 내재 되어 있다는 점에서 투입과 산출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수업의 전개 방향은 아래와 같은 전제 조건하에서 출발했다. 첫째, 교실과 도서관을 엄격히 분리된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둘째,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도서관이 깊숙이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셋째,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은 참여자의 자발성을 기초로 했다. 넷째, 읽기 전 → 읽기 중 → 읽은 후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구상했다. 다섯째, 독서활동 중 놀이요소를 가미하여 기쁨의 순간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학년 초 자발적인 도서관 이용자를 대상으로 인문독서 자율동아리를 구성하였다. 도서관은 교실과 엄격히 분리된 공간이 아니어야 하므로 학년 구분이 없었고, 또 동아리활동의 시간적 제약을 최대한 없애려 노력했다. 창체·동아리활동 시간은 물론 점심시간 혹은 쉬는 시간, 그리고 종례 이후 시간 등 잠깐 잠깐이라도 마주하는 독서활동에 최대한 많은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 두었다. 그리고 독서활동의 주제는 한번 읽고 끝내버리는 일회성에 머무르지 않고 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밀접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인접 요소를 추출하였다. 2년 동안 다문화 중점학교를 운영한 본교의 특색 사업을 살려 ‘차별과 편견’이라는 주제의 인문독서활동을 목표로 아래와 같이 5차시 수업을 설계하였다. ● 1차시 _ 동요 ‘곰 세 마리’ 속에 들어있는 ‘차별과 편견’ 마주하기 1차시와 2차시는 동아리활동시간을 이용하여 블록타임으로 진행하였다. 독서활동시간에 갑자기 동요가 튀어나오자 처음에는 당황한 듯 서로가 어색한 얼굴이었지만, 낯익은 멜로디에 스스럼없이 율동을 따라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하여 즐거웠다. 학생들은 어렸을 때 무심코 불렀던 ‘곰 세 마리’라는 동요에 차별과 편견의 요소가 들어 있다니 내심 의아한 생각으로 잡지 기사 속으로 빠져들었다. 기사를 함께 읽은 친구들은 나도 모르게 일상에서 편견을 갖고 있었던 모습을 하나둘 꺼내어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 2차시 _ 만화책 십시일반으로 ‘차별과 편견’ 의견 나누기 2차시 수업에서는 본격적으로 십시일반이라는 인권 만화책을 한 권씩 받아 들고 깊이 있는 독서활동에 빠져 보았다. 글자 책 읽기에 흥미가 낮은 친구들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만화 컷으로 구성된 책이라 어렵지 않게 한 시간 동안 책을 읽을 수 있었다.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이야기를 함께 읽으며 상황별 차별적인 요소에 대해 짝과 함께 의견을 나눠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일상에서 경험했던 차별과 편견의 요소들에 대한 키워드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도록 유도했다. ● 3차시 _ 다문화 인식 개선 포스터로 ‘차별과 편견’ 의견 나누기 3차시 활동에서는 다문화 인식 개선 포스터 응모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으로 수업의 문을 열었다. 처음부터 다문화 주제 포스터라는 언질을 주지 않고 프로젝터 화면을 통해 감상한 그림들의 공통된 주제가 무엇인지로 접근해 보았다.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주제에 접근해 가는 과정에서 친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또 각자 가진 생각들을 발표하는 모습이 흥겨웠다. 그리고 개별 학습지를 통해 인권 의식 신장을 위한 일상의 실천 과제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 4차시 _ ‘인권아! 놀자’ 4차시와 5차시 수업은 지난 수업시간에 학습한 내용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접근 방법으로 확장해 보았다. 단순히 독서를 통해 차별과 편견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건강한 배움을 실천으로 옮겨 보는 기회로 학생들에게 독서 이후의 기쁨을 느끼게 하고픈 의도였다. 4차시 수업시간에는 ‘인권아! 놀자’라는 제목으로 개인별 인권 열쇠고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앞서 1차시부터 3차시 수업에 참여했던 동아리 친구들과 동아리 부원은 아니지만, 활동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방과후시간을 이용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공예품을 만들기에 앞서 인권을 주제로 하는 또 다른 도서를 추천하고 목차와 간략한 줄거리 등을 소개하며 이번 활동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저마다 붓을 하나씩 받아 들고 진지한 눈빛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5차시 _ 인권나무 만들기 마지막 5차시에서는 지난 수업시간에 작성했던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한 키워드로 만든 인권나무를 제작해 보기로 했다. 직접 사과 열매를 만들어 나무에 매달면서 우리 사회에 차별과 편견이 없어졌으면 하는 소원을 빌어 보는 자리였다. 특히 개인 SNS를 운영하는 친구들은 4~5차시 활동 모습과 인권 키워드를 해시태그(#)로 남겨서 인권 전도사 활동에 동참하기로 약속해 주었다. 완성된 작품은 학교 복도에 게시하며 인권 감수성 신장을 위한 캠페인 자료로도 활용되었다. 매일 매일 북새통이 될 도서관을 꿈꾸며 이번 수업에 참여했던 친구들은 독서 후 활동이 단순 글쓰기가 아니라 책을 읽은 후 깨달은 점을 실천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재미있어서 좋았다는 활동 소감을 공유했다.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에 있다고 본다. 현대 시대는 조금씩 변화하고 또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앞으로 아이들이 맞게 될 미래 사회는 정보와 지식을 융합하고, 어떤 일이든 스스로 자유롭게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율성과 창의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공부가 재미있어지면 학교생활이 즐겁듯이 독서의 과정이 즐거우면 일부러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더라도 도서관은 매일 매일 북새통이 되지 않을까? 그 중심에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교사의 수고로움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 오길 소망해 본다.
01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Wovon man nicht sprechen kann, darüber muß man schweigen./ What we cannot speak about we must pass over in silence).” 20세기를 대표하는 유명한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1889~1951)의 말이다. 그의 저서 논리철학 논고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이 말은, ‘모르는 것에 대하여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말할 수 없는 것’은 무슨 정치적 압력이 있다든지, 숨겨야 하는 개인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든지 하는 이유로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상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잘 모르고 있음에서 나오는 ‘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 비트겐슈타인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언어와 앎의 관계를 논리 실증적으로 밝히려 한 비트겐슈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면 동의할 수 있는 명제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의 언어로 그 의미를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영역 즉, 종교·형이상학·윤리학·예술 등을 ‘신비(mystery)의 영역’으로 보았다. 이들 영역에 대해서는 언어로써 어떤 진리 가치를 결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들 즉,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아무런 생각도,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일까. 물론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있는 것들 안에서만 드러나는 앎의 절대성 또는 인식의 온전성을 강조한 것이리라. 그 점을 강조한 것이라면 즉,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방점이 놓인다면,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대목은 좀 유연하게 해석해도 괜찮을 듯하다. 즉, 절대적인 강요의 지침이라기보다는, 신비하고 초월적이고 탈 논리적(脫論理的)인 것을 대하는 지적 태도에 대해서 말한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때는 그것이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 말하라는 뜻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조금은 더 유연하고 열려 있는 자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예 입 자체를 다물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비트겐슈타인의 본의가 아닐 것이다.(https://brunch.co.kr/@philosophus/32) 그에게 있어서 논리의 언어로 이해되고 표현되지 못하는 영역은 ‘신비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이 신비의 영역은 언어를 넘어서는 영역 즉, 알 수 없는 불가지(不可知)의 영역이었다. 비트겐슈타인의 또 다른 유명한 말,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바로 이 말이 ‘신비의 영역’이 무엇인지를 잘 설명한다. 02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의 학문적 뜻과 깊이를 모르더라도 사람들은 이 말을 인용하기를 좋아한다. 그만큼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명제이다. 이 문장은 어찌 보면 시적인 아포리즘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 어찌 보면 높은 덕을 쌓은 수도자가 득도의 경지에서 하는 말 같기도 하다. 명제를 단순하게 풀면 ‘말할 수 없으므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로 읽히는 동어반복의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모종의 비장한 깨달음에 들어 있다는 느낌까지 전한다. 이래저래 긴장의 매력을 지닌 말이다. 그래서 이 명제 ‘모르는 것에 대하여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를 좀 다르게 접근해 보려고 한다. 비트겐슈타인의 분석철학이나 언어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자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은 것이다. 언어생활의 지혜에 다가가는 자리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언어생활을 고양하는 ‘덕성의 자극(awareness of virtue)’을 이 명제로부터 받고 싶어지는 것이다. 여기 두 개의 명제가 있다. 하나는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모르는 것에 대하여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듣는 말, ‘잘 알지 못하면서 말하지 말라’이다. 물론 이 두 말의 표면적 의미는 같게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이 표면적 의미를 넘어서서, 숨어서 함의하는 맥락적 의미를 따져볼 수 있겠는가. 나는 대략 이렇게 구분해 보았다. 후자(‘잘 알지 못하면서 말하지 말라’)는 ‘망신당하기 꼭 좋다. 그러니 잠자코 있으라’ 하는 정도의 말하기 기술상의 팁이나 요령이라 할 수 있다. 전자(‘모르는 것에 대하여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앎에 대한 반성을 수반하는 즉, 자아 바깥의 세계에 대한 일종의 겸허함을 품고 있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또 후자는 말하는 행동을 막는 데서 끝난다. 그러나 전자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더 지속적인 탐구와 모색을 암시하고 있다. 또 후자는 규범을 지키라는 뜻의 약간 나무람의 분위기를 띤 것이라면, 전자는 자기성찰을 부르는 분위기를 품고 있다. 내 안에 있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상호작용을 들여다볼 수 있는 행위로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는 걸 모르는 척하기’와 ‘모르는 걸 아는 척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아는 걸 모르는 척하기’에는 남의 흉허물을 나서서 말하지 않고, 덮어주는 너그러움의 덕성이 숨어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말 많고 말 옮기기 좋아하는 사람은 갖추기 어려운 덕성이다. 그런가 하면 불의를 알고도 말하려 하지 않는 비겁함이 끼어들 수도 있다. 요컨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함께 있다. 그러나 ‘모르는 걸 아는 척하기’에는 좋은 점이 거의 없다. 이는 일종의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요즘 나도는 가짜 뉴스의 생산자나 유통자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한다. 사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짜 뉴스의 중간 유통자가 되지 않았던가. ‘모르는 걸 아는 척하기’는 당장은 남을 속일 수 있다 해도, 나중에 곤욕을 치르게 되어 있다. 모르는 것에 대하여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비트겐슈타인은 모르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 자체가 ‘모르는 걸 아는 척하기’에 해당한다고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침묵하는 동안에 ‘모르는 것’을 화두로 삼고, 침잠하여 모색하라는 뜻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03 ‘모르는 것’에 대해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안다고 나서고 싶을 때, 이건 제대로 아는 게 아니야, 하고서 자기 검열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이라고 인지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얼핏 보면 인지적 능력 같지만, 이는 도덕적 능력에 가깝다. 초연결의 첨단정보통신사회가 될수록 나의 모름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능력은 도덕성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일찍이 2,500년 전 공자도,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함이 진정 아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논어, 爲政篇 17장)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관계는 오묘하다. 마치 연인들 사이의 밀고 당기며 가까워지는 관계 같기도 하다. 모름을 통해서 앎의 경지를 두드리게 되고, 앎을 통해서 모름을 분명하게 인식한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서 알게 된 것도 더 열심히 더 깊이 알려고 하면, 마침내 ‘내가 모른다’는 사실에 당도하게 된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우기는 순간, 천박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인터넷이나 SNS에 나도는 파편의 지식으로, 세계의 총체를 모두 아는 듯한 태도는 위험하다. 그런 불충분한 불구의 앎을, 아니 그런 무지로, 세상을 향하여 내지르는 듯이 말하는 것은 더욱 위태롭다. 이는 앎의 영역이 아니라 모름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범람하는 가짜 뉴스의 모습이 이를 입증한다. 비트겐슈타인의 명제 형식을 빌려서 이 혼돈을 패러디하면, 아마 이렇게 될 것이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 웅변으로 말하라.” 모르는 걸 아는 척하기의 극치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서 웅변처럼 말할 것을, 무한 부추김 받는 생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모르는 것과 모르는 것들이 모여 피 터지는 진흙탕 싸움을 하는 모습을 댓글 공간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인간성이 몰락하는 장면이다. 이것이 위험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 공동체의 몫이 될 것이다. 분열과 혐오, 위선과 허위, 대립과 학살심리로 가득 찬 사회를 반드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에 대하여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
뮤지컬 배우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재즈댄스 학원에 덜컥 등록한 적이 있었다. 첫날 학원에 대한 기억. 학원의 모든 벽은 거울.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나의 위치. 무릎이 튀어나온 트레이닝 복(사실 재즈댄스 할 때 그렇게 예쁜 의상을 입는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 어디를 바라보고 서 있어야 할지는 모르는 어정쩡한 자세. 팔짱을 끼고 있기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기도 애매한 내 팔들. 이런 상태에서 첫 수업이 시작되었고, 그래도 나는 뭔가 열심히 따라 해보려고 애썼는데, 그날 선생님께 들었던 첫 마디는 “김태은 씨~ 탈춤 춰요?” 큰맘 먹고 등록했던 6개월짜리 프로그램에 딱 3번 등원하였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를 외쳤지만, 결국 실속 없는 고집으로 환불 기간도 넘긴 채, 이렇게 태생적 몸치를 극복하고 싶었던 꿈은 저물었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아이들 이 기억은 학습부진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관찰할 때 자주 오버랩 되는 장면이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서정(가명)이는 초등학교 때와는 달라지고 싶었다. 그러나 교실에 들어선 순간 자신이 어느 정도 위치인지 직감한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신의 수준을 인지한다. 그래도 열심히 해보려고 수업시간에 손들어 발표도 해보고, 질문도 해본다. 친구들보다 자신의 대답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서서히 주눅이 들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 서정이에 대한 평가는 학습 속도가 아주 느린 학생, 향후 도달할 수 있는 학습 결과에 한계가 있어 보이는 학생이다. 최근 몇 년간 학습부진학생들의 성장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만나는 학생 중에는 ‘해도 해도 안 되는 학생’들이 발견된다. 처음 볼 때는 그냥 조금 천천히 배우는 학생인 듯싶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이 학생들이 뛰어넘지 못하는 구간이 있음이 확인된다. 해당 학년이 목표로 하는 학습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도 사칙연산은 여전히 난관이고, 한 문단의 핵심 문장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성품이 착하고 온순한 이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교실 내에서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간혹 마음속에 분노와 불안이 가득하여 화가 밖으로 표출되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ADHD의 여부를 고민하게 된다. 이 학생들은 모두 일상생활에 딱히 문제가 없다. 일상생활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지적수준이면 특수교육지원대상 권유를 받는다. 이도 저도 아닌 경계이다 보니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경계선지능은 지적 지능이 경계선 수준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미국 정신의학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4th, DSM-Ⅳ)(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1994)에서는 ‘경계선 지적 기능’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지능검사 결과 평균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지만, 지적 결손 수준보다는 높아서 평균과 지적 결손의 경계선에 해당된다. 지능지수의 정규분포곡선에서 보면, 표준편차 -1에서 -2에 해당(IQ 71~84)하는 아동들은 13.59%를 차지한다. 표준편차 -2 이하에 해당하는 2.28%와 비교해 보면 약 6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적장애로 분류되는 아동의 6배로 추정돼 상당히 큰 숫자이다(강옥려, 2016). 현재 성장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44명의 학습부진학생 중 약 4~6명 정도의 학생들이 경계선지능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학생들은 관찰기록상 암기능력과 인지력·분별력 등이 일반 학생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실 해당 연구에 대한 자문을 받는 과정에서 특수교육전문가들은 연구 참여자 모두를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음을 권유한 바 있다. 학생들의 지능 수준을 파악하고, 학습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다. 원인을 파악해야 그에 맞는 적절한 지원이 가능하다. ‘느리게 배워도 괜찮은 환경’ 만들기 그러나 이상과 현실에는 간극이 있고, 이에 다음의 3가지 쟁점이 발생한다. ‘적절한 지원은 무엇인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적절한 무엇이 있는가?’, ‘검사와 지원 중 무엇이 먼저인가?’ ① 적절한 지원은 무엇인가? 경계선지능의 학생들은 추상적인 개념 이해가 어렵다. 지식을 조직하는데 문제가 있다. 배운 개념이나 전략을 일반화시키지 못한다. 기억력이 부족하다. 주의집중 기간이 짧고, 집중하는 능력이 약하다. 구두로 표현하고 들은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동기를 유지하기 어렵다. 사회성과 정서·행동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발생한다(강옥려, 2016, 박현숙, 2018). 이처럼 이들의 특성은 얼마든지 나열될 수 있지만, 문제는 그래서 무엇을 도와야 하는가이다. 쪼개서 가르쳐야 한다.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수준에서 한 걸음 더 할 수 있는 만큼의 과제를 제시해주어야 한다. 사실 이것을 가장 잘하는 분야는 특수교육인데, 이들은 특수교육을 받을 만큼의 지능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손길이 닿지 않는다. 그런데 계단을 못 오르는 아이들을 위해 세분화해서 가르치고 개별화 교수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특수교육에서만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일반교육에서 이 학생들을 한 명씩 앉혀놓고 가르칠 만큼의 인력·시간·예산이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 학생들은 갈 곳이 없다. ② 적절한 지원을 위한 무엇이 있는가? 검색창에 경계선지능을 검색하면 많은 심리상담소의 치료 프로그램들(청각 훈련·집중력 훈련·작업 기억 훈련 등)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성장했는지를 밝히거나 경계선지능에서 벗어나 우수한 수준까지 향상된 사례 등을 홍보하는 내용이 쉽게 찾아진다. 비용을 보니 최소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내가 만나는 학생 중에는 이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을 만큼 가정형편이 되거나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는 학생들은 없다. 이 학생들의 학부모와 면담을 하면서 만일 당신의 자녀가 학교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면 정말 많이 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교를 잘 다니다 보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국가가 국민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겠다는 것은「헌법」제31조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교육기본법」제3조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에서 언급하는 ‘교육받을 권리’ 보장에 대한 의지이다. 이는 선언적 진술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촘촘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경계선지능 전담팀 신설(서울시교육청 보도자료, 2019.09.06.) 방안을 응원한다. 몇 해 전 난독증 학생들을 어느 부서가 맡아서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법적으로는 특수교육 판정을 받지 않으면 특수교육을 받을 수 없고, 일반교육에는 난독증 전문가가 없으니 핑퐁이다. 경계가 뚜렷하다는 것이 효율적인 정책을 만드는 데는 필요하겠지만, 선이 뚜렷하다는 것은 사각지대의 함정을 만들어 낸다. 예방의 일환으로 특수교육의 예산이 일반교육으로, 일반교육의 예산이 특수교육으로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③ 검사와 지원 중 무엇이 먼저인가? 경계선지능 학생들을 지원하려면 검사를 해야 하고, 검사를 하고 나면 지원이 연결되어야 한다. 사실 검사를 해서 현황을 파악해야 지원 예산을 확보할 수가 있다고들 하지만, 지능지수의 정규분포곡선에 의해 13.59%는 이미 제시되어 있다. 지원 방법도 없는데 검사를 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를 두 번 아프게 한다. 그러니 지원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다. 조심스럽게 학부모 협조를 얻어 지능검사를 실시한 학습부진학생이 있다. 결과는 IQ 86. 다행히(?) 경계선지능에 해당하지는 않았다. 이게 다행인가? 관찰되는 바에 의하면 향후 학습을 지속해 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학생이다. 여기에서 수치상으로 경계선지능 범주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는가? 지능이 86이라고 필요치 않은 게 아니라, 지능이 96이라 해도 필요로 하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경계선지능 학생들을 위한 적절한 지원이라 함은 ‘느리게 배워도 괜찮은 환경’일 것이다.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느린 것이다 학교에는 굳이 경계선지능이라고 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천천히 배우는 학생들이 있다.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많이 느리다. 또래들하고 노는 것보다 한두 학년 어린 후배들과의 관계가 수월하다. 자기 학년의 학습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실패가 일상이니 화가 난다. 더 늦기 전에 이 학생들의 분노를 잡아주어야 한다. 한번은 미안한 마음(너무 쉬워서 혹시나 자존심 상해할까 걱정되어)으로 쉬운 검사지를 제시한 적이 있는데, 자신이 맞출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나오니 신이 났다. “선생님~ 이거 좀 더 하면 안 돼요? 재밌는데요?” 그동안에 늘 어렵고 재미없었을 성싶으니 미안했다. 해도 해도 안 된다는 것은 참 슬프다. 사실 난 몸치다.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몸치를 극복하지 못했던 상황과 서정이가 학습을 뛰어넘지 못하는 상황은 다를까? 누군가의 말(충남대 김선 교수)처럼 춤을 좀 못 추는 것은 그럴 수 있는데, 학습을 못 따라 가는 것은 그러면 안 되는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재즈댄스 학원에 갔을 때의 바람은 “회원님~ 처음 오셨나 보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서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처음이라 어색하시겠지만 이렇게 해보세요”였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나의 몸치가 해결되진 않았을 테지만, 적어도 춤에 대한 아픈 기억은 없었을 것 같다.
지난 1948년, 교육시설 피해에 대한 신속한 복구 지원 및 각종 재난예방사업을 위해 설립된 교육시설재난공제회가 올해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지난해 연말 「교육시설법」이 공포되고 1년간의 경과 기간을 거쳐 올 12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박구병 교육시설재난공제회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안전원 설립 의미를 설명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시설 복구에서 탈피, 재난과 재해로부터 교육시설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사전예방과 안전교육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선제적 사전 대응이야말로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드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기 동안 어린 학생부터 교직원까지 기본에 충실한 안전의식을 고취, 재난 발생에 따른 인명과 재산피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현장과 이론 양쪽을 두루 섭렵한 국내 최고 재난관리 전문가로 유명하다. 과거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던 시절 성수대교 붕괴를 보며 재난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이후 건설·시설 안전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 특히 삼풍백화점 붕괴 및 우면산 산사태, 강변 테크노마트 흔들림 등 대형 재난현장의 사고수습과 복구를 지휘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각종 재난현장을 지휘하면서 산업분야 백서 발간에 참여했고, 모두를 놀라게 한 제천 화재사건 당시에는 정부조사단 총책임을 맡기도 했다. 교육시설재난공제회서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새출발 올해 교육시설재난공제회(이하 공제회)에서 교육시설안전원(이하 안전원)으로 탈바꿈한다. 어떤 의미가 있나? “지금까지 공제회는 재난으로 입은 학교시설물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하고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하지만 안전원 출범을 계기로 교육시설 및 안전관리, 재난대응, 복구를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 공제회가 사단법인이었다면 안전원은 「교육시설법」에 근거한 법정기구라는 사실도 차이점이다. 아울러 그동안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교육연구시설들을 100% 지켜낼 수 있게 된 것 역시 의미가 크다.” 재난사고 때마다 철저한 대비 없이 안일하게 대응하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종종 있었는데. “재난피해가 발생하면 언론에서 종종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제목을 단다. 아픈 지적이다. 때문에 안전원은 시설 복구보다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전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교육시설법」에 명시된 16개 안전원 주요 업무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90%가 예방 관련 내용이다. 예컨대 교육시설 노후도를 평가하는 정밀안전진단이나 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인지 살펴보는 ‘학교시설안전인증제’ 등도 수행한다. 또 상도유치원 붕괴사고처럼 학교 주변 시설 공사에 대해서는 ‘안전성 평가’를 실시할 것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아보듯 모든 교육시설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보완할 부분은 무엇인지 깐깐하게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우리 임무다.” 교육시설법이 국회에 제출된 지 1년 만에 통과됐다. 어려움은 없었나? “우리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시설을 제공하자는 한결같은 마음이 모두에게 통한 거 같다. 그런 숭고한 명분에 여야 가릴 것 없이 흔쾌히 손을 들어 줬다. 아울러 유은혜 교육부총리를 비롯 교육부 실무 주무관까지 혼연일체가 돼 법 제정에 도움을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사전예방만 잘해도 재난 복구 경비 7~8배는 절약 재난예방은 광범위하고 보이지 않는 불특정 상대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인적·물적 지원이 더 필요한 것 아닌가? “우리의 목표는 교육연구시설 재난 예방분야 최고 전문기관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맞은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재해·재난 예방활동 전문가 중심으로 부서를 확장하고 학교 시설 내구연한은 늘리는 방법을 연구하는 조직도 있어야 한다. 교육시설 관련 실태를 누적관리하는 교육시설통합정보망 또한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국내·외 재난관련 기관들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선제적 예방활동에 집중할 경우 재난 복구에 소요되는 경비의 7~8배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가래로 막을 거 호미로 막는 셈이다.”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재난 예방교육도 활발하다고 들었다. “지난해 크고 작은 재난사고에도 불구, 인명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은 교직원들의 신속하고 지혜로운 대처에 힘입은 바 크다. 그분들의 헌신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교직원의 지시에 침착하게 대응해준 학생들도 칭찬하고 싶다. 이런 사례서 보듯 재난 대비 및 예방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 공제회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재난 예방 직무연수를 실시하고 유치원생 등 학생들에게 재난 안전교육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교재도 개발하고 버스를 개조해 실내 교육도 시킨다. 일명 찾아가는 연수 등을 통해 연평균 10만 명 정도가 교육을 받는다. 어린 시절 안전교육만 제대로 받아도 재난으로부터 평생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면역체계를 가질 수 있다.” 교육현장에는 자주 나가보는 편인가? “지난 2018년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상도유치원 붕괴사고가 터졌다.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공제회가 지원할 것은 무엇인지부터 살폈다. 지난해 4월 강원도 산불현장에 ‘긴급대응반’을 급파하는 등 가장 빠르게 대처했다. 개인적 성향인지 모르겠지만 재해나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을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야 정확하고 신속한 복구대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200여 회 학교현장을 방문, 시설물들을 점검했다.” (박 회장 휴대폰에는 재난에 관한 모든 뉴스들을 언제든지 모니터링하는 앱이 장착돼 있다. 촌각을 다투는 위기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고 현장 발로 뛰는 국내 최고 재난관리 전문가 국내 최고 재난관리 전문가로 유명하다. 직접 학교 교육시설을 둘러보니 어떤가? “제일 큰 걱정은 노후화된 건물이 많다는 점이다. 지은 지 20년 이상 된 건물이 전체 학교의 50% 정도 된다. 40년 이상 된 건물도 14%에 이른다. 노후화된 학교 건물들은 현재의 시설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등 위험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된 학교들은 시설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학교시설 안전 및 유지관리를 위한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필요한 재원이 확보돼야 하는데 걱정이다.” 지난해 발생한 서울 모 초등학교 화재사고는 필로티 구조가 문제가 됐다. “많이들 우려하시는 데 필로티 구조는 사실 공간활용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 역시 불연재 처리를 하거나 소화시설이 잘 갖췄다면 크게 우려할 게 없다. 특히 최근에 지어진 구조물들은 내진 강도를 높이기 위해 기둥 배치의 방향과 크기를 조정해 안전성을 높였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다.” 화재사고 당시 공제회에서 시설 복구뿐만 아니라 실험기자재 등 파손된 교구까지 보상한 것으로 들었다. “학교시설 및 교구 등 재산목록을 공제회에 모두 가입하면 재난사고 시 전부 보상 받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 선택에 따라 시설복구만 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학교처럼 모두 항목에 가입돼 있으면 학습에 필요한 교구는 물론 교과서까지 보상이 가능하다. 심지어 급식실이 피해를 입으면 급식비도 보상해 준다. 2021년부터는 포괄적 공제 시스템을 통해 학교 재산목록에 등재된 물품 모두를 보상할 계획이다.” 강원도 산불피해 때 가장 신속한 복구활동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사실 이게 핵심이다. 재해나 재난으로부터 학교시설이 손해를 입었다 해도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언제 어디서든 교육은 중단없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진 등 재해가 발생하면 즉시 응급교육이 가능하도록 긴급복구비를 지원, 임시교사를 가설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한다. 선지원금이라고 해서 학교가 손해를 입었으면 묻고 따질 것 없이 먼저 복구비를 지원하고 이후에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강원도 고성지역 산불사건 때 현장에서 즉시 복구비를 선지급한 사례도 있다. 다른 부처들은 행정 절차를 일일이 거치는 바람에 예산 내려가는데 만 2~3주 걸린 반면 우리는 즉시 지원으로 복구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3월이면 임기 반환점을 돈다.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두말할 것 없이 인명과 재산피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다. 재난이 발생해도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사전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고, 어린 학생부터 어른까지 모든 국민들에게 철저한 안전의식을 심어주고 싶다. 예컨대 우리 공제회에서 만든 ‘안전달력’ 이란게 있다. 매달 학교에서 체크해야 할 안전점검 내용이 탁상달력 뒤에 함께 기록돼 있다. 이것만 보면 그달에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점거해야 할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처음엔 반응이 어떨지 몰라 소량 제작했는데 막상 배포하고 보니 일선 학교행정실에서 주문이 쇄도한다. 이처럼 소리 안 나는 안전문화 확산에 힘쓰고, 기본에 충실한 안전의식 고취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양귀자의 단편 한계령은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집안에서 동생들을 책임지느라 숨 가쁘게 살아온 큰오빠 이야기가 소설의 주요 뼈대 중 하나다. 소설에서 작가인 여주인공은 25년 만에 고향친구 박은자의 전화를 받는다. 은자는 주인공에게 고향을 떠올리는 출발점 같은 존재였다. 은자만 떠올리면 고향 기억들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 것이다. 은자는 부천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노래 부르는 ‘미나 박’으로 나름 성공했다며 꼭 한번 찾아오라고 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현실의 은자를 만나면 고향 추억으로 가는 표지판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 만나는 것을 망설인다. 이즈음 주인공은 ‘항상 꿋꿋하기가 대나무 같고 매사에 빈틈이 없는’ 50대 큰오빠의 말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 동생들이 성장해 자리를 잡아 ‘장남의 멍에’를 벗자 허탈해하면서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큰오빠는 아버지가 찌든 가난, 빚, 일곱 자녀를 남겨놓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와 함께 안간힘을 쓰며 동생들을 거둔 터였다. 은자는 곧 클럽 가수 생활을 그만두고 카페를 차릴 것이라며 그만두기 전에 꼭 한번 오라고 거듭 전화하지만, 여주인공은 은자는 만나지 않고 노래만 듣고 올 수는 없을까 궁리한다. 작가는 이런 마음을 원미산 진달래꽃을 통해 절묘하게 담았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더라고, (중략) 남편은 원미산을 다녀와서 한껏 봄소식을 전하는 중이었다. 원미동 어디에서나 쳐다볼 수 있는 기다란 능선들 모두가 원미산이었다. 창으로 내다보아도 얼룩진 붉은 꽃무더기가 금방 눈에 띄었다. 진달래꽃을 보기 위해서는 꼭 산에까지 가야만 된다는 법은 없었다. 나는 딸애 몫으로 사준 망원경을 꺼내어 초점을 맞추었다. 진달래는 망원경의 렌즈 속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났고 새순들이 돋아난 산자락은 푸른 융단처럼 부드러웠다. 망원경으로 원미산을 보듯, 먼 곳에서 은자의 노래만 듣고 돌아온다면… 마침내 주인공은 미나 박 공연 마지막 날 나이트클럽에 간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은자로 보이는 여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이었다. 여주인공은 노래를 들으며 큰오빠의 지친 뒷모습이 떠올라 눈물을 흘린다. 한계령은 소설집 원미동 사람들에 나오는 단편 중 하나다. 원미동 사람들은 작가가 1986년 3월~1987년 8월 발표한 11편의 소설을 담고 있는데, 경기도 부천 원미동을 무대로 80년대 서민들의 애환과 삶을 잘 형상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책은 100쇄를 넘길 정도로 사랑을 받아 우리 시대의 고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부천시 원미구는 2007년 원미산 입구에 양귀자 ‘글비’를 세우면서 위에 인용한, 진달래가 나오는 소설 대목을 세겨 넣었다. 부천종합운동장 뒤 원미산 진달래공원엔 10∼20년생 진달래 수만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야생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계령’ 하면 4~5월 강원도 깊은 산에서 만날 수 있는 노란 한계령풀도 떠오를 것이다. 진달래와 함께 떠올리는 아련한 고향의 추억 동요 ‘고향의 봄’에도 나오지만, 진달래는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에겐 고향의 꽃이다. 전국 어디서나 자라는 데다, 진달래에 얽힌 추억이 한둘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진달래는 볼 수 있는 기간이 열흘에서 보름 정도로 길지 않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에 가장 잘 들어맞는 꽃이기도 하다. 진달래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와 가까운 꽃이다. 진달래꽃이 만발한 음력 3월 3일 삼짇날,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는 풍습이 있었다. 진달래는 먹을 것이 없던 시절 꽃잎을 따서 허기를 채운 꽃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 철쭉은 독성 때문에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 불렀다. 진달래꽃을 본 김에 꽃잎을 따먹어보니 약간 시큼한 맛이 났다. 진달래는 우리 숲이 점점 우거지면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이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과거 우리 숲에 소나무와 진달래가 많았던 것은 숲이 우거지지 않아 척박한 산성 토양이어서 그런 것인데, 숲을 잘 보전하면서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들이 크게 자라 소나무와 진달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달래가 줄어드는 것은 우리 강산이 그만큼 푸르고 비옥해졌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진달래는 다섯 장의 꽃잎이 벌어져 있지만, 아래는 붙어 있는 통꽃으로, 가지 끝에서 3~6개의 꽃송이가 모여 다른 방향을 향해 핀다. 나무껍질은 매끄러운 회백색이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곳은 강화 고려산·대구 비슬산·창녕 화왕산·여수 영취산 등이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피어나는 진달래·철쭉·산철쭉 진달래와 철쭉·산철쭉·영산홍은 모두 진달래과에 속하는 봄을 대표하는 꽃들이다.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기 때문에 진달래와 나머지 철쭉류를 구분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철쭉은 꽃과 잎이 함께 핀다. 진달래는 ‘진한’ 분홍색이지만 철쭉은 ‘연한’ 분홍색으로, 진달래와 달리 꽃잎 안쪽에 붉은 갈색 반점이 선명하다. 잎도 진달래는 길쭉하고, 철쭉은 둥근 잎이 5장씩 돌려나는데 주름이 있다. 피는 시기도 진달래는 3~4월이지만, 철쭉은 5~6월이다. 산철쭉은 꽃이 철쭉보다 색깔이 ‘진한’ 분홍색이고, 잎은 진달래와 비슷한 긴 타원형이다. 피는 시기는 진달래, 산철쭉, 철쭉 순이다. 여기에다 공원이나 화단에서 꽃이 작으면서 화려한 색깔을 뽐내는 원예종 영산홍이 있다. 영산홍은 일본에서 철쭉·산철쭉을 개량한 원예종을 총칭하는 이름이라 ‘왜철쭉’이라고도 부른다. 영산홍은 대체로 입이 작고 좁으며 겨울에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 반상록이 많다. 정리하면, 산에서 잎이 없이 꽃만 피었으면 진달래, 잎과 꽃이 함께 있으면 철쭉이나 산철쭉이다. 그리고 꽃이 연분홍색이고 잎이 둥글면 철쭉, 꽃이 진분홍색이고 잎이 긴 타원형이면 산철쭉으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다 공원이나 화단에서 꽃이 작으면서 화려한 색깔을 뽐내고 있으면 영산홍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산철쭉과 똑같이 ‘진한’ 분홍색으로 피는 영산홍도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구분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애호가들은 그냥 산에 있으면 산철쭉, 화단에 있으면 영산홍 정도로 알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학원 입학 후 첫 수업 날, 지도 교수님께서 자신을 지리적으로 소개해보라고 하셨다. 그때 날 소개했던 말은 “한국·영국·미국, 3개의 국가를 이름에 품고 있는 곽영미 입니다”였다. 다행히 교수님께서 단번에 이름이 외워졌다고 말씀해주셨고, 촌스럽다고 싫어했던 내 이름이 지리교사인 내게 퍽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지는 내 이름처럼 3개의 국가를 품고 있는 곳이다. 내 짧은 경험이 그 국가를 모두 대변해주지는 못하겠지만, 학생들의 집중도와 흥미를 높이고 교과서 밖의 지식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업 중에 내 여행 경험을 많이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북한은 여행 경험도 없을뿐더러 잘 알지도 못하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직접 겪고 있지 않아서 종종 그 단원의 수업이 빈껍데기 같이 느껴진다. 그 북한을 곁눈질로나마 볼 수 있다니! 날래날래 가야지~! #1. 중국 고속철을 경험하다. 비행기로만 이동해도 되지만 중국의 고속철을 타보고 싶어서 굳이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장춘 롱지아 공항에 내려 기차역으로 이동하려고 하니, 우리나라처럼 공항에서 역까지 바로 연결되는 길이 없었다. 무려 10분 정도를 걸어 장춘 롱지아 역에 다다르니 홍등과 새빨간 글자들이 중국임을 실감케 해주었다. 이곳에서 바로 고속철이 출발하는 것은 아니고, 길림역으로 가서 고속철로 환승해야 하는데 공항도 아닌 기차역에서 짐 수색이 공항만큼이나 깐깐했다. 일반열차를 타고 길림에서 내려, 앞서 탄 열차의 5배의 가격을 주고 훈춘행 고속철을 탔다. 훈춘은 연변 조선족자치주에 있는 중국의 최동단 도시로, 만주어로 변경이란 뜻이다. 1998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중국의 고속철도는 드넓은 대륙을 포용하기 위해 스위스·독일·프랑스·일본·캐나다에서 기술을 인수하고 제휴하여 2008년에는 시속 305㎞의 베이징~텐진 고속철도가, 2009년에는 세계 최장이라는 우한~광주 고속철도가 개통되었다. 창밖의 풍경만 조금 다를 뿐 한국의 KTX나 SRT와 다를 바 없어 큰 감흥은 없었지만,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줄 거리 하나는 마련했으니 그것으로 됐다. #2. 선을 못 넘는 녀석들 2012년, 태국 치앙콩에서 라오스로 넘어가려 하는데 폭이 좁은 강이 국경이어서 배를 타고 1분 남짓 가면 됐었다. 육안으로도 라오스가 보이는데 태국 출입국 관리소에서 도장을 안 받아와서 뱃삯을 또 내고 돌아가서 도장을 받아왔던 기억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보다도 가장 강하게 국경의 힘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 중요성을 간과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국경이라고 하면 철저하게 막혀있는, 폐쇄적 공간을 떠올렸나 보다. 짐이나 몸을 수색하는 엑스레이도 없고, 높은 담이나 철조망도 없고, 무장한 경찰도 없는 평화로운 강가는 내게 국경의 이미지를 다시 인식하게 해주었다. 국가에 따라서는 국경이 그저 ‘선(line)’일 뿐인 평화로운 곳도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유럽 여행할 때처럼 국경의 존재 자체를 느끼지 못하고 넘어가는 곳도 많다. 하지만 내가 서 있는 이 국경은 뭔가 숨 막히고 가슴 한편이 아련하게 아파지는 장소였다. 훈춘에서 버스를 타고 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권하세관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출국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차들이 있었다. 이곳은 북한 나진-선봉에서 약 50㎞ 떨어져 있는 국경 출입로로 육로와 해로의 이동을 모두 관장한다고 한다. 트럭에 실려 이동하는 컨테이너가 중국과 북한 사이에 무역이 활발함을 보여주었지만, 나는 저 너머에 있다는 북한을 그냥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런 상황은 방천을 지나 도문변경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폭도 넓지 않고 수심도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 두만강 너머,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과 군데군데 김부자 사진과 찬양 문구가 있는 건물들이 보였다. 이 두만강 강변공원을 걷다 보면 다리 색이 반반 나뉜 도문대교를 볼 수 있는데, 주황색 부분까지가 중국이고 파란색 부분이 북한이다. ‘선을 넘는 녀석들’을 보면 프랑스와 독일 국경이 있는 다리에서 한발씩 걸쳐놓고 사진을 찍던데 이곳은 그런 행동이 불가능하다. 인터넷에 보면 중국령까지 다리를 건너보기도 하던데 이날은 문이 닫혀있었다. 우리를 향한 북한의 마음이 닫혀있듯이…. #3. 한눈에 삼국을 바라보다(一眼望三國) 훈춘역에 내리자마자 붉은색 한자가 눈에 들어왔다. 중국어도 모르는 내가 이 글자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한글·영어·러시아어로도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변 조선족자치주에서는 모든 간판에 한글을 위(왼쪽)에, 한자를 아래(오른쪽)에 쓰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러시아어까지 3개 국어로 써진 간판들이 정말 많다. 아무리 국경이라지만 왜? 이유는 바로 저렴한 물가였다. 러시아인들이 훈춘시에서 싸게 생필품을 구입해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러시아풍 건물로 가득 찬 러시아 거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한글과 한자가 같이 쓰여 있어 외국인 듯 한국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씨뿐 아니라 삼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방천이다. 방천은 사구 사이에 둑을 만들어 길을 냈었기 때문에 붙여진 지명이며 중국·북한·러시아의 국경이 만나는 곳이다. 기념품 가게에 들어서자 중국·북한·러시아의 국기와 물건이 모두 있어 지금 어느 나라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기념품 가게를 나와 노란 미니버스를 타고 용호각으로 이동했다. 용호각의 원래의 이름은 망해각이라고 한다. 1886년, 청과 러시아 국경문제 협상 당시 청의 대사였던 오대징이 과음하는 바람에 협상에 패하여 중국 영토를 표시하는 토자패가 동해까지 닿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5㎞ 앞두고 동해를 차지 못한 만취의 슬픔을 가진 용호각에 오르면 벽에 써진 글자처럼 일안망삼국(一眼望三國)할 수 있게 되는데, 삼국 국기가 있는 곳에서 보이는 중앙의 흰 건물까지가 중국 영토, 왼쪽의 호수와 평원은 러시아 영토, 오른쪽의 두만강을 통해 러시아의 핫산과 연결되는 철교 너머는 북한 영토이다. 삼국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이름의 특성과 비슷해서일까,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4. 장백산? 백두산! 백두산은 동서남북 방향으로 동파·서파·남파·북파 코스가 있다. 동파와 남파 코스는 북한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지는 두 개다. 백두산에 오르려면 연길에 숙소를 잡는 것이 보통인데, 숙소에 백두산 예약을 부탁하면 한자가 가득한 버스 타는 곳 확정 문자를 받을 수 있고, 조선족이 운영하는 민박에 머무르면 한국어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서파 코스는 많이 걸어야 하는데다가 무려 1,442개의 계단이 있다고 해서 연길에서 이도백하로 이동 후 천지 가까이 차로 이동할 수 있는 북파 코스를 택했다.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서 백두산 중국식 명칭인 장백산이 크게 적힌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한 뒤 줄 서서 기다리면 큰 버스를 타고 산 초입까지 이동할 수 있다. 나는 대략 20분 정도 기다려서 버스를 탔는데, 인구대국 중국인들의 단체관광과 운 나쁘게 겹치면 4~5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단다. 대형 버스에서 내리면 다시 표를 구입해서 하얀 봉고차로 환승 후, 천지 입구까지 이동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높은 산을 올라가는 도로는 구불구불! 그런데 허술한 도로 가드레일 옆 아찔한 낭떠러지가 보이고, 웬만한 롤러코스터 저리 가라 식의 노브레이크 커브 운전에 몸이 막 흔들리는데, 기사 아저씨가 10분 타이머를 맞춰놓고 운전하시는 게 아닌가! 덕분에 고도에 따라 변하는 백두산 식생의 모습은 제대로 눈에 담지 못하고 비명으로 가득 채웠던 봉고차와 이별했다. 봉고차에서 내려 마치 제주 올레길 같은 나무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탄성을 자아내는 천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천지를 보기엔 7~8월이 적기이지만 백두산 날씨는 워낙 변덕스러워서 산 밑에서의 날씨로 산 위의 날씨를 예측할 수 없는데, 운이 좋았는지 맑고 눈부시게 푸르른 천지가 날 반겨주었다. 추울까 봐 챙겨간 등산 점퍼가 무색하게 날씨가 따뜻했고, 화산이 만들어낸 신비스러운 천지 부근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의 차가운 촉감이 꿈이 아님을 실감케 해주었다. 좁은 천지에 가득한 사람 때문에 급하게 사진을 촬영하고 북한 쪽 백두산도 열심히 눈에 담았다. 북한은 천지의 물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인지 천지로 향하는 계단이 눈에 띄었다. 제한속도 30㎞를 지키는 것이 맞는 것인가…. 봉고차를 타고 하산하면서 심한 멀미에 시달렸다. 유황의 매캐한 냄새와 삶은 달걀의 비릿한 냄새가 가득한 온천 지대를 지나 장백폭포에서 백두산 물의 기를 받는 것으로 백두산 관광을 마무리했다. #5. 남쪽 동무, 반갑습네다. 북한 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이후 여파가 있을 만도 한데 연길에는 여전히 영업 중인 북한 식당이 꽤 있었다. 천지의 감흥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북한 식당을 방문했는데 정말 남남북녀인 것인지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어여쁜 북한 여종업원들이 인사를 해주니 신기함에 피곤이 사르르 녹았다. 음식도 생각보다 큰 이질감이 들지 않았고 맛있었다. 기름진 중국식 음식을 먹다가 북한 식당에 오니 긴 외국여행 끝에 한식당을 찾아온 느낌이었다. 종업원들이 ‘동무’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이 신기해서 음식보다도 그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사진도 찍었는데, 결국 “사진은 찍지 마시라요”라는 날카로운 책망을 들었다. 다른 외국인에게는 대화도 좀 후한 것 같은데 남한 사람인 나에게는 말도 아끼는 것 같았다. 최근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 철수 시한이 임박하여 중국에 문 닫는 북한 식당들이 많다고 하던데, 잘 있으려나 궁금하네. 북쪽 동무! #6. 중국의 학교 탐방 연길의 북한 식당을 찾아가는 길에 룡정중학교 건물이 눈에 띄었다. 직업병(?)이 발동하여 운동장 밖에서 학교를 살펴보았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학생들은 체육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있다가 가방을 메고 교문을 빠져나오곤 했었다. 교무실로 보이는 ‘교수 청사’라는 건물이 하나 따로 있었고, 퇴근하신 선생님들도 계시는지 불 꺼진 곳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교 외벽 게시판에 있는 ‘우수교사 풍채’였다. 중국은 무슨 기준으로 우수교사를 선정하는지, 그리고 그들도 초상권이 있을 텐데 이렇게 사진을 공개적으로 붙여놓아도 되는지 궁금했다. 다음날은 중국의 대학 캠퍼스를 거닐어보고 싶은 생각에 연변대학을 방문했다. 연변대 정문 맞은편에 대학가 상점들을 집대성한 듯한 ‘대학성’이란 건물이 재밌었고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많이 보였다. 자매결연을 한 것인지 서울대학교 정문이 새겨져 있는 연변대 정문을 지나 지리과가 있는 건물도 찾아보고 학생식당에 들러 음료수도 사 먹어 보며 캠퍼스 투어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에필로그 여태까지 다녀온 여행지 중 글을 쓸 장소를 정하고 집필을 반 정도 했을 때 우한 폐렴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시의적절한 것인지 하필 중국 여행기를 쓰고 있을 때 중국발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서 마음 아프긴 하지만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가치가 충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번 여행에서 연변 조선족자치주 일대만 둘러봤는데, 역시 대국은 대국이다. 중국 지도를 펼쳐보니 이번 여행지가 어찌나 조그마한지!
반전으로 점철되었던 영웅의 삶은 막을 내렸지만 남은 자들의 갈등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는 왕위를 놓고 벌인 전투에서 전사했다. 왕위는 라이오스 시절부터 왕가에서 헌신해온 이오카스테의 남동생 크레온의 차지가 되었다.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에게는 성대한 장례를 베풀었지만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은 시민들의 본보기 차원에서 방치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지내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는 명령도 내렸다. 그런데 폴리네이케스를 장례 지낸 흔적이 발견되었다. 크레온을 격분시킨 오이디푸스의 맏딸 안티고네 크레온은 격분했다. 태생적으로 그는 오이디푸스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과거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내어 국가적 위기에 빠진 테바이를 단번에 안정시켰다. 라이오스의 살해자임이 밝혀지기 전까지 그는 지혜로운 군주로 인정받았다. 반면 어부지리로 왕이 된 크레온은 자신의 정통성과 카리스마를 백성들에게 인정받아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첫 번째 영이 완전히 무시당했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도전이었다. 병사들을 시켜 색출해낸 범인은 오이디푸스 생전 그를 시중 들었던 안티고네였다. 안티고네는 이오카스테의 혈육이자 크레온 본인의 조카이기도 했다.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가 모두 죽은 뒤 테바이 왕가에 남은 오이디푸스의 맏딸이었다. 크레온은 이미 자신의 막내아들 하이몬과 안티고네를 결혼시키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정략결혼으로 크레온 왕가를 완성하려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권위와 명예, 왕위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했던 안티고네를 국법 위반으로 처단해야 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논쟁이 시작되었다. 크레온은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크레온은 지배자들의 전유물인 충성서약을 받고 싶었다. 대개의 경우 지배자들은 부조리한 주장을 들이밀며 선택을 강요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제안은 타당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강자들은 “다 그렇고 그런 것”, “원래 그런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약자들을 협박한다. 다들 그렇고 원래 그렇다는 것들 중 실제 그런 것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하지 말아야 할 부조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사(修辭)일 것이다. 윤리적 도리 안테고네 VS 절대 권력에 눈먼 크레온 안티고네는 크레온의 주장에 반대한다. 죽은 사람이라면 그가 이승에서 무슨 짓을 했건 매장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죽은 사람의 영(靈)이 안식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든 폴리네이케스는 죽었고, 그가 다시 모욕을 당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크레온의 말은 하늘의 이치와 어긋나기 때문에 따를 수 없다.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크레온이 아니라 신들조차도 따라야 하는 법도가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폴리네이케스를 ‘매장하라, 하지 마라’ 하는 것은 크레온의 입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크레온의 권한을 넘어선 일이다. 군주의 권력은 사실 군주의 권리가 아니라 권한이다. 군주의 권한은 백성의 행복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하는 권력이고, 그 권력은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에 지정된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크레온의 시대로 말한다면 하늘의 이치와 자연의 섭리, 제우스와 포세이돈과 하데스의 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크레온은 자신의 권한을 사유화하여 권리로 만들고 싶어 했다. 안티고네는 바로 그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협박하지만 실제로 이 논쟁을 주도하는 자는 안티고네이다. 안티고네는 친동생 이스메네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홀로 망자를 위한 제사를 지냈다. 무모한 결정이었고, 대놓고 죽음을 각오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안티고네는 이익을 저울질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추구해야 할 윤리적 도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반면 안티고네를 이용해야 하는 크레온은 갈등한다. 안티고네와 하이몬의 결혼을 통해서만 권력이 완벽해지지만, 안티고네를 죽이지 않으면 왕의 위엄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그럽고 자애로운 어버이와 피도 눈물도 없는 절대 권력자 사이에서 선택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도리’ 그런 면에서 크레온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철저한 기회주의자이다. 과거 그는 오이디푸스의 결백을 알면서도 오이디푸스를 추방했고, 콜로노스 오이디푸스에서는 자신이 추방한 오이디푸스를 다시 데려와 이용하려고 시도하며, 그의 딸을 납치하기도 했다. 조카의 시신을 이용해 군주의 위엄을 드러내려 했고, 정략결혼으로 왕권을 강화하려고 한 그는 어찌 보면 오늘날의 전형적인 정치가이다. 겉으로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모든 행동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폴리네이케스를 매장한 이는 ‘매수되어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며 돈 핑계를 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회주의자들의 세계관일 뿐이다. 자신이 비난하고 조롱했던 오이디푸스를 닮아가는 크레온과는 달리 안티고네는 당당하게 크레온의 억지 주장을 논파한다. 폴리네이케스의 매장을 금지하는 크레온의 실제 명령은 자신의 말이 자연의 이치와 하늘의 섭리보다도 더 높다는 오만의 선언이다. 오이디푸스의 졸렬한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는 권력이라는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명예를 헌신짝처럼 내던진다. 하지만 딸들은 아버지를 위해 굳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가문의 명예와 위신을 생각한다. 두 딸은 오이디푸스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신들의 사랑을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오이디푸스를 일으켜 세우고 갱생의 기회를 만든 주역이 바로 안티고네였다. 그는 이제 권력자의 부당한 명령에 맞서 싸우다 죽음을 앞두게 되었다. 한때 눈먼 오이디푸스를 모시는 데 힘을 합쳤던 두 자매는 이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이별한다. 이스메네는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복종해야 하며, 크레온은 강자이고 우리는 약자이기 때문에 강자의 지배에 따라야 한다는 것, 그것을 자연의 질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안티고네가 생각하는 자연의 질서와는 다르다. 안티고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도리가 있으며 그것은 내가 여자라서, 약자라는 이유로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로도 쉽지 않지만, 그 말을 지키는 것은 더욱더 어렵다. 평생 저주 속에서 살게 된 크레온 불행한 소식은 예언자와 함께한다. 오이디푸스가 범인이었음을 예견했던 테이레시아스가 다시 나타났다. 테이레시아스는 경고한다. “인간은 실수하더라도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고칠 줄 알고 고집을 피우지 않는 자는 행복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이 아니오(Antigone, 1024-1028).” 안티고네의 처형을 고집했던 크레온에게 하이몬의 음성이 겹쳐진다. “한 가지 사고방식만을 고집하지 마십시오. 오로지 당신 자신의 말만 옳다고 생각하시니까요. 자신만이 지각 있고, 언변과 지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자는 누구든지 한번 속내가 드러나면 텅 비어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됩니다(Antigone, 705-709).” 이에 크레온은 “돈만 밝히는 자라며, 장님을 모욕하고 어린 아들한테 분별을 배워야 하냐”며 격분하지만, 예언자의 말이 이번에도 실현될까 두려워한다. 나약해진 크레온은 마음을 돌려 안티고네를 구하러 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안티고네는 이미 ‘신부의 침대도 없이 (…중략…) 죽은 자들의 무덤으로’ 내려갔다(Antigone, 917-920). 하이몬은 크레온이 보는 앞에서 옆구리를 찔려 죽은 약혼자 옆에 쓰러졌고, 그 소식을 들은 부인 에우리디케는 남편을 저주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든 것을 가진 듯했던 크레온은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평생 저주와 후회 속에서 삶을 살게 되었다. 그에게 약간의 지혜와 분별력만 있었다면 행복을 추구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혜 높은 사람들의 화려한 언변 속에는 얄팍한 속내가 숨어있다. 크레온은 말로는 대의를 논하고 정의를 말하지만, 이면에 담긴 의도는 따로 있었다. 반면 안티고네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언행은 담백하면서도 묵직하다. 힘든 하루하루를 버텨가면서도 하늘의 이치를 따랐던 사람들의 삶은 설화나 민담에서 보여주듯 큰 무게로 드러난다.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혜이며, 그중 가장 큰 지혜는 경건한 마음을 갖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그 경건함은 인간의 한계를 직시하고 오만을 피하는 데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오만일 것이다.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가장 큰 관계는 시간과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시간이 우리 편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한번 일어난 잘못된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 우리의 결정이 늘 최선일 수 없고, 인간은 언제나 잘못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의 결정이 최선이기를 기도하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결정이 과오로 이어졌다면, 그때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배운 사람으로서 그리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이라면 자신의 삶에 충실해지는 것, 그리고 내가 저지를 수 있는 잘못에 대한 겸허한 자세일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은 나이가 들면 어떤 것이든지 자신의 지난 세월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길 원한다. 자신의 삶이 ‘성공’했음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 시기가 바로 한 인간의 퇴행이 급속도로 시작되는 시점일 것이다. 성공은 한 개인의 노력과 적절한 운의 결합이고, 온전히 내 노력만으로 무언가가 이루어지는 일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크레온은 자신이 지혜로운 군주임을 과시하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성공을 인정받고 싶었던 유약한 기회주의자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면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 또한 온전히 내게 달린 몫이다.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은 자리를 탐하려고만 할 뿐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소포클레스는 비극을 통해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가 견지해야 할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제안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비극이라는 공공매체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공공매체를 통해 웃음과 풍자를 전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소포클레스와 동시대 인물이었던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묘사하며 우리가 살아가야 할 모습을 고민하게 한다.
'레트로(Retro)'에 주목하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지친 현대인들이 아날로그 감성을 찾고 있다. 다시, 인문학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작은 동네 서점들에서 인문학 도서가 인기를 끈다. 아마도 인간만이 지닌 ‘온기’를 다시금 느끼고 싶은 까닭일 듯하다. 교육현장에서 오랫동안 인문학 발전에 힘을 쏟아온 우한용 서울대 명예교수가 교육현장의 감각을 살려 인문학을 소설로 조명한다. 첫 회는 ‘우주적 존재인 인간’의 의미를 추구했고, 제2회는 ‘접촉하는 인간’을, 그리고 이번 호에서는 ‘희망하는 인간’을 화두로 소설을 엮어간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내 존재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는 소설을 만나보자. 편집자 신천강 선생 팀원들한테 베레모를 선물 받은 이인문 교감선생은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아르헨티나 출신 젊은 의사가 쿠바 혁명에 참여해서 혁명을 성공하게 한, 체 게바라가 썼던 베레모였다. 더구나 베레모 앞에 황금빛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한국에서 별은 좀 불온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더구나 붉은 별은 중공군이나 인민군을 연상하게 했다. 이걸 쓰고 나가 교감 이미지를 ‘확 뒤집자!’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었다. 이따금 하는 생각이었다. 교사를 위한 인문학도 그런 발상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아무튼 아랫배에 힘을 주고, 베레모를 약간 옆으로 기울여 쓰고는 학교에 출근했다. 교무실에는 연구부장이 먼저 나와 있었다. “야아, 교감선생님 멋지십니다. 아직도, 혁명을 꿈꾼다는 뜻입니까?” “혁명이랄 것은 없지만, 한번 내 이미지를 바꾸어 보고 싶어서.” 연구부장은 대답을 하지 않고 책상 서랍을 뒤적이고 있었다. 교감 이미지가 어땠는데 어떻게 바꾼다는 것인가? 사실 자율연수 담당은 연구부장인데, 연수 다녀온 선생들 만나는 자리에 연구부장을 배려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지나간 일이었다. 그리고 모임을 더 가지자는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마음을 쓰지 않아도 상관이 없지 싶었다. 서운해 하지 않을까? “오늘 연구학교 연구발표가 있지요? 준비는…?” “신천강 선생이 잘할 겁니다.” 교감선생에게 베레모를 선물한 신천강 선생은 충청서부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공부하는 중이었다. 교감선생은 신천강 선생을 ‘즈믄 가람’ 선생이라고 부르곤 했다. 그에게서 ‘월인천강지곡’의 이미지를 읽어내는 터였다. 사람이 원만하고 무던했으며 헌신적이었다. “이게 발표용 자료인데 읽어보시지요.” ‘문학의 장르와 국어교육’이라는 제목 아래 대여섯 페이지에 달하는 글이 실려 있었다. 교감선생이 발표 문안을 눈으로 훑어 읽고 있을 때 교장선생이 교무실로 들어왔다. 교장선생은 별이 달린 베레모를 쓴 교감선생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었다. 입술이 벌룽거리는 걸로 봐서는 무슨 이야긴가 하려는 것 같았는데, 억지로 참고 있는 눈치였다. “교감선생님, 교장실로 와서 차나 한잔합시다.” 연구부장이 잘 걸렸다는 표정이 되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한 방 먹게 생겼는데 어디 견뎌보라 하는 표정이었다. 사환에게 커피를 시키고 교장선생은 교감선생에게 자릴 권했다. 서서 간단히 이야기를 듣고 나가려던 속을 들킨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잘 아시는 것처럼, 나도 음악을 통해 세상을 한번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닙디다.” 교장선생은 머리를 쓸어올렸다. 부글거리는 베토벤 머리를 연상하게 하는 헤어스타일이었다. 베토벤도 나폴레옹을 흠모한 나머지 ‘에로이카’를 작곡했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러나 영웅 찬가는 금방 후회로 돌아가는 법이라서, 베토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 교직경험에 비추어본 생각인데, 교육은 총칼로 하는 게 아닙니다. 교육혁명이 있다고 해도 피를 흘려선 안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가 가르치는 젊은이들은 희생 대상이 아니잖습니까?” “제가 말입니다, 별 달린 베레모 하나 썼다고 나를 혁명분자로 보지는 마시길 바랍니다만…. 아니지요?” “하기야, 나치 ‘하켄크로이츠’의 기울어진 고리문양과 불교의 ‘만자’는 거기가 거기지요. 인간이 이용하는 기본 문양이니까 말입니다.” 교감선생은 메모지에다가 만자 卍와 하켄크로이츠 卐를 연달아 그려보고 있었다. 방향이 좌우만 다를 뿐 기본도형은 동일했다. 그런데 하나는 원만하고 조화로운 길상해운(吉祥海雲)을 상징하고, 다른 하나는 인류잔혹사(人類殘酷史)를 나타내는 악의 심벌로 의미가 고착된 것이었다. 상징이라는 게 현실의 지평을 벗어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허위의 그림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굴리고 있었다. “별에 대한 집단기억이 왜곡되어서, 우리는 별을 제대로 못 보는 건지도 모릅니다.” 교감선생이 말했고, 그 말을 들은 교장선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튼, 교감선생님한테는 그 모자 안 어울립니다.” 당장 벗어 치우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교장선생님께서 쓰실랍니까? 이 베레모 거저 드릴 테니 말이지요.” 교감선생이 베레모를 벗어 탁자 위에 놓고 교장선생 앞으로 슬그머니 밀어놓았다. “교육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이들에게 총을 들고 게릴라전에 나서라고 부추길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게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일인데, 죽음을 강요하는 교육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하는 얘깁니다만….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혹은 구상하는 그런 교육이라야 하지 않겠나, 말하자면 나는 평화교육이 내 교육철학이랄까, 그렇습니다만….” “위장된 평화보다는 투쟁으로 쟁취한 자유가 더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한동안 둘은 긴장된 침묵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교장이 먼저 찐덕덕거리는 침묵을 제치고 말을 꺼냈다. “인문학자의 별을 나무랄 생각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윤동주의 ‘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쳐야 할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 베레모는 교감선생님 손주한테나 주시지요.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 교감선생은 입을 다물고, 탁자 위의 베레모를 무연히 바라보았다. “오후 연구발표 잘 챙겨주세요. 그 운영비 따오느라고 교감선생님도 애쓰셨고…. 기왕 공부하는 선생님들 만들자는 건데….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교장선생이 베레모를 집어 교감선생 손에 쥐여 주었다. 이인문 교감선생은 교무실로 돌아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연구부장이 교감선생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연구발표 요지를 읽다가 이게 생각나서…. 시에서는 상상력이 시간을 뛰어넘는다고 이야기하면서 시 제목만 예시했길래, 이 시집을….” 연구부장은 낡은 시집 한 권을 교감선생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정음사에서 발간한 서정주의 신라초라는 시집이었다. “한국성사략(韓國星史略), 한국별의 간결한 역사, 서정주의 시인데 한번 보세요.” “연구부장께서 날 공부시키시네. 아무튼 고맙소.” 별로 고마운 어조가 아니었다. 이인문 교감선생은 시를 대충 읽어보았다. 천오백 년 내지 일천 년 전에는/ 금강산에 오르는 젊은이들을 위해/ 별은, 그 발밑에 내려와서 길을 쓸고 있었다./ 그러나 송학(宋學) 이후, 그것은 다시 올라가서/ 추켜든 손보다 더 높은 데 자리하더니,/ 개화 일본인들이 와서 이 손과 별 사이를 허무로 도벽해 놓았다. 그것을 나는 단신으로 측근(側近)하여/ 내 체내의 광맥을 통해, 십이지장까지 이끌어 갔으나/ 거기 끊어진 곳이 있었던가,/ 오늘 새벽에도 별은 또 거기서 일탈한다. 일탈했다가는 또 내려와 관류하고, 관류하다간 또 거기 가서 일탈한다./ 장(腸)을 또 꿰매야겠다. 시 첫 줄이 어디선가 읽은 듯한 기시감에 휘말리게 했다. 40년도 더 지난 그 무렵, 루카치라는 헝가리 철학자가 쓴 책의 첫줄이 그것이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대강 이런 뜻이었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별과 길로 상징되는 이 문장의 친숙함은 이인문 교감 자신이 추구한 ‘희망의 가능성’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히는 것이었다. 연구발표가 시작되었다. 교장선생은 어쩐 일인지 발표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발표자 신천강 선생은 문학의 장르에 따라 취급하는 인간사가 다르다는 것과, 장르별로 시간이 어떻게 운용되는가를 설명했다. 서정주의 한국성사략을 두고는 시적 장르의 무시간성 혹은 초시간성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시로 예를 들었다. 사람은 시간과 더불어 성장하고, 사회는 시간과 더불어 그 형태를 갖춰간다면서, 동화에서 그런 성장의 문제를 시간 측면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고, 그런 구조의 동화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교육적이라는 주장도 내세웠다. 휴식이 끝나고 토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임이랑 선생의 노래가 있었다. 한솔희 선생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임이랑 선생이 ‘사월의 노래’를 불렀다. 이인문 교감선생은 노래를 들으면서 뭔가 수첩에 메모를 했다. 토론자의 토론이 끝나고, 사회를 맡았던 연구부장이 이인문 교감선생에게 강평을 부탁했다. “앞에서 우리에게 청아한 노래를 들려준, 임이랑 선생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노래 가운데,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그런 구절이 나오지요? 그 별이란 게 뭡니까? 희망입니다. 희망, 그게 혁명을 이끌어냅니다.” 이인문 교감선생은 가방에서 별이 달린 체 게바라의 베레모를 꺼내 썼다. 그리고는 물었다. “어떻습니까?” “야아, 멋있습니다.” 참여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쳐댔다. “사실 사월은, 뭐랄까 상당히 무서운 달입니다. 신동엽 시인은 ‘그날이 오기까지는, 사월은 갈아엎는 달, 사월은 일어서는 달’이라고 노래했습니다. 갈아엎고 일어서는 일은 미래의 희망을 위해서입니다. 교육도 미래를 위한 기획입니다. 미래를 교육한다는 것은 희망을 가르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소망하는 인간 ‘호모 스페란스 (homo sperans)’를!” “교감선생님, 잠깐, 사회자의 직권으로…. 말씀을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구부장이 천연되어 나가는 교감선생의 이야기 허리를 접고 들었다. 이인문 교감선생은 알았다면서, 연구부장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했다. “책에 쓴 걸 다시 이야기하기는 좀 거시기합니다만, 그러나 교육이 희망의 교육, 미래를 설계하는 교육이 되자면 교육철학의 근본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 교육은 아직도 프로이트의 심리학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를 넘어서야 합니다.” 이인문 교감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청중 가운데 손을 들고 발언 기회를 달라는 늙은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구부장이 간단하게 말씀하시라며서, 자기소개를 한 다음에 발언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나는 현제명 교장의 동기생 되는 박정한입니다. 아까 한국성사략이라는 시를 인용했는데, 그게 희망과 그 실천과정에 나타나는 거리감과 격차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성 생활사를 서술하고 있는 시라는 겁니다.” 이인문 교감선생이 손사래를 치고 나섰다. “물론 희망의 별에 성적 이미지가 배제될 수는 없을 겁니다만, 선생님처럼 시 전체를 그렇게 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견도 있다는 정도로 접수하고 우리들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인문 교감선생의 어조는 강했다. 불청객 박정한은 입을 다물었다. “과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미래보다 과거가 더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는 기억입니다. 거기 비하면 희망은 미래입니다. 미래를 위해 과거는 링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리비도라는 무의식의 지하실에서 벗어나 더 나은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의식의 최전선에 교육의 지표를 세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들고 빛나는 꿈의 계절을 살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생님들 여러분이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을 보듬어 안아야 할 테고. 그래야 희망의 교육이 틀을 잡습니다.” 연구부장이 청중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사이, 시계는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말해도 좋지만, 제가 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말라. 실천하지 않으면서 말만 하는 것, 지혜로운 이는 그 잘못을 안다.’(잡아함경 제48) 가르치는 사람의 딜레마 가르치는 사람이 직면한 딜레마 중 하나는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것만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그리 못하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로라도 가르쳐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말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의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더 많이 배운다. 따라서 실천하면서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바른 삶의 자세 중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없는 것이 늘어난다. 자신이 행하지 않는 것은 가르치지 말아야 할까? 말로만 가르치면 효과가 별로 없는 것일까? ‘롤모델링만 하고 말로써는 가르치지 않는 것’과 ‘자기는 그리하지 않으면서 말로 가르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까? ‘마시멜로 실험’의 저자 미셸과 그의 제자 리버트(Mischel and Libert, 1966)가 수행한 간단한 실험을 통해 가르치는 사람이 취해야 할 길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실험 이외에도 유사한 실험들이 있다(Mischel, 2015: 267-269). 미셸과 리버트는 10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보상에 대한 기준을 세울 때 무엇을 받아들이는지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 볼링 롤모델이 ▲자신과 아이에게 똑같이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아이에게는 너그러운 태도를 취하는 경우,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아이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취하는 경우의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실험했다. 그 결과 볼링 롤모델이 방을 떠난 후, 아이가 혼자서 볼링을 하도록 했을 때 첫 번째 시나리오를 거친 아이들이 자기보상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취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를 거친 아이들은 모델이 자신에게 엄격했던 것을 보았지만, 테스트에서 자신에게 여전히 관대함을 보였다. 세 번째 시나리오를 거친 아이들의 절반은 교육받은 까다로운 기준을 지키고, 절반은 모델에게서 보았던 자유로운 기준을 적용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예상한 대로 ‘엄한 기준을 롤모델 자신과 아이에게 동시에 적용해야 아이가 따라 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행동과 다른 말로써만 가르치는 것의 효과에 관한 것이다. 아이들은 본대로가 아니라 어른이 말을 통해 가르친 대로 따를 가능성이 더 크다. 롤모델이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아이에게는 너그러운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더니 아이는 혼자 있을 때 자신에게 너그러운 기준을 적용했다. 롤모델이 자신에게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아이에게는 엄한 기준을 적용한 때도 절반 가까이 되는 아이들은 들은 대로 엄한 기준을 적용했다.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 말로 가르치는 것이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용지식과 역량, 바른 삶의 자세 등은 비록 가르치는 사람이 실천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입으로라도 가르치면 아이들이 그리할 가능성이 크다.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은 가르침의 중요한 방법이다.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가르치려고 하면 가르칠 수 있는 것이 크게 줄어든다. 또한 몸소 실천하는 것 자체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실험에서처럼 비록 몸소 실천은 하지만 아이들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도록 허용하면 아이들은 그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자신이 행하지 않으면서 말로 가르치려고 할 때는 심적 갈등이 따른다. 부처님도 그러한 사람은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니 더욱 혀가 굳는다. 이는 ‘인간의 몸을 가지고 가르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지상의 여행을 하는 동안 끝없이 겪어야 하는 갈등’이다(박남기, 2017: 90). 스스로 사표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실천과 가르침 사이의 괴리가 줄고 갈등도 줄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EBS 교육대토론 ‘교사의 길’(2018년 8월 10일) 토론회에서 교직단체 대표들은 더이상 자신들에게 ‘스승이라는 굴레(?)’를 씌우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나의 직업인으로 보아달라는 이 말은 스스로 행하기 어렵지만 옳은 길을 가르치더라도 손가락질하지 말고 직분에 따른 것임을 이해해 달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원칙론자가 되기 위한 조건 교대 교수들에 따르면 강의 중에 자는 학생, 떠드는 학생, 교재와 심지어 필기구류도 없이 몸만 오는 학생, 세 번 결석은 자기 권리라며 대놓고 결석하는 학생, 중간에 살짝 사라지는 학생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입학 때의 각오와 달리 보고서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한 자세로 임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교대 성적이 아니라 임용시험 성적이 임용시험 합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임용시험 제도를 개선하면 좋겠지만, 그 전에 교수들이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교대와 사대에서는 무시험검정으로 국가자격증인 교사자격증을 수여하므로 적성이나 자질이 교사로서 적합해 보이지 않는 학생은 면담이나 기타 방법을 통해 학생의 마음자세와 상황을 파악한 후, 다른 길로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강의에서는 그러한 학생이 생기면 경고를 하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특별 면담을 한 후 F학점을 주거나 아니면 진로를 바꾸도록 유도한다. 물론 강의 첫 시간에 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강의 진행 중에도 필요할 경우 다시 한 번 그에 대해 주의를 환기한다.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에 진학한 성인이기 때문에 모두 최선을 다해 강의에 임한다. 대부분 교수가 법에 따른 그 역할을 하지 않은 채 학생들이 제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불평만 한다. 왜 적용하지 못하는지를 물었더니 결국은 가르치는 사람의 자세였다. 법이 부여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자신이 먼저 원칙에 어긋남이 없이 강의를 진행해야 한다. 강의를 철저히 준비하여 질 높은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강의에 늦지 않아야 하며, 세 시간짜리 강의를 두 시간 남짓하고 일찍 마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강의를 녹음(때로는 녹화)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따라서 수업 중 언어 사용에도 유의하여 학생들에게 흠을 잡히지 않아야 한다. 만일 자신은 그리하지 않으면서 문제 학생들을 원칙대로 처리하면 학생들도 곧바로 교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복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려워하여 강하게 하지 못하는 교수도 일부 있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결국 학생 문제가 아니라 가르치는 우리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등학교 수업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수업 중에 자는 행동, 교사에게 대드는 행동, 팀 프로젝트는 게을리하고 자기 개인 수행평가만 열심히 하는 행동, 친구들과 자주 충돌하는 행동 등 문제행동을 기록하지 않고 좋은 학생인 것처럼 기록하는 것은 일종의 공문서위조이다. 교사는 국가를 대신하여 학생들의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 기록을 정확하게 해야 함을 알리고, 이를 제대로 수행한다면 많은 학생의 성실성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만일 일부 교수들처럼 자신의 성실성 때문에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이는 학생 탓이 아니라 교사 탓이다. 교사는 원칙론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다 보니 게을러질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 어린 제자들은 더욱더 그러할 가능성이 크다. 원칙론을 적용하더라도 가르치는 교사나 배우는 학생 모두 인간으로서 그러한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며 따스한 원칙론자가 된다면 학생들이 배울 것을 제대로 배우도록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나오며 가르치는 길목에 선 사람은 가능하다면 행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치자. 하지만 행하지 않는 것이라도 옳은 것은 가르치는 것이 더 낫다. 행하지 못하면서 가르칠 때 심적 갈등이 생기거든 배우가 연기하듯이 우리도 교사라는 직업을 연기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자. 현실 속의 교사는 노력은 하되 어쩌면 부처님이 말씀하신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사회도 그들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지혜로운 사람’이기를 기대하며 비판하는 대신, 그들은 행하지 못하더라도 가르쳐야 하는 숙명을 가진 직업인임을 받아들여 주자. 실천하지 못하면서도 자녀에게는 바른길을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이 말이 더 와닿을 것이다.
아픔은 어떻게 명화가 되었을까 그림은 힘이 세다. 사람들을 감동에 몸을 떨게 할 수도 있고, 눈물울 흘리게 할 수도 있다. 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아픔을 치유해주기도 한다. 그림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작가 서문에서 치유미술관은 가상공간인 '소울마음연구소'의 내담자 일지를 묶은 형식으로 전개한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내담자는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유명화가들이다. 빈센트 반 고흐,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를 비롯해 15명으로 16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인물들이다. 그들 모두 마음이 아파 고통을 받았던 화가들이다. 그들을 인터뷰하고 상담치료를 병행하는 형식으로 엮었다. 읽기 쉽고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으면서도 화가들이 겪은 아픔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그들이 그림 작품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림으로 자신의 아픔을 표현하며 울고 절규하는 소리가 들릴 듯한 장면들이, 때로는 내 아픔 같기도 하고 쓰다듬고 위로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게 하는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학 작품이나 그림, 영화를 비롯한 모든 장르의 예술 작품의 시작은 아픔과 상처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행복한 사람은 글이나 그림에 덜 매달린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픈 사람이 병원을 찾듯, 상처가 깊은 사람이 치유의 방법으로 그림이나 글쓰기, 음악으로 힐링하는 일은 당연하다. 오히려 꽁꽁 감추거나 피하려다 잘못 되는 경우가 많음을 생각하면 예술 작품을 오로지 미적 만족만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도 하다. 그 그림이, 그 노래가, 그 글이 나오기까지 작가가 직면한 내면까지 살펴볼 수 있다면 최상의 독자가 되고도 남으리라. 그림 속에 드러난 아픈 아이 마음 읽어주세요 요즘은 학교 현장에서도 상담기법으로 미술치료나 음악치료 기법이 많이 활용되어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현직에 있을 때 학생이 그린 그림으로 학부모 상담을 실시하여 좋은 효과를 보며 폭력적인 성향을 인지하고 사전 예방 교육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그 학생은손과 발이 없는 그림을 아무렇지 않게 그리곤 했다. 집에서 받은 상처를 친구들에게 투사하며 건드리거나 때리는 일이 비일비재 해서 가정폭력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학부모외 심층 상담을 거쳐 아버지의 폭력을 줄이는 계기가 되어 밝아진 모습으로 진급했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문제가 더 크다는 데 교육의 어려움이 산재한다. 때로는 입학식 첫날 그린 그림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학부모 상담을 실시한 경우도 있었다. 부모는 모르는 아이의 상처 받은 내면 세계를 설명해주니 깜짝놀라던 그 학부모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날마다 고운 옷으로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잘 차려 입히고 잘 먹이던 이면에는 고통 받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에게 투사하여 대리만족하듯 공부로 내모는 모습을 교정하는데 여러 달이 걸렸었다. 자식이 남들보다 특별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욕심은 탈이 나기 마련이다. 가족의 얼굴 표정이 없거나 손발이 없거나 매우 작게 그리거나 어두운 색으로 떡칠해버리는 모습을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된다. 치유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지속적인 상담과 미술 치료법을 병행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반대로 매우정형화된, 정돈된 그림을 그리는 아이도 아픈 내면을 드러낸다. 그런 아이들은 학습력도 뛰어나고 매사에 빈틈 없고 적극적이다. 다만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다소 차갑거나 매몰찬 성향을 읽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어렸을 때 접근하는 게 좋다. 일찍부터 성취가 아닌 성공에 길들여지거나 지나치게 물질에 밝은 성향까지 보여준다. 이는 모두 학부모 상담 과정에서 드러난 부모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부모가 은연중에 학생 앞에서 성공을 습관적으로 말하거나 모든 것의 가치를 돈에 두는 발언을 습관적으로 한 게 원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 학생에게는 뭐든 1등을 해야 하고 돈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서 어린 아이답지 않음에 놀라 따뜻한 동화를 자주읽어주었다. 집에서는반려동물을 기르도록 부모에게 부탁했는데 받아들여서 키우고 있다는 사진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림은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마음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최상의 도구였다. 수행평가의 도구를 넘어서, 그림대회 상을 받기 위한 그림을 넘어서는 마음을 치유하는 미술 시간은 많을수록 좋다. 글이나 그림은 바로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가까운 길이다. '그리움'을 표현하기 위한 시작이 '글'이요, '그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발음조차 비슷하지 않은가. 그리움. 글, 그림! 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간절함, 그리거나 쓰지 않거나 노래를 부르지 않거나,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꼭꼭 숨기고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일 것이다. 엘리자베타 시라니가 레니의 작품을 모사한 베아트리체 첸치 1662년를 배경지식 없이 그림으로만 보았을 때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되었다. 실제 작품을 접할 수 없는 책 속에 등장하는 그림이지만, 몽환적이고 사실적인 빼어난 묘사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림에 대한 글을 읽고 자세히 보고 처절한 아픔으로 피흘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말았다. 시라니의 아버지는 술주정꾼으로 시라니가 그린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시라니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시라니는 베아트리체 첸치 1662년를 그리며 자신의 아픔을 표현하여 원작보다 더 애잔하게 그려서 유명해졌다고. 열일곱 살 시라니가 아버지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그림으로라도 표출하지 못했다면, 그 아픔은 자신의 내면을 공경하는 극심한 우울증이나 조현병, 공황장애에 시달렸거나다른 사람에게 투사시켜분노조절장애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을 거리는 추측을 해본다. 다행히 상처 받은 자신의 아픔을 처절하게 표현하며 피흘리는 베아트리체 첸치를 그리며 치유받았으리라. 이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양산을 든 여인1875, 모네의 그림은 매우 아름답고 몽환적인 그림이다. 모네가 사랑한 첫사랑 카미유의 그림이라서 그런지 얼굴 표정까지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반면에 카미유를 잃고 두 번째 맞이 한 아내 수잔을 그린 비슷한 그림인 야외 스케치에는 수잔의 얼굴 윤곽만 있을 뿐이다. 저자는 카미유를 잊지 못한 상처 때문에 수잔의 얼굴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고 해석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에는 침묵을 학교에서도 종종 가족을 그리게 하면 얼굴 윤곽만 그리거나 어둡게 칠하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은 분명히 아픈 상처를 자기도 모르게 드러낸 것이므로 면밀하게 관찰하고 상담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미술치료는 이제 상담기법의 필수 항목임을 간과해서는 안 되리라. 표현되지 않은, 감추인 무의식에 가라앉은 마음의 상처까지 볼 수 있는 도수 높은 안경을 끼는 일은 이제 선생님에게도 꼭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아픈 아이들이 넘치므로. 초등학교 미술 시간이 전부여서 학창 시절이 거의 없는 나는 그림을 그려볼 기회가 없었기에 그림은 늘 동경의 대상이다. 고학년을 많이 가르쳤기에 수채화 그림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며 기법을 배워 지도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는 아이들의 그림을 제대로 보는 심미안이 없이 그림 대회에 나가서 높은 등급의 상을 받게 하는데 치중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우리 반 전체 30여 명의 학생들이 거의 모두 최우수상부터 장려상을 휩쓸어 교실 뒷면 빼곡히 상장을 전시한 적도 있었다. 내면을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충실한 보고 그리기 기법을 지도한뒤늦은 부끄러움을 이 책을 보는 동안 느꼈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최고상을 수상한 제자는 화가의 길로 갔고 디자인을 전공하는 제자도 있으니 내 진심에는 나쁜 의도가 없었음을! 자유인이 된 지금 새롭게 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그림을 배우는 것이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있는 나의 내면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나의 상처와 아픔을 햇볕에 말려주는 일을 그림으로 해소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 같아서다. 그래서 책을 고를 때에도 습관적으로 그림 에세이를 즐겨보려고 노력하는편이다. 간접 경험으로라도 그림에 대한 배고픔을 해소하고 싶은 본능적인, 때로는 의식적으로 찾는다. 이 책은 작가가 화가들을 직접 상담하며 화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치유해가는 과정을 변해가는 그림과 함께 실어서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없거나 그림에 문외한인 나와 같은 사람에게도 매우 접근성이 뛰어난 책이다. 아니, 정신과 상담과 미술치료 기법을 혼합하여 아픔이 많은 화가들의 그림을 분석하고 깊이 파고든,저자의 전문성으로 친절하고 일반적인 언어로 서술해서 더 좋은 책이다. 이 책 덕분에 화가의 일생을 알지 못하고 그림을 함부로 평가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다. 이해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면 침묵할 일이다. 그것이 그림이든, 사진이든, 한 편이 시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일탈까지도.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교육부의 마스크 수거에 대한 현장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올바른 교육을 위한 전국교사연합(올교련)’은 2일 입장문을 배포하고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교육부의 졸속행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올교련은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의 조치가 학생안전을 위협하는 졸속행정인 이유는 마스크 수급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마스크를 수거했기 때문”이라면서 “전염병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적지않은 데다 교육청에서는 각 학교 저소득층 가정 학생의 마스크 수요를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단순히 학교가 마스크를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어렵게 확보한 마스크를 수거하는 조치는 특히 저소득층 가정 학생의 안전을 위협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법한 의견조율과 투명한 과정 없이 조치가 시행됐다”면서 절차적 문제도 꼬집었다. 이들은“서울시교육청을 예로 들면조희연 교육감의 명의로 예고도 없이 긴급 문자를 발송했으며 교육청 책임자들마저 기자들의 전화를 받고서야 사실확인에 나서는 추태를 보였다”면서 “이는 교육부의 조치가 적법한 내부 의견조율을 거치지 않고 은밀하게 시행됐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또“수거된 마스크의 행방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올교련은“(교육부는) 각급 일선 학교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어렵게 확보한 과정 역시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면서 “정확한 회수 이유와 의사결정 과정을 밝히고 수거한 마스크의 행방을 공개해야 한다”고 해명을 촉구했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기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시·도교육청의학생용 마스크 회수령이1일부터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된다. 교육부는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조치 계획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초·중·고교의 마스크 비축량을 일부 수거해국민에게 우선 공급하고, 개학 전까지 학교 비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대본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조치에 따른 것으로, 학교·농협·우체국 등 공공기관 물량 전체에 적용되며, 일반 시장을 통해 국민들에게 공급된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초·중·고교에서 수거예정인 마스크 물량은 총 580만 개다.전국 초·중·고교 비축량 약 1270만 개 중 긴급돌봄교실(학생·교직원용 10일 분량)에 사용할 물량과 소규모 학교는 제외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160만 개, 대구·경북을 제외한 12개 시·도가 420만 개를 수거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중대본은 일반 시민에게 우선 제공되는 초·중·고의 학교 마스크는 개학 이전에 전량 신규 마스크로 다시 비축하며, 개학 이후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기로 했다”며“유·초·중·고 개학 이후에도 충분한 양의 마스크를 제공해학교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학생들에게 빠짐없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에 이번 주가 매우 중요한 만큼, 중대본 조치에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며“긴급 돌봄교실에 필요한 마스크는 이미 확보한 상태로, 교육부는 개학 전까지 마스크 재비축을 완료할 것이며, 학교에서 추가로 요청한 마스크 물량도 적극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대본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정부가 개학 전까지 재비축을완료할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마스크 공급이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현재 일부 시·도교육청에서학교별로 마스크를 자체 조달해 비축했거나, 주문 이후 한 달 넘게 받지 못한 학교도 있는 실정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대학처럼 진로와 적성에 맞춰 교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을 성취하면 졸업을 인정하는 교육제도이다. 이미 미국·유럽의 주요 국가·호주·뉴질랜드 등 서구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중국·홍콩·일본이 시행 중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고교학점제를 2025년에 전면 실시할 계획이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교학점제에 회의적이든, 공감하든 대부분 교사는 시행착오를 걱정한다. 해방 이후 내려온 고교 교육과정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사회의 경제 및 사회·문화적 측면과 연관되어 있으며, 쟁점에 합의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까닭이다. 더구나 시행 시기에 급급하면 학생부종합전형 지지자와 수능 정시 지지자 간에 일어났던 갈등보다 더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즉,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 변경에 그치지 않고 대학 서열화가 뚜렷한 교육현실에서 개인의 지위 및 가족 이동과 소비패턴까지 바꾸는 사회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나 교육청 등 정책당국은 고교학점제의 당위성만 말할 뿐 적극적으로 교사와 학부모 등 여러 계층이나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검토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교육청 일각에서는 아직 고교학점제가 확정되지 않아 기괴한 ‘교육적 괴물(monster)’이 될 수 있는데도 특정한 방식을 선호하는 듯하다. 교사들의 우려는 지나친 것일까 다수의 교사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인식이 낮고, 반대하는 교사도 상당하다. 서울시교육청이 2018년에 일반고와 자율고의 재직 교원 1,461명에게 찬반 의사를 물었는데, 반대는 36.1%였고 찬성은 25.9%였다. 유동적 응답자인 보통은 38.0%였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인지도’도 학생이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는 제도로만 단순하게 알고 있거나 ‘전혀 모른다’는 응답자도 34%에 달했다. 특히 찬성하는 교사들도 교과 강사의 충원 및 시설 인프라는 그만두고라도 ‘성취평가제’, ‘이수학점 요건’, ‘대입 수능의 연계’ 등의 이유를 들어 ‘2025년 전면 시행’에는 회의적이었다. 교사들의 우려는 지나치지 않다. 물론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자유로운 과목선택이나 성취평가제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학 서열화가 여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크며, 수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는 한 갈등의 소지가 크다. 즉, 고교학점제 틀에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의 욕망과 그 기대를 채워주고 싶은 부모의 열망을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향을 깊게 고민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올해부터 전국 마이스터고 51곳에 처음 도입되는 데서 그 윤곽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교과이수 단위는 총 180학점으로 지금보다 대략 10% 정도 줄어든다. 그 점은 큰 무리가 없다. 성취수준은 절대평가로 각각 20%인 A·B·C·D·E 5등급으로 구분하여 가장 낮은 수준인 E를 낙제수준으로 정해 재이수를 열어두었다. 문제는 기초학력수준인 성취수준 하위 20%를 이수기준으로 정한 데 있다. 그 기준의 근거가 합리적이지 않다. 즉, 고교학점제를 도입했을 때 예상되는 여러 문제를 보면 그처럼 기준을 쉽게 정하지 못한다. 굳이 2025년까지 가지 않아도 지금 학교에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인 학생이 적지 않은데 학력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격차의 간극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그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평가원 노은희 연구팀은 고교학점제에서 교과이수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나 연구보고서(2019)에서 이수기준을 40%∼60% 성취수준인 보통 학력수준으로 제시한다. 즉,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재이수·유급·미졸업을 염두에 둔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는 교과마다 성적 부풀리기가 성행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더구나 한국의 교육문화에서 어떤 학부모가 자식의 유급이나 미졸업을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러니 교사는 학교의 위상이나 학부모의 민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의 취지를 왜곡하여 난이도가 낮은 문제로 평가하거나, 점수를 후하게 주기 위해 성취기준에 따른 평가기준을 느슨하게 정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전 고교에 확산될 가능성이 커 ‘도덕적 위험(moral hazard)’도 피할 수 없다. 또한 대학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에 의존하게 되면 학생부 ‘교과별 세부능력특기사항’ 등 교사의 정성적인 기록이 중요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식이 학점만 이수하면 된다는 그릇된 생각에 더욱 학원으로 몰리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역선택이 가속화될 위험이 큰 것이다. 즉, 과목이수를 위한 사교육은 더욱 성행할 것이고, 그 대가를 학생부 기록으로 보상받으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더욱 의심해봐야 할 절박한 문제는 사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저소득층이나 도서벽지학교 학생들의 결핍을 해소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또 학교는 학생들에게 더욱 쉬운 문제로 평가할 수 있어 학력저하의 악순환은 저소득층과 도서벽지 학생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결국 기존에도 심각한 교육문제였던 ‘수포자’,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 ‘창의성 저하’ 등의 문제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그마저도 사교육에 접근할 기회가 많은 학생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교육격차의 간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러한 기우는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이명박 정부부터 실질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시행하였고, 그 취지는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살리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선의였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교육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2019년에는 대입에서 학생부전형이 70%가 넘는데도 초·중·고 학생의 2018년 1인당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인 29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초·중·고생 모두가 증가했으며 고등학생은 32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12.8% 증가했다. 하지만 교육부나 교육청은 많은 국민들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 쟁점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가급적 빠르게,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는 장밋빛 의지만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과연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가고 있나?”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나 미국·핀란드·싱가포르·캐나다·프랑스·영국은 지금 우리의 고교학점제 구상과 다르다. 성취평가제를 하지만 학점이수에 매우 엄격하다. 노은희 연구팀의 권고처럼 이수기준은 일반적으로 일반적으로 ‘보통’ 학력수준이다. 국민의 교육받은 권리를 단순히 ‘교육기회 보장’이 아닌 실질적 학력수준을 갖추도록 책임지는 ‘실질적 평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이수 프로그램을 통해 엄격하게 재평가하거나, 그래도 이수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유급을 시켜서라도 일정한 학력을 갖추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처럼 필수과목을 영어만 하거나, 영국의 GCSE (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처럼 영어·수학·과학 3과목을 필수로 하고, 20개가 넘는 선택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하여 최소 4과목이 40% 성취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독일의 아비투어,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핀란드 일리오필라스툿킨토처럼 언어·외국어·수학·사회·과학을 개별적 또는 통합적으로 치루는 경우도 있다. 외국의 고교졸업고사는 우리나라 수능과 비교할 수 있다. 객관식은 수능보다 쉽다고 할 수 없지만, 분절적·사실적 지식을 평가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념적 사고를 묻는 서술형·논술식 문제가 위주이다. 독일은 국가교육과정이 없어 각 주가 주관하는 논술식 아비투어 시험에서 300점 만점에 최저 150점을 받아야 대학에 응시할 수 있다. 이처럼 각 국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막기 위해 제도적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고교학점제의 교과별 이수학점 기준을 성취수준의 하위 20%로 정하겠다’는 발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짐작하건대 2025년에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는 ‘공정성 시비’를 더욱 깊게 할 가능성이 크다. 수시 학생부전형을 통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과 학부모의 욕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장단점을 가진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고교학점제를 ‘학생의 흥미와 진로를 살리는 유일한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학생의 진로가 고등학교 때 정해져야 한다’는 논리도 절대적이지 않다. 고교학점제도는 장단점을 가진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교육부나 교육청이 시행을 몇 년 앞두고 시범학교 운영·강의실 확충·진로교사 충원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차라리 전면 시행을 미루더라도 공개적 논의를 통해 폭넓은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더구나 교육청 일각에서 나도는 소문을 종합하면 현재 우리의 고교학점제는 교육선진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고교학점제의 모습과 다르다. 고교학점제가 귤화위지(橘化爲枳) 즉, 귤이 위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는 상황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더 많은 공개적 논의와 깊이 있는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졸업고사라고 할 수 있는 수능을 자격고사화하지도 않은 채, 이수학점에서 필수와 선택을 어떻게 할까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도 없이, 또 수능을 학생들의 고등사고력을 키우고 학력저하를 막기 위해 서술형이나 논술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서 시행만 서두르는 것은 잘못이다. ‘오로지 학점이수로만 고교학점제를 채우겠다’는 것은 결국 ‘대학진학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주도하며, 평가요소는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 결정은 옳지 않다. 교육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큰 파문을 일으키며 국민 대다수가 불신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속내가 어떻게 국민의 의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고교학점제 윤곽을 재검토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윤곽을 재검토해야 한다. 선진국 대다수처럼 낙제기준 등급을 E등급인 성취수준 하위 20% 비율보다 상향하여 보통학력 수준인 C등급으로 하고, 학력저하를 막기 위해 재이수자의 성적부진 원인을 찾아내 ‘개별화 맞춤형 학습’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실질적 고교졸업의 효과를 도모하고 학교 간 편차를 막기 위해 수능을 절대평가인 졸업시험으로 전환하고, 서술식·논술식 고사로 문제유형을 바꿔서 고교학점제가 고등사고력을 키우는 교육과정이 되게 해야 한다. 당장 수능 출제 유형을 바꾸기 어려우면 과도기를 두고, 우선 대학별 논술고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여 완충하겠다는 발상도 고민해야 한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교육당국은 고민을 하지 않고 있는지, 아니면 하더라도 공개적이거나 공식화할 수 없는지를 다수의 국민은 전혀 알지 못한다. 이뿐아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지난 10년 동안 크게 확대된 학생부종합전형을 처음 도입할 때,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희귀한 전형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경쟁교육’, ‘잠자는 아이들’, ‘수포자’ 등 여러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신약(神藥)처럼 홍보하던 기억이 데자뷔 되어 몹시 우려스럽다. 지금부터라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국민에게 외국에서 시행하는 고교학점제의 보편적 구조 및 장단점을 사실적으로 설명하고 한국의 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인 특수성을 최대한 고려하여 시행할 수 있도록 교육전문가를 비롯해 각계각층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것만이 지금으로써는 교육적 갈등과 혼란을 줄이고 고교학점제를 안정적으로 연착륙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