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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上黨)은 백제 때 청주 일원을 일컫던 지명으로 상당구, 상당공원 등 청주시민들이 친숙하게 사용하는 용어다. 백제의 상당현에서 이름이 유래된 상당산성(사적 제212호)은 원형이 잘 남아있는 조선 중후기의 석성으로 직지와 함께 청주를 대표한다. 상당산성은 둘레 4.4㎞, 높이 6∼13m, 면적 5만5천여 평의 거대한 포곡식 석축산성이다. 정확한 축성연대는 알 수 없으나 '삼국사기'에 김유신의 셋째 아들 원정공이 서원술성을 쌓았다는 기록과 '상당산성고금사적기'에 김유신장군의 아버지인 김서현장군이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 성의 생김새가 사람을 가득 실은 배가 출발하기 전의 모습인 행주형이다. 행주형의 산성이나 읍성에서는 우물을 파는 것이 곧 배 밑을 뚫는 것이라 여겨 우물 파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성벽 위에서 하늘을 만나는 여행지'로 소개했던 상당산성에는 동문(진동문), 서문(미호문), 남문(공남문)의 3개문과 동암문, 남암문의 2개 암문 그리고 동장대가 있다. 평일 날에도 청주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역사의 산교육장이자 성내의 한옥마을에서 토속음식을 먹으며 휴식할 수 있는 쉼터다. 겨울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만큼 아름다운 백설이 유혹한다. 밖으로 나가면 새로운 세상이 기다린다고…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산성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봄이면 가지마다 붉은 꽃망울을 터뜨릴 철쭉들이 솜처럼 하얀 눈꽃을 매달고 있다. 공남문 앞에 조성된 넓은 잔디밭은 눈썰매를 타며 낭만을 만끽하는 아이들과 연인들로 넘쳐난다. 눈을 맞으며 성곽 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상당산성의 눈 내리는 풍경을 사진으로 감상하자
고향이 수원인 필자, 융건릉 몇 번이나 가 보았을까? 중 고등학생 시절과 교편을 잡고나서합하면 열 번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학생들과 소풍 장소로 이용하고 스카우트 지도자 때에는 하이킹 장소로 여러 차례 활용했었다. 주로 교육적으로 찾았고 나들이 장소로도 찾았다. 그러면 융건릉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 그냥 남들이 알고 있는 평범한 상식 정도다. 깊이 있는 역사 지식도 없다. 구운중학교 학년부장 때에는 단체 참배 방법을 선배교장으로부터 배워 적용시킨 적이 있다. 최소한 이루어진 교육은 안내판에 나와 있는 것 정도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은 문화유산에 대한 본인의 지식 부족이다. 그렇다고 사전에 제대로 공부를 했을까? 교재연구 불충분이다. 이럴 경우, 전문가의 인적자원을 활용하면 된다. 우리를 도와 주려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바로 문화관광해설사. 이들은 우리의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달 28일, 우리 학교는 교직원 연수를 떠났다. 주로 내년도 학교운영과 학사일정을 세부적으로 준비하는 것인데 부서별, 교과별 토의가 이루어졌다. 학교에서 출발과 동시에 찾은 곳은 융건릉. 담당부장에게 당부하여 문화관광해설사를 예약하였다. 교직원 연수를 하는 김에 제대로 우리 고장 알기를 하려는 의도였다. 융건릉에서 처음으로 받는 문화유산 안내다. 이전까지는 안내판에 의존하거나 일행 중에서 안내를 맡았었다. 지금은 그게 아니다.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니 교직원 모두가 귀를 쫑긋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해설사에게 주목을 하고 있다. 이래서 해설사가 필요한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여 융릉만 안내를 받았는데 이 곳에서는 5년 경력을 쌓은 김장심 해설사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친절히 또 자세히 안내를 한다. 그가 해설을 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가 펼쳐진다. 해설사 나름대로 노하우를 익혀 해설을 해 주는데 융건릉 이해에많은 도움이 되었다. 혹시 참고가 될까하여 해설사가 머문 곳을 메모해 보았다. ①융건릉입구 제실 앞 ②금천교 앞 ③곤신지연못 입구 ④홍살문 앞 ⑤정자각 옆 돌계단 ⑥정자각 앞 ⑦정자각 뒤 융릉 앞 ⑧비각 앞. 안내가 끝난 후 질문도 받는다. 효심의 상징으로 구전되는 송충이 구제 이야기를 물으니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기억에 남는 것은 융릉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기 힘든다는 사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다른 곳은 눈이 쌓여 있는데 융릉 주위에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 해설사도 이 곳 경력 5년 동안 딱 한 번 보았다고고백한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그래서 이 자리가 3대 명당자리 중 하나이고아마도 정조의 효심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과학적으로는양지바른 곳에 위치하고 바람 등 지형적인 조건 때문이리라. 조선왕릉 40개가 있다고 한다. 그 중 화성시 안녕동에 자리한 곳이 융건릉이다. 억울하게 죽어간 아버지 넋을 위로하고 정조의 효성이 담긴 화려하고 아름다운 융릉. 새로운 조선을 꿈꾼 개혁군주의 왕릉인 건릉.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하면 알찬 답사를 할 수 있다. 또 화성팔경 중 제1경이 융건백설이라고 하는데 이번 겨울,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우리문화 유산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현대 사회는 세계화 사회 내지 지식 정보화 사회로 명명되고 있다. 세계화 사회는 세상의 모든 인적ㆍ물적 체제(system)가 시시각각 변화와 발전 그리고 혁신을 거듭해 가는 역동적인 사회이다. 세계화 시대는 지구촌 구성원 모두가 단절의 시대를 넘어 열린 세계, 개방 사회로 나아가고, 지리적ㆍ시간적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서로 밀접하게 연대ㆍ연계되어 상호작용하는 사회이다. 세계화 시대인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외국인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제 평범한 필부(匹夫)들도 모두 한 번쯤은 외국 여행의 경험을 가진 세상이 되었다. 또 대부분의 학교에서도 외모와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명실상부한 다문화 사회가 된 것이다. 과거에는 다문화라면 으레 동남아 혼혈인만을 생각하였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다문화의 범위는 전 세계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외모나 피부색이 차이와 배타적인 시선 때문에 우리 사회에 주류로 편입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살아가던 이들을 우리 국민으로 차별 없이 끌어안고 함께 가는 것이 다문화 교육이다. 2000년대 이후 세계가 지구촌 일일생활권으로 인적 교류가 확대되면서 다문화 가정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이주노동자, 결혼 이민자, 그리고 탈북자들로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2011년을 기준으로 상주 외국인 120 만 명 이상이 생활하는 나라가 되었다. 현재 한국의 다문화 가정 자녀인 청소년들도 15만 명 이상인 것으로 통계에 나타나 있다. 이와 같은 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가족수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기성세대들은 지난날 우리나라의 정체성에 대해서 순혈주의에 입각한 단일민족의 우월성에 대한 강한 교화적(敎化的) 세뇌 교육을 받았다. 그러한 맹목적 주입식 교육의 여파로 우리는 한국 문화가 외국의 그것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우수ㆍ탁월하다는 신화적 왜곡에 의한 자긍심이 매우 높았다. 문화에는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특성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공유하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그간 우리는 단일 민족만을 고집해 온 나머지 인종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다문화 교육이 반 쪽 짜리 교육으로 편향되고 말았다. 사실 과거에는 냉전적 이념 대립이 팽배하던 시대라서 우물 안 개구리식으로 물리적·심리적 국경을 높이 쌓고 각 나라마다 오로지 자국의 문화가 최고라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던 때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이러한 사고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인 오늘날에는 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 사회로서 일일생활권을 이루고 생활하고 있다. 이념, 민족, 인종, 언어, 종교, 습관 등의 장벽을 허물고 65억 인구가 지구촌 가족으로 상호 배려하고 호혜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하나가 되었고, 세계인은 지구촌 한 가족이 되었다. 모든 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란 일정한 시대, 지역 사람들의 일반화된 가장 편리한 생활 방식, 생활 양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소 불편하고 부자연스럽다고 생각되는 외국인들의 인사법, 식사법, 생활 습관 등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당사자에게는 그러한 생활 방식과 생활 양식이 몸에 밴 가장 편리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문화 사회에서는 다문화 교육이 화두가 된다. 다문화 교육은 동화주의를 배격하고 문화적 상대주의를 지향한다. 다문화 교육의 핵심적 본질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소통이다. 즉,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과 시각에서 바라보고 보듬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과 시각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자신과 사고와 행동이 다르면 정통이 아니라고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다문화 교육에서 반드시 버려야 할 구태이다. 모름지기 다문화 사회의 다문화 교육은 모든 문화, 모든 사람들이 백인백색, 천차만별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다문화 교육은 이전의 전통적 교육과는 달라져야 한다. 다문화 교육의 핵심은 어울림 교육과 창의력 배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전통적 교육이 ‘한 줄 달리기’로 혼자 일 등하는 교육이었다면, 세계화 시대의 다문화 교육은 ‘여러 줄 달리기’로 모두 일등이 가능한 열린 교육이어야 한다. 물론 교육이 특성 상 경쟁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협동도 함께 강조하여야 한다. 경쟁 교육과 협동 교육이 적절하게 조화된 교육이 바람직한 다문화 교육의 지향점이다. 글로벌 지구촌 사회인 세계화 시대에는 천상천하유아독존식 천재, 전지전능한 신동보다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겸비한 범재(凡才)가 필요하다. 자기 혼자서 훌륭한 산출물을 생산하는 유능한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교호하며 잠재적 가능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요구되고 있다. 오늘날처럼 다문화 사회, 다문화 교육이 일반화되기 전 역사를 거슬러 보면 식민지 통치, 쇄국정책, 사대주의 등이 문화적 상대주의를 배격한 동화주의적 매몰의 산물이다. 다문화 교육은 ‘모두 나를 따르라’, ‘한 줄로 앞으로 나란히’ 등과 같은 교조주의적 교화를 배격해야 한다. 다문화 교육이 단순히 외모, 피부색,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형식적인 교육이어서는 안 되며, 이들에 대한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자긍심을 심어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분명 다문화 교육은 이념, 인종, 종교, 언어, 습관 등 일상적인 생활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틀림’의 억압적 강제가 아니라, 서로 ‘다름’에 대한 인간적 배려이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일란성쌍둥이도 서로 다르듯이 세상에 내외성향이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다. 즉 겉 모습이 비슷한 사람은 많지만, 사고와 행동이 똑 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옛 속담에 ‘열 길 물속을 알 수 있어도 한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세상에서 가장 오묘하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심리(心理)와 사고(思考)인 것이다. 그 천차만별, 백인백색의 사람들에게 학습자 중심으로 다가가는 교육이 곧 다문화교육의 출발점이다. 서로 다른 인간적 특성을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겸허하게 배려하는 것이 곧 다문화 교육의 본질인 것이다. 다문화 교육이 측은지심 일변도로 전도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제 다문화교육은 각급 학교급을 막론하고 필수 교육이 되었다. 또 다문화 교육은 평생 교육 차원에서도 더욱 관심을 갖고 종합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다문화 학생들도 어엿한 우리나라의 학생이며 국민이다. 또한 이들은 우리의 미래에 소중한 글로벌 인적자원이다. 그러므로 배타적ㆍ차별적이었던 우리 사회의 편견의 벽을 넘어 따뜻한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다문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다문화 사회의 다문화 교육은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거부할 수 없는 도도한 물결이다. 다문화 사회가 시대적 흐름이라면 다문화 교육은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이다. 미래 사회와 나라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숲과 나무를 함께 보면서 학우들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고 서로 보듬어 주는 교육의 지향하여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편향된 관점과 시각으로 타인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영상자아(映像自我)의 본질인 상대방의 입장에서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타인에게 맞춰가는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인 것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가본 사람만 안다고 자연은 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그날 그곳에 있던 사람만 보고 느끼게 해준다. 정상의 상고대와 눈꽃이 아른거려서 겨울철마다 찾는 여행지가 덕유산이다. 덕유산은 산위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고, 히말라야의 고봉처럼 적상산·마이산·가야산·지리산 등의 연봉들이 첩첩산중으로 이어진다. 산 아래로는 무주구천동을 품고, 정상에는 주목·철쭉·원추리 군락지가 있어 봄부터 겨울까지 사시사철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주목과 구상나무 군락이 눈가루를 흩날리며 선경을 연출하는 설경이 아름답다. 교통편 또한 대전통영 고속도로 무주IC에서 찾아가기 쉽다. ▲ 인삼랜드휴게소 지난 12월 30일, 815투어 회원들과 겨울궁전 덕유산으로 눈꽃산행을 다녀왔다. 모처럼 가족들과 같이 하는 여행이라 마음이 들떠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대설주의보가 내려 평소보다 더 단단히 준비한 후 7시 출발시간에 맞춰 시내버스를 타고 몽벨서청주점으로 갔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다. 자주 이용하는 곳이지만 인삼랜드휴게소의 겨울 풍경이 낯설다. 무주리조트가 가까워지면서 차량들의 행렬이 꼬리를 문다. 관광버스가 눈길에 거북이걸음을 하는데 스노우체인이 없는 차량들이 고갯길을 막는다. 멋진 풍경이 눈앞이니 이정도 불편쯤은 감수해야 하고, 신광복 산대장이 웃음박수로 분위기를 띄워 지루하지 않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11시경 도착했다. 무주리조트의 설원은 스키나 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알록달록 멋진 풍경을 만들었다. 덕유산의 향적봉은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은 봉우리지만 곤도라(편도 8000원, 왕복 12000원)를 이용하면 스키장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쉽게 설천봉(1525m)에 오른다. 곤도라는 강풍 등 일기에 따라 운행이 중단되기도 하고, 겨울에는 폭설 등으로 향적봉까지의 등반이 제한된다. 미리 무주리조트(063-322-9000)나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063-322-3174~5)로 운행이나 등반여부를 문의하는 것이 좋다. 덕유산을 산행할 사람들과 스키 타는 사람들이 곤도라 탑승장에 길게 줄을 섰다. 11시 30분경 탑승한 8인승 곤도라가 설천봉으로 가는 15분간 젊음의 열기로 가득한 스키장과 하얀 눈가루가 휘날리는 눈꽃세상이 발아래에 펼쳐진다. 설천봉이 가까워올수록 운무처럼 흩날리는 눈가루 사이로 눈꽃을 피운 괴목들이 새로운 세상을 연출한다. 개폐가 가능한 창문을 열고 설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해발 1000m가 넘으면 ‘하늘나라’라고 했다. 신들이 사는 천상의 세상을 어떻게 알겠는가. 산은 올라봐야 그곳의 날씨를 안다. 특히 추운 겨울산은 더 그렇다. 곤도라에서 내려서니 설천봉에 한기를 가득 품은 강풍이 몰아쳐 등산객과 스키 타려는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한다. 눈앞에 나타나는 설경들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눈보라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감춘다. 덕유산은 국내 최고의 눈꽃 산행지이다. 추운 겨울에 더 아름다운 설천봉부터 눈꽃 세상이 펼쳐진다. 설천봉레스토랑 등 높은 산에서 만나는 건물의 모습도 특이하다. 끝에 덕유산 설천이동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덕유산 정상 향적봉(1,614m)까지는 여유를 누리며 느릿느릿 30여분 거리다. 지원센터 옆 계단을 오르며 눈꽃여행이 시작된다. 초입부터 미끄러운 길이 이어져 아이젠이 있어야 안전산행을 한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을 오르는 능선은 아름다운 눈꽃들로 눈부시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어디서 봤겠는가. 설경을 배경으로 추억남기기를 하는 사람들의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나무마다 피워낸 아름다운 눈꽃을 보며 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실감한다. 눈 덮인 구상나무와 주목이 이어지고 바람에 흩날리는 눈보라가 장관이다. 가까이에 있는 향적봉이 눈발 때문에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고대와 눈꽃이 덕유산 정상 향적봉을 '눈 덮인 하늘 봉우리'로 만들었다.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본 향적봉의 풍경이 장관이다. 곤도라 덕분에 쉽게 오를 수 있지만 덕유산은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눈꽃세상의 중심 향적봉으로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친다. 햇빛이 없어 조망도 흐리고 매서운 바람 때문에 정상에 오래 머물 수 없다. 그래도 정상을 알리는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은 남겨야 한다. 덕이 많고 너그러운 덕유산이 매서운 맛을 보여주려는 듯 향적봉에 있는 내내 눈보라가 몰아쳤다. 도심에서 공해에 찌든 폐에 찬바람을 넣어준다고 생각하니 덜 추웠다. 반대편으로 내려서면 지붕가득 눈을 뒤집어쓴 향적봉 대피소(063-322-1614)가 있다. 바람을 피해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대피소에서 판매하는 컵라면에 밥을 말아 먹으니 꿀맛이다. 그렇다고 어디 아내가 정성껏 싸준 돼지고기 수육을 안주로 독주 한 잔 마시는 것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대피소에서 중봉까지 높낮이가 없는 고원을 따라 눈꽃 산책길이 이어진다. 보지 않고 누가 덕유산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말할 수 있겠는가. 고사목에 만발한 설화, 동화 속 세상으로 안내하는 눈꽃터널, 큰 산을 넘나드는 눈보라가 한 폭의 그림이다. 새로운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 구간이 덕유산 눈꽃여행의 클라이맥스다. 백설로 뒤덮인 덕유산은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세상이다. 이런 날 덕유산을 찾아왔다는 그 자체가 축복이다. 오기나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편하다. 여행은 자연의 이치에 맡겨야 한다. 겨울철의 눈꽃산행은 걷는 것이 쉬는 것이고, 쉬는 것이 걷는 것이다. 온 세상을 덮고 있는 새하얀 눈이 수시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진가들이 탐내는 좋은 풍경은 길 아래편에 숨어있다. 능선에서 벗어나 곁길을 따라가면 어김없이 아름다운 풍경들이 맞이한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고 눈꽃을 이고 삭풍에 굴하지 않는 고사목의 기개가 장엄한 풍경을 연출한다. 기분 내키는 대로 살 수 없는 게 인생살이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기분에 맞춰 그냥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 좋다. 눈길에 몇 번 넘어졌다고 흉보는 사람도 없다. 아름다운 설경을 만끽하다보니 어느새 중봉(1594m)이다. 바로 아래편까지 눈꽃 향연이 이어진 중봉은 향적봉과 함께 덕유산을 대표하는 봉우리다. 언덕처럼 야트막한 중봉의 전망대에 올라 뒤돌아보면 1.3㎞ 거리의 향적봉이 가깝게 보인다. 낙엽을 떨어뜨린 채 맨몸으로 바람과 씨름하는 나목들 때문에 을씨년스러운데 새하얀 눈이 하늘 아래 겨울산에 눈꽃세상을 만들었다. 겨울산은 높은 곳에서 바라봐야 설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중봉 전망대에 서면 어느 쪽을 바라봐도 설국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등산객들이 동엽령이나 오자수굴 방향의 설원을 향해 무리지어 걷는 모습도 드라마틱하다. 덕유산의 깊은 맛을 알려는 사람들은 중봉에서 오수자굴과 백련사를 거쳐 삼공리로 내려가거나 백암봉을 거쳐 동엽령 방향으로 산행할 수 있지만 우리의 눈꽃산행은 여기까지다. 찻길이 막혀 산행시간이 줄어든 것을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곤도라를 타고 내려오니 아래 세상은 파란 하늘에 바람도 없는 맑은 날씨다. 추운 겨울 가족들과 함께 새하얀 눈꽃을 만끽했다. 맑은 공기 마시고, 좋은 기운 받고, 쌓인 스트레스도 풀었다. 청주로 향하는 차안에서도 덕유산의 눈꽃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추위에 언 몸이 녹으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회식자리에서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산위에서 파란하늘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선거에 파묻힌 2012년, 책의 해 그 결과는? 토요일은 학원, 일요일은 숙제만 한다는 아이들(국민일보 2013. 1. 3일자)보도를 보면 독서 교육의 심각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계 자료로 제시된 표에는 독서 항목조차 없습니다. 주중에는 학과 공부로 힘들더라도 토요일과 일요일만이라도 최소한의 독서를 하는 습관조차 드물다는 증거입니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고 학과 공부에 지쳐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국가에서 학교마다 도서관이나 도서실을 마련하고 학교 예산의 4%를 도서구입비에 책정하고 있으며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독서력 증진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읽는 것은 일상이 아닌 선택의 대상으로 취미이거나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로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특히, 2012년은 '책의 해'로 선포하여 학교 현장에서는 다양한 교육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이나 신문을 장식한 것은 선거의 해였습니다. 책의 해로 선포하고 추진했던 만큼 그 결과를 발표하고 반성하며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2012년이 ‘책의 해’라는 것을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알고 책을 읽었는지 궁금합니다. 국민독서력은 여전히 꼴찌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고유명한 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으며 출판계의 어려움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영풍문고 강남점에 이어세계 최고 점수를 자랑하는 인천공항 내 8개 서점을 운영하고 있던 GS문고도 부도가 났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니 판매량의 급감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출판계와 서점의 부도는 책을 읽지 않는 국민정서의 고갈을 걱정하게 합니다. 2011년 국민독서 실태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3.5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합니다. 사는 게 힘들고 지친사람들, 시간과 여유가 있어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걱정입니다. 긍정적인 말과 힘으로 전두엽을 자극하는 좋은 책의 힘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노숙인을 대상으로 펼친 인문학 강의가 그들의 마음과 정신을 살아나게 해서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다는 신문 기사가 그 증거입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울 때 책을 봅니다. 마치 힘들 때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 찾는 맛있는 음식처럼, 마음을 치유하고 다잡게 하는 것은 좋은 책이 주는 치유의 힘에 의지하곤 합니다.어떤 면에서는주변 사람이 주는 것보다 더 큰 위로를 받습니다. 그러기에 고전일수록, 어둠의 장막을 지나온 작가들이 삶에서 보편적인 진리와 숨결을 만나며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삶의길에 공감을 얻게 되어 편안해집니다. 인류 역사를 움직인 위대한 사람들이 살아낸 길에는 예외 없이 좋은 책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나서는 이들에게도 책은 늘 스승이었습니다. 지금도 세상을 움직이는 강의로 젊은이들을 고무시키는 분들의 힘은 책에서 나옵니다. 책은 인간만이 남길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이기에 힘들수록 돌아가서 에너지를 충전케 하는 어머니의 품과 같습니다. 2013년 독서 계획을 세우는 일부터 한 개인이나 조직, 단체를 비롯해서 국가도 큰 틀의 계획이 필요합니다. 마치 새 대통령 당선인이 꾸리고 있는 인수위원회처럼. 그것은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니 그 중요함이 지대합니다. 한 국가의 장래를 책임지는 막중한 선택이니 몰입과 집중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인수위원회에서 독서정책을 총괄해서 국민독서시대를 여는 정책을 꼭 넣었으면 합니다. 민생이나 행복도 매우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 행복을 이끄는 것은 결국 정신임을 생각하면 전 국민이 최소한 필독도서로 하루 한 쪽이라도 읽을 수 있거나 들을 수 있는 정책이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지엽적인 일로 생각될 지도 모르지만, 지금 우리 국민은 정신적 에너지가 너무 고갈되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죽을 때 꼭 가지고 가고 싶은 책 한 권, 힘들 때 밥이 되어주는 책 한 권의 힘을 밥보다 먼저 생각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새로운 한해를 시작한 학생들도 2013년도에는 꼭 읽어야 할 책을 사거나 빌려보는 목록을 만들어서 새해 설계도에 꼭 넣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언제든지 자신에게 힘이 되는 글들을 나름의 방식대로 보관하여 언제든지 곁에 두고 꺼내 먹을 수 있는 영혼의 마시멜로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것이 긍정의 문장일 수도 있고, 위로의 글일 수도 있으며 자신만의 좌우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가난한 시절을 보낸 부모 세대보다 더 책을 읽지 않는다면, 초고속으로 달려오는 미래의 불확실한 파도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피난처 하나를 잃게 될 것이니! 사람은 수시로 변합니다. 나를 지켜주던 가족도 친구도 이웃과도 원치 않는 이별이 늘 다가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변하지 않는 최고의 도반은 책입니다. 좋은 책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마저도 낫게 해줍니다. 좋은 책은 결코 배신하지 않으며 같은 책이라도 읽을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깨달음의 언덕에 이르게 합니다. '책의 해'를 보내며 읽었던 책들의 목록을 들춰보며 원래의 계획에 미치지 못한 독서 계획을 반성해 보고 2013년의 독서설계를 하며지난해 나를 움직인 베스트 목록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2013년은 어느 해보다 좋은 책을 많이 읽도록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제는 '국민독서시대'를 만들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도 함께! 살아야 할 이유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고민하는 힘윤리적 소비새로운 100년 탄허록1년에 500권 마법의 책 읽기종의 기원, 신의 기원황홀한 글 감옥글자로만 생각하는 사람, 이미지로 창조하는 사람청소년 감정코칭 등 입니다.
나는 내가 좋다. 실없는 소리 같지만, 나의 모든 것이 좋다. 이름부터 ‘재열’은 부르기 쉽다. 받침이 앞 음절에는 없고, 뒤 음절에만 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공평하고, 깔끔하다. 이런 구조의 단어는 ‘희망, 사랑, 하늘, 구름, 가을, 바람, 자연’처럼 의미도 좋은 것만 있다. 흔한 이름 같지만 막상 만나기 어렵다. 어릴 때는 아명으로 좋았는데, 지금은 중년에도 딱 맞는 이름이다. 생일도 자랑하고 싶다. 내 생일은 5월 15일이다. 이 날은 세종대왕 탄신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날을 스승의 날로 기억한다. 이날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은 세종대왕 이야말로 겨레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감히 비교하기 부끄럽지만 겨레의 스승인 세종대왕과 생일이 같다는 것이 한없이 자랑스럽다. 나는 국어 선생으로 우리말 바로 쓰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이 모두 운명 같은 기분이다. 숫자에 관련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전화번호다. 집은 1316이다. 이 번호와 관련하여 휴대전화를 만들 때 1319를 받았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이 번호에는 청소년의 나이가 연상된다. 내가 고등학교에 줄곧 근무했기 때문에 묘한 의미가 있다. 직업이 선생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세상에 직업이 없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속에 스승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오랫동안 교직 생활을 했으니 내 실수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큰 과오 없이 교단에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제법 많은 제자들의 스승으로 살아가는 것은 분명하다. 가르치는 과목이 국어인 것도 천만 다행이다. 영어, 수학, 체육, 음악 등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르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학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공부도 많이 했다. 문학은 가르치는데 자신이 있다. 문학을 통해 삶의 모습을 안내하는 것도 즐겁다. 고답적이고, 관념적인 학문보다는 삶의 진정성이 담긴 문학을 강의하는 것이 행복하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니 이것도 복이다. 등산을 좋아하지만, 푹 빠지지 않는 것이 좋다. 산에 건강을 챙기러 가기도 하지만, 명상을 즐기는 취미가 좋다. 그래서 산에 올라가다가 힘에 부치면 무리를 하지 않고 내려온다. 등산을 적당히 하는 것처럼 나는 한 가지 일에 푹 빠지지 않는다. 적당히 힘에 부치면 물러난다. 이를 두고 내 성격이 끈기가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사실 끈기라는 것이 좋은 것으로 발전할 때도 있는데 쓸데없는 고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도 보면 끈기와 성실을 혼동하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타인과 공감하기 어렵고 객관성이 떨어지는 흠이 있다. 적당히 물러나는 것은 내가 어느 한쪽에 고정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단호한 철학이 없거나 자신이 없을 때 자존심을 접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한다. 나도 한때는 자존심을 소중히 했다. 그 자존심은 불의에 대항하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존심은 궁벽한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간혹 타인을 이해하는 걸림돌이었다. 자존심을 감추는 것이 힘들었지만, 사람들과의 더 큰 관계를 위해 과감히 휴지처럼 구겨버렸다. 자존심을 버리고나니 남들이 물러 터졌다고 하는데, 오히려 적당히 져 주는 생각도 배웠다. 져 주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배려가 된다. 이 세상은 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배려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려는 삶의 중요한 가치이다. 져 주면 건강한 생각으로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수필을 쓰고 있는 내 모습도 매력적이다. 수필을 쓰면서 사물을 따뜻하게 보고, 세상을 풍요롭게 보는 모습이 좋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고난과 슬픔을 만난다. 그때는 나를 어둡고 쓸쓸하게 만들었던 상심에 대한 기억을 언어로 표현하면서 삶의 뒤안길로 흘려보낸다. 주름진 생활과 아픔도 이른 봄 향기 같은 언어로 엮다보면 평온이 찾아온다. 나는 요행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산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부족한 것에 눈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정을 준다. 나는 돈도 없고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한없이 평범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더욱 좋다.
행정전담팀을 따로 두어 업무를 처리하고 교무행정지원사를 학교마다 지원하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교원업무정상화방안이다.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을 해소하고 학생 지도에 전념하도록 한다는 것이 이 방안의 취지이다. 담임교사들은 대부분 학년부에 배정을 해서 담임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하고, 나머지 비담임들은 행정전담팀이 되어 학교의 행정업무를 도맡아서 하도록 했다. 주로 비담임들이 행정전담팀에 속하게 된다. 교원의 업무를 경감시키는 방안이 이것은 아니라고 본다. 올해(2013학년도)부터는 거의 강제적으로 모든 학교에서 행정전담팀을 두고 학년부를 만들라는 것이 시교육청의 방침이다. 물론 운영 방법은 학교장의 자율로 하라고 하지만 행정전담팀은 반드시 둬야 하는 것이다. 예산을 들여서 교무행정지원사를 각 학교에 1명정도씩 지원을 해 주고 있는데, 행정전담팀을 두지 않는 것은 예산낭비 쯤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지원사는 업무보조가 아니다. 직접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즉 교사들의 업무를 행정지원사에게 일정부분 넘겨주는 방식이다. 단순히 보조업무만 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들이 학교의 여러가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정확히 꿰뚫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사들도 새내기 교사라면 여러가지 업무처리 등에서 미흡함을 보이게 되는데 교사도 아닌 행정지원사가 맡겨진 일을 바로 하기가 쉽지않은 것이다. 행정지원사에게 주어진 일부업무의 예를 들면 전,출입업무나 시간표작성 및 변경업무, 시간표 입력업무, 고사업무, 자율장학업무 등 수도 없이 많다. 교사들도 갑자기 맡으면 어려움을 겪는데, 행정지원사가 이런 업무를 매끄럽게 처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업무만 맡기기에는 예산투입에 비해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이 어떻게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가에 대해서는 좀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한가지 교사들이 학년부로 많이 옮겨 가면서 기존의 업무는 그대로 남겨 둔다. 누군가 이 업무를 해야 하는데, 행정지원사가 있다고 해도 나머지 업무를 행정전담팀에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비담임이라는 명분으로 많은 업무를 하도록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교사가 학생들 가르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함에도 행정업무 처리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결국 담임과 비담임을 편가르기 하는 것이 업무정상화방안이다. 이렇게 해서 갈등이 생기면 모든 교사들이 담임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담임을 기피한다고 교사들을 담임과 비담임의 대결구도로 가도록 하는 것은 확실히 잘못된 방향이다. 시교육청에서는 업무정상화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만족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12학년도에 이 제도를 도입한 학교보다 도입하지 않은 학교들이 훨씬더 많다. 그럼에도 설문조사는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제도 자체를 도입하지 않은 학교도 설문에 참여한 것이다. 해보지도 않은 방안에 대해 응답한 교사들의 설문결과가 객관성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담임들은 학생생활지도를 중점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당연히 행정업무와 담임업무를 명확히 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한계가 명확히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업무를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교사중 일부가 행정전담팀이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추진한다면 일부 교사들에게만 업무가 가중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교원업무를 경감시키기 위한 의지가 있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방안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도리어 행정업무를 현실적으로 맡아줄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 학교에 1명의 행정지원사가 얼마나 많은 업무를 할 수 있을까 우려가 된다. 기본적인 출발부터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도리어 행정지원사의 활용을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정해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자율적인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자율성이 거의 없다.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교사들에게 행정전담팀이 되라는 것이 정말로 타당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금 연수 출장중이다. 얼마 전 아침 기온이 급강하하여 몹시 추운 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교직 선배님 말씀 "이 교장, 이렇게 추운 날 하루 쯤 쉬어도 되지 않나?" "예, 저 지금 한국교총에 연수 다니고있어요." 퇴직한 그 분은 이제 방학인데 교장이라면 부산 떨지 말고 좀 여유를 가지라는 말이다. 후배를 생각해서 하는 말씀인 줄 알고 있다. 지난 2일부터 3일간 '초·중등 교과서 밖 이야기 경제연수'(15시간)를 받고 있는데 한국교총 부설 종합교육연수원 주관이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인사말에서 "교원을 대상으로한 경제연수가 학생지도에 도움이 되고 현장에서의 반응이 호의적"이라며 "교총 사업에 대한 현장 회원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방학, 교원이라면 연가를 내거나 41조 연수로 근태를 처리할 수 있다. 집에서 쉬거나 자가 연수를 하는 것이다. 영하 15도 강추위에교장인 필자가 왜 연수를 받을까? 연수생 60여명을 보니교감 한 분이보인다. 아마도 교장 신분은 혼자인가 보다. 동료연수생 중에도 "교장은 이런 연수 안 받아도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교장으로서 학생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것이 있다. 오는 2월우리학교 졸업에 즈음하여 학교안내와 신문을 겸해 발간하는 자료에 실린 학교장 이야기 일부를 인용해 본다."배운다는 것,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배울 것이 없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은 끝없는 배움의 연속이다. 배움을 포기한 사람은 늙었다는 표시이다. 죽음을 바로 앞 둔 사람은 배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성장하고 향상하는 사람은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경제에 대해 모르는 것은 제대로 배워서 지식을 넓히고 자아성장을 꾀한다.미국과 유럽 재정 위기가 왜 왔는지?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 학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또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두 가지 코드는 무엇인지? 경제 놀이 모형을 활용한 수업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올바르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연수 내용 중 우리 학교에 적용할 것은 받아 들이고 교직원에게 올바른 교육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NIEE 강사로 나온 중학교 교사는 '경제기관 200% 활용하기'에서 학교 경제교육에 도움을 줄 기관을 10여 개 이상 소개한다. 교육과정 운영에 소중한 자료다. 이런 내용을바로 교사들과 공유해야 한다. '행복한 부자되기'에서는 학교에서 기업가 정신을 주 2시간씩 6개월간 교육한 실증사례를 소개한다. 참가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한 혜택을 받아 학력이 증진되었다. 목표달성 의욕 증대, 창의력 및 독창성 증대, 자제력 중대, 자신감 증대를 가져 왔다고 소감을 밝힌다. 경제교육의 목표가 윤택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다.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돈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장경제와 복지정책을 강의한 현진권 소장(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은 연수 대단원의 마무리를 짓는다. 정치논리와 경제논리,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다한 논쟁을 명확히 정리한다. 그는 정치실패로 인한 복지 확대를 어떻게 막을 것인인가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 국민이 똑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정부, 시장경제에 대해 바르게 이해를 하고 '공짜복지'는 결코 공짜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의 교훈을 받아들여 국가 미래, 우리 후손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은 경제적 자유를 바탕으로 활발한 시장경제에 의해 이루어져야 함을 재강조한다. 그러고 보면 교원들이 연수를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보다 더 똑똑해지기 위해서다. 국민이 똑똑하면 정치논리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연수와 교육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바른 눈을 갖게 된다.학생들에게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 바르게 지도할 수 있다. 지금 우리세대, 후세대에게 '빛'을 줄 것인가? '빚'을 남겨 줄 것인가?
방학 중 보충수업은 고충수업? 천만의 말씀!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학 중 보충수업을 고충수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서령고(교장 김동민)에서는 이런 학생들의 심정을 십분 헤아려 겨울방학 보충수업을 전적으로 학생들의 선택에 맡겼다. 학과목과 수업하실 선생님들을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직접 고르도록 한 것이다. 즉 1교시부터 5교시까지 하루 다섯 시간 진행되는 보충수업을 자신이 직접 선택하여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보충수업을 개설하실 선생님들은 강의계획서를 작성하여 각반 학급게시판에 부착하면 학생들은 자신에게 맡는 과목과 선생님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생님들이나 인원이 적게 나온 과목은 자동으로 폐강 처리된다. 학생들도 자신들이 원하는 과목과 선생님을 직접 선택했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고 참여도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학년의 경우10여 과목이 개설되어 학생들이 치열한 수강신청 경쟁을 벌여 학교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번의 파격적인 시스템의 변화는 그동안 보충수업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평이다. 따라서 이번 겨울방학의 보충수업이 학생들의 성적향상과 학습의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김관복(54·사진)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정책실장이 이대영 서울시 부교육감의 자리를 이어받는다.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김 실장은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추천과 교과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7일 서울시 부교육감으로 부임한다. 행정고시 31회 출신인 김 부교육감은 서울대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대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 교육감의 대학 후배이고 문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인 시절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강원도교육청 부교육감, 교과부 학술연구지원관, 학교지원국장 등을 역임했다. 한편, 국방대에 파견된 이승복 전 서울대 사무국장은 서울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에 선임됐다.
절대평가 내신 평가권 교사에게 서술형 수능 1차 채점도 교사가 핀란드의 대학입시에는 지원자의 일반고 최종성적, 대학수학능력시험(yliopilastutkinto) 그리고 대학 본고사에서 얻은 성적이 반영된다. 핀란드에서도 대학의 서열이 있어서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학과에 따라 다르지만 의대, 법대, 교사과정 등은 10대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 재학생이나 전문가에게 4개월 이상 개인교습을 받기도 한다. 내신, 수능, 본고사로 구성되고 치열한 경쟁도 있지만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한 핀란드의 대입제도를 살펴보자.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일반고 정규과정의 과목을 이수해서 최종성적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일반고 최종성적은 10점 만점의 절대평가로 산정되고 저학년 성적은 반영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5점 이하를 받은 과목은 탈락한 것으로 평가돼 재수강을 해야 한다. 교사는 수행평가, 필기시험, 평상시 학습참여도, 과제물 이행 결과, 출석 등을 종합하고 학생, 학부모와의 상담을 거친 뒤 졸업 최종성적을 학생에게 부여한다. 핀란드 국가교육청은 평가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8점을 받는 학생이 갖추어야 하는 지식, 능력 등에 대한 평가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학생에 대한 최종평가는 전적으로 교사의 권한이다. 한 부모가 자녀가 화학 최종 필기시험에서 10점을 받았는데 최종성적은 8점이었다고 인터넷에 불만의 글을 게재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에 대해 학생의 성적은 시험만으로 평가되지 않고, 평가 권한은 전적으로 교사에게 있음을 댓글로 지적했다. 교사의 교육과 평가를 신뢰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수학능력시험은 일 년에 두 번, 봄과 가을학기에 전국의 모든 고교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지원자는 필수과목 시험에는 3회까지 응시할 수 있다. 한 번에 이 시험을 끝내는 응시자는 2002년 30%에서 2011년 10%대로 줄어들었다. 현재 2회에 걸쳐 시험을 보는 학생의 비율은 70%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5% 안팎의 학생들이 시험에서 탈락한다. 시험 과목 중 모국어는 전체 지원자가 무조건 응시해야 하는 과목이고, 핀란드의 제 2공용어, 외국어, 수학 그리고 기타 일반과목 중에서 3개를 필수과목으로 응시해야 한다. 기타 일반과목은 물리, 화학, 생물학, 사회, 역사, 종교, 심리학, 철학, 가치관, 보건 등이다. 모국어는 수준별로 나뉘지 않지만 수학과 외국어는 상급, 초급 또는 상급, 중급 등 수준별로 구별돼 있다. 지원자는 반드시 최소한 하나의 과목에서 상급에 응시해야 한다. 탈락한 과목의 재시험에서는 수준을 바꿀 수 있다. 시험은 한 과목의 전체 문제 중 몇 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예를 들어, 모국어 텍스트 시험은 5개의 문제 중에서 3개를 선택해야 한다. 과목마다 정해진 채점 기준에 따라 문제 당 0~6점을 부여한다. 과목에 따라 융합형 또는 고난이도 문제가 출제되기도 하는데 고난이도 문제는 9점까지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문제가 서술형으로 되어 있고 학교의 교사들이 일차적으로 답안지의 채점을 한다. 채점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능위원회에서 검토를 한다. 교사가 부여한 점수에 현저한 오류가 있을 때는 전문가가 다시 채점을 하게 된다. 교사는 채점 과정에서 붉은색 펜으로 점수 삭감 부분을 명시하고 그 이유를 서술해야 한다. 성적은 7개 등급으로 구분되고 1, 7등급이 각 5%, 2%, 6등급이 15%, 4등급이 24%로 분포되는데 시험마다 이 분포는 달라질 수 있다. 본고사는 단과대학별 출제가 원칙이라 몇 개의 대학이 공동으로 문제를 출제하는 추세다. 대학에서 출제하는 시험 문제의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헬싱키대 인문대학의 본고사에는 한국에서 대학원 입학시험에 출제되는 수준의 문제도 포함돼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유형의 언어 문법이 존재하며, 그 근거는 무엇인가?”와 같은 식이다. 2012년 영어과 시험에는 객관식 문제도 포함돼 있지만 A4지 5쪽 분량의 지문을 주고 70 단어로 요약하기, 100 단어로 반대 의견 쓰기, 200 단어로 비판하기 등의 문제가 출제됐다. 핀란드 고교생들은 주관식 서술형으로 출제되는 높은 수준의 수학능력시험을 통과하고, 심화 수준의 대학 본고사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선다형 문제, 그것도 단 1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시험으로 대학생을 선발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수능이 학생들이 대학에서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올바른 방식인지 돌아봐야 한다. 3년, 5년의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라, 지금 초등학생이 대학에 들어갈 때를 대비한 장기적인 대입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학! 우리나라에서는 인문고만 졸업하면 누구나 다 대학에 갈 수 있는가? 고교 3년간 수업 시간에 잠만 자는 학생들이 왜 대학에 가야 할까? 그들에게 진정 대학만이 이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까?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해야 한다.
네덜란드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비 때문에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도 대학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보내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뿐더러 대학생들 또한 학비 때문에 대학을 휴학하거나 그만두지도 않는다. 네덜란드 대학생 등록금은 1년 학비가 1700유 로, 우리 돈으로 300만원도 채 안 된다. 그런데 이 학비도 대학에 입학할 때 곧바로 납부할 필요가 없다. 학생이 대학에 입학한 뒤 5번에서 10번까지도 나눠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등록금이 없어 학비를 내지 못하는 경우 대학생이나 전문대학생이면 누구나 정부로부터 특별한 조건 없이 아주 낮은 금리로 학비를 대출받을 수 있다. 이렇게 빌린 등록금은 학생이 졸업한 후 2년부터 20년까지 상환 기간을 정해 서서히 나눠 갚으면 된다. 그렇기에 학부모들 또한 학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는 대학생이 되면 정부로부터 누구나 받는 돈이 있다. 바로 학업지원금(studie financiereing)이다. 이 학업지원금은 비단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업전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매달 지원되는데, 그 금액이 최소 100유로에서 최고 400유로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매달 15만원에서 60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 학업지원금은 네덜란드 학생의 정보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듀오(DUO, dienst uitvoering onderwijs)라는 곳을 통해 정부 예산으로 대학생과 전문대학생에게 공부할 때 사용하라고 주는 지원금이다. 많은 학생들은 이 지원금을 절약해 학비를 충당하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네덜란드 대학생들은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도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 역시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네덜란드 정부는 한창 공부에 몰두해야 할 대학생과 전문대학생들이 등록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징수한 세금을 활용해 대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혜택을 누리게 하고 있다. 또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학비라고 해봐야 학부모 지원비나 사물함 사용료 등으로 1년에 300유로 미만(약 45만원)이 소요된다. 이 금액도 학부모가 경제적으로 힘들 경우 학생재정지원(tegemoetkominge scholieren)을 신청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학부모의 재정 상태를 심사해 이 금액 또한 지원해준다. 필자도 네덜란드에서 두 자녀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 유학생 신분으로 소득이 없어 이 재정지원금을 신청해 받은 경험이 있다. 외국인인 경우도 비자에 문제가 없다면 자녀를 공부시키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본국 사람들과 똑같은 혜택을 주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노트는 물론 필기도구, 각종 준비물까지 다 마련해주기 때문에 학부모가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데 별도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초등학생들은 아예 책가방을 갖고 다니지도 않는다. 모든 교과서, 필기도구, 준비물이 학교에 준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은 책을 아예 집을 가져 올 수 없도록 돼 있기도 해 책가방이 필요 없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네덜란드에서는 우리처럼 학습 위주의 사교육이 아예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비는 물론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휘지도 않고 그럴 걱정을 할 일도 없다. 특히 자녀가 대학생이 돼도 등록금 문제로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학비 부담’이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1월 통계발표 기준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한 자녀를 교육시키는데 드는 비용이 2억6000여만 원이라고 하니. 고액의 대학등록금이나 사교육부담 때문에 자녀를 마음껏 낳을 수도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현실이어서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언제쯤 우리도 네덜란드처럼 교육비 걱정 없이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을지 묻고 싶다.
√ 대입정원 증원 √ 대입전담부서 설치 √ 유아 의무교육 √ 종일돌봄 환경조성 √ 학교별 특성화 √ 장애학생 통합교육 √ 직업체험 교육 √ 사회복지사 확충 독일 교육은 큰 줄기를 제외한 모든 세부 사항이 주 정부의 권한이기 때문에 지방 선거 결과에 따라 교육정책의 방향이 결정된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인 교육공약에 관한 한 독일은 보수와 진보의 견해차가 크지는 않다. 누가 유권자의 여망을 정확히 읽어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나뉠 뿐이다. 교육정책이 정치진영의 입장이 아닌 사회 각계의 공론을 통해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입안되고 수많은 직간접적인 관련자들이 감시의 끈을 늦추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바뀌어도 정책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노드라인베스트팔랜 주의 예를 들어 보면 2013년 독일의 교육정책 방향을 예측해 볼 수 있다. 노드라인베스트팔랜 주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체 지방의원 237석 중 99석을 차지한 사민당(SPD)이 다수당이 됐다. 그 결과 현재 사민당과 녹색당 연정인 로트그륀코알리치온(Rot-grne Koalition)이 주 정부를 이끌고 있다. 주 교육부는 “모든 학생에게 공평하면서도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기치 아래 다음과 같은 연간 역점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첫째, 올해 노드라인베스트팔랜 주 교육부의 가장 무거운 당면과제는 두 배로 늘어난 입시생의 수급 문제다. 독일은 최근 몇 년간 인문계 중고교인 김나지움 졸업학년을 13학년에서 12학년으로 낮추고 있다. 2013년은 노드라인베스트팔랜 주 12학년과 13학년이 함께 졸업하는 해다. 따라서 입시생이 17만6000명으로 작년에 비해 4만5000명이나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주 교육부는 입시를 위한 전담 부서를 새롭게 설치해 교사와 학부모, 학생을 위한 상담과 올바른 정보 제공을 함으로써 혼란을 예방하고, 주립 대학들은 총 입학정원을 1만1000명 증원할 계획이다. 둘째, 2013년은 노드란인베스트팔랜 주뿐만 아니라 독일인의 오랜 숙원사업인 유치원 교육의 의무교육화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의 해다. 현재 독일 유치원은 의무교육제가 아니다. 주 정부는 부모의 수입에 따라 교육비를 차등 지급하고 있으며 차액은 부모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유치원 등록금의 단계적 폐지를 시도함으로써 부모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양질의 조기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할 계획이다. 셋째, 학년이 13년에서 12년으로 축소되면서 오전반 학교가 종일반으로 운영됨에 따라 늘어난 오후 시간 활용 문제와 함께 생활공간으로써의 학교의 역할이 강조된다. 또 개별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면서 숙제를 학교에서 끝마칠 수 있도록 해 부모의 능력과 관계없이 다양한 재능의 아이들이 학교교육만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넷째, UN 인권 협약에 의거, 장애를 가진 아동과 정상 아동이 차별 없이 같은 공간에서 교육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설 확보와 교사 연수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정부에서 이미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고 올해부터는 단계적으로 실행하게 된다. 다섯째,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지속적 교육발전에 관한 UN협약’에 의거, 학교별로 특성화 과목을 발전시킴으로써 기존의 중요 과목뿐 아니라 스포츠나 미술, 음악 등에서 모든 학생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주 차원의 전략을 세우고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을 준비할 예정이다. 여섯째, 학교와 직업 간의 연관관계를 확고히 하고 직업교육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 수업이 없는 시간을 활용해 여러 분야의 직업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직업을 선택하는데 책임감을 갖도록 한다. 그 모든 과정은 개인의 프로필에 기입하고 학력에 반영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생산직학교 모델도 시도할 예정이다. 일곱째, 노드라인베스트팔랜 주는 2011년부터 연방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상근 학교사회복지사 채용을 더욱 활발히 진행해 단 한 곳도 사회복지사 없는 학교가 되지 않도록 충분한 재원마련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 정책은 사회복지사가 상근하는 학교들이 이전보다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긍정적인 보고가 잇따라 더욱 추진력을 얻게 됐다.
교과부가 2일 ‘2013년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평가기준’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 담긴 주요 내용은 교원성과상급 차등폭을 현행대로 개인 50~100%, 학교 20%로 유지하고, 기간제교사를 지급대상에 포함하며, 2014년도부터 지급기준일을 3월 1일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지는 학사일정에 맞춰 변경한다는 것이다. 차등폭을 확대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한 것은 안정화를 기대하는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또 3월 정기인사 이전에 성과평가를 완료토록 해 학교부담을 줄여줬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수석교사 별도평가를 도입한 것도 그동안 수업시수와 담임업무를 맡지 않아 불리한 평가를 받는다는 지적을 수용해 개선한 것으로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이번 방안에서 ‘기간제교사 지급방법’과 ‘휴직자 일할 지급 변경’은 재고돼야 한다. 정규교원과 함께 정당한 교육활동을 수행하고 있고, 담임비율이 상당부분을 차지할 만큼 그 역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간제교사를 지급대상에 포함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다만, 차등비율을 70∼100%로 설정한 것과 지급기준호봉을 14호봉으로 정한 것은 여전히 기간제교사들의 요구사항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아쉬운 결정이다. 또 2014년부터 시행할 예정으로 행정예고한 2개월 이상 근무자에 대해 근무기간에 비례해 일할 계산하기로 한 방침은 철회돼야 한다. 이럴 경우 휴직교원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게 될 것은 자명하다. 특히 휴직교원 중 76.5%가 육아휴직 교원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출산장려정책과도 배치되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에 육아휴직으로 인해 불리한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것에도 저촉되는 만큼 재검토돼야 한다. 2, 8월 퇴직교원을 모두 지급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도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성과급을 도입한지 벌써 12년째를 맞고 있다. 교원간의 협력적 분위기를 훼손하고, 교원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하지만, 열심히 일한 교원에 대한 보상과 선의의 경쟁을 통한 교육력 제고라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현장모니터링을 통한 개선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위상이 강화되면서 외국인 수와 다문화 인구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부응해 여러 다문화 지원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11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6차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에서 올해부터 2017년까지 시행될 ‘제2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다문화 관련 5개년 프로젝트가 새롭게 막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로써 과거의 시행착오를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보완되고 체계화된 각종 다문화 프로그램들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시민 기본역량 배양 효과도 국가적인 다문화 사업은 비단 하나의 특정 분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각 분야가 한데 어우러져야 하는 종합적인 측면이 있다. 이런 다양한 요소 중에서도 특히 다문화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나 복지 지원, 언어훈련, 아동의 학교적응 문제 등은 당장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서로 간 문화 차이의 극복, 국민 의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홍보호라동 또는 캠페인 등도 중요한 요소다. 특히 사회통합의 측면에서 다수자의 다른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관련교육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내년에 펼쳐질 다문화 관련 사업은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이 중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학교교육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대목이다. 타문화를 공유해 보고 이를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의 자세를 학생들에게 일깨우도록 교육적 노력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바람한 일이다. 왜냐하면 다문화 교육의 성공 요건은 서로 간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할 줄 아는 태도, 즉 다문화 능력(cross-cultural competence)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다문화 능력은 다른 문화와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 의식을 없애고 상호존중의 문화를 형성해 장차 다문화사회를 온전히 일궈내는데 필요한 요소다. 사회통합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시대에 어울리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배양하는 효과도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교육을 펼쳐나갈 때 이런 능력을 개발시키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문화 능력 개발에는 세 가지 능력에 대한 훈련이 포함된다. 첫째, 자기 문화에 대한 세계관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둘째, 다른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다. 셋째, 문화 차이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는 능력이다. 다른 나라나 민족의 문화, 관습, 생활양식 등을 접하고 이해한다면, 상대적 관점에서 이를 존중하고 그런 바탕 위에 원만한 상호작용의 능력을 갖추게 할 것이다. 다른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없다면 자기 문화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에 편협한 시각을 바탕으로 오해와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백년지대계 위한 길 다문화 능력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지식을 통해 타 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상호작용 능력을 습관화할 수 있다. 이들은 장차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시대를 포용의 정신으로 이끌 사회통합의 역군이 되며, 문화능력을 발휘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지 않겠는가. 이런 순기능적 효과에 비춰 볼 때 다문화 능력 교육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로써 성급히 단기적 성과를 내려고 하기 보다는 멀리 바라보고 체계성과 지속가능성이 담보된 방향으로 펼쳐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는 다문화 능력 교육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미래에 꼭 필요한 요소다.
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보름 남짓 지났다. 그 사이 해가 바뀌고 다음 달이면 당선인이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한다. 선거 과정의 갈등과 그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지만 소통과 화합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교육계 입장에서는 당선자의 공약 이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새 정부가 교육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의견 수렴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 정책에 반영하길 고대하고 있다. 진영 논리로 교육적 가치 왜곡 산적한 현안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교육감 직선제다. 이 문제만큼은 해를 넘기지 말고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거쳐 방안을 마련하고 법적 절차까지 마무리 지어야 한다. 내년 6월이면 지방선거와 함께 또다시 교육감을 선출해야 한다.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그리고 지방 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한 지방교육자치제는 1991년 관련 법률 제정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중에서도 2007년부터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은 물론이고 교육재정의 비효율화와 교육계의 갈등 심화를 초래해 대변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른 선거와 달리 시·도교육을 책임질 수장(首長)을 선출한다면 그 과정은 당연히 교육적이어야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배우는 학생들에게 수범적이어야 할 선거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됨으로써 교육의 본질을 훼손한다면 어떤 명분으로도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역대 교육감 선거는 결코 교육적이지 않았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위선과 파당 그리고 정치적 술수로 인해 “교육감 선거가 교육을 망친다”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외국의 사례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 주요 교육 선진국은 지방교육수장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감 직선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 가치의 훼손에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정당 개입이 이뤄질 수 없도록 규정된 현행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교육감 선거 사무소 개소식 때 특정 정당 인사들이 참석하거나 유세장에 나타나 암묵적 지지를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교육감 선거의 초점도 교육적 가치와 대의보다는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대결로 왜곡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교육감 직선제가 특정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락했기에 당선자는 화합과 소통보다는 이념적 가치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관심을 쏟는다. 교육 현장의 갈등을 초래한 전면무상급식, 일제고사 폐지,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도 진영 논리에 따른 이념적 대립의 결과물이다. 그러니 교육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교과부와 일부 시·도교육청 간에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을 일으켜 급기야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범법행위 하면서 ‘교육’감이라니 정책적 대립만이 아니다. 당선인의 범법행위는 더 큰 문제다.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교육감 16명 중 5명이 각종 범법 행위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다.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소양과 품위가 의심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 보기에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교육감이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범법 행위가 드러나 계속해서 재선거를 치르는 악순환을 겪으며 아까운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 재작년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1인당 평균 16억원의 막대한 선거 비용을 썼다. 이로 인해 당선 이후 부정과 비리를 저지를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일단 ‘붙고 보자’는 식으로 당선된 교육감이 재정 집행권, 교원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공명정대하게 사용하기란 쉽지 않고 결국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 대한 보은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교육감 선거는 지역자치라는 명분 이전에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지켜보는 생생한 교육현장이라는 교육적 관점이 더 중요하다. 교육마저도 이념대립에 따른 권력 투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그에 따른 각종 비리와 부정이 만연한다면 그 폐해는 결국 학교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 현재 나타난 물증만으로도 이미 명분을 상실한 교육감 직선제를 이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융합을 주제로 한 많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연이은 융합 관련 심포지엄이나 컨퍼런스, 전시, 공연 등의 다양한 행사들은 융합이 현 시대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라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어째서 융합이 화제인걸까? 지난 세기동안 인간의 지식은 단일 학문 연구를 통해 깊고 방대해졌다. 그러나 21세기가 되면서 불거져 나온 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들은 그 배경에 다양한 입장과 층위의 충돌이 있기 때문에 단일 학문적 접근 방식만으로는 풀기가 쉽지 않게 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가 필요하다. 융합이 많이 회자되고 연구되는 이유는 현 시대의 유행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현대의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창의적인 방식을 제시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 사회의 패러다임이 점차 전환되고 있다. 특히, 과학과 예술 분야는 융합을 통해 그 상상력과 혁신성이 결합하면서 이전에 없던 콘텐츠와 플랫폼을 만들어내며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로봇-뉴미디어 콘텐츠기업 ‘코이안’의 경우도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21세기형 융합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한 사회에 대한 창의적인 기여를 목표로 하는 회사다. 융합의 실제 예로 코이안이 최근 개발한 음악 연주 로봇 ‘마리’를 들 수 있다. 마리는 44개의 기계 말렛으로 마림바를 연주하는 로봇이다.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기계공학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작곡가, 게임개발자, 디자이너, 영상제작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긴밀한 협업을 통해 기획부터 완성까지의 전 과정을 일관되게 진행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통해 기존 음악에 맞춰 연주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닌 44개의 기계 팔로 독창적인 연주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인간의 연주와는 다른, 로봇만의 독창적인 음악을 만드는 로봇이 탄생한 것이다. 융합적 사고의 가능성은 끊임없이 또다른 융합을 통해 확장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음악 연주 로봇을 만들면 그 다음에는 이를 기반으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대극장용 무인 로봇 뮤지컬도 제작할 수 있다. 인간 배우의 보조 역할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로봇이 등장해 인간 중심의 공연 연출을 로봇과 융합이 중심이 된 연출로 전환해 이전에 없었던 획기적인 공연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로봇 기술이 가진 동작·감정 표현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신 3D 맵핑 영상 기법과 인터랙티브 기법 등을 동원하고 스토리텔링을 가미한다면 로봇 캐릭터에 살아있는 생명력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선보일 수도 있다. 융합의 사고가 중요해짐에 따라 산업, 예술, 교육 등 사회의 각 분야에서는 학제 간 융합을 연구하고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 세기에는 전문성을 지니기 위해서 ‘한 우물만 파면 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가는 영역과 영역의 경계에서 우물을 파며, 경계를 넘나드는 소통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진정한 융합을 위해서는 개개인의 노력과 다른 사람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 말하자면 내적인 융합과 외적인 융합이라 하겠다. 하나의 전문성을 키우는 동시에 다른 학문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노력, 기존의 익숙한 방식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실험하려는 태도,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내적인 융합을 위한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적인 융합은 언어와 사고방식이 서로 다른 타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나온다. 충돌하고, 갈등하고, 대화하고, 인정하고, 포용하는 가운데 새로운 창조의 과정을 함께 즐기며 융합이 이뤄진다. 융합의 시대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개인이 주도하는 시대가 아니라 다른 학문과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새로운 시각을 이끌어내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시대다. 내적인 융합과 외적인 융합이 어우러진다면 시대가 요구하는 21세기의 융합 인재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2월 17일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18개 단체가 참여해 교육개혁의 공동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대한민국 교육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서로 갈등하는 것으로만 비춰졌던 교육계의 보수와 진보진영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교육계가 개인과 집단의 소신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를 위해 해야 하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실천해갈 수 있는 분위기와 토대가 마련된 것 같다. 이런 바탕 위에 2013년에 우리 교육자들이 특히 힘을 모아 시작했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믿고 따를만한 스승이 돼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대의 스승이 되기 위해 교육계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하나는 사회 지도자와 지성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사는 지역사회의 지도자로 인식됐고 교수는 어떤 억압에도 불구하고 바른 소리를 하는 지성인으로 존경받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런 믿음과 존경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더라도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자가 어느 정치 집단에 속하는 것은 극히 조심해야 한다. 믿음과 존경을 잃은 이유 중의 하나는 일부 교육자들이 아예 어느 한 편에 서서 정책의 옳고 그름 혹은 타당성 여부를 떠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것처럼 일반인들의 눈에 비쳐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교육자가 불편부당한 입장에 서서 미래를 바르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그리고 교육자가 옳은 목소리를 내고 우리 아이들을 옳은 길로 이끌도록 보장하기 위해 교사와 교수들의 정년을 보장해줬다. 이러한 사회적 특권에도 불구하고 만일 교육자마저도 자기가 속한 집단이 어디인가에 따라 그 집단의 목소리만 낸다면 세상은 더 이상 믿고 따를 사람을 찾기 어려워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교육계가 외부의 존경과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허비한 시간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믿고 따를 스승 없이 살아가는 개인과 사회는 별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사람처럼 불행하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안철수와 법륜스님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에게 열광했던 이유는 그들이 사회적 지도자로 인식됐기 때문일 것이다. 힘들고 외로운 길이겠지만 이젠 교육자들이 시대를 밝혀갈 스승으로서의 소명의식을 새롭게 깨닫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갈 것을 소망해본다. 다음으로 교육자는 설령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하고 행동으로 옮기고자 할 때조차도 타인의 오류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오류가능성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상대방의 주장이나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자신의 치명적 한계를 놓치게 된다면 세상은 그를 불신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믿음과 주장에 부합하지 않는 단 하나의 예라도 발견되거든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철저히 분석함으로써 오류 가능성을 줄여갈 때 비로소 세상은 교육자를 사회의 지도자로 교육학자를 시대의 지성인으로 존경하게 될 것이다. 교육자가 이런 자기반성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때 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교육자가 아닌 경제학자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사태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교육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원단체들이 사사건건이 부딪히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미래 세대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인가? 교육을 위해 서로 양보하며 뜻을 모으고 공감대를 넓혀가는 노력은 교육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더욱 높여주게 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해 교육계는 앞서 이룬 사회적 협약의 경험을 토대로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대를 넓혀가기 위한 다양한 채널을 만들고 대화의 기회를 늘려가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다는 주장만을 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앞장서서 이를 직접 실천하길 기대한다. 재능기부 활성화라는 시대 흐름에 맞춰 일부 교사들이 앞장서서 교육기부를 실천하고 있고, 이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 아주 좋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교육자들이 사회가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는 스승으로 거듭나 혼란 중에 있는 우리 사회에 희망의 빛이 돼주기를 계사년 새해 아침에 간절하게 소망해본다.
중국식 대학입시제도의 핵심에는 지역할당제가 있다. 베이징(北京) 출신의 수험생 A와 저장성(浙江省) 출신의 수험생 B가 베이징대의 경제학 전공에 지원했다. A의 대학입학 국가통일시험 성적은 600점이고, B의 성적은 680점이다. 그런데 성적이 낮은 A는 합격하고, B는 불합격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지역할당제 때문이다. 중국의 대학은 학생모집 계획 수립 시 지역을 고려해 입학생을 할당한다. 칭화대학(清华大学) 기계공학과를 예로 들면, 베이징 2명, 저쟝성 3명, 상하이 5명 등 지역별로 입학생이 할당돼 있다. 수험생들은 베이징에 2명이 배정돼 있으면, 베이징 출신 수험생끼리 경쟁해 2위 안에 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지역할당제는 왜 생긴 것일까. 우선 개인과 가족구성원이 거주하는 지역을 기록하는 후코우제(戶口制)와 관련이 있다. 후코우제의 기본 성격은 출신지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으며 사회로 진출하는 지역순환구조이다. 이로 인해 각 지역대학은 자기지역 학생을 더 많이 할당해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역균형발전도 지역할당제 도입의 한 원인이다. 낙후된 지역에도 일정수준의 학생을 배정함으로써 이들이 졸업한 후 출신지역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인재로 성장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지역할당제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은 90년대 중반 들어 국가차원에서 배정하던 졸업생 분배제를 자율형으로 전환시켰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보조금이 삭감됐고, 지방정부는 자체적으로 교육예산을 확보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지역에서 확보한 예산으로 타 지역 학생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게 됐고, 결국 지역소재 대학들은 소재지의 학생들을 더 많이 모집하는 형식을 취하게 됐다. 오랜 세월이 흘러오면서 유지된 지역할당제는 몇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기회균등을 위한 지역할당제가 오히려 교육의 불평등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도시에 좋은 대학들이 집중해 있는데, 대도시지역에 많은 학생을 배정하다보니 대도시 거주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는 지적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지방출신의 유명대학 입학을 어렵게 해 역으로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들의 학력편차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지역별로 학력차이가 있는데, 자기들끼리 경쟁하도록 하다 보니 학력이 낮아도 입학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칭화대 대입성적을 보면 매년 550점에서 800점까지 지역별 커트라인이 형성돼 있다. 대략 250점까지 점수 차이가 난다. 이런 대입성적의 편차는 곧바로 대학수학능력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그럼 이런 문제를 가진 지역할당제가 계속 존재할 것인가, 폐지될 것인가. 사실 중국에는 지역할당제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지역할당제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 또 법적으로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 중국대학 내에 존재하는 지역할당제는 아마도 오랜 세월동안에 형성된 제도적 산물일 것이다. 다만 지역할당제가 가진 문제는 일부 학자들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할당제가 지역의 인재들이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데 유리하기는커녕 불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는 민생의 문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지역대학의 입장에서는 우수학생들의 대도시진출로 지역대학이 고사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지역할당제가 쉽게 폐지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역 간, 대학간, 개인 간 이해관계의 차가 크고,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대학입학 지역할당제는 그 기본정신을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2011년 12월 학교폭력이 사회 이슈가 됐다. 이후 대통령, 국무총리, 교과부장관이 모두 나서면서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왔고, 우리 사회가 함께 선택한 해결책은 인성교육 강화였다. 정부에서는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민간 부문에서는 교총의 주도로 교육계, 학부모단체, 시민단체, 재계, 언론계, 종교계, 국제기구 등 사회 각 분야를 총망라한 단체들이 참여해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이하 인실련)’을 출범시켰다. 인실련이 인성교육 실천과제 발굴과 우수사례 전파를 위해 노력해온 지 반년. 새해를 맞아 ‘인성교육, 나부터 실천’이라는 주제로 인성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인성교육 전문가들에게 인성교육의 의미와 나아갈 방향을 들어보기로 했다. 안양옥=오늘 모이신 분들 모두 각각의 분야에서 인성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지만 작년에는 인실련이 출범해 전면적인 인성교육 실천운동을 벌였습니다. 새해를 맞아 이런 인성교육을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상태로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배용=우선 인성교육이 지금 당면한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책이 아니라 교육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교육은 반듯한 품성을 가진 사람이 자라도록 지도하는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교육의 근원을 전통교육에서 찾고 싶습니다. 우리의 전통교육이 제시한 힘을 새 시대에 맞게 개발하고 구성해야 합니다. 실천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이런 본질적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이 더 중요합니다. 곽병선=전통적 가치는 가족 중심으로 세대를 거쳐 전달됐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가족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기는 것이죠. 또 학교에서는 교권이 추락해 교사가 인성교육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점을 사회와 국가적 차원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우리 교육에 여러 가지 중요 과제가 있지만 인성교육에 실패하면 다른 것도 실패한다는 인식을 모두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의 근본입니다. 강학중=학교폭력을 포함해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인성교육의 부재만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성교육이 제대로 된다면 많은 사회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인식해야 합니다. 또 우리 어른들이 가정에서 겉으로는 인성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인성보다 성적과 출세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스스로 인식해야 인성교육이 효과를 거두고 계속될 수 있습니다. 전민배=인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로서 느끼는 점은 학생자살이나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점이 언론에 노출될 때만 사람들이 교권붕괴와 입시위주의 패러다임 등을 지적하고 관심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다른 정치·경제적 이슈가 떠오르면 그 관심과 비판은 이내 묻혀버리고 맙니다. 일회성 처방이 아닌 지속성을 가진 인성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인성이 좋은 학생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안양옥=결국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인성중심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인성교육이 진짜 효과를 드러낼 수 있다는 데 모두 공감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난 반년동안 인실련의 220여개 단체를 포함한 사회 각계의 노력들도 값진 노력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이배용=그동안 경쟁력과 지식만을 강조하며 기본을 잊고 있다 학교현장이 삭막해지고 참혹한 폭력이 일어나니 다시 인성이 중요한 화두가 됐었죠. 늦은 감이 있어도 교총 중심으로 인실련이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서 방향을 잡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곽병선=인실련을 통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많이 내놓았습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새 정부도 인성교육 최우선을 교육공약의 첫 과제로 내놓을 만큼 지난 1년간 국민적 합의기반이 갖춰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민배=이제 머릿돌을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추상적으로 제시돼온 인성 덕목을 학교교육 안에서 구체화하고 반영하려는 시도와 범사회적인 캠페인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시도는 인성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매우 중요한 지평을 제시해 줬습니다. 강학중=인성교육이 강조되면서 그 기본은 가정이라는 점이 부각될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성과입니다. 가정은 최초의 교실이고 부모는 최초의 선생님입니다. 가정에서 실종된 인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안양옥=가정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언론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생활만족도가 낮다며 학교와 교사를 탓하곤 하지만 만족도가 낮은 원인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집에서 남을 배려하며 생활해보지 못하다가 학교에 와서 마음대로만 할 수 없으니 싫은 경우도 있을 테고, 학교의 경쟁이 결국은 졸업한 이후의 사회의 경쟁적 상황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가정, 사회, 학교의 관계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배용=가정에서 기본을 갖추고 학교에서 이를 키워야 하는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가치관을 배우는 만큼 부모들이 공부 잘하는 것보다 착한 일 하는 것을 더 기뻐했던 옛 부모들을 닮아야 합니다. 또 가정에서부터 긍정성을 키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의 힘이 역사를 변화시킵니다. 곽병선=현실적으로 집에 가면 인성을 키워줄, 아니 맞이해줄 가족조차 없는 아이들도 생각해야 합니다. 가정도 중요하지만 의지할 데 없는 학생은 국가와 사회가 관심 갖고 돌봐야 합니다. 가정 못지않게 돌봐주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정부나 사회 차원에서 부모를 대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꾸준히 시행해야 합니다. 강학중=구조적인 문제 중 하나는 가족이 함께할 물리적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가와 기업이 배려해 최소한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일 중심, 돈 중심으로 돌아가 사회에서 말하는 가정의 중요성은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입니다. 전민배=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시각에서 좀 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올해 인성교육의 방향을 정할 때 그 중심에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질적 제안들이 많이 담겨지길 희망해 봅니다. 안양옥=변화를 위해서 가정, 사회, 학교 각 영역에서 어떤 노력들을 할 수 있을지 얘기해봤는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 사회운동을 교육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배용=소규모의 인성교육에만 국한되지 말고 애국심과 같은 대의명분을 가르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실련 출범식 때 한 고등학생 절규가 아직도 가슴에 남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학교에서 애국가 울려퍼져도 아무도 안 일어난다는 얘기와 가정통신문을 선생님께서 한 손으로 준다고 아이들도 한 손으로 받는다는 얘기였죠. 곽병선=위기청소년 문제도 국가가 신경써야 할 문제입니다. 다행히도 돌봐줄 가정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차기정부 공약에 준비된 온종일 돌봄학교가 준비돼 있는데 꼭 시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한 조직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애국심도 크게 보면 국가차원의 공동체 연대의식입니다. 전민배=지난 9월부터 ‘인성교육주간’을 정하고 여러 가지 인성관련 공문을 통해 학교현장에서 인성교육이 강조됐습니다. 학교구성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성교육 자료와 동영상이 제공됐지만 여전히 학교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학교현장에서 효과가 나타나려면 예산을 배정하고 담당교사들의 연수도 해야 합니다. 강학중=우리 사회는 아직도 자꾸 교사와 부모가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는 기구도 만들고 화려한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해도 아이들이 인성을 배우지 않습니다. 가르치는 사람부터 먼저 인성을 보완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안양옥=인성교육의 출발은 역시 교사교육과 부모교육이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어른들의 인성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아이들에게 인성을 잘 가르치죠. 교사 연수, 학부모 교육과 같은 구체적인 대안들에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곽병선=학교에서는 인성중심의 수업이 강화돼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공동체정신과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협력학습방안을 연구해서 개발하고 보급해야 합니다. 또 보다 효율적인 인성교육을 위해 실천중심의 인성·창의교육 방법을 개발하고 학생부에 인성교육 성과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서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실생활에서 “미안합니다”를 일상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부딪혀도 상대를 의식하는 언행 나오도록 하는 초보적인 것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시민의 일상생활에서도 상대방을 배려 언행이 정착되고 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배용=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는 환경에서 체험학습을 강화해야 합니다. 자연을 통해 생명존중과 자연의 순리를 배울 수 있도록 숲속체험교육도 하고, 교과서 속에 없는 영혼, 창의, 책임, 광범위한 세계관, 시대관, 소신, 자긍심, 애국심 등 개인 뛰어넘는 인성을 배울 수 있는 역사현장체험도 좋습니다. 또 공동체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시행했으면 합니다. 함께 할 때 힘이 되고 희망과 보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미안합니다”와 함께 “감사합니다”와 “사랑합니다”도 많이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봉사와 미소를 생활화하면 따뜻한 마음이 생겨 인성이 자연스레 키워질 것 같습니다. 전민배=인간다운 품성과 됨됨이를 중시하는 인성교육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모방학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정말 존경하고 본받을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말투나 외모까지도 모방하고 따라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그 어떤 훌륭한 인성수업자료나 실천적 프로그램보다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인성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대안으로 학생들이 정말 본받을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반드시 특별한 존재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가운데 본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강학중=우선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가족과 식사하기’, ‘한 달에 한 번 가족세미나 개최하기’ 등 사소하지만 지킬 수 있는 가족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가족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면 함께하는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업과 국가의 배려도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이런 가족끼리의 대화를 통해 실종된 밥상머리 교육을 되살려야 합니다. 식사를 함께하면 자녀의 교우관계를 파악할 수 있고, 예의범절을 가르칠 수 있으며 건강을 위해 식습관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대화의 주제와 맥락 속에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언어적 자극도 줄 수 있습니다. 안양옥=지난 해가 인성교육 패러다임 회복의 첫 발걸음을 뗀 한 해라면 올해는 그 걸음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한 해가 돼야 하겠습니다. 오늘 보여주신 혜안을 인실련의 인성교육 실천 활동을 지원하는 데 꼭 기억하고 반영하겠습니다. 또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이 인성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성교육, 올해도 다 함께 실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