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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대학입시와 지역할당제

중국의 대학은 학생모집 계획 수립 시 지역을 고려해 입학생을 할당한다. 낙후된 지역에도 일정수준의 학생을 배정함으로써 이들이 졸업한 후 출신지역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인재로 성장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중국식 대학입시제도의 핵심에는 지역할당제가 있다.

베이징(北京) 출신의 수험생 A와 저장성(浙江省) 출신의 수험생 B가 베이징대의 경제학 전공에 지원했다. A의 대학입학 국가통일시험 성적은 600점이고, B의 성적은 680점이다. 그런데 성적이 낮은 A는 합격하고, B는 불합격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지역할당제 때문이다. 중국의 대학은 학생모집 계획 수립 시 지역을 고려해 입학생을 할당한다. 칭화대학(清华大学) 기계공학과를 예로 들면, 베이징 2명, 저쟝성 3명, 상하이 5명 등 지역별로 입학생이 할당돼 있다. 수험생들은 베이징에 2명이 배정돼 있으면, 베이징 출신 수험생끼리 경쟁해 2위 안에 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지역할당제는 왜 생긴 것일까. 우선 개인과 가족구성원이 거주하는 지역을 기록하는 후코우제(戶口制)와 관련이 있다. 후코우제의 기본 성격은 출신지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으며 사회로 진출하는 지역순환구조이다. 이로 인해 각 지역대학은 자기지역 학생을 더 많이 할당해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역균형발전도 지역할당제 도입의 한 원인이다. 낙후된 지역에도 일정수준의 학생을 배정함으로써 이들이 졸업한 후 출신지역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인재로 성장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지역할당제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은 90년대 중반 들어 국가차원에서 배정하던 졸업생 분배제를 자율형으로 전환시켰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보조금이 삭감됐고, 지방정부는 자체적으로 교육예산을 확보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지역에서 확보한 예산으로 타 지역 학생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게 됐고, 결국 지역소재 대학들은 소재지의 학생들을 더 많이 모집하는 형식을 취하게 됐다.

오랜 세월이 흘러오면서 유지된 지역할당제는 몇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기회균등을 위한 지역할당제가 오히려 교육의 불평등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도시에 좋은 대학들이 집중해 있는데, 대도시지역에 많은 학생을 배정하다보니 대도시 거주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는 지적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지방출신의 유명대학 입학을 어렵게 해 역으로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들의 학력편차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지역별로 학력차이가 있는데, 자기들끼리 경쟁하도록 하다 보니 학력이 낮아도 입학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칭화대 대입성적을 보면 매년 550점에서 800점까지 지역별 커트라인이 형성돼 있다. 대략 250점까지 점수 차이가 난다. 이런 대입성적의 편차는 곧바로 대학수학능력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그럼 이런 문제를 가진 지역할당제가 계속 존재할 것인가, 폐지될 것인가. 사실 중국에는 지역할당제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지역할당제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 또 법적으로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 중국대학 내에 존재하는 지역할당제는 아마도 오랜 세월동안에 형성된 제도적 산물일 것이다.

다만 지역할당제가 가진 문제는 일부 학자들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할당제가 지역의 인재들이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데 유리하기는커녕 불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는 민생의 문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지역대학의 입장에서는 우수학생들의 대도시진출로 지역대학이 고사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지역할당제가 쉽게 폐지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역 간, 대학간, 개인 간 이해관계의 차가 크고,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대학입학 지역할당제는 그 기본정신을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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