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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21세기형 융합 인재, 경계를 파라

융합을 주제로 한 많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연이은 융합 관련 심포지엄이나 컨퍼런스, 전시, 공연 등의 다양한 행사들은 융합이 현 시대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라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어째서 융합이 화제인걸까? 지난 세기동안 인간의 지식은 단일 학문 연구를 통해 깊고 방대해졌다. 그러나 21세기가 되면서 불거져 나온 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들은 그 배경에 다양한 입장과 층위의 충돌이 있기 때문에 단일 학문적 접근 방식만으로는 풀기가 쉽지 않게 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가 필요하다. 융합이 많이 회자되고 연구되는 이유는 현 시대의 유행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현대의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창의적인 방식을 제시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 사회의 패러다임이 점차 전환되고 있다.

특히, 과학과 예술 분야는 융합을 통해 그 상상력과 혁신성이 결합하면서 이전에 없던 콘텐츠와 플랫폼을 만들어내며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로봇-뉴미디어 콘텐츠기업 ‘코이안’의 경우도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21세기형 융합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한 사회에 대한 창의적인 기여를 목표로 하는 회사다.

융합의 실제 예로 코이안이 최근 개발한 음악 연주 로봇 ‘마리’를 들 수 있다. 마리는 44개의 기계 말렛으로 마림바를 연주하는 로봇이다.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기계공학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작곡가, 게임개발자, 디자이너, 영상제작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긴밀한 협업을 통해 기획부터 완성까지의 전 과정을 일관되게 진행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통해 기존 음악에 맞춰 연주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닌 44개의 기계 팔로 독창적인 연주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인간의 연주와는 다른, 로봇만의 독창적인 음악을 만드는 로봇이 탄생한 것이다.

융합적 사고의 가능성은 끊임없이 또다른 융합을 통해 확장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음악 연주 로봇을 만들면 그 다음에는 이를 기반으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대극장용 무인 로봇 뮤지컬도 제작할 수 있다. 인간 배우의 보조 역할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로봇이 등장해 인간 중심의 공연 연출을 로봇과 융합이 중심이 된 연출로 전환해 이전에 없었던 획기적인 공연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로봇 기술이 가진 동작·감정 표현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신 3D 맵핑 영상 기법과 인터랙티브 기법 등을 동원하고 스토리텔링을 가미한다면 로봇 캐릭터에 살아있는 생명력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선보일 수도 있다.

융합의 사고가 중요해짐에 따라 산업, 예술, 교육 등 사회의 각 분야에서는 학제 간 융합을 연구하고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 세기에는 전문성을 지니기 위해서 ‘한 우물만 파면 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가는 영역과 영역의 경계에서 우물을 파며, 경계를 넘나드는 소통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진정한 융합을 위해서는 개개인의 노력과 다른 사람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 말하자면 내적인 융합과 외적인 융합이라 하겠다. 하나의 전문성을 키우는 동시에 다른 학문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노력, 기존의 익숙한 방식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실험하려는 태도,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내적인 융합을 위한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적인 융합은 언어와 사고방식이 서로 다른 타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나온다. 충돌하고, 갈등하고, 대화하고, 인정하고, 포용하는 가운데 새로운 창조의 과정을 함께 즐기며 융합이 이뤄진다.

융합의 시대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개인이 주도하는 시대가 아니라 다른 학문과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새로운 시각을 이끌어내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시대다. 내적인 융합과 외적인 융합이 어우러진다면 시대가 요구하는 21세기의 융합 인재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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