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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프로젝트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유연한 사고를 키우고, 지식이 삶에 전이되는 과정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프로젝트 수업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긴 호흡의 설계와 집중을 요구하며, 협력 환경이 잘 갖춰지지 않은 학교에서는 실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작은 학교나 동료교사와 협업이 힘든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수업은 없을까? 이 질문 속에서 나는 탐구학습에 주목하게 되었다. 탐구학습은 수업모형에 익숙해지면 1년 내내 지속적인 실천이 가능하며, 동료와 협력하지 않아도 혼자서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특히 대구교대 조용기 교수님의 ‘포괄적 문제해결학습’을 접하며 탐구학습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수업은 과학과가 중심이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탐구와 발견학습을 경험시키기 위해 수업을 재구성하여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수업의 철학은 듀이가 말한 발견학습의 개념이다. 듀이는 자신의 저서 민주주의와 교육 12장에서 학교 환경이 주입식 학습이 아니라 발견학습에 적합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발견학습이 교사의 가르치는 스트레스를 덜어주거나 학생들이 지적 창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학교 환경에 적합한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어떤 생각이나 아이디어도 아이디어로서는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식이 전달되면 전달받는 사람에게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또 하나의 사실에 불과하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개념이라도 교사가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순간, 그것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정보에 불과해질 위험이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통해 몰입하고 탐구하며 개념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수업의 철학이다. 올해 3학년을 맡으며 과학교과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을 위해 탐구학습을 재구성해 보았다. 과거 프로젝트와 포괄적 문제해결학습을 지속적으로 실천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저학년 학생들에게 적합한 탐구수업모형을 설계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이곳에서 나누고자 한다. [PART VIEW] 탐구수업, 왜 질문으로 시작해야 하나? 우선 탐구학습의 정의를 알아보자. 탐구기반학습(Inquiry-based_learning)은 교육자료에서 정보를 암기하는 것을 중시하던 전통적인 교육형태에 대한 대응으로 개발된 교육학적 방법을 말한다. 박성익(1997)2은 탐구학습을 ‘학생들이 교수·학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여 학생들에게 지식·정보를 획득하고 조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근본 취지를 두고 있는 교수·학습활동’이라고 밝혔고, 이홍우3 외(1995)는 탐구학습을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그 사실의 의미를 보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학생들이 탐구를 시작한다는 것은 탐구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을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의 주도권을 학생이 갖고 몰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지점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다. 탐구수업을 설계하고자 하는 교사는 그 지점을 찾기 위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학생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질문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사는 탐구의 지점을 발견하고, 학습의 주도권을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넘겨줄 수 있다. 탐구수업, 어떻게 진행하는가? 가. 탐구주제와 관계 맺기 3학년은 과학교과를 처음 접하는 학년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질문을 만들게 하거나 교사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다. 그래서 고학년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우리 반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니, 아이들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알거나 경험한 부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아이들이 과학단원에 들어가기 전에 관련 주제와 관계를 맺도록 해줘야겠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배경지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방법은 어떤 것이라도 괜찮다. 교사가 자신 있는 방법으로 아이들과 즐겁게 ‘관계 맺기’를 하면 된다. 나는 평소 아침활동으로 아이들에게 15분 동안 ‘책 읽어주기’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책 목록을 과학단원과 관련된 책으로 구성하였다. 관련 도서를 찾기 힘든 단원은 실물 자료와 디지털 자료를 활용했다. 나. 탐구질문으로 수업 열기 이렇게 주제와 ‘관계 맺기’를 하고 나면 아이들은 탐구주제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겨나며, 이를 놓치지 않도록 종이에 적게 한 뒤, 교실에 전시하였다. 아이들의 질문은 매우 귀중하다. 특히 강요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질문은 더욱 가치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포스트잇에 적어 교실 한쪽 벽에 붙이도록 했다. 교실 벽면에 붙인 이유는 친구들의 질문을 함께 보고 공유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생각은 눈에 보일수록 효과적이다. 서로의 생각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있으며, 포스트잇에 적는 과정에서 생각이 구체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질문 중에는 수업 중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도 있지만,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도 있다. 아이들이 많이 궁금해하거나 탐구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질문은 탐구질문으로 선정해 2~3차시를 집중적으로 활용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 친구와 함께 탐구하기 탐구학습은 반드시 협동학습을 전제로 한다. 저학년은 집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1학기에는 짝 활동으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모둠활동으로 확장했다. 본격적인 탐구가 이루어지는 이 시점에서 교사가 할 일은 잘 듣고, 질문하며, 적절한 추가자료를 제시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잘 듣는다는 것은 모둠을 순회하며 학생들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들어야 학생들의 사고 흐름을 이해하고,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학생들이 토론하는 동안에는 섣불리 끼어들기보다는 조용히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묵묵히 듣다 보면 교사가 반드시 교정해야 할 오개념이나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때 교사의 역할은 질문을 통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개념을 알려주는 것은 학생들의 탐구 동기를 꺾을 수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발견하고 깨닫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교사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며 적절한 질문으로 사고의 흐름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가설을 세우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진과 같은 자료를 여러 장 준비해 각 모둠의 수준과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모든 모둠에 동일한 자료를 제공하기보다는, 각 모둠의 탐구단계에 맞춰 적절한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어떤 모둠은 기초적인 자료가 필요할 수 있지만, 다른 모둠은 자료가 거의 필요 없거나 최소한의 도움만으로도 탐구를 이어갈 수 있다. 이처럼 교사는 글보다는 사진·그림자료를 활용해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각 모둠에 필요한 자료를 적시에 제공하여 탐구를 지원한다. 라. 개념 발견하고 공유하기 발표시간에는 학생들이 탐구를 통해 찾은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한다. 이때 교사는 발표하는 학생들의 답을 먼저 인정하며, 듣는 친구들에게는 “참 좋은 생각입니다”라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안내한 뒤, 궁금한 점을 질문하게 한다. 비록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학생들은 자신만의 탐구결과를 발표하는 과정 자체를 즐거워한다. 또한 다양한 답이 나오는 발표를 들으며 서로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사가 탐구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했을 때, 수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이 얼마나 더 많은 질문을 생성하는가를 성공의 주요 지표로 삼는다. 탐구수업이 즐겁고 그 안에서 성장이 이루어졌다면,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질문들이 생겨난다. 이처럼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은 탐구수업의 핵심이자 성공적인 학습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탐구수업을 처음 시작해 보고자 하는 선생님들에게 미래 사회는 ‘생각의 힘’이 중요한 시대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교사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처음에는 실패해도 괜찮고, 미흡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아이들을 믿고, 아이들이 스스로 발견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교사의 믿음을 느끼고, 스스로 성장해 나간다. 탐구수업을 처음 시작하는 선생님께 몇 가지 실천 팁을 제안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탐구질문은 간단하면서도 흥미롭게 만든다. 탐구질문은 학생들에게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로 선택한다. 예를 들어 “이 모자의 주인은 누구일까?”와 같은 질문은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둘째, 주제와 관계 맺기 활동을 설계한다. 과학교과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는 주제와 친숙해지는 과정을 먼저 만든다. 책 읽어주기, 놀이자료 활용, 디지털 자료 탐색 등 교사가 자신 있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셋째, 학생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기다린다.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오개념이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사는 이를 바로잡기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질문을 통해 사고를 유도한다. 넷째, 실천에서 오는 성장을 믿는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자체를 가치 있게 여긴다. 실패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 모두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믿는 만큼 자라는 것이 아이들’이라는 말처럼, 교사가 아이들을 믿고 도전하면 아이들은 그 믿음 속에서 성장해 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시작해 본 경험 자체이다. 오늘도 교사로서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선생님을 응원한다.
IB 프로그램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 IBO2에서 개발하여 운영하는 국제 인증 학교교육 프로그램으로, 초등학교(PYP)·중학교(MYP)·고등학교(DP)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2024학년도 IB DP Year 1에 해당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Extended Essay(소논문) 수업을 진행하였다. ‘Extended Essay’는 IB 디플로마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Core)로 자신이 이수하고 있는 IB 과목 중 1개를 선정하고, 그 과목에서 정하는 영역 내에서 연구주제를 정하여 심층 연구를 진행하며, 소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이다. 소논문 작성은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자기주도적 개별 프로젝트에 해당한다. 장기간에 걸쳐 작성이 필요한 과정인만큼 연구역량과 학술적 글쓰기를 위한 기초연구소양교육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소논문 지원에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자원은 학교도서관이며, 소논문 작성을 지원하기 위한 기본적인 연구 및 정보활용기능을 가르치는 전문가는 사서교사이다. 따라서 소논문 과정과 연구개념을 가르칠 수 있는 전공지식을 가진 사서교사를 소논문 코디네이터로 지정할 수 있다(IBO 소논문 가이드, 2022). 사서교사이자 소논문 코디네이터는 학교도서관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자료 및 참고정보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참고서비스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IB DP 교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심화 확장하여 소논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논문쓰기에 필요한 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즉 학생들이 IB DP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소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사서교사이자 소논문 코디네이터는 학생들이 사용할 학술적 참고문헌 표기방법을 공식화하고, 지도교사와 학생들에게 과목별 소논문 작성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소논문 수업을 통해 학술적 글쓰기에 관한 학술정보 리터러시 교육과 같은 기초소양교육을 진행한다. 소논문 작성에 필요한 학술적 글쓰기의 기초소양을 기를 수 있는 Extended Essay(소논문) 수업은 총 12차시로 진행되었으며, 매주 2차시가 연달아 붙어있는 연강 형태의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PART VIEW] 수업 차시별 계획서 전체 수업과정을 학생들의 활동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본 수업을 설계하기 위해 소논문 가이드와 학교의 공식 소논문 작성 일정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무엇일지 고려했다. 사서교사이자 소논문 코디네이터는 단독 수업의 형태로 소논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가감하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이 연구자로서의 태도와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과정을 뒷받침하면서 연구의 방향을 잘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소논문 수업은 정보전문가인 사서교사에게도, 소논문을 완성하며 성취감을 얻게 되는 학생에게도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학생들이 연구주제를 선정하기 위해 참고정보원을 활용해 논문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보원을 평가하는 방법을 배운 뒤, 선행연구를 분석하고, 연구주제에 적합한 연구방법을 적용해보고, 자신의 연구질문을 포함한 연구 제안서를 작성하는 흐름으로 수업을 구성하였다. 학술정보 리터러시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위 단계에 따라 소논문 수업을 진행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 1단계 _ 연구주제 탐색을 위한 참고정보원 활용 논문 검색하기 논증적 글쓰기의 최상위 수준인 논문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연구주제 선정이다. 학생들은 단번에 연구주제를 설정할 수 없다. 사서교사는 이전에 논문을 작성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연구주제가 무엇인지, 연구주제의 틀을 설명하고 연구주제를 정하기 위한 다양한 질문을 제시한다. 학생들은 ‘연구 대상’에 초점을 두어 명확하고 총괄적이며 자신의 핵심 연구 내용이 드러날 수 있는 연구주제를 탐색하기 위해 다양한 참고정보원을 활용하도록 지도했다. 소논문 작성에서 자료수집은 주제의 구체화 및 목차 작성, 본격적인 연구진행과 논문작성 과정에서도 수시로 이루어지는 매우 필수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무턱대고 포털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자료수집이 필요하다. 정보검색전략을 잘 수립해 필요한 정보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요령이 필요하며, 연구주제에 적합한 자료를 발견해야 연구의 질과 방향이 뚜렷한 완성도 높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영역 내에서 연구주제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키워드를 가지고 자료조사를 하며,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에 대한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 2단계 _ 1단계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보 평가하기 학생들이 앞서 참고정보원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바탕으로 적절한 정보가 맞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자료의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과 질문을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안내했다. 정보 판별 기준은 CRAAP5과 IB 소논문 가이드에서 제시하고 있는 정보원 확인하기의 내용을 활용하였으며, 두 기준의 공통점과 차이점도 함께 비교해 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정보의 저자, 대상자의 타당성, 정보의 신뢰성과 저자의 신빙성·정확성·객관성, 정보의 최신성을 적합한 자료인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 실제로 1차시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보를 평가해 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 3단계 _ 연구의 기본이 되는 선행연구 분석하기 소논문을 쓰기 위해서 가장 꾸준히 해야 할 일은 매일 또는 2~3일 간격으로 선행연구와 연구일지를 작성하는 것임을 설명했다. 선행연구 분석하기를 통해 자신이 쓰고자 하는 주제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고, 소논문의 틀을 갖추어 가는데 도움받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학생들은 주체적인 연구자로서의 태도를 갖추기 위해 선행연구를 통해 찾아본 문헌은 반드시 연구일지로 기록해 두어야 추후 참고문헌 작성 또는 연구과정·성찰과정에 활용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연구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선행연구 분석하기에서는 논문명, 저자명, 학술지명, 목차, 초록, 주제어, 연구목적, 연구방법, 이론적 배경, 핵심 내용, 결론, 시사점, 기대효과, 한계점 등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선행연구 분석을 마친 학생들은 자료 검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 내용을 시스템적 사고와 같이 체계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역량을 기르게 되었다. ● 4단계_ 연구주제에 적합한 연구방법 적용하기 학생들은 많은 선행연구를 살펴보며 연구자들이 연구주제에 따라 어떠한 연구방법을 사용했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연구주제에 적합하지 않은 연구방법의 선택과 적용은 연구결과도 질문을 해결해주는 유용한 해답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됨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교사는 연구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대표적인 연구방법의 종류와 특징을 설명하며 연구방법은 연구자가 연구주제나 연구질문에 적합한 것을 합리적으로 선택하여 적용하는 것임을 안내했다.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제시된 연구질문 예시에 적합한 연구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연구방법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연구질문을 작성해 이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를 통해 각자 자신의 연구질문에 적합한 연구방법을 고려하였는지에 대해 서로에게 피드백을 제시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 5단계 _ 연구질문의 특징과 논문의 구조에 대해 파악한 후 연구 제안서 작성하기 연구주제를 선정했다면 소논문 연구와 작성 과정에서 답변할 질문 형태로 표현되는 연구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교사는 연구질문이 갖추어야 할 요건과 연구질문을 만드는 5단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한 모호하고 초점이 불분명하며 논의의 여지가 없는 연구질문의 예시와 깊이 있는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명확하고 초점이 분명하고 구체적인 연구질문을 상호 비교하고, 과목별 연구질문의 예시를 함께 살펴보며, 자신의 연구질문을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논문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문장 기술방법과 소논문의 하위 부분(제목, 목차, 이론적 배경, 연구방법, 서론, 본론, 결론)과 각 부분에 들어갈 내용을 설명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소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제안서를 작성하였다. 선택 가능 과목을 안내하고, 과목과 주제, 예비 연구질문, 주제를 선택한 근거와 해당 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절한 출처 목록을 첨부할 수 있도록 하였다. IB DP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Year 1에서 Year 2 과정까지 1년 6개월에서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약 40시간을 할애하여 하나의 소논문을 완성하게 된다. 소논문 수업을 바탕으로 자신의 연구를 설계하고 지도교사와의 계속적 지도와 피드백을 통해 연구의 방향을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연구주제와 연구질문을 선정하며 연구의 방향을 수립하고 공식 성찰세션을 통해 자신의 연구과정을 성찰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해 나가면서 일정 진행 상황 점검, 논지의 전개과정, 마주한 어려움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고등학생의 수준에서 소논문을 작성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학술적 글쓰기의 기초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며, 일반 교육과정에서 경험할 기회가 없는 수업이다. 사서교사이자 소논문 코디네이터는 학생들이 연구자로서의 윤리인 학문적 정직성을 갖추고 정보 분석 평가하기, 책임감 있는 정보 인용하기, 정보 종합하기 등의 정보활용 및 연구에 필요한 기초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정보문해력을 가르친다. 이러한 IB 소논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가지고 주제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을 접하며 자신의 연구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며 독립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하지만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혼돈의 정치 상황 때문에 암울하다. 무력감에 시달린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 분노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전 국민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일까? ‘기본을 바로 세우고, 교육을 통해 예방하자.’ 이는 사회 변화의 변곡점을 맞을 때마다 우리가 되뇌었던 기본 전제이다. 과연 실천되었을까? 기본이 바로 세워지고, 교육이 그 역할을 감당했을까? ‘기본이 바로 선 나라, 대한민국’은 요원한 꿈일까? 기본에서 이탈된 고난의 시간이 닥쳐도, 우리는 희망을 노래하며 고난을 극복해 왔다. 그 중심에는 항상 국민이 있었다. 학교가 혼자 무소의 뿔처럼 나아갈 수는 없다. 학교·정부·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초등교육이 바로 서야 우리나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위해 학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예방적 차원의 교육을 위해 정부, 즉 교육부와 교육청은 어떤 교육정책으로 학교현장을 지원해야 할까? 학부모를 포함하는 사회구성원은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학교의 교육적 실천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학교, 특히 초등학교는 국가 구성원 모두의 전인교육을 담당하는 장(場)이다. 인성교육·정체성 교육은 물론 국가관·역사관 등을 포함하여 학생의 전인적 성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다. 창의성과 사고력 신장이 결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초등교육이 국가의 근간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초등교육의 중요성이 얼마나 국가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독일 ‘기억의 문화’ 교육이 대표적인 예이다. 초등교육과정부터 나치 시절의 역사를 은폐하지 않고 직면하게 한다.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정체성 교육과 시민교육을 병행하여 실천한다.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책임감 증진을 돕는다(김동조, 2020). 핀란드는 더 적극적이다. 초등교육의 중요성이 국가 차원의 홍보 캠페인과 정기적 학부모교육 워크숍을 통해 논의되고 있다(이은주, 2023). 우리는 어떠한가? 기본을 바로 세우기 위한 초등학교의 교육적 실천은 이대로 충분할까? 현재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방향은 초등교육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을까? 사회구성원은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까? 사회와 학부모에게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질문을 직시하자. 충분히 잘하고 있다면 박수를 보내고, 부족하다면 더 힘을 쏟고 노력하면 된다. 대부분의 난제가 그러하듯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초등교육이 바로 서야 우리나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독일처럼 부끄러운 역사라 할지라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핀란드처럼 초등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을 사회와 학부모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자. 이를 위해서는 교육정책의 방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등교육정책이 교육현장에서 환영받기 위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첫째, 전인교육 실천의 장(場)으로서 초등학교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인간의 근간을 이루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교육에 있어 결정적 시기이다.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중요성은 그 본연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학교의 목적과 평가에 관한 인식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학교는 학생을 줄 세우고, 선발하는 곳인가? 학생이 성장하는 곳인가? 이상적으로는 ‘학생의 성장’이 거론되지만, ‘줄 세우기와 선발’이라는 현실적 요구와 충돌하면서, 평가는 학생을 줄 세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는지도 모른다. 자녀가 줄의 어디쯤 위치하는지 알 수 없는 평가 결과를 통지하는 초등학교는 학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무시당하기 시작했다. ‘학생의 성장 가능성에 방점으로 두고, 부정적인 언급은 삼가라’는 교육부의 지침이 그 출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교사의 평가권은 교직 전문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교직 전문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런 식의 교육정책이나 지침이 더 이상 현장에 제시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강국으로 불리는 핀란드와 독일이 어떤 방식으로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전인교육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있는지, 어떻게 초등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학부모와 사회에 알리는지 참고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의 공익광고·교육포럼 그리고 전문가 강연 등 적극적 홍보방식이 필요하다. 초등교육정책은 탁상공론이 아니어야 한다. 초등학교를 적극적으로 부양해야 한다. 둘째, 정치적 영향이 배제되고, 균형 잡힌 정책이 절실하다. 초등의 경우 늘봄과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이하 AIDT)에 예산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다른 영역의 교육지원은 고갈되고 있다. 교육을 위한 백년대계는 어려울지라도 꾸준한 예산지원과 관심은 전인교육을 위한 기본이다. 일본의 초등교육정책은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특징이다(한국교육개발원, 2024). 전통문화 체험과 독서교육을 중요시한다. 기초학습·예술·체육·감성교육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예산을 편성한다. 특히 IB 교육의 경우,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교육이 힘을 잃지 않도록,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교육정책도 학습의 다차원적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 지원이 요구된다. 초등학교의 설립 목적은 교육이다. 돌봄이 아니다. 특정 기술과 장비 도입에 예산을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교육영역에 공정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초등교육의 근본 가치를 실현하는 길은 멀지 않다. 교육정책 수립과정에서 정치는 배제되어야 한다. 셋째, AIDT가 학생의 포괄적 참여를 보장하는 확실한 대안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자들은 게임에 은유하여 수업을 설명한다. 상대방 행위자에 의해 유의미한 파트너로 인정을 받을 때 게임은 시작된다. 게임이 지속되려면 특정 규칙 속에서 게임 파트너 간의 상호존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교육학자들은 수업이라는 게임에서 학생이 존중받고 참여하는, 유의미한 파트너로 인정받는 경험이 교육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수업이라는 게임 속에서 존중·참여·인정 없이 소외된 채, 게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학생이 있다. 교사의 난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AIDT가 대안임을 내세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과연 그러할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교육 선진국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학습방식을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결과는 나빴다. 학생들의 학업동기가 감소하고, 디지털 학습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교육기회의 불평등은 더 심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학습이 학생 간 학습격차 심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양준석, 2024).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은 경험을 했다. 세계 최초 AIDT 도입 국가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AIDT가 아니라, 학습동기이며, 교실의 질서와 문화를 다시 세우는 방식의 수업설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사이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교실에서 어떤 정체성을 부여받고 있는지, 수업이 학생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든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기능해야 하는지, 교사와 함께 논의하고 방법을 찾는 교육정책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넷째, 교사는 누구인가? 교사의 정체성이 재구성되도록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학생은 세대 계약의 결과에 따라 교육적 모라토리엄(Moratorium) 상태이다(성열관, 2018). 사회로부터 교육받는 기간 동안 일정한 의무를 담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예를 받은 상태를 의미한다(전상진, 2004). 이는 교사의 인식에 따라 계몽주의적 모라토리엄과 낭만주의적 모라토리엄으로 구분된다. 이 구분은 학생을 바라보는 인식과 관련한다. 계몽주의적 모라토리엄은 사회화의 대상으로, 낭만주의적 모라토리엄은 능동적 존재로 학생을 인식한다(성열관, 2018). 계몽주의적 교사의 인식과 태도는 억압·통제·훈육·표준화를 지향한다. 하지만 청소년은 정보통신혁명의 영향을 받아 자율·성장·개별화를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계몽주의적 모라토리엄을 관철시키려는 교사와 낭만주의적 모라토리엄을 지향하는 학생은 교실에서 충돌한다. 양자 간 패러다임 충돌은 교실붕괴를 낳았다(전상진, 2004; 조한혜정, 2002). 교실붕괴는 실추된 교권을 회복할 계기를 만들어 주는 사건이 아니라, 학교가 학생 중심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함을 알리는 신호이다. 교사와 학생 간의 상이한 인식으로 인한 통제권과 주도권의 각축에 관한 관점과 논의가 없다면, 교실에서의 교권 회복은 교사의 이기심으로 치부될 뿐 여전히 요원하다. 교사는 더 이상 계몽적 모라토리엄에 근거하여 ‘말 잘 듣는 모범생’을 기대하면 안 된다. 수업에서 소외당하는 학생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문제시해야 한다. 학생과 함께 교실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교사 정체성의 재구성이다. 교사는 과연 누구인가? 교사는 ‘단지 가르치는 사람’인가? 가르치는 것은 뇌를 변화시키는 기술이며, 21세기 교사는 뇌를 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새롭게 정의되기도 한다(이찬승, 2024). 혹은 협력적으로 교실문화를 학생과 함께 설계해 나가는 사람일 수도 있다. 우선 교사 스스로 자신의 업(業)에 대해 재정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 정체성에 관한 재구성 결과가 사회구성원에게 적극적으로 공유되는 방법이 포함되어, 교육정책 방향이 설계되어야 한다. 다섯째, 교사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는 교육정책이 제안되어야 한다. 객관주의에서 구성주의로의 교육 패러다임 변화는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교육분권화를 불러왔다(조영달, 2001).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교사는 권한과 자율의 증대와 더불어 더 큰 책임도 부여받았다(Sahlberg, 2011). 교육체제 분권화는 ‘교육의 주체는 교사다’라는 명제에 관한 교사 자신의 확신이 요구된다. 이때 우리는 질문에 봉착한다. 교사는 과연 주체적 존재인가? 교사는 수업의 혁신을 이야기할 때 늘 비판 속에서 대상화되었고, 교육적 논의에서 소외되었다. 교사만 소외된 것은 아니다. 교사는 교육혁신의 과정에 수동적 존재로 소외되었고, 학생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면서 소외되었다. 관리자 또한 교사와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거나, 공허한 목소리를 가진 존재로 현장에서 소외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 조직 문화, 역사적 맥락, 시대적 요구, 사회 풍토 등 다양한 측면과 관련이 있다. 교사의 노력만으로 극복 가능하지 않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자율화와 분권화를 기본 슬로건으로 한다. 2025학년도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실천이 3·4학년까지 확대되는 해이다. 올해는 교사가 교육정책 속에서 통제나 변혁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교육실천가인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 있기를 바란다. 탁상공론! 교육정책을 향한 흔한 비판 중 하나이다. 교육정책이 탁상공론이라고 희화화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교육실천가인 교사에게 길을 열어주고, 교육실천에 날개를 달아주며, 실천을 위한 날갯짓이 더 씩씩해져서 날아오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제발 2025학년도 초등교육정책은 탁상공론을 벗어던지고, 정치에 휘둘리지 않으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학생들이 마우스를 움직이자, 책상에 놓인 럭비공만 한 조명기기가 교실 천장을 오색 빛으로 수놓는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색깔도 방향도 마음대로 가능하다. 13명의 학생이 강사의 지시에 따라 각자 조명을 천장으로 쏘아 올리자 화려한 쇼가 금방이라도 열릴 듯하다. 지난 1월 15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경기공유학교 무대연출 수업시간. 성남지역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수업은 무대공연에 필요한 조명·음향·연출 등을 배운다. 단순히 배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안무도 짜고, 연출도 하면서 실제적 체험을 한다. 총 16시간으로 진행되는데 오늘이 세 번째 시간. 모든 수업이 끝나면 지역에서 밴드활동을 하는 동아리를 초청해 실제 연출도 보여줄 예정이다. 장래 꿈이 방송국 PD라고 밝힌 정여령 학생(불정초·6)은 “5학년 때 학교 방송반 모집에서 떨어져 아쉬움이 컸다”며 “중학교에서는 반드시 방송반에 들어가고 싶어 공유학교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조명이나 음향기기를 직접 만져 보는 기회가 많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경기공유학교는 지역사회와 협력을 기반으로 학생 맞춤교육과 다양한 학습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 밖 학습프로그램. 학생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교육요구를 학교가 모두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역사회 다양한 전문가를 활용, 학생들에게 필요한 맞춤형교육을 하는 시스템이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에서 지역실정과 학생 수요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로컬리티에 기반한 지역 학생 맞춤교육이다 보니 교육내용은 물론 이름도 다 다르다. 예컨대 안성은 ‘안성맞춤 공유학교’, 파주는 ‘파주미파솔 공유학교’, 시흥은 ‘시작부터 흥미진진 시흥 공유학교’ 등 지역 특성을 살렸다. 또 레저산업이 발달한 가평은 여름이면 수상레저학교가 열린다. 만화의 도시 부천은 웹툰 작가들이 참여한 웹툰 공유학교가, 하남과 광주 등 지역 오케스트라 문화가 발달한 지역에서는 오케스트라 공유학교가 운영되는 식이다. 느린학습자나 다문화학생을 위한 공유학교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 학교교육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을 보완해 준다. 공유학교 프로그램 중에는 고등학교 학점으로 인정되거나 공유학교 과목이 고등학교 교과목으로 편성이 되는 사례가 있을 정도다. 이와 더불어 공원형 공유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이 올해부터 적극 추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현재 이천에서는 SK에서 반도체 공유학교를 공원형으로 운영해서 연구원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도 용인에 반도체 공유학교를 공원형으로 운영한다. 올해는 기업이나 단체가 공원형 공유학교에 적극 참여하도록 확대한다는 게 경기도교육청 복안이다. 공유학교의 또 다른 강점은 소규모학교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용인 백암면의 경우 학생수가 적어 축구수업을 하고 싶어도 11명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들이 제법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거점학교를 만들어 인근 5개 학교 학생이 방과후에 모여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제는 축구는 물론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가능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 지역이 넓어 학생들이 통학에 어려움을 겪자, 지역 택시기사들이 나서 학생들을 실어 날랐다. 일종의 공유택시인 셈이다. 한 관계자는 “지자체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지역 아이들에게 좋은 프로그램들을 제공해 준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지난해 경기공유학교에 참여한 학생만 무려 6만여 명. 운영된 프로그램 수는 3,241개에 달한다. 참여 학생들의 프로그램 만족도는 95.2%에 이른다. 공유학교 프로그램이 학생과 학부모 등 지역사회 수요에 기반해 마련되는 데다 일회성 체험형이 아닌 12차시 이상의 깊이 있는 학습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교 수업에서 하기 어려운 과학실험 등도 공유학교에서 실시돼 교사들의 호응도 매우 높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경감에 경기공유학교가 큰 도움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드론수업의 경우 신청이 1분 만에 마감되는가 하면, 영어나 수학수업에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는 과목이 개설되기 무섭게 모집정원을 넘긴다. 학부모들은 공유학교가 학생들의 공부습관을 길러주고 부족한 교과목을 보완해 줄 뿐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자녀를 공유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셋이다 보니 학원비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유학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공유학교와 늘봄학교를 통합해서 학교 안과 밖으로 연결되는 촘촘한 교육돌봄시스템, 즉 늘봄공유학교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이는 지역 내 유휴교실을 활용해 인근 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늘봄프로그램과 돌봄교실을 함께 이용하는 새로운 늘봄학교 모델이다. 대표적 케이스가 성남오리초등학교에 마련된 경기형 늘봄공유학교다. 이곳에서는 과학마술·골프·사물놀이·리듬체조·뮤지컬·프라모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인근 26개 초등학교 259명이 10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995년 개교한 오리초는 한때 26학급 규모의 제법 큰 학교였으나, 지금은 학생수 감소로 단 6학급만 운영하는 소규모학교가 됐다. 5층 건물에 교실만 40여 개에 이르고 있지만, 텅 빈 교실이 많아 아예 한 개 층은 통째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관리에 어려움이 컸지만, 무엇보다 학생수가 적어 방과후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수강인원이 적다 보니 좋은 프로그램들이 폐강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늘봄공유학교가 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학교시설은 깨끗하게 새 단장됐고 AI 학습코칭, 요리, 뮤지컬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비롯 쾌적한 학부모 대기실까지 마련됐다. 공유학교가 되면서 외부에서 학생들이 몰려오고 학교에 활기가 넘쳤다. 100명이던 전교생 수가 공유학교 이후 늘봄학교 참여 인원을 포함 360여 명으로 늘었다. 김기범 교장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자연스레 교류가 확대되다 보니 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했을 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등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늘봄공유학교 운영을 통해 오리초는 물론 인근 학교들도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진 것 같다”며 “정규 교육과정은 물론 돌봄기능까지 강화돼 우리 공교육이 좀 더 새로워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격장애(Personality Disorder)는 자신 및 타인, 그리고 사건을 지각하는 방식인 인지와 정서, 대인관계, 그리고 충동조절이 개인이 속한 문화에서 기대되는 것에서 벗어나 있어 현저한 고통을 초래하는 개인의 성격특징이다. 성격장애는 청소년기나 성인기 초기에 발병해 보통은 19세경에 진단되지만,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발달하여 드물게는 아동이나 청소년에서도 진단될 수 있다. 더욱이 청소년기의 성격병리는 성인기의 성격장애와 유사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보고가 많아 청소년의 성격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임상현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성격장애는 증상의 유사성에 따라 A, B, C의 3가지 군으로 분류된다. A군에는 편집성, 조현성, 조현형 성격장애가 속하며, 괴상하고 편벽된 특징을 보인다. B군에는 반사회성, 경계성, 연극성,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속하고, 극적이고 감정적이며 변덕스러운 특징을 보인다. C군에는 회피성, 의존성, 강박성 성격장애가 속하며, 불안하고 겁이 많은 특징을 보인다. 대인관계·정서 불안정, 충동적 특징 기질과 환경 문제의 상호작용이 원인 이 중 경계성 성격장애는 B군에 속하며 대인관계, 자아상 및 정서의 불안정성, 그리고 현저한 충동성을 주된 특징으로 한다. 학교와 가정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경계성 성격장애는 선천적으로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기질과 같은 개인이 지닌 취약성과 어린 시절의 애착문제, 정서적 학대 및 방임, 충격적인 외상경험 등의 심리사회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부모 또한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격 특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경계성 성격장애의 원인을 이해하고 개입의 방향을 잡는데 중요한 정보이기도 하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실제 혹은 상상 속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미친 듯 노력한다. 때문에 이들은 환경적 상황에 매우 민감하다. 누군가와의 이별이나 거절, 그리고 상실 등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감지하면 자아상, 정서, 행동상에 심각한 변화를 보인다. 가령, 가까운 사람이 자신과의 약속에 늦거나 약속을 취소하는 경우 혹은 자신과 만난 후에 시간이 다 돼 헤어지려고 할 때와 같이 아주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공포와 분노를 경험한다. 또한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항상 자기 주변에 누군가가 있어 주기를 바라며, 그런 사람을 찾아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려 시도하며, 버림받음을 피하기 위해 자해나 자살시도 등의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 청소년 내담자 중 한 명은 유치원 때부터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이 어려웠다. 초등학교 때도 친구나 선생님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지 않고 때로는 싫어하는 것 같은 모습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적응은 더욱 어려웠다. 이 사실을 부모님께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님도 자신을 싫어하고 거부하지 않을까 두려워 혼자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이후 중요한 관계 대상에게 버림받음에 대한 공포는 반복됐다. 이러한 공포를 극복하고 버림받음을 피하기 위해 자해 및 자살시도를 지속하던 중 상담실을 찾게 됐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불안정하고 격렬한 대인관계 양상을 보인다. 사람을 한두 번만 만나고서도 대단한 존재로 이상화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원하며 관계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적인 내용을 모두 공유하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자신과 함께 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될 때는 상대를 이상화하던 태도에서 평가절하는 태도로 돌변한다. 이처럼 이들의 대인관계는 상대에 대한 이상화와 평가절하의 극단적 태도를 오가며 불안정한 양상을 나타낸다. 이들은 교사나 부모, 연인 등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러한 태도를 나타내 상대를 지치게 하고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아상이 불안정한 정체성 장애를 보인다. 자아상의 급작스러운 변화는 삶의 목표와 가치, 학업 및 직업적 포부 등에서 잦은 변화로 나타난다. 이에 학교 및 직장 등 주요 영역에서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느 때는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큰 포부로 이일 저일을 벌이고 뛰어 들었다가 어느 순간에 아주 작은 일이 자극이 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멍청한 자신의 모습에 극도로 실망하고 수치심을 느낀다. 때문에 일을 벌이지만 마무리하지 못하고, 한때 노력하다가도 순식간에 놓아버려 실제 성취는 저조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이른 시기에 학교를 자퇴하거나 학원 등의 교육과정을 끝까지 이수하지 못한다. 빠르게 친해졌다 급돌변하는 관계양상 교사·부모·친구 등 주위 사람 지치게 해 경계성 성격장애는 자신을 손상시킬 수 있을 정도의 충동성을 보인다. 과도한 쇼핑이나 도박 등 무분별한 소비 행동을 하고, 폭식 및 물질남용, 위험한 운전, 난잡한 성행위, 자살기도 및 자해 등의 행동을 보인다. 반복적인 자살 기도나 자해 등은 타인의 도움을 청하기 위해 나타나며, 특히 자해는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을 확인하고,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해소해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 반복된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강렬한 불쾌감, 분노, 공황, 절망, 불안 등 불안정한 정서를 경험한다. 이들의 핵심 정서인 만성적 공허감으로 고통을 받고, 쉽게 지루함을 느껴 늘 무언가 자극을 찾는다. 일상의 잔잔함도 지루함과 공허감으로 여기며 자극이 없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공허함을 채워주고 지루함을 벗어나게 해줄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한 청소년 내담자는 인터넷에서 만나 잠깐 이야기 나눈 사람에게서 특별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 돌연 먼 지역까지 그를 찾아 나서 부모를 걱정시켰다. 또한, 부모와 연인에게 심하게 화를 내고 비난하는 등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러한 감정 폭발을 나타낸 후에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곤 했다. 실제로 이런 감정표출은 부모나 연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비난하거나 떠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해 불안정성이 심화되기를 반복했다. 성격장애의 치료는 성격을 유연하게 만들어 사회적 적응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에 목표를 두고, 구체적으로는 인지, 정서, 대인관계, 충동조절 영역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하지만 성격은 자신에게 매우 익숙한 특정이자 패턴이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으로 인한 불편감과 고통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키려는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오랜 기간 지속적인 심리치료를 통해 궁극적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경계성 성격장애 내담자들은 그들의 특성상, 상담자에게 강렬한 애증의 감정을 보이며, 극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상담자를 힘들게 하기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경계성 성격장애를 대하는 부모나 교사 등 가까운 사람들은 이들의 극단적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며, 이들로 인해 자신도 피해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도 경험할 수 있어 적극적 도움을 주기가 어렵다. 더 나아가 경계성 성격장애가 타인과 지나치게 정서적으로 관계하는 것에 비해 상호공감을 기반한 애착관계 형성은 어렵기 때문에 상대로 하여금 거리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양상은 경계성 성격장애자의 호전을 위한 안정적 사회적 지지를 얻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버림받을 것’이라는 오류 신념 교정하고 적절한 정서반응·표현의 소통법 익혀야 궁극적으로 이들이 극단적 감정과 충동적 행동을 조절하고, 자기성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회복을 위한 안정된 관계경험이 중요하다. 상담자를 위시해 이들을 돕기 위한 조력자들과의 관계에서 불안정한 대인상과 자기상을 회복하고 정서가 안정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정된 관계 속에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핵심인지를 중심으로 이들이 지니고 있는 자신 및 타인에 대한 독특한 신념과 사고방식을 교정한다. 또한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감정과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상대가 알아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무력화하고 적절한 정서반응과 표현 행동으로도 충분한 공감적 소통이 가능하며 일관된 안정적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음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안정된 관계 경험은 확장되고, 그 경험이 계속해서 축적될 수 있도록 꾸준한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저출산, 참으로 큰일이다. 가임 여성 1명당 0.8명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고령인구가 생산인구를 앞지른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다. 하지만 수도권이나 지역 거점 도시의 학교에서는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아직도 과밀학급, 교실 부족으로 신음하는 도시의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정상적 교육활동 해법 찾아야 전주의 한 초등학교는 교실이 부족해 임시 개조한 복도형 교실에서 수업받는 학생들과 운동장 모듈러 교실로 인해 옆으로 나란히 서 있는 축구 골대 사진이 공개돼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반면 읍‧면 지역이나 구도심으로 눈을 돌리면 정반대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전북 무주군의 경우 10곳 초등학교에 736명의 학생이 있다. 가장 큰 학교인 무주중앙초 학생은 308명이다. 학년 평균 50명꼴이다. 2030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3년생 출생 등록현황은 무주군 전체에서 43명에 불과하다. 2030년이 되면 무주군의 초등학교는 입학생이 0명이거나 1~2명에 불과한 곳도 많을 것이다. 비단 무주군 뿐 아니라 농어촌 지역, 구도심 지역의 학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남, 전북, 강원 지역은 전교생 5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가 50%에 육박하고 있으며, 그 수치는 매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소멸 위험에 처한 지역의 학교는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학생 통학 거리를 고려한 인근 학교 통폐합이 추진되고,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무학년제 협력 교수 및 협력 수업,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낮은 출산율의 극적인 반전은 어려워 보이고, 통폐합은 거리상의 한계가 있다. 이제는 지역소멸 위험지역의 학교로 학생들이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작은 학교만의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음악 수업 순증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악기 연주에 특화된 학교, 창체와 교과, 자율시간, 자유 학기 등을 적절히 재구성해 연극, 연기 등에 특화된 중학교들이 생겨난다면 어떨까? 지자체와 예산, 인력 지원 등을 통해 정주 여건도 충분히 마련해 나가면서 특수성 있는 학교를 만든다면 교육 수요자가 찾아올 수 있다. 학교 유학 활성화도 필요해 또 지역 특색과 산업, 자연환경 등을 고려해 입시, 진로와 직결되는 특성화고를 꾸리는 것도 가능하다. 특정 학과 진학이 용이한 학생부종합전형을 가꿀 수 있는 고교는 해당 방면으로의 입시와 진로를 원하는 학생과 보호자들의 수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학령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문 닫는 학교는 속출한다. 지역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을 통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학교 유학 활성화를 지원하고,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 근거를 통해 지역 특색을 장착한 학교 교육으로 국내‧외 학생들이 찾도록 하는 것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어렸을 때 이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랬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우리가 어렸을 때는 왜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을까요?’ 지난해부터 한 초등 교사가 개인 SNS에 올린 ‘아침 조회 영상’에는 이런 댓글이 많다. ‘나 지키기’ ‘나를 아는 방법’ ‘거절하는 방법’ 등 초등 5학년 학생들에게 건넨 진심 어린 말은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누적 조회 수만 5800만 회를 넘겼다. 그가 전한 다정하고도 단단한 말은 최근 그림책 ‘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로 다시 태어났다. 김지훤 강원 후평초 교사 이야기다. 시작은 ‘아침 인사’였다. 학기 초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악수도 하고 하이 파이브도 했다. 김 교사는 “이왕이면 10분 동안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며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방법을 몰라서 실행하지 못했던 ‘관계의 기술’에 대해 들려줬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듣고 있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이야기를 듣고 나선 자기 고민을 털어놓고 방법을 묻기도 하더군요. 바빠서 아침 인사를 못 하는 날에는 ‘오늘 왜 안 해주셨어요?’ ‘내일 띵언(명언) 기대할게요’ 하면서 기다렸고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말이었다는 걸 알게 됐죠.” 아침 조회 영상을 SNS에 올리게 된 건 동료 교사들 덕분이다. 학교 행사에 필요한 영상을 직접 만들고, 무대에 올라 춤 솜씨까지 뽐내던 그를 눈여겨 본 동료들이 ‘뭐든 해보라’며 응원을 보냈다.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미리 대본을 써서 준비하는지’를 묻곤 한다. 김 교사는 “담임 교사들에게는 그게 일상”이라며 웃었다. 늘 해오던 인성교육, 학교폭력 예방 교육의 하나라서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대신 학생들을 관찰한다. 친구에게 사과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사과하지 않을 때는 사과하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고, 숙제를 하지 않는 학생이 있을 땐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들려주는 식으로 주제를 정한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좌충우돌 그 자체”라며 “이야깃거리는 늘 넘쳐난다”고 귀띔했다. 학생들의 마음을 살뜰하게 챙기는 다정한 교사지만, 훈육이 필요한 순간에는 단호하다. ‘선생님은 너희들의 친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첫 수업에는 예절교육을 빼놓지 않는다. 높임말, 상황별 말과 행동 등을 가르친다. 김 교사는 “예의 있게 상대를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선을 넘을 때는 단호하게, 잘못된 말과 행동은 교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펴낸 ‘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는 그동안 소개한 영상에서 많은 공감을 받은 말 40가지를 가려내 담았다. 서정적인 언어로 풀어내 시를 읽는 듯하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메시지는 힘이 있다. 김 교사는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랑이에요.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남도 사랑할 수 있거든요. 내 잔에 사랑을 가득 부으면 넘쳐흐르는 것처럼요. 어른인 우리도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또 칭찬받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힘들 때는 위로받고 싶고요. 그때마다 남에게 의존해야 할까요? 내가 직접 나에게 말해줘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말을 건네다 보면 어른이 돼서도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그의 출간 소식을 가장 반긴 건 학생들이다. ‘우리 선생님은 인플루언서’라며 동네방네 자랑했던 아이들이다. 출간 한 달 전, 책 표지도 함께 골랐다. 김 교사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인플루언서’라는 것보다 ‘작가’라는 사실에 더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선생님,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수업 정말 재미있어요’ ‘이 수업 또 하면 안 돼요? 이런 말을 들을 때 교사로서 보람을 느껴요. ‘우리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사랑을 받을 때 교실에서만큼은 ‘내가 연예인이다’라고 생각하죠. 밝고 단단한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 전에 밝고 단단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진실한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서고 싶거든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경제의 세계화와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일부의 대도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이 침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창조적인 노력을 통해 윤택하고 풍요로운 환경을 창조하고,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애착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지자체장은 물론 지역리더들의 문제의식에 달려 있다.(리포터 주) 지난 23일오후 15시부터 강남 하이브로 빌딩송담라운지에서 경북 김천시 교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역 발전을 위한 교육 세미나를 개최하였다.지역에 획기적인정책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15만 명 정도의 소도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새로운 메타포가 필요하다는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김천교육 전국 최고화'를 위해 '초등 한자교육에 관한 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주제를 발표하였다. 이같은 실천 과제는 "김천지역의 지리적·자연적 특성과 문화적 소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재의 창조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매력 있는 도시로 새롭게 만들어 갈 가능성을 열어가는 길은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타 지역에서는 한글 전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학습에서 발견하는 문제 속에는 문해력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기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어의 충분한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한글만 아는 학생과 한자도 함께 아는 학생은 생각의 깊이가 다르고 성공의 높이가 다르다"면서, "이는 마치 축구를 하면서오른 발로만 슈팅하는 축구 선수와오른발 왼발로 슈팅하는 축구선수의 차이와 다를 바 없다"는 차이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AI가 교육에 도입되면서 지구상에는 두 학습자가 존재하게 되었다. 이제 인간이 해야 할 일은 기계와 차별화된 고유의 사유를 통하여 직관과 통찰력을 기르는 일로‘천천히, 그러나 깊게’하는 공부다. 이를 음식에서 비유하면,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가 있듯이 가정에서 재료부터 다듬고 조리해 천천히 먹는 슬로푸드처럼, 생각하기에도 ‘슬로싱킹(slow thinking)’이 필요하다. 천천히, 그러나 깊이 생각하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고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문자는 한자어가 한글과는 차이가 있다.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일은 앞으로 기계가 해결해 줄 것이다. 한자 교육에 따른 비용 부담에 따른 문제를 제기하자, 학생 1인당 4500∼5000원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서 우리와 가까운 타이완에서는 초등학생 단계에서 2500개의 사자성어를 다루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였다. 공부 방법에서는 기초지식을가르치기만 하면,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 없이도 자율학습, 자기 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고 방안을 제시하였다. 앞으로 과제는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할교사의 한자 지식이 전무한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한 과제로 이에 적합한 교육자료 제공과 지역사회와 교육행정 당국과의 소통이 매우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외로움'의 다른 말은 '자유' 몇 달 전 나는 수십 년 만남을 가져왔던 모임을 탈퇴했다. 정치적인 신념이 다른 친구가 섞여 있는 모임은 즐거움 대신 스트레스를 안겨 주기에 충분했음에도 몇 년을 참다가 결국 탈퇴한 셈이다. 그동안에는 멘탈이 강해서 잘 견뎠으나 점점 모임 후에 오는 불편함을 감내할 수 없었다. 노년의 모임은 친목 이상의 수준을 넘어서면 서로에게 부담이 된다. 되도록 종교나 정치적 신념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 마음이 편하다.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어떤 대화나 토론으로도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없는 분야이니 감정을 상하기 쉽다. 특히 나이가 들면 자기 주장이 강해져서 고집으로 변모되니 조심해야 한다. 선을 넘는 지경으로가서 감정이 상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이 피하거나 양보를 해야 한다. 마음 편하게 만나 담소를 나누고 간단한 식사와 차를 마시는 자리가 오히려 부담이 된다면 생각해 볼 문제다.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워본 경험이 없는 나는 불편한 자리는 내쪽에서 피하며 살아 왔음을 상기하고 미련 없이 미리 피하는 선택을 했다. 학창 시절이 몇 년 되지 않은 탓에동창 모임도 적었기 때문에 수십 년 모임을 탈퇴하기는 쉽지 않아서 몇 년이 걸렸다. 최소한 일흔 살까지는 만나자고 했었는데 앞당겨진 셈이다. 탈퇴의 변을 조심스럽게 알리면서 그간의 고마움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문자로 대신했다. 그 뒤 몇 번의 전화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으니 그대로 끝났다. 하나 둘, 모임을 없애가면서 빈 가지로 선 겨울나무가 되기를 반복하는 동안 홀가분해졌다. 외로움도 따랐지만 그보다는 자유로움이 더 컸다. 오고가는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경청만이 강요되는 만남은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불러왔는데 참 많이도 참고 견뎌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니 지유를 원한다면 외로움은 부수적인 것이다. 노년의 외로움은 자유인의 다른 말이다. 관계의 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해지니 삶이 단순해서 좋다. 2024년의 단어, ‘뇌 썩음’(brain rot) 2022년에'사회적 규범을 거부하는 뻔뻔한 태도'를 뜻하는 '고블린 모드'(Goblin mode)를선정했던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2024년의 단어로 ‘뇌가 멍해지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브레인 롯’(Brain rot)을 꼽았다. 이 단어는“저급한 온라인 콘텐츠,특히 소셜미디어의 과잉 소비로 초래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고 소개하며 사소하거나 하찮게 여겨지는 자료를 과도하게 소비한 결과,정신적 지적 상태가 퇴보하는 현상이라고.특히 ’뇌 썩음’이라는 표현은1854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저서월든에서 사용되었다니 그는선견지명이 대단한 지성인이다. 며칠 전 뇌 썩음을 뜻하는 ‘브레인 롯’(Brain rot)을 처음 접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날부터 의식적으로 짧은 영상(쇼츠)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의 뇌가 썩어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함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주로 고양이나 강아지 영상, 정치 관련 숏폼을 즐겨 보곤 하는 편이다. 시간을 빼앗아 가는 주범인데 남는 것은 별로 없으니 뇌에피로감을 안겨주고 생각 없이 보게 하니 퇴화되는 건 당연하다. 예전에텔레비전을 '바보 상자'로 부르며 되도록 멀리 하라고 했던 것과 비슷하다.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나 신문과는 달리 주어진 정보를 무분별하게 그대로 받아들이므로 텔레비전에서 시작된 과도한 영상 매체는 인간에게 바보 상자를 선물하여 왔다. 한술 더 떠서 휴대폰의 편리함과 신속함은 인간 자체를 서서히 바보로 만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요즈음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모습들은 바로 '뇌 썩음'의 증거가 아닐까. 내 생각이나 이성을 통한 합리적인 판단 대신 나보다 우월해 보인다고생각되는 사람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거나 믿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종속되는 현상을 가져오고 있지 않은가. 때로는 그들이 시키는대로, 선동하는대로 광신도들처럼 몰려가서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법적인 제재나 처벌을 받고서도 반성은커녕 합리화 하며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니 큰일이다. 문제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을 하면서 거액의 돈을 버는 일부 유투버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며 선동하기를 멈추지 않고 있는 현실은 무섭기까지 하다. 정치와 종교는 가족간에도 쉽게 타협하지 못하는 분야임을 생각하면 사회 전반에 끼치는 해악은 매우 심각하다.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대신 남들이 먹고 배설한 찌꺼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추종하는 것도 모자라서 시키는대로 원격조종되는좀비인간이 등장한 세상은 '뇌 썩음'의 증거가 분명하다. 인류 역사의 과물인 히틀러의 명령을 그대로 수행하여 유태인 600만 명을 가스실로 보낸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1906 ~ 1962)은독일 나치스 친위대 중령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을 학살한 혐의를 받은 전범이었다. 그는 독일을 떠나 도망쳐 아르헨티나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약 15년간 숨어 지내다가 1960년 5월 11일 이스라엘 비밀조직에 체포되어 9일 후 이스라엘로 압송되었다. 그는 1961년 4월 11일부터 예루살렘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그해 12월 사형판결을 받고 1962년 5월 교수형에 처해졌다. '악의 평범성'은 어디에나 있다 미국 정치학자 해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 ~ 1975)는 『뉴요커』라는 잡지의 특파원 자격으로 이 재판 과정을 취재한 후 출간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1963)이라는 책에서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아이히만이 유대인 말살이라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것은 그의 타고난 악마적 성격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 없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고력의 결여'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히틀러의 부하들처럼,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저지하기는커녕 반대도 못하고 입을 다문 국무위원들과 군 장성, 경찰 수뇌부는 한국판 악의 평범성을 지닌 아이히만이 분명하다. 그 정도의 자리에 오르려면 전문적 지식과 일반상식이 풍부하여 대통령의 지시나 명령이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님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부당한 지시임을 알면서도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위험한 일을 벌인 책임은 모두 그들 몫인데 피해는 국민들이 당하고 있다. 권력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극우 유투브 영상에 매우 심취하고 있었음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소한 대통령이라면 반대편의 목소리도 들어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어느 한 편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치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사고력의 결여가 분명하다. 믿고 싶은 것만, 듣고 싶은 주장만 편향적으로 받아들여 신념화 시킨 그는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통치수단이라는 궤변도 아무렇지 않게 떠벌인다. 심지어 몇 달 전부터 틈만 나면 말해온 것도 사실도 드러났다. 헌법재판소에 출석하는 자리에 가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거짓말과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니 사고력이 결여된 사람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미 그 증거가 차고 넘치는 데도 말바꾸기를 하거나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의 사고력과 판단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죄는커녕 오히려 지지자들에게 애국하라며선동하기를 서슴치 않으니 얼마나 두려운 현상인가! 맹목적으로 폭동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애국자를 자처하며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이렇게 뇌가 썩어가는 사람들을 교화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정치와 종교는 마약과 같아서 한 번 중독되면 스스로 빠져 나오기는 힘들고 특단의 조치로 치료를 받거나 교정 프로그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설득하고 교정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그 효과는 불확실할 것이다. 대통령이 파면되어도 '뇌 썩음'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으니 걱정이다. 그들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으며 어떤 식으로든지 반발하고 사회 불안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극단의 극우 세력, 폭력적인 수단을 합리화 하면서 준동하는 이러한 현상은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되도록 어려서부터 불건전한 유투브 영상이나스마트폰의 역기능에 노출되지 않도록 부모와 학교, 국가의 노력이 절실하다.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편리함 속에 숨겨진 무서운 역기능이 세상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으니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게 진리인가!
보건교사회(회장 강류교)는 13~18일 동안 제13회 해외봉사활동을 마쳤다고 20일 밝혔다. 교사회는 필리핀 네그로스 옥시덴탈 섬, 시팔라이 시티에 위치한 초등학교 4곳을 방문했다. 현지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월경교육’,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이 닦기와 손 씻기 등 감염병 예방’, ‘음주·흡연 예방 및 생활습관’ 등 다양한 보건교육 및 보건의료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며, 특히 2곳의 초등학교에 화장실 1개소씩 건립, 기증했다. 제나로 P. 알바레즈 초등학교 로도라 교장은 “보건교사회가 설립해 준 화장실은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해서도 크게 사용될 것이고, 지역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강류교 회장은 “봉사활동을 통해 필리핀 학생들의 건강 증진과 교육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제35회 한·일교육연구발표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20여 명의 교육 대표는 양국의 교육 현황과 문제를 공유하며 서로의 고민을 나눴다. 불현듯 10여 년 전, 귀국학생 특별학급 담임교사로 재직할 당시, 일본 학생과 한국 학생 간 갈등을 경험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특히 ‘독도’ 문제는 아이들 간 정서적 벽을 더욱 두텁게 해 정착 과정에서 힘들었던 아이들에게 지금까지도 미안함이 남는다. 교권 추락 경험 공유 안타까워 역사적 사건에 대한 책임은 중요하지만, 한일 간의 교류는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 교류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발표회는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계기가 됐다. 국가적,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교육 여건과 교원 처우의 실태 및 개선’이라는 주제로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교육자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은 고무적이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교권 추락, 낮은 교원 처우, 업무 과중 등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 발표에서는 2006년 일본 도쿄의 한 초등교사 사망사건과 2023년 서이초 사건을 언급하며 교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교육 현장을 지적했다. 일본 교사들도 이에 공감하며 함께 마음 아파했다.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상처받고,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몬스터 페어런츠’로 인한 압박이 커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일본의 디지털 대전환 시대(DX)에 대한 논의는 매우 흥미로웠다. 일본은 업무 방식 개혁으로 재교 시간이 단축됐음에도 교사들의 실제 업무 시간은 여전히 줄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국의 공통된 고민이 드러났다. 반면 일본에서는 ‘Bring Your Own Device’(BYOD) 정책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태블릿을 구매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는데 이는 우리와 확연히 다른 양상이었다. 학생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 교육 현장에서의 새로운 도전 과제로 제시됐으면 한다. 대한민국은 뛰어난 디지털 인프라와 우수한 교사진을 갖췄음에도, 왜 이렇게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학교를 지키기 위해서는 학생 인권과 교권의 대립이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의 상호 신뢰를 바탕이 중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교권 추락을 경험했던 일본은 초·중학교에서 등교를 거부하는 아동이 3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과연 이 아동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이 우리에게도반복될까 두려움이 느껴졌다. 교육 동반 성장 기회로 삼아야 양국 간 왜곡된 시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이 절실하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다. 앞으로도 한일 간의 교육 교류가 지속되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러한 협력이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2024년 수업혁신사례 연구대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수업혁신사례 연구대회’는 교사의 자발적 수업 혁신을 지원하고 학교 현장의 연구 문화조성 및 다양한 수업 혁신 우수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열린다. 올해는 총 1750편이 출품됐고, 시·도 예선 대회를 거쳐 총 640편이 전국대회에 진출했다. 1차 연구보고서 심사와 2차 수업 동영상 심사를 거쳐 최종 입상작 383편이 선정됐다. 이들 중 우수 입상자 100명에게는 국외 선진사례 연수 기회를 준다. 세계 3대 에듀테크 박람회인 ‘베트 쇼(BETT SHOW)’ 참관과 영국 현지학교 교사와의 토론회 참여 등 선진 교육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초등 1등급을 받은 최희진 경남 원동초 교사와 전수진 경남 백동초 교사는 학생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음악 창작활동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음악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수업에 적용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반주 및 노래가락 창작, 음원 제작, 뮤직비디오 촬영, 길거리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곁들여 음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높였다. 중등 1등급을 받은 박진영 대전 버드내중 교사는 과학 수업을 바꿨다. 학생들이 과학 수업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퀴즈 활동, 꼬리 물기 게임 등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활동을 운영했다. 또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디지털 도감, 협동 디지털 그림책을 제작하고 온라인 전시장에서 나누는 등 학생 주도적인 배움을 이끌어냈다. 입상한 연구보고서는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에듀넷 티클리어(www.edunet.net)’에 탑재한다. 또 올해부터는 입상작 내용을 수업 지도·수업자료로 꾸러미화해 ‘함께학교’의 ‘수업의 숲’에 게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선생님 누구나 인공지능·교육 정보기술 활용 수업, 토의·토론 및 과제 수행 수업 등 다양한 수업자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바쁜 와중에도 연구 활동을 통해 수업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수업 혁신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교육부도 시·도교육청과 함께 선생님들이 수업의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1996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대사이다. 지금 자기가 사는 동네를 여행해 보는 거야. 평소에 그냥 무심코 지나치던 동네 골목들 길들, 건물들. 이런 걸 한번 자세히 관찰하면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보세요. 자기가 살고 있는 것에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하는 것, 그것이 건축학개론의 시작입니다. "'정릉'이 누구의 '릉'이냐"라는 교수의 질문에 여 주인공이 "정조? 정종? 정약용?"이라고 대답하자 다른 학생들은 웃는다. 하지만 정릉이 실제 누구의 릉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릉(貞陵)은 태조 이성계의 계비(繼妃) 신덕왕후(神德王后) 강씨의 능이다. 신덕왕후를 총애했던 이성계가 경복궁 인근인 정동(貞洞)에 두었으나 태종 이방원이 1409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사적 제208호로 지정되어 있다. 태종이방원은 이성계를 꼬드겨 이복동생이방석을 세자로 책봉하게 한 계모 신덕왕후를 싫어하였으며, 신덕왕후 역시 방원을 경계하였다. 신덕왕후가 사망한 후, 결국 이방원은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정도전을 잡아두고 이복동생이방번과이방석을 붙잡아 죽였다. 이후이방원이 왕위에 오르면서 신덕왕후를 비롯한 외척에 대한 경계심을 버리지 못해 결국 정동에 있던 능을 지금의 정릉동으로 강제 이장시키고 능에서 묘로 격하하며 심지어 정릉에 있던 석물들을청계천다리 공사에 쓰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청계천광통교밑을 지나가다 보면 광통교 돌다리나 벽돌에 화려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 돌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정릉에 있던 석물들이다. 그리고 이 돌들을 보면 제대로 놓은 게 아니라 아예 뒤집힌 채 끼워진 돌들도 볼 수 있다. 조선이 사라진 후인 오늘날까지도신덕왕후와태종의 악연을 제대로 보여주는 건축물이다(위키백과). 길음동에서 북악터널 방면으로 가다가 숭덕초등학교 앞쪽에서 좌회전, 아리랑시장을 지나면 정릉에 갈 수 있다. 정릉은 주택가 깊숙한 곳에 위치해있다. 승용차로 가기에는 매우 불편하다. 정릉 입구에 주차할 공간도 거의없다. 필자가 정릉동의 청덕초등학교를 다닐 때 거의 매년 정릉으로 소풍을 왔다. 지금은 현장체험학습을 대부분 전세버스로 이동하지만 당시에는 모두 걸어서 이동하거나 기껏해야 시내버스를 타야했다. 아무래도 초등학생들이라 학교에서는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소풍을 갔을 것이다. 그 많은 학생이 줄을 지어 이동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정릉은 이때 왔던 곳이다. 이후 정릉에 대해서 들었던 기억은 없었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이 개봉되었다.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주제의 이 영화는 당시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에서 주 무대가 되었던 곳이 바로 정릉과 정릉동이다. 어릴적 추억을 소환하는 장면들이 가슴에 들어왔다. 영화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영화속에서 보았던 정릉동이 너무 반갑고 신기하기만 했었다. 영화 속 '정릉동(貞陵洞)' 천천히 톺아보기 영화 속 서연(배수지 扮)이 서울 지도에 빨간색으로 줄을 긋는다. 정릉에서 서쪽으로 북악터널을 넘으면 서대문으로 이어진다. 멀게만 느껴졌던 신촌이 바로 앞이다. 국민대학교를 지난다. 영화 속 정릉은 단순히 주인공 '승민'(이제훈 扮)이 사는 곳이 아니다. 여주인공 '서연'과 함께 사는 곳이자 첫사랑과의 소중한 인연이 시작된 동네이다.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승민은 서연의 뒷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게 된다. 정릉동(貞陵洞)은 원래 사을한리(沙乙閑里)라 했는데 우리말 '살한이'를 한자음으로 옮긴 것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곳에 신덕왕후의 정릉으로 인해 '정릉동'이라는 지명이 생겨나게 되었다. 정릉 1~4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근에 국민대학교와 서경대학교가 있다. 경전철 우이신설선정릉역,북한산보국문역이 있다. 특히, 정릉 4동 중에서도 북한산과 인접한 지역을 ‘청수동(淸水洞)’이라고 하였는데, 이는정릉천물이 맑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라 한다(위키백과). 이 청수동에는 1910년대에 ‘청수장(淸水莊)’이라는 일본인의 별장이 세워졌고, 그 건물은 한국전쟁 이후 동명의요정으로 쓰이다가 2001년부터는 외형만 보존하여북한산국립공원 탐방 안내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러한 유래로 이 지역은 지금도 ‘청수장’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된다. 필자의 기억으로도 1980년대 정릉 4동의 버스 정류장 종점의 이름이 '청수장'이었다. 북한산 등반이 이루어지는 입구쪽이었다. 유명했던 '산장아파트'가 있던 곳이다. 정릉동은 서민의 마을이다. 1980년대, 필자를 포함한 정릉동의 주민은 그다지 여유로운 삶을 이루지는 못했다. 아직까지도 정릉동은 개발이 덜 되어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다. 유튜브에서 정릉을 검색하면 주로 오래된 집과 좁은 골목길들이 나온다. 정릉동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옛 마을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한다는 의미이고 필자는 고층 건물이 즐비한 복잡한 곳보다 이런 곳이 훨씬 그립고 또 계속 머물고 싶다. 1969년에 건축되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불린 정릉 스카이아파트가 정릉의 대표적인 오래된 건물이다. ‘배밭골(또는 배바윗골)’에 있었으며 2017년에 철거되었다. 필자가 졸업한 중학교의 맞은편 일명 ‘배밭골’이라 칭하던 마을에 있었다. 국민대학교 건너편의 인근에 있는 이 ‘배밭골’은 1990년대에도 시골 마을을 연상케 했다. 정릉의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주 도로 건너편 북악산 기슭에 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집들이 예전 시골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선술집이나 당구장, 음식점의이용 가격이다른 지역에 비해서저렴했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빈약했던 대학생들이 자주 놀던 곳이었다. 필자도 가끔 갔었는데 당시 서울 중심가의 물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놀란 적이 있다. 단, 정릉동에서도 변두리에 있어 한참을 걸어야 했고 시설이 노후했기때문에 자주 이용하지는 못했다. 다시 찾은 북한산 앞자락의능마을 '정릉동', 그리고 '배밭골', '정릉시장' 2025년 1월에 다시 찾은정릉시장과 ‘배밭골(배바윗골)’은 또 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겨울답지 않게 따듯한 날씨였다. 서울 시내 대부분이 마찬가지겠지만, 이 곳 정릉동도 주차하기가너무 힘들었다. 최대한 정릉시장쪽에 가깝게 주차하고자 몇 번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배밭골 인근의 좁고 경사진 공영주차장에 간신히 주차할 수 있었다. 급격하게 경사진 언덕에 차를 두는 일은 쉽지 않다. 몇 번이나사이드브레이크를 확인했다. 배밭골은 내 기억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차도의 편의점과 식당의 간판이 새로 생긴 것을 제외하고는 주택가의 모습은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있었다. 낡아버린 시멘트 구조물, 색이 바랜 간판들 등등, 새롭게 덧댄 구조물 뒤에 은근히 숨어있는 옛 간판과 건물의 모습들이 가려진 듯 숨어있었다. 촘촘히 하늘을 덮은 전깃줄 사이로 ‘배밭골’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자그만 주택들이 촘촘하게 자리잡고도로는넓지 않아서인지 전깃줄이 하늘을 가득 덮은 듯이 빼곡하다. 언덕 위편으로 오래된 주택들이 끝없이 보인다. 경사가 심해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뒤편에는 야트막한 북악산이보였다. 횡단보도를건너려는데보도에 연탄재를 뿌린 모습이 보였다. 일단 연탄을 사용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고, 요즘 많이 쓰는 염화칼슘을 연탄재로 대신한 것도 추억의 한 모습이었다. 신기했다. 국민대학교 방면 배밭골의 끝자락에는산을 등지고 절이나 사당이 많이 있었다. 신당(神堂)인 듯 하다. 이렇게 작은 지역에 10여 개 이상되는 신당이나 절의 간판이 보였다.이곳이 사람의 왕래가 적고 조용한 곳이긴 하나보다. 그리운 모교(母校)와 옛 집을 찾아추억 되살리기 배밭골에서 큰 도로를 건너면 바로 앞에 필자가 졸업했던고려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가 있다. 청덕초등학교는 중학교에서 언덕 위쪽으로 더 올라가야한다. 그래서 큰 길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무언가에 이끌리다시피 정문을 통해중학교로 들어가게 되었다.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예전(약 40년 전) 학생일때 등교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학교 운동장도, 교실이 있던 건물도 1980년의 모습으로 바뀌어 보였다. 어린 친구들이 저만치서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그리고 빨간색 체육복을 입은 내가 커다란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바로 엊그제처럼 느껴진다. 필자가 다니던 때에는 '고려중학교'라는 이름이었으나 후에 지금의 이름으로 교명이 변경되었다. 예전 자신이 살았던 마을이나 졸업한 학교에 가면 마치 그때 함께 지내던 친구나 이웃주민을 만날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자연스레 모교의 건물로 발길이 닿았다. 아침이면 헐레벌떡 뛰다시피 등교하던 골목길과 학교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던 언덕길, 그리고 체육시간이면 공을 차고 노닐던 자그마한 운동장,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누군가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혹시 정릉동에 오래전부터 살았느냐고 나도 모르게 물어볼 뻔했다. 정릉시장, 삶이 향기들이흥건히 묻어나던 곳 정릉시장은 학창시절, 거의 매일 지나다녔던 곳이다. 빽빽한 골목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왕래했다. 집에서 10여 분은 걸어서 가야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먼 거리는 아니었다. 필자의 집은 고려중학교와 정릉시장의 사이에 있었다. 중학교 후문으로 나와 빼곡한 연립주택과 단독주택 사이사이로 미로를 찾듯지난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정릉 4동 쪽에 사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우리집은 정릉 3동이라 비교적 학교와는 가까웠다.친구들이 우리집 골목을 지나야 자신의 집쪽으로 갈 수 있었다. 덕분에 친한 친구들이 우리집에 자주와서 놀곤했었다.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서 가다 보면 '정릉슈퍼'가 보이고 복잡한 시장 골목을 쭉 따라가면 정릉시장이 나온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이곳을 지나가야 한다. 버스정류장까지는 거의 20분 정도를 걸어야했다. 지금은 교통이 불편하다고 난리겠지만 그 당시는 그냥 걷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다. 헌책방과 문구점, 레코드점, 전자오락실, 방앗간 등이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현재는 간판이 그대로 걸려있는 상점도 있었다. 빛바랜 간판의 색깔과 지금은 쓰지 않는 글씨체로 써 있는 글자가 시간의 흐름을 증명이라도 하듯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당시 시내버스 1번, 2번, 5번, 8번 버스의 종점이 정릉이었다. 1번은 강남 방향, 5번은 종로, 8번은 신촌 쪽을 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위숫자 버스의 대부분이 정릉의 청수장(북한산 입구)에서 출발하거나 정릉을 지나다녔다. 이것마저 나름 우리들의 자랑거리였다. '건축학개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정릉 독서실, 남자 배우들이 소주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포장마차는 영락없는 정릉의 달동네 골목의 모습이다. 승민의 어머니가 순대국을 팔던 정릉시장. 내가 하교길 항상 지나다니던 길, 그들(승민과 서연)이 함께 꽃을 키우던 한옥은 모두가 정릉시장 부근에 있던 장소들이다. 특히 한옥은 친한 친구가 살고 있어자주 놀러 갔었다. 봉국사 입구에서건너 편 쪽에있던 정릉천은 깨끗한 하천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난 여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오리들이 노닐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지금은 잘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시커먼 하수가 흐르던 개천이었다. 여름철에는 냄새가 많이 났다. 필자는 정릉동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했다.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학창시절을 고스란히 이곳에서 보냈다. 고향이나 다름없다. 애정이 깊다. 건축학개론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정말 반가웠다. 한참 후에 알게 되었지만 영화 속 정릉동은 실제 정릉동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볼 때는 실제 정릉에서 촬영했다고 착각한 채로 보았다. 정릉동은 길음동과 돈암동과 접해있다.대학생 시절, 서초동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4호선 돈암(성신여대입구)까지 버스로 나와서 갈아타야했다. 길음역도 있었지만 정릉보다 북쪽에 있어 시내와 멀어지는 느낌이라 대부분 사람들이 돈암동 성신여대입구 지하철역으로 가서 환승했다. 사실 길음역에 가는 버스도거의 없었다. 지금도 정릉동에서 지하철을 타려면 같은 방법을 써야 한다. 교통이 불편하다. 그래도 경전철이 있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한다. 길음동에서 바로 이어지는 곳이 정릉1동이며 지금의 서경대학교가 있는 높은 지역이 정릉4동이다. 필자는 국민대학교 쪽인 정릉 3동에 살았었다. 정릉 1, 2동은 길음동과 돈암동에 접해있고 북악스카이웨이와 아리랑고개가 있다. 건축학개론에는 정릉에서 사진을 찍다가 두 주인공이 만나는 모습이 나온다. 정릉은 돈암동과 이어지는 아리랑고개에 위치한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거나 사생(미술)대회를 했던 곳이다. 그런데 정릉에 오래 살았던 필자 조차 정릉이 누구의 능인지 영화를 볼때까지도 몰랐다. 하물며 정릉에 살지도 않은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동방주택'은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인근에 있던 연립주택이었다. 앞쪽에 너른 터가 있어 마을버스 종점으로 이용되었다. 길음동 쪽에서 올라오는 마을버스는 동방주택 정류장까지 운행되었다.고등학교 동창들이 이 버스로 학교 앞까지 이동했다. 고등학교는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동방주택까지 와서도 다시 한참을 걸어서 올라가야만 했다. 산꼭대기에 학교가 있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았다. 지금의 서경대학교. 당시 국제대학교 야간대학이 우리 학교 건물을 함께 썼다. 야간대학이라 저녁 6시에 학생들이 등교했다. 우리와는 잘 만날 일은 없었다. 내가 졸업하고 이듬해 내 모교는 목동으로 이전했고 현재는 그 건물을 모두 서경대학교에서 사용한다.정릉동에서 30년 이상을 거주하시다 최근에 작고하신 신경림(申庚林, 1936~2024) 시인은 정릉에 대해서 이렇게 노래했다.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 시장까지 신경림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 이것이 어머니가 서른 해 동안 서울 살면서 오간 길이다. 약방에 들러 소화제를 사고 떡집을 지나다가 잠깐 다리쉼을 하고 동향인 언덕바지 방앗간 주인과 고향 소식을 주고받다가, 마지막엔 동태만을 파는 좌판 할머니한테 들른다. (중략) 나는 나 혼자만 너무 많은 것을 보는 것을 죄스러워했다. 하지만 일흔이 훨씬 넘어 어머니가 다니던 그 길을 걸으면서, 약방도 떡집도 방앗간도 동태 좌판도 없어진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 걸으면서, 마을길도 신작로도 개울도 없어진 고향집에서 언덕밭까지의 길을 내려다보면서, (후략) - 신경림시집 『사진관집 이층』 2014 '건축학개론' 속의 정릉동, 추억 가득한 골목 앞서 말했지만, 정릉동은 나에겐 고향 같은 곳이다. 나의 유소년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 가족이 서울로 들어오면서 처음 자리 잡았던 곳이다. 비록 가난했지만, 우리 가족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곳이다. 친한 친구가 최근까지도 정릉동에 살아서 가끔 그곳을 들르곤 했다. 서대문 쪽에 사는 친동생은 주말에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면 북악터널을 넘어 예전 살던 정릉동의 집 앞에 가본다고 했다. 비록 그때의 모습은 아니지만 이렇게 정릉동은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의 장소이다. 현재 속의 과거, 세월이 비껴간 곳 정릉! 영화 「건축학개론」을 볼 때면 더욱 더 정릉동이 생각난다.
경북 점촌북초(학교장 하미경)은 6~11일5박 6일 간의 일정으로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학교를 방문해 해외 교육 기관 방문 교류 사업을 진행했다고 13일 밝혔다. 점촌북초가 참가한 경북글로벌교류단은 6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여, 7일부터 11일까지 베트남 호찌민시의 호찌민시교육훈련국 소속 학교 4교(초 2교, 중 1교, 고 1교)를 방문해 다양한 교육과 문화 교류 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방문 교류는 경북교육청의 경북글로벌교류단 소속 교사 10명(점촌북초 교사 1명)과 학생 50명(점촌북초 학생 5명), 인솔 단 5명 등 총 65명이 참가하며, 호찌민시의 레반탐초등학교와 판땅루우고등학교 등을 방문해 청소년 동아리 교류 활동과 이주배경학생 부모나라 방문 교류 활동 등으로 구성된 일정을 진행했다. 주요 교류 내용으로는 베트남 현지 학교를 방문하여 양국 학생동아리 활동, 공동수업 진행, 상호 전통 놀이 체험 등으로 구성하여 학교 급별로 진행했다. 행사에서는 학생들의 밴드 공연과 K-Pop 공연, 점촌북초등학교(문경) 학생들의 한글캘리그라피 등에 관한 공동수업을 진행하고, 제기차기와 윷놀이, 나이 샵 등 양국의 전통 놀이를 함께 체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이번 방문 교류에서는 호찌민시한국교육원과 대구은행 호찌민시지점, 똔득탕대학교 등을 방문하며 학생들에게 글로벌 진로 탐색 기회도 제공하였다. 하미경 교장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국제적 안목을 넓히고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소중한 경험을 쌓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교육 3주체는 교사, 학생, 학부모다. 학교 교육을 위해 협력해야 하지만, 최근엔 교사와 학부모가 적대시하는 관계가 형성됐다. 특히 교육이 서비스산업으로 변질되면서 문제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초등 1~2학년을 두고 있는 학부모는 담임교사를 보육교사 수준으로 자녀 돌봄을 기대하기도 하고, 가정에서 교육은 전혀 하지 않고 모든 교육을 학교에서 다 지도해주기를 바란다. 학생이 학교에서 칭찬받은 행동은 부모가 잘 지도해서 나타난 결과고, 잘못된 행동은 모두 학교에서 생활지도를 잘못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저경력 교사를 대상으로는 “선생님은 아직 어리고, 자녀를 키워보지 않았으니까 잘 모르실 거예요” 등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교사를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격체가 아닌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학부모는 학교 교육의 동반자가 아니라 교사를 점점 적대시하고 있다. 이제는 학부모도 교사를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과 편견을 버리고, 올바른 믿음을 갖고 학생 교육의 동반자로 교사를 신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학교에 맡긴 학부모가 교사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이 개선돼야 학생들도 교사들을 믿고 따르며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교권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도 물론 바뀌어야 하겠지만, 그보다는 먼저 학교 교육과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잘못된 인식과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교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문화 인식 개선과 더불어 교육 정상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교원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높여 학교 교육을 바로 살려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인성교육을 위해 근본적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 간에 인격적 관계가 바르게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교원, 학생, 학부모가 서로 화해와 신뢰 회복을 위해 서로 노력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도 바람직한 자녀 양육을 위한 지속적인 학부모 교육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올 한 해 17개 시·교육감은 잘 가르치는 교육환경 만들기, 학생 학력신장, 미래와 글로벌을 지향하는 인재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본격화되는 고교학점제 수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통합학교 운영, 소규모학교 지원이나 온라인 수업 개설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고,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등 국가단위 교육정책 추진이 정착할 수 있도록 대비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연초에 발표된 각 시·교육감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교육감들은 교권보호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선생님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교육활동 보호 문화를 조성해 선생님들이 교육전문가로서 존중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거석 전북교육감도 “교사가 학생 지도와 수업에 열정과 성의를 담을 수 있도록 교권을 확실히 지켜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또 도성훈 인천교육감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특수교사 교권문제 해결에 의지를 밝히며 특수교육 여건 개선을 약속했다. 학교 업무경감을 통해 교원의 교육활동을 돕겠다는 입장도 나왔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학교 공통가정통신문 일괄 발송 시스템 구축과 운영, 학교지원센터 기능 강화 등으로 통해 학교 업무경감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최윤홍 부산교육감 권한대행도 교육 본질에 충실한 학교 만들기를 강조하며 수업혁신과 수업중심 학교 문화만들기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 각 시·교육감들은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학력 신장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천창수 울산교육감은 “배움성장 집중학년제를 비롯해 기초학력부터 진로·진학까지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해 학생들이 학습과 성장에 결정적 시기를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신경호 강원교육감도 맞춤형 학력신장 방안을 제시하며 “지역 맞춤형 교육지원과 함께 ‘초3~6학년 공부하는 힘 만들기’ 등을 통해 학생 스스로 배움을 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성취도평가 시스템으로 학업역량을 강화하고 맞춤형 교육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교육격차 해소에도 주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 비중이 전체 인구대비 5%를 넘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문화국가가 된 상황에 맞게 이중언어교육이나 다문화 정책을 특화한 교육청도 주목을 받았다. 김대중 전남교육감은 “이중언어 교육 중심의 지역 글로컬센터 운영과 학생 국제교류 활성화를 비롯해 (가칭)전남국제직업고등학교 설립을 본격화하겠다”며 “전국 최초 다문화인재전형으로 초등학교 교사를 임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국제 인정 교육과정인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의 선도적 운영을 강조했다. 강 교육감은 “대구교육은 IB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학생의 진정한 역량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며 “서·논·구술형평가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공정하고 신뢰받는 평가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설 대전교육감과 서 전북교육감도 IB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관심을 신년사에 담았다. 아울러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교육 여건 제공을 약속한 교육감도 있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AI교사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경기온라인학교를 통해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정선 광주교육감도 “AI팩토리 미래교실과 광주아이온(AI-ON) 등 미래 교육환경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기초학력 책임교육 강화, 생활·정서·학습 통합지원, 교육활동 중심 학교 구현 등 3대 핵심정책을,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디지털·학습·사회·정서 격차 해소를 강조했으며,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교사의 주도성 강화를 통한 미래학교 실현, 박종훈 경남교육감과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인성교육과 미래형 교육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강은희 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명의의 별도 신년사를 통해 “미래교육 수요 반영과 맞춤형 교육 지원을 위해서는 국가교육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며 “안정적 교원 확보는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 교육계 가족 한자리에… ‘협력’ 다짐 2025년 교육계 신년교례회 겸 제40대 한국교총 회장단 취임식에는 교육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교육 정상화, 교육 공동체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의 꿈, 교사의 긍지, 부모의 신뢰가 있는 교육 공동체를 약속하면서 지난해 10월 교육감 임기를 시작했다”며 “이 가운데 선생님들의 긍지가 우리 교육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미래의 낯선 변화에 불안이 아닌 희망으로 준비하는 교육은 선생님들이 당당한 교실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며 “선생님들이 교육 활동과 학생 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올해를 새로운 교육의 변곡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국민의 시대’의 교육에서 ‘시민의 시대’의 교육으로 바뀌었지만, 지금 개인의 시대에 대비한 교육은 아직 충분히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꿈을 맞춤형으로 해줄 수 있는 교육으로 가자고 한다면 AI 교과서도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절대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을 지켜야 학교가 산다’는 신임 회장단의 슬로건에 깊이 공감했다. 임 교육감은 “선생님 개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면서 “경기도는 한 사람의 선생님도 혼자서 어려움을 감당하지 않게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임 교총 회장인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했다. 정 의원은 “오늘 이 자리는 대한민국 교육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분의 자리”라며 “교육은 좌우 진영 논리가 작용하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교육 정책의 성공 여부는 지금 예단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며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 정책이 우선 현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전국시도교총회장협의회 회장을 맡은 오준영 전북교총 회장도 축사에 나섰다. 오 회장은 “교권 5법이 개정되고 교권 보호 제도가 생겼지만, 현장 교원들은 아직 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일어난 교권 침해 사건 사례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교원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인식 개선 사업”이라고 짚어냈다. “선생님을 지켜야 학교를 지키고 교육을 지킬 수 있습니다. 수업 스킬이 좋은 선생님, 교육학 석·박사를 가진 선생님, 물론 수업을 잘하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컨디션 좋은 선생님의 수업 질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 “선생님, 열심히 하는 학생 될게요” 교육계 가족들의 신년 소망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특히 전국 교원들과 학생들이 보내온 소망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전국교육자료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을 이예나 대전 도시과학고 교사와 폭설에 고립된 자동차를 맨손으로 구출한 경기 화원초 5학년 이원‧강윤우‧이수혁‧이진성 군은 직접 교례회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사회자가 수상 소감을 묻자 이 교사는 “교육 현장 일선에는 저뿐만이 아니라 열정과 열의를 가진 선생님이 무척 많다”면서 “이런 선생님들의 열정과 헌신이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에 늘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새해 소망을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사는 “현재 교육 현장은 녹록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교권 5법이 시행됐지만, 교육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은 체감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 선생님들은 더욱더 힘을 낼 것입니다. 학생들의 가슴에 희망의 싹을 틔우고, 미래 꿈을 위한 나무를 심어서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열정을 다할 겁니다.” 경기 화원초 5학년 이원‧강윤우‧이수혁‧이진성 군은 지난해 11월, 역대급 폭설로 고립된 자동차를 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미담의 주인공들이다. 운전자를 돕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맨손으로 눈더미를 치우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원 군은 “친구들과 눈 구경을 하려고 밖으로 나갔다가 차를 운전하시던 아주머니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무조건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갑이 없어서 손이 시렸지만, 눈사람을 만드는 것보다 재미있고 누구를 돕는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강윤우 군은 선생님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5학년 담임 선생님을 매우 존경한다”며 “6학년이 돼서도 선생님의 말씀대로 어려운 친구들을 돕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생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수혁 군은 ‘포기는 없다’는 자신의 좌우명을 소개했다. “요즘 분수의 나눗셈을 배우는데, 많이 어렵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려고 한다”면서 “여기 계신 모든 분도 올 한 해 힘든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국가대표 선수를 꿈꾸는 이진성 군은 “꿈을 지원해 주기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아빠, 엄마가 항상 건강하고, 우리 집이 지금처럼 늘 행복하고 따뜻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안양옥 한국교총 전 회장,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이정우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 김승제 한국사립학교법인협의회 회장, 이경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총연합회 회장,김문환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 위원장 등도 신념 덕담에 나서 교육 가족의 화합과 교육 발전을 기원했다. 이날 행사는 새해 다짐 구호 제창으로 마무리됐다.
"작가 한강의 글은 난해하고 심오하다. 가슴을 후비고 아프게 한다. 다 읽고나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내면 깊숙한 곳, 영혼의 눈물이었다." 이것이 채식주의자를 두 번 읽고 난 나의 한 줄 평이다. 그리고 이책을 쓰며 많이 아팠을 작가에게 안쓰러움도 느꼈다. 아프고 쓰린 대목을 그처럼 적나라하게 표현할 때마다 작가 스스로도 몰입해야 하니 그녀는 피를 흘렸을 것이다. 실제로도 책을 탈고할 때마다 많이 아팠다고 고백했다. 책의 어느 한 대목도 편하게 읽히지 않았다. 분명히 한글로 씌어진 책인데 외계 언어를 읽는 것처럼 낯설었다.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작가만의 언어의 세계를 가늠조차 할 수 없으니 그랬으리라.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서 먹은 음식인데, 도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고 겨우 먹은 비싼 음식 같다고나 할까. 먹어본 적이 없거나 독특한 향신료를 써서 내 취향과 맞지 않는 비싼 음식과 같은,내 취향은 뚝배기 된장찌개인데 고급 호텔식당에서 핏물이 감도는 비싼 스테이크를 먹으며 역겨워하는 느낌이랄까. 남들은노벨문학상 작가 작품이라고 다들 서점으로 온라인으로 달려가서 사들인 책이다. 사서 읽지 않으면 유행에 뒤지는 듯한, 마치 한정판 명품백을 사기 위해 줄서는 사람들처럼 몰려갔다. 나도 그 바람에 한강 작가의 시집도 사고 소설도 사들였다. 부끄럽게도 우주물리학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내 언어의 한계를 탓하면서 한숨을 내쉬며 읽은 책이다. 책도 200페이지도 안 되는데 며칠 동안 읽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어느 대목에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을 감동시켰는지, 영감을 주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문학적 상상력이 낮은 내 탓을 하는 수밖에! '시대의 폭력에 맞서 그 폭력을 표현하는 길은 더 폭력적인 언어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래서인지 작가 한강의 문장에선 행간을 읽어내기는 더 어렵다. 친절하게 설명해주거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언질조차 없다. 내게는 매우 불친절한 책이었다. 마치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시어를 가득 쓴 듯한 형상화로 가득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적 산문'이라고 평하는 것일까. 시는 다분히 주관적이고 해석하는 독자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가장 정확한 이해는 작가만이 알 것이다. 불행하게도 독자의 수준이 작가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면 읽을 수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이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나 보다. 다른 세상의 책, 대중적이지 않은 서술 방식 한강 작가의 문학적 언어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읽었던 여타의 작가들과 확연히 달랐으니,글자 그대로 읽어서는 안 되는, 글자 이면에 감춰진 언어를 해석하며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다빈치가 왼손으로 쓴 글자를 거울에 비춰가며 읽어야 알아낼 수 있듯 작가가 자기만의 비밀언어 체계를 갖추어 쓴 책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의 글에서 꿈으로 묘사된 문장 속에 키포인트가 담겨 있음을 겨우 찾아내고 스스로에게 박수를 쳤다. 그의 글에서 꿈으로 암시된 곳에서 마치 '다빈치 코드' 처럼 문장이 가리키는 방향이 있었다. 그러니 보통의 대중소설을 생각하며 읽으려고 한다면 접근조차 불가능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서평이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양한 느낌을 서술하고 있다. 공통적으론 나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쩌면 일반적인 소설의 틀을 벗어난 구성과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소설의 중요한 시사점은 늘 꿈을 매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꿈을 꿨어", 라고 아내는 두 번 말했다. 달리는 차창 너머, 터널의 어둠 위로 그녀의 얼굴이 스쳐갔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그 얼굴은 낯설었다. 그러나 거래처 사람에게 둘러댈 변명과 오늘 소개할 시안을 삼십분 안에 정리해내야 했으므로, 더 이상 아내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어떻게든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겠어, 부서 바뀌고 몇 달 동안 하루도 열두 시 전에 퇴근한 적이 없었잖아, 라고 잠깐 속으로 뇌까렸을 뿐이었다. -18쪽 이 대목에서는 일상이 된,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았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절절한 사랑은 간 곳 없는 영원회귀의 모습처럼 일과 노동, 의무와 책임으로 나날을 보내는 보통의 가정과 부부의 모습이다. 매우 구체적인 묘사라서 그래도 읽기 편한 문장이다. 긴장감 없이 그저 일상이 된 이 모습이 문제를 일으키고 일탈로 이어짐을 짐작케 한다.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아니야, 거꾸로, 수없이 봤던 얼굴 같은데, 내 얼굴이 아니었어. 설명 할 수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19쪽 이 대목은 어쩌면 채식주의자에서 핵심문장이 아닌가 한다. 주인공이 꿈 속에서 본 장면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어린 날 고통스럽게 학대 당하며 죽어간 강아지가 오버랩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불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장면이다. 산문으로 폭력에 맞선 책,이상하게 치유가 됐다. "너 정말 어쩌려구 그러니? 사람한테 필요한 영양소가 있는 건데. 채식을 하려면 제대로 식단을 잘 짜서 하든가. 얼굴이 그게 뭐야." 처남댁도 거들었다. "저는 딴사람인 줄 알았어요. 얘기는 들었지만, 그렇게 몸 상해가면서 채식하는 줄은 몰랐지 뭐예요." "지금부터 그 채식인지 뭔지는 끝이다. 이거, 이거, 이거, 다 먹어라 얼른. 없어 못 먹는 세상도 아니고 무슨 꼴이냐." -46쪽 위 부분은 채식주의자인 주인공에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적인 장면을 매우 사실적으로, 훌륭하게 묘사한 대목이다. 주인공을 나락으로 몰아가는 충격적인 장면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부모라는 권력으로 행해지는 가정폭력의 장면을 눈에 보일 듯 상상하게 만드는 매우 사실적인 문장이라서 놀랍다. 그럼에도 책 어디에도 주인공의 행동을 이해시키는 대목은 나오지 않는다. 나는 이 대목에서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 또한 내가 담당하는 반 아이들에게 식사지도를 한다는 명목으로 싫어하는 음식도 반드시 먹게 하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여서라도 반드시 맛보게 하고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며 먹게 했으니.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회의감이 들게 한 문장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왜 먹어야 하는지, 얼마나 소중한 음식인지 꼭 설명을 해주고 먹게 했지만,억지로 입에 넣어준 적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 걸렸다. 그제야 그는 처음 그녀가 시트 위에 엎드렸을 때 그를 충격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모든 욕망이 배제된 육체, 그것이 젊은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라는 모순, 그 모순에서 배어나오는 기이한 덧없음, 단지 덧없음이 아닌, 힘이 있는 덧없음. 넓은 창으로 모래알처럼 부서져내리는 햇빛과, 눈에 보이진 않으나 역시 모래알처럼 끊임없이 부서져내리고 있는 육체의 아름다움. 몇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그 감정들이 동시에 밀려와, 지난 일년간 집요하게 그를 괴롭혔던 성욕조차 누그러뜨렸던 것이었다. -104쪽 인내의 힘으로 쓰라림을 억누른 체 일상의 등짐을 묵묵히 지고 걸어가는 그녀에게는 무관심의 채찍질만이 가해질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존재감과 고독은 아픔 속에서 가장 온전하며 다채롭게 구현된다. 파괴적인 열정에 부딪쳐 깨져버린 이들이 숭고한 예술작품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인내의 근육을 가다듬으며 일상의 곡예를 아슬아슬하게 연마한 그녀의 삶을 감히, 예술작품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는 또 어디 있겠는가. 욕망을 감추는 데 들이는 에너지는 욕망의 나신을 드러내는 데 들이는 에너지보다 훨씬 더 막대할 것이다. -한강 작가의 글에 덧붙인 허윤진의 해설 중에서 -238쪽 작가 한강의 글에 해설로 덧붙인 허윤진의 글마저 난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작가들의 뇌구조는 일반인들과 다른 걸까. 그들만의 언어세계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작가의 글쓰기는 어떤 식으로든지 경험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그러니 순전히 상상만으로 글을 쓰는 작가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신문 한 귀퉁이에 난 사건 사고가 책을 쓰게 만들고 누군가의 고백이 책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책을 선택한 분이라면 단단히 마음 먹고 도전해서 끝까지 읽어 정상에 올라서길 비는 마음이다. 서평도 아니고 독후감도 아닌 어정쩡하지만 다 읽었다는 숙제를 마쳐 마음이 편하다. 사족을 붙이자면 인간성 회복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앞에 무력한 자신을 위해 육식을 거부하며 죽음에 이르도록 채식주의자가 된 주인공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사람들 또한 지금, 세상으로부터 날아오는 유형 무형의 폭력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누군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가 주는 안락함 대신 버림 받고 사랑 받지 못하는 가정폭력, 가난으로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슬픔을 안고 버티며 살아온 불안정한 세상에 던져지는 폭력, 사랑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가하는 데이트 폭력, 직장과 조직에서 수모와 멸시를 당하는 폭력, 가족이 된 배우자로부터 당하는 폭력에 국가가 주는 폭력까지. 안전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 책은 바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폭력에 관한 작가의 고발서임이 분명하다. 세상의 폭력에 맞선 책이 분명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치유를 경험했다. 말없이 어루만져주는 보이지 않는 손길을 느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잘 모른다. 나도 모르는 내 영혼 깊숙한 곳에서 치유의 눈물이 흘렀다.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으며 살아온 내 마음의 상처를 건드려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잊고 싶었던 그 모든 상처가 작가의 말없는 문장으로 위로를 받았음이 분명하다. 폐부를 흔들어 더 깊은 내면의 상처를 더 들여다 볼 세 번째 읽기를 시작해야겠다.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과학문화관에서 이 지역 초등학생들의 그림 전시회가 있어서 찾았다. 지구온난화와 미래를 주제로 그린 그림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위는 현재, 아래는 물 속에 잠긴 삶의 공간을 표현, 수중도시 비키니시티를 모티브로 그렸다.육지에서의 삶은 기억 속으로 희미해져 가고 심해에서는 지구보다 더 문명이 발달해 있을지도 모를 미래세계가 궁금하다. 예전에는 상상의 영역이었던 우주가 열리고 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인간이 거주할 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화성에 가서 농사를 짓고 화초를 키우는 시대가 요즘 초등학생들이 상상할 수 있는 우주 공간의 상상 영역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
서울양원숲초등학교(교장 이일권)는 2022년 신설된 학교로서 ‘꿈·열정·감동으로 미래의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이라는 학교장 경영 구상 아래, 온고지신(溫高智身)의 교육정신으로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학생에게는 꿈과 희망을, 교사에게는 긍지와 보람을, 학부모에게는 신뢰와 감동을 주는 행복한 학교다. 지난해 9월 1일 양원숲초에 새롭게 부임한 이일권 교장은 학생과 교직원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 친절한 단호함이 있는 인성교육,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초·기본교육, 개인의 욕구가 전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취약한 개인을 함께 보살필 수 있는 공동체교육이라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학교를 경영하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평화를 가꾸는 교육, 자유를 잘 누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 등 기본적인 인성교육을 통해 모든 교육의 큰 밑거름을 가꿔 나가고 있다. 양원숲초는 내적인 학습동기로 학습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성급하게 학생의 능력을 단정하지 않고, 과도한 경쟁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에게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는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적 소통역량, 과학적 탐구역량 등 다양한 기초학습능력을 초등학교 시기에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회화 기관으로 공공의 질서를 배우고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곳으로, 우리 학생들이 의미 있는 관계와 만남의 경험을 하고 지혜를 배우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또한 이 교장 부임 이후 주차장 차단기 설치 및 신규 보안관실 조성 등 교육공동체의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4학년도 양원숲 주요 교육활동 ● 디지털 선도학교 운영 양원숲초는 2024학년도 서울시교육청 지정 디지털 선도학교를 운영했다. 이를 바탕으로 에듀테크와 AI 코스웨어를 활용한 디지털 기반의 맞춤형학습을 실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1인 1기기 정책인 디벗과 전자칠판 설치 등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디지털 기초소양을 강화하고,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또 양원숲초는 2024학년도 신규 지정된 교육실습 협력학교로서 최신의 교육인프라와 교원들의 뛰어난 전문성을 바탕으로 예비교원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실습학교 지정 첫해 3학년 수업실습(1학기)과 2학년 참관실습(2학기)을 운영했으며, 교육실습 운영 프로그램에 대하여 실습생들로부터 5점 만점에 각각 4.89점과 4.96점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맞춤형 진로교육 역시 양원숲초의 자랑이다.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으로 2023학년도에는 서울시교육감 진로교육 우수학교 표창을 받았다. ● 깊이 있는 학습, 개념기반 탐구학습 마지막으로 양원숲초에서는 수석교사를 중심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중점사항인 깊이 있는 학습과 개념기반 탐구학습을 연구·적용하고 있다. 1학년에서는 아름다운 우리글(한글익히기) 프로젝트, 5학년에서는 낭독극 프로젝트 등을 통하여 학생의 발달단계에 따라 학습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해 운영해 나가고 있다. 지식을 삶으로 전이할 수 있도록 영역을 아우르면서 해당 영역의 학습을 일반화할 수 있는 핵심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2022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1~2학년에서는 기초소양과 함께 안정과 성장을 위한 발달을 돕고, 3~6학년에서는 학생의 삶에 의미 있는 학습경험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등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안착을 선도하고 있다.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양원숲초의 2025학년도 교육 방향 ● 독서교육 활성화를 통한 협력적 의사소통 및 사고력 증진 AI 등 첨단 기술이 발전하고, 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양원숲초의 인간 중심의 협력적 의사소통능력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독서교육 활동은 계속된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서울형 독서·토론 프로젝트에 따라 양원숲초에서는 나만의 독서기록장 만들기, 작가와의 만남, 책소개 이어달리기 등 다양한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여러 교과에서 책과 연계한 교육과정 재구성을 실시함으로써 2025학년도에는 모든 학년으로 독서교육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맞춰 학생별 학습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의 성장 속도와 특성에 맞는 학습경로를 제공하며, 실시간 피드백 시스템으로 학습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학생 맞춤형학습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수학과와 영어과의 AI 디지털교과서와 교과별 다양한 AI 코스웨어를 통해 기초학력부터 심화학습까지 수준별 맞춤교육을 실현하고 수업운영 및 학급운영에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함으로써 수업의 효율화와 디지털 기초소양도 함께 향상해 나가고자 한다. ● 학생 체육활동 프로그램 다각화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고 했다. 이는 시대를 관통하여 현재 우리 학생들에게도 해당 하는 말이다. 신체가 건강해야 올바른 정서와 자신감으로 교우관계, 학업 참여도 및 성취도 등 학교생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의 아이들은 평상시에 뛰어놀기보다 학원에 가기 바쁘다. 그렇기때문에 건강한 신체를 지니기가 어렵고, 이에 따라 건강하지 못한 정서를 가진 학생들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양원숲초에서는 학교 체육활동을 다각화하고자 한다. 학급 스포츠클럽 활동을 시작으로 아침 및 방과후 스포츠클럽 운영을 통한 서울특별시 스포츠클럽 대회 참여, 건강체력교실 운영, 중랑구청 연계 전문 스포츠 교실 운영 등을 통해 신체활동을 즐기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양원숲초는 2025학년도 개교 4년 차의 학교로서 우수한 교육환경과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통해 함께 여는 미래, 모두가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