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우 | 경기 고양 백석고 교사 “선생님! 저 결혼합니데이.” 원식이의 결 높은 목소리를 들은 건 그리 오래 되지 않다. 그간 자주 통화를 해서 그런지 경상도 사투리도 정겹게 들렸다.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파도가 바위를 치고 오르는 것처럼 그렇게, 들떠 있었다. “잘했다. 축하한다.” 기쁜 마음으로 맞장구쳤다.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의 신산했던 지난 날을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흔쾌히 그 두 마디로 마음을 대신했다. 사람마다 상대를 대하는 느낌이 다를진대, 원식이는 사뭇 달랐다. 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다되도록 지속적으로 전화를 해왔었고, 그때마다 자신의 근황을 전해오는 몇 안 되는 졸업생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결혼 소식은 무엇보다 반갑고 기쁜 일임에 틀림없다. 자운영꽃이 햇살에 빛난다. 멀리서 응시하면 보료를 깔아 놓은 듯 신비롭게 보이는 꽃밭. 듬성듬성 자운영꽃이 피어있는 논들을 지나며 5월의 싱그런 햇살을 본다. 결석한 원식이네 집까지 가려면 제법 먼 길을 걸어야 한다. 버스를 타도 되겠지만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 하는 마을이라서 아예 처음부터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작정했다. 학교에서 출발한 지 오래지 않아 그
조현호ㅣ 울산 옥현초 교사 할미들이 만든 세상 영화 ‘마파도’에는 이런저런 사연으로 남자를 다 잃고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다섯 노파가 등장합니다. 험한 바다와 싸워가며 억척스럽게 삶을 살아가는 그 영화 속 노파들은 각기 성격이 다르면서도 그네들만의 나라를 잘 통치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이런 여성중심의 영화가 개봉되기 전 호주제 폐지를 포함한 민법 개정안이 지난 3월 초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과도기를 거쳐 2008년부터 호주제는 완전 폐지된다고 합니다. 시대가 변했으니 제도도 바뀌어야 하겠지요. 바야흐로 남녀평등의 시대를 맞이하여 이번 호에서는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을 신화 속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생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여성은 창세신화의 주인공입니다. ‘마고할미’는 단군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세상을 만든 창조신으로 지역에 따라 ‘노고할미’, ‘서구할미’ 등으로도 불립니다. 할미가 무슨 힘이 있나 하고 의아해 하실지 모르지만 할미란 ‘한+어머니’, 즉 대모신(大母神)을 이릅니다. 마고할미 신화는 특히 온갖 수모와 학대에 시달린 여성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받아들여졌습니다. 아주 큰 덩치에 오줌을 누면 홍수가 지고 한숨을 쉬면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