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라크의 국경지대, 벌건 흙먼지 날리는 황량한 산길에 칠판을 멘 남자들이 나타난다. “구구단을 배우세요, 이름 쓰는 것도 가르쳐 드려요. 돈 대신 먹을 것 주셔도 돼요.” 하지만, 아무리 목청을 높여 봐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 한 무리의 남자들은 커다란 칠판을 등에 지고 학생들을 찾아 이란과 이라크 국경지대를 헤매는 교사들이다. 마을과 마을을 떠돌며 방랑하는 이들 무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오직 흔들리는 카메라뿐이다. 그들이 가진 모든 것, 칠판 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한 영화 칠판은 이윽고 선생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리부아르(바흐만 고바디)와 사이드(사이드 모하마디), 두 남자의 여정을 따라간다. 산 위쪽으로 방향을 정한 리부아르는 이란과 이라크를 넘나들며 불법으로 밀수품과 장물을 운반하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만난다. 갈 길 바쁜 아이들을 막아서서 글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하지만, 그들에게 리부아르는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글을 배우면 책도 읽을 수 있고, 신문도 읽을 수 있다”며 설득하는 리부아르. 하지만 아이들은 하루하루 밥벌이가 중요할 뿐, 글쓰기도 읽기도 구구단도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리부아르는 끈질기게
한국어다운 표현을 찾아서 이제까지 두 번에 걸쳐 관형격조사 ‘의’ 이야기를 해왔다. 그리고 ‘의’를 생략해도 좋은지 잘 따져야 깔끔한 말과 글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과, ‘로의’, ‘로서의’, ‘에의’, ‘에서의’, ‘으로부터의’, ‘와의’ 같은 일본어투 조사를 그대로 옮기지 말고 적절히 손질하여 한국어다운 표현을 몸에 익힐 것을 제안해보았다. 실제로 글쓰기를 할 때 ‘의’를 어떻게 하면 잘 구사할 수 있는지를 적잖이 고민하게 된다. 이른바 세계화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 같은 외국어의 물결은 점점 더 거세게 밀려올 것이 틀림없다. 사람의 이동이 많아지고 교류가 늘어나면 언어가 뒤섞이고 변화를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밀려온다고 손 놓고 떠밀려 가기보다는 자기 자신한테 어울리는 알맞은 언어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마치 한국어에 남의 옷을 걸쳐 놓은 듯한 관형격조사 ‘의’의 어색한 쓰임새를 점검하여 바로잡는 일은 한국어다운 글쓰기에 여간 중요하지 않다. 서술어 중심이란 ‘의’가 던져주는 문제를 곰곰이 곱씹어보면, 한국어 표현의 특성이 동사와 형용사 같은 서술어 중심이라는 점을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
강원도 영월하면 첩첩산중 산골이 생각난다. 오죽하면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을 강원도 영월 땅으로 유배를 보냈을까. 굽이굽이 사행천이 흐르는 동강과 서강의 물줄기에 막혀 섬이 되어버린 청령포, 그 안에 단종을 가두었던 것이다. 단종의 애절한 삶 때문에 영월로 넘어가는 고개의 이름은 소나기재이다. 구름도 고개를 넘다가 소나기 눈물을 흘리니 영월하면 떠오르는 것이 충절의 고장이요, 역사의 고장이란 수식어다. 하지만 이번 호에서 돌아볼 영월은 그 수식어가 다르다. 바로 ‘박물관의 고을, 영월’이다. 영월 곳곳에 크고 작은 이색테마 박물관이 자리하니 조선민화박물관, 동강사진박물관, 영월책박물관, 곤충박물관처럼 박물관을 명칭으로 사용하는 곳이 네 곳이며 단종의 능인 장릉 안에 자리한 단종역사관, 김삿갓 계곡에 자리한 난고 김삿갓문학관뿐 아니라 봉래산 정상의 별마로천문대, 국제현대미술관, 묵산미술관 등 박물관에 준하는 볼거리가 곳곳에 산재한다. 대한민국에서 인구대비 박물관 보유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영월이라 하니 이 정도면 ‘박물관 고을’이란 수식어를 달아줄만 하지 않은가. 박물관 계곡, 김삿갓 계곡 그럼 먼저 와석계곡으로 가보자. 삿갓 하나 눌러쓰고 평생을 정처 없이
별다른 약속이 없는 토요일 저녁이면 TV를 켜고 습관적으로 MBC TV 무한도전을 시청한 지도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처음엔 자잘한 현실의 스트레스와 결별하여 유일하게 아무 이유 없이 넋 놓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 시청동기가 되었습니다만, 최근에 들어서는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하는 그들의 시도, 그리고 도전을 위한 노력과 결실이 저를 6명 멤버와 함께 울고 웃게 하는 열혈 시청자로 만들어 놓았더군요. 수많은 도전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댄스스포츠’ 도전편은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죠. 스텝하나 밟기도, 박자 맞추기도 힘들어하던 그들이 없는 시간을 쪼개어 연습에 연습을 더하고, 대회에 나가서 실력만큼 선보이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 흘리는 멤버들. 참 오랜만에 TV를 시청하면서 그들과 함께 울었던 아름다운 기억, 저 혼자만의 추억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저 말고도 이 댄스스포츠 도전편을 보고 눈물 흘렸던 한 선배는 아예 방송이 끝난 후 강남에 한 댄스스포츠학원에 등록해 3개월째 자신의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평소 자기계발차원에서 새로운 취미활동 하나쯤 갖고 싶었다던 그녀는 단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을 뿐인데,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