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건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3월 개학하자마자 터진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은 대학입시제도까지 흔들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지금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부모가 돈 있고 '빽' 있으면 다 해결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적 목소리들이 들끓고 있다. 즉각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에 학교폭력 근절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실효성있는 보완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나날이 지능화되고 흉포화 해지는 학교폭력 관련 대응체계를 점검·보완하는 것은 정부 당국의 당연한 책무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 시행된 것은 지난 2004년, 지난 20여 년 교육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지만 그만큼 허점과 역기능을 초래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호는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처럼 여겨지는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계의 다양한 시각과 반성, 그리고 대안을 모색하는 특집으로 구성했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태로 촉발된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우리 사회와 교육계에 던져준 시사점은 무엇인지 조명해 본다. 이어 교육현장에서 본 학
저는 학교폭력 업무를 8년째 맡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맡아왔으니까 아마 초등학교에서는 저보다 학교폭력 업무를 오랫동안 연속적으로 맡으신 선생님도 드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선생님들께서는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이십니다. 먼저 들려온 말은 “우와 어떻게 이걸 8년이나 하셨어요?”입니다. 자신은 이렇게 못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장학사 되려고 그래?”라고 묻는 분도 계십니다. 이처럼 선생님들 사이에서 학교폭력 업무는 모두가 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이 때문에 학교폭력 승진 가산점제도가 생기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요. 업무를 모르는 자와 벗어나려는 자 우선 업무를 모르는 상태에서 ‘교원의 지나친 책임감 부여에 따른 기피현상’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 교사는 학교에 새로 전입 왔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순한 애들밖에 없어요.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라는 교감선생님의 한마디가 왠지 불안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업무분장에서 A 교사에게 학교폭력 업무가 배정됩니다. 교감선생님은 A교사의 원망스러운 눈빛 속에 먼저 이야기를 꺼냅니다. “우리 학교는 학교폭력 사안이 터진 적이 별로 없고, 순둥
학교폭력에 대해 국가·사회적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폭력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학교폭력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 첫째, 발생한 피해와 상처의 회복이 부재한 것이 원인이다. 연구에 의하면 ‘가해자의 44%가 피해경험이 있고, 피해자의 54%가 가해경험1’이 있다. 가해학생들을 만나보면, 그들도 따돌림이나 배제·혐오 등 다양한 폭력 피해경험이 있다. 이로 인한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 새로운 폭력을 낳게 된다. 아물지 않은 상처와 트라우마는 다시 자기 자신과 공동체를 향하는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구조적 접근의 부재가 원인이다. ‘폭력’은 가시적으로 보이는 직접적 폭력(구타·욕설·혐오 발언·테러·강간)과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구조적 폭력(폭력을 정당화하는 전통·신념, 차별·선입견, 부정부패와 사회불평등, 빈곤)이 있다. 문화적·구조적 폭력은 직접적 폭력의 근본 원인이 된다. 문화적·구조적 폭력이 해소되지 않은 한, 학교폭력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지금의 학교폭력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동·청소년 개인들이 아니다. 아동·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폭력적인 문화
독자: 에세이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자: 에세이는 ‘유혹의 글쓰기’입니다. 독자에게 저자를 궁금하게 하거나 글을 궁금하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쓴다.’ 이것은 글쓰기에서 거의 절대적인 진리가 아닐 까 생각합니다. 여기에도 분명히 팁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구체적으로 쓸 것’입니다. 독자: 어릴 때부터 내 꿈은 작가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저자: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하여 제가 생각한 76가지의 작은 팁들을 제시하였습니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술술 넘어가는 글, 매력적인 글은 조금 공을 들여야 합니다. 필자는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한다. 내향적인 성격 탓으로 변변한 잡기(雜技) 하나 없이 놀 줄 모르는 어른이 되었다. 당연히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크고 이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지혜를 찾았다. 그중 하나의 수단이자 삶의 애환을 치유하고 지친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 미친 듯이 독서에 몰입했다.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말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왜 읽기만 할까? 나도 글을 쓰면 안 될까? 라는 생각이 스멀스
-글 싣는 순서 상 한국어 학습인구 증가 하 월드 브랜드 ‘코리아’ 우뚝 4년 만에 학급 3.5배 늘고 학생 수 3배 가까이 증가 대학 경쟁률은 20~30대1 정규 교원 진입 확대 시급 교육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 전 세계 학생이 몰려드는 파리국제대학촌에서는 한국관이 교육한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중이다. 한국전쟁 때 한국의 교육 발전을 도왔던 유네스코 본부는 반세기 지난 현재 한국의 높은 기여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프랑스 현지에서 살펴본 ‘K에듀’의 현주소를 2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주 프랑스에서 한국어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어반을 운영하는 프랑스 초·중·고교는 2018년 17곳에서 지난해 60곳으로 3.5배 증가했다. 학생 수도 631명에서 180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도 292명에서 780명으로 확대됐다. 윤강우 주프랑스 한국어교육원장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교육부 관계자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어 채택 학교는 70곳 정도다. 프랑스 내에
실업계고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어느 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던 학생 8명이 찾아왔다. 아내와 딸, 세 식구가 사는 10평짜리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고 싶다고. 아이들과의 생활은 힘들고 고됐지만, 이때의 경험은 그를 진짜 선생님이 돼야겠다고 마음먹게 했다. 이후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공동학습장’을 만들었다. 10년 동안 707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Wee 프로젝트 사업의 모델인 ‘금란교실’, Wee 스쿨의 모델인 ‘용연학교’ 등도 만들었다. 2015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학교 안전사고 신속대응팀 부르미를 도입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30여 년을 주목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데 매진했다. 박주정 광주 진남중 교장 이야기다. 박 교장은 “처음부터 교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실업계고로 첫 발령을 받았는데, 교사가 하는 일이라고는 학생들이 교실에 뱉은 침을 밀걸레로 닦고, 출석을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동료 교사들도 무관심이 최고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넸다. 자괴감에 괴로워하던 박 교장은 사표를 냈지만, 취업의 길이 열리지 않아 다시 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또 그만둔 학교로 발령이 났다.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운 봄을 맞이했으나 여전히 마스크를 벗기 꺼려진다. 창밖으로 뿌옇게 펼쳐진 하늘, 아름다운 봄을 시기하듯 연일 이어지는 미세먼지에 봄의 불청객 황사까지 덮쳐왔다.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미세먼지로부터 우리의 몸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하여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돋우는 밥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봄철 밥상의 감초 ‘양배추 파프리카 물김치’ ◇미국 타임지 선정 ‘3대 장수식품’ 양배추=위 건강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U가 풍부한 대표적인 항 궤양 식품, 양배추는 사시사철 만나볼 수 있으나 3~6월이 제철이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꼽히는 양배추는 저칼로리, 저지방, 풍부한 섬유질로 높은 포만감을 주고, 장운동을 촉진해 변비를 예방하며, 해독 작용을 도와 미세먼지에 지친 피부에 도움을 준다. 푸른 잎에 함유된 설포라판은 체내에 쌓인 미세먼지를 흡착하여 배출하는 역할을 하고, 비타민K는 중금속으로 인해 약해진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 위장장애가 있다면 생으로 섭취할 경우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살짝 데치거나 익히는 것을 추천한다. 고를 때는 연한 녹색, 동그란 모양, 싱싱한 심을 가진 단단하고 묵직한 것을 고른다. 보관 시
지난 20년 가까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한다’라고 하면 ‘왜 읽어줘야 하나? 책은 스스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책 읽어주기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없어서 그러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책 읽어주기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나아져서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 교장 선생님, 부모님이 많아졌습니다.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책 읽어주기가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아주 일찍부터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분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언어능력, 청각주의력 등 발달해 책을 읽어줘야 할 이유는 아주 많습니다. 책을 읽어주면 ①소리 듣기 능력이 좋아집니다. 청각 주의력(의미 있는 청각 신호, 예를 들어 선생님이 설명하는 말, 친구들과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는 것입니다. ②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언어능력(낱말이나 문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발달합니다. 언어능력의 발달은 듣기로 시작해 점점 발달하다가 나중에 읽기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발달한 읽기 능력을 활용해 계속 읽으면서 언어능력이 더욱 발달합니다.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③이야기의 재미를 알게 합니다. 이야기의 재
최근 모 변호사 아들 사건으로 학교폭력 대책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조명된 것이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탓이다. 정부는 가해자에게 엄벌을, 피해자는 회복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미국과 교육선진국으로 알려진 핀란드에서 실시되는 학교폭력 프로그램이 어떠한지를 고찰해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이러한 해외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외국의 정책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외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현실에 맞게 조정하여 시행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한 각국의 사례들에서 보편성을 추출하고, 교육학적 본질에 접근한 해결방식을 찾아 나가기 위함이다. 미국과 핀란드의 학교폭력 대응정책 ● 미국 먼저 미국의 학교폭력 대응정책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의하면, 학교폭력을 ‘심각한 상해, 사회적·정서적·학업적 문제를 초래하는 의도적·반복적인 학생-학생 간 권력 남용 혹은 괴롭힘’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괴롭힘은 학교 내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언어·행동·신체적 접촉, 사이버공간에서의 괴롭힘 등 다양한
봄이면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절정의 꽃이 바뀐다. 매화가 피고 나면 목련, 목련이 지고 나면 벚꽃이 만개하는 식이다. 봄꽃들이 차례로 카덴차(연주에서 솔로 악기가 기교적인 음을 화려하게 뽐내는 부분)를 연주하는 것 같다. 4월에 막 접어들면 복사꽃 차례다. 달력이 4월 것으로 바뀔 즈음이면 복사꽃이 지천이다. 주변에 복사꽃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다. 복사꽃(복숭아꽃)은 꽃색이 연분홍색인데다 꽃 안쪽으로 갈수록 붉어지는 것이 요염한 느낌을 주는 꽃이다. 과일꽃 중 가장 섹시한 꽃이 아닐까 싶다. 박완서 작가가 즐겨 쓴 표현으로 하면 ‘화냥기’가 느껴지는 꽃이다. 조지훈의 시 ‘승무’에서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가 괜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과일꽃 중 가장 섹시한 꽃, 복사꽃 복사꽃이 피면 생각나는 소설이 김동리의 무녀도와 박완서의 단편 그리움을 위하여다. 먼저 무녀도(1936년 발표)는 샤머니즘과 기독교 사이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김동리는 1978년 이 작품을 장편 을화(乙火)로 개작했다. 무당인 모화는 그림을 그리는 딸 낭이와 경주 성 밖의 퇴락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어려서 집을 나간 아들 욱이가 아름다운 청년으로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