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숙사에는 창틈으로 찬바람이 비집고 들어온다. 커텐도 열지 않는다. 왼쪽발이 시릴 정도다. 학생들이 입사하는 날이라 큰집에서 학교로 바로 왔다. 새벽은 어느 시간보다 귀중한 시간이다. 책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힘들다. 부모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는 길은 험하다. 그래도 즐겁다. 돈이 들어도, 자유가 없어도 즐겁다. 교통이 복잡해도, 생활리듬이 깨져도 기쁘다. 나를 품어주는 따뜻한 부모형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20년생의 어머님이 계시는 곳이 가까워 더욱 기쁨을 누린다. 울산에서 부산 해운대로 가는 길은 나를 위한 전용도로 같다. 전혀 밀림이 없다. 소통이 원활하다. 조그만 대화를 나누다보면 목적지에 도달한다. 큰집에 가면 더 평안함을 느끼며 행복을 느낀다. 큰집이 참 좋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평수가 넓어서가 아니고 전망이 좋아서도 아니다. 새 집이라서도 아니다. 따뜻한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4대가 한 집에 사는 것을 보면서 늘 뿌듯함을 느낀다. 형님, 형수님에게도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 선생님은 언제나 따뜻한 어머니와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어머니 곁에서 이틀을 잤다. 5남 1녀의 중간인 나
지난 7일에 있었던 새정부 핵심교육정책 진단 현장 점검 토론회가 한국교총주최로 열리면서 자유학기제에 대한 지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정책들이 그렇듯이 사전 인프라 구축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당연히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 어쩌면 학교의 현실을 정확히 꿰둟지 못하고 추진하는 정책이 되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미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중학교 1학년을 진로탐색 집중학년으로 지정하여진로 탐색과 관련된 과목을 편성 하고 전 과목의 중간필기고사를 없애는 대신 진로탐색과 관련 있는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시범운영 학교 공모에 들어갔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시행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시범운영하는 학교들은 이미 중책을 맡았다고 보아야 한다. 정말로 현실적인 운영을 통해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해 본다. 차기 정부의 자유학기제 역시 서울시교육청의 진로탐색 집중학년 운영과 큰 차이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차이점은 서울시교육청의 진로탐색 집중학년은 정규고사를 없애는 대신, 진로탐색과 관련있는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자유학기제는 시험은 물론 기본적으로 자유학기제의
만약 학교교육과정 운영상 A교과 교사가 3명 필요하고, B교과 교사가 1명 필요한데, 정기전보에서 B교과 교사를 3명, A교과 교사를 1명 배정했다면 학교장의 심정은 어떨까. 반면 A교과 교사가 1명 필요하고, B교과 교사가 3명 필요한 학교에는 A교과 교사 3명, B교과 교사를 1명만 배정했다면 이 학교의 학교장은 어떨까. 아니 학교장 뿐 아니라 해당학교 교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그리고 만약 이런일이 실제로 발생했다면 교육청에서는 어떤 조치를 내려야 할까. 물론 이들 교과는 교사배정을 묶어서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의 사정에 따라 전공교사를 형평에 맞게 배정하는 것이 지금까지 해왔던 전보배정 방식이다. 가령 기술·가정 교과에는 기술전공자와 가정 전공자를 고르게 배정한다. 사회나 과학교과의 경우도 각각의 전공교사를 고르게 배정한다. 교과 명칭이 그렇다고 해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전공자가 가르칠 수 있도록 일선학교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은 교원수급이 맞지 않아서 특정 전공자가 많이 배정되는 경우는 있다. 어차피 같은 교과이니 수업을 진행해 가는 과정에 다소 어려움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서 가르치게 된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전공자가 가르치
우리학교(서울대방중, 교장: 오낙현)는 연휴를 하루 앞둔 2월 8일에 졸업식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학교들은 연휴 이틀전에 졸업식을 했다고 한다. 연휴 전날이면서 교사들의 정기전보 발표일기 때문에 피했던 것 같다. 졸업식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부서의 장으로서 좀더 검토하지 못하고 졸업식 일정을 잡은 것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졸업식 시작전에 잠시 졸업식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졸업식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준비도 잘했고, 졸업식도 소위 말하는 성황리에 잘 마쳤다. 인근학교의 졸업식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지역인사들이 많이 참석했다. 학부모들도 상당히 많이 참석을 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성황리에 끝났다. 졸업식을 앞두고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른 학교들의 졸업식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학생들이 돌발행동을 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였다. 다른 학교에서 졸업을 한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려한 상황은 발생하지않았다. 우리학교 뿐 아니라 올해는 졸업식문제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서
존경하는 박형근 선생님! 영예로운 정년퇴임을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이 떠나시는 이 자리, 몹시 서운한 듯 교정의 나무들마저 어깨가 움츠러 듭니다. 지난 2010년 광양여중에 부임하신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3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수많은 추억들을 만들었습니다. 늘 아이들 곁에서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봉강으로 옥룡으로 가정방문 갔을 때였네요. 아이에게 가정 사정을 다 듣고난 선생님께서 “뭐시야! 니는 참 좋겄다. 공부방도 있고 잉, 선생님은 니가 참 부럽다” 하시면서 자신감을 심어 주셨습니다. 아이들 등을 토닥거려 주시면서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셨습니다. 그 아이도 덩달아 웃었고 선생님과 훨씬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아픔도 있었습니다. 2010년 8월 하동에서 우리들은 사랑스런 제자들을 잃었습니다. 새벽 일찍 아이들을 찾겠다고 선생님께서 같이 가자고 말씀하셨을 때 많이 힘이 되었고 든든했습니다. 선생님의 지혜를 빌려 그 힘든 아픔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선생님과 함께한 수많은 친목회 모임과 배구가 생각납니다. 밤 7시까지 배구코트에서 우리들은 진한 우정의 땀을 흘렸고
혜진아, 네 말처럼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말이 있을 것이다는 네 말은 변함없는 진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찾아온다는 너의 생각은 참 긍정적이어서 내 마음에 쏙 드는구나! 넌 장차 심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하였었지? 세상은 사람들의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마음을 움직일줄 알면 도를 터득한 것이 아니겠니. 그만큼 인간의 심리는 복잡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알면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세상살이가 힘들다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돈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꼭 돈문제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문제는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인간의 노력이 부족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70년대 초 무렵 대학 진학을 할 때도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친구들은 사관학교에 진학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었단다.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지원이 많아 너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는 ‘창의인성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니 반가운 일이다. 올해만 총 1만7600명의 학생이 이 프로그
매년 명절 때가 되면 졸업한 제자들로부터 안부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많이 받는다. 아이들과 통화를 하면서 그리고 답장을 해주면서 느끼는바, ‘그래도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잘못 가르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주제넘게 하곤 한다. 한편 아이들과 함께 한 날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곤 한다. 그런데 재학 중인 아이들로부터 많은 전화나 메시지를 받기란 여간 어렵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그건, 사제 간의 정이 갈수록 퇴색해져 가는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선생님과의 이별을 아쉬워하기보다 그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 선생님 또한 아이들과의 이별을 불편한 혹을 떼어내듯 속 시원하게 생각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지난 한 해는 내게 악몽이었는지도 모른다. 일부 아이들의 연일 끊이지 않는 사고와 무단 지각과 결석을 밥 먹듯 하는 아이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그렇지 않은 아이들마저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마주치기 싫어 수업 시간 외 교실에 들어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다른 어느 해보다 잔소리가 유난히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일까?
설날이 오면 생각나는 것들 8-- 세배할 때마다 떡죽먹기 세배를 하면 당연히 세뱃돈을 바든 것으로 알고 있는 요즘 아이들과는 달리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세뱃돈이라는 것을 몰랐다. 또 요즘처럼 자기 집에서 집안 어른들에게만 세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동네를 돌면서 동네 어른들께 모두 세배를 하고 다녔다. 그런데 이런 어린이들에게 세뱃돈이 아니라 집집마다 세배를 온 사람에게 내오는 상이 있었으니, 어른들께는 술이 나오고, 함께 온 어린이들에게는 떡국이 나오는 것이다. 온 종일 3~40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세배를 하고나면 집집마다 떡국을 얻어먹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이제 먹는 것이 큰 부담이 되는 것이었다. 동네에 살다보면 어느 집에서는 어떤 음식이 맛이 있고, 어떤 집에 가면 무엇이 나오는지 이제는 대부분 잘 알게 되었다. ‘영수네 집에 가면 곶감만 먹어야지’ '경민이네 집에서는 유과가 맛이 있는데…‘ ‘부잣집 철이네에 가서는 맛있는 조청에 인절미를 찍어 먹으면 맛이 있겠지.’ 등등으로 세배를 다니면서 온 동네를 다 알게 되어 버린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집안 어른들을 따라 다니면서 함께 세배를 하다가, 틈만 나면 한바탕 뛰어 놀다가 다시 세배를 가면
설날이 오면 생각나는 것들 7-- 쑥떡 만들기 시골에서 가난하던 시절에 설날이 돌아오면 떡을 만들기 위해서 쓸 쌀이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떡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봄철에 산이나 들에서 캐서 말려두었던 나물들을 이용하여 떡을 만드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런 나물로 대표적인 것이 쑥과 번취라는 취나물이었다. 쑥이야 다 아는 것이지만, 번취라는 것은 취나물의 일종인데, 나물 잎의 뒷면이 아주 밝은 흰빛을 띠고 있는 나물로 이것을 삶아서 말려 두었다가, 떡을 만드는데 이용하는 나물이다. 이 번취는 떡을 만들면 색깔이 아주 엷은 쑥색을 띠게 되는데, 번취 특유의 맛이 쑥보다 약간 부드러우면서 향긋한 것이 특징이다. 가난한 집안사람들은 봄철에 산에 가서 나물을 뜯으면서도 이 번취를 더 많이 뜯으려고 애를 쓰고, 좀 형편이 나은 집에서는 번취보다는 취나물을 더 좋아하여서 서로 뜯는 것이 다를 정도로 이 번취에 대한 기호가 달랐던 것을 보았다. 이 무렵에는 봄철이면 산에 가서 온 종일 산나물을 뜯어 오는데 보통 이불 호창이불 싸개용으로 쓰는 큰 천을 가지고 가서 마치 산더미 같은 큰 나물덩이를 만들어가지고 돌아오곤 하였다. 물론 쑥을 캐는 것도 다르지 않았
설날이 오면 생각나는 것들 6-- 떡국용 장조림 떡국에 쓰는 양념장을 무엇을 쓰느냐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지방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산골에서는 옛날에는 꿩고기를 장조림을 해두고 떡국을 끓일 때마다 조금씩 넣어서 간도 맞추고 약간의 고기 냄새와 맛이 나도록 하곤 하였다. 귀한 꿩고기를 많이 넣어서 충분하게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바닷가나 평야지대에서는 꿩이 흔하지 않으니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평야지대에서는 닭을 꿩 대신으로 썼으니, ‘꿩 대신 닭’이 된 셈이다. 그렇지만 바닷가에서는 꿩이나 닭보다는 바다에서 나는 굴을 대신 썼다. 그래서 굴을 넣어서 떡국을 써야 하였다. 이렇게 떡국을 끓일 장국의 재료를 준비하는 것은 남자들의 일이었다. 닭을 잡아야하고 그것을 씻어서 잘라주는 것까지가 남자들의 할일이다. 닭 중에서 가장 통통하게 살이 찌고, 크게 자란 놈을 택하여 잡아야 한다. 대부분 미리 잡을 것을 정해두고, 다른 일이 생겨도 이것을 절대로 잡거나 하는 일은 없다. 설날을 2,3일 남겨두고서 닭을 잡는다. 잡은 닭은 반드시 짚불로 그을어서 잔털이 남아 있는 것을 깨끗하게 제거하고, 또한 피하 지방을 피부로 스며들게 하여 줄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