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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초등교사가 만든 학습관리 웹 '다했니' 돌풍

세계 진출 꿈꾸는 최지원 서울풍성초등학교 교사

“교실에 보조교사 한 명 더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학생과 교사가 필요로 하는 핵심기능만 모아놓아 사용하기 편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숙제검사 등 업무부담이 크게 줄었어요. 이제는 ‘칼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직 초등교사가 만든 학습관리 웹 도구 ‘다했니’를 사용해 본 교사들이 인터넷에 올린 댓글들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지원 서울풍성초등학교 교사(사진).

 

올해 교직 8년 차인 최 교사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실시하던 당시 SNS 등으로 과제검사를 하다 ‘이렇게 불편하게 생활해야 하나’ 싶어 직접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온라인수업이 진행됐지만 과제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점검할 수가 없더라고요. 패들렛·카카오톡·네이버 밴드 등을 사용했는데 모두 SNS 성격이다 보니 피드가 자꾸 내려가 학생별로 과제를 확인하기 어려웠어요. 선생님들이 화면을 열어놓고 수기로 A4 용지에다 과제 피드백을 정리했죠. 밖에서는 미래교육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교실에서는 여전히 아날로그였어요.”


최 교사는 카톡이나 기타 학급 SNS의 경우, 아무래도 학부모를 중심으로 기획·개발된 도구들이다 보니 오히려 업무가 가중되는 느낌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로부터 2년. 2022년 5월 출시된 교사용 ‘다했니’와 학생용 ‘다했어요’는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첫선을 보인 지 1년 만에 교사 회원 2만 8천 명, 학생 회원 34만 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다. 

 

출시 1년 만에 교사 2만 8천 명, 학생 34만 명 가입 
‘다했니’는 학생과 교사가 일대일 소통을 하고, 학습을 관리할 수 있는 웹 기반 도구이다. 구글 클래스룸과 유사하지만, 현장교사들이 사용하기 쉽고 간편하다. 기존 에듀테크 제품들의 복잡하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걷어내고 꼭 필요한 기능만 담았다. 그러다 보니 최신 디지털문화와 거리가 있는 5060세대들도 거뜬히 사용한다. 구조는 심플하지만, 효과는 만점이다. 출시 1년 만에 2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데에는 직접 써본 교사들의 입소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다했니’는 교사가 과제를 제시하고, 수업하고, 피드백하고 기록하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준다. 이를테면 숙제검사의 경우 교사 컴퓨터에 학급 학생들의 숙제 수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한눈에 나타난다.

 

주황색은 아직 미제출인 학생, 분홍색은 숙제를 제출한 학생, 회색은 숙제검사가 완료된 학생 식으로 학생 개개인의 상황을 즉각 알 수 있다. 아직 숙제를 안 한 학생에게는 ‘푸시 버튼’을 클릭, 학생이나 학부모 핸드폰으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깜빡 잊고 숙제를 못 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참 잘했어요’와 같은 교사의 피드백도 수월하다, 공책에 일일이 적어주는 대신 ‘다했니’ 프로그램을 통해 빠르고 자세하게 전달할 수 있다. 교사들은 “손 필기로 피드백할 때보다 시간은 단축되고 평가글은 더 자세하게 써 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저장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과세특 작성에도 큰 도움을 준다.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나눠 주고 다시 받는 일도 마찬가지. 학생별로 조사할 것이 많다 보니 유인물을 걷어 정리하는 데에도 상당한 품이 든다. 하지만 ‘다했니’의 알림장 기능을 사용하면 이런 수고를 모두 덜 수 있다. 교사들 사이에 ‘칼퇴(정시퇴근) 프로그램’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학생용 앱 ‘다했어요’의 경우, 복잡한 가입절차를 생략하고 교사가 제공한 초대코드를 학생이 입력만 하면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 게이미피케이션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동기 부여용 보상을 주는 ‘쿠키’라는 기능도 생성했다. 일정량의 쿠키를 모으면 물물교환이나 학급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교사마다 다양한 사례가 나올 정도로 활용도가 좋다.


결과는 성공이었지만 기획에서부터 개발, 출시까지 험로의 연속이었다. 20대 후반 여교사가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에듀테크 제품들과 맞서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무모해 보였다. 게다가 그는 학교에서 전산실무사를 가장 많이 찾는 교사로 꼽힐 정도로 컴퓨터엔 어두운 사람. 코딩조차 못 했다.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래밍 등 기술적인 영역은 외부업체에 의뢰했다. 대신 기획과 설계는 자신이 직접 했다. 밤이고 낮이고 틈나는 대로 기획의도를 담은 웹 설계도를 그렸다. 주말과 방학도 잊었다. 2년 치를 모으면 수천 장에 이를 것이라고 최 교사는 귀띔했다. 


더 큰 문제는 경비였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외주업체에 지불하는 제작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 2년간 투자한 제작비만 어림잡아 1억 5천여만 원 정도. 교직생활하면서 모은 전 재산을 쏟아부었고 그것도 모자라 부모님을 설득해 지원받았다. “남들 안 하는 일을 왜 네가…”라는 걱정의 말도 있었지만, 한번 마음먹으면 끝장을 보는 딸아이 성격을 알기에 이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줬다.


드디어 지난 2022년 5월 ‘다했니’를 출시했다. 프로그램은 자신 있었지만, 문제는 어떻게 알리느냐였다. 교사커뮤니티를 비롯 각종 사이트와 SNS에 홍보했다.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무료로 사용하는 것이지만, ‘장삿속 아니냐’는 오해를 받아 상처도 받았다. 다행히 현장교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간편하면서도 학습관리에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쏟아지자, 초·중·고 할 것 없이 퍼져 나갔다. 동네 태권도장, 필라테스 학원, 심지어 어르신 대상 야학까지 컴퓨터에 ‘다했니’를 깔았다. 특히 40대 이상 교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최 교사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대별 사용자는 2030이 68%, 4050은 32%쯤 된다. 한 60대 교사는 에듀테크에 적응하지 못해 명예퇴직을 고민하던 중 ‘다했니’를 만난 뒤 정년까지 근무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다했니’는 무료다.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다. 반면 서버 관리비 등은 오롯이 최 교사 몫이다. 그는 한 달 월급 대부분이 운영비로 지출된다고 한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서버 관리비가 늘어나는 구조여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을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광고나 후원 제의가 제법 많이 들어오지만 일체 거절한다.

 

아직은 상업성과 타협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까지 사용하는 프로그램이어서 비교육적 요소가 들어갈까 우려해 흔한 배너광고도 싣지 않는다. 경제적 한계 때문에 영원히 무료로 운영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하는 데까지 버텨볼 생각이다. 이유가 궁금했다. “‘다했니’는 20대의 모든 것을 바쳐 만들었죠. 자식 같은 존재예요.” 

 

그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무상으로 제공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했니’가 널리 알려지고 많은 교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실제 그는 지난해 교육당국에 이 같은 뜻을 전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학교 일 소홀히 말고 업무에 집중하라는 핀잔만 들었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완성도를 더 높여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죠.”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습의 본질은 같은 것이기에 우리나라에서 인정받는 프로그램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예쁜 가방을 살 때보다 새로운 걸 연구하고 창조할 때 살아있다는 희열을 느껴요. 비록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지만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기회비용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 교사는 ‘다했니’와 함께하는 지금, 지갑은 비어가고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확실히 더 풍요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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