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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어항 속 물고기 그림으로 알아보는 가족관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자녀의 관계이다. 부모의 감정·태도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행복·만족·불행·우울 등의 정서상태를 형성하고, 삶을 살아가는 기본적 태도(긍정·부정)를 결정짓는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가족구성원에 대한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그림검사 ‘물고기 가족화(Fishes Family Drawing)를 소개한다.

 

어떤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매년 학기 초 물고기 가족화 그림검사를 한 후, 가족 간의 소통관계를 살펴보며 세심하게 아이들을 살펴본다. 물고기 가족화는 초등학생은 물론 고등학생까지 범위가 넓다. 물고기·어항이라는 매개물을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 가족화’ 그림검사 실시방법
- 준비물: 어항이 그려진 혹은 그려지지 않은 A4 용지, 4B 연필
- 실시방법  
① ‌어항이 그려진(혹은 그려지지 않은) A4 용지를 건네주며 다음의 지시문에 따라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
“어항에 물고기 가족을 그립니다. 물고기 가족이 무엇인가 하고 있는 그림을 그리세요. 그리고 어항 속에 꾸미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유롭게 표현하세요.”

※ 주의해야 할 점
- ‌실제 어항을 보며 그리지 않도록 한다. 만약 그림을 그리는 곳에 어항이 있다면 치우거나, 가려놓고 검사를 실시한다. 
- ‌어항이 그려지지 않은 검사지는 어항의 크기·모양·안정감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에게는 어항이 그려진 검사지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 색은 칠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에 “정해진 건 없어요. 그냥 마음대로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면 됩니다”라고 답한다. 처음부터 ‘나’를 포함한 물고기의 세계를 표현해도 된다거나 물고기를 의인화하여 그려도 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② 그림을 다 그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림에 대해 질문하고 기록한다. 
※ ‌질문은 그림을 보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면 된다. 그림에 따라 도움이 되는 질문은 구체적 사례1와 함께 제시한다.  

 

물고기 가족화 해석하기
● 첫 번째 포인트 ‘물의 양’ 

‘물고기 가족화’ 그림검사의 첫 번째 포인트는 ‘물의 양’이다. 물고기는 물 없이 살 수 없다. 물이 충분하다는 것은 집을 안전한 곳, 즉 정서가 안정되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물이 어항의 2/3 정도일 때 가장 적당하다.

 

 물고기 가족화는 대부분 <그림 1·2>처럼 그려진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평화롭고, 물고기 크기와 어항의 물높이는 적당하며, 물풀과 장식물 등 어항의 환경도 잘 가꿔져 있다. <그림 3>처럼 의인화된 그림을 그릴 때도 있는데, 해석방법은 차이가 없다.

<그림 4>처럼 물의 양이 절반 이하이거나 물을 그리지 않았다면, 불안요소·결핍 등으로 정서적 불안정 상태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림 4>의 전체적 분위기는 슬프다. 아이가 적어 넣은 그림 제목은 ‘혼나는 물고기’이다. 물풀과 장식 역시 빈약함을 볼 수 있다. 


● 두 번째 포인트 ‘물고기의 방향’ 
두 번째 포인트는 ‘물고기의 방향’이다. 물고기 방향은 어떤 상황에서든 ‘가족은 내 편’이라는 정서적 믿음이다. <그림 1>처럼 함께 무리 지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가족 간 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2>처럼 마주보고 있는 그림도 흔하게 나타난다. 마주 보고 있는 그림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아이들의 부연설명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그림 2>와 <그림 4>는 모두 마주보고 있지만, 느낌이 너무 다르다. <그림 2>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고, <그림 4>는 엄마아빠에게 혼나는 중이다. 따라서 그림검사는 ‘이건 무슨 의미이고, 이렇게 그렸다면 이럴 것이다’라는 식의 기계적 해석을 하면 곤란하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생각은 어른들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자칫 어른의 관점으로 생각해 넘겨짚는다면 큰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더라도 분위기가 사뭇 다른 그림들이 있다. <그림 5>는 아빠물고기에만 음영을 표현했다. 어항 위쪽을 덧칠한 것도 유의미하다. 음영은 부정적 정서를 나타낸다. 따라서 특정 부분에만 음영을 표시했다면 “이 물고기에만 왜 색을 칠해줬어?”라는 질문을 통해 추가 설명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이 그림을 그린 학생은 아빠가 너무 싫어서 어떻게 하면 이 어항을 탈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림 6> 역시 무리지어 있는 물고기들 뒤로 홀로 쫓아가는 물고기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무리지어 있는 물고기들이 단체로 홀로 떨어져 있는 물고기를 째려보고 있다. 가족들 모두 자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자기만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그림 7·8>처럼 물고기 방향이 제각각이거나 혼자만 방향이 다르다면, 가족 간의 정서적 교류가 없어 정서적 어려움(소외감 등)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림 8>처럼 물풀이나 장식물 사이에 숨어 있거나 어항 밖으로 튀어 오른다면 더욱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 <그림 8>을 그린 학생은 오빠는 어항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자신은 물풀에 묶여 울고 있다고 했다. 아빠는 술에 취해 자고, 엄마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먹고 있다. 


● 세 번째 포인트 ‘물고기의 종류’ 
가족을 상징하는 물고기의 생김새도 유의미하다.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물고기가 있는지, 다른 물고기에 비해 과도하게 크거나 작은지, 종류가 다른 물고기가 있는지 등은 가족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들이다. 실제 사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소외된 물고기와 숨어있는 물고기 

소외의 형태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그림 9>처럼 자기 혼자만 다른 종류·크기로 표현하기도 하고, <그림 10>처럼 아빠만 따로 떨어뜨려 놓기도 한다. 이 그림을 그린 학생은 “아빠만 없으면 우리 가족은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가족 내 소외감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 물고기는 왜 종류가 달라” 등의 질문을 통해 소외감을 느끼는 원인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 필요하다면 부모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림 11·12>처럼 물풀이나 장식물 속에 숨기도 한다. 특히 <그림 12>는 꼬리만 살짝 보일 정도로 꼭꼭 숨었다. “왜 숨어있니?”라고 묻자 “가족들을 피해서 숨었다”고 답했다.

 

엄마와 여동생은 매일 싸우고, 아빠와 남동생은 자기 멋대로 산다고 했다. 자기 방에서 혼자 핸드폰 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지만, 물고기 소원을 묻는 답에는 “다 같이 헤엄치며 몰려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수줍음이 많고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숨거나 작게 그리지는 않는다. 가족이 무섭거나 무기력해진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은 학급에서 별다른 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지만, 학교적응·또래관계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학기 초에 발견하여 원인을 파악하고, 적응력을 키워주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학대 피해로 인해 숨는 것이라면 학교 메뉴얼에 따라 해당기관과 연계하여 도움을 줘야 한다. 위클래스로 연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이빨을 드러낸 물고기 
이빨을 드러낸 물고기를 그리기도 한다. ‘이빨을 드러냈다’는 것은 ‘공격적이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 13>는 엄마·아빠물고기가 서로 이빨을 드러낸 채 싸우고 있다. 언니들과 자신은 안절부절못하고 있고, 결국 잡아먹힐 것이며, 절대 싸움이 멈추거나 행복해질 수 없다고 했다. 어항엔 물이 있는지 알 수 없고, 자녀물고기엔 눈·코·입조차 그려지지 않았다.

 

<그림 14>는 어항조차 날카롭다.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물고기는 상어(아빠)이고, 가오리(엄마)를 잡아먹고 있다. 아이는 엄마가 불쌍하고, 자신이 얼른 커서 구해내고 싶다고 했다.

 

아빠물고기가 권위적·공격적으로 보이는 <그림 15> 속의 딸들은 마치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 물풀을 방어막처럼 길게 세웠고, 출구를 찾으려는 듯 어항의 끝까지 올라와 있다.  

 

이런 그림을 그린 아이에게는 반드시 아동학대 정황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학대아동의 그림은 <그림 13·14·15>처럼 공격적 대상자를 그리거나, <그림 11·12>처럼 공격적 대상자를 피해 숨는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이빨을 드러낸 물고기를 그렸다는 것은 도와달라는 메시지일 수 있음을 꼭 기억해두자. 


- 밖으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를 그린 그림 

중·고등학생의 경우 어항 밖으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 그림도 종종 보인다(<그림16·17>). 가족관계에서 오는 답답함과 분노의 표현이다. 일탈행동을 보이는 아이와 ADHD 경향성 아이들에게서 자주 보이지만, 자기감정을 꾹꾹 누르며 버티고 있는 아이들도 이런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답답해하는 원인이 무엇이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고기는 어항 밖으로 나오면 죽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오고 싶은 이유가 뭘까?”라고 물어보면, 너무나 다양한 슬픈 대답이 돌아온다. 한 번쯤은 아이들의 슬픈 스토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아는 만큼 이해의 폭도 넓어진다.  

 

- 먹이를 주는 그림과 어항을 차지하고 있는 지나치게 큰 물고기 

먹이 받아먹는다는 것은(<그림 18>) 가족의 보살핌·애정·경제적 상황 등 뭔가 결핍된 상태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관심을 끌기 위한 문제행동을 일으키거나, 반대로 착한아이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한정된 크기의 어항에서 특정 물고기가 지나치게 크면 다른 물고기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크게 그려진 물고기는 집안에서 파워가 센 인물이며, 자기중심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림 19>에서 크게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엄마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작으면 자아축소 성향을 나타낸다(<그림 9·13> 참조).

 

- 상담실 연계가 꼭 필요한 그림
딱 봐도 느낌이 오는 그림이 있다. <그림 20>은 죽은 물고기들이다. 엄마의 학대로 자살시도를 끊임없이 하던 학생이었다. 누군가 어항을 쳐다보고 있는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림 21>의 어항 속에 자신은 없다. 자기는 어항을 감시하는 사람이다. 이런 그림은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여길 때 그려진다. 친구들이 수군거리기만해도 자기 욕을 하고 있다며 분노감을 표현한다.

 

물고기에 칼을 꽂는다거나 위험한 것으로 협박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그림 22>). 이유가 어떻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는 만큼 반드시 상담실로 연계하여 상담을 진행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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