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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설원 속으로 떠나는 환상의 여정 노르웨이 북부

겨울 끝자락 노르웨이 북부지역을 여행했다. 오슬로에서 출발해 알타와 키르케네스, 트롬쇠로 이어지는 여정이었다. 개썰매를 탔고, 대게잡이를 했고, 북극의 유목민인 사미족의 텐트에서 하룻밤을 청했다. 혹등고래의 꼬리를 쫓아 노르웨이해를 항해하기도 했다.  


허스키 썰매로 질주하는 눈부신 설원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오슬로가르데르모엔공항에 도착. 그리고 2시간 동안의 대기를 거친 후 다시 비행기에 올라 알타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해는 이미 지평선 너머로 숨어버린 뒤였다. 트랩에 내려서니 그제야 북국에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한국과는 다른 질감의 냉기가 몸을 덮쳐왔다. 공항 안으로 들어서는,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순간에도 얼굴은 따끔거리듯 아팠다. 영하 17도였다. 바람에 가시가 돋아있는 듯했다.


이튿날 첫 일정은 허스키 썰매 타기. 노르웨이에서 즐길 수 있는 겨울 액티비티로는 허스키 사파리와 순록 썰매, 스노모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최고 인기는 허스키 사파리다. 시베리안허스키 여섯 마리가 끄는 썰매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가 직접 드라이버로 나서 개썰매를 운전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허스키 사파리를 시작하는 장소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던 50여 마리의 썰매 개들이 여행자를 반기기라도 하는 듯 일제히 짖어대기 시작했다. 사파리를 안내해 줄 리더인 터키 출신의 머셔 밀라는 썰매 개 하나하나를 소개해 주었다. 리더인 파슈는 보기에도 듬직했다. 그 뒤로 쫑긋한 귀가 예쁜 어셔, 장난꾸러기 매튜, 검은색 털이 매력적인 브라키, 푸른 눈의 디키, 약간은 수줍어하는 리바이 등이 서 있었다. 


개들은 생각보다 작았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매운 법. 밀라는 파슈팀이 노르웨이 개썰매 대회에서 3연속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손은 반드시 썰매 위에 얹어두고 있어야 한다”, “속도를 늦추고 싶을 때는 썰매 바닥에 달린 브레이크를 지그시 누르면 된다”, “정지할 때는 브레이크 위에 두 발을 딛고 체중을 실으면 된다” 등 썰매 운전을 위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출발.

 

 

 

 

 

 

 

 

 

나무에 묶어 놓은 견인줄을 푼 후 눈 위에 깊숙이 박아 놓은 앵커를 뽑아내자 썰매는 빠른 속도로 튕겨 나갔다. 미끄러지듯 설원을 질주하는 썰매. 시속 15~20km의 속도로 달리지만 체감속도는 제법 빠르다. 눈 덮인 숲속 나무 사이를 달릴 때는 손잡이를 잡은 두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두 사람을 태운 썰매는 무게만 해도 150kg 가까이 나가지만, 오르막길에도 속도가 전혀 줄지 않는다.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썰매 날과 몸통은 나무 특유의 탄성 덕분에 울퉁불퉁한 노면의 굴곡과 충격을 흡수했다. 


10여 분이 지나자 썰매 몰기에 익숙해졌다. 앞 썰매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한눈을 팔면 이내 썰매가 기우뚱했다. 밀라는 가끔 뒤돌아보며 “Attention!(집중)”이라고 주의를 줬다. 허스키들은 달리는 동안에도 목이 마르면 머리를 숙여 노면의 눈을 입과 혓바닥으로 핥아 먹으며 목을 축였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숲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자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 들판이 나타났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 그 위로 펼쳐지는 푸르고 푸른 하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내달리는 기분은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좋았다. 감동이었다.

 

키르케네스의 대게잡이
알타에서 나와 찾아간 도시는 키르케네스였다. 러시아 국경과 마주한 노르웨이 동북부의 항구도시. 오슬로에서 약 2,414km 떨어져 있다. 러시아와 인접한 스토르스코그 국경은 넘기만 하면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이민이 가능해 난민이 자전거를 타고 심심찮게 넘어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시의 표지판과 상점 간판도 러시아어와 함께 표기되어 있다.


키르케네스를 찾은 이유는 킹크랩 사파리 때문이다. 얼어붙은 피요르드에 구멍을 내고 킹크랩을 잡아 올리는 일종의 얼음낚시다. 낚시포인트까지는 30~40분 정도 스노모빌을 타고 나가야 한다. 여행사 사무실에 도착하면 우선 든든한 방한복·방한장화·방한장갑·털모자로 중무장한다. 사파리라고는 하지만 물속으로 직접 들어가 킹크랩을 잡는 것은 아니다. 얼음 구덩이 속에 가둬놓은 킹크랩 그물을 걷어 올려 직접 만져보고 맛보는 체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킹크랩이라고 해서 영덕대게쯤으로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직접 보는 킹크랩은 크기가 엄청나다. 다리 하나가 닭다리보다 더 크다. 조금 과장하자면 거의 돼지족발 크기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보는 킹크랩은 꽃게라고 보면 된다. 가이드는 얼음을 깨고 킹크랩을 꺼낸 후 킹크랩의 생태를 간단히 설명해 주고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킹크랩 해체 쇼’를 보여준다. 


사파리의 하이라이트는 킹크랩 시식. 잡은 킹크랩을 스노모빌에 싣고 먹을 수 있는 산장으로 이동하는데, 약 20분 정도의 짧은 거리이긴 하지만 스노모빌을 타고 북극의 얼어붙은 바다 위를 질주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통나무로 지어진 산장은 얇은 옷만 입고 있어도 충분할 정도로 따뜻하다. 준비된 커피와 차를 마시고 있다 보면 킹크랩이 등장한다. 아이 팔뚝만한 다리가 접시 위에 수북하게 쌓여있다. 가위로 껍질을 잘라내면 담백하면서도 짭짤한 맛의 게살이 가득 차 있다. 한국에서는 젓가락으로 조심조심 발라먹던 게살을 이곳에서는 닭다리 뜯듯 베어 먹는다.


킹크랩으로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얼어붙은 바다 위로 노을이 번져 온다. 헬멧을 써서 추위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덧 해가 지고 앞장서 가던 가이드가 스노모빌을 멈춘다. 라이트를 끄니 칠흑 같은 어둠이 일행을 둘러싸고 있다. 하늘 위에는 별들이 쌀알을 뿌려놓은 것처럼 빼곡하다. 참가자들 모두가 푹신한 눈밭에 누워 한참 동안 별을 바라본다. 이 모두가 지금 이곳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키르케네스의 또 다른 명소는 얼음호텔이다. 오직 겨울에만 만날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다. 외관·로비·방까지 모두 진짜 눈과 진짜 얼음으로만 지어진 호텔이다. 외부 기온이 영하 25도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실내 온도는 나름 따뜻한 영하 5도 정도로 항상 유지된다. 키르케네스 스노우호텔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세계 25가지 어드벤처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순록 가죽이 깔려 있다. 방 안의 온도가 영하 5도라지만 침낭 안에서 취침을 한다면 그렇게 춥지 않다는 것이 호텔 호스트의 설명이다. 화장실·세면장·욕실 등은 식당이 있는 쪽의 나무로 지어진 건물 안에 있다. 얼음호텔에 물이 흐르면 안 되기 때문이다.

 

트롬소의 대구낚시
노르웨이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북유럽의 파리라고 불리는 트롬소였다. 노르웨이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이며, 북위 66.5도에 위치한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노르웨이 정부가 대피해 임시정부를 꾸렸던 곳이다. 


트롬소에서는 사미족의 생활을 체험했고, 대구낚시를 나갔다. 사미족은 북극권 지역에서 살아온 유목부족으로 노르웨이와 스웨덴·핀란드·러시아에 걸쳐 거주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거주하는 사미족은 약 6만~10만 명 정도인데, 아직도 순록 사육과 어업 등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한다. 영화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크리스토프가 사미족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순록 ‘스벤’ 역시 사미족의 전통을 반영한 것이며,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상에서도 사미족 전통의상을 반영했다고 한다.  

 

 

 

 

 

 

 

 

대구낚시는 요트를 타고 해볼 수 있다. 낚싯대를 드리우면 5분도 안 있어 5kg이 넘는 대구가 올라온다. 그 자리에서 대가리는 잘라 버리고 몸통만으로 수프를 만들어 먹는다. 트롬소는 혹등고래가 많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한데, 낚시를 하다보면 심심찮게 혹등고래를 만날 수도 있다.


대구낚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미니밴 운전사가 ‘노던 라이트’하며 손가락으로 바다 너머를 가리켰다. 오로라였다. 초록의 희미한 빛이 수평선 위로 길게 펼쳐지고 있었다. 공터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사진에서 보던 현란하고 화려한 모양으로 너울거리는 오로라는 아니었지만, 감탄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오로라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동쪽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번져갔고 수평선 위에서 나타났다가 어느새 머리 꼭대기 위로 올라가 있곤 했다.


나는 오로라 아래에서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의 굉음을 떠올렸고, 벌룬을 타고 항해한 터키 카파도키아의 새벽과 모래바람 속에서 신비롭게 서 있었던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생각했다. 자연이 펼쳐 보이는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나는 숨이 턱 막혔고 소름이 돋곤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숨이 막힐 만큼 거대한 ‘자연의 규모’ 앞에 서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경험은 분명, 좁디좁은 생활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내부에 무(無)의 공간을 마련해줄 테니까. 어쨌든 오늘은 오로라 아래에 섰고, 세월이 지나도 오늘의 풍경만은 기억 속에 퇴색하지 않고 남아 쓸쓸하고 공허한 생을 위로해줄 것이라 믿으니 마음 한쪽이 약간은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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