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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쉬는 시간] 파란만장 급식 시간

급식 시간은 언제나 파란만장해요. 저학년의 급식 시간일수록 담임 선생님은 분주하지요. 예전에는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서야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는 선생님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아니, 급식 놔두고 왜 컵라면을 드시지?’ 월급에서 꼬박꼬박 공제되는 급식비. ‘돈이 아깝지도 않으신가?’ 궁금했었지요.

 

그런데 웬걸요. 아이들 급식만 제대로 해도 급식 시간은 성공이라는 것을 저학년 담임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어요. 밥을 먹다 토하면서 뿜는 아이. 배식을 잘 받고 자리에 가다 식판을 엎어 버리는 아이. 바닥에 국물을 질질 흘리는 아이. 

 

‘오늘은 제발 쏟지 마라.’ 주문을 외우지만, 결국 진실을 깨닫게 돼요. 세상에서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내가 절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요. 일어날 일은 그저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요. 다행히도 올해는 2학년 담임이에요. 그래도 1학년보다는 덜하다는 데 감사할 뿐이에요. 배식이 막바지에 다다를 때쯤 한 아이가 빈 급식 판을 가지고 앞으로 나와요.

 

“선생님, 언제 버려요?”
“어, 이따가. 아직 배식하고 있잖아.”

 

그 친구는 30초 간격으로 “선생님 언제 버려요?”를 무한 반복해요. 참다 참다 한마디를 해줬어요.

​“기다려. 선생님은 아직 숟가락도 못 만져봤어. 좀 기다려.”

 

​그렇게 배식이 끝나고 ‘언제 버려요?’ 친구는 남은 밥을 버리고 바람처럼 집에 가요. 부럽더군요. 아이들이 밥을 다 먹을 때쯤 자리에 앉아서 숟가락을 잡는 감격의 순간, 눈길을 돌리지 않아요. 잔반통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면 치우느라 밥을 못 먹으니까요.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며 점심시간의 본분에 충실히 임해요. 먹고 살자고 일하는 건데,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든 밥은 꼭 먹어야지요. 아이들이 집에 가고, 잔반통을 정리하던 때. 누가 요구르트 통을 잔반통에 꽂아 놓았더군요. 요구르트가 다트처럼 잔반통에 꽂혀 있는 모습. 정말 웃픈 모습이에요. 

 

다트처럼 꽂힌 요구르트를 빼니 요구르트가 콸콸. 그제야 요구르트를 다트로 만든 아이의 의도를 파악해요. 요구르트도 ‘잔반’이어서 잔반통에 넣은 것이었어요. 잔반통을 정리하고, 엎어진 식판을 다시 세워서 급식차에 넣고, 바닥에 붙은 밥풀을 손으로 한땀 한땀 떼어내고, 흘린 국을 대걸레로 빡빡 닦고 난 다음. 휴~, 안도의 한숨을 쉬어요.

 

아이들이 없는 교실. 잔반을 치우고 창밖의 나무가 보여요. 가을이라 빨강 노랑 여러 색으로 물든 나뭇잎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질 때쯤이면 아이들은 요구르트 병쯤은 그냥 쓰레기통에 넣어줄까요? 국물은 좀 덜 흘릴까요? 혼자 생각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아이들은 어른이 아니니까요. 

 

급식 지도하는 것부터 ‘빡센’ 교직 생활이에요. 뭐 하나 만만한 게 없어요. 요즘은 마스크 쓰고 수업하느라 체력적으로도 힘이 들기도 하지요. 힘든 시기에요. 같은 일을 하는 우리끼리만이라도 서로 토닥토닥 위로되었으면 좋겠어요. 급식지도 하느라 어려우시겠지만, 점심도 잘 챙겨 드시고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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