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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학습격차, 수업혁신정책 실패가 원인

코로나19로 학습격차 책임론 공방이 뜨겁다. 가정 교육의 한계에 부딪친 학부모들의 불만이 원격수업의 질 문제로 넘어가면서 책임론에 불이 붙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국민적 요구와 진단을 명분으로 쌍방향 원격수업 활성화 지침을 현장에 내려보내며 일찌감치 선 긋기에 나섰다. 남은 것은 학교와 교사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책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못 짚은 번지수다. 지금 학생들의 학습 격차 문제는 코로나 사태로 등장한 새로운 문제라기보다는 과거 대면 수업의 혁신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부산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금 원격수업의 문제는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자전거를 타라는 상황이다. 자전거에 관한 지식과 정보는 디지털 랜선을 타고 엄청난 양과 빠른 속도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그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해야 자전거를 탈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즉 배우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 학습격차 심화의 가장 큰 문제다. 대부분의 혁신수업이 학생들에게 지식 활용 방법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학습격차 문제를 대하는 시각 또한 동상이몽이다. 기초학습부진에서 다뤄지는 학습의 개념과 일반 교육과정의 교과수업에서 다뤄지는 학습의 개념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수업혁신정책과 함께 활성화된 수업 유형은 지식의 내면화를 위한 학습 보다는 단순 흥미와 놀이가 중심이 된 활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흥미가 보장되는 활동은 있으나 지식은 다루지 않는다는 암묵적 약속을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러한 수업문화가 계속되는 한 지금의 학습격차 심화 문제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수업에서 활동이 학습으로 진화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사고력이다. 생각하는 힘이다. 활동 중심 수업의 유전자를 사고력 기반 학습 중심 수업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학습격차 해소를 위한 처방전은 효과가 없다. 
 

격차를 줄이려면 학교 현장의 혁신수업 유형을 사고력과 질문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통일시켜야 한다. 그동안 잊고 있던 학습의 본질을 회복하고 수업을  사고력을 바탕으로 한 지식 체득의 과정으로 여기려면, 혁신수업은 기본 학습 훈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 격차로 지친 학생들을 지원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수업혁신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혁신적인 수업 방법을 정책으로 활성화한다 해도, 해는 서쪽에서 뜰 수 없다. 그런 목표를 가진 수업혁신정책은 창의성도 혁신도 아닌 재앙, 그 자체다. 위기는 기회다. 비대면 원격수업 상황은 혁신의 이름으로 잃어버린 수업과 학습의 본질을 회복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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