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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상 다해도 못 잊을 은혜"

두 자녀 대신 키워준 스승께 감사의 편지


10일 대구시교육청 신상철 교육감 앞으로 두툼한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보내는 사람 류태선'이라는 글자가 또렷한 그 편지는 14년 전 자신의 두 아이를 대신 키워준 대구동원초 박상자(60·여) 선생님의 은혜를 기리는 내용이었다.

서울서 월세방에 사는 류(55·서울 강남구 논현동) 씨는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가슴 한쪽이 저려옵니다. 예전에 제가 빚쟁이에 쫓겨 두 아이를 돌보지 못할 때 선생님은 친자식처럼 거둬 주셨다"며 사연을 전했다.

남편을 잃고 홀로 남매를 키우던 류 씨는 남의 돈을 빌려 장사를 하려다 사기를 당해 하루아침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친정이 있어도 학교까지 쫓아와 애들을 괴롭히는 상황에서 손을 내민 건 아들 찬우와 1학년 담임으로 인연을 맺었던 박상자 선생님.

동일초로 전근을 가게 된 박 교사는 딱한 사정을 듣고 두 아이를 같은 학교로 전학시키고 아예 집으로 데려와 돌봤다. 그 때가 딸 지운이가 5학년, 아들 찬우가 3학년. 결코 넉넉한 살림이어서 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남편을 잃고 큰 빚을 떠안은 박 교사도 사글세방에서 초중고에 다니는 삼남매를 키우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류 씨는 "잘 사셨다면 그래도 맘이 편했겠지요.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내색 없이 오히려 제게 신용카드까지 주시며 용기를 주셨다"고 했다.

박 교사는 "그 날부터 난 오남매의 엄마라고 생각했다. 내 입에 들어오는 것 없더라도 아이들이 눈치보는 일 없게 똑같이 입히고 재우고 공부시키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류 씨는 2년 후에야 아이들을 다시 데려 올 수 있었다. 1997년 다시 상경해 갖은 고생을 겪었지만 한지붕 아래 사는 것으로도 늘 감사한다.

퇴근 후면 사회복지사로 백혈병 아이들을 7년째 돌보는 딸과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고 있는 아들만 보면 박 교사의 큰 사랑이 날이 갈수록 크게 느껴진다. 그는 "한참 예민할 나이의 아이들을 반듯하게 키워주신 은혜 결코 세상을 다하는 날까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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